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우언을 활용한 고전 교양 수업 설계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으로
Using the Fables of Zhuangzi to Design Classical General Education : Blended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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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고전교육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어 대학에서의 고전교육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그리하여 본 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고전 교양 수업을 제시하려 한다. 중국 고전 가운데 ≪장자≫는 많은 대학에서 권장 도서로 선정되고 있으며, ≪장자≫에 수록된 우언은 고전에 대한 문턱을 낮추어 주고, 고전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에 ≪장자≫에 실려 있는 조삼모사 우언과 포정해우 우언을 블렌디드 러닝 수업으로 설계해 보았다. 두 우언은 고사성어로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장자≫에서 두 우언의 의미는 고사성어에서의 의미와 사뭇 다르다. 때문에 두 우언을 활용하여 수업한다면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고전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고전 교양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삼모사 우언의 앞부분은 온라인 수업으로, 뒷부분은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여 학습자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원숭이 이야기를 통해 ‘양행(兩行)’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반면 포정해우 우언은 대면 수업에서 텍스트의 내용을 살펴보고 온라인 수업에서 포정의 기예가 아니라 ‘양생(養生)’의 의미를 파악하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해 보았다.
Trans Abstract
In the era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classical education has become more important, and the direction of classical education in universities is changing. Therefore, I designed a college classical course to develop the necessary capabilities among students in this rapidly changing era. Among the Chinese classics, Zhuangzi was selected as a recommended book by many universities. The fables contained in Zhuangzi lower the threshold for the study of the classics and enable philosophical thinking. Therefore, I designed a program based on the Zhao San Mu Si (朝三暮四) and Paoding Jie Niu (庖丁解牛) fables in Zhuangzi as a blended learning class. The two fables are well known as idioms, but the meaning of the two idioms in Zhuangzi is different from the content of the idioms. Therefore, if the two fables are used for teaching purposes, from the perspective of viewing classics to approaching classical texts, new directions can be proposed for classical education. Thus, the first part of the fable of Zhao San Mu Si (朝三暮四) is conducted as an online class, and the last part as a face-to-face class, allowing learners to think about the meaning of “Liangxing (兩行)” through the foolish monkey stories. Paoding Jie Niu (庖丁解牛)’s fable teaches content in face-to-face classes and allows students to talk about the meaning of “Yangsheng (養生)” in online classes rather than Paoding’s skills.
1. 서론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제4차 산업 혁명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을 특징”(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으로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사고와 추론 능력 등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최근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고전교육이다. “고전은 인간 사회의 변화와 지적 모험의 발자취를 통찰할 수 있는 지식과 혜안을 제공하는 중요한 텍스트”(김현주, 2011, p. 235)로 이러한 텍스트 즉, “고전 읽기는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생산”(임연정, 2022, p. 26)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문해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말하는 현대적 개념의 문해력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회⋅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양한 문해를 비판적으로 사용하여 설계할 수 있는 능력”(윤준채, 2009, 임연정 2022, p. 26에서 재인용)을 일컫는다. 곧,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텍스트 그 너머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현대 사회와 연결 짓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고전 텍스트가 다시금 교육 현장의 중심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텍스트를 자기만의 이해로 풀이하고 재창조하거나 혹은 이를 활용하는 데까지 그 능력을 요구받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국내 대학 교육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독해와 감상 위주의 고전교육에서 벗어나 고전을 비판적으로 읽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기르거나 토론 등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는 등의 활동으로 교육 방향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1)
