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 기반의 한국어 교과목 설계에 관한 가능성 탐색 연구
An Exploratory Study on the Possibility of Metaverse-based Korean Language Subject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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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연구는 변화하는 대학의 교수⋅학습 환경 및 다변화되어 가는 외국인 학습자의 특징과 요구를 반영한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 교과목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표가 있다. 아직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의 활용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지만, ‘경험의 원추 이론(The Cone of Experience)’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목표 언어 학습은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가상 세계(Virtual Worlds), 거울 세계(Mirror Worlds)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를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면, 학습자들의 실제 의사소통 능력 신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기반의 한국어 교과목 설계를 위해 먼저 메타버스의 기술적 유형을 살펴보고, 현재 개발되어 있는 ‘게더타운’과 ‘이프랜드’의 기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어 교과목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함을 밝혔다. 그리고 의사소통 과제를 기반으로 한 ‘맥락적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함을 주장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4단계의 수업 모형을 제시하였다. 향후에는 이러한 수업 모형을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해 봄으로써 그 효과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후속되어야 할 것이다.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developing a metaverse-based Korean language subject reflecting the changing teaching/learning environment of university and the diversified characteristics and needs of foreign learners. Even though the utilization of the so-called metaverse in the field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is still in its early stages, target language learning based on concrete and direct experience is very effective, just as emphasized in ‘The Cone of Experience’, Thus, if students can learn the Korean language through the metaverse based on such programs as Virtual Worlds and Mirror Worlds, it would help them increase their actual communication skills to a great extent.
In order to design a metaverse-based Korean language subject, this study first examined the technical types of the metaverse, and then analyzed the functions of Gather.town and ifland, both of which are currently being developed. As a result, this study revealed the possibility of conducting a Korean language subject through the metaverse platform. After arguing for the necessity of establishing a ‘contextual scenario’ based on communication tasks, this study also presented a four-step instructional model according to each scenario. In the future, there should be follow-up research that proves the effectiveness of this instructional model by applying it to the actual education field.
1. 서론
이 연구는 변화하는 대학의 교수⋅학습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교과목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Metaverse)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특히 외국인 학습자 대상 메타버스 기반의 학문 목적 한국어 교과목을 개발하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적⋅인적 자원의 교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국내 대학 환경 역시 글로벌 캠퍼스화를 지향하며 외국인 학습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전염병은 대륙 간 장벽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으로 이동하며, 비대면⋅비접촉을 선호하는 문화를 형성하여 대학의 교육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꾸준히 성장하던 기술과 통신 분야는 더욱 획기적으로 발전하며 고등교육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더 많은 대학에서 기존의 교수자와 학생 간 대면 강의를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대체하고 있으며 그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여 활용률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의 내용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대학교육에서 다뤄지는 지식과 정보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차원적이며 다학제적인 측면에서 융⋅복합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복합 교육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이 최소화된 가상 환경에서 더욱 유연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21년 7월 ‘디지털 뉴딜 2.0’의 핵심 키워드로 ‘초연결⋅초실감 신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디지털 미래 사업을 선도할 핵심 산업으로 메타버스를 선정한 바 있다. 즉, 대학교육의 환경적⋅내용적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본고에서는 메타버스가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11만 명을 넘어섰으며1),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많은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들은 대학생활 적응 및 학업 수행에 있어 한국어라는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류선숙 외(2020:126)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대학 내 학문 목적 학습자에게 한국어 능력은 원활한 학교생활 영위 및 학업 성취도 달성에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학업 기술 신장에 역점을 둔 학문 중심의 한국어 강좌나 교양한국어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대학 교수⋅학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 접목이나, 디지털 의사소통에 익숙한 MZ세대인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 경험이나 소통 방식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한 교과목 개발은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및 가상 환경 내에서 의사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보다 편안하게 교육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몰입도가 높은 환경에서 교육을 실행할 수 있으므로, 외국인 학습자들이 접할 수 있는 한국어 의사소통 환경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희경(2021:3)에서는 MZ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M)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가리키며, 이들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인터넷과 SNS 문화에 능통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교육적 적용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유갑상⋅전긍(2021:1378)에서는 메타버스가 현재 게임 기술, SNS 등 소통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나 확산은 아직 시작 단계임을 지적하면서, 향후 현실 공간에서 가상 사물을 투시해 주는 메타버스 기술을 한국어 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용한다면 학습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 교과목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의 일환으로서, 먼저 선행 연구 및 Edgar Dale (1969)의 ‘경험의 원추 이론’을 토대로 메타버스가 한국어 학습을 하는 도구로서 갖는 장점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메타버스의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어교육 분야에 메타버스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선결되어야 하는지 검토할 것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능을 분석함으로써 실제 교육 현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내에서의 온라인 교육 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수업 설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메타버스 기반 언어 교육에 관한 선행연구
메타버스(Mataverse)는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로서, Meta는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며 ‘초월성’과 ‘변형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Universe는 ‘세상 또는 우주’라는 뜻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적 세상을 뜻한다(이현정, 2021; 이승환⋅한상열, 2021).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메타버스 개념에 대한 정의도 다양한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표 1>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존 학자들의 정의를 정리한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존 연구들의 정의를 종합하면,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개념은 단순히 온라인 상에서 아바타가 활동을 하는 가상 세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서로 연결되거나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고 이용자가 그 세계로 직접 들어가 제한 없는 활동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구축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높은 몰입감과 실재감 있는 소통 및 활동 가능성으로 인해, 이제 메타버스는 기존에 주로 게임이나 기술 분야와 관련하여 논의되던 것에서 교육 분야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박진철(2021:118)에서는 메타버스가 과거 이러닝(E-Learning)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반 교육을 한 차원 진화시키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큰 특징은 [그림 1]과 같이 크게 ‘멀티-테크놀로지’, ‘사회적’, ‘초공간적’이라는 용어로 정리할 수 있다(Jackson, Jon. 2016:12).
