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논증적 질문 역량 개발을 위한 QBL-수업모델 사례연구

A Study on Developing QBL-MODEL in the Debate Classroom for Liberal Education at University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2;16(6):131-147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2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2.16.6.131
오진영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ludwing@daum.net
Lecturer, Pusan National University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과제번호)(NRF-2021S1A5B5A17047755)
Received 2022 November 20; Revised 2022 December 03; Accepted 2022 December 12.

Abstract

본 연구는 교수자가 토론수업을 학습자중심수업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서 논증적 질문을 활용한 교수-학습모델을 개발(QBL-수업모델)하여 그 의의를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다. 연구자는 부산대학교의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를 운영하면서 수강생에게 필수적으로 논증 개념을 학습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러한 학습 과정은 수강생에게 일차적으로 고전 작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역량을 증진시키고 이차적으로 토론 활동에서 올바른 논증과 오류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습자는 논증 개념에 입각한 고전 작품 분석과 토론 활동을 통하여 특정 논제의 논증이 또 다른 방식으로 열려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요컨대 학습자는 또 다른 논증을 향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그렇게 질문할 수 있는 학습자의 역량이 결국은 참된 창의성 증진의 교육학적 의의에 다가간 것으로 생각한다.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velop a teaching-learning model using argumentative questions as an effective method for a discussion class. The researcher guided the students to learn the concept of argument as an essential part while learning the <Reading Classics of Great Literature> course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This learning process can improve the student’s ability to analyze classical works logically, and to identify correct arguments and errors in discussion activities. As a result learners can realize that the argumentation of a specific topic can be opened in another way through analysis of classical works and discussion activities based on the concept of argumentation. In other words, the learner discover new question to argumentation. This researcher thinks that the learner’s ability to ask such questions eventually approaches the pedagogical significance of promoting true creativity.

1. 서론

본 연구는 교수자가 토론수업을 학습자중심수업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서 ‘논증적’1) 질문을 활용한 교수-학습모델을 개발하여 그 의의를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다. 연구자는 그러한 수업모델을 질문중심수업, 즉 QBL(Question Based Learning)이라고 칭한다.

연구자는 부산대학교의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를 운영하면서 수강생에게 필수적으로 논증 개념을 학습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러한 학습 과정은 수강생에게 일차적으로 고전 작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역량을 증진시키고 이차적으로 토론 활동에서 올바른 논증과 오류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습자는 논증 개념에 입각한 고전 작품 분석과 토론 활동을 통하여 특정 논제의 논증이 또 다른 방식으로 열려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습자는 또 다른 논증을 향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게 질문 할 수 있는 학습자의 역량이 참된 창의성 증진의 교육학적 의의에 다가갈 단초를 마련한다. 바디우의 말을 빌리면 기존의 지식에 한계를 자각한 학습자가 공백의 가장자리로 가깝게 다가간 셈이다(Badiou, 1988: 60).

문제 기반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이 여러 학습자중심 학습모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PBL은 학습자에게 수업 내용과 관련된 비구조화된 과제(Unstructured Task)를 제시하여 학습자가 모둠 활동을 통해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정리⋅활용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소기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교수 학습 방법이다(최정임⋅장경원, 2015). 여기서 주목할 것은 PBL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학습 방법이라는 점이다. PBL은 우선 문제가 제공된 다음 그 문제를 분석하고 파악해 문제해결 과정을 수행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문제해결안을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학습자가 수업 내용에 따른 개념과 원리를 익히게 된다(황성근, 2017: 55-57).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최종 문제해결안이 ‘최종 문제해결안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어떤 문제에 대한 임시적 문제해결안이란 명칭이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올바른 교육적 이념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연구자는 그러한 교육적 이념을 위한 선행연구 중 양윤의⋅조재룡(2020)에 주목한다. 양윤의⋅조재룡(2020)은 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학습자가 제안한 질문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교양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다(175). 이 선행연구는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에 봉사한 대학 담론에 구멍을 뚫는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을 교육적 의의로서 긍정하는 이론적 바탕에서2), 배움의 과정에서 지식을 생산하고 기존 지식에 의심을 품는 자를 주체적 학습자로 논점을 정하고 분열된 주체가 주인 기표(S1)에게 말을 걸고 그 말을 의심하는 일련의 과정을 새로운 교양교육의 모델로서 주장한다(양윤의⋅조재룡, 2020: 185). 이 논문은 그 선행연구가 제시한 ‘질문 중심 학습’ 교양교육의 모델을 더욱 내실 있게 보강할 방안을 제시한다.

연구자는 토론 수업 학습자에게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으로 진입하는 질문을, 즉 주인 담론이 은폐한 분열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방법을 첫 수업 오리엔테이션으로 안내한다. 그 방법은 학습자가 토론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논증과 오류 개념을 선행적으로 익히고 토론 활동을 마친 후 토론 평가표에 자신의 토론 활동을 논증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하여 학습자는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으로부터 벗어나서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에 가까이 간 자기 자신에 관하여 성찰하게 된다. 말하자면 학습자는 ‘지배적 언어 명령의 위치를 전유한’(핑크, 2010: 240) 지식의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이 상징계의 논리적 질서로 구축된 점을 파악한다. 그러면서 학습자는 ‘주인의 권력에는 그 어떤 정당화도 주어지지 않는다’(핑크, 2010: 240)는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의 한계점으로 소급하는 절차를 이행할 기회와 만난다. 이때 학습자는 자기 선입견이 주인 담론의 매트릭스에 길들여진 견해라는 점을 깨달으면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에 문을 두드리는 질문을 숙고하게 된다.

물론 대학의 학부생에게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의 한계를 확인할 정도의 건실한 논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교육적 목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부생이라도 건실한 논증까지는 아니지만 타당한 논증은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다.3), 왜냐하면 논증의 타당성은 특정 전제의 참을 현실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가정적 사실을 통해 결론의 주장을 함의하는 논리적 구조를 말하기 때문이다.4) 그러므로 학습자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스스로 구멍을 뚫고 ‘그 가정적 사실과 함께 손잡고’ 그 공백의 가장자리로 다가갈 수 있다. 연구자는 그러한 교육적 성과를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학습자의 ‘토론 평가표’ 텍스트 자료와 학습자와의 1:1 인터뷰 자료”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 논문은 부산대학교의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3권의 고전 작품을 어떻게 논증적으로 읽고 토론할 것인가의 방법에 접근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수업 과정을 논증적 질문 중심으로 운영한 결과로서 학습자의 피드백을 통하여 교육적 의의를 밝히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2. 수업 방법 - 독서 토론활동 중심으로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는 부산대학교의 필수교양 교과목이다. 이 강좌는 학습자 주도의 독서를 권장하면서 의사소통역량, 민주시민역량, 비판창의력 등의 통합적 사고력(사회성, 창의성, 도덕성)을 배양하는 학습 의의를 지닌다(허남영⋅정인모, 2014: 530). 이 선행연구에서 허남영⋅정인모는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 {‘퀴즈 및 강독’ ➡︎ ‘발표’ ➡ ‘토론’ ➡ ‘서평’} 단계별 수업 모형을 설계하였고(554) 현재까지 그 절차가 해당 강좌의 기본 모델로 유지되고 있다. 허남영⋅정인모(2014)는 지식의 원천으로서 고전 작품을 탐독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나아가 고전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552).

