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소통을 통한 자기실현에 이르는 꿈 분석

Dream Analysis Leading to Self-Realization through Communication of Psychoanalysis and Analytic Psychology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1;15(2):189-20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1 April 30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1.15.2.189
윤영돈
인천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danielyoun@inu.ac.kr
Professor, Incheon National University
이 논문은 인천대학교 2020년도 자체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이 논문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한혜원 교수님과 논문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자세한 지적과 대안을 통해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익명의 심사자께 감사드린다.
Received 2021 March 20; Revised 2021 April 05; Accepted 2021 April 15.

Abstract

초록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존재이다. 인간이라는 텍스트를 온전히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무의식과 충동까지도 들여다보고 이를 건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심층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본 연구는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에 근거하여 꿈을 통한 참된 자기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였다. 꿈에 담겨진 온전한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신분석학(프로이트)과 분석심리학(융)의 관점의 통합 필요성 및 가능성을 살펴보고, 학문적 정체성 탐색과 관련한 꿈의 사례 분석에 적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을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무의식의 상징인 꿈을 보다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고, 한 개인의 과거와 미래가 현존하여 소통하는 의미 충만한 현재를 살아갈 수 있으며, 참된 자기에로 근접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Trans Abstract

Abstract

Human beings are both rational and emotional beings. With a view to fully reading the text of mankind, it is necessary for us to look into not only the rational, but also into the irrational or unconscious dimension, and then to interpret the results in a healthy way. According to depth psychology, dreams are the best way to understand the unconscious. But how can we understand our dreams?

On the basis of Pinar’s autobiographical methods, I investigated the path that leads one to find his or her authentic self through dreams. In order to garner the full meaning of our dreams, I looked at the possibility of integrating the views of Freud’s psychoanalysis theory, and Jung’s analytical psychology. Following this, I applied it to the case analysis of dreams related to the search for academic identity. Finally, I suggested that by using psychoanalysis and analytical psychology in an integrated way, we can understand our dreams more fully, live more meaningfully lives in the present, and eventually come nearer to realizing our authentic selves.

1. 들어가는 말

1.1 무의식 탐구의 필요성

“잠을 자면 꿈을 꾸고, 잠에서 깨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은 물론이고, 삶의 목적으로서의 꿈을 실현하는 것 모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전자의 꿈은 무의식에 속하고, 후자의 꿈은 의식에 속하기 때문에 상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심층심리학(depth psychology)의 발달에 힘입어 무의식과 의식은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일종의 상식이 되었다.

무의식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오래된 뿌리가 있지만 무의식에 대한 학문적 탐구는 19세 이후의 산물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심층심리학의 선구자로 간주된다(Karcer, 1999: 31, note 9). 그에 따르면 눈을 감는 밤에 오히려 불을 킬 수 있고(Diels & Kranz, 1974: 156), 잠들어 있는 자들이야말로 각기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며(Diels & Kranz, 1974: 170), 이렇게 의식의 세계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Diels & Kranz, 1974: 173). 그런데 서양 사상사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주의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무의식은 은폐되거나 억압되어왔다.

무의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헤라클레이토스를 자신의 학문의 모델로 삼았던 니체(F. W. Nietzsche, 1844-1900)에 이르러서 주제화되었는데, 그는 심층심리학자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김정현, 2006: 249). 그런가 하면 무의식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학적 탐구는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와 융(C. Jung, 1875-1961)에 이르러서 가능하게 되었다.