박상준(2021:269-273)은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존 논의들을 종합하여 메타버스가 갖는 특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교육 분야와 관련된 것을 중심으로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타버스는 개발자가 만든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디지털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며, 공유하고, 더 확장시켜 나간다. 둘째, 메타버스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 쌍방향으로 자유로운 소통과 공유의 장을 제공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든지 메타버스에 자유롭게 접속해서 동등하게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셋째,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메타버스 자체는 가상 세계이지만 현실을 투영하거나 현실과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며, 메타버스에 접속해 아바타를 매개로 소통하며 활동을 하는 이용자는 실재의 인간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에서의 경험과 활동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징을 보다 직접적으로 교육적 상황에 대입해 보면, (1) 학습자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가상 세계에서 (2) 보다 능동적으로 다양한 학습과 활동을 영위하며 자신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3) 이러한 메타버스 내에서의 활동 및 경험이 가상 세계에 그대로 머무르거나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현실에서의 학습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교육적 유용성이 부각됨에 따라 비대면 교육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후로, 실제 교육 현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박상준(2021)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어떻게 교육을 할 수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고찰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미래 사회는 메타버스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고 밝히면서, 메타버스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수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자들에게 교과서 텍스트를 통해 이론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의 교육 내용에 적합한 메타버스를 융합하여 학생들이 교실에서 하기 어려운 활동이나 실험을 메타버스의 ‘가상 강의실’에서 실제로 체험하며 배우게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특히 ‘교과목 연계’를 전제로 한 ‘가상 강의실’을 제안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양은별⋅류지헌(2021)은 메타버스를 적용한 학술행사나 대학 수업이 늘면서 기능적 특성은 잘 활용되고 있지만,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경험에 대한 분석은 미비한 실정임을 지적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조건에서 학습자들의 반응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메타버스 학습환경에서 동료 아바타의 존재와 교사 아바타의 움직임은 공간 지각에 따른 학습 실재감을 높이며, 동료 아바타와의 관계 형성 과정은 사회적 실재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의 많은 강의가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즉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하는 학습자 집중도의 하락 문제, 실시간 소통 및 피드백 교환의 제한 등의 문제를 메타버스 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와 같은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인식됨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학습 과정이나 비교과 행사 진행에 메타버스를 도입하였거나 향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로 입학식을 진행한 순천향대학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동아리 박람회, 박물관 전시회, 응원전, 인문학 강연 등과 같은 행사를 메타버스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메타버스를 구축하여 학습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역동감 있는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독려하고자 한다. 한편, 교과목 내에 메타버스를 적용하고 있는 대학들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데, 서울대학교에서는 의과대학의 해부학 관련 실습을 메타버스로 진행한 바 있으며, 연세대학교는 메타버스 기반 생물학 실험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학에서의 메타버스 활용은 주로 비교과 행사 진행이나, 기술분야와 관련도가 높은 계열의 교과목에 집중되고 있으며 인문계열이나 교양교육에 대한 도입은 본격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메타버스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동적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학 관련 교과목에서의 접목은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주로 메타버스의 기술 유형 중 하나인 VR(Virtual Worlds: 가상 세계)이나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수업 도구로서 일부 활용하고자 한 연구들(김성조, 2018; 심은지⋅유훈식, 2019)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메타버스 기술이 복합적으로 접목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교과목과 연계하고자 한 연구들도(유갑상⋅전긍, 2021; 박진철, 2021; 장지영, 2021) 시작되고 있다. 본고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기반한 한국어 교과목 개발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으므로, 후자의 선행 연구들을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하였다.
