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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3); 2023 > Article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Abstract

본 논문은 교수, 교재, 운영 체계 등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 두 질문에 답변한다. 첫째,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둘째,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답변의 핵심은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과목인 <논리와 사고>의 2022 개편 교육 과정에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현대 논리학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연역 논리학과 귀납 논리학을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하며, 코딩, 머신 러닝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논리학의 연관 관계를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양 논리학의 교육 효과 증진을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수자를 위한 참고도서와 재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Abstract

In order to improve the challenging situation in teaching an introductory logic course as a part of a curriculum in high schools and colleges, this paper aims to answer the following two questions. First, what should an introductory logic course teach? Second, what would be an effective teaching plan for an introductory logic course? An answer can be found at the 2022 High School Logic and Thinking Curriculum. It emphasizes first, to teach contemporary logic, second, to teach deductive logic and inductive logic evenly, and third, to introduce the connection between logic and contemporary science technologies such as coding and machine learning. In addition, this paper proposes that an urgent practical matter to be dealt with is a reference book for such an introductory logic course and re-education programs for teachers of this sort in high schools and colleges.

1. 미래 사회와 교양 논리학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미래 사회는 곧 다가올 우리의 현실이다. 불확실한 미래 세계를 대비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교양 교육의 목표 중 하나라면,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정확하고 빠르게 습득하고 응용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논리적 사고 능력이고, 논리적 사고 능력을 직접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교육은 교양 논리학 교과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은 현재 국내 교육 체계 속에서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만 하는 필수 과목이 아니다. 대학에서는 대학 본부와 담당 교수가 주체가 되어 교양 논리학 교과목을 개설한 뒤에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선택 과목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본부와 담당 교사가 주체가 되어 교양 논리학 교과목의 개설을 결정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수강 과목 선택권이 없는데, 앞으로는 대학과 비슷하게 학점제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어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철학, 논리학, 논술, 종교학, 교육학, 심리학, 경제학 등의 교양 교과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교양 논리학 교과목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그리 많지 않은 형편이다.
논리 교육이 불확실한 미래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교양 논리학을 선택하여 공부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교양 논리학 교육의 문제는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에서 마찬가지의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논리학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교과목은 각각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둘째,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상의 두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은 2025년부터 적용하게 되는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 [논리와 사고]의 개편된 교육과정에 담겨 있다. 본 논문은 필자가 주도한 그 개편 교육과정의 내용을 소개한 뒤에 그 내용을 출발점으로 삼아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 운영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본 논문은 일단 고등학교의 [논리와 사고] 교과목이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과 수준만 다를 뿐 동일한 교육 목표를 지니는 교과목이라고 전제하고, 각각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과 대학의 교양 논리학이라 부를 것이다. 그럼 교양 논리학 교육에 있어서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 현장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교육 현장이 처해 있는 상황보다 고등학교의 교육 현장은 더욱 심각하지만, 거꾸로 문제 해결 가능성에 있어서는 대학보다 고등학교가 좀 더 직관적인 부분도 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런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의 진단에 그치지 않고,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수렴한 다양한 의견에 기초하여 고등학교와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교양 논리학 교육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2.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

