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등교육에 나타난 사회적 시민성(social citizenship)의 특성 -복지를 둘러싼 시민으로서의 사적 권리와 공민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중심으로

The Notion of Social Citizenship as Reflected in American Secondary Education -Focusing on Liberal Civil Rights and Republican Civil Duties over Welfare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0;14(2):115-129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April 15
doi : https://doi.org/10.46392/kjks.2020.14.2.115
Professor, University College, Yonsei University
홍석민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6S1A5A2A01926353).
Received 2020 March 20; Revised 2020 March 22; Accepted 2020 April 14.

Abstract

초록

본고는 자유주의적 시민권 대 공화주의적 책무와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대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이라는 두 쌍의 개념을 활용하여, 미국 중등교육의 시민성 교육과정과 교재들이 시장, 사회, 국가라는 맥락 속에서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시민권과 공민의 책무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미국의 시민성 교육 관련 국가⋅주 표준이나 대표적인 교재들은 미국 정부가 사회적 시민권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즉 사회적 시민권을 미국 독립선언서의 ‘행복추구권’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실상은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에 상응하는 선별적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개념과 실제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시민은 시장과 사회에서 경제적 안전에 대한 권리, 즉 사회적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복지 혜택을 권리가 아닌 ‘선물’로 받고 있으며, 이 선물 수령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는 요구받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입헌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위해 매우 자립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 다양한 자유주의적 권리를 행사하고 또 다양한 공화주의적 책무를 감당하도록 기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사에 매우 뿌리 깊은 자발적행동주의(voluntarism)와 개인주의 및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 사회적 평등, 사회⋅경제⋅지리적 유동성이라는 사회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오히려 미국 중등교육의 시민성 국가표준과 주 교육표준들 및 시민성 교재들은 보편적 공교육 제도를 사실상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권’은 미국 헌법에 권리(혹은 시민권이나 인권)의 하나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is study, utilizing the concepts of liberalism, republicanism, and social citizenship, analyzes the American national standard, three representative state standards, and major textbooks dealing with citizenship education. It thereby explores how an individual’s liberal civil rights and his or her republican civil duties are intertwined around the idea of welfare in the context of the market, society, and the state. The standards, as well as the textbooks, describe that although the US government does not recognize the notion of social citizenship-that is, it does not accept social citizenship as one of the natural rights connected to the concept of ‘the pursuit of happiness’ manifested in the US Declaration of Independence, it actually establishes a welfare system corresponding to the notion of selective social citizenship. Thus, what we have here is a discrepancy between concept and reality.

In other words, American citizens, denied the right to economic safety in the marketplace and society, and thus to their (universal) social citizenship, are to receive the minimum welfare benefits from the state as a ‘gift’ rather than as a liberal civil right. Even though American citizens are not required to carry out any specific obligations or duties in return for receiving the aforementioned ‘gift’, they are expected to become very self-reliant and active citizens who are to exercise various liberal civil rights, and to fulfill diverse republican responsibilities and duties in order to defend the American constitutional democracy. This phenomenon derives from the social characteristics of ‘voluntarism’ and ‘individualism’, both of which are very deeply rooted in American history, as well as from the relatively high level of living standards, social equality, and socio-economic and geographic mobility enjoyed by Americans.

Meanwhile, both the standards and the textbooks suggest that the American universal public education system, rather than a social welfare system, play the de facto role of ‘social safety net’. Ironically enough, however, ‘the right to education’ is not specified as a right in the US Constitution.

1. 서론

본고는 자유주의적 시민권 대 공화주의적 책무와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selective social citizenship) 대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universal social citizenship)이라는 두 쌍의 개념을 활용하여, 미국 중등교육의 시민성(citizenship1)) 교육과정과 교재들이 시장, 사회, 국가라는 맥락 속에서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시민권과 공민의 책무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사실, 본고는 3부작으로 구성될 연구의 첫 단계인데, 이 연구 이후 필자는 동일한 연구를 영국과 한국에 대해서도 수행하여 세 나라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사(私)적인 권리와 공민으로서의 공(公)적인 책무 간의 균형 잡힌,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시민성 교육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시민성 함양은 교양교육의 전통적인 목표의 하나이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제시한 ‘교양교육표준안’은 교양기초교육의 6대 목표 중 하나로 “공동체의식, 시민정신 함양”을 들고 있다(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16). 한국 교양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교양교육학회인 전미대학연합(AAC&U, 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s and Universities) 역시 ‘What Is Liberal Education?’이라는 홈페이지 상설 코너를 통해서 교양교육이 성취해야 할 목표의 하나로 “책임감 있는 시민성(responsible citizenship)”을 들고 있으며, 특히 21세기 교양교육은 “지식을 갖춘 시민성(informed citizenship)”의 달성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AAC&U, 2020). 2019년 여름 국회에 제출된 교양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미국 대학들은 교양교육과정에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윤우섭 외, 2019: 32). 사실 이런 현상은 교양교육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8년 ‘미래를 여는 도전’을 주제로 한국경제신문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함께 주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18(Global HR Forum 2018)에 참가한, 영국의 저명한 인권 교육 전문가인 스타키 교수(Hugh Starkey, Institute of Education, University College London)도 세계화로 인적자원의 초국가적(transnational) 유동성이 커진 정도에 상응하는 세계시민교육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Starkey, 2018).

이렇게 훌륭한 시민성의 함양이 교양교육의 목표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성을 대학의 교양교육 교과목으로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 또 채택한다면 교양교육과정 중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교양교육표준안’의 분류에 따른 ‘기초’, ‘교양’, ‘소양’ 영역 중 어떤 영역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2), 그리고 그 내용과 교수학습법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시민성 교과목은 교과목 설계자의 시각에 따라 그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실, 현재 국내 대학 중 일부 예외적인 경우3),를 제외하곤 시민성을 별도의 교양 강좌로 제공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4)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대한민국은 중등교육과정에 ‘시민성’이나 ‘시민권’이라는 교과목은 없지만, 사실상 사회과에서 내용상 시민성 관련 교육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민성과 시민 교육 면에서 선진국이라고 평가되어 온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아예 중등교육과정에 ‘시민성’ 교과목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 즉 고등교육과정에 시민성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의 적절성 여부와 포함할 내용 등에 대한 논의에 앞서 중등교육과정의 시민성 교육 내용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이런 분석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한국과 해외 시민성 교육 선진국과의 교육 내용 비교연구도 필요하다.