먼저 유갑상⋅전긍(2021)은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형 어학교육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와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현실 공간에서 가상 사물을 투시해 주는 메타버스 기술을 어학 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용하는 것은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외국인 학습자들이 단기간에 한국어 습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게임을 메타버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인 학습자들을 위한 ‘메타 클래스’를 개발한 뒤, ‘게임형 단어 학습 지원’, ‘아바타 참여 학습 지원’ 모듈 내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안을 직접 제안하였다. 이 연구는 메타버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지원 기능을 제안하고,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지침들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직접 어학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주안점을 둔 유갑상⋅전긍(2021)과 달리, 기존에 개발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박진철(2021)은 한국어 교육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연구이다. 이 연구는 초⋅중급 학습자와 고급 학습자를 위한 과제 중심 한국어 수업 모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SKT에서 제공하는 ‘이프랜드(ifland)’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미팅룸을 활용하여 대화를 연습하거나 짝활동을 수행하고, VR/AR 활용 콘텐츠를 보고 발표를 하는 등의 수업 구조를 제안하였다. 장지영(2021)은 게더타운(Gather.town)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초급 학습자를 위한 회화 중심의 한국어 수업을 시행한 연구이다. 이 연구 역시 박진철(2021)과 같이, 과제를 중심으로 한 수업을 설계하였으며 학습자들은 과제를 준비하고 설정하는 단계를 거쳐,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과제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학습자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에서 전반적인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학습자 개인의 디지털 기계의 성능 차이, 인터넷 환경의 차이 등 기술적 문제도 발생하여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특정 플랫폼만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탐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실제 수업 모형이나 사례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2.2. 경험의 원추 이론과 언어 학습의 효과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술적으로 교육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전재천⋅정순기(2021), 유갑상⋅전긍(2021) 등의 연구에서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경험의 원추 이론’에서 찾고 있다.
Edgar Dale(1969)에 의해 주창된 ‘경험의 원추 이론(The Cone of Experience)’은 언어 학습 자체는 고도의 추상성을 띠는 경험이므로, 교실 내에서 시청각 교구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험을 지원함으로써 언어 학습 및 기억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Edgar Dale(1969)에서는 ‘경험의 원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읽기’, ‘듣기’, ‘보기’, ‘보고 듣기’, ‘말하기’, ‘말하고 행동하기’와 같이 단계화된 경험에 따라 학습을 진행하고, 2주 뒤에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림 2]와 같이 구체적 경험에 정도에 따른 기억 효과를 구분하였다.
Edgar Dale(1969)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 교수 방법은 경험의 원추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언어 기호’, 즉 가장 추상적인 정보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학습 과정에서 하위로 내려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또한 학생 참여와 인지적 발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경험의 원추 이론에 따르면 사진이나 그림과 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통한 경험은 30%의 인지적 효과를, TV나 영화를 포함한 디지털 매체를 통한 경험은 50%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가장 하위에 있는 ‘직접적이고 의도된 경험’은 90%의 효과를 보인다. ‘직접적이고 의도된 경험’은 어떠한 상황이나 사물을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며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습자가 실제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와 개념을 축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 직접 행동을 하거나 언어적 행위, 즉 말하기나 듣기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학습 효과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Edgar Dale(1969)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자들이 교실에서 더 많은 실제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고안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물론 당시에도 실제 경험 및 행동을 통한 경험 학습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공감을 얻었으나, 특히 외국어를 배우는 교실에서 모든 의사소통 상황을 실제 경험과 연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복합적인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가능한 시대에는 메타버스를 통해 가장 현실과 닮아 있는 공간과 상황에서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인 XR(AR, VR) 콘텐츠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연결체로서, 현실 세계와 가장 흡사한 배경과 상황 속에서 학습자들이 학습 내용에 몰입하게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이고 의도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메타버스 안에 구축된 의사소통 상황에서,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직접적 경험을 영위하는 과정을 통해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아바타’라는 자기화된 존재를 통해 보다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재천⋅정순기(2021:364)에서는 경험의 원추 이론에 근거할 때, 최근 비대면 수업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일방향의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은 학습자들이 수동적으로 학습 내용을 접한다는 점에서 고차원적인 교육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등장한 교수자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 양방향 수업’ 역시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보았다. 표정, 목소리 톤 등의 비언어적 단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무엇보다 학습욕구와 학습과정 중의 몰입을 촉진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메타버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강의실, 또는 학습자가 접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와 동일한 형태로 교수⋅학습 환경을 구축하여, 그 안에서 대화, 설명, 토론 및 토의, 발표 등 다양한 의사소통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온라인 미팅 플랫폼 기반 실시간 양방향 수업과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실시간 양방향 수업의 차이를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과목에 대한 시사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타버스는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교수⋅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데 유용하다. 경험의 원추 이론에 따르면, 학습자들은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경험을 토대로 언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강의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사소통 장면은 매우 국한되어 있다. 최근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학습자들이 실재감 있는 환경에서 한국어를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마련되고 있으나, 여전히 학습자들이 의사소통을 경험하는 장(場)은 강의실에 머물러 있다. 만약 메타버스를 통해, 각 학습자들의 요구와 특성, 숙달도,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 상황 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학습자들의 학습 실재감(learning presence)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양은별⋅류지헌(2021:1631)에서는 원격학습에서 학습 실재감은 학습활동 참여 및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제시하면서, 메타버스 공간에 대한 경험은 학습환경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학 내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차원의 의사소통 활동을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한다면,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소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장치들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전형성을 드러내므로, 그 공간 내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과정 자체가 이들에게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학습 과정을 통해 학습자들의 실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낯선 상황에서의 오류 발생 등에 대한 학습자의 정의적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메타버스는 학습자의 주도적이고 능동적 의사소통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라는 존재를 통해 상호작용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아바타는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며, 다양한 동료 아바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수행하게 된다. 