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양성을 위한 음악 교양교육 -미국 음악사 서술을 중심으로

Music General Education for Cultural Diversity -Focusing on American Music Historiography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2;16(1):287-297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2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2.16.1.287
김수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강사, soojink.sjk@gmail.com
Part-time Instructor, School of Music,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Received 2022 January 20; Revised 2022 February 14; Accepted 2022 February 22.

Abstract

음악은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함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통로 중 하나로 간주된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은 곧 음악을 통한 다문화주의와 문화 다양성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탐색하게 했으며, 이는 세계 시민으로서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태도 함양에 목적을 둔 음악 연구의 양적 질적 증가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소개된 연구는 다양한 음악 문화를 익히는 수업 교과목 개발, 유럽, 미국, 호주 등을 기반으로 한 다문화주의의 개념 비교 및 분석, 문화 다양성을 다룬 교과서 내용 분석, 다문화 개념에 대한 한계 비판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화 다양성은 서양예술음악 어법을 중심으로 한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종류의 음악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이 연구는 다양한 음악을 포괄할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의 실천 사례를 살펴보는 것에 목적을 두어 미국의 경우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음악사 개론서로 교양 교과목과 전공 교과목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리처드 크로포드(Richard Crawford)와 래리 햄벌린(Larry Hamberlin)의 “미국의 음악 개론 (An Introduction to America’s Music)”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 연구는 이 책을 미국 음악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서 위치 짓고, 미국 음악사 서술이 예술음악을 주요 음악의 범주로 설정했던 것에서 실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함하게 될 수 있었던 음악사관의 변화 추이를 쫓아보고자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는 일은, 몇몇 영향력 있는 학자들의 다문화 개념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일을 넘어서서 실제 음악의 다양성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음악 교양교육에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Trans Abstract

Music is considered as one of the most effective mediums to enhance cultural diversity. As Korea becomes a more multicultural society, many scholarly works have been examining concepts and theories regarding multiculturalism and cultural diversity. Moreover, an increasing number of scholarly works pertaining to music have been written which aim to teach cultural diversity to students intent on becoming world citizens.

Previous works have focused on music curriculum development, comparative studies of multiculturalism in the US and Australia, comparative studies of music textbooks, and the limits of the concept of multiculturalism. However, those studies encompass other types of music which exclude music based on western music idioms. Thus, this study aims to investigate the case of multiculturalism and to examine multicuturalism as it appears in music from the US. To do so, this study focuses on one of the textbooks written by Richard Crawford and Larry Hamberlin that is widely used in America. The research positions this textbook as a turning point in the changing of American music historiography and shows how the coverage of American music history has broadened from classical music to other diverse musical genres. Furthermore, this study will not only analyze the perspective of certain scholars, but will also examine the sort of musical diversity that has been accepted in American music historiography. Finally, this article will shed light on the new way to understand multiculturalism from a different angle.

1. 들어가며

심미적 즐거움은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의 효용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는 음악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서구 중심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 음악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예술 행위로서가 아니라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기능에서 연행되는가 하면, 또 어떤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의식 행위의 중요한 활동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심미적 활동 이외에 음악이 가지는 기능과 역할, 의미에 대한 이야기는 비서구 사회의 음악활동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음악을 통한 문화다원주의와 문화상대주의를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둔 음악교육의 현장에서 자주 다뤄진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는 음악은 서양음악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겼던 서구 자문화 중심주의와 함께 서양예술음악의 어법을 기준으로 다른 사회의 음악의 악기구성, 음계, 악기특징, 선율과 리듬의 특징 등을 설명해오던 기존의 방식을 비판하게 되었다.

