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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2); 2024 > Article
음고 표준화 역사의 실천인문학적 함의

Abstract

인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확립하기 위한 방법적 노선인 실천인문학은 인문학 위기론의 근원적 요인으로 지목된 인문학의 사회적 소통 부재를 혁신하기 위한 실천적 태도이자 노력이다. 기준음고는 음악 현장의 국제적 언어 규약으로서 음악적 소통을 실현하기 위한 매개로 기능하고 있으며, 음악적 전통과 현대에 결속된 사회문화적 텍스트와 긴밀히 연결되어 실천인문학적 담론창출의 논리를 유의미하게 확장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이다. 이에 본 연구는 음고 표준화 서사를 주도하는 기준음고인 435Hz와 440Hz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명하여, 실천인문학의 사회적 실현을 모색하기 위한 방법적 모델을 구축하는 데 목적과 의의가 있다. 435Hz는 19세기 유럽의 음악적 실천 현장 전반에 기저해 있던 음고의 일관성 부재 현실을 혁신하여 음악적 실천을 위한 중재적 음고 표준으로서의 노선을 구축하였다. 440Hz는 20세기 초 실용주의적 사유와 연접한 사회적 지형의 확장 기조를 실현하는 배경으로 음악적 소통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음고로서의 면면을 반영한다. 본 연구는 음악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따른 새로운 이해를 제공함으로써 교양교육적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영역 간 융⋅복합 교육콘텐츠로서의 다학제적 사고를 개발하고 비판적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데 유의미한 텍스트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Abstract

Practical humanities, as a methodological approach for establishing the social value of humanities, embodies a proactive attitude and an effort to innovate the lack of social communication in the humanities, which has been identified as a root cause of the so-called crisis within this humanities. The standard pitch acts as an international linguistic convention within the musical domain, serving as a mediator for musical communication and is deeply linked to socio-cultural texts. These texts merge musical traditions with the modern era, significantly broadening the discourse-generating logic within practical humanities into a pivotal cultural code. This research aims to construct a methodological model to explore the social implementation of practical humanities by clarifying the historical identities of 435Hz and 440Hz, which lead the narrative of pitch standardization. 435Hz addressed the reality of inconsistent pitch prevalent across the 19th century European musical practice scene by establishing an intermediary pitch standard for musical practice. 440Hz reflects the characteristics of a universal and practical pitch aimed at enhancing the efficiency of musical communication, against the backdrop of the expanding social topography which is linked to pragmatic thinking in the early 20th century.

1. 서론

통시와 공시, 외연과 내포, 광의와 협의 등 인문학의 개념과 그 의미에 근접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들은 인문학의 계설(界說)과 재정의는 물론 그 가치를 재인식하고 재확장하는 천착의 자취이자 흔적이다. 특히 광의와 협의를 통해 인문학을 논구하는 과정에 있어서 필요한 두 가지 키워드로 ‘자취’와 ‘흔적’을 상정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그 흔적’을 넓은 의미에서의 인문학으로 정의한다면(전선구, 2023b, p. 839), 이때 ‘자취’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로부터 인간의 문화를 포괄하고, ‘흔적’은 인간의 자취에 대한 기록이자 남아있는 무늬이다. 이러한 무늬에 내재한 상징과 기호를 관찰하여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통찰하는 과정인 인문학은 시대 보편적 가치를 지니며, 오늘날 문화 패러다임의 다변화 조류 속에서도 사회적 심근으로서의 인문학적 통찰이 제시하는 바에 대한 현실적 요구와 기대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실천인문학의 개념 형성 과정은 이른바 ‘인문학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20세기 말 인문 시론으로부터 최근의 ‘인문사회 선언문(2023)’ 등으로 이어진 인문학 위기 인식과 그 담론은1) 21세기 인문학의 사회적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라 하겠다. 한 세대에 이르도록 전개된 인문 담론이 사회 공동의 의제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과연 ‘어떠한 위기인가’에 대한 논지의 본질과 주요 쟁점으로서, 인문학이 실천적 학문으로서의 목적과 방향을 망각하고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에 실패한 채 폐쇄적 학문으로 퇴색하여 사회적 기대를 외면하고 대중적 행보를 간과해 온 점을 지적한 연구자들의 자성론은 인문학의 쇄신을 위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의 당위적 진단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는 인문학의 ‘소통 부재’를 혁신하고 사회적 위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인문학의 실천적 태도이자 노력으로서 실천인문학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테제로 작동할 여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인문학 위기 진단과 맞물려 이른바 ‘인문학 열풍’으로 대변되는 인문학의 사회적 활성화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논의를 통하여 인문학의 사회적 소통 행보로서 실천인문학이 인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적 노선으로 그 가치를 조망할 수 있다. 인문학 자성론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 타개론의 중심추로 지목되고 있는 실천인문학은 다양한 명칭으로 개념화되어 인문학의 사회적 참여를 실현하고 있는 가운데2), 인문학의 요체를 이루는 인문정신을 삶의 영역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인문정신이 사회에 작동하고, 기능할 수 있도록 추동하기 위한 인문학의 사회적 노선을 실천인문학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준음고는 음악예술 분야의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전 세계 서로 다른 음악 문화권을 소통시키기 위한 목적에 따라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채택된 ‘음 높이’의 보편적 기준치이다(전선구, 2023a, p. 105). 20세기 중반, 단일 표준으로서의 위치를 구축한 기준음고는 음악 현장의 국제적 언어 규약으로서 오늘날까지 음악적 소통을 실현하기 위한 매개로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 음악적 전통과 현대에 결속된 사회문화적 텍스트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 주목하여 볼 때, 기준음고는 음악사회학적 논의와 연접한 음악사적 접근을 통하여 인문학적 담론창출의 논리를 유의미하게 확장할 수 있는 탐구 대상일 수 있으며, 더욱이 인문학의 사회적 소통 노선인 실천인문학적 문제의식과 상호 유기적인 맥락의 문화적 코드임을 주지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지난 2세기에 걸쳐 서구 사회가 예술적 영역을 위시하여 주도해 온 문화적 양상의 한 축인 기준음고의 역사적 서사에 함의된 사회적 텍스트를 조명하여 실천인문학적 의의를 담지하고, 문화적 소통의 방법론적 접근을 위한 사유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교양교육적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인문 교양 콘텐츠로서의 방법적 모델을 구축하는 데 목적과 의의가 있다.
기준음고에 함의된 실천인문학적 가치를 탐구하기 위하여 16세기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럽과 미국 각 지역의 음고 수준 양상을 수집 및 검토하였고, 이에 따른 음고 표준화 과정의 역사적 추이를 정치, 사회, 과학, 경제 및 예술적 측면으로 접근한 관련 연구의 문헌 분석에 기반하여, 음고 표준화 역사를 주도하는 19세기와 20세기 기준음고의 실천인문학적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2. 기준음고(Standard Pitch)

