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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2); 2023 > Article
대학 글쓰기에서 저자성을 강화하는 교수학습 방법

Abstract

이 논문은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필요한 저자성의 개념을 살피고 실제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저자성을 인식하여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다.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필요한 저자성은 기본적으로 학술공동체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특성으로 보지만 사회구성주의자들이 강조한 담화공동체의 특성이 저자성을 보다 유연하게 수용하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 또한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목표로 하는 학술적 글쓰기에서 요구하는 저자성이 한쪽으로 치우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필자로서의 자아 외에 자전적 자아, 담화적 자아, 사회문화 제도적 맥락에서의 자아가 균형 있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학습자들에게 단지 학술공동체의 관습을 잘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학습자의 저자성이 처음부터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반영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학습방법을 2단계로 제시했다. 우선 학습자가 스스로의 저자성을 인식하고 그 지위를 찾도록 주제설정 활동에서 바흐친의 외재화 개념을 적용하였다. 전문 필자의 글이지만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주제를 다룬 칼럼을 대상으로 학습자들이 전문 필자 못지 않게 스스로의 저자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활동의 목표이다. 학습자들이 주제설정 단계에서 대학생, 소비자, MZ세대, 시민으로서의 특성을 갖고 전문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일정한 주제에 따른 담론을 파악하고 학습자가 지지하거나 동의하는 관점을 도출하여 자신만의 관점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학습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이슈들을 통해 어떤 관점들이 드러나 있는지 살펴보고 세부적인 관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관점이 주제선정의 구체성이나 문제의식에 기여하는 측면을 학습자 스스로가 인식할 수 있다. 이 활동의 목표는 학습자가 담론 안에서 자신의 관점을 찾아 나가는 경험과 태도를 기르는데 있다. 이것이 학습자의 저자성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Abstract

This paper focused on checking the concept of authorship, which is necessary in college writing class, and providing students a method on how to write in actual class. The authorship required in college writing classes is basically a characteristic required of members of the academic community, but the characteristics of the discourse community emphasized by social constructionists help us understand authorship. Furthermore, the autobiographical self, discoursal self and the possibilities for self-hood in the socio-cultural and institutional context in addition to self as author should be operational in balance to alleviate the problems developed by the lopsidedness of authorship required for academic writing aimed in college writing classes. This is a perspective that it is important in its ability to recognize the presence of authorship in learners from the start and to manifest it after seeing that the method forcing learners to study well only in accordance to the customs of academic community has limitations.
We suggested two steps of a detailed learning method to accomplish this goal. First, Bakhtin’s externalization concept in activity for topic establishment was applied for learners to recognize authorship and to allow them to find the status of authorship by themselves. It is to target columns written by professional writers but on topics that are widely accessible, so that learners can find their own authorship as much as professional writers. This method allows learners to have the characteristics of a college student, a consumer, a member of the MZ generation, and a citizen and to find a favorable position to take in order for them to adopt a professional perspective. Next, this method makes learners apprehend the discourse according to presented topic and to draw the perspective of support or agreement. Afterwards, students can incorporate this opinion into their own perspective. Students will be able to examine what perspectives are revealed through issues related to mobility rights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that were easily accessible to learners, and to experience the process of finding detailed perspectives, The process to experience and to find an attitude of their own is more beneficial for learners to build authorship than the perspective or insistence itself.

1. 서론

대학 글쓰기에서 학습자의 저자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구자황, 2013: 85; 이윤빈, 2016: 146) 이래 저자성 획득과 관련한 논의들이 이어졌다(김성숙, 2015; 서진영, 2018; 장지혜, 2019, 2021; 김미란, 2019; 박현희, 2021).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하면 대학 글쓰기의 성격에 따라 저자성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고 무엇보다 이를 획득하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의 초점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교수학습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지만 현재는 그러한 다양성을 논할 단계라기보다는 목표에 따른 교수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가깝다. 대학 글쓰기를 학술적인 에세이 쓰기로 목표 삼는 경우라도 전공에서의 학술적인 에세이나 논문과 차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겨져 있다.