국내 대학의 논리학 교육 현황은 이진희(2019)가 조사하여 분석한 바 있다. 이진희는 2018년에 교양기초교육원이 확보한 125개 대학의 152개 논리학 관련 강좌 자료를 출발점으로 삼아 52개 대학의 62개 강좌 및 259개 강의계획서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이 조사 및 분석 과정에서 이진희는 국내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논리학 교과목을 교과목 이름을 기준으로 논리학, 논리와 비판적 사고, 논리와 표현, 논리 교육을 상당 부분 포함하는 기타 교과목 등으로 구분한다. 이진희의 더 흥미로운 분석은 국내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논리학 교과목을 강의 내용에 따라 다음 6개 유형으로 구분한 결과이다. 이진희는 논리학 전반 교육 교과목, 형식적 추론 중심 교육 교과목, 비형식 논리학 중심 교육 교과목, 비판적 사고 교육 교과목, 논리 교육과 논술 및 토론을 연계한 교과목, 교양 논리학 교육으로 부적합한 교과목 등으로 구분했다.
이진희의 분석 결과는 좀 더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다. 논리학 전반 교육 교과목과 형식적 추론 중심 교육 교과목은 논리학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과목이라 할 수 있고, 비형식 논리학 중심 교육 교과목과 비판적 사고 교육 교과목은 논리와 비판적 사고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과목이라 할 수 있으며, 논리 교육과 논술 및 토론을 연계한 교과목은 논리와 표현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과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진희가 강의 내용에 따라 6개 유형으로 구분한 것은 그가 교과목 이름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과 대응시켜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진희의 분석 결과를 재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이진희(2019)의 국내 대학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 조사 결과
대표 교과목 이름 비중 교육 내용 비중
논리학 논리란 무엇인가 논리학 개론 19.1% 논리학 전반 또는 형식적 추론 31.2%
논리와 비판적 사고 논리와 비판적 사고 논리와 사고 61.7% 비형식 논리학 또는 비판적 사고 22.0%
논리와 표현 논리와 토론 논리와 논술 8.5% 논리 교육과 논술 및 토론 연계 39.2%
기타 (논리 교육을 상당 부분 포함하는 과목) 교과목 이름이 순수하게 글쓰기, 발표, 토론 강좌는 제외함 10.6%
교양 논리학 교육으로 부적합 7.6%
이진희의 조사 결과는 논리와 표현 교과목 중에서 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과목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논리학을 가르치지 않는 논리와 표현 교과목은 조사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 논리학 교육으로 부적합한 교육 내용으로 논리 관련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7.6%에 달한다. 이렇게 교양 논리학 부적합강좌로 분류된 대부분의 강좌들은, 이진희에 따르면, 설득, 의사소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인문적 주제들에 대해 토론한 것이다. 그 강좌를 담당한 교수자가 논리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현재 대학의 논리학 교육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추론할 수 있다(이진희, 2019: 197). 대학 본부에서 논리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여 논리학 강좌를 개설하였으나 그 강좌를 담당할 수 있는 교수자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진희의 조사 결과는 현재 국내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나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잘 보여준다.
또, 이진희의 조사 결과는 순수하게 교양 논리학 교육 교과목을 분석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대학의 철학과에서 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전공과목의 논리학 교과목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학과 전공과목으로서의 논리학 교과목은 좀 더 엄밀하게 순수 논리학을 가르칠 것이다. 따라서 순수 논리학 중심 강의에 대한 수요를 교양과목을 새로 개설해 해소하지 않고, 철학과의 전공 논리학 과목을 수강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보면, 전통적으로 순수 논리학에 해당하는 교육 내용, 다시 말해서 형식적 추론에 초점을 맞춰 가르치고 그런 교육 내용을 찾는 수요는 이진희의 조사 결과에서 나온 31.2%보다 조금은 더 클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진희의 조사 결과를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국내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에서 귀납 논리 교육은 귀납적 일반화, 유비추론, 통계적 삼단논법, 그리고 논리적 오류에 초점을 맞추며1) 현대 귀납 논리학의 핵심 내용인 확률 추론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또, 연역 논리 교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 논리에 집중하고 있다. 즉, 교양 논리학 교과목에서 명제 논리를 가르치는 경우가 드물고, 설사 가르치더라도 진리표나 진리나무에 따른 타당성 판단 방식 정도만 가르치고 자연 연역 추론은 가르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이진희는 대학의 논리학 교육에서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강좌의 비중은 매우 적은 반면 논리학 전반에 대해 강의하거나 비형식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중심으로 강의하는 강좌들의 비중이 크다고 진단한다(이진희, 2019: 196).2)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이 비판적 사고능력의 배양에 목표를 두고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 교육에 소홀한 상황은 몇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형식적 추론, 특히 확률 추론 등의 귀납 논리를 가르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교재가 부족하다. 연역 논리 교재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교재는 충분히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지 않아 교수가 이미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지 않다면 새로 교육내용을 정리, 학습하여 가르치기 어렵다. 둘째, 형식적 추론 중심의 논리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부족하다. 대학의 논리학 강의 수요에 비해 논리학을 가르칠 수 있는 전공자 숫자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고 특히 확률 추론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귀납 논리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는 많이 부족하다. 셋째, 자연 연역 추론과 확률 추론 중심의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은 처음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복잡하고 많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비해 그 교육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그만큼 크지 않아서 교양 교육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상과 같은 현황은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자연 연역 추론과 확률 추론 중심의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을 외면하는 경우가 위의 첫 번째 이유나 두 번째 이유에서 비롯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일 것이다.

