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교육에서 자비명상의 교육적 의미와 적용

Educational Implications and Application of Compassion Meditation as Liberal Arts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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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2023;17(6):439-452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3.17.6.439
정재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 mahapanya@khu.ac.kr
Associate Professor, Kyunghee University
Received 2023 November 20; Revised 2023 December 12; Accepted 2023 December 18.

Abstract

본 연구는 자비명상이 교양교육으로서 갖는 교육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규 교과목으로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최근 자비명상을 통해 긍정적 정서 및 친사회적 행동이 증진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자비명상은 심리치료 영역을 넘어서 교육영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고등교육 기관에서 자비명상이 갖는 교육적 의미는 세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자비명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실존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내적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자비명상은 메타인지 강화 훈련으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셋째, 자비명상은 공감과 연민능력을 향상하여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하는 접근이다. 이와 함께 대학의 교양교육으로서 자비명상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교육적 방법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청년들의 심리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함양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증진하는 자비명상의 교육적 의미를 분석하고, 교양교육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educational implications of compassion meditation as a liberal arts education course and to see how it can be designed as within the regular curriculum. Recent studies have shown that compassion meditation promotes positive emotions and pro-social behavior. Furthermore, it has been actively used in education beyond the field of psychotherapy. The educational implications of compassion meditation in higher education are threefold. First, compassion meditation can create an inner shift that allows for existential reflection on the self. Second, compassion meditation is a metacognitive training exercise that enhances the ability for one to see the big picture. Third, compassion meditation is an approach that enhances pro-social behavior by improving empathy and compassion. In addition, I presented pedagogical suggestions on how compassion meditation can be designed as a liberal arts education course in universitie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is that it analyzed the educational implications of compassion meditation, which fosters positive emotions toward oneself and enhances empathy toward others. The study also explored how compassion meditation can be designed as a liberal arts education course in the context of a serious psychological crisis among young adults.

1. 서론

대학교육은 대학생들의 심리적 위기를 예방하고 교양교육의 목적 중 하나인 ‘좋은삶’을 살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교양(Bildung)이란 모든 인간 능력의 조화로운 발달을 지향하며 인간다운 인간으로 전인적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손동현, 2009, p. 5). 손승남은 “인간 형성이 주체인 ‘나(Ich)’와 ‘세계(Welt)’의 적극적 상호작용 속에서 실현”되며, ‘나’라는 주체의 형성은 “세계 변화의 수용과 함께 주체 내부에서도 부단한 자기 형성과 자기 교육이 수반될 때 보다 나은 주체”(손승남, 2020, p. 12)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형성 과정인 자기도야는 타인이나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능력으로 공감능력과 협업 능력을 포괄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공감능력과 협업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고유의 잠재가능성과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최근 명상은 스트레스 및 불안감 감소를 통한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과 긍정 정서를 개발하는 주요한 심리적 변인이라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심리치료 영역을 넘어서 학교교육에서 명상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성교육의 하나로 명상교육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보급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바로 사회적 감정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이하 SEL)으로서 유치원생 및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마음챙김 훈련 프로그램이다. SEL은 학업과 인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형일, 2015).

고등교육에서도 이러한 명상을 교과과정의 하나로 설계하려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마음챙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확대되면서 교육과 학습 그리고 앎에 대한 관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Bush는 고등교육과정에 명상을 도입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내심을 갖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이 주의력, 장기기억과 같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지혜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 것이다. 고등교육 과정에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명상 실습 펠로우십(Contemplative Practice Fellows)’이다. 명상을 교과과정으로 설계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교수자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수료한 교육자들이 다양한 대학에서 어떻게 명상 강좌를 운영하는지 소개하고 있다(Bush, 2011).