현재 부산대학교의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는 크게 두 가지 사안을 기본 틀로 운영되고 있다. 첫째는 분반별 교재 선정 방침이다. 말하자면 부산대학교 추천 고전 99선과 50선, 총 149선을 6개 분야(문학⋅철학/사회과학⋅역사⋅예술/과학⋅기술⋅의학)로 나누고 6개 분야를 다시 3개 영역({문학5)⋅철학}, {사회과학⋅역사⋅예술}, {과학⋅기술⋅의학})으로 나눈 상황에서 ⓐ3개 영역에서 각 1권을 교재로 선정하거나 ⓑ3개 중 2개 영역을 선택하고 이 2개 영역에서 각 1권을 교재로 선정하거나 ⓒ추천 리스트 중 1권을 선정하고 이 1권과 다른 영역의 리스트 외 다수 작품을 교수자가 선정하는 방침이다. 둘째는 수업 운영 단계에 관련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 학기 교재가 3권인 경우는 영역별 1권의 고전을 4주 단위로 탐독하여 ‘퀴즈 및 강독, 조별 발표 및 토론, 서평 작성’ 순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교재가 2권인 경우는 영역별 1권의 고전을 6주 단위로 탐독하며 해당 순서로 수업을 운영한다.

<표 1>을 보다시피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교수자는 수강생에게 논증 개념학습을 필수로 수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구자는 정규학기 첫 수업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고전 작품을 읽고 말하고 쓰는 일련의 수업 활동에서 학습자가 논리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커리큘럼으로 해당 강좌를 운영한다는 점과 그렇게 논리 개념학습을 병행할 때의 교육적 가치를 안내한다. 또한 정규학기 시작하기 1주일 전에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 수강생에게 논증 개념학습의 경험을 묻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대다수 수강생이 논증 개념에 관한 선행지식이 없음을 확인한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여 연구자는 [그림 1]과 같이 ‘논증 개념학습을 병행하면서 우리 강좌를 이수하게 되면 논리적 사고역량을 익히기 전의 자기 자신과 현격히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교육적 의의를 강조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새로운 자신과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논증 학습으로 진입하는 것은 곧 빨간 약을 선택하여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수업 운영 시 기본 틀, 교재가 3권인 경우

[그림 1]

오리엔테이션 PPT 수업 자료 중에서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학습자의 독서 토론 활동을 『서양 미술사』와 『다른 방식으로 보기』 작품 중심으로 운용하고 학습자의 평론 작성 활동으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작품을 활용한다. 교수자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인용한 여러 회화 작품을 『서양 미술사』의 맥락에서 정리한 자료를 학습자가 논증 개념을 학습하기 전에 강연 수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논증 활용 방식의 범례(範例)를 확인한다.6), 학습자가 논증의 범례(範例) 수업처럼 —범례(範例) 수업에서 논증의 기본 원칙을 최소한으로 지키는 선에서— 논증 개념을 활용하기 위해 논증 개념학습을 온라인 녹화 강의 동영상 자료를 시청한다.7) 그리고 학습자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존 버거가 개진한 세부 쟁점을 논증적으로 분석한 다음, 이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 관한 독서 토론에 참여한다. 이렇게 고전 작품을 논증적으로 읽고 말하는 학습 과정에 논증 개념학습 —명제기호논리와 정언삼단논법 그리고 ARS/ARG 이론— 이 원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2.1. 명제기호논리와 정언삼단논법을 활용한 수업 방법

명제기호논리와 정언삼단논법은 연역‘추론’8),의 핵심이 되는 두 논증 방식이다. 전자의 논증은 단순명제 또는 복합명제의 기본 언어 단위가 대략 여섯 가지 —①전건긍정법과 후건부정법[그림 2] ②가정적 삼단논법 ③선언적 삼단논법 ④연언지 단순화와 연언지 결합 ⑤선언지 첨가 ⑥딜레마— 논증 형식을 나타내면서 유의미한 논증을 구성한다. 후자는 {A, E, I, O} 네 가지 정언명제가 두 전제와 하나의 결론의 삼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유의미한 논증을 구성한다.

[그림 2]

연역논증 개념학습, 교수자 녹화강의 자료 중에서

연구자가 ‘귀납’추론보다 ‘연역’추론9),에 관한 개념학습을 강조하는 까닭은 논증의 종류를 분별할 때 우선적으로 기준이 되는 것이 연역논법이기 때문이다.10),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의 여러 학기를 강의하면서 고전 작품의 주요 내용을 —문학 작품도 마찬가지로11)— 연역논법으로 분석한 내용을 수강생에게 학습 자료로 강론한다. 연구자가 고전 작품을 연역논법으로 분석하는 목적은 일차적으로 수강생이 작품의 부분적 의미 파악을 돕기 위함이고 이차적으로 수강생이 해당 의미 파악을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으로 재전유하는 사유 방법론을 —최소한의 합리적 조건 아래에서 자신만의 생각 순서를 논리적으로 정렬하는 방식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2.1.1. 작품 의미 파악, 논증적 퀴즈, 그리고 토론 논제 설정 단계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2017)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1972년 BBC에서 4부작 TV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고, 같은 해에 동명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프로그램과 책은 당시 영국의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술 비평과 예술사⋅문화 연구⋅매체 비평⋅페미니즘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강은아, 2022: 298). 그 책에서 버거는 기존의 보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문제 —기성의 아카데믹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 어딘가 잘못된 또는 편협한 방식이므로 새롭게 보는 방식이 필요하다(최민, 2012: 187-188)— 를 제기한다. 이런 점에서 책 제목 한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원제는 ‘Ways of Seeing’이다. ‘The Way’의 단수형이 아닌 ‘Ways’ 복수형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하여 최민(2012)은 하나의 표준적인 방식이 유화작품 감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쟁적인 방식들이 공존할 수 있음을 제목이 함축한다고 풀이한다(187).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이미지에 대한 기존의 관습적⋅전통적 해석에 도전하며 창의적 사고와 시각을 요청하는 버거의 사유는 학생들의 창의성 교육을 실행하는 데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이경희, 2019: 216).

