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화학 교육과정에서 역량 교육 통합 추세와 그 함의

Trends in the Integration of Generic Skills to College Chemistry Curriculum and their Implications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3;17(1):155-168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3.17.1.155
이보경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부교수, bklee@yonsei.ac.kr
Professor, Yonsei University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2S1 A5C2A04093488)
Received 2023 January 20; Revised 2023 February 03; Accepted 2023 February 19.

Abstract

대학 이공계 교육은 전통적으로 전공지식과 과학적 방법론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 추세는 대학 이공계 교육에서 학문의 범위를 넘어 의사소통, 사회적 책임과 윤리, 팀 스킬 등의 일반적인 능력을 강조하고 있고, 포용성과 접근성 확보를 위해 정규 교육과정에 일반능력 교육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화학 전공자도 전공지식 뿐 아니라 일반능력의 개발이 필요하며, 화학 교육과정의 다양한 맥락에서 일반능력을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 논문은 미국, 유럽, 호주의 사례에서 학생들의 일반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이 대학 정규 화학교육 과정에 통합된 배경과 과정을 다룬다. 미국 화학회, 호주 왕립화학회 및 유럽 화학회는 각각 ACS 프로그램 승인, 화학 최소학습성과 및 유로학사학위체계 등 인증을 통해 일반능력을 포함한 새로운 대학 화학교육의 표준을 정립해오고 있다. 대학 화학 교육과정에서 일반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 교육과정 설계에서부터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까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수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학계와 정부의 협력과 그리고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충분한 논의와 준비 없이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 성급한 역량중심교육으로의 전환 요구에 대한 국내 학계의 비판을 고려할 때, 위의 세 사례에서 정부와 학계의 상호 존중과 협력이 시사하는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rans Abstract

University science and engineering education has traditionally focused on science knowledge and scientific methods. However, the recent global trends are to emphasize generic abilities and skills such as communication skills, personal and social responsibility, ethics, and team skills that go beyond science when it comes to university science and engineering education. Furthermore, the current trends aim to incorporate generic abilities and skills into the regular science curriculum to ensure inclusiveness and accessibility. Based on these factors, there is the perception that chemistry professionals need to develop generic skills as well as chemistry knowledge, and that generic skills can be effectively developed in various contexts in the field of chemistry itself. This article presents the background and process in which education for cultivating students’ generic abilities and skills is integrated into the college chemistry curriculum in the case of the United States, Europe, and Australia.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the Royal Australian Chemical Institute, and the European Chemical Society have established new standards for their chemistry bachelor programs, including generic abilities and skills, through accreditation such as the ACS Approval program, Chemistry Threshold Learning Outcomes (CTLO), and the Eurobachelor® framework, respectively. In order to cultivate students’ generic abilities and skills in college chemistry education, a fundamental change from curriculum design to one that emphasize teaching-learning methods and evaluations is needed. To this end, professors’ active participation is essential, so cooperation between academia and the government and financial and institutional support from the government are needed. Considering the criticism coming from academia for the demands for all universities to rapidly change into competency-based education in connection with the government’s financial support, all of which is taking place without sufficient discussion and preparation in Korea, it is worth noting the implications of mutual respect and cooperation between the government and academia in the aforementioned three cases.

1. 서론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21세기 이후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을 점차 보편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였고, 대학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Altbach 등, 2009: 37-50). 대학생의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취약계층, 유학생 및 성인 학생의 증가로 학생의 다양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Schofer & Meyer, 2005: Yu & Delaney, 2016). 이러한 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은 상아탑과 엘리트 교육에서 시민교육과 직업능력 훈련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근 한국 대학 사회의 역량 중심 교육을 둘러싼 논쟁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기존에 직업훈련의 몫으로 여겨졌던 역량함양을 대학교육의 목표로 편입하고 있는 대학이 늘고 있는데, 학문과 지식 중심의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역량 중심 교육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매개로 급속하게 대학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획일화나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대학 구성원 대다수는 여전히 역량 중심 교육의 개념조차 생소하다고 느끼지만, 교육부는 2015년 초⋅중등 교육과정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편성하였고, 2012년 학부 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ACE)사업을 통해 일부 대학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미 북미나 유럽의 대학교육에서 역량을 수용하는 분위기는 가시화되고 있어, 대학교육에서 역량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학을 포함한 대학 이공계 교육은 전통적으로 전공지식과 전문성을 더욱 강조해왔다. 국내 산업계나 사회에서 가끔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대학 이공계 졸업자들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이공계 학과 소속 교수들의 인식은 주로 학생이 전공지식과 방법론을 익히도록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심지어 교양과정에 개설된 기초과학 과목도 교수자들은 전공기초과목으로 인식하여 기본 개념과 이론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 특히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교양 교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구유영 등, 2019: 390, 이보경, 2018: 343). 일부 대학에서 학문의 경계를 넘는 융복합교육을 고려할 때도 문제해결 능력이나 과학적 사고 등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대학 이공계 교육의 세계적인 추세는 전문 지식이나 기술뿐 아니라 의사소통, 윤리, 팀 스킬, 책임감 등 소위 역량1,)을 강조하고 있고, 북미나 유럽의 많은 대학은 이미 범용적인 기술이나 역량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하여 학습시키고 있다. 대학 이공계 교육의 변화 과정에서 미국 화학회, 호주 왕립화학회 등 전문학회가 교과과정 구성의 변화와 교수-학습 방법의 전환을 주도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Neiles & Mertz, 2020).

