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서의 시장경제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Market Economics as a Course in General Education: What and How to Teach?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0;14(6):133-146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0.14.6.133
최강식
연세대학교 교수, kangchoi@yonsei.ac.kr
Professor, Yonsei University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 5C2A04083293).
Received 2020 November 20; Revised 2020 November 30; Accepted 2020 December 17.

Abstract

초록

이 논문은 교양으로서의 경제학, 특히 시장경제의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먼저 교육의 내용과 관련하여서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이 둘의 상호관련성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어서 경제학의 기초적 개념을 설명한 후, 개별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 행위를 통한 수요와 공급의 도출과 극대화의 원칙, 시장 조직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교육 내용에는 시장실패에 대한 내용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시장경제의 이해뿐만 아니라 교양과목으로서의 경제학 과목을 제안한다. 교육 방법은 많은 양의 내용과 복잡한 이론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일반성과 학술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쉽고 직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강의할 것을 권고한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is paper discusses what to teach when it comes to teaching market economics as a course in general education, and how to teach it as well. The contents should include the concepts of efficiency and equity and also the manner in which they are intertwined. Following the introduction of basic concepts, the derivation of the demand and supply function based on the optimization principle, along with the market equilibrium under various market organizations, are to be explained. We also note that market failure should be taught to the students. The contents do not need to be extensive and complicated as long as the basic concepts are included. The method of teaching also does not need to use rigorous mathematical methods. Instead, it should be simple and sometimes even intuitive as long as it maintains a certain academic quality and standard.

1. 들어가는 말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찾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 내용이나 방법론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나 빅 데이터 등의 발달로 지금까지의 교육이 학생들이 미래 노동시장에 진출할 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본질적인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전문적 교육(professional education)보다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을 잘 받은 사람들이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Hanushek et. al, 2015; Goldin and Katz, 2008 등). 오늘날의 급격한 기술진보는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고,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교양교육을 잘 해야 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

그동안 교양교육 학계에서는 교양교육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의 논의는 주로 인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최근 들어 기초 자연과학 과목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 같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경제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하는 경우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우선 교양교육으로서의 경제학이라고 하면 경제학 전공자를 위한 기초 과목과는 다른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교양교육이라 함은 핵심적이면서 보편적인 특성을 지녀야 한다. 여기서 보편적이라는 것은 다른 학문에 기초가 되거나 쓰임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이 학술성을 지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경제학 원론의 내용이 교양교육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먼저 인간의 본성과 그에 따른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다. 주로 개인 차원의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이다. 이어서 개인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이어서 이러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는 시장이라는 제도를 설명한다. 이러한 분석의 내용은 여타 사회과학에 기초가 되거나 활용이 된다. 따라서 경제학 원론의 내용은 교양 과목의 특성인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경제학 기초 과목이 교양과목으로서 개설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물론 본 고의 후반부에서는 경제학 기초 과목 이외에도 교양으로서의 경제학에 적합한 다른 과목들을 제안하고 있다.

핵심성과 보편성을 지녔다고 해서 모두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양과목의 특성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는 학술성이 가미되어야 한다. 많은 경우 교양과목이라고 하면 쉬운 것을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고, 학습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학술성에 있어서는 상식의 수준은 넘어서더라도 지나치게 학문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양 교육의 내용은 반드시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술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복잡한 내용을 많이 가르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핵심적인 내용을 잘 가르치고, 복잡한 문제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풀어나가게 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실제로 경제학 강의에서 지나치게 엄밀성을 따지다 보면, 어려운 수학이나 예외적인 현상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을 (직관적으로라도) 정확히 이해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교양으로서의 경제학 과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논의한다. 학생들이 경제학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강의 방법에서 어떤 점들이 강조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교양과목으로서 경제학을 한 학기 과목으로 운영할 경우, 주로 미시경제학 원론의 시장경제와 시장실패 등을 가르치게 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미시경제학 원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마지막에 다른 대안 과목들을 제시할 것이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경제 정책의 중요한 목표인 효율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제3장에서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시장경제이론을 다룬다. 제 4장에서는 시장실패 이론을 설명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대안과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2. 효율성과 형평성

2.1 경제학의 출발

경제학이란 사회가 희소한 자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자원이 수많은 가계(households)와 기업(firms) 간의 행위에 따라 배분된다. 따라서 경제학은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Mankiw, 2015). 그리고 국민들의 평균소득의 증가, 실업,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이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그 추세도 경제학의 연구대상이다. 통상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두 분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먼저 개인(가계)이나 기업의 의사결정과 이들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를 미시경제학이라고 칭하고, 국민 경제 전체의 현상을 설명하는 분야를 거시경제학이라고 칭한다. 이하에서는 주로 미시경제학 부분을 교양교육으로서 강의하기 위해 어떠한 내용을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1)

먼저 경제 정책에서 추구하는 중요한 두 가지 목표는 효율성(efficiency)과 형평성(equity)이다. 효율성이란 제한된 희소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하고, 형평성이란 경제발전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목표는 상호 보완적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상호충돌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혜택과 더불어 치루어야 하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경제학은 이러한 선택의 결과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Mankiw, 2015).