강은아(2022)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논의 전개가 체계적이라고 말한다(299). 연구자는 그 체계성을 연역으로 간주하여 작품 분석에 임한다. 그렇긴 하지만 연구자는 수강생에게 ‘그 책의 내용을 분석할 때 반드시 연역적 추론을 전유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왜 그렇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여러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작품 의미 파악 수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은 교수자가 제시한 논증을 평가하는 입장을 취한다[그림 3].12) 말하자면 수강생은 교수자가 제시한 논증 속 여러 전제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를 판단하거나 논증 속 전제끼리 혹은 전제와 결론 사이의 형식적 연결 방식에 따르는지, 따르지 않는지를 판단한다.

[그림 3]

2020 PNU 수업사례 공유회 중에서 본 연구자 발표자료 일부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버거, 2012: 9).

『다른 방식으로 보기』 제1장의 첫 구절은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Seeing comes before words.)’로 시작한다. 그 문장은 책 내용 전체에 관여하는 대전제이다. 그리고 각 1⋅3⋅5⋅7챕터 세부 연역논증에 관하여 연구자는 [그림 4]와 같이 마인드 매핑 도식을 수강생에게 미리 배포하고 수업 시간에 해당 챕터 내부 및 챕터끼리 중층화된 세부 논증을 분석한다. 이 경우 학습자가 논증 분석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자는 —현장 대면수업이든 온라인 비대면수업이든 상관없이— 논증 분석 수업을 녹화하고 LMS(학습 관리 시스템)에 해당 동영상 파일을 업로드 하여 학습자의 효율적 복습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수업 단계를 통하여 학습자는 고전 작품에 적힌 명시적 자료 —작품을 구성하는 텍스트의 총량은 유한하나 텍스트들 사이에 숨은 잠재적 의미가 무한하기 때문에— 그 이면에 암묵적 정보가 넓고 깊게 숨어 있음을 논증적 소급 절차를 통하여 깨닫게 된다.

[그림 4]

『다른 방식으로 보기』 마인드 매핑 자료 및 일부 확대 캡처

[그림 4]의 우측에 보이는 캡처 이미지는 연구자가 연역논법을 활용하여 고전 작품 내용을 분석하는 방법을 수강생에게 수업하는 장면을 캡처한 자료이다. 이렇게 책 전체를 강독하는 ‘읽기’ 단계를 마무리한 다음, 수강생의 읽기 정도를 확인하는 ‘퀴즈’로 넘어간다. 연구자는 퀴즈 문제를 단답형과 논술형으로 나누어 출제한다. 아래 [그림 5]는 논술형 퀴즈 문제와 왕OO 수강생의 답안이다.

[그림 5]

『다른 방식으로 보기』 논증적 퀴즈 논술형 문제와 왕OO 수강생의 답안지

[그림 5]와 같이 논술형 문제로 퀴즈를 실시하는 이유는 ‘토론’ 활동을 학습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학습자는 고전 작품의 내용을 논증적으로 분석하며 탐독하는 과정에서 그 작품의 작가 논증에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한다. 이렇게 학습자 자신의 의견과 작가의 의견을 서로 ‘논증적으로’ 견주는 의식화 학습 단계부터 학습자는 시나브로 토론 학습으로 진입하게 된다.13)

2.1.2.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을 향한 단초 마련 단계

연구자는 위와 같이 논술형 퀴즈를 실시한 다음, 온라인 Zoom 화상회의를 활용하여 수강생끼리 소회의 모둠 수업을 진행한다. 이 모둠 활동에서 수강생은 논술형 퀴즈 문항에 자신이 논증적으로 작성한 답안 내용을 4~5명이 모인 소회의 방에서 발표한다. 이러한 소회의 활동의 목적은 —학습자가 다른 학우의 논증을 접하면서 자기 의견을 비교하고 정리한 후— 각자 의견 사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려내기 위함이다. 이러한 모둠 활동을 통하여 여러 학습자는 자신의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의 부분적 한계점을 자각할 기회를 얻는다.

연구자는 위와 같은 소회의 활동을 학습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수자로서 개입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활동에서 연구자는 학습자에게 정답보다는 질문을 구성하는 사고 역량을 강조하면서 —본 연구 주제인— QBL(변형된 PBL 방식, Question Based Learning) 모델 기반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연구자는 소회의실에 입장하기 전에 수강생 모두에게 ‘소회의 활동이 끝나면 여러분이 직접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토론하고 싶은 논제를 상정해야 한다’는 미션(Problem)을 제시한다.14) 이렇게 논제를 정하는 과정에 교수자가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자는 향후 진행될 독서 토론의 진행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낄 공산이 크다.

소회의 팀별로 하나의 논제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교수자는 방관하지 않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에 충실한다. 예를 들어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 교수자는 논제를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팀의 호출에 응하여 해당 소회의실에 입장해서 ‘논제 정하기’ 미션(Problem) 진행에 도움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1:1 첨삭을 진행한다.15),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소회의에서 언급된 여러 논증 자료의 아카이브를 확인하면서 팀 구성원의 어려움을 해결 하는 상호 작용에 최선을 다한다<표 2>. 교수자는 학습자의 모둠 활동(팀 활동)에 따른 온라인 아카이브를 효율적으로 체크하기 위해 노션(Notion)이나 패들렛(Padlet) 등의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한다(오진영, 2022: 165).

논리적 추론과 가치 평가형 추론의 비교

이렇게 독서 토론의 논제를 교수자가 결정하지 않고 모둠 활동을 통해 학습자가 결정하도록 수업을 운영하는 까닭은 앞서 말한 대로 학습자에게 토론 활동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어떤 문제적(Problematic) 사안의 특정한 논제를 간결한 한 명제로 추려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과 심지어 언어적 명제로 특정할 수 없는 결정 불가능성이 현실에 다분히 잠재되어 있음을 학습자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일련의 논증 개념학습의 수업 설계는 서론에서 주지하다시피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에 구멍을 뚫는, 다시 말해 의문과 질문을 제기하는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을 실천하는 주체성을 학습자가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2.2. ARS/ARG 이론을 활용한 수업 방법

Johnson⋅Blair(2006)는 연역적 논리의 기준(연역적 결론에 대한 유효한 추론을 위해 ‘전제의 참이 필요하다’)을 더욱 일반적인 기준(연역적 결론에 대한 유효한 추론을 위해 ‘결론과 관련 있고 관련된 의미를 수용할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는 수용 가능한 전제가 필요하다’)으로 대체한다. Johnson⋅Blair(2006)는 후자의 기준을 ARS 이론으로 정립한다.