저자성은 글쓰기의 목표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대학 글쓰기의 성격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보겠다. 2000년대 들어와서 각 대학의 교양 필수과목으로 대학 글쓰기가 자리잡을 때 학술적인 글쓰기라는 목표가 중요하게 설정되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학교의 정책과 교과과정에 따라 자아 성찰적 글쓰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 글쓰기의 목표가 학술적 에세이인 경우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학문분야를 막론한 학술적 에세이 쓰기에 대한 효과에 의문을 갖고 계열별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듯이 학술적 글쓰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생겨났다. 여기서 다양한 전공학문에 적용될 수 있는 학술적 글쓰기여야 한다는 잠정적 합의 속에서 특정한 주제에 제한되지 않는 논증의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김미란의 논의는 논증력 향상의 관점에서 저자성을 획득할 수 있는 측면을 잘 보여준 바 있다(김미란, 2019). 박현희의 논의도 학술적 글쓰기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에 놓인다고 할 수 있는데 학문분야를 사회과학 글쓰기로 특정하여 학문공동체를 설정함으로써 전공에서와 같은 학술적 글쓰기의 저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박현희, 2021). 여기서 핵심은 결국 학문공동체 안에서의 저자성 개념이 학술적 글쓰기를 습득하고 지속하는데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동의하지만 이는 학술적 글쓰기의 장르 관습을 연습하는데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저자성 설정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한편에서는 학술적 글쓰기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접근은 구체적인 학술적 글쓰기 연습에 유용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학술 담화공동체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저자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윤빈과 정희모는 학습전이가 일어나기 어려운 포괄적 개념의 학술적 글쓰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움직임들을 소개한 바 있다(이윤빈, 2014, 2015; 정희모, 2014). 구체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WAW)라는 주제로 초점화하여 다루어지기도 했는데(정희모, 2015) 이원지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우리나라 대학교의 글쓰기 수업에 적용 가능한 방법으로 재조정하여 살펴보았다(이원지, 2020). 그러나 여전히 WAW방식이 이론 중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대학 글쓰기 교재에서 다루는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여 학습자들의 글쓰기에 WAW이론을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해 보인다. 그러나 WAW 과정에서 학습자가 저자성을 획득하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이원지, 2020: 129-130) 학술 담화공동체의 역할은 참고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기존의 연구들을 토대로 대학교 1학년이 수강하는 공통교양 대학 글쓰기 수업을 대상으로 학습자의 저자성 획득을 저해하는 측면에 집중하여 저자성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저자성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다시 정리하고 대학 글쓰기 수업의 특성에 맞게 저자성의 개념을 조정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대학 글쓰기 학습자에게 필요한 학술공동체가 지니는 의미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다.

2.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필요한 저자성 개념

저자성은 글쓰기 학습자가 스스로를 글쓰기 주체로 인식하는가를 의미한다. 영어로 authorship, writer identity라고 할 수 있고 좀 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authority와 관련된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의 저자성을 중심에 두고 살피기 때문에 개념을 좁혀서 사용하겠지만 그럼에도 포괄적인 의미는 여전히 중요하다. 저자성의 정의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간단하지만 수업에서 어떤 목표를 두고 어떤 교육 환경에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놓인다.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는 학술공동체의 전문성을 해결하여 학습자가 글쓰기 주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이것을 기능적인 수행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 글쓰기에서 학습자의 저자성은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먼저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해 저자성 논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글쓰기 권한, 관련 주제와 텍스트에 대한 권한에서도 학생들이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특성, 신입생이라는 위치는 교양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의 권위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저자성 관련 기존 논의들의 쟁점을 통해 이 부분이 왜 중요한지를 좀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대학 글쓰기에서 저자성은 학술공동체라는 특성과 더불어 학습자 중심성의 개념을 중요하게 고려할 때 보다 의미있다. “자료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관점을 전면화할 수 있는 주체”(이윤빈,2016: 146)라고 이야기한 것은 학술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학술 담화공동체라는 전제가 중요하다고 파악하여 ‘학술적 저자성’을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대학 글쓰기의 학생들은 전공과 달리 하나의 분야로 묶인 학술공동체로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학술적 저자성을 획득할만한 학술적 자원이 동일하지 않다. 이것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교육한다고 하면 이들은 학술적 자원이 부족한 대상이 되어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일방적 입장에 처한다. 저자성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힘의 차이를 재분배할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글쓰기 수사학 전통에 내재해 있는 저자성이 자율적이라는 전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Mortensen & Kirsch, 1993: 562)은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