즉, 전통적 수업 방식에서처럼 교수자가 주도적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하거나 활동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 역시 하나의 아바타로서 의사소통 장면에 참여하게 되며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상시 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 안에서, 미리 교수자가 설정해 놓은 학습 게임, 영상 시청, 토론, 토의, 발표, 학습 결과물 공유 및 전시 등을 수행하며 능동적으로 학습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즉, 학습자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으며, 흥미롭게 학습에 참여하고, 학습자-학습자 간, 학습자-교수자 간의 상호작용을 능동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이는 곧 교수 모델이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이양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셋째, 메타버스는 과제(task)의 실제성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 중심의 한국어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의사소통 중심 한국어교육에 있어 과제의 실제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실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사소통 상황을 가장 흡사하게 재현한 과제를 통해 학습자들이 진정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지영(2021:282)에서는 그동안 한국어 교과목에서 실제 세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교실 밖으로 직접 나갈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대부분 교실에서 역할극으로 이를 대체해 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메타버스에서는 실제 세계와 가깝게 꾸며진 맵에서 아바타를 통해 여기저기를 직접 방문하여 체험하면서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높은 실제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습자들은 유의미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목표 언어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익혀야 하는 디지털 문식성 역시 메타버스를 통해 함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메타버스 내에서 학습자들의 특성과 요구를 파악한 실제적 과제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교수자는 메타버스의 틀과 기능을 충분히 숙지한 가운데, 구체적인 교수 목적을 가지고 수업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한국어 교과목 개발을 위한 메타버스 분석
3.1. 메타버스의 기술적 유형과 한국어교육
본고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기반을 둔 교과목 개설을 위해 현재 개발되어 상용화된 메타버스의 기술적 유형을 살피고, 한국어 교과목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능이 요구되며, 이를 반영하고 있는 적합한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과 유형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보고서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서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 3]과 같은 두 개의 핵심축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축은 내재적 요소(intimate)와 외재적 요소(external)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 다른 축은 증강(augmentatio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3]에서 제시된 두 개의 축은 서로 독립되거나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연속선상에 있는 개념으로서, 이들이 교차하는 영역에 따라 메타버스의 기술적 유형을 크게 가상 세계(Virtual Worlds), 거울 세계(Mirror Worlds),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으로 유형화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네 가지 기술적 유형을 기반으로, 한국어 교과목에 어떠한 메타버스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3.1.1. 가상 세계(Virtual Worlds)
가상 세계는 흔히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비슷한 맥락으로 언급되는데, 말 그대로 현실과 비슷하게 가상의 것을 만들어낸 환경을 의미한다(송원철⋅정동훈, 2021:8). 가상현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몰입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며, 사용자를 가상 세계에 완전히 몰입시킨다는 점에서 증강현실과 구분된다. 증강현실은 가상환경의 한 예이긴 하지만, 현실 세계에 가상의 대상물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가상현실과는 차이를 보인다.
현재 상용화된 국내의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 가상 세계를 구현하고자 한 사례로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Zepeto)와 SKT의 이프랜드(ifland)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 3D 기술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플랫폼 내에서 아바타로 다른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다른 사람과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외에서는 일찍이 언어 교육용 콘텐츠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소통 창구로서 인식되고 있어, 언어 학습을 목적으로 한 활용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진철(2021:132)에서 언급한 것처럼, 메타버스 유형 중 가상 세계가 언어 교육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풍부한 학습 환경을 통한 실제적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설계자는 가상 세계에서 참여자,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 논의되는 화제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으며, 실제적 과제를 제공함으로써 능동적 학습과 직접적인 조작에 의한 경험 중심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3.1.2. 거울 세계(Mirror Worlds)
AFS에 따르면 거울 세계는 ‘물리적 세계의 반사’로 정의된다. 즉,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하여 디지털 형태로 표현한 세계로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이나 가상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일반적인 가상 세계와는 구분된다(송원철⋅정동훈, 2021:9). 즉, 현실 세계를 복사하되 정보성과 편의성을 더한 상태로서 네이버나 구글 지도가 장소를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지도 안의 장소에 대한 정보와 안내를 제공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변문경 외, 2021). AFS에서는 이러한 위치 기반 거울 세계 플랫폼에 가상 세계기술을 결합하여 3D 아바타를 통해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즉, 아바타를 통해 실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이동하여 해당 장소를 방문한 다른 아바타와 의사소통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료 학습자와 함께 ‘주말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의사소통 과제를 부여받았다면, 다양한 지역의 거울 세계로 순간 이동하여 그 지역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탐색하고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가상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현실 활동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가상 공간’도 거울 세계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들은 교육 분야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거울 세계가 교육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예로 Zoom, Webex, Google Meet, Teams와 같은 ‘가상 교육공간’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본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원격 화상회의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원격 수업이 확산됨에 따라 실시간 교육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게더타운(Gather.town) 역시 거울 세계의 대표적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 게더타운은 Zoom과 같은 원격 화상회의용 도구에 메타버스의 요소를 접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사용자가 현실 세계를 반영하여 직접 맵을 구축하고, 그 공간 안에서 대화나 채팅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게더타운은 거울의 세계를 통해 직접 공간을 ‘만듦으로써 학습’을 실현할 수 있으며, 학습에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Bokyung, K. et al. 2021).