기준음고의 개념을 살펴보기 위하여 일차적으로 소리를 물리적 속성에 따른 음향학적 차원으로 접근하고자 할 때, 통상적으로 물체(Target)의 진동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리의 발생 원리는 기본적으로 공기의 운동성(Motility)에 기인하고, 움직이는 대상은 물리적인 법칙에 적용할 수 있는바, 물리학적 접근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는 소리의 개념은 음원(Sound Source)으로부터 확산하는 압력파(Pressure Wave)가 매질(Medium)을 통해 전달되는 상태로 파악할 수 있다(Sataloff, 2005, pp. 1-12). 여기서 음원은 소리 발생의 대상이 되는 물체이며, 압력파는 공기의 입자가 진동할 때 주변 공가와의 밀도 차이가 생성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매질은 진동을 전달하는 매개체(Medium)로 공기를 비롯한 액체 및 고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음악적 속성을 가지는 소리는 4가지 요소로 분석된다. 이것은 진동의 물리적 성분에 따라 변하는 소리의 ‘높고 낮음’과 ‘크고 작음’, ‘길고 짧음’, 그리고 소리의 ‘느낌’에 대응하는 음 단위의 주요 요소로, 이들을 각각 ‘음고(Pitch)’와 ‘음량(Loudness)’, ‘음가(Duration)’, 그리고 ‘음색(Timbre)’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이석원, 2003, p. 124).

2.1. 음고(Pitch)

이처럼 소리의 높낮이로 정의하는 음고는 소리의 높고 낮음에 대한 물리적 척도가 청지각적으로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이때의 물리적 척도란 주파수(Frequency)를 가리킨다. 주파수는 주기파(Periodic Wave)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진동 구간의 기본 단위이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한 단위의 패턴이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연속되는가를 보여주는 소리의 진동수라 할 수 있고, 이를 헤르츠(Herts/Hz) 또는 사이클(Cycle per Second/cps) 단위 기호로 나타낸다.
음고는 주파수의 개념과 같은 물리적 척도로 객관화할 수 있지만, 음고에 대한 ‘느낌’은 청자에 따라 주관성을 가지게 된다. 특히 교차감각 대응(Cross-modal Correspondence)3)과 같은 실험심리학적 연구에 따른 음고의 특질은 인간의 감각적 차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 상태에서 지각된 음고는 밝은 명도를, 낮은 상태에서의 음고는 어두운 명도를 연상하는 기제로 작용한다(Marks, 1974). 또한 온도의 개념과 관련하여, 높은음으로 지각된 음고는 차가움을, 낮은음에 따른 음고는 따뜻함과 호환되었고(Wang & Spence, 2017), 마찬가지로 높은음으로 지각된 음고는 날카로움을, 낮은음에 따른 음고는 무딘 촉감을 연상하는 것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연구 결과로 도출하였다(Eitan & Rothschild, 2011).
선율이나 화음의 성립은 기본적으로 높이가 서로 다른 음들의 횡적⋅종적 규합에 따른 결과로4), 음고는 특히 조성음악 이론 체계에서 음도(Scale Degree)를 기반으로 한 선율적 용법으로부터 다이아토닉 하모니(Diatonic Harmony)에 이르는 화성적 용법에 전반적으로 작용한다.5)

