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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1); 2023 > Article
교양교육의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재설정에 관한 연구

Abstract

최근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전담 조직과 교원의 수에서 가장 큰 성장을 했다. <한국교양교육학회>는 회원이 2,000명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고, 『교양교육연구』 를 인용하는 IF (Impact Factor) 지수가 ‘복합학’에서 1위, 전체 학술지로는 7위를 차지할 만큼 학문적 성과도 비약적 성장을 했다. 한국에서 학문적 위상을 설정하는 좌표이면서 연구지원 사업을 위한 국가 R&D 예산의 몫을 분배하는 준거로 사용되는 것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이다. 앞에서 열거한 한국교양교육학회의 규모와 저널의 수준은 ‘대분류-중분류-소분류-세분류’로 위계화된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서 적어도 중분류 이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양기초교육’이란 이름으로 가장 낮은 단계인 세분류에 위치해있다. 이런 분류체계는 교양의 학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학술연구활동 및 연구지원에 있어 현실적으로 적절한 평가를 받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교양교육학회, 전국교양교육협의회,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연합해서 그런 모순을 시정하는 많은 시도를 지속적으로 했다.
본 연구는 그동안 노력을 역사로 정리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에 부응해서 교양의 <학술연구분야분류표>상 위치를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재설정할지에 대해 모색했다. 융합인재 양성을 요청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문 분야의 분류(分流)가 아니라 서로 연결하는 합류(合流)를 지향하면서 교양 르네상스가 일어난다.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의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교양의 지식범주에 관한 문제라면,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교양의 개념화를 어떻게 하느냐로 그 이후의 분류방식이 결정된다. 교양의 범주와 개념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는 ‘교양학’이란 학문 분야의 신설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서 교양학의 학문적 위상을 위해,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타고 대분류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교양은 “인간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지식”을 포괄하기에 문과 및 이과의 여러 기초학문의 중분류로 위치시키는 방안이다. 셋째는 종래 가장 유력하게 논의됐던 안인, 대분류 복합학의 중분류로 조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의 재설정은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본 연구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를 구체적으로 3가지 안을 제시하였다는 점과 학술연구분야분류에 대한 앞으로의 제도적 논의를 대비한 선제적인 준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bstract

In recent years, general education has grown more sharply than ever in the number of dedicated organizations and professors in universities. The “Korea Association of General Education” has grown rapidly into an organization with more than 2,000 members, and its academic achievement has grown so rapidly that the IF (Impact Factor) of the Korean Journal of General Education ranked 1st in the major category of ‘Complex Studies’ and ranked 7th among all academic journals.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s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is used as a coordinate for establishing academic status in Korea and as a criterion for distributing shares of the national R&D budget for research support projects. The organizational size of the Korea Association of General Education and the academic level of its journal definitely deserves a higher ranking than the ‘Medium Classification’ in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which is hierarchically divided into “Large Classification, Medium Classification, Small Classification and Detail Classification.” However, in reality, it is located in ‘Detail Classification’, which is the lowest rank under the name of ‘Basic and General Education’. This classification system does not sufficiently reflect the academic characteristics of general education. As a result, it is difficult to receive an appropriate evaluation in terms of academic research activities and research support. Over the past decade, the Korean Association for General Education, the National Council for General Education, and the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General Education have continuously made many attempts to correct such contradictions.
This study summarized the past efforts into a history of Korean general education and sought where and how we should relocate general education in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in order to live up to the spirit of the era of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In the era of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which calls for fostering convergence talents, a renaissance of general education designed for a fusion of the academic fields, is expected, instead of one that promotes specialization. If the placement of general education in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is a matter falls under the knowledge category, the subsequent classification method is determined by how, in our times, we can conceptualize general education. In order to study the category and concept of general education, it is necessary to establish a new academic field called ‘General Studies’.
This study proposes to set the academic status of ‘General Studies’ in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in the following three ways. The first option is to take the spirit of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upgrade it to the ‘Large Classification’. The second option is to position it as a division of various basic studies in humanities and sciences, because ‘General Studies’ encompasses “almost all knowledge that humans need to know.” The third option is to adjust it to the middle classification under the Large Classification of ‘Complex Studies’. Ultimately, the resetting of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is to secure the identity and independence of general education. This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specifically presented three options for the <Classification Table of Academic Research Fields> and that it is a preemptive preparation for future institutional discussions on the classification of academic research fields.

