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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2); 2023 > Article
대학 신입생의 토론에서 나타나는 오류 양상 분석

Abstract

본 연구는 대학 신입생 토론 수업에서 나타나는 오류 양상을 토론 발표문 및 토론 담론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고찰하였다. 토론은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묻고 답하는 활동이다.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 하는 이유, 즉 근거는 논증을 구성한다. 근거가 주장을 잘 뒷받침하고, 수용가능하며, 반론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주장은 잘 정당화된다. 이에 토론에서 주고받는 논증이 오류인지 아닌지는 근거의 수용가능성, 유관성, 충분성 여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논증의 구성 층위와 논증을 제시하여 이유를 묻고 답하는 과정 모두에서 광범위한 토론 오류가 나타났다. 특히, 논점을 선취하거나 다수에 호소하거나 개념의 의미를 혼동함으로써 주장과 무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수용하기 어려운 근거를 제시하거나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 하지 못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도 나타났다. 이러한 토론 오류 양상 분석은 대학 토론 수업이 다양한 사고 실험과 함께 학생들의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을 제공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Abstract

My study analyzed and considered the error patterns that appear in discussion classes for university freshmen, focusing on their papers and discourse for discussion. Debate is the activity of asking and answering questions regarding the justification for an argument. The conclusion and the ground, or the basis for supporting a certain conclusion, constitute an argument. The conclusion is well justified when the ground supports the conclusion well, is acceptable, and contains content that can answer the counterargument. Therefore, whether or not the arguments in any given discussion were erroneous was analyzed on the basis of the acceptability, relevance, and sufficiency of the aforementioned grounds. A wide range of discussion errors appeared in both the composition and presentation level of the argument, and the process of asking and answering the reason by constructing the argument. In particular, I often found that grounds unrelated to the conclusions were presented by ‘begging the question’, ‘appealing to the majority’, or simply by confusing the meaning of the concept. In addition, errors were found that provided grounds which were difficult to accept or provided grounds which did not sufficiently support the conclusions. My analysis of error patterns found in discussions is significant for providing a basis for discussion classes in universities which apply various thinking experiments in order for us to move in the direction of expanding the depth and breadth of our students’ thoughts.

1. 들어가는 말

토론은 논증 구성과 분석 및 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활동이다. 토론 활동은 비판적 사고를 거쳐 결정한 의사, 즉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주장을 표현하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 믿을 만한지를 보여줌으로써 내 주장에 대한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상대를 설득하는 것에 표면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명료화하여 사고를 넓고 깊게 하는 데에 보다 근본적인 의미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명료화하여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것은 대학 생활에서의 각자의 전공을 수학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그 어떠한 전공을 수학하든 간에, 기존에 정립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수용하고 익히며 기초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정보와 지식을 종합하여 창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확장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어진 지식들이 일관적이고 정합적인지를 검토하고, 그러한 지식들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러한 지식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믿음이 따라 나오는지를 능동적으로 끈질기게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대학 신입생 교양 교육은 글쓰기와 토론의 두 갈래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글쓰기에 대한 오류 분석은 이연정(2021:611-637)의 연구가 이미 선행된 바 있다. 본 연구는 대학 신입생 토론수업에서 나타난 오류를 토론문과 토론 담론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양상을 고찰한다.
본 논문은 필자가 총 2학기에 걸쳐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다룬 총 96회의 토론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학생들의 토론문과 토론 담론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검토한 결과, 첫 번째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논리적 오류가 높은 빈도로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임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입증되기 어려운 전제1)에 근거하거나, 숨은 전제를 누락하거나 다수에 호소하거나 상대주의 관점을 취하기도 한다. 이는 수용 가능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거나 근거의 참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탓이다.
두 번째로 논의 범위나 논의 영역을 잘못 설정해서 오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제시한 주장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설정한 논의 범위를 지키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논의 범위를 필요에 따라 변동하는 오류를 범한다. 아니면 논의 범위를 아주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무관한 결론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그 주장과 너무 멀리 있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근거와 주장 사이에 큰 간극이 생겨 논증이 설득력을 잃는 경우이다. 이는 주장과 유관하지 않은 근거를 제시한 탓이다. 이외에도 근거나 자료 작성 시 해당 주어를 생략한 채 비문을 작성하거나 토론에서의 주장을 잘못 표현하는 오류도 나타났다. 특히 주장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안 된다”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주장을 모호하게 하거나 문장 내에 ”모든”이나 ”대체로”가 생략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너무 큰 주장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부정적인 주장을 하거나 너무 큰 주장을 하면 입증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네 번째로, 개념에 대한 혼동이나 불분명한 이해로 인한 오류도 있다. 토론에서 주장에 대한 이유를 묻고 답하기 위해서는 추론을 통해 어떤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믿음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그러한 믿음에서 어떤 다른 믿음이 따라 나오는지를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추론 과정에서 얻어지는 믿음, 즉 명제는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명료화하기 어렵다. 결국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실패하고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토론에서 나타나는 여러 오류 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학생들은 토론을 위한 논증을 제시하고 구성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를 익히고, 교수자는 토론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2)