2.2. 기준음고

음계를 구성하는 음들의 상대적인 음도를 균등한 비율에 따라 12개의 반음으로 분할한 음률인 ‘평균율(Equal Temperament)’은 피타고라스율(Pythagorean Intonation)이나 순정률(Just Intonation)의 조율 체계에 내재된 음악적 한계를 극복하여 순환구조적 옥타브(Octave)의 개념을 성립한다. 옥타브 관계에 놓이는 두 음의 주파수는 2배, 즉 1:2의 주파수 비(Ratio)를 형성한다. 따라서 ‘A4=440’, 즉 4옥타브 ‘라(A)’ 음을 가리키는 A4의 주파수가 440Hz일 때, A3의 주파수는 220Hz, A5는 880Hz이다. 이때 ‘A4= 440’을 기준음고(Standard Pitch)라 하며6), 440Hz는 국제적 협의에 따라 채택된 음고의 보편적 기준치이다. 기준음고는 악기 및 음향 장비의 제조 과정에서 음고 수치의 조정과 교정,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앙상블(Ensemble) 상황에서 악기 내, 악기 간의 조율을 위한 음고의 기준이 되는 주파수로, ‘절대음고(Absolute Pitch)’ 및 ‘콘서트 음고(Concert Pitch)’ 등으로도 지칭한다.7)
서구 사회에서 기준음고를 둘러싼 역사적 갈등은 세기를 넘어 지속되어 왔으며, 그만큼 기준음고와 관련된 서사는 음악학 연구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관심 대상이다.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다양한 수준의 음고가 등장하는 가운데, 1619년 독일의 음악학자 프레토리우스(Praetorius)는 424Hz를 주장하였고(Ellis, 1880, p. 553), 1711년경 류트 연주자 존 쇼어(John Shore)가 제작한 최초의 소리굽쇠는 422.5Hz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1751년까지 헨델이 사용하였다(Bickerton, 1987, p. 771). 또한, 1800년경 모차르트의 이른바 ‘클래식 피치(Classical Pith)’는 422Hz, 같은 연대로 추정하는 베토벤의 소리굽쇠는 455.4Hz로 보고되었다(Douglas, 2021, p. 107). 이는 동질적 경향의 음악 양식 및 음악사적 사조에 공존하는 작곡가라 할지라도, 작품의 해석과 그 의도에 따라 ‘절대적 규준’으로서 기준음고의 효용과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유의미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한, 1815년 드레스덴 오페라하우스는 423.2Hz를 기준음고로 채택하였고 이후 11년 동안 435Hz로 상승하였으며, 같은 시기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극장은 451Hz로 조사됨에 따라(Nicolae, 2021, p. 1503) 음악의 생산과 수용에 있어서 심미적 가치관에 작용하는 음고 수준의 변동과 격차가 적지 않았음을 가늠할 수 있다.
1834년 슈투트가르트 회의에서는 440Hz(Helmholtz, 1863, p. 29)를, 1858년 나폴리와 브뤼셀은 445Hz, 같은 해 부다페스트와 마드리드는 각각 446Hz, 444Hz를 채택하였고, 1859년 기준음고의 국제적 표준화를 최초로 시도한 프랑스 정부는 이른바 ‘국제 표준음(Diapason Normal)’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435Hz를 주창하였지만, 같은 해 뮌헨과 리에주는 448Hz를, 네덜란드는 446Hz를 채택하였고, 1885년 빈 회의에서는 프랑스의 국제 표준음을 지지하여 435Hz를 채택하였다. 1939년 ISA(국제표준화기구의 전신)의 주최로 이루어진 런던 국제회의에서는 1834년 당시와 같이 440Hz를 기준음고로 의결하였고, 이후 1953년과 1955년 그리고 1975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이를 재승인하여 오늘까지 국제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Gribenski, 2019, p. 735).
그러나 국제표준화기구의 이 같은 결정을 준용하지 않거나 지지하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63년 더블린은 442Hz를, 1967년 토리노 라디오 오케스트라는 441-443Hz, 1968년 러시아(437.5-442Hz), 덴마크(439-442.5Hz), 오스트리아(443.5-445Hz), 스페인(435Hz) 그리고 1969년 피렌체는 444Hz를 채택하였다(LaRouche, 1988, p. 29).
또한 테발디(Tebaldi), 도밍고(Domingo), 파바로티(Pavarotti) 등은 벨칸토(Bel Canto) 창법에 적합한 음고로 432Hz를 지지하였다(LaRouche, 1988, pp. 30, 38). 이를 통하여 음고 수준의 문제가 가창 환경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슈였음을 재인식할 수 있으며, 기준음고에 대한 음악적 생산 현장의 입장을 아울러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정격음악(Authentic Music) 연주자인 조방카 마르빌(Jovanka Marville)은 바로크 음악의 질감(Sonority)을 구현하기 위해 기준음고를 415Hz로(전선구, 2023a, p. 103)로 설정하였다. 이른바 ‘바로크 피치(Baroque Pitch)’로 개념화된 이 같은 연주 관행은 Ellis (1880b, p. 305)의 ‘2세기 동안의 유럽 평균 피치(European Mean Pitch for Two Centuries)’ 개념에서 비롯되었으며(Gribenski, 2020, p. 21), 이는 음악적 유산과 권위에 대한 전통적 심미안의 발현이자 그 가치를 재인식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카라얀(Karajan)은 “풍부하고 화려한 음색을 구현하기 위해” 445Hz로(Annette et al., 2009, p. 29), 요엘 레비(Yoel Levi)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역시 “보다 클래식다운 안정적이고 풍부한 울림을 얻기 위해” 기준음고를 441Hz로 설정한다(강창호, 2019).