대학에서의 고전교육은 교양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에 따라서는 교양교육 전담 기관에서 교양 수업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유사 전공 학과에서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 방법은 다소 다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대개 교양교육 전담 기관에서 교육과정을 마련하며 교수자는 수업 개설 목표에 맞추어 고전 텍스트를 선별하여 수업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반해 후자의 경우, 교육과정 편람에 따라 고전교육이 관련 학과에 일임되며 고전 텍스트 선정도 학과와 교수자의 재량에 맡긴다.2), 이처럼 고전교육의 주체는 대학별로 다르지만, 고전교육에서 다루는 고전 텍스트를 보면 마치 ‘자율적으로 선택된 획일화된 고전 텍스트 목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사도가 높다. 이는 아마도 고전의 가치와 고전을 보는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텐데, ‘고전○○○선’을 선정한 대학 중 12개 대학의 680여 종의 고전 텍스트 가운데 선정 횟수가 많은 고전 110종을 목록화한 천정환(2021)의 연구 결과를 보아도 선정된 고전의 획일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두세 군데 대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장자≫, ≪논어≫, ≪사기≫, ≪루쉰소설집≫, ≪맹자≫를 중국 고전으로 선택”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비단 대학 주도의 권장 도서 선정에서만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과와 교수자의 재량에 따라 중국 고전 텍스트를 선택하였을 때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교양교육에서 고전 텍스트의 선정은 대동소이할 수 있으나, 그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중국 고전만 보더라도 중어중문학과는 물론이거니와 국어국문학과, 윤리교육학과, 철학과, 교양 수업 등에서 주 텍스트로 사용되고 있으니 교수자에 따라 혹은 수업 개설 목적에 따라 같은 고전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읽히고 또 다르게 활용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학의 고전 교양 수업은 “대체로 수강생이 한 학기에 두 권 이상의 고전을 읽도록 구성되어 있다”(박준범, 2023, p. 69).3) 때문에 교수자는 여러 고전을 섭렵하고 또 이에 맞는 수업을 구성해야 하며,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문제는 각 고전마다의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고전 텍스트로 함양되는 능력이 다르고, 또 이에 따라 그 수업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는 데 있다. 가령 대학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중국 고전으로 앞서 언급되었던 텍스트만 보더라도 춘추전국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작품들이며, 또 그 분야도 유가 경전, 도가 서적, 역사서, 소설집으로 다양하다. 해당 고전의 전공자라 하더라도 그 내용을 한 학기 수업으로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지금의 대학 교양 수업에서는 한 강좌에서 적어도 두 편 이상의 고전을 다루고 있으니 그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내에 교양교육 전담 기관이 있어서 관련 전공자들이 고전을 선별하고 이에 따라 수업을 구성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라면 모르겠으나, 관련 기관이 없는 대학에서는 오롯이 교양 고전 수업을 담당한 교수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그러하나 각 고전의 전공자들이 이를 나누어 작업한다면, 그리하여 고전 텍스트별 수업 설계가 모이다 보면 ‘고전 ○○○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전 텍스트 수에 따른 수업도 그만큼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양교육 전담 기구에서 고전 수업을 총괄하는 것에 비한다면 체계적인 면에서 미흡할 수는 있겠으나 해당 고전을 전공한 전공자가 설계한 수업을 참고할 수 있다면 여러 고전 텍스트로 고전 교양 수업을 해야 하는 교수자의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시작으로 본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고전 교양교육으로 블렌디드 러닝을 활용한 ≪장자≫ 교양 수업을 설계해 보려 한다.
2. 블렌디드 러닝 방식과 효과
혼합형 학습인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그리고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하는 것으로……집합교육을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을 보완하거나 자율학습 방식에 온라인 협동학습을 접목하는 방식, 다양한 온라인 학습전략에 오프라인으로 보조하는 방법 등 각 교육 주체마다 가능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한국정보통신협회) 그리하여 최근 관련 수업을 개설하는 대학이 많아졌는데, 중국 고전 교양 수업도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하게 된다면 중국 고전 텍스트에 대한 독해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이후 대면 수업에서는 발표와 토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반대로 대면 수업을 통해 중국 고전 텍스트를 함께 읽고 이후 온라인으로 각자의 의견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학습자의 학습 속도 및 이해도에 따라 반복 학습이 가능하여 중국 고전 텍스트에 대한 독해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발표와 토론을 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온라인 자료를 학습하지 않았을 때는 이후 이루어지는 대면 수업의 내용을 따라오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대학 교양 수업의 정원이 40명 정도로 많은 편이라 대면 수업에서 의도하였던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조보람, 이정민, 2018, p. 69). 