3.1.3.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은 위치 인식 시스템과 그래픽 기술을 토대로 기존의 실제 세계에 3차원의 가상 정보나 물체를 증강함으로써, 개인이 접하는 실제 물리적 세계를 확장하는 유형이다(Smart, J. et al, 2021). 증강 현실은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Wi-Fi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위치 정보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특정한 도구, 즉 안경이나 렌즈를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혼합하여 보는 것까지 포함한다(Bokyung, K. et al. 2021).
이러한 증강 현실은 직접 경험하기 어렵거나 추상적인 학습 맥락에서 학습자들이 증강 현실 도구를 활용하여 그 세계를 경험하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 학습에의 유용성을 인정받아 왔다. 김성조(2018:14)에서는 한국어교육과 관련하여 증강 현실의 교육적 효과를 (1) 학습자의 흥미 고취, 몰입도 향상을 통한 학습 동기 강화, (2) 학습의 맥락을 만들어서 학습 효과 상승 (3) 학습 콘텐츠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자 참여도 및 주도성 강화의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박진철(2021:126)에서는 증강 현실의 언어 교육적 활용 방안을 크게 AR Book과 위치 기반 AR 교육용 콘텐츠로 나누어 제시한 바 있다. AR Book의 경우 ebook의 발전된 형태로서, 언어적 입력에 국한된 교육 내용을 보다 실감 나게 제공할 수 있어 학습의 흥미를 높이고 몰입형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위치 기반 AR 교육용 콘텐츠의 경우, 특정 전시물이나 장소를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어 고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문화재의 이해 및 탐방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증강 현실을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교실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지원하는 안경 등의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물론 기기 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도 구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몰입도를 완전히 체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증강 현실을 교과목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1.4. 라이프로깅(Lifelogging)
라이프로깅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센서들이 개인의 일상생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여, 이를 처리하거나 반영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러한 라이프로깅이 메타버스의 핵심 축으로서 언급되는 것은, 개인의 과거 경험에 대한 빅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현실 세계의 자신과 더욱 강력하게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혜균⋅김현석(2022:155)에서는 현실 세계의 디지털 기록과 가상세계의 디지털 기록을 동기화하고 통합적으로 저장, 관리하는 플랫폼을 통해 현실-가상 세계에서 복수의 아바타들과 공간과 시간 영역을 뛰어넘는 상호작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를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학습자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의 학습 과정에 대한 기록 및 저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거나 최적화된 학습 내용을 제공 받을 수 있고,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학습자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을 결과 중심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과정 중심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가장 자주 갔던 장소에서의 의사소통 상황을 연습할 수 있고, 일상생활 패턴을 분석해 학습자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과제를 제안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메타버스 기술은 개별적으로 분리되거나 독립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서로 융합되어 나타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AFS에서도 밝힌 것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이들 유형은 서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일종의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각 유형이 갖는 특징이나 장점들을 취합하여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들 중에서 특히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가 한국어 교과목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기술 유형이라고 본다. 우선 ‘가상 세계’는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가장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이미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거울 세계’ 역시 교육적 활용도가 높은 플랫폼에 속하며,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필요에 따라 아바타와 실제 학습자가 동시에 학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에 해당하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례로 하여, 한국어 학습을 위한 기술적 지원 현황 및 기능을 분석하고자 한다.
3.2. 한국어 교과목 개발을 위한 메타버스 기능 분석
본고는 가상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어 교과목 개발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가상의 한국어 교육 공간을 구축해야 하므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상의 교육 공간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메타버스 기능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메타버스 기반의 어학 교육 플랫폼 개발 방안을 모색한 유갑상⋅전긍(2021)에서 제시한 ‘스마트 학습 공간 구축을 위한 기능’ 목록을 기준으로 하여, 기존에 개발된 메타버스 플랫폼이 한국어 교육 공간으로 적절한지를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4)
본고에서 분석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더타운과 이프랜드이다. 이 두 플랫폼은 각각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의 대표적 예시로 언급되며5),,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어 학습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높고, 교육적 활용도가 많은 연구들에서 제안되고 있으며, 사용자 수가 높게 확보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두 플랫폼이 지원하는 메타버스 기술이나 기능을 [그림 4]의 기준 목록에 따라 분석하였다.
