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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4); 2023 > Article
2010년대 한국 여성 과학소설의 교양교육적 함의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을 중심으로

Abstract

2010년대 소설에서 부상한 여성 SF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새로운 현실 속에서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을 다채롭게 상상하는 서사적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한 연구도 포스트휴먼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연구 경향은 크게 여성과 과학 간의 결합을 긍정하는 테크노페미니즘과 비장애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연구로 대별된다.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동물성에 관한 관점이 미진하다. SF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게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증대된다고 볼 수 있는 생명 경시 및 도구주의적 착취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일이다. 따라서 인간-비인간의 소수자성, 취약성, 동물성의 문제는 포스트휴먼 사회의 궁극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SF 논의에서도 핵심이 된다. 포스트-휴머니즘이 ‘더 나은’ 인간 이후를 꿈꾸는 것이라면 응당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 초점을 맞추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본고는 교양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토론 주제 마련을 위한 사유의 범주를 생성하고자 기존 논의에 동물의 축을 더해,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에 나타난 소수자성과 취약성 그리고 동물성이라는 세 개념 간 상관관계를 논한다. 살펴본바, 이 소설의 교육적 함의는 장애로써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고, 오늘의 연장선상에서 근미래에 도래할 과학기술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포스트휴먼의 사회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설계되어야 함을 지적하는 데 있다. 또한, 이 소설은 단지 바람직한 인간-동물 간 관계를 설정하여 문제의 지점을 봉합하기보다는 논쟁의 지점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토론할 거리를 생성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소설을 통해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에 종의 축을 더해 사고함으로써 사회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bstract

The emergence of women’s science fiction in the 2010s is notable for its narrative achievements in imagining various possibilities of the ‘posthuman’ in the new reality brought about by the develop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Research on women’s science fiction has also been conducted in the context of the posthuman, with two main research trends: technofeminism, which affirms the union between women and science, and critical posthumanist research on ableism. However, these studies lack a perspective on animality that encompasses humans and nonhumans. The discussion of science fiction inevitably confronts the disregard for life and instrumentalist exploitation, which can be seen as increasing with the develop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Therefore, the issues of human and non-human minorities, vulnerability, and animality are the ultimate challenges of a posthuman society and are central to the discussion of science fiction. If posthumanism dreams of a ‘better’ post-human world, it should focus on ‘animals, including humans’. Therefore, in order to generate categories of thought for discussion topics that can be utilized in liberal arts education, this paper adds the animal axis to the existing discussion and discusses the correlation between the three concepts of minorities, vulnerability, and animality in Cheon Seonran’s science fiction novel A Thousand Blue. As we have seen, the educational implications of the novel are that it connects humans and animals through disability and points out the problems of the technological society that will come in the near future as an extension of today, pointing out that the posthuman society should be designed from the lowest position. In addition, the novel’s significance lies in the fact that it creates a point of debate, rather than simply sealing the issue by establishing a desirable human-animal relationship. The novel shows that by adding a species axis to the posthumanist discussion, we can start to think about how to redesign society.

1. 서론

오늘날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을 위시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근대적 인간 개념이 도전받고 있으며 재정의가 요구되고 있는데, 인문학 영역에서도 이른바 ‘포스트휴먼적 전환’이 주요한 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인문 교양 교육에서도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학제적 교육과 연구의 필요성이 논의되면서 특히 동물로부터 인간을 분리해내는 방안으로 발명한 근대적 인간성에 대한 천착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때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이하 SF)은 과학적 상상력과 인문적 상상력을 포괄하는 장르이자 현실에 대한 인지와 대안적 상상력이 공존하는 모순을 포용하는 양식이라는 점에서 교육적 활용도가 높다(손나경, 2019, p. 123). 서구에서 SF는 1960년대부터 학제간 교육 도구로서 유용성을 주목받았지만, 한국 대학에서 SF가 교양 과목 주제로 편입된 시기는 2000년대 이후로 교육에 활용되어온 시기가 짧아 축적된 연구가 많지 않다. 교육과 연구의 대상 또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서구 작품 혹은 한국 SF 중에서도 복거일이나 문윤성과 같이 남성 중심의 상상력에 기반한 문학사 위주의 계보를 잇는 작품들에 국한되었다(최애순, 손나경, 2023, pp. 48-49).
하지만 최근 포스트휴먼적 이슈와 관련하여 SF에 대한 교육 및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이 부상한 2010년대 한국 소설에서 SF와 교육과의 접점을 모색할 때 특기할 만한 현상으로 여성 SF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여성 SF는 2010년대 중후반을 전후로 부상한 SF 중에서 창작 주체와 주요 인물이 주로 여성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소설들에서 여성 캐릭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새로운 현실 속에서 사건의 중심에 놓인다.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명칭화된 여성 SF는 SF의 전통적 주제인 비인간 기계뿐 아니라, 그간 주목받지 못한 청소년, 중년 여성, 노인, 동물,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 주체를 포스트휴먼의 가능성 속에서 다채롭게 상상하는 서사적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김초엽과 천선란의 소설에서 전 연령대의 여성에 관한 관심뿐 아니라 과학기술 시대의 장애 문제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함께 종을 넘나드는 연대 의식이 드러난다. 일례로 김초엽의 『원통 안의 소녀』는 과학기술 사회가 만들어내는 소수자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 소녀는 오염된 대기를 인위적으로 정화하는 액체에 알레르기가 있어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퀴 달린 원통을 사용해야 한다. 이 소녀가 봉착한 문제는 신기술의 일률적 적용에서 기인하는데, 더 큰 문제는 이 소녀가 ‘환자’이자 ‘장애인’으로서 규정되고 제약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데 있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에서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여성 청소년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외려 과학기술이 보편화되기 이전보다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소설 속의 신기술은 여성, 청소년, 면역질환자 등의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기제가 되며, 이때 소외되는 인간과 친밀한 접점을 갖는 대상은 비인간적 존재로 나타난다.