3. 음고 표준화 역사의 실천인문학적 함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시기에 걸쳐 다양하게 제안되어 온 기준음고는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결국 단일 표준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여 이후 70년 가까이 사실상 세계 각 문화권의 음악적 소통을 위한 공용어로 자리매김하였다.8) 그러나 산업표준(Industry Standards)과 같은 기술적 맥락과 층위를 달리하는 음악적 심미관(View of Aesthetics)의 중층적 특질은 여전히 기준음고에 대한 회의론적 논의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Haynes, 2002, p. 344). 더욱이 LaRouche (1988, p. 24, 38)는 “소리굽쇠의 전쟁(The War of the Tuning Forks)” 및 “세계 언론에 폭풍처럼 등장한 클래식 조율을 위한 쟁투(Fight for Classical Tuning Takes World Press by Storm)” 등의 제하로 기준음고의 제정과 관련한 비평적 기사를 개진하였고, Fauser (2013)는 국제 음악계의 기술적 통일 과정과 난항을 겪었던 음고 표준화 협상 과정을 이른바 “전쟁의 소리(Sound of War)”로 비유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 또한 이탈리아의 음악 비평가 라우라 파델라로(Laura Padellaro)는 440Hz를 ‘부적절한 기준음고(Inappropriate Diapason)’로 간주하여, 음악계 현장에서 나타나는 기준음고에 대한 찬반 논쟁 구도를 “도덕적인 음악가 대 비도덕적인 음악가의 전투”로 묘사하였고(LaRouche, 1988, p. 39), Reid (2020, p. 3)는 기준음고의 도입 이후, 국제적인 음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이른바 음고의 ‘대체 표준’ 논란에 주목하여, 기준음고와 연주 음고의 대립 양상을 “콘서트 피치의 전투(A Battle of Concert Pitches)”로 개념화하였다.
이처럼 적지 않은 문헌들이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텍스트들은 기준음고의 표준화 배경이 예술적 측면은 물론 과학, 경제, 역사 및 사회정치적(Sociopolitical) 맥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이해가 복합다단하게 관계지어진 국제적 이슈였음을 주지하고 있다(Gribenski, 2021, p. 25). 그렇다면 기준음고의 표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과연 무엇이며, 특히 음고 표준화 역사를 주도하고 있는 19세기와 20세기 기준음고의 역사적 정체성에 따른 실천인문학적 가치는 무엇인가.