이 논문은 미국, 유럽,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 화학 교육과정에 일반능력 교육이 통합된 사례를 다룬다. 관련 논문, 학회와 정부의 문서 및 공식 웹 사이트에 공개된 지침 등을 분석 종합하여,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 일반능력이 통합되어온 배경과 일종의 국가 표준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화학계와 학회의 역할에 주목하고, 학사학위 인증 제도를 통해 일반능력 교육이 대학 학부 교육과정에 통합되어 구현되는 방법과 사례들을 소개한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적 권위와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학생, 학부모 및 산업계 등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 사례들이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의 대학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대학 화학 교육과정에 일반능력이 통합된 배경

대학교육에서 직업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침체와 미취업 증가 등으로 학교의 실패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 진학자의 증가로 고등교육이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면서 대학에서 직업능력 훈련을 강조하는 추세로 전환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대학 사회의 쟁점으로 등장한 역량 중심 교육은 1960년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미국 내에서 냉전과 1957년 소위 ‘스푸트니크’ 사건으로 인해 고등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고, 1965년 고등교육법의 영향으로 성인들이 대학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늘면서 직업능력 훈련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Nodine, 2016; Tchibozo, 2010). 이에 따라 1970년대 미 연방정부는 대학의 역량기반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에 재정을 투입하고, 역량기반교육 컨소시엄 센터 설립을 지원했다(McGraw, 2019: 92).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 내 민간부문에서도 대학졸업자의 직업능력과 관련된 변화가 가시화되었는데, 그중에서 전미대학협회(Ameican Association of Colleges & Universities: AAC&U)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AC&U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옹호하기 위한 의제인 ‘자유교육과 미국의 약속(Liberal Education and America’s Promise:LEAP)’을 주도했다. LEAP에서 학부생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의 핵심은 일련의 필수학습성과, 고강도 교육 실천, 그리고 적절한 평가로 요약될 수 있다(Schneider, 2011). AAC&U가 제시하는 대학졸업자의 필수학습성과(essential learning outcomes)는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팀워크, 독립적으로 일하기, 동기, 지식과 기술을 실제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등 주로 일반능력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대학교육의 혁신을 주도하고자 한 AAC&U 노력의 결과였다. 일례로 AAC&U는 2014년과 2018년 Heart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산업계와 비영리기관의 임원과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여 대학졸업자에게 전공 분야를 넘어 여러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능력이 요구됨을 확인하였다(AAC&U, 2015, 2018). AAC&U는 21세기 이후 꾸준히 대학 교육과정에 이러한 능력을 통합하고, 학습성과로 평가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그 결과 16개 필수학습성과를 정의하고, 측정 도구를 개발하였다. AAC&U의 최근의 성과를 정리한 한 출판물 서문에서 Carol Geary Schneider 전 회장은 지난 30여년을 ”진정한 자유학예 교육과 직업 교육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학예 학습을 더 넓은 세계와 통합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평가하였다(Schneider, 2021: viii).

화학을 포함한 이공계 분야에서도 대학교육에서 일반능력 혹은 직업능력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 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Cui and Harshman(2000)은 학계, 정부 및 산업계의 화학자 31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화학 전문가에게 필요한 주요 능력을 조사했는데, 화학자 절반 이상이 기술지식(97%), 의사소통(84%), 매니지먼트(81%), 기획과 조직(61%), 팀워크와 협업(61%) 등 주로 일반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Indiana 대학은 2014년부터 4년간 화학 관련 기업체 고용주를 대상으로 대졸 직원에게 기대하는 능력을 조사한 결과 대인관계 능력과 팀 스킬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조사에서 고용주 대다수는 채용 시 대학에서 팀 활동 여부를 고려하지만, 대졸 신입직원의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답하였고, 화학교육에서 이들 능력을 통합하여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Fair and Kondo, 2020: 17-30; Kondo and Fair, 2017). Massachusetts 대학은 1993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화학분석실 관리자 대상의 요구조사를 통해 이들은 팀 스킬,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윤리 등을 화학 이론의 적용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같은 조사에서 관리자들은 최근 졸업생의 능력 중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및 실험실 안전의식이 가장 부족하다고 답했다(Fahey and Tyson, 2006).

국립 과학 공학 및 의학 아카데미(NASEM, 2018)는 졸업생, 교수, 고용주들 대상 조사에서 대학 이공계 전공자들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이외에도 폭넓은 사고, 다양한 청중과의 의사소통, 팀워크, 그리고 직업능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2012년 미국화학회는 22명의 학자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원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대학원 교육이 세계 경제, 사회, 정치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국경이 없는 고용과 협업, 특히 첨단분야에서 학제간 연구와 협업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학생이 학문이나 문화적 장벽을 넘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ACS Presidential Commission, 2012:2-3).

정규 교과과정으로의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미국 화학회의 2020년 전미 연례 학술대회를 통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화학자 되기: 학부 교과과정에서 직업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발판 만들기’ 심포지엄에서 다수의 학자들은 기존에 학생처나 커리어 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은 일부 학생들,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을 종종 여기서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비판하였다. 이들은 일반능력 교육에 대한 접근성과 포용성 확대를 위해 의도적이고, 포괄적으로 일반능력을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Neiles and Mertz, 2020). St. Mary 대학의 사례는 일반화학 과목에 프로의식, 대인기술 및 경력관리 기술 등의 직업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다룸으로써 전통적인 소외계층 출신의 학생과 평균적인 학생들 사이의 직업능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Neiles and Bowers, 2020: 105-146). 미국화학회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학부 교육 프로그램 인증에서 의사소통, 팀 스킬, 윤리 등을 포함한 일반능력 교육에 대한 검증을 더욱 강화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 실무능력 훈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기업부문에서 시작하여, 90년대 일반교육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고등교육으로까지 확산되었다(Tchibozo, 2010). 유럽 자격체계 (European Qualifications Framework: EQF)는 고등교육에서 기술과 역량을 강조하는 기조를 확산시킨 동력의 한 축으로 작용하였다. 유럽연합의 등장으로 지역 내 인력 이동과 자격의 상호인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별 국가의 다양한 자격의 동등성 여부와 비교 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통기준으로서 EQF가 개발되어,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검토를 거쳐 2008년 2월에 공식 채택되었다. EQF는 국가 간, 교육기관 간 비교 가능한 학습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학습성과는 지식, 기술, 역량의 세 가지 범주로 구체화 된다.