이에 본고는 시민성, 특히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시민성에 집중하여, 연구의 첫 단계로서 미국 중등교육의 시민성 교육과정과 교재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 본고가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시민성에 집중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이후 한국은 물론 지구촌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실업과 복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실업, 특히 청년 실업이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로 대두했으며, 일자리 증대가 단기간에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계층⋅세대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형태의 복지제도를 실시해야 할지가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트럼프 현상(Trumpism)’ 역시 배후에는 실업과 연계된 복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둘째, 복지 문제만큼 개인에게 사익(私益)과 공익(公益)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도 드물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심각한 재정적자와 ‘복지병’⋅국가(혹은 정부)의존성(state⋅government dependency)이 심화되어 자조⋅자립, 도전정신, 창의성, 기업가정신이 약화된다. 반대로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너무 강조하고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면, 양극화와 사회불안이 심화된다. 공교육을 통해 시민의 권리와 공민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둘 사이의 적절한 중용을 찾는 것이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2. 선행연구 분석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시민교육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1991년 냉전 종식에 따른 공산주의의 몰락과 세계화의 촉진, 2001년 9.11 테러, 미국 내로의 이민의 꾸준한 증가 등의 역사적 환경 변화로 인해서, 국가교육과정이 없는 미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민간 시민 교육 단체들이 크게 활성화되어 시민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에 대한 책무성의 조화,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참여, 다문화주의적 정체성을 통한 관용과 배려, 공존, 사회통합 등을 강조하고 있다(박선영, 2012: 323-344).

미국은 한국 사회과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성 교육에 대한 국내 연구는 대단히 많다. 미국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과 교육 내용과 성립 역사 및 시민성 교육표준의 내용에 대한 분석(강선주, 2001: 5-26; 최종덕, 2000: 345-368; 옥일남, 2013: 217-258; 차조일, 2016: 167-188)과, ‘민주시민’이나 ‘세계시민’ 교육표준에 어떤 구성 요소들이 들어있는지에 대한 분석들도 시행되었다(박선영, 2012: 323-344; 전득주, 2002: 41-65; 최종덕, 1997: 99-114; 한국청소년개발원, 2002: 19-47).

그러나 국내 연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의 시민성 교육을 특정 주제에 집중하여 분석한 연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특정 주제에는 정치 교육(서현진, 2012: 105-137), 경제 교육(장경호 외, 2010: 127-150), 금융 교육(최윤정 외, 2015: 217-245), 역사 교육(박혜정, 2009: 226-301), 헌법 가치(신형식, 2011: 217-258), 비판적 사고(옥일남, 2012: 131-172), 젠더(강선주, 2008: 187-220), 사회과 평가(이종원, 2002: 73-85) 등이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영국에 대한 비교연구들도 있다(강선주, 2008: 187-220; 김영석, 2009: 25-46; 박형준, 2005: 81-100; 정문성, 2005: 149-168). 그러나 이 연구들 중 어떤 것도 본고가 다루는 사회적 시민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것은 없다. 이런 상황은 해외 연구들도 마찬가지다.

3. 분석틀

3.1 민주공화국 내에서의 자유주의적 시민권 대 공화주의적 책무

시민성은 그간 권리와 책무를 다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시민권도 공민권과 동의어처럼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역사적으로 따로 따로 발생한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가 역사적 발전에 따라 서로 결합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으로 귀결되면서 나타난 융합 현상이다. 사실, 한국, 미국, 영국 등 현대 지구촌의 대부분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체제를 민주공화국이란 틀 내에서 추구하고 있는데, 이들이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원래 개인의 권리를 더 강조한 반면, (고전적) 공화주의는 공익⋅공공선의 이상을 더 강조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와 시민권, 공민권의 역사적 뿌리와 변천과정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뿌리인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5),는 여러 선진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즉, 민주정치는 시민 계층이 사익을 공익의 위에 두는 우중이 되어 민중선동가의 포퓰리즘에 현혹되면 중우정치로 타락하여 ‘인민의 민주주의적 전제’로 전락할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이후 18세기까지 서구에서 민주주의는 위험한 정치 형태의 하나로 인식되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크게 다음의 세 원칙을 강조하는 공화주의가 태동했다. 공화주의는 인민이 선출한 대표가 통치하는 국가의 통치 목적이 한 개인, 특정 계층이나 집단, 다수 대중의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공익 추구가 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1) 어느 한 개인이나, 소수 엘리트 집단, 다수 대중 어느 누구도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혼합정)6), 2,) 이를 인치(人治, rule by law)가 아닌 법치(法治, rule of law)로 보장하며, 3)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idiotes’가 아니라 공익을 우선하는 ‘polites’로서의, 즉 공민으로서의 덕성 함양을 추구한다. 이제 공화국의 시민은 이런 덕성을 갖추고 공익⋅공공선의 실현을 위해 국가에 대한 적극적 자유이자 권리인 공권(公權), 즉 참정권을 행사하는 공민이 된다(볼 외, 2006: 45-57, 60-78; 곽준혁, 2008: 174-187).

한편,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태동하기 시작한 자유주의는 절대주의 국가의 여러 억압으로부터의 정치⋅경제⋅종교적 자유라는, 공민권 대비 소극적인 시민적인 자유권을 표방하면서 출현하였고, 이후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 초래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면서 근대 서구 사회의 주도 이념의 하나가 되었다. 원래 시민권은 고대 그리스⋅로마 도시국가의 국정에 자유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특권으로 시작되었지만, 계몽주의와 시민혁명기를 거치면서 자연법⋅자연권 사상과 사회계약론의 영향을 받아 자유주의가 인정하는 자유와 평등으로 대표되는 자연권, 즉 개인의 천부인권으로 발전했다. 동시에 시민권은 국가에 의하여 침해되지 않는 사적 자유는 물론, 국가에 대한 참정권 등을 포괄하게 됨으로써 공민권과 동의어가 되었다. 또한 프랑스 혁명 전쟁으로 나타난 자유주의적 민족주의는 역사상 처음으로 근대국민(혹은 민족)국가(modern nation state)를 탄생시켰는데, 이 근대국민국가는 시민권자들의 모임을 의미했기 때문에, 시민권은 본질적으로 근대국민국가 내에서만 그 의미와 기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볼 외, 2006: 101-125).

