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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1); 2023 > Article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글쓰기 교과목 강의의 설계와 운영

Abstract

이 연구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글쓰기 교육의 원리와 실제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먼저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배경 이론을 탐색하고 메타버스 맵 구현의 기본 원리를 도출하였으며, 이를 글쓰기 교육에 특화한 맵 설계와 구현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메타버스를 이용한 대학 교육은 도입 단계로 일회적이거나 기존 교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강의실’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메타버스 교육의 효과를 고려하였을 때 중요한 것은 주체와 상호작용하는 메타버스 공간의 효과적 설계이며, 이를 염두에 두었을 때 맵 설계 시 오브젝트의 상호작용 기능 활용과 주체의 잠재성을 발현할 수 있는 가상적 공간의 구현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설계 원리는 교수 목적과 교과목 특성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대학 글쓰기 교육을 위한 공간 설계를 예시하고 이를 실제 수강반에 도입한 사례와 교수자와 학생의 경험적 보고를 기술함으로써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 주체의 능동화와 강의실이나 화상회의 비대면 수업과 다른 교육적 가상의 도입을 통한 잠재성 발현의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principles and practices of college writing education using the metaverse. To this end, the background theory of the educational use of the metaverse was first explored, the basic principles of metaverse map implementation were derived, and the direction of map design and implementation specialized for writing education was presented. So far, university education using the metaverse has been conducted at its introductory stage, in the form of a one-off event or ‘classroom’ that is not very different from the existing teaching method. However, considering the effectiveness of metaverse education, the important thing for educators to focus on is the actual design of the metaverse space, which must allow for greater interaction among the students if they are ever going to reach their full potential.
These design principles should be embodied through close connection between teaching objectives and subject characteristics. This study exemplifies space design for university writing education and describes cases of introducing it to actual classes. It also empirically reports on the class experience of activating potential through the introduction of virtual education, which is different from the normal face-to-face classes as commonly seen in classrooms or video conferences.

1. 서론: 메타버스와 대학 글쓰기 교육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결합한 혼합 공간을 의미한다(박상준, 2022: 72-73).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교육은 이미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회적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를 강의에 활용하는 경우에도 학생들을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한 강의실에 접속하게 하여 교수자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일반적이다.1) 이러한 양상은 메타버스를 대학 교육에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가 기술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내용과 분리되어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는 데 기인한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대학에서의 온라인 교육이 다양하게 발전함에 따라 실시간 화상회의 앱 등의 활용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화상회의 방식의 비대면 강의가 상호작용에 제한이 있고 지나친 형식화로 피로감을 유발하며 학습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점 등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메타버스 수업 연구 또한 비대면 수업의 대체재라는 의미에서 대안적 효과에 주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메타버스 수업의 효과로 언급되는 몰입감, 임장성, 실재감 등의 개념들은 화상회의 기반 수업이라는 비교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적인 장점으로 조명된 면이 있다.2) 그러나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의 대안에 그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수업 또한 비대면 수업의 대안으로서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부합하는 메타버스의 고유한 특성에 주목하고, 이를 기존의 대면⋅비대면 수업에 접목하는 등 다양하고 유연한 수업 모형을 설계하고 실행할 때,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3)
또한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교과 특성이나 교육 내용에 맞는 다양한 메타버스 수업 방식의 개발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 모형과 운영 사례는 다양한 개별 교과 영역을 중심으로 제안⋅축적되고 있지만,4) 지금까지 메타버스를 교양 교육에 적용한 연구는 윤주한, 이다민(2022)5)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은 코로나19와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근본적인 이유인 디지털 내러티브 세대의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6) 이러한 교육 대상에 걸맞은 에듀테크놀로지의 활용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또한 급변하는 대학 교육의 환경 속에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는 것이 교양 교육의 역할임을 고려한다면(정연재, 2022: 292), 메타버스 활용 교육은 에듀테크놀로지의 활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양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실천될 필요가 있다. 교양 교육에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목적을 이해하고 교양인으로서의 사유와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 교과목이다.
교양 글쓰기 교과목에서는 학술적 글쓰기의 방법만큼이나 다양한 전공의 동료 및 교수자와 학문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서울대학교 대학글쓰기1 교재편찬위원회 편, 2019: 3). 이 교과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작성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교수자나 동료와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동료와의 토론은 지정된 글에 대한 의무적인 댓글 달기나 익명의 글에 대한 동료 평가하기 등 다분히 ‘권장되고 보호된’ 과정에 머무를 때 한계를 지닌다. 서로의 글에 대해 ‘과제’라는 명분과 ‘익명’이라는 장치를 거쳐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점에서 이러한 토론은 설계된 상호작용에 가까워질 수 있고, 역동적이거나 자유롭게 진행되는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교양 글쓰기 교과목 교육의 또 다른 어려운 점은 배움의 목적을 단기간 내에 충분한 정도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에서의 글쓰기 교과목은 학술 글쓰기, 또는 더 폭넓은 의미에서의 교양인으로서의 글쓰기를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교과목은 대부분 1, 2학년 중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대학에서의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수학 과정에서 필요한 리포트 쓰기 등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이러한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글쓰기의 형식적 규약을 익히면서도 왜 그러한 전통이 발전하였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습자들에게 인용 규칙 등의 글쓰기 지식은 형식적인 것으로만 이해되기 쉽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학술 담론 장의 성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교육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 글쓰기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메타버스 가상 학회장을 경험할 때 학습자들은 학술대회와 저널이라는 제도와 장에서 학술 담론이 생산되고 공유된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예비 학자의 입장에서 그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성을 논하기 위해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메타버스라는 공간 또는 장소라고 보았다. 한혜원(2022)은 메타버스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속적인 공간space인 동시에 아바타를 통해서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place”(2022: 297)라고 하였다. 이는 메타버스를 현실과 유사한 세계를 재현한 공간이자, 개인의 삶의 경험과 기억이 생겨나고 집적되는 장소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주체는 자신이 접속한 공간을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성을 강화하며, 메타버스 공간이나 다른 주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상’이라는 말로 쉽게 평가 절하될 수 없는 의미와 가치를 찾아간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메타버스에 교육을 접목할 때 학습자는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는 주도성을 가지며, 현실보다 확장된 세계 속에서 가능해진 다양한 경험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교육을 대면 강의와 병행하면서 강의실 밖에서의 글쓰기의 수행 과정을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7) 가상의 학술대회장을 구현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교양 교육, 특히 글쓰기 교육에 맞는 메타버스 공간 설계를 통해 주체와 공간, 그리고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의 주도성을 이끌어내고 과제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며, 결과적으로 학습자 간의 대화와 토론에 상황적인 실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의사소통의 활성화를 꾀하고 대학에서 처음 경험하는 학술적 글쓰기에 대한 체험적 이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메타버스 교육의 방안과 효과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인 방향에서 진전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론에서는 수업 설계의 원리와 실제를 논한 다음, 한 수강반에서 한 학기 동안 강좌를 운영한 결과를 학습자 설문 분석 등을 통해 보고하고자 한다.