2. 오류 분석 기준

토론이란 주어진 논제에 대해 긍정의 입장과 부정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주장을 정당화하는 논증 활동이다(박삼열, 2015:240). 기본적으로 토론 참여자의 관심은 건전한 논증을 구성하고, 제시된 모든 논증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데에 있다는 점에서 논리학자와 동일하다(Kruger, 1960:110). 논증은 하나의 명제가 그 명제의 참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명제들에서 따라 나온다고 주장되는 명제들의 모임을 일컫는다(Copi & Cohen, 2014:6). 그래서 논증은 기존의 믿음이나 정보로부터 어떤 믿음이 따라 나오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명백히 옳거나 참에 가깝다는 것을 보이고자 제시된다. 또한 논증은 우리가 어떤 추론이나 사고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고, 그러한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어떤 결정을 했을 때 좋은 이유를 따르면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이유가 아닌 나쁜 이유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하게 되면 비합리적인 결정에 이르고 그것은 곧 자신과 타인에게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을 나쁜 결과에 놓이게 하는 나쁜 논증이 바로 오류이다.
정의상 오류는 추론에서의 실수인데, 그러한 실수는 실제 논증에서 다소 빈번하게 나타나고, 기만적인 성격을 띤다(Hansen & Pinto, 1995:172). 오류는 겉으로는 좋은 논증처럼 보이지만, 실은 좋은 논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논증이 아닌 오류는 근거에서 결론이 따라 나오는 과정에서의 어떤 잘못이다. 이 어떤 잘못은 기본적으로 논증의 근거가 주장이 성립한다는 점을 잘 뒷받침하지 못할 때, 즉 근거와 주장을 형식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잘못 연결시킨 경우에 발생한다. 근거와 주장을 잘못 연결하는 오류가 토론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합리적인 준거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토론에서의 오류 기준에 대해서 혹자는 연역논증과 귀납논증를 구분하여 각각에서 발생하는 오류 양상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토론에서 연역논증과 귀납논증을 명확히 구분하여 논증을 주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역논증과 귀납논증의 구분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보면, 오류 기준을 두 논증 종류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연역논증은 전제가 모두 참이라면 결론도 반드시 참이 되는 논증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전제(1)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렸다면, 피카소는 거장이다.
전제(2)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그렸다.
결론 따라서 피카소는 거장이다.
위 논증은 두 전제가 실제로 참인지 거짓인지 잘 몰라도, 두 전제를 모두 참이라고 수용한다면 결론을 반드시 수용할 수밖에 없는 논증이다. 그 이유는 위 논증이 전건긍정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위 논증은 그러한 형식에 의해 전제의 내용과 참이 결론의 내용과 참을 보장하는 논증이다.
토론에서는 이러한 연역논증뿐만 아니라 귀납논증 또한 사용된다. 귀납논증은 전제가 모두 참이라면 결론이, 반드시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에 가깝게 되는 논증이다. 예를 들어,
전제(1)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렸다면, 피카소는 거장이다.
전제(2) 피카소는 거장이다.
결론 따라서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그렸을 것이다.
위 논증은 연역적으로 보면 나쁜 논증이지만 귀납적으로 보면 나쁜 논증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어진 전제가 결론에 유관하고 결론이 참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 논증을 연역적으로 이해하는지 아니면 귀납적으로 이해하는지에 따라서 결론의 참은 달라진다. 연역적으로 보면 위 논증의 결론을 수용하면 안 되지만, 귀납적으로 보면 위 논증의 결론은 수용 가능하다. 하나의 논증을 연역적으로 보느냐 귀납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주장의 수용여부가 달라진다면, 이는 토론에서 제시된 논증이 연역논증인지 아니면 귀납논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누군가 위 논증이 연역적으로 나쁜 논증이기 때문에의 결론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귀납논증을 의도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논증 또한 전제와 결론에 사용된 개념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서 연역논증이 되기도 하고, 귀납논증이 되기도 한다.
전제(1) 눈이 오면 항상 택시를 잡기 어렵다.
전제(2) 오늘 눈이 온다.
결론 따라서 오늘 택시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위 논증은 첫 번째 전제에 포함된 ‘항상’이라는 시간의 부사의 의미에 따라 연역논증이 되기도 하고, 귀납논증이 되기도 한다. 만약 ‘항상’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가리킨다면, 위 논증은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있는 귀납논증이 된다. 반면 ‘항상’이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시간을 가리킨다면, 위 논증은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없는 연역논증이 된다.
논증을 제시한 사람의 의도를 고려하든지 아니면 연역논증이나 귀납논증의 목적을 실현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연역과 귀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홍지호, 여영서, 2021:56-61). 하지만 연역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것인지 아니면 귀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것인지는 토론을 위한 논증 구성에 도움은 되지만 중요하지 않다. 일례로 모든 논증을 연역논증으로 이해하는 연역주의적 방식을 따를 경우, 형식적 사고의 특성상 명료성을 높이는 데는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토론의 목적이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 시키는 데에 있다면, 한정된 사고 형식을 가지고 주어진 논증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은 토론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연역논리에 따른 형식만을 강조할 경우, 다양한 형태의 논증이 허용되지 않고 일정한 형식에 어긋나면 오류로 간주되어 토론이 제한적이 될 것이고, 토론에서는 말의 형식과 함께 말의 내용도 중요하게 검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오류 분류 기준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3) 이에 존슨과 블레어(Johnson & Blair, 2006:13-16)를 따라 수용가능성(acceptability), 유관성(relevance), 충분성(sufficiency)을 좋은 논증과 그렇지 않은 논증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우선, 수용가능성 조건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나 전제가 토론에 참여하는 청중이나 상대방이 수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에 해당한다. 