19세기 들어 산업혁명의 진전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민주공화정 이래로 위험시 되었던 민주정치를 부활시켰다. 한편으로, 노동대중의 출현은 사회주의 혁명이 현실화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켰고, 또 한편으로 교통⋅통신의 발달, 공교육의 확대, 대중매체의 발달은 대중이 공공업무에 식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자유주의는 일차대전 직후 서구 선진 국가에서 참정권이 확장되어 대중민주주의 시대가 출범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볼 외, 2006: 76-78).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자유주의의 제1원칙은 인간은 천부인권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이며, 제2원칙은 모든 천부인권에 대한 관용이다. 따라서, 공익⋅공공선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공화주의와 달리, 자유주의 정부⋅통치의 목적은 개인의 천부인권의 보호이며, 정부의 권위도 인민의 동의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천부인권의 보호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천부인권들 간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자유주의는 어떤 천부인권이 더 중요한지 결정해줄 방법이 없다. 이런 결정은 민주주의가 자신의 두 원칙, 즉 1) 국민주권론에 기초하여 2)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해줘야 한다. 이렇게 자유의 내용은 민주가 채워주는 것이며, 민주는 자유의 터전 위에서만 완성된다. 이렇게 결합된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자유주의가 인정하는 인권, 즉 근대국민국가에서의 시민권은 그 자체로 실체적 정의를 갖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의해 제공된 절차적 정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김성호, 2011. 장동진, 2008: 208-213도 참조).

그런데 고대 로마의 민주공화정 이후 1,800여 년 만에 부활한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험성을 갖고 있었다. 주권자인 국민이 다수결로 선택해준 결정이 한 개인이나 계층, 집단의 사익을 공익에 우선시킨다면 자유민주주의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적 전제에 대한 우려로 공화주의라는 불완전한 안전장치를 장착했고, 이로써 민주공화국 내에서의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된 것이다. 이런 결과에는 민주 시민이 우중이 되어 자유주의가 인정한 시민권을 다수결에 따라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오용한다면, 이를 ‘polites’로서의 덕성을 갖춘 공민이 공익⋅공공선을 추구하면서 참정권을 적극 활용하여 견제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볼 외, 2006: 66-76, esp. 75-76 참조).

이러한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승인을 받아 인정한 절차적 정의인 시민권과, ‘민주주의적 전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화주의가 강조하는 ‘polites’의 덕성으로서의 책무가 균형을 이뤄야만 한다. 본고는 이런 자유주의적 시민권과 공화주의적 책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두 개념의 상관관계가 미국 중등 교육과정과 교재에 어떻게 서술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3.2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대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

복지와 관계된 사회⋅경제 영역에서 개인은 시장, 사회, 국가와 다양한 상관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관계의 망 속에서 개인은 어떠한 사회적 시민권을 주장할 수 있고, 또 공민으로서 어떠한 책무를 다하도록 기대될까? 이는 사회적 시민권의 특성을 ‘선별적’으로 규정할지, 아니면 ‘보편적’으로 규정할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사회적 시민권’7),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셜(T. H. Marshall)에게 이 용어는 기본적인 경제적 복지와 경제적 안전에 대한 권리로부터 해당 사회가 갖고 있는 기준에 부응하는 문명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권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권리를 의미했다. 이 권리를 통해서 그는 모든 사람이 공동체의 완전한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시민권을 갖는다고 보았다. 특히 마셜은 복지권(welfare rights)으로 구체화되는 사회적 권리(혹은 사회권, social rights)의 확장을 통해 계급과 불평등의 존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어도 그 차이의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Marshall, 1950: 46-74).8)

마셜의 시민권 논의가 이뤄진 때는 고전경제학에 기초한 자본주의가 대공황(1929)으로 파국을 맞고, 2차 대전 후 케인스주의(Keynesianism)와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 1942)를 바탕으로 등장한 큰 국가가 사회민주주의적 혼합경제체제 하에서 완전고용과 복지국가를 지향하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시장이 후퇴하고 국가가 전진했으며, 사회⋅경제 영역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증대하는 만큼 개인의 사적인 자유와 책임은 줄어들고 개인의 공동체적 권리는 증대⋅확장되었다(예르긴 외, 1999: 23-146; 379-408; 존스, 2003: 155-171). 따라서 당시 사회적 시민권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을 의미했다. 동시에 이는 모든 평등한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동과 공동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집단주의적인 연대적 시민권(collectivist solidaristic citizenship)을 의미하기도 했다(Horton 외, 2009: esp. 89). 이렇게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은 당대 주류였던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반영한-공화주의와는 무관한-개념이었고, 사회민주주의가 사회주의로부터 태동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 주도 체제는 1970년대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한계를 드러내며 종말을 고했다. 이어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기초한 새로운 자본주의가 등장했지만(예르긴 외, 1999: 147-202), 이마저도 2008년 금융위기로 동력을 상실하면서 다시 한 번 ‘시장의 실패’를 보여주었다. 현재 세계는 시장을 통한 성장과, 성장과 연계된 공정한 분배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소위 ‘생산적 복지’ 체제를 겸비한 자본주의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다(홍석민, 2015: 273-319 참조).

이런 21세기 전환기의 경제적 여건의 변화는 사회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선진 복지국가의 사회정책을 주도하는 네 가지 담론-계약화(contractualization), 소비자화(consumerization), 기회와 열망(opportunity and aspiration), 적극적 시민권(active citizenship)-모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국가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담론은 복지가 점차 시장화(marketization) 되어 복지시장(welfare market)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시민은 공동체의 일원이라기보다 개별 시민 소비자(citizen-consumer)로서 복지시장에서 국가와 계약을 맺어 복지를 선택하고 특정 계약 조건, 즉 특정 책임-주로 임금을 받는 일자리(paid work)로의 복귀 혹은 복귀를 위한 노력-을 충족시킴으로써 복지의 공동 생산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시민’이 되고, 동시에 이 계약의 이행을 통해 저임금 일자리에서 고(高)기술과 보다 고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와 열망도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개인주의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시민 소비자가 모범적인 시민상으로 제시되면서, 연대적 시민권 개념이 점차 쇠퇴하고 개인주의적이며 자유주의적인 개별적 시민권 개념이 대두하고 있으며, 사회적 시민권은 권리일 뿐만 아니라, 책임(responsibility)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Lister, 2011: 63-84; Dean, 2007: 573-590, esp. 579; Isin, 2008; Roche, 1992; Taylor-Gooby, 2009: esp. 31). 이렇게, 최근 들어 사회적 시민권은 권리로서 주어지는 보편성을 점차 상실하고 대신 특정 조건과 책임을 충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배타적인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이 되어 가고 있다.

