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5); 2022 > Article |
|
1) 본 논문에서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에서 유래하여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형성되어 온 포괄적 형태의 교육을 의미할 경우 사용하였으며, 자유교육을 미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형태로서 교양교육의 역사적 국면 가운데 하나를 의미할 경우에는 일반교육으로 표기하였다.
2) 쇤베르크는 또 다른 맥락에서 자유교육과 자유학예교육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유학예는 다양한 목적 추구가 가능한 특정한 주제분야(subject of study)인 반면, 자유교육은 어느 교과(subject matter)를 통해서든 추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유교육의 경우 인지와 평가의 확장, 사고와 소통의 명료화, 비판적 분석, 도덕적, 윤리적 감수성의 연마를 지향한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자유학예교육을 배타적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자유교육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자유학예 전공들은 전문프로그램과 같이 매우 협소하게 특수화되어 있다고 말한다(Shoenberg, 2009: 56).
3) 일례로 미국대학협의회(The Association of Americal Colleges and Universities, AAC&U)가 제시한 자유교육의 정의를 살펴보면 자유교육-자유학예교육-일반교육-전공교육 간의 연계성을 명시하여 교육의 확장성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자유교육은 개인들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그들이 복잡성, 다양성, 변화에 대처하도록 준비시키는 학습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다. 자유교육은 학생들에게 광범위한 세계(예를 들어, 과학, 문화 및 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뿐만 아니라 특정 관심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제공한다. 또한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감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분석 및 문제해결기술, 실제 현장에서 지식과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입증된 능력과 같이 강력하고, 전달가능한 이론적, 실천적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자유교육의 교과과정은 변할지라도 교육목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오늘날 자유교육은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넓은 이해를 제공하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뿐만 아니라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적 학습을 통한 지식의 추구까지 포함한다(https://www.aacu.org/trending-topics/what-is-liberal-education).”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자유교육은 다양성과 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세계에 대처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역량을 강화하는 학습방식, 즉 문제 또는 쟁점에 대한 포괄적 탐색과정과 심층연구, 통합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는 접근방식이다. 교양교육의 방법론 확보가 교양교육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4) 밀(J. S. Mill)은 세인트 앤드루스 명예총장 취임식 연설에서 자유교육에 대한 설득력 있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대학이야말로 자유로운 성찰(free speculation)의 장소이자 인간 존재의 완전성(completeness of the human being)을 추구하는 곳이며, 이를 위해 고전교육, 과학교육, 예술교육을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자유교육은 문학적, 역사적, 과학적, 철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케 함으로써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개별적으로 배운 지식을 포괄적이고 상호 연관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지적 안목을 갖추며, 독단적, 당파적 정신을 지양하고 자유로운 탐구정신을 도모하는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J. S. Mill, 1867: 83-86; P. Berkowitz, 2006: 64)
5) 이웬스(Ewens)는 arts를 역량의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역량기반교육과 자유교육의 공통분모를 도출한 바 있다. 일례로 역량기반교육에서 강조하는 의사소통, 분석, 문제해결 등과 같은 일반적 역량은 7자유학예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3학(문법, 수사학, 논리학)은 오늘날 우리가 언어적 상징을 사용할 때 분석하기, 사고하기, 쓰기, 말하기, 결정하기 등을 통해 실천되며, 4과(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는 수학적 상징을 사용할 때 셈하기, 측정하기, 추론하기, 증명하기 등을 통해 실천된다. 이 점에서 전통적인 자유학예 3학 4과는 의사소통, 분석, 문제해결 등과 같은 일반적 역량으로 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Ewens, 1979; 소경희, 2009: 12-13에서 재인용).
6) 바로(Varro)가 계승 발전시킨 자유학예체계는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 전통으로서, 다양한 전문 학문과 기술들에 능통한 백과사전적 앎의 소유자 양성을 목표로 하였다. 그는 그리스의 학문전통을 로마에 이식시키면서 자유학예가 보편적 진리나 유용한 기술의 획득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그가 『자유학문 9권』에서 문법학, 변증론, 수사학, 기하학, 산학, 천문학, 음악, 의학, 건축학을 다루었다는 것은 7자유교과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출발점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안재원, 2010, 107-108).
7)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A. N. Whitehead)는 『교육의 목적』에서 현대 교육과정의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교과목간의 단절화를 꼽은 바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역설하고 싶은 해결책은 현대 교육과정의 생명력을 죽게 만드는, 과목들간의 치명적인 단절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교육을 위해서는 오로지 하나의 교과밖에 없다. 그것은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삶’(life)이라는 교과이다. 우리는 이 단일 통합 교과 대신에 삶과 단절된 대수, 기하, 과학, 역사, 능통하게 숙달시킬 가망도 없는 두 개의 외국어 과목 등을 학생들에게 부과해 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을 가장 처량하게 만든 것은 문헌학적 주석과 실질적으로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줄거리나 등장인물에 관한 간단한 분석을 붙인, 세익스피어 희곡으로 대표되는 문학을 가르치는 것이다(화이트헤드, 2004: 48-49).”
8) ‘자유민에게 적합한 지식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유용한 것 가운데 꼭 필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유용한 것이라고 해서 다 배워서는 안 된다. 활동은 자유민에게 적합한 것과 자유민에게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양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유용한 활동에 참여하되 그 로 인해 직공(banausos)이 되지 않을 만큼만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민의 몸과 혼과 마음을 탁월함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데 쓸모없게 만드는 활동과 기술과 학습을 ‘직공다운’ 것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이다. (…) 또한 자유민에게 어울리는 지식도 어느 정도까지 아는 것은 자유민답지만,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해약을 끼치기 십상이다”(아리스토텔레스, 2009: 1337b4-15).