수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제들은 ”논증을 제시한 사람에 의해 그 전제의 참이 알려지거나 합리적으로 믿어지며, 청자에게 참이거나 믿을 만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Johnson & Blair, 2006:13).” 실은 연역이든 귀납이든 논증에 제시된 전제의 참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거짓인 전제에 근거한 주장은 아무도 옳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용가능성 조건은 전제가 명백히 참임을 요구하기보다 좀 더 확장되고 느슨한 식으로 참인 전제도 허용한다. 예를 들어, ‘탈레스는 은둔 생활을 했다’는 것처럼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 중에서 100% 참이라고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신빙성이 높아 그럴듯한 전제도 참인 것으로 수용가능하다. 아니면 새로운 이론이나 오래된 이론 중에서 세계의 현상을 잘 설명하거나 높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들도 참인 것으로 수용가능하다. 이렇게 참이라고 밝혀지지 않았거나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청중이나 상대방이 참이라고 받아들이거나 혹은 참에 가깝다고 공유하는 그러한 전제도 수용 가능한 전제가 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전제가 수용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4) 이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준은 경험하지 않고도 그것의 참을 알 수 있는 선험 명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빨간 공은 색깔이 있다’와 같은 선험 명제는 거짓일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수용 가능한 전제로 사용될 것이다. 선험명제 말고도 ‘사과는 빨갛다’처럼 오감의 지각 경험을 통해서 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명제 또한 수용 가능한 전제로 사용된다. 이렇게 선험적이고 경험적인 명제들 이외에도 일반 대중의 상식과 학자들의 이론이나 패러다임도 수용 가능한 전제가 된다. 또한 직접 전해 듣거나 여러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증언 또한 수용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유관성 조건을 살펴보자. 연역 논리에서는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는 좋은 논증인 경우, 형식적으로 타당한 논증이라 한다. 하지만 유관성 조건은 그러한 형식적으로 타당한 경우뿐만 아니라 전제와 결론 사이의 의미 또는 개념적인 연관성을 고려해서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거나 유관한 경우에도 좋은 논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유관성은 논증의 주제와의 유관성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5) 예를 들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 왜냐하면 그 드라마는 재미있기 때문이야.
여기서 근거로 제시된 ‘그 드라마는 재미있다’는 점은 논증의 주제와 연관은 있지만, 그 드라마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논증인지 아니면 오류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서의 유관성은 제시된 근거가 주장을 강하게든 약하게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논증에서의 유관성은 제시된 전제와 결론 사이에 있는 잠재적인 속성이다. 그 유관성이 명확하게 잘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암묵적이거나 관점의 변화나 새로운 정보의 유입에 따라 유관함의 정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도 있다. 어떤 정보나 전제가 관련성이 높은 경우는 그러한 정보가 청자에게 입력되어서 그가 가진 배경 정보와 연결되어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낼 때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자는 그가 품고 있던 질문에 답을 구하고, 특정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키고, 의문이 해결되고, 의심이 확인되며, 잘못된 인상을 수정하게 된다(Wilson & Sperber, 2006:608).
전제가 결론에 유관한지의 문제는 전제와 결론이 서로 유관한지의 여부뿐만 아니라 두 개가 서로 어느 정도로 유관한지를 가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 가치 있는 결론이 도출될 때, 그리고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때 더 많은 유관성을 가진다(Wilson & Sperber, 2006:609). 예를 들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0.1% 증가한 것은 나의 식생활 습관 개선과 유관하지 않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증가한 것은 그것과 더 유관하다. 유관성 기준은 토론에서 청중이나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근거를 아무리 많이 제시한다 해도, 제시된 근거가 주장과 관련이 없으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충분성 조건을 살펴보자. ”충분성은 논증의 결론을 합리적으로 믿는데 필요한 모든 근거를 제공하는 논증의 전제의 속성으로 구성된다(Johnson & Blair, 2006:15).” 여기서 모든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은 주어진 전제만으로 결론이 충분히 도출될 수 있거나 뒷받침 될 수 있음뿐만 아니라 제시한 근거만으로 토론 참여자들이 제기한 반론에 대해서 답하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좋은 논증의 전제는 결론을 합리적으로 믿기 위한 올바른 종류의 증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결론을 위한 논거는 이 점에서 각각 충분하고 대화 참여자가 합리적으로 제기할 법하며, 합리적이든 아니든 청중이 제기할만한 것으로 보이는 질문, 의혹, 반론에도 답하는 논증을 포함해야 한다(Johnson & Blair, 2006:15).”
이상의 논증 제시와 관련된 기준을 토대로, 토론에서 나타나는 오류 분석을 논제와 핵심 개념과 논의 범위 설정, 주장을 정당화하는 논증 구성, 근거에서 사용된 입증 자료의 제시 등 크게 세 차원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논제와 핵심 개념 및 논의 범위 설정과 관련한 오류는 논점을 잘못 파악하거나 논제를 모호하게 설정, 핵심 개념을 잘못 선정하거나 누락, 잘못 정의, 논의 범위를 잘못 설정, 논의 범위를 필요에 따라 확대하거나 축소함 등과 관련된 오류이다. 다음으로 주장을 정당화하는 논증 구성과 관련한 오류는 수용 불가능한 근거나 참이 아닌 근거 제시, 무관한 근거 제시, 충분하지 않은 근거 제시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근거의 참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자료를 제시하는 오류 등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입증 자료를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 제시에 힘을 얻는다는 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제가 결론을 충분히 유관하게 뒷받침하는지, 제시된 전제가 수용가능하다는 점을 잘 제시했는지, 사용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잘 하고 있는지 등에 근거해 학생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양상이 실제 토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6)