A는 Acceptability(수용 가능성)의 약자이고 ‘전제는 수용될 수 있어야 함’, R은 Relevance(관련성)의 약자이고 ‘전제는 결론과 관련이 있어야 함’ 그리고 S는 Sufficiency (충분성)의 약자이고 ‘전제는 결론을 충분히 지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데이머(2012)는 훌륭한 논증의 기준을 ARG 이론으로16) 정리한다.

일상 언어에서 오류라는 용어는 논증상의 잘못뿐만 아니라 잘못된 믿음을 가리키는 넓은 뜻으로 사용된다(데이머, 2012: 22). 하지만 이 강좌에서는 오류라는 용어를 논증상의 맥락에만 한정하여 사용한다. 그러므로 어떤 담화를 오류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을 논증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어떤 것이 올바르고 훌륭한 논증인지를 분별하는 기준을 파악한 다음 그 기준의 어떤 점을 위반했기 때문에 ‘그것이 오류 논증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다.

원리상 이 강좌는 <표 3>에서 훌륭한 논증의 세 가지 기준 중 적어도 하나를 어긴 논증을 오류라고 규정한다. 연구자는 수용 불가능성의 오류<표 4>, 무관련성의 오류<표 5>, 그리고 불충분성의 오류<표 6>를 수강생이 온라인 녹화 강의[그림 6]로 학습 한 다음에 토론 활동에 참여하게끔 수업을 운영하였다(비판적사고교재연구회, 2019).

데이머(2012)의 ARG 이론

수용 불가능성 오류

무관련성 오류

불충분성의 오류

[그림 6]

무관련성 오류 개념학습, 교수자 녹화강의 자료 중에서

연구자는 학습자가 토론 상황에서 상대를 향한 심문과 반론을 제기할 때 오류의 구체적 명칭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가능한 지양하도록 안내한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담화 혹은 담화의 일부가 전적으로 어떤 오류 명칭으로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일상에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명시적 전제뿐만 아니라 해당 논증의 암묵적 전제(생략 전제)까지 추론하는 경우라면 여러 오류가 잠재적으로 복합되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날 수 있고(Barker, 1974: 214-215) 심지어 어떤 결정 불가능성의 심급(Badiou, 1988)에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논문의 서론에서 주지하다시피 상대 논증을 어떤 오류로 특정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과 유사한 속성의 판단일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독서 토론에 참여한 학습자에게 “오류의 특정 명칭을 토론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보다 ‘상대 논증의 어떤 점에 동의하지 않는지와 그 이유’를 풀어서 말하도록” 안내한다. 이 경우 효과적으로 상대를 향한 심문과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상대 논증이 ARS/ARG의 세 가지 기준에서 어떤 점을 크게 위반했는지를 파악하는 예비 학습이 필요하다.

2.3. 토론 개요서 작성

학습자는 소회의 PBL 활동을 통하여 팀별로 논제를 설정한다. 이렇게 학습자 주도로 진행하는 ‘논제 설정 과정’에 교수자의 개입은 최소화된다. 물론 교수자는 논제 설정의 어려움을 겪는 팀에 대하여 [그림 7]처럼 온라인 첨삭을 진행한다. 이렇게 온라인 첨삭을 Zoom에서 진행할 때 교수자는 화면 녹화 기능을 사용한다. 그래서 논제 첨삭을 진행한 팀원의 허락을 구한 후 LMS에 그 첨삭 녹화 영상을 (학습자 모습을 검은 색으로 블라인드 처리한 상태로) 공개하여 다른 팀원의 논제 설정 활동에 간접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그림 7]

7주차 온라인 수업시간에 23분반 2조 논제 첨삭 화면

[그림 8]처럼 칼 포퍼 방식에 따라 토론 팀별로 논제가 결정되면 그 팀내에서 찬/반 입장에 따라 구성원을 배분한다. 그리고 찬/반 양측은 토론 실제에 임하기 전에 토론 개요서를 <표 7> ‘논증적으로’ 작성하는 모둠 활동을 학습자 중심으로 진행한다.18), 토론 개요서 작성에서 중요한 것은 토론에서 주장하는 바가 표현된 논제에 대하여 얼마나 ‘양질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이다(비판적사고교재연구회, 2019: 290). 이러한 토론 개요서 작성도 학습자 중심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위와 같이 교수자와의 온라인 첨삭을 병행한다.

[그림 8]

칼 포퍼식 토론 진행표

<표 7> 토론 개요서 작성 순서

이러한 첨삭 과정에서 교수자는 팀별로/찬반별로 각기 다른 Notion페이지를 할당하고 그 Notion페이지에 작성된 토론 개요서 내용을 학습자와 함께 공유한 온라인 상황에서 첨삭을 진행한다(오진영, 2022: 156). 이렇게 교수자가 학습자와의 온라인 첨삭 수업을 진행할 때 Zoom 화상 회의와 Notion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그림 9]. 에듀 테크(Edu-tech) 기술을 활용하면 학습자의 수업 몰입도가 증가되고(윤혜림, 2022: 3146) 다른 한편 학습자 중심의 수업 과정 자체가 더욱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에듀테크(Edu-tech) 기술은 교수자와 지적인 대화를 하면서 라포를 형성하면서 학습자의 지적 성장을 돕는다. 게다가 그것은 원만한 토론 학습의 구현, 학습자의 자기 효능감 상승,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태도 발달 등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Shashi Kumar Mishra⋅박정이⋅김도훈, 2017: 145; 남선우, 2020: 1689).

[그림 9]

2022-2학기-24분반-2조-찬성측 토론 개요서, Notion페이지 캡처

2.4. 토론 후, 토론 평가표 작성과 그 의의

2022학년 1학기까지는 토론 수업을 Zoom 화상회의 온라인 상황에서 진행했지만 이번 2학기는 아래와 같이 오프라인 교실에서 현장 토론을 진행하는 것과 기존처럼 Zoom 화상회의에서 온라인 토론을 함께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교수자의 <고전 읽기와 토론> 강의를 수강한 모든 학습자는 Zoom 화상회의 비대면 상황에서 온라인 토론활동을 일차적으로 수행한다. 이때 팀장은 Zoom 화상회의에서 토론하는 모든 활동을 녹화하고 이를 LMS에 업로드 한다. 이런 온라인 토론활동이 끝난 후 교수자는 토론활동에 참여한 모든 팀에게 오프라인 교실에서 이차적으로 현장 토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팀을 모집한다. 만일 어느 팀이 현장 토론에 참여한다면 그 팀은 ‘같은 논제’로 두 차례 토론활동을 수행한 셈이 된다[그림 10].