국내에서도 마음챙김 교양강좌가 대학생의 인성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김정모, 전미애, 2014), 몸마음챙김 명상 수업을 통해 전문대학생들의 마음챙김, 신체자각, 자아탄력성 수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강화, 김안나, 2021), 정규 교과목은 아니지만 수업 전 5분 마음챙김 훈련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정광주, 2022), 마음챙김 교양수업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경험을 분석한 연구(정재원, 2022) 등을 통해서 명상이 교양교육의 새로운 교과목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명상의 한 방법인 자비명상에 주목하여 교양교육으로서 갖는 교육적 의미는 무엇이며, 교양교육의 정규 교과목으로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수업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자비명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효과가 긍정적 정서 및 사회적 유대감, 친사회적 행동이 증진되면서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어려움에는 경쟁사회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의 습관과 관련되어 있다. 서구의 심리학자 Neff가 제안한 자기자비(Self-Compassion) 개념은 고통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을 돌보는 온화한 태도를 의미한다(Neff, 2003a). 자기자비와 같은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성찰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의미에서 출발하여 자비명상이 교양교육으로서 갖는 교육적 의미가 무엇이며 고등교육의 교과로서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자비명상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살펴보고, 자비명상의 효과 및 적용 연구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어서 교양교육으로서 자비명상의 교육적 의미를 논의하고, 자비명상 교양수업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논의

2.1. 자비명상에 대한 개념적 정의

자비(慈悲)명상은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 중 하나로서, 자비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계발하기 위해 수행하는 명상법이다. 자비(慈悲)라는 단어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안하며, 유익하고 안락해지기를 희망하는 자(慈 metta)와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하는 비(悲 karuna)가 결합된 말이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에는 모든 존재들이 상호연결 되어 있다는 불교의 기본적인 철학이 그 바탕을 이룬다.

이러한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인 자비명상에 대해 서구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바로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등장이다(박성현 외, 2016). 긍정 심리학은 그동안 부정적이고 병적인 정신상태에만 집중해왔던 기존 심리학에 대해 비판하면서 인간의 긍정적 정서 계발에 초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긍정성을 강화하는 심리치료 과정을 통해서 친사회적 행동으로 나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자비심을 함양하는 자비명상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인 자비명상이 본격적으로 심리학계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으로 계발되는 계기는 바로 서구 심리학자 Neff가 제안한 자기자비(Self-compassion) 개념과 자기자비 척도를 통해서였다. Neff(2003a)가 제안하고 있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 개념을 살펴보면, ‘고통이나 실패의 상황에서 자신의 고통에 마음이 접촉하고 열려 있는 것으로 고통을 피하거나 단절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경험하고, 친절함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자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우선적 대상은 자기자신이라고 하며 자기친절(Self- kindness),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 마음챙김(Mindfulness)을 주요 구성요인으로 자기자비를 개념화하고 있다(Neff, 2003, pp. 86-92). 이 세가지 핵심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기친절(Self-kindness)은 자기비난(self-criticism)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기친절이란 힘든 일을 겪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신에게 친절한 태도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친절할 때 건강한 행동변화와 연결될 수 있다. 자기친절은 다른 사람을 대하듯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은 고립(isolation)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보편적 인간성이란 타인들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해를 의미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어려움이 자신만이 경험하는 고립된 경험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라는 이해로 접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과잉동일시(over-identification)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마음챙김은 자신이 경험하는 정서에 대해서 비판단적으로 균형감 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잉동일시는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와 거리두기 하기 어려운 심리적 동일시 상태를 의미한다. 고통스러운 정서를 경험하게 될 때 비판단적인 태도로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알아차림 할수 있는 힘이 바로 마음챙김이라 할 수 있다.

