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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4); 2022 > Article
생태문학을 통한 융복합 교양교과목 개발 연구

Abstract

생태문학은 ‘생태’와 ‘문학’이 합쳐진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융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상황에서 그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본 연구는 그동안 개설된 생태교육 관련 교양교과목을 분석하여 그 안에 나타난 성과와 한계점을 통해 새로운 융복합 교양교육 교과목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S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과 D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를 분석하였다. 두 교과목 모두 다양한 학문 분과 영역을 통합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환경과 인문학>의 경우 학습자 스스로 각각의 내용을 충분히 유기적으로 통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미래환경과 위험사회>는 교과목 개발자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강의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칭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를 제안한다. 전반부에는 생태위기와 관련된 수질, 대기, 토양, 핵, 문명 비판, 묵시록적 미래, 생명 등 7개의 주제를 순차적으로 다룬다. 후반부에는 팀별로 7개의 주제 중 하나와 관련 작품을 선정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후, 그 속에 나타난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O주차 강의를 예로 들면, 이형기의 <비오디 피피엠>을 통해 자연과학적 지식을 함양하고, 수질오염과 관련된 현실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지한 후, 최성각의 <약사 여래는 오지 않는다>를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토의⋅토론 활동을 한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고 생태윤리를 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bstract

Ecological literature fundamentally has a convergence nature in that it combines “ecology” and “literature.” Its significance has been highlighted anew in the recent COVID-19 pandemic situation. This study aims to analyze liberal arts subjects related to ecological education and examine their achievements and limitations, thus proposing a new convergence liberal arts subject.
For these purposes, the investigator analyzed “The Environment and Humanities” at S University and “A Future Environment and Risk Society” at D University. Both the subjects have huge significance in that they are designed to be integrated with various academic areas for study. “The Environment and Humanities” leaves room for improvement as it may not help students themselves integrate each content piece fully organically. “A Future Environment and Risk Society” has concerns with the possibility that the success and failure of its lecture can be determined by the abilities and levels of subject developers.
The study proposed a tentative subject “Ecological Crises in Ecological Literature” to solve these problems. In the former part, it covers sequentially seven topics related to an ecological crisis including water quality, atmosphere, soil, nuclear weapons, criticism of civilization, apocalyptic future, and life. In the latter part, it selects a work related to one of the seven topics for each team, analyzes its content, and proposes ways to overcome an ecological crisis in it. The lectures in Week O, for instance, will help students cultivate their natural science knowledge and recognize the reality of water contamination via various media based on Lee Hyeong-gi’s BOD PPM and then provide discussion and debate activities to analyze Bhêchadjaguru Shall Not Come by Choi Seong-gak and find fundamental alternatives. Such activities are expected to help students develop their ecological sensibility and embody ecological ethics.