델피 신전의 한 기둥에 쓰여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는 ‘인간은 신 앞에서 사멸하는 존재이므로 교만하지 말라’는 일차적 의미를 지닌 것이었지만 소크라테스에 의해 인간학적인 전환을 거쳐 ‘자기 인식’이라는 인간 발달과정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은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서 무의식까지 포괄한다고 볼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가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 꿈이나 다이몬의 음성을 참고하였는데(Plato, Apology, 27b-28e, 33c, 40a-b; 윤영돈, 2012: 152), 그것은 무의식의 요구가 의식 가운데 표현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분석틀인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에서 언급되는 ‘미지의 창’ 역시 무의식의 탐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한다. 나와 타인이 아는 ‘열린 창’은 의식에서 명료화된 부분이다. 한편 타인은 알지만 정작 내가 모르는 ‘장님의 창’이 있는데,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함으로써 장님의 창을 줄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나만 알고 타인은 모르는 ‘숨겨진 창’이 있는데,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나를 개방함으로써 숨겨진 창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미지의 창’은 일종의 무의식의 영역이라 좀처럼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무의식에서 기인한다. 어떻게 자신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실현을 지향하는 무의식의 탐구는 연구자가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는 교양강좌(“인성건강과 인문치료”)의 관심사에서 비롯되었다. 동 강좌는 정신건강에 대한 심리학과 인문학의 관점, 사상가의 인성건강론(플라톤, 니체, 융), 정신건강의 주요 주제(고통, 자살, 폭력 등)를 다룬다. 대학생 4명 중 1명꼴로 우울증 위험이 있다는 연구(한민, 최인철, 김범준, 이훈진, 김진형, 2012)나 20대 한국 청년층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점에서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통계청, 2019; 한겨레, 2019). 동 강좌의 초반에서 자신의 인생곡선 이야기 활동을 진행하는데 적지 않은 수의 수강생들이 우울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경험을 토로하기도 하고, 성적에 맞춰 막연하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학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며, 자아 정체성 혼란으로 삶의 전망이 어두운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대학생의 정신건강 위협요인으로 연구자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오랜 기간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대학입시가 학교급별 고유성 및 자율성을 삭제하고, 아동과 청소년이 입시라는 압박에 억눌려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교급별 인성실태를 연구한 정창우, 손경원, 김남준, 신호재, 한혜민(2013)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든 학교급에서 인성의 하위구인(사회성, 규칙의 도덕, 관습의 도덕, 정체성) 중 정체성 수준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정체성의 구인은 ‘자기이해, 자기존중, 자기조절’로 개념화 된다(정창우, 손경원, 김남준, 신호재, 한혜민, 2013: 81). 그런데 한 사람의 정체성은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측면까지 포함된다. 의식이 빙산 중 보이는 극히 작은 부분이라면, 무의식은 그 빙산의 보이지 않는 몸통이기에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차원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교수자든 학생이든 자신의 무의식의 차원을 언급한다는 것은 오해나 편견을 지니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연구자는 교양강좌에서 무의식 및 꿈의 문제를 “융의 인성건강론”이라는 타이틀로 다루어 왔으나 수강생이 자신의 꿈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 내지 모델 개발이 요구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꿈 분석을 통한 무의식과 의식의 만남 및 소통 필요성과 가능성을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협업에서 찾고자 한다.

본 논문은 대학생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대한 관심사에서 “무의식과 의식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꿈 분석은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이트와 융의 꿈 분석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꿈 분석을 위한 협업의 방법론으로서 자서전적 꿈 분석의 형태는 무엇인가?

1.2 무의식과 의식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연구방법

삶의 3분의 1은 수면시간이다.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은 활성화된다. 우리는 의식의 세계에서 이성적 사유에 따른 삶이 정답인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상호주관성을 담보하는 정서와 공감에 따른 삶 역시 이성적 사유에 따르는 삶만큼이나 유의미한 길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성도 감정도 무의식의 온갖 표상들을 제대로 해석해 내지는 못한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불통과 단절이 지속되면 우리의 의식이 옳고 좋다고 표명하는 것은 자칫 가면과 가식을 쓴 ‘허위의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Ricoeur, 양명수 옮김, 2001: 17-18, 21-22, 25-27).

무의식을 의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적 필요, 소망, 갈등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꿈”을 비롯하여 “실언”이나 친숙한 이름의 “망각”, “최면 후 암시”, “자유연상 기법”이나 “투사기법”을 통해 도출된 내용 등을 무의식이 드러나는 근거로 든다(Corey, 천성문, 권성주, 김인규, 김장회, 김창대, 신성만, 이동훈, 허재흠 옮김, 2019: 72-73, 88; 이장호, 1992: 33; 한숙자, 2015: 98-99). 특히 꿈을 통해 무의식적인 욕망과 두려움이 표현되고, 용인될 수 없는 것은 가장(假裝)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그러기에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꿈 일기를 쓰도록 권하여 꿈으로 표현된 상징을 통해 무의식적인 내용을 탐색해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Corey, 천성문, 권성주, 김인규, 김장회, 김창대, 신성만, 이동훈, 허재흠 옮김, 2019: 104).

프로이트와 융 모두 꿈이 ‘무의식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프로이트가 현재의 문제 상황을 과거에서 찾고, 자아의 검열로 인해 무의식의 상징인 꿈이 위장되고 각색되었다는 맥락에서 꿈을 이해하는 데 비해, 융은 꿈은 속이는 일 없이 미래적 전망을 제시하고 대극의 합일(반대되는 것 간의 균형)을 촉구한다는 맥락에서 꿈을 바라본다(Corey, 천성문, 권성주, 김인규, 김장회, 김창대, 신성만, 이동훈, 허재흠 옮김, 2019: 93).

