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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3); 2022 > Article
교육 평등과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 성찰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교육 평등 관점과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성찰하여 교양교육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능력주의 담론을 개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평등한 교육을 위해서는 허용적 평등뿐만 아니라 보장적 평등, 과정적 평등, 결과적 평등, 더 나아가서는 사회개혁의 평등까지 생각해야 한다. 셋째, 귀인이론 관점에서 행동 결과의 원인을 귀인 하는 방법은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귀인 하게 해야 한다. 넷째, 능력주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다섯째, 닫힌 능력주의에서 열린 능력주의로 담론을 옮길 필요가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vide some direction that can give new value to meritocracy as part of a new value chain in liberal arts education by reflecting on meritocracy discourse from the viewpoint of educational equality and the attribution theory. The conclusions drawn in this study are as follows: First, opening up the discourse on meritocracy is necessary. Second, regarding equal education, not only permissive equality must be considered, but also guaranteed, process, consequential and even social reform equality as well. Third, from the perspective of attribution theory, the method of attributing the causes of behavioral outcomes should be varied according to individuals or situations. Fourth, reinterpreting meritocracy is necessary. Fifth, shifting the discourse from a closed meritocracy to an open meritocracy is necessary.

1. 서론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능력주의 담론은 시대정신이 되었다(신중섭, 2021: 140).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우며 집권했다. 전 정권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를 앞세워 ‘헬조선’ 담론을 유행시켰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불만을 토로한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가 평등, 공정, 정의에 바탕을 둔 개혁 정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노동, 교육, 부동산 등 분야에서 ‘공정’은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면서 시대의 담론이 되었다(곽영신, 류웅재, 2021: 6).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 담론이 주목받게 된 맥락이 중요하다. 국민의 힘 대표로 등장한 이준석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서 “누구나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능력주의를 내세우면서 공정 담론은 능력주의와 결합 되었다. 이준석의 주장은 “능력주의는 공정하다.”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이준석, 2019 : 202).
국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정책연구소가 2021년 전 세계 28개국 성인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12개 갈등 항목 중 진보-보수 갈등을 포함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7개 항목에서 한국인들이 체감하는 문화전쟁 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화전쟁이란 한 국가 내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계층, 소득이나 자산, 나이, 성, 종교, 인종, 지역 등이 서로 다른 집단 사이의 충돌을 가리키는 말이다. (https://sisahan.com/8108. 2021.12.29.일 인출). 한국은 문화전쟁의 나라, 최악 갈등의 나라이지만, 놀랍게도 한가지 이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바로 능력주의다. 좌파도 우파도, 보수도 진보도, 부자도 빈자도, 청년도 노인도, 여성도 남성도, 엘리트도 대중도, 능력주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다. 대한민국을 묶어주는 유일한 통합의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부와 권력을 보상받는다는 이념은 이처럼 마력을 지녔다. 한국에서 능력주의는 과정과 절차만 공정하다면 결과의 불평등을 정당하게 여기는 정의의 원리로 형성된 것이다(박권일, 2021). 그러나 이러한 능력주의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샌델 교수다. 그는 최근에 나온 책[The Tyranny of Merit]에서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https://www.hani.co.kr. 2021.12.29.일 인출).
교양교육은 올바른 세계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화된 사회에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와 원활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공동체적인 삶과 문화적 삶을 자율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주체적인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다. 교양교육은 학문 계열을 넘어서서 모든 학생에게 동질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이다(백승수, 2019 : 101-122; 손동현, 2006 : 220). 그 동질적인 내용을 위하여 새로운 가치사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교양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윤옥한(2020 : 27)은 새로운 가치사슬에 대한 교육을 강조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질적으로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를 이끄는 질서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능력주의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도 이제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질서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교양교육에서는 새로운 가치사슬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미래사회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교육하는 것이 교양교육의 몫이다.