모르텐센과 키르쉬는 저자성에 대한 동화모델과 저항모델1)이 모두 한계가 있다면서 대화모델을 제안하고 교수자와 학습자의 불균형한 힘의 관계에 대한 고려나 지식, 개인의 권리, 추상적인 규범의 일방통행적 흐름을 바로잡고자 하는 측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권위가 있다는 점, 그래서 권위의 확산(diffusion of authority)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이론(Social theories of writing)은 콘텍스트의 영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권위는 텍스트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지식표현의 관습을 관찰하는 개인들이 담화를 구성하고 협상하는 데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습은 권위를 부여해도 되는지의 기준을 제공할 뿐이다. 사회적 이론의 관점은 절대적인 진리에 기반한 권위를 거부한다. 권위는 연습하고 구분하고 공동의 담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학습자들이 권위를 위해 관습을 따르기도 하지만 권위(authority)가 지닌 두 가지 힘, 복종하게 하는 힘(오피스의 권위)이거나 행동, 견해, 믿음에 영향을 주는 힘(전문성의 권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Mortensen & Kirsch, 1993: 559-563)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권위는 자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언제 어떻게 권위가 협상될 수 있는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도 스스로 저자성을 갖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권위에 복종할 때 그것이 약함과 미성숙함의 증거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을 지닌 학자들의 경우 특히 이러한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로즈 이바닉은 학문공동체보다 담화공동체(discourse community)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저자의 글쓰기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Roz Ivanič, 1998: 80-81). 학술적 담화공동체에 대한 연구의 권위자인 스웨일즈(Swales)가 제시한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특징은 이 공동체를 너무 이상적인 것으로 그리고 획일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듯이(Roz Ivanič, 1998: 79) 학습자의 저자성을 위해서는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성격을 유연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웨일즈도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6가지 특징에서 8가지 특징으로 수정 보완하였고 담화공동체의 유형도 3가지로 세분화하였듯이 대학 글쓰기에서 요구하는 학술공동체의 성격도 이를 반영하여 학습자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스웨일즈가 이야기한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첫 번째 특징인 보편적 공동의 목표(commonpublicgoals)는 목표(goals)로 바뀌었는데 목표가 보편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발견해가는 것(민정호, 2021: 21)이라는 점을 수용한 결과이다. 또 스웨일즈는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특징으로 기대지평을 확장시킨다는 내용을 추가했는데 이는 “담화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것들이 유입되거나 새로운 사람이 편입되었을 때 공유하는 ‘활동 리듬(rhythmsofactivity)’,역사의식,가치체계 등을 기반으로 유사한 기대지평을 형성, 추진한다는 것이다”(민정호, 2021: 22).
이러한 논의들은 간접적으로 학술공동체와 저자성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저자성이 공동체의 담화관습을 배우고 전문지식이 쌓임으로써 획득되는 것으로 한정되면 곤란하다는 것, 다양한 구성원들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 폐쇄적이기만 한 공동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일정한 시간을 수련해야만 저자성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저자성을 갖고 그 저자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주체적 존재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학습자의 저자성은 바흐친의 대화주의 읽기에서의 타자성 개념과 통하는데 이를 읽기모델로 적용했을 때 성, 지역, 시대, 사회적 지위, 신체적 조건, 외모, 감수성, 가족 관계 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독자의 외재성(이재기 2016: 55-56)을 통해 발휘될 수 있다.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저자성을 인정해주는 태도만으로 학습자가 그것을 획득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학습자의 외재성을 발휘하는 방식은 중요하다. 이는 3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본고는 학술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저자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저자성은 개인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저자성과 어떤 관계인지, 전자의 저자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혹시 후자의 저자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을 수 있다. 이는 대학 글쓰기에서 학습자가 획득해야 하는 저자성 개념의 두 번째 과제와 관련된다. 기능주의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자는 목표를 위해 포괄적 개념을 적용해 보자면 두 저자성의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양립불가능한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의 에토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양자에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독창성이라는 것은 학술적 글쓰기에서도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과 연관해 표현주의적 입장에서 저자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피터 엘보, 2014: 379-393; 장지혜, 2021).