3.1. 435Hz, 19세기 음악적 실천(Musical Practices)9) 환경의 중재적 표준

음고 표준화를 위한 서구 사회의 노력은 사실상 19세기에 접어들어서야 현실화되었고, 음고 표준화 역사에 있어서 특정적으로 거론되는 음고의 양태는 다양한 문화사적 텍스트를 함의하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주목되어 온 기준음고는 크게 435Hz와 440Hz로 집약할 수 있다. 435Hz는 19세기 프랑스의 선도적인 역할에 따른 기준음고로, 음고 표준화 역사에 있어서 첫 번째 실질적인 시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8세기 후반으로부터 19세기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분야의 ‘표준화 추세’가 분용되기 시작한 시기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러한 표준화는 미터법(Metric System)과 같은 도량형의 통일을 시작으로 철도, 공중위생, 경영, 통신, 우편, 화학 요소, 약물 및 의료, 전기 등 다분야에 걸쳐 확립되었으며, 아울러 음향 및 악기 제작 분야로도 여지없이 확대되었다(Gribenski, 2019, p. 739-740). 이는 음악에 대한 관습적인 태도를 해체하여 관련 영역의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을 강조하기 위한 시대적 패러다임이 분화되어 나타난 양상이라 할 수 있으며, 결국 음고 표준화 발상과 그 실행은 이 같은 과학기술적 표준화로부터 발현된 영감이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조명할 수 있다(Gribenski, 2020, p. 5). 더욱이 19세기 초⋅중반으로부터 전개된 전례 없는 지역 간 이동성의 폭증에 따른 문화교류 확대의 중심에는 음악이 있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에 따른 ‘음악적 실천’의 문제를 드러냈으며, 이를 계기로 형성된 음고 표준화 실현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음악적 소통의 효율성 강화를 위한 기대감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9세기 음악적 실천 문제를 야기한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에는 ‘연주 음고(Performing Pitch)10) 상승의 지속화 경향’이라는 또 하나의 이슈가 수반되었고, 이는 음고 표준화 실현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음악적 실천 담론의 주요 어젠다로 자리 잡게 된다. 1816년 당시, 더욱 ‘날카로운’ 음색을 표출하는 관악기의 등장을11) 필두로 이어진 기악의 가시적인 발전은 더욱 ‘화려한(Brilliancy)’ 음향적 효과를 추구하는 기조의 확산으로 전개되어(Kaye, 1938, p. 820),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는 더욱더 높은 음고를 수용하는 연주 관행이 속출함에 따라 음고 주파수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이 일관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는 이미 난립한 상황에 놓인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와 맞물리는 양가적인 흐름에 놓임으로써, 19세기 음악적 실천의 문제는 또 하나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연주 음고의 상승은 가창 음역(Vocal Range)의 상승과 직결됨에 따라 가창자의 발성 환경에 적지 않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이로 인한 음악 현장에서의 갈등과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표명은 음악적 실천 과정의 근본적인 혁신에 대한 촉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12) 결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19세기 음악적 실천 문제의 주요 맥락은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에 따른 음악적 실천 현장의 호환성 결여와 연주 음고의 상승에 따른 가창 환경의 혼란으로 조명할 수 있다. 특히 음고 수준을 놓고 빚어진 기악과 성악의 갈등 양상은 음악적 전통으로부터 축적된 문화적 유산의 보전 의지에 대한 궁극적인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음악적 캐논(Canon)의 위상을 강화하고 그 사회적 가치를 더욱 격상시키기 위한 국가주의적 차원의 노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1859년 프랑스는 435Hz를 채택한 법령을 공포하였고, 이후 1885년에 이르기까지 기준음고와 관련된 자국 ‘표준(Diapason)’의 정당성 확립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주력하여, 비엔나 협정에서 최초의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였다(Gribenski, 2020, pp. 5-11).
이처럼 19세기 과학기술의 도약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된 표준화 기조에 조응하여 음고 표준화 역사의 첫 이정표로 지목된 435Hz는 예술로서의 음악 개념이 표방하는 심미적 가치 탐구의 경계를 과학기술적 맥락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여, 영역 간 융합적 사고(Convergence Thinking)의 실현을 위한 접점을 마련하였다. 또한, 19세기에 접어들기까지 서구 사회의 음악적 실천 현장 전반에 기저해 있던 ‘음고 박람회’ 현실을 혁신하여 음악적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 실천을 위한 ‘중재적 음고 표준’으로서의 노선을 구축하였다. 따라서 중재적 표준 노선이 함의하고 있는 음악적 소통의 가치는 비단 음악적 실천의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유의미하게 연계될 수 있는 인문학적 실천 담론으로 수렴할 수 있다. 특히 존재론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계론적 소통을 모색하기 위한 방법적 개념인 ‘사이존재(Zwischensein)적 사유(김진웅, 2016, pp. 74-78)’로의 확장을 시도하여, 전통과 현대의 문화이데올로기적 공존 가치를 사회적 소통을 위한 중재적 노선으로 수렴할 수 있는 실천인문학적 텍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3.2. 440Hz, 20세기 음악적 실천 현장의 실용적 표준