2. 이론적 탐구: 자기결정성 이론과 교육적 가상 이론

본 연구에서는 먼저 이론적 탐색을 통해 메타버스 교육의 효과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먼저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고 자기결정성 이론과 교육적 가상 이론에 기대어 메타버스 교육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 설계의 원리를 도출하였다.
첫 번째로는 자기결정성 이론을 들 수 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 즉 ‘자신의 의지를 활용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자기결정성은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배우고자 하는 이의 내재적 동기는 책을 읽는 행동 그 자체로부터 충족되기도 하지만, 어떤 책을 언제 읽을지를 결정하는 자기결정의 과정을 통해서도 충족될 수 있다. 또, 자기결정성과 내재적 동기에 관한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자기결정성을 발휘할 수 없을 때 주체는 내재적 동기에 손상을 입는다(Dale H. Schunk et., 2013: 415-417). 메타버스에서는 주체의 동작과 공간 이동이 자유롭고, 행동 방식이 선형적이거나 획일적이지 않으며, 공간과의 상호작용의 방향과 기회가 다자적으로 개방되어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 교육은 학습 주체에게 높은 자유도와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학습 주체의 자기결정성을 강화하여 내재적 동기를 고취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개인이 외적 환경에 반응하여 행동하는 데 있어 자기결정성을 매개로 동기를 형성한다는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Deci and Ryan, 1985: 2000)은 컴퓨터 매개 환경에서의 사용자 동기 변화를 조사하는 데도 유용하다(Ryan et al., 2006). 자기결정성 이론에 관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율성, 역량감, 관계성으로 구성되는 자기결정성의 심리적 요구에 대한 만족은 참여의 내재적 동기 부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며, 온라인 환경, 특히 메타버스에서도 자기결정성이 참여의 내재적 동기를 구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황인호, 2022: 81).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자기결정성을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인 자율성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의지이며, 역량감은 환경과 상호작용함에 있어 자신의 유능함을 발휘하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관계성은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심리이다(Deci and Ryan, 2017: 95-98). 따라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에서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에 기반한 능동적 학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기결정성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자율성, 역량감, 관계성을 모두 고려하여 학습자가 자기결정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습 공간과 활동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가 환경을 스스로 탐색하고 환경의 여러 요소와 활발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메타버스에서는, 특히 일부 플랫폼에서는 공간을 설계할 때 접속자와 인터랙션할 수 있는 공간적 요소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임베딩 또는 오브젝트 인터랙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메타버스 공간 설계 시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8)
예컨대 강의를 위하여 구현된 다양한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할 때마다 학습자가 스스로 과제를 찾아내어 실행할 수 있도록 공간에 설치된 여러 오브젝트에 텍스트나 동영상의 링크나 간단한 글쓰기를 수행할 수 있는 구글 공유문서나 패들렛의 링크가 팝업되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학습자는 학사관리시스템에서처럼 주어진 자료를 읽고 과제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여 읽기 자료나 글쓰기 과제를 찾아내고, 주어진 자료 중 어떤 것을 언제, 얼마나 읽고 어떤 과제를 수행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원격 교육 분야의 이론가인 무어(1989)는 상호작용의 종류를 학습자-콘텐츠 간 상호작용, 학습자-교수자 간 상호작용, 학습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으로 유형화하고, 원격 교육에서 이 세 가지 유형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교육을 계획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상호작용의 세 번째 유형인 학습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칠 때에 학습자에게 지식을 만드는 학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개발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를 고려하면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오브젝트와의 인터랙션을 통해 학습자-콘텐츠 간 상호작용이 증가하게 되며, 동시접속자와의 상호작용, 댓글이나 메시지 등을 통한 상호작용 등 다양한 동료와의 상호작용도 유의미하게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는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의의를 실재와 가상 간의 관계를 들어 설명하는 교육적 가상의 이론을 참조할 수 있다. 철학자 베르그손은 『물질과 기억』에서 현실적인 것l’actuel과 대비되는 잠재적인 것le virtuel에 관해 말하였다(장태순, 367). 그는 역원뿔 도식을 통해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잠재적인 영역과 현실적인 영역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S가 주체의 현재를 의미하고 P는 주체가 표상한 현실 세계를 의미하며, 역원뿔은 잠재적인 영역을, A와 B로 표시된 원은 잠재적인 영역에서 현재와 관련된 것들의 집합을 의미한다([그림 1] 참조). 이때 잠재적인 영역인 역원뿔이 S라는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어 드러나게 된다. 표상화된 현실의 평면 이전에 잠재적인 것들의 평면들이 더 존재할 수 있다(장태순, 268-370). 교육은 본질적으로 가상을 활용하여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이끌어낸다. 실제 교실이라도 어느 정도의 가상성을 가지며, 비대면 수업 공간은 더 높은 가상성을 갖는다([그림 2] 참조, 장태순, 371-372). 그렇게 가상성의 평면에서 발현된 잠재적 능력은 다시 현실의 차원으로 전이되어야만 교육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은 이러한 하나의 평면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대응하는 또 하나의 세계다. 따라서 메타버스 가상 세계에서 경험한 것은 현실 세계로의 전이가 수월하다([그림 3] 참조).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러한 도식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그림 1]
베르그손의 역원뿔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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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역원뿔 도식으로 해석한 비대면 교육 상황(장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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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역원뿔 도식으로 해석한 메타버스 교육 상황(장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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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메타버스 세계가 별개인 것처럼 현실의 주체와 메타버스 속 주체의 분신인 아바타는 분리되어 있다. 현실의 주체는 신체를 통해,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시각과 청각 등 제한된 감각을 통해 세계와 접속한다. 그러나 실제 주체와 아바타는 동시에 공존하며,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인식과 행위와 관계는 주체의 경험 속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특히 Hew & Cheung(2010)이 분류한 가상세계의 유형 중 경험 공간, 즉 참여자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공간과 홍보나 관람을 위해 가상으로 구현된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시뮬레이션 공간과 달리 참여자가 아바타를 통해 직접 주체로서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경우에 이런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공간을 여러 수강생이 동시 접속하여 토론하는 강의실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활동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9) 예컨대 글쓰기 교과목에서는 자신의 글쓰기 관련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식이다. 글 읽기와 글쓰기를 일상화하고 글쓰기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실행하는 가상의 도서관에서의 경험, 그리고 메타버스 상의 학술대회 참가자로서 발표와 토론을 수행하는 경험을 통해 글쓰기 교육의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 한 예가 된다.
읽기와 쓰기의 습관화는 중등교육 시기에 이러한 읽기와 쓰기의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또는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일상적인 읽기와 쓰기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해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학생들이 학기 중 일상적으로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또 간단한 글쓰기 과제를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읽기와 쓰기라는 행위를 명시적이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신체적이고 현실적인 ‘나’와 감각적이고 가상적인 ‘나’가 분리되면서도 공존하면서 수월하게 하나로 통합되는 경험을 통하여 강화된다.
또 대학 교양 글쓰기 교과목에서는 대학이라는 지식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학술 담론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해하거나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는다. 이때 과정 중심 글쓰기 교육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며, 학생들이 한 편의 글을 실제로 작성하면서 각 단계에서 교수자와 동료의 피드백과 동료들과의 상호 평가를 통해 경험적으로 글쓰기를 습득하도록 하는 원리로 커리큘럼이 편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활용 교육의 장점을 이러한 글쓰기 교과목의 특성과 접목하여 메타버스 공간에서 학회 형식으로 과제발표회 진행을 통하여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가상적인 학술 담론의 장에서 발표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였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학회의 주최자이자 발표자, 토론자로서 모든 의사결정과 진행에 참여함으로써 대학 글쓰기의 궁극적인 형태를 체험적으로 습득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공간에서 학습자는 글쓰기 활동의 주체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우선 메타버스 공간을 스스로 탐색하고 그 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강생들이 자기결정성의 주체, 능동적인 교육의 주체로 거듭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수자가 오프라인 강의실 대신 메타버스 공간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에 구현된 학회장에서는 학생들이 발표를 하는 주체가 된다는 철저한 전도성이다. 그리고 학습자는 이 공간에서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학술적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강렬한 경험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장소’의 기억을 각인하게 된다. 이러한 주체화와 ‘가상적 실재’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고 성장하는 주체는 현실과 가상 사이의 통합적 경험을 하게 되므로 이후 현실에서의 전이가 수월하다.