표현주의적 방법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자기다움이나 진정성의 의미가 저자성에서 중요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성이란 authenticity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진정한 그래서 권위가 있거나 저작권을 지닌 것’, 또는 ‘독창적이거나 고유하다’는 뜻이다(김세원, 2019: 7-8). 철학적 관점에서 진정성에 대해서는 비판과 옹호가 이어지는데 자기 중심성과 공적 자기의 붕괴라는 비판적인 관점은 쉽게 이해된다. 한편 공동체적 지평에서의 좋음과 절합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탐색되어 왔다. 특히 리쾨르의 경우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에 놓여 있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다는 점에서(김세원, 2019: 30)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학술적 글쓰기에서의 저자성 확보라는 모순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리쾨르에게 이야기적 자기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은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처럼 자신의 삶을 사는 것, 자기 창조로서의 진정성이 아니다. 진정성이 오히려 자신의 체험을 읽고 이야기하거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해석 속에서 즉, 매개를 둘러싼 해석 속에서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읽는 것을 통해 가능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자기 중심주의적이지 않으면서 자기를 조성하고 활성화하는 해석적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김세원, 2019: 180). 리쾨르의 진정성 개념은 주관주의적 도덕과도 거리가 있으며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향한 자기존중과 연관되기에 학술적 글쓰기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으며 학술적 글쓰기가 지닌 저자성의 한계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 글쓰기에서 저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대화적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바흐친에 빚진 바 크지만 앞에서 언급한 여러 연구들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성을 획득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이러한 측면이 잘 드러나 있다(Penrose & Geisler, 1994: 509). 동료의 비평에 응답하도록 하고 이를 글쓰기로 반영하도록 하는 방식은 좀 더 적극적인 대화 모형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글을 읽고 요약하고 주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그룹으로 나눠 토론을 하고 그룹별로 서로의 글을 바꿔서 비평하도록 함으로써 저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Schneider & Andre, 2007: 2-4). 여기서 학생 글의 문제를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교수자의 피드백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학생을 저자성을 가진 학생으로 보는 입장(Johanna Rodgers, 2011, 148)과 초보자의 역할을 통해 지식을 획득하는 기회를 회피하는 겸손을 모르는 학생으로 보는 입장(Holly Larson, 2015:12)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적인 방법이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하게 사용된다. 결국 대화적 과정을 지속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정밀화해가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쓰기 주체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판단을 지연시키고 자신의 목소리를 정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장지혜, 2019:164-165). 이러한 정밀화 과정을 거쳤는데도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할 때 저자성이 작동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교수자나 동료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수정하는 것을 자신의 주장이나 논리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섣부르다. 그러므로 그저 고치거나 고치지 않거나 하는 행동이 아니라 어떻게 고쳤는지와 고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
대학 글쓰기의 경우 학술적 글쓰기를 기본 성격으로 하기에 이러한 성격의 담화공동체를 만들고 학생들은 이 그룹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입장을 정하도록 해 보는 기회는 중요하다. 권위는 작가가 일련의 특정 관습에 새겨진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특정 그룹의 구성원으로 위치시키는 정도에서 볼 수 있다(Clark and Ivanic 1997: 152). 그렇지만 학술적 글쓰기를 모방하여 습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습자 안에 내장되어 있는 글쓰기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깨우고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진정성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철학적 내용에 기반하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관점을 펼칠 때 여러 관점 중에서 자신이 동의하는 한 관점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단지 주류 이론이라서, 혹은 자신의 생각과 가장 비슷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대학 글쓰기에서 논증을 다루는 방식은 도구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는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을 포함해 여러 관점의 논리를 세워봄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고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데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논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학 글쓰기의 경우 근거 자료가 충분한 주제를 학습자들이 선택하는 등 주제선정에서부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술적 글쓰기이지만 학습자의 권위를 전제로 한 방법, 저자 개인의 진정성이 허락되는 방법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학 글쓰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학습자의 저자성에 대한 2가지 논점, 스스로를 글쓰기 주체로 인식하는 것과 기능주의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수업에서 저자성을 찾고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도록 하겠다.

