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겟 아웃> ‘함께 보기’를 통한 성찰 교육

Reflective Teaching with the Film “Get Out” ‘Watch Together’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3;17(3):187-20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June 30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3.17.3.187
나은미
한성대학교 교수, nem@hansung.ac.kr
Professor, Hansung University
이 논문은 한성대학교 연구비 지원과제임
Received 2023 May 20; Revised 2023 June 01; Accepted 2023 June 15.

Abstract

이 연구는 영화 <겟 아웃>을 활용한 성찰 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다. OTT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혼자서 보기’와 ‘빠른 재생 보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함으로써 영화 핵심 메시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성찰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인종 차별은 공공연하게 금지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 <겟 아웃>은 이러한 인종 차별의 문제와 함께 대학생 시기의 주요과제인 정체성에 대해서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논문에서는 스테레오타입에 의한 편견이 다름을 쉽게 차별로, 더 나아가 혐오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함으로써 스테레오타입과 편견적 태도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흑인의 신체와 백인의 뇌의 이식에 따른 정체성 혼란의 문제에 대해 토론함으로써 학생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등 정체성에 대해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explored the possibility of reflective education using the film Get Out. With the expansion of OTT services, ‘watching alone’ and ‘quick playback’ are becoming commonplace. In this paper, we propose a way to deepen the understanding of the film’s core message and lead to reflection by watching and discussing the film together.

Although racism is publicly prohibited and seems to have been politically resolved to some extent, it is still at the root of various problems in modern society. The film Get Out provide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this issue of racism and also on identity, which is a major issue during the university years.

This paper provide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stereotypes and prejudicial attitudes by discussing how stereotypes can easily lead to discrimination and furthermore to hatred and conflict. It also provide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identity, such as the students’ own values and beliefs, by discussing the problem of identity confusion caused by the transplantation of a black body and a white brain.

1. 도입

이 연구는 영화를 활용하여 사회의 다양한 문제 읽기를 시도하고, 더 나아가 팀 활동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함께 토론함으로써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로 사유를 확장해 가는 방법을 탐색한 것이다.

영화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재미가 학습을 위한 당의정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시공간을 함께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던 영화가 OTT 서비스로 인해 혼자의 경험 매체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빠른 재생 보기와 같은 방법은 꼭 필요한 당의정 속 성분의 섭취를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심심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한 세대들에게 OTT가 많은 시간을 견디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지나친 당의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해 온 MZ세대들은 학교 밖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지식들에 쉽게 접근하고 배운다(마크 프렌스키, 2016 : 21). 문제는 이러한 경험과 지식들이 의미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할 경우,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재미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함께 보기’는 당의정 속의 핵심 요소에 깊이 있게 접근함으로써, 의미 있는 사유로 이어지도록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1), 또한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이며, 더 나아가 지금, 여기의 문제임을 사유함으로써 좋은 삶을 위한 성찰로 이어낼 수 있다.2)

2. 영화 ‘함께 보기’의 필요성 및 <겟 아웃> 선정 배경

2.1. 영화 ‘함께 보기’의 필요성

사회가 다층적이고 복잡하게 분기하면서 개인들에게 사회 문제는 실제로 내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OTT 서비스의 일상화로 가정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3), 스마트폰, 테블릿 PC 등 1인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경험하게 된다.4)

특히 MZ 세대에서는 영상을 ‘배속재생’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5),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정보들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감각적 정보들이 능동적으로 이해되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야 한다. 문제는 배속재생 경험과 같이 스치듯 접촉하는 이미지들은 사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자극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깊은 사유로 이어내지 못한 지각은 즉각적으로 인지되고 대부분 욕망(쾌락) 혹은 무관심(불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데 그치고 만다(박정하, 2015 : 49).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알고리즘 추천 기능에 의한 자발적인 듯 보이는 선택적 연결은 나와 다른 신념 집단들과의 차단을 넘어 자신의 신념만을 강화하는 문제를 가져온다. 다름의 기회를 접하지 못한 채, 자기 신념만을 강화하는 이러한 삶은 성장과 확장이 없는 폐쇄된 삶의 형태를 띨 수 있다.6)

더 나아가 나와 다른 집단과의 접촉 단절과 동일 신념 집단의 연결 강화는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 및 충돌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 사회를 ‘불안사회’라고 진단하는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2019 : 59-109)은 불안한 개인들이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혐오’와 ‘광신적 믿음’이라고 한다. 즉 원자화된 개인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과 동일한(또는 유사한) 신념을 가진 집단에 자신을 소속시키게 되고, 그래서 자신의 신념을 더욱 더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단화된 신념 집단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쉽게 다른 신념 집단에 대한 혐오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일성의 강화 문제가 ‘다름’이 ‘나쁨’으로 ‘나쁨’이 ‘혐오와 차별’, 그리고 ‘충돌’과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실천적 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마사 누스바움(2020)은 현대 사회의 문제로 제기되는 분노, 비난, 시기, 혐오, 배제 등의 근원에 ‘두려움’이 뒤섞여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공포로 이어지고,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 이어지는 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쉽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두려움과 공포를 동질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룰 때 또 다른 집단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며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움의 근원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두려움이 이성적 사고를 막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협력을 방해’(마사 누스바움, 2020 : 27)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차별해서는, 혐오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당위적인 주장은 실천적 삶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실천적 삶으로 이어내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주체의 동참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함께 보기’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문제가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 나와 너,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토론을 통해 영화의 핵심 주제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학생들이 스테레오타입 및 편견적 사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2.2. 영화 <겟 아웃>의 내용 및 영화 선정 이유

영화 <겟 아웃>을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메시지가 성찰 교육에 적절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영화 속의 많은 단서들이 전체의 주제 의식과 결부되어 해석될 때 영화 내용이 온전히 이해된다는 점에서 논리적 사고의 즐거움도 맞볼 수 있다는 점이다.

