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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5); 2022 > Article
시대 전환기에 제기하는 국립교양대학

Abstract

본 논문은 대학체제 개편 논의의 맥락에서 한국형 리버럴아츠칼리지의 설립방안을 탐구하여 이 방안이 교육과정 개혁을 위한 학사구조의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경로상 최적의 대안인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학사구조 대안을 실천하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대학이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문을 키워야 하는데 기초학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과정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정 개혁은 학사구조 개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한국형 리버럴아츠칼리지를 요구한다. 셋째, 한국형 리버럴아츠칼리지에 관한 여러 논의 중에서 대학체제 개편을 기반으로 한 국립교양대학의 설립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런데 국립교양대학 논의가 대학체제 개편의 전제로서 제안되는 경우 대학체제개편을 하지 못하면 실행할 수 없는 안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대학체제 개편 이전에 가능한 국립교양대학의 구체적 설립 모델을 제안하였다. 국립교양대학 설립의 로드맵은 기존 대학체제 내에서 교양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단과대학으로 국립교양대학을 신설하여 점진적으로 전국의 교양교육과정을 수렴하게 하는 표준 커리큘럼을 만들고 표준화에 합의하여 장기적으로 전국적 교양교육을 맡는 국립교양대학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설립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교양교육을 확고하게 자리잡게 할 개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Abstract

This essay investigates how to establish a Korean Liberal Arts College in the context of the University System Innovation debate, which is regarded as the best practical way to solve the problem found in the higher education academic structure in Korea.
The problem with Korean universities is that basic science becomes weaker in the restructuring process. To solve this problem, we should understand that basic science is closely related to general education in undergraduate education. The way to solve this issue is to establish an independent academic structure to be responsible for general and liberal education, so called “Korean Liberal Arts College”. Among a few versions of the “Korean Liberal Arts College”, the National General (Liberal) Education College in the context of University System Innovation debate is proposed as a college that will provide undergraduate courses in the university system. This college will be evolved to be responsible for the general (liberal) education in undergraduate courses at the national level.

1. 논의의 맥락: 국립 리버럴아츠 칼리지 대 국립교양대학

필자들은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음과 같은 과제를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 대학은 오랫동안 재정위기의 상황에 빠져 있다. 단기적으로는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어 대학재정의 총 규모가 정체되면서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여타의 선진국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서 대학 경쟁력의 기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1) 이 상황에서 현재 우리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2025년에는 고교졸업자 수가 41만명 수준으로 줄어, 현재 정원 56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5만명의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그리고 또 우리는 미래의 새로운 시대에 대학이 대응하기를 요구받고 있다(류장수, 2019: 30).
한편 대학을 포함한 우리 교육 문제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사교육, 다른 한 편의 공교육의 붕괴와 학력 저하 문제, 과열된 입시와 이의 근원으로 지적되는 대학 서열화 등이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안현효, 전용숙, 2018: 80-81).
우리 대학은 그동안 열악한 여건을 양적 팽창으로 은폐해왔지만,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그 민낯이란 구조조정의 결과로 대부분의 기초학문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한국 대학의 학사구조다. 학령인구 감소가 기초학문 학과의 폐과로 귀결하는 것은 대학이 전공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어서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이 같이 경쟁하는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가 불가피하게 대학의 정원 조정을 요구한다고 할 때 전공별로 균등한 감소와 조정, 그리고 지역별로 균등한 감소와 조정이 있다면 구조조정을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2)
어떤 한 대학에 전공 교육과정이 100개가 있다고 할 때 전공 교육과정이 동일하게 비교되고 평가받을 수 없다. 이것은 학문의 구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칸트 시절에도 학문 간 경쟁과 갈등이 제기된 바 있다(Kant, 1798). 손동현은 대학의 전공을 기초학문 전공과 응용학문 전공으로 나누고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이 경시되는 것을 비판한다.
‘특화된 전문 직업교육’에만 열중해 직업교육의 성격이 강한 응용학문 분야의 전공교육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전공학업에 투입하도록 요구하는 편향된 교육이 널리 시행되어, 교양교육을 토대로 한 ‘일반적 보편 지성교육’이 매우 등한시되었다.(손동현, 2019: 16)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00년대부터 교양교육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교양교육 운동이 시작되었다. 2006년 <한국교양교육학회> 결성, 2007년 <교양교육연구>지가 출현하면서 교양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는 양적, 질적으로 팽창했다. 특히 2011년에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등장하여 교양교육 연구, 교육에 보충적인 재정지원을 하면서 정부의 지원도 시작하였다.
교양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와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학사구조의 문제로 필연적으로 귀결된다. 그리하여 교양교육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주체로서 교양대학의 설립이 시도되었다. 2010년대가 되면서 국내 다수의 대학은 기존의 학사운영 체제인 교무처 산하의 교양과정 운영 방식을 탈피하여 기초교육원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구축하거나(서울대학교), 교양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학(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대다수의 대규모 사립대)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대학의 역사에서 교양 대학조직의 재건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는 별도의 모집단위와 소속을 전제하지 않고 같은 대학 내 전공교육을 전제하여 운영한다는 점에서 모집단위, 교수, 교육과정 중에서 교육과정 중심의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학사구조의 문제의식으로 세 요소를 통합하고자 하는 제안이 최병문 외(2017)의 연구에서 등장하였다. 이 연구는 국내 대학의 상황을 고려한 4개의 한국형 리버럴아츠칼리지 모형을 제안하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백승수(2018)의 국립리버럴아츠칼리지 제안이고, 이후 관련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손승남, 2017; 백승수, 2018; 박병철, 2019).
본 논문에서 우리는 이러한 선행 연구의 맥락 속에서 한국형 리버럴아츠칼리지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대학체제 개편의 시각이다. 이 연구는 앞의 흐름과 같이 교양교육을 강조하지만 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 임재홍, 강남훈, 박거용, 홍성학, 김용련, 김학경(2016)은 우리나라 대학체제를 학제개편, 입시개편과 연계하여 국립교양대학의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제안은 대학체제 개편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체제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제안이다. 하지만 앞의 선행 연구의 맥락과 이어보면 하나의 구체적 실천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았다.
본 연구는 대학체제 개편의 시각에서 한국형 리버럴아치칼리지의 설립방안을 탐구하여 이 방안이 교육과정 개혁을 위한 학사구조의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경로상 최적의 대안인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학사구조 대안을 실천하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대학의 본질과 변화하는 시대상에서의 교양교육의 필요성

