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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2); 2024 > Article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을 통한 인성 상실의 원리 탐구

Abstract

21세기 인류는 사회 환경적으로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를 듣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사회 전반에서 인성상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인성회복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인성이 무엇이고 인성이 어떻게 상실되는지에 대한 합의된 지식의 부재로 본질적인 인성치유나 근본적인 인성상실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성에 대한 여타의 연구와는 달리, 인성의 실체를 다양한 마음현상이 생겨나는 마음근원에서 본질적으로 탐구한 바에 따르면(송광한, 2022), 인성은 상반된 두 욕구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공성(空性)으로서 사고하지 않아 내면에 아무런 인지구조물(지식)이 형성되지 않는 빈 마음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본성이고 다른 본성은 현성(現性)으로서 사고하여 인지구조물인 지식을 형성하여 내면에 지식의 마음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욕구본성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성상실이란 과도하게 발현되는 현성에 비해 공성은 약하게 또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상황으로 내면에 과도하게 지식의 마음이 나타나는 한편 빈 마음은 그 비중이 적게 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균형이 깨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은 근원적 인지메커니즘(Song & Porath, 2006)을 통해 이런 인성상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지를 탐구하였다. 결과에 따르면 인성상실은 두뇌의 인지공간이 과도하게 성장하여 지나치게 많은 주의(attention)가 내면으로 끌려 들어가 의식이 그 안에 갇히게 되는 ‘자폐현상’에 의해 생기는 물질현상에 대한 ‘집착’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논문은 이런 인성상실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인성상실이나 그 심화를 차단할 수 있는 인성상실 예방교육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

Abstract

In the 21st century, humanity is hearing warnings that its very existence is threatened in a serious crisis not only socio-environmentally, but also in the natural environment. As one of the fundamental causes, the seriousness of loss of character is pointed out throughout society, and the need for character restoration is in strong demand. However, due to the absence of agreed upon knowledge about what character is and how it is lost, effective character education for essential character healing or the prevention of fundamental loss of character is not possible. Unlike other studies on character, the reality of character was essentially explored from the origin of the mind, where various mental phenomena arise (Song, 2022). According to the study, character is composed of two conflicting desires of nature: a nature for ‘emptiness,’ which is a mind that tries not to think and thus any cognitive structure (knowledge) does not appear internally, and a nature for ‘appearance,’ which is a mind that tries to think of forming knowledge and thus knowledge appears internally. According to this study, loss of character refers to a situation in which emptiness is weakly or barely expressed compared to manifest nature, which is excessively expressed, meaning that the mind of knowledge appears excessively inside, while the empty mind appears in a small or almost non-existent manner. Accordingly, this paper explored how this loss of character occurs through fundamental cognitive mechanisms (Song & Porath, 2006). According to the results, this study confirmed that the loss of character is due to ‘obsession’ with material phenomena caused by ‘autistic phenomenon’, where the brain’s cognitive space grows excessively and too much attention is drawn inward and consciousness becomes trapped within it. Based on this character loss mechanism, this paper provides a discussion on the direction of character loss prevention education that can prevent character loss or its deepening.

1. 서론

21세기에 이른 인류는 복합적인 위기로 존립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추구해온 인류의 개발활동으로 인해 생태위기, 기후위기 등으로 지구 환경은 급속도로 그 건강성을 잃어가고 있고 6번째 대멸종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위기가 인간에 의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인간성, 즉 인성의 본질을 상실한 인간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인성상실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인성회복이나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2012년 대구 학교폭력 중학생의 자살사건, 2014년 세월호사건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공포하기에 이르렀고(교육부, 2015) 그 이후 인성교육은 교육 전반에서 강제성을 띠면서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각 종단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함으로써(성해영, 2015) 학교와 종교 모두에서 전 방위적으로 인성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종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성교육이 인성 덕목들을 교육하는 피상적인 인성교육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유선희, 2018)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배한식, 2021).
대부분의 인성 연구와 달리, 인성의 정체성을 마음현상이 생겨나는 마음근원에서 본질적으로 탐구한 연구에 따르면(송광한, 2022), 인성은 상반된 두 가지 욕구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공성(空性)으로서 사고하지 않아 내면에 아무런 인지구조물(지식)이 형성되지 않는 빈 마음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욕구본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성(現性)으로서 사고하여 인지구조물인 지식을 형성하여 내면에 지식의 마음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욕구본성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성상실이란 과도하게 발현되는 현성에 비해 공성은 약하게 또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상황으로, 내면에 과도하게 지식의 마음이 나타나는 한편 빈 마음은 적게 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불균형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게 이런 인성상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인간 내면의 심층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인간의 다양한 마음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성되어 나타나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근원적 인지메커니즘(Song & Porath, 2006)을 통해 인성상실의 원리를 탐구하고자 한다. 인성교육은 이미 상실한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적 인성교육과 본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예방적 인성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때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예방적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면 치료적 인성교육은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치료적이든 예방적이든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상실되는가의 심층적 원리를 올바로 이해할 때 효과적인 인성교육이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2. 이론적 배경

