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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5); 2023 > Article
대학 인성교육으로서의 ’사회원예’의 목표와 실제 -E대학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을 중심으로

Abstract

본 연구는 ’사회원예(socio-horticulture)’를 기초로 한 E대학의 인성교육 교과목 <나눔커뮤니티가드닝> 수업의 개발 배경과 과정, 운영 방식 및 주요 교육 내용 등을 살펴봄으로써, 생태 문명으로의 지체 없는 전환을 일상의 전방위적 영역에서 요청받고 있는 인류세의 가장 최근 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학인성교육 모델의 가능성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E대학의 인성교육의 전신인 <나눔리더십> 교과목과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타 대학의 도시농업 교과목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연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과 내용뿐만 아니라 농사 공간 및 시설 설치, 교수의 도시농업 연수, 학습자 니즈 계발 등의 교과목 개발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며 분석하고자 한다. 아울러, 수업의 평가방식과 운영 지원 체계를 서술하고, 한국의 사계절에 적합한 ’사회원예’ 교육 커리큘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학 인성교육으로서의 ’사회원예’의 의의와 가치를 평가하고자 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potential of a new university character education model for today’s college students who are seeking an immediate transition to an ecological civilization in various aspects of their daily lives. To achieve this, it examines the background, development process, operational methods, and key educational content of the course “SHARE Community Gardening” at E-University, which is based on the concept of “socio-horticulture.” In doing so, it will not only highlight the distinctions between this course and E-University’s precursor course, “SHARE Leadership,” but also differentiate it from urban agriculture courses offered at other universities. Furthermore, the study intends to provide a detailed description and analysis of the course development process, including the establishment of farming spaces and facilities, urban agriculture training for instructors, and the identification of learner needs. Additionally, it will describe the assessment methods and operational support system for the course, and introduce a curriculum for “socio-horticulture” education suitable for the four seasons in Korea. Ultimately, this research seeks to evaluate the significance and value of “socio-horticulture” as a component of university character education.

1. 서론: 원예에 대한 일반 정의 및 국내 교육 현황

루소(2012, p. 36)는 “식물은 재배에 의해 가꾸어지고 인간은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다”라고 말하며 식물 재배와 인간 교육의 방법론적 유사성을 언급했다. 그런데 만약 식물 재배 자체가 인간 교육의 방법론이자 내용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본 연구는 ’사회원예(socio-horticulture)’를 기초로 한 E대학의 교양 교과목 <나눔커뮤니티가드닝> 수업의 개발 배경과 과정, 운영 방식 및 주요 교육 내용 등을 살펴봄으로써, 생태 문명으로의 지체 없는 전환을 일상의 전방위적 영역에서 요청받고 있는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학인성교육 모델의 가능성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원예’는 일반적으로 울타리나 온실 하우스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작물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농업을 의미한다. 원예의 한자어 園藝의 園와 영어 horticulture의 라틴어 어근 hortus 모두 ’프레임이 있는 제한된 공간’이란 뜻을 지시하는 정원(garden)을 의미상 내포하고 있는데, 담이나 울타리 자체를 치기 어려운 거대한 대지 농업보다는 인간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거주지 내부나 도시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작물 재배를 주로 뜻한다. 최영애(2003, pp. 23-24)에 따르면, 서구권의 horticulture 개념은 에덴동산(Garden of Eden)이나 낙원(Paradeisos)과 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던 고대 근동의 모든 종류의 아름다운 꽃을 가진 정원에 대한 이상향에서 출발하였으나, 단순히 미적 목적에서 꽃을 재배하는 가드닝에서 더 나아가 채소나 과일과 같은 식용 가능한 작물을 재배하는 의미의 정원 농업 개념으로 발전했다. 현대의 관점에서 원예는 개인에게는 마음과 감정의 발달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공동체 복지와 건강을 증진하는 도시 및 근교 농업 전반을 지시하며, 예술과 과학의 협업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1)
국내의 가드닝 원예는 2000년대 중반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직접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2005)을 시행하고, 산림청이 수목원의 조성과 관리, 운영을 담당할 전문인력 가드너(gardener)를 추진하면서부터 공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부설의 평생교욱원이나 시⋅도의 유관기관, 나아가 다양한 사설 기관의 가드닝 강좌가 널리 개설되기 시작하였다. (김오경 외, 2011, p. 2) 특히, 국내 가드닝 원예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2년 최초로 제정(2017년 개정)된 이후, 수목을 가꾸는 가드닝 영역에서 채소와 과일 같은 먹거리 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농업’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시농업’은 도시인을 위한 농산물 공급을 기본으로 하여, “환경보존, 녹지창출, 경관제공, 정서공간, 교육기회, 생태 환경 조성 등 다원적 기능을 갖는다.”(장동헌, 2007, p. 80) 이러한 목적 아래, 이미 도시농업 보급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기존의 민간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도시농업지원센터’로 지정받게 되었으며, 민관 협력을 통한 조직적인 도시농업 확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십여 년간 민관의 협력으로 도시농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 과정의 학교는 대표적인 텃밭 보급의 장이 되어 왔다. 그러나 농업은 이미 1998년, 윤구병이 중등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개교한 변산공동체학교에서 대안 교육의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그는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문화(’만드는 문화’) 저변에 흐르는 무한 자본증식 욕구를 비판하며 대항 문화로서의 ’기르는 문화’를 제안하고,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 내려와 농사”짓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실험하였다. (윤구병, 1998, p. 243) 그러나 그가 시도한 농업 교육은 일차적으로 거주지로서의 도시를 벗어나 장단기의 농촌 귀향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공동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전체”(윤구병, 1998, p. 248)를 학교로 삼고 있기에, 2010년대 이후부터 발전한 민간 협력의 ’학교 텃밭’ 교육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실험적 교육이 국⋅영⋅수와 자연, 예체능으로 이루어진 모든 정규교과 과목을 통합한 형태로써 농업 교육을 중심에 삼고 있는 것에 비해, 도시농업으로서의 ’학교 텃밭’ 교육은 기존 공교육 제도의 분과형 교과과정의 일부로서 실과의 노작교육이나 과학탐구 교과의 실험관찰 교육, 그리고 인성교육을 위한 비교과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학교 텃밭’은 학생들에게 여가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자연학습과 인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장이 되는 동시에 공원 녹지와 같은 자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김희정 외, 2013, p. 106)
’학교 텃밭’ 보급사업은 기본적으로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대학은 주로 제외되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 기관인 E대학의 경우, 2019년 해당 교과목 개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학교 텃밭 사업의 확대’를 약속하고 E대학의 ’도시농업’ 관련 교과목 개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였으나 (서울시 도시농업과, 2019) 이후 발생한 시정 공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도시농업이나 원예 교육은 소수의 대학에서 설립 이념이나 교육 목적에 따라 자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현재 교양 교과 영역에서 농업 과목 개설 및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으로는 삼육대와 중부대, E대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식물 재배를 교양교육에 가장 먼저 적용해 온 삼육대는 기초교양필수 중 <그린교육>이라는 명칭으로 2학점 노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삼육대는 설립단체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가 표방하는 교육 이념에 따라 “지적⋅영적⋅신체적 균형진 발달을 도모하는 전인교육”으로서의 노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박완성, 2012, p. 411) 중부대(국제캠퍼스)의 경우 ’바름과 유능함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교양교육 목표 아래, 일상생활 세계에서 학문적 활동이 적용될 수 있는 <키움과 나눔> 교과목을 자유교양 영역(생명과 자연)으로 개발하여 텃밭 노작 체험을 대학 교양 교과 내에서 학습자가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은영 외, 2021)
E대학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도 언급한 두 대학과 유사하게 식물 재배를 교양교육으로서의 인성교육 방법이자 내용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은 E대학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의 특징과 차별점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여성전문교육기관으로 대표되는 E대학의 인성교육 전통에서 사회원예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학 교양교육으로서의 인성교육이 대학이 추구하는 전통적 교육가치와 당면한 사회적 과제를 어떻게 교차하며 진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농업을 대학의 교양교과 교과목으로 개발하기를 원하는 타 대학 교육 담당자들에게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의 교육 목표와 준비 나아가 운영 전반의 실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교과목 개발의 동기를 자극하고 필요한 준비 과정의 절차나 수고로움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선행 연구 작업을 펼치고자 한다.