사회마다 다른 의미와 가치체계,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을 보여주는 음악을 이해하는 일은 세계 시민 육성에 필요한 필수 요건이자 덕목인 문화 다원주의, 문화 상대주의를 함양하는 통로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다양한 음악 관련 교과목이 교양 교과목으로, 음악 대학의 선택과목으로 개설되었다. 과거에 음악 관련 교과목이 국악이라 불리는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서양 예술음악의 역사를 두 축으로 구성되었다면, 근래 들어 20세기 현대음악과 대중음악 수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케이팝의 인기와 더불어 케이팝 혹은 한국의 대중음악으로 대중음악의 범위를 세부적으로 좁혀 교과목이 개설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북미와 유럽지역의 커리큘럼 구성을 모델로 삼아 비서구의 음악문화를 배우는 세계음악 수업 또한 2010년을 전후로 많은 대학에서 개설되고 있다. 초중고의 음악교과에서만이 아니라 대학의 교양 과목으로서도 다른 사회의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이 많아진 것이다. 이렇게 개설된 교과목은 다양한 음악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 유럽, 미국 등의 지역을 발판 삼아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대중음악, 유럽의 예술음악, 미국의 대중음악 등의 수업으로 나뉘면서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음악을 포함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러한 지역과 장르 중심의 구분은 한 사회 안에서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접근으로 음악 문화의 다양성을 조망하는 것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문화의 다양성이란, 단순히 종류의 다양함을 습득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종류, 장르, 양식의 다양성 차원에서 ‘무엇’을 습득, 학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성의 이해와 포용은 오히려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와 가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화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지식차원에서 인지하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이를 실제 음악 문화의 사례에 적용해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의 수많은 미학적 기준과 가치체계의 경합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양성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따져보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포용하고 이를 음악에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음악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실제 실천의 과정이나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논문은 미국의 음악개념 확장의 추이를 살펴봄으로써 음악 교양교육에서의 문화 다양성 실천의 방법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미국을 그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민을 토대로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사회와 견주어보았을 때 미국은 20세기 초부터 다양한 배경의 관습과 가치체계를 수용하는 방법을 두고 사회적, 학문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기존의 연구들 중 상당수가 유럽과 호주도 포함하면서 미국의 다문화주의 이론과 사례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음악의 경우 다문화 음악교육과 관련해 유럽이나 호주에 비해 미국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시기적으로 1950년대부터 이후 미국의 음악교육과 음악학, 음악인류학의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미루어볼 때 미국에서의 실제 논의의 변화를 주목해보는 일은 음악개념의 범주를 두고 다양한 가치가 경합을 이뤄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음악사 개론서로 널리 사용되는 리차드 크로포드(Richard Crawford)와 래리 햄벌린(Larry Hamberlin) 공저의 “미국의 음악 개론서(An Introduction to America’s Music)”라는 저서에서 다룬 미국 음악의 범위와 내용을 분석할 것이다. 다소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음악사와 관련된 책을 택한 이유는 다음의 네 가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미국에서의 음악사 서술의 관점과 내용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음악사 서술의 관점과 내용 변화는 1950년대를 분기점으로 처음 나타나며, 이후 2000년대 들어 대 전환을 보여주었다. 1950년대는 미국 음악의 분류로 대중음악과 민속음악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한 때이다. 또한 2000년대 이후는 이에 더해 뮤지컬, 영화음악 등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된 시기이다. 이 논문에서 살펴볼 “미국의 음악 개론서”라는 책은 그 전환기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다. 둘째, 이 책은 음악사 서술에서 시대사적 구분의 기준으로 양식이 아닌 사회적 변화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사는 양식사로 언급될 때가 많다.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 등과 같은 틀에서 각 양식의 변화 추이를 보는 것이 기존 미술과 음악 역사서술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사회사적 변화를 그 틀로 보고자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음악이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셋째, 예술 음악만이 아니라 흑인의 보드빌과 민스트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재즈, 대중음악, 헐리우드 영화음악, 뮤지컬 등 미국을 대표할 장르라면 예술음악의 여부와 상관 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살펴볼 이유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개론서는 미국이라는 한 사회에서 다양한 음악문화에 공시적 통시적 관점이라는 통합적 접근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의 실천 사례를 고민해보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기존 문화 다양성의 실천을 위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다문화음악교육 관련 연구들은 비서구의 음악을 주요 내용으로 삼아 다양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계시민 교양으로서 다양한 소리에 관심을 두는 교과목을 개발하고(손민정, 2020) 대학에서의 다문화 교양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미국의 교과목 사례를 소개한다(이가원, 2015). 이와 함께 최근 3-4년 사이 등장한 연구물들은 기존 문화 다양성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고 다양성에 대한 개념 재고의 필요성을 지적한다(정진원, 정주연, 2019; 오지향, 조혜윤, 2019). 그런데 한 사회가 실제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고 이를 음악교육에 적용하는 데에 어떤 음악관과 역사관이 영향을 미쳤는지, 결과적으로 어떤 음악개념을 재구축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는 부재했다. 무엇보다도 이를 한 사회의 음악역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연구는 거의 전무했다. 이에 이 연구는 미국이라는 한 사회의 음악사 서술을 중심에 두고 음악개념의 확장을 공시적으로, 통시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의 사례를 보는 일은, 몇몇 영향력 있는 학자들이 제시한 다문화 개념을 소개하는 일에서 더 나아가 실제 음악적 다양성이 어떻게 수용되고 전개되었는지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통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음악 교양교육에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미국 음악사 서술의 변화를 개괄한다. 여기서는 미국에 음악학이 소개되고 초기 음악학의 특징이 음악사 서술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술음악을 중심으로 정립되어 있던 음악관이 1950년대부터 변화를 보이게 되며 이때부터 대중음악과 민속음악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음악범위의 확장에 음악 연구의 다양한 분야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설명한다. 본문의 다음 부분에서는 “미국의 음악 개론서”의 범위와 내용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이를 통해 음악관과 역사관의 변화가 결과적으로 문화 다양성의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을 보고자 한다. 이 개론서는 미국의 예술음악만이 아니라 보드빌, 민스트릴, 뮤지컬로 확장되며, 이에 상업적인 영화음악과 대중음악 또한 주변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사 서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고 있다는 점을 다룬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음악사관 변화가 문화 다양성의 실천 사례로서 시사하는 점을 정리하면서 한국에서의 음악 교양교육을 위한 문화 다양성 개념의 확장을 제안한다.