3.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장은 대학의 교육 현장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몇몇 측면은 대학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고등학교의 논리 교육 현장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이 대학입시 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교양 과목이기에 지니는 한계인데, 이 측면을 논외로 하고 대학에서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육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고등학교의 논리학 교육 내용은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주도 아래 완성된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교육 과정을 따른다. 이에 고등학교 논리학 교과서는 설사 복수로 출판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내용이 서로 다른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재가 다수 출판되어 있고, 담당 교수가 그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앞의 <표 1>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은 동일한 교과목명 아래에서도 교육 내용이 다양한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교과목 운용에 있어서 담당 교수의 자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담당 교수가 가지는 자율성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장에서도 담당 교사가 자율성을 전혀 가지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비록 논리학 교재 선택에는 한계를 지니지만 담당 교사는 부교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교과과정 운용이나 실제 수업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가진다. 이에 고등학교에서 교양 논리학의 교육 내용이나 교육의 질 역시 대학과 마찬가지로 담당 교사의 능력과 열정이 일단 필요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고, 담당 교과는 그 교육 과정에 기초하여 교과목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교양 논리학 운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둘째, 교양 논리학 교육 현장의 고등학교 담당 교사는 대학의 교강사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일단 고등학교에서 교양 논리학을 가르치는 담당 교사는 철학전공자여도 대부분 대학 학부에서 논리학을 깊이 공부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고등학교의 철학 교사는 대부분 철학 교사 자격증을 가지지만, 논리학 교사 자격증을 가지지 않았다. 오래 전에는 철학/논리학 교사 자격증이 발급되었지만, 더 이상 논리학 교사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고, 그에 따라 철학 교사가 되는데 논리학을 공부할 필요도 없다.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담당 교사에게는 교과목을 운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교재 해설서가 제공되고,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재교육 과정이 종종 제공되지만, 이런 지원책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논리학 교과목을 담당할 수 있는 철학 담당 교사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3)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교양 논리학 교과목을 운영하게 되더라도 철학 전공자가 아닌 교원이 교양 논리학 교과수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22 고등학교 교과 개정 작업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고려한 개편 기준 중 하나는 비전공 교원이 교양 논리학 교과목 수업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쉬운 교육 과정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교양 논리학 교과목만이 아니라 모든 고등학교 교양 과목에서 고려해야 했던 사항이다. 쉬운 교육 과정의 필요성은 최근의 교육 방향이 학생들의 자율적 학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교양 교과목을 담당할 교사를 필요한 만큼 새로 충원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후자의 문제점이 주요 원인이라면, 쉬운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에도 대학교와 마찬가지의 강사 시스템을 도입해서 담당 분야의 전문가가 담당 교과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하는 새로운 방향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교과부는 기존 교원의 시수를 맞춰주려는 지금의 문제 해결 방안이 교육의 기본 목표 자체를 도외시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교과목 운영 방식은 많이 다르다. 대학과 달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논리학 교과목을 수강하기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이 차이점은 앞으로 사라질 수 있기도 하다. 2025년부터는 고등학교에서도 학점제를 운영하여 학생들이 교양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는 분명하다. 그것은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양 교과목 선택 이전에 학교 당국이 대부분 어떤 교양 교과목을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은 기본적으로 교양 논리학을 가르칠 교사가 있는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교양 논리학을 가르칠 교사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대학도 교양 논리학 담당 교수를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철학 전공자로 확대하더라도 교양 논리학을 담당할 수 있는 교수가 많은 편이 아니고, 형식적 추론을 중심으로 논리학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는 주로 논리학, 분석철학, 과학철학 전공자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많은 대학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양 과목 개설 숫자를 줄이고 있고, 그 결과 교양 논리학 과목 개설 분반은 줄어들고 있다.4) 대학이나 고등학교나 모두 어떤 교양 과목을 개설하지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는 학교 당국이고, 담당할 수 있는 교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교양 논리학 교과목 운영은 대학이나 고등학교나 너무 어렵다.
이렇게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장은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많은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논리학 공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5급 및 7급 공무원 시험(PSAT), 법학대학원입학시험(LEET), 삼성직무적성시험(SSAT) 등을 대비하기 위해 논리학 수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정부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PSAT를 도입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논리학 교육의 필요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고, 대학에 논리학 강의 개설 요청이 제출되면서 은 에 대한 수요다. 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이런 시험을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인데, 미국에서도 법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인 LSAT을 보기 위해 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논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고등학교의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일단 대학 입시에서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고등학교의 각종 교과 교육은 너무 많은 지식 전달을 제한하도록 하는데, 수능 시험에서는 변별력이 높은 문제 출제를 해야 하기에 점점 더 고차원의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국어, 영어, 윤리, 사회문화, 생물 등의 과목에서 고난도 문제는 모두 논리적 추론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또, 2023년도 경찰대학 수시 입시에서는 PSAT를 본 딴 논리적 사고 능력 시험을 시작했다.5) 이런 상황이다 보니 논리학 공부의 필요성은 학원 관계자들과 수험생들이 더 빨리 인식하여 대처하는 상황이다.6)
게다가 고등학교 교양 과목이 철학, 논술, 종교학, 경제학, 심리학, 교육학 등으로 모두 인문사회 중심의 교과목인 반면, 고등학교의 교양 논리학 교과목은 과학 방법론까지 교과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이공 계열 학생들이 늘어나는 변화 속에서 앞으로 논리학을 가르칠 고등학교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기대 섞인 예상과 달리, 당장 대학 입시 체제 아래의 고등학교 중에는 교양 논리학 교과목을 선택하는 학교가 그리 많지 않다. 또 고등학교에서 교양 논리학을 가르치기로 했어도 제대로 운영할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4. 대학의 교양 논리학 운용과 교수 내용