2. ’사회원예’를 통한 인성교육의 배경과 목표: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교육으로서의 원예는 ’가드닝’, ’도시농업’, ’학교 텃밭 교육’, ’노작교육’ 등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혼용되어 불린다. E대학 역시 강의계획안의 교과목 소개에서 ’가드닝’과 ’도시농업’이라는 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들의 상위개념으로서 ’사회원예’(socio-horticulture)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E대학의 인성교육 전통의 연장선 위에서 식물 재배 교육의 목표와 가치, 의의 등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인한다.
’인성교육’이 단순히 성품(personality) 교육 너머 인간 도덕성에 기초한 ’인간다움’의 보편적 가치를 자율적으로 체화하도록 하는 인격(character) 교육이라면, ’시민교육’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변화⋅발전하는 ’시민다움’이라는 상대적 가치를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확립해 나가도록 돕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 메리 F. 스크랜튼이 설립한 E대학은 한편으로는 “사랑과 섬김, 나눔에 바탕을 둔 기독교의 보편적 인간 교육”을,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한국인다운 한국인’이라는 사회적 정체성과 책임 의식의 교육(현대식으로 시민성 교육)”을 통합하는 인성교육을 추구한다. (김혜령 외, 2016, p. 421) 이러한 전통에서, E대학의 인성교육은 시민교육과의 대치보다는 상호 융합을 꾸준히 추구하는 확장된 사회적 인성교육 형태로 발전해왔다.
E대학의 인성교육의 목표가 2013년 기초필수교과로 개설⋅운영된 <나눔리더십>(3학점, 3시간)이라는 정규 교과목의 형태로 구체화 되면서, E대학의 인성교육은 ’나눔’이라는 키워드를 교과 인성교육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교양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나눔리더십>이 기초필수 교과목에서 지정이 해제되었지만, 오히려 ’나눔’ 핵심으로 하는 E대학의 인성교육은 학습자 자율 선택이 가능한 <나눔과공존의리더십>, <나눔과 소셜디자인>, <인권윤리학> 교과목과 더불어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으로 새로이 분화되면서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 욕구가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E대학 인성교육은 보편적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인성교육과 시대적 사회성이 반영된 시민다움을 교육하는 시민교육이 상호 교차하는 지점에서 교육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며 교과목을 개발해 왔다. 우선, 선행 인성 교과인 <나눔리더십> 경우, E대학의 설립자와 초창기 선교사들이 추구했던 ’가장 한국인다운 한국인’이라는 인재상이 민족교육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며, E대학이 추구한 ’한국인다움’을 강조하는 인성교육 전통이 오히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의 상황에서 지배 체제에 저항적인 시민 정체성을 키우는 데에 이바지하여 왔음을 강조하였다. 이에, <나눔리더십> 교과에서는 ’시민다움’의 문제의식과 정체성을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 시민성(글로벌 시민의식)의 관점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과 내용이 주요하게 구성하였다. 이는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확장된 세계화가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세계 시장을 형성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대하고 개인과 개별 국가 간의 경쟁을 전 세계 무대로 확장하는(윤인진, 2012, p. 13)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반성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눔리더십>의 세계시민 교육은 전쟁과 빈곤, 인권, 국제이주, 환경 등의 다양한 전 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감수성을 함양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학습자 자신의 책임과 대안적 행동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E대학의 인성교육 전통을 잇는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 역시 ’세계시민’이라는 관점에서 학습자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국⋅내 외의 다양한 시대적 변화들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교과목은 단순히 사회원예를 세계시민 교육을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 능력’ 중 하나를 함양하거나 ’사회 참여’의 한 가지 방법을 체험하는 기존의 교육 방법론에서 벗어난다. 그 이유는 2000년대 이후 출생한 대학생들이야말로 IPCC 6차 보고서를 강제로 송달받은 ’인류세’(Anthropocene)의 제일 최근 세대로서, 이들이 성인기에 접어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이미 1.5℃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IPCC, 2023, p.12) 더 이상 기후 위기 문제가 인간의 건강한 삶과 안락한 일상을 방해하는 환경 문제로 머물지 않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지구 생태 위기’에 대한 긴박한 문제의식 없이는 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빈곤과 이주, 난민, 전쟁, 홍수, 가뭄과 대형화재, 나아가 다양한 종의 종말 등과 같은 재앙들에 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현세대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전홍석(2011, p. 267)은 “금세기 생태학적 진단은 현대 공업 문명이 조성한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 모순 양식을 생태학적 법칙과 가치관에 기초한 정신적⋅물질적⋅제도적 여러 측면의 개선과 변혁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상정한 생태 문명의 건설은 생태 회복과 환경관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 문화 양식의 혁신과 관련되어 있다.”라고 했다. 이에 그는 전체적인 혁신이 “거대한 규모의 거시적인 세력 관계와 연계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간의 지성, 인성, 감수성, 욕망 등과 같은 미시적 영역과도 관계해야” 한다고 말한 이재성의 주장을 수용했다(이재성, 2008, p. 5. [재인용] 전홍석, 2011, p. 267).