여성 SF가 일으키는 ‘인지적 낯섦’은 현실에 산재한 차별과 혐오가 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도 이어지는 모순적 상황의 구현과 관련된다. 위 소설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덜 발전해서가 아니라, 기술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중요한데, 기술이 어떤 대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사회 보편적인 시선의 협소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성 SF의 교양교육적 함의는 기술을 통한 보편자로서의 인간 증진을 꿈꾸는 트랜스휴머니즘과 다른 방향성을 표지하면서 보편적 과학기술주의가 배태한 소수자에 관한 세심한 관심을 보인다는 데 있다. 여성 SF는 기술-여성 간 관계의 재구성에 주목하는 테크노페미니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기하는 두 경향으로 대별되며, 이에 따라 여성 SF에 관한 연구도 크게 그 두 갈래로 나누어지고 있다. 전자는 인간/비인간 그리고 여성/남성이라는 근대 계몽주의적 이분법을 흐트러뜨리는 혼종적 여성 주체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 혼종적 여성 주체는 과학이 만들어낸 비인간 기계 자체이거나,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서 지구의 위기 혹은 인류의 오랜 난제 해결을 짊어진 주역이 된다. 후자는 기술 지배사회에서도 삭제될 수 없는 인간의 취약성과 소수자성에 주목하며 포스트휴머니즘 서사의 ‘에이블리즘’(ableism: 비장애중심주의, 정상신체중심주의, 장애인 차별주의 등으로 옮김), 그리고 에이블리즘에 기반하여 상상되는 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두 갈래의 여성 SF 및 그 연구는 디스토피아를 다루며 과학과 기술을 부정하는 부정적 포스트휴머니즘의 경향이 짙은 아동⋅청소년 SF(오혜림, 2016; 최배은 2020)와는 달리, 과학기술을 전면 부정하지 않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시선을 견지한다. 다시 말해, ‘포스트-젠더’로서의 비인간 주체나 인간-비인간 간 가능한 관계의 조합을 통해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미약하나마 제시한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로서의 과학기술에 근간한 미래 사회에 어떻게 소수자 문제를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로서 고무적이다. 과학기술과 페미니즘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여성 SF의 혼종적 주체화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구(연남경, 2020; 허윤, 2021; 양윤의, 차미령, 2021; 진선영, 2022), 그리고 고도화된 기술 사회의 소수자성 및 배제되는 신체를 논하는 연구(김윤정, 2021/2022; 김민령, 2021; 황지선, 2022) 모두 트랜스휴머니즘적 사고로 해결 불가한 근미래 사회에 대한 성찰적 사유를 촉진하는 중요한 선행 연구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두 부류의 연구에서 비인간 동물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전자에서는 기술이 양산하는 비유기체/기계인 비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후자에서는 과학기술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소외되는 장애‘인(人)’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러하듯 논의의 구도는 보편자로서의 인간과 정상성(normality)의 범주를 와해시키는 비(非)동물 비인간 기계/기계와 연합하는 여성, 그리고 정상성 범주 바깥에 위치되어온 인간으로 형성되어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 경향은 비인간 동물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SF 서사가 많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 주제는 정상성 범주 외연의 타자화/비인간화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핵심이므로 부수적 논의 사항이 아니라 전면적인 논의를 요하는 문제이다.
이와 더불어 포스트휴먼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이나 ‘에이블리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취약성(vulnerability)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논구되어야 한다. 취약성은 사회적으로 양산되는 조건인 동시에 동물인 인간의 존재 조건으로서 소수자 문제를 보편적 문제로 확장하여 논의할 수 있는 개념인 한편, 인간과 동물 양자를 매개한다. 동물을 중심에 놓는 논의에 대해 인간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영역을 침범하는 동물의 형상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는 근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모든 인간에 대한 부정적 논의로 수용할 때 그렇다. 인간이란 동물의 대척점에 있는 근대적 주체로서 단일하고 견고한 개념이 아니라 분산적인 정신과 부서지기 쉬운 육체를 가진, 가변적⋅비합리적⋅감정적 존재로서 동물과 중첩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본고는 기존 논의에 동물의 축을 더해, 소수자성과 취약성 그리고 동물성이라는 세 개념 간 상관관계를 논함으로써 교양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주제 마련을 위한 사유의 범주를 생성하고자 한다. 이때 천선란의 SF 『천 개의 파랑』이 중심 텍스트로서 유의미하다. 천선란은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꾸며” 어느 존재도 소외시키거나 배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글쓰기의 모토로 삼고 있는 작가이다(천선란, 2020, 책 표지 날개면). 그의 작품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자 대중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은 SF로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을 구현한 방식을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이 소설은 비인간 기계를 서사의 주체로 전면화하고 있으며 장애와 비인간 동물 간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세밀한 사유를 도출하기에 적합하다. 이에 본고는 『천 개의 파랑』을 중심으로 미래 무대로서의 과학적 장치와 동물권의 대중적 인식 문제가 결합된 방식을, 소수자성-취약성-동물성이라는 프리즘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 SF에 나타난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동물성의 상관관계를 앎으로써 인간이 인간 너머의 다른 존재, 그리고 세계와 연결된 방식을 재발견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정상 신체’ 너머 올바른 타자 윤리적 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일이자, 기술을 더욱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관점을 제시하는 일로서 중요하다.