대학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대학의 위기가 체감되면서부터이다. 2015년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6부작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그런 현상을 반영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학가 대자보인데, 차별과 억압이 난무한 세상에서 안부를 묻는 고려대 주현우 학생의 이 글은 순식간에 SNS로 퍼져나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천 명이 직위 해제되고,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대한 시대유감을 표명한 이 글은 차분히 시대를 점검해보고 대학의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보다 2년 전에는 고려대 김예슬 학생의 자퇴 선언이 있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 큰 배움도 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EBS, 2015: 46)라는 예슬 학생의 말 역시 대학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진리의 요람’ ‘상아탑’과 같은 추상적인 표현 뒤에 감추어진 대학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크 데리다는 “대학은 진리를 직업으로 삼습니다. 대학은 진리에 대해 제한 없는 참여를 선언하고 약속합니다.”(자크 데리다, 2021: 14)라고 주장하는데, 그는 대학이 진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한 없이 무조건적으로 토론하고 말할 권리가 있으며, 학문의 자유는 물론이고 질문하기, 문제 제기하기가 조건 없이 가능한 장소로서 독립성이 보장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이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대학이 목숨을 부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데리다가 주장하는 ‘조건 없는 대학’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당위이자 대의로서 대학은 자본이나 수익성 등과 같은 조건들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건 없는 대학은, 원칙적으로 또한 대학이 공표한 소명과 공언한 본질에 근거해, 독단적이고 공정한 전유를 일삼는 모든 권력에 비판적으로-그리고 비판적인 것 그 이상으로-저항하는, 최후의 장소로 남아 있”(자크 데리다, 2021: 17)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진리의 위상과 변화는, 진리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토론을 필요로 한다. 4차 산업혁명, 팬데믹 등 과학기술과 생활세계의 변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요인들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시대에 진리는 고정된 것일 수 없으며, 진리의 위상과 가치 또한 그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진리에 대한 조건 없는 토론이 필요한 이유는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장의 자율성 만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고, 불의에 저항함으로써 새로운 진리를 향한 실천에 참여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찬 사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먼저 대학 정체성 논의에서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쟁점은 다음과 같다(안현효, 2016: 135).
첫 번째 쟁점은 아카데미즘과 실용주의 간 갈등이다. 초기에도 신학과 법학이 주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엘리트 양성을 위한 실용적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래 대학은 상아탑으로 자유교양교육을 실시해왔으며 아카데미즘이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대학이 사회의 실용적 목적에 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졌다.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교육 외에 자유교양교육이 여전히 필요한가 하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하여 필요하다면 양자 모두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대중교육이냐, 엘리트교육이냐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의 대중화 현상은 매우 현저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지금까지 고등교육 진학율은 9.3% (1975년) ⟶ 37.9%(1985년) ⟶ 80.5%(2000년) ⟶ 83.8% (2009년)로 급증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엘리트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은 이제 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교육으로서의 대학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지는데 현재로서는 취업에 초점을 두고 학생의 직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대학의 주요목적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대중교육이라기보다는 실용교육에 해당하는 것이고 사실 지금과 같은 대학의 위기가 초래된 데에는 이런 교육방식이 일조했다고 단언해도 할 말이 없다. 실용교육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대학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은 대중교육으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일이며, 그런 점에서 교양교육의 역할이 크다고 할 것이다.