유럽 고등교육 변화의 동력은 Bologna 선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99년의 Bologna 선언과 Prague와 Berlin으로 이어진 후속 선언에서 유럽의 교육부 장관들은 알기 쉽고, 비교 가능한 졸업체계, 3단계 학위시스템2),의 채택, 학점교환제도, 품질보증에 관한 협력 및 평생학습 등 10개의 행동 조치를 발표하였다(González and Wagenaar, 2003; 2005; Pinto, 2010). 이 행동 조치는 2010년까지 유럽을 하나의 고등교육 공간으로 만들어 학생과 학자의 이동을 촉진하고, 유럽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진다. 이를 대학에서 구현하기 위한 ‘유럽 교육구조의 튜닝’ 프로젝트가 2000년에 시작되었는데, 여기에는 EQF와 대학교육의 정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튜닝(Tunning)’이라는 명칭은 유럽의 대학들이 통일된, 규범적인 학위 프로그램 혹은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대신, 풍부한 다양성, 대학의 자율성과 혁신능력을 유지하면서 커리큘럼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González & Wagenaar, 2003). 튜닝 프로젝트는 대학 시스템 전체보다 학습 내용에 집중하였고, 관련 학계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실제 이 프로젝트 시작 초기부터 학문 분야별 주제 네트워크는 분야별 전공역량을 정의하고, 졸업생, 고용주 및 학계의 논의를 주도하여 모든 학부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일반역량을 도출하였다(González and Wagenaar, 2003: 82-89).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7년까지 이 프로젝트에는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의 120여 국가, 50여 학문 분야 및 1,000여개 이상의 파트너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2001~2004년까지 진행된 튜닝 프로젝트 1-2 단계에서 경영학, 화학, 교육학, 지질학, 역사, 수학, 물리학, 유럽지역학, 간호학 등 9개 전공의 학습성과와 역량이 정의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명확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시작 단계에서부터 학습성과와 역량을 구분하여 정의하였는데, 여기서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는 ”학습을 마친 후 학생이 무엇을 알고,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지(demonstrate)에 대한 것”이다. 학습성과는 단일 과정이나 학위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것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학점을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요건이다. 역량(competences)은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식, 이해, 기술, 능력의 역동적인 조합”을 의미한다. 역량은 교과목 단위 혹은 프로그램 전체를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고, 다양한 단계에서 평가될 수 있다. 학습성과는 역량으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학생이 역량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있다(González & Wagenaar, 2005: 13-14).

9개 전공 중 화학이 가장 먼저 학사학위 자격체계를 구축했는데, 이 체계는 유럽 화학 주제 네트워크(the European Chemistry Thematic Network:ECTN)의 틀에서 완성된 것이다. 유럽 학사학위 체계(Eurobachelor® framework)는 2003년 10월 유럽화학회 총회의 승인을 받음으로 인해 유럽의 학사 프로그램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으로 1996년 시작된 ECTN은 처음에는 대학들만 참여하였지만 이후 유럽화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와 산업계 등 120여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학사학위에 더하여 석사와 박사학위 자격체계도 구축하고 다양한 화학능력 인증시험을 주관하고 있다(Pinto, 2010: 1179).

호주는 세계 최초로 유아교육부터 석박사 학위과정 그리고 직업훈련까지 하나의 통합된 자격규제 정책을 시행한 국가이며, 대학의 모든 교과목과 학사학위 프로그램은 호주자격체계(Australian qualifications framework, AQF)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 해야한다(Schultz et al., 2013). AQF는 직업 경험과 훈련을 대학의 학습 경험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데, 이는 학생이 직업훈련과 대학 사이에서 이동하기 쉽게 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대학에서 직업능력을 강조하는 기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향은 정부의 여러 문서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어 AQF 검토 전문가 패널은 최신 보고서에서 ”대학교육에서 대인관계, 창의성, 의사결정기술 등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고(Noonan, 2019: 7), 호주 고등교육 비전 2020의 첫 번째 항목은 ”노동시장의 요구를 예측하고 충족할 수 있는 지식, 기술, 및 이해를 갖춘 졸업생 배출”(Bradley 등, 2008: 5)이다.

같은 맥락에서 2002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공계 졸업생의 미래 직업능력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학부 교육 개선에 반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Schultz 등, 2013). 대학 이공계 분야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다. 국가나 학계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졸업자의 일반능력 부족은 여전히 호주 대학 사회의 이슈로 남아있는데, 일례로 Monash 대학 동문회에서 진행한 한 조사에서 수리 및 과학 관련 전공 졸업자와 고용주들은 전공 관련 지식과 기술보다 일반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답하였다(Sarkar 등, 2016). 학부 과학 교육에서 일반능력의 개발과 평가는 부족하며, 특히 적절한 평가의 부재는 학생의 학습동기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Badcock 등, 2010; Sarkar 등, 2020).