정리를 해보자면 Neff(2003a)가 정의한 자기자비 개념은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친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비의 개념을 타인을 향한 태도로 이해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살핀다는 접근은 매우 새로운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될 때 자신을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관련된 타인에게서 고통의 원인을 찾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기자비는 고통스러운 순간 자신에게 친절하자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이 겪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 인간 보편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고통은 매우 보편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자각하자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이 겪는 고통이 인간이 경험하는 보편적 경험이라는 인식이다. 자신의 고통이 자신만 겪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심리 상태라는 시각은 깊은 위로가 될 수 있으며, 그 고통을 관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자비 개념 안에는 힘든 생각과 감정들에 압도되어 과잉동일시 하기보다는 마음챙김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과 거리두기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자비는 자신의 경험에 몰입되어 무조건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힘을 기반으로 그 경험의 보편성을 인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의 경험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프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비를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하였다(Neff, 2003b). 자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 개발 이후 심리학계에서는 자비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기 시작하였으며 관련 연구가 촉진되고 있다.

2.2. 자비명상의 효과 및 적용 연구

자비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등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심리학은 부정적인 정서에 집중하여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최근 기존 심리학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인간의 부정적인 정서가 아닌 긍정적 정서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 자질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Fredrickson, 2001). 긍정적 정서는 심리적 안녕감(well-being)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 희망, 친절한 태도 등의 주제와 연결된다.

자비명상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와 친사회적 행동이 증진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자비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자비명상의 효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타인에 대한 긍정 정서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정서는 낮아지고 긍정적인 정서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연결감을 증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Johnson & Fredrickson, 2005; Fredrickson et al., 2008).

국내 연구도 이와 유사한 자비명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비명상 훈련을 통해서 부정 정서 및 지각된 스트레스가 감소하였으며 자기자비가 증진되는 효과가 있으며(왕인순, 조옥경, 2011), 화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화병 증상이 감소하고 긍정 정서가 증가하였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었고 자존감이 증가하며 타인에게 너그러워지는 연결성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조현주 외, 2013). 이러한 자비연구의 결과들을 보면 자비명상 훈련을 통해 우울이나 불안 등 부정적 요인이 낮아지고 심리적 안녕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생명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와 고통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배양하는 훈련을 통해서 긍정 정서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비명상 효과 연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선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Neff et al. (2005)에 의하면 자비명상을 훈련한 학생은 중간고사 성적이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낮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재해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보다 낮은 성적은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자비명상 훈련을 통해서 그 결과를 수용하고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정서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utcherson et al.(2008)는 93명의 대학생을 두그룹으로 무작위로 분류하여 한 그룹은 자비명상을 훈련하는 집단으로 다른 그룹은 심상화 훈련을 하는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연구결과 자비명상 집단이 심상화 집단에 비해 사회 연결성이 높고 타인에게 더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비명상은 부정적 정서를 낮추고 긍정 정서를 증진하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타인들과의 공감능력 역시 향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adita와 Widyasari(2020)은 인도네시아 1학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자비와 자기 효능감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총 213명의 참가자중 157명은 여학생, 56명은 남학생이었으며 연구 결과 대학생들의 자기자비와 자기효능감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관찰되어 신입 대학생의 높은 자기자비는 대학생활을 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자기 효능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han et al.(2022)는 홍콩 대학생 536명을 대상으로 대학생의 심리적 고통과 삶의 의미, 자비의 연관성을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타인에 대한 자비는 자기자비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회복탄력성을 높여서 결과적으로 심리적 고통의 수준을 낮추게 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타인과 자신에 대한 자비는 대학생의 행복과 삶의 의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서 타인의 사랑과 친절에 대해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자비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현주, 현명호(2011)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기자비는 자기비판과 우울관계에서 조절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비판적인 사람이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비명상을 훈련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상현, 성승연(2011)은 2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분노사고와 분노표현에 있어서 자기자비의 완충효과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분노조절에 있어서 자기자비가 자아존중감보다 조절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자기자비는 자아존중감보다 심리적 웰빙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더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자비명상 훈련의 중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조현주(2012)는 우울경향이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애명상 기반 수용전념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 프로그램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지 여부를 연구하였다. 프로그램 참가 전 우울자극을 제시하고 부정정서의 활성화를 뇌전도(EEG)로 측정하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울 학생들은 우울 자극에 부정정서가 덜 활성화 되어 우울증의 재발을 막는데 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우울 학생들은 우울 정서가 더 많이 활성화되어 추후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갖는 함의는 자기자비를 증진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나 사회적 지지 못지 않게 스트레스 관련 증상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노상선, 조용래(2013)는 경계성 성격장애 성향이 높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6주간 자기자비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자기자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통제집단에 비해 자기자비, 심리적 안녕감, 정서조절곤란, 불안, 우울, 경계선 성격장애 성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기자비 증진이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자비명상의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연구결과는 자비명상을 통해서 불안, 우울, 분노, 스트레스 조절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며 질병에 대해서도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비명상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일상의 삶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기비판을 멈추고 이타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실천과정을 통해서 긍정적인 정서가 함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3. 자비명상의 교육적 의미