2.1. 인성의 개념

인성(人性)은 인간이 태어날 때 지니고 태어나는 성질, 즉 인간 본성(本性)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사람의 성품(性品)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성격(personality), 기질, 개성, 인격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하는 행동양식과 관련되어 이해되기도 한다(강민수, 최지혜, 신창호, 2020).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해 제정한 ‘인성교육진흥법(교육부, 2015)’에서 조차도 ‘인간다운 성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과 같은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들’을 예시하고 있고, ‘핵심 가치⋅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핵심역량’으로써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은 이처럼 바람직한 행동 덕목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인격이나 품격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핵심가치 또는 덕목과 핵심역량 중심의 인성교육은 교육적 수행력을 높이고 방법론적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런 덕목들을 실천한다고 하여 성품이 바뀔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배한식, 2021), 인성개념과 인성교육을 현상적 차원으로 제한하여 인간의 심원한 내면성 계발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유선희, 2018).
이렇듯 인성에 대한 합의된 개념의 부재와 혼란은 인성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올바른 방향과 방법의 부재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인성교육을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배한식 2021).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을 통한 인성의 정체성 탐구(송광한, 2022)’에서 제시된 인성의 개념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탐구는 인간의 다양한 마음현상들이 형성되는 마음의 근원에서 그 근원이 지닌 본래의 성질을 바탕으로 인성의 개념을 본질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그림 1].
[그림 1]
인성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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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탐구(송광한, 2022)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의 성질인 욕구본성과 그 욕구를 실현할 능력인 능력본능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런 인간이 환경을 만나면 자극을 감각하고 기억하며 사고하여 내면에 지식을 형성하려는 감각성, 기억성, 사고성, 지식성의 본성이 발현되고 이런 본성은 감각능력, 기억능력, 사고능력, 지식형성능력(지능) 등의 능력본능을 통해 실현된다(송광한, 2022). 이런 본성과 본능으로 인간은 환경에서 자극을 감각하고, 기억하며 사고하여 자극들 사이에서 상호관계성을 찾고 이를 서로 연결하여 내면에 인지구조물이라는 지식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본성은 내면에 지식의 마음을 나타내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성(現性)으로 정의되었다(송광한, 2022)1). 한편 인간은 현성과 상반된 본성도 함께 지니는데 이는 자극을 감각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며, 사고하지 않고 지식을 형성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은 본성은 내면에 아무런 지식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기에 빈 마음의 공성(空性)으로 정의되었다(송광한, 2022)2). 공성은 감각하고 기억하며 사고하고 지식을 형성하는 일련의 인지능력을 중지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인간은 이와 같이 두 가지 상반된 본성이 번갈아 가며 발현되어 감각, 기억, 사고, 지식형성 등 일련의 인지작용을 수행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 모든 인지작용을 중단하는 쉼의 마음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인간 본성은 종교의 전통적 본성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우주만물의 근원을 신(하나님)이라는 ‘영(靈)적’ 존재로 상정한다. 그 신은 인간을 자신과 닮은 존재로 창조하였는데, 진흙으로 만든 몸에 숨을 불어 넣어 영(靈)이 깃들게 하였다(박병준, 윤유석, 2015). 이런 맥락에 근거한다면 인간은 신을 닮은 영적 존재이고 ‘영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연만물을 초월하여 ‘근원’으로서의 신이 존재한다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와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지적 본성을 지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박병준, 윤유석, 2015). 이런 기독교의 영성은 본 논문의 현성(現性)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한편 기독교의 영성에 대응되는 불교의 구원의 개념은 ‘불성(佛性)’에서 확인되는데, 불성은 부처의 본성으로서 청정한 성품이자 본 마음을 의미하며 인간은 이를 회복하여 해탈열반에 들 수 있다(김정희, 2010; 하유진, 2014). 이런 불성은 본 논문에서 말하는 공성(空性)의 본성과 빈 마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공성과 현성의 상호관계성에서 볼 때, 공성은 인지적 쉼을 통해 빈 마음을 가져다주어 평온의 안락을 가져다주는 한편 현성의 인지적 기능을 올바르게 작동하여 진리를 깨닫게 해 주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생각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세계를 볼 때, 전체적이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세계에 대한 전체적이고 객관의 지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의 두 본성 중 현성의 작용으로 형성되는 지식은 세계의 근원과 현상의 상호관계성에 대한 거시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현상계의 자연과 인간과 문명사회의 상호관계성의 지식을 포함한다. 세계의 근원과 현상의 상호관계성의 지식에 따라 영적인 마음, 무상한 마음, 허무한 마음 등이 형성되고, 인간과 자연과 문명의 관계성에 대한 지식을 통해 생명존중, 자연사랑, 자연보호, 욕망이나 문명에 대한 절제 등의 마음이 형성된다. 그리고 인간 자신과 타인의 관계성의 지식을 통해 자기/타인이해, 자아/타아존중, 배려 질서, 예절, 도덕, 윤리, 인류애 등의 마음이 형성될 수 있다(송광한, 2022). 이와 같은 덕목들은 본성 그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본성으로 인해 형성되는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계적으로 형성되는 차원이 다른 마음이다. 세계에 대한 이런 다양한 덕성들은 올바른 본성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마음들이다. 본성 그 자체를 회복하는 인성교육은 이와 같은 다양한 덕성을 교육을 통해 배양하는 인격교육이나 도덕성을 본성으로 보는 도덕교육과는 다른 입장을 유지한다.