교양 논리학 교과목이 다룰 내용은 크게 비판적 사고, 연역 논리, 그리고 귀납 논리의 세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과목을 운용할 때에는 각 영역에 맞춰 세 개의 교양 논리학 과목을 독립적으로 개설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교양 교과목 운영상의 제한 때문에 두 개 이상의 교양 논리학 과목을 운용하는 대학도 많지 않은 형편이다. 그럼 대학에서 하나의 교양 논리학 수업을 운용한다고 할 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대학과 달리 고등학교에서 교양 논리학 과목은 하나를 운용할 수 있는데, 거기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교과과정에 설정되어 있다. 이 교과과정은 논리학 전공자들이 참여하여 협의하여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하나의 교양 논리학 수업을 운용할 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의 문제는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육과정이 어떻게 짜여 졌는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의는 일단 뒤로 미루고, 대학의 교양 논리학 운용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대학에서 하나의 교양 논리학 수업을 운용할 때 고민해야 할 것은 먼저 각 강좌의 교육 환경이다. 일단 대학마다 교양 논리학 과목의 형식적 역할은 다르다. 즉 기초필수 교양과목 군이나 일반선택 교양과목 군에 속해 있다. 그렇게 교양 논리학 과목은 다른 교양 프로그램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종종 논리학 교과목이라고 분류하기 어렵지만 비판적 사고 교육을 강조하는 “발표와 토론” 또는 “독서와 글쓰기”와 같은 교양 과목이 같은 영역 군에 속해서 함께 개설되기도 한다. 그러한 특수 상황에 맞춰 교양 논리학 과목에서 비판적 사고, 연역 논리, 그리고 귀납 논리 중 어떤 내용을 우선 순위로 가르칠 것인지, 그중에서도 어떤 내용을 담아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는 특히 교수 방법의 문제와 연관된다. 전통적인 이론 중심의 교수 방법이 학생 참여를 충분히 독려하지 못하여 비판적 사고의 응용 능력 함양에 한계를 지니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일상적인 논증 사례와 오류 논증 사례 분석에 초점을 맞춰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강좌에서는 대체적으로 비판적 사고 이외의 연역 논리나 귀납 논리를 충분히 가르치기 쉽지 않다.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는 물론 각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준비 상태를 고려해야 하고, 강의 환경을 고려해야 하지만, 교양 논리학 교과목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을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면 학생들이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수강하고 싶은 교과목이 되는 것도 교양 과목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고려 사항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양 교육의 연성화, 즉 교양 교육 내용 자체를 가볍게 하려는 움직임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논리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논리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 역시 중요하기에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7) 교양 논리학 교과목에서 논리가 빅데이터, 코딩, 머신러닝 등의 새로운 과학기술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를 소개하는 것은 교양 교육의 연성화를 막을 수 있는 한 가지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학의 교양 교육은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코딩, 머신러닝 등의 새로운 과학기술 방법을 접해보고 경험해보도록 하려 한다. 그러한 측면을 교양 논리학 과목이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와 코딩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국 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교양 논리학 수업에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연관 관계를 볼 수 있게 한다면, 적어도 일부 학생들에게는 논리학 공부의 현실적 필요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5.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2022 개정 교육 과정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2022 개정 교육 과정은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시한 것이다.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의 문제점 역시 근본적인 차이점을 지니는 것이 아니기에, 고등학교 논리학 교육을 위한 2022 개정 교육 과정은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개편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2022 개정 교육 과정을 살펴보자.
교육부에서 고시한 2022년 고등학교 논리학 교과목 <논리와 사고>는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 등으로 대변되는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어울리는 논리학 교육을 위해 다음 네 가지 특징을 갖도록 설계되었다(교육부 고시 제2022- 33호).
  1. 현대 논리학에 초점을 맞춘다.