3. 메타버스 활용 글쓰기 강의를 위한 공간 설계

이를 위해 메타버스 공간 설계에서 염두에 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공간을 탐색하는 주체와 공간에 배치된 오브젝트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주체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서관 자료실에 놓인 게시판, 단말기, 책상 등의 오브젝트에 메타버스의 인터랙션 기능을 활용하여 읽기 자료와 쓰기 과제 또는 그 링크를 게시, 주체가 스스로 과제를 탐색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는 전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즉 현실 세계와 잘 대응되는 대규모 학회장의 분위기를 구현함으로써 대학에서 왜 토론과 글쓰기가 중요한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세계와의 대응성을 높이기 위하여 [그림 4][그림 5]와 같은전형적인 사진 이미지에 기초하여 라운드테이블, 포스터 세션, 패널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컨퍼런스룸 등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였다.
[그림 4]
라운드테이블 구현에 참고한 샘플 사진
kjge-2023-17-1-63-gf4.jpg
[그림 5]
패널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컨퍼런스룸 구현에 참고한 샘플 사진
kjge-2023-17-1-63-gf5.jpg
이러한 교육용 맵을 구현할 플랫폼으로는 젭(ZEP)을 선택하였다. 게더타운 등의 유사한 플랫폼이 있으나, 젭은 한글 기반 서비스여서 처음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학생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또 동시 접속 인원이 많을 때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수강반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맵은 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각 정보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더 용이한 2D로 구성하였으며, 자료실을 중심으로 조별 토론실, 가상 학회장 등이 연결된 형태로 구축하였다.
우선 학습자와 오브젝트 간, 그리고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늘릴 수 있도록 맵을 설계하였다. 먼저 자료실에서는 학습자와 오브젝트 간 상호작용을 통해 글쓰기 주제와 관련된 읽기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의 아바타가 자료실에 설치된 독서대 앞으로 가면 자동으로 읽기 자료가 이미지 또는 웹페이지의 링크의 형태로 팝업되어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모니터 앞으로 가면 동영상 링크가 팝업되어 주제 관련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읽기와 영상 자료는 매주 새로 게시하였다. 또 학생의 아바타가 자료실에 놓인 컴퓨터 책상 앞에 앉거나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공유 문서의 링크가 팝업되어 간단한 글쓰기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별 토론을 할 때는 테이블에 앉으면 모두가 공유문서 팝업을 통해 같은 토론자료를 확인하거나 동시에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학습자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도 촉진할 수 있도록 공간 설계 시 유념하였다. 메타버스 공간이 zoom 등의 화상회의 앱보다 편리한 것이 바로 가능한 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프라이빗 공간 설정 기능을 활용하여 지정된 공간에 머무르는 학습자 2인 간, 또는 한 조의 학습자들 사이(학습자 4-5인 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수강반 인원 전체가 조별 토론실이라는 한 공간 안에 머무르면서도 주변 소음에 방해 받지 않고 조별 토론을 할 수 있다. 각 조에 할당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그 조의 토론 내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자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각 조의 토론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현실을 비슷하게 구현하여 가상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맵을 구성하였다. 라운드테이블, 패널 프레젠테이션, 포스터 세션 등이 열리는 가상의 학회장을 꾸미고 이 학회를 준비하는 것을 한 학기의 과제로 삼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술적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갖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하거나, 또는 졸업 논문을 쓰면서 처음으로 학술적인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는 학생도 많다. 인문사회계열의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학술적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학생들도 1, 2학년 무렵에는 간단한 과제나 평가를 위한 글쓰기를 중점적으로 하게 된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학술적 의사소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경험하고 그러한 형식과 전통의 가치를 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으로써 학술적 글쓰기의 준비와 적응을 목표로 하는 대학 글쓰기 교과목의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였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학회 개최의 주제와 구성 등을 논의하였고, 패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소수의 발표자가 10분 내외의 발표를 하고 전원이 토론자로 참여하며, 포스터 세션에서는 전원이 포스터 전시를 하고 발표자 겸 토론자로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이 학술적 의사소통의 다양한 측면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메타버스를 대학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대부분 메타버스 공간을 대학 강의실과 유사하게 구현하여 학습 설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교수자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과를 기하기 위해서는 강의실만 옮겨 오는 방식의 메타버스 수업이 아니라, 학생 주도의 과제 발표회나 전시회를 메타버스에서 개최한 경우(김수연, 윤서연, 오지원; 원종윤, 이민구)를 비롯하여 모의학습을 통한 교육적 효과(유명현, 2003: 15-17)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작품 발표회나 모의학습의 이점을 대학 글쓰기 교육에 적용하면 학생들은 가상 학회장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학술 담론의 장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와 오브젝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 효과를 얻거나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가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메타버스 공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간 설계부터 교수자가 직접 하면서 자신의 교수 설계에 맞는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메타버스 활용 글쓰기 교과목의 교수 설계와 운영 예시

