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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6); 2022 > Article
효과적 이타주의 실천을 위한 역량 교육

Abstract

일반적으로 이타주의는 자기 자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하는 사상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은 행위자 자신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널리 실천되기 어렵다. 피터 싱어는 훨씬 실천하기 쉽고 납득할 만한 이타주의를 주장한다. 그가 제안한 효과적 이타주의는 행위 주체의 행복을 고려한 선의 최대화를 목표로 한다. 그의 사상은 타인을 도우려는 계기가 정서가 아닌 비판적 이성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이타주의와 차별적이다. 또한 효과적 이타주의는 실천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재와 미래의 문제 해결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행위 주체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선의 최대화에 기여하고,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기울 수 있는 호혜적 이타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수혜자와 마찬가지로 행위 주체의 삶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는 효과적 이타주의가 널리 교육될 필요가 있으며, 그 교육방안 중 하나로 네 가지 역량─정서적 공감 역량, 지적 공감 역량, 이성적 사고 역량, 실천과 긍정적 피드백 역량─이 강조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Abstract

Altruism is generally regarded as the ideology of sacrificing or devoting oneself to the happiness of others without regard for one’s own happiness. However, this idea is difficult to put into wide practice due to the fact that it does not consider the actors themselves. Thus, the philosopher Peter Singer argues for “effective” altruism, which is much easier to practice and more acceptable. The effective altruism he proposes aims at maximizing the good by considering the happiness of the subject of action. His thought is different from that of existing altruism in that the opportunity to help others is not based on emotion but rather on critical reasoning. In addition, effective altruism is closely related to solving current and future problems in that it presupposes practice. Effective altruism contributes to the maximization of the good of everyone, including the actor, and can be an alternative to reciprocal altruism, which can lead to collective selfishness, which in turn brings positive changes to the lives of the actor as well as the beneficiaries. In this respect, I argue that effective altruism needs to be widely taught, and that four competencies need to be emphasized as educational measures: emotional empathy, intellectual empathy, rational thinking, and practice and positive feedback.