1. 서론

융복합이란 여러 가지 지식, 아이디어, 방법 등을 서로 섞어(fuse) 연결하고(connect) 통합하여(integrate) 새로운 개념적, 물리적, 문화적 결과물로 수렴시키려는(converge) 논리적이면서도 유연한 과학적 사고나 행위이다(조병영, 2020). 융합(融合)이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새로운 것으로 합쳐지는 의미로서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한다면, 복합(複合)은 서로 다른 것들이 물리적 결합을 통하여 합쳐지는 양상이다(유리, 2018). 즉 둘이 완전히 하나로 수렴된다면 ‘융합’에, 각각의 특성을 그대로 둔 채 전체를 구성하게 된다면 ‘복합’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특성상 이 둘이 완전히 분리된다고 보기 어렵고, 교육적 활동이 그렇게 작동할 수도 없다는 측면에서 ‘융복합’1)은 하나의 용어로 굳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융복합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을 전후한 시기2)라 할 수 있다.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융복합에 대한 관심은 이제 10여 년 이상 시간이 지나왔다. 이희용(2010)에 따르면 2010년도에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 성균관대, 덕성여대, 가톨릭대, 동국대, 건국대 등이 융복합과 관련된 교과목을 개설하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의 벽을 허물고 학문 간의 연계성을 강조하면서 통합적인 사고를 끌어내려는 융복합은 실제 교육 현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강 형식의 일회성 강좌의 개설이나,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학을 적당히 섞어 구성하는 복합적 강의 구성, 특정 영역을 중심에 두고 다른 분과 학문을 적당히 끼워 맞추어 개설하는 강좌 등이 바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융복합에 대한 관심에 비해 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의 융복합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다. 첫째, 대학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공고한 분과 학문체계가 그 원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같은 위기감의 고조와 함께 학과 존폐까지 위협받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각 분과 학문의 위축에서 오는 학과의 폐지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문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인문계열 학과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같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이러한 학문이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은 오히려 융복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3) 둘째, 현실적으로 강의 콘텐츠를 개발할 교육⋅연구 인력의 부재가 그 원인이다. 현재 명확히 나누어진 분과 학문체계에서는 융복합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학위를 받아도 대학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는 어렵다. 대학원 과정에는 융합, 협동 과정 등이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학부 과정에는 관련된 학과가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학교 당국이 여러 필요에 의해 융복합 강좌를 개설하려 하지만 실제 강의를 구상하고 맡을 적임자가 없다.4) 이런 경우 해당 교과를 개발한 교수자의 역량에 따라서 개설된 융복합 강의의 질과 교육의 성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적으로 해당 교과의 개발자에게 의존하게 된다면 강의의 지속성이나 일정 이상의 균등한 교육적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생태문학은 ‘생태+문학’이라는 태생적 특성에 기인해서도 융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1869년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은 생물 상호 간의 관계와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생태학(Ecology)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사회학, 인문학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전 지구적 생태위기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분과 학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각 대학에 환경공학과가 생겨 공학적⋅자연과학적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환경오염과 생태파괴의 현실을 고발하거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기술 문명의 문제점,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는 등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다양한 문학적 응전과 지향이 나타나는데 이를 ‘생태문학’이라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생태문학의 중심을 이루던 생태시, 생태소설 등에 대한 작가와 연구자들의 관심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양상과 코로나19 등의 여파5)와 관련하여 다시 생태문학과 생태문학 교육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생태⋅환경 문제를 활용하여 융복합 교양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건국대학교의 <생태인문학>, 성균관대학교의 <기후와 문화>, 숭실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 동국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강좌는 각 대학의 필요성과 역량에 따라 학생들에게 생태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분과 학문을 결합하여 교육하고 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개설되었지만 그 나름 많은 고민과 노고가 녹아있는 강좌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강좌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학교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연구는 전 지구적 생태위기 속에서 한발 앞서 개설된 생태인문학과 관련된 융복합 강좌와 해당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강좌를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대학에 개설된 생태⋅환경 관련 교과목의 특성과 한계점을 파악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생태문학을 활용한 융복합 교양강좌를 제안할 것이다.