1. 교양교육의 정상화와 교양의 학문 정체성

교양교육은 대학에서 전체 학부 교육의 1/3 이상을 일반적으로 차지한다. 일례로 경기대학교의 경우 2022년 1, 2학기를 통합해서 학부 전체 강좌 수에서 교양과목 비율은 33.6%(1,532/4,563)이다. 교양과목을 수강한 연인원은 그보다 많은 전체 학생의 44.3%(67,376/152,030)이다. 졸업생이 이수한 총 학점 비율로 보면 45%(63.9/142.1)로 더 높다. 이 통계가 말해주듯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비중은 어느 전공이나 학부 교육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중이 크다. 대학교육이 교양으로 편중된 이유는 교육과정 자체를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 선택이 낳은 결과다. 그것을 알려주는 통계가 교양과목의 개설과목 수와 학생들이 그것을 이수한 학점 수의 비율로 33.6% 대 44.3%로 10% 이상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대학에서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가 대학의 이상으로 제시했던 “학문을 통한 교양(Bildung durch Wissenschaft)”을 모범적으로 구현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89.66%가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독립 조직을 갖고 있다(윤승준, 2022a).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이다. 무엇보다도 교양교육을 누가 담당하고 있느냐의 통계가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교수 임용방식이 다른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국립대학의 교양교육 전담기관에는 전임교원이 거의 없지만, 전임교원의 교양 강좌 담당 비율은 40%를 넘는다. 그런 이유는 각 단과대학 학과 전임교원들이 교양 강좌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전공과목이 교양을 식민화해서 교양교육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교양교육 전담기관에 많은 전임교원을 임용한 사립대학에서는 교양 강좌의 전임교원 담당 비율은 국립대학보다 20% 이상 높지만, 그들은 대부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들1)이다(윤승준, 2022b).
대학에서 차지하는 교양교육의 큰 비중에 비해 그 위상이 매우 낮아서 생겨난 심각한 문제가 ‘교양 없는 교양대학’으로 전락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2)에서 2018년에는 교양교육 3점, 전공교육 4점으로 차등을 뒀던 것을 2021년부터는 공히 7점으로 올리는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대학 평가지표를 조정하는 것으로 교양교육 강화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평가만을 전담하는 조직을 키워서 실제 교양교육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벌여 실적을 보여주는 보고서 작성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평가지표로 가시화되는 교양교육의 양적 팽창보다 중요한 것이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교양 전담 조직을 만들고 거기에 많은 수의 교양 담당교원을 배치하는 것은 교양교육의 정상화를 위한3)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많은 사립대학의 경우 교양대학의 급성장은 전공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교수들’의 집합지로 교양대학을 활용한 것도 한 몫 했고, 그렇기에 대수의 ‘교양’ 없는 교수들이 교양대학에 다수 포진해 있는 비정상은 교양교육과정 개편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작용을 낳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는 보이는 지표나 형식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에서 교양교육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것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상당수 대학에 교양을 전담하는 기구가 설치돼 있다면, 중요한 것은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느냐이다. 교양교육의 하드웨어가 상당한 정도로 마련된 다음에는 교양을 교양답게 가르치는 소프트웨어를 정착시키는 내실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교양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양을 교양답게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와 목적부터 전체적인 차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교양은 일반적으로 인간다움의 품성과 사회가 요청하는 기본 소양 및 역량을 길러주는 포괄적 교육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해된다. 역사적으로 모든 시대에 교양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교양의 원형을 이루는 용례를 보면 artes liberales, humanitas, paideia, Bildung, Culture, 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tion 등 다양하다. 그것들 모두는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이지만, 우리가 쓰는 교양은 근대로의 전환기에 일본인들에 의한 독일어 Bildung의 번역어다. 동아시아에서 인문(人文)은 교양의 인격적 측면을 강조한다. 전통시대 유교와 성리학의 심학(心學)은 사대부를 위한 교양이었다. 윤리 도덕에서 지식으로, 곧 인격을 배양하기 위한 보편 지식으로서 교양 개념은 막스 베버가 “세계의 탈주술화”라고 규정한 근대의 합리화 과정을 함축한다. 메이지 시대 일본인은 ‘문명개화’를 위해 서구의 근대적 지(知)를 수용하는 맥락에서 교양의 번역어를 만들어냈다(신인섭, 2004).
우리 시대 교양교육의 특징은 근대로의 이행기에 필요한 시민과 국민 교육과는 다른 융합 인재양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분류(分流)가 아니라 합류(合流)가 요청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교양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시대 교양교육의 애매함은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부터가 교양교육, 인문교육, 자유교육, 일반교육, 기초교육, 교양기초교육, 기초교양교육, 인문교양교육, 자유인문교육, 일반교양교육, 자유교양교육, 자유학문교육, 자유학예교육, 리버럴아츠교육, 보편교육, 소양교육, 공통교육, 기초공통교육, 전공기초교육, 전문교양교육, 생활교양교육 등 천차만별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백승수, 2019: 141). 영어 표기는 이 보다는 덜 복잡해서 흔히 Liberal arts, 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이 혼용된다. 대학 교양교육의 지원 및 협력 기관인 한국교양기초교육원과 한국교양교육학회는 General education의 영문명을 사용한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기관명은 용어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 다양성은 각 대학이 교양교육의 특성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교양교육의 애매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손승남, 2020: 24-25한국교양기초교육원(2022). “특별기획 좌담회: 교양교육의 <학술연구분야분류표> 개선 노력 및 개편방향”, 두루내 39, 7-19). 여기에 현재 교양기초교육의 분류체계로는 교양의 학문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학술연구활동 및 연구지원(연구 과제 접수와 심사, 평가, 논문접수 등)에 있어 현실적으로 적절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체계로부터 부합하는 것이 없고 심사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교양 내에서 복합학, 기타 인문학, 교육학 내 기초교양, 학제간 연구 등으로 다양하게 학술체계가 분산되어 있어 학술의 일관성, 체계성, 적확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학술적 응집력이나 학술의 고유성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므로, 교양의 최신 학술 동향 및 질적, 양적인 발전에 따라 학술연구분야분류 체계의 개편이 시급히 필요한 점과도 맞물려 있다.