꿈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의식 세계의 문법을 넘어서고 의식 세계의 관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프로이트와 융의 꿈 해석 방법을 소개하되, 구체적인 꿈 사례를 매개로 자기실현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연구방법으로 “자서전적 방법”을 원용하고자 한다. 자서전적 방법의 의미와 절차와 관련하여 파이너의 “쿠레레(currere)”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이너는 학교의 교육과정이 행동주의, 과학주의, 공학주의, 학문중심주의에 근거하여 추상화, 이론화, 표준화된 지식의 습득을 강조함으로써 학생의 삶이 펼쳐지는 생활세계의 생생한 경험과 정서와 무의식과 개별성을 소외⋅삭제시킨다고 보았다(한혜정, 2005: 117-118). 이러한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일상생활과 가정생활은 학교생활과 분리되고, 더 나아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학생의 삶(체험)이 분리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격증은 받지만 미치광이가 되고, 박학다식하지만 분열된 자아를 가진 채 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이다(Pinar, Reynolds & Taubman, 1995: 519; 한혜정, 2005: 121에서 재인용).

학교교육의 병폐를 치유하는 길, 다시 말해서 형식적이고 표준화된 학교교육을 통해 형성된 ‘거짓 자기’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기’를 찾는 길은 ‘내면으로부터의 작업’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육과정의 번역어는 ‘curriculum’인데, ‘curriculum vitae(이력, 경력)’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어원상 curriculum은 한 개인이 ‘달려온 길’로서 개별성과 주관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파이너는 현상학, 정신분석적 기법, 실존주의에 기반하여 curriculum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쿠레레의 의미를 규정한다. 그리하여 쿠레레는 학습자의 생생한 내적인 경험의 성찰과 친화력이 있다(Pinar, 1975; 이흔정, 2002: 64, 71).

쿠레레의 명사적 의미는 “경마장에서 말이 달리는 코스”를 의미하는데, 이는 객관화된 일련의 교수요목인데 비해, 쿠레레의 동사적 의미는 “주어진 코스를 따라 달리는 일”과 결부되어 있다. 여기서 파이너가 강조하는 쿠레레의 동사적 의미는 제도적 구조들 속에서 겪어가는 “개별적이고 실존적인 경험”에 초점이 있다(이흔정, 2002: 75).

기존의 학교교육은 참된 자기라는 목적지로부터 학습자의 지속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참된 자기”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 “자기의 고고학(archeology of self)”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지점이다(Pinar, 1985: 201-202). 참된 자기에의 근접은 하이데거의 어법으로 표현하자면 “귀향”이다. 그것은 중심의 진리를 찾는 것, 그러니까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Pinar, 1985: 203-206).

우리의 삶은 의식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차원에도 뿌리내리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생활세계의 문맥에서 삶의 여정으로서 “코스를 달리는 것”이며, 그것은 “자기를 건축하는 것이자 주관성의 살아 있는 체험”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서전은 자기의 건축이며, 자기는 우리가 읽고, 쓰고, 말하고 들을 때 창조되고 구체화”될 수 있다(Pinar, 1985: 220).

파이너는 참된 자기에로 이르는 자서전적 방법으로 네 단계를 제시한다. 소급의 단계, 전진의 단계, 분석의 단계, 종합의 단계가 그것이다(Pinar, 1975: 19). 먼저 “소급(regressive, 후향)”의 단계는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다. 현재의 나의 성격 혹은 인성을 구성한 습관과 무의식도 들여다보고, 겪어 왔던 있는 그대로의 교육적 경험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그 때의 느낌, 생각, 태도를 접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갔다가 현재로 귀환하는 것이다(Pinar, 1975: 21-24).

다음으로 “전진(progressive, 전향)”의 단계이다. 소급의 단계에서처럼 자유연상이 필요하다. 전진이란 아직 있지 않은, 아직 현존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전망이다. 한 달 혹은 일 년 후의 일을 자유롭게 그려볼 수 있다. 지적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서 진학과 졸업을 그려볼 수도 있다. 상상된 미래가 불합리하다고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Pinar, 1975: 24-25).

“분석(analytic)”의 단계는 현재에 초점을 두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반응을 포함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내면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과거 속의 현존하는 미래가, 미래 속에 과거가, 과거와 미래와 결부된 현재가 있다. 현재는 다양한 제도적 삶의 조직으로 직조되어 있다. ‘무엇이 현재의 나이고, 지적 관심사는 무엇이며, 나의 정서적 상태는 어떠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학문분야에 끌리는지’ 등의 물음에 대해 자유롭게 묘사해 볼 수 있다(Pinar, 1975: 25-26).

끝으로 “종합(synthetical)”의 단계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지적 관심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현재의 의미가 무엇인가, 학문적 업적이 나의 현재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가, 지적 관심사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가, 자신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어떤 개념적 형태가 마침내 보이는가’ 등이 있다(Pinar, 1975: 26-27).