[그림 10]

2022학년 2학기 독서 토론 교과 활동

연구자는 2022학년 2학기부터는 위와 같이 온라인 토론과 오프라인 토론을 순차적으로 운영하면서 수강생에게 가능한 우연적 사건(반연극성, 예측불가능성)을 경험할 기회를 열어 놓는다. 같은 논제에 대하여 두 번째 토론을 준비하는 팀은 상대가 첫 번째 토론에서 진술한 내용을 더 심도 깊게 분석하고 이를 반론할 자료를 더 많이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 번째 토론을 준비하는 참여자는 상대팀도 마찬가지로 우리 팀에 대한 공략을 철저히 준비할 것을 예상하게 된다. 이런 예상의 심급은 첫 번째 온라인 토론을 준비할 때의 예측 심급과는 현격히 다른 상태일 것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 토론 상황에서 우리 팀이 상대의 반론을 예측한 부분을 확인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측하지 못한 상대의 반론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번째 현장 토론에 임하기 전에는 토론 실황에서 우리 팀이 ‘예측하지 못한 사건’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토론 준비에 임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토론 상황에서 바로 그러한 ‘예측하지 못한 것’과 실제로 만나게 되면 학습자는 바로 그 사건을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학습자는 자신의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 중 일부가 우연히 구멍이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이 낯선 경험이 학습자에게 새로운 질문의 포문(砲門) 열게 촉성한다.

연구자는 토론 활동에 참여한 모든 학습자에게 필수적 으로 토론 평가표를 작성하도록 안내한다<표 8>. 교육 목적에 따라 토론 결과에 대한 승패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론 과정 전반(준비 과정까지 포함하여)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통하여 찬반 양측이 토론에서 논리적 사고(비판적 사고)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활용했는지 그리고 토론을 통하여 합리적 의사소통을 경험했는지 등을 기술적 측면과 태도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구자는 특히 토론 활동을 수행하면서 ‘자기가 느꼈던 우연적 요소’를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학습자에게 알린다. 물론 연구자는 토론 평가시 주의할 기본적 방침에 대해서도 수업 시간에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비판적사고교재연구회, 2019: 298-299).

<표 8> 토론 평가 시 주의 사항

토론 활동을 마친 학습자 모두는 토론 평가표를 작성한다. 그 평가표는 평가 범주로 ‘성실성, 논리력, 전달력, 독창성, 태도, 토론 준비 과정, 토론 상황과 후기’를 포함한다(박선옥, 2022: 332-336). 성실성은 ‘1. 교재를 읽고 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필수 기초 개념을 바르게 사용했다. [자료의 신뢰성 - 이론 적 탐구 - 교재 연구 정도]’와 ‘2. 논제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적 사례를 세심히 검토했다. [자료의 신뢰성 - 경험적 탐구 - 교재 외적 연결성]’을 평가한다. 논리력은 ‘3. 자기 주장과 상대방 발언의 논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두 논점의 차이를 분명하게 짚었다. [논점의 명증성 - 논증 파악 능력]’과 ‘4. 논거로부터 주장에 이르는 추론 과정이 타당했다. [함축의 타당성 - 올바른 추론 규칙 이해]’을 평가한다. 전달력은 ‘5. 국어 문법, 의미론, 수사법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언어적 전달력]’과 ‘6. 소리 크기, 강조, 자세, 표정, 동작, 원고를 보고 “읽지” 않기 등, 준언어적인 측면을 적절하게 구사 했다. [비언어적 전달력]’을 평가한다. 독창성은 ‘7. 문제 분석, 추론, 예시가 독창적이다. [개념적 확장성 - 준비하지 않은 아이디어 제시]’와 ‘8. 대안 및 문제 해결에 독창성이 있다. [실천적 확장성 - 준비하지 않은 아이디어 제시]’을 평가한다. 태도는 ‘9. 발표와 토론의 형식을 지켰으며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켰다. [심리적 존중]’과 ‘10. 팀원이 균등하게 역할을 분담했고 팀워크 & 파트너십이 좋았다. [내부적 상호 작용]’을 평가한다. 그리고 토론 준비 과정 및 토론 상황과 후기는 학습자의 주관적 서술로 작성한다[그림 11].

[그림 11]

2022학년 2학기 토론 평가표 제출 사례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의 수강생에게 토론의 의의로서 ‘우연한 사건’과의 만남을 강조한다. 그것은 토론 학습자가 토론 개요서를 통해서 토론 상황을 준비하고 계획할 때 구성했던 논증의 맥락과 전혀 다른 낯선 비정합적 부분(우연적 요소⋅반연극성⋅예측불가능성)과 만나는 사건이다. 이것은 선행연구 양윤의⋅조재룡(2020)에 주목한 교육학적 의의를 함축한다. 토론 학습 상황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우연한 사건을 스스로 되짚어보고 이를 새로운 질문을 구성하는 사유의 모티프로 삼을 수 있다. 이로써 <고전 읽기와 토론> 학습자는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을 주체적으로 경험한 학습자‘로 새롭게 거듭나게 된다. 이에 관한 자료적 흔적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논제를 찬/반 공평하게 작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원활한 토론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되짚어보는 후사건적 과정까지 전반적인 토론 활동에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고 당황했지만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등등.

토론에 아쉬움이 많이 남고 과제는 완벽하고 잘 정리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토론은 티키타카도 잘맞고 흐름도 매끄러워야한다는 걸 고등학생 때 그리고 일학기에 수강했던 교양과목에서도 배웠다. 그런데 이번 고토에서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엉망진창인 토론을 하고 교수님께 질문 드리러 간 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논제가 잘못되었다는 것, 논리가 부족했다는 것, 이것이 잘 진행된 토론이지 잘못 진행된 토론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느꼈다는 것이 전부 토론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많이 당황하고 배웠던 것 같다. (학생 a)

토론은 티키타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의견을 공유하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라는 것을 많이 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스스로 느끼는 게 많은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전에는 토론이 끝나면 끝났다는 것뿐이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고 내가 준비했던 자료들을 다시 보면서 이때 이렇게 말할 걸, 이거에서는 이렇게 반론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자료들을 토론이 끝나고도 가지고 있게 되었다. (학생 b)

토론에서의 논제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자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는 토론이었다. 토론에서 심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많이 느꼈다. 심문에서 상대의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내 주장에 대한 근거들을 확신시키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토론에 대한 전반적인 진행에 있어서 깔끔하지 않고 빙빙 도는 토론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학생 c)

왜 사회자가 일정 시간을 주고 진행을 하는지 알게 됐다. 사회자의 공백이 우리 조의 토론에 있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논거에 있어서는 서로의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 상대팀의 논거가 우리에게 불리할 지라도 사실이고 타당하다면 어느 정도의 인정과 이해가 전제된 토론을 진행해야한다. 만약 준비과정에서 상대의 심문에 대한 반박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직면하게 되었다 해도 그건 자신의 준비 부족임을 인정하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단순히 토론에서 승리하기 위해 꼬투리를 잡고 내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토론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빛나는 자리인 거 같다. (학생 d)