  • (1) 영화의 스토리

    촉망 받는 사진작가인 흑인 남성 크리스는 백인 여자 친구인 로즈 아미티지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백인 거주지를 방문하게 된다.7) 크리스는 로즈의 아버지인 딘 아미티지와 어머니인 미시 아미티지의 환대를 받으며, 흑인 여성인 가정부 조지나와 집사인 흑인 월터를 소개 받는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들 가족은 흑인인 크리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나, 영화는 표면적 태도 이면에 보이는 알 수 없는 적의 또한 포착해 낸다.

    로즈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크리스는 로즈의 조부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흑인인 제시 오언스에게 패한 경험이 있음을 알게 되고, 곧 저택에서 정기적인 파티가 열릴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파티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인인데, 그들은 크리스를 보고 “몸이 튼튼해 보인다.”, “밤일 잘하게 생겼다.” 등 인종 차별적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기분이 나빠진 크리스와 로즈가 파티장을 떠나 있는 동안, 파티장에서는 알 수 없는 경매가 시작되고, 짐허드슨이라는 맹인 갤러리 운영자에게 크리스가 낙찰된다. 크리스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저택을 떠나려 하나, 로즈의 가족에게 붙들린다. 그리고 곧 자신의 몸에 낙찰자인 짐허드슨의 뇌가 이식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로즈 가를 탈출하게 된다.

이 영화의 표면적인 스토리는 <겟 아웃>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주인공이 여자 친구의 본가에서 위험에 처하게 되나 그곳을 도망쳐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배우이자 감독인 조던 필이 각본을 쓰고 감독과 제작을 맡은 영화로, 흑인의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 다양한 스테레오 타입과 편견 및 차별적 태도를 다루고 있다는 점, 차별과 공포의 근원을 두려움에 두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해결된 듯 보이나 여전히 다양한 사회 문제의 뿌리로 작용하는 인종 차별의 문제를 두려움이라는 보다 근원적 문제와 연결하여 다루고 있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8) 예컨대 영화 속 백인 집단의 잘못된 믿음과 그들의 폐쇄적 삶의 방식은 자기 신념의 강화가 만들어 낸 현대의 다양한 폐쇄적 집단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get out’이라는 말은 ‘~로부터 떠나다.’ 또는 ‘~로부터 도망치다.’를 의미한다. 이 말은 영화 속 사건의 장소인 ‘아미티지 가에서 도망치라’는 의미로 보이지만,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스테레오타입, 편견적 태도 및 차별적 행동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9)

고정관념으로 번역 사용되는 ‘스테레오타입’이란 ‘어떤 범주(category)에 속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믿어지는 특징’을 말한다(최일호, 2006 : 15-23).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은 하나의 대상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는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관습적으로 뿌리 깊게 고착화된 일종의 견해(Putnan, 1975, 박선미, 우선영, 2009: 19 재인용)이다. 즉, 스테레오타입은 어떤 집단이 ‘어떻게 보이는지’의 문제이며, ‘관습적으로 뿌리 깊게 고착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스테레오타입이 믿을 만한 또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 거주하는 개인이 이러한 고착화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인데, 보통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 생각이 내가 속한 집단에는 적용되지 않는 반면,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 즉 외집단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견이란 ‘상대방이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취하는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이미나, 2008 : 74)’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스테레오타입이 일종의 범주적 사고에 의해 형성된 특정 집단에 대한 이미지라면, 편견은 그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적 태도는 쉽게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즉 특정한 집단에 대해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되어 있을 경우, 편견적 태도를 보이기 쉽고, 더 나아가 이러한 편견은 차별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미 형성된 부정확한 관습적으로 고착화된 틀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번 형성된 스테레오타입이나 편견은 쉽게 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매스컴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되면서 강화되기에, 그러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10)

교양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11),, 그리고 의문을 통해 ‘시민’ 내지는 ‘교양인’이라는 전인적 인격 형성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편견적 태도와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교양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여야 할 것이다.12)

그리고 의문과 성찰을 통해 타인에 대해 처음에는 우월감을 가졌더라도 곧 그 마음을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한다(페터 비에리, 2021 : 24). 우리 인간은 쉽게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 낸 편견적 사고에 자동적일 정도로 쉽게 빠지고, 그래서 누구나 쉽게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19)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인간은 내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고, 어떤 사고를 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메타적으로 사고하고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몰입도가 높다는 점도 영화 선택 이유 중 하나이다. 스테레오 타입이나 편견, 차별과 같은 주제는 자칫 진부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러한 주제를 공포와 스릴러 기법으로 버무려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포스터의 ‘규정할 수 없다’, ‘소름 끼친다’, ‘극한의 경험’, ‘공포를 넘어선 놀라움’과 같은 소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종반부를 향해 가는 동안 관객은 공포와 놀라움을 수도 없이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 경험의 연속은 관객을 영화 속에 묶어 두는 역할을 한다.13)