2. 『천 개의 파랑』의 성장하는 주체와 소수자성, 취약성, 동물성

2.1. 동물의 인지 불/가능성에 대한 물음: 소수자성에 관하여

그간 연구에서 천선란의 소설은 인간과 비인간 기계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다. 양윤의와 차미령(2021)은 페미니즘과 SF 장르가 결합한 긍정적 가능성이라는 틀 안에서 천선란의 작품에 주목하며,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관점에서 천선란 작품의 비인간 행위자성을 탐구한다.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네트워크 안에서 행위성을 획득한다는 관점에서 행위자는 모든 사물이 되며, 이때 근대적 이원론은 해체된다. 진선영(2022)은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의 기술철학적 사유와 존재론의 중심인 개체화론(individuation)에 기대어, 『천 개의 파랑』의 화자인 안드로이드 기수(騎手)가 비인간 기계 C-27에서 ‘콜리’로 ‘개체-화’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비유기체와 유기체 간 구분이 없어지는 지점을 포착함으로써 비인간-인간 간 새로운 관계성을 도출한다. 두 논문은 비인간 사물이 주체/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을 도입하여 소설에 나타난 비인간 행위자를 설명하고, 근대가 만든 인간상을 해체하려 시도한 점에서 주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천선란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천 개의 파랑』에는 비인간 행위자인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투데이’라는 이름의 경주마가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인류세 담론과 함께 동물의 문제가 중요하게 서사화된다. 여기서 안드로이드는 호흡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들과 경주마 ‘투데이’의 의중을 꿰뚫는 유일한 1인칭 화자로서 기능하는데, 그가 특히 주의 깊게 바라보는 대상이 동물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설은 직접적인 동물권 인식과 함께 비유기체와 대비되는 유기체의 특성, 그리고 유기체 가운데서도 인간 동물과 구분되는 비인간 동물을 드러내려는 작가 의식을 내포한다. 그러함에도 두 선행 연구에서 비인간 동물과 관련된 부분은 주목되지 않았고, 따라서 주제화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SF에 나타난 토론 과제로 미래의 인문 교육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을 톺아보는 가운데 짧게나마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에 등장하는 동물의 ‘정서적 권리’를 언급하기도 했다(최애순, 손나경, 2023, p.67). 하지만 이 논의 역시 동물을 소설에서 표면화된 주체인 경주마에 국한하여 다루며 소설이 구조화하고 있는 모순의 지점에 놓인 비인간 동물의 근본 문제에 주목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주류를 이루는 과학기술, 산업, 문화와 결합된 육식주의는 이른바 정상 이데올로기이자 지속적인 타자화 메커니즘이다. 이 체제에서 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물은 권리의 대상이 되지만, 육식주의의 그늘에 가려진 다수의 동물은 여전히 비가시화된다. 따라서 육식주의 이데올로기 아래 은폐되는 비인간 동물의 근본 문제에 대한 성찰은 포스트휴먼 사회의 조건을 논의할 때 필수적이다. 『천 개의 파랑』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나는 비인간 동물에 대한 논의의 공백은 인문학 연구의 전반에서 동물이 간과되어온 일반적인 현상과 맞닿는다.
문학 작품과 문학⋅문화 연구에서 동물은 대개 세 가지 양상으로 등장한다. 첫째로는 인간의 반대항으로서 단순하게 혹은 비하적으로 재현되거나, 둘째로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 신비화되는 방식으로 완전히 타자화되거나, 셋째로는 완전히 인격화됨으로써 동물성을 삭제당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처럼 동물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동물은 간과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정치적 알레고리로 창작되거나 해석되는 동물 우화같이 동물이 완전히 의인화되면 동물은 등장하나 독자적 삶의 주체로 인지되지 못한다. 동물을 타자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인간 소수자를 표상하는 비유적 존재로 활용되는 한편으로 동물의 소수자성은 결코 인지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동물이 인간을 위해 비유적으로 활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인간 우위/동물 열위’라는 편향된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문제의식 부족, 그리고 소수자 집단으로서 동물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려는 시각 및 태도의 결여가 문제이다. 동물은 사유의 범주에 없었기에 인간 표상의 기제로 활용되면서도 인지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천 개의 파랑』에서 사건의 축을 만드는 동력이 되는 비인간 동물 투데이는 왜 주목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인문학의 역사에서 인간과 가장 가깝고도 미묘한 관계성이 있는 동물은 왜 여전히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되며 현재성을 획득한다. 바꾸어 말하면, 동물을 그 자체로 소수자 집단으로 인식할 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관점이 생성될 수 있고, 그로부터 여러 논점이 파생될 수 있다.
『천 개의 파랑』이 던지는 첫 번째 논점은 투데이가 인간의 시점으로 파악되지 않는 주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동물이 갖는 소수자성의 특수성이 작동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을 드러내는 데 ‘말하는 동물’을 내세우는 의인화 방식은 동물을 왜곡할 가능성을 늘 내포한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동물권 의식을 드러내면서도 ‘투데이’를 ‘말하지 않는’ 동물로 묘사하는 것은, 의인화를 경계하는 소설의 전략임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전략은 논쟁의 지점이기도 한데, ‘말하는 동물’이라는 설정은 동물을 위해 인간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 개의 파랑』의 두 번째 논점은 비가시화된 동물과 장애 문제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장애는 어떤 형상 혹은 정신적인 상태를 교정 혹은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로서 비장애 상태로 규정되는 정상성, 보편성, 표준적인 것의 반대항으로 설정되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는 근대적 기획에 들어맞는 대문자 인간/이성의 대척점에 놓인 것으로 전제된 동물/몸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수나우라 테일러(Taylor, 2017/2020)의 지적처럼 장애인은 세계 인구의 15~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소수자 집단”임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p. 43). 그의 말대로 장애인의 비가시성은 그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차별을 구조화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개인화되고 고립되어 “분산(dispersal)”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인간 동물도 그와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있다. 정상의 반대편에 놓인 비정상적 존재를 가정하고 보이지 않게 하는 인지적⋅물리적 장치가 바로 비인간화 메커니즘이며, 이러한 구조에서 장애인과 동물은 억압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접점을 갖는다. 다만 동물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음에도 소수자로 집단화되지 못한다는 점으로 인해 비가시화된다.
결국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한한 신체를 가진 동물(animal/animality)을 중심에 놓는 것은, 가장 취약한 인간을 사유의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인간과 겹치면서도 완전히 겹치지 않는, ‘타자로서의 동물’을 독자적 삶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다수 동물은 동물을 오직 고기로 만들기 위해서만 탄생시키고 도축하는 과학 상업주의 시스템에서 획일적 삶을 산다. 근대 이후 이어져 온 상업주의 시스템에서 동물은 공적으로 승인된 학대의 산물일 뿐 아니라, 자기 의지에 반해 신체를 훼손당하는 자리에 놓이므로 가장 취약한 신체를 가진 개체가 된다. 즉, 인간과 동물은 취약성과 동물성을 공유하는 존재로서 소수자의 자리에서 만난다. 소수자의 자리에는 종(種), 젠더, 계급이 다른 이들이 섞이어 있기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합을 통한 가능태를 그려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성-종 위계’의 문제에 천착해온 캐럴 제이 애덤스(Carol J. Adams, 1990/2018)는 비판적 동물 연구자로서, 동물-여성-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관계성 속에서 ‘부재 지시 대상(absent referent)’이 되는 동물 문제를 이슈화한다(p. 104). 애덤스에 따르면, 부재 지시 대상(이를테면 ‘고기’)으로 기호화된 동물은 살아있는 상태로서 사회 보편적 인지를 절대 얻을 수 없으므로 부재 지시 대상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사회 대다수에게 부재 지시 대상이 되는 동물이 인지되려면 주관주의를 넘어 동물에 대한 객관주의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본고는 소수자로서 동물-인간이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인지적 발판으로서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가장자리 경우 논증(Argument from Marginal Cases)’, 그리고 수나우라 테일러의 논의를 주요하게 참조한다.