1. 서론

21세기에 들어서 인류는 정보통신 기술의 도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실시간으로 세계의 정보들을 검색하고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적 이동거리 또한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업무와 휴식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가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인류는 시선을 우주로 돌려 이제는 달과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 달은 부족한 지구 자원의 대안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화성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여겨지고 있다.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는 화성은 인류가 최초로 다행성 인종(multi-planet species)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낙관적 전망과 달리 인류는 아직 지구에 거주하고 있다. 에너지, 환경, 전염병, 식량, 기후 난민 등의 문제는 인류가 지구에 거주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할 범지구적 과제들이다.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류 대다수는 아직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다수는 여전히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문제보다는 단기적이고 지금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세계 각국들은 협력적 발전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돌아서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부동산과 재산보호에 관심이 더 많으며, 학생들 역시 대의적인 문제로 고민하기보다는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들이 범지구적 재앙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실감하기 힘들다는 점과,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까닭에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국내의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 11월 25일 현재 지구의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1) 지구의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인류가 자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행위들이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다. 파리기후협정 이래 기후온난화는 기정사실화 되었으며, 과학자들은 전 세계가 즉각 CO2 중립을 실천하기를 권고하고 있다.2) 인간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킨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후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과 경제 체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새로운 생활 방식과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를 채택해야 할 시기이다.
이상의 고려는 21세기의 인재상과 그에 따른 교양교육의 강조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의 과제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인재상이 요구된다. 흔히 이러한 인재상은 자칫 희생을 강요한다는 오해가 있다. 자선가나 이타주의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자신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말 그대로 오해다. 협력을 잘한다는 말은 공동의 과제를 혼자서만 떠안아야 하는 엄청난 희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협력을 잘한다는 말은 취업과 같은 단기적 목표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환경오염 같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제로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러한 실천을 위해서는 인지적 변화가 요구된다. 인지적 변화는 지적 공감을 통해서 가능하다.3) 즉 실천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지적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양교육의 강조점은 학습자들의 지적 공감능력을 기르는 방향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지적 공감(intellectual empathy) 능력은 타인의 문제 또는 공동의 문제에 대한 지적 이해와 평가와 개선 역량을 모두 포함한다. 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구별된다. 정서적 공감은 연민이나 동정처럼 외부 대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다. 연민이나 동정은 문제를 정서적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지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문제를 정서적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는 것은 공적이고 객관적인 잣대 없이 일을 주관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점에서 모두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정서적 행동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수영을 못하는 아버지가 물에 빠진 지식들을 구하려다 함께 익사하는 경우가 그렇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서적 문제 해결은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 요컨대 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문제를 이성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정서적 공감과 구별된다.
지적 공감은 호혜적 이타주의와도 구별된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집단 내부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만, 집단 외부에서는 이기주의로 작동하는 행동양식이다. 집단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호혜적이고 이타적인 협력은 보상이 예측 가능하지만, 집단 외부 구성원들에 대한 협력은 보상이 예측되지 않는 한 도움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많은 문제는 어쩌면 호혜적 이타주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될 수 있다. 가령 소시오패스형 인간은 자신을 따르는 집단 내부의 동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이타적일 수 있지만,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호전적이고 때로는 잔인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세계 2차 대전 직후에 선언된 세계인권사상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살상과 가장 큰 재산피해를 입은 후에야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러나 지적 공감은 한 인간이 내집단이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집단, 다른 생물 종에 대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만큼이나 지적으로 잘 이해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움을 주어 개선하려고 하는 이성적 태도이다. 사회에서 고립되고 단절된 것 같았지만 내집단을 넘어 보편적 기여를 한 위인들은 이러한 지적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뢴트겐(Wilhelm Röntgen)이 발견한 X-선은 1차 대전의 다친 병사들과 오늘날의 전 인류에게도 여전히 의료혜택을 가져다주는 값진 보물이다. 그는 자신이 X-선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일 뿐이므로 뢴트겐-선으로 이름을 붙이자는 동료들의 제안은 물론 X-선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하라는 권유 또한 거절하였다. 마찬가지로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의 자연과 바다에 대한 지적 공감은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 생태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다(카슨, 2011).
교양교육은 자유인을 위한 교육이다(최선화, 2022: 307).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무지와 편견으로부터 해방되고, 주입과 세뇌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양교육의 지향점은 뢴트겐이나 카슨의 사례 처럼 무비판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 특히 필자가 의도하는 교양교육을 통한 자유인이란 호혜적 이타주의와 같은 고정관념을 극복하면서도 그 대안이 무엇인지 고려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서적 공감만이 아닌 이성에 기초한 지적 공감을 동시에 강조하는 교육방안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사람들이 이성적 사고를 통해 효과적 이타주의에 도달할 수 있으며, 효과적 이타주의의 실천이 행위자 자신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Singer, 2015: ⅶ-ⅸ).
필자는 기본적으로 싱어의 입장에 동의하지만, 싱어의 효과적 이타주의가 실천 운동에만 그치지 않고 교양교육을 통해 학습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과 성공만 강조하는 사회와 교육 관행에서는 정서적 공감은 물론이고 지적 공감마저도 고사시키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효과적 이타주의는 기존의 자유 교양인 교육에서 암묵적으로 또는 피상적으로만 강조되던 삶의 의미, 행복, 협력, 공존, 소통, 사랑, 생명, 환경 등의 가치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어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강조한다. 그렇게 문제를 풀어갈 때 효과적 이타주의 실천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성적 사고에 입각한 지적 공감이 정서적 문제 해결의 한계와 호혜적 이타주의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다는 점에서 효과적 이타주의는 충분히 교육될 가치가 있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할 교양인의 소양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교양교육의 측면에서 효과적 이타주의의 실천을 위한 역량들이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효과적 이타주의의 이론적 기원을 살펴본 다음 효과적 이타주의의 특징과 의의를 논하겠다.