3. 토론문과 토론 담론에서의 오류 유형들의 실제

토론 주제는 전공 관련 주제부터 최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 모두를 포함하여 제한을 두지 않고 학생들이 자료조사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를테면, 가상화폐 과세 여부, 노키즈존 폐지, 복지제도, 원자력 발전소 폐기, 수술실 CCTV설치 등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가 활발한 주제뿐만 아니라 안락사, 사형제도, 동성혼 합법화, 동물실험, 환경, 경제, 예술, 인공지능 등의 주제를 포괄하여 다룰 수 있게 했다. 이에 학생들은 자료조사와 팀원 간의 협의를 통해 토론 주제를 정한 이후, 관련 쟁점과 그에 대한 입장을 포함하는 주장과 근거, 가능한 반론과 답변을 포함하는 개요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 다음 학생들은 첨삭 받은 개요서를 토대로 토론 발표문을 작성하였다. 토론 발표문에는 주제, 논의 배경 및 범위, 쟁점, 주장, 근거, 핵심 용어 정의, 근거가 주장을 정당화하는 논증, 논증에 사용된 근거 및 숨은 근거의 수용가능성을 입증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완성된 토론 발표문은 수업 전에 미리 공개하여 나머지 수강생들이 토론 발표문을 읽고 가능한 반론이나 질문을 수업 전에 작성할 수 있게 했다. 토론 발표자들은 수업에 앞서 작성된 반론이나 질문을 확인하고 답변을 작성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했다. 수업 시간에는 토론문을 발표하고, 반론 및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는 활동을 실시하였다. 수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해당 발표문에 제기된 반론 및 질의응답을 토대로 토론문을 보완 및 수정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구체적인 오류 유형은 다음과 같다.

3.1. 명시해야 할 전제를 누락하는 오류: 충분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인간에 대한 동물의 장기이식은 부족한 이식 장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제(2) 부족한 이식 장기 문제가 해결되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결론 따라서 인간에 대한 동물의 장기이식을 허용해야 한다.
위 논증이 오류인 이유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또는 대체로) 허용해야 한다”는 숨은 전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누락하거나 살피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위 논증의 결론은 동물 장기이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는 정책논제7)에 해당하며, ”~해야 한다”는 당위를 표현하는 정책 논제가 논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 전제들 중에 당위를 포함한 전제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역적인 방식으로 위 논증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귀납적으로 전제와 결론 사이에 어떠한 유관성이 있는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장기 이식을 받으면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장기 이식은 주로 동일 종 내에서 이루어지고 그렇게 해야 안전한데 왜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더 추가해야 위 논증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이 귀납적인 논증을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제(1) 인간에 대한 동물의 장기이식을 허용한다면, 이식 장기의 부족으로 인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전제(2) 이식 장기 부족에 시달리던 A가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아 생명을 구했다.
전제(3) 생명을 구하는 정책은 대부분 장려되고 허용돼야 한다.
결론 따라서 인간에 대한 동물의 장기이식을 허용해야 한다.

3.2. 참임이 입증되지 않은 전제로 주장을 정당화하는 오류: 수용 가능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적극적 안락사는 고통이 심한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행하는 정당 행위이다.
전제(2) 정당행위는 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라 법 공동체 내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될 가치가 있는 행위이다.
전제(3) 법 공동체 내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될 가치가 있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결론 따라서 적극적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위 논증이 오류인 이유는 전제에서 적극적 안락사가 법적으로 승인된 정당한 행위임을 결론에 앞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논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없애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임을 입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논증이 되었다. 왜 옳은지를 보여야 하는 주장을 전제에서 이미 옳음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유를 묻고 답하는 활동으로서의 토론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3.3. 숨은 전제를 잘못 보충하는 오류: 유관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숨은 전제) 경제력과 국가경쟁력은 비례한다.
결론 따라서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위 논증에서 전제(1)과 숨은 전제로부터 결론이 따라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가 경제 성장과 경제력이 언제나 연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처럼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경제력은 약한 나라가 있고, 선진국처럼 경제력은 좋지만 경제성장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논증의 숨은 전제는 전제(1)과 결론을 올바르게 연결하지 않는다. 위 논증의 숨은 전제 대신 ”우리나라처럼 교육시스템이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나라들은 대체로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왔다.”를 추가하는 것이 더 나은 논증 구성이다.