이와 반대로 후자와 같이 대면 수업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 온라인으로 상호소통하는 방식으로 고전 교양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면 수업에서 이루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교수자와 학습자 혹은 학습자 간 상호소통하게 되기에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학습자, 혹은 코로나19 이후 대면 수업에서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습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면 수업 이후의 온라인 수업 방식을 채팅창을 통한 질문과 대답 형식, 혹은 집단 글쓰기 형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4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하는 등 관련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즉,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기능들이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의사소통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교수자가 부담하게 되는 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록 그러하나 블렌디드 러닝은 “높은 학습 효과를 나타내고……학업성취,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이해력 등 인지적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권회림, 문은경, 박인우, 2015, p. 348)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또 그 효과 역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인지 능력은 고전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며 더욱이 고전교육을 대면 수업으로만 진행하였을 때는 고전 텍스트의 번역 및 이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고, 정작 고전을 통해 사유하면서 길러져야 할 능력 함양은 학습자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블렌디드 러닝을 고전 교양 수업에 적극 활용하여, 고전 텍스트 이해 그 너머의 교육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겠다.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고전 교양 수업을 진행한다면 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때의 공간 및 자료 활용 등의 제한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및 디지털 자료들을 학습자 스스로 실시간 접근하여 활용할 수도 있고, 또 관련 내용을 키워드 검색하여 발표 및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며, 대면 수업이 주는 대중과 공간에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고전교육이 목표로 한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등이 길러질 것이며 교수자 역시 고전 텍스트를 통해 이해와 감상 이외의 활동들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3. 고전 교양 수업 텍스트로서의 ≪장자≫ 우언
≪장자≫는 ≪노자≫와 함께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중국 고전으로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총 33편으로 이루어졌다. 이중 내편만이 莊周 본인의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대부분의 교양 고전 수업에서도 외⋅잡편보다는 내편에 수록된 내용을 중점적으로 본다.
장주는 ‘언어’라는 도구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인지하고,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심한 사상가이다. 이는 <우언>편에서 엿볼 수 있는데, 열에 아홉인 寓言, 열에 일곱인 重言, 매일 나타나 천예에 조화되는 巵言4)이 바로 그 고심의 결과라 하겠다. 이 중 우언이야말로 ≪장자≫ 텍스트의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사상서에 우언을 사용하게 된 까닭도 <우언>편을 통해 알 수 있다.
우언은 열에 아홉인데, 다른 사람(사물)을 빌려 논한 것이다. 친아버지는 그 아들의 중매를 서지 않는다. 친아버지가 아들을 칭찬하는 것은, 그 아버지가 아닌 사람만 못하다. 이는 내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다. 자기와 생각이 같으면 호응하고, 자기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반대한다. 자기와 생각이 같으면 그것을 옳다고 여기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그것을 그르다고 여긴다.5)
이처럼 장주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직접 언급을 피하며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우언을 열에 아홉이나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언은 서양의 우화와 같이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이야기’라는 방식을 통해 전달한다. 이야기라는 전달 방식 곧,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20세기 후반부터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p. 283)인 스토리텔링은 현대 문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비유와 기탁의 有無에서 차이를 보일 뿐 우언과 기본적인 틀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우언은 “이야기라는 겉몸체(寓體)와 寓意라는 알맹이(本體) 이 두 부분으로 조성되니”(첸푸징, 2010, p. 57)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까지는 스토리텔링, 여기에 寓意가 있으면 우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장자는 ‘스토리텔링’이나 ‘우언’이라는 용어들이 생겨나기도 전에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哲理散文을 쓴 사람이다. 가령, ‘쓸모없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쓰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당의 나무 이야기6,)를 통해, 그리고 ‘쓰는 사람에 따라 쓰임의 크고 작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손이 트지 않는 약 이야기7) 등을 통해 전달한다.
이처럼 ≪장자≫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도가사상을 전달하는 고전 텍스트이다. 때문에 이야기 부분만 따로 떼서 해석하거나 혹은 이야기 그 너머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자칫 장자의 의도와는 다른 이해에 다다르게 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가 고사성어로 익히 잘 알고 있는 朝三暮四와 庖丁解牛 우언이다.
