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글쓰기 강의 전략 연구 -PBL을 기반으로 한 <사고와 표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trategy of Non-face-to-face Writing Lectures in the Post-Corona Era -Based on PBL-based Thinking and Ex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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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사고와 표현’이라는 교양 강의는 대학과 사회에서 통용될 기초능력과 전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을 강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각 대학교에서 ‘사고와 표현’은 글쓰기 중심의 강의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글쓰기 현장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글쓰기 특성상 현재의 비대면 상황에서의 온라인 강의는 다양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K대학의 ‘사고와 표현’ PBL 강의 모듈을 검토하면서 다음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비대면 상황에서 이론 중심 글쓰기 강의는 수강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며, 기존의 글쓰기 교재 역시 비대면 상황에 알맞은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비대면 상황에서 글쓰기 강의는 자칫 이론 중심으로 향할 수 있으므로,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 자체에서 온라인 글쓰기 강의 모듈 개발이 절실하다.
둘째, PBL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은 비대면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대면 상황에서 수강생 간에 최대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채팅보다는 직접적인 대화를 유도하여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조별 학습과 차별화된 PBL이 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과정 자체에 보다 주목하고, ‘리빙랩’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협력학습을 이끌어가야 한다.
셋째, 비대면 글쓰기에서도 수강생과 교수자의 교감이 절대적이며, 교감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글을 쓰고 고쳐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강의와 함께 학생의 글에 교수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일일이 피드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Trans Abstract
The liberal arts lecture called “thinking and expression” aims to provide a foundation for improving basic and professional communication skills to be used in universities and societies.
However, it is true that “thinking and expression” is being developed as a writing-oriented lecture at each university, and online lectures in the current non-face-to-face situation expose various limitations due to the nature of writing. As a result, the following conclusions were obtained by reviewing the PBL lecture module of K University.
First, theory-oriented writing classes do not stimulate students’ interest in non-face-to-face situations, and existing writing textbooks also need to be extensively supplemented suitable for non-face-to-face situations. In non-face-to-face situations, writing lectures face contradictions that have no choice but to return to theory rather than practice, so it is imperative to develop online writing lecture modules in the university itself to improve the quality of lectures.
Second, discussion classes based on PBLs are a priority to forestall various problems that can occur in non-face-to-face classes. It is important to consider using the video conference platform to facilitate communication between students in non-face-to-face situations as much as possible, but to encourage direct conversation to build intimacy rather than chatting. In order to become a PBL differentiated from the existing group learning, we pay more attention to the problem-solving process itself, and lead cooperative learning to more actively respond to social problems and find practical solutions through the ‘living lab’ method.
Third, in non-face-to-face writing, the interaction between students and professors is absolute, and the process of writing and correcting together is important to form communication. Along with real-time lectures using video conferencing platforms, it is very important for professors to continue to show interest in students’ writings and feedback them one by one.
1. 서론
WHO가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 이후,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un contact)이 보편화되었다. 새롭고 낯선 생활방식과 환경에 따라 ‘뉴-노멀’ 혹은 ‘뉴-타입’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비록 감염 확산세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위드 코로나(With-Corona)’ 혹은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임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자는 팬데믹 위기로부터의 점진적 극복(해결)을 꾀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후의 시대 역시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맥락에 서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학교는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2020학년도 1학기 개강을 최대한 연기하였고, 이후 대학교 강의는 기존의 강의실 대면 수업이 아닌,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갑작스럽게 전환되었다. 2020년 2학기와 2021년 1학기와 2학기 사정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나, 현재 각 대학은 2020년 1학기의 극심한 혼란 상황보다는 조금 안정된 학사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각 학교는 안정적으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운영하고 있고,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 구글 미트(Meet),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등을 활용한 원격수업과 함께,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강의는 대면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2021년 2학기 현재 교육 현장의 주된 교수법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글쓰기 강의 역시 기존의 강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강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각 대학교는 ‘사고와 표현’ 또는 ‘(대학)글쓰기’ 등의 강의명으로 기존의 ‘대학국어’ 혹은 ‘교양국어’의 자리를 대신하는 필수교양 교과목을 운용하고 있다. ‘국어’의 개념이 약화되고, 비판적 사고력과 학술적 사고력 신장과 함께 토론(의사소통), 글쓰기, 발표 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고와 표현’은 대학 수학 능력의 필수 교과가 되었다.