본고의 분석 결과, <표 3>과 같이 두 플랫폼 사이에는 몇 가지 큰 차원에서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 학습 면에서 보았을 때, 각 플랫폼이 갖는 차이점 및 유용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게더타운의 경우에는 이프랜드와 달리 교수자나 학습자가 직접 맵을 생성할 수 있다. 만약 교수자가 맵 설계자가 된다면, 사전에 교수⋅학습 시 필요한 ‘스포트라이트 존(일방향적 강의 진행 가능)’, ‘프라이빗 존(해당 공간에 들어간 소그룹 학습자들끼리만 의사소통 가능)’ 등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또한 ‘학습 존’을 맵 곳곳에 만든 뒤, 각 공간마다 ‘구글 문서(상호작용적 쓰기 가능)’, ‘패들랫(출석부, Q&A, 그룹 메모, 과제 공유 등 가능)’, ‘멘티미터(퀴즈, 게임)’, ‘스페이셜(포트폴리오)’ 등의 외부 협업 툴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학습자들이 맵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게더타운이 이프랜드와 차이점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형태의 자료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프랜드의 경우, PDF 파일 및 영상 형태의 자료만을 공유할 수 있으며 호스트가 화면 공유를 실시해야만 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게더타운에서는 음성, 영상, 파일, 이미지 등의 형태를 모두 공유할 수 있으며, 교수자 주도로 화면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사전에 ‘화이트보드’와 같은 오브젝트에 자료를 배치하고 학습자들이 해당 오브젝트에 접근하면 자동 재생하도록 하는 방법 등도 가능하다. 즉, 보다 더 많은 자료를, 더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수⋅학습 자료의 다양성은 학습 과정을 보다 풍부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프랜드의 경우에는, 우선 학습자가 직접 아바타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아바타는 학습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존재이자, 나를 대신해 동료 학습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직접 자신을 투영하여 제작한 아바타는 학습자로 하여금 더욱 실재감과 몰입감이 높은 상태로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바타의 몸짓, 표정 등의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보다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 학습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게더타운의 경우 직접 맵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으나, 이프랜드의 경우 이미 정교한 기술에 의해 제작된 3D 공간이 구축되어 있으므로 의사소통 상황을 고려해 여러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하여 언어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이프랜드는 국내 통신사에서 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1895 대한제국’을 비롯해 한국적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한 장소들이 많다. 따라서 공간적 실재감을 높일 수 있고, 각 공간이 갖는 문화적 상징성이나 전형성을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문화에 대한 암시적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이프랜드 내에서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전시회나 행사도 매우 많기 때문에,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맥락과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상과 같이 게더타운과 이프랜드의 기능 분석을 통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과목 개발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았다. 두 플랫폼 모두 각 교육 현장의 상황에 맞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을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과목 개설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새로운 맵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학습자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 지향의 한국어 교과목이라면 게더타운을 선택할 수 있고, 주어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실감 나는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지향하는 교과목이라면 이프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플랫폼 모두 학습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을 위한 시나리오를 교수자가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과 같은 메타버스 기술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맥락적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맥락적 시나리오란’ 학습자가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필요로 하는 교육 목표가 교육용 활동과 연관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며, 학습자가 수행해야 하는 학습 과제의 실제성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말한다. 따라서 학습자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실제적인 문제 상황을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하고, 현실의 맥락을 고려한 사건 시나리오 구성이 필요하다.(한형종⋅임철일, 2020:235) ‘Learn Language VR’, ‘Talkish’ 등의 현재 개발된 언어 학습용 VR/AR 시스템은 원어민의 대화 내용을 관찰하거나, 아바타를 통해 특정 장소를 방문하여 회화를 연습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가 구성되어 있으나 결국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최승연⋅박재완, 2017:591)
그러므로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동료 학습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게더타운이나 이프랜드 플랫폼 내에서, 교수자가 사전에 학습자의 공간 내 이동 동선과 의사소통 상황을 고려한 일종의 ‘의사소통 과제 중심 세미 시나리오’를 구축해 놓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이는 고정된 입력과 산출을 전제로 한 기존 언어 학습용 VR/AR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의사소통 과제 중심 세미 시나리오’에서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주제로, 누구와 함께 상호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구축된 상태에서 학습자들이 동료 학습자 또는 교수자와 자유롭게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맥락이 확보된 보다 실제성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메타버스를 활용한 한국어 교과목 설계 방안