1995년 AQF가 시행된 이후 정부는 고등교육의 질 관리와 규제를 위해 고등교육품질 및 표준청(Tertiary Education Quality and Standards Agency: TEQSA)을 설치하고, 학문 분야별 표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교육위원회는 고등교육 개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학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고, 측정 가능한 학습성과로 표현된 교과 표준이나 프로그램 표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Ewan, 2010: 1-8). 2011년 TEQSA가 발표한 고등교육 표준에는 개별 학문의 특정 지식, 기술 및 응용 뿐 아니라 평생학습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능력 등 일반능력이 제시되어 있다. 정부와 학계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문 분야별로 일종의 표준인 최소학습성과(Threshold Learnig Outcome:TLO)가 빠르게 확립되었는데, 2011년 자연대학장 협의회의 승인을 받은 과학표준 문서에는 과학 최소학습성과(ScienceTLO)가 제시되어 있다. 이 문서에는 각각 화학과 수학 분야의 TLO 확립을 위한 작업그룹도 제시되었고, 이로써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서 거의 동시에, 빠르게 표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Jones 등, 2011).

3. 대학 화학교육 프로그램 인증을 통한 일반능력 통합 사례

3.1. 미국화학회의 프로그램 승인과 학사학위 인증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는 학부와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2022년 현재 376개 학부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699개 프로그램이 승인을 받았다. ACS 지침에 일반능력이 등장한 것은 이십여년 전일로, 1999년 발행된 인증 지침서에 졸업생의 의사소통 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대학 글쓰기 과목만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화학 교육과정의 많은 과목에서 말하기와 글쓰기를 훈련하고 평가에 반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ACS, 1999: 13-14).

ACS 학사학위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기준에는 교육여건, 교직원, 인프라, 교육과정 등과 별도로 학생 능력 개발을 하나의 독립적인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ACS, 2015, 2022).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학생들은 다양한 능력들을 습득해야 하며, ‘공정한’ 접근성을 위해 이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ACS 지침서와 공식 웹사이트에는 학생 능력(student skills)에 대한 정의와 화학 커리큘럼 내에서 이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다. ACS는 학생 능력은 ”교과 내용만으로는 확장되지 않는 광범위한 응용 분야를 가지는 일반능력(generic skills)이면서, 다양한 상황으로 전이가능한고, 시장 친화적이면서 동시에 평생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표 1>ACS(2015) 프로그램 인증 지침서에 명시된 학생 능력과 그에 대한 설명을 요약한 것이다. 졸업생의 학사학위 인증은 ACS의 승인을 받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은 프로그램 승인을 받기 위해서 졸업생이 학부 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문헌 정보 관리, 실험실 안전, 팀 스킬 그리고 윤리 등 다섯 가지 영역의 능력을 갖추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ACS 기준에 따라 대학은 학생이 화학 전반에 걸쳐 지식을 통합하고 실제 문제해결에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강의나 실험에서 이를 교육하고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ACS 기준에서 화학 문헌은 논문, 화학 기사, 특허, 물질의 구조 검색 데이터베이스 등 광범위하며, 대학은 학생들이 충분한 화학 문헌을 가진 양질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ACS는 실험실 안전 교육은 실험복, 기구와 시약의 사용, 그리고 폐기물 처리에 대한 것까지 포함하여야 하며, 첫 실험 수업에 시작해서 학부 교육 내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미국화학회 학사 프로그램 인증 기준의 학생 능력(student skills)*

직업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동일전공 혹은 타 전공자들과 팀으로 일하기 때문에 ACS는 졸업생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팀 스킬도 중요하게 다룬다. 대학은 학생들이 강의와 실험에서 다양한 동료들과 생산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팀 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ACS는 팀 스킬 향상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동료 평가나 자기 평가 등을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큰” 경험 즉,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 지식과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기여할 때 결과가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CS는 ‘윤리의 절대적 중요성’이 화학 교과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교육에 통합되어야 함도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ACS(2015)는 지침서에 학생 능력을 학부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존 과목의 내용과 교수법을 능력개발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시험의 변화는 필수적인데 지식과 정보의 통합과 활용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학습활동에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탐색하고 종합하여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학기말 보고서와 실험 데이터를 구조화해야 하는 보고서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교수자는 의도적으로 학술논문이나 과학기사와 같은 다양한 문헌의 사용과 팀 활동을 장려하는고 반드시 그 성과를 평가하여 성적에 반영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능력 개발 전용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다. 대학은 화학 문헌 강좌, 안전 강좌, 과학 및 연구윤리 강좌 등을 학과 혹은 범 대학 차원에서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다. ACS는 캡스톤 과목이나 세미나 등을 의사소통, 문헌 정보 관리, 및 윤리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CS는 학생들이 종합적이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학부생 연구를 제시한다. 학부생 연구는 학생이 지도교수와의 학문적, 인격적 교류를 통해 학생이 심층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적용, 그리고 다양한 도구와 방법의 사용을 익힐 수 있으며, 논문이나 과제 발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과학적 과정 전반을 경험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권장된다. ACS는 연구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과 발표의 중요성도 강조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헌 활용과 독자나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며,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학과나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 단위의 학술대회를 활용할 것도 제안한다.