3. 학습자의 저자성 지위 찾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습자가 스스로 저자성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학습자에게 인식시키는 일은 또 다른 과제이다. 담화공동체에서 본격적으로 대화의 방식을 적용하기 전 단계로 학습자에게도 유리한 지점에서 저자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저자의 칼럼을 분석적, 비판적으로 읽고 그 저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저자는 전문가이고 학습자는 초보자이기에 그 주제에 대해 전문가보다 더 잘 서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여 부분적인 비판을 하는 데서 그친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관점에서 더 유용하고 좋은 접근 방법이 있다는 점을 경험하게 하면 전문가와 초보자가 지닌 힘의 불균형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글의 완성도에까지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피드백을 거치고 수정을 하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글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인식변화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점을 찾아 자신의 리서치와 주장이 돋보일 수 있도록 시작점을 잡음으로써 저자성이라는 정체성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주제설정과 관련된 활동에서 시도해 보면 좋다.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면 학습자가 저자성을 갖기 어려워진다. 칼럼을 대상으로 주제설정에서 학습자의 저자성을 찾아갈 수 있는 구체적 활동을 제시해보겠다. 이는 물론 비판적 읽기와 함께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저자성에 대한 인식과 연동되었을 때 비판적 읽기가 기능적인 측면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크로스에 실린 정재승의 ‘기술은 끊임없이 자아도취를 향한다’와 ‘21세기 예방과학에 대한 우화’는 학습자들에게 주제설정과 관련해서 좋은 재료가 되어 준다. 정재승은 과학자라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대중적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글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토픽을 가지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주장을 담았다. 그런데 이 책이 2009년에 나온 것이라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현재의 학생들에게 좀 더 유리한 지점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 학생들이 저자성을 갖도록 하는 연습을 하기에 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 책의 기획 자체가 하나의 화제를 두 사람이 다른 시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같은 방식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기술은 끊임없이 자아도취를 향한다’는 이쁘고 멋지게 나오도록 셀카를 찍는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예뻐 보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럽지만 과학기술이 그 욕망을 추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기술의 발달이 덜 이루어져 왜곡되게 예쁘게 찍히도록 하는 것은 사진기의 본래적 기능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글쓴이는 지적한다. 저자가 과학자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윤리나 방향성에 대해 다소 엄격한 시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셀카와 같은 비교적 가볍고 일상적인 행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과학기술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도 곤란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무조건 섬겨주는 것도 윤리적인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관점에서 이를 다시 비판적으로 보자면 셀카와 같이 작은 부분을 과학기술의 범주에서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셀카는 놀이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과학자라는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셀카를 즐기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문화적 관점이라는 일정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하나의 주장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자료를 보고 근거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서 저자성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폰카의 기술이 발전하여 과학기술의 관점에서도 기존의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만의 주제를 설정할 수 있다. 실제 학생들의 글을 보면 문화적 관점에서 다양한 사진 찍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셀카 놀이의 긍정적인 면을 제시하기도 하고 셀카나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SNS 문화를 비판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일상에 치여 자존감이 낮아진 현대인들에게 셀카가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 학생도 있고 셀카에 국한되지 않는 왜곡된 이미지가 다시 인간을 세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한계와 치명적 단점을 정재승 못지 않은 강도로 비판한 학생도 있다.
‘21세기 예방과학에 대한 우화’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과학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질병과 범죄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이 글에서도 역시 저자는 과학자의 엄정성을 갖고 과학기술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과학에서는 일관된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요인이 있고 사회에서는 소수 의견이 있는데 이것이 과학의 이름으로 무시되고 정당화되는 사회는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학의 유용성에 매몰되기 쉬운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도는 충분히 수용될 수 있지만 학생들은 과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질병과 범죄에만 예방과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 예방과학이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을 새로 찾아 글을 쓸 수 있다. 기후 이변으로 예측과 예방의 기능이 더욱 요구되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이변과 관련한 예측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글을 쓴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서 예측의 정확도와 무관하게 우리가 앞으로 관심을 둬야 하는 주제라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질병과 관련해서는 예방의학의 긍정적 기능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예방과학에 전권을 주는 것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반대하지만 예방의학의 발전을 통해 개인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긍정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현재 암발병률에 대한 예측이 정확도를 더 해감에 따라 발병 이전에 수술을 선택하는 비율도 올라가고 있고 무엇보다 생명을 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내 암 발병률이 80%로 예측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수술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치료제의 발달도 예측될 수 있기에 환자의 입장에서 암의 종류에 따라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논지는 과학 발전에 기대감을 갖는 대중적인 시각을 반영하기에 주의를 요한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물리학적 관점에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짚어준 학생의 글도 담화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과학교육과 학생의 경우 정재승이 ‘21세기 예방과학에 대한 우화’에서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인용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를 보는 일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함을 증명하기도 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에서는 대학생의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에 칼럼을 함께 읽고 학습자들이 그들만의 저자성을 찾을 수 있도록 연습하기에 좋다. 예를 들어 한겨레에 실린 강준만의 ‘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하는가’는 수능 점수 차이를 능력 차이로 인식하여 차별을 정당화하는 대학생들을 비판하면서 사회의 더 큰 구조적 불평등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습자들은 저자의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사회구조 문제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부분을 반박하고 싶어 한다. 학습자들은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한다. 