이와 달리, 김종철(2019, p.10)은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생태 문명이 전무후무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근대문명이 훼손한 비근대적 삶을 재생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재창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지금 인류가 봉착한 생태학적 위기의 원인이 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근대의 발전사관에 있기에 “농경적 감수성” 회복을 통해 “농업 문명 시기 동안 인간이 쌓아온 덕성들, 예를 들어 자연에 대한 공경과 순응적 태도, 근면성과 인내심, 자기 절제와 겸손, 예의 작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등과 자치, 자립의 관념 등”을 다시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김종철이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농경적 감수성과 덕성들은 여성전문교육기관인 E대학의 사회원예 교육의 목적으로 그대로 삼기에는 그 한계점이 분명하다. 『녹색평론』의 편집자로서 그는 공해추방 지역 환경운동이나, 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운동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한국생태운동을 이끈 여성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가부장제적 자본주의가 파괴하는 생명 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한 여성적인 ’보살핌의 경제’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김보경(2023, p. 35)은 동시대에 생태주의적 사고를 공유한 김지하와 장일순과 마찬가지로 김종철 역시 본질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 김종철은 현대문명의 위기를 근대 자본주의와 기계론적 자연관에서 원인을 찾고 있어서, 자연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기 위해 인간 본성 회복에 호소한다. 즉. 인간 본성이 “자연의 도를 따르는 순리”에서 기인하며, “자연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적대하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김보경, 2023, p. 35) 문제는 인간에게 절대 훼손되지 말아야 할 ’본성’이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으로 전제하는 생물학적 결정주의 관점은 여성의 생식적 특성을 ’여성 됨(being-woman)’의 본성으로 너무 쉽게 환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결과 여성주의에서 비판하듯이, “권력관계를 해체하기를 요구하는 정치적 사안을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고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다면 자연스럽게 그럴 것이라는 도덕적 문제로 탈바꿈할 위험”이 있다(김보경, 2023, p. 35).
실제로 가부장제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에 이르러서 생긴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의 농업 문명에서부터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다. 농부(農夫)와 아낙의 성차별적 분업에 철저하게 기대어 발전한 농업 문명에서 여성에게 허락된 농경적 감수성이란 희생적 어머니로서의 재생산과 돌봄 노동, 나아가 끝없이 이어지는 자질구레한 김매기 텃밭 노동을 묵묵히 감당하도록 만드는 이데올로기적 도덕으로 작동해왔다. 실제로,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도덕을 담고 있는 여신 신화들의 경우 “여성의 몸은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한다는 점에서 식물의 씨앗을 품었다가 싹을 트게 하고 자라게 하여 결실을 맺는 대지와 같은 성격”을(서대석, 1997, p. 268) 가진 것으로 재현함으로써, 신화를 전승하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대지의 생산력을 여성이 어머니로서 타고난 본성, 즉 자연 본성인 것처럼 여기게 만들어 왔다.
농업 문명의 인간이 평등과 자치, 자립의 관념을 덕성으로 품었다는 김종철의 또 다른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 여성주의 역사학자 거다 러너가 지적하듯이 농업 문명에서 이루어진 농업 생산의 집약화는 식량 기반의 안정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잉여 생산에 대한 독점으로 종교권력과 국가권력을 탄생시키며 권력자와 농민, 대농과 소농, 주인과 노예,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위계를 발생시켰다. 심지어 “생태학적으로 제한된 공간에서는 농업생산물 증가에 의해서나 영토확장을 통해서만 증가하는 인구에 대한 식량공급이 가능”하기에 결과적으로 군사주의를 촉발하였다. (거다 러너, 2004, p. 102) 즉, 부계 중심의 농업사회의 특징과 분리될 수 없는, 과거의 농업 문명은 - 김종철의 신념과 달리 - 인간의 불평등과 압제, 국가주의와 제국주의의 관념을 인간이 마땅히 품어야 할 덕성으로 이데올로기화 해왔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고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꾀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교육적 지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의 사회원예는 다음과 같은 교육 목표(<표 1>)를 통해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여성 대학생 학습자가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깊이 성찰하고 이에 대한 실천 동기와 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집중한다.
<표 1>
사회원예로서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육 목표
거시적 교육 목표 미시적 교육 목표 설명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 이원론⋅인간중심주의⋅성차별주의 벗어나기 ‘이성>자연’, ‘인간>동물’, ‘남성>여성’의 위계적 이원론의 기원과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