연구자들은 다양한 계열과 전공 영역의 학생들로 구성된 한 수강반을 대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글쓰기 교과목을 설계하고 운영하였다. 수강반은 22학번 22명, 21학번 1명, 20학번 2명으로 구성되었다. 메타버스 활용 수업에 앞서 2022년 9월 5일부터 7일까지 구글 설문지를 통해 글쓰기 및 발표 경험과 메타버스 이용 경험 등을 파악하였다. 중고교 시절을 포함해 다섯 페이지 이상의 글을 완성해 본 경험이 5회 미만 또는 5-10회라고 응답한 수강생이 72%, 10-14회, 15-20회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수강생은 28%였다. 또, 중고교 시절을 포함해 10분 이상 발표를 해 본 경험이 5회 미만 또는 5-10회라고 응답한 수강생이 60%, 10-14회, 15-20회 혹은 그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40%였다. 호기심이나 학습을 동기로 메타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를 제외한 76%의 수강생은 메타버스 이용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수업 운영 방식으로는 차시별 학습 목표에 따라 이론 중심 강의와 메타버스 강의를 교차시키거나 하이브리드로 동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표 1]과 같이 S대학 ‘대학 글쓰기’ 교과목 공통 커리큘럼에 따라 이론 중심 강의가 요구되는 수업은 일반 강의실에서, 학습자 활동이 큰 비중으로 요구되는 수업은 메타버스에서 진행하였다. 일부 수업은 하이브리드로 운영하여 강의실이나 메타버스 중 한 곳에 출석하여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하였다. 또, 메타버스 자료실을 24시간 개방해 수업 형태와 상관없이 메타버스 학습 공간을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일반 강의실과 메타버스 학습 공간 사이의 공간적 연속성을 꾀하였다.
<표 1>
수업 운영 방식
내용 운영 형태
강의실 수업 메타버스 수업
1 수업 오리엔테이션
메타버스 적응 활동 자료실
2 글쓰기의 의의와 목표 (1)
글쓰기의 의의와 목표 (2)
3 인용과 출전 표기
글쓰기의 윤리
4 자료의 이해와 요약 자료실
과제 1(요약⋅논평문) 초고 작성 및 질의응답 조별토론실
5 주제 탐구를 위한 짧은 글쓰기 자료실
주제 심화를 위한 조별 토론 조별토론실
6 비교, 분류의 방법과 글쓰기 (1)
비교, 분류의 방법과 글쓰기 (2)
7 과제 2(비교문) 초고 작성 및 질의응답 조별토론실
정의의 방법과 글쓰기
8 서사, 묘사의 방법과 글쓰기
논증의 방법과 글쓰기
9 정확한 문장 쓰기
컨퍼런스 준비를 위한 라운드테이블회의 라운드테이블
10 과제 1에 대한 피드백 면담 (1) 자료실
과제 1에 대한 피드백 면담 (2) 자료실
11 과제 2에 대한 피드백 면담 (1) 자료실
과제 2에 대한 피드백 면담 (2) 자료실
12 학술에세이 구성하기 (1)
학술에세이 구성하기 (2)
13 포스터 작성 및 질의응답 조별토론실
패널 프레젠테이션 컨퍼런스룸
14 포스터 세션 (1): 1-2조 포스터세션장
포스터 세션 (2): 3-4조 포스터세션장
15 포스터 세션 (3): 5-6조 포스터세션장
공통 기말 시험
메타버스 수업은 ① 메타버스 안내 및 적응 활동(1주차), ② 자료 읽기 및 글쓰기 실습(4-5주차), ③ 주요 과제의 초고 작성 및 질의응답(4, 7, 13주차), ④ 학술에세이 주제 심화를 위한 조별 토론(5주차), ⑤ 컨퍼런스 준비를 위한 라운드테이블회의(9주차), ⑥ 주요 과제에 대한 면담(10-11주차), 그리고 ⑦ 패널 프레젠테이션(13주차), ⑧ 포스터 세션(14-15주차)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각 활동은 일상적인 글 읽기와 글쓰기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메타버스 자료실을 중심으로 조별토론실, 라운드테이블, 컨퍼런스룸, 포스터 세션 등 각 수업에 특화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각 공간에서 수강생들은 오브젝트와의 인터랙션 등을 통해 글쓰기의 과정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으며, 국제 학술대회 형식의 과제 발표회에 전원 발표자 겸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각 활동별 사례를 주요 공간과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메타버스 안내 및 적응 활동(1주차)
먼저 1주차에는 젭 어플리케이션 및 메타버스 공간 이용에 관한 간단한 가이드를 제작⋅배포하고, 메타버스 자료실 방명록에 인사말을 남기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방명록은 접속자가 자료실에 설치된 게시판 모양의 오브젝트 앞에 접근하면 활성화되는 패들렛 링크 형태로 구현하였다. 이러한 간단한 활동을 통해 수강생들은 메타버스 공간에 적응하고 오브젝트 인터랙션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으며, 수강 계획이나 희망을 밝히며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자료실 공간에 설치된 게시판, 독서대, 음료 자판기, 오디오, 책상, 소파 등의 오브젝트와 인터랙션하면서 공지사항 확인하기, 자료 읽기, 랜덤 음료수 뽑기, 배경음악 듣기, 글쓰기, 가까이 있는 접속자끼리만 오디오를 공유할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에서 대화 나누기 등을 시도할 수 있었다. 자료실에서 일상적으로 누적된 상호작용 연습은 후술하게 될 콘텐츠 학습과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 즉 동료 학습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배경이 되었다.
[그림 6]은 자료실 휴식 공간에서 접속자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는 모습이다. 유튜브 음악과 연동된 오디오, 패들렛과 연동된 공지 게시판(캡쳐 화면의 왼쪽에 위치), ‘F’ 키를 눌러 음료를 뽑을 수 있는 음료자판기, 패들렛과 연동된 방명록 등을 자료실에 설치하여 공간을 탐색하고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 6]
자료실 휴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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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자료 읽기 및 글쓰기 실습(4-5주차)
4-5주차에는 이론 중심 강의와 메타버스 활동을 교차하여 강의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는 글쓰기 활동을 메타버스 자료실에서 진행하였다. 이 공간에서 ‘자료 읽고 내 생각 쓰기’와 ‘주제 탐구를 위한 짧은 글쓰기’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림 7]은 자료실에 설치된 독서대와 모니터를 통해 읽기 자료를 학습하는 모습이다. 접속자가 자료실에서 독서대, 모니터 등 오브젝트에 다가가면 미리 설치해 둔 텍스트 및 동영상 자료가 팝업 형태로 제시된다. 읽기 자료와 동영상은 매주 새로 게시하였다. [그림 8]은 자료실 글쓰기 공간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다. 책상 오브젝트에 다가가면 미리 설치해 둔 공유 문서가 팝업 형태로 제시된다.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짧은 글쓰기를 진행하는 일련의 연속적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그림 7]