2.2. 근원적 인지메커니즘

2.2.1. 인지 근원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은 ‘인간능력에 대한 통합모델(Song & Porath, 2006)’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자폐성(송광한, 2011, 2013a, 2013b), 영재성(Song, 2009), 인성(송광한, 2022) 등 다양한 인지 심리적 현상을 근본적으로 설명하는데 활용되면서 확장되어 왔다. 여기서 말하는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은 확장된 메커니즘을 포함한다는 것을 밝힌다.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에 따르면, 인간의 다양한 인지 심리적 현상들은 단순한 인지근원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지근원은 인지적 작용을 시작하는 주체인 인지시동체(cognitive activator)와 인지공간(mental space)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2]. 여기서 인지시동체는 ‘나(I)’로 표현될 수 있는데, ‘의식(意識)’이나 ‘영(靈)’의 개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2]
인지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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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근원의 또 다른 요소인 인지공간은 ‘나’가 내면에서 사고하는 사고 공간이자 주어진 자극이나 형성된 지식이 기억되는 기억공간이다(Case, 1992; Halford, 1982; Halford et al., 1994). 인지공간은 자극의 유형에 따라 청각자극이 머무는 청각공간, 시각자극이 머무는 시각공간, 미각자극이 머무는 미각공간, 후각자극이 머무는 후각공간, 그리고 촉각자극이 머무는 촉각공간이 존재한다. 즉 시각기억, 청각기억 등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뇌 부위에 저장되고 처리되며(Gardner, 1983; Winner, 1996), 청각-음성 정보가 저장에만 특화된 두뇌 영역이 있고(Gathercole, 1998) 시각정보에만 특화된 시각공간이 존재한다(Baddeley & Logie, 1999). 자극이 머무는 이런 인지공간은 나이에 따라 성장하며인지발달을 전반적으로 제약한다(Case, 1991)[그림 3]. 영아가 2세 이전에는 물건이 눈앞에서 사라져도 다른 곳에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형성되지 못하지만 인지공간이 성장하면서 2세 무렵이 되면 내면에 표상이 형성되어 비로소 그 개념이 생긴다(Case, 1991; Piaget, 1972). 이후 인지공간이 더욱 성장하면서 자극이 더 뚜렷하게 기억되고 따라서 내면에 주의가 더 많이 집중되어 마침내 아이는 내면에서 자극을 감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내적 사고가 가능해진다(Case, 1991; Piaget, 1972). 그 결과는 언어발달로 이어지고 아이는 한 단어부터 언어발달이 시작되고 인지공간이 성장함에 따라 두 단어, 그리고 세 단어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복잡하게 언어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7세 무렵이 되면 덧셈이나 뺄셈과 같은 조작적 사고가 가능할 정도로 인지공간은 더 커지고 더 복잡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인지발달의 도약이 이루어진다(Case, 1991; Piaget, 1972). 이런 인지공간은 두뇌에 존재하므로 내부인지공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 자극이 존재하는 외부공간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구별된다. 같은 맥락에서 외부공간에 존재하는 실제 자극은 외적 자극이고, 내부인지공간 안에 존재하는 기억자극은 내적 자극으로 구분될 수 있다3).
[그림 3]
내부인지공간의 성장과 인지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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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지근원은 전통적인 학문의 세계관에서 언급하는 우주의 모습과 닮아 있다. 철학, 종교, 과학 등에서는 ‘본질, 원동자, 아르케, 신, 한 점’등 그 표현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우주만물의 근원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철학과 일부 종교에서는 만물이 그로부터 나와서 그 곳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이런 세계관에 따르면 처음에 우주는 ‘근원’ 외에 아무런 형상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이었지만 그 근원에서 다양한 형상들이 생성되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근원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 또한 우주의 본성을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 본연의 성질로서 아무런 지식을 나타내지 않는 공성(空性)의 마음과 지식을 나타내는 현성(現性)의 마음이 있는 것처럼, 우주도 그 두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빈 우주공간과 만물형상으로 가득 찬 우주공간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2.2.2. 인간 내면의 형성 원리