왜 세습 자본주의와 같은 더 큰 사회구조의 문제를 중심에 다루지 않고 대학생들의 사소한 차이에 따른 차별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인지 묻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질문은 저자의 한계와 똑같은 한계를 지니는 질문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하기 어렵게 된다. 이 반박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생들만 보여줄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차별을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요한 이유는 수능 점수 차이로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부분은 문제이지만 점수 차이는 학생들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중요한 요인이라서 기성세대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게 수용된다. 여기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공정 감각 차이가 드러난다. 이는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서 언론학자 강준만의 전문가성에서 벗어나서 세대별 공정 감각을 다퉈볼 수 있다. 이것은 바흐친이 이야기한 대학생이라는 학습자의 외재성을 활용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를 통해 기성세대의 공정 감각을 오히려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성세대의 공정 감각은 거시적인 구조의 문제를 바꾸는 것이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의 공정 감각은 미시적인 것부터 충족되어야 한다. 거시적인 구조 변화가 요원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의 비전은 위선 그 이상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성세대의 방식은 공정이라는 이름의 토큰 남용으로 젊은 세대에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고 이것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 대학생의 저자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생각하고 있어도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첫째는 강준만과 같은 전문가와 기성세대의 방식을 모두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것을 논리적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습자도 이런 방식으로 저자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느끼면 훨씬 편안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 역할을 수행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비판하는 관점만이 학생들의 저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인 것은 아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비판의 대상이 대학생들에게 맞춰진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차별의식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자 하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그들만의 관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그것을 논점화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저자성의 지위를 스스로가 찾을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시도했던 방법이 모든 학생들에게 다 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저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여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습자도 자신의 저자성을 아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4. 학습자 저자성 강화하기: 관점 갖기

앞에서 학습자의 저자성의 지위를 찾고 인식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저자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습할 차례이다. 학생들의 저자성이 돋보이는 지점을 잘 잡아 위치선정을 하고 논점을 세웠다고 해도 이 토픽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이 있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학술적인 글에서 관련 사항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고 전문성이라는 것도 이러한 기반 아래 축적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성이란 것은 지식의 나열이 아니고 지식의 구조화이며 발견과 분석이 수반되는 새롭고 의미 있는 주장이어야 한다. 대학 글쓰기에서 논증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러한 목표를 위한 방법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학습자들이 관련 지식을 다루는 기능적인 방법 외에 지식을 다루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성을 갖는다는 것은 일정한 관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학자, 언론학자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관점을 통해 학습자가 자신의 저자성을 부각할 수 있음을 앞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므로 다음 단계에서는 특정한 주제와 관련한 담론에 대한 여러 관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의 관점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관점과 목소리를 반영한 글을 써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습자가 관점들의 경합을 경험하고 세부적인 관점으로 조정되어 서술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연습을 해보기 좋은 주제로 장애인 담론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촉발된 장애인의 이동권 관련 기사와 2022년에 7월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바라보는 다양한 리뷰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 둘은 시기적으로나 내용 면에서 묶어서 바라보기 적절하기도 하지만 특히 이 시기에 매체에서 장애인과 관련한 논의들이 다수 등장하여 학습자들의 경험과 유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자들이 전문가성을 학습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의 관점을 피력할 수 있는 조건을 지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포함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관점을 다각화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드라마에 한정하지 않고 장애인과 관련된 사회적 담론들을 연관지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참조점을 제공할 수 있다. 전장연 시위로 촉발된 장애인 담론을 단순화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도 이 드라마의 효용성이 존재하므로 장애인과 관련한 다양한 담론 촉발 지점을 학습자들이 통합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거시적 관점에서 담론을 파악하고 자신이 동의하는 관점을 선택하여 논증을 위한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저자성이 아니라 학습자의 에토스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주장을 어디에 위치지을 것인가를 고려하도록 하는 측면도 수업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인 덕은 저절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습관들이 쌓여 실천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여 에토스를 수사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실천적,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아리스토텔레스, 2015: 34). 이바닉은 자전적 자아(Autobiographical self), 담화적 자아(Discoursal self), 필자로서의 자아(Self as author), 사회문화 제도적 맥락에서의 자아(Possibilities for self-hood in the socio-cultural and institutional context)로 저자의 정체성을 나누어 설명하면서 필자로서의 자아 하나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저자의 정체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Roz Ivanič, 1998: 23-29). 담화적 자아는 전문가와 초보자를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고 필자로서의 자아는 말할 무언가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인데 자신을 포지셔닝하는 방식을 포함한다(Schneider & Andre, 2007). 장지혜는 이바닉의 분류를 바탕으로 자전적 자아와 겹쳐 있기도 한 담화적 자아가 에토스의 개념과 닮아있다는 점을 짚고 학술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필자로서의 자아가 에토스 구축에 더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장지혜, 2016: 142-146). 쓰기 과정에서 필자로서의 자아가 자신의 에토스 구축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면 개인의 개별적 특징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에토스로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본 것이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와 관련한 담론은 <표 1>에서와 같이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한 것은 세분화하기 위한 전초작업에 해당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관점에 대한 이해를 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행정적 관점의 경우 예산 책정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개선되었다는 평가로 나뉘기 때문이다.