근대 기계론적 자연관 벗어나기 자연에서 생명성을 배제하고, 인간의 정복과 개발 대상을 여겨왔던 것에 대한 반성

대량 소비사회 비판적 성찰하기 의식주 전반에서 나타나는 대량 소비의 폐해와 지속가능성의 조건을 성찰하며 자급과 절제, 나눔의 덕을 함양

시민 참여민주주의 중요성 인식하기 지구 생태 위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공동체의 실효성 있는 제도 및 실천 방안 창안

지구 생태 구성원으로서 정체성 확립하기 지구에 더불어 사는 비인간 존재들의 생명권을 이해하며, 위계나 지배가 아닌 상호 공존 관계로 인식하는 전일론적 세계관 학습
이러한 교육 목표는 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작교육과 비교하여 E대학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의 차별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삼육대학교의 노작교육은 다섯 가지 교육 목표 중 두 번째로 “창조주를 경외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자연친화적 인간이 된다”라고(박완성, 2012, p. 412) 밝히고 있다. 중부대학교의 노작교육 역시 교육의 다양한 가치 중 하나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인식하며 다양한 생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생태교육을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박은영 외, 2021, p. 144) 그러나 두 과목 모두 커리큘럼에서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되는 근대 산업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수업의 내용으로 담고 있지 않다. 문명사적 비판과 반성을 커리큘럼의 기초 단계에 적극적으로 담아내기보다, 텃밭에서 직접 노동하는 노작 경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명 존중의 감수성을 간접적으로 키워내고자 한다.
이에 반해, E대학의 사회원예 교과목은 거시적 학습 목표 자체를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으로 내세우며, 근대 산업문명이 초래한 생태 위기 앞에 인간이라는 종의 “생태적 회개”가(홍태희, 2021, p.148)2) 근원적으로 전제되어야 함을 성찰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은 수업의 내용을 이론(교실수업)과 농사실습(텃밭수업)로 1 대 2로 구분하여 구성하고, 이론 부분에서 근대 산업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 방법 등을 다룬다. ’환경윤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도 레오폴드(2020, p.268)는 “토지 윤리의 진화는 감정적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지적 과정이기도 하다. (중략) 나는 윤리의 영역이 개인으로부터 공동체로 확장됨에 따라 그것이 지적 내용이 증가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로 대표되는 지적 과정의 동반 없이는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윤리의 내면화가 학습자에게 쉽게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교과목 개발 과정 및 설계

2020년 교양교과 개편을 1년여 앞두고 E대학 교양대학의 <인성교육실>은 기존의 ’나눔 정신’에 기반한 인성교육에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에 대한 감수성을 매개로 한 새로운 형태의 교양 교과목 개발을 고민하며 ’사회원예’를 택하였다. 그러나 교실이 아닌 공간에서 도시농업을 교육 내용을 삼은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면(텃밭 공간 마련, 교수 도시농업 연수, 학습자 니즈 계발)에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였다.

3.1. 교과목 개발 과정

3.1.1. 텃밭 공간 마련 및 시설 설치

첫째, 농사 실습을 위한 캠퍼스 텃밭 시설이 우선하여 계획되고 마련되어야 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노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도시농업에 적합한 상자 텃밭을 대량으로 놓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관개시설 설치, 농기구 보관 장소 및 설비 등과 같은 물리적 환경을 준비하는 일은 교과목의 실제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핵심역량 설정과 학점 및 수업시수 결정, 학생 정원, 수업보조 인력, 텃밭 작물 선택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준비작업이야말로 수업 개설의 필수 전제가 되는 초기 투자 비용과 준비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E대학은 캠퍼스 내 후보지 3곳(미술대학 옥상, 정문 광장 일부, 생활환경대학 야외 조경 공간)을 교내 건축과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의 추천을 받고 도시농업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최종적으로 ’생활환경대학 야외 조경 공간’으로 결정하였다. 텃밭 결정에 있어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았으며, 최종으로 결정된 장소는 결정에 있어 주요하게 고려한 사항 모두에 부합하였다(참조 <표 2>).
<표 2>
도시 캠퍼스 내 텃발 공간 선택 시 고려사항
주요 고려사항 세부 설명
일조량과 통풍의 적절성 • 텃밭 전체적으로 일조량이 최소 1일 5시간 이상 충분한가? (건물의 그림자 피하기)
• 바람이 잘 통하는가?

관개시설 설치 가능성 • 제한된 시간에 학생 다수가 동시에 급수할 수 있는가?
• 흙과 낙엽 등 부유물을 처리하는 배수시설이 가능한가?

수업 공간으로의 적절성 • 야외 실습 시에도 교수자의 지도가 필요하기에, 소음 면에서 쾌적한가?
• 대량의 상자 텃밭과 농기구 보관 시설의 설치가 가능한가?
• 상자 텃밭 사이 학생들이 노작을 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 이론 수업을 진행할 교실과 가까운가?

캠퍼스 환경과의 조화 • 주변 환경 미관을 훼손하지 않는가? (방학 중 관리 어려움)
• 이미 조성된 주변 동식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가?