저희의 온라인 줌 토론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우연성’이 많이 나왔습니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토론하면서 상대방의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버벅거리고 당황하는 과정 역시 추후에 성장하는 부분에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조언들이 제가 토론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토론 활동은 저에게 더욱 뜻깊은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남을 것 같습니다. (학생 e)

3. 수업 효용 - 학습자와 1:1 인터뷰

연구자는 네 명의 학생과 1:1 집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중 한 명과는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마그리트 회화를 다룬 수업 내용에 집중된 인터뷰이기에 아래 내용에서 제외하기로 한다.19) 그리고 아래와 같이 나머지 세 명과의 1:1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연구자가 인터뷰하는 학생에게 ‘<고전 읽기와 토론> 교양교과로서 논증 개념학습의 필요성, 적절성, 난이도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고 이에 관한 학생의 답변을 분석하기로 한다.

논증 개념학습에 대한 부분은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증에 대한 이해는 토론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과 의견을 나누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공감이 되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평소에도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람간의 관계에서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실에 기반하여 말하는 사람과 그냥 자기의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사람을 잘 구분하려고 합니다. (…) 저는 사람관의 관계는 신뢰가 첫 번째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논증의 요소는 매우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논증의 난이도가 어렵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논증의 내용도 쉽지가 않았고 단어들이 너무 어렵다보니 교양과목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어려웠습니다. 수업의 퀄리티는 너무 좋지만 저는 공대생이다보니 이런 논증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거의 없고 생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논증의 개념을 통해 토론에 접목해야 되는 부분이 처음에는 부담으로 느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는 이해는 가지만 ‘내가 과연 이거를 토론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이걸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수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복습을 하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 부분도 공부를 하고 책도 읽고 책에 대한 수업도 공부를 하려고 하다보니 부담이 조금 있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23분반의 신O석 학생)

신O석 학생은 논증 개념학습의 녹화강의가 시각적 전달 및 내용상 체계성 등에서 만족스런 수업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녹화강의 콘텐츠에서 추가할 점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실제 토론에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에 관한 수업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건의사항을 말했다. 연구자는 이러한 실전 적용의 교육적 문제에 대하여 평소 고민을 많이 하였다.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의 1학기 강좌를 <고전의 논리적 읽기와 토론>의 2학기 연속 강좌로 만들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논증 개념의 학습에 있어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계공학과를 다니면서 여러 가지 수식들을 다룰 때 그 수식이 증명되는 과정과 이를 어떤 부분에 적용시키는 데 있어 어떻게 그 수식을 적용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수식을 활용하여 그 과정을 만들어야하는데 이러한 사고방식과 논증 개념학습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숫자를 이용하여 많이 사고하다가 언어적으로 논증에 대한 논거를 찾고 논리적인 연관성을 찾아낸다는 부분이 많이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24분반의 김O규 학생)

김O규 학생은 위의 학생과 달리 활용의 측면보다 논증을 분석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와 결론을 구분하고 나아가 숨은 전제를 추론하는 개념학습 과정에 중점을 둔다. 이 사안에 대하여 연구자는 논증 개념학습의 이론적 측면을 학습 자료로 제시하는 분량을 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연역에서 아주 핵심적인 전건긍정과 후건부정 그리고 삼단논법, 이렇게 세 가지 형식에 집중한 학습 자료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논증 개념을 배우는 것이 토론활동과 교제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었습니다[그림 12, 13]. 하지만 학습의 깊이가 2학점의 고토라는 과목에 비해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논리학을 교양과목으로 학습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3학점의 시간동안 배운 것의 내용의 대부분(논증구조도, 진리치표, AEIO명제 등…) 이 동영상 수업 3주차 분량에 모두 담겨 있어서 논증개념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모두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성적을 위한 학습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자칫 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학생들이 생각하여 중도 포기할까봐 우려되는 점은 있습니다. (24분반의 이O재 학생)

[그림 12]

이O재 학생의 논리 활용(1), 학습자의 과제제출자료 캡처

[그림 13]

이O재 학생의 논리 활용(2), 학습자의 과제제출자료 캡처

이O재 학생은 다른 학생과 달리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를 수강하기 전에 기초 논리학 교양 수업을 이수한 학생이다. 그래서 그 학생은 아래와 같이 토론 준비와 토론 실제 상황에서 기초 논리학 교양 수업에서 배운 것과 이번 강좌에서 배운 논증 개념을 실전에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4. 결론

본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 수업에서 논증적 질문역량 중심의 학습모델의 효과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본 교수방안을 위한 연구대상은 2022학년 2학기 <고전 읽기와 토론>의 두 개 분반, 총 47명 학생이다. 이 학생 모두는 2학기 중 분반 내에서 칼 포퍼 식 독서 토론에 참여하였다. 이 연구는 학습자가 제출한 토론 평가표의 주관식 문항에서 그리고 1:1 면담 인터뷰를 통하여 기존 PBL과 다른 QBL(Question Based Learning) 학습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학습자의 조사 자료를 통해 연구자는 한편에서 학습자가 논증 개념학습을 통해 어떤 논증이 올바른지 오류인지를 분별하는 학업 역량이 증진되었다는 점과 이런 논리적 사고력이 토론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학습자가 주인 담론(Master’s discourse)에서 히스테리 담론(Hysteric’s discourse)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논증적 질문이 개입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요컨대 논증 개념학습은 두 담론의 대립 지점만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립 구조에서 새로운 담론 출현을 촉성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본 연구가 적은 인원의 학생 대상을 삼았다는 점에서 양적 통계의 빈약성이 나타낸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연구자는 —논증적 질문이 새로운 담론 출현의 촉성 단계에서 중요한 변증법적 매개항으로 작용한다는 이론적 심화 연구까지 계획한 상황에서— 해당 강좌 이외 다른 강좌에도 QBL 학습모델을 적용한 사례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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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박선옥(2022)은 대학생의 토론 교육 상황에서 토론 참여자들이 상대팀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사고 및 비판역량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였다. 본 연구자는 박선옥(2022)의 주장에 동의한다. 연구자가 여러 학생의 토론 평가표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박선옥(2022: 206)이 말한대로— 학생들은 토론 역량에 대한 자기 효능감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는 대학 교육에서 학습자의 논리⋅비판적 사고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의 자기 평가의 주관성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학생이 자기 주관성의 지나친 편향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수자는 학생에게 논리적 객관 지표를 안내할 필요가 있다.