9)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가와 행복의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여가는 즐거움과 행복과 복된 삶을 자체에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노동하는 자가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자에게 주어진다. 노동하는 자는 아직 달성되지 않은 목표를 향해 노동하는데, 행복은 하나의 목표이며, 행복에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수반되는 것으로 모두들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에 어떤 즐거움이 수반되는지에 관해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저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즐거움을 택한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사람은 가장 훌륭한 원천에서 나오는 가장 훌륭한 즐거움을 택한다”(아리스토텔레스, 2009: 1338a1-8).
10) 허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르네상스 인문주의 및 고전문학의 재발견과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교육이 일시적으로 재천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탐구에 사용된 수단은 과거 시대 문학의 연구였고, 따라서 서서히 자유교육의 의미가 상당 부분 변질되었다. 고전 문학 연구 자체가 자유교육과 동일시되었던 것이다. (…) 자유교육이라는 말이 전적으로 문학교과 특히 고전문학 교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가 현대에 와서 타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Hirst, 1971: 506-507, 홍은숙, 2004에서 재인용).
11) 자유교육의 유래가 이소크라테스라는 뮤어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철학적 전통과 교육학적 전통의 구분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이다. 지식탐구를 철학적 전통으로 간주할 경우 교육학을 지식을 전달하는 테크닉에 관심을 두는 교직학에 묶어두게 됨으로써 교육학을 지나치게 좁게 규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웅변가 전통을 교육학적 전통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웅변가 전통을 교육학적 전통과 동일시하는 것은 교육을 지나치게 실제적인 활동과 관련하여 규정하게 되는 셈이며, 교육의 한 측면을 교육의 전부로 보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점이다(유재봉, 정철민, 2010: 117-118).
12) 황수영에 따르면, 플라톤과 이소크라테스의 대립은 20세기 후반 스노우(C. P. Snow)가 자연과학적 지식인과 인문학적 지식인을 대립시키면서 명명한 ‘두 문화’의 최초의 형태이다. 진리추구와 정밀한 방법을 추구하는 플라톤의 정신은 근대 과학정신에 가까우며 표현의 미학과 인간관계를 중시한 이소크라테스는 명백히 인문학적이라는 것이다(황수영, 2010: 186).
13)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이 이슬람을 거쳐 중세 유럽에 재도입되기 전까지 학문분류체계는 별 의미가 없는 이름뿐인 분류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수도원, 성당, 궁정 학교들에서는 7학예를 가르쳤을 뿐이고, 여기에 성경공부가 추가될 따름이었다. philosophy나 science라는 말도 대체로 일곱 교양교과목들을 가리켰다(김영식, 2007: 51).
14) 에드워드 그랜트(E. Grant)에 따르면, 서양 중세대학의 필수 교과과정은 논리학, 물리학, 우주론, 천문학, 수학의 요소들로 구성되었다. 교양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공부하는 4과는 산술, 기하, 천문학, 화성학 등 오늘날 과학에 해당하는 분야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철학의 중요한 일부로 자연철학에 포함되어 있었다(그랜트, 1992: 42).
15) 백승수가 제안한 ‘3학문 4주제 모델’ 역시 3학 4과의 현대적 변용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에 따르면, 3개의 학문 분야 영역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3대 기초학문 분야로서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한 핵심원리와 개념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 4개 주제 영역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이념과 인재상을 반영한 중핵교육과정 영역이다. 이는 배분이수적인 학문 영역과 중핵교육과정의 주제 영역을 동시에 추구하는 융합모델이라 할 수 있다(백승수, 2020: 98).
16) 자유교육과 전문교육의 관계설정은 대학교육과정에 투영된 자유교육과 전문교육 사이의 갈등현상을 이론적으로 조명한 조무남(1996)의 분류에 기초를 두었다.
17) 킴볼(Kimball)은 「실용적 자유교육을 향하여」라는 글에서 20세기 미국의 자유교육과정에서 자유교육과 실용주의 간의 중첩적 합의가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웅변가’ 전통과 ‘철학자’ 전통 간의 강조점 변화와 적응을 보여주었던 자유교육의 두 전통은 자유교육의 새로운 미국 전통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전통은 실용주의의 지적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근거로 ① 다문화주의, ② 가치와 봉사, ③ 공동체와 시민성, ④ 교양교육, ⑤ 대학과 다른 레벨의 교육시스템 간의 공유와 협력, ⑥ 학습과 탐구로 해석되는 교수, ⑦ 평가 등 7가지 특징이 자유교육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들은 실용주의에 개념적, 역사적 기원을 두거나 원칙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유교육과 실용주의가 융합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Kimball, 1995: 97).
18) 일례로 로체(Roche)는 자유교육의 현대적 가치를 내재적 측면과 경력 관리라는 실용적 측면에서 세 가지로 정의내린 바 있다. 첫째,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 또는 자체적 목적을 위한 배움의 구별짓기, 마음의 삶을 탐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위대한 질문을 하는 것과 관련된 순수한 기쁨 둘째, 커리어 발달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아카데미를 넘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지적 미덕의 배양 셋째, 인격형성과 직업의식 발달이 그것이다. 직업적 가치가 반영된 자유교육, 자유교육에 입각한 직업교육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Roche, 2013: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