기존 시설 활용 • 기존에 배치된 시설 중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E대학의 사회원예 교과의 텃밭으로 결정된 생활환경관은 기존에 조경을 위해 사용하던 콘크리트 화분이 있어 나무 텃밭 상자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건물 측⋅후면에 빈 곳이기에 관개시설을 만드는 데에 비교적 유리하였다. 교양교육이 이루어지는 건물과 학생 동아리 건물과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의 출입이 많지 않은 곳이기에 교수자의 실습 지도가 이루어지기에도 적합하였다. 또한 무거운 짐을 운반할 일이 많은 수업 특성을 고려하여 비교적 차량 진입이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최종적으로 약 267㎡(약 82평)의 공간이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의 텃밭 공간으로 확정 지정된 뒤, 야외 관개시설을 방학 중 설치하고 낙하 방지를 위한 안전 펜스 설치를 완료하였다. 이후 텃밭 상자로 ’나무’ 재질의 상자를 선택하였는데, 이는 플라스틱 재질에 비해 더 많은 토양 투입이 가능함으로써 키울 수 있는 작물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전 조사와 도시농업 전문가 자문, 유사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 방문 및 미팅 등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하였기에 설치된 목록 물품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추가 설치해야 할 것은 없었다(<표 3> 참조). 다만, 교외의 노지 텃밭에 비해 도심 상자 텃밭의 생산량이 상당히 적다는 사실을 첫 학기 운영 결과를 통해 파악하게 되어, 최초 계획상 2개 분반 운영 확대를 실현하지 못하고 1개 분반 운영에 머물게 되었다. 이는 사전 조사와 자문 과정에서 노지에 텃밭을 운영하였던 자문 대학과는 다른 E대학의 환경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농업 노작의 상당 부분에 사전 작업이 필요한데 입식 생활에 익숙한 교수와 학습자를 위한 입식 작업대를 미리 설치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이러한 불편은 수업을 진행하며 나무 텃밭 상자 조립 시 사용하고 폐기하지 않았던 대형 플라스틱 파레트를 재활용함으로써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표 3>
첫 학기 시작 전 설치 완료된 시설
목록 용도 수량 비고
나무 텃밭 상자 교수자용
120*60*34cm(가로*세로*높이)
120*40*44cm
2 실습 시현용

비장애인 학생용
150*80*50cm
20 (1개/2인) 2인 1개의 상자를 맡고, 4인 2개를 1조로 구성(총 10개 조 구성)

장애인 학생용
120*55*26cm (다리 80cm)
2 상자의 깊이는 26cm로 낮게 하되, 상자에 다리를 달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작업할 수 있게 함.

공동 원예용
100*50*30cm
2 출입구 미관용으로 화초 재배

콘크리트 화분 학생용 + 여분의 텃밭
5120*49*60cm
약 200cm/조 기존의 관상용 화초를 제거하고 토양도 교체

관수시설
240*50*20cm
급수시설 (수도꼭지) 2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학생 위생 설비로도 필요

하수시설 (부유물 침전 장치) 1 미설치 시 하수도 막힘 위험

보관 시설 조립식 창고 1 농기구 및 개인 물품 보관

대형 캐비닛 2 농기구 보관

3.1.2. 교수자 도시농업 연수

E대학의 사회원예 교과목은 생태 위기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책임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인성교육’의 하나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기존 인성 교과목 담당 교수 3인 모두 도시농업의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도시농업관련 교수자 역량 강화가 최우선의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 도시농업지원센터로 지정된 (사)텃밭보급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생태⋅도시농업 교육을 위한 자문을 지원받기로 하였다. 특히, 도시농업 전문 교육가의 지도로 텃밭 지정이 예정된 공간에서 ’시범 텃밭 상자’를 설치하여 교수자 3인 모두 2019년 3~6월과 9~11월에 도시농업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도시농업 기초교육 과정을 이수하였다. 또한, E대학은 도시농업을 필수교양교과로 지정하여 오랫동안 운영해 온 일본 게이센여학원대학의 담당 교수들을 초청하여 <생명감수성에서 시작하는 치유와 공존의 인성교육 포럼>을 개최하였다. (2019. 5. 23) 같은 해 여름방학 중 E대학 사회원예 담당 교수진이 게이센여학원대학을 방문하여 교육과정 전반을 논의하고 도시농업 농장의 설비 시설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를 통해 인성교육 담당자들은 도시농업 비전문가임에도 농업을 교육 내용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며, ’사회원예’의 인성교육 적용에 대한 신념을 강화할 수 있었다.
도시농업 비전문가가 아닌, 인성교육 전문가에 의한 사회원예 교과 개설 및 운영은 E대학의 경우와 같이 문명 전환기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대한 이론적 보완을 도시농업에 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도시농업 전문가가 부재한 다른 대학에서도 도시농업 관련 수업이 교양교육 차원에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텃밭은 대학의 어떠한 연구 실험실보다도 통제되지 않는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매년 달라지는 계절의 상황이나 날씨의 변동성, 토질의 변화, 병해충, 주변 생태계와의 역동성, 작물의 특이성 등이 수업의 커다란 변수로 예상치 않게 등장하면서, 도시 농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깊은 멘토의 존재 없이 담당 교수의 노력만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힘들다. 2020년 1학기 첫 개설을 시작으로 2023년 2학기 현재까지 8학기가 진행되며 수업 담당 교수자들에게도 E대학 텃밭의 특수성과 적합한 도시 농법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히 쌓였으나, 이번 학기 처음으로 일부 상자 텃밭에서 발생한 다수의 모종 고사(枯死)와 같은 사고는 도시농업 전문가의 지속적 멘토링 없다면 쉽게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다.3)