2. 생태⋅환경 관련 융복합 교양교육 사례 분석

생태문학을 활용한 융복합 교양교육은 약간의 편차가 있으나 건국대학교의 <생태인문학>, 성균관대학교의 <기후와 문화>, 숭실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 동국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 등이 있다. 여기에서는 교과목 개발 과정과 강의안이 공개된 S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과 D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의 사례를 통해 생태문학을 활용한 융복합 교양교육의 실제 내용과 그 속에 나타난 보완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표 1>에서와 같이 S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은 환경과학, 환경신학, 환경철학, 환경문학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영역별로 주요한 사항들을 교육하고 있다.
<표 1>
S대학교 <환경과 인문학>
영역 강의 내용
1 강의안내 강의주제: 오리엔테이션 및 평가방식 안내
강의내용: “환경문제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
2 환경과학 강의주제: 환경과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1)
강의내용: 환경문제와 관련된 용어에 대한 이해/BOD, COD, 폐기물 등
3 강의주제: 환경과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2)
강의내용: 수질오염, 대기물 오염의 위험성과 과학적 대응 방안
4 강의주제: 환경과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3)
강의내용: 폐수와 정수처리와 관련된 처리공정에 대한 이해
5 환경신학 강의주제: 환경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1)
강의내용: 창조신앙, 구속신앙에 나타난 창조질서와 보전 및 환경운동
6 강의주제: 환경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2)
강의내용: 생태 위기에 대한 기독교의 응답과 대안/WCC의 환경운동
7 강의주제: 환경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3)
강의내용: 기독교대학의 환경운동 참여를 돕는 신학적 지침
8 평가 환경독서주간1 & 중간시험
9 환경철학 강의주제: 환경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1)
강의내용: 환경철학과 근대 자연과학의 조응
10 강의주제: 환경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2)
강의내용: 환경철학과 계몽주의적 자연관
11 강의주제: 환경철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3)
12 환경문학 강의주제: 환경(생태)문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1)
강의내용: 생태주의 비평의 지형학
강의내용: 환경철학과 반계몽주의적 자연관
13 강의주제: 환경(생태)문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2)
강의내용: 생태적 위기 시대의 문학 비평
14 강의주제: 환경(생태)문학으로 이해하는 환경문제와 인간(3)
강의내용: 생태학적 상상력과 문학의 심미성
15 평가 환경독서주간2 & 기말고사
<환경과 인문학>의 경우 2013년에 개설되어 2018년까지 이어진 강좌다.6) 대부분 4명의 영역별 전공 교수자들이 모여 팀티칭으로 진행되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환경문제의 이론적 배경이 되면서 기초적 과학지식을 설명하는 ‘환경과학’ 영역이 맨 앞에 배치되었다. 다음으로 생태계 보호 운동이나 녹색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의 실천적 운동에 대한 내용을 담은 ‘환경신학’ 영역이 있다. 또 자연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철학 이론들을 내용으로 한 ‘환경철학’이 교육되었고, 마지막으로 생태위기를 초래한 인간 인식의 한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이 문학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피는 ‘환경문학’이 포함되었다(차봉준, 2016).