OECD는 2015년 ‘교육2030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의 목표를 ‘좋은삶’(well-being)에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백승수에 의하면 ‘좋은삶’은 ‘좋다, 바람직하다, 가치있다’ 등의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 더 바람직한 삶’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감(becoming)’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교양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백승수, 2022, p. 55). ‘좋은삶’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좋은삶’을 위해서는 성숙한 인격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정서 및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와 태도는 ‘좋은삶’을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자비명상은 서양의 심리치료방법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마음챙김 명상과 함께 인성교육의 하나로 교육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비명상을 통해서 우울이나 불안 등이 감소 되었으며 긍정정서와 친사회적 행동이 강화되었다는 과학적 연구물이 축적되면서 심리치료를 넘어서 학교교육에서 자비명상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Germer와 Neff는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자비 훈련 프로그램인 마음챙김 자기자비(Mindful Self-Compassion: 이하 MSC)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Germer & Neff, 2023), Karen은 이 훈련을 청소년들에게 적합하게 각색하여 ‘나 자신과 친구되기’(Making Friends with Yourself: MFY)라는 8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Karen, 2021).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롱 그래머 학교(Geelong Grammar School)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자비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향해 온정적이고 배려하는 자세를 발달시키기 위해 자기자비를 교육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는 것 그리고 실수를 하는 것을 삶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 긍정적⋅부정적 정서 둘 모두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을 갖도록 지도한다(Norrish, 2015, pp. 121-122; 추병완, 2018, pp. 2-3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자비명상이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갖는 교육적 의미는 무엇일까? Ergas & Hadar(2021)은 <마음챙김과 교육>이라는 과목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수강한 학생들의 경험을 분석하여 명상이 고등교육에 필요한 이유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고등교육에 명상이 도입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는데 대부분 스트레스 해소 등과 같은 치료적, 도구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경험을 분석해 본 결과 명상교육은 치료적⋅도구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이었다라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었다. 명상훈련을 통해서 학생들은 성찰적, 정서적, 윤리적 능력을 개발하였으며 타인과의 연결성 증진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훈련이었다고 보고하였다.