본 연구에서는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을 활용하여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 더 나아가 무의식을 상징하는 꿈을 매개로 자기실현에 이르는 길을 해명하고자 한다. ‘정신분석학의 관점과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꿈 해석을 통한 자기실현’의 문제를 논구하는 데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을 접목하는 것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파이너가 프로이트와 융의 심층심리학을 수용하여 자아(ego) 내지 자기(self)의 다차원적인 측면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참된 자기를 찾는 과정에서 프로이트의 주체의 고고학은 ‘소급’의 단계와 친화력이 있고, 융의 미래지향적 목적론은 ‘전진’의 단계와 친화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꿈 해석을 통해 꿈에 담긴 자기의 가치 지향성을 ‘분석’할 수 있고, 과거와 미래의 유의미한 내면적 상관성이 결부된 ‘지금 여기에서’ 참된 자기에로의 길을 ‘종합’적으로 제시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내담자 혹은 환자라는 용어는 비정상을 의미하기보다는 정상인이라도 외부 상황과 내면의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일정한 돌봄이나 치료가 요구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 실존적인 차원에서 인간은 참된 자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patient)’ 점에서 일종의 ‘환자(patient)’이다. 어떤 점에서 고통, 더 나아가 병은 인간이 살아가는 하나의 실존적인 방식이므로 환자(내담자)와 정상인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프로이트와 융이 함께하는 꿈 분석의 필요성과 가능성

2.1 프로이트와 융의 결별 지점

프로이트와 융은 처음에는 정신분석학 캠프의 동지였으나 결별 후에는 적대적인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정신분석학자이든 분석심리학자이든 자기 진영에 갇히는 경향이 있고, 상대 진영과의 교류나 방법론적 종합의 추구는 금기시되어 왔다.

융은 1907년부터 1913년까지 인간의 심층을 경험론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프로이트에 매료되었고, 특히 무의식을 발견한 프로이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의 지지자이자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융은 프로이트와 달리 인간의 무의식에는 억압된 성적 욕구(리비도)뿐만 아니라 종교적 근원도 있다고 보았으며, 인간의 삶을 성적 병인에 의한 결정론적 관점이 아니라 무의식의 자기실현이라는 목적론적 관점으로 해명한다. 결국 융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과 결별하고,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을 창설한다. 두 사람은 결별 이후 서로 소원하게 지냈고, 학문적 교류를 끊을 만큼 두 관점의 만남이나 화해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프로이트와 융 사이의 학문적 차이는 그들이 만난 시점부터 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리비도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프로이트는 원초적 정신 에너지인 리비도가 본성상 전적으로 성적이라는 관점과 정신 병리는 유아기의 성적 갈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확신에 입각하여 자신의 연구를 수행한다(Jung, 한국융연구원 옮김, 2004: 347-348). 따라서 심리분석의 과제는 심리적 장애에 대한 성적 병인을 밝힘으로써 그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었다. 이에 대해 융은 리비도가 오로지 성적인 것만은 아니며 모든 콤플렉스가 단일한 병인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융의 목표는 의학적 심리학을 과거의 ‘환원론적 인과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무의식이 개인적인 지평을 넘어서서 집단적인 차원까지 가진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었으며, 인간의 마음은 과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분명한 목표지향성(목적론)을 가지며, 치료 과정에서 이러한 미래적 차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었다(Jung, 1977: 45-46; Wehr, 한미희 옮김, 1989: 74). 둘째, 종교에 대한 이해방식이 상이하다. 프로이트가 종교를 강박관념에 사로집한 노이로제로 간주한 반면, 융은 신화와 종교를 본질적으로 마음의 건강하고 능동적인 기능의 산물로 간주한다. 더 나아가 융은 신화의 창작이 현대사회의 개인과 고대 원시 문화를 연결하는 정상적인 심리학적 기능이라고 제안한다. 셋째, 심리학의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프로이트의 성적 병인에 의한 인간 심리의 해석이 인과결정론을 중시하는 19세의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 입각해 있다면 융의 동시성 이론은 아인슈타인과 파울리와 같은 20세기의 물리학적 관점과 친화력이 있다(Clarke, 1992: 11-13). 동시성(synchronicity, 공시성)의 개념은 인간 정신의 안과 바깥 혹은 정신과 물질 간에 연계된 비인과적 연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양의 역(易) 사상에도 잘 나타나 있다. 융은 『역경』을 통해서 인과적 사고를 넘어서는 동시성의 원칙을 발견하였다(Wehr, 한미희 옮김, 1989: 251). 인과적 사고가 원인과 결과의 직선적 사고라면, 동시성적 사고는 장(場)의 사고이다.