2.2 효율적 자원배분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나 자원은 제약되어 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제약 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자원이 제약되어 있지 않다면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무한정 이용하여 인간의 욕망을 가장 많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원은 제약되어 있고,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한 곳에 투입하면 다른 곳에는 투입할 수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상충관계(Trade-Off)가 있다고 말한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해서 경제학자들은 종종 과학자처럼 행동한다. 이를 실증경제학(Positive Economics)의 영역이라고 한다. 실증경제학의 영역에서는 이론적 추론만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기도 하지만, 주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실증분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 과정을 보면 우선 주어진 현실을 파악하여 일종의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이론적 가설(hypothesis)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치 자연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실험하듯이,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경제학)이 다른 점은 자연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실험을 통하여 많은 자료를 생성할 수 있지만, 사회과학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하여 인위적인 실험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과거에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통하여 얻은 자료를 가지고 가설을 검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라고 부른다.2) 그리고 이를 통하여 실증적 명제에 대해서 참(True)과 거짓(False)을 구분하게 된다. 하지만 자연실험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모든 명제에 대하여 참과 거짓을 다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답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2.3 형평성

형평성은 규범경제학(Normative Economics)의 영역이어서 당위론(Sollen)의 문제이다. 즉, 참과 거짓(True/False)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증가한다”라는 명제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문제여서 실증적 영역에 속한다. 반면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라는 명제는 규범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는 사람들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이나 국가가 동의하거나 채택하고 있는 분배 방식들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자는 세금을 더 내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많은 국가들이 부자가 세금을 더 내게 조세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더 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그리고 국가마다 다르게 생각한다. 일정액(lump-sum)을 더 내게 할지, 소득에 따라서 비례적으로 더 내게 할지(동일 세율인 비례세), 아니면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누진세)을 부과할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또 다른 명제로서 “가장 가난한 사람의 최소 생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많은 국가가 이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소득최하위층에 대한 기초생활 연금 제도나 각종 사회보험 제도들이 이에 기반을 두고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구체적 안에 대해서는 모두 이견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규범적 문제에 대한 답은 경제학 강의를 통해서만 그 답을 찾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을 포함하여 철학, 윤리학, 심리학, 정치학 등의 여타 다른 교양과목과 병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2.4 효율성과 형평성의 상호 연관

방금 논의한 실증적 분석과 규범적 분석은 각각 존재하는 상호독립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이 둘이 서로 상호연관(intertwined)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증적 분석만을 다루다보면 실증분석의 결과를 규범(Norm)이라고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의 실증분석에서 전제가 되는 것은 인간은 “이기적(selfish)”이고 “합리적(rational)”이라는 가정이다. 이 두 가지 전제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지만,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위해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3),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economic incentives)에 반응하는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것 역시 많은 비판을 받는 가정이다. 우선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가 완전하게 제공되고 이 정보 하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불완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하에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실증분석의 이 두 가지 전제를 규범이라고 받아들여서 “시장주의자는 남을 돕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라거나 “시장을 통해 이루어진 경제적 결과는 항상 옳다”, 혹은 “후진국의 사람들은 비합리적이어서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Schultz, 1975).

반면에 실증적 분석을 무시한 채 규범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재산을 많이 가진다는 것은 악이므로 권선징악을 위해서 “모든 소득은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규범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성장과 분배 사이의 상충관계(trade-off)를 무시하게 된다. 이 같은 정책이 실현되면 많은 사람들은 근로유인을 상실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경제적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다. 주어진 선택들 간에 상충관계를 무시하는 주장은 이외에도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라든가 혹은 “세상의 악은 모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들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망각한 것이다4). 실증분석을 고려하지 않고 규범만을 주장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규범적 주장에 얽매여 원래의 목적과 상반된 정책을 펴는 것이다. 전형적인 예가 세금의 부과이다. 시장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 판매자에게 부과할지 구매자에게 부과할지의 문제이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세금을 누구에게 부과하던지 상관없이 경제적 결과는 정확히 같다. 세금이 부과된 경제 주체가 이를 모두 부담하지 않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일정부분 전가(tax incidence) 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금이 전가되는 정도는 각자의 가격 탄력성(elasticities)의 크기에 달려 있다.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탄력성의 크기란 쉽게 표현하면 경제 주체가 어느 정도의 대안(alternatives)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미국에서 요트를 사는 사람에게 사치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요트를 사는 부자들은 요트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사치품들이 많이 있다. 즉, 이들에게는 요트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높다. 반면에 요트를 공급하는 공장과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요트를 만들다가 갑자기 다른 사치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요트에 부과한 사치세의 대부분은 요트 공급업자나 요트 공장에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전가되었고, 이러한 부작용으로 이 정책은 결국 폐지되었다. 실증적인 경제학을 무시하고 규범에만 집착하여 실패한 전형적인 예라고 하겠다. 결국 경제학을 가르칠 때 이 두 가지 명제의 상호연관성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효율성: 시장 경제

경제 정책이 추구하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 중에서 실제 경제학 교육에서는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앞서 밝힌대로 형평성의 문제는 경제학만으로 그 답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장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와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를 논의하고자 한다.