자료실 읽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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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자료실 글쓰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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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주요 과제의 초고 작성 및 질의응답(4, 7, 13주차)
주요 과제의 초고 작성 및 질의응답 수업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하여 강의실이나 메타버스 중 한 곳에 출석하여 글쓰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하였다. 각자의 글쓰기에 집중하면서도 한 화면 속에서 같은 활동을 수행하는 동료들과의 공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④ 학술에세이 주제 심화를 위한 조별 토론(5주차)
5주차에는 학술에세이의 주제를 서로 발표하고 조별토론을 통해 주제를 심화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림 9]와 같이 각 테이블은 프라이빗 영역으로 설정되어 전체 동료들과의 공존감을 느끼면서도 조별 토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일반 강의실에서와 달리 교수자는 방향키만으로도 각 공간을 쉽게 오가며 조별 활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습자가 조별 테이블 앞에 앉아 ‘F’ 키를 누르면 [그림 10]과 같이 미리 설치해 둔 조별 공유문서가 활성화되었다. 조별 토론 내용을 공유 문서에 실시간으로 기록함으로써 토론 및 협업적 글쓰기를 통한 조별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문서의 링크를 수강반과 공유하여 다른 조의 논의 내용을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그림 9]
조별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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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조별토론 테이블에 연동된 공유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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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컨퍼런스 준비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9주차)
[그림 11]에서 보는 것과 같은 9주차에는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진행하여 수강생들과 학술대회와 관련된 주요 의사 결정을 하였다. 수강생 전원이 음성 또는 채팅을 통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였다. 패널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하기를 희망하는 수강생이 많았기에 수강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6명의 발표자를 추첨하여 결정하였다. 본 수업에서는 학술대회의 제반 사항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실행 단계에서, 또 수강생들의 희망에 따라 추첨 방식으로 발표자를 정하게 되면서 라운드테이블을 한정적으로 활용하였으나, 주제에 관련된 토론을 하며 학술대회의 최종 제목을 결정하고 토론을 통해 같이 논의할 내용에 부합하는 발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림 11]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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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주요 과제에 대한 면담(10-11주차)
10-11주차에는 자료실 대화 공간을 활용하여 교수자와 수강생, 그리고 조교가 주요 과제에 대한 개별 피드백 면담을 진행하였다. [그림 12]에서 밝게 표시된 구역은 프라이빗 영역으로 설정되어, 이 구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내용은 다른 접속자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교수자와의 면담 내용을 보호 받으면서도 동료 실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림 12]
자료실 중 대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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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패널 프레젠테이션(13주차)
13-15주차에는 패널 프레젠테이션과 포스터 세션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학술대회 형식의 과제 발표회를 열어 초고를 발표하고 논평을 주고받는 동료 피드백 활동이 진행되었다. 패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6명의 발표자가 10분 동안 학술에세이 초고를 발표하였으며, 수강생 전원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전달하였다. 일반 강의실에서는 발표를 진행하더라도 수강반 전체의 모습을 조감하기 어려운 것과 달리,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그림 13]에서처럼 모두가 자신을 비롯한 학술대회 현장을 조망적 시선에서 바라보며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술 담론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장에 참여하는 경험을 보다 의식적으로 축적할 수 있었으며, 또한 한 학생이 학기 말 설문에서 진술한 것과 같이 “글을 쓰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또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수강생들에게 채팅 기능을 통한 토론 참여를 요청하였음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탑재되어 있는 말풍선 표시 기능과 다양한 표정 표현 기능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동료와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그림 13]
패널 프레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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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포스터 세션(14-15주차)
패널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수강생 전원의 포스터 발표회가 세 차시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림 14]와 같이 구현된 포스터 세션에서 한 차시당 8-9인이 포스터를 발표하였고, 이를 참관하는 동료 수강생과 교수자는 채팅이나 음성 대화, 패들렛과 연동된 방명록을 통해 토론에 참여하였다. 수강생들의 포스터는 단순히 자료를 정리한 수준이 아니라 한 학기 동안 강의의 공통 주제를 탐구하고 조별 토론과 연구를 거쳐 주제의 방향을 가다듬은 결과물로서 주제의 보편성과 함께 창의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림 14]