3. ‘함께 보기’ 활동의 흐름과 토론 주제 유형

영화 ‘함께 보기’는 <성찰을 위한 자기서사>라는 교과목에서 ‘영화를 활용한 세상읽기와 비평글 쓰기’ 모듈의 한 활동이다.14) 이 모듈은 학습자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세상에 대해 사유하고, 그 안에서 거주하는 개인의 삶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모듈의 흐름은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영화를 활용한 세상읽기와 비평글 쓰기의 흐름과 활동

활동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15) 첫 단계는 영화 보기 단계이다. 영화는 함께 모여서 집중하여 감상한다. 이 때 학생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 다만 영화 감상 후에 학생들은 토론에 필요한 중요한 영화 정보를 정리하고, 토론하고 싶은 주제와 그 이유를 정리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 영화를 다시 한 번 분석적으로 볼 것을 권장한다.

다음 단계는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단계이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토론하면서 성찰 기회를 갖는다. 이 단계에서 교수자는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읽기 자료를 제공하거나 필요한 개념을 설명한다.

다음은 주제 비평 에세이를 쓰기 단계로, 학생들은 토론을 한 후에 각자 주제 비평 에세이 쓰기 과제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학생들이 주제 비평 에세이 장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하고, 필요할 경우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전략도 제공한다.16), 쓰기 과제는 수업 시간에 팀원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한다. 공유 과정에서 학생들은 동일한 주제가 어떻게 다른 글로 나오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동료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할지 여부는 필자가 결정한다.17)

마지막 단계는 최종 수정 및 전체 동료의 피드백을 받는 단계이다. 피드백은 홈페이지에 올린 과제를 각자 읽고 댓글을 다는 방식, 수업 중에 읽고 평가표를 작성하는 방법 중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한다.18) 댓글 방식은 홈페이지를 활용해 학생들이 수강생 전원으로부터 다양한 소감 및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평가표 작성 방법은 동일 주제의 다양한 비평에세이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논문에서는 학생들의 사유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성찰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학생들이 만든 질문들과 글쓰기 결과물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인종 차별 및 차별과 정체성 혼란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19)

3.1. 인종 차별, 다름과 차별, 편견에 대한 문제

가장 많이 언급한 주제는 예상대로 인종 차별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했지만, ①과 같이 영화 내용과 무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학생들이 제시한 토론의 이유를 보면 결이 매우 다르다.

  • (1) 인종 차별에 대한 질문 유형20)

    ① 차별은 어디서나 일어난다.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토론을 먼저 한 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다.

    ② 인종 차별은 인간은 본능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뿌리내린 편견에 의한 것인가?

    ③ 흑인과 백인이 섞일 방법이 있는지 토론하고 싶다. 영화 중반쯤 파티에서 백인 여자들은 전부 빨간색 옷을 입었지만, 크리스는 혼자 청색 옷을 입으며 섞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로즈가 시리얼과 우유를 따로 먹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이들이 섞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흑인과 백인도 같은 사람인데, 왜 이토록 차별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④ 영화의 엔딩에서 주인공 크리스는 결국 로즈의 집을 탈출하고 로즈의 가족을 죽이고 흑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기 크리스에게 도움을 준 것은 로즈의 흑인 전 남자친구의 사진들과 흑인 정원사의 본래 의식(백인 할아버지의 의식이 아닌 흑인의 의식), 그리고 크리스의 흑인 친구이다. 이는 탈출 후의 또 다른 인종차별의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⑤ 인종에 따른 능력치가 다르다고 보는 관점이 잘못된 관점일까? 인종에 따라서 머리의 모습이 단두형, 장두형 모양으로 구분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 흑인이 달리기를 잘하고 동양인은 수학적 머리가 좋다는 우리의 생각들이 신체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차별인데, 이것이 잘못된 관점일지 함께 토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⑥ 출신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겉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별인가? 영화 중에 “브루클린 출신인데 이런 옷을 입고 있었어”라는 대사와 실종된 미시시피 사람이 정장을 입고 있어 이상하다는 의문을 갖는 장면이 나오는데, 출신지에 따라서 사람의 겉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차별을 하는 발언 같기에, 이 문제를 토론해 보고 싶다.

②와 ③, ④는 차별이 인간의 본성인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토론하기 좋은 질문들이다. 특히 ③과 ④는 차별의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지만, 차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⑤와 ⑥은 ‘다름’과 ‘차별’이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를 토론하기 좋은 질문들이다. ⑤학생은 ‘인종에 따라 능력치가 다르다’고 전제하고 의문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⑥역시 ‘출신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겉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옳은 명제로 전제하고 의문으로 이어내고 있다. 더 나아가 ⑤는 흑인과 백인의 능력치가 다르다는 근거로 ‘흑인은 달리기를 잘하고 동양인은 수학적 머리가 좋다’는 명제를 들면서 ‘달라서 차별하는 것인데, 이런 관점이 잘못인가’라며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름’을 ‘차별’로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토론 과정에서 ‘다름’과 ‘차별’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왜 ‘다름’이 쉽게 ‘차별’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의 질문들을 활용하여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 stereotype)’으로 특정한 대상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문제점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스테레오타입은 ‘어떤 관념이나 집단에 대한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으로 특정한 누군가 또는 어떤 현상을 보는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은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 불필요한 인지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이 선입견으로 작용될 때, 대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은 자연스럽게 개인 신념의 일부로 내재화되고, 그러한 신념이 다양한 차별의 근거로 작용될 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나의 생각을 ‘바른’으로 둘 때, ‘다른’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변질되기도 한다.21)