셋째는 학문지식의 대중적 보급이라는 긍정적 요소를 지닌 대중화 과정 속에서 교육의 질적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의 대중화가 국민의 학력 수준을 상향평준화하는데 기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학이 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성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결국 대학은 실용교육만을 추구하는 현 실태를 극복해야 하며 아카데미즘과 실용주의 모두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을 누구나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교양교육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1997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이 강조되는데, DeSeCo는 미래사회의 개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 범주이다. OECD가 제시한 핵심역량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기,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도구를 상호작용적으로 사용하기’인데 이는 의사소통역량과 직결되며 비판적 사고역량, 융합적 사고 및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등을 포괄한다. 2008년부터 한국 대학도 국가적 수준에서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역량 규명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역량교육은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교육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그 내용을 보면 1) 지식 축적에서 지식 활용으로, 2) 효율성 기반 성과에서 효과성 기반 성과로, 3) 교수자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4) 전공별 교과과정에서 융⋅복합 교과과정으로, 그리고 5) 대학 자체 교육에서 평생 교육으로의 변화를 대학들은 요구받고 있다(김대중 외, 2017: 31).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한 교육 형태의 변화는 4차 산업시대라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부합하는 주체적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반영하려는 교육계의 주체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테크놀러지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적 관계망의 변화, 그 속에서 현대인의 자기정체성과 자아 존중감 확립의 어려움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교양교육이 기초학업부터 인성교육까지 아우르는 것에 필연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교양교육은 전공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학문교육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교육개혁은 교양과 전공을 구분하여 개혁하되 교양은 보편적 기초학문교육으로, 전공은 응용학문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초학문교육은 어떻게 개편해야 할 것인가? 기초학문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식의 재생산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연구의 유기적 연계의 고리는 기초학문 박사학위자의 취업이고, 이 취업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경쟁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전공과정에서 보장하지 못한다면 교양과정에서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학의 교양교육 현실은 매우 허약하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70.1%인 132개 대학의 교양기초교육 이수학점을 측정하고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표준 모델(표 1)과 연관하여 분석한 연구(정승원, 장현수, & 김세준, 2020)에 의하면 교육과정 중 교양교육의 비율은 26.2%에 불과하며 이 중 본래적 교양교육은 12.1%에 불과했다. 동 연구는 교양기초교육의 영역별 목표를 지향하는 교육과정을 ‘독립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본래적 교양교육과정을 어떻게 독립화할 수 있는가는 열린 쟁점이다. “전공교육과 교양기초교육이 병립하여 상호 보완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던가, “교양기초교육이 기존 전공교육의 하위영역이 아닌 대등한 전공의 성격과 형식을 갖추어 이전의 교양+전공 프레임에서 전공(교양)+전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정승원, 장현수, & 김세준, 2020: 93)는 결론 역시 실제 학부교육의 학사구조의 맥락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표 1>에서 제시된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표준 모델에서 ‘②교양교육영역’을 확대 심화하면 기초학문의 전공기초가 될 수도 있다. 만약 교양교육영역을 확대 심화해주면 기초학문의 기초영역은 일정 부분 보장이 된다. 그리하여 기초과학, 사회과학, 인문교양과 융복합 과정을 두고 인문, 사회, 자연 영역의 전공기초를 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3~5영역으로 나누어진 교양교육영역(배분이수 선택적 필수: distributional requirements)에서 각 영역별 의무 1과목씩 하여 15학점~21학점을 수강하게 하는 이 체제를 각 3과목씩 15과목 45학점 체제로 만들어 심화교양까지 할 수 있도록 하여 교양교육과정을 2년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4)
<표 1>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표준 모델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표준 모델
① 기초교육(기초학업, literacy 교육) ⟶ 사고하고 표현하는 기본적 역량 (사고와 표현, 글쓰기, 외국어, SW)
② 교양교육영역
- 인문교양과 융복합교과목 ⟶ 인류의 삶의 지혜를 통찰하는 능력으로서 철학, 역사, 문학을 통해서 사회문화 현상, 과학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추구
- 학문의 기초 ⟶ 물리, 수학 등 기초과학 교육 및 경제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 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갖춤
③ 인성 또는 소양교육 => 공동체의 일원으로 봉사하고 배려, 관용하는 삶의 태도를 체화3)
물론 심화교육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사고와 표현의 글쓰기 수업이라든지 외국어 수업인데, 현재로는 대학 교양교육에서 기초학업, literacy 교육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학제개편을 한다면 고등학교 3학년 과정과 대학교양교육과정을 연계하고 결국은 기초학업, literacy 교육은 고등학교에서 교수⋅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5) 이와 같이 교육 참여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교육 성과물을 생산하고 교육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과정을 제대로 재구성하는 학사구조의 개편이 절실하다.