교양교육으로서 자비명상이 갖는 교육적 의미를 살펴보면 크게 세가지 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비명상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실존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내적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펙쌓기에 열중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점점 ‘앎’과 ‘삶’은 괴리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치열한 경쟁으로 자기 존중감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으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다. 자기계발 열풍은 아마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서 높은 자존감은 병리적 자기애나 자기중심성과 관련이 있으며, 타인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되어 대인관계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위협으로 지각함으로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성승연 외, 2016, pp. 169-170). 이러한 자존감의 역기능 쟁점이 부각되면서 자기자비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통에 직면하게 될 때 자신을 비판하기보다는 친절하게 돌보는 태도를 훈련하는 자비명상은 자신의 실존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내적 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즉, 타인과의 끊임없는 경쟁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상생하는 존재,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에게 따뜻한 태도로 위로하는 접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는 다른 것이다. 자비명상을 통해서 더 나은 삶을 향한 내적 전환이 필요함을 자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둘째는 자비명상은 메타인지를 강화하는 훈련이며 이를 통한 전환적 관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화경(2014)은 교양교육에서 인간적 삶에 대한 성찰은 인지적 이해에서 탈피하여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도덕적 책임감의 함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을 넘어서 삶에 대한 태도의 전환이 요청된다. 개인의 고통에 매몰되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과잉동일시에서 벗어나 관조하는 의식으로의 전환은 매우 중요한다. 자비명상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관조하는 훈련이다. 각 개인이 경험하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감정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돌보는 훈련을 통해서 전체를 관망하는 자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자비명상은 자신으로 출발하여 모든 생명체로 자비의 마음을 확대하는 훈련이다. 이를 통해서 공감과 연민능력을 향상하며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손승남(2020)은 AI 시대 교양교육은 첨단 과학 기술의 성과에 적극 개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동물, 식물, 생태계와 같은 인간 외적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가치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비명상은 이러한 공존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마음,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생명들의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 교양교육은 단순히 정보의 습득을 넘어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 그리고 자신의 삶과의 융합을 지향하는 전인 교육이다. 전인 교육은 지식의 습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며 마음의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자비명상 교육은 바로 이러한 마음 훈련 방법이라는 점에서 교양교육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3. 자비명상 교양수업 사례

이 장에서는 교양수업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던 자비명상 수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비명상 수업의 설계는 Germer와 Neff(Germer & Neff, 2023)가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마음챙김 자기자비(Mindful Self-Compassion: 이하 MSC) 프로그램을 기초로 하였다. 그러나 MSC의 경우 자비명상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8회기로 진행되는 반면 교양교육 수업으로서의 자비명상은 16주차로 진행되며 강의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명상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청년들이 주로 경험하고 있는 불안과 우울의 문제에 좀 더 집중하여 힘겨운 감정을 다루어내고 자신의 원하는 삶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설계되었다.

K대학에서 교양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자비명상>은 20명으로 정원을 제한하는 소규모 강의로 진행되었다. 성적 평가는 P/F로 설계되어 성적에 대한 긴장감 없이 소규모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다만 1학점 주 1시간이라는 짧은 교육시간으로 운영되어 밀도 있게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수업은 간단하게 호흡명상으로 시작하여 워크시트 작성, 내용 공유, 자비명상 실습과 성찰노트 작성 순서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매주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성찰노트를 작성하였다1),. 구체적인 주차별 수업 내용은 <표 1>과 같다.

<자비명상> 수업의 주차별 강의 주제 및 과제

이 수업은 자비명상의 주요 개념과 핵심 요소들을 배우고 자비명상을 직접 체험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자비명상 훈련을 통해서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길러서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 자비심이 왜 중요한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비명상 방법을 직접 경험하며, 긍정성을 함양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을 중심으로 수업이 설계되었다.

<자비명상> 수업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첫째는 자비명상 실습을 통해서 수업시간에 명상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론적인 접근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매시간 명상을 진행하였다. 명상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을 위해서 호흡명상부터 시작하여 단계별로 몸과 마음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하도록 진행되었다. 학기초반에는 짧은 시간의 명상을 반복하였고 점차 익숙해지면서 명상시간을 늘려나갔다.

둘째는 자비명상을 각자의 삶속에서 체화하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매일 10분 명상하고 명상일지를 작성하는 자비명상백일챌린지 과제를 내주었다. 매일 명상을 하고 기록하는 과제를 통해서 명상을 일상의 삶속에서 체화하도록 유도하였다.

셋째는 자비심의 기본이 되는 자기 긍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워크시트를 활용한 심리교육을 진행하였다. 자비명상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에서 점검하고 다루어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워크시트를 만들어 활용하였다. 수업 도입부에 각자 작성하고 소그룹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매주차 진행할 강의내용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표 2>와 같다.