2. 효과적 이타주의의 기원

2.1. 고전적 공리주의

벤담이나 밀의 공리주의는 사회적 의무보다는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였다. 이 고전적 공리주의자들은 행위 주체가 자신을 포함해서 자신의 행위에 영향을 받을 모든 이들의 행복의 총합이 가장 큰 쪽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한다. 그러나 이 행위 원리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하나는 행위자들이 모든 행위를 할 때마다 총합을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의 총합이 크다면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이며 심지어 반인륜적인 행동도 용인해야 한다는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규칙 공리주의는 이 두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상식에 부합하도록 행동을 제한하면서도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한 규칙들을 제안한다. 그러나 규칙 공리주의 역시도 규칙들 사이에 충돌하는 상황, 예외적인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원리는 아니다. 또한 규칙과 공리가 충돌해서 규칙에 우선권이 부여되면 공리주의가 비판하는 의무주의와 차이점이 없어져 버린다.

2.2. 선호 공리주의

비교적 최근에 헤어(R. M. Hare)는 고전적 공리주의 대안으로 선호 공리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공리주의적 사고를 직관적 수준과 비판적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행위자는 직관적 수준─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 원리나 규칙을 실제의 상황에 적용하는 수준─에서 고전적 공리주의에 따라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직관은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없고, 규칙이나 원리들 사이의 충돌을 조정할 수 없으며, 전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서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반면 비판적 사고 수준의 선호(preferences) 공리주의적 사고는 스스로 정당화가 가능하고, 규칙이나 원리들 사이의 충돌을 조정할 수 있으며, 새로운 상황에 대한 올바른 행동을 적절히 이끌어낼 수 있다(Hare, 1981: 48-50).
헤어는 자신의 선호 공리주의에서 행복 계산이 아닌 선호들의 비교와 우선순위를 정하려 한다. 선호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선택 상황에서 다른 것들보다 특정한 것을 선택하는 행위의 패턴을 의미하며, 다른 하나는 특정한 것을 좋아하는 내적 마음 상태를 말한다(Hare, 1999: 157). 가령 행위 주체는 마음속으로는 육식을 선호하면서도 실제 음식을 고를 때는 채식을 선호할 수 있다. 헤어는 또한 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한 개인적 선호(personal preferences)와 타인을 이롭게 하기 위한 외적 선호(external preferences)를 구별한다. 개인에 대해서는 미래를 위한 현재의 선호와 미래를 위한 미래의 선호가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반면 외적 선호와 관련해서 헤어는 나 자신의 상황과 타인의 상황을 감정적으로든 인지적으로든 동등하게 고려하라고 주장한다(Hare, 1999: 104). 그렇지 않다면 나는 타인의 고통이나 그들의 동기와 선호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점은 타인이 나에 대해서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의 선호 공리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일반화될 가능성을 확보한다.

3. 효과적 이타주의의 특징

3.1. 보편적 선호 공리주의

싱어(Peter Singer)는 헤어와 마찬가지로 의무주의와 고전적 공리주의를 거부하고 선호 공리주의를 채택한다. 그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닌 최대다수의 최대선호를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행위의 주체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특정한 선호를 가질 수 있고 그래서 고전적 공리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행복추구를 뛰어넘을 수 있다. 부모는 자녀 교육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양립시키면서도 자녀 양육을 우선 선호할 수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자는 자신이 개인적 선호를 추구하면서도 모두를 이롭게 하는 행동을 선호할 수 있다. 행위를 위한 판단이 보편적 관점에서 내려지려면 나의 선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선호까지 확장되어야만 한다(Singer, 2011a: 12). 이처럼 선호 공리주의는 자기중심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화함으로써 도달하는 입장이다. 싱어의 이익동등고려의 원칙(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은 자신의 보편적 선호 공리주의로부터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이 원칙에 따르면 개인의 지능, 지식, 신체 조건과 그가 속한 사회적 경제력, 인종, 성별, 종교 같은 요인들은 이익을 위한 고려사항에 포함될 수 없다. 지능이 낮은 유아나 지체 장애인의 경우 이성적 사고 수준에서 다른 고등 동물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간 종으로부터 다른 고등동물 종이 이익의 측면에서 차별될 수 없다(Singer, 2011a: 18). 이는 싱어가 종차별에 반대하는 핵심 근거이다.