435Hz가 19세기 유럽의 음악적 실천 문제를 혁신한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력을 반영한다면, 440Hz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사회의 지정학적 권위를 획득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따른 결과로, 20세기 음악적 실천에 있어서 음고 표준화의 역사가 미국적 표준의 부상과 확산으로 재편되는 역사적 전환점을 나타낸다.
1885년 비엔나 협정 이후 유럽 대부분 지역이 표면적으로는 435Hz에 호응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미국 대다수의 음악 단체와 기관 역시 국제적 추세에 동조하였으나, 한편에서는 19세기 음악적 실천 과정에서 대두된 연주 음고 수준의 상승이 여전히 지속되었으며(Cross, 1900, p. 453),13) 20세기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프랑스 표준’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14) 이는 결국 단일 기준음고로서의 프랑스 표준이 세기 전환에 대응한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국제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19세기의 과학적 접근 방식과 프랑스의 자문화 중심적 개혁 노선이 전환된 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더욱이 프랑스 표준과 관련한 이해 당사국의 정치적 입장 다변화 등은 프랑스 표준의 발상으로부터 구상 및 설계 과정의 ‘임의적(Arbitrary)’ 측면을 재고하고, 이에 대한 재평가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Gribenski, 2020, pp. 14-15). 더욱이 적지 않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음악적 실천 현장과의 괴리를 극복하는 데 한계를 수반하여, 단지 명목적이거나 이론적 수준으로 간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Haynes, 2002, p. 344). 특히 1885년 비엔나 회의의 의결 과정을 난항으로 이끌었던 ‘온도와 음고의 함수관계’에 대한 협정 당사국들의 과학적 이해 수준과 역사적 접근 태도, 더욱이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을 정치적 논리로 희석하는 시도 등은 프랑스 표준의 객관적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맥락이라 할 수 있다(Gribenski, 2021, pp. 27-28).15) 따라서 440Hz는 음악적 실천 과정에 수반되는 다양한 환경 조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과학적 준거를 마련하여 19세기 프랑스 표준이 직면한 음악적 이득의 제한적 요소를 극복함으로써, 20세기 초 실용주의적 사유와 연접한 사회적 지형의 확장 기조를 실현하는 배경으로 음악적 소통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음고로서의 면면을 반영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 거버넌스 체제(Governance System)16)의 주도에 따라 제창된 440Hz는 국제 사회에서의 ‘미국적 표준의 기치’를 확장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였고, 이는 유럽의 음악적 권위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산업적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하였다.17) 그러나 1926년 국제 연맹(The League of Nations)은 미국 음악 산업 부문이 취한 보편주의적 시장전략 노선을 견제하여 프랑스 표준으로의 회귀를 선언한다. 국제 연맹의 이 같은 결정은 비단 음악적 실천 문제의 해소를 위한 음고 표준화 실현의 논의 차원을 넘어, 20세기 국제적 문화 주도력을 유럽의 음악적 권위로 재건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서 음악적 실천의 역사적 배경을 위시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강화된 음악적 실천 역사의 권위에 따라 20세기 음고 표준화 논의의 기조는 더이상 기술적 차원의 영역으로 국한할 수 없는 정치적 맥락의 층위로 표면화되었음을 주지할 수 있다(Gribenski, 2020, pp. 25-26). 그러나 당시 미국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국제 연맹의 지배력은 미미하였고 결국 미국 표준국(The American Bureau of Standards)은 ‘미국적 표준’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였다(Gribenski, 2018, p. 181). 미국 표준은 이후 1939년 런던 회의에서 국제적 표준으로 비준되었고, 이를 통하여 서구 사회의 음악적 실천 역사에서 지속된 문화적 갈등의 한 갈래를 매듭짓게 된다. 440Hz는 1953년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승인되어 기준음고로 공식화된 후 1975년 ‘ISO 16’의 절차를 통하여 국제 표준 규격으로 재차 확인됨에 따라 음고의 표준화 달성이 과학기술 및 정치사회 영역의 국제적 패권 확장 양상에 상응하는 문화적 경쟁 구도의 주요 이슈로 재조명되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음악적 실천 환경에 따른 과학적 결함(Gribenski, 2020, pp. 27-28)과 국제 정세의 다변화 조류에 따른 정치적 한계를 수반한 19세기 프랑스 표준은 세기 전환과 함께 또 한 번의 음고 혁신 구상에 따라 새롭게 설계된 이정표로 대체되었다.18) 20세기 이정표는 음악적 실천 현장의 ‘실용적 표준’ 노선을 표방함으로써 또 한 번의 세기 전환에 대응한 음고 표준화 논리를 구축하였음은 물론 음고 표준의 개념을 응용적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개연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일 기준음고의 효용을 유연한 맥락으로 변증하는 ‘대안적 표준(Alternative Standard)’과 맞닿아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통섭적 사고(Consilience Thinking)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대안적 표준을 포용하는 기준음고의 보편주의적 노선은 연이은 전후(Postwar) 상황에 따른 시대적 갈등국면에도 불구하고 상호문화주의적 실천 노선에 조응하여 국가주의적 경계의 극복을 시도한 맥락으로 재조명할 수 있으며, 이는 문화이데올로기의 탈경계 및 간문화적 패러다임의 확장과 교차하여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s)의 보편적 매개(박치완, 2018)를 향한 실천인문학적 태도를 상징적으로 담지하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4. 결론

19세기로부터 전개된 음고 표준화 역사는 음악적 실천 환경의 중재적 노선이자, 음악적 실천 현장의 실용적 기조라는 자취와 흔적을 남겼다. 음고 표준화 역사가 남긴 이 같은 무늬는 음악적 실천의 보편적 언어 규범을 탐색하기 위한 방법론적 접근 과정일 뿐 아니라 음악적 가치에 대한 시대적 패러다임에 결속된 사회문화적 텍스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435Hz와 440Hz에 대한 통시적 이해를 통하여 음악적 규준의 확립이 단순히 기술적 차원의 요구만으로 달성되거나, 심미적 수준 문제의 해소만으로 규명할 수 있는 층위를 넘어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주지할 수 있다. 이는 음악적 실천 역사를 통하여 문화적 획일성과 다양성의 지점에서 분기되는 양가적 구도의 담론창출로 이어짐은 물론 인문학적 맥락의 문화적 텍스트로 재생산되는 선순환 과정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과학기술 표준의 역사가 ‘공간적 재편(Spatial Reorganization)’을 목적으로 한다면 음고의 표준화 발상은 음악적 역사주의를 위시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적 재편(Temporal Reorganization)’에 기반을 둔 시도라 하겠다(Gribenski, 2020, pp. 5-6). 이는 음악적 과거와 오늘을 재조명하여 음악적 소통의 가치를 재확인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로 다른 연대의 층위로 분화된 음악적 실천이라는 문화 체계의 단편들을 동시에 공존할 수 있도록 정위한 음고 표준화 역사의 ‘시간적 연계’를 위한 노력은 곧 문화 다양성의 시대적 가치를 담지하고, 문화 보편성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다문화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 가치판단의 재성찰 과정은 자기발전과 타인을 향한 배려의 균형을 지향하는 ‘이익융합의 원리(The Principle of the Fusion of Interest)’와 맞닿아, ‘절제’와 ‘포용’을 덕목으로 하는 ‘품격(Diginity)’의 가치 개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재창출할 수 있다.19)
결국 본 연구에서 주지한 바와 같이, 435Hz가 표방한 중재적 표준 노선과 440Hz가 지지한 실용적 표준 노선의 역사적 자취는 ‘소통’의 가치를 사회적 메시지로 도출하여 실천인문학적 통찰을 위한 또 하나의 흔적을 남겼고, 이 흔적은 ‘융합적 사고’와 ‘통섭적 사고’라는 무늬로 표면화되어 사회적 맥락으로 이입할 수 있는 구심점을 제공하였다.
음고 표준화 서사에 대한 인문학적 개입은 소통의 방법론적 접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문학의 사회적 실천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는 실천인문학의 선명한 자취이자 흔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아가 음악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따른 새로운 이해를 제공함으로써 교양교육적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영역 간 융⋅복합 교육콘텐츠로서의 다학제적 사고를 개발하고 비판적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데 유의미한 텍스트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Notes