3.1 기본적 개념의 중요성

3.1.1 상충관계(Trade-Off)와 기회비용

대부분의 경제학 원론 교과서는 시장 경제를 설명할 때 기본적인 개념을 먼저 설명한다. 기본적인 개념 중 첫 번째가 선택에 있어서의 ‘상충관계(trade off)’이다. 즉,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주어진 자원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어떤 좋은 것(benefit)을 선택하면 결국 다른 좋은 것(other benefits)을 희생(포기)해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과거보다 환경이나 건강, 안전 등의 문제에 있어 예전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다. 따라서 100% 안전한 먹을거리, 완벽하게 깨끗한 환경 등을 강조하는데 이것이 실현 가능하면 매우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좋은 것, 예를 들어 교육이나 연구개발, 국방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선택의 대가는 무엇인가?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표현한다. 기회비용이란 간단히 정의하면 무엇을 얻기 위해 포기한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이다. 예를 들어 ‘상급학교 진학을 할 것인가’ 아니면 ‘취업을 해서 돈을 벌 것인가’의 선택에서 상급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그 선택의 대가는 ‘취업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된다. 즉, 상급학교 교육의 기회비용은 ‘포기한 임금(foregone earnings)’이 되는 것이다. 지금 설명한 단순한 두 개념은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좀 더 심도 있는 경제학 토론을 하다보면 학생들은 의외로 이 개념을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3.1.2 수요와 공급 곡선에 대한 설명

경제학 원론 교과서의 대부분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엄밀하게 도출하기 전에 먼저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은 개인이나 기업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부분이다. 수요자는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을 줄인다. 따라서 수요곡선은 우하향(負의 기울기)한다. 반대로 공급자는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을 늘리기 때문에 공급곡선은 우상향(正의 기울기)한다. 이 과정은 이후에 그래프를 사용하거나 혹은 수학을 이용하여 효용극대화 내지는 이윤극대화의 해(解)를 구함으로써 도출이 된다. 논리적인 엄밀성을 강조한다면 처음부터 효용함수를 정의하고, 예산 제약에 따른 극대화 문제를 풀어 수요함수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미분의 개념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자세히 가르칠 것인가는 교수자의 선택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수요 곡선, 혹은 공급 곡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학생들은 수요와 수요량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역시 본인들이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복잡한 현실 문제를 수요-공급 곡선 모형을 이용하여 풀이하라고 하면,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복잡한 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요량 변화와 수요 곡선 이동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못 푸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이러한 오류를 많이 범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수리적 도출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기본적인 수학에서 변수의 성격에 대해 혼동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류는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요 함수에서 독립변수는 가격이고 종속변수가 수요량이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들지만, 수요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착각하는 이유는 통상적으로 수요 함수 그래프에서 y축은 가격을, x축은 수요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상 y축에 종속변수를, 그리고 x축에 독립변수를 표시하는데 익숙해 있지만 경제학 교과서에는 그 반대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뒷부분에 등장하는 소비자(생산자) 잉여의 개념에서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willingness to pay: WTP)’을 가격 대신 y축에 표시하면, 주어진 WTP에 따라서 소비자가 수요하려는 량이 독립변수로 해석되고, 이때 수요량을 x축에 표시해도 혼동을 하지 않는다. 교수자는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 부분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필요하면 왜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표시하는지에 대해서 경제학설론 차원에서의 설명을 병행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뒤에서 조세의 효과 등 복잡한 현상이 등장하면, 앞서 말한 대로 그 문제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에 종속변수와 독립변수를 혼동하여 문제를 못 푸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요 함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수요-공급 모형에서 외생변수와 내생변수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모형에서 가격과 수요량(혹은 공급량)은 그 모형 내에서 값이 결정되는 내생변수이다. 그러나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은 모두 외생변수이다. 따라서 내생변수의 변화는 수요곡선 상의 변화를 일으키지만, 외생변수의 변화는 수요곡선 자체를 이동시킨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쉽게 이해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후반부 강의로 넘어갈수록 학생들은 이 부분을 다시 혼동하기 시작한다. 왜 그런 것일까에 대한 대답 중 하나는 (또 한번 놀랍게도) 학생들이 ‘수요량’을 ‘실제 구매량’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수요량’이란 주어진 가격에서 소비자가 얼마만큼을 구매하려고 의도(계획)하는 양이지 실제 구매량이 아니다. (물론 소비자는 그 만큼을 구입할 구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를 한다.) 따라서 가격이 변화하면 소비자는 자신이 의도하는 구매량(수요량)을 변화시키는 것이지, 실제 구매량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실제 구매량은 공급 곡선과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균형 가격이 형성되면 그 균형 가격하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내생변수인 가격이 변화하면 ‘변화된 가격’ 하에서 수요량이 결정되고, 이를 수요곡선 상의 이동(movement along the curve)이라고 표현한다. 반면에 외생변수가 변화하면 한 가격에서만 수요량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격’ 하에서 ‘의도된 구매량’이 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 곡선이 이동(shift)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만 제대로 이해해도 어려울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학생들에게 경제학 원론을 가르치다 보면 (특히 고학년일수록) 가장 기본적인 수요곡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수요 곡선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도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학적 엄밀성을 포기하고 직관적으로 가르치더라도 이 개념들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균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학생들에게 균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균형이란 수요자나 공급자가 현재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할 유인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단순히 두 곡선이 교차한다고 이해하면 시장에서의 가격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두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이어도 안정적인 균형점이 아닌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설명할 때에는 반드시 ‘초과공급이 있는 경우’ 가격의 조정으로 남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되며, ‘초과수요가 있는 경우’ 반대로 가격조정으로 모자라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될 때 균형이 성립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3.1.3 탄력성의 개념