<환경과 인문학> 교과목은 융복합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으나 엄격하게 말하면 영역별로 교육과정을 나누어 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합 강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과학, 신학, 철학, 문학이라는 생태위기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각 영역별 전공 교수자가 자신이 전공한 관련 영역을 교육하고 학생들은 영역별로 구조화된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융복합의 근본 취지에는 부합하나 문제와 해결책과의 유기적인 결합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과목이 개발되는 것은 융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모든 영역을 융복합적으로 강의할 교수자가 없다는 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D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는 2020년 1학기부터 개설된 2시간 2학점 선택교양 강좌이다.
<표 2>에서 보듯이 <미래환경과 위험사회>의 경우 다양한 환경⋅생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강의한 후 학생들의 발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임을 알 수 있다. 인류세, 지구온난화, 식량과 먹거리, 미세플라스틱, 전염병, 생물다양성 등과 같은 생태 관련 중점 사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 논문, 영상 등을 제공한다. 관련된 국가 정책, 시민운동, 예술 활동, 학문적 성과, 대중매체 등도 함께 제공하여 부족한 강의 시간을 보완하고 있다.
<표 2>
D대학교 <미래환경과 위험사회>
강의 내용 강의 방법
1 강의계획서 및 수업 소개
위험사회의 개념과 특징 1
강의
2 위험사회의 개념과 특징 2 강의
3 인류세와 지구시스템 강의+토의+토론
4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
주제 도출: PBL 포스트잇.
프로젝트 팀별 주제 논의
강의+토의+토론
5 미래환경과 식량&먹거리
인류의 식습관은 이대로 좋은가
-스톨 속에 묶인 동물기본권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프로젝트 주제 확정
강의+토의+토론
6 인류세가 낳은 미세플라스틱의 경고
프로젝트 개발 및 과제 구성(포커싱)
강의+토의+토론
7 프로젝트 1차 완성(초고)
인수공통전염병-인류의 전염병과 환경
강의+토의+토론
8 생물다양성&생물보전지역
데이터로 보는 생물 다양성
-생물다양성의 개념과 중요성
강의+토의+토론
9 프로젝트 2차 완성(중간단계)
-생물문화다양성의 개념과 범위, 중요성
-인간의 생태적 위치와 활동을 점검
강의+토의+토론
10 개인과제물 품평 토의/토론
11 프로젝트 발표 1, 2 발표+질문+피드백
12 프로젝트 발표 3, 4 발표+질문+피드백
13 프로젝트 발표 5, 6 발표+질문+피드백
14 프로젝트 발표 7 발표+질문+피드백
15 강의 총정리, 성찰저널 제출 기말시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의 경우 생태위기의 이슈들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한 프로젝트 발표가 있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는 매우 깊이 있는 자발적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생태위기 이슈를 다루는 만큼 교수자의 역량에 강의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앞서 제시한 <환경과 인문학>이 각 영역의 전공 교수자가 팀티칭을 하는 데 비해서 이 강의는 강의 개발자가 강의를 전면 이끌어 가는 구조여서 다른 교수자가 이 강의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환경문제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인문학 전공 교수자인 경우 강의의 깊이가 담보되기 어려울 수 있다.7)
이상에서 살펴본 환경⋅생태 문제를 다룬 융복합 교양교과목은 그 나름의 필요성과 성과와 함께 현실적 한계도 보여준다. 각 영역을 전공 교수자가 담당하여 내용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학생들에게 생태위기의 현실을 내면화하고 생태윤리를 체화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반대로 이슈를 중심으로 할 경우 전적으로 교수자의 역량에 의존하게 되어 균질한 강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융복합 강의의 목적과 필요성에 부합한 교양강좌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점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3. 생태문학의 융복합적 성격