1) 인문학 위기론을 촉발한 ‘인문학 제주 선언(1996)’으로부터 국⋅공립대 인문대학 협의회가 발표한 ‘인문학 선언(2001)’과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발표한 ‘인문학 선언문(2006)’, 전국 80여 개 대학교의 인문대학 학장들이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발표한 ‘오늘의 인문학을 위한 우리의 제언(2006)’, 한국인문학총연합회의 ‘인문학 선언문(2012)’ 등 일련의 인문 시론은 인문학의 사회적 위상 확립과 그 역할에 대한 성찰 담론을 조명하였다.

2) 인문학의 대중화 양상을 관찰하는 연구자들은 인문학의 실천적 노선을 표방하는 다양한 인문 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대중인문학’, ‘힐링인문학’, ‘현장인문학’, ‘건축인문학’, ‘사회인문학’, ‘고전인문학’, ‘시민인문학’, ‘디지털인문학’, ‘생활인문학’, ‘횡단인문학’, ‘평화인문학’, ‘도서관인문학’, ‘도시인문학’, ‘복지인문학’, ‘수행인문학’, ‘치료인문학’, ‘교정인문학’, ‘희망의 인문학’, ‘다문화인문학’, ‘재난인문학’, ‘음악인문학’, ‘체육인문학’, ‘무용인문학’, ‘영화인문학’ 등의 명칭으로 개념화하였다.

3) 상호관련성이 적은 감각 양상들을 연관 지어 지각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교차양태 관련성’ 또는 ‘교차양상 지각’으로도 지칭한다(곽유나, 김채연, 2018).

4) 이에 음고는 음가의 비율을 나타내는 음표(Note)의 높낮이를 지정하고, 음이름(Pitch Name)은 상대적인 음고에 대하여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5) 음도는 기준이 되는 음과 다른 음의 음정 관계를 도수(Degree)로 나타낸 개념이며, 다이아토닉 하모니는 지정된 음계, 조, 화음 등에서 형성된 화성체계를 가리킨다.

6) ‘A4=440’은 음고류(Pitch Class)의 개념을 적용하여 ‘A=440’, ‘a’=440’, ‘A’=440’, 그리고 가온음(Middle C)의 기준에 따라 A3=440 등으로 표기할 수 있다.

7) 절대음고는 음높이에 대한 절대적인 판별력을 가리키는 절대음감과 동의어로 간주하기도 하나, 광의적으로는 절대음감을 절대청취(Absolutes Gehör)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Wellek, 1982, pp. 84-89), 콘서트 음고는 이조 악기의 기음과 실음을 구별하기 위한 텍스트로도 활용한다.

8) 엄밀히는 월드뮤직(World Music) 또는 에스닉 뮤직(Ethnic Music)을 포괄하지 않으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음악의 전통적 양식으로부터 현대 대중⋅상업음악의 주요 양상에 국한된다. 다만 음악적 텍스트에 따라 기준음고를 특정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국제 표준을 준용한다.

9) 작곡, 연주, 감상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적 표현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특정 사회나 공동체에서 음악이 어떠한 텍스트로 이해되고 경험되는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음악적 실천은 다양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음악을 향유하고 공유하며 참여하는 과정을 통하여 음악적 소통을 실현할 수 있다.

10) 넓은 의미에서 연주 음고는 기준음고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연주 현장에서 음악적 실천 형태의 맥락에 따라 연주 음고는 가변성을 갖는 음고 수준의 개념으로 논의되며, 음고의 표준화에 따른 고정성에 기반한 기준음고의 개념과 구분한다.

11) 당시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드르 1세와 오스트리아 대공이 비엔나 군악대에 제공한 금관악기는 기존보다 ‘날카로운’, 즉 ‘높은 음고’로 조율된 음색을 표출하였고, 이로 인해 군악대와의 협연이 빈번했던 오페라 무대는 연주 음고의 상승이 불가피했으며, 결국 이 같은 관악기의 등장은 비엔나를 비롯한 독일 전역에 걸친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연주 음고 상승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Ellis, 1880a, p. 553).