4. 시민성 교육과정과 교재 분석

4.1 시민성 교육과정

4.1.1 ‘시민과 정부를 위한 국가표준’

본고는 먼저 ‘시민과 정부를 위한 국가표준(National Standards for Civics and Government, 이하 국가표준)’을 살펴봤다. 미국은 국가교육과정이 없는 대신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시민교육센터(Centre for Civic Education, 1987년 설립, 이하 CCE)가 제시한 국가표준이 있다. CCE는 연방정부의 위탁을 받아 국가교육과정에 준하는 국가표준을 만들었으며 이 표준은 미국 전체 모든 주의 교육과정의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표준에는 미국 독립선언서에 충실히 반영된 고전적 자유주의와, 헌법 및 권리장전에 (자유주의와 함께) 오롯이 담겨있는 고전적 공화주의의 원칙이 적혀있다. 국가표준에 따르면, “미국 민주주의에서 모든 시민은 자치 공동체의 완전하고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천부의 기본적 권리를 부여받고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정의된다. 즉, 시민은, 정부와 더불어, 자유주의가 인정하는 “개인의 [기본적] 권리 보호”와 동시에 공화주의가 강조하는 공동체의 “공공선의 추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CCE, 2003: 127).9)

그러나 주로 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규정된 시민의 권리 면에서는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은 물론,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이라고 볼 수 있는 권리의 개념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표준은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권리를 3가지로 구분했다. 1) 사적 권리(personal rights)로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사생활과 사적 자율성, 표현과 결사의 자유, 거주와 이전의 자유, 정당한 법절차(특히,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법의 공정한 보호 등을 들고 있다. 2)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로는 대표적으로 언론⋅출판⋅집회⋅청원의 자유, 투표권과 공직 입후보권을 들었다. 3) 경제적 권리(economic rights)로는 재산 취득⋅사용⋅양도⋅처분권, 직업 선택 및 전직(轉職)권, 노조 및 전문조직 가입권, 사업체 설립 및 운영권, 저작권과 특허권, 합법적 계약 체결권 등을 강조했다. 물론 이 3가지 종류의 권리들은 서로를 강화시켜줄 수도 있지만, 상호간에 또 다른 사회적 가치나 이해관계와도 상충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로는 (남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나 해를 끼칠 때, 급박한 통치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때, 명예훼손이나 비방 및 국가안보나 공공안전 문제와 연루되었을 때 등을 들 수 있다(CCE, 2003: 128-131). 결국, 독립선언서는 생명, 자유, 재산과 더불어 ‘행복추구권’을 천부인권으로 함께 명시했지만, 국가표준에서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사회적 시민권은 ‘행복추구권’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주로 공화주의의 영향 아래 형성된 공민의 책임에 대한 규정에서도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성립 가능성은 낮다. 국가표준에 따르면, 개인과 사회의 유지를 위해 중요한 개인의 사적(personal) 책임으로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보기, 자녀 양육과 교육을 포함한 가족 부양을 스스로 책임지기,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지기, 도덕적 원칙 준수,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이해에 대한 배려, 예절바른 행동을 들었다. 개인의 시민적(civil) 책임에는 준법, 납세, 군복무, 공무 수행, 공공 이슈를 제대로 알고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치적 및 사회적 행동을 통해 적극 참여하기,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헌법의 원칙들을 준수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지 감시하기, 필요할 때 지도자가 되기, 선거 때 후보자와 이슈에 대해 잘 알고 투표하기 등이다(CCE, 2003: 131-132). 즉, 기본적으로 개인 자신과 가족의 복리나 이들이 겪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의 해결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가표준이 미국 입헌민주주의체제의 수호를 위해 필요한 사적 및 공적 기질(disposition/character)을 논할 때도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성립 가능성은 높지 않게 나타난다. 필요한 사적⋅공적 기질의 예로, 국가표준은 예의바름, 법의 존중, 정직, 비판 정신, 합리적 협상과 타협, 가치 있는 것을 실현하려는 끈질김, 애국심, 용기와 더불어, 관용, 타인의 권리 존중, 열린 마음가짐, 공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공민의식,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즉, 경제⋅사회적으로 불우한 사람들(less fortunate)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함께 주문했다(CCE, 2003: 133-13410,)). 또한, 국가표준은 시민은 사적으로 개인적 가치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개인적인 권리 수호와 도덕적⋅법적 의무를 다함으로써 책임감 있는 자조⋅자치의 가치를 실현하는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시민은 공공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식을 갖고 지켜보다가 필요한 때 사려 깊고 적극적⋅효과적으로 정치적 및 사회적 행동을 취하면서 공적인 이슈들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국가표준은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개인의 권리 보전과 함께 공공선 촉진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 것이다(CCE, 2003: 134-137). 그런데, 이 경우 국가표준이 요구한 공공선의 촉진은 정부나 국가보다는 개인과 사회 차원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형성과 정부나 국가의 역할 증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비록 일관된 논리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표준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시민성 교육에도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출현과 그에 따른 정부 역할의 증대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국가표준은 시민 개인의 권리를 논할 때도, “동등한 기회”의 원칙 문제가 제기된다면,-보다 구체적으로는-”빈곤, 실업, 도시 쇠퇴(urban decay)”로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면, 사적 및 정치적⋅경제적 권리들도 정부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CCE, 2003: 130-13111,)). 나아가 교육이나 의료와 보육 등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주체가 자발적 자선 기관들이어야 하는지 정부여야 하는지 아니면 둘 다여야 하는지, 정부라면 정부의 적절한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질문함으로써(CCE, 2003: 101, 113) 사회복지 측면에서 큰 정부의 출현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런 맥락에서 바로 전 단락에서 분석한 ‘불우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에 대한 요청을 바라보면, 이 요청은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형성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역사, 정치, 통치체제 등에 대한 국가표준의 전반적인 논지를 고려할 때, 시민성 교육에서 사회적 시민권이 천부인권의 하나로 인정받고 사회복지 부문에서 큰 정부⋅국가를 옹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가표준의 지적대로, 정부의 목적과 관련하여 개인의 권리 보호를 더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공공선의 추구를 더 강조하는 고전적 공화주의는 처음부터 갈등을 겪을 소지가 다분했다(CCE, 2003: 107). 그런데 미국 역사에서 독립 직후 미국헌법은 개인의 권리 보호와 공공선의 추구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기반으로 제한적인 정부(limited government)를 규정했다. 자발적인 개인과 사회⋅경제적 조직들이 정부의 영역 밖에서 자유롭게 형성한 시민사회는 법치에 근거하여 개인에게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정치⋅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다. 즉, 정치⋅경제적 자유의 전제 조건은 제한적인 정부였고, 제한적인 정부 위에서만 정치⋅경제적 자유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CCE, 2003: 91). 결국, 사회적 시민권, 특히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수립과 그에 상응하는 큰 정부, 그리고 그런 큰 정부가 운영하는 보편적 복지제도의 출현은 처음부터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국가표준에 따르면, 경제⋅사회적 복지의 책임이 기본적으로 국가가 아닌 개인과 가정의 영역으로 귀결되게 된 것은 미국 역사와 미국 사회의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은 13개 식민지 시절부터 자치를 했었고, 건국 후의 제한적 정부의 존재와 서부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프론티어(frontier)를 활용하며 팽창해 나갔던 경험, 발달한 시장과 직업⋅노동윤리, 미국인의 종교적 신념 등을 통해서 자발적행동주의(voluntarism)와 개인주의(individualism)가 미국 생활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CCE, 2003: 101-102),12,) 이런 특질들은 아무래도 경제⋅사회적 곤궁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보다는 개인을 바라보게 만드는 특성을 갖는 것들이었다. 또한 국가표준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 사회적 평등, 사회⋅경제⋅지리적 유동성, 법과⋅체제에 대한 존중심, 인구 구성의 다양성, 풍족한 땅과 혈통 귀족이 부재한 가운데 사회계층 전반에 널리 퍼진 재산 소유권,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존재 등이 경제⋅사회적 갈등이 생겨나더라도 이것이 심각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것을 막아주었다는 것이다(CCE, 2003: 101-102, 105). 당연히 이런 갈등과 분열의 상대적 부재는 큰 국가⋅정부에 의한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의 출현 혹은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표준이 사실상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암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보편적 공교육 제도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보편적 사회복지가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우수한 공립학교에 존재하는 무상 교육 기회(CCE, 2003: 102, 105)가 경제⋅사회적 불만과 갈등에 대한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CCE의 헤일 부소장(John Hale, Associate Executive Director)과 뉴욕 맨해튼 소재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Democracy Prep Public School, charter school임)에서 시민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허영재 선생님과 게팅(Ashley Getting) 선생님도 이런 맥락에서 교육, 특히 시민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학교의 교육 모토는 ‘열심히 공부해라. 대학에 가라. 세상을 바꿔라(Work hard. Go to college. Change the world)’라고 한다.13,)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뉴욕 주와 더불어 교육 측면에서 가장 진보적인 캘리포니아 주와 가장 보수적인 텍사스 주의 고등학교 시민성 교사와 시민운동가들도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14), 아이러니컬한 것은 헤일 부소장의 지적대로 ‘교육권’이 미국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혹은 시민권이나 인권)가 아니라는 것이다.15)