<사고와 표현>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에 관한 이론 교육과 실습을 통해, 학습자의 비판력, 창의력, 논리력, 문제해결능력, 정보활용능력 등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학습자에게 대학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능력과 전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K대학 2021년 2학기 <사고와 표현> 교과목 해설)
인용된 교과목 해설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과 사회에서 통용될 기초능력과 전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사고와 표현’의 주된 강의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각 대학교에서 ‘사고와 표현’은 글쓰기 중심의 강의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표와 토론’, ‘토론과 논증’ 등의 발표와 토론 중심 교양 교과목이 따로 할당된 대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교는 ‘사고와 표현’ 혹은 ‘(대학)글쓰기’ 중 한 과목명을 선택해 글쓰기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그 어떤 요소보다 글쓰기와 연계된 다양한 학습 능력이 곧바로 대학 수학 능력의 토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지식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표현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의 방식이 중요해짐에 따라 ‘쓰기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한층 강화”1)되었다는 지적처럼, 글쓰기 능력은 대학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교는 ‘사고와 표현’을 위한 교재를 자체적으로 집필, 편찬하여 강의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저작권법이 제정되고, 2009년 개정되면서 각 대학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강의 교재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교내 집필자를 선정하여 교재를 편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모든 대학교의 ‘사고와 표현’ 교재가 모두 다른 지문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데, 문제는 몇몇 교재의 내용과 커리큘럼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고, 각 학교 학생들의 상황과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과의 다양성과 관계없이 공통된 글쓰기 관련 이론을 중심으로 교재가 구성되어 있거나, 워크북 형식의 연습문제가 지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교재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사고와 표현’과 같은 글쓰기 교과목은 어느 대학교에나 마련되어 있지만, 그에 따라 알맞은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 전문가가 배치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각각의 학과에 적합한 글쓰기 전문가가 강의하는 것이 온당하지만, 한국의 대학교 현실상 각각의 학과를 전공한 글쓰기 전문가를 강의 교수로 초빙하기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전공 영역을 기초로 한 연구자들이 글쓰기 교과목 ‘강사’로 편입되어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각 대학교는 학교 특성에 맞게 ‘글쓰기센터(Writing Center)’를 운용하면서 ‘글쓰기 튜터링(tutoring)’을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각 학교에 규정에 따른 글쓰기 튜터 자격(튜터양성과정)을 갖춘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을 단기 튜터로 채용하면서 튜터링이 지속되기 어려울뿐더러, 대체로 보고서(report)를 처음 쓰게 되는 1학년 신입생 위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강의가 불가능해진 현 시국에서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공과목이 아닌 공통교양 ‘사고와 표현’ 강의는 여타 교양 교과목과 같이 온라인 강의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나, 다양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중고교는 웹기반 시설을 빠르게 적용하여 공교육을 어느 정도 정상화시키고, 현재는 체계적인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학은 가장 낮은 수준의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본부의 안일한 대응책보다 교수자 개인의 몫으로 그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가장 큰 문제”2),라는 지적처럼, 대학교 시스템 차원에서 ‘사고와 표현’이라는 글쓰기 교과목의 온라인 강의 개발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 상황은 연구 논문의 양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온라인 글쓰기’ 관련된 논문은 연구자가 소속된 학교의 강의(일정한 커리큘럼이 공통으로 주어진)를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3) 이는 ‘사고와 표현’과 같은 글쓰기 교과목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 현장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글쓰기 특성상 온라인으로 강의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강의 상황과 4차 산업혁명 및 지식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각 대학교는 보다 효율적인 온라인 강의를 위해 다양한 강의 전략을 교과목별로 채택하고 있다. 다(多)학제적 융합 강의,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PBL(problem-Based Learning),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등이 대표적인데, 강의 영상을 미리 제공하고 조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플립 러닝과, 수강생 스스로 특정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강의가 전개되는 PBL이 ‘사고와 표현’과 같은 글쓰기 강의에 주로 채택되고 있다. 