<표 1>
전장연 지하철 시위 관련 기사
부정적 관점 긍정적 관점
1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적 관점 장애인 이동권의 본질적 관점
2 이동권 개선의 행정적 관점 예산에 대한 행정적 관점
3 시민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불법 시위의 관점 해외와의 비교 관점
4 시위 단체의 정치적 관점 논란을 부추기는 언론의 관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담론은 <표 2>로 정리하였다. 부정적 관점은 대부분 드라마의 판타지적 특성보다는 현실적인 의미를 더 중요하게 보았을 때 보이는 한계들이다. 사실 한 편의 드라마가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에 맞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편의 드라마에 너무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전제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점의 미덕은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많았던 측면, 더 나아가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개선 사항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장애인 문제를 대중적으로 소비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성을 경계한다는 의미가 있다. 긍정적 관점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았을 때의 미덕에 충실한 경향을 반영한다. 드라마는 현실을 바꾸는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없지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이라고 해서 현실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와 장애인 관련 인식이나 제도개선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고 드라마는 장애인 관련 담론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표 2>
<우영우> 드라마 리뷰
부정적 관점 긍정적 관점
1 극소수의 고기능 자폐에 한정하여 장애에 대한 인식오류를 낳는 문제 인식변화라는 드라마로서의 기능을 충족했다는 평가
2 장애인이라는 타자성을 소비하는 방식만 보여주었다는 문제 장애를 정면에서 다루는 접근방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
3 장애인 연기에 대한 문제 장애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가
4 한국의 능력주의 서사에 함몰될 수 있는 문제 주류 사회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
학습자들은 장애인을 표현하는 방식, 제도적 개선사항 미비에서 파생되는 여러 논점들에 관심을 둘 수도 있고 드라마가 촉발한 장애인 인식 개선 자체에 관심을 둘 수도 있지만 학습자 자신의 관점을 구체화하기 위해 새로운 질문들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폐 장애인 우영우는 응원하면서 지하철 시위를 하는 장애인 활동가는 비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홍윤희, 2022)와 같은 것이다. 드라마 <우영우>에 대한 부정적/긍정적 평가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담론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를 공유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전장연 시위에 대한 긍정/부정의 관점을 바라본다면 학습자들은 자신의 관점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영우는 응원하지만 시민들의 발을 묶어 놓는 행위를 민폐로 보는 관점이 양립가능하다면 이를 어떤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개인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 정치적 관점 등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게 할 수 있다.