‘가장자리 경우 논증’은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인간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동물이 윤리적 대우를 받을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특정 인간의 경우를 들어 증명하는 논증 방식이다. 동물과의 비교를 위한 논의 대상으로는 성인과 같은 의식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영아나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인간이 상정된다. 이때 테일러는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장애로 인해 겪은 경험을 토대로 피터 싱어의 논변을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싱어와 테일러의 논의를 통해 『천 개의 파랑』에 나타난 장애와 동물을 관통하는 문제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2.2. 장애를 매개로 본 과학기술 사회와 인간-동물: 취약성에 관하여

‘상처를 입기 쉬운 가능성’을 뜻하는 취약성(vulnera- bility)은 유한한 생명체의 특성이지만, 사회적으로 획득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소수자는 더 빨리 더 많이 상처를 입을 위치에 놓인다는 점에서 더욱 취약하다. 취약성을 지닌 집단 간 이해관계가 충돌되기도 하므로 소수자끼리 접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더 굳건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장애인은 동물이 아니다’ 혹은 ‘장애인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와 같이, 장애 커뮤니티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슬로건에는 동물을 배타적 범주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다. 그러함에도 『천 개의 파랑』은 취약성을 매개로 인간과 동물이 공통의 유대를 형성하는 지점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 소설이 소외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 SF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장애 청소년과 동물과의 접점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SF 서사가 소수자 문제에 주목하면서 그들이 살 만한 미래 사회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괄목할 만하다. 이 절에서는 사회적 조건에서 취약성이 형성되는 과정과 함께 공통 조건으로서의 취약성이 소외자와 타자를 매개하며 인간과 동물을 묶는 소설의 서사 전략을 살펴본다.
『천 개의 파랑』의 핵심은 무리한 경마 출전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주마 투데이의 ‘안락사’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척추 소아마비 장애인 은혜와 은혜의 동생인 과학 소녀 연재를 주축으로 투데이를 느리게 달리도록 훈련해 경마에 출전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말미에서 연재는 언니 은혜를 위한 휠체어를 발명하고, 투데이는 마지막 경기 이후 해방된다. 2030년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이 보여주는 ‘한 걸음의 해방’은 과학기술이 지금-여기, 바로 내 곁에 있는 타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과학이 먼 미래의 혁신적 테크놀로지를 설계할 때 그것은 바로 곁의 고통받는 타자를 위한 성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은, 과학 영재인 연재 그리고 장애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는 은혜라는 두 자매의 성장 서사를 통해 펼쳐진다.
여기서 연재는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기술 실현의 목적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의 미성숙한 인물로 규제 없이 발돋움하려는 과학기술을 제어하고 발전 속도를 지연시키는 주체이다. 연재는 소프트 로봇 연구원으로 발탁되기 직전의 마지막 관문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느냐 혹은 무엇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지만 이에 대답하지 못해 “가능성 밖으로” 내던져진다(천선란, 2020, pp. 46, 62). 이후 연재가 맞닥뜨리는 삶의 문제들은 위의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이며, 연재를 변화시키는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도 혼자 외출하기가 어려운 장애인 언니의 문제가 놓여있다. 연재는 언니 은혜가 혼자서도 온갖 형태의 길을 다닐 수 있도록 인공 관절을 심은 ‘소프트휠-체어’를 고안함으로써 소수자/약자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주역으로 성장한다.
은혜는 과학 영재인 동생 연재를 변화시키는 주역으로서 역시 성장하는 주체이다. 중요한 점은 그 성장의 배경에 인간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동물에게 느끼는 동질감이 자리하며, 이것이 기존의 세계와 충돌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은혜는 장애를 기피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또래 친구들에게 상처받는데, 자신의 장애로 인한 소외감에 공감하고 장애를 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믿었던 단짝 주원에게도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주원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면서 신기술을 적용한 눈 수술을 받으러 타국으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은혜가 느끼는 고립감은 ‘정상 신체’를 근간에 둔 과학기술 발전의 시각으로 인해 매번 느끼는 불편함, 그리고 빈곤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자기 처지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은혜는 인간에게 마음을 닫는 한편, 경마장에서 투데이가 달리는 모습과 자유를 구속당한 채 갇혀있는 모습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잦은 경기 출전과 돌봄의 부재로 다리 장애를 갖게 된 투데이가 결국 빨리 뛸 수 없게 되어 ‘폐기’될 위기에 놓이자 은혜는 연재와 함께 투데이의 죽음을 유예시키기 위해 경기에 출마시키기 위한 작전을 짠다. 투데이의 마지막 경기는 은혜의 닫혔던 마음이 그와 동질성을 가진 동물로 인해 다시 타자를 향해 열리게 되는 사건으로서 은혜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때 성장은 인식적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실천 행위를 동반하며 진행된다.
먼저, 은혜에게 장애의 문제는 자신이 경험하는 일상을 통해 정교화된다. 은혜는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워 기계 다리 수술 같은 첨단 기술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절망하지만, 길을 나설 때마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상적 모험을 감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간다. 은혜가 바라는 것은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이다. 이것은 “다수의 입장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는 대신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하면 되는 일로 인식된다(천선란, 2020, p. 97).