사실 ≪장자≫ 우언 가운데 유명한 것을 꼽자면 단연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는 이야기 곧, 胡蝶之夢일 것이다. 또 편명으로는 <소요유>가 널리 알려져 있기에, ≪장자≫ 텍스트를 활용한 고전 수업이라 한다면 <소요유>편이나 호접지몽이 수록된 <제물론>편을 다루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학습자 역시 ≪장자≫라 하면 이 두 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에 반해 조삼모사와 포정해우 우언은 고사성어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해당 우언의 출처가 ≪장자≫인지 모르는 학습자가 많을 것이다. 익숙하고 그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고사성어에서 예상외의 반전을 이끌어내며 수업을 전개한다면, 학습자로 하여금 낯설게 하는 효과를 주면서 수업에 그리고 고전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두 고사성어의 의미가 본래 우언의 의미와 달리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고전 텍스트 그 너머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하기에도 알맞은 우언이라 생각된다. 즉,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의 이해와 달리 두 고사성어가 풀이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습자는 고전 텍스트를 다시 읽게 되고,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는 시도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장자≫ 우언의 ‘이야기’라는 전달 방식은 고전을 어렵다고 여기는 학습자들이 흥미롭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또한 ≪장자≫에 수록된 우언들은 이야기 그 너머의 이해와 활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고전 리터러시(literacy) 곧, 단순한 문해력 함양을 뛰어넘어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구인환, 2006, p. 74) 함양에도 적합한 텍스트라 할만하다. 이에 본 글에서 ≪장자≫ 우언 가운데서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이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해와 달리 풀이될 수 있는 조삼모사와 포정해우 우언을 교양 수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의 순서를 바꿔가며 블렌디드 러닝 수업으로 설계해 보았다.8)
4. 先 비대면 수업, 後 대면 수업의 설계: 朝三暮四 우언
조삼모사는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두디피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의 이야기가 ≪열자≫와 ≪장자≫에 수록되어 있는지 모르는 학습자가 많다. 특히 ≪장자≫에서는 해당 우언이 ‘朝三’ 곧,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하나 되려고 하면서도 그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는 것”9),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자는 이 원숭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궁극적으로는 “시비를 조화롭게 하여 天鈞에서 쉬는 것”10) 즉, ‘兩行’을 이야기한다. 원숭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조삼모사’만 보지만, 장자는 이를 통해 ‘兩行’의 사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조삼모사 우언 수업에서는 원숭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성어의 이해에서 더 나아가 장자의 사유를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장자≫라는 고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장자와 같은 사유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양 상식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고사성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조삼모사 우언의 내용은 온라인 수업으로 구성하여 학습자의 이해 정도에 따라 학습 속도를 달리할 수 있도록 하고, 고사성어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한 설명 및 해당 우언으로 사유하여 토론하는 수업은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조삼모사 우언의 반전적 특성을 고려하여 고사성어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가능성이 큰 우언의 앞부분은 온라인 학습자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고사성어에서는 빠져있으나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뒷부분의 내용은 대면 수업으로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구성할 것이기에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과 마찬가지로 출석을 인정받는 수업으로 진행할 것이다. 온라인 학습자료를 출석 수업으로 인정한다면 온라인 수업에 강제성이 부여되고 또 출석 수업을 대신할 정도로 해당 학습자료의 중요성이 드러날 것이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학습에 임하게 될 것이며, 이후 이루어지는 대면 수업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첫 시간에 학습하게 될 온라인 자료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삼모사 성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어 해당 우언의 출처와 작가에 대해 설명하고 원문 풀이를 진행하는데, 이때 아래와 같이 고사성어로 제시된 부분만을 풀이한다.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하나 되려고 하면서도 그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조삼’이라 한다. ‘조삼’이란 무엇인가?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는 셋, 저녁에는 넷을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그러면 아침에는 넷, 저녁에는 셋을 주겠다” 하니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11)
여기까지 원문을 풀이하고, 이어 [그림 1]의 삽화를 제시한다.