수요 공급 곡선을 설명한 이후 중요한 기본 개념인 ‘탄력성(elasticity)’에 대해서 설명하게 된다. 탄력성은 독립변수 변화율이 종속변수의 변화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고 하면 가격이 1% 변화할 때 수요량은 몇 % 변화하는지를 나타내준다. 따라서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탄력성의 종류는 가격탄력성 이외에도 많다.

탄력성의 개념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식품광고가 있다. 예를 들어 검은 콩이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많은 실험을 통하여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지를 검증한 후에 학계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통상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그 효과의 유의미함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만약 검은 콩이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다면 하루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검은 콩을 먹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는 검은 콩 섭취를 1% 증가 시키면 탈모가 몇 % 정도 방지되는가를 알려주어야 한다.

통상의 경제학 수업에서는 탄력성의 정의(definition)를 수식으로 가르친 후,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이고, 그 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며, 그래프에서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비탄력적이라는 내용을 설명한다. 이어서 탄력성의 결정 요인들을 설명한 후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점을 반드시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탄력성의 의미를 단순한 수리적으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여야 한다. 탄력성의 크기는 그 경제 주체가 얼마나 많은 선택이나 다른 대안(alternatives)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즉, 가격 변화에 따라 소비자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선택지가 많다면 이때 수요는 탄력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탄력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판매세가 부과되면 그것이 수요자에게 부과되던 공급자에게 부과되던 상관없이 대안이 적은 쪽이 실질적으로 조세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설명은 ‘단위의 문제’이다. 탄력성의 정의가 왜 %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독립변수(가격)와 종속변수(수요량)는 서로 단위가 다르다. 단순히 독립변수의 변화가 종속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한다면 우리는 탄력성에 상당히 복잡한 단위를 항상 병기해야 한다. 동시에 변수의 측정단위를 달리하면 같은 기울기의 수요 곡선도 크기가 다른 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한 그래프 상에서 두 가지 다른 수요 곡선을 비교하는 경우에는 굳이 단위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수요 곡선 모두 같은 단위로 가격과 수요량이 측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탄력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기울기만을 가지고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다른 그래프에서 수요 곡선의 탄력성을 비교할 때에는 단위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이 단위의 문제는 후술되는 시장 조직이론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많은 학생들이 왜 경쟁기업의 수요곡선은 수평선이고, 독점기업의 수요 곡선은 우하향하는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독점기업의 단기균형과 독점적 경쟁 기업의 단기균형 그래프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만약 단위의 문제를 강조했다면 이 부분에서도 이해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3.1.4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의 개념: 효율성 극대화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균형을 설명하고 나면 소비자 잉여, 생산자 잉여의 개념을 설명하게 된다. 소비자 잉여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willingness to pay)에서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가격)을 뺀 나머지를 뜻한다. 생산자 잉여는 기업이 어떤 상품을 공급하고 실제로 받는 금액(가격)과 상품 공급을 위해서 받기를 원하는 최소한의 금액(이것은 이 상품을 생산하는데 지출된 한계비용이다)의 차이이다.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의 합을 총 잉여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시장의 효율성을 측정할 때 이 총 잉여의 개념을 많이 이용한다. 즉, 시장에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이 총잉여가 극대화되고, 가격이나 거래량에 어떤 제약이 가해지면 총 잉여는 줄어든다.