바로 이러한 은혜 시점(을 주요하게 사용한) 서술을 통해서, 누군가를 약자화하는 것은 ‘비정상 신체’로 규정된 ‘다른 몸’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사회적 차별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개별 주체의 취약성은 사회의 보편적 통념과 연결된다. 다른 몸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은, 그 반대편에 놓인 ‘정상 신체’로 간주되는 몸이라면 누구나 남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념 속에서는 다수와 다르게 태어나거나 만들어진 몸, 어떠한 사건을 통해 다수와 다르게 변형된 몸을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하기에, 궁극적으로는 모든 존재를 개별적으로 ‘자립’해야만 살 수 있는 환경에 처하게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장애란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누구든 맞이하는 노년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모든 구성원이 도움을 받기 어려운 구조에 방치되는 것이다. 은혜는 “몸의 반이 기계”가 되는 멋있는 사이보그가 아니라 “사이보그 따위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천선란, 2020, p. 96). 여기에는 원한다고 하여 누구나 사이보그가 될 수 없다는 계급적 차원의 논점과 함께, 장애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지적 차원의 논제가 담겨있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정상 신체’를 가지거나 장애가 있는 소수자이더라도 부유한 사람들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계급 격차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격차보다 더 클 수 있다. 부유하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강자이지만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소수자인 인간과,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가난한 약자이자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소수자인 인간 사이에는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서로 공감할 수 없을 만큼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은혜는 개인을 무책임하게 방기하는 이러한 사회에서 가장 먼저 피해에 노출되면서도 인지되지 않는 대상이 동물이라는 점을 자신의 경우에 빗대어 알아차리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은혜의 관점은 투데이의 죽음을 유예하고 주로에 서게 하려는 행위로 이어지며, 독자로 하여금 투데이를 자신과 똑같이 억압받아온 ‘주체’로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투데이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의지를 가진 ‘행위자’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은혜의 관점과 태도는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 양자가 종(種)을 뛰어넘어 동물로서 엮이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투데이는 뛰어난 실력으로 여러 번 우승한 에이스임에도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능력을 상실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점에서 후천적 장애인인 은혜와 ‘취약한 몸’으로서 묶인다.
이러하듯 소수자로서 은혜의 취약성이라는 특질은 투데이의 취약성을 포착해내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 요인이 된다. 기존 사회의 관점이나 체제와는 달리 소수자 연대를 조직할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은혜는 투데이가 갈기를 휘날리며 뛰던 에이스 시절부터 관절이 닳아 마방에만 감금된 채 ‘안락사’ 날짜를 선고받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시혜적인 관점이 아닌 공감을 통한 수평적 관점에서 투데이의 장애에 공감한다. 더욱이 장애를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었던 친구 주원에 대한 배신감이 은혜의 시점에서 서술된 바 있기에, 종을 뛰어넘는 유대 관계는 더욱 정당성을 획득한다. 취약성은 어떤 존재가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회복을 돕는데, 이는 취약성 자체가 에이블리즘과 능력 중심의 세계에서 배제되던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2.3. 동물성과 타자 윤리

2.3.1. 동물 관련 타자 윤리의 논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의 동물성과 정신의 이성이 통합된 유기체로서 이해되어야 하며, 공감과 연대라는 인간의 도덕성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성-취약성과 의존성-이야말로 인간의 기본 조건으로서 중요하다. 매킨타이어의 논의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만 한정한 근대 계몽주의적 기획에 대한 비판적 맥락에서 논의된 것으로, 도덕성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해 유인원과 인간을 비교 연구한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근대 비판론과 맥이 닿는다(김수정, 2014, pp. 87-88). 이 논의들은 인간을 동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는 인간의 취약성과 타자 윤리 간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는 점, 그리고 이성과 동물성이 분리될 수 없는 부분임을 밝힘으로써 근대가 단절한 인간-동물을 연결하는 논의의 단초를 제공한다. 물론 이 논의들이 동물을 위한 논의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동물을 중심에 놓고 인간을 성찰하거나 동물과 인간을 교차하는 논의의 맥락과 포스트휴먼 사회의 새로운 윤리 확립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설은 장애로 인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는 은혜라는 인간을 통해 인간 세계에서 장애화되는 동물과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독자들이 동물의 문제를 감각하게 되는 방식은 피터 싱어의 ‘가장자리 경우 논증’과 맞닿는다. 가장자리 경우 논증에서 중요한 가정은 도덕적 피동인(moral patients)의 경우에도 인간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덕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며, 도덕적 대우를 받는 대상이 비인간 동물이든 인간이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의 이해관계(interests)는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증은 결국 도덕적 피동인을 인간과 동물이라는 종으로써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불명확하므로 도덕적 피동인을 둘러싼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은 도덕적 행위자(moral agents)로서, 비인간 동물에 대해서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동물권 논의로 받아들여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동물에 대한 인식 재고의 차원에서 싱어의 논변은 유효하며 여전히 동물이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더욱더 유효한 논의이다.
싱어 논의에서 지적되는 문제도 있다. 비인간 동물의 경우에 비교하기 위해 판단력을 상실한 인간 부류로 혼수상태의 인간이나 일부 중증 지적장애인이 동원되는데, 이때 비교 준거로 활용되는 것이 ‘지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수나우라 테일러(2017/2020)는 지적 능력을 준거로 삼는 싱어의 주장이 공리주의의 틀 안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동물뿐 아니라 장애인 차별 및 편견과 밀착되어있음을 지적한다. 테일러에 따르면, 공리주의자인 싱어에게는 고통 인지 및 감각의 여부가 중요한 문제이므로 고통을 덜 느끼거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비도덕적 판단은 수용된다. 즉, 고통 없이 죽이는 것은 “덜 나쁜 일”로서 가능한 일이 되는데, 이때 인격이란 느끼고 추론하는 능력, 자기의식과 자율성,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이 정의상 인격이 아닌 인간(혼수상태의 인간)과 인격인 비인간(영장류 혹은 모든 포유류)의 경우가 상정된다는 것이다. 테일러(2017/2020)는 싱어의 이러한 구분 체계에서는 인지적으로 복잡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으로 귀결되므로 “이해관계의 위계”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p. 223). 테일러 논의의 요지는 싱어가 인간과 동물의 종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이 인간-동물을 막론한 장애 차별적 관점이라는 것에 있다.