2. 미국 음악의 경계 변화

1885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귀도 아들러(Guido Adler)는 “음악학의 범위와 방법과 목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자신의 논문 제목에서 처음 사용한 음악학이라는 단어는 이후 근대학문으로서 음악연구의 출발이 되었다. 아들러라는 학자가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이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했다는 점은 주목해볼 부분이다. 오스트리아라는 유럽의 지역이 음악학 학문분야의 출발지가 되었다는 사실은 당대 유럽 중심의 음악관이 학문의 초기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 음악학을 소개했던 초기 음악학자들이 유럽에서 수학했던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의 음악학 성격에 영향을 주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은 실증주의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학문의 틀을 만들던 시기였는데 음악학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음악사 서술이 음악학의 초기 주요 연구내용이 되었다. 음악학에서의 실증주의 역사관은 악보로 남겨진 예술음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역사서술을 이루게 된다. 악보를 남긴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 오스트리아 지역 작곡가의 작품이 음악학 연구의 가장 큰 관심을 끌게 되었고 이러한 음악학의 성격은 미국에도 영향을 주었다.

오스카 소넥(Oscar Sonneck)은 미국 음악학 초기 역사에 이름을 남긴 학자로 독일에서 수학했다. 소넥은 지금까지도 영향력 있는 음악학의 학술지인 음악 계간지(Musical Quarterly)의 창립 멤버이자 최초 편집장을 담당했다. 소넥의 독일 수학 경험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당시 독일어권 음악학의 특성이었던 실증주의 역사관을 미국에서의 음악 역사 서술의 기초로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예술음악 중심의 실증주의적 역사서술이라는 음악학의 성격이 제도권 안에서 보다 깊고 빠르게 자리잡도록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소넥이 15년간 미 국회 도서관의 음악 분야 담당자였다는 점이나, 초기 미국 음악사의 자료를 분석하는 글을 많이 남겼다는 사실은 얼마나 그의 연구가 사료를 중요하게 여겼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현모(2017)는 크로포드의 연구를 기초로 해 미국에서의 음악사 서술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여기에 소넥의 음악사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크로포드의 주장을 따라 소넥 이전에도 미국의 음악 사료를 정리하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미국 음악사 집필은 소넥을 시작으로 본다고 지적하면서, 유럽 예술음악에 영향을 받은 미국 작곡가들의 악보와 여러 종류의 기록물 등 1차 자료가 그의 역사 서술의 근간을 형성했다고 본다(강현모, 2017: 111). 주목해볼 부분은 소넥이 자료를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료로 남겨져 있지 않은 음악은 서술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음악에서의 자료는 악보가 우선시 되는 것이었으며 악보로 남겨진 음악은 주로 예술음악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소넥의 음악사가 미국 음악사 서술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유럽 작곡가가 아닌 미국의 작곡가에 주목한 역사서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음악학자들에게 미국의 음악은 열등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악보와 사료가 중요했던 역사 서술가들에게 악보 모음집이나 작품집이 많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에서 미국 음악은 관심 밖 대상이었다. 미국 음악에 지속적인 연구 관심을 보인 윌리 히치콕(Wiley Hitchcock)은 이와 같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당시 미국음악이 유럽 예술음악과 비교했을 때 비과학적이고, 열등하며, 유럽 예술음악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당대의 사고 때문이라고 한다(Hichcock, 1968). 이와 같은 소넥의 사료 중심 음악사 서술 방법이나 히치콕의 이와 같은 지적은 유럽 예술음악 연구에서 태동한 음악학이 미국의 음악사 서술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제레미 유드킨(Jeremy Yudkin)의 연구이다. 유드킨(2008)은 1950년대 이전 대중음악, 재즈, 흑인 음악, 민스트릴 쇼, 민속음악 등을 다루는 음악사가 다양하게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유드킨이 1950년 이전에 주목한 이유는 많은 음악학자들이 미국의 음악에서 예술음악 이외의 음악을 서술의 내용에 처음 포함한 학자로 1950년대 미국의 음악사를 집필한 길버트 체이스(Gilbert Chase)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유드킨은 체이스가 집필한 음악사 이전에 다섯 개의 음악사 서술이 이미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 그는 이러한 연구들이 음악사 논의에서 자주 배제되는 이유를 추측하면서, 집필집들이 학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었고, 이 책들을 펴낸 출판사가 학계의 연구물들을 다루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제되었던 것이라고 말한다(2008: 405-406). 그의 이러한 가정은 1950년대 이전 매우 다양한 음악 장르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음악학자들에게 음악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의 예술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이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950대는 미국 음악사 서술방법과 관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시기에 이르면 비로소 다양한 음악 종류와 장르가 미국의 음악사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히치콕은 미국 사회가 다양한 것처럼 1950년대에 이르러 음악학에서도 다양성을 볼 수 있게 되고, 음악 연구 전반에서 양적 질적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찰스 시거(Charles Seeger)가 음악학자들의 연구 관심사가 유럽 순수예술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했던 것을 인용하면서 1950년대는 이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온 시기였다고 밝힌다(Hitchcock, 1975: 3). 음악의 다양성을 음악사 서술에 반영한 것은 체이스이다. 그는 음악사 서술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했던 학자다. 그는 후에 자신의 역사관 형성이 앞서 언급한 소넥, 그리고 영향력 있는 음악학자였던 시거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고 말한다(Chase, 1982: 59). 그는 “미국의 음악: 미국에 온 청교도인부터 현재까지(America’s Music: From the Pilgrims to the Present)”에서 서술의 방법과 음악의 대상을 그 이전의 음악사와 달리하고 있다. 체이스는 1955년 처음 출간된 이 책에서 음악에서의 청교도인들, 흑인의 존재, 중산층 아마추어, 미국 개척자, 에디오피아 비즈니스라고 불렸던 흑인 분장을 한 민스트릴 쇼의 백인 공연자, 미국 인디언들을 다루는가 하면, 찬송가와 영가, 민스트릴, 랙타임, 재즈를 한 챕터씩 할애해 다루고 있다.