명칭을 가리키는 용어의 불명확함은 아직 의미가 불확실하다는 징표이고, 학문 세계에서 이름과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개념과 범주이다. 결국 교양의 개념과 범주가 아직 확고히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명칭의 혼란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그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식의 나무에서 교양이 지금보다 더 확고한 자기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양의 역사와 철학 및 나름의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학문분야의 주체적 설정은 필요불가결하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학술연구분야분류를 재설정하기 위해, 그동안 연구의 역사와 현황을 일차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학술연구분야분류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2.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재설정의 근거와 노력의 역사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은 지식의 입력(input)과 출력(output), 이론과 실천의 선순환의 체계를 형성한다. 오늘날 교양도 그런 학문 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성숙됐다. <한국교양교육학회>는 급성장을 해서 최근 회원이 2,000명이 넘었다. 주요 학회의 대략적 회원 수로 한국경제학회가 5천 명, 한국정치학회가 3천 명 정도인데 비해, 한국사회학회는 5백여 명으로 파악된다. 규모로 보면, 한국교양교육학회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의 중분류 이상의 학문적 위상을 가진 학회이다. 저널의 측면에서도 1년에 6번 나오는 『교양교육연구』는 발간 횟수상의 최상급 학술지이다. 또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인용색인(https://www.kci.go.kr/kciportal/main.kci) 통계에서 보면, 『교양교육연구』은 최근 2년 KCI 영향력지수(Impact Factor)가 3.71로 대분류 ‘복합학’ 총76종 학술지 중에서는 1위이고, 전체 학술지에서는 7위이다. 그밖에 다른 교양교육과 연관된 학술지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 『사고와 표현』(한국사고와표현학회), 『리터러시연구』(한국리터러시학회), 『교양학 연구』(중앙대학교 다빈치미래교양연구소)와 등재후보지로, 『교양교육실천연구』, 『교양학연구』, 『교양교육과 시민』, 『후마니타스 포럼』, 『지식과 교양』 등 거의 10종에 달한다. 그 외 등재후보지까지 하면 족히 20여 종이 넘는다. 이 같은 학문적 위상에 비추어 볼 때, 교양이 교육학의 범주를 초월해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실재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학문적 위상을 학문분류체계상의 위치를 어디에 어떻게 설정하느냐이다.
근대 학문은 전문화를 통해 점점 더 분화되는 가지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체계화됐고, 그에 부합해서 대학의 학과가 제도화되었다. 그렇게 구성된 학문 생태계에서 연구와 교육의 지형을 구획하는 지식의 맵(map)이며 연구지원 사업을 위한 국가 R&D 예산의 몫을 분배하는 준거로 사용되는 것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이다. 근대 국가체계에서 난민처럼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무국적자가 되면, 여행의 자유나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그런 것처럼 교양교육은 1999년 제정되고 2009년 소폭 개정된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학문세계의 난민이었다. 그런 불후한 신세에서 매우 초라할지언정 그래도 학문적 시민권을 획득하는 창업공신의 역할을 손동현 기초교양교육원의 초대 원장이 했다. 2011년 당시 손 원장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처음에는 “(대분류)복합학>(중분류)교양기초교육연구>(소분류)기초교육/교양교육>(세분류)사고교육/의사소통교육/기초과학”을 제안했다가, 여러 심층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이듬해 “(대분류)복합학>(중분류)학제간연구>(소분류)교양기초교육(세분류)” 신설을 최종안으로 제출했다(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12). 이에 한국연구재단은”(대분류)사회과학>(중분류)교육학>(소분류)분야교육>(세분류)교양기초교육”으로 최종 결정을 통보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근거는 “연구관리 및 지원 사례 등을 종합적 유기적으로 검토하였던 바, 사회과학(교육학/분야교육)의 교양기초교육 분류체계에서도 선정절차 및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확보 가능하며, 더불어 교양기초교육을 지원/육성하고자 하는 본연의 취지도 고려 검토함”(한국연구재단, 2012)이었다.
최근 『두루내』 39호 특별좌담회에서 여러 관계자들이 증언했듯이(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22), 지난 10년 동안 세분류라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교양교육을 두 단계 뛰어넘는 중분류로 격상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런 노력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던 것이 2017년도 한국교양교육학회의 지원을 받아 손승남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해서 수행한 정책과제이다(손승남 외, 2017). 그 연구를 기초로 해서 기존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2안이 집중 논의됐다. 하나는 교양의 자리를 대분류 복합학의 중분류로 신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복합학의 기초학문 각각에 중분류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2019년 당시 유홍준 한국교양교육학회장은 국회, 교육부와 다른 학술단체 등 관련된 거의 모든 곳과 소통해 협조를 받아내서 대분류 ‘복합학’ 아래에 중분류로 ‘교양/기초/융합교육’으로 조정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한국교양교육학회, 2019). 이에 따라 2020년 1월에 한국연구재단의 융⋅복합단이 분류체계 정리와 전산 탑재를 담당하는 부서로 결정을 이관한 것까지 확인했는데도 막판에 그 모든 것이 백지화됐다. 왜 그렇게 무산됐는지에 대한 관련 부처나 기관의 속 시원한 해명은 없었고, 단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의 개정을 앞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구실로 그 시점까지 재설정을 유보하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추진전략으로 재시도 할 것인가? 내부 역량을 집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외부를 향해 교양교육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융합인재 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의 개발이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기회를 맞이하면서도 도약하지 못하는 약점이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디지털 문명시대에 인문학이 여전히 창의성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창의성을 키우는데 교양교육이 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지만은 않다. 대신 과학이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학문을 주도하는 것은 인문학과 교양교육이 아니라 기술과 측정하는 과학이다. 오늘날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유전공학, 뇌 과학 등의 첨단 과학 지식을 토대로 하거나 인용하지 않고 인문학자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각 시대는 나름의 교양 개념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인류세와 포스트 휴먼 시대의 도전에 응전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인문학과 과학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교양 모델이 필요하다. 교육의 차원을 넘어 메타학문(meta-science)으로서 ‘교양학’(정연재, 2021)을 모색하지 않고는 그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없다.