3.4. 입증하기 어려운 근거를 통해 주장을 정당화하는 오류 (Ⅰ): 수용가능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여성고용할당제를 이용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여성들은 자기계발에 있어서 소홀해질 수 있다.
전제(2) 여성들이 자기계발에 소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다.
전제(3) 여성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전제(4)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성을 훼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결론 따라서 여성고용할당제는 정당하지 않다.
위 논증에서 전제가 결론을 잘 뒷받침하지만 수용가능하지 않다. 전제(1)과 전제(2)의 입증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제(1)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성고용할당제를 이용해 임용된 사람들 중에 자기계발을 소홀히 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전제(2)와 관련해서도 자기계발에 소홀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여성 스스로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여성고용할당제는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적절한 근거는 주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정당함”과 ”정당하지 않음”을 구분하는 기준부터 생각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위 논증에서는 ”정당함”의 여부를 효율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정말로 정당함의 기준으로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효율적이지만 정당하지 않은 경우는 없는지 아니면 정당한데도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는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없애는 것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효율적인지만 정당하지 않다. 이러한 경우들을 따져 본다면 효율성을 정당함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제(4) 또한 수용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수용하기 어려운 전제에 근거할 경우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3.5. 입증하기 어려운 근거를 통해 주장을 정당화하는 오류 (Ⅱ): 수용가능성에 관한 오류

전제(1)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경우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전제(2)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 일반 병실에 입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전제(3)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많은 치료비가 소요된다.
전제(4)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가족은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된다.
전제(5)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 가족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은 환자에게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하는 것뿐이다.
전제(6)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하면, 환자와 환자의 가족의 경제적인 형편이 나아질 것이다.
전제(7) 환자와 환자 가족의 형편이 나아지는 일은 허용해야 한다.
결론 따라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위 논증에서 문제는 특히 전제(5)의 참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 가족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복지제도를 활용해 나라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가능하고, 기부금을 받는 경우도 가능하다. 아니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이 입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나 재산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들에 따라 전제(5)가 수용가능한지를 고려해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데서 오류가 나타났다.

3.6. 입증자료제시를 잘못하는 오류: 수용가능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소년법을 폐지하면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성인법에 따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전제(2) 소년범들의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들의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는다.
결론 따라서 소년법을 유지해야 한다.
전제(2)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성인과 동일한 형법에 따라 강하게 처벌해도 소년들의 범죄율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표 1>에서 자료 1 또는 자료 3을 제시해야 전제(2)를 입증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이를 테면, 소년법 제도가 없어서 어른, 아이 구별 없이 같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나라가 있고, 그러한 나라에서 소년들의 범죄율이 전보다 상승했거나 변함없다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소년범들을 강하게 처벌해도 처벌의 효과가 없으며 소년법의 취지에 따라 소년범들의 교화에 목적으로 두어야 함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 전제(2)의 참을 입증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의 처벌을 약하게 했더니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자료 5를 찾아서 제시하기도 한다. 소년법에 따라 소년범을 교화하거나 교육, 봉사활동을 시키는 등 약하게 처벌 했더니 범죄율이 낮아졌음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소년범들을 강하게 처벌해도 소년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는다’와 ‘소년범들을 약하게 처벌하면, 소년 범죄율은 낮아진다’를 논리적으로 동치라고 생각한 데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일상적으로는 ‘백신이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백신을 맞았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자료를 제시하는 것도 위와 유사한 오류에 해당한다. 제시한 논거가 참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당 논거를 직접적으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3.7. 논의 범위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오류: 충분성에 관한 오류

전제(1) 고용시장에 이미 많은 여성이 진출해 여러 직종 분야에 여성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전제(2)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고용할당제를 시행하면 동일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남성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
전제(3) 동일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남성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결론 따라서 여성 고용할당제는 정당하지 않다.
이러한 논증을 제시한 토론 발표자는 ‘여성’에 대한 고용할당제로 제한한다고 논의 범위를 밝혔다. 하지만 전제(1)이 참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자, 여성 중에서도 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용할당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자는 답변하였다. 이에 국회의원이나 국립대 교수도 공무원이고 그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지표가 반론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발표자는 여성 중에서 공무원인 초등학교 선생님에 적용되는 고용할당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답변은 초등학교 교사 직종에 대해서 여성고용할당제보다 오히려 남성 교사 할당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자신들의 답변이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식으로 논의 범위를 계속 수정하다가는 결국 불합리한 답변에 이르게 되는 오류를 범한다.