생태문학은 앞서 언급한 대로 ‘생태’와 ‘문학’을 합성한 용어라 할 수 있다. 생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연결되어 있으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구성원은 각각의 요소가 가진 본연적 가치에 의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태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반면에 ‘환경’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으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환경이라는 용어에는 다분히 인간 중심적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더군다나 환경 파괴, 환경 훼손, 환경오염 등과 같이 파괴된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대처로 그 의미를 한정하게 된다는 문제 또한 가지고 있다.
생태학의 확장은 생태주의 담론의 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안 네스가 주창한 심층 생태주의(Deep Ecology)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배격하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모든 사물이 동등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담론이다. 머레이 북친은 사회생태주의(Social ecology)를 통해 인간의 자연 지배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나타난 지배구조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며 사회 내부의 계급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본느 등은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를 통해 인간의 자연 지배가 남성의 여성 지배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하면서 여성에게 행해지는 다양한 억압과 지배에서 벗어날 때 인간의 자연 지배는 감소할 수 있다고 보았다(송명규, 2004).
우리나라의 생태문학은 공업화, 도시화, 산업화를 국가 이념으로 표방한 1970년대와 이를 그대로 이어온 1980년대에 발생한 환경⋅생태 파괴가 실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산발적으로 발생하여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창작되었다. 인간의 삶의 모순을 가장 빠르게 포착하는 시 장르의 특성상 생태시의 등장은 생태문학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형기, 신경림, 정현종, 김지하, 최승호, 고형렬, 이문재, 고진하 등 시인들의 시를 묶은 『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다산글방, 1991)는 그동안 인간을 위해 철저히 희생당한 자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기술 문명의 모순, 뭇 생명의 소중함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생태교육에 있어서 융복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남진숙(2016)은 두 가지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째 환경, 생태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여러 학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생태학, 인문학(문학, 철학, 역사), 사회학, 과학(생물학, 기후학, 수질학, 환경학, 산림학 등), 교육학, 문화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할 때만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생태’라는 자체가 혼자서 자생할 수 없고, 주변의 것들과 지속적으로 상호관계성을 맺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생태교육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차원에서 단독적인 교육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생태교육 자체는 융복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남진숙, 2016: 65-66).
융복합 교육의 최종 목적은 학습자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양한 지식들을 활용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있는 것이지, 복수의 교과를 ‘통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융복합 교육의 최종 목적은 학습자가 이전까지의 분과 학문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벗어나 문제를 자발적으로 인식하고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각에 기반을 둔 통찰력과 통합적 사고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주민재, 2016: 351).
생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생태윤리를 체화하는 데에 있다. 생태문학은 생태윤리의 체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김향숙(2020)에 따르면 관련 교양강좌인 <생태문학의 이해>를 수강한 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8% 이상이 생태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생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생태윤리의 체화는 생태위기의 시대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교육적 응전이 된다. 전 지구적 생태위기의 시대에 앞으로 이러한 생태⋅환경 문제는 날로 그 중요성이 커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대로 생태교육과 관련된 교양강좌는 각 분과 학문을 그대로 유지한 채 관련 문제점을 중심으로 교육되기도 했고, 생태 관련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강의도 있었다. 그러나 교양교육 과정 안에서 생태문학을 전적으로 활용한 융복합 교육이 이루어진 예는 없다.8) 이는 생태문학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융복합적 성격을 교육활동을 통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적용할 기회를 얻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른 생태⋅환경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는 현실 속에서 생태문학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도 관련 강좌 개설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4. 생태문학을 활용한 융복합 교양교육의 예