인간 내면이란 인지근원의 ‘나’가 내부인지공간 안에 형성하는 지식(knowledge)의 세계를 의미한다. 인간이 내면에 지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환경의 자극과 ‘주의(attention)’및 ‘의식(consciousness)’이 필요하다. 지식의 형성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인간의 주의가 환경의 자극으로 이끌린다. 이에 인간은 주의를 통해 자극과 연결되고 의식은 그 자극을 감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감각된 자극을 서로 비교하고 판단하는 등의 사고과정을 거쳐 자극들 사이의 상호관계성을 찾아 서로 연결하여 내면에 인지구조물이라는 지식을 형성한다(Song & Porath, 2006). 즉 지식(knowledge)이란 자극들이 서로 연결되어 형상화된 인지 구조물로 정의되고, 지식형성을 위해 필요한 자극들 사이의 상호관계성을 찾는 능력은 지능(intelligence)으로 정의 된다. 이와 같은 정의는 모든 다양한 분야능력에 개입하여 ‘관계(relations)’를 발견하거나 다루는 능력을 하나의 일반지능(g)으로 보는 견해(Spearman, 1923)와 맥을 같이한다.
이는 인간 내면에 형성되는 지식의 세계는 자극에 대한 주의집중이 이루어진 후 의식을 통한 감각작용, 기억작용, 사고작용, 지식형성작용 등 일련의 마음작용들이 차례로 이루어지는 위계적 인지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Song & Porath, 2006). 다시 말해 인간의 주의가 자극으로 끌려가지 않아 자극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식이 자극을 감각할 수 없고, 자극을 감각하지 못하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이 없으면 사고할 수 없고, 사고가 없으면 내면에 지식이 형성될 수 없다. 이런 인지작용의 위계성은 주의와 기억이 사고와 지식형성이라는 고등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적 인지요소가 된다는 연구에서도(Cherkes-Julkowski et al., 1997) 확인된다.
이런 일련의 마음인지작용은 두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감각 및 사고의 대상인 자극이 외부공간에도 있고 내부인지공간에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인지작용이 이루어지는 외부공간을 외부인지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주의와 의식은 외부인지공간과 내부인지공간으로 분할되어 향하고 이를 각각 ‘외적 주의와 외적 의식’, ‘내적 주의와 내적 의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서 일련의 감각작용, 사고작용, 지식형성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그림 4]. 이는 인간의 인지작용이 외적 감각과 내적 감각, 외적 사고와 내적 사고를 통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간이 외부적으로도 지식을 형성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지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외적 사고란 외부의 자극에 주의를 기울여 감각하고 그것에 대해 사고하는 것이고, 내적 사고는 내부인지공간 안의 기억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각하며 그것에 대해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발달 단계상 2세경 아이의 내부인지공간에 표상자극이 형성되어(Piaget, 1972) 주의가 외적, 그리고 내적으로 분할되어 향할 때부터 인간은 외적 사고와 내적 사고 모두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4]
인지공간과 주의 및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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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은 자극들이 상호관계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형상화된 인지구조물인 지식의 세계이다. 따라서 내면이 변화한다는 것은 지식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면의 지식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환경을 경험하거나 그를 바탕으로 추론하여 지식을 형성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타인이 형성해 놓은 지식을 학습하여 그대로 내면에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쪽을 통해 내면에 지식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인지근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지식이란 인지근원인 ‘나’와 ‘내부인지공간’의 합작품이다. 물론 환경이 바뀌면 자극이 바뀌기 때문에 내면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자극 환경은 인간이 지식을 형성함에 있어 그 재료를 제공할 뿐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쓰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영어라는 언어지식을 형성하고, 한글을 쓰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국어라는 언어지식을 형성하지만 두 언어는 기본적으로 ‘나’와 내부인지공간이 주축이 되어 형성되는 것이며 그 형성의 원리는 서로 다르지 않다. 미국 사람의 내면에는 ‘실물 사과(시각 자극)’와 ‘apple(청각 자극)’이라는 단어가 서로 연결되어 구조화되고, 한국 사람의 내면에는 ‘실물 사과(시각 자극)’와 ‘사과(청각 자극)’이라는 어휘가 서로 연결되어 구조화 된다. 연결방식도 동일하고 동일한 실물을 표현하지만 표현의 상징인 청각 자극(언어)만 다를 뿐이다(송광한, 2011; 2013a).