<자비명상> 수업의 3가지 영역

3.1. 자비명상 실습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경험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 보다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이에 반해 자비명상은 특정 문구와 심상화를 활용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를 강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하는 훈련이다. 김완석 외(2014)에 따르면, 자비명상은 정서 중심의 수행법으로서 친사회적인 태도를 개발하는 사회적 명상(social meditation)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자비로운 마음을 훈련하는 방법에는 불교의 전통적인 자비명상과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개발된 다양한 자비명상 방법이 있다. 교양수업으로서 <자비명상>에서 진행한 방법은 전통적인 자비명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학생들이 명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호흡명상과 소리명상을 추가하여 진행하였다. 명상의 가장 기본이자 출발인 호흡명상 훈련으로 시작하여 명상도구인 띵샤와 싱잉볼을 활용하여 소리에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 자기긍정 강화 훈련의 내용과 연결하여 심상화 명상, 자비명상 문구에 집중하는 훈련 등으로 진행되었다.

한학기 수업에서 전반부는 명상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수월하게 명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5분~10분정도의 짧은 명상을 반복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고,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30분동안 명상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자비명상은 특정 문구 혹은 이미지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호흡과 소리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서 집중하는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소리와 파동에 집중할 때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였다.

자비명상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타인에게는 친절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하고 비난하는 것에 익숙한 편이라 자신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갖는다는 접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나를 위한 자비 명상은 내 안의 수많은 자아에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는 의미라는 것. 자아를 혐오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민하는 것. 2가지를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가장 먼저 자아를 탐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4학년 남학생)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서 그 느낌에 머물러 보고,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느낌을 찾아보고, 어렵고 힘든 경험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 ‘괜찮다’라고 위로해 주며,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내가 모든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자비명상을 진행하였다.

자기자비 명상이 익숙해지면 자비의 원을 확장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고마운 사람을 먼저 떠올려 보고 그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비 문구를 반복한다. 그 다음 중립적인 사람, 즉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예를 들면, 학교에 오면서 만났던 버스운전기사, 청소노동자, 카페 알바생 등)에게 자비의 마음을 담아 그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켜본다. 그런 다음에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로 확장하여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자비명상을 한다.

명상의 대상이 나 자신에서 주위로 세상으로 점점 더 넓게 확장될 때 이상하지만 자신이 가진 고민이 점점 가벼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2학년 여학생)

3.2. 자비명상백일챌린지

수업을 통해 자비명상의 핵심 이론을 학습하고 자비명상을 직접 체험하며, 과제를 통해서 수업시간에 배운 명상을 일주일동안 매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일지를 과제로 제출하도록 설계되었다. 과제는 일주일 단위로 체험일지를 제출하는 자비명상백일챌린지로 한학기에 총 14번을 제출하도록 설계되었다. 자비명상백일챌린지 양식은 <표 4>와 같이 자신을 향한 자비명상 그리고 고마운 분을 향한 자비명상, 감사한 일 1가지를 상세히 기록하도록 하였다. 매일 10분 명상을 통해서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그리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고, 고마운 분 한명을 떠올려서 자신과 같이 그 사람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어본다. 이와 함께 매일 감사한 일 1가지를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함양하도록 하였다. 이 훈련을 통해서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자비명상을 실천하고 긍정적인 정서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효과를 얻고자 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표 3>과 같다.

자비명상백일챌린지 양식

자비명상 실습 내용

3.3. 자기긍정 강화 훈련

자비명상은 자기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는 명상이다.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고 주관적인 안녕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명상과 함께 워크시트를 활용한 심리교육이 자비명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매주 자비명상의 진도에 맞추어서 활동주제를 정하고 워크시트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간단하게 워크시트 작업을 하고 소그룹으로 공유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목록 작성하기, 자신의 강점과 욕구 발견하기 등 워크시트에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비가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각과 감정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스스로 다루어내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루었던 내용은 자비명상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심상화하거나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느낌에 머물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표 5>과 같다.