프로이트와 융의 관점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두 관점 간 협업 내지 종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의 관점만으로 혹은 융의 관점만으로 인간의 전일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특히 꿈 분석을 통한 자기 이해 및 실현에 이르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2.2 꿈 분석을 위한 프로이트와 융의 재회: 필요성과 가능성

프로이트와 융 사이의 학문적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인간 이해, 특히 무의식의 상징인 꿈에 대한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립되는 두 관점의 협업 내지 종합이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프로이트와 융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므로, 프로이트를 지지하거나 융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와 융의 관점 간 협업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그들이 결별했던 지점을 복기해보면서 논의해 보자.

결별의 첫 번째 지점은 리비도에 대한 상이한 이해였다. 그러니까 모든 심리적 장애에 대한 단일한 요인으로 성적 병인을 강조하는 프로이트의 강경한 입장과, 심리적 장애에 대한 다원적 요인을 강조한 융의 입장 간의 차이였다. 여기서 우리는 환자 내지 내담자가 지닌 심리적 장애 요인의 일부는 성적 욕망의 문제일 수 있다는 완화된 지점에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의 심리적 장애와 콤플렉스의 원인을 무의식을 매개로 하여 내담자의 과거사로부터 밝히는 ‘환원론적 인과론’이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 이를 리쾨르의 어법으로 표현하자면 “주체의 고고학”이 여전히 요구된다는 것이다(Ricoeur, 양명수 옮김, 2001: 26). 물론 이러한 관점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환자 내지 내담자의 삶의 서사에는 미래적이고 목적론적인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문제를 미래적 차원, 즉 ‘주체의 목표지향성(목적론)’의 문맥에서 치료적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요컨대 고유한 주체로서 환자 내지 내담자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서’의 심리적 문제를 과거로부터 그 원인을 추적하여 해소하는 접근법도 필요하고, 미래지향적인 목적론의 맥락에서 건강한 서사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접근법도 필요하다. 환자 내지 내담자로서 주체의 온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두 접근법의 통합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별의 두 번째 지점은 종교에 대한 이해 방식의 차이였다. 프로이트가 종교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았다면, 융은 종교를 매우 긍정적으로 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인 근원적인 ‘자기’를 신 혹은 도(道)가 깃들 수 있는 성전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종교의 기능에 대해 양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무척 협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종교의 본래적인 기능을 상정할 경우, 양자 간의 의견은 일정 부분 좁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종교는 엘리아데의 어법으로 보면 인간의 삶의 여정에서 출구가 없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위를 향한 출구”와도 같다(Eliade, 이은봉 옮김, 1998: 41). 그러니까 사람의 건강한 실존이야말로 종교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할 종교가 오히려 사람 위에 군림한다면, 자칫 실존적 삶이 소외되는 문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권위주의적이거나 율법적인 종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하고, 집단 노이로제 상태로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서 프로이트와 융 모두 공감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결별의 세 번째 지점은 심리학의 방법론적 차이에 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고전 물리학에 근거한 인과결정론의 맥락에서 증상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방식이라면 융의 분석심리학은 20세기 현대 물리학에 기반하여 인과성과 우연성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동시성의 맥락에서 미래적 차원 및 대극의 합일을 강조한다. 사실 방법론상의 차이는 크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에도 과학 현상을 해명하는 데 고전 물리학이 여전히 상당 부분 유효하고, 현대 물리학을 통해 미립자 세계의 불확정성의 측면까지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필요하다. 이처럼 이들 두 가지 방법론에 기반하고 있는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협업은 심리 현상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제는 인과론적으로 설명되는 측면도 있지만 마음과 몸의 관계라든지 나비효과처럼 인과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에서는 동시성 및 장(場)의 사고가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두 방법론의 종합은 필요하고, 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협업을 통한 꿈 분석 사례

3.1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꿈 분석 방법

프로이트와 융 모두 꿈이야말로 무의식의 상징이며, 심리분석을 위한 중요한 매개로 간주한다. 그러나 꿈을 분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양자 간에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먼저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꿈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살펴보자. 꿈은 두 가지 차원으로 표현되는데, 꿈에 나타난 그대로의 “현재몽”과 그 현재몽이 상징하고 있는 “잠재몽”이 그것이다. 현재몽의 내용에 대해 내담자에게 자유연상을 시킴으로써 잠재몽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이장호, 1992: 33; 한숙자, 2015: 98). 이를 달리 표현하면 꿈을 꾼 후에 기억나는 내용을 “꿈 내용”이라 부르고, 그 꿈의 이면에 노정되어 있는 생각은 “꿈 사고”이며, 꿈 분석이란 기억나는 꿈의 내용과 이미지를 매개로 자유연상의 과정을 통해 그 이면에 작동하는 환자 내지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김서영, 2018: 13-14). 꿈 분석은 무의식의 표상인 “사물표상”을 따라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방문하는 여정”이며, 분석 과정에서 표현되는 모든 표상은 과거의 서사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무의식은 의식을 속이기 위해 “위장”하는 데 반해, 의식은 진의를 모르겠다는 듯이 “표면적 서사”에 집착하기 때문에 꿈꾼 이가 기억하는 “꿈 내용” 이면에 놓여 있는 “꿈 사고”에 이를 때에 비로소 무의식과 의식 간의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김서영, 2018: 25-27).