3.1.3. 학습자 니즈 계발

취업경쟁이 학점경쟁으로 옮겨온 현 대학의 상황에서 새로 개발된 자유선택 교양과목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 각 대학의 최소 개설 인원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매우 불리해졌다. 특히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수업내용과 난이도, 교수 개인의 특성, 과제와 시험의 난이도, A학점 비율 등에 대해 익명으로 교류되는 정보가 학습자의 수강 신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기수강생들이 제공하는 정보 자체가 없는 신규 교과목은 개설 자체가 매우 어렵다. 이희용(2012, p. 269)의 말처럼 오늘날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기 위한 인재 교육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과목의 개설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전통적 학문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물(事+物)을 의제”로 하는 융합적 교과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임에 명백하지만, 수강 신청을 위한 정보 부재 상황에 새로운 수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힘든 육체노동을 교육 내용에 융합한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의 경우는 개설 첫해 수강 최소 인원을 무난히 채웠으나, 평가방식 ’S/U’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40명의 수강정원을 최초 4학기 동안 채우지 못했다. (다행히 2022-1학기부터 현재 2023-2학기까지 수강정원 40명이 조기 마감될 뿐만 아니라, 수강 신청 기간 대기인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신생 교과목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폐강이나 폐지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이 ’자유 선택교양’이라는 한계에도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잘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첫 학기 개설 전부터 도시농업이나 사회원예에 대한 교내 학습자들의 니즈 계발에 애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여름계절학기 교수 해외인솔 프로그램으로 <도시생명교육>(2학점 부여)을 개발하여 7박 8일간 일본 내 사회원예와 평화교육 교양 교과를 선도하고 있는 게이센여학원대학을 방문하였다. 이러한 교육 협력 과정을 통해, E대학은 이후 개설될 <나눔커뮤니티가드닝>에 대한 본교 학습자 중심의 니즈를 파악하고 보완하는 데에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10명의 학생은 도시농업이 대학 내 교양과목으로 개설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지 학생들과의 교류, 도시농업 수업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사회원예 교육이 추구하는 생명 감수성 증진의 필요성과 생태 위기의 급박함, 나아가 공동체 노동을 통한 협동과 연대의 확대에 매우 유익하다는 점을 체험하였다. 그 결과 2020년 실질적으로 교과목이 개설되고 학생 수강을 받는 과정에서 참여한 학생 중 다수가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개설 준비를 위한 학생 간담회에 참가하거나 수업을 직접 수강하였으며, 교내 커뮤니티를 위한 교과목 영상 홍보물 제작에도 주도적으로 이바지하였다.

3.2. 수업 설계 및 운영 지원

3.2.1. 수업 설계 및 평가방식

2013~2019년까지 기초교양 필수교과목으로 지정되었던 E대학의 인성교과 <나눔리더십>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성찰하고 지식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며 인식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전인적 지성인 양성을 목표”로 하며, 이론교육과 실천교육의 통합적 수업으로 구성되었다. (이은아, 2015, p. 78)
2020년 교양교육 개편을 위해 기존의 교과목을 평가하면서 크게 세 가지 면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 개선사항을 제시하였다. 첫째, <나눔리더십>이 이론교육과 실천교육을 통합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 2학점(E대학은 1교시 75분으로 이루어지기에, 3시간 2학점 수업은 ’75분*주 2회’ 형식으로 이루어진다.)으로 설계되어, 학점 대비 학습량이 과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둘째, 학습평가방식이 E대학의 다른 교과목과 마찬가지로 ’상대평가’로 설정되어, 인성과 공동체 연대를 학습하면서 동시에 교실에서 경쟁해야 하는 모순에 학습 효과가 반감되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셋째, 기초필수교과목으로서의 <나눔리더십>이 90명 정원의 대규모로 설정되어 있어서 교수와 학생 사이의 라포 형성이 중요한 인성교육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인성교육실>은 2020년 교양교육 개편에 맞추어 개발한 다양한 인성 교과목의 시수를 공통으로 3학점 3시간(75분*주 2회)으로 변경⋅통일하였으며, 평가방식 역시 S/U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 역시 3시간 3학점, S/U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수업에 임하는 학습자의 올바른 태도와 집중력을 끌어내기 위해 학점 이수를 위한 학습과 평가방식의 난이도는 학기를 거치며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학점 이수를 위한 출석 기준을 일반교과목의 출석 기준 2/3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여, 총 30회의 수업 중 4회 이상 결석 시 무조건 미이수로 처리한다. (<표 4> 참조) 마지막으로, 분반 정원수와 관련하여 E대학은 새로 신설된 교양 교과목의 정원수를 대폭 줄이기로 하였는데, <나눔커뮤티니가드닝>은 텃밭의 수용인원을 고려하여 40명 정원으로 하고, 4명이 한 조를 구성하여 협력형 도시농업을 수행한다.
<표 4>
평가방식 (2023년 2학기 기준)
항목 점수 (100점) 평가 기준 비고
출석 20 결석 1회당 2점 감점 지각 1회당 1점 감점 - 4회 이상 결석 시 U로 처리
- 학칙에 따른 공결 서류 인정

교재독서 15 주차 별 [독서자료]를 미리 읽고 자기 의견, 인상적인 부분을 수업 전에 작성하여 온라인 제출 - 총 6회 (1회당 2점)
- 성실도 3점
- 4회 미만 작성 시 non-pass

텃밭 관찰 노트 20 매주 텃밭 농사의 진행과 작물 현황을 기록 - 매주 1회 작성
- 기본 5회 이상 제출 시 pass

텃밭 예술 (조별평가) 15 “살아있음”, “함께 함”, “다양함” 등에 대한 시, 노래, 사진, 영상 등 자유롭게 제작하여 제출 - 수업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성실성 중심으로 평가

텃밭 보고서 (기말) 20 한 학기 이론 및 실습 교육에 대한 자기 성찰 보고서 - B 이상일 경우 pass

참여도 10 조별 활동 참여와 기타 수업 참여도 점수

과목이수 최종기준 - 각 항목의 pass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시 non-pass
- 위 조건을 만족하고, 총점 85점 이상 시에만 최종적으로 과목 이수로 인정

3.2.2. 수업 운영 지원

국내 초등학교 학교 텃밭 교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텃밭 담당 교육자들의 상당수는 텃밭 관리의 어려운 점을 업무 수행에 있어 큰 부담으로 느끼며 “텃밭 운영 및 관리를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과 유급 관리인 고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최이진 외, 2018, p. 46) 이는 텃밭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관리하고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회계 처리하는 일이 교육자에게 과중 되었을 때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대학의 경우, 수업 운영에 있어서 교수자 외에 역할을 분담하는 교내 외 주체들의 도움으로 이러한 부담을 일부 덜어내고 있다. 특히, 텃밭에서 발생하는 작물 관련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1인의 전담 도시농업 멘토가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텃밭에서 필요한 물품 상당 부분을 납품하는 학교 앞 꽃집 대표는 실비의 비용으로 매 학기 수업이 시작하기 전 텃밭 정비(잡초 관리 및 흙 공급)를 도와주고 있다(<표 5> 참조). 교내에 도시농업 관련 전문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교외의 인력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협력 자체가 E대학의 사회원예가 추구하는 ’협력하는 도시공동체’의 실제의 예시로 학생들에게 체험되고 있다.
<표 5>
수업 운영 지원 인력
소속 구분 인원 역할 유급 유무
E대학 교양대학 교수자 2~3인 학기별 교수1인 전담 교육 및 수업 운영 책임 Y