4.1.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 강의 설계

융복합 교양교육의 필요성에 화답하는 생태문학 교육은 앞서 제시한 <환경과 인문학>이 2019년 폐강되었다는 점을 보아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양교육의 목표가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과도 직접 연결되어 있지만 교육과정 개편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인지 또 학점을 높이는 데 유리한 강좌인지를 따지는 현실적 상황에서 각 분과 학문을 깊이 있게 학습하여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이러한 강의가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지속적으로 남아있을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생태적 감수성과 생태윤리의 체화를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생태문학은 그 함의가 가볍지 않다. 특히 짧은 구조를 지닌 생태시는 즉각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면서 철학적, 사상적, 경제적, 과학적 지식과 감수성을 동시에 배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유효하다. 생태문학 교육은 국문학사 기술에 1990년대 문학적 특성의 한 부분으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전국의 국어국문학 관련 학과의 전공 영역에서 각 장르별 특성으로만 교육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학의 교양교육 안에서 생태문학만을 중심에 두고 융복합 강의가 개설된 예는 없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생태문학을 핵심에 두고 이를 통해 다양한 학문 영역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강의를 제안한다.
<표 3>에서 보듯이 가칭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는 전반부에 생태위기와 관련된 7개의 주제를 순차적으로 다루고 후반부에는 7개의 주제 중 하나와 관련 작품을 발굴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팀별로 발표한다. 이때 각각의 생태위기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실천적 대안까지 제시한다. 7개의 주제는 표면적으로는 환경공학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학습자의 수준이나 관심사에 따라서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형기의 <전천후 산성비>의 경우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의 문제를 동시에 연결 지을 수 있다. 김원일은 <도요새에 관한 명상> 역시 수질오염과 문명 비판을 함께 다룰 수 있다.
<표 3>
생태문학을 통한 융복합 교양강좌 예시
강의 내용 강의 방법
1 오리엔테이션(강의계획 소개, 교수 소개, 팀 편성)
생태위기의 현실 인식: 환경오염의 심각성(동영상)
강의
2 생태문학과 수질오염
작품: 이형기 <비오디 피피엠>, 김광규 <시름의 도시>, 최승호 <물 위에 물 아래>,
고형렬 <북청 물장수>/최성각 <약사 여래는 오지 않는다>
강의, 토의, 토론
3 생태문학과 대기오염
작품: 장석주 <서울의 하늘엔 하나님이 살지 않는다>, 김광규 <유령>, 이형기 <전천후 산성비>/조세희 <기계도시>
강의, 토의, 토론
4 생태문학과 토양오염
작품: 정현종 <깊은 흙>, 고형렬 <한국의 흙>, 김지하 <비닐>, 김신용 <암의 집>/이청준 <목수의 집>
강의, 토의, 토론
5 생태문학과 핵 오염
작품: 최승호 <핵망아지>, 허수경 <원폭수첩>, 고형렬 <리틀보이>, 이건청 <눈먼자를 위하여>/히가시노 게이고 <천공의 벌>
강의, 토의, 토론
6 생태문학과 문명 비판
작품: 최승호 <부르도자 부르조아>, 김광규 <인왕산>, 정인화 <여기는 온산>, 이형기 <죽지 않는 도시>, 고형렬 <TV속의 지구>/정세랑 <리셋>
강의, 토의, 토론
7 생태문학과 묵시록적 미래
작품: 이문재 <오존의 묵시록>, 최계선 <제왕 도마뱀>, 정현종 <썩은 부분의 활동이 활발하면>/편해영 <아오이가든>
강의, 토의, 토론
8 중간고사 지필고사
9 생태문학과 생명
작품: 고재종 <저물녘 우주율>, 복효근
<광어에게>, 고진하 <까치 복숭아>, 이상국 <동해바다에는 가로등이 있다>, 고재종 <은어 떼가 돌아올 때>/천선란 <레시>
강의, 토의, 토론
10 생태문학을 바라보는 눈(생태비평)
팀별 발표를 위한 점검(주제, 관련 내용, 참고 자료 등)
강의, 토의
11 팀별 발표 1, 2 발표, 질의응답, 피드백
12 팀별 발표 3, 4 발표, 질의응답, 피드백
13 팀별 발표 5, 6 발표, 질의응답, 피드백
14 팀별 발표 7, 8 발표, 질의응답, 피드백
15 강의 정리, 기말고사, 설문조사 지필고사
이 강의는 수강생을 최대 30명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며 2학점 2시수의 강의가 될 수 있다. 7개의 주제와 관련된 수질, 대기, 토양, 핵, 문명 비판, 묵시록적 미래, 생명과 관련된 분과 학문 영역의 지식은 강의 개발자가 일반교양 수준의 지식을 동원하여 강의 해설서를 통해 제공한다. 이때 앞서 언급한 대로 각각이 완전히 분리되어 학습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관련 문제점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하도록 한다. 문학 작품을 시작으로 강의가 진행되지만 관련 분과 영역으로 확산하도록 하는데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적 지식이 선행되어 생태위기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강의 순서는 일반적으로 주제와 관계가 많은 생태문학 작품 2개 정도를 소개하고 그 속에 드러난 각각의 생태⋅환경 문제점들을 자연과학의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이때 본 교과가 선택교양 강좌라는 점을 상기하여 자연과학의 내용을 설명하는데 치중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영상과 같은 미디어를 활용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현재 지구 환경이 어느 정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지를 해당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토대로 충분히 제공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실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한 후에야 인지적 심리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생태문학을 2편 정도 보여주고 학생들 스스로가 강의를 통해 확장된 지식을 적용하여 생태문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한다. 이때에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토의⋅토론 분위기를 유도하고 현실적 대안을 찾도록 하여 생태윤리가 체화될 수 있도록 한다.
팀별 발표의 경우 7개의 주제와 관련된 학문 영역을 선정하고 그것과 생태위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발표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어떤 작품을 통해 잘 드러나는지 다양한 참고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작품을 생태비평적 관점에서 비평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생태윤리의 측면에서 내면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팀원은 가능하면 3명에서 4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팀원 모두가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발표자 외의 학생들은 특히 관련 작품이 주제와 잘 연결되는지를 평가하도록 하고 이를 성적에 반영할 수 있다. 교수자는 주제와 관련된 학문 영역이 잘 연결되었는지, 생태문학 작품은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발표되었는지, 발표 팀 외에 학생들의 질문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피드백한다.
평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누어 진행한다. 중간고사는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학문 영역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융복합적 측면에서 평가하고 기말고사에는 생태문학 작품과 생태비평이 잘 체화되었는지를 평가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본 강좌가 융복합 강좌라는 점을 평가에 잘 반영하는 것이다.