3. 인성상실의 원리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에 따르면 인지공간은 ‘나’의 지식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지공간은 ‘나’의 인지작용이 일어나는 단순한 사고공간이자 기억공간이상으로써 지식형성을 위한 ‘나’의 일련의 인지기능들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인지공간이 작을수록 기억의 강도가 약하고 기억용량도 작아 적은 양의 주의가 내부로 향한다(그림 5). 때문에 장시간 내면에 집중하거나 내면에서 복잡하게 사고하기가 어려워 전반적으로 내적사고가 약하다. 한편,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의가 외부인지공간으로 향하기 때문에 풍부한 외적 주의로 외적 사고를 잘 할 수 있고 그 결과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내부인지공간이 작은 사람은 낮은 수준 또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기억력과 기억용량, 내적 사고 유지 및 지속성, 사고의 복잡성, 사고 속도 등을 보이는 한편, 높은 수준 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외적주의 및 외적사고, 외적 지식 형성 등의 특징을 보일 수 있다[그림 5]. 이런 인지적 특성을 지닌 사람은 내적 사고가 약해 과거나 미래에 대한 사고, 대량의 정보처리, 복잡한 지식에 대한 기억이나 학습 또는 창의적인 사고에 있어 우수성을 보일 수는 없지만, 마음이 현재에 머물고4), 전체적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하며, 내적 사고나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주로 평온한 내면을 유지하게 된다.
[그림 5]
인지공간의 적정성장과 주의분할 비율 및 인지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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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지공간이 성장할수록 자극에 대한 감각예민성이 증가하고 기억이 더욱 강하게 형성되고 기억용량도 커진다. 따라서 내부인지공간이 지나치게 성장하면 자극에 대한 감각예민성과 기억강도가 과도하게 증가한다. 그리고 강한 자극일수록 더 많은 주의를 끌게 되는 인지메커니즘에 따라 과도한 주의가 내면에 강하게 기억된 자극5)으로 끌려 들어가 주의와 분리될 수 없는 의식이 내면에 갇히게 되는 ‘자폐현상’이 발생한다(송광한, 2011; 2013a; 2013b)6). 그렇게 되면 ‘나’는 기억에 묶여 자신의 내면이나 그와 관련된 외부의 물질 자극에 집착이 발생하고 그만큼 안과 밖의 물질 자극들, 즉 물질현상의 세계에 갇히게 되어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즐거움의 기억에 묶여 그에 집착하는 ‘나’는 즐거움을 주는 내적 사고나 활동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외부의 물질 자극이나 활동에 집착할 수 있다. 이런 물질현상에 대한 집착의 마음은 현성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물질 자극을 강하게 감각하고 사고하여 내면에 지식의 마음이 과도하게 나타나게 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공성(空性)의 발현이 억제됨으로써 빈 마음의 평온한 내면은 약하게 나타나거나 거의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자폐현상은 집착을 통해 공성과 현성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인성상실을 초래한다7). 자폐현상으로부터 초래되는 이런 다양한 특징들은 자폐성장애를 지닌 사람들에게서 확인된다. 자폐성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하며(Crane & Pring, 2009; Marco, et al., 2011; Minshew et al., 2002), 외부에서 들어오는 어떤 것도 스스로 차단하려 하며(Frith, 1991; Kanner, 1968), 물건에 대해 심한 집착을 보인다(Baron-Cohen & Wheelwright, 1999; Charlop-Christy & Haymes, 1998; White & Remington, 2019).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고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고 하고 위대한 성취는 집착에 의한 결과이다(Fitzgerald, 2004; Fitzgerald & O’Brien, 2007).
한편 이런 자폐현상은 인지능력 발현에도 영향을 미쳐 내면에 집중된 강한 내적 주의력은 기억력을 강화하고 내적 사고를 더욱 용이하게 해준다[그림 6]. 자폐가 심할수록 기억력이 더 좋아지고 기억용량도 더 커지며 내면에서 사고처리 용량과 속도가 증가하며 오랫동안 집중(몰입)하여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지적 수준에 문제가 없다면 높은 수준에서부터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정도 상 다양한 기억력, 기억용량, 내적 사고 유지 및 지속성, 사고의 복잡성, 사고 속도 등을 보이고 이로 인해 학습우수성이나 창의우수성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송광한, 2011; 2013a; 2013b; Fitzgerald, 2004; Fitzgerald & O’Brien, 2007; Gardner, 1983; Netflix, 2019; TED, 2010, October 24; Winner; 1996). 하지만 상대적으로 외적 주의가 결핍되어 외적 감각 및 사고가 방해를 받아 외부인지공간에 존재하는 실제 세계에 대한 지식 형성이 정도 면에서 다양하게 지체되거나 결핍될 수 있다(Channon et al., 2001; Donnelly & Altman, 1994; Meyer, 2002). 또한 과도한 내적 사고로 마음이 현재보다 과거나 미래에 오래 머물고, 전체보다 부분적으로 보고 객관보다 주관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와 같은 경향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는 자폐성장애의 중앙응집결함(weak central coherence)의 특성과(Baron-Cohen, 2002; Hill & Frith, 2003; TED, 2010, October 24), 외부의 실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형성하기보다 소설, 음악, 미술, 수학, 등 주관에 기초한 창의성 발휘가 용이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나타내는 특성(Gardner, 1983: Winner, 1996)에서 확인된다.
[그림 6]
인지공간의 과대성장과 주의분할 비율 및 인지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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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현상’으로 야기되는 이런 인지특성들은 ‘자폐현상’ 자체의 정도에 따라서뿐만 아니라 지능 수준에 의해서도 그 양상과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자폐현상’정도가 심할수록, 사회적으로 자폐성장애로 진단하는 기준인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과 활동 및 관심 등의 특성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자폐현상’ 정도가 약할수록, 그 특성은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그 정도가 비슷한데도 지능의 차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는데, 지적장애 수준으로 지능이 낮을수록 상기의 진단기준의 특성들이 심하게 나타나는 한편, 내적 사고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학업우수성이나 창의우수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지능이 높을수록 앞서 언급한 자폐성장애 진단기준의 특성들은 더 약하게 나타나는 한편 학습우수성과 창의우수성은 강하게 나타난다. 지적장애와 영재수준의 사이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이런 특성들이 폭넓은 지점들에서 정도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8).