[그림 1]에서 왼쪽의 만화는 조삼모사의 내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오른쪽의 만화는 이를 패러디한 것으로 2006년 1월 초 유행하던 두 컷의 만화다.12), 당시 이 만화가 유행하면서 각종 패러디 만화가 등장하였고, [그림 2]와 같이 이를 한문 수업에 활용한 예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한문 교사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올린 조삼모사 고사성어의 학습자료인데13), 옛 고사를 현대에 적용시킴으로써 학습자의 흥미 유발은 물론이거니와 고사성어의 이해 및 활용에도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온라인 자료에도 활용하여 원문 풀이 이후 [그림 2]의 학생용 빈칸을 학습자에게 제시하고 온라인 수업이 끝난 후 댓글 등을 통해 그림 속 말풍선에 들어갈 독창적인 대사를 쓰게 하거나, 혹은 관련 패러디를 찾아서 학습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습 정리와 원문에 대한 이해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번역문을 보면서 원문의 빈칸에 알맞은 한자를 골라 넣는 문제 또는 온라인 자료로 제시되었던 조삼모사의 출처와 작가 등에 대한 단답형 문제 등을 학습자료 말미에 넣어서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온라인 자료를 학습하도록 활용할 수도 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차시 예고에서 ≪장자≫에는 해당 고사에 덧붙이는 이야기가 더 실려 있으며, 거기까지 읽게 되면 지금까지와 다른 조삼모사 이야기로 이해가 될 것이라 언급하면서 다음 시간에 진행될 대면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두 번째 차시는 첫 시간에 이어 조삼모사 우언의 뒷이야기를 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 우선 온라인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이어 학생들이 작성한 독창적인 댓글을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러한 연후에 고사성어에서는 생략된 해당 우언의 마지막 부분을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풀이한다.
이름과 실질이 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기쁨과 노여움이 쓰였으니, 또한 이로 인한 것이다. 이로써 성인은 시비를 조화롭게 하여 天鈞에서 쉬는데, 이를 일러 ‘兩行’이라 한다.14)
우리가 조삼모사 고사성어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은 첫 시간에 배웠던 원숭이 이야기가 전부이지만 사실 ≪장자≫에는 숨은 이야기가 더 있으며, 여기까지 읽게 되면 원숭이 이야기를 통해 장자가 전하려 한 바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달라짐을 알 수 있게 된다. 곧, 아침과 저녁이라는 기준을 세웠을 때는 셋과 넷으로 차이가 있지만 하루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일곱으로 같다. 그런데 원숭이들은 이러한 이치를 모르기에 기쁨과 노여움이라는 감정을 쓰게 된 것이고, 성인은 ‘兩行’의 이치를 알기에 是非도 조화롭게 하여 균일함에서 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원숭이와 같은 ‘朝三’의 행위를 할 것이 아니라 성인처럼 是非에 감정을 소모하지 말고 판단의 기준을 달리하여 서로 함께 갈 수 있는 ‘兩行’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바로 조삼모사 이야기를 통해 장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이며, 때문에 장자는 해당 우언에서 ‘兩行’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또 이를 만물의 가지런함을 논한 <齊物論>편에 수록한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이르렀다면 앞서 보았던 두 컷 만화에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 판단 기준을 가지고 원숭이의 감정을 이용한 자와 원숭이의 행동들을 지켜보는 兩行의 이치를 깨달은 제삼자가 등장하는 장면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면 수업에서는 학습자에게 해당 우언의 전문을 읽었을 때 달라진 의미에 따라 앞서 온라인 수업에서 댓글로 달았던 두 컷의 만화를 세 컷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우리 삶에 비추어 다시 兩行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즉, 어떤 일에 관련자로 있었을 때와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생각과 느낌이 달라졌던 경험이 있는지 발표해 보게 하고, 앞으로 어떤 일에 직면하였을 때 장자와 같은 사유로 해당 일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학습자 중에는 장자의 의도와 달리 조삼모사 이야기가 지금처럼 원숭이의 어리석음에 맞춰져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 까닭에 의구심을 갖는 학습자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언의 전문에서 앞부분만 斷章取義하듯 떼어져 나온 까닭에 대해서도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를 정리할 것을 주문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출처가 있는 고사성어 중에는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읽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전 수업을 한 학습자라면 향후 글을 쓰거나 대화의 상황에서 고사성어를 인용할 때, 우리에게 주입된 의미 외에 감춰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해당 고사의 원문을 찾아본다면 이야기 너머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고전교육이 함양하고자 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궁극적으로는 고전이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5. 先 대면 수업, 後 비대면 수업의 설계: 庖丁解牛 우언
포정해우 우언은 소를 잘 해체하는 포정의 모습을 보고 문혜군이 ‘養生’을 터득했다고 감탄하는 이야기인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포정이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해체하는데……문혜군이 말하였다.”아, 훌륭하도다.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포정이 칼을 내려놓으며 대답하였다.”제가 좋아하는 것은 道인데, 기술에서 나아간 것입니다……본연의 결을 따라, 큰 틈을 치고 커다란 공간에서 칼을 움직이면서 본래의 그러한 바를 따릅니다……저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을 가지고 틈이 있는 사이로 들어가면 넓고 넓어 칼날을 놀리는 데 반드시 여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19년이 지났음에도 칼날이 새로 숫돌에서 간 것 같은 것입니다. ……”