싱어의 관점에서 ‘장애=고통’이기에 교정 혹은 안락사의 대상이 되지만, 테일러의 관점에서 개별 장애 주체는 장애에 대한 인지, 경험, 적응도가 모두 다 다르기에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다른 몸과 인지 체계로서의 장애를 긍정할 수도 있다. 테일러에 따르면, 독극물 유출로 발생한 장애의 경우처럼 사회가 만들어내는 선천성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개별 장애인의 경험은 모두 다를 수 있으므로 선천적 장애 아이를 안락사하는 일은 타인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피터 싱어와 테일러의 관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장애와 동물을 교차하여 다루는 소설의 특성상 미묘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투데이는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는 동물로서 은혜와 같은 종류의 고통을 겪는 공동체로 묶임으로 인해 종(種)을 뛰어넘은 주목의 대상이 되며, 예정돼있던 안락사 집행을 유예받는다. 이 점은 인간과 동물이 종의 경계를 넘어 유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점이다. 은혜와 투데이는 장애로써 인간-동물을 매개하는 긍정적인 예시로서 싱어 논변의 의도와 부합한다. 그러나 투데이는 다리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최우선으로 강조되면서 개체적 성질이 누락된다. 투데이의 감각은 은혜가 이입하는 감정과 동질화된다. 일인칭 화자인 비인간 기계 콜리나 외부 서술자의 서술에서 묘사되는 투데이의 감정은 달릴 때 기쁘다거나 행복하다는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투데이가 관점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앞서 논의한 바대로 동물이 재현되어온 여러 방식 중 동물을 왜곡하거나 삭제하는 종류의 의인화를 경계하는 서사적 전략으로서 이 또한 동물의 특수한 소수자성을 노출하는 타자 윤리와 관련된다. 그러하기에 투데이가 단순히 관점을 박탈당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여기서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는 은혜와 투데이가 가진 장애의 종류와 정도가 ‘치명적이지 않은, 약간의’ 장애 그리고 동류의 후천적 장애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동질화 전략은, 장애의 정도가 크지 않은 데도 삶의 큰 제약을 받아야만 하는 인간 은혜 그리고 삶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경마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안락사가 결정된 투데이를 결속하게 하는 장치로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류의 경증 장애가 인간-동물이 유대하는 근거가 됨으로써, 모두 다 다를 수 있는 개별 주체의 경험과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러한 점을 통해 동물 타자를 서사화할 때 유의할 사항이 도출된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정도로까지 동물을 의인화할 필요는 없더라도 행위 주체로서 동물의 개성을 드러낼 필요는 있다. 따라서 인간과는 다른 동물 타자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물을 온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의인화 정도의 적정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이 장애 주체 상호 간 차이를 부각하려는 서사 전략으로서, 비인간 기계 콜리를 내세운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이 소설은 자신을 ‘나’로 지칭하고 인식하는 비인간 기계 콜리의 서술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콜리의 인식 및 서술을 빌린 이러한 방식은 ‘비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기계 콜리와 동물 투데이를 연결하고 인간을 넘어서는 외부적 시선을 확보한다. 인간-동물을 다른 측면에서 관점화하려는 시도이다. 여기에 이 소설이 시사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
먼저 소설은 콜리가 투데이를 위해 낙마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며, 콜리는 “이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나의 최후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연다(천선란, 2020, p. 8). 이어지는 서술에서 콜리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누군가는 내 존재 이유며 최대의 장점이라 말했지만 아무래도 그 말은 틀렸다고 본다.”라며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으로서의 고통에 주목한다. 콜리가 최후를 맞이하기까지의 3초 동안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서두 격인 이 장면에서 두 존재가 동등한 무게로 중요하게 지목되는데, 하나는 기수인 자신과 ‘호흡’을 맞춘 ‘검은 털이 아름다운 암말’ 투데이이며, 다른 하나는 콜리를 ‘구원하고 선택한 세계로서의 과학 소녀’ 연재이다.
SF 장르답게 서두 장면에서 과학은 세계관으로서 긍정되며, 세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서두 장면에서 ‘고통’이라는 단어는 5회, ‘호흡’이라는 단어는 4회 반복된다. 즉, 미래의 조건으로서 존재를 둘러싼 공간과 세계로서의 과학이 강조되는 한편, 고통을 느끼는 호흡하는 생명체라는 조건이 비인간 기계에 의해 가장 주목되며 동경의 대상이 됨을 알 수 있다. 몸체가 초록색인 콜리가 브로콜리의 준말이라는 점은 콜리가 과학기술이 만든 인공적 존재이지만, 그것을 태어나게 한 세계는 초록으로 대변되는 자연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칠이 거의 벗겨진 콜리의 낡은 몸체는 자신의 ‘최후’를 인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라며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에 ‘천 개의 파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천선란, 2020, p. 354).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서두 장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꼽으며, 에필로그에서는 방에 갇힌 채 하늘을 보고 싶어 한다. 맥락상 파랑은 우울한 현실 속의 한낱 희망을 뜻하므로, 천 개의 파랑은 ‘우울한 희망’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주체의 모두 다른 세밀한 삶에 대한 긍정이 된다. 따라서 소설의 서사 구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주체인 휴머노이드 기수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 경주마 투데이의 전율과 고통, 그리고 희열을 감각하면서, 이를 통해 모든 존재가 갖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고통은 생명체의 희열 또한 가능케 하는 핵심 감각으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이것은 과학기술의 세계가 가장 하찮은 존재의 고통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으로 의미화된다. 또한 모두 다른 유기체의 삶을 존중하고 동물을 구하는 콜리를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성찰케 하고, 비인간 기계라는 미래 사회의 주체에 대한 사유를 확장케 하는 것이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타자 윤리의 지점일 것이다.