1955년 1판에서 3부로 나누었던 구성을 1987년 3번째 개정판에서는 4부로 나누어 당시까지의 클래식 음악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재즈의 변화, 컨트리와 락, 소울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접근은 음악사 구성에서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동시에 매우 영향력 있었다. 히치콕은 체이스의 음악사를 두고 혁명에 가까운 결과물이라고 할 정도였다(Hichcock, 1968: 141). 당시 유럽음악을 기초로 한 예술음악이 가장 우선시 되어 대중음악, 민속음악, 미국 인디언의 음악이 간과되었지만, 체이스는 미국 예술음악 대표 작곡가 중 하나인 에드워드 맥도웰(Edward MacDowell) 만큼이나 스티븐 포스터(Stephen Foster)의 음악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등 예술음악과 다른 음악 사이의 차별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이스의 이런 음악사관이 가능했던 것은 체이스 개인의 역량과 관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무렵 영향력을 키워가던 음악인류학, 그리고 더 다양한 지역에서 몰려드는 이민으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가 체이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을 간과할 수 없다. 1950년대 초 공식 학회의 출범을 알린 음악인류학은 비서구의 음악을 연구하던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비서구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미국의 경우 특히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미국 내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음악인류학은 자문화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연구 이론과 방법론을 만들게 되었다. 미국의 음악인류학자들은 그 중에서도 1930년대부터 서구 예술음악 중심으로 구축된 음악 장르별 위계질서와 서열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1950년대 많은 음악학, 음악인류학, 음악교육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유럽 예술음악으로 이뤄진 음악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게 되고 이러한 비판과 성찰이 후에 미국 음악교과서에 다양한 종류와 지역의 음악을 포괄하도록 하는 명분과 근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시류가 체이스의 관점 형성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분명하다. 이는 그가 음악의 사회 문화적 토대를 보는 것이 중요하고 이 때문에 음악사 서술에서 음악학과 음악인류학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했던 것에서 드러난다(Chase, 1982: 59).