특히 본고가 주목하고 있는 PBL은 기존의 교수자 중심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전개해가는 자기 주도적 학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학습과 협력학습 과정에서 학습자는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s)’로서 분야별 전문성과 능력의 향상을 기대한다. 최근 대학교 교양 글쓰기 관련 PBL 수업 모형이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었는데, 이들 논의에서 지적된 공통된 한계는 PBL 수업 모형과 글쓰기 과정(단계)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PBL 과정 자체가 강의의 목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4) 이에 따라 본고는 필자가 직접 강의하고 있는 K대학의 ‘사고와 표현’ pBL 강의 모듈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비대면 강의 전략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2. 비대면 글쓰기 강의의 한계
먼저, 각 대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사고와 표현’ 또는 ‘글쓰기’ 교재를 살펴보면, 올바른 문장쓰기(맞춤법)부터 시작해 글쓰기 절차(과정)를 거쳐 ‘성찰적(감상적) 글쓰기’, ‘실용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등의 영역별 글쓰기를 제시하면서 토론과 발표 챕터를 따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글은 한 가지의 성격(영역)을 갖기 어려울뿐더러, 최근 학제 간 통섭(consilience)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글을 기능적으로 단일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한 학기 강의 중 문단 나누기 혹은 요약하기 등의 글쓰기 과정을 실제로 몇 번 실천(연습)해본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을 기대 수준 이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우며 수강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또한 ‘사고와 표현’ 교재를 비대면 온라인 강의에서 활용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인데, 현실적으로 교수자는 특정 이미지 자료 없이 대면 강의처럼 구술로만 진행하기 어렵고, 교재 내용 그대로 ‘화면 공유’하는 것보다 ppT파일로 시각화하여 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교재 구성상 글쓰기 이론 제시와 더불어 연습문제 실천5)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온라인상에서 수강생의 연습문제 실천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 자체에서 온라인 글쓰기 강의 모듈 개발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교수자의 재량에 글쓰기 강의를 맡기고 대학교 자체 내의 모니터링에 그치는 것이 현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학교 글쓰기 강사들 대부분 ‘강의전담교수(강사)’로 많은 시수의 강의를 감당하거나, ‘시간강사’로 타학교 강의를 동시에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강생에게 과제를 많이 내기도 어렵고 또 모든 과제 글에 피드백(첨삭)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강의 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교수자와 수강생 간의 소통, 협력학습을 위한 수강생과 수강생 간의 소통이다. 글쓰기 강의는 이론과 정보 습득도 중요하지만, 실제 글쓰기 실천과 끊임없는 반복(연습)에 의한 글쓰기 능력 신장을 강의 주목적으로 두고 있으므로, 수강생의 글쓰기 연습을 직접적으로 돕는 것이 글쓰기 강의 교수자의 가장 큰 임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글쓰기 강의는 이론과 더불어 실천 중심이라 단언할 수 있지만, 비대면 강의 상황에서는 교수자가 수강생의 글쓰기 실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피드백(코칭)하기 쉽지 않다. 대체로 한 학기에 중간고사 대체 페이퍼(에세이)를 받아 점수를 매기거나 매주 과제로 제출된 짧은 글에 간단한 피드백을 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다양한 디지털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협력학습(조별학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강생의 불만 역시 상당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의사소통하게 되면서 능동적 참여의식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협력학습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라인 강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디지털 매체(플랫폼)에 대한 교수자와 수강생의 미숙함과 더불어 온라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고(error)들 역시 원활한 소통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비대면 상황에서 글쓰기 강의는 수강생 중심이 아닌 교수자 중심의 주입식 강의(top-down)로 변모될 우려가 있으며, 실천 중심이 아닌 자칫 이론 중심으로 향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같은 다양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글쓰기 강의는 기존의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강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는 교수자가 수강생의 글쓰기 실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함께 한 편의 글을 지속적으로 퇴고하면서 완성해가는 것을 강의 주안점으로 삼고자 했다. 이때 수강생은 ‘문제 해결자’로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학습을 요구받으며, 개인별, 조별 학습을 통해 수강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능동적으로 전개해갈 수 있도록 교수자는 특별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필자는 K대학에서 1학년 공통교양(3학점) ‘사고와 표현’ 강의를 2020년 1학기에서부터 2021년 2학기 현재까지 맡고 있는데, PBL을 적용한 ‘사고와 표현’ 강의 커리큘럼은 <표 1>과 같다.