4.1.2 텍사스, 뉴욕, 캘리포니아 주 교육표준

다음으로, 미국의 각 주는 국가표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도 사실상 독립적으로 교육적 자치를 하면서 각자 별도의 교육과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본고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갖고 있으며, 각각 미국 남부, 서부, 동(북)부의 교육과정 형성과 교재 구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뉴욕 주의 교육과정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텍사스 주는 교재 최대 구입 주이며, 뉴욕 주 교육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립학교 체계를 갖고 있다. 또한, 전술한대로, 교육 측면에서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주로, 반면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가장 진보적인 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세 주가 미국 전체 교육과정의-모든 측면은 아닐지라도-상당히 중요한 측면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재 교육과정의 표준으로, 텍사스 주는 텍사스 행정 코드(Texas Administrative Code, 이하 TX)가 작성한 사회과를 위한 텍사스 기준 지식과 기술(Texas Essential Knowledge and Skills for Social Studies, 2011)을, 뉴욕 주는 뉴욕 주 교육부(New York State Education Department, 이하 NY)가 만든 사회과 교육 틀(Social Studies Framework) 개정판(2015)을, 캘리포니아 주는 캘리포니아 주 교육위원회(California State Board of Education)의 2016 역사-사회과학 틀(2016 History-Social Science Framework)(2016)을 사용하고 있다.

세 주의 교육표준에 나타난 시민성 교육의 구성이나 강조점은 국가표준과 대동소이하다. 즉,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부⋅통치체제, 경제의 구조와 작동원리 및 필요성, 미국헌법, 미국 입헌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 지역 공동체⋅주⋅미국⋅지구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역할, 권리, 책임, 의무, 다양한 참여 방법,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NY, 2015: Introduction 이전의 3, 11; Introduction의 20-21; K-8의 9-11, 67-69; Grades 9-12의 45-4716,)). 특히, 제한적인 대의제 정부를 가진 사회 내에서, 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수립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 및 공화주의의 영향 아래 형성된 책임⋅의무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정치적⋅사회적 참여를 촉구한다(TX, 2011: 113.B-5, 113.C-29-30; Cal, 2016: 591, 593) 국가표준처럼 사적, 정치적, 경제적 권리나 사적, 시민적 책임 같은 분류법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 권리와 책임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TX, 2011: 113.B-12, 19-20; 113.C-8, 29-30; NY, 2015: Grades 9-12의 45-47; Cal, 2016: 589, 593).

그런데 ‘교육 측면에서 가장 보수적인 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주 교육표준은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이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촉구함으로써 최소한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형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학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불평등의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보건 의료체계를 미국 내 여러 지역 및 외국과 비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TX, 2011: 113.C-38). 역사 교육에서는 사회복지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뉴딜(New Deal)의 여러 입법을 통해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역사적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이후 미국 시민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계속 미쳐왔는지를 분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TX, 2011: 113.C-7). 나아가 역사적 관심을 1990년대 이후 21세기 초 현재의 문제까지 확대시켜, 미국사회에서 실행되고 있는 장기 복지후생계획인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Social Security and Medicare)의 지급 능력 유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하도록 주문하고 있다(TX, 2011: 113.C-5)17).

캘리포니아 주와 더불어 ‘진보적인 주’로 간주되는 뉴욕 주의 교육표준은 국가표준이나 텍사스 주 교육표준에는 언급되지 않은 ‘사회정의’(NY, 2015: K-8의 68, 90, 101; Grades 9-12의 3)라는 용어를 시민성 교육과 관련하여 언급하기도 하고, “시민권 개념은 미국사의 흐름과 더불어 확장되어 왔고 이런 시민권을 합법적으로 보장받은 사람과 집단의 숫자도 확대되어 왔다”고 주장함으로써(NY, 2015: Grades 9-12의 46),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도입 가능성을-텍사스 주 보다는 더 크게-열어두고 있다. 나아가 뉴욕 주는 역시 역사 교육을 통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경제규제를 단행하고 사회안전망을 제공함에 있어서 연방정부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여러 주장, 이념, 논쟁을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그 실례로서 1930년대의 뉴딜과 1960년대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계획(빈곤 감소와 노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함)을 통해 역할이 커진 정부가 미국 사회와 경제생활에 미친 영구적인 영향에 대해 논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NY, 2015: K-8의 106; Grades 9-12의 40, 42-43).