시대정신으로 능력주의 담론과 함께 능력주의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김금주, 2021 : 37-62; 박권일, 2021 : 1-39; 백병부, 심재휘, 2021 : 89-119; 신중섭, 2021 : 139-164; 우명숙, 남은영, 2021 : 201-244; 장은주, 2021 : 41-75; 최진, 2021 : 1-30). 능력주의와 관련된 저서로는 김광식(2021)의 능력주의와 페미니즘: 능력주의의 약속은 깨졌는가? 지금 페미니즘은 어디로 가는가?, 박권일(2020)의 능력주의와 불평등: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하승우(2020)의 신분 피라미드 사회:능력주의가 낳은 괴물 등이 있다. Young(2020)의 능력주의: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Sandel(2020)의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등에 관한 책이 있다. 이처럼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능력주의와 관련된 책이나 논문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능력주의 담론을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한 논문은 최진(2021)의 “능력주의 교육에서의 자존감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하나 정도이다. 담론은 개인적 사고와 집단적 의식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서 하나의 주제를 구성하기도 한다. 담론은 단순히 그 어떤 것의 실체나 관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담론은 실체나 관계를 직접 형성하고 구성한다. 왜냐하면 어떤 실체나 사건에 대해 말하는 각 각의 담론들은 그 담론을 말하는 각각의 사회적 주체들의 방법과 입장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이다(윤옥한, 2021 : 546; Norman, 2003 : 192).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 담론이 활용되는 것은 능력주의 가치 자체가 이해관계를 은폐하거나 진정한 논의 및 합의의 가능성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담론적 무기로써 작동한다. 이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 의미가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왔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왜곡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면서 특정 집단이나 목표에 영향을 끼쳤다(김정희원, 2020 : 31-32). 능력주의에 대한 담론은 주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능력주의 담론을 잘 설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교육 평등과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성찰하여 교양교육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 내용은 첫째, 능력주의 담론을 살펴보고, 둘째, 교육 평등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성찰하고, 셋째,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성찰한다.

2. 능력주의 담론

능력주의(Meritocracy)는 자기 능력과 업적에 따라 보상받는 사회를 의미한다. 능력주의, ‘meritocracy’라는 어휘는 마이클 영(Michael Young)의 저서 능력주의의 발흥 [The Rise of the Meritocracy] 에서 처음 등장하였다(Young, 2008). Young은 능력주의를 IQ 와 노력에 따른 차별적 교육 시스템을 말하고 있다. Young의 능력주의는 본래 능력에 따른 지배(merit/cracy)를 뜻하는 부정적 개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합당(desert)한 보상체계라는 긍정적 의미로 통용됐다(박권일, 2021 : 2). 인민의 지배가 민주주의라면 능력의 지배가 능력주의다(신중섭, 2021 : 145; Young, 2008). 이러한 능력주의 담론에는 허점이 많다. 능력주의 담론의 기원은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래됐다.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Sum Cuique) 이라는 명제가 기원전 700년경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처음 등장한 것이 명백한 증거다. 능력주의는 말만 좋지, 실제로는 약육강식과 승자 독식의 논리이다.
신자유주의적 착취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능력주의가 승자의 우월감과 패자의 죄책감을 부추겨 새로운 계급사회를 정당화한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윤평중은 이러한 능력주의를 공정 경쟁과 형식만을 중시하는 닫힌 능력주의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열린 능력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린 능력주의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 경쟁을 토대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룰즈의 ‘차등 원칙’을 수용하여 여성할당제⋅청년 할당제를 긍정한다. 공정 경쟁의 형식만 강조하면 ‘가진 자’에게 유리한 닫힌 능력주의로 퇴행하기 때문이다. 윤평중은 약자를 배려하고 실패자와 함께하는 성숙한 능력주의가 정의롭고 옳다고 보았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 12. 29일 인출)
샌델은 능력주의의 해악으로 여러 가지를 지적하였다(Sandal, 2020 : 59-60).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과 분노를 안겨준다. 불평등을 확산하고 사회적 이동 사다리가 막힌 상황에서 능력주의는 사회적 연대를 약화하며 사회적 낙오자들에게 사기를 꺾는다. 이러한 닫힌 능력주의는 민주주의에 필요한 사회적 연대와 시민의식 강화에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능력주의는 기회의 평등한 보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현실에서는 충족되지 못한다.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3. 교육의 평등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는 악화되고 있다. 불평등 지수 중 하나가 교육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능력주의로 포장되어 유통되고 있다(이명호, 2021). 한국의 뿌리 깊은 능력주의는 헌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1항이 규정하는 교육기본권이다.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균등하게 가르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가정 배경의 차이는 교육 격차로, 교육 격차는 인생 전반에 걸친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교육이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증폭시킨다. 능력이라는 단어는 왜 오해를 받는가? 법은 원론적인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불평등하게 드러난 결과를 보기 때문이다. 법의 이념과 현실 간 괴리가 그만큼 크다.
김신일(1985 : 147-157)은 교육 평등관을 사회개혁의 평등, 기회의 평등과 내용의 평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회개혁에 의한 평등은 교육 체제는 사회구조의 반영이기 때문에 교육의 평등은 교육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교육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현존하는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반면 기회의 평등과 내용의 평등은 허용적 평등, 보장적 평등, 과정적 평등, 결과적 평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허용적 평등이란 소극적인 측면에서의 평등이며 이념적 평등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개인의 능력주의에 기초한 평등관으로 교육을 시장원리에서 접근한다. 교육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지만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입학과 취학이 결정된다. 이때 교육 외적인 요소인 신분, 종교, 성, 지역 등의 차이는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 3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보장되어 있다. 이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한다. 교육기본법 제4조에도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으로 능력주의가 실현되어도 결과는 새로운 귀족주의 세습 주의가 등장하여 민주주의의 종말이 될 수 있다(신중섭, 2021 : 148).