3.2. 이성적 이타주의

싱어의 보편적 선호 공리주의는 그의 효과적 이타주의를 위한 이론적 전제이다. 그는 효과적 이타주의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론 용어 선호(preference)를 사용하기보다는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취지의 선(good)을 사용한다. 이는 그의 입장을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된다. 그에 따르면 효과적 이타주의는 각자 할 수 있는 한에서 선(good)을 최대화하는 것이다(Singer, 2015: ⅶ). 효과적 이타주의는 인간 행위의 우선성에서 본능적 욕심이나 감정적 반응이 아닌 이성의 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성적 이타주의다. 이성은 흄이 우선시한 열정을 수정하고, 재분배하고, 용도 변경함으로써 행위 주체의 행동을 결정한다. 실제로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정서적 충동보다는 이성적 표현인 논증의 논거와 객관화한 정량적 수치를 주로 사용한다. 싱어는 효과적 이타주의의 이성적 측면을 심리학 연구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도덕적 판단은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판단─카메라의 자동모드 판단─이고, 행위의 결과를 시간을 두고 면밀히 계산하는 공리주의적 판단은 카메라의 수동모드 판단이다(Singer, 2015: 90).

3.3. 행위주체의 행복을 포함한 이타주의

효과적 이타주의의 일반적 정의는 “세상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이성과 실증을 통해 모색하고 실천하는 철학이자 사회운동”이다(Singer, 2015: 4-5). 효과적 이타주의는 이기주의의 반대 개념이지만 자기희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전제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효과적 이타주의자는 본인의 결정을 희생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결정을 통속적적이고 물질적인 가치판단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여긴다. 싱어에 의하면, 기부와 행복감 사이의 인과관계는 양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이타적 행위는 신나는 일이고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정한 경제적 안정에 이른 이들에게는 따뜻한 인간관계나 주변 환경과의 원만한 관계가 행복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돈을 벌어서 물건을 더 산다고 더 행복해지지 않는 반면, 오히려 남을 돕는 데 쓰는 것은 행복감을 준다. 요컨대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을 키운다.

3.4. 실천적 이타주의

싱어는 효과적 이타주의가 최근에야 실천 철학이자 사회운동으로 대두된 네 가지를 이유를 든다(Singer, 2015: 94). 먼저 선진국에서의 윤택한 삶은 그보다 못하거나 절박한 삶에 대한 이타적 행위를 가능케 한다. 둘째로, 물질적 기반이 안정적인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와 성취감을 찾으려는 욕구를 추구한다. 일정 이상의 물질적 기반은 행복의 증가에 기여하지 않는다(서원국, 2014). 오히려 타인을 돕고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커다란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건강한 자기 관심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관심은 함께 공존할 수 있다(최제윤, 2004: 20). 셋째로, 부의 기반이 데이터 분석에 익숙한 신세대로 이동했다. 페이스북, 페이팔, 구글, 아마존 같은 유니콘 기업은 모두 정보화 사회의 정보 제공으로 성공한 사례들이며, 이러한 사례는 4차산업혁명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명을 통한 온라인 소통과 연대를 손꼽을 수 있다. 즉 실시간 소통과 수많은 커뮤니티의 등장은 과거와 달리 비교적 단시간 내에 시간적 제약과 공간적 제약을 허물 수 있었던 요인이다. 가령 21세기 들어 새롭게 조성된 사이버 환경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게 하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 직접 기부할 수 있게 만든다(김일수, 2020).

4. 효과적 이타주의의 의의

4.1. 집단 이기주의의 대안

세계는 교육, 스포츠, 종교, 경제, 군사, 외교, 무역에 이르기 다양한 방면에서 호혜적 이타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통신과학과 운송기술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도 있는 반면에, 인간의 정신은 여전히 원시적 집단 윤리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호혜적 이타주의의 문제점은 집단 내에서만 유효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외부 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이기주의로 작동하기 쉽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자기집단 중심주의(Bowles & Gintis, 2004; Bernhard et al, 2006), 자민족중심주의(Axelrod & Hammond, 2003), 내부자 편애(Tajfel te al., 1971)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효과적 이타주의는 이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집단, 인종, 성, 종교, 국가, 종을 초월하여 선의 최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호혜적 이타주의보다 훨씬 나은 대안이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모든 인간을 동일하게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인간으로 바라보며, 인간종과 고등동물 종 역시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특정 인종, 특정 종교, 특정 국가, 특정 집단에 속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인간 또는 고등동물의 고통을 배제하는 것은 동일이익고려의 원칙에 위배된다.