그러면서도 뉴욕 주는 균형 잡힌 시각을 교육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뉴딜이 당대 미국 시민이 직면한 모든 어려움을 다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NY, 2015: K-8의 106) 뉴딜, ‘위대한 사회’ 계획 이후 1970년대의 경기침체로 인해 1980년대 레이건과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neo-liberal) 정책 하에서 정부의 역할 감소로 감세, 탈규제, 사회복지 축소가 경기 회복을 위해 시행된 점(NY, 2015: K-8의 109)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이를 ‘위대한 사회’ 계획의 경제정책과 대조해보도록 주문하고 있다(NY, 2015: Grades 9-12의 43). 그러나 무엇보다, “권리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Rights are not absolute),” 법적 지위, 지역,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다양한 소수자는 상황에 따라 그에게 맞는 특별한 권리를 갖게 된다고 주장함으로써(NY, 2015: Grades 9-12의 46) 사회적 시민권 개념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보편성보다는 선별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18)

나아가 미국 경제생활의 기본 원칙으로 개인의 책임과 개인의 자립적 금융을 강조한 점, 미국 경제의 기둥은 자유기업(free enterprise)이며 자유기업은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자신의 경제적 선택을 결정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작동한다고 주장한 점, 그리고 미국 경제체제는 “혼합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a mixed, free market economy)” 내에서의 경쟁과 정부의 제한된 역할을 기본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들(NY, 2015: Grades 9-12의 48-4919)) 역시 뉴욕 주 교육표준이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성립이나 보편적 사회복지제도의 수립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형성 가능성과 관련하여 가장 진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캘리포니아 주다. 캘리포니아 주만 예외적으로 시민권에 “생존을 위한 최저생활, 교육, 건강에 대한 권리들과 같은 기본적인 복지에 필수적인 권리들”을 포함시킴으로써 명백히 사회적 시민권 개념을 시민성 교육에 도입했다(Cal, 2016: 593). 또한 캘리포니아 교육표준은-역시 역사적 사례들을 들면서-케인즈주의와 뉴딜 조치들(노조의 단체교섭권, 최저임금과 법적 최저 노동시간, 노인⋅장애인⋅실업자⋅의존적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사회보장 제공 등)을 연계시킨 후, 이 조치들을 통해서 “정부가 가장 취약한 미국인들을 보호할 안전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원칙이 세워졌으며 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의 유산으로 근대 복지국가 개념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Cal, 2016: 53720), 538-539). 이 주장은 곧 확실한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성립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의 교육표준은 이 개념이 1940년대 이후 1960년대까지 확장되면서 복지국가 정책을 (반공(反共)주의 정책과 더불어) 추진할 강력한 중앙정부의 필요성이 대두했고(Cal, 2016: 549-550), 1960-70년대 민권운동의 동력의 하나도 사회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이었으며(Cal, 2016: 569), 당시 시민권을 보장하는 보증인으로서의 연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되었다고 주장했다(Cal, 2016: 566).21), 나아가 캘리포니아 주 교육표준은 1970년대 경기침체 이후 1980년대부터 21세기 초까지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에 따라 많은 사회안전망이 축소되었다는 점을 언급한 후(Cal, 2016: 580), 클린턴(Bill Clinton)과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에서 진행된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관심도 촉구하고 있다(Cal, 2016: 590).22)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교육표준도 일방적으로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확립이나 실행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일 예로, 유럽처럼, 미국도 대규모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몰두해 있는데,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 약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한 퇴직자 증가와 그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때문에 이 체제를 운영할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Cal, 2016: 506-507). 또한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간섭이 복지 향상과 분배 효과 증대와 같은 득과 함께 여러 가지 실(失)도 동반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Cal, 2016: 634). 그런데 한 가지 매우 아이러니컬한 것은 캘리포니아 주 교육표준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문한 것은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의 확립과 연방정부에 의한 복지체제의 확대가 아니다. 이 교육표준은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인민주의 운동(populist movement)을 소개하면서, 이 운동이 세계화에 따른 소득 양극화 문제를 대중의 관심사로 만들고 있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소득 격차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혹은 시민조직의 형성을 들고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소개하고 있다(Cal, 2016: 584). 국가표준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의 형성에 가장 근접한 캘리포니아 교육표준도 보편적 복지제도의 추진보다-부분적으로는-교육을 사회안전망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 주, 특히 뉴욕 주 교육표준은 그간 시민성 교육에서 참여의 중요성이 소홀히 다뤄졌다는 반성과 함께(NY, 2015: Introduction 이전의 7-8),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한다(NY, 2015: Introduction의 20-21; K-8의 9-11, 67-69, 72, 80, 90, 101; Grades 9-12의 3, 46-47). 그러나 이 시민 참여에 대한 강조가 한 편으로는 보편적 사회적 시민권과 보편적 복지의 도입 쪽으로 나아가도록 대중의 인식의 전환과 정부의 역할 증대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의 확대로 이어져 사회적 시민권 개념이 수립되는 데 부정적으로 작동하거나, 기껏해야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의 수립에 그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4.2 시민성 교재

다음은 시민성 교재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주들은 주 정부 차원에서 선택하는 표준화된 교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23), 본고는 미국 교육 출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3대 출판사가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시민성 교재들을 분석했다. 이들의 서지정보는 다음과 같다. McGraw Hill Education(이하 McGraw)사의 Building Citizenship: Civics & Economics(2016), Pearson Prentice Hall(이하 Pearson)사의 Civics: Government and Economics in Action(2009), Houghton Mifflin Harcourt 출판사의 자회사인 Holt McDougal(이하 Holt)사의 Civics In Practice: Principles of Government and Economics(2009).24)