3.8.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논의 범위를 극적 으로 제한하는 오류: 수용가능성 및 충분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저작권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숨은 전제)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다.
결론 따라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위 논증은 기본적으로 논점을 선취하는 오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인간이 갖는 저작권만을 다룰 것임을 논의 범위로 제한하며 위 논증을 제시했다. 그런데 인간이 갖는 저작권만을 논의 범위로 제한할 경우, 위 논증은 매우 사소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토론이 어렵게 된다. 또한 법인도 저작권을 갖는 주체라는 점에 따르면, 전제 (1)은 수용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숨은 전제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간이 수행하는 여러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이 어떤 점에서 인간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인지도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오류는 동물실험 찬반 논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측에서 논의 범위를 윤리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에 대해서만 제한할 것임을 밝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논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동물실험이 그 자체로 윤리적이라고 전제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동물실험이 윤리적인지 아닌지가 바로 쟁점의 대상이 되는 지점이고, 윤리적이라고 생각할 경우 그것을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성립하는 근거를 수집하다보면, 분명히 반대의 자료나 근거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자료나 정보만 전달하면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토론에서 정보는 공정하게 공유되어야 하고, 반대 근거나 자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순작용뿐만 아니라 부작용 모두를 고려해야 하며, 부작용이나 반대 근거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서 근거를 제시하고 논의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3.9.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8): 유관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약속한 결혼을 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자 자유이다.
전제(2) 헌법에 의하면, 누구에게나 결혼의 자유와 권리는 허용되어야 한다.
결론 따라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위 논증에서 동성혼을 합법화해야하는 근거는 헌법에 있다. 하지만 헌법이라는 일반적 원칙을 매우 특수한 상황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 논증은 잘못된 추론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동성혼 금지가 상식이고 관례이기 때문에 기본값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동성혼 합법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왜 그러한 상식이 어떤 점에서 틀린 것인지를 추적해야지 헌법을 인용해서 동성혼이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자유가 있다는 점과 관련해서 근친혼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해당 전제(2)가 수용하기 어려운 전제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동성혼의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주제들에 있어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흔하게 제시되는 근거가 바로 헌법 조항이다. 헌법은 우리나라 국민의 근본 규범이기 때문에 국민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을 제안하고 시행하는데 근본적인 기준이 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헌법이 어떤 정책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특정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주장과 헌법적 근거 사이에 간극이 크다면, 그 간극을 채우는 내용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러한 간극을 매우는 내용이 많아질수록 그것들이 수용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야 하는 입증 부담도 자연히 커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주장과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되도록 주장을 직접 뒷받침 하는 근거를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3.10. 다수에 호소하는 오류: 유관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시행하는 것에 찬성한다.
결론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논증에 따라 사형제도 유지와 시행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근거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사형수는 사회 내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없애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생명을 존엄하게 여겨야 하는 사회적 인식이나 도덕적인 원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행위를 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사형 받아 마땅하다고 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사형제도를 찬성한다는 것을 여론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그에 따라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이 사형제도를 시행하자고 찬성하니까 사형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논증의 이면에는 사형수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행위를 한 사람이고, 타인의 생명을 없앤 사람은 죽여도 된다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응보주의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나쁘다고 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생명을 없애도 된다고 하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사형수는 나쁘니까 사형수를 사형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논리적으로 비일관적인 태도를 취할 위험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러한 생각이 맞다고 동조하면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3.11.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는 오류: 수용가능성에 관한 오류

논증(1)
전제(1) 가상화폐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산출물이다.
전제(2) 편리성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산출물은 규제하면 안 된다.
결론 따라서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면 안 된다.
논증(2)
전제(3) 가상화폐를 정부가 규제하면 창조적 파괴를 막는다.
전제(4) 창조적 파괴를 막으면 안 된다.
결론 따라서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면 안 된다.
논증(1)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의 안정적인 산출물’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편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의 안정적인 산출물을 정부가 규제하면 안 되는 이유 또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어떤 것이 편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의 안정적인 산출물이라고 해도 그것이 악용되거나 투기의 대상이 되면 규제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증(2)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가상화폐 규제할 경우에 발생하는 것인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 논증의 문제는 ‘~ 안 된다’의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주장을 나타낸 데에도 있다. 토론에서 주장을 ‘~ 안 된다’를 사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할 경우, 무엇을 대안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바로 제기된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게 될 경우, 정부가 가상화폐를 무제한으로 허용해도 된다는 것을 함축할 수도 있는데,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아울러 ”규제”의 의미가 가상화폐 사용이나 허가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과세와 관련한 규제를 논의하고 싶은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위 논증은 자신의 주장을 긍정어를 사용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표현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3.12.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점을 확대 해석하는 오류: 충분성에 관한 오류

전제(1) 인간 복제 기술을 통해 장기 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제(2) 장기 이식에 필요한 장기가 복제되면 장기 밀매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전제(3) 인간 복제 기술을 통해 동물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제(4) 동물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얻게 되면 동물이 고통 받는 동물실험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전제(5) 인간 복제 기술을 허용하면 장기밀매, 동물실험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결론 따라서 인간 복제 기술을 허용해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하는 핵심은 전제(2)와 전제(4)를 수용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는 데에 있다. 전제(2)를 보면, 장기 복제가 장기 이식을 위한 장기 수요에 대한 공급을 해줄 것이기 때문에 장기 밀매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 밀매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보다 복잡한 의미를 지니는데도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복제된 장기는 기본적으로 인간 신체의 한 부위인데 그것을 사고 팔게 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의 훼손이나 인간의 수단화 같은 윤리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전제(4)에서도 ‘동물실험에 필요한 재료’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재료가 인간 복제를 통해서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점만 주목하면 안 되고, 자신의 주장을 위해 제시한 근거의 의미를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언급된 오류들을 앞서의 오류 분류 기준에 따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1>
소년범 처벌과 소년 범죄율의 변화에 따른 입증 자료
소년범 처벌 소년 범죄율
자료 1 강화 상승
자료 2 강화 하락
자료 3 강화 변함없음
자료 4 약화 상승
자료 5 약화 하락
자료 6 약화 변함없음
<표 2>
오류분류표
오류분류기준 오류 양상
수용가능성 • 참임이 입증되지 않은 전제로 주장을 정당화하는 오류
• 입증하기 어려운 근거를 통해 주장을 정당화하는 오류 (Ⅰ), (Ⅱ)
• 입증자료제시를 잘못하는 오류
•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는 오류
유관성 • 숨은 전제를 잘못 보충하는 오류
•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
• 다수에 호소하는 오류
충분성 • 명시해야할 전제를 누락하는 오류
• 논의 범위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오류
•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논의 범위를 극적으로 제한하는 오류
•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점을 확대 해석하는 오류
이 표에 따르면 학생들은 주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용 가능한 전제를 제시하는 데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는 데에서 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하나의 논증이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상의 분류는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토론에서 나타난 오류는 한 가지 양상을 띠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론은 주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가자로서 포착하지 못한 오류들도 더 많았을 것이다.9) 위에서 언급되고 분류된 오류들은 대체로 높은 빈도로 나타난 오류이자 토론에서 학생들이 주의해서 충분히 피할 수 있거나 피해야 하는 오류들을 중심으로 분석한 것들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여러 오류들 중에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범한 오류는 유관성에 관한 ”9)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였다. 거의 매 시간마다 등장하는 오류였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그 오류 횟수의 비중이 컸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유관한 근거를 찾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유관성에 관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예를 들어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동물실험을 토론 주제로 삼을 경우, ”동물실험은 여러 분야에 유용하다.”는 사실적인 주장, ”동물실험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가치 주장, ”동물실험을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간에,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주장의 술어 개념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중요하다. ”유용함”, “도덕적 옳음”, “금지해야 함”의 술어 개념의 외연과 내포를 고려해 보면, 해당 주장이 성립하거나 성립하지 않는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도덕적 옳음” 개념 분석을 통해 나온다. ”도덕적 옳음”개념이 유용한 행위 결과를 낳는 행위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다음과 같은 논증 구성이 가능하다.
전제(1) 동물실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전제(2)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옳다.
따라서 동물실험은 도덕적으로 옳다.
그런 다음 전제(1)과 전제(2)가 각각 어떤 점에서 수용 가능한지를 입증하고, 반대 사례를 찾아본다. 반대 사례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하고 설명해야 할지를 숙고해 보면서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를 보충하면 된다.