네 학기 동안 동일한 PBL 과정을 적용한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는 크게 전반기 조별 프로젝트와 후반기 개인 프로젝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강의 커리큘럼은 글쓰기와 토론, 발표를 병행하되, 단순히 글쓰기 기술과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글쓰기 전반에 관한 이해와 인문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주제로 챕터를 구성하였다. 기존 글쓰기 강의에서 제시되는 글쓰기 이론과 그에 따른 연습문제나 글쓰기 기술 등을 지양(止揚)하고, 다양한 주제를 제공하여 인문학적 사고력 또는 창의적 사고력 향상을 목표로 하였다.
특히 본 강의는 글쓰기 단계에 따라 강의를 구성하였는데, 글쓰기 영역을 ‘기초/학술/예술(실용)’로 나누면서 글쓰기에 대한 점진적 접근을 의도하였다. 기존의 글쓰기와 독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새롭게 글쓰기 존재론을 제시하고, 글쓰기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어문규범을 토대로 한 ‘기초 영역’, 글쓰기 프로그램 사용법과 더불어 보고서(report) 쓰기에 익숙지 않은 신입생을 위해 마련한 ‘학술 영역’,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한 글을 강의 후반기 내내 수강생이 직접 퇴고하고 교수자가 첨삭하는 ‘실용 영역’으로 단계를 설정했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는 글쓰기 이론과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를 제공하여 글쓰기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다. 전시사회와 스펙터클 사회에 따른 이미지의 정치학, 이소토피아와 존재론적 시공간 문제, 정보혁명시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예술 문제, 영상과 이미지 중심 현대사회에서 시와 소설의 문제, 사랑의 문제와 글쓰기 존재론 등 다양한 인문학을 제공하여 종국적으로 글쓰기(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3. PBL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 전략
K대학의 ‘사고와 표현’은 강의실 대면 강의가 아닌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PBL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상회의 플랫폼 ZOOM 외에도,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을 적극 활용하였다. 전반기 조별 프로젝트와 후반기 개인 프로젝트 결과물(과제)과 피드백(첨삭) 파일을 pC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모두에서 용이하게 주고받고 확인할 수 있도록 Classroom에서 모든 강의를 진행하였다. 실시간 강의가 아닌 경우, 영상 강의 녹화본을 Classroom에 업로드하고, 이를 시청한 수강생이 기한 내(마감 설정) 강의 내용 관련 퀴즈(Google Forms) 3문제를 모두 맞추는 것으로 출석 체크를 대신했다. 공지 메시지 전송과 파일 업로드, 퀴즈 제출을 실시간 알림으로 설정하였고, 구글 독스(Google Docs) 또한 활용하여 수강생들이 손쉽게 글을 작성하거나 수정할 수 있게 하였다. 스마트폰 단체 채팅(카카오톡)도 활용하여 수시로 공지를 올렸고, 수강생들이 조별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조별 채팅방도 개설하였다. 이와 같이 온라인 환경에서 PBL은 강의에 대한 참여도와 접근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고 상호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편리한 점은 사실이지만, 수강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강의에 임할 수 있도록 흥미와 자극을 ‘끊임없이’ 부여해주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이 가운데 K대학의 ‘사고와 표현’ 전반기 조별 프로젝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조별 토론을 거쳐 A4용지 10.5포인트 10매 내외의 정해진 양식에 따라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보고서 최종본을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조별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활용하여 실시간 강의를 진행했다. 조별 프로젝트 보고서 주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현실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PBL로 진행되는 조별 프로젝트 보고서 주제와 조별 토론 수업 원칙은 <표 2>와 <표 3>과 같다.