4.2. 선의 최대화를 위한 현실적 가치판단의 가능성

효과적 이타주의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들이나 증권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적 계산을 통해 선의 최대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효과적 자선 행위에서부터 인류 공동의 효과적 존속을 위한 아젠다에 이르기까지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하면 비용 대비 수익이 가장 클지를 계산한다. 모든 가치들을 즉각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계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가치를 정량화해서 계산한다. 대표적으로 법적 판결을 들 수 있다. 법적 판결에 따라 벌금, 배상금, 징역, 위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결과값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싱어가 제시한 사례를 하나 예로 들면,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는 삶의 질을 반영한 건강수명(Quality-Adjusted Life-Year)에 드는 1년당 비용을 추산한다(Singer, 2015: 130). 당신이 중병과 함께 40년을 사느니 치료와 함께 30년을 사는 것이 낫지만 10년만 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보자. 여기서 당신이 치료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지점이 치료와 함께 20년을 사는 것이라면, 당신은 병상 생활 1년과 건강 회복 생활 0.5년을 같다고 보는 셈이다. 다른 사례로 소행성 충돌로 인한 인류멸종 방지기술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Singer, 2015: 167-168). 오바마 행정부는 인간 생명가치를 1인당 600~910만 달러로 추산했다. 소행성 충돌 방지기술에 1인당 1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할 때 이 기술을 사용할 기회가 1,000분의 1이라 해도 무리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4.3. 행위주체의 삶의 긍정적 변화

효과적 이타주의는 행위 주체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익의 고려에서 자신을 제외하는 기존의 이타주의와 다르다.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자신의 행위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거나 환경과 인류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통해 삶에 긍정적 변화를 맞이한다. 모두가 직접적 자선가가 되거나 자선단체에서 일할 필요도 없다. 효과적 이타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이라면 어떤 것이든 각자의 재능과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며, 경제적 상황에 따라 자선하거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 공직자가 되어 실효성 없는 예산을 절감하고 효과적 프로젝트에 그 예산을 돌리는 일도 의미가 있다. 연구자가 되어 세상에 큰 보탬이 되는 것도 남다른 기회다. 싱어는 녹색혁명으로 세계 식량 증산에 기여한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의 사례를 든다(Singer, 2015, 57). 그밖에 선의 최대화를 위한 직업 선택은 효과적 이타주의자 본인의 흥미와 재능과 적성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열려 있다.

5. 효과적 이타주의 실천을 위한 역량들

치열한 경쟁과 성공에 익숙한 인재들이 사회의 요직을 차지할 때, 정서적 공감과 지적 공감은 설 자리를 잃는다. 경쟁을 통한 생존이 유일한 기준인 사회와 교육 관행에서 사람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과 환경과 인간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이성적으로 숙고하고 실제로 실천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주며, 모두의 위험을 경감시키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만든다는 점에서 효과적 이타주의는 바람직한 실천이자 운동이다. 또한 앞서 살펴보았듯이 효과적 이타주의는 특정 소수에게 요구되는 소양이 아니라 지적 자유인 모두에게 필요한 보편적 가치이다. 그렇다면 효과적 이타주의를 널리 알리고 실천을 위한 교육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방안 전체를 모색한다는 것은 지면 관계상 한계가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학습자들의 효과적 이타주의 실천을 위한 역량들로 크게 네 가지가 강조되어야 함을 논하고자 한다.