본고에서는 Edgar Dale(1969)의 ‘경험의 원추 이론’을 근거로 실제 의사소통 상황을 가장 흡사하게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 교과목 설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의 언어 교육적 활용 양상과,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를 표방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교과목 설계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학습자들에게 실제로 요구되는 의사소통 맥락 및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하도록 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한국어 학습 맥락은 시⋅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보다 실재감, 몰입감이 있는 환경 속에서 직접 의사소통을 경험하도록 한다면 교육적 효과가 클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야외, 강의실, 영화관, 사무실, 식당 등 한국어 학습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의사소통 장소를 가상 세계 또는 거울 세계로 지원한다. 학습자들은 현실 세계에 있는 장소에 가지 않고도 메타버스 안에서 자유롭게 동선을 이동하며, 능동적으로 실제적인 의사소통을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과목의 성격이나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수자와 학습자가 원활하게 접근 가능한 플랫폼들의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여 각 플랫폼이 지원하는 기능과 한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네 가지의 메타버스 기술적 유형 가운데, ‘가상 세계’나 ‘거울 세계’가 별도의 장비 등이 필요하지 않아 교과목 적용에 용이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각 플랫폼이 갖는 특징과 장점이 뚜렷하므로 교과목의 목표나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학습자들이 메타버스에 익숙하지 않고, 메타버스를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해 보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면 이프랜드와 같은 가상 세계 플랫폼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들이 비교적 메타버스에 익숙하여 직접 맵이나 오브젝트를 활용하는 것에 무리가 없고, 팀별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퀴즈, 게임 등을 통한 과제 수행 및 평가를 하는 데 목표를 둔 수업이라면 게더타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교수자는 기존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되 교육적 목적의 ‘의사소통 과제 기반 세미 시나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차시의 수업을 메타버스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학습자들이 메타버스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퇴장하는 순간까지 각 단계별로 무엇을 주제로 하여 어떠한 활동들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해야 한다. 특히 게더타운의 경우, 하나의 맵 안에 조별 활동을 통해 토의나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구역,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구역, 전체 인원이 모여 목표 문법이나 어휘와 같은 언어 지식에 대한 교수자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구역 등을 나눠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구역별로 어떠한 대화를 수행하게 될 것인지, 어떠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 등을 시나리오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의사소통 과제 기반 세미 시나리오’를 토대로, 각 차시별로 단계화된 수업 모형을 수립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학습자들이 목표어인 한국어를 자유롭게 산출하고 이해하며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주제나 과제에 대한 배경지식 활성화를 비롯해 목표 문법이나 어휘, 표현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사소통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학습자들은 수업 단계에 따라 오프라인 강의실과 가상의 메타버스 강의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다섯째, 메타버스에서의 학습이 단순한 흥미 위주의 경험이 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피드백과 평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학습에 있어 메타버스를 활용할 때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는, 메타버스 내에서 학습자들을 통제하기 어렵고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사전에 계획한 학습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습 과정에 대한 교수자 및 동료 피드백이 최대한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퀴즈나 Q&A 등을 지원하는 협업 툴을 활용함으로써 평가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하여, <표 4>와 같이 4단계로 진행되는 수업 모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메타버스 기반의 한국어 교과목은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에 맞춰 가장 핵심적인 의사소통 주제 및 과제를 기준으로 6~7개의 시나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시나리오는 한 학기 동안 모듈형 unit으로서 독립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표 4>에서 제시한 시나리오는 ‘외국인 기숙사 신청하기’로서, 외국인 학습자가 대학에 진입한 초기에 수행해야 하는 대표적인 의사소통 과제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크게 4단계로 구성이 되는데, 4단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소요 기간은 대학 내 교육과정을 고려했을 때 2주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첫 번째 단계인 1차시에는 학습자들이 의사소통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언어 지식을 익히는 데 목표를 둔다. 학습자의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고 교수자가 언어 지식을 제시 및 설명하면, 학습자들은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퀴즈 게임 등에 참여하여 지식을 내재화할 수 있다. 그리고 퀴즈 참여에 대한 보상책으로 아바타가 성장하는 아이템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학습 흥미도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다음으로 2차시에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언어 기능을 연습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메타버스는 주로 말하기 기능과 연계하여 다뤄졌는데, 텍스트를 화면 공유를 통해 다 같이 읽고 이해하는 활동이나 구글 문서나 패들랫 등을 통해 개인 또는 동료 학습자와 협력적으로 쓰기를 산출하는 활동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3차시에는 TBL(Team Based Learning)의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공식적 맥락에서의 의사소통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학습자들이 그룹별로 대화를 나누거나 토의를 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차시에는 격식적이고 보다 복잡한 변인들이 작용하는 공식적 맥락에서의 종합적인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역할극을 제시했지만, 시나리오 주제에 따라 발표와 같은 일방향적 산출 과제 또는 여러 언어 기능이 통합된 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교수자 및 동료 피드백과 평가가 이뤄지는데, 포트폴리오 협업 툴을 통해 각 학습 단계별 피드백과 평가를 최종적으로 반영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한 학기 동안 만들어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4단계의 학습 과정은 오프라인 강의실과 메타버스 강의실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시에 교수자가 언어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은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수행하고, 학습 활동이나 퀴즈는 강의실에서 직접 메타버스를 접속하거나 온라인 내에서 메타버스로 모여 실행하는 방식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아직 메타버스에 대한 친숙도가 현저히 낮을 수 있으므로, 모든 학습 활동이 온라인 내에서 진행되는 것보다는 교수자의 직접적인 안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강의 형식을 적절히 활용하되, 학습자의 직접적인 수행이 필요한 부분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게더타운으로 한국어 말하기 수업을 실시한 장지영(2021)에서도 수업 전체를 게더타운으로 진행하지 않고 줌에서 언어 지식을 배우고 말하기 연습은 게더타운 내에서 진행한 바 있다. 기술이나 통신상에서의 제약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과목은 오프라인 강의실과 메타버스 공간을 원하는 대로 취사선택하며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5. 결론