긍정적 부정적 관점보다 세부적인 관점이 중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지적 장애인 여성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특정 드라마의 에피소드와 관련해 자신의 관점을 피력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는 단지 장애인 여성의 성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적 장애인 여성의 섹슈얼리티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을 때 어느 관점이 장애인 여성의 권리를 좀 더 세심하게 다뤄줄 수 있는 관점인지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저자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해 장애인만이 아닌 비장애인들의 성장 서사를 포함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이야기한 글도 있는데(오수경, 2022) 장애인 우영우가 사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모습 등이 오히려 다면적이고 복잡한 인간을 잘 드러내면서 권모술수 권민우도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짚었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인에 대한 논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해준다. 즉 장애와 비장애라는 구분 외에 또 다른 구분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가 섞여 들어갔을 때 어떤 관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애인 담론을 나누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후 네이버로 검색된 장애와 관련된 기사를 5개의 양상으로 분류한 논문도 있는데(이설희, 2022: 59-60) 드라마보다 장애인 담론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런데 이를 정리해서 보자면 문화적 관점, 사회적 관점, 윤리적 관점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앞에서 필자가 분류한 방법은 드라마가 촉발한 장애인 담론이기 때문에 문화적 관점에 속하는데 그 안에서 사회적 윤리적 관점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학습자들에게는 단일한 관점 하나만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관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통해 학습자들만의 관점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자들에게는 ‘드라마가 촉발한 장애인 담론’ ‘SNS의 장애인 담론’처럼 학습자의 경험과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저자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학습자의 경험이란 개별적이고 사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이 아니라 학습자의 인식통로로서의 경험까지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긍정/부정, 문화적/사회적/윤리적 등의 대분류에서 시작하더라도 관심사에 대한 질문, 문제제기 등을 통해 소분류에 이르도록 해 학습자가 자신의 관점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쓰기 과정에서 주제선정이 첫 단계인데 학습자들에게 이 과정이 쉽지 않다. 특히 저자성을 갖도록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장악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점갖기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관점갖기의 중요성을 학습자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점갖기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1차 과제는 ‘장애인 담론’과 관련된 글쓰기 주제를 찾아서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주제문이 드러나도록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관점갖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적용하여 질문하기를 통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관점을 도출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1차 개요를 수정하도록 하여 관점을 반영하여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방향으로 글쓰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1차 개요작성 -------> 관점갖기 설명과 적용 -------> 1차 개요 수정
관점갖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간단하게라도 자료를 전체적으로 훑어봄으로써 거시적 시각에서 자신의 관점을 위치지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의 관점을 잘 드러내줄 자료에 집중함으로써 전문가성에 다가갈 수 있다. 셋째 근거를 찾으면 거기에 맞춰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경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도록 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교수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자료를 찾고 읽는 과정에서 선별하는 내용도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논증을 중요하게 여기면 근거 자료가 될만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주제를 삼기도 한다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를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으로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자가 저자성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해도 글쓰기의 완성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논리적이고 논증적인 글쓰기가 주된 목표인 경우 저자성이 강화되었다고 논리적인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성이라는 것이 한 학기만에 형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제선정에서의 구체성, 글을 이끌어가는 주도력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발견되었다. 3장에서 다룬 학습자의 저자성 지위찾기 활동에서는 글쓰기의 목표 자체가 여기에 초점화되어 있기 때문에 영향관계는 분명하다. 그런데 4장에서 다룬 학습자의 저자성 강화 활동에서는 주제선정 과정에서 관점 갖기가 글의 방향 설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그것이 논증에도 영향을 주어 완성도를 높였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점 갖기를 통해 학습자가 1차 개요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의식이나 관점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의식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5. 결론

학술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논리적인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학습자의 저자성 개념이 왜 중요한지부터 학습자가 스스로 저자성을 인식할 수 있는 지위 찾기 연습, 담론을 통한 관점 갖기가 저자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까지 살펴보았다. 논리적 논증적인 글을 쓰는 대학 글쓰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논증문을 구성하는 연습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논증문을 강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서도 저자성 개념은 중요하다. 이것이 저자성이 약한 대학교 1학년 학습자에게 특히 중요한 측면이다. 대학 글쓰기라는 범주 안에서 논의하다보니 저자성을 좁게 다룬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저자성은 논증문 구성보다 포괄적인 층위에서 글쓰기에 관여한다. 이러한 저자성은 너무 포괄적인 개념으로 다루면 실제 수업에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좁은 개념으로 다루면 저자성이 제한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생긴다. 학술적 글쓰기를 전제로 함에도 표현주의적 관점을 도외시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측면을 극복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는 이러한 위험성을 피해 학습자들이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즐거움과 동력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무엇보다 한 학기로 끝나는 글쓰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학습자가 자신의 글을 과제로만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산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평생에 걸친 지속적인 글쓰기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텍스트를 통해 연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활동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담화공동체를 통해 분배하고 확산하는 권위, 연습하고 구분하고 공동의 담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유용한 권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서 논증 활동도 의미있게 기능하리라는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능적인 측면의 논증과 이에 맞는 저자성 습득에 집중한 수업에서 글쓰기 결과물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자성의 영향력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저자성의 영향력이 논증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저자성을 인식한 학생의 경우 논증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등 논증문을 포함하여 대학 글쓰기에서 요구하는 여러 요건들과 저자성의 관계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1) 개인이 공동체의 담화관습 기술에 복종함으로써 저자성을 얻는다는 것이 동화모델이고 관습화된 지식과 방식의 헤게모니에 저항함으로써 저자성을 얻는다는 것이 저항모델이다. pp. 556-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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