5.1. 정서적 공감 역량

지적 공감만큼이나 정서적 공감 또한 효과적 이타주의를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마음의 감정이며, 특정한 목표와 목적지로 향하도록 이끄는 것은 의지이다. 만일 사람을 돕고 살리고자 하며,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그리고 만일 사람, 동물, 환경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따뜻한 감정이 없다면 세상은 매우 차갑고 각박해질 것이다.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을 실천으로 옮기게 만드는 최초의 기제는 사람, 동물, 환경에 대한 깊은 정서적 공감 또는 측은지심이다. 고등 동물이 거울뉴런을 갖고 있어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받아들인다는 생물학적 발견은 정서적 공감이 보편적임을 시사한다.
정서적 공감은 지적 공감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세련되어질 수 있다. 사람, 동물, 환경에 대한 앎과 이해가 많을수록 더 자세히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자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자신의 행위가 미칠 함의를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훈련이 필요하다. 나아가 진화를 통한 본능으로서의 호혜적 이타주의가 갖는 긍정적 측면들과 부정적 측면들을 자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교수자는 역사, 시사, 영화, 드라마, 문학, 예술 작품 등을 소재로 학습자들의 정서적 공감 훈련에 이용할 수 있다.

5.2. 지적 공감 역량

정서적 공감을 통해 형성된 이타적 감정과 의지가 최대의 선이라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적 공감이 필수적이다.4) 사고 대상에 대한 지적 공감은 그 사고 대상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수반한다. 즉 효과적 이타주의와 비판적 사고는 긴밀히 연결된다. 비판적 사고는 그 대상에 대한 사고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우선 사람, 동물, 환경을 돕기 위해서는 각 대상에 대한 정확한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실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각각의 사실들이 갖는 여러 함의들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사고 주체는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가용한 자원과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최적의 대안을 실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행위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평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학습자들은 비판적 사고 학습 훈련을 통해 효과적 이타주의에 요구되는 지적 공감 역량을 훈련할 수 있다. 성숙한 비판적 사고자가 지녀야 할 훈련된 마음의 특성들로 지적 정직성, 지적 겸손함, 지적 정의감, 지적 인내심, 지적 공평성, 이성에 대한 지적 확신, 지적 용기, 지적 공감, 지적 자율성이 있다(Paul, R. & Elder, L., 2021: 19-20). 반면 지적 위선, 지적 오만, 지적 불공평성, 지적 게으름, 정의에 대한 지적 무시, 이성에 대한 지적 불신, 지적 소심함, 지적 자기중심성, 지적 순종은 훈련되지 못한 사고자의 마음의 특성들로 지적인 악덕에 속한다. 비판적 사고 역량은 단시간 내에 훈련될 수 없다는 점에서 초중고 교육과 연계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성향과 비판적 사고의 기술을 가르치면서 역사적 위인들의 사례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학습교안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비판적 사고는 세계적 경향이며 국내외의 대학에서 기초 교양강좌로 선택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하다.

5.3. 가치 계산 역량

많은 사람이 정서적 공감을 통해 자선단체들에 선뜻 기부하지만,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선단체들 역시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한 명세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자선단체라 할지라도 자선금의 우선순위 사용에는 입장을 달리한다. 반면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선의 최대화를 위해 양적⋅질적 계산을 기꺼이 수행한다. 이 계산 과정이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이 실현한 선의 최대화 사례를 상기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싱어의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증권선물거래 회사에 입사해 매년 100명씩 빈곤국 아동들의 생명을 구한다(Singer, 2015: 3-4). 싱어에 의하면 선진국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 들어주기 행사에 소요된 건당 비용 7,500달러는 말라리아 예방에 쓰이면 최소 3명의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메타자선단체인 기브웰(GiveWell)은 가장 효과적으로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자선단체들의 명단을 만들고 순위를 매긴다(Singer, 2015: 16). 젤 크라빈스키(Zell Kravinsky)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할 때 자신의 이타주의를 수학으로 풀었다(Singer, 2015: 89). 그의 계산에 의하면 신장 기증으로 사망할 위험은 4천 명당 한 명꼴이다. 크라빈스키에게 신장을 기증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의 생명 가치를 본인 생명의 4천 분의 1로 본다는 뜻이다.
싱어는 비교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에도 몇몇 경우는 비교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린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의 삶의 질 수준을 반영한 건강수명(QALY)과 유사하게 세계보건기구는 구호활동간 비교법으로 장애보정수명(Disability-Adjusted Life-Year, DALY)을 개발했다(Singer, 2015: 131-132). DALY 1년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1년을 뜻한다. 가령 실명치료에는 200 DALY의 손실, 기아 방치에는 500 DALY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기아 난민을 도와야 한다. 싱어는 이 비교법에 보건사업 별 비용효과성에 대한 의견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단일 판단지표가 없으면 목소리 큰 집단이나 힘 있는 로비스트들에게 휘둘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효과적 이타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가치판단의 계산이 필수적이다.
한편 싱어는 개인의 경우 우선순위에 있어서 시급한 일보다는 효과적 이타주의자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와 능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Singer, 2015: 117-118). 가령 기후온난화에 대해서 한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하다. 반면 현재 널리 논의되고 있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는 사정이 달랐다. 싱어가 동물권을 주장하던 당시에 동물의 권리와 도덕적 지위를 주장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싱어는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압도적 고통의 대부분은 축산농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 점을 꾸준히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따라서 교수자는 학습자 개개인의 관심사와 역량을 투입하여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올 곳을 찾는 과정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적 판결 사례와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의 기존 계산 사례들을 참고하고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보면서 양적⋅질적 가치를 계산하는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5.4. 실천과 긍정적 피드백 역량