행정직원 1명 교과목 운영을 위한 회계 처리 및 행정 처리 담당 Y

대학원생 조교 1명 교실 및 텃밭 교육 지원 Y

E대학 본부부서 건축 및 안전 담당 행정직원 1~2명 텃밭 시설 고장 및 파손 관리 Y

E대학 신산업융합대 생활환경관 소속 미화원 당일 담당 직원 1인 학생들이 쓰레기장으로 옮긴 쓰레기를 최종적으로 처리 Y

(사)텃밭보급소 도시농업 멘토 1 간헐적으로 멘토링 N

(학교 앞) 꽃집 거래처 대표 1 모종 및 흙을 전담 공급
잡초 제거 및 텃밭 정비
Y

4. 교육 내용 및 핵심역량

2장에서 밝힌 바 있듯이, 사회원예로서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은 도시농업을 체험하거나 개인의 정서를 계발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두고 있다. 인류세의 가장 최근의 인간 세대인 2000년대 이후 출생한 대학생들이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성찰하고, 생태적 문명 전환의 주역으로서 책임 의식과 실천 의지를 학습하도록 하는 데에 거시적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의에 의해, 위 교과목은 도시농업 실습뿐만 아니라 생태적 사고를 위한 이론교육을 교육 내용의 두 번째 축으로 구성하며, 둘의 비율을 2 대 1로 구성하고 있다. 텃밭 실습 교육 중에는 도시농업 노동뿐만 아니라, 학업과 진로, 아르바이트로 인해 심신이 지친 학습자를 위해 명상과 예술 활동, 캠퍼스 산책 등을 추가함으로써 ’사회원예’의 기본적 효과인 정서 안정과 심리 치유를 수업 내에서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해를 더하며 텃밭 작물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기에, 교내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수확물을 나누는 활동을 교과과정 내에 정식으로 반영하였다.
<나눔커뮤니티가드닝>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4계절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학기별 강의 순서와 농사 작물을 다르게 구성하였다. 우리나라의 봄 농사는 주로 3월 말~4월 초 모종을 옮겨심고 6월 말 이후에 수확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1학기 학사 일정과 맞지 않기에 <나눔커뮤니티가드닝>에서는 3월 중순에 모종을 옮겨 심고 6월 중순이 수확하도록 한다. 단,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작물이 생산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수강생만 학기 후에도 텃밭 농사와 수확이 자율적으로 가능하도록 8월 중순까지 허용한다. (8월 말은 2학기 수업 준비를 위한 텃밭 정비 기간임.) 모종을 옮겨 심는 시기가 늦은 1학기와는 반대로, 우리나라 가을 농사는 8월 말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텃밭 노동을 개시하고, 11월 20일경 수확을 마무리한다(<표 6> 참조). 실제로 11월 말 이후로는 기온이 매우 낮아 야외수업이 어렵기에 청소를 포함한 모든 야외 활동을 늦어도 11월 25일 전후로 마무리하여야 한다. 이에, 이론 수업이 1학기는 3월 초~중반에, 2학기는 11월 말~12월 초에 많이 이루어진다.
<표 6>
학기별 재배 작물
구분 1학기 봄 농사 2학기 가을 농사
작물 종류 청상추, 적상추, 치커리, 완두콩, 부추, 방울토마토, 고추, 딸기, 허브 배추, 무, 파, 쪽파, 청상추, 적상추, 갓, 부추, 허브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은 도시농업의 실제적 지식과 기술을 텃밭에서 익히는 실습교육 뿐만 아니라, 생태 문명 전환기에 필요한 산업문명 진단, 생태 페미니즘, 비인간 동물의 권리, 기후 위기의 위급성 의식, 소비 윤리 등의 이론교육으로 함께 구성되었다(<표 7> 참조). 특히 노작의 활동을 4인의 조로 구성할 뿐만 아니라, 공휴일⋅연휴 기간의 텃밭 관리를 분반 전체 학습자 공동의 책임으로 맡김으로써 의사소통과 협력, 공존의 능력을 학습자가 배양하도록 돕는다. 또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자연 생태계의 원리를 체험하고 이를 ’텃밭에서 예술하기’의 경험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 내용은 E대학이 모든 교과목의 핵심역량값 분류에 기준으로 삼고 있는 총 5개 분야의 역량(지식탐구 20%, 창의융합 20%, 문화예술 10%, 공존공감 30%, 세계시민 20%)을5) 골고루 키울 수 있도록 목표함으로써 전인격적 교양교육을 실제 모델을 제시한다.
<표 7>
강의 순서 및 내용
회차 1학기 강의내용 (봄 농사) 2학기 강의내용 (가을 농사)
1 강의 소개 강의 소개

2 [이론교육] 도시농업과 도시농부의 실제 [텃밭실습] 텃밭 준비하기 (상자 텃밭 흙 관리)

3 [이론교육] 모두가 바쁜 지금, 왜 우리는 텃밭으로 가는가? (산업자본주의 사회 진단) [텃밭실습] 모종 옮겨심기 1

4 [이론교육] 생태 페미니즘 교육 - 헬레나 노르베지의 특강4) [텃밭실습] 모종 옮겨심기 2

5 [이론학습] 곤충 혐오의 역사 [이론교육] 도시농업과 도시농부의 실제

6 [이론학습] 음식 윤리학 [텃밭실습] 솎아내기 및 유기농 해충제 작업

7 [텃밭실습] 텃밭 준비하기 (상자텃밭 흙 관리) [이론교육] 모두가 바쁜 지금, 왜 우리는 텃밭으로 가는가? (산업자본주의 사회 진단)