음악사 서술의 작업에서 음악인류학을 언급하던 학자가 매우 드물었던 1950년대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체이스의 연구는 다른 연구들과 눈에 띄게 구분된다. 체이스가 미국 음악역사를 집필하면서 역사가의 눈으로 선택했던 음악의 종류는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함축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그는 당대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음악들을 놓치지 않고 다루고자 했다. 그는 여러 음악을 단순히 열거하기만 하지 않았다. 유럽 예술음악 이외의 음악들이 열등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가치 폄하 되던 음악관을 수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러한 음악을 다양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하기를 시도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선택했던 음악들이 ‘미국의 음악’으로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50년대 음악학, 음악인류학, 음악교육학의 유럽의 예술음악을 중심으로 하던 사고체계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발판이 되어 체이스의 음악사는 변화를 꾀할 수 있었고, 이후 음악 연구, 음악사 서술은 그 양상이 매우 다변화 되었다. 1969년 처음 등장해서 2000년에 4판을 발간한 히치콕의 “미국에서의 음악: 역사적 개론(Music in the United States: A Historical Introduction)”도 이에 속한다. 총 4개의 부분으로 나뉜 그의 미국 음악사는 1부 식민지와 연방의 시대, 2부 낭만주의 시대, 3부 세계대전의 사이에서, 4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구분 짓고 있다. 비록 체이스의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비하면 400페이지가 좀 안 되는 분량이어서 보다 깊이 있는 서술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겠지만, 히치콕 역시 예술음악과 함께 흑인 영가, 민스트릴쇼, 랙타임, 재즈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자주 다루어지지 않던 이러한 장르 이외에도 흑인 랙타임 작곡가였던 스코트 조플린(Scott Joplin)이나 뮤지컬 음악가인 제롬 컨(Jerome Kern), 어빙 베를린(Irving Berlin),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dgers) 등을 소개한다.

히치콕이 미국의 음악을 다룬 것이라면,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는 서양의 예술음악 역사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음악사의 고전으로 여겨질 정도로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매우 폭넓게 읽힌다.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는 개정판을 거듭해가면서 구성에서 이전과 차이를 보인다. 1960년, 미국의 음악학자 도널드 그라우트(Donal Grout)가 집필한 서양음악사는 전체 742페이지 중에서 재즈를 5줄, 미국음악에 관한 서술을 2페이지 조금 넘게 다루고 있다(Yudkin, 2008: 402-403). 클라우드 팔리스카(Claude Palisca)가 먼저 개정판에 참여하고 피터 버크홀더(Peter Burkholder)가 2005년에 출간된 7번째 개정판부터 참여하면서 다루는 음악의 범위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버크홀더는 그라우트 서양음악사 책에서 미국 음악이 마지막에 단 몇 장 할애되는 정도로 그쳐졌던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미국의 음악만이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와 캐나다를 포함해서 미대륙의 음악을 서양음악사의 일부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Burkholder, 2009: 401-403). 버크홀더의 참여 이후 개정된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는 미국의 대중음악, 영화음악, 재즈 등을 모두 그 대상으로 삼는다. 1960년에서 2005년 사이 약 40여 년의 시간 동안 서양음악사가 다루는 범위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변화는 대중음악에서도 드러난다.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역사서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음악학자들도 대중음악 역사 서술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대중음악을 미국의 음악교육에 포함할 것을 처음 제기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대중음악 개론서와 학문적 논의가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라우트와 대중음악 개론서가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각각의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다음에서 살펴볼 크로포드의 미국의 음악 개론서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인다.

3. 미국 음악사의 문화 다양성

체이스를 기점으로 미국 음악사에서 민속음악, 대중음악을 포함하는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2001년에 크로포드가 “미국의 음악 개론”을 내고 2013년에 햄벌린과 함께 2판을 펴냈다. 크로포드의 미국 음악 개론서는 체이스의 접근법을 따라 예술음악, 민속음악, 대중음악, 그 어느 하나에 편중되지 않도록 고르게 다룬다.