3. 한국대학의 역사적 특성: 학사구조의 개혁

기초학문과 교양교육과정을 활성화하는 학사구조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대학 학사구조의 변천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교양교육과정을 리버럴아츠 형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나,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로 의존성을 무시하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교양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암울한 시대 흐름과 같이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교양교육은 식민지 시대 일본의 영향을 받았는데 일본의 교양 교육사상은 근대화 시기인 메이지 시대에 독일 교양 교육사상(신인문주의6)의 “참인간(wahrenm Menschesin”)의 수양주의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면서 일본형의 교양교육을 뿌리 내리게 했다. 이로 인해 ‘다이쇼 교양주의’7)가 태동하였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연적으로 한국의 대학 교양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제국대학의 유산 속에서 잔존 해왔다. 이후 1960년대~70년대의 짧은 활성화 시기를 제외하면 교양교육과 관련한 제반 과정들은 파편화, 축소되는 경향을 겪어 왔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자주적으로 대학을 만들지 못하고 유럽과 미국의 혼합형 교양 교육제도로 강제적으로 정착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학은 엘리트주의와 출세의 징검다리 기능으로 인하여 인문학교육에 소홀하게 되었다. 그러한 까닭으로 국민의 관심사는 오직 ‘일류대학’에 입학하려는 경쟁으로 집중되었고 국가 또한 대학의 본질적 가치는 생각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서남수, 2010). 이는 대학이 학과 만능주의 길을 지향하고 폐쇄적 교과 운영을 편성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미군정기 교양교육에서도 인문학은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펼 수 없는 학과제 학사구조로 인해 위축되었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의 연계성과 선명성 부족 문제와 더불어 엘리트 교육단계의 고등교육모델에 근거를 두어 역사적으로 결정된 학과 중심의 학사구조 및 학사운영을 하고 있어 ‘학과제 패러다임’의 지배를 대학 내에서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이 근본적으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학사구조의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교양 교육문제는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교양교육과 구조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관하여 상세히 살펴 보아야 하는 이유는 대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이 간접적으로 투영되어있고, 그 구조적 시스템에 따라 교육의 질과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대학 학사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의 대학은 초기에는 학과제로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운영된 학과제 구조는 학생들이 한 번 입학하고 나면 다른 학과로 전공 변경이 매우 어렵고, 설령 변경하더라도 개인의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문제는 만약 여기서 전공선택을 자유롭게 해주면 모두 취업이 잘 되는 응용학문 분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학과제 학사구조 하에서는 기초학문 학과를 유지 존속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과제의 유동적 대처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후 정부는 일방적으로 학부제를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폐단도 시작되었다. 1998년 3월 대통령령에 따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부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발표하였다. 학부제는 학과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체계적인 전공 수업보다 교양 수업이 주로 이루어져 전공 탐색과 기초교양 함양에 기여한다. 또한 본인이 귀속될 학과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학문을 두루 학습하는 자율성이 부여되어 다른 학문과의 유기적인 교류를 위한 입체적 사고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시행령에 따라 각 대학은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민주적인 협의 과정도 없이 획일적으로 학부제를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불만이 높았고, 급조한 정책은 학부제 개념의 혼동에 더하여 대학의 행정, 재정지원방안과 연계하여 강제성을 가짐으로써 대학이 의무적으로 학부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주체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중 하나로 학부제 하에서 공통교육과정에 대한 학술정책적인 관점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학술정책적 관점에서 학문 체제가 관리되고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양성하는 정책이 실행된 이후에 학부제가 추진되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제의 문제는 학부 내 학생의 관리(비교과) 문제이다. 여러 개의 학과를 합치는 정도로 학부를 운영함으로써 학교 차원의 개별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신입생이 입학한 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전공을 선택하면서 특정 학과에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일부 대학은 학과별 정원을 제한하고 학점 평가 순으로 줄 세워 선호하는 학과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전공 선택 과정에서 신입생 간의 경쟁 심화로 까지 이어져 교육의 폐단도 초래한다. 이러하듯 학부제는 오롯이 취업 중심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분야만 강조하게 되었고 취업과 관련이 없다고 인식된 기초학문의 경우는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학문과 교육의 균형이 깨지는 현상을 가져왔다.
문제를 인지하고 불균형적인 학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대학 내의 학사구조 개편을 통한 교양대학을 활성화하는 안이 199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는 대학 내의 영역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 즉 단설 리버럴아츠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논의가 제기되었다.
리버럴아츠칼리지는 미국의 대학 모형이다. 한국의 대학은 식민지 시기 독일에서 일본으로 이어진 일본형 교육을 수용했고 해방 후에는 미국대학의 모형을 접합하여 일종의 하이브리드 대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유럽과 일본의 경우 교양교육은 대학에 입학하기 1-2년 전에 과정이 완료하도록 학제가 구성되어 있다. 미국 대학은 교양교육을 대학 1~2학년 사이에 수행하거나, 리버럴아츠칼리지라는 독립단과대학으로 4년 내내 심화된 교양교육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와 비교하면 한국 대학의 현재는 교양교육을 하기에는 매우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대학 역사에도 교양교육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시기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교양과정부(1968~1974) 시기로 최종철(2007)의 연구에 의하면 독립된 교양과정부 학사구조와 건물을 보유하고 2년간의 소속 및 교육, 교수단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하였다. 이후 서울대학교의 종합대학화 이후 관악캠퍼스로 이동한 시기부터 1975~2001년 사이에는 교양교육을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대학과 같은 기초학문 대학이 나누어서 맡아 하는 통합적 ‘분산구조’를 띠게 된다. 2002년에 와서야 서울대학교는 기초교육원을 출범시켜 교육과정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한다. 물론 이때에도 교과목 운영은 각 학과의 교수진에 맡기는 분산적 통합구조 형태이긴 했다.
이 시기 이후 교양교육은 2000년대 교양대학을 구축하려는 시도 이전까지 독자적인 교양교육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술하듯이 2000년대에 이르면 교양교육 르네상스라고 불릴 정도로 교양교육 활성화 운동이 시작된다. 교양교육과정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학사조직을 만들기 시작해서 많은 대학이 교양대학의 형태를 띠고 된다.
<표 2>에 의하면 등록된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 174개 중 단과대학이라는 학사구조(교양대학과 칼리지)는 66곳으로 38%에 이른다. 2012년의 조사(민춘기, 김순임, 2012: 399)에서는 당시 조사 대상 84개 중 12개만 단과대학 차원으로 운영하였는데 이에 비하면 불과 9년 사이에 24%가 급증한 것이다. 등록한 대학의 수도 84개에서 174개로 증가했으므로 교양대학이라는 독립적 학사구조를 갖춘 절대적 규모는 실제 훨씬 증가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교양대학은 독자적 모집단위는 아니고 교육과정과 교양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표 2>
전국 대학 (174개)의 교양학사조직의 구성
교양학부 기초교육원 교양대학 칼리지
67 41 55 11