이 부분의 강의에서 학생들은 이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다. 그런데 여기서도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비자 잉여나 생산자 잉여는 자유로운 거래 환경에서는 (-)의 값을 가질 수 없다.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하면 (-)의 값이 나오는 경우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경제나 통제경제에서 그렇지 않다. 전지전능한 집권자(Almighty Planner)가 아니고서는 개별 소비자들의 ‘지불용의가 있는 금액((willingness to pay)’을 모두 파악하거나, 개별 기업의 한계 비용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선택과 거래가 보장되는 시장경제가 왜 효율적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기본적 개념들은 사실 경제학의 도입 부분이어서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상당수 학생들은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거나, 본인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는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복잡한 분석에서 학생들은 문제의 복잡함 때문이 아니라 기본 개념을 잘못 알고 있어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이 부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가르쳐야 하고, 많은 예제를 주어서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고쳐 주어야 한다.

3.2 소비자 이론과 생산자 이론

3.2.1 경제순환 모형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나면 상품시장과 생산요소 시장에 대한 수요, 공급 및 균형에 대한 엄밀한 도출을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경제의 순환 모형([그림 1] 참조)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1]

경제순환모형

경제순환 모형에 따르면 경제의 중요한 주체가 가계(혹은 개인)와 기업이다. 물론 여기에 정부 부문과 해외 부문이 추가될 수도 있다. 거래되는 것은 상품(생산물)과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생산요소이다. 생산요소에는 전통적인 토지, 노동, 자본, 혹은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이 순환 모형에서 화폐의 흐름을 중개하는 금융중개기관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모형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보다 가계와 기업이 상품과 생산요소를 공급하고 이를 수요하는 간단한 모형을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제순환 모형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가계(개인)가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 다시 말하면 상품의 수요함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때에 소비자(가계나 개인)들은 자신에 가장 큰 효용(혹은 만족도라고 해도 좋다)을 주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주어진 예산 제약 조건하에서 선택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상품의 공급(생산과 판매)에 대해서 설명한다.

상품시장의 수요, 공급과 균형을 설명한 이후에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요소시장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생산요소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은 경제 주체가 바뀌고, 사용하는 용어가 바뀔 뿐이지, 의사결정 과정은 상품시장의 경우와 정확히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요소 시장을 설명하기 전에 경제순환 모형을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생산요소 시장을 다룰 때가 되면 이미 중간고사 이후가 되어 학생들은 이 모형에 대해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이 순환모형을 수시로 상기시켜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2.2 합리적 판단과 한계의 원리

그렇다면 제약조건이 있을 때 선택을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선택을 하면 소비자들은 가장 큰 효용을 얻는 것일까? 흔히들 총혜택(평균혜택)의 크기가 총비용(평균비용)보다 크면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손해가 나지 않는 방법이지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아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위가 자신에게 추가로 주는 편익(marginal benefit)과 그 행위로 인하여 추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marginal cost)을 비교하여, 그 둘이 같아질 때까지 그 행위를 한다. 만약 추가혜택이 추가비용보다 더 크면 소비를 더 많이 하고, 반대이면 소비를 줄여서 그 둘이 같아질 때 그만 두면 효용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상품의 수요함수를 도출할 때는 소비자가 상품을 하나 더 구매할 경우 얻는 추가적인 혜택을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물건을 하나 더 구매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가격(price)만큼 더 지불해야 한다. 만약 추가적인 소비로 인한 한계효용이 그 물건의 가격보다 더 크면 그 상품을 더 소비하여야 한다. 그러면 그 상품의 한계효용이 점차 감소하여 가격과 같은 점에 이르게 된다. 이때 상품 구매를 중지하면 총효용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극대화의 원칙은 개인이나 가계의 의사결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의사결정, 예를 들어 안전한 먹거리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는 어느 정도의 지출을 하여야 할까? 앞서 언급한대로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가 안전한 환경을 위하여 추가적인 지출을 하면 그 금액이 한계비용이다. 그리고 그 지출로 얻는 것이 한계혜택이 있다. 이 두 가지가 같아질 때까지 정부가 지출하면 사회적 편익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학의 미분 개념을 이용하여 극대화 해를 구하는 방법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중급 과정 이상의 미시경제학에서는 당연히 이 같은 수학적 도출을 통하여 이론을 설명한다. 그러나 교양과목으로서의 미시경제원론 수준에서는 굳이 지나친 수학적 엄밀성보다는 직관적이지만 정확한 설명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3.2.3 의사 결정 기준: 단위의 문제와 상대적 비교

위에서 설명한대로 소비자가 주어진 가격에서 구매량을 결정하려면 두 가지 추가적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단위의 문제이다. 한계효용은 임의로 정해진 효용의 단위이고, 한계비용인 가격은 화폐단위이다. 또 다른 문제는 예산의 제약이다. 한 상품의 구매를 늘리려면 필연적으로 다른 상품의 구매를 줄여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비교를 상대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x상품의 추가소비로 얻게 되는 한계효용(MUx)을 y상품의 추가소비로 얻게 되는 한계효용(MUy)의 크기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한계대체율(MUx/MUy)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측정하면 효용의 단위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격도 x상품의 가격을 y상품의 가격으로 평가(Px/Py)하면 화폐단위도 사라진다. 동시에 x상품의 소비를 늘리면 예산제약으로 y상품의 소비는 줄어들게 되고 한계대체율도 감소하게 된다. 이를 수학으로 풀어서 가르치면 훨씬 간결하고 쉽게 보인다. 그러나 극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학적 함의가 간과되기 쉽다. 교양으로서의 경제학에서는 오히려 수학적 도출보다는 위와 같은 설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3.2.4 예외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의 강의