  • (2) 차별의 기준에 대한 질문 유형

    ①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영화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수용할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 백인들이 많아 이 영화가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흥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② 영화 속에 ‘동양인’이 등장하는데, 그 속에 숨겨진 유색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③ 흑인으로 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묻는 사람을 ‘동양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흑인보다 실질적 힘은 더 적은 황인종에게 그러한 질문을 하게 한 이유가 궁금했다. 현 상황에서도 황인종, 동양인은 흑인에게 더 많은 혐오 범죄를 당하는 실정인데, 굳이 백인이 아닌 인종을 통해 흑인에 대한 차별을 보여줘야 했는지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별 다른 이유가 없다면 흑인만 인종차별 범죄의 피해자로 느끼고 영화를 제제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④ 파티에 갑자기 동양인이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지 토론해 보고 싶다.

한편 다양한 인종 차별에 대한 ‘기준’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질문들도 있다. (2)①과 (2)②의 질문은 학생들이 백인의 기준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①학생의 ‘백인들 입장에서 불편했을 수도 있다’는 표현을 통해, 이 학생이 백인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②의 경우도 ‘유색인종’, ‘불편함을 느꼈다’는 표현을 통해 이 학생 역시 백인의 관점과 기준으로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22)

현대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행동을 드러내 보이는 이 영화가 백인들의 입장에서 ‘불편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23) 관람객들은 대체로 주인공의 관점(여기서는 흑인이 크리스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질문 속 학생은 관람객을 백인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질문을 만든 학생 자신 역시 제3자 또는 객관적 관람자가 아닌 백인의 관점으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흑인의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했다면 ‘불편했다’기보다 ‘공포스러웠을 것’임은 자명하다.

  • (3)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1

    <상략>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영화 내 백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초반에 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님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흑인인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농담 식으로 로즈한테 ‘너희 부모님에게 총 맞기 싫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영화 중반부 파티에서, 음료를 따르고 있던 흑인 브레드에게 크리스가 ‘동족을 만나니 반가운데요?’라고 하며 인사를 한다. 이 대사에서 크리스가 흑인이 아닌 백인들은 다른 인종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볼 수 있다. 또한 크리스가 안드레에게 작별 인사를 청할 때 주먹 인사를 하려 하는데, 안드레가 주먹 인사가 아닌 악수로 그에게 인사한다. 악수는 공공연한 인사지만 크리스는 이것을 ‘흑인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편견을 씌우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주인공인 크리스도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떨까? 사람들은 종종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지나다닐 때, 흑인들이 자리에 앉아있거나 그들끼리 서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피한다. 심지어 어떤 부모들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 공동체와 생김새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게 편견을 씌운 채 생각한다. 그리고 편견을 가지게 된다면, 동시에 차별을 하게 된다. 나는 영화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것도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사람 누구나 가지게 되는 편견이 차별이 된다는 메시지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3)의 학생은 이러한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영화 속 흑인들도 흑인인 자신들을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고 있고, 자신을 포함한 우리는 어떠한지 지금 여기의 문제로 확장하여 성찰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쓴 [그림 2]의 댓글은 이러한 글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4)

[그림 2]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에 대한 댓글

  • (4)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2

    이처럼 앞서 서술한 동양인, 장애인, 여성은 약자이면서 동시에 작품 내에서는 가해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도 주인공처럼 차별을 받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더 우위에 있는 것처럼 상대를 만만하게 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양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위의 설정에 의문을 가졌을 뿐이지 영화 속에서는 다른 약자들이 약자를 차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모두 차별받는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다른 이를 차별하고 특정한 프레임을 씌웠던 경험은 없는가. 당당하게 영화 속 가해자를 손가락질하며 약자가 약자를 차별하는 설정을 말도 안 된다며 감독을 비난 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인종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같은 특정한 나라, 나이, 성별, 몸매, 장애의 유무, 학벌, 재산 등과 같이 셀 수도 없는 크고 작은 이유로 상대를 깔보고 차별하고 고정관념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감독은 우리가 영화를 보며 느끼는 모순점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사회에서도 약자는 약자들을 차별하며 피해자인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누구나 차별받으면 고통스러워하지만 대부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같은 고통을 주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겟 아웃의 감독은 그들 자신의 아이러니함을 다시 성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다시 한 번 감독이 시청자에게 던져준 질문에 답해보자. 진정 당신은 영화 속 동양인과 같이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이었던 적은 없었는가?

더 나아가 (4)의 학생은 영화 속 동양인이 자신들도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의 피해자이면서도 흑인에 대해서 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즉 우리가 피해자로 고통을 받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점을 성찰로 이어내고 있는 것이다.