12) 1820년대 초, 가창 환경의 지장을 초래한 연주 음고의 상승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을 제기한 브랑추(Branchu)의 영향에 따라 음고 하향 조치를 위한 프랑스 오페라 위원회가 소집되었고, Fétis (1840, p. 55)는 ‘연주 음고의 상승이 가수들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비판하며 가창 환경의 폐해를 지적한 데 반하여(Gribenski, 2021, p. 176), 로시니(Rossini)는 1826년 선보인 자신의 오페라 공연 이후, ‘너무 낮게 설정된 연주 음고로 인하여 악기의 선명함과 활력이 상실되었고’, 이는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권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개탄하며, 낮은 음고의 비효율성을 주장하였다(Fage, 1859, pp. 65-66). Berlioz (1858)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음고가 한 음정, 반세기 동안 반음정 상승하였고, 이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음고는 600년 동안 음계의 반음을 모두 거치게 되며, 결국 2458년에는 한 옥타브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 역설하며 음고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Gribenski, 2020, p. 9).

13) 1889년 전미 음악 교사 협회(National Music Teachers’ Association)를 비롯하여 1891년 전미 음악가 연맹(National League of Musicians) 및 피아노 제조업자 협회(Piano Manufacturers’ Association) 등은 435Hz를 이른바 ‘국제 피치(International Pitch)’로 명명하며 적극적인 도입을 추진하였으나, 실질적인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는 440Hz 중심의 연주 음고를 설정하는 조율 관행이 일반화되었다(Cross, 1900, p. 456). 또한, 프랑스 표준이 확립된 시기를 전후하여 20세기 후반까지의 유럽 주요 음악 현장의 음고 양상(444-445Hz)을 분석한 Haynes (2002, p. 344)는 음고의 상승이 시기에 걸쳐 진행된 것이 아닌 각 시기마다 이미 고조된 음고의 사용이 일정했음에 무게를 둔다. 이는 프랑스 표준의 효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4) Baines (1957, p. 49)는 프랑스 표준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다수 지역의 연주 음고는 지속해서 상승하였고, 1930년대 유럽의 악기 제작 분야 역시 이보다 높은 음고 수준을 유지했으며, 특히 435Hz를 엄수하여 제작한 목관악기의 음색을 “절망적으로 낮은 소리”로 비판하였다. Leipp and Castellengo (1977, p. 36)는 프랑스 음고 표준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의구심를 나타내며,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이 정책이 강행된 것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15)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블라세르나(Blaserna)는 음고 설정을 위한 온도 조건을 ‘예측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식하여 음고 고정화의 효용은 물론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프랑스 표준에 대하여 신중론을 제기하였으나 비엔나 협정은 이를 외면하였고, 1895년 영국의 기준음고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439Hz를 제안한 Hipkins (1896, p. 342)는 20°C를 연주 환경의 평균 온도로 정의함에 아울러 프랑스 표준이 다양한 음악적 실천 환경을 포용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1880년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고 수준을 줄곧 437.4Hz로 설정한 토마스(Thomas)는 이 시기, 공연을 위한 온도 조건을 72°F(약 22°C)로 유지하여 프랑스 표준(59°F, 약 15°C)을 수정하였고(Falcon, 2022), 특히 Deagan (1918)은 435Hz가 68~72°F(20~22°C)에서 440Hz로 상승하는 음고 변화의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여, 온도 환경의 다양성을 간과한 프랑스 표준에 대하여 회의적으로 진술하였다.

16) 20세기 후반 국제환경의 다변화는 전통적 국민국가 정치체제의 한계를 야기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국정 운영 노선으로 대두된 거번넌스 체제는 정부 중심의 정책 결정 구도를 개방적 체제로 분권화하여 다양한 사적⋅공적 행위자들이 사회적 이슈를 조정해 나가는 탈위계적 정책 관리 제도를 가리킨다(라미경, 2009, pp. 92-94).

17) 1917년 미국 음악가 연맹(American Federation of Musicians)의 440Hz 채택을 시작으로 1925년 미국 음악 산업 상공회의소(The American Music Industry Chamber of Commerce)와 국제 방송 연맹(International Broadcasting Union), 1926년 국제 표준 협회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Standard Associations) 등이 이를 지지함으로써 440Hz는 확고한 ‘미국적 표준’으로 인정되었고, 이를 통해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국제 협력 채널을 구축함과 동시에 자국의 악기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음악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하였다(Gribenski, 2018, pp. 180-182).

18) 그러나 440Hz와 435Hz의 관계에 대한 Deagan (1918)의 진술과 같이, 440Hz는 프랑스의 음악적 실천 환경 조건만을 고려한 결과인 435Hz를 단지 미국적 조건에 적합하도록 재적용한 음고 수준이라 한다면, 이는 440Hz가 435Hz를 ‘대체’한 시도가 아닌 19세기 음고 표준의 과학적 극복에 따른 ‘보완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 ‘절제’는 감정의 순화를 통한 이성적 행동 양식이며, ‘포용’은 타자와의 다름을 인정하는 실천 양식으로, 두 개념은 유가 철학의 중심 사상을 구축하는 ‘인(仁)’과 ‘의(義)’에 대응하며, 이때 ‘인’은 타자에 대한 배려로, ‘의’는 ‘인’의 사회적 실현을 위한 실천 양식으로 논의할 수 있다(송인창, 정영기, 2013,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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