다음으로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꿈 분석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자. 정신분석학의 경우, 무의식적인 꿈 사고가 “꿈 작업”에 의해 왜곡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데 비해, 분석심리학에서는 꿈으로 표현되는 무의식은 왜곡될 수 없다고 본다.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꿈의 고유한 기능으로 “예시적 기능”을 드는데, 이는 “무의식 속에서 우리 의식이 미래에 이룰 사실을 기대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Jung, 1979: 255; 김성민, 2001: 201에서 재인용). 그러니까 융에 따르면 무의식의 산물인 꿈은 미래적인 동시에 목적 지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꿈꾼 이의 꿈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객관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 대상들이 꿈꾼 이의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로 볼 것인지에 따라 꿈 해석은 객관적 차원과 주관적 차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분석심리학 진영에 속해 있는 분석가들은 꿈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주관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도록 권하는 편이다(김성민, 2001: 206-209). 그런데 꿈을 단순히 주관적인 차원에서만 해석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꿈꾼 이의 연상과 인류의 보편적인 연상을 결합하여 꿈의 이미지가 의미하는 바를 찾아가는 “확충법(method of amplification)”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김성민, 2001: 204). 가령, 꿈에 나타난 “집안”은 “꿈꾼 이의 존재 상태”를, “전쟁터”는 “갈등 생태”를, “적”은 “그림자”를 보편적으로 의미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꿈에 등장하는 표상들을 통해 무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의 합일, 자아와 그림자 간의 합일, 페로소나(외적 인격)와 아니마-아니무스(내적 인격)의 합일과 같은 “대극의 합일”을 촉구하며, 더 나아가 근원적인 자기의 요청(내적 소명)을 전달하는 것으로 바라본다(김서영, 2018: 32-33).

정신분석학 및 분석심리학의 꿈 분석의 성격을 살펴보았을 때, 프로이트와 융이 함께하는 꿈 분석은 꿈꾼 이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꿈꾼 이의 미래적 전망을 바탕으로 현재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음에서 살펴볼 꿈 사례 분석과 관련하여 연구자는 참된 자기를 지향하는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의 4단계를 적용하고자 한다. 제시된 꿈 내용에 대해, ① 소급(후향)의 단계는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느낌과 생각과 태도에 주목한다. ② 전진(전향)에서는 미래 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자유롭게 그려본다. ③ 분석의 단계에서는 현재에 초점을 두되 다차원적인 과거와 미래에 대한 반응을 포함한다. 이 단계에서 정신분석학의 관점으로는 과거의 요인로부터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고, 분석심리학의 관점으로는 미래적 전망에서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④ 종합의 단계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미래적 전망을 종합함으로써 의미 충만한 현재를 재구성하여 자기실현의 과제와 결부지어 설명하고자 한다.

3.2 꿈 분석 사례 1

본 절에서는 정신분석학자로 학문적 여정을 시작하였다가 분석심리학의 관점을 수용한 김서영의 『내 무의식의 방』(2018)을 참고하고자 한다. 본서는 10년 가량의 꿈을 분석한 일기 성격의 아카이브 가운데 10년 전 기록과 10년 후 기록의 차이를 확인하고, 정신분석학적 분석과 분석심리학적 분석 간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다음에서 인용하고 있는 꿈은 정신분석학자인 저자의 꿈 일기 가운데 분석심리학에 이끌리는 학문적 지향성과 함께 자서전적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선정한 것이다.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의 4단계 절차에 따라 꿈을 살펴보고자 한다.

꿈 내용(2005년 2월 9일 수요일 아침)

검은 택시 안에 역적의 딸과 함께 있다. 내가 그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택시 안에서 포대기를 살며시 풀어보니 예쁜 여자아이가 나를 바라본다. 그 아이의 부모는 조선시대 양반인데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들이 집 앞마당에 꿇어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뒤의 대청마루도 생생히 보인다. 꿇어앉은 그들 옆에 포도청에서 나온 포졸들이 창을 들고 서 있다(김서영, 2018: 100).