  • (5)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3

    주인공인 흑인 크리스는 흑인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이미 자신 역시 차별화하는 문화에 대해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런 상황들을 이미 많이 겪어보아 그런 상황들을 마주했을 때, 애써 피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물론 크리스가 그런 태도들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크게 영화의 줄거리에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지만 영화 내에서 비추어지는 크리스의 인종차별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크리스의 여자친구였던 로즈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파티에 초대되어 온 백인들을 기반으로, 영화 속 전반적인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백인들이 흑인의 몸에 자신의 영혼을 넣어 더 연명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그들이 자신과 같은 백인의 몸이 아닌, 흑인의 몸을 선택한 바로는 흑인의 신체적인 부분들이 더 우월함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흑인들을 하찮은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저질렀겠지만 동시에 흑인의 우월함 역시 인정했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백인들은 흑인들을 차별하는 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어도, 그저 나타나는 단어는 ‘백인 우월주의’였다. 백인 우월주의란 하에 다양한 이유들을 덧붙이지만, 그저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차별한다는 것이다.

(5)의 학생은 흑인인 크리스가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피하는 태도와 흑인이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백인들이 알면서도 그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점에서 백인이 ‘우월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 생각은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쉽게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우월 의식’은 다른 범주 집단이 자신들이 갖지 못한 어떤 특성을 가졌을 경우, 그 집단은 시기와 질투25)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자신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가진, 즉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

  • (6)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4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이 아는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경험으로 이루어지며, 이 경험들을 통해 나름의 가치관을 가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관은 우리가 무엇을 볼 때 작용하는 일종의 필터로 작용한다. 영화 ‘겟 아웃’에서 나오는 카메라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카메라는 사진작가인 주인공을 뜻하는 동시에 장면의 시점이 누구의 것인지 상기시킨다. 카메라 뒤에서 비추어진 장면을 보는 관람객은 영화를 보며 동시에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스스로가 속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 가난 혐오,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혐오와 차별은 무지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한다. 가려진 시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에, 이런 시야는 차별들을 쉽게 덮어버리고 실수와 장난으로 만들어버린다.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보이는 만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아야 한다. 이런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의 학생은 혐오 차별이 ‘무지’로부터 기인함을 지적하고 있다. 대상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쉽게 알고 싶은 대로, 또는 선입견으로, 또는 사회 널리 퍼져 있는 스테레오타입과 편견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을 성찰해 내고 있다.

3.2. 뇌 이식에 따른 정체성 혼란의 문제

영화 후반부에서 흑인의 신체에 백인의 뇌를 이식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러한 설정 역시 ‘흑인은 신체가 우수하고, 백인은 정신이 우세하다’는 스테레오 타입에 근거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스테레오타입에서 나온 편견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학생들이 가장 토론하고 싶은 주제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것이었다.

  • (7) 정체성 혼란에 대한 질문 유형

    ① 타인의 몸을 갖게 된 백인들은 후에 백인 사회에 제대로 녹아 들어갔을까? 딘의 아버지(외모가 흑인 집사)와 어머니(외모가 흑인 가정부)가 흑인의 몸을 갖고 아미티지 가의 집사와 도우미로 사는데, 그들을 대하는 딘(아들)과 미시(며느리)의 태도를 볼 때, 차별적인 모습이 보인다. 또 자신의 남편(흑인 모습의 로건)을 마치 물건 다루듯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는 백인 여자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러한 점을 볼 대 백인일지라도 육체가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여전히 차별받고 있으며, 백인사회에 녹아들어 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② 타인을 나와 ‘다르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육체인가? 정신(뇌)은 분명 그들의 부모인데, 딘과 미시가 그들을 하대하고 차별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차별은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이 옳다는 오만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타인이 나와 다르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육체인 것일까?

    ③ 크리스가 가족 대부분을 죽이고 월터(할아버지의 뇌가 이식된 흑인 집사)와 로즈만이 남았을 때, 할아버지에게는 총이 있었기에 크리스를 죽일 수 있었으나 월터는 로즈를 죽이고 자살을 했는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월터(할아버지)가 당연히 크리스를 총으로 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행동을 해서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얘기해 보고 싶다.

    ④ 흑인의 몸을 얻게 된 조지나(가정부)와 월터(집사)는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또 정원을 쉼 없이 뛰는 등의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싶다.

영화는 크리스의 눈을 통해 딘 부모의 뇌를 이식 받은 것으로 보이는 월터(집사)와 조지나(가정부)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백인의 정체성을 가진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월터는 밤늦은 시간 정원을 빠른 속도로 달리며, 로즈를 좋아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또한 크리스를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조지나는 늘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가꾸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입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보인다.

월터의 달리기 장면은 올림픽에서 흑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로즈의 할아버지인가? 잘 달리는 신체의 소유자인 월터인가? 외모를 들여다보며 슬픈 눈을 하고 있는 조지나는 백인 할머니인가? 흑인 가정부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시청자 역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혼란은 (7)의 ① 학생이 질문하고 있듯이, 부모의 뇌가 흑인들의 몸에 이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딘과 미시에게서도 나타난다. 딘과 미시의 행동은 월터와 조지나를 대할 때 자신들의 부모를 대하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아미티지 가에서 월터와 조지나의 삶의 방식 또한 흑인 집사와 가정부의 역할로 존재한다.