효과적 이타주의는 정서적 공감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지적 공감을 통해 실제로 도움을 줄지 여부를 필터링한다. 나아가 효과적 이타주의는 필터링을 통과한 대상들에 대해서 가치 계산을 통해 최대의 선을 산출할 대안을 마련한 다음 실제로 그 대안을 실천하는 적극적 행위를 수반한다. 싱어는 주로 최빈국의 절대 빈곤과 의료 부족을 해결하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Singer, 2015: 18-19). 가령 기빙왓위캔(Giving What We Can)은 개발도상국 빈곤퇴치를 목표로 하는 국제단체이다. 이 단체의 회원들이 모두 서약대로 소득 10퍼센트를 기부할 경우 3억 800만 달러의 돈이 효과적 자선단체들로 가게 된다. 싱어 자신 또한 소득에 비례해 기부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웹사이트로 이어져 1만 7천 명 이상이 온라인 서약에 참여했다(Singer: 2009). 당신이구할수있는생명 단체는 14만 7천 달러의 운영비용으로 59만 4천 달러를 모아 고도로 효율적인 자선단체들에 보냈다. 그 밖에도 싱어는 효과적 이타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커리어 상담을 제공하는 8만 시간(80,000 Hours)이라는 단체를 소개하고 있으며, 장기 기증 사례, 공장식 동물사육, 인류에 대한 존재론적 위험 요인들을 위한 실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학습자는 효과적 이타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두 가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하나는 실제로 자신의 실천이 수혜자에게 긍정적 피드백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혜자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 효과다. 이 두 가지 피드백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함으로써 효과적 이타주의자는 자신의 이타적 행위와 삶 전반에 대하여 합리적 정당화가 가능해진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에게 이 두 가지 효과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자신들의 이타적 행위 결과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수혜자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윈-윈 게임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나아가 교수자는 학습자들과 함께 삶의 다양한 영역─가족, 친구, 동료, 공동체, 인류 등의 인간관계 영역과 가정, 학교, 직장, 단체, 사회 등의 사회 환경과 자연 환경을 모두 아우르는 영역─에서 효과적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한 고민과 토론은 학습자 개개인이 자신의 흥미, 적성, 능력을 감안하여 효과적 이타주의를 창의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줄 것이다.