3.2.1 소급의 단계

꿈꾼 이는 정신분석학을 전공하였으나 뜻하고 계획한대로 삶이 전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특히 외롭고 고독하다.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소통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정신분석학 진영을 벗어나 분석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죄책감을 느낀다. 프로이트가 싫어할 것이라는 상상도 해본다(김서영, 2018: 100-101).

3.2.2 전진의 단계

꿈꾼 이는 분석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위안을 받는다. 분석심리학이 믿음직스럽다고 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을 믿어볼까 한다. 삶의 여정에서 분석심리학이 효과가 있다. 분석심리학이 좋다보니 정신분석학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 마음이 가는대로, 믿어지는 대로 자신을 맡기고자 한다(김서영, 2018: 101-102).

3.2.3 분석의 단계

• 정신분석학적 분석: 공식적으로 정신분석학 진영에 속해 있는 꿈꾼 이는 분석심리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스스로 역적으로 간주한다. 정신분석학보다 분석심리학이 강력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이 지닌 편가르기가 매몰차다고 본다. 그렇지만 꿈꾼 이는 정신분석학도 분석심리학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꿈에서 역적의 딸을 키운다는 것은 분석심리학을 공부한다는 뜻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면을 나타낸다. 아이의 아버지는 융이다. 꿈꾼 이는 융의 딸인 것이다. 정신분석학파에서 융은 참수를 당했기에 꿈에 역적으로 표현되고, 융을 공부하는 꿈꾼 이는 역적의 딸로 표현되었다(김서영, 2018: 101).

• 분석심리학적 분석: 꿈꾼 이는 편안하게 분석심리학에 젖어들지 못하고 갈등한다. 왜냐하면 분석심리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신분석학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라깡 연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와 모험에 직면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검은 택시는 여정을 의미한다. 분석심리학을 받아들인 여정이다. 융과 분석심리학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믿어지는 방향대로 자신을 맡긴다. 프로이트와 라깡을 떠나게 되더라도 말이다(김서영, 2018: 102).

3.2.4 종합의 단계

꿈꾼 이의 꿈을 소급과 전진, 정신분석학 및 분석심리학의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종합해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도 분석심리학도 하나의 종교이다. 믿어야 실천이 가능하다. 꿈꾼 이는 프로이트도 믿고 라캉도 믿는다. 그런데 융과 분석심리학도 믿게 되었다. 융과 분석심리학이 미덥지만 그렇다고 프로이트와 라캉을 버릴 수 없다. 학문의 여정에서 어떠한 미래가 다가올지 불확실하지만 마음이 가는대로 믿어지는 대로 여정을 떠나고자 한다(김서영, 2018: 103).

의식화되기를 요구하는 무의식이 꿈을 통해 꿈꾼 이에게 다가온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는 꿈꾼 이 자신이 학문함의 현실 속에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이라는 적대적 진영 양쪽에 걸쳐 있는 불안한 심리가 역적의 딸로 표상되어 있고, 여아의 아버지는 역적으로 죽임을 당했는데 융을 표상한다. 두 관점 사이에서 학문적 지향성의 혼란으로 인한 꿈꾼 이의 불안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한편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역적과 그 딸은 각각 융과 융의 분석심리학을 좋아하는 저자를 상징한다. 더 나아가 꿈은 분석심리학에서 보았을 때 대극(對極) 관계에 있는 프로이트와 융을 모두 수용하고, 두 관점의 합일을 촉구한다.

그 후 대략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꿈꾼 이는 자신의 학문적 여정에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을 통합하였고, 어떤 꿈의 형상을 분석할 때에는 정신분석학의 설명력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꿈꾼 이에게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이 통합된 것이다(김서영, 2018: 266).

3.3 꿈 분석 사례 2

본 절에서는 분석심리학자의 성격이 강한 연구자가 정신분석학의 관점을 수용한 꿈 분석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연구자는 상담 심리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갈등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공은 바꾸지 못했고, 동일한 대학에서 ○○교육학 분야의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럼에도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었고, 융을 처음 접한 2003년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편의 논저를 생산하였다. 상담 및 치료 분야의 관심사, 특히 융 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십 수 년 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는 일종의 분석심리학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문적 여정에서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셨던 지도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터라 연구자에게 프로이트는 타도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연구자에게 프로이트 저작에 관심을 기울여 공부한다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간주되었다.

융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래로 꿈을 기록하고 있다. 꿈을 통한 삶의 지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연구자의 꿈 기록 가운데 학문적 지향성이 담긴 꿈의 한 단편을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의 4단계 절차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꿈 내용(1995년 3월 20일)

학과 조교 선배가 ‘○○○(현 ○○대 명예교수) 선생님 댁에 가는 방법’을 약도로 그려서 알려 주었다.