출처: 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21.10.22. 조사

4. 대학체제개편 논의와 국립교양대학

이러한 움직임에서 흥미로운 것은 2014년부터 시작한 독립단과대학으로서의 리버럴아츠칼리지의 설립 시도이다(안현효, 2016: 148). 이는 교양교육과정을 학부 4학년으로 전면화한 미국형 사립 리버럴아츠칼리지를 전범으로 하기 때문에 확산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국가가 리버럴아츠칼리지를 운영하는 것이다. 국가가 단설 특성화 국립대학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정책 옵션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가 운영하는 특성화 대학은 교육부 이외의 정부 부처가 설립 운영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엘리트 교육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단설 국립리버럴아츠칼리지(National Liberal Arts College)보다 국립교양대학(National General (Liberal) Education College)이 현실적이고, 파급력이 크다.8) 전자는 자연계 특성화대학 모델인데, 엘리트 교육의 한계를 갖게 된다. 자연계와 달리 국가적 지원이 중단될 우려도 있다. 후자는 대중교육 모델에 맞고, 현재의 대학체제를 용인하는 체제이며, 국가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국가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육을 맡는다면 어떤 국가적 명분을 가져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단설 국립리버럴아츠칼리지는 교육비용을 국가가 대신 부담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엘리트교육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국립 리버럴아츠칼리지가 보편적 교양교육을 확대한 것으로 정의한다면 확산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국립 리버럴아츠칼리지가 대중교육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다른 대학교가 쉽게 모방하여 확산할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면 정부는 단설 리버럴아츠칼리지 설립을 주저할 것이다(안현효, 2018: 213).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민교협 등 진보적 교육운동단체들이 국립교양대학에 관한 논의를 해왔다. 물론 이는 국립교양대학 만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대학체제개편 정책의 일환으로 제안한 것이다. 진보적 교육운동단체의 논의 출발점은 대학 서열화와 이로 인한 입시 과열, 사교육 팽창과 중등학교 공교육의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 체제 개편의 문제의식이다. 이는 종종 대학평준화로도 잘 못 알려지기도 하였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학을 네트워킹하여 통합운영하자는 논의가 시발점이다(정진상, 2005). 이후 이 논의는 지속적으로 구체화되어 국립대 뿐 아니라 사립대도 포함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로 확장되었다(민교협 편, 2015: 66).9) 이 논의에서도 교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대학의 모습을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 대학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교양교육과 학문 체제를 중심으로 대학 개혁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것은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대학의 새로운 이념 정립, 교양교육의 혁신, 제대로 된 학문 체제의 수립이 필요하다.”(민교협 편, 2015: 100, 강조는 인용자)
이러한 교양교육 혁신의 방안으로 국립교양대학이 제안된다. 물론 이때는 국립교양대학과 대학통합네트워크는 함께 실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립교양대학만 설립하고 국립대학 공동학위제(대학통합네트워크)를 하지 않으면 대학의 서열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민교협 편, 2015: 63).10)
국립교양대학안이란 전국 단일의 국립교양대학을 설립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국립교양대학에 일단 진학한 뒤, 국립교양대학 성적으로 일반대학(전공과정)에 진학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전국의 국공립대학과 참여의사가 있는 사립대학의 1학년 과정을 하나의 통합과정으로 묶어 운영하며, 권역별 혁신대학 통합네트워크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통합과정은 무상교육으로 진행되며, 현행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한 뒤 자격고사와 고등학교 내신 등 단순한 통합전형으로 진학 여부를 결정하고, 학생들은 집 근처 캠퍼스나 원격강의 등으로 원하는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입시나 사교육을 없애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심광현, 2015).
안현효 외(2013)는 국립교양대학을 고등기초대학이라고 명칭을 바꾸고 1단계로 통합대학을 건설해서 교양과정을 공통으로 운영하는 것을 제안한다. 국⋅공립대학과 희망하는 사립대학으로 구성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한 후([그림 1]), 장기적으로는 고등학교 과정을 2년으로 줄이고, 2년 과정의 고등기초대학(교양대학)을 설립하며, 전공과정은 3년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림 1]
대학체제 개편 제1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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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교육단체의 주장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령 후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폐지, 대학별 입학시험 금지와 더불어 대학을 연구, 교육, 직업 중심 대학으로 개편하면서 분야별로 특성화된 대학을 육성하여 서열체제를 해체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연구중심대학은 1, 2학년 모집을 하지 않고 3학년부터 모집하는 것으로 하여 사실상 교양대학 안을 포함시켰다(정병오 외, 2007). 2012년에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개혁 10대 공약을 발표하여, “대학연합체제를 만들어 불합리한 대학 서열을 타파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 대학연합체제에 포함된 대학들은 중, 장기적으로 입시, 교과과정, 학위를 공동으로 관리하여 보편적 고등교육을 실천하는 핵심적 대학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대의 문재인 후보는 다음과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① “정부가 책임을 지고, 불합리한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10대 대학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ⵈ 첫째, 보편적 반값등록금을 실시하여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면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학개혁의 근거를 마련하겠습니다. ⵈ 셋째, 대학연합체제를 만들어서 불합리한 대학서열을 타파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습니다. 대학연합체제에 포함된 대학들은 중장기적으로 입시, 교과과정, 학위를 공동으로 관리하여 보편적 고등교육을 실천하는 핵심적 대학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② 국공립대학과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이 임기 중에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30%에 이르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50%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ⵈ 대학교육 개혁을 통해, 교육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문재인 후보 대학개혁 공약, 2012.12.17.-강조는 필자)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19대 민주당의 공약에서는 국립교양대의 문제의식은 희미해지고, 대신 대학체제개편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국립대 뿐 아니라 사립대를 어떻게 네트워크에 통합할 것인지가 주된 이슈가 된다.
<표 3>
19대 대통령 후보 당시 문재인 후보(민주당)의 고등교육 공약
주요공약
▢ 거점 국립대가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
  ▸ 국립대학간 선택 집중을 통해 대학들이 주력 학문을 특성화할 수 있도록 자율적 혁신방안 추진에 대한 지원
  ▸ 거점 국립대의 교육비 지원 확대
 ▢ 지역 소규모 강소 대학 육성 지원
  ▸ 교육⋅직업 중심 특성화 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
▢ 공영형 사립대 전환 및 육성
▢ 중장기적으로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 및 대학경쟁력 강화
  ▸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를 통해 대학들의 자발적 고등교육 혁신체제 방안 구축
  ▸ 국⋅공립대간 기능별(연구중심⋅교육중심⋅직업중심 등), 중점 분야별 특화 추진
  ▸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이후 혁신강소대학 네트워크 구축
▢ 대학재정지원 사업 개편 및 대학 자율성 확대
  ▸ 대학재정지원은 일반대학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으로 구분하여 지원
  ▸ 일반대학재정지원사업은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토대로 협약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고 협약 이행 실적 위주의 평가 실시