포스터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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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5]와 같이 오브젝트로 설치된 각 포스터 앞에 다가가면 포스터를 열람할 수 있고, 댓글 기능을 이용하여 동료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각 차시의 마지막에는 모든 발표자의 소감을 듣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포스터 발표회 역시 패널 프레젠테이션과 마찬가지로 실제 학술대회의 포스터 세션과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동료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또 수강생들의 글이 일반적인 학사관리시스템에서와 같이 고립되어 게시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 나란히 게시되고 자리를 옮겨가며 발표를 진행하는 형식을 통해 수강생들은 전체 주제 하에 서로 다른 세부 주제로 작성된 각자의 글을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볼 수 있었다. 또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고 상호 존중하며 활발하게 토론하는 학술 담론 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 일반적인 발표 수업의 경우 수업 이후에는 발표 현장이 보존되기 어려우나, 메타버스에서는 포스터 전시와 토론 내용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질병 등의 사유로 부득이하게 결석한 경우에도 활동을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림 15]
포스터 및 방명록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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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학습자들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다양한 오브젝트와 인터랙션하며 자기결정성을 자극하는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 시공간의 한계로 인해 일반 강의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재현된 학술대회장에서 발표하고 전시하며 토론하는 가상적 실재의 경험을 통해 학습자들은 예비 학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학술 글쓰기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동료 실재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고 서로 친밀하게 상호작용하였으며, ‘글을 읽고 쓰는 나’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다중 시점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10) 메타버스 활용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전원이 발표자 겸 토론자로서 성공적으로 학술적 의사소통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끝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쓰기 강의에 대한 경험을 묻는 설문을 2022년 12월 5일 구글 설문지를 활용해 진행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22명에게 메타버스를 통한 수업이 학술적 글쓰기 및 의사소통의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긍정 응답은 20건이었으며, 그 이유를 써달라고 요청하였을 때는 [표 2]에서 보듯 학습자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을 꼽은 응답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실제와 같은 발표와 토론의 경험이 가능했다는 응답이 5건, 얼굴이 보이지 않아 발표⋅활동에 대한 정서적 부담이 완화되었다는 응답이 1건이었다.
<표 2>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쓰기 강의에 대한 경험 설문 결과
질문 응답
우리 수업에서는 다양한 메타버스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글쓰기와 학술적 의사소통의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5점 척도 평균) 4.41
위와 같이 응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개방형) 활발한 토론과 상호 피드백(15건), 실제 같은 발표 경험(5건), 정서적 부담 완화(1건), (‘보통’ 응답 학생) 장문 연습 필요(1건), (‘부정’ 응답 학생) 자신의 노력 부족)
zoom 등 화상회의 앱을 활용한 대학 비대면 강의와 비교하여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비대면 강의에는 어느 정도 만족하였나요?(5점 척도 평균) 4.64
위와 같이 응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개방형, 중복 코딩) 다양한 콘텐츠 활용(5건), 양방향 의사소통과 다양한 참여 방식(5건), 강의 형식의 다양성(5건), 정서적 부담 완화(5건), 재미(4건), 현실감(2건), 집중 용이(2건), (‘보통’ 응답 학생) 접속 불량 빈번(2건)
그 밖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쓰기 강의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개방형, in vivo 코딩) “글을 쓰는 나를 믿어주는 또 다른 내가 필요했던 것”을 깨달았음, “학부 생활에서 계속될 글쓰기와 발표 활동을 다듬을 수 있”었음 등
또 화상회의 앱을 활용한 일반적인 대학 비대면 강의와 비교하였을 때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비대면 강의에는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는 물음에도 22명 중 20명이 긍정 응답하였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일방향식 강의가 아니라 학생이 주도하는 참여형 강의가 가능하다는 점, 강의 형식이 다양하다는 점, 발표 시 부담이 적다는 점 등이 언급되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학습자와 콘텐츠 간 상호작용과 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증가, 그리고 실감이 부여된 글쓰기와 발표 연습을 통한 학습 효과 증대 등의 효과가 확인되었다. 한편 젭(ZEP) 플랫폼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발견되었다. 이는 교수자가 사전에 충분히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고 접속 환경 등에 대한 안내를 강화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5. 결론 및 제언