4. 논의 및 결론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을 통해 확인한 인성상실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두뇌 인지공간이 과도하게 성장함에 따라 주의와 의식이 지나치게 내면에 갇히게 되는 자폐현상의 발생되면, 물질현상에 대한 집착의 마음이 형성된다. 그 집착의 마음은 현성(現性)의 본성을 과도하게 발현시켜 지식의 마음이 내면을 지배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공성(空性)은 약하게 또는 거의 발현되지 않아 내면에 빈 마음의 평온이 나타나지 못한 채 물질현상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되는 상태, 즉, 본성의 불균형으로 인한 인성상실에 이르게 된다.
현재로서는 인성상실에 대한 두뇌 구조적, 인지적 원인을 탐구하는 연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을 통해 탐구한 본 논문의 결과에 대한 논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특정 종교에서 이와 관련하여 일부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지만 본 논문의 결과와는 차이점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불교와 기독교에서는 집착의 원인으로 진리에 대한 무지를 들고 있다. 불교에서는 물질인 색(色)이 공(空)에서 나타난 허상으로서 유한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진리를 깨닫지 못해 물질세계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물질현상 세계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고 한다(법륜, 2022; 허유영, 2021). 한편 기독교에서는 태초에 오직 하나님이 존재했고 그가 인간을 포함한 자연만물의 세계를 창조했으며 태초의 인간 조상이 하나님에게 죄를 지어 천국에서 쫓겨나 고통 속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님에게 회계하고 그를 믿으면 다시 하나님에게 돌아가 영원한 천국에서 살게 되지만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유한한 피조물의 물질세계에 집착하기 때문에(디모데후서 4:10; 마태복음 12:30; 마태복음 22:37) 그 진리를 깨닫거나 진실로 믿음으로서 현상세계로부터 자유롭게 된다고 말한다(마태복음 3:2, 4:17; 마가복음 6:12; 사도행전: 17:30).
근원적 인지메커니즘에 따르면 물질현상에 대한 집착의 마음 때문에 공성의 본성이 발현되지 못하고 따라서 빈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없다. 그런 집착의 마음을 벗어나 자유롭게 되면 잃어버린 공성, 즉 상실된 본성이 회복될 수 있다. 불교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물질현상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진리를 깨닫거나 진실한 믿음을 갖도록 하는 지적인 방법이 인성회복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9).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종교적 진리에 대한 무지가 집착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자폐를 통해 집착을 유발하는 두뇌의 인지공간이 어떻게 과도하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근본적인 인성회복과 인성상실 예방을 위한 본질적인 인성교육 차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논의는 생명체의 변화를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이론인 진화론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긴 시간에 걸쳐 모든 생물은 진화한다. 진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자연의 한 생명체인 인간도 이런 진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생물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인지적으로도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중이다(경기문화재단, 2013; 박건형, 2012. 4. 24.). 내부인지공간은 물질적인 인간의 뇌구조의 일부로서 진화의 원리를 벗어나 변화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처음 출현했을 때는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으로 자연만이 있었다. 이를 자연사회(natural society)라 할 수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에 적응하면서 생존해야 했고 그 진화의 방향을 자연이 선택하는 자연선택적 진화(natural selective evolution)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진화과정 어느 시점에서 인간에게 인지혁명(cognitive evolution)이 일어났다(유발하라리, 2011/2015). 인간은 돌칼, 돌도끼 등과 같은 매우 단순한 도구로부터 문명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문명사회(civilized society)의 출현이다. 문명은 인간이 자연환경에서 생존하는데 이전 보다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인간은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더 많은 문물을 지닌 문명을 창조하였을 것이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문명이 더욱 발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초기 문명은 자연을 조작해서 만드는 수준으로 아직 자연 상태에 가깝고 그 규모도 미약하므로 이 시기를 자연중심 문명사회(nature-oriented civilized society)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여전히 자연 선택적 진화를 경험하는 한편 인간이 스스로 창조한 문명에 의해 생존을 이어가는 진화의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인간선택적 진화(human selective evolution)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인간 중심 문명사회(human-centered civilized society)에 살고 있다.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창조한 문명 환경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안락한 삶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현대 인류는 인간이 추구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자신의 내면과 외부의 문명사회를 주로 오가며 쉼 없이 생각하고 급속하게 문명을 확대 발전시키며 살고 있다. 그 결과 자연현상의 많은 부분을 극복했지만 자연을 심하게 파괴했다. 이를 인류세의 인간이라 부른다(Ellis, 2018). 이런 문명 환경에서 생존하는 인간에게 자연 선택적 진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주로 인간선택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진화는 신체 외부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두뇌 내부의 변화가 주를 이루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두뇌용량의 진화가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뇌용량은 500cc였지만 호모에렉투스는 800- 1300cc로 늘어났고, 네안데르탈인을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무려 3배나 증가한 1600cc정도까지 커졌다(경기문화재단, 2013).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문명 창조의 과정에서 두뇌 사용을 계속 증가시켜온 유일한 종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 역사에 걸쳐 인간의 사고는 양과 복잡성 면에서 계속 증가해왔다고 볼 수 있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이런 인지적 진화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인지적 진화의 보다 확실한 증거는 언어의 출현이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때부터로 추정되고 있다10)(이태훈, 2007. 7. 20.).