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2); 2022 >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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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관한 기존 논의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E.H카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타난 죄와 용서 같은 신앙적 측면에 주목하여 작가의 종교관을 지적하였다(2011: 342). 한편 석영중은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신경 신학자들의 예고된 논쟁을 대해 고찰하였다(2021: 324). 권철근의 경우 이 소설에 제시된 다양한 아버지의 형상을 분석함으로써 아버지 테마의 본질과 의의를 밝히는데 주목하였다(2013: 2). 그리고 백준현은 ‘아이들 테마’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스토옙스키가 구원의 요건으로 삼은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1998: 489). 마지막으로 김연경 논문에서는 본고에서 주목하고 있기도 한 스메르쟈코프의 특성을 분석하고 소설 내에서 그의 입지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였다(2018: 34). 이처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종교적⋅심리적⋅가족관계 차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아버지’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 표도르를 비롯하여 알료샤의 정신적 아버지인 조시마 장로, 공금 유용으로 딸을 어려움에 처하게 한 카체리나의 아버지, 자신의 아들을 잃은 후 스메르쟈코프를 자식처럼 키워준 그리고리, 아들 일류샤에게 헌신적이었던 스네기료프 대위 등 여러 아버지상을 살펴볼 수 있다(권철근, 2013: 3).
2) 현재 인터넷 대형 서점에는 여러 종류의 다이제스트가 판매되고 있다. 본고는 절판, 품절된 것을 제외한 텍스트 가운데서 학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바로 eBook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본 논문에서는 현재 인터넷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서출판 앱북의 『다이제스트로 읽는 세계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5)과 위즈덤커넥트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23분만에 독파하는 고전 멘토링』(2016), 해성 북 출판사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20)을 비교 텍스트로 선정하게 되었다.
3) 권철근(2010)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이 직선적인 경우보다 곧잘 미묘한 상황 속에 숨겨져 있거나 도스토옙스키 역시 포착하기 어려운 암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묘한 작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견해는 본 논문의 문제의식에 참고점을 제공하는데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쥬치카’와 ‘페레즈본’의 애매한 서술 또한 작가의 ‘트릭’일 수 있다. 따라서 텍스트 내 단어 명칭은 명확히 서술되어야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4) 본 수업에서 문제의식으로 제기한 ‘친부 살해’ 모티프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교수자의 방법적 측면이었다. 우선적으로 교수자가 이 텍스트의 중요 쟁점인 ‘친부 살해’을 언급하여 본문의 앞 뒤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한 후 이와 관련된 주제들을 꼬리물기식으로 연상하도록 유도하였다. 이후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여 자신들이 고민해 온 다양한 논제들을 작성해 왔는데 아무래도 ‘친부 살해’의 경우 워낙 소설 중심테마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 테마에서 변형된 논제들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후 살펴볼 <양파 한 뿌리> 또한 ‘친부 살해’에서 확장된 문제의식으로 학생들의 활발한 논쟁을 이끌어냈다.
좀 더 구체적인 수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수업 전 학생들은 정해진 분량을 읽고 각자 준비한 논제들을 과제로 제출한다. 발표조 또한 조원 개인마다 논제를 ppt에 올리면 이러닝 열린 게시판을 통해 토론이 진행된다. 발표조의 ppt를 본 나머지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에 ppt에 제시된 논제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이에 대한 답변과 더불어 자신이 작성해 온 논제를 이러닝 열린 게시판에 올린다. 이후 발표조는 이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은 발표기간동안 매주 진행되었으며 수업을 듣는 학생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해 두었다.
5) 수없이 논의되어 온 ‘부친 살해’ 모티프 가운데 ‘표도르’를 살해한 ‘스메르쟈코프’가 그의 자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본 논문의 실험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이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견해이긴 하나 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근본적인 지점을 향한 새로운 질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6) 임선숙은 선행지식 학습과 해석적 읽기를 통해 텍스트를 해석할 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언급하였는데 전문가의 의견이나 대중적인 의견에 의지하지 않을 것, 오독을 염려하지 말고 적절한 근거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할 것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더 다채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의미를 해석해 냈다는(2021: 183) 위 연구자의 견해는 본 논문의 연구방향에 근거가 되어준다.