정체성 구성에서 신체적 특징은 무시하기 어려운 중요한 특징이다.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는 사전적 정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다. 즉,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다’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기의식은 안정감의 근원이 된다(김애순, 2010 : 44). 그리고 이러한 안정감은 이후 다양한 외적 자극들, 내면의 충동과 욕구, 도덕적 가치들을 조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년기의 주요 성취 과제 중 하나는 자아 탐색에 몰입하고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다(에릭슨, 김애순 2010 재인용). 한국 학생들에게 이 시기는 대학생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많은 학생들은 ‘나는 누구인가?, 남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혼은 꼭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자신을 둘러싼 개인적인 환경 및 사회에 대해서 탐색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수용했거나 옳다고 믿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야말로 사회 속에서 반성적 성찰 없이 수용해 온 스테레오타입, 집단의 믿음, 편견, 고정관념 등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그 효과 또한 클 수 있다. 이때 자신이 특정한 신념과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학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설계하여 보다 적극적인 성찰로 이어낼 수 있다. 학생들은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통념, 집단의 믿음, 그 믿음과 함께 형성된 편견 등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로 내면화 되었는지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26)

  • (8)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5

    ‘겟 아웃’ 이란 제목과 흑인 배우 주연의 포스터, 영화를 보기 전 나의 생각은 흑인들이 차별받는 주제의 영화인가? 뭔가 알 것 같은 내용일 거란 생각에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넋을 놓고 있었다. 제목과 내용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영화였다.

    흑인들이 차별받는 내용의 영화는 매우 많았지만 나에게 물음을 던진 차별 영화는 처음이었다. 나는 티비나 영화에서 흑인들이 차별받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하긴 했지만 한 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겟 아웃’을 보며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처참한 마음과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중략>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이질감을 느끼고 경계한다. 이 세상에 자신과 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경계로 자신과 그들을 나누는 것일까? 피부색, 부유한 정도, 가정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이런 것들에 의해 다른 사람을 판단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였다. 모두가 외면이 아닌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8)의 글을 쓴 학생은 ‘차별에 대한 영화는 많았지만 나에게 물음을 던진 영화는 처음이었다.’고 고백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주인공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될 확률이 크기에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피해자인 크리스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누군가에게 자신이 혹 차별을 하는 가해자였던 적이 없는지 성찰할 수 있다.

  • (9)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 6

    Get out!

    주인공 크리스에게 저 아래 침전된 흑인들이 외친다. 사실 그 외침의 향방이 크리스인지 자신의 육체를 점령한 백인인지 확실하게 알 길은 없다. 아마 둘 다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곳을 향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삶을 향한 열망이 있음을 본다. 크리스에게는 아미타지 가로 대표되는 백인사회에서 몸을 빼앗기지 말고 나가라는(도망치라는) 의미의, 흑인의 육체를 점령한 백인에게는 자신의 몸에서 나가라는 의미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몸은 곧 삶을 상징하며 크리스에게 삶을 빼앗기지 말 것을, 자신들의 삶을 되돌려줄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백인들은 크리스의 몸을 탐내는 것일까. 왜 흑인의 육체에 자신의 정신을 이식하려는 것일까. 그들 역시 크리스를 비롯한 다른 흑인들과 다를 바 없이 삶을 향한 열망이 있었기에 그러했던 것은 아닐까. 삶을 향한 열망이란 ‘잘 살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육체를 원했다. 즉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을 해소하면 행복해지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렇게 백인들은 자신들이 무시하고 차별하던 흑인의 몸을 갈취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해졌을까.

    흑인의 몸을 갖게 된 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미타지 가에서 받는 대우를 보라. 딘과 미시는 그들이 진짜 정원 관리사와 가사 도우미인 것처럼 하대한다. 그들은 분명 딘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우미의 일을 수행하며 딘과 미시의 말에 복종한다. 또한 로건의 몸을 가진 남성은 자신의 부인에 의해 마치 물건 다뤄지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찰 당한다.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흑인의 몸은 새로운 차별을 불러왔다. 차별의 대상이 된 그들이 과연 백인사회에 제대로 녹아들어 갈 수 있을까.

    현재의 우리들은 어떤가. 자신의 열등감을,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행복을 위한 잘못된 발버둥은 오히려 행복을 저 멀리 달아나게 한다.

(9)의 학생은 뇌 이식 속에 드러난 인간의 욕망과 행복한 삶을 향한 열망을 들여다보고 있다. 영화 속 백인들은 타인의 몸을 갈취해서라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면 행복해지리라고 믿지만’ ‘욕망 해소를 위한 잘못된 발버둥은 오히려 행복을 저 멀리 달아나게 한다.’는 성찰로 이어가고 있다.

4. 마무리 및 남은 문제

지금까지 영화 ‘함께 보기’의 필요성 및 영화 <겟 아웃>이 성찰 교육으로 적절한 이유를 고찰하고, 영화 <겟 아웃>을 활용하여 편견과 차별, 정체성 문제를 성찰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영화는 당의정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배속재생 보기와 혼자 보기로 인해 많은 정보가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이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알고리즘 추천 기능에 의한 선택적 연결은 자기 신념의 강화 내지는 동일 신념 집단과의 연결을 조장하기도 한다.