둘째, 보장적 평등은 적극적 평등으로 제도적 평등을 말한다. 취학을 가로막는 경제적, 지리적, 사회적 제반 장애들을 제거하여 가난한 집 자녀나 산골에 사는 자녀들에게도 중등교육까지는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무상⋅의무 교육이나 학비 보조금 제도 및 장학금 제도 운용, 야간학급 운영, 방송⋅통신학교 설치, 사회보장제도 등이 좋은 예이다. 지리적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학교를 지역적으로 고르게 설립하는 것이다. 보장적 평등의 경우에 헌법 제31조 2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학교와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으며 헌법 31조 3항에서는 “의무 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교육기본법 제8조에서도 “의무 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 및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셋째, 과정적 평등은 조건의 평등, 실행적 평등을 말한다. 과정적 평등은 교육목표, 교육 방법, 교육시설, 교사의 자질, 교육재정, 교육과정 등에 있어서 학교 간에 차이를 없애고 평등한 입장에서 배우게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다. 방법으로는 교육과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고교평준화 정책과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이 있다(김병욱, 이현진, 2018 : 205).
넷째, 결과의 평등이다. 결과의 평등은 교육받는 것은 학교에 다니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배워야 하는 것을 배우는 데 목적이 있다. 교육 결과가 같지 않으면 전혀 평등하지 않다고 본다. 결과의 평등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학생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방과 후 보충지도, 계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보상 교육, 농어촌 학생의 대학입시 특별전형 등이 있다(고경화, 2007).
2021년, 한국 사회에서 능력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쯤으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가정 형편에 따라 출발선 자체가 다른 현실에서, 능력주의에 입각한 공정 담론은 사회적 격차를 정당화하고 심화할 수 있다. 공정 경쟁의 형식만을 중시하는 닫힌 능력주의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 경쟁을 토대로 정의를 추구하는 열린 능력주의로 대체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등(差等) 원리(Difference Principle)’를 수용해야 한다. 교육에서 능력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과의 평등까지 생각해야 한다.

4.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는 불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학벌, 성별에 따른 불평등도 만연해 있다. 한국 사회는 불공정한 불평등 사회에서 공정한 불평등 사회로 진화할 것이다. 공정한 불평등 사회는 어쩌면 불평등을 더욱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사회로 타락할 수도 있다(https://www.hani.co.kr.2021.12.29.일 인출) 이 정도 불평등이면 과거 같으면 혁명이 일어날 상황이지만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능력주의 이념이 혁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이념을 주입한 가르침에 따라 불행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지 않고, 자신의 무능에서 찾는다.
개인의 인지와 인지의 방향은 행동의 원인이 된다. 인간의 행동 원인은 개인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이나 환경적 요인에 대하여 자신이 어떻게 인지하고 지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Weiner, 1986 : 548-573).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은 행동의 원인을 추리하려는 시도로, 사건이나 행동 결과에 대해 인간이 내리는 원인론적 해석을 다룬다.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를 어디에 귀인 하며, 그에 따라 개인의 성취 수준과 행동 및 정서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김광철, 송진호, 2021 : 155; Weiner, 1986 : 548-573).
논문을 제출했는데 탈락했을 경우 각기 그 원인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다. 논문 작성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탈락했다고 하면 능력 부족이다. 논문 작성하는데 능력은 있으나 이번에는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탈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노력 부족이다. 그런데 능력도 있고 노력도 했는데 논문 심사위원들이 너무 까다롭게 판정하여 탈락했다고 생각하면 이는 과제가 곤란한 정도다. 능력도 있고 노력도 했고 심사위원들이 적절하게 판단했는데도 심사위원들이 이 논문의 가치를 잘 몰라주고 판정을 했다고 하면 심사위원 배정을 잘 못 받은 운으로 돌릴 수 있다. 이는 운 때문이다. 이처럼 지각된 행동의 원인은 내적(개인적) 원인과 외적(환경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만들어낸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박권일, 2021 : 3). 능력주의 사회에서 대부분 사람은 행동 결과의 원인을 노력이나 능력 부족으로 귀인 한다. 내적 귀인에는 능력과 노력이 있고 외적 귀인에는 과제가 곤란한 정도와 운이 있다. 행동의 원인적 추론은 인간이 나타내는 다양한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한다(김광철, 송진호, 2021 : 155).