4. 나가는 말

지금까지 대학 신입생들의 토론수업에서 나타난 논증 차원의 오류가 실제로 어떤 양상을 띠는지 분석하고 고찰해보았다. 토론에서 나타나는 오류에는 헌법처럼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거나, 참이 아닌 전제를 이유로 제시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근거를 제시하거나, 논의 범위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는 등의 오류가 주를 이루었다. 이를 토대로 토론 교육에서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보완되어야 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토론에서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함으로써 생각의 폭과 넓이를 확장시키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는 수용 가능해야 하고, 주장과 유관해야 하고,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주장을 정당화하는 유관한 근거는 주장의 의미 이해와 핵심 개념 분석에서 찾아야 한다.
토론에서는 적절한 이유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행위가 중요하고 그러한 설득은 논증을 오류 없이 잘 구성하고 제시하는데서 출발한다. 그렇다고 해서 토론에서 논리만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논증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아니며 우리가 누군가에게 설득을 당할 때도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설득되지는 않기(박삼열, 2015:255-256)”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도 중요하지만, 주장을 제시한 화자의 신뢰할 만한 태도와 서로에 대한 정서적 공감 형성도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토론의 3요소로 로고스와 에토스 그리고 파토스가 강조되곤 한다.10) 하지만 공감은 의견 대립 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지, 그에 앞서 말이 안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주장이 말이 된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토론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주장이나 근거가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 깨달으면서 생각의 외연을 넓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유익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말이 되는 말을 하는 타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보다 주의를 돌리거나 핵심 쟁점을 흐리는 방식으로 담론을 이끌어가곤 한다. 토론의 목적이 이기고 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토론이 논쟁인 한 승패가 어떤 점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될지 몰라도, 실은 자신의 생각을 정교하게 함으로써 보다 더 참된 생각에 접근해 가는 것에 토론의 근본적인 목적과 의미가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근본 목적은 정확하고 올바른 사고를 통해 달성되는데, 정확하고 올바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말과 생각의 이치, 즉 논리를 익혀야 한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교수자들은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배려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올바른 사고를 하는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안내해야 한다.

Notes

1) “전제(primise)”와 “이유(reason)” 그리고 “근거(basis)”라는 표현은 엄밀히 말해 의미가 서로 다르다. 전제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가정되는 다른 명제 또는 결론의 근거로 결론에 선행적으로 가정되거나 입증된 명제이다. 반면 이유는 어떤 것이 왜 그런 것인지, 왜 누군가 어떤 것을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는지를 설명하는 진술이나 사건 또는 사실이다. 진술로서의 이유는 전제와 유사한 의미를 갖지만, 사실이나 사건으로서의 이유는 원인(cause)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존 맥도웰(McDowell, 1994)에 따르면, 이유와 원인은 구분된다. 이유는 이성의 논리적 공간에서 작용하는 반면, 원인은 자연의 논리적 공간에서 작용한다. 쉽게 말해, 이유는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과 연관되는 반면 원인은 자연법칙과 밀접하다. 예를 들어 벼락이 산불의 원인이 되는 것은 자연법칙에 의한 것이므로 이성의 작용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벼락이 산불이 난 이유라고 파악하는 것은 이성적인 능력의 발휘에 의한 것이다. 근거는 결론에 다다르는 출발점 또는 기초라는 점에서 전제와 유사하다. 다만 전제는 논증에서 그것이 참임이 선행적으로 입증 또는 가정됨이 강조되는 반면, 근거는 그것의 참에 결론의 참이 의존함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의미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제와 근거는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논거는 논리적 근거의 줄임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지만, 전제, 이유, 근거, 논거는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와 문맥상 혼용함을 밝혀둔다. 마찬가지로 “주장(assertion 또는 claim)”과 “결론(conclusion)”도 엄밀히 하면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장은 마음 안에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참이라고 생각된 명제로, 결론은 전제에 의해 뒷받침 되거나 전제로부터 따라 나오는 명제로 의미를 구분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혼용함을 밝혀둔다.