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이 약 400만 년 전인 점을 고려하면 인간은 한참 후에야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아이가 태어나서 적어도 2년이 지나 유아기 단계에 들어서야 고작 한 단어의 말부터 시작할 수 있는 (송명자, 2008) 상황을 닮아 있다. 인류가 처음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적 시점이 한 인간의 발달 단계상 유아기에 비유될 수 있다. 언어출현 이전의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인지발달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의 획기적인 인지 혁명의 과정은 인지근원의 ‘나’와 인지공간이 진화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인지근원’에서도 설명한바와 같이 내부인지공간의 성장은 일생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그로 인한 인지발달 양상은 인류의 인지적 진화의 양상과 닮은꼴이다. 인류의 인지공간은 ‘나’가 물질현상에 대해 자유로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크기까지 성장한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그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고 경미한 수준인 1단계 집착, 좀 더 심해진 중간 단계인 2단계 집착의 단계를 넘어 물질현상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3단계 집착을 형성하게 하는 크기까지 진화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볼 때, 두뇌 인지공간의 과진화가 발생하려면 그럴만한 진화적 요구나 압력이 존재해야 한다. 즉, 매우 복잡한 사고와 기억을 위해 더욱 커다란 인지공간을 필요로 하는 환경적 요구가 발생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강하게 의심되는 것이 있다. 문명사회발전의 긴 역사 속에서 언어적 사고를 통한 지식의 학습활동과 창의적 사고를 통한 문명의 창조활동은 계속 증가되어 왔다. 그런데 언어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는 인지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내적 사고의 대표적인 유형에 속한다. 양과 복잡성 면에서 과도하게 증가하는 언어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그리고 그에 따른 기억용량은 내부인지공간의 진화적 압력을 강하게 행사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학습만능’과 ‘창조만능’의 사회에 살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우수성과 창의우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에 적응해서 생존하기 위해,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다량의 지식을 신속하게 학습하여 내면에 기억해야 하고, 새로운 문명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이 오히려 인지공간의 과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양한 장애유형 중 유독 자폐성장애만이 급격하게 계속 증가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교육부, 2023)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도 다양한 ‘자폐현상’으로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외부의 물질현상의 세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조차 ‘핵심 가치⋅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을 인성교육의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핵심역량들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질적 결함이나 외부현실에 대한 지식형성 및 적응의 어려움 등 자폐성장애의 주요 특징들과 다르지 않다. 요즘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문제나 인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적 사고를 통한 학습우수성이나 창의우수성 발현과 같은 긍정적인 덕목조차도 근본적으로‘자폐현상’에서 비롯된다는 그 양면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 동안 인류는 ‘자폐 덕분에’ 고도의 문명발전을 구가할 수도 있었다(TED, 2010, October 24.).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장애의 장점으로 알려진 내적 사고에 기반한 학습우수성이나 창의우수성 등의 인지적 특성과 물질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같은 정의적 특성이 결합되어 이룬 결과로 볼 수 있다. 제퍼슨, 드골, 칸트, 비트겐슈타인, 뉴턴, 아인슈타인, 베토벤, 모차르트, 조지 오웰, 웰스 등은 공통적으로 집착이라는 자폐적 특성으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겨 역사적 위인이 될 수 있었다(Figerald, 2004; 2005; 2007). 현재 21세기 인류역사를 선도하고 있는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Diviricean, 2018; TED, 2010, October 24.), 이들 역시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는 각자의 서로 다른 내면에 집착하고 물질현상에 집착하는‘자폐적 지도력’에 이끌려 사회적으로 분열이 심하게 가속화되고 방향을 상실한 채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물질문명을 발달시키는 삶의 방향으로 달려왔다. 21세기에 이르러 인류는 극단적인 사회적 대립과 갈등, 충돌뿐만 아니라, 생태파괴, 기후급변 등의 자연환경 파괴 등으로 대멸종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내면집착과 물질현상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내려놓지 못하고, 물질자극을 감각하거나, 물질 지식을 탐구하거나 학습하고, 문명을 창조하려는 끝없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있다. 집착할 자극도, 지식도, 문명도 무수히 많고 다양한 오늘날, 개인마다 집착의 대상이 다르고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안과 밖의 물질현상의 세계에 갇혀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21세기 대위기는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성공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인류 공동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올바른 인성회복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강조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다함께 재고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성상실을 예방하거나 그 상실의 정도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질현상의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어 올바른 인성을 회복하게 하는 인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집착을 유발하는 두뇌 인지공간의 진화관리가 필요하다. 집착은 인지공간의 과도한 진화에 따른 결과이므로 인지공간의 과도한 진화적 압력을 행사하는 인지활동을 절제하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 과중한 학습을 강요하고 무분별하게 창의적 활동을 요구하는 교육활동을 지양하는 한편, 충분한 ‘인지적 쉼’을 보장하고 외적 주의집중의 기회를 제공하는 외적 사고 활동을 더 늘려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전체적으로 사고하여 세계에 대한 전체 거대 진리를 깨닫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덕성이나 덕목 중심의 표층적 인성교육이 아닌 잃어버린 공성의 본성 자체를 회복하도록 하는 ‘본질적인’ 인성교육과 더불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가에 대한 정의(正義)에 대한 교육 기회를 더 늘리는 새로운 교육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Notes