2.3.2. 여전히 배제되는 동물: 모순의 지점들

그럼에도 투데이가 묘사되는 방식의 문제점으로 성격과 외모에 투영된 인간중심주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투데이가 자신을 감금하는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도 저항하지 않고 잘 순치되는 성격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 투데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달릴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인데, 이는 경주마가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반적인 욕망과 부합하며, 인간에 의해 조작된 욕망일 수 있다. 물론 투데이는 오랜 세월을 거쳐 그리고 과학의 힘으로 육종됨으로써 ‘설계’된 동물이겠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면서도 현실을 효과적으로 비판하는 장르로서 SF의 본령에 비추어본다면, 투데이는 그저 순치 가능한 동물, 뛸 때 기쁨을 느끼는 생명체로 단편화되는 대신 개성을 지닌 다층적 동물로 제시되었어야 온당하다. 말은 순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순한 성질이나 달리기를 좋아하는 특성만이 말을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소설에서 투데이는 은혜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말을 알아듣는 듯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의사 표현은 하지 않는다. 콜리가 선택한 죽음을 돋보이게 하는 소재의 측면이 강해 보이는 이유이다. 투데이라는 이름 대신 말 그림이 제목을 대신하는 장들에서조차 투데이는 자신만의 역사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다. 이를 통해 투데이는 인간처럼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인물들을 매료시키고 인물들이 움직이게 할 뿐 아니라, 부상으로 인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의지를 가지고 자기를 실현하는 주체로 ‘인격화’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투데이가 인물을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아름다운 갈기를 가진 외모, 우아하게 걷는 품위,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순한 성격, 우승을 놓치지 않는 가장 빠른 말로서의 유능함이라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투데이의 매력으로 제시되는 이 모든 요소는 인간이 말에게 기대하는 일반적 관념과 부합한다. 이것은 에이블리즘을 전제로 종 차별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차별이 일어나게 하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투데이를 인간의 기준에서 이렇게 ‘완벽한’ 말로 설정한 이유는, 이 조건들이 하나씩 무너져갈 때 대중이 느낄 수 있는 연민과 공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소설 말미에서 투데이는 관절이 다 닳고도 달렸다는 이유로 ‘기적의 말’로 널리 알려지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은혜가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을 입증해 보이기를 기대하는 심리에 상응한다. 테일러(2017/2020)에 따르면, 인간 사회의 온갖 담론에는 장애를 불쌍하고 항상 치료해야 하는 것, 온전한 삶을 막는 장벽으로 폄하하는 한편으로는 “영감을 준다”, “특별하다”면서 “장애 극복”을 칭송하는 문화, 즉 ‘슈퍼 불구(super crip)’ 서사가 있다(pp. 49, 52). 이 소설의 결말은 ‘슈퍼 불구’의 장애 극복 서사를 환호하는 대중의 정서를 반영한 것인 동시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선언이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관점 또한 다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치킨’을 먹는 장면이 가족애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으로 활용되는 점은 동물권을 표방하는 서사에서도 어떤 동물은 배제됨을 보여준다.
소방관은 손에 순살 치킨 두 마리를 들고 있었다. 소방관은 화재 현장 뒷수습을 하느라 퇴근이 늦어졌다는 변명을 덧붙이며 어떻게든 보경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
애들 벌써 자는데, 치킨을 왜 두 마리나 사왔어?
아차, 싶은 기색이 역력했던 소방관은 곧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래 일일 일치킨. 한 마리는 당신, 한 마리는 나.
보경은 소방관과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치킨을 한 마리씩 앞에 두고 먹었다. 먹고, 먹다 물려서 못 먹겠다고 말할 때까지. 그때처럼 꿈속에서라도 나타나주면 좋으련만. (천선란, 2020, p.277)
여기서 치킨은 은혜⋅연재의 어머니인 보경이 순직한 소방관 남편을 꿈속에서 추억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보경의 꿈 장면에서 닭은 보경이 단지 남편과 마주 앉아 끝없이 먹고 싶은 대상으로, 이미 죽은 닭을 지칭하는 ‘치킨’으로 명명되고 있다. 이때 닭은 ‘고기’로서, 그리고 남편의 자상한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만 존재하기에 살아있는 동물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재 지시 대상’이다. 은혜네 가정형편은 보경의 남편 소방관이 순직한 뒤로 더욱 어려워져 모친이 하던 닭칼국수 집을 이어받게 된다. 닭은 인류세 시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동물이자 서민들의 생계 수단으로 흔하게 이용되는 동물이기에 이러한 설정들은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닭이 많이 소비되는 이유는 다른 동물에 비해 적은 자본을 들여 빨리 키워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은 자본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인류세 시대의 상징으로, 미래에도 어려운 이들의 생계 수단으로만 나온다. 어디에도 닭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없다. 다만 아래 소설 인용문의 수의사 복희 시점의 서술에서 공장식 축산 및 개 공장, 펫숍 등 고통받는 동물의 문제를 통해 동물 억압적 시스템 그리고 지구 환경의 문제가 지적된다.
한 해 1만여 마리 정도의 동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을 감았다. 인간도 살기 비좁은 땅이라는 이유로 동물들이 사라져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동물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인간들이 여전히 개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팔려온 강아지를 구매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를 발로 찼다. (…) 새를 위해 새장을 하늘이 보이는 베란다에 놓았고 그해에 유행했던 동물들은 반짝 개체수를 늘렸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가축이 된 짐승과 인간과 친한 몇몇의 동물들 빼고 모든 동물들은 몇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천선란, 2020, pp. 236-237)
복희의 서술에서처럼 인류세 담론이 거의 직접적으로 드러날 뿐 아니라 장애와 동물 문제를 교차하여 다룬 서사에서, 닭을 치킨이라는 이름으로만 등장시키고 상징으로만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닭은 가장 흔한 가축이자 계급적 함의를 담고 있는데, 이렇게 대변된 가축의 몸에 가해지는 학대와 장애화 메커니즘이 간과된 이유는, 아래 복희의 말에서 드러나듯 이 세계의 모순과 관련이 있다. 복희의 말에서 처음부터 다시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앞으로의 과업이 제시된다.