7) 소설 속 명확하지 않는 구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고전읽기에 익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자는 게임에 익숙한 Z세대 학생들이 마치 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재미 요소를 주기 위해 몰래 숨겨놓은 메시지와 같은 일종의 ‘이스트 에그’를 찾는다고 생각하며 이를 텍스트에 적용한다면 고전읽기의 새로운 통로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8) 도스토옙스키의 작중 인물들 가운데 간질의 징후가 나타난 인물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스메르쟈코프 외에도 『백치』의 므이쉬킨 공작과 『악령』의 키릴로프에서도 작가의 질병을 투사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작품에 따라 각각 표출하는 간질의 의미를 달라지게 묘사했다는 점이다(권철근 2006: 132-133). 먼저 발표된 『백치』의 경우 집필기간에 태어난 첫딸을 폐렴으로 3개월 만에 잃게 되는 불행한 가정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질을 앓는 주인공의 모습을 순수하고 신비하게 묘사하였다. 그에 반해 『미성년』을 집필하던 중 자신의 질병을 유전적으로 상속받은 알료샤가 간질로 인하여 삼년 만에 죽게 되자 이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악의 표상인 간질병 환자 스메르쟈코프를 그려내었다. 이는 자식의 죽음과 자신의 병의 연관성에 따라 병에 대한 묘사가 달라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9) <양파 한 뿌리>는 교수자와 학생간의 견해 차이는 있으나 수업시간에 이를 수정해 주기보다 학생들의 분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가령 ‘양파 한 뿌리’는 탄산가스에 질식할 뻔한 라갸브이를 구한 드미트리와 술에 취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농부를 구한 이반, 일류샤 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카체리나, 오갈 데 없는 막시모프를 거둬 준 그루센카의 행동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등장인물들은 순수한 선행적 차원보다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은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그들의 행동을 ‘선행’으로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각 등장인물들의 <양파 한 뿌리>를 단답형으로 정의내리기에는 무척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은 확장적 사고를 진행하는데 있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10)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본 수업에서 진행한 토론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강의라는 점과 학생들이 댓글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러닝 열린 게시판의 댓글달기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특히 2021-2학기 강의는 D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진행한 단러닝 스터디클럽에 참여하였는데 위 인용문의 경우 발표조와 나머지 학생간의 토론 댓글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1) 경영경제대 학생 외에 과학교육과, 국어국문학과 학생의 경우 DNA 분석으로 친자확인 유무 및 ‘감정 전염’과 ‘후광 효과’의 심리학 개념 적용 등의 주제로 글쓰기를 진행하였다.
12) 이러한 전공 관련 글쓰기는 도스토옙스키의 또 다른 작품인 『죄와 벌』을 통해서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도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2020년 1학기의 경우 공과대와 예술대(도예과, 음악학부, 디자인학부, 공연영화학부 포함 40명), 2020년 2학기에는 사범대 학생들을(수학교육과, 특수교육과, 체육교육과, 과학교육과, 한문교육과 전공 포함 31명)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앞서 소개한 공과대는 제외하도록 하겠다.
예술대 학생들의 글쓰기를 살펴보자면 소설 속 여러 장면들을 영화로 제작했을 때 어떠한 음악이 좋을지 추천한다거나(음악학부) 소설 속 인물들의 의상을 고전 그림과 비교하여 설명한다거나 등장인물의 심리를 ‘선’의 변화로 설명(디자인학부), 텍스트를 화면으로 연출할 경우 예상되는 인물 움직임이나 제스처, 더 나아가 어떤 배우를 캐스팅할지에 대해 언급한 대목(공연영화학부)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사범대 학생들의 글쓰기에서는 소설 속 주요 사건 3가지를 함수로 표현한다거나 주인공과 주변인물 관계도를 사칙연산으로 비유하여 서술하거나(수학교육과) 주인공의 환시 혹은 환청 요인등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생물학의 신경계 및 면역계 등으로 설명(과학교육과), 소설 속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고 교사로서 해결책을 제시한다거나 당대 경제 및 교육, 여성에 대한 정책 및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분석(특수교육과), 전공에서 배운 이론을 접목시켜 주인공 행동의 문제점을 해결책(체육교육과)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예술대 학생들의 글쓰기에서는 『죄와 벌』의 줄거리 및 등장인물의 특성을 자신의 전공에서 변형시키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스’적인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사범대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이론을 통해 등장인물의 비정상적인 행동의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특징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 가운데서도 한 학생의 글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죄와 벌을 게임으로 만든다면 어떤 의미와 포맷으로 만들 것인가’(조도〇, 패션디자인학부-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란 주제였다. 학생의 글에서 나타난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라스콜니코프에 감정이입하여 결말을 봄으로써 벌의 의미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 나간다는 점이다. 가령 소설 속 등장인물인 ‘소냐’를 게임의 힌트와 같은 존재로 설정한다거나 게임의 마지막 엔딩의 경우 신에게 구원받는 장면의 이미지와 라스콜니코프가 감옥에 있는 장면을 디졸브하여 보여준다. 결국 신의 구원은 라스콜니코프가 죄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는 것을 게임의 유저에게 알려주겠다는 학생의 글을 통해 이 게임이 단순히 줄거리만을 적용하는 것이 아님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위 학생의 과제 경우 『죄와 벌』의 내용을 온전히 숙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 소스 멀티 유스’적 측면에서 자신의 전공을 잘 살린 사례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