1) 여기서 말하는 현성(現性)은 인간이 사고하여 자극 사이에서 상호관계성을 찾고 그것을 통해 서로 연결하여 인지구조물(인지형상)이라는 지식을 형성하여 내면에 ‘나타나게 하는(現)’ 성질이라는 의미로 정의한 것이다. 이는 불교에서 본성이 나타난다는 의미의 현성(現性)과는 의미가 다르다.

2) 여기서 말하는 공성(空性)은 인간이 사고를 하지 않아 내면에 지식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는 성질로,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차원에서 빈 마음(空)의 의미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존재는 자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불교의 공성(空性)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3) 인지공간이 두뇌에 한정되지 않고 몸의 기억을 강조하는 몸철학적 입장(공병혜, 2018)도 있다.

4) 여기에서 ‘현재에 머문다’라는 것은 인지공간 내부가 아닌 외부 자극에 주의를 두고 감각하는 ’지금 여기‘의 인식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외부의 실제상황과 현재 ‘나’와 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인식한다는 개념이다.

5) 여기서 말하는 자극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되는 물질자극을 의미한다.

6)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자폐성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질적 결함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활동 및 관심의 행동적 특징을 기준으로 사회적으로 진단되는 장애의 공식명칭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성들은 여기서 말하는 ‘자폐현상’으로 야기되는 다양한 특성들 중 일부에 해당되고 그 특성들로만 제한적으 로 공식적 진단을 내리고 있다.

7) 자폐현상, 집착, 인성상실 등의 수준은 인지공간의 크기에 따라 정도가 매우 다양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8) 대부분의 현대인은 이런 자폐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자폐현상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지적 능력이 장애 수준을 지니고 있고 극단적인 물질집착을 보이며 심한 내면집착으로 외적 주의가 부족하여 외부현실에 대한 지식형성과 소통 및 적응이 심각한 수준으로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들만을 주로 자폐성장애로 진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9) 진리에 대한 깨달음의 지적 방법 외에 물리적 방법으로 조용한 곳에서 몸을 이완하고 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명상은 ‘나’의 활성도를 낮추어 공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10)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인간이 최초로 언어를 사용한 것은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400만 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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