위에서 설명한 극대화의 원칙을 통하여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도출하면 그것이 상품의 수요함수가 된다. 그리고 나서 소위 비교정태분석(comparative static analysis)을 하게 되는데 우선 가격이 변화하면 수요량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어떤 상품이던지 그 상품의 수요량은 감소한다. 이것이 ‘대체효과’이다. 그런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소득변화로 인하여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변화할 수 있는데 이것이 ‘소득효과’이다. 따라서 가격변화의 총 효과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이 둘의 합이다. 그런데 소득이 감소하면 대부분의 상품은 수요가 줄어들지만 소위 열등재라고 불리는 상품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 이 상품에 대한 소비 지출이 과다한 경우 극단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였는데 소득효과의 절대적 크기가 대체효과의 크기보다 커져서 수요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기펜재’라고 한다. 그런데 교수자들이 종종 강의나 시험 문제에서 기펜재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정말로 중요한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만다. 오히려 가격상승으로 대체효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효과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상품 수요뿐만 아니라 생산요소의 수요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로 자본재의 가격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노동의 가격(임금)은 상승한다. 따라서 대체효과에 따라서 노동 수요는 감소하여 고용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때에도 기업은 생산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어 고용을 늘리게 된다. 이를 ‘규모효과’라고 부른다.5) 결국 소득효과와 규모효과는 용어만 다르고 대상이 다를 뿐 같은 내용이다.

학생들이 여기까지를 잘 이해하면 그 다음에 기업의 행동, 생산요소 시장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같은 원칙 하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엄밀한 수학적 도출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3.2.5 모든 시장에서 적용되는 극대화 원칙: 용어의 문제

이어서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는 행위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이때에 기업은 (효용 대신) 화폐 단위로 표시된 이윤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먼저 기업은 상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때에도 소비자 효용극대화 때와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즉, 한계편익(이때에는 이를 한계수입이라고 부른다)이 한계비용과 같아지는 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한다.

기업의 이윤극대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두 가지 점을 반드시 주지시켜야 한다. 우선 상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생산함수를 정의한 후, 자본이나 노동의 적절한 조합을 선택하여 같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생산을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상품의 공급이론 쪽에서 다루지만 엄밀히 보면 이는 생산요소(자본, 노동)의 수요함수 도출 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도출하는 과정은 용어만 다르지 소비자의 효용극대화 과정과 정확히 동일하다. 경제순환 모형에 나타난 생산요소 시장의 수요이론이 여기서 이미 설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상기시켜 주지 않으면 학생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두 번째로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부분은 생산함수와 비용함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서로 다른 가정하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의 경제학 교과서는 이 둘을 서로 다른 장에 배치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생산함수가 있고, 또 비용함수는 따로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상품 시장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면 시장의 조직을 다루게 되고, 그리고 나서 생산요소 시장을 강의한다. 그런데 생산요소 시장은 상품시장과 대칭형이어서 생산요소 시장의 수요, 공급과 균형은 상품시장과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구조를 학생들은 왜 어렵게 생각할까? 앞서 지적한대로 강의의 내용이 경제순환모형에 나오는 순서대로 가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교수자가 경제순환 모형을 수시로 상기시키면 해결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용어의 문제’이다. 소비자의 효용극대화, 기업의 이윤극대화 문제가 모두 동일한 극대화 원칙(marginal benefit = marginal cost)임에도 시장의 종류와 경제 주체에 따라서 그 용어가 바뀐다. 우선 한계편익(marginal benefit)을 나타내는 용어가 소비자 선택이론에서는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상품 공급이론에서 한계편익은 기업의 한계수입(marginal revenue)이라고 부른다. 소비자 이론에서 한계효용의 상대적 비율은 한계대체율(marginal rate of substitution)이라고 부르지만, 동일한 개념인 한계생산의 상대적 비율은 한계기술대체율(marginal rate of technical substitution)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산요소 시장에서 기업의 한계편익은 한계생산물가치(value of marginal product)라고 부르고, 한계비용은 한계요소비용(marginal factor cost)이라고 부른다. 같은 개념인데 경제주체와 경제객체에 따라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교수자는 새로운 용어가 나올 때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3.3 시장 조직에 대한 이론