세 교재 모두 시민성 교육의 구성이나 강조점은 국가표준 및 세 주의 교육표준과 대동소이하다(McGraw, 2016: ch. 1; Pearson, 2009: chs. 1-3, esp. ch. 3-2; Holt, 2009: chs. 1-3, esp. ch. 3). 다만, 이 네 가지 표준에는 없는 ‘학교 가기’가 공민의 주요 의무에 포함되어 있다(McGraw, 2016: 20; Pearson, 2009: 60, 63; Holt, 2009: 125).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교육표준처럼 복지권, 즉 사회적 시민권을 시민의 권리의 하나로 제시한 교재는 없다. 동시에 세 교재는 모두 공동체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공화주의에 기초한 공공선 추구 의무의 하나로 규정했다(McGraw, 2016: 22-23; Pearson, 2009: 65; Holt, 2009: 127, 371). 또한 이런 관심의 실천 방법으로 공동체의 일에 대한 개인의 자발적 참여(voluntee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한 교재는 자발적 참여를 개별 시민의 “중대한 책임(serious responsibility)”이라고까지 불렀다(McGraw, 2016: 23-25; Pearson, 2009: 66-67, 74-75; Holt, 2009: 12725), 371-374). 이렇게 이들 교재에 나타난 시민의 권리와 공민의 의무에는 사회적 시민권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한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 교재는 모두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 미국 정부가 상당 수준의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세 교재는 미국의 자유기업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부작용 초래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는데, 실업자나 병, 상해, 노령 등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경제적 안전(economic security)’을 제공해주기 위한 경우가 그 중 하나라고 주장함으로써(Pearson, 2009: 430-434, 439; Holt, 2009: 565-566) 정부의 경제⋅사회 분야에 대한 간섭 근거를 마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교재는 정부가 실업자, 빈민, 병자나 장애인, 노인 등의 취약자와 그 가족에게 공공서비스의 하나로 음식, 의복, 주거나 현금 형태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McGraw, 2016: 26-27, 380), 정부의 이런 행동을 서술하는데 ‘의무’ 혹은 ‘should,’ ‘have to,’ ‘must’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교재는 “복지”를 이런 사람들에게 “경제적 안전(economic security)” (Pearson, 2009: 440)을 제공하기 위해 “돈이나 생필품 형태로 주어지는 원조(aid)”라고 정의했다(McGraw, 2016: 380, 56026),). 즉,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는 무조건적으로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닌 것이다. 뉴저지 주 프린스턴 소재 라이더 대학(Rider University) 사학과의 노동사가인 고와스키(Joseph Gowaskie) 명예교수의 말대로, 미국에서 복지 혜택은 처음부터 “권리가 아니라 어려운 이들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던 것이다.27)

세 교재에 의하면, 미국의 첫 번째 복지프로그램은 대공황기에 제정된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 1935)이었으나(Holt, 2009: 524; Peason, 2009: 440), 이는 1996년에 빈곤가정 한시부조(TANF, 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로 대체되었다(McGraw, 2016: 381, 560).28), TANF는 보다 까다로운 규정들을 충족시킨 사람들만이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허락했으며, 프로그램에 속해서 복지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간에도 제한을 두었다. 더욱이 TANF는 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일을 해야만 하도록 규정한, 일하는 복지(workfare, 혹은 생산적 복지)체제였다(McGraw, 2016: 560). 세 교재에 따르면, 미국은 보편적 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고, 복지 선진국에 비해서 복지제도가 포괄하는 인구도 매우 적은 편이다.29), 그럼에도 불구하고, McGraw Hill Education사의 시민성 교재는 실제로는 2015 회계연도에 연방정부의 6대 예산 지출 항목 중, 1위와 3-5위를 기록한 4개의 항목이 모두 복지 관련 예산(국방예산이 2위)이라고 강조했다(McGraw, 2016: 593).30) 이런 주장은, 예산 총액만 놓고 봤을 때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일정 조건을 충족시킨 사람에게만 일정 기간 동안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선별적 복지제도이다. 즉, 미국의 시민성 교육 관련 국가⋅주 표준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교재들도 미국 정부가 사회적 시민권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상은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에 상응하는 선별적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과 실제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권리가 아닌 것을 해당 권리에 상응하는 제도를 만들어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 권리에 직접적으로 상응하는 의무를 달리 요구하지는 않지만, 전술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공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미국 입헌민주주의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에 별도의 다른 의무를 요구할 것도 없어 보인다. 결국 미국 시민은 시장과 사회에서 경제적 안전에 대한 권리, 즉 사회적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복지 혜택을 권리가 아닌 ‘선물’로 받고 있으며, 미국의 입헌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위해 매우 자립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 다양한 자유주의적 권리를 행사하고 또 다양한 공화주의적 책무를 감당하도록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시민성 교재들도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이들은 교육이야말로 개별 미국인이 훌륭한 시민이 되어 다방면에서 성장하고 강력한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며, 미국사회와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Holt, 2009: 338). 교육의 이런 일반론적인 효용성에 더해,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최대의 복지는 교육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빈곤과 사회의 양극화가 발생했을 때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최상의 대책은 교육이다. 미국은 부국이지만 미국인 7명 중 1명은 빈곤에 처해있는 상황에서-특히 현대와 같은 지식경제의 시대에는-교육 수준이 개인은 물론 가족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McGraw, 2016: 557, 559). 이런 맥락에서 세 교재들은 모두 전술한 ‘학교가기’를 시민의 주요 의무의 하나로 설정해놓은 것이다.

5. 결론

미국의 시민성 교육 관련 국가⋅주 표준이나 대표적인 교재들은 미국 정부가 사회적 시민권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즉 사회적 시민권을 미국 독립선언서의 ‘행복추구권’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실상은 선별적 사회적 시민권 개념에 상응하는 선별적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개념과 실제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시민은 시장과 사회에서 경제적 안전에 대한 권리, 즉 사회적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복지 혜택을 권리가 아닌 ‘선물’로 받고 있으며, 이 선물 수령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는 요구받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입헌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위해 매우 자립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 다양한 자유주의적 권리를 행사하고 또 다양한 공화주의적 책무를 감당하도록 기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사에 매우 뿌리 깊은 자발적행동주의(voluntarism)와 개인주의 및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 사회적 평등, 사회⋅경제⋅지리적 유동성이라는 사회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중등교육의 시민성 국가표준과 주 교육표준들 및 시민성 교재들은 보편적 공교육 제도를 사실상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암시하고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권’은 미국 헌법에 권리(혹은 시민권이나 인권)의 하나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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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본고에서 ‘citizenship’은 문맥에 따라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무를 다 포괄하는 ‘시민성’ 혹은 권리만을 의미하는 ‘시민권’이라고 번역했다.

2)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교양교육표준안’도 “시민정신 함양”을 ‘교양교육’과 ‘소양교육’ 영역 중 어디에 배치할지 확정하지 못하고 “교양교육/소양교육”이라고 표기하고 있다(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16).