자료: 더불어민주당(2017.4.28.: 220),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이는 국립교양대의 최초 제안이 대학체제 개편과 맞물려서 그 전제 하에서 논의가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였지만 대학공약에서 대학체제 개편은 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따라서 대학체제 개편을 전제로 하는 국립교양대학의 문제의식 역시 더 깊은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거점국립대 지원, 강소 대학 지원, 공영형 사립대 육성 등은 제대로 된 것이 없고, 결국 이 구성요소를 결합해서 하고자 했던 중장기 과제로서의 대학체제 개편 자체도 성공하지 못하였다.11)
그런데 우리는 대학체제 논의와 별도로 국립교양대의 설립 가능성을 세종의 국립대 신설 움직임에서 본다.12) 세종시는 국립대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상황과 사립대가 압도적인 국내의 현실에서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은 국내 지방대학의 전공을 일부 유치하여 통합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통합캠퍼스 플랜에 의하면 교양과정이 없기 때문에 교양과정을 운영할 국립교양대학을 세종에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의 세종캠퍼스 계획에는 국립교양대학 안이 부재하므로, 세종캠퍼스 계획에서 국립교양대학을 보완함으로써 교육과정 개혁을 위한 학사구조의 대안을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현재의 공동캠퍼스 프로젝트에 교양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이를 수행할 주체로서 국립교양대학을 설립하여, 독립단과대학으로 공동캠퍼스 소속 학과의 학생들의 교양과정을 맡아 교육함으로써 최초 운영의 부담을 줄 일 수 있다. 이 경우 교육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세종캠퍼스에 설립한 단과대학 성격의 국립교양대학은 세종캠퍼스 1학년 생을 위한 교양교육에 더하여 교양교육과정의 표준 모형, 교과목 개발, 교수진 선발을 통해 전국 교양교육과정의 필요에 맞춘 공급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교양대학의 독립대학화 계획은 점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 대학이 교양교육과정의 표준 모형을 따를 경우 교양교육의 교수 제공, 교육과정 제공 등을 통해 교육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점진적 확산모델을 채택한다.
최종적으로 참여 대학이 교양과정의 학생 모집을 지역 단위 모집으로 전환할 경우 (입학제도 개편을 통해) 학생의 소속은 국립교양대학 소속이 되고 개별 대학이 운영하는 교양교육과정은 모든 교육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물론 이때 학생은 세종으로 올 필요가 없다. 참여 대학의 캠퍼스에서 국립교양대학 소속으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통해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경우 초래되는 설비 비용 등을 절약하고 기존의 대학 인프라를 공유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시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참여 대학의 교원 인력도 활용하게 된다. 즉 국립교양대학은 기존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지역 대학의 재정을 지원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13)
또 국립교양대학 소속 학생은 학비를 면제하므로 지역 대학교의 참여는 일정한 전제를 요구하는데, 전제가 되는 입학제도 개편은 지역기반 대학체제에 공동입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대학 모집단위의 일부만이라도 참여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입학정원이 4000명인 A 지방대학의 경우 2000명을 공동입시로 분리하고, 2000명은 자체 모집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동입시로 내 놓은 2000명을 지역대학 전체에서 수합하여 총 정원에 해당하는 지역 고등학생이 무시험 진학할 수 있는 공동입시를 시행하고 이 학생정원만큼 각 대학에 교육비를 지원한다. 2000명의 학생들은 1학년이 끝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공 선택은 교육받은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을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다.14)