2013년 2판의 서문은 미국이 수용한 음악적 다양성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글의 시작은 2009년 바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기념 음악회이다. 책은 이 음악회가 ‘우리는 하나’라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무대에 오른 음악은 결코 하나로 설명될 수 없었다는 점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다. 공연에는 락 스타, 소울 가수, 랩 아티스트, 재즈 피아니스트, 가스펠 합창단,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등장하고 공연에 선 음악 장르는 매우 다양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구성이 미국의 음악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의 형태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한다(Crawford & Hamberlin, 2013: 2). 복수를 인정하는 것은 권위와 우열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많은 것들 중 하나라고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리고 크로포드와 햄벌린은 예술음악, 대중음악, 민속음악 각각을 통해서 미국의 음악이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문화 다양성이 이미 그들의 음악문화에 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양식적 특징으로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사회사적으로 큰 사건을 중심으로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책은 크게 4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식민지부터 남북전쟁까지 미국의 음악, 2부는 남북전쟁부터 세계 1차 대전까지 미국의 음악, 3부는 세계 1차 대전부터 2차 대전까지 미국의 음악, 4부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 4부까지 통일성 있게 ‘미국의 음악’을 넣어 이 책이 유럽의 음악, 혹은 그 누구의 음악이 아닌 미국의 음악이라는 점을 명료하게 밝힌다. 이러한 구분은 음악양식의 변화를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해왔던 전형적인 음악사 서술과 구분이 되는 부분이다. 두 저자의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연도 대신 사회적 사건을 특징으로 잡은 것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적 현상이 음악가의 삶에, 청중에, 음악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밴드 음악의 유행을 남북전쟁 기간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조직되었던 것에서 찾는 것이나 근대학문으로서 민속학이 소개된 이후 미국 인디언 음악들이 많이 발굴 되는 환경이 갖추어지게 되었던 점 등 모든 장이 사회적 환경이 음악문화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거나 음악문화가 어떻게 당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둘째,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에 치우치지 않고 청자, 프로듀서, 저널리스트, 연주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시도한다. 기존의 서양예술음악 역사 서술이 작곡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창작의 결과물인 작품에만 초점이 모아졌던 것과 다르게 음악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고 평가받게 되는 양상 전반을 살펴보기 위한 방편으로 청중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비평가, 그리고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사람들을 두루 살핀다. 음악문화의 다양성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모든 장에서 클래식 음악, 대중음악, 민속음악의 비중을 고루 두도록 하면서 다른 어떤 저서들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도했던 재즈와 기타 대중음악의 갈래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 부분은 크로포드와 햄벌린의 시도 이전 체이스와 히치콕의 저서에서도 시도된다. 크로포드와 햄벌린의 미국의 음악 개론서는 재즈의 역사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악 설명에서 시작해 1960년대 이후 프리재즈 동향까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대중음악의 경우 1950년대 이후에 주목해 록큰롤, 포크 음악부터 시작하는 여느 개론서들과 다르게 남북 전쟁 이후의 대중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컨트리 음악의 역사와 세부 갈래, 대중음악에서의 다양한 매체 활용을 포함한다.

넷째,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음악사의 한 부분으로 중요하게 언급한다. 재즈와 대중음악이 그러했던 것처럼 뮤지컬과 영화음악도 크로포드와 햄벌린의 저서 이전에 히치콕의 미국음악사에 포함되었지만 히치콕의 저서에서는 단지 이를 포함했다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 전체 내용에서 3페이지 정도만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포드와 햄벌린은 이와 다르게 2부의 10장에서 20세기 전환기의 음악극, 3부의 15장에서 영화 음악, 2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4부 16장에서 세계대전 이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19장에서 1970년대 음악극, 20장에서 영화음악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음악의 종류이자 가장 상업적인 음악일 수 있는 장르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다섯째, 예술음악의 최근 경향과 함께 아시아계 음악인, 미국 인디언, 유럽 이민 출신, 남아메리카의 음악인들이 미국 음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매우 중요한 특이점이 된다. 미국이 이민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가라는 점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자신들의 음악사에 포함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음악인류학의 연구 분야로 남겨두고 미국의 음악사 전체에서 통합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크로포드와 햄벌린은 이를 독립된 장으로 분리해서 이야기한다. 이들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불리는 음악들이 20세기 후반 더 많은 청중들에게 흥미로운 것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고 전한다(Crawford & Hamberlin, 2013: 514). 그리고 인디언 문화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우와우, 멕시칸 출신의 텍사스 사람들의 Tex-Mex(Norteno라고도 알려짐), 케이준과 루이지에나의 프랑스어권의 흑인들이 만들어낸 지데코가 이 장에서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민 온 유태인들의 클레즈머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장은 단순히 세계 여러 문화권의 음악문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음악과 민족이 미국에서 만들어가는 음악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2장에서 21세기의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중국계 첼리스트인 요요마(Yo-Yo Ma)나 베네수엘라 출신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등장한다. 국적으로는 미국인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음악가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미국의 음악을 표현하는 음악인으로 소개하면서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이상으로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냐에 주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특징을 면밀하게 보기 위해서는 각 장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각 부분의 챕터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부는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을 먼저 소개한다. 카톨릭 음악, 칼뱅파 음악, 칼뱅 이외의 개신교 음악을 설명하고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미국 음악, 전통적 아프리카계 미국 음악 만들기, 흑인들의 워십 음악을 언급한다. 유럽에서 건너온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악보 출판 양상을 먼저 개괄하고 미국에 소개된 이탈리아 오페라가 뉴욕 등지의 미 동부에서, 프랑스 오페라가 샌프란시스코 등의 미 서부와 뉴올리언스와 같은 남동부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부분을 짚는다. 남북 전쟁 시기 밴드 음악이 유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설명하면서 1830년대까지 유럽에서 유행하던 터키 군악대의 악기들이 미국 밴드음악에서도 사용되었던 점을 밝힌다.