이러한 메타버스 활용 발표 수업은 앞으로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학생들에게 메타버스 세상에 적응하고 활동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교육 효과가 크다.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그 세계의 규범에 따라 상호작용하면서 가치 창출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 즉 메타버스 리터러시(박상준, 2022: 117)를 계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 시도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상시 글쓰기 실습 및 학회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가상 과제발표회는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과목과 과정 중심 글쓰기 커리큘럼의 특성에 맞추어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글쓰기 과목 외에도 의사소통 능력이나 협업 능력이 요구되는 발표 수업이나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제안한 메타버스 활용 강의 모델은 변주와 응용을 거치면 발표와 토론을 실시하는 거의 모든 대학 강의에 적용해볼 수 있는 범용성이 높은 강의 모델이기도 하다. 대학의 학사관리시스템에 메타버스를 연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교수자가 각 수업의 목적에 맞는 맵을 설계해 활용할 수 있고, 공통 교과목의 경우에는 메타버스 강의실을 협업하여 구축하고, 맵 설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활성화됨으로써 화상강의와 현장 강의 사이에서 실시간/비동시 수업,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등 강의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 대학 교육에서 또 하나의 대안으로 메타버스 강의가 많이 시도될 뿐 아니라, 다양한 교과목에 맞는 교수 설계가 다양하게 제안되고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Notes