지금까지의 논의는 시장에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 시장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조직은 공급자의 숫자가 하나인 독점과 소수인 과점 등의 여러 가지 형태를 띄게 된다. 여기서 시장이 완전경쟁인지 독점인지에 따라서 개별기업의 수요곡선의 모양이 달라진다. 만약 시장에 공급자의 숫자가 매우 많아서 개별기업이 공급량을 늘려도 시장 전체에 별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상품을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계속 팔 수가 있다. 따라서 상품 하나를 추가로 판매할 때 들어오는 한계수입(MR)은 항상 가격(P)과 같다.6) 그래서 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은 수평선이 된다. 반면에 시장에 공급자가 하나만 있는 독점기업은 시장 전체의 수요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상품을 판매하려면 우하향하는 수요 곡선에 맞추어서 가격을 인하하여야 한다. 따라서 추가로 들어오는 한계수입은 판매하는 가격보다 작아지고, 여기에 극대화 원칙을 적용하면 한계비용이 항상 가격보다 작게 된다. 이 차이 때문에 독점시장에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달성되지 못한다. 즉,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완전경쟁과 독점 사이에 독점적 경쟁, 과점 등의 시장 조직이 존재하며, 기업의 독점력이 커질수록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시장이론에서 핵심을 이루는 부분일 수 있다.

여기서도 두 가지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첫째는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독점의 비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자꾸 떠 올린다. 독점기업이 나쁜 이유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점기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수요함수를 고려해서, 극대화 원칙에 따라 가격을 설정한다. 중요한 점은 독점기업의 비효율성과 이것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경쟁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은 수평선이고, 독점기업이 직면한 수요곡선은 우하향한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다시 단위의 문제로 돌아간다. 개별 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과 시장 수요곡선은 수요량에 있어 서로 규모가 다르다. 개별기업이 감당하는 수요량은 열 개, 스무 개 등으로 측정되지만, 시장 수요량은 1만개, 2만개 등으로 측정된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열 배, 스무 배로 공급량을 늘려도 시장 수요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런 설명은 없고, 수요함수를 그래프로 나타낼 때에도 스케일을 구분하는 단위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단위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시키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극대화 원칙을 통한 어려운 분석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3.4 일반균형과 자원배분의 효율성

시장이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일반균형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설명한다. 모든 시장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는가를 확인하고, 이때의 상태가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인 상태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모든 시장에서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이 있게 되면 교환을 통하여 (상대)가격이 형성되고, 시장이 청산된다. 만약 경제에 외부충격이 와서 수요와 공급 행위가 바뀌어도 가격이 이를 조정하여 궁극적으로 시장을 청산시킨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제한적이지만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우,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시장이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적 도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시장원리에 맞기면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장이란 표현이 경쟁시장을 뜻하는 것이고, 앞서 언급한대로 독점시장의 경우에는 이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 줄 필요가 있다.

4. 시장실패

지금까지 살펴 본 내용은 시장의 효율성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가르치고 (실제 이 정도 진도가 나가면 한 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시장 실패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시장 만능의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시장실패에 대한 내용은 한 학기 분량이더라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자세히 다룰 것인가는 역시 교수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시장의 실패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다. 앞서 살펴 본 독점, 과점 등의 시장지배력이 시장실패의 한 원인이다. 이외에도 외부효과의 존재, 공공재의 존재, 정보의 비대칭성,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하여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이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말 앞에 ‘일반적으로’라는 한정어를 두는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성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 부분에서 주의할 두 가지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예를 들어 ‘공공재’는 정부가 공급하는 재화이고, ‘사유재’는 민간이 공급하는 재화라고 착각한다. 공공재의 정확한 특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학에서 정의하고 있는 공공재란 ‘배제성’도 없고, 소비에 있어서 ‘경합성’도 없는 재화를 뜻한다. 배제성이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이 재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거나, 막는 것이 너무 큰 비용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경합성이 없다는 것은 내가 이 재화를 소비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도 (효용의 감소 없이) 이 재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제성이 있고, 경합성이 있으면 사유재라고 부르고, 이 둘이 모두 없으면 공공재라고 한다.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도덕적 해이란 불완전하게 감시를 받는 사람이 부정직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경향을 말한다. 도덕적 해이를 가르칠 때에 학생들은 이러한 행위가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교육이나 규제를 통하여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주로 인간의 본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물론 나한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지 않더라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내가 전기료를 내지 않더라도 빈 강의실에 켜져 있는 전등을 끄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바꾸려는 노력은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7)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가격의 왜곡을 어떻게 시정하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대칭적’ 정보와 ‘불충분’한 정보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요즈음 빅 데이터의 발전으로 불충분한 정보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장의 왜곡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비대칭적 정보는 공급자와 구매자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고, 어느 한 쪽이 자신만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문제는 정보의 양이 많아진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역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장실패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항상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한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실패’가 ‘시장실패’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성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모두 언급하고 나면 학생들은 갑자기 모든 대안이 무용하고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는 것도 설명해 주어야 한다. 시장이 실패하여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에도 정부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의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공해문제의 해결에 있어 시장의 원리를 이용한 탄소배출권의 거래,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산권을 확립(코즈의 정리)하는 방안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나치게 수학적인 접근은 교양 과목에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나가는 말