2)

주인 담론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주인 기표(S1)인데 이것은 어떤 정당화도 없이 주어진 권력을 용인하는 작인을 말한다. 주인은 노예를 착취하며 노예는 주인을 위해 지식(잉여가치)을 생산한다. 〔주인은 다른 노예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언어에 종속된 존재라는 사실, 즉 상징적 거세에 굴복했다는 사실을 숨긴다. 주인의 담화는 기표에 의해 초래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분열($)이 은폐된 지식을 함의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분열된 지식이 생산된다. 이것은 주입식 교육이 횡행하던 이전의 교육 모델과 유사하다. 대학 담론에서 교수자는 주인의 위치(를 대행하면서)에서 학습자를 노예처럼 착취하여 자본이 요구하는 지식(잉여 가치)를 생산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진리는 은폐되거나 분열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 담론이나 주인 담론에서 새로운 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을 도출할 수는 없다(양윤의⋅조재룡, 2020: 185; 〔〕는 필자 첨가).

3)

논증 A가 타당하다는 말은 A의 전제들이 모두 참이라 가정할 때 A의 결론이 반드시 참임을 뜻한다. 이는 A의 전제들에 대한 현실적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논증의 형식 측면에서 전제의 참이 결론의 참과 연결되는지를 따지는 논증 평가 속성이다. 이런 타당한 논증인 상황에서 논증 A의 건전성을 따진다. 논증 A가 건전하다는 말은 A는 타당하고 또한 A의 전제들이 모두 참임을 뜻한다(이병덕, 2019: 23).

4)

연구자는 가정적 사실을 ARS 이론의 수용 가능성, 즉 참에 가까운 진술을 논증의 전제로 수용 가능하다는 의미로 재전유한다.

5)

본 연구에 대하여 ‘문학 작품에서 논증적 질문 만들기가 어려울 수 있다’와 ‘다양한 모티프들이 지닌 알레고리컬한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소설의 의의라면 논증으로 소설 분석하는 것에 의문이다’라는 심사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본론 2.1.에서 보완한다.

6)

연구자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화 등의 시각 자료를 논증(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강연 수업을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 범주로 논의를 심화하는 이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주제는 본 연구에서 다루지 않는다.

7)

연구자는 수강생에게 “논증 개념학습 녹화강의 시청후기 ‘정리 및 질문’ 과제”로 학습에 관한 온라인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8)

추론은 주어진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내는 사고의 과정이다. 논증은 추론이 언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송하석, 2017: 24).

9)

연역: 전제들이 참이면 결론의 참이 논리적 필연성을 가지고 실제로 뒷받침 되는 논증, 전제들로부터 결론이 논리적 필연성을 가지고 실제로 도출되는 논증; 귀납: 전제의 참이 결론의 참을 뒷받침할 논리적 개연성이 실제로 있는 논증, 전제로부터 결론이 논리적 개연성을 가지고 실제로 따라 나오는 논증(이영철, 2016: 73).

10)

귀납논증에 관한 개념학습 사전녹화 동영상 자료는 연역논증 개념학습이 끝나고 ARS/ARG 이론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수강생에게 제공한다. 귀납논증 개념학습과 이어서 ARS/ARG 이론학습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귀납논리 조건이 ARS/ARG 이론에서 다루는 다양한 오류평가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역이 아닌 귀납 개념학습 이후에 ARS/ARG의 오류론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 학습설계이다.

11)

연구자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뿐만 아니라 여러 고전 이를테면 문학까지도 작품을 연역적으로 분석한다. 대다수가 문학을 논리적 분석보다 비논리적 측면이 우세한 장르라고 여긴다. 하지만 가령 비논리적 측면을 강조한 특정한 문학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이 포함하는 여러 문장⋅여러 진술⋅여러 명제를 ‘해당 작품의 비논리적 측면에 따르는 주제’를 지지하는 여러 전제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전제로부터 건전한 연역적 논증을 문학 작품의 골자로 추릴 수 있다(to abstract the main argument from the classical work). 이러한 문학 작품의 분석 및 비평은 해체비평의 관점에서 연구를 심화될 수 있다(라이치, 1988).

12)

연구자는 부산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주관한 ‘2020 PNU 수업사례 공유회’에서 학생이 질문의 주도자가 되기 위한 수업 설계의 기본 틀을 [그림 3]과 같이 발표하였다(당시 Youtube 실시간 방송으로 비대면 발표로 진행되었다. https://youtu.be/swbxGV0gI74?t=11528).

13)

토론은 한 명제에 대한 참/거짓의 진리치가 상대와 다른 상태의 담론 상황이다. 그렇기에 학습자가 작품 속 작가의 논증에서 특정 명제와 의견을 달리하는 그 모든 상태는 원칙상 토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14)

논제는 토론의 찬성측이 주장하는 명제이다. 즉 논제는 찬성측의 핵심 논증의 결론이다. 연구자는 학습자에게 논제 설정에 있어서 명제기호논리 연역추론의 전건긍정 형식을 활용하는 방안을 <표 2>와 같이 수업한다.

15)

사정에 따라 1:1 첨삭이 온라인 Zoom 화상회의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1:1로 첨삭 받는 학습자 또는 1:多로 첨삭 받는 해당 팀원의 동의를 얻은 후 첨삭 수업 자체를 녹화하고 이를 LMS에 업로드 한다(연구자는 그렇게 첨삭 활동에 참여한 개인 또는 팀에게 수업 참여도 가산점을 부여한다). 그러면 다른 학습자가 해당 녹화 영상을 통해 직간접적인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6)

Johnson⋅Blair(2006)가 ARS로 정립한 것을 데이머(2012)는 ARG로 정리하는데 여기서 G는 결론의 옳음을 위해 전제가 충부한 근거(Grounds)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ARS의 S와 ARG의 G는 같은 맥락으로 정합한다.

17)

수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비판적사고교재연구회, 2019: 171) : ①어떤 전제가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식일 경우 ②어떤 전제가 직접적인 경험이거나 관찰일 경우 ③어떤 전제가 청문회나 조사에서 충분히 방어되거나 옹호될 수 있을 경우 ④어떤 전제가 다른 좋은 논증의 결론일 경우 ⑤어떤 전제가 목격자의 명백한 증언일 경우 ⑥어떤 전제가 해당 분야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명시적인 의견일 경우 ⑦어떤 전제가 경험으로 확인하기 이전에 또는 경험과는 무관하게 항상 참인 진술일 경우 ⑧어떤 전제가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거나 논증의 맥락에서 합리적인 가정인 것처럼 보이는 진술일 경우

18)

연구자는 <고전 읽기와 토론> 강좌에서 독서 토론을 칼 포퍼 방식으로 [그림 8] 진행한다.