5. 결론: 기대효과

우리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다음과 같다.
첫째 교양과 전공을 구분하여 개혁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양은 보편적 기초학문교육으로, 전공은 응용학문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한다.15) 그렇다면 기초학문(인문, 자연과학 등) 연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초학문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식의 재생산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연구의 유기적 연계의 고리는 기초학문 박사학위자의 취업이고, 이 취업은 일차적으로 교육과정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경쟁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전공과정에서 보장하지 못한다면 교양과정에서 보장해야 한다.
둘째, 교양교육과정을 리버럴아츠 형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나,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로의존성을 무시하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교양교육과정은 독일 -> 일본 제국대학의 유산 속에서 잔존해왔고, 1960년대~70년대의 짧은 활성화 시기를 제외하면 파편화, 축소되는 경향을 겪어 왔다. 학과제 패러다임의 지배를 대학 내에서, 스스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경로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대에는 대학 내의 영역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 즉 단설 리버럴아츠 칼리지 논의와 대학체제 개편의 논의에서도 국립교양대학 안이 제기되어 있다. 이 양자의 논의를 비교하면 단설 국립리버럴아츠칼리지보다 국립교양대학이 현실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그러나 후자의 논의는 기존의 논의가 대학체제 개편의 전제로서 제안된 것이므로 대학체제개편을 하지 못하면 실행할 수 없는 안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글에서 우리는 대학체제 개편 이전에 가능한 국립교양대학의 구체적 설립 모델을 제안하였다. 이는 한국교기원 설립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교양교육을 확고하게 자리잡게 할 학사구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제안이 서론에서 말한 과제를 해결할 전략적 목표가 되는가?
우리는 서론에서 우리 대학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제로서 대학의 재정위기, 교육여건의 불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새로운 시대 대응을 제시했다. 국립교양대학의 설립과 운영은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정책의 시작이 된다. 각 대학 교육과정의 25%~33%를 점하는 교양교육과정을 무상화하여 대학의 재정을 분담함으로써 대학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대학의 재정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을 균등하게 할 수 있다. 국립교양대학이 확장되어 부분적인 입시개편이 시도된다면 정원 조정을 질서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과정을 표준화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교과목 개발을 통해 교육의 질을 강화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대학의 학술정책을 정부가 수립하고 이에 입각해서 국립교양대학에서의 교육과정을 설계함으로써 중구난망의 교양교육이 아니라 기초학문 중심의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는 교양교육을 통합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16)
그렇다면 필자들의 제안이 우리 교육 문제의 과거, 현재, 미래 문제로 제기했던, 사교육, 학력저하, 입시, 대학서열화, 미래 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립교양대학이 확산되면 공동입시를 통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 교양교육과정을 엄격한 학사관리와 교수진의 충분한 공급으로 학력저하 현상을 막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 대학서열화를 다소간 완화할 수 있다. 미래 교육에 대비할 수 있다. 기초학문 학과가 전공교육과정을 계속 운영하여 학문 후속세대를 유지할 수 있다.
다른 한편 국립교양대학은 국립대학이므로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표준적인 교양교육과정을 구축하고자 할 때 산업에 종속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과정을 교양교육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강화될 위험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은 최근의 대학 정책이 산업인력 양성으로 더욱 경도되는 추세를 보이는 점에도 일정한 현실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대학 위기 시기 사립 지방대학의 경우 학생이라는 시장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립대학의 재정구조로도 기초학문의 붕괴와 대학 이념의 보존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양 위험 속에서 후자의 위험이 더욱 현재적이고 강력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대학의 근본 이념과 학문정책이 대학정책의 근간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는 대학의 “이념”을 요구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와 대학의 관계에 대한 훔볼트의 통찰은 아직도 유효하다.17)

Notes

1)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로 사립대학이 압도적이라는 점, 대학을 개인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보는 인식, 법적으로는 분명히 공적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을 일종의 사유재로 보는 사립대학 재단 및 일부 재판부의 인식, 궁극적으로 이를 규율할 사학법의 문제라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해결책도 구조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에서 찾아야 하지만 이는 별도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2) 대학의 위기는 동일한 학령인구 감소를 먼저 겪고 있는 초, 중등교육과 비교할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초, 중등교육은 풍부한 교육재원을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3)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교양교육표준안(http://www.konige.kr/sub02_08.php)에 의하면 교양기초교육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기초교육, 교양교육, 소양교 육이 그러하며, 기초교육은 문해능력과 의사소통능력, 교양교육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 융합적 사고 및 문제해결능력, 소양교육은 공동체의식, 시민의식, 심미적 공감 능력으로 분류한다. 이 표준 분류안은 대체로 이 글의 분류와 일치한다. 다만 표준 분류안에도 교양교육의 영역을 세분할 때 학문의 기초를 분리해서 제시하듯이, 자연과학, 사회과학의 학문의 기초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 것인가는 쟁점이다. 이 영역을 학문의 기초로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물론 이를 위해서는 배분이수 과목 교육과정을 학문적 보편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

5) 만약 입시제도를 개편하여 현재의 경쟁적 입시제도를 재구성한다면 입시에 매몰된 고3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을 대학 준비과정으로 개편할 수 있다. 입시제도에 종속된 현재의 고3 교육과정이 대학 교육과 연계되지 못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다.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는 대학교양교육의 기초교육 영역이 더 강화되어야 하므로 대학교육의 연한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6) 신인문주의(Neuhumanismus)라는 용어는 F. Paulsen의 저서 Geschichte des gelehrten Unterrichts(1885)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1896년에 나온 이 책의 제2판에서 Paulsen은 이 용어로써 독일-그리스적 인문주의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로마적 인문주의를 구분하고 있다. 인문주의(Humanismus, humanitas)의 개념사에 대해서는 Ritter(Hg.), 1974: 1218)의 해당항목 참조. 독일 신인문주의의 핵심사상에 대해서는 Casssirer(1994) 참조.