지금까지의 주로 경제학의 기초적인 개념과 미시경제원론의 내용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논의하였다. 이 내용은 미시경제학을 교양 과목 3학점으로 한 학기 강의할 때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이 내용은 ‘시장경제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으로 개설할 수도 있다. 물론 경제학 원론의 전체 내용을 한 학기에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8) 통상 경제학 원론의 내용은 3학점으로 1년을 강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교양으로서의 경제학’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몇 가지 다른 대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대안은 한 학기에 거시경제원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강의하는 것이다. 과목 명은 ‘거시경제원론’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고 ‘국민경제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개설해도 좋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개념부분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미시경제학이 개별 경제주체들의 선택 행위와 이에 따른 시장의 형성, 자원 배분, 그리고 시장의 실패 등을 다루고 있다면, 거시경제학은 국민경제 전체를 분석하는 분야이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의 개념을 다룬 이후에, 크게 경제성장 정책과 경제안정화 정책을 다루면 된다. 경제안정화 정책에서는 화폐가 등장하고 이 화폐의 역할에 따라서 행정부가 실행하는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이 실행하는 통화정책의 내용이 포함된다, 그리고 실업과 물가라는 두 경제지표의 관계를 다루게 될 것이다. 여기서 소위 포스트 케인즈 학파와 고전학파의 서로 다른 견해도 다루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두 가지 다른 학설이 최근에 어떻게 수렴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대안은 미시경제원론과 거시경제원론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여 한 학기에 강의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먼저 기초적인 개념은 여기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시경제원론과 거시경제원론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선택하여 가르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개념을 선수과목을 통해서 배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소득분배론’, 혹은 ‘경제학설사’ 등의 강의를 교양 과목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학과와 연계하여 ‘경제사’ 과목을 이중설강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선수과목으로 이수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까지 교양으로서의 경제학 과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논의하였다. 학생들이 경제학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들에 대해서 고민하였고, 어떤 점들이 강조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결국 다른 교양 과목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강의에서도 핵심적인 개념과 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르치는 내용의 범위는 상당 부분 교수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는 일반성과 학술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without the loss of generality and academism) 내에서 가급적 쉽고 직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Goldin , Claudia , Lawrence F, Katz . 2008;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 Harvard University Press
2. Hanushek , Eric A, Guido Schwerdt, Ludger Woessmann, Lei Zhang. 2015;“General Education, Vocational Education, and Labor-Market Outcomes over the Life-Cycle”. Economics Working Paper 15113, Hoover Institution, October
3. Mankiw, Gregory N.(2015). Principles of Economics, 7th edition, South-Western, 김경환, 김종석 옮김, 맨큐의 경제학, 센게이지러닝코리아(주).
4. Rosen Sherwin. 1974;“Hedonic Prices and Implicit Markets: Product Differentiation in Pure Competitio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82(1):34–55.
5. Schultz , Theodore W. 1975;“The Value of the Ability to Deal with the Disequilibria”.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13(3)September; :827–846.

Notes

1)

거시경제학만을 따로 떼어내서 한 학기 교양 강좌로 교육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시장이론에 대한 상당부분의 내용은 본 고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2)

최근에는 경제학에서도 일정한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 하에서 참가자들의 경제적 행위를 관찰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이를 실험경제학이라고 부른다.

3)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길거리에 만 원짜리 지폐와 오만 원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다면 어떤 것을 주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둘 다 줍는다고 답할 것이다.

4)

현실적으로는 인간의 생명가치에 대한 추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 사고사(혹은 산업재해)등으로 사망한 경우 법원이나 보험회사는 생명가치를 (불완전하지만)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각종 안전시설을 어느 정도 완벽하게 제공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도 이 같은 추정이 필요하다. 이 때에는 생명의 기회비용 개념을 활용하게 된다(Rosen, 1974).

5)

최근에 많은 언론에서는 4차산업 혁명을 대규모 실업이 야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는 대체효과만 본 것으로 규모 효과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반대가 될 수도 있다.

6)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다는 극대화 원칙을 적용하면 가격은 항상 한계비용과 같게 되고, 따라서 자원 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7)

그렇다고 이러한 노력이 무의미하거나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8)

한 학기에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우 본 고에서 제시한 효율성과 형평성을 포함한 기본개념에 대해서 1/3 정도의 시간 할애를 권한다. 이어서 상품시장에서의 수요, 공급 곡선 도출과 시장조직 이론에 1/3의 시간을, 그리고 생산요소 시장, 소득분배론, 일발균형, 시장실패에 나머지 1/3 정도의 시간을 배분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핵심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예시이고, 시간 배분 역시 교수자의 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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