19)

이번 2022학년도 2학기 <고전 읽기와 토론> 23/24분반 수강생 중에서 김OO 학생은 미술학과 전공자이다. 그래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부생으로서 푸코의 마그리트론에 관한 수업 콘텐츠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에 관한 1:1 집중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내용을 정리하여 다음 논문 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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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수업 운영 시 기본 틀, 교재가 3권인 경우

구분 내용
1주 (읽기) 퀴즈 및 강독
2주 (말하기) 발표
3주 (듣기⋅말하기⋅쓰기) 토론, 서평
4주 학습 정리 및 질의 응답

[그림 1]

오리엔테이션 PPT 수업 자료 중에서

[그림 2]

연역논증 개념학습, 교수자 녹화강의 자료 중에서

[그림 3]

2020 PNU 수업사례 공유회 중에서 본 연구자 발표자료 일부

[그림 4]

『다른 방식으로 보기』 마인드 매핑 자료 및 일부 확대 캡처

[그림 5]

『다른 방식으로 보기』 논증적 퀴즈 논술형 문제와 왕OO 수강생의 답안지

<표 2>

논리적 추론과 가치 평가형 추론의 비교

논리적 추론 (사실적 명제) 평가적 추론 (규범적 명제)
조건 명제 가치 준거 (조건 기준)
전건 긍정 가치 적용 (기준 부합 요소 및 사례)
타당한 결론 가치 판단 (평가)
P1 만일 판단 기준이라면, 가치 전제의 술부
P2 가치 적용 (현사실성)
C 가치 전제의 확증, 즉 논제의 찬성 및 반대 (가치 판단)
평가) 논제 : 모둠 학습은 바람직하다. 가치 전제 : 모둠 학습에서의 협동은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 판단 기준 : 해당 활동은 학생의 인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가. 가치 적용 : 학생의 인성이 모둠 학습의 협동을 통해 개선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추론) 만일 어떤 조치가 학생의 인성을 개선한다면,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 / 모둠 학습은 학생의 인성을 개선한다. // 모둠 학습은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

<표 3>

데이머(2012)의 ARG 이론

A(acceptable) 훌륭한 논증의 전제는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은17) 옳다(명제의 참)는 말보다 몇 가지 이유에서 더 낫다. 첫째 어떤 진술을 절대적 진리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둘째 만일 어떤 전제가 절대적 진리일지라도 상대방이 그 옳음을 파악할 입장이 아닐 경우가 있다. 셋째 수용성이란 개념도 논증의 활용 가치(RG 기준을 만족한 조건에서 상대가 전제를 수용하면 논리적으로 결론까지 옳다고 승인하게 된다)를 함의한다.
R(relevant) 훌륭한 논증의 전제는 결론의 옳음에 관련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전제를 수용할 때 결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준다면(그 전제가 결론의 승인을 위한 실질적 증거 역할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은 결론과 관련 있는 전제이다.
G(grounds) 훌륭한 논증의 전제는 결론의 옳음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전제의 종류, 수, 질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런 전제가 A와 R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결론의 옳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 ARG에서 G는 귀납적 추론 상황, 특히 사례 논증에서 중요한 기준이다.

<표 4>

수용 불가능성 오류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수용 불가능성의 오류 언어를 잘못 사용하는 오류 ① 애매성의 오류와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② 강조의 오류
③ 차이 없는 구별의 오류
의심스러운 가정을 사용하는 오류 ④ 부적합한 권위의 오류
⑤ 결합의 오류와 분해의 오류
⑥ 사실과 당위를 혼동하는 오류
⑦ 흑백사고의 오류
결론을 전제로 사용하는 오류 ⑧ 순환논증의 오류

<표 5>

무관련성 오류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무관련성의 오류 심리적인 것에 호소하는 오류 ① 사람에 호소하는 오류
- 인신공격의 오류
- 정황에 호소하는 오류
- 피장파장의 오류
②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 동정심에 호소하는 오류
- 위력에 호소하는 오류
-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
반박을 잘못 사용하는 오류 ③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④ 원천봉쇄의 오류

<표 6>

불충분성의 오류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불충분성의 오류 귀납적인 충분성이 약한 오류 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② 편향된 통계의 오류
③ 무지에 근거하는 오류
④ 잘못된 유비의 오류
인과 관계가 약한 오류 ⑤ 원인 오판의 오류
⑥ 인과 혼동의 오류
⑦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
⑧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

[그림 6]

무관련성 오류 개념학습, 교수자 녹화강의 자료 중에서

[그림 7]

7주차 온라인 수업시간에 23분반 2조 논제 첨삭 화면

[그림 8]

칼 포퍼식 토론 진행표

<표 7> 토론 개요서 작성 순서

순서 작성 내용
1 자신(혹은 자기 팀)이 선택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에 대한 주장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문제 제기 및 논제 설정의 배경 상황과 핵심 개념을 조사⋅정리한다.
2 주장에 대한 논점과 논거를 탐색해서 (가능한 건전한 논증을 구성하기 위해) 탐색해서 정리한다.
3 자신의 논점과 논거에 대한 상대의 반론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

[그림 9]

2022-2학기-24분반-2조-찬성측 토론 개요서, Notion페이지 캡처

[그림 10]

2022학년 2학기 독서 토론 교과 활동

<표 8> 토론 평가 시 주의 사항

① 토론 유형 및 토론 순서에 따라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측이 유리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찬성 측이 먼저 입론을 하는 것은 마치 싸움에서 ‘먼저 때리기’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평가자에게 일정한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음을 고려한다. (Prima faice 효과)
- 마지막 반론을 어느 측이 하느냐에 따라 마치 싸움에서의 ‘마지막 일격’처럼 평가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찬성 측이 먼저 입론을 하는 유리함은 입증의 부담을 잘 극복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찬성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반대 측이 마지막 반론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지만 반박의 부담을 잘 극복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반대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② 논제에 따라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측이 토론을 전개하는 데 유리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주장하는 찬성 측 입장이 유리한지, 현 상태 유지를 주장하는 반대 측의 입장이 유리한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평가자에게 요구된다.
- 논제가 찬반 어느 한 측에 유리하다면, 양측이 무승부로 판단될 때 불리한 측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③ 적절한 평가서 양식을 사용하여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평가 소지를 줄이고 토론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세부 평가를 비롯하여 토론 전체 에 대한 종합 평가에 최선을 다한다.

[그림 11]

2022학년 2학기 토론 평가표 제출 사례

[그림 12]

이O재 학생의 논리 활용(1), 학습자의 과제제출자료 캡처

[그림 13]

이O재 학생의 논리 활용(2), 학습자의 과제제출자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