문혜군이 말하였다. “훌륭하도다.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을 터득했노라.”15)
지면의 한계상 상당 부분을 생략하였는데, 생략된 부분은 대개 포정이 소를 해체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장자는 포정이 소를 해체하는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했는데, 그 때문인지 포정해우는 “솜씨가 뛰어난 포정(백정)이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으로, 神技에 가까운 솜씨를 비유하거나 기술의 妙를 칭찬할 때 비유하여 이르는 말”(두디피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 요약문에서도 알 수 있듯, 해당 우언의 핵심어를 뽑자면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서 나아간 ‘道’ 혹은 문혜군이 터득했다는 ‘養生’일 것이다. 이는 해당 우언이 <養生主>편에 수록되었다는 점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포정해우 우언은 뛰어난 기술을 칭찬하는 말로 우리에게 전해졌고, 위와 같이 고사성어로 화석화되었다.
그리고 포정해우 우언은 앞서 조삼모사 우언처럼 이야기의 특정 부분만 따로 떼지면서 다른 이해로 풀이되는 우언이 아니라 이야기 전편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장자의 의도와 다른 의미로 전달되었다. 따라서 해당 우언을 텍스트로 한 고전 수업의 구성은 대면 수업을 통해 포정해우 이야기 전편에 대한 이해를 먼저하고,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고사성어의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전해져야 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수업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40명 이상의 대면 수업에서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교양 수업의 시수 구성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발표에 소극적인 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에 각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하는 두 번째 차시의 수업은 실시간 비대면 수업(synchronous online instruction)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된다. 왜냐하면 실시간 비대면 수업에서는 “학습자 주도적으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의 사용과 정보탐색 등을 통한 열린 학습이 가능”(권성호, 한승연, 이준, 방선희, 2012, p. 120)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포정해우 우언은 앞서 조삼모사 우언과 반대로 대면 수업을 먼저 진행하고 이어서 실시간 비대면으로 수업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데, 수업 구성의 핵심은 대면 수업 이후의 비대면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면 수업을 통해 포정해우 우언에서 장자가 이야기하려 한 바가 포정의 ‘기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생’ 혹은 ‘양생의 道’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과연 여기서 말하는 양생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또, 현대 사회에서의 양생의 모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포정해우 우언에서 문혜군이 터득했다는 양생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포정이 터득한 道로 인해 19년이나 무뎌지지 않은 칼의 수명을 양생이라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포정으로 인해 칼의 수명이 지속되었듯 뛰어난 칼솜씨를 전장에서 쓰지 않아 천수 받은 生을 사는 포정을 비유한 것이지, 또 그도 아니라면 포정이 칼의 양생을 이루었듯 군주인 문혜군이 백성을 양생으로 이끄는 길을 깨달았음을 비유한 것인지 등 현재 학계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견들을 대면 수업의 마지막에 소개하면서 이 중 공감이 가는 의견이 있는지 또는 이 외의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다음 수업 시간 전까지 각자 생각해 보고 그 이유 등을 정리해 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차시 수업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두 번째 차시의 실시간 비대면 수업은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Zoom으로 수업을 진행한다.16) 우선 교수자가 간략히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설명하고, 이어 지난 수업 시간 말미에 생각해 볼거리로 제공한 양생의 의미에 대해 그동안 각자 어떠한 생각을 하였는지 짧게 채팅방을 통해 의견을 올리도록 한다. 그리고 채팅방에 올린 글을 출석 체크를 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모든 학생이 짧게라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것이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양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한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시간 절약의 효과도 있으며 글로 작성하는 행위를 통해 정제된 표현으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게 될 것이다. 교수자는 실시간 올라오는 채팅방의 글을 보면서 좋은 생각들은 다시 소개해 주고, 또 불명확하게 작성한 글들은 다시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의 피드백을 한다. 이렇게 각자의 의견을 한 차례 교환하는 사이에 학습자는 자신의 의견과 같은 부분도 발견하게 될 것이며 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의견을 접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채팅방을 통한 의견 교환이 끝난 후에는 조별 학습을 이어가도록 한다. 앞서 교수자가 양생의 의미로 거론되는 것을 세 가지 소개하였는데, 채팅에서 다른 의견이 도출되고 이에 공감하는 학습자들이 있다면 이러한 의견도 적극 받아들여 조 편성에 반영한다. 수강 인원수와 채팅을 통해 공감대를 이룬 의견의 개수를 고려하여 소그룹 채팅방을 개설한 후,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가 토론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소그룹 방에 입장하여 조원들과 양생의 의미를 정리하고 이것이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 혹은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양생의 모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조별 학습에서는 교수자의 개입 없이 조원끼리 자유로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되,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종료되기 전에 조별로 각자 수행한 역할이 무엇인지 간략히 적어서 교수자에게 쪽지로 보내도록 한다. 