4.2.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 ○주차 강의의 예

가칭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는 크게 3단계의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생태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태⋅환경 문제를 먼저 제공하고 자연과학의 이론을 통해 이를 명확히 개념화시키는 것이 1단계 학습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생태위기의 실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2단계 학습 내용이다. 3단계 학습 내용은 관련된 생태문학을 통해 팀별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토의⋅토론의 시간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논의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앞서 제시한 전체 강의계획서를 기반으로 2주차에 해당하는 학습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계할 수 있다. 먼저 1단계 학습 내용으로 생태위기와 관련된 문학 작품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자연과학적 지식을 배양한다.
이 강물은 썩지 않았다
의심나면 보아라 비오디 피피엠.
소수점 아래 영이 한 두 개 더 붙은
언제나 기준치 이하로만 맴도는
이 정밀한 검사결과를.
강변에는 오늘도
죽은 물고기들이 허옇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무슨 걱정인가,
비오디 피피엠은 과학적 사실
물고기는 과학을 뒤집지는 못한다
강변에 사는 주민들은 실은
그게 뭔지 잘 모르는 비오디 피피엠,
모르니 따져볼 흥미도 없는
커다랗게 구멍 뚫린 무관심의 공백 속에
면죄부처럼 활개치는 비오디 피피엠.
그래야 경제가 발전한다.
비오디 피피엠.
물보다 물 사먹는 돈이 더 좋다,
비오디 피피엠.
몽골 샤먼의 진언처럼 주술성이 강한
비오디 피피엠의 마취효과.
물고기는 죽거나 말거나
중금속 폐수에 맹독성 농약과 개숫물
지천으로 흘러 들거나 말거나
비오디 피피엠은 끄덕 없이 버틴다.
이 강물은 썩을 리 없다
이 작품은 이형기의 <비오디 피피엠>으로 수질오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에 나타난 ‘BOD’와 ‘PPM’에 대한 지식은 이 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교수자는 이 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작품에 나타난 자연과학적 개념을 소개한다. 먼저 ‘BOD’는 ‘biochemical oxygen demend’의 약자로 “호기성 미생물이 일정 기간 동안 수중의 유기물을 산화 분해할 때에 소비하는 산소량. 물의 오염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며, 피피엠(ppm)으로 나타낸다.”라는 점과 다른 말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이라는 말로 개념화한다. 이 정의에 나타난 ‘호기성 미생물’, ‘유기물’, ‘산화 분해’ 등과 같은 용어도 일반적인 교양 수준의 강의에 맞게 쉽게 설명한다. 다음으로 ‘PPM’은 ‘parts per milliond’의 약자로 앞서 말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을 표시하는 농도의 단위이고, 1리터의 물속에 오염 물질이 1밀리그램 있을 때를 1ppm으로 표시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중금속’은 원자량이 4 이상인 알루미늄, 납, 수은, 비소, 카드뮴 등을 말하며, ‘개숫물’은 ‘설거지물’의 다른 말이라는 점도 설명하여 이것들이 어떻게 수질오염을 가속화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한다.
2단계 학습 내용에는 과거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수질오염의 실상을 [그림 1]과 같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수질오염 사례는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과 황산오염사고, 1994년 낙동강 수돗물 악취사고,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 등이 있다. 해외의 사례로는 일본에서 발생한 1912년 카드뮴 중독에 따른 이타이이타이병, 1956년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 등이 있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1953년부터 1960년까지 발생한 블루베이비 사건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산업 폐수의 방류로 인해 발생한 물고기의 떼죽음이나 악취 등 다양한 수질오염과 정수되지 않은 상수원으로 인하여 발생한 수인성 감염병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수질오염과 관련된 생태위기의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관련된 동영상 자료나 사진 자료 등을 위주로 활용하고 영화로 제작된 경우 이에 대한 설명도 덧붙인다.
[그림 1]
2단계 학습 내용의 사례
kjge-2022-16-4-57-gf1.jpg
3단계 학습 내용은 다시 생태문학으로 돌아와 작품을 읽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과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한 실천적 방안 등을 팀별로 토의⋅토론하여 그 결과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때였다.
“아저씨, 그 물 못 먹어요. 헤헷.”
그들 중 한 사내가 그에게 말했다. 나뭇가지를 모아 솥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사내였다.
그 말을 듣자 그는 얼른 시선을 구청에서 박은 ‘안내 말씀’ 표지판으로 돌렸다. 사내의 말대로 이틀 전의 날짜가 검사 연월일에 적혀 있었고, 그 옆의 검사 결과란에는 ‘식수 부적합’이라는 글씨가 검은 사인펜으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목덜미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식은땀이 왈칵 솟는 것을 느끼며 바보처럼 몇 번이나 그 글씨를 바라보았다. ‘보건환경연구원 수질 검사 결과임’이라는 친절한 안내도 ‘식수 부적합’ 아래에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광덕약수터가 빛도 잃고 덕도 잃어버렸음을 그 표지판은 단호하게 알리고 있었다.
그의 오줌 빛깔이 산의 물을 열심히 퍼 먹어도 왜 여전히 뿌연 뜨물 같은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세상이 앓고 있으니 그 또한 성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전에는 아주 흔했지만 이제는 정말 귀해진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지을 법한 허탈하고 아쉬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는 광덕약수터에서 발길을 돌렸다.
최성각의 <약사 여래는 오지 않는다>의 서술자가 겪는 이와 같은 어려움은 어디에서 연유하며 그것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어떤 활동이 가능할 것인지 토의한다. 먼저 이 작품에 나타난 약수터의 부적합 판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사하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다양한 서적과 매체를 통해 조사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실천적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사원으로 있는 회사에서 몰래 폐수를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막을 것인지 팀별로 방법을 찾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발표하는 활동을 한다. 교수자는 이때 수질오염의 발생이 빠른 시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오염 물질이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 오염 물질이 축적되어 인간에게 피해가 직접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이 인간에게 위험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5. 결론