자기긍정 강화 훈련

내가 성공했던 상황을 복기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느끼는 게 좋았습니다. 특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니까 그 순간들이 생생하게 다가왔고 앞으로 나쁜 경험에 집중하기보다 좋았던 경험에 집중하는 시간을 종종 가져서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가 알아봐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3학년 여학생)

유일하게 힐링이 되는 수업이었다. 명상을 통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점이 좋았다. 또한 워크시트 작성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수업에서 워크시트 작성과 명상을 하는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좋았다.(4학년 남학생)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세심한 분석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며 명상을 해 본 결과 예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까지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 하나하나가 내면에 축적되면서 한층 성장하고 성숙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작정 눈을 감고 심호흡 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무언가를 떠올리며 내면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확실한 포인트에서 생각을 넓게 펼치니 선을 이어나가기도 편했고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2학년 여학생)

4. 결론

최근 청년들의 심리적 위기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자살사망자 수 통계’에서 2020년 대비 2021년의 자살률이 10대층(10.1%P)에 이어 20대층에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8.5%P)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20대 자살사망자의 자살 동기 가운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51.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이 자살을 촉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2),.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학생 2,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중 74.5%가 불안증상, 43.2%가 우울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오혜영, 2018).

오늘날 우리의 대학교육이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직업훈련기관으로 축소되고, 인격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전인교육으로서 교양교육의 역할과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승자독식의 경쟁논리를 정당화하는 시장주의 교육의 확산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수돌(2013)은 ‘팔꿈치 사회(Ellenbogengesellschaft)’라는 용어를 통해서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경쟁을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압박하여 비극적인 모습이 되는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한병철(2012)은 ‘성과주체’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더 큰 성과를 올려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개개인의 욕망을 부추기는 ‘성과사회’라는 것이다.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성과주체가 되기 때문에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위기는 경쟁 중심의 사회 속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게 되고 오로지 타인을 경쟁의 대상으로 인지하게 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학벌중심 사회에서 강요되는 자기계발 담론은 청년들에게 서열화된 인간관을 내재화 하게 되고 스스로 ‘잉여’로 느끼게 만든다. 사회적 경쟁과 갈등이 더욱 커지면서 청년들은 불안과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긍정성보다는 자기비난 등의 부정적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자아성장과 타인과의 상호협력의 가치를 지향하는 교양교육의 맥락에서 자비명상 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교과목으로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지 주목하였다. 자비의 마음을 증진시키는 자비명상 훈련은 우울, 불안, 자기비난 등의 부정적 정서 반응이 효과적으로 감소되며, 사회적 유대감과 친사회적 행동이 증진된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적 효과뿐만 아니라 자비명상은 개인의 실존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내전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으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메타인지 강화 그리고 공감과 연민능력을 향상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보았다. 또한 자비명상이 교양교육의 정규교과목으로 개설될 때 학생들이 학점 이수를 포함하여 한학기동안 안정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피상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자기존중감 및 공감을 촉진하는 명상 체험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성장과 긍정심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자비명상 실습과 함께 자기긍정을 강화하는 심리교육을 활용하여 자비명상을 진행할 수 있으며 챌린지 활동을 통해서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자비명상을 교양교육 수업에 적용하여 그 의미를 탐색하고 교과목으로 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려 하였다는 점에 있다. 대학생의 자아성장 및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교양교육을 탐구하는데 그 기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비명상을 교양교육의 교과목으로 편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게 설계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교육 내용과 함께 시수, 수강 규모 및 강의실 등 교육환경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명상을 지도할 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논문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향후 고등교육에서 자비명상이 갖는 의미와 교과목 설계, 인력 수급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분석될 것을 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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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3장에서 인용된 대학생들의 수업 피드백 내용은 성찰노트 작성 내용에서 인용되었음을 밝힌다.

2)

매거진 한경, “‘그들은 왜...’ 1020대 자살률, 생각보다 심각하다” 2022.11.18.일자 기사 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211188420d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표 1>

<자비명상> 수업의 주차별 강의 주제 및 과제

강의 주제 및 내용 주차별 과제
1주 오리엔테이션 : 왜 자비심이 중요한가?