키케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목적(quae ad human- itatem pertinent)에 봉사하는 모든 학문은 서로가 서로를 묶는 공통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고, 마치 혈연에 의해 연결된 것인 양, 상호 결속되어 있다(『아르키아스 변호』, 제2장)”(안재원, 2010: 98)고 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실존적 삶을 연구하는 인문학이 통합 학문으로 성립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 대학에서 교양은 담당 교수의 분야에 따라 수업의 내용은 다르지만, 로스블라트(Sheldon Rothblatt)가 말하는 당대인을 위한 “삶의 예술(the living arts)”을 가르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Rothblatt, 2003). 그런 맥락에서 ‘교양학’은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던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과 같은 것으로 여러 전공분야가 연결돼 엮어질 수 있는 범주로서 유용하다. 그렇다면 교양이 그런 학문적 정체성을 가질 때 <학술연구분야분류표>의 어디 위치하는 것이 교양교육의 정상화는 물론 문명의 대전환을 선도하는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3. 재설정을 위한 3가지 안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류가 유일하게 신체의 하드파워를 넘어 문화적인 소프트파워를 계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분류하는 능력에서 비롯했다. 『분류의 역사』를 썼던 알렉스 라이트(Alex Wright)는 분류는 인류의 본능이라 했다. “사물을 분류하는 능력은 인류의 위대한 진화적인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인류는 지구에 출현한 이래 생존을 위해 주변 세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해 왔다. 어떤 동물을 먹을 수 있으며, 어떤 식물에 독성이 있는지 등에 관한 지식이다.”(라이트, 2010: 42) 인간의 분류하는 특성은 인지능력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이원적 변별력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두뇌가 생각들을 서로 연결하는 편재화의 기능이다(라이트, 2010: 45).
인간이 세계를 지식으로 구성하는 학문을 만들어냈기에 가르치고 배우는 집단학습을 하는 동물로 문화적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런 학문의 토대가 되는 것이 인간의 분류하는 속성이다. 근대 학문은 탈주술화 된 합리적인 분류체계로 지식의 나무를 세분화해 전문화 하는 것으로 성립했다. 분류체계를 구성할 때 구분과 연결은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학문분야들이 세분화될수록 연결은 약화되는 경향성이 생겨났다. 그래서 발생한 역효과가 학문분과의 구분이 연결을 끊고 경계선이 되어 자기 영역을 성역처럼 지키면서 팽배해지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라 일컬어지는 학과 이기주의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두 기능은 교육과 연구다. 교수는 자기가 연구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전문인이다. 그런데 교양을 가르치는 대다수 교원은 박사학위를 교양(또는 교양학)으로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공으로서 교양박사(학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양을 가르치는 교수자의 경우 연구와 교육이 불일치한 현상도 발생한다. 예컨대 연구는 본인 전공 연구를 하고, 교육은 교양교과목을 담당하는 경우이다.4) 물론 교양대학에 소속돼 있으면서 자신의 전공을 적극적으로 살려 교양교육에 접목하여 연구와 교육을 일치시키는 교수자가 훨씬 많다. 이는 앞서 『교양교육연구』를 비롯한 많은 교양학술지에 실린 연구 논문 편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예는 특정한 단과대학에 소속해 있으면서 특정 전공의 내용을 교양의 형식, 곧 전공지식을 넓게 가르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5)이다. 이 두 가지 예는 모두 교양교육의 정체성이 성립되지 않은 채 교양교육을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그 자체로는 연구하지 않은 교육이나 깊은 전공지식을 넓게 가르치는 것을 통해 인간다움을 형성하는 교양의 본래 목적과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우리 시대 교양의 과제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느냐이다. 그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의 장을 열기 위해서는 교양을 교육학의 범주로부터 탈피시켜서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상에 새로운 학문 분야로 ‘교양학’을 신설해서 교육과 연구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그럼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청하는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산실이 마련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나의 학문 분야로 독자성을 확보하려면 먼저 그것이 추구하는 지식의 범주와 개념부터가 명확히 정의돼야 한다. 학문을 분류할 때 차이를 나누는 경계를 설정하고 그렇게 구분된 것을 집합적으로 묶어서 전체와 연결된 사물의 질서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 범주와 개념이다. 결국, 교양의 범주와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로 “대분류-중분류-소분류-세분류”로 지식의 사슬을 연결한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상의 교양의 위치가 결정된다. 지식과 학문 분야 가운데는 스케일이, 비유적 표현으로 바위, 자갈, 모래가 있을 수 있다. 학문의 분류체계를 세운다는 것을 그것들을 하나의 부대로 쓸모 있게 담아서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렬하여 배치하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바위, 자갈, 모래를 하나의 부대에 확실하게 담아내는 방법이 일단 큰 바위들부터 차례대로 넣고 사이를 자갈로 끼우고 남아있는 틈새를 모래로 채우는 것이다. 만약 그 반대로 하면 한 자루에 바위, 자갈, 모래를 꽉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과와 문과의 주요 기초학문분야를 포괄하는 교양의 지식의 규모는 큰 바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행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서 교양은 가장 낮은 단계인 세분류 ‘교양기초교육’에 위치에 있다. 이는 바위를 모래처럼 끼워놓은 꼴이라서 비정상인 분류표이다
분류표상에서 교양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방안은 시대정신의 경향성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느냐, 아니면 실현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연결과 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정신의 바람을 타고 교양의 메타학문으로서 잠재성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학문적 위상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 ‘교양학’ 대분류를 신설해서 분류로 나눠졌던 학문분야가 다시 모이는 합류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하지만 기존에 세분류로 있었던 분야를 갑자기 대분류로 격상시키는 조처는 매우 이례적이라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언젠가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대분류 안도 선제적으로 제안하였다. 실제 성취 가능한 두 번째 안이 어느 학문분야보다 급성장한 학문적 위상을 반영해 ‘중분류’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럴 때 문제는 어떤 대분류의 하위범주로 위치시키느냐이다. 종래 이 문제에 관해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됐고, 본 연구에서는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교양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정의는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내린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Alles, was man wissen muss)”(슈바니츠, 2001)이다. 그렇기에 교양학은 거의 모든 기초학문 대분류 밑의 중분류로 설정될 충분한 이유를 가진다. ‘교양학’은 먼저 교양의 지식 범주가 대분류에 위치한 여러 기초학문과 연관성을 갖기에 그 밑의 중분류로 설정하는 것과, 교양 지식 개념의 복합성을 준거로 해서 복합학 대분류 아래 중분류를 신설해서 배치하는 2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결국 교양학을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상의 어디에, 어떻게 위치시키느냐는 교양의 범주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에 달려있다. 교양의 지식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따라 대분류-중분류-소분류-세분류로 구성된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서 교양학의 위상이 정해지고, 거기서 교양학이란 새로운 학문영역을 구획하는 방식은 교양의 개념화를 어떻게 하느냐로 구현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교양의 지식 범주를 대분류 내지는 중분류로 격상시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교양의 개념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다음 3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3.1. 대분류 ‘교양학’