ACS는 2022년 9월 2023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인증 지침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 지침에는 현재의 문제해결 능력과 윤리 영역이 ‘과학자로서의 윤리와 전문적 행동’으로 통합되고, ‘시스템적 사고’가 새롭게 추가되었다(ACS, 2022:24-26). ACS는 인증과정을 통해 대학들이 스스로 화학 교과과정 전체에 걸쳐 학생 능력을 정의하고, 훈련하고, 평가하는 확립된 체계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2. 유럽 화학 학사학위 자격체계

2004년 이후 ECTN은 유럽 화학 학사학위 체계(Euroba- chelor ® framework)의 기준과 인증 절차를 담은 지침을 공식 웹사이트에 제공하고 있다. 이 체계 내에서 대학은 교과목과 프로그램의 내용, 성격, 구조를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각각의 화학 학사학위 프로그램은 세부적으로 상당히 다를 수 있지만, 일련의 공통된 목표를 가진다. ECTN이 제시하는 화학 학사 프로그램의 학습 목표는 화학에 특화된 것과 일반적인 것 모두를 포함하고 있고. 화학 관련 학습 목표는 화학의 핵심분야 즉, 무기, 유기, 물리, 생화학 및 분석화학의 기초를 익히고, 화학 공부에 필요한 수학과 물리학 기본을 알며, 실험 실습능력 습득, 화학의 맥락에서 일반역량 개발 등이다. 일반적인 학습 목표는 데이터를 수집⋅해석하고, 과학적⋅윤리적 성찰에 의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박식한 청중에게 정보, 아이디어, 문제해결 등과 관련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할 때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학습 기술을 가진다는 것이다(González and Wagenaar, 2005:54; Mitchell & Whewell, 2007:42-47).

이 목표는 대학원 진학과 화학 관련 산업의 대졸 신입직원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고, 이 목표에 따라 ECTN은 학위 인증에 필수적인 학습성과를 ‘전공지식과 이해’, 그리고 ‘능력과 기술’의 두 부분으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여기서 능력과 기술(ability and skills)은 일반적인 능력 혹은 다양한 상황으로 전이 가능한 능력을 의미한다(Pinto, 2010). 전공지식과 이해에서 ETCN은 학위과정에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을 기초부터 심화까지 화학 전반에 걸쳐 상세하게 내용과 범위를 제시하고, 능력과 기술은 화학 관련 인지능력과 역량, 화학 실무기술, 및 일반능력 등 3개의 범주로 나누어 제시한다(<표 2>). 표에 제시된 화학관련 인지능력과 기술은 표면적으로는 화학 지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술과 능력”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에서 제시된 것과 차이가 있다. 화학관련 실무능력은 실험능력을 말한다. 일반능력은 학생이 화학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맥락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Mitchell & Whewell, 2007: 44).

유럽 화학 학사학위 자격체계의 학습성과a

유럽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먼저 고등교육에서 역량이란 개념을 수용했지만, 여전히 이 개념은 다소 모호하고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생소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ECTN은 화학 과목에서 실질적으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발굴하여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ECTN은 교수가 과목을 설계할 때 목표로 하는 역량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수방법, 학습활동, 그리고 평가 기준과 방법을 강의계획서에 제시하도록 요구하는데, 튜닝 2단계 보고서에는 각각 프랑스, 스페인, 및 네델란드 소재 대학의 화학 교과목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González and Wagenaar, 2005:60-62). 이 세 과목은 모두 지식의 이해와 활용, 데이터의 종합과 분석, 의사소통 등 교육의 목표가 되는 역량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강의와 실험에서 발표, 문제 풀이, 과제, 튜터링 등 다양한 학습 활동을 통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필기시험이나 구두시험 외에도 발표, 연구과제, 튜토링 등을 통해 역량의 향상 정도를 상시 모니터링하여 평가에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3. 호주 왕립화학회의 인증기준, 화학 최소학습성과

화학 최소학습성과(CTLO, Chemistry Threshold Learning Outcomes)는 2011년 자연대학장 협의회에서 공식화된 과학 최소학습성과(ScienceTLO)와 호주 고등교육표준의 최소학습성과(TLO)를 기반으로 화학계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개발되었다(Pyke 등, 2013; 2021; Schultz 등, 2020). 호주왕립학회(The Royal Australian Chemical Institute: RACI)는 CTLO의 확립을 주도하고, 화학 학사학위 프로그램 인증을 통해 호주 대학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를 구현해 왔다. 2022년 현재 Melbourne 대학을 포함한 13개 대학 36개 학위 프로그램이 학회의 인증을 받았고, 4개 대학은 인증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구축된 ChemNet은 CTLO 개발 과정에서 인적 물적 교류의 플랫폼과 아카이브로 활용되었다. 호주 교육위원회는 2011년 처음으로 CTLO를 공표한 이후, 2021년에 두 번째 버전을 발표하였고 이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Jones 등, 2011; Pyke 등, 2021).

다른 TLO와 마찬가지로 CTLO에는 학습성과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데, 여기서 학습성과(learning outcome)란 ”화학 학부과정을 마친 학생이 달성해야 하는 지식, 기술, 능력(capability)”을 뜻하며, CTLO는 최소기준이며 대학은 더 높은 별도의 기준을 가질 수 있다. RCAI의 심사 패널은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CTLO를 고려하고 있는지, 대학이 CTLO를 해석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학생 성취도를 평가하여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였는지, 커리큘럼이 의도된 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프로그램을 인증 여부를 결정하고, CTLO의 규정에 따라 학생 성취도를 요약하여 RCAI 이사회에 보고한다. 학회는 대학의 보고서를 종합하여 호주 대학 전체에 대한 성취도 분석결과를 공개하고, 제도 개선에 활용한다(Schultz 등, 2013). RACI는 모든 대학의 교육과정은 CTLO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CTLO는 5개 영역으로 구성되며 각 영역에 해당하는 지식, 기술, 능력에 대해 각각 두 단계로 구조화되어 서술되어 있고, 특히 화학의 핵심지식과 핵심실무능력에 해당하는 2.1과 3.3은 세 단계까지 보다 상세한 서술을 제공하고 있다(Pyke, 2021:3-15). CTLO 각 영역별 두 번째 단계까지의 서술을 <표 3>에 요약하였다.