지금까지 대학교육에서 융복합 교양교육은 시대적 변화와 그 변화에 발맞추려는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절실한 필요성에 비해 각 학문 영역의 공고한 체계를 넘기 어려운 문제, 관련 전공자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개발자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강의가 진행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생태⋅환경 문제를 통해 융복합 교육을 시도한 S대학교의 <환경과 인문학>, D대학교의 <미래환경과 위험사회>는 절실한 필요에 부응한 매우 효과적인 교양교육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융복합 교양이 추구해야 할 다양한 지적 소통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한 강좌들이다. 다만 교육 수요자의 처지에서 각각의 내용이 충분히 유기적으로 체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개발자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강의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으며 교수자의 취향에 따라 균등한 강의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라는 강좌를 제안했다. 생태문학은 태생적으로 생태학과 문학을 융합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융복합 교양교육에 적합하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요하다. 더군다나 생태문학은 생태적 감수성을 고양하여 생태윤리를 체화하는 데에 효과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 강좌는 생태위기와 관련된 분과 학문의 지식을 쌓기에 앞서 생태문학을 통해 문학적으로 재구성된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학문 영역, 예를 들면 자연과학(수질, 토양, 대기, 핵 등), 정치, 경제, 철학, 사상 등의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한다. 다만 이러한 분과 학문의 깊이가 전공과 겹치지 않도록 일반교양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새롭게 인식된 문제적 현실 속에서 생태윤리를 체화할 다양한 방법을 팀별 발표를 통해 설계하였다.
이를 강의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전체 15주차 중 2주차 한 강의를 예로 들었다. 크게 3단계로 구성된 강의에서 1단계는 수질오염과 관련된 생태시 한 편을 분석하면서 자연과학적 지식을 함께 배양한다. 2단계에서는 수질오염의 실태와 현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습하도록 한다. 3단계에서는 수질오염과 관련된 생태소설 한 편을 제시하고 이 속에 나타난 수질오염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확인하게 하고,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팀별로 토의하여 제출하도록 한다.
본 연구는 그동안 진행된 생태⋅환경 관련 융복합 교양교육의 한계점을 보완할 하나의 방법으로 <생태문학 속의 생태위기> 강의를 제안했다. 이 강의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강의 개설 이후 다음 연구를 통해 보완할 것이다.

Notes

1) ‘융복합’, ‘통섭’, ‘통합’, ‘학제 간’ 등의 용어가 약간의 편차를 보이면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의 분과 학문이 보여준 고립적이고 세분화된 성격을 경계하고 각 학문 영역 간의 소통과 수렴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는 비교적 동일하게 쓰이고 있다.

2) 손동현의 「융복합 교육의 수요와 철학교육」(『철학연구』, 2008) 등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한국교양교육학회에서는 「융⋅복합 교육 시대에 기초교양교육의 내실화와 재역할 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각 다양한 분야에서 융복합 교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3) 실제 융복합 교양강좌의 개설을 보면 대부분 인문사회 영역에서 자연과학으로 확장하는 형태의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4) 이와 관련하여 남진숙(2021)은 “융복합 교과목을 개발할 때 가장 큰 문제에 봉착하는 것은 이 교과목을 누가 개발할 것이며, 누가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디에도 융복합이라는 학문을 전공한 교수자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교과목과 관련하여 전공한 사람도 없다.”라고 하였다.

5)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작지나 도시 개발을 위한 인간의 무분별한 산림 파괴와 그로 인한 접촉 동물의 증가에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전 지구적 전염병 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에서 착안하여 생태파괴에 의한 전염병임을 강조하는 ‘에코데믹’이라는 용어도 있다(마크 제롬 월터스, 2004).

6) 같은 시기에 개발된 <환경과 사회과학>은 환경경제, 환경정치, 환경정책, 환경법 등을 내용으로 강의한다. <환경과 인문학>과 학기를 교차하여 개설되었으며 교양 선택 2시간 2학점 강의다.

7) 이와 관련하여 강의 개발자인 남진숙(2021)은 해당 교과목과 관련하여 교육목표와 운영기준, 세부 운영의 예시, 지정도서, 교재 학습 및 강의에 대한 안내, 표준 주차별 교육계획 등을 담은 150쪽 분량의 강의매뉴얼을 작성했다고 하였다.

8) 김향숙(2020)이 제시한 K대학교의 교양교과목인 <생태문학의 이해>의 경우 국내외 생태문학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융복합적 관점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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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2020). “생태감수성 함양을 위한 균형교양교과목 운영방안: <생태문학의 이해> 운영사례”,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0(7),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 77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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