3.3.1 소급의 단계

대학의 동아리 단체에서 재학생 대표라는 책임을 감당하는 것때문에 군복무도 연기한 채,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석사 과정생 중에는 ○○○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삼고자 타 대학에서 온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 전공 교수 가운데 인기 많은 분과 그렇지 못한 분 사이의 갈등과 알력이 있었다. 나는 ○○○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삼고 싶었지만 타 대학에서 온 분들에게 양보해야하지 않나 생각했다. 사실 당시 나는 나의 욕구나 원함을 희생시켜서라도 상대방의 욕구나 원함을 충족시켜주는 데 익숙해 있었다.

3.3.2 전진의 단계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인 지향적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나의 욕구와 욕망을 표출하고 싶다. 동아리 단체활동도 좋지만 내가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다.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석사 과정 연구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즐겁게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여 의미를 부여하면서 밑줄도 긋고, 나의 생각도 기입해야지… 그렇게 나의 공부가 무르익을 때면 무언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3.3.3 분석의 단계

• 정신분석학적 분석: 나는 군복무를 석사과정 졸업후로 미룰 정도로 동아리 단체에서 재학생 대표라는 역할 이행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동시에 공부하고 싶은 욕구와 열망 또한 강했다. 그렇게 내면의 욕구가 ○○○ 선생님 댁을 찾아갈 수 있는 ‘약도’로 표현된 것 같다. 당시 내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학을 담당하는 □□□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정하겠다고 조교인 동기에게 말했다. 진심이라기보다는 몸에 배인 양보의 태도 때문이었다.

• 분석심리학적 분석: 나의 무의식은 ○○○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모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겪은 사회화의 영향으로 인해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나 자신을 배려하는 게 왠지 사치스럽고 죄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꿈은 나의 가치 지향과 삶의 여정이 ○○○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유의미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가리킨다. 오랜 기간, 문화실조 환경 및 뒤늦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나의 사회적 자아는 “타인은 OK!, 나는 NO!”라는 방식의 가면이었다. 무의식은 꿈을 통해 이러한 가면을 벗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추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3.3.4 종합의 단계

당시 대학원에 입학한 동기들 중 상당수가 ○○○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정하고 싶어 했다. 몸에 밴 양보의 태도가 인생의 여정에서 늘 미덕이 될 수는 없다. 삶의 여정에서 나의 학문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결단성이 필요하다. 당시 상황에서 내가 선택했던 것은 일종의 가식이었고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가식과 가면을 벗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4년간 함께 했던 친구인 조교가 나의 가식과 가면 이면에 있는 내 얼굴의 호소를 잘 읽어준 덕분에 ○○○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모실 수 있었다. 그 때 그러한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색채를 지닌 삶을 표현하고 있을까. 꿈 속의 선배 조교로 등장하여 나에게 ○○○ 선생님 댁의 약도를 그려주었던 선배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사관학교에 교수요원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같은 과 다른 선배가 갑자기 자신도 그 사관학교에서 교수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에 겸양의 덕이 몸에 밴 선배는 양보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 이야기를 수년 전에 들었던 터라 나의 무의식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양보해서는 안 되고, 진심으로 원하는 길을 가도록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4. 나가는 말

인간이라는 존재는 제대로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텍스트이다. 의식을 빙산의 일각으로 본다면 무의식은 빙산의 밑동에 해당된다. 그러한 무의식은 해석하기가 매우 어려운 텍스트이다. 본 연구에서는 무의식을 상징하는 꿈을 해석하는 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심리학의 만남 및 협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꿈을 해석하는 데 있어 프로이트의 관점이 현재의 나를 빚어낸 과거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고, 융의 관점은 미래의 목적론적 전망 가운데 현재의 나를 성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의 관점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는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에 근거하여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관점 간 소통과 협업을 통한 꿈 분석에 대해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및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까지 탐구할 필요가 있는데 꿈 해석을 매개로 한 탐구 가능성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심리학 간 협업을 통해 제시하였다.

둘째,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은 파편화된 자기의 다층적인 모습을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도 하고(소급), 미래를 향한 자유로운 전망도 시도해 보고(전진), 정신분석학적 관점 및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되, 두 관점의 상호보완적 종합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참된 자기를 건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을 통한 꿈 분석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대학 교양강좌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분석하고 종합할 수 있는 지침 및 적용 예시를 구체화하였다. 특히 대학생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파이너의 자서전적 방법이 유의미한 이유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파편화된 수많은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학생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저술할 수 있는 저자의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 분석을 통해 가면과 가식을 걷어내고 우리 자신의 욕구와 욕망의 요구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 현실의 규범이 허락하는 방식으로 그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삶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꿈을 매개로 한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개성을 지닌 존재로서 자기실현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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