또한 민스트릴 쇼의 생성 배경과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민스트릴 이전에는 주로 영국에서 온 이민 출신으로 극이 형성되었는데 민스트릴은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 탄생한 장르라고 평가한다. 백인 배우가 흑인 분장을 하고 등장해 흑인의 몸짓과 억양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과 함께 유럽계 미국인들 문화의 우월함을 드러낸다는 점으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 책이 특징적인 것은 민스트릴과 포크 음악 작곡가인 포스터의 연관성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크로포드와 햄벌린은 폭넓은 레퍼토리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면서 민스트릴 쇼가 더 인기를 얻게 되었고 포스터의 곡이 여기에 함께 올려지면서 포스터의 작품들이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2부는 남북전쟁 이후 밴드 음악의 인기와 흥행에 대해 제일 먼저 서술하고 1800년대 후반 전문 오케스트라, 콘서바토리, 음악 대학의 설립을 개괄한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인디언 인구가 감소하던 때 인디언과 비인디언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민속학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음악인류학자들의 음악연구로 양적 질적 성장을 보였다는 점을 설명한다. 인디언 음악 이외에 영국 전통 발라드, 멕시코 이민자들의 스페인어 노래, 노동요, 흑인 노예들의 노래, 영가와 같은 음악들도 수집되는 것이 남북 전쟁 이후의 일인데 이와 같은 세부 장르를 이 책은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2부는 20세기에 이르러 뮤지컬을 포함한 벌레스크, 레뷰, 오페레타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극이 인기를 얻게 되고 조플린과 베를린의 음악이 흥행에 성공했던 사실을 이야기한다.

3부는 1, 2차 세계대전 시대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레코드가 시트 뮤직을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를 다룬다. 여기서는 가장 빈곤한 지역의 흑인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블루스 음악의 역사를 서술한다. 컨트리 음악, 클래식 음악에서의 울트라 모던 양식, 재즈의 탄생, 흑인 작곡가들의 클래식 작품들, 블루스, 가스펠, 컨트리, 포크 음악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주요 영화음악 작곡가과 그들의 대표작을 설명한다. 뮤지컬 작품으로 로저스와 오스카 햄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의 대표작을 이야기하면서 스윙재즈 및 빅 밴드를 언급한다. 4부는 가장 동시대에 가까운 시대를 다루는 부분으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각 음악의 양상을 먼저 개괄하면서 재즈와 영화 음악, 뮤지컬 음악을 그 어떤 음악보다 진지하게 다룬다. 또한 많은 개론서들이 간과하는 재즈의 최근 동향이나 장르 간 벽 허물기 시도들을 언급한다.

“미국 음악의 개론”은 미국 대학에서 교양과목의 교재로 단순히 미국의 음악역사를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1500년대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고 변화해가는 전개양상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와 함께 음악이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은 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을 교육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 국가 안에서 역사적 부침을 겪어가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반응들이 끊임없이 재구성되어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들의 서술은 한국에서의 교양교과목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해보게 한다. 이러한 점에 미루어 한국에서의 음악 교양교과목을 생각해본다면,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고 훈련하는 교양교육의 내용은 새로운 장르가 등장할 때 당대 사회의 반응이 늘 호의적이거나 혹은 그 반대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음악 교양교육은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이나 장르의 탄생이 당대 사회적 신념이나 미학적 가치의 협상 과정을 통해 수용된다는 것을 훈련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종류의 열거로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쟁점들이 어떻게 조정되어 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한국 사회 안에서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활동이 된다.

4. 나가며: 방향성 재설정을 위한 과제

이 연구는 미국의 음악사 서술의 추이 변화를 통해 문화 다양성이 어떻게 음악사에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미국의 음악사 서술은 특정 종류의 음악을 연대기적 서술로 다루지 않고 미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던 역사적 상황에 주목해 그 시대에 어떤 음악들이 ‘공존’하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이와 같은 관심은 미국의 음악에 대한 공시적 통시적 이해를 위한 훈련 이외에도 미국 사회에서 다양성의 범위가 계속해서 확장되어 왔던 것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미국 사회에 수용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음악에 주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존재함으로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의미 있는 음악으로 깊이 있게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음악사가 클래식 음악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문화 다양성에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초기 음악학의 성격에 영향 받아 유럽 클래식 음악이나 이에 음악적 토대를 둔 미국의 클래식 음악이 가장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즈, 대중음악, 미국의 인디언 음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음악사로 이를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이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음악 장르들이 소수의 음악, 주변부의 음악으로만 머물지 않고 매우 깊이 있게 다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이민을 바탕으로 형성된 미국이 음악사를 서양음악의 역사로 한계 짓지 않고 미국에서의 음악사, 즉 자문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던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자문화에 관심을 둔 연구는 클래식 음악만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음악 장르와 종류, 양식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리고 이는 곧 특정 음악을 보편적인 음악으로 위치지어 이를 가치의 잣대, 기준으로 삼지 않고 각각의 음악이 가지는 특수성과 개별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하는 바탕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 서양예술음악 역사의 서술방식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던 장르와 스타일이 중심이 되지 않고 어떤 사건이 미국사와 세계사에서 중요했는지, 개인의 삶에, 음악가의 활동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서술의 우선순위에 두었다.