“(…)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 밖으로 나가면 어느 동물도 살아남지 못해요. 동물들이 살 수 있는 네트워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다시 프로그래밍을 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이 사회가.” (천선란, 2020, p. 157)
야생 동물로서 인간을 위한 오락 동물이 되어버린 경주마 문제는 소설의 핵심으로 사건화될 수 있으나,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육식주의 체계에서 가축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이자 모두가 연루되어있는 네트워크의 문제로 우회적으로만 드러난다. 이를 통해 동물 이슈에도 경중이 있고, 더 주목되는 동물과 그렇지 못한 동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치킨’으로만 명명되는 이름 모를 닭들 그리고 가축으로 뭉뚱그려지는 동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투데이는 개체화되어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3. 결론

이상에서 최근 교양 교육의 주요 주제인 포스트휴머니즘과 관련하여, 요즘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SF 소설 가운데 인간-비인간 동물 간 유대를 그린 『천 개의 파랑』을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동물성의 관점을 통해 살펴보았다. 세 개념은 미래 사회의 새로운 주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타자 윤리적 관점을 형성할 때 핵심이 되는 개념이며 다음과 같은 상관관계가 있다. 장애인과 동물은 근대의 정상 이데올로기에서 배제한 취약성과 동물성을 공유함으로 인해 소수자의 자리에서 만난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은 언어를 사용하고 스스로를 집단화할 수 있는 인간에 비해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따라서 인간 세계에서 해를 입을 수 있는 소수자로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은 더 나은 세계를 꿈꾸어볼 수 있게 하며, 이때 인간-동물이 공유하는 생명 본연의 취약성 개념은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는 사유로의 확장을 돕는다. 그런데 취약성은 생명체의 유한성에서 비롯되는 것인 한편,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획득되기도 하는 성질이어서 대상에 따라 상처 입는 속도와 정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동물을 중심에 놓을 때, 나와 타자가 연결되어있음을 알고 타자 윤리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4차 산업혁명의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오늘날 교양 교육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주체와 기존 주체가 만나는 다양한 상황적 조건과 관계성 속의 타자 윤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있다. 전통적인 자유교육이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온 것을 고려할 때, 21세기 교양 교육의 재구성에서 동물의 소수자성 논의는 합리적 인간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주요 지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SF는 다양한 비인간 주체들과 기존 사회의 인간 주체들이 맺을 수 있는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는 서사 장르로서 의미가 크다. 최근 한국 여성 SF는 트랜스휴머니즘의 편향성과 정상 이데올로기로서의 에이블리즘을 넘어 기존 사회에서 배제된 소수자 문제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함의를 갖는다. 과학소설의 외피를 형성하는 신기술이나 에이블리즘에 기반한 매끈한 몸에 현혹되지 않고 잔잔한 일상을 그려낸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특히 『천 개의 파랑』은 인간-동물을 호흡하는 생명체로 묶어 바라보는 비인간 주체의 시선과 함께 비인간 동물이 처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먼 세계의 미래지향적 타자 윤리를 성찰하고 모색하게 하는 논점을 제기하는 텍스트이다. 이 소설을 통해 장애의 관점으로 동물과 인간의 문제를 바라볼 때 인간-동물 간 공통점에 근간하여 동물권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한편, 장애의 문제를 단편화할 수도 있고 동물의 감정과 경험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이 소설의 한계점이기도 하지만 타자 윤리의 본질적 측면과도 관련된다. 원래 타자화되는 이들을 드러내는 일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적 논의 사이를 오가는 일로서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이 소설은 비인간 기계 콜리의 관점을 빌려 인물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려주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타자를 함부로 재현하거나 서사화하는 것을 완충하는 서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소설의 교양 교육적 함의는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고, 오늘의 연장선상에서 근미래에 도래할 과학기술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포스트휴먼 사회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설계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그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미약한 주체들이 주변의 양심 있는 주체들을 설득하여 느리게 달리기를 주최하여 투데이의 죽음을 유예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장 서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관점과 실천의 제시는 더욱 유의미하다. 성장 서사는 미성숙한 개인이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 공적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성장을 보여주는 장르인데, 이 소설의 청소년 주체는 장애를 매개로 인간과 동물을 연결함으로써 바람직한 공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단지 바람직한 인간-동물 간 관계를 설정하여 문제의 지점을 봉합하기보다는 논쟁의 지점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토론 과제를 생성한다.
첫 번째 논제는 동물 타자를 다룰 때의 서사화 방식이다. 이 소설에서 동물은 인격화되어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기본적인 감각만 추측할 수 있는 단순화된 타자로 나온다. 이는 문학의 오랜 역사에서 동물이 ‘말하는 존재’로 의인화되는 가운데 외려 동물의 특성이 삭제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지만, 의인화의 오래된 함정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 오히려 동물의 개체성을 소거해버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토론의 관건은, 인간과도 다르고 콜리와도 다른 동물 타자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물을 온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의인화 정도의 적정선을 고려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경주마 투데이가 동물 학대적인 가혹한 환경에서도 순치가 가능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리고 인간을 매혹할 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가지고 신체적 고통을 참으면서 우승을 향해 매진하는 끈기를 가진 동물로 묘사되는 점 또한 또 다른 논쟁의 지점이다.
두 번째 논제는 인간과 동물이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이다. 인간과 동물은 고통이라는 감각의 공유, 그리고 비정상으로 간주됨에 따른 억압의 공통성을 토대로 유대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공통점이 강조되면서 인간-동물 간 차이점이 간과되기도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이 소설에서 인간과 동물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장애 관련 이슈이다. 한편 서로 다른 비인간 동물에 대해 발생하는 사회적 인식의 모순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아름다운 외양을 가졌지만 억압되는 동물로서 말이 주목될 때, 억압적인 체계의 하위에 속한 가축으로 개념화된 동물은 구체적인 주체로 인지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조명해볼 수 있다.
세 번째 논제는 비인간 기계 콜리의 주체 의식과 권리문제이다. 콜리는 과학기술이 애초에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존재의 고통과 소멸을 비극적으로 인식하는 존재로, 합리성이라는 외피를 두른 과학기술을 지적한다. 이 점은 과학기술이 고도화된 먼 미래의 인공지능이 갖게 될 감각의 문제와 권리문제를 함의하는 한편으로, 그것에 선행되어야 할 점이 가장 취약한 존재로서의 동물-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임을 예시한다. 이와 같은 논제를 통해 인간과 다름없는 인지와 감각을 향유하는 비인간 기계라는, 아직은 다소 추상적인 주체와 더불어서, 동물/권을 논할 때의 동물이란 무엇이며 여전히 주목되지 못하는 동물 문제의 근간에는 어떠한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더 세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상으로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사회 지배 이데올로기로 꼽혀온 계급(class), 젠더(gender), 인종(race)에 종(species)의 문제를 접목해 포스트휴먼 사회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논의의 장을 열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고는 오늘날 교양 교육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해 비인간과 에이블리즘 관련 논의를 접목하여 제시하였으며,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교육 목표나 수업 방안을 논하지는 못했다. 구체적인 교과 목표 설정과 강의내용 구성은 추후 연구로 지속해갈 것이다. 비인간 동물이 주체로서 등장하거나 비인간 동물이 처한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과학소설은 많지 않다.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일은, 과학기술 체제 아래 생겨나는 새로운 주체와 기존 주체의 좋은 연합을 구상하는 사고 실험으로서 근대가 기획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상에 도전하는 시도이다. 이 점은 오늘날 한국 여성 SF 소설의 갈래 가운데에서도 구분되는 지점으로서 되짚어볼 만하다. 오늘날 대학의 교양 교육은 이 소설이 던져준 토론 과제를 받아, 인간을 넘어서는 타자에 대한 감성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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