호주 화학 학사학위의 최소학습성과 (Chemistry Threshold Learning Outcomes)*

CTLO 1은 화학의 본성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과학의 본성과 가치를 아는 것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식과 학습 동기에 긍정적이라는 많은 연구 결과들에 따라 과학계는 전통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이를 강조해 왔다(Dagher & Erduran, 2017). 이에 따라 여타의 기초과학 입문 과정과 마찬가지로 일반화학의 첫 장은 과학의 본성과 과학적 방법론으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호주의 사례는 국가 수준의 표준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며, 이는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에 비추어볼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학업성취나 경험을 비교 분석한 복수의 연구 결과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타 계열 학생들에 비해 반성적⋅통합적 학습 경험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지식의 진실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념이 상대적으로 강한 자연과학의 학문적 특성에서 찾으면서, 이공계 학생이 다른 주장과 관점에 대한 포용적 태도, 사고의 확장 등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고 보았다(임지영, 2014, 변수연 등, 2017). 그러나 CTLO 1.3와 같이 화학의 이론은 테스트와 논쟁의 여지가 있고, 공고해 보이는 어떠한 자연과학의 이론이나 법칙도 반례(증거)가 나오면 수정되거나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된다. 자연과학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반권위적”(Reed, 2013: 31-32)이기 때문에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CTLO 2와 3은 화학지식과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CTLO 2.1은 화학의 핵심지식을 정리하여 제시한 7개의 요소(2.1.1~2.1.7)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하위요소는 다시 3~7개 내외의 내용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모두 40여개의 핵심지식에 대한 구체적인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화학 전문가의 핵심적인 실무능력에 대한 기준 CTLO 3.3은 실험 일반, 합성, 분석,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등 4개 하위요소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표준도 유사한 핵심 실무기술을 포함하고 있지만, CTLO 3.3에서 ‘공인된’ 방법이라고 특정하고 있다.

CTLO 1~3은 화학과 관련된 태도, 지식 및 방법에 대한 것이라면, CTLO 4와 5는 범용적인 능력에 해당하는 의사소통과 윤리에 대한 기준을 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표준에서 의사소통 능력은 화학 교육과정에서 익히되 다양한 맥락으로 전이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반면 호주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과학적 맥락에 치우친 면이 있다. ScienceTLO에서 이 부분은 다양한 과학적 맥락에서 의사소통능력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CTLO에서는 발표(4.1)과 문서화(4.2)로 나뉘어 제시된 점도 특징이다. 자연대학장 협의회의 교수학습센터는 대학현장에서 TLO의 구현을 돕고자 호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우수실천 가이드를 출판하였다. ‘의사소통’ 편에서 센터는 궁극적으로 모든 과학 관련 교육에 의사소통 교육이 완전히 통합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을 권장하고, 만약 기존 과목에 통합이 어려운 경우 학기 중간 특정 시간에 별도의 의사소통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Colthorpe 등, 2013: 8; Jones 등, 2011). CTLO 5는 화학자의 책임과 윤리에 관한 기준이다. 5.1은 학습자로서의 정체성과 책임감, 5.2는 작업의 효과성과 안전, 5.3은 규제체계에 대한 인식과 윤리적 행동, 그리고 5,4는 협동 작업에서의 책임감 등에 대한 기준이다. RCAI는 졸업 후 직장에서는 물론 대학 학습 과정에서부터 화학 관련 법과 규제를 인식하고 준수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대학교육 전체에 걸쳐 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수실천 가이드에서 학장협의회 산하 교수학습센터는 TLO의 구현을 위해 교수들의 인식 전환과 참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4. 논의 및 결론

미국, 유럽 그리고 호주 사례에서 우리는 대학 화학교육이 전통적인 화학의 범위를 넘어 의사소통, 팀 능력, 윤리 등 다양한 역량(generic skills)에 주목하고, 이를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해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국의 대학도 역량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면 대학의 본질과 학문적 지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역량 개발을 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양한 역량을 정규 교과과정에 통합해온 미국, 유럽 및 호주 등의 사례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대학교육에서 지식을 넘어서는 범용적인 능력 혹은 역량을 강조하는 추세는 외부의 압력 즉, 산업계, 사회 그리고 정부에 의해서 촉발된 측면이 강하고, 화학뿐 아니라 과학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지 않고, 학계의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하면서 유기적인 협력을 꾀했다. 실제 위 세 지역 모두 화학회 혹은 화학자 네트워크 등 학계가 주도적으로 대학 화학교육 표준에 역량을 통합하고, 프로그램 인증을 통해 이를 구현해 왔다. 이는 역량은 화학 교과의 여러 맥락 속에서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또한 학문중심 교육과 마찬가지로 역량중심 교육의 효과성도 교수의 참여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는 광범위한 인식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의 행⋅재정적인 지원은 학계의 역량을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고자 하는 노력에 촉매 역할을 하였다. 화학계의 주체적인 참여는 대학 커리큘럼 변화와 교수들의 책무성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뿐 아니라,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대학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게 한다.