바람직한 귀인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귀인 해야 한다. 그런데도 능력주의 이념 아래에서는 내적으로 귀인 한다. 행동 결과의 원인을 능력 부족이나 노력 부족으로 귀인 한다. 이 중에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것이다(한정선, 2015 : 204- 206). 그러므로 교육자 대부분이나 부모들은 노력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논문이 탈락하였을 경우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 취업이 되지 않아도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 대학입시에 탈락해도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등 모든 행동의 귀인을 노력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잘못된 귀인이다(김재건, 1997 : 112-123).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많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능력이 부족해서 안 되는 예도 있고, 과제가 어려워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운이 따르지 않아서 안 되는 예도 있다. 행동의 원인은 내적 귀인인 능력이나 노력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 취업이 안되는 원인에는 사회구조의 탓(과제 곤란도)도 있고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에 적합하지 않은 탓(운)도 있다. 능력과 노력 탓 외에 다른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

5.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교육 평등과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성찰하여 교양교육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능력주의 담론을 개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담론 형성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담론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사회에 끼치는 파장도 달라진다. 풍요로운 논의와 상호 이해를 통하여 오해와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반면 조직적으로 의미를 왜곡하고 특정 이념이나 집단의 생각을 부각함으로써 열린 대화를 차단할 수도 있다. 특정 집단인 기득권 집단에 의해 의미의 체계적 왜곡이 일어나는 현상을 담론적 폐쇄라고 한다. 능력주의에 관한 담론을 논의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개방적 담론을 통하여 능력주의에 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담론을 통하여 교양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능력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 평등의 관점에서 능력주의는 기회의 평등인 허용적 평등에 매몰되어 있다. 평등한 교육을 위해서는 허용적 평등뿐만 아니라 보장적 평등, 과정적 평등, 결과적 평등, 더 나아가서는 사회개혁의 평등까지 생각해야 한다.
셋째, 귀인이론 관점에서 능력주의는 행동의 원인을 내적으로 귀인 하게 만든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행동 결과의 원인을 귀인 하는 방법은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귀인 하게 해야 한다.
넷째, 능력주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능력주의는 맥락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철학적 용어이면서 일상적 용어이다. 능력이라는 개념은 자의적, 주관적일 수 있다. 교육은 학력과 성적의 지표를 생산하면서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장은주, 2017 : 59-61). 교육은 능력자를 추려내는 경쟁 과정이고 경쟁을 통한 사회적 재화의 획득은 공정한 것이라고 간주한다(최진, 2021 : 4).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은 자신의 역량과 노력, 업적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사람은 실제로 자기가 능력이 없으므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신중섭, 2021 : 149).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 이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주의 이념에는 다양한 함정이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능력주의를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비난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능력주의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공정한 경쟁인 그것처럼 은폐하고 악화시킨다. 그러므로 능력주의는 경제적 효용과 별도로, 공동체의 연대가 약화하고 사회 구성원 간의 균열이 조장될 수 있다(최진, 2021 : 3). 능력주의 이념이 평등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우연을 배제하여도 능력과 같은 자연적인 분배 때문에 부와 소득이 분배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능력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황경식 역, 2003 : 121). 능력주의 담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실에서 능력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보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서로 존중해야 한다. 이념 갈등, 계층 갈등, 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최대한 줄이면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신중섭, 2021 : 160).
다섯째, 닫힌 능력주의에서 열린 능력주의로 담론을 옮길 필요가 있다. 능력주의가 시대정신의 담론으로 대두된 것은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 때문이다. 불평등을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능력주의에서 공정 경쟁의 형식만 강조하면 기득권 계층에게 유리한 닫힌 능력주의로 퇴행한다. 기회 평등과 공정 경쟁의 결과를 인정함과 동시에 패자 부활전을 도입하고 약자를 존중해야 열린 능력주의로 담론을 옮길 때 이러한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 능력주의 문제는 능력주의와 세습신분제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불평등의 정당화가 아닌 불평등의 완화와 해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능력주의 원칙이 아닌 필요의 원리에 따라 소수자⋅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 등이 있을 수 있다.
여섯째, 이 연구의 제한점은 능력주의 담론을 교육 평등관점과 귀인이론 관점에서 담론을 살펴본 것이다. 향후 능력주의에 관한 연구는 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자산, 교육, 주거 등 지표를 활용한 양적연구를 통하여 능력주의에 대한 치밀한 논의를 전개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고경화(2007).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 관계 논의”, 교육의 이론과 실천 12(2), 한독교육학회, 1-22.

곽영신, 류웅재(2021). “불평등 사회 속 공정 담론의 다차원성”, 한국언론학보 65(5),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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