‘함께 보기’를 통해 혼자서는 놓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포착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통해 깊이 있게 이해함으로써 감각적 정서 반응을 넘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낼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영화 <겟 아웃>을 통해 학생들이 현대 사회 다양한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언급되는 인종 차별에 대해 사유하고, 청년기의 주요 과제인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였다.27)

현대적 의미의 교양 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적 속박과 제한은 물론 마음속에 있는 편견, 선입견, 무지, 독단, 탐욕 등으로부터 해당되고 자유롭게 하는 교육’(신득력, 2016 : 124)일 것이다. 우리를 포박하고 있는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나은미, 2021 : 178). 불안과 두려움은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의 뿌리로 작용되고 있는 편견과 차별, 비난과 혐오의 작동 기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때, 자동적 사고를 의식적 사고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즉, 페터 비에리(2021 : 24)의 말대로 ‘처음에는 자동적으로 우월감을 가졌더라도 곧 그 마음을 곧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가 그러한 알아차림에 작은 기여를 하기 바라본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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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함께 보기’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을 넘어 함께 본 영화 속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2)

성찰 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에서 영화 <겟 아웃>을 활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활용한 성찰 교육에 초점이 있는 연구로 정윤자, 심은화(2022), 이진숙(2017), 이연승(2017), 김미경(2017) 정도를 들 수 있다. 정윤자, 심은화(2022)에서는 영화 <더 헌트>를 활용하여 고정관념과 편견 감소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태도 변화를 측정한 연구이다. 이진숙(2018)은 미하일 하케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에게서 나타난 타자의 욕망과 그로 인한 수동적 주체로서의 삶의 문제, 즉 성찰 부재의 삶이 어떤 위험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경고하면서 학생들을 성찰로 이어내고 있다. 또한 이연승(2017)은 성장 영화인 <빌리 엘리어트>를 활용하여 고정관념 및 가족의 사랑과 화합이라는 주제에 대한 성찰 활동을 하고 구체적 글쓰기 모형을 제안한 연구이고, 김미경(2017)은 영화 리바이어던을 활용하여 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권력의 주체로서 개인과 사회의 권력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탐색한 연구이다.

3)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말한다. 가정용 TV를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의 등장은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는 관점을 바꾸었다. 예컨대 영화는 극장에 가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보는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였다.

4)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 위험으로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OTT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며 지내는 시간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20201년 1학기 온라인 실시간 수업 시간에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묻는 질문에 3분의 2이상의 학생들이 넷플릭스(넷플릭스는 OTT서비스 업체 중 하나이지만 초창지에 이러한 서비스를 선점하면서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호치키스가 스테플러 브랜드 중 하나이지만 일상적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스테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불렀던 것과 유사한 것이다.)를 보면서 지낸다고 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MZ세대 미디어 이용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2~1995년생, 만 25~38세) 중 최근 3개월 동안 OTT를 한번이라도 이용해 본 비율은 95.4%에 달했고, Z세대(1996-2011, 9~24)는 88.2%로 나타났다(한경닷컴, 2021. 10. 10).

5)

이나다 토요시 교수가 2021년 12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명 중 2명이 배속재생 및 1초 넘기기로 시청한다고 응답했으며, ‘별로 하지 않는다.’를 포함할 경우 89.6%가 배속 시청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속재생 비율은 대학 강의가 가장 높았으며, 유튜브,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순으로 나타났다(뉴스픽 2021. 12. 31).

6)

다양한 가치를 경험하고 도전하면서 삶을 확장하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폐쇄적 삶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정체성 연구에 평생을 바친 에릭슨은 청년기의 핵심 과제로 정체성 형성을 든다. 이 시기에 젊은이들은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와 같은 철학적 질문 뿐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많은 가치와 신념을 유지할 것인지, 이러한 가치와 신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고민하고 탐색한다. 이러한 과정은 건강한 성인기로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 및 집단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

주인공 크리스의 직업은 사진작가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카메라 앵글을 통해 보여 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카메라 앵글은 우리가 많은 것을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테레오타입이나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 등도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된다(최인철, 2007 : 11).

8)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2010)는 인종 차별이 하나의 사고방식이 되었다고 말한다. 즉, 노예, 여성, 나병환자, 외국인, 더 나아가 난쟁이, 뚱뚱한 사람, 흡연자 등 다양한 집단에 대한 차별적 사고 및 태도와 행동의 근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9)

학생들에게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흑인에게 ‘여기서 도망쳐라’라는 의미, 백인에게 ‘내 몸에서 나가라’는 의미, 그리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적어냈다.

10)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유명한 경구는 특정한 사고를 하지 말도록 하는 직접 교육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미나(2008)의 연구 역시 직접 교육에 의한 태도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스테레오타입에서 오는 편견이 변하기 어렵다는 인지심리학 분야의 연구와 달리 사회과 교육에서 태도 변화가 많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 연구이다. 연구자는 사회과 교육에서 태도 변화에 대한 연구들이 자동적 태도보다는 통제된 태도를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즉 학습자들이 인지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만 자신이 배운 내용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바쁘거나 뭔가에 짓눌려 있거나, 정신이 산란하는 등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전히 인지적 정도가 자동적 처리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11)

페터 비에리, 문항심 옮김(2015)은 행복하고 존엄한 삶이란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라고 하면서, 자기 결정적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의미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즉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 의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즉 그것들이 주체인 나의 사유가 아닌 자동적으로 수용한 것들이 아닌지 의심하라는 것이다.