  2. 다소 소홀히 다뤄졌던 귀납 논리학을 보다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연역 논리학과 귀납 논리학을 균형 있게 다룬다.

  3. 코딩, 머신 러닝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논리학의 연관 관계를 소개한다.

  4. 논리학의 실용적 활용 사례를 널리 소개한다.

이러한 특징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현재 운용되고 있는 2015년 고등학교 <논리학>의 세부 목표와 2022년 개정 예정인 고등학교 <논리와 사고>의 세부 목표를 비교해 보자.
  • 2015년 고등학교 <논리학>의 세부 목표(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 첫째, 합리적 토론의 토대가 되는 핵심적인 개념을 이해한다. 특히 정당한 논증과 부당한 논증의 구분을 이해한다.

  • 둘째,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연역 논증의 기본 형식을 이해한다.

  • 셋째, 귀납 논증의 기본 특성을 이해한다.

  • 넷째, 일상생활이나 교과 학습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부당한 논증을 식별하고, 이를 논박하는 방법을 배운다.

  • 다섯째,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적 글쓰기와 합리적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 2022년 고등학교 <논리와 사고>의 세부 목표(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 가. 다양한 주장의 차이와 여러 주장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 상황에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 오류를 피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을 익혀 건설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 나. 추론과 논증의 특징을 이해하고, 좋은 논증을 구분하는 방법을 익혀, 다양한 종류의 글에 제시된 논증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른다.

  • 다. 사고의 내용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타당한 추론 규칙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 인공 지능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엄밀한 절차적 사고 능력을 기른다.

  • 라. 과학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논리의 특징을 이해하고, 확률과 통계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 과학적 추론 능력을 기른다.