그리고 교수자는 각 소그룹 방에 차례로 입장하여 토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모든 소그룹 방의 대화 및 채팅 내용이 녹화되고 있음을 공지하여 무임 승차하거나 토의 진행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조별 활동이 끝난 후 결과물은 가능한 수업 시간 내에 제출받도록 한다. 결과물 제출은 학교별로 구축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 직접 포정해우 우언에 대한 내용을 업로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위키백과에서 ‘포정해우’를 검색하면 [그림 3]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같이 보기’ 탭에 포정해우 우언을 추가하여 작성해 보거나, ‘≪장자≫에서 양생의 의미’라는 탭을 새로 추가하여 조별 결과물을 탑재할 수도 있다.17) 혹은 교수자가 만든 블로그 등에 업로드 시키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개된 사이트에 과제를 업로드한다면 단순히 교수자에게 제출하고 끝나는 과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게 될 것이며, 과제 수행의 집중도와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려 학습자 간 실시간 의사소통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또 이를 온라인상에 탑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습자는 고전 텍스트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초연결과 관련된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별 과제 수행을 통해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에서 자신이 담당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학습자의 자아효능감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정해우 우언을 통해 장자가 말하려 한 양생의 의미를 조원들과 심도 있게 탐구하고 또 현대 사회에서 양생의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양생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양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를 글쓰기로 표현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전 텍스트를 활용한 글쓰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고전의 이해과 감상을 넘어서 고전 텍스트를 통해 주체적인 사고를 하고 또 그 결과 다시 주체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6. 결론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수업 환경도 변화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고전 텍스트와 그 중요성일 것이다. 고전 텍스트 자체는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 텍스트를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읽는 사람에 따라 혹은 고전 텍스트를 접하는 환경에 따라서도 그 가치는 달라질 수 있으며 고전을 통해 깨닫는 바도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에서 예로 든 ≪장자≫ 속 우언 두 편도, 고사성어로 접했을 때와 ≪장자≫라는 책 안에서 읽었을 때의 의미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수업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학습자가 수행하게 되는 활동도 달라지고 길러지는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
본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장자≫라는 고전 텍스트에 수록된 우언 두 편을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대학 교양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보았다. 사실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한 후 수업 전후의 설문조사를 통해 학습자들에게서 유의미한 효과를 발견하기 전까지 본 글의 성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설계에 불과한 본 글이 고전 교양 수업을 하는 교수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향후 보다 진전된 수업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추후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여 본 글에서 설계한 수업의 효과 및 수정 방향 등이 추가 연구 결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본 글의 논의처럼 다른 고전 텍스트의 수업 설계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향이든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 본 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References
Notes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연구 논문으로는 정인모(2020)의 <고전 읽기와 교양교육>, 윤승준(2021)의 <고전교육 교양필수 교과목 운영 사례-단국대학교 ‘명저읽기’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전자의 예로 단국대학교의 자유 교양 대학을 들 수 있는데, 자유 교양 대학에서 ‘명저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서양의 고전 가운데 선별하여 <단국 교양 101선>을 만들고 이를 인문⋅사회⋅자연 3개 영역으로 나누어 수업하고 있다. 후자의 예로 제주대학교를 들 수 있는데, 교양 관련 학과나 교양교육 전담 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기초 역량 교양’과 ‘핵심 역량 교양’으로 나누고, 다시 세부 분야로 나누어 유사 학과에서 해당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둘이 혼합된 형태가 서울대학교의 경우인데, 서울대학교는 기초교육원에 교양 수업을 개설하고, 수업은 각 학과가 주관 부서가 되어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 따라 한 학기에 다루는 고전 텍스트 편수에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임연정(2022)의 논문을 보면 단국대학교 <명저 읽기> 수업에서는 한 학기 동안 ≪도덕경≫ 한 편을, 최애순(2020)의 연구를 보면 계명대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네 편 정도의 고전을 배우는 것을 알 수 있다.