6. 결론

2022년 축구월드컵이 한창이다. 조별 예선 경기에서 국가마다 선발과 탈락에 따라 대표선수들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시민들 모두의 희비가 엇갈린다. 현대의 스포츠 경기는 고대 로마에서 유행했던 검투사 대결이나 서부극의 권총 대결보다 훨씬 세련되고 인간적이라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발휘하여 자신은 물론 관중들을 기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스포츠는 있지만 선의의 협력을 통한 스포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의의 협력은 같은 팀, 같은 소속, 같은 국가 내에서만 성립한다. 간단히 말하면 현대의 스포츠 경기에서 호혜적 이타주의는 성립하지만 효과적 이타주의는 성립하기 어렵다. 칼과 총을 들지 않았을 뿐 승리를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 로마의 검투사 대결이나 서부극의 권총 대결과 다르지 않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집단 내부를 똘똘 뭉치게 만드는 강한 결속력을 만드는 힘이 있지만, 싸우는 상대 집단에게는 경쟁심은 물론이고 전쟁도 불사하는 파괴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요컨대 호혜적 이타주의는 집단과 집단이 협력하여 현대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집단과 집단 사이의 보상이 동등하게 보장되는 한에서만 호혜적 이타주의 또는 집단 이기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주고받는 보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혜적 이타주의와는 전혀 다른 사상이자 운동이다. 효과적 이타주의의 실천은 이타적 행위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물질적 보상 그 이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환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문제는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타적 행위 또한 단순하게 행해질 수 없다. 같은 값이면 최대의 선을 산출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계산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인류의 지적 능력은 20세기 들어 눈에 띄게 성장해왔다. 정보화 사회는 추상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지적 사고 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학습자 그러니까 미래의 기성세대들은 그러한 지적 능력을 호혜적 이타주의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효과적 이타주의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기주의로서의 호혜적 이타주의가 협동을 이끌어 내고, 이익의 관점에서 규칙을 준수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설명한다는 입장도 있다(최용철, 2008). 그러나 호혜적 이타주의는 앞서 논의한 대로 집단 내부에서만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집단 내부에서조차 더 세부적으로 준거집단에만 호혜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호혜적 이타주의는 보편적 이타주의의 대안일 수 없다(싱어, 1999, 217-219). 그러나 미래의 기성세대들은 집단을 초월하여 사회⋅국가⋅환경⋅범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 이타주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인구가 증가하고 문명이 복잡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엔트로피─쓸 수 없는 에너지─가 증가한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정서적 공감을 키워드로 내세웠었다(리프킨, 2010: 53). 물론 정서적 공감 또한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이타적 행위의 동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리프킨이 제안하는 공감은 정서적 공감의 측면을 주로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최대의 선을 목표로 정서적 공감을 넘어서 이성적 사고에 입각한 지적 공감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효과적 이타주의가 널리 알려질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고 따라서 더 적극적으로 교육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Notes

1) WorldOmeter, World Population, https://www.worldometers.info(검색일: 2022.11.26.)

2) 김병희, “과학자 1만 명, 기후변화 비상선언: 6가지 실천사항 제시”, 사이언스타임지 기사(2019.11.06.)

3) 동정(sympathy)은 타인의 곤경에 대한 수동적 측은지심을 뜻한다. 공감은 1872년 로베르트 피셔(Robert Vischer)가 미학에서 사용한 독일어 감정이입(Einfühlung)에서 유래한다. 역사가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정신 과정을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으로 감정이입을 사용하였다. 1909년에 에드워드 티치너(Edward. B .Tichener)는 감정이입을 공감(empathy)으로 번역하였다. 공감은 타인의 곤경을 정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촉발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보며, 또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감정적 반응과 실천적 반응이 뒤따르는 마음이다(리프킨, 2010: 19-20). 기쁨에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은 동정과 구별된다. 나아가 필자가 강조하는 공감은 정서적 공감이 아닌 지적 공감이라는 점에서 동정과 다르다.

4) 싱어는 정서적 공감과 구별하는 대목에서 지적 공감 대신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인지적 공감은 심리학자들이 공감능력 측정에 쓰인 대인관계반응검사의 두 가지 영역인 관점 전환과 동일시 상상을 말한다. 즉 싱어를 따를 때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의 인지적 공감은 이타적 대상에 대한 관점의 전환과 동일시 상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필자가 보았을 때 인지적 공감은 지적 공감에 포함되며, 지적 공감이 이성적 사고에 입각한 효과적 이타주의를 훨씬 잘 설명한다. 가령 최대의 선을 산출하기 위해 계산을 하거나 충돌하는 규칙이나 원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관점 전환과 동일시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싱어 또한 효과적 이타주의를 설명할 때 감정과 구별되는 ‘이성’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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