8 [텃밭실습] 모종 옮겨심기 1 [텃밭실습] 유기농 비료 & 농약 만들기

9 [텃밭실습] 모종 옮겨심기 2 [이론교육] 생태 페미니즘 교육 - 헬레나 노르베지의 특강

10 [텃밭실습] 솎아내기 및 유기농 해충제 작업 [텃밭실습] 작물 수확

11 [텃밭실습] 유기농 비료 & 농약 만들기 [텃밭실습] 파전 만들어 나누기

12 [텃밭실습] 캠퍼스 나무 친구 사귀기 (캠퍼스 전체로 생태 감수성 넓히기) [이론학습] 곤충 혐오의 역사

13 [텃밭실습] 작물 수확 [이론학습] 음식 윤리학

14 [텃밭실습] 캠퍼스 나무 친구 사귀기 (텃밭 너머 캠퍼스 전체로 생태 감수성 넓히기) [텃밭실습] 캠퍼스 나무 친구 사귀기 (캠퍼스 전체로 생태 감수성 넓히기)

15 [이론학습] 육식 문명 성찰 [텃밭실습] 텃밭에서 명상하기

16 [텃밭실습] 텃밭에서 명상하기 [이론학습] 육식 문명 성찰

17 [텃밭실습] 작물 수확 [텃밭실습] 작물 수확

18 [이론학습] 인류세 : 우리에게 남은 시간 [이론학습] 인류세 : 우리에게 남은 시간

19 [텃밭실습] <텃밭에서 예술하기> 발표 준비1 [텃밭실습] 수확물 나누기

20 [텃밭실습] 작물 수확 [텃밭실습] <텃밭에서 예술하기> 발표 준비1

21 [텃밭실습] 샐러드 만들기 [텃밭실습] 깍두기 담기

22 [텃밭실습] <텃밭에서 예술하기> 준비 2 [텃밭실습] <텃밭에서 예술하기> 준비 2

23 [이론교육] 종자전쟁 : “그 많던 씨앗이 다 어디 갔을까?” [텃밭수업] 작물 수확

24 [이론교육] 환경운동과 소비윤리 [텃밭수업] 수확물 나눔

25 [이론수업] <텃밭에서 예술하기> 발표 [이론수업] <텃밭에서 예술하기> 발표

26 [텃밭수업] 작물 수확 [텃밭실습] 텃밭 정리 & 청소

27 [텃밭수업] 수확물 나눔 [이론교육] 종자전쟁 : “그 많던 씨앗이 다 어디 갔을까?”

28 [텃밭실습] 텃밭 정리 & 청소 [이론교육] 환경운동과 소비윤리

29 [교실수업] 텃밭 가꾸기 경험 발표 및 수업 내용 저리 [교실수업] 텃밭 가꾸기 경험 발표 및 수업 내용 정리

30 [교실수업] 종강 및 보고서 제출 [교실수업] 종강 및 보고서 제출

5. 결론: 의의와 남은 연구

본 연구의 대상인 E대학의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은 생태 위기에 직면한 학습자 세대를 위한 인성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이 처음 개설된 2020년 1학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로 1년 전부터 준비한 학교 텃밭에서 전혀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수강생 가정에서 각자 작은 화분 텃밭을 가꾸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실습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신설 교과목으로서 첫 개설 학기의 전면 비대면 실시는 교수나 수강생 모두를 매우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2020년 2학기부터 실습 교과목의 대면 교육이 일부 허용되면서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은 개방된 야외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교수와 동료 학생들을 만나 함께 학습할 수 있는 E대학의 거의 유일한 과목이 되었다. 비대면의 시대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말을 건네고 함께 노동하며, 함께 수확물을 나누는 경험은 의도적으로 목표하지 않았음에도 교수와 학습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회복의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 효과 속에서도 <나눔커뮤니티가드닝>은 사회원예로서의 거시적 목표에 맞게 학습자가 생태 위기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이 인간의 일상생활 전반과 정치 공동체의 가장 핵심적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는 데에 근본적 목표를 두고 있다.
본 연구는 위 교과목의 개설 배경과 목표, 실제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함으로써 인류세의 가장 최근 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학 인성교육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제한된 지면의 한계로 본 연구는 실제로 학습자의 관점에서 받아들인 교육적 효과와 평가를 분석하는 연구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이후의 연구 주제로 확장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 연구를 통해 국내외 다른 대학들이 ’사회원예’의 교과목을 대학생 인성교육의 하나로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동기를 스스로 북돋고, 교과목의 목표 설정과 설비 시설 마련, 교과 내용 구성 및 교과목 설계 등 실수와 오류를 줄여 교과목 개발의 수월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1) 2017년 개정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르면, 국내 도시농업은 식용을 위한 농작물, 수목과 화초뿐만 아니라, 양봉을 비롯하여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곤충을 사육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2) “생태적 회개”라는 말은 가톨릭 프란시스코 교황은 생태문제에 관한 죄(ecological sin)를 2015년에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언급한 이후 가톨릭 신학자와 사제들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3) 도시농업 비전문가가 도시농업 교육에 주체가 되는 상황은 초중고 학교 텃밭 교육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데, 지속적인 교사 연수와 텃밭관리 전문가 파견, 전문강사 지원 등의 필요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논문을 볼 것. (최이진 외, 2018)

4) 헬레나 노르베지의 강연은 E대학이 <나눔커뮤니티가드닝> 교과목 운영과 더불어 생명⋅치유⋅공동체를 주제로 2020년 10월 7일 개최했던 국제 특강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매학기 이론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5) E대학은 5개의 핵심역량값 중 최소 2개 이상이 해당하여 교과목이 개발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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