둘째, 학생의 능력 혹은 역량은 학습성과로 명확히 정의되고,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능력함양 교육에서의 학습성과는 지식의 습득과 이해, 적용은 물론 더 나아가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의 습득까지 포괄적이고 범용적이다. 미국, 호주, 유럽 모두 학생의 학사학위 인증을 위해 대학은 학습성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측정하여 평가에 반영하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화학 전공 교수들은 화학 개념과 지식, 데이터의 종합과 해석 능력까지 교육하고 평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 대부분은 화학의 학문 분야 내에서 연구하고 훈련받았기 때문에 이를 넘는 의사소통, 팀 스킬, 책임과 윤리 등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교수의 인식 전환과 다각적인 교수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호주 화학회가 지적했듯이 역량의 개발은 교과과정 설계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교과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평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학습 동기가 저하되기 때문에, 시험 이외에도 발표, 보고서, 팀 활동 등 모든 학습활동을 평가에 활용하는 수행평가로의 전환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교수자 훈련과 역할 변화를 위한 지원과 제도 특히 대학본부와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과 체계구축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대학교육 프로그램 인증은 국가 내 혹은 국경을 넘는 기관 사이의 학점교환과 고등교육 품질 상호인정이라는 큰 방향성, 이른바 ‘글로벌 표준’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고등교육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학생과 학자의 이동성도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고등교육 개방성 확대와 표준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표준화가 곧 획일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사례 모두 대학 화학교육 공통의 목표를 제시하지만, 개별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교육적 경로를 통해 유사한 학습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과정 구성의 기준은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교육과정 구성 기준점(reference point)으로서의 표준(Pinto, 2010)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최근 한국의 대학에서도 소위 ‘역량 중심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압력이 강하다. 대학교육이 이미 보편교육으로 진입한 지금 역량 중심 교육의 취지나 불가피성에 대한 대학 사회의 공감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한 획일적 혹은 반 강제적 전환 압력에 대한 저항과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교육의 내용을 책임지는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 없이 소수의 정책입안자나 이에 동조하는 일부 학자들 주도로 성급하게 추진됨으로 인해 현재 국내 대학에서 추진되고 있는 ‘역량 중심 교육’은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형식과 절차만 강조하고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없는 기형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 최근 추진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과목과 역량을 일대일로 매칭하도록 하고, 핵심역량(교양교육), 전공역량(전공역량), 및 학생역량(교수-학습지원와 비교과교육)의 작위적인 구조를 전국의 모든 대학에 거의 강제적으로 적용하도록 함으로써(신현석 등, 2022: 90-91)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 주도의 추진 방식에서 파생된 문제를 제외하고도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역량은 어떤 일을 얼마나 탁월하게 수행하는가를 나타내는 기능주의적인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 최근 역량의 개념이 인간의 인지적, 정서적 수준의 능력을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손승남 등, 2021: 14)으로 확대되고, 복잡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사람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전이 가능한 능력(진미석, 2016: 8)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교육의 목표를 대체할 수 없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역량의 총체성과 수행성 사이의 논쟁은 평가와 관련된 논쟁으로도 이어진다. 역량의 평가와 관련해서 학습 가능성과 수행성을 전제로 한 행동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있고, 더우기 국내 대다수 대학들은 당장 사용하기 쉬운 자기보고식 평가를 채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역량함양 여부나 정도를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김난옥과 손원숙, 2021: 708, 민경석, 2021, 신현석 등, 2022: 98).

개별 과목 수준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시도하면, 총체성과 평가 가능성과 관련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 교과목과 개별 교수 차원에서 역량 중심 교육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김대중과 김소영, 2017: 40), 같은 역량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기관이나 대학 차원의 성급한 표준화를 피하고 개별 교수들이 학문의 맥락에서 역량과 학습성과를 해석하고 구현하는 것이 나은 측면(Barrie, 2007: 447)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화학 교과에서의 역량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준비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이후 백여 편의 관련 논문이 출판되었고, 주로 교수-학습 자료와 교수 방법론 개발에 관한 것과 일부 이론이나 실태분석 결과를 포함한 것이 있다. 이들 논문 대부분은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것이고(고은정 등, 2019, 김성기 등, 2022, 김현정 등, 2021), 대학 화학교육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호주와 유럽의 자격체계는 대학 수준의 화학교육에서 역량기반 교육을 수용한 것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들은 화학적 맥락에서 의사소통 능력, 윤리, 개인과 사회적 책임 등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Barrie, 2007, Chan, 2017: 4-5, Pinto, 2010). 어떤 특수한 맥락을 통해 개발된 특정 역량이 보편적인 능력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지만(신현석, 2022: 85), 기초적인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등과 같은 역량3)을 화학 과목의 교육 목표로 흡수하여 구현할 수 있다면, 성급하고 획일적인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역량 중심 교육으로 서서히 전환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지식 전수와 전통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벗어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학계의 전문성과 학문적 전통을 존중함으로써 내실 있는 개혁을 구현해 온 북미, 유럽, 호주 대학의 화학교육 사례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학생, 학부모, 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채워가야 하는 것은 교수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십여년 이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역량의 개념 그리고 이를 교육의 목표로 수용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성급한 제도화와 표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논쟁하고, 대학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역량 함양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이 개방적으로 추진되고 공유되면서 차분하고 내실 있는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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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generic skills, transferable skills, key competencies, soft skills, power skills, core skills, 21st century skills 등 출처에 따라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포괄적으로 ‘역량’으로 번역하여 표현하였다. 현재 한국 대학 사회에서 역량의 개념이 모호하고 다층적이나, 명확한 정의나 구별은 이 논문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2)

일반적으로 학사, 석사, 박사로 알려진 고등교육학위가 유럽 체계에서는 공식적으로 First cycle, Secone Cycle, Third Cycle 학위로 명명 됨.