3)

한 예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기초교과’로 전교생에게 제공하는 ‘시민교육’ 교과목을 들 수 있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2020).

4)

전국 대학에는 ‘시민성’보다는 오히려 ‘인권’ 관련 강의가 많이 개설되어 있다.

5)

고대 아테네에선 국민주권의 원칙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테네의 정치형태를 ‘민주주의’라기보다는 ‘민주정치’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6)

이 원칙은 현대의 3권 분립 체제로 구체화되었다. ‘공화국(res publica)은 ‘인민의 일(thing of the people)’이란 뜻이다.

7)

마셜에 의하면, 시민권은 세기 별로, 18세기에는 개인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재산과 계약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공민권(公民權, civil citizenship), 19세기에는 정치적 시민권(political citizenship, 즉 선거권과 피선거권으로 구성된 참정권), 그리고 20세기에는 사회적 시민권으로 확장⋅발전해왔다(Marshall, 1950: 10-45).

8)

20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오페(Claus Offe)와 같은 학자들은 경제적 부분으로 시민권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실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질서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경제적 시민권(economic citizenship)을 주장했다. 특히 기본소득(basic income)을 경제적 시민권의 근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한 분배 문제의 해소를 기대했다(Offe, 1997: 81-108). 오늘날엔 근대국민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전 지구적 차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3세대 시민권이 강조되고 있고, 보다 최근에는 문화⋅정보 분야에서의 향유⋅소통⋅보호권을 강조하는 4세대 시민권의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9)

1994년에 이어 2003년에 다시 출판된 국가표준은 2010년에 온라인 판(CCE, 2010)이 나왔는데, 온라인 판은 페이지 수는 거의 1.8배 이상 늘었지만 내용은 2003년 판과 동일하다.

10)

인용은 134.

11)

첫 인용은 131, 마지막 인용은 130.

12)

여기서 ‘개인주의’는 국가표준이 아니라, 2017년 1월 24일에 가진 면담에서 고와스키 사학과 명예교수(Joseph Gowaskie, 뉴저지 주 프린스턴 소재 라이더 대학, Rider University)가 지적한 것임.

13)

2017년 1월 19일, 맨해튼에서 허영재 선생님과 게팅 선생님과 가진 면담. 이 학교는 최근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로부터 미국에서 시민성 교육을 가장 잘하고 있는 학교의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이 학교가 운영하는 별도의 시민성 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시민 학자(citizen-scholars)’라고 불리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시민성 포인트’를 획득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14)

2019년 1월 초에, 캘리포니아 주 LA의 폭스 선생님(Mr. Kevin Fox, Arcadia High School), 텍사스 주 오스틴의 플로이드 선생님(Ms. Carlen Floyd, Bowie High School), 그리고 텍사스 주 시민성 교육 운동가인 밀러 여사(Ms. Jan Miller)와 캐스퍼 여사(Ms. Dodie Kasper)와 가진 면담. 밀러 여사는 CCE의 시민성 교육 프로그램인 ‘We the People programs’의 텍사스 주 코디네이터이기도 하며, 캐스퍼 여사는 주 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Liberty High School (Collin county, Dallas)’의 전직 사회과 교사를 역임했다.

15)

2017년 1월 26일과 2019년 1월 11일에, CCE의 헤일 부소장과 가진 면담.

16)

뉴욕 주와 텍사스 주의 (시민성) 교육과정은 페이지가 연속되어있지 않고, 학령 단계나 소주제 별로 페이지 번호를 매겼기 때문에, 출처를 이와 같이 표기했다.

17)

2019년 1월 4일에 플로이드 선생님(Bowie High School, Austin, TX)과 가진 면담에 따르면, 그동안 텍사스 주의 꾸준한 이민 증가로 인해 이제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등이 주 인구 구성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들의 자녀들은 텍사스 주와 미국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교육과 더불어 복지, 특히 의료서비스의 확대를 중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1월 2-3일에 가진 면담에서, 텍사스 주립대(University of Texas, Austin)의 스티브 힉스 사회복지대학(Steve Hicks School of Social Work)의 저명한 최 교수(Namkee G. Choi, Professor and the Louis and Ann Wolens Centennial Chair in Gerontology)와 디니토 교수(Diana M. DiNitto, 미국 대학 학부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사회복지학 교재들의 저자임)는 사회복지제도 전문가답게, 필자가 면담한 전문가들 중 가장 강력하게 보편적 사회복지제도의 수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18)

물론, 이 주장의 본 취지는 다수의 결정권 속에서도 소수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언급한 것이겠지만, 그 결과는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19)

인용은 49.

20)

인용은 537.

21)

사실 이런 주장은 앞서 살펴본 국가표준에서 강조된 원칙, 즉 미국 시민의 개인적 권리의 보호와 공공선의 추구를 위해서는 제한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는 원칙과는 위배되는 주장이다.

22)

2019년 1월 10일의 면담에서, 폭스 선생님은 LA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에 위치한 사립 고등학교의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정의’, 자연권 사상, 정부의 빈민에 대한 책임, UN인권선언 등을 언급하며, 미국 복지제도의 확대 필요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23)

미국 주별, 주차원 교재 선택 현황에 대해선 (Education Commission of the State, 2013) 참조.

24)

미국 시민성 교재의 경우, 저자보다 미국 교육 출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3대 출판사가 교재의 방향성과 특성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주를 달 때, 교재를 출판사 이름을 기준으로 표기했다.

25)

인용은 127.

26)

인용은 560.

27)

2017년 1월 24일, 고와스키 교수와의 면담(인용).

28)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 1935)은 3부분, 즉 노령자유족보험(old age and survivors insurance), 상해보험(disability insurance), 실업보험(unemployment insurance)으로 구성되어 있었다(Holt, 2009: 524). 노동자가 퇴직하거나, 다치거나 사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임금을 대체하기 위해 해당 노동자나 그 가족에게 월 수당을 제공했으며, 실업 노동자가 구직을 하는 동안 실업자에게도 실업보험을 제공했었다(Pearson, 2009: 440).

29)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구조에 대해선 (DiNitto 외, 2012와 2016) 참조.

30)

1위: 사회보장(social security), 2위: 국가 방위(national defense), 3위: 소득보장(income security, 일부 정부 근로자와 다른 그룹을 위한 실업수당, 복지, 그리고 퇴직수당 포함), 4위: 노인의료보험(medicare), 5위: 건강(health, 모든 연령대의 저소득자와 장애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와 장기 간병), 6위: 대출금 이자(McGraw, 2016: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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