근대에서 지식의 나무는 가지치기로 분화해서 전문화를 지향하는 형태로 성장해 학문의 체계를 형성했다. 학문이 나눠질수록 지식의 양은 커지고 학문 종(種)의 다양성은 늘어나는 진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학문 분야 사이 구별 짓기가 많아질수록 소통과 연결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소통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높아지는 역효과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나름의 기준을 설정해서 분류해 지식으로 구성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자연에 적응하면서 생존하는 동물과 다르게 자연을 인간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바꾸는 문화적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인간은 분류하는 본성을 통해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구별을 하는 변별력과 그렇게 나눈 것을 다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식의 대사슬을 엮어냈기에 자연과 문화의 공진화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자연적 진화로부터 날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해서 비행기를 발명해서 어떤 새보다 하늘을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날 수 있는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분업의 목적은 협업이다. 그 두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학문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노력의 결정체가 학문의 분류체계다. 근대 학문에서 분과학문(discipline)으로 나눈 것을 다시 접합하는 협업의 방법으로 추구한 것이 학제 간 연구(interdisciplinary research)이다. 학제 간 연구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분과학문들이 공동의 연구주제를 갖고 협동연구를 지향한다. 여기서 각 학문분과의 전문성과 고유성이 유지되는 물리적 결합이 이뤄진다. 예컨대 설탕이 물에 녹아서 설탕물이 됐다고 해서 설탕과 물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수소(H)와 산소(O)가 결합하여 물(H2O)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려면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야 한다.
모든 지식과 정보를 0과 1의 이분법적인 디지털 기호로 변환해서 빅데이터로 만들고 인공지능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사고실험을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런 학문 분야 사이 화학적 결합이 일어날 수 있는 지식 생태계의 조건이 마련됐다. 오늘날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등의 자연과학과 전자공학 사이 구분과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애매해지는 방향으로 학문이 진화한다. 예컨대 자율주행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컴퓨터이기에 자동차 회사와 전자 회사가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그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을 받는 것이 이전에 계속 나눠졌던 학문분야들이 다시 하나로 수렴(convergence)하거나 융합(fusion)을 지향하는 초학제간 연구(trans-disciplinary research)이다.
근대에서 학문과 교양의 차이는 전자가 특정 전문 분야에 탁월한 지식을 가진 학자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종합적 사고와 통찰력을 가진 르네상스 인간형을 교육의 이상으로 설정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중점이 전자에서 후자로 바뀌면서 교양 르네상스가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평생 직업은 사라지고, 지금의 대학 졸업생은 적어도 6번 내지 10번 정도로 직업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교육이란 기성세대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미래세대에게 전수하는 집단학습을 의미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일어나면서 그런 교육의 패러다임이 붕괴하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대 사이에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역전되어, 디지털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부모세대가 초가속 시대를 따라가기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자식세대에게 묻고 배워야 하는 일 벌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현실 공간을 점령하면서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4차 산업혁명이 문명의 대세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발생한 위기상황이 10년은 걸릴 거라 전망했던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단 1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뤄지면서 ‘초가속(Hyper-Acceleration)’ 시대가 도래했다. ‘초가속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경향성이 이전의 비정상적이었던 것이 새로운 정상으로 자리를 잡는 ‘뉴노멀(New normal)’ 현상이다.
앞으로는 ‘뉴노멀’을 조건으로 해서 교육과 기업 그리고 국가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다윈이 말했듯이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가장 변화를 잘 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라면, 초가속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가 길러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른 것이 회복력(resilience)이다. 지금 인류는 유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가장 빠르게 경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로 가시화 되는 인류세 대멸종 위기는 화석에너지를 토대로 이룩한 근대 문명모델의 리셋(reset)을 통한 생태적 전환을 요청한다.
인류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지각에 있는 원소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태양에서 온 복사 에너지를 지구 환경이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이기에, 아직까지 지구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지구생활자’로서 인류 종의 종말을 예고하는 징조일 수 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력을 복원하려면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의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의 시대를 이끈 효율성의 원칙은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등극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세상 속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 (리프킨, 2022: 220)에 적응하는 회복력에 입각해서 문명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21세기 교육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예상할 수 없는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느냐이다. 이에 따라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었다. 인류 역사에서 교육이 목표로 했던 인재상은 크게 아래의 [그림 1]처럼 I-T-M자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비알릭⋅홈즈, 2020: 34).
[그림 1]
I-T-M자형으로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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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자형 인재는 전통시대의 장인처럼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명인을 지칭한다. 그런 인재상과 대조해서 IBM의 빔 스포러(Jim Spohrer)는 넓은 영역의 지식 기반을 갖추고 하나의 특정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T자형 인재 유형을 만들어냈다. T자형 인재상이 종래 일반적인 수직적으로 전공교육을 심화하는 것과 함께 수평적으로 인식지평을 넓히는 교양교육을 하는 대학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T자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현재 정년을 맞이하는 세대까지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토대로 평생직장에서 평생 직업으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유망했던 직업이 갑자기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시대에 T자형 인재는 회복력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 어느 한 분야만을 깊이 알고 천착했다는 것이 뉴노멀의 문명 조건에서는 경험의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과거 성공 신화를 창조해서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오늘날의 MZ 세대에게는 ‘꼰대’로 비춰진다.
뉴노멀 환경에서는 빠른 변화와 기존의 지식체계를 무용하게 만드는 ‘블랙 스완(Black Swan)’ (탈레브 2018)이 계속 출현한다. 그런 문명 조건에 대응해서 빔 스포러가 회복력을 가진 새로운 인재상으로 제안한 것이 M자형 인간(M-shaped person)이다. 그렇다면 한 분야를 깊이 파는 것 대신에 여러 분야로 전문성을 계속 확장할 줄 아는 자기주도로 평생학습을 하는 M자형 인간을 어디서 어떻게 육성해 낼 것인가? 전공교육이 T자형 인재를 목표로 한다면, M자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바로 교양이다. 다음의 제 1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해 ‘M 자형’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교양학을 <학술연구분야분류표>에서 가장 큰 범주인 대분류로 설정하고 교양을 개념화해서 체계화하려는 시도이다. 교양학에 대한 개념은 ‘인간, 사회, 자연, 디지털 문명 등 다양한 학문적 영역을 통해 교양인으로 성장하여, 한 사회의 구성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하고, 나아가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양학문, 전인교양교육’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도 능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 바탕이 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을 포함한다.
학술연구분야분류는 시대적 변화 및 상황에 따라 수정, 첨가, 재배치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학문의 현실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학문연구분야분류의 재설계 전문가 심층인터뷰에서도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한, SDGs(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분류체계의 한 적용 분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현재 대분류 체계 내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개 목표 중, ‘인권⋅정의⋅평화’ 등도 해당되지만, 특히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이라는 측면’(박미영, 2019: 127)에서는 <표 1> 대분류 학술 분류에 교양학이 가장 부합한다.
<표 1>
대분류 안
Code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교양학 일반교양6) 교양일반 교양학철학, 교양학정책, 교양학과정, 교양학교수법, 교양학역사
교양인문 교양어문학, 교양역사, 교양고고학, 교양철학(미학, 윤리학), 교양문화, 교양예술
교양사회 교양정치학, 교양경제학, 교양심리, 교양인류학
교양과학 교양수학, 교양생물, 교양화학, 교양물리, 교양지구과학, 교양생명과학, 교양천문학
기초교양 의사소통교육 글쓰기, 말하기, 고전읽기, 디지털 리터러시, 문해력
사고교육 비판적⋅창의적사고, 수리⋅통계적 사고,
외국어교육 외국어 글쓰기, 말하기, 읽기,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
기초과학, 수학교육 기초수학,기초생물,기초화학,기초물리,기초지구과학,기초생명과학⋅기초천문학 등 기초교육
디지털교육 컴퓨터기술(소프트웨어, 코딩), 각종 디지털 사용 도구(기술), 빅데이터 교육
예술교육 기초체육, 기초음악, 기초미술, 기타기초예술
기타교양 융복합교육 융복합교양, 융복합교양기초교육, 융복합교양인문과학, 융복합교양예술
시민교양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체험 교육, 인성⋅환경⋅세계시민⋅리더십