2주 자기에게 친절하기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차

3주 몸에 귀 기울이기 자비명상백일챌린지 2차

4주 힘겨운 감정 다루기(1) 자비명상백일챌린지 3차

5주 힘겨운 감정 다루기(2) 자비명상백일챌린지 4차

6주 자기연민에 이루는 길 자비명상백일챌린지 5차

7주 자비명상 훈련 자비명상백일챌린지 6차

8주 중간고사 기간 자비명상백일챌린지 7차

9주 의도를 동기로 전환하기 자비명상백일챌린지 8차

10주 자비심을 기르는 방법: 집중과 자각 자비명상백일챌린지 9차

11주 자비명상으로 마음열기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0차

12주 자기자비 : ‘내가 행복하기를’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1차

13주 자비의 원 확장하기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2차

14주 적극적인 자비명상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3차

15주 자비심을 삶의 기본 원리로 자비명상백일챌린지 14차

16주 더 자비로운 세상을 향하여

<표 2>

<자비명상> 수업의 3가지 영역

영역 핵심내용 수업진행
1. 자비명상 실습 • 호흡명상
• 소리명상
• 자기 자비 명상
• 자비의 원 확장 명상
- 교수자의 안내로 진행
- 띵샤와 싱잉볼을 사용하여 명상
- 중간고사 전까지는 5분, 10분 단위로 짧게 명상을 진행
- 중간고사 이후에는 30분 명상 진행

2. 자비명상백일챌린지 • 자신을 향한 자비명상
• 타인을 향한 자비명상
• 감사한 일
- 매일 10분 자비명상 후 기록하기
- 일주일 단위로 제출하기
- 일지 내용을 확인하고 피드백

3. 자기긍정 강화 훈련 • 자신의 강점과 욕구 찾기
• 감정적 트리거 다루기
• 괜찮아라고 말하기
• 나쁜 습관과 이별하기 등
-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워크시트를 사용하여 심리교육 진행
- 작성된 내용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공유

<표 3>

자비명상 실습 내용

자비명상 진행 방법
1 • 호흡명상 - 개강 초반에는 호흡명상에 집중
- 숫자를 세는 수식관 명상
-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호흡명상
- 자비명상 시작 전에 호흡명상으로 시작

2 • 소리명상 - 띵샤와 싱잉볼을 사용하여 명상
- 소리 및 파동의 끝을 찾아보기
- 소리의 울림에 집중하는 명상
- 소리에 집중할 때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기

3 • 자기자비 명상 -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그 느낌에 머물러보기
-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느낌에 주의를 집중하기
- 자기 자신을 향해서 ‘괜찮다’라고 말하고 머물러보기
- 자기 자신을 향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내가 모든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문구를 마음속으로 반복하기

4 • 자비의 원 확장 명상 - 자비명상 대상을 자기 자신에서 고마운 사람, 중립적인 사람, 모든 생명 있는 존재로 확장하기

<표 4>

자비명상백일챌린지 양식

날짜 영역 내용
0월 0일 자신을 향한 자비명상

고마운 분을 향한 자비명상

감사한 일

0월 0일 자신을 향한 자비명상

고마운 분을 향한 자비명상

감사한 일

<표 5>

자기긍정 강화 훈련

주제 활동주제 활동내용
1 • 자기에게 친절하기 - 감사하는 마음 갖기 - 감사목록 작성하기

- 자신에게 관심 갖기 - 자신의 장점과 단점

- 나의 강점과 욕구 발견하기 - 자신의 성공경험 찾기

2 • 힘겨운 감정 다루기 - 감정적 트리거 다루기 - 힘들었던 상황 구체화

- “괜찮아!”라고 말하기 - 자신을 토닥이는 방법

- 나쁜 습관과 이별하기 - 나쁜 습관 찾아보기

3 • 삶의 기본원리 세우기 -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 가치목록을 보며 찾기

- 갈등 저울 만들기 - 추상적인 감정을 객관화

- 내가 달성한 성과 - 성과 목록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