3)

손승남 등(2021)은 교양교육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역량기반 교양교육이 가능할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역량 개념을 직업역량과 구별되는 기초적인 사고력 및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s)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표 1>

미국화학회 학사 프로그램 인증 기준의 학생 능력(student skills)*

학생 능력 설명
문제해결 능력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검증 가능한 가설을 만들고, 실험을 설계하고, 적절한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
화학 문헌 및 정보 관리 능력 논문, 화학구조검색 데이터베이스 등을 포함한 화학 문헌에서 특정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자료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많은 유형의 화학 정보를 관리할 수 있음
실험실 안전 능력 안전한 실험/실습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음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으로 적절한 문장을 사용하여 명확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종합하여 구두나 문서로 표현할 수 있음
팀 스킬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다양한 동료들과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
윤리 화학의 진보는 화학자의 정직, 개방성, 신뢰성 그리고 실험 결과의 재현성에 의존함을 이해하고, 높은 윤리기준에 맞춰 책임감 있게 행동함
*

ACS(2015), Guidelines and Evaluation Procedures for Bachelor’s Degree Programs, 17-19쪽의 내용을 요약함

<표 2>

유럽 화학 학사학위 자격체계의 학습성과a

1. 전공지식과 이해
주요 화학 반응과 그 특성
화학 분석법 (정성분석과 정량분석)과 화합물의 특성
분광법, X선 회절 및 기타 구조 분석 기술
양자 역학의 원리를 알고,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특성 설명에 적용
열역학의 원리를 알고 화학반응에 응용
촉매를 포함한 동역학; 화학 반응 메카니즘
원소의 주기적 특성과 주기성에 기반한 화합물의 특성
원소의 구조적 특성 및 입체 화학을 포함한 화합물의 구조적 특징
유기 및 유기 금속 화합물의 화학
유기 분자에서 작용기의 특성과 거동
유기 화학의 주요 합성 경로 원자와 분자 개별 입자의 특성과 거시적 특성과의 관계
거대분자(천연 및 인공), 고분자 및 기타 관련 물질을 포함한 주요 생체 분자의 구조와 반응성 및 주요 생물학적 과정의 화학
2. 능력과 기술 (Abilities & Skills)
화학관련 인지능력 및 기술b 화학의 핵심 사실, 개념, 및 이론에 대한 지식과 이해, 그리고 이해를 입증하는 능력
친숙한 성격의 질적 및 양적 문제의 해결에 지식과 이해를 적용하는 능력
화학 정보 및 데이터를 평가, 해석 및 종합하는 능력
이론 및 계산화학 기술
청중에게 과학적 자료와 주장을 구두 혹은 서면으로 제시하는 능력
화학관련 정보 및 데이터 처리 기술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보고하는 능력(결과는 출판 가능해야 함)
화학관련 실무기술 화학 물질과 실험실 관련 위험을 감지하고 평가하는 능력
실험실 작업과 절차를 계획하고 구성하는 능력
화학 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능력(물리적 특성, 화학적 특성, 독성 및 용도를 고려)
실험을 수행하고 합성 및 분석 작업에 필요한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
물질의 특성과 변화를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능력
실험 데이터를 해석하고 적절한 이론과 연결시키는 능력
일반능력c 서면과 구두를 포함한 모든 의사소통능력
과학 글쓰기, 데이터와 실험 결과 발표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수리력과 계산 능력
연구와 분석 능력
정보검색 능력
과학정보 처리와 발표 능력
대인관계 기술, 팀워크
계획과 시간 관리

a:Chemistry Eurobachelor® : Mitchell & Whewell(2007) 이후 몇 차례 변화가 있었고, ECTN Label 공식 홈페이지의 2018년 지침문서에서 발췌하여 구조화함

b, c: 2011년 이전까지 공식문서에 competences(Mitchell & Whewell, 2007; Pinto, 2010)로 표현되었으나 현재는 skills(Mitchell, 2019)로 표현된 것을 각각 기술(b)과 능력(c)으로 번역함

<표 3>

호주 화학 학사학위의 최소학습성과 (Chemistry Threshold Learning Outcomes)*

CTLO 1. 화학에 대한 이해 다음을 통해 과학에 대한 일관된 이해를 나타낸다.
 1.1 화학지식 습득에 창조적 노력이 요구되고, 이론은 테스트와 논쟁의 여지가 있음을 인식함
 1.2 화학이 사회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많은 산업, 기술 및 의료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인식함
 1.3 국가와 지구 공동체에서 화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고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음
CTLO 2. 과학 지식 다음을 통해 심층적이고 폭넓은 과학지식을 지녔음을 나타낸다.
 2.1 화학의 원리와 개념을 설명하고, 적용함(핵심지식 7개 영역, 40개 요소)
 2.2 화학은 다른 과학 분야와 영향을 주고받는 광범위한 학문임을 인식함
CTLO 3. 탐구,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 3. 다음을 통해 화학 관련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한다.
 3.1 전통적인 혹은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종합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함
 3.2 가설, 제안, 예측, 설계 및 실험을 수행함
 3.3 필요에 따라 적절한 기술, 도구 및 공인된 방법을 채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
 3.4 데이터를 수집, 기록 및 해석하고, 정성적, 정량적 증거를 통합하여 과학적인 주장을 펼 수 있는 능력
CTLO 4. 의사소통 다음을 통해 효과적인 화학 커뮤니케이터가 된다.
 4.1 다양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청중에게,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정보를 제시하고 주장과 결론을 명확히 발표함
 4.2 실험 절차, 관측사항, 결과 및 결론의 필수적인 세부 사항을 적절히 문서로 작성함
CTLO 5. 개인적⋅사회적 책임 다음을 입증하여 개인적, 직업적,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5.1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음
 5.2 책임감 있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음
 5.3 화학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적절한 윤리적 행동을 인식하고 있음
 5.4 협력적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음
*

Pyke 등(2021)의 화학학습표준 문서, 제2판 표1을 구조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