3.2. 대분류 기초학문의 중분류 ‘교양학/자유교육’

고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까지 교양을 지칭하는 용어는 각 시대마다 달랐지만, 인간다움의 품성과 인간의 존재의미를 고취하는 교양은 교육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교양은 자유인으로서 삶의 기술을 가르치거나 기독교인 내지는 시민과 국민을 위한 일반 교육으로 여겨졌다. 그런 교양의 지위가 쇠락하는 것은 분과학문으로서 정체성을 가져야만 과학으로서 지위를 획득하는 근대 학문체계가 정립되면서부터다. 한국연구재단이 “연구자정보관리, 학술연구지원의 관리 통계, 대학의 연구활동 실태 등의 조사, 인문사회분야 연구과제의 접수와 심사 및 평가자의 선정 등”에 활용7)하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는 그런 근대 학문체계에 입각해서 편성됐다. 여기에서 교양은 옆에서 지적했듯이 가장 낮은 세분류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지식을 포괄해 연결을 통한 융합과 혁신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유 학예이자 일반 교육으로 교양이 다시 부상한다. 그런 시대정신에 따르면, 교양학을 <학술연구분야분류표>상의 대분류로 설정하는 것은 파격이 아니라 전통을 복원하는 ‘오래된 미래’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학문 현실에서는 제1안 대분류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나온 현실적인 대안이 중분류로 설정하는 방안이다.
교양학을 중분류로 설정할 때, 문제는 어떤 대분류 아래에 위치시킬 것이냐이다. 그 문제 역시 교양의 범주와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데, 지금까지 논의는 대체로 2개의 안이 유력하게 각축을 벌였다. 하나는 교양을 가장 포괄적으로 정의해서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지식”에 한해서, 교양을 ‘교양학’ 내지 ‘자유교육’의 이름으로 모든 기초학문 대분류 밑의 중분류에 둘만한 충분한 명분을 가진다. 실제로 2019년 7월 25일 당시 한국교양교육학회 유홍준 회장은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표준분류 개선요청사항”으로 한국연구재단에 3가지 안을 제안했다(2019년 7월 25일 한국교양교육학회 공문). 1안은 “대분류 ‘복합학’ 아래에 중분류 ‘교양/기초/융합교육’ 위치 요청이고, 2안은 “대분류 ‘복합학’ 아래에 중분류 ‘교양학’ 신설하고 소분류와 세분류의 다양화 요청”, 3안은 “기초학문 대분류 아래에 중분류 ‘교양학’ 신설 요청”이었다. 이 3가지 안 가운데 한국교양교육학회가 우선순위로 정한 선호는 3안-2안-1안 순서라고 했다. 본 연구에서는 그때 제안한 3안을 토대로 여러 기초학문 대분류의 중분류 범주로 교양학/자유교육을 설정하고 교양을 개념화해서 소분류와 세분류를 시도하는 아래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표 2>의 수정안의 특징은 각 기초학문의 중분류로서의 ‘교양학’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인데, ‘교양학’이라는 용어는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정당화가 필요하다. 또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아래에 이미 개별 기초학문이 중분류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교양학’의 중분류 아래 다시 역사학, 철학, 정치학, 경제학, 개별 과학이 세분류로 분류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어야 한다.
<표 2>
중분류 ‘교양학/자유교육’
Code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A 인문학 교양학 (자유교육) 기초교양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외국어
인문학교양 문학, 역사, 철학, 종교학, 예술학
B 사회과학 교양학 (자유교육) 기초교양 연구방법론, 데이터 문해
사회과학교양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C 자연과학 교양학 (자유교육) 기초교양 수리⋅통계적사고, 디지털 문해
자연과학교양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과학학
H 복합학 교양학 (자유교육) 교양학일반 자유교육역사, 자유교육철학, 교양교육정책, 교양교육과정
융복합교양 융복합교육방법론, 융복합교육과정, 기타 융복합교육
이 두 문제는 사실 한국의 교양교육의 현실에서 서로 연관된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교양교육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여 결과적으로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왜곡된 형태로 이루어지게 만든 측면이 있다. 먼저 한국 대학의 학사구조는 모집단위에서부터 학과 단위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러한 구조 속에서 학과의 정체성은 곧 전공이라는 인식 하에 전공교육만이 가장 중요하고 교양이나 전공 외 지식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거나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왔기 때문이다. 교양에 대한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양학’이 학술분류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3.3. 대분류 복합학의 중분류 ‘교양학/교양교육’