미국의 음악사 서술은 문화 다양성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동시에 문화 다양성을 미국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음악현상에 적용해왔다. 세계음악, 대중음악, 예술음악 등의 기존 교과목들도 수정을 거듭하며 계속 개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와 함께 미국의 음악이 또 다른 중요한 음악 교양교과목을 이루고 있다. 기존의 교과목과 함께 미국의 음악 교과목은 문화 다양성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적용해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음악은 그 무엇보다도 문화 다양성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음악문화를 바탕 삼아 이해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문화 다양성은 타 사회의 음악문화를 위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음악사가 수용한 문화 다양성을 토대로 생각해보는 한국에서의 음악 교양교육은 문화다양성의 개념을 확장해보는 것에서 시작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가 이미 ‘수용한’ 음악적 다양함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음악사는 꾸준히 그 관심을 내부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문화 현상의 한 갈래로 접근한다. 한국에서의 문화 다양성은 타 사회의 음악문화를 지식 확장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낯설고 새로운 소리 현상과 악기의 특징, 악보의 유무, 합주 편성의 특징 등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물화된 소리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문화 다양성이 추구하는 재료로서의 다양성의 확보만 가져올 뿐, 각 문화가 가지는 고유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관심을 한국 사회 내부의 음악문화로 관심을 돌리게 되면, 한계를 보완하는 바탕을 마련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한국에 소개된 타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학생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이야기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음악사가 통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처럼, 각 음악 장르를 개별 독립적인 수업으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 하나의 교과목 안에서 포괄하는 방법이다. 대학에 개설된 현행 음악 교과목은 서양 클래식 음악, 한국 전통음악, 세계의 음악, 대중음악 등으로 개별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나의 음악 장르와 양식으로 구성된 교과목은 심화 내용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제에 집중된 심화 교과목은 다른 종류의 음악과 견주어 보는 통찰력을 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르와 양식과 같은 소분류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음악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클래식, 민속, 대중음악, 영화 음악 등과 같은 대분류를 제시하는 것은 이러한 음악이 동시대에 공존하면서 어떤 시대에 어떤 종류의 음악이 보다 더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시대에 따라 특정 음악을 두고 구축되는 힘의 관계를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학적 판단과 가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훈련하는 통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음악 장르와 양식이 한 시대에 다양하게 존재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 다른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했던 사건을 기준으로 한국 사회 내의 음악적 다양성을 구성해보는 것이다. 클리포드와 햄벌린, 그리고 그 이전 체이스와 히치콕 등 많은 학자들이 양식이 아닌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음악사를 구성했다. 양식사는 앞서 지적했던 부분과 같이 물화된 소리, 작품으로서의 음악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이는 서구 중심적인 예술관과 미학관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음악사가 보여준 것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했던 사건이 음악사 서술의 시대 구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음악이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내용 구성을 위해서는 교과목 개설이라는 단편적인 목적에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대학의 음악 수업을 위해 더 다양한 연구 관심사의 확장과 함께 이를 교양교과목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음악문화 분석과 해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학의 변화된 연구 경향과 연구 방법을 실제 교과목의 방향과 내용에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음악사는 말 그대로 한 사회의 음악의 역사이다. 어떤 종류의 음악을 선택하고 이를 역사로 남기는지에 따라 한 사회가 받아들인 음악의 개념과 범위가 드러나게 된다. 다문화주의를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다문화주의의 적용 사례를 쫓는 일도 필요하지만, 실제 다문화주의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역사적으로 접근해 보는 일은 보다 구체적으로 다양성의 실천을 위한 실례를 살펴보는 또 다른 매개가 된다.

미국 사회 내 이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학문의 변화를 이끌었고 음악사의 서술 범위와 방향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문화 다양성은 바깥 세상의 남을 보기 위한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의 음악’이 된 다양한 음악현상을 이해하는 것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대학의 음악교양교육에서 개별 장르에 대한 주목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삶에서 음악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 등에 주목할 수 있는 교육으로서 다양한 음악을 이해하는 태도의 훈련은 그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진다. 특히 그것이 학생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음악들을 포괄할 수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의 다양한 음악문화의 공존을 사회적 맥락에서 배울 수 있는 음악 교양교육은 매우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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