12)

교양 교육 개념을 정리한 신득렬(2016:122-161)은 고대 사회에서는 ‘노예나 이민자가 아니라 시민권을 가진 자유인을 위한 교육’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사회적 속박과 제한은 물론 마음이 가지고 있는 편견, 선입견, 무지, 독단, 탐욕 등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롭게 하는 교육’을 의미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13)

인터뷰에서 감독은 <겟 아웃>을 ‘사회적 스릴러’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아래 인용한 그의 인터뷰 내용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가 어느 장르일까를 고심했다. 호러로는 충분하지 않다. 심리적 스릴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스릴러를 생각했다. 악당은 사회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생득적이며 좋은 일도 제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는 항상 야만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신정아, 최용호, 2019:146 재인용)

14)

<성찰을 위한 자기서사>는 배분이수교양 중 인문학 영역에 개설된 3학점 3시간 교과목이다. 이 과목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탐색하며,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되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이 과목에서 쓰기 행위는 자기 탐색 및 성찰, 타인과의 공유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면적이 나 탐색하고 묘사하는 글쓰기’, ‘현재를 만든 경험 발견하고 경험서사 쓰기’, ‘영화를 통한 세상읽기와 비평글 쓰기’, ‘행복한 대한 다양한 관점 이해하고 에세이 쓰기’ 등 총 4개의 글을 쓴다.

15)

영화를 활용한 성찰 글쓰기에 대한 방안은 나은미(2016)에서 제안한 바 있다. 여기서는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안은 가능한 간략하게 소개하고 성찰을 위한 토론 및 사유의 확장에 초점을 둔다.

16)

초보자를 위한 주제 비평 에세이 쓰기는 5단락 쓰기이다. 이 방법은 황영미(2013 : 122)에서 제안한 5단 쓰기를 활용하여 좀 더 쉽게 필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간단한 스토리 제시 단락- 문제 제기 단락- 문제 제기한 주제 관련 분석 단락- 지금, 여기 사회 현상 분석 및 성찰 단락- 마무리 및 나에 대한 성찰 단락이다. 영화 주제 비평 에세이 쓰기 전략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17)

수정 과정에서 피드백 내용을 반영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피드백 내용에 대한 수정 여부는 필자의 몫임을 강조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글에 대해 저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18)

평가는 상황에 따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수강 인원이 많을 경우는 두 세 그룹으로 나누어 평가하기도 한다.

19)

차별, 인종차별과, 정체성 혼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기타 백인 우월주의,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차별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인지, 침잠의 방, 사슴, 카메라 등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20)

학생들의 질문과 글은 띄어쓰기와 오탈자 이외에는 수정하지 않았다.

21)

스스로 도덕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로 소개하는 조너선 하이트(2012)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바름(righteousness)’의 강박에 빠질 수 있는 동물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이 너무도 어리석고 편견에 가득차고, 비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이 나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출판된 책을 참고할 수 있다.

22)

유색인종(有色人種)이란 ‘황색, 동색, 흑색 따위의 유색 피부를 가진 모든 인종, 즉 백색 인종을 제외한 모든 인종을 이르는 말’이다. ‘non-white people’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white를 기본(또는 정상)으로 두고 있는 백인의 기준과 관점이 드러난 표현이다. 본래 이 말은 “과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서유럽 및 북유럽 백인 외의 인종을 배척하고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나무위키-유색인종).

23)

어쩌면 흑인의 신체에 뇌를 이식하는 설정이 흑인의 신체적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불편했을 수도 있다.

24)

감독이 이러한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스테레오타입은 사회에 널리 수용되고 있는 인식이기에 편견적 대상이 되는 피해자 집단 구성원들도 쉽게 그러한 스테레오타입에 의해 형성된 편견적 태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 크리스의 직업을 사진사로 둔 점도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우리를 은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

시기 질투로 번역되는 ‘sealousy’에 대해 Wikipedia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Jealousy generally refers to the thoughts or feelings of insecurity, fear, and concern over a relative lack of possessions or safety. Jealousy can consist of one or more emotions such as anger, resentment, inadequacy, helplessness or disgust(이러한 질투는 일반적으로 소유물이나 안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걱정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분노, 분개, 부적절함, 무력감 또는 혐오감과 같은 하나 이상의 감정으로 구성될 수 있다)”. 또한 상담학 사전(네이버)에서 시기 또는 질투는 ‘주체가 느끼기에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사랑을 경쟁자에게 빼앗기거나 그럴 위험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즉 ‘당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여기는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것을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여길 경우, 쉽게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적대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26)

물론 구체적인 토론 전에 교수자는 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정체성 형성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 및 문화적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자료를 미리 준비하여 토론이 원활하면서도 유의미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27)

다만, 학생 한명 한명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적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한 토론 과정에서 어떤 사고 및 태도의 변화가 있었는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태도 변화가 유지되었는지,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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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를 활용한 세상읽기와 비평글 쓰기의 흐름과 활동

[그림 2]

학생의 주제 비평 에세이에 대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