본고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대학의 교수⋅학습 환경 및 국제화 정책에 따라 다변화되어 가는 외국인 학습자의 특징과 요구를 반영한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 교과목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외국인 학습자들은 대학생활 적응 및 학업 수행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다양한 학문 목적 한국어 교과목을 이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메타버스를 통해 학습자들의 세대적⋅연령적 특징을 고려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몰입감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는 ‘경험의 원추 이론’을 이론적 근거로 하여, 학습자들에게 강의실 내에서의 읽기나 듣기와 같은 추상적인 경험을 지원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통한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보다 높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한국어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가 어떠한 개념과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언어 학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기능을 갖춰야 하는지를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의 네 가지 기술 축인 ‘가상 세계’, ‘거울 세계’, ‘증강 현실’, ‘라이프로깅’을 각각 검토하였고, 이들 중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가 대학 내 한국어 교과목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가상 세계’와 ‘거울 세계’의 대표적 예시가 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과 ‘이프랜드’가 갖추고 있는 여러 기능들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어 교과목 진행에 필요한 요소들을 검토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학습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보다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맵이나 아바타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과 같이 가상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말하기-듣기 위주의 활동을 경험해 보는 것을 넘어 다른 온라인 협업 툴을 연계하여 퀴즈, 게임, 토론, 발표, 협력적 쓰기, Q&A, 영상 시청 등 복합적인 언어 과제를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메타버스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플랫폼의 교과목 형식으로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과목 개발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우선 교수자가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능을 충분히 숙지해야 보다 효과적으로 교육 공간을 구상할 수 있으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사소통 과제를 중심으로 한 맥락적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할 필요도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학교 내부의 통신적, 기술적 한계로 인해 메타버스가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메타버스에 대한 친숙도가 크게 떨어지는 학습자들의 경우 이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 진행이 학습 흥미나 동기 유발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는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기술로서 앞으로 더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며, 보다 많은 학습자들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실감나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판단된다. 다만, 통신이나 기술적 차원에서의 원활한 진행이 반드시 필요하며, 학습자 및 교수자 실재감이 메타버스 내에서 얼마나 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 교과목 개설의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살폈다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본고에서 제안한 4단계의 수업 모형이 오프라인과 메타버스 내에서 얼마나 잘 호환되며, 학습자들로 하여금 얼마나 높은 성취도와 만족도, 그리고 학습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가 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더욱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References
Notes
대학알리미의 ‘2021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110,589명이며, 이 중 어학연수생을 제외한 학위 과정생은 79,150명이다.
홍희경(2021)을 바탕으로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메타버스 개념을 재정리하였음을 밝혀 둔다.
메타버스 오버뷰 홈페이지(https://www.metaverseroadmap.org/overview/)에 수록된 ‘Two key continua and four scenarios specifying different features, types, or sets of metaverse technologies’ 도식을 인용한 것이다.
유갑상⋅전긍(2021)은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여, 어학 교육을 위해 실제 구현 가능한 기술이나 필요한 기능들을 제시하고 있다. 본고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플랫폼을 활용한 교과목 개발을 목적으로 하므로, 유갑상⋅전긍(2021)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 기능들을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이 갖추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다만, 이 기준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메타버스 공간이나 콘텐츠를 창출하여 보다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지 여부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와 관련된 사항을 추가적으로 검토하였다.
게더타운의 경우, 맵과 아바타가 있기 때문에 가상 세계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Zoom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실시간 원격 의사소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거울 세계의 하위 부류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 플랫폼 홈페이지에 설명하고 있는 기능 및 실제 프로그램에서의 지원 기능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분석 결과를 보다 가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항목에는 O, 일부만 지원하는 항목에는 △, 현재 버전에서는 지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항목에는 X로 표기하였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징상 계속해서 프로그램 버전이 수시로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기능이 추가되거나 삭제되기도 하므로, <표 3>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임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