2015년 고등학교 <논리학> 교육 과정은 표준적인 논리학 교육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달리 2022년 고등학교 <논리와 사고>의 세부 목표는 “과학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논리”를 언급하며 논리학의 교육 목표를 더 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는 2022 교육과정 개편 방향이 기본적으로 융합 교육을 강조하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즉, 미래사회에서는 실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많은 문제 상황들이 분과적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교양 소양과의 융합이라는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구체적인 교육 과정을 비교할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5년에 개편한 현 교육 과정과 2022년 개편 교육 과정을 비교해 보자.
2015 교육과정은 <표 2>에 제시된 핵심 개념만 보면 정언 논리에 초점을 두고 가르치도록 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2015 교육과정에는 핵심 개념인 연역 논증을 해설하는 ‘일반화된 지식’ 부분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즉, “명제 논리 논증에는 전건긍정논증, 후건부정논증, 선언삼단 논법 등이 있다. 정언진술들로 이루어진 술어 논리 논증의 타당성 여부는 벤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판정할 수 있다.”라고 제시하여 정언논리와 명제논리를 모두 가르치도록 계획했다. 2015 교육 과정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논리학 교과서는 정언논리와 명제논리를 모두 소개한다.
<표 2>
2015년 고등학교 <논리학>의 교육 과정](교육부 고시 제 2015-74호)
영역 핵심 개념
1. 논증의 분석과 유형 추론과 논증
정당성과 부당성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
2. 연역 논증 타당성과 건전성
정언진술과 벤 다이어그램
3. 귀납 논증 귀납적 정당화
통계적 삼단 논법
4. 오류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 오류확인과 반박
5. 논증의 활용 숨은 전제와 숨은 결론 복합 논증
논증의 재구성과 평가
논술
2022 개편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교육 내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었고 그 방침은 모든 교과목이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이에 논리학 교과목에서도 어떤 내용을 삭제하고 어떤 내용을 강조할 것인지를 두고 선택해야 했다. 정언 논리와 명제 논리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제한된 교육 시간 안에 모두 소화하기 어렵기에 현대 논리학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방향의 개편이 진행됐다. 특히 논리학이 철학의 일부분이면서도 모든 학문의 방법론이라는 측면, 특히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방법론적 기초라는 측면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개편됐다. 나아가 논리학이 코딩, 머신 러닝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과 연관 관계를 지닌다는 점을 소개하여 논리학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2022 개편 논리학 교육과정의 취지는 결국 <표 3>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결과가 되었다.8) 이는 현재 국내 대학에서 형식적 추론을 중심으로 강의하는 교양 논리학 강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진희, 2019: 196)에서 보면,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어려운 내용일수록 수강 신청을 하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표 3>
2022년 고등학교 <논리와 사고>의 교육 과정
핵심 아이디어 지식⋅이해
1. 생활과 논리 인간 사고와 논리
추론과 논증
논리적 오류와 합리적 결정
2. 언어와 논리 연역과 귀납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
논증 분석과 논술
3. 기호와 논리 논리 기호와 주장의 형식화
논리 기호와 논증의 타당성
자연 연역의 추론 규칙 연역
논리와 코딩
4. 과학과 논리 귀납 추론의 종류
가설과 증거 그리고
과학적 방법 과학적 추론과 확률⋅통계 귀납
논리와 머신 러닝
하지만 형식적 추론 즉 확률 추론과 자연 연역을 강조하는 교양 논리학 교육 과정이 고등학교 수준에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핵심 사항은 어렵다는 것인데, 확률 추론과 자연 연역을 제대로 전부 가르치려면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을 배우는 취지를 소개하려는 정도라면 그렇게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수업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학생들을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나의 정답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 하나의 교육 과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의 선택인데, 2022 개편 교육과정은 논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실제에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라도 학생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교양 논리학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아마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 대신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일 수 있다. 논리학 교재의 목차를 보고, 논리학이 무엇을 공부하는 학문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라고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쉬운 내용을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논리학 공부에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나면, 다른 문제들은 강의실에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교양 논리학 교육 과정이 코딩과 머신러닝 등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나아가 과학적 탐구 방법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고등학교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인 교육 과정으로 역할하지 않을까를 기대했다.