2019년 한국교양교육학회 유홍준 회장이 제안한 3가지 안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비교적 많은 공감을 받는 안이 대분류 복합학 밑의 중분류로 교양을 위치시키는 것이었다. 그 방식은 대분류 ‘복합학’ 아래에 중분류로 ‘교양/기초/융합교육’을 넣는 것과, 대분류 ‘복합학’ 아래에 중분류 ‘교양학’ 신설하고 소분류와 세분류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두 가지 안이 반복적으로 논의돼 왔다. 이 두 안의 근본적 차이는 교양을 ‘교양학’이라는 하나의 독립학문 분야를 설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라진다. 먼저 2019년 한국연구재단이 학술표준분류 재설계를 위한 연구용역으로 발주한 정책과제의 보고서에서는 한국교양교육학회, 전국교양교육협의회,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요청을 반영해 <표 3>과 같이 조정/신설을 제출했다(박미영 외, 2019: 112).
<표 3>
조정/신설의 내용(필자가 가독성을 위해 재작성, 원본 내용 그대로임)
No 요청 기관명 요청 내용 검토 내용 임시분류 반영여부
4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한국교양교육학회, 한국교양기초교육원 분야조정/신설(교양기초교육(세)→교양학(중) • 최근 대학에서 교양⋅기초교육에 초점을 두고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의사소통, 문제해결, 융합 사고 등의 증진을 위한 강좌가 강화되고, 인간⋅사회⋅자연 및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이해능력 제고가 고등교육의 필수분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동 교양/기초교육의 분야분류를 통해 지식사회 진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교양⋅기초교육이 융합교육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복합학 내 중분류(교양/기초⋅융합교육)로 재구성). 일부 반영
5 한국교양교육학회
이에 대해 대분류 복합학 내 ‘교양학’의 이름으로 중분류 신설하는 안도 역시 오랫동안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일례로 2018년 8월 24일 당시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박경하 회장,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윤우섭 원장, 그리고 한국교양교육학회 홍성기 회장이 공동으로 작성한 “교양⋅기초교육’ 연구지원 분류체계 개선 요청”을 보면, 복합학 대분류에 교양학 중분류를 제안하고 소분류로 교양학 일반/사고 교육/ 의사소통교육/인문교육/사회교육/과학교육/융복합교육/인성교육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교양이 교육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교양의 범주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독자적인 학문분야로 성립해서 성장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교양에 ‘학’을 붙이는 것은 자유학예라는 본래 정신과 맞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이름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역할을 한다. 견월망지(見月忘指), 곧 “달을 보아야지 손가락을 보지 말라.”라는 말처럼, 교양학은 인류세와 다가오는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고(김기봉, 2022), 중요한 것은 지향해야할 목표다. 따라서 아직은 어색한 이름이지만 일단은 ‘교양학’의 기치를 들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미성숙 상태에 있는 교양학의 빌둥(Bildung)8)에 역량을 집중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취지로 본 연구에서는 복합학 대분류의 중분류로 교양학을 설정하는 <표 4>, <표 5>와 같이 2안을 제시하는데, 그 차이는 미세해서 ‘메타교양’9)을 따로 설정할지의 여부이다.
<표 4>
중분류로 교양학 설정 제1안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주제별, ~16)
복합학 교양학 일반교양 교양인문학, 교양예술학, 교양사회과학, 교양자연과학
기초교양 (사고와 문해력) 사고와표현, 외국어, 수학적문해력, 과학적문해력, 정보문해력
융합교양 인문⋅예술과 사회, 인문⋅예술과 자연, 과학기술과 사회
기타교양 인성교육, 신체적체험, 정서적체험, 사회적체험
<표 5>
중분류로 교양학 설정 제2안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주제별, ~20)
복합학 교양학 메타교양 자유학예, 교양교육설계, 교양교수법
일반교양 교양인문학, 교양예술학, 교양사회과학, 교양자연과학
기초교양 (사고와 문해력) 사고와 표현, 외국어, 수학적 문해력, 과학적 문해력, 정보 문해력
통합교양 인문⋅예술과 사회, 인문⋅예술과 자연, 인문⋅예술과 사회 그리고 자연, 사회와 자연
기타교양 인성교육, 신체적체험, 정서적체험, 사회적체험
이상 크게 세 가지 안을 제시하였다. 완벽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안이다. 앞으로 교양학이외에 교양교육, 자유교육에 대한 용어 선택이나 교양학을 영어로 무엇이라고 명명할 것인가, 소분류, 세분류과 관련해서 더 논의가 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지난 논의에서 더 나아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학술연구분야분류표>를 구체적으로 3가지 안을 제시하였다는 점과 학술연구분야분류에 대한 국가적 논의를 대비한 선제적인 준비라는 점에서 의의를 둔다.