<寓言>: 寓言十九, 重言十七. 巵言日出, 和以天倪. (본 글의 ≪장자≫ 원문은 郭慶藩의 ≪莊子集釋≫을 따랐다.)
<寓言>: 寓言十九, 藉外論之. 親父不爲其子媒. 親父譽之, 不若非其父者也; 非吾罪也, 人之罪也. 與己同則應, 不與己同則反; 同於己爲是之, 異於己爲非之.
<人間世>편에는 한두 줌의 나무는 원숭이 말뚝을 찾는 사람이, 서너 아름 정도는 들보를 찾는 사람이 베어가고, 일여덟 아름 정도는 관의 판목을 구해서 베어가지만, 가지가 구불구불하고 잎에서 냄새가 나서 쓸모없는 나무는 베이지 않고 크게 자라 사당의 나무가 되어 신성시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逍遙遊>편에는 손이 트지 않는 약 하나로 어떤 사람은 영주가 되고 어떤 사람은 솜 빠는 일을 면치 못하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교양 수업이 대개 40명 이상의 집단 수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블렌디드 러닝 수업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의 순서는 고전 텍스트에 대한 이해 정도와 해당 텍스트를 통해 함양하고자 하는 능력에 따라 적합한 활동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여 정하였다.
<齊物論>: 勞神明爲一而不知其同也, 謂之朝三.
<齊物論>: ……聖人和之以是非而休乎天鈞, 是之謂兩行.
<齊物論>: 勞神明爲一而不知其同也, 謂之朝三. 何謂朝三? 狙公賦芧, 曰: “朝三而暮四,” 衆狙皆怒. 曰: “然則朝四而暮三,” 衆狙皆悅.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네티즌들의 손에 의해…다양하게 다시 패러디되고 있다.” (장은교. (2006.06.08.). 두컷만화 ‘조삼모사 패러디 시리즈’ 열풍.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0606081440421)
스마일한문샘. (2014.09.22.). 9과 조삼모사. 스마일한문샘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nmunlove/220129211859
<齊物論>: 名實未虧而喜怒爲用, 亦因是也. 是以聖人和之以是非而休乎天鈞, 是之謂兩行.
<養生主>: 庖丁爲文惠君解牛……文惠君曰: “譆, 善哉! 技蓋至此乎?”庖丁釋刀對曰: “臣之所好者道也, 進乎技矣……依乎天理, 批大卻, 導大窾, 因其固然……彼節者有閒, 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閒, 恢恢乎其於遊刃必有餘地矣. 是以十九年而刀刃若新發於硎……”……文惠君曰: “善哉! 吾聞包丁之言, 得養生焉.”
학교마다 구축된 플랫폼이 있을 수 있으나 본 글의 설계대로 수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 플랫폼 환경이 달라 활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에, 소속 기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설계하였다.
위키백과를 활용할 경우, 교수자는 조별 결과물이 탑재된 후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여 해당 결과물로 인해 위키백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