6. 교양 논리학 교육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기치는 1979년에 정언 논리를 ‘오래된 나쁜 논리(the bad old logic)’이라고 부르며 대학에서 정언 논리를 가르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 논리학을 가르치지 않고 정언 논리만을 가르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언 논리가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반박에 대해서도 기치(Geach, 1979: 11)는 전혀 굽히지 않고 정언 논리를 소개한 교재의 모든 것이 틀렸다고까지 말한다.
정언 논리에 대한 기치의 비판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싶다. 여전히 많은 대학 논리학 교재가 정언 논리를 소개하고 있고, 논리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논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대개 정언 논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에서는 정언 논리만을 염두에 두고 논리를 소개한다. 또, 논리학 공부가 여러 국가시험에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 후, 국가시험과 관련 학원 강사들까지도 논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언 논리만을 말하고 있다.
정언 논리의 한계는 분명하다. 기치(Geach, 1979: 12)가 정확하게 지적하다시피, A, E, I, O의 정언 명제만으로는 일상에서 중요한 쓰임새를 갖는 모든 명제의 의미를 나타낼 수 없다.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인간은 100세 이전에 죽는다.”는 명제는 “모든 인간은 100세 이전에 죽는다.”와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어떤 인간은 100세 이전에 죽는다.”보다 훨씬 더 강한 의미를 지닌다. 그 정확한 의미를 정언 논리로는 나타낼 수 없다.9)
물론 정언 논리를 현대 논리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가르치는 방안이 있고, 유용한 교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교육 내용으로 논리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교양 논리학 교육 과정에 정언 논리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게 하면 정작 명제논리와 술어논리의 연역 논리학과 확률 추론의 귀납논리학을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종종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면서 정언 논리를 가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도 정언 논리 대신에 명제 논리를 가르치는 것이 맞다. 일단 현대 논리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는 것이 여러 가지로 효율적이다.
더구나 논리학 공부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려는 경우에는 정언 논리를 가르치기보다 현대 논리학을 가르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지금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코딩 교육을 받아왔고, 스크레치와 같은 초등학생용 코딩 언어는 문장 중심의 명령어를 ‘그리고’ 등의 논리 연결사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명제 논리를 배우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렴풋이나마 컴퓨터 언어의 기초가 논리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정언 논리보다 현대 논리학을 가르치면, 논리 교육의 의의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논리 교육의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 결과가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2022 개편 교육과정에서 정언 논리를 제외하고 현대 논리학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과정을 개편한다고 해서 교양 논리학 교육이 쉽게 나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구체적인 문제와 해결 방안을 살펴보면서 본 논문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첫째, 기초적인 내용부터 쉽고 자세하게 소개한 논리학 참고도서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교재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해설서가 따로 출판된다. 하지만 이 해설서는 고등학교의 논리학 교재를 활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례 중심의 해설서일 뿐이다. 이러한 해설서는 논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지고 있는 교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논리학을 새로 공부해서 가르쳐야 하는 교수자에게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조금 더 심도 있는 내용을 소개하는 참고도서가 필요하다.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수자에게도 참고도서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교양 논리학 교재가 적지 않게 출판되어 있지만 모두 대학 수업에서 직접 사용하기 위한 교재여서 그 내용이 너무 개략적이다. 교재에 담겨 있지 않은 많은 내용을 담당 교수가 잘 알고 가르치도록 쓰여 있다. 따라서 담당 교수가 논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논리학 강의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보조 교재라도 있는 것이 교수자의 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대학 교양 과목, 예를 들어 심리학이나 경제학 같은 과목의 교재는 논리학 교재와 달리 강의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그 두꺼운 교재는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그만큼 정확하고 쉽게 쓰여 있다.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수자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철학 전공자라면 좋은 교양 논리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쉽고 자세한 논리학 참고도서가 필요하다.
둘째, 논리학 참고도서 이외에도 고등학교와 대학의 논리학 교수자를 재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심지어 대학의 논리학 교수자도 종종 현대논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이 교양 논리학 교육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등학교에는 이미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이것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대학에도 논리학 교수자가 신뢰하고 참고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쉽고 자세한 논리학 참고도서와 더불어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에서 기존에 논리학을 공부한 적이 없더라도 좋은 교양 논리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논리학의 전문 용어 통일을 위해 논리학자들이 빨리 협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귀납 논리학의 용어들에 대해서 합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연역 논리학의 타당성과 건전성에 대응하는 귀납 논리학의 용어는 강함과 설득력 있음 이외에도 귀납적 타당성과 귀납적 건전성 등으로 다양하다. 필자는 최근 몇몇 학자들과 ‘강함’과 ‘설득력 있음’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는데, 그것은 특히 좋은 귀납 논증을 분류하는 정성적 평가 용어로 설득력 있음을 사용하고, 귀납 논증의 정량적 평가 용어로 설득력이 크다는 것은 추가적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이외에도 열거적 귀납, 최선의 설명에로의 논증, 가추, 증언에 기초한 귀납 논증 등의 용어들을 통일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논리학자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해서 당장 고등학교 및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방안으로 고등학교 및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어렵고, 교양 논리학 교육의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Notes

1) 최훈(2020)은 오류 논증 사례를 중심으로 논리 교육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을 구분하는 것을 논리 교육에서 포함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논리학 교육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국어 교육에서 논리적 사고 교육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훈 교수의 이러한 입장이 지닌 문제점은 홍지호 외(2021)에서 지적된 바 있다.