4. 추진 방향과 과제

현 정부는 연금⋅노동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을 3대 핵심과제로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라는 국정목표 아래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습니다’라는 약속이 담겨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2년 12월 16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대학을 가리기 위해 교육부 주도로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해온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교육부는 “평가 대응을 위한 대학의 역량 소모가 과도하고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가 대학별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현장 비판”을 수용해, 앞으로는 정부 주도가 아닌 대학의 자율적 혁신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는 것이다. 2024학년도부터는 교원확보율 요건을 완전 폐지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는 완전히 자율적으로 정원조정을 할 수 있고, 또한 다양한 강좌 개설 수요 및 현장 전문인력 활용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을 현재 1/5 이내에서 1/3 이내로 확대할 계획이라 했다.
그런 조처가 교양교육과 그 담당자에게는 당장은 위기로 다가올 전망이다. 반도체 관련 학과를 비롯해 이공대의 입지는 더욱 넓어지겠지만, 학생들의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을 넘어 대학에서 ‘문망’(문과라서 망했습니다)의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대학에서도 융합형 인재10)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 교양교육과정을 혁신하고, 대학 내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라는 공약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융합형 인재를 교양교육이 선도한다는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학에서 문과의 침식과 이공계의 확장 과정에서 대학 학문생태계의 혼란과 교육의 혼돈이 가중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조정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도태당할 위기에 처한 학문분야를 보전해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결과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융합을 통해 학문 종(種)의 다양성을 낳는 진화의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는 적소(niche)가 교양대학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행운의 여신은 찾아오지만, 준비하는 자가 그때를 잡을 수 있다. 교양으로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특정 전공을 연구한 학자들이 모인 학문공동체에서 교양의 학문분류상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하나의 통일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마 가장 많은 학문 분야가 다양하게 모인 연구자 집단이 한국교양교육학회일 것이다. 다양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그런 현실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고뇌하면서 공통의 해답을 찾는 화두가 될 수 있는 물음이 “나는 무엇을 위해 대학에서 교양을 가르치며 연구를 하는가?”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그 물음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해주는 다음의 이야기를 했다(앤절라 더크워스, 2016). 벽돌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두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 세 번째 벽돌공은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벽돌공은 생업(job)으로 일하지만, 두 번째는 그것을 직업(career)으로 삼는 반면, 세 번째는 소명(calling)으로 한다. 본 연구는 소명으로서 교양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양교육에 맞는 <학술연구분야분류표>가 재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양의 학문공동체와 학문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Notes

1)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신분의 위치가 교양교육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을 준다. 앞서 교양교육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의미도 넓은 의미에서 여기에도 포함된다. 그것은 교양교육이 제도적으로 전공교육과 비교할 때, 불합리적인 면에서 시작된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들의 지위는 비정년트랙 전임이 약 92%이다. 따라서 교양교육에 대한 결정 주체가 되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이러한 현황은 결과적으로 교원의 직위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성, 정체성, 질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남진숙, 2018: 307).

2)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제언한 최근 연구 논문(김혜영 외, 2022)을 참고 하기 바람.

3) 2010년 전후하여 교양교육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과정체계 확립을 위한 움직임이 강조되고 2011년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이 발족 되면서 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학과 중심 교양교육에서 학부 중심의 학사구조로 개편되고,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발전했다. 이에 교기원도 교양교육연구개발 및 컨설팅, 우수모델 확산, 교원역량 강화 등을 통해 교양교육의 양적, 질적 발전에 노력을 해왔다.

4) 이는 앞서 언급했듯 교양교육 담당교원의 처우 문제와 관련 있다. 언제든지 전공학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한 준비의 한 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꼭 자리를 옮기지 않더라도 여러 이유로 교양교육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학술분류표에서 어디에 자리할지 몰라 교양보다 전공을 택해 논문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한편 본래 자신의 전공에 대한 학문적 연구라는 측면도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5) 예컨대 역사교육, 윤리교육, 수학교육 등은 사범대학에 소속돼 있지만 분과학문과 교육학의 이중의 정체성을 갖는다. 이에 비해 사범대학 내 전공으로 존재하지 않는 교양교육의 경우는 이중의 정체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6) 철학과 교양철학, 역사와 교양역사 등과 같이 가령, 전공에서의 철학과 교양에서의 철학은 일반적으로 수업의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에 교양이라는 단어로 그 차이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 합의는 앞으로 더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8) 철학과 교육이 개인의 태도에 녹아들어 인격적,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 갈고닦는 독일적 전통을 말한다. 이런 성숙함은 더 큰 사회 속에서 정신(mind), 마음(heart)을 조화시켜 총체적인 자기다움(selfhood)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9)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양교육의 개념과 이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메타교양교육이다. 메타교양교육은 교양교육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뜻한다(박병철, 2019: 173-176).

10) 현 정부의 융합형 인재, 융합교육 강조는 다분히 경제적, 기술공학적 관점에서 부각된 점도 있고 교양과 교양교육을 도구화, 수단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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