1) 황요한(2021: 386)주현재, 최성경, 정은실(2022: 13-14)에서는 단일 행사 중심의 메타버스 활용에서 나아가 메타버스 교육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수 설계 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 최근 10년 동안 교육적 맥락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경험 연구의 성과를 분석한 조희수, 하지은, 허열(2022)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학습 목표 및 교과목 특성에 따른 메타버스 환경을 설계하고 교육적 효과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지적하였다.

2) 선행 연구에서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된 원격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주목된 경향이 있다. 전주현(2021)에서는 일반적인 원격 수업에서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에서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원종윤, 이민구(2022)에서는 화상회의 앱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하였다.

3) 아직 본격화 단계는 아니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술 교육 사례(송수연, 2021)라거나, 고전문학을 재해석한 영상물을 메타버스에서 제작하고 그 성과 또한 메타버스에서 전시한 수업 사례(김수연, 윤서연, 오지원, 2022)는 메타버스를 교육 목표에 부합하도록 활용하여 가상 교육의 장점을 극대화한 경우로 볼 수 있다.

4) 한국어교육(류선숙, 2022 등)과 같은 어문 교육 및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분야, 역사 교육(최희수, 김상헌, 2017 등) 및 미술 교육(이경아, 2021 등) 분야, 기초의학(이문영, 2022), 공학 설계(정미숙, 2022) 등 기술 분야, 교양철학(윤주한, 이다민, 2022) 등 교양 교육 분야, 고전 문학의 재해석 및 콘텐츠화 과정에서 메타버스 공간 설계를 교육 과정에 포함한 경우(김수연, 윤서연, 오지원, op. cit.)를 비롯해 다양한 개별 교과 영역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또는 메타버스 공간 설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별 사례 연구가 양적으로 축적됨에 따라 교육적 활용의 양상을 분석하거나 유형화하는 등의 메타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황지온, 2022; 김은비, Daniar Estu Widiyanti’, 신수용, 2022; 안재은, 2022; 조희수, 하지은, 허열, op. cit. 등).

5) 윤주한, 이다민(2022: 286-286)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VR챗’을 활용한 교양철학 비대면 수업 사례를 통해 학습자의 실재감이 향상되고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나아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양 교육에는 평등하고 분산적인 상호작용과 실재감이라는 비대면 교육과 대면 교육의 각 장점을 절충하는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의의가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6) 김수연, 윤서연, 오지원(2022: 7)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화된 온라인 교육에서 메타버스의 활용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디지털 감수성과 같은 학습자의 세대적 특성에 주목하였다.

7) 후술하겠으나, 이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된 자료실에서 학생들은 자료 읽기, 간단한 글쓰기 등의 과제를 수행하였다. 정규 강의 이외의 시간에도 학습자료에 접속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학사관리시스템과 유사하나,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자신이 아바타를 통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실연함으로써 과제의 형식성이 완화되고 실감이 증가하며 글쓰기의 과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동시 접속한 동료와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의 학사관리시스템에서보다 동료 실재감이 강화된다. 본고에서는 동료 실재감 강화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효과에 대한 연구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8) 젭을 예로 들면, 임베딩이란 공간 자체에 파일을 삽입하는 기능이며, 인터랙션이란 공간에 설치된 오브젝트에 접속자가 접촉하거나 해당 오브젝트에 접근한 채 특정 동작을 실행했을 때 팝업 등 미리 준비된 효과가 구현되는 기능이다.

9) Hew, K. F., & Cheung, W. S.(2010). “Use of three-dimensional(3-D) immersive virtual worlds in K-12 and higher education settings: A review of the research”,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Technology, 41(1), 33-55.

10) 김평원(2021: 73)은 가상 공간에 디지털 휴먼을 설정하는 방식의 메타버스 러닝에서 나타나는 시점 교차 현상에 주목하고, 이와 같은 시점의 교차를 통해 실제 강의실에 와 있다는 느낌인 임장성(臨場性, Telepresence)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 수업 역시 아바타에 수강생과 교수자를 투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메타버스 러닝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영화에서의 쇼트(shot) 기능을 활용하듯 극사실적인 임장성을 연출하는 데에 주력하기보다는 구역 잠금 설정이나 오브젝트 팝업 기능 등을 통해 1인칭과 3인칭이라는 다중 시점에 동시 노출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글을 읽고 쓰는 나’를 스스로 인지하는 경험을 통해 가상의 경험이 실재의 나와 통합될 수 있으며, 전체 동료들의 실재감 속에서 조 단위 혹은 일대일의 의사소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다중 시점을 활용하는 방식은 교과목의 목표나 메타버스 공간 활용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임장성의 종류도,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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