2) 본 논문은 기존의 논리학 교재나 비판적 사고 관련 교재에서 다루는 오류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명칭을 만들어 사용했음을 밝힌다. 기존의 논리적 오류 분류법이나 명칭법에 따라 오류를 배우고 토론을 진행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오류를 범한다. 그 이유는 논리적 오류에 대한 숙달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오류 분류법과 명칭법은 학적인 성격이 강해서 실질적으로 담론을 주고받는 토론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간극을 줄이고, 토론 수업에서 피해야 할 오류를 이해하는 본 논문의 취지에 따라 토론에서 나타나는 오류 양상에 관한 명칭을 가능한 새로이 했음을 밝혀둔다.

3) 양은석은 연역과 귀납 모두에 포괄적으로 적용 가능한 토론에서의 좋은 논증을 위한 기준으로 타당성 관련 점검과 건전성 관련 점검을 제안했다. 타당성 관련 점검은 전제가 결론을 잘 뒷받침해주는 가를 살피는 것이고, 건전성 관련 점검은 전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만한지를 살피는 것이다(양은석, 2010:97).

4) 비켄바흐와 데이비스에 의하면, 수용가능한 전제에는 정의상 참이거나 논리적으로 참인 주장을 포함하는 필연적으로 참인 주장과 상식, 증언, 전문가의 증언 등을 포함하는 우연적으로 참인 주장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논증을 위해 화자와 청자 모두가 수용하는데 합의한 주장이 있다(Bickenbach & Davies, 1996:159).

5) 최훈에 의하면, 논점 일탈을 검토할 때, 제시된 논거의 결론에 대한 주제 관련성과 증거 관련성을 구분하여야 하며, 주제 관련성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논거와 결론 사이에 유관하다고 할 수 없다. 대신 제시된 논거가 결론을 지지하는 증거인지의 관련성을 검토해서 논점 일탈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가려진다(최훈, 2016:46~47).

6) 이어지는 3절은 2022년도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진행된 <의사결정과 토론> 교과목에서 다루어진 학생들의 토론발표문 및 토론담론의 내용을 기초로 하되 각색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7) 논제에는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의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정책논제는 실천 방안에 대해 판단하는 논제이다(이정옥, 2010:50-54).

8)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는, 논리적 오류들 중 ‘우연의 오류’로 이해할 수도 있다. 우연의 오류는 “일반적 원칙을 특수한 상황에 잘못 적용하여 발생하는 오류(김동현, 2019: 208)”이다. 여기서의 “일반적 원칙”은 헌법과 같은 원칙이 아니라 도덕원칙을 일컫는다. 이 점에서 ‘너무 포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는 우연의 오류와 차이가 있다.

9) 본 논문을 통해 토론에서 나타나는 오류 양상에 관한 양적 분석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한계로 인해 오류에 관한 양적 분석을 하기 어려웠다. 우선, 어떤 논증이 오류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논증이 제시된 맥락이나 각자가 가진 정보량, 심리적인 성향이나 가치관 등에 좌우되는 면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양적 분석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토론에서 주장을 정당화하는 좋은 논증을 제시했다고 해도 상대는 그 논증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여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류의 불분명함은 언제든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모든 반론을 방어할 만한 완전한 논증은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누가 더 말이 되는 말을 하느냐에 따라 주장이 더 많은 설득력을 얻을 뿐이다. 제시된 논증을 오류로 분류함에 있어서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었고, 평가자로서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오류로 분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오류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내려 했다. 다음으로 토론에서 논증은 발표문에 해당하는 글의 형태와 대화에 해당하는 말의 형태로 제시된다. 발표문에 해당하는 글에 관한 오류를 양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대화 형태로 제시된 논증의 오류를 전부 다 담아내는 데에는 제한이 많았기 때문에 양적 분석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10) 토론의 입론, 반박이나 최종 발언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기술 내적 근거인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느냐가 설득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박삼열, 2015:256).

참고문헌

김동현(2019). 논리적 사고, 한올.

박삼열(2015). “토론과 수사적 설득”, 철학탐구 37, 237-260.

양은석(2010). “공학도를 위한 논리: ‘발표와 토론’을 위한 논리교수⋅학습 모형”, 논리연구 13(2), 83-116.

이연정(2021).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분석”, 어문론집 86, 중앙어문학회, 611-637.

이정옥(2010). 토론의 전략, 문학과 지성사.

최훈(2016). 변호사 논증법, 웅진 지식하우스.

홍지호, 여영서(2021).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구분 기준”, 논리연구 24(1), 53-83.

Copi, I. M, Cohen, C(1996). Introduction to Logic, Pearson Education Limited, 2014.

Bickenbach, J. E, Davies, J. M(1996). Good Reasons for Better Arguments:An Introduction to the Skills and Values of Critical Thinking, London: Broadview Press.

Hansen, H. V, Pinto, R. C(1995). Fallacies:Classical and Contemporary Readings, Penn State Press.

Johnson, R, Blair, J. A(2006). Logical Self-Defence, 3rd ed. New York: international debate education association.

Kruger, A. N(1960). Modern debate:Its logic and strategy, New York (State): McGraw-Hill.

McDowell, J(1994). Mind and World, Harvard University Press.

Wilson, D, Sperber, D(2006). “Relevance theory”, Edited by Horn L, Ward G, The Handbook of Pragmatics, 607-632. Black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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