2) 이러한 이진희 교수의 진단은 정확하다. 하지만 이 조사는 교양 논리학 교육 교과목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것이기에, 철학과 전공과목으로서의 논리학 교육이 얼마나 순수 논리학 중심 강의였는지, 그리고 그 강의에 철학 전공이 아닌 학생이 얼마나 수강했는지를 살펴볼 때,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3) 현재 전국 고등학교에 철학 담당 교사는 40여명에 불과하고, 논리학 담당 교사는 오래 전에 철학/논리학 담당 교사 자격증을 받은 소수만 있을 뿐 새로 철학 교사 자격증을 받는 젊은 교사들은 철학 담당 교사 자격증만을 받는다.

4) 교양 과목 개설에 소극적인 대학 당국과 강사법이 맞물려서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5) 이러한 상황은 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쉬워졌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역효과도 있다. 논리학 공부가 시험 문제 풀이에 필요한 도구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리적 사고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논리학 교수자의 해설이 필요하다.

6) 학원가에서는 이미 수능을 위해 PSAT와 LEET 기출 문제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7) 심사위원 한 분께서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이 비판적 사고 교육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는 현재적 추세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의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 현대 논리학을 강조한 것이 왜 더 바람직한지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해 주셨다.

일단, 대학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은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보다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이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앞서 소개한 이진희 교수의 대학 교양 논리학 교육 현황 조사 결과에 의거할 때, 비형식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비중인 22%와 논리교육을 논술 및 토론에 연계하여 가르치는 비중인 39%를 합치면 61%가 되니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을 31%로 보면 거의 두 배인 상황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교양 논리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중에서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이 가능한 교수 비중이 얼마나 될지를 추정해보면, 그리고 대학의 교과 운영은 대부분 교수자의 결정에 따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31%라는 비중이 그렇게 적은 것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만 가르치고 현대 논리학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고, 대학의 교양 논리학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 교육이 추세인 것은 주로 그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과 과정을 구성하는 데에 그런 식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교양 논리학에서 공부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소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과 과정을 비판적 사고만으로 채운다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논리학을 비판적 사고만으로 알게 될 것이다. 현실적인 판단 아래 최선의 논리학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야 하지만,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과 과정에서 다뤄야 할 논리학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종심을 잡아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형식적 추론을 강조하는 논리학 교육이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과 과정의 중심이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담당 교사가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과목을 운영하는 것은 선택 가능하지만, 단 하나의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비판적 사고 교육이 논리학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8)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제기한 중요한 문제 하나는 “고등학교 논리학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질 법한 “형식적 추론 교육이 가능한 교사 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고, 임시방편책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에 대학과 마찬가지의 강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심각한 문제는 형식적 추론 교육이 가능한 교사 부족이 문제가 아니고, 교양 논리학 교육이 가능한 교사 부족이 문제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육과정을 실제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철학 담당 교사들이 교육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그분들의 숫자는 현재 너무 적고 앞으로도 많아질 가능성이 없다. 어떻게 해도 교육 가능한 교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고등학교에서는 수학 및 과학 담당 교사의 시수 부족이 예견되기에 수학 및 과학 담당 교사가 재교육 과정을 통해서 고등학교 교양 논리학 교육을 담당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논리학이 모든 학문의 도구라는 측면, 특히 언어의 활용만이 아니라 기호의 활용 나아가 과학적 방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9) 기치가 더욱 심각하게 생각한 문제는 정언 논리 교육은 논리적 사고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명사가 한 번은 주연되어야 한다는 규칙과 그 규칙을 어기면 중명사 부주연의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런 규칙이 성립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규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기치는 논리학 교수자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정언 논리 교육의 문제만이 아니기에 이러한 기치의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참고문헌

이진희(2019). “교양교육으로서의 논리교육 현황 분석”, 교양교육연구 13(6), 187-203.

최원배(2020). 추론이란 무엇인가, 서광사.

최훈(2020). “‘부당한 연역논증’은 형용모순이다!”, 논리연구 23(1), 25-55.

홍지호, 여영서(2021).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구분 기준”, 논리연구 24(1), 53-83.

Geach, P(1979). “On Teaching Logic”, Philosophy 54(207), 5-17.
crossref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고시”,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141&boardSeq=93458&lev=0&m=0404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 교육과정 고시”,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141&boardSeq=60747&le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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