7) 다이쇼 교양주의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습득으로 자아를 경작하고 이상적 인격을 지향하는 인격주의였다. 다이쇼 교양주의가 개인 인격을 함양하는데 중시한 것이 서양 철학과 예술이었다. 서양철학과 예술에 대한 지적 자양분이 그들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메이지 시대 교양인인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후타바테이 시메이, 우치무라 간죠 등 문호⋅사상가들이 다이쇼 교양주의 주역이었다.

8) 본 논문에서 주장하는 국립교양대학이란 단설의 독립적인 대학이 아니라, 대학 학부 교육과정 내의 교양교육 파트를 단과대학 수준으로 독립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영어 번역어를 미국의 단설 자유교양대학인 Liberal Arts College와 구별해서 표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영어 명칭이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General Education 이라고 쓰고 미국에서도 학부 교양교육을 general education 이라고 쓰는 점을 고려하여 National General Education College에 리버럴아츠 교육과정을 강조하기 위해 괄호를 넣었다.

9)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은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방안(2004년 정진상), 한국형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방안(2012년 반상진),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설치방안(2012년 이용섭), 국립기초교양대학 안(2012년 김상곤), 대학통합네트워크안(2015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교수노조⋅학단협 대학연합체제 구성 및 공교육 민주화안(2012년과 2016년, 교육혁명공동행동), 2007년 및 2012년 야당 대통령 후보 교육공약에서의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제기된 바 있다.

10) 원래 국립대만으로 구성된 통합네트워크(공동학위제)가 사립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할 때 사립대를 어떻게 포함하는가라는 로드맵에서 정부책임형 사립대와 정부지원형 사립대라는 개념이 나오고, 전자로부터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이 도출되었다.

11) 17대~19대까지의 공약의 변천과정에서 개혁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관찰되지만 실제로 대학체제의 문제의식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고, 19대는 집권함으로써 이 과제가 고등교육의 정책 현안으로 시민권을 얻었다는 점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12) 4대 전략은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국립대 신설 △메가시티 전략에 맞는 충청권 국공립대 통합본부 유치 △대기업 등이 참여하는 사립대 신설 △특성화 단과대학 복수 유치를 통한 공동캠퍼스 확장 등이다. 대학 유치 추진 방안으로는 대학 설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 특수목적법인(SPC)설립을 통한 기금 조성 등이 제시됐다. 세종의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대학으로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등 D-N-A(Data⋅Network⋅AI) △정책⋅행정 △문화⋅예술 등 3대 분야이다.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에듀테크, 바이오, MICE, 뉴미디어 등 미래 유망산업 분야로의 확장과 고도화를 통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2021.9.9.일 이데일리 기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세종 공동캠퍼스 내 입주대학 6곳이 확정됐다. 입주 대학은 충남대⋅한밭대⋅충북대⋅공주대⋅서울대⋅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다. 6곳 중 4곳이 대전⋅충청권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2024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대전일보(2021.2.4.)

13) 이러한 개혁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제안하는 방향이다. 즉 재정지원은 국립교양대학이 직접하고, 수혜는 지역 참여 대학이 받을 수 있게 설계하였다. 다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학체제 개편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

14) 이 단계는 3년 예고제에 의해 3년 이후에 시행이 가능하므로 국립교양대학 신설과 동시에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입시제도 개혁과 연계할 준비를 한다. 동시에 교양교육과정에서 기초학문 교육의 시수를 확대하여 개별 대학의 기초학문 학과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학제를 개편하여 교양과정을 2년제로 확대하여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인 기초학문 피폐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15) 우리는 국가 예산으로 유지되는 국립교양대학 제도가 어떻게 간섭없이 대학의 본질인 자유교육을 수호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면 대학 교육 주체들이 교양교육의 학문적 정체성과 컨텐츠에 대해서 합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즘과 실용교육을 모두 추구할 수 있는 교육,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 논의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양교육의 학문적 정체성과 컨텐츠는 앞서 언급한 본래적 교양교육과정을 어떻게 독립화할 수 있는가 하는 열린 쟁점과 함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국립교양대학의 설립을 모색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6) 예를 들어 시대요구에 의한 교양교육과정으로서 <컴퓨팅적 사고>를 들어보자. 많은 대학에서 동일한 교과목을 개설 운영하지만 충분한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의 부재로 단순히 코딩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양교육과정은 다르게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를 국가적으로 투자하여 교육과정을 잘 개발해둔다면 양질의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육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17) “국가는 곧바로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대학에 요구하면 안된다. 국가는 대학이 [대학의 고유한-인용자] 최종 목적에 도달했을 때 국가의 목적을 더욱더 집약적이고 고도의 차원에서 충족시킬 수 있다.”(Humboldt, 1960: 260; 장재형, 2017: 135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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