이상의 다섯 가지 주제는 네 학기 내내 문제를 제기한 주제인데,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와 더불어 세계문제 혹은 미래 사회에 도래할 문제 또한 동시에 다루고자 했다. 모든 조가 각기 다른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율하였으며, 최대한 조원들의 전공과 관심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원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정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조별 프로젝트 진행은 PBL이라는 강의 방식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단순히 일반 정보를 조사하여 나열하는 것에 머물지 않도록 유도하였다. 인터넷 기사, 논문, 저작물 등에 작성된 정보를 제대로 출처 표기하여 인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조의 토론 결과가 보고서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전개해갔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쟁점을 조원들 스스로 찾아낼 것을 요구했고, 쟁점을 바라보는 특정한 관점을 선택하도록 하되,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토론을 진행하게 하였다. 쟁점에 대한 조원의 다양한 관점을 모두 기록하게 하였고, 쟁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쟁점을 일정 수준 극복 또는 해결할 수 있는 방안까지 도출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 역시 조별 토론에 의한 결과물의 형식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과제물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보다 수강생 개별학습과 협력학습 모두의 과정을 중시하는 PBL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한 것인데, 수강생들이 개별학습과 협력학습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현실 문제를 찾아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리빙랩(Living Lab)’6)이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추상적인 해결 방안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실에서 수강생 스스로 실천 가능하며 특히, ICT(정보통신기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해결 방안 논의는 ‘MZ세대’인 수강생들의 흥미를 끌어들이기에 효과적이었다. 이는 현실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더불어 비판적 시각 또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PBL이라는 강의 방식에 보다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수자가 각각의 조에 관여하지 않고도 수강생들은 화상회의로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갔으며, 성실하게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토론기록지’를 활용하였다. 불성실하게 조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고서 각 장을 맡은 조원 이름을 보고서에 표기할 것을 요구했고, 각 장의 질에 따라 차등 점수가 배분될 것이라고 공지하였다. 이에 수강생들은 공통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 기록지와 토론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나갔다.
가장 먼저 토론 결과에 따른 보고서 개요를 제출하도록 했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거쳐 1차 초고 작성을 독려하였다. 1차 초고는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한 블로그나 신문 기사의 글 등을 복사한 것에 그쳤지만, 표절검색시스템을 통해 표절률과 글의 원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본인의 생각과 조별 토론의 결과를 직접 문장으로 완성하도록 독려하였다. 교수자는 제출된 1차 보고서와 2차 보고서를 피드백(첨삭)하였는데, <표 4>와 같이 보고서에 직접 가필한 스캔본과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적은 파일을 강의 날 이전에 Classroom에 업로드하여, 조원들이 보고서의 문제점을 미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7)
4주차에 걸쳐 진행된 조별 프로젝트의 마지막 주차 강의 날 교수자는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활용하여 실시간 강의로 각 조별 보고서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단어와 문장 또는 제목 수정, 논리적 흐름을 바로 잡거나 출처 표기를 문서상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것을 ‘화면 공유’하여 퇴고의 과정을 수강생과 함께 전개해갔다. 이때 PBL을 기반으로 한 조별 프로젝트는 [그림 1]의 PBL 과정을 거쳐 다음의 세 가지 성과를 의도하였다. 첫째 비대면 강의 상황에서 조별 토론을 통해 수강생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 둘째 사회 현실 문제를 심도 있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 셋째 올바른 보고서(report) 작성법과 퇴고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할 것.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학습과 협력학습이 함께 이뤄지도록 의도한 K대학의 ‘사고와 표현’ 조별 프로젝트는 강의평가와 강의 내 자체 설문조사 등에서 상기의 성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은 그 무엇보다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보고서 작성법(한글 프로그램)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였고,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회 문제에 대해 깊게 성찰해보는 동시에 학과 동기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상황에서 새로운 동기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것에 큰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강의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정보를 선배나 동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같은 강의를 듣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다양한 의견의 존재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고, 동시에 수강생 서로 글과 자료를 공유하면서 완성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퇴고의 기회를 제공받은 것에 대해 큰 만족도를 보였다.
비대면 또는 온라인 상황에서 PBL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은 결국 비대면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 생각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대면 상황에서 수강생 간에 최대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채팅보다는 직접적인 대화를 유도하여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조별 토론이 요식행위로 이뤄지지 않도록 토론기록지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참여율이 저조한 조원으로 인해 다른 조원이 피해받지 않도록 각 장 작성자 이름을 표기하는 등 조별 협력학습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원칙이 확실한 강의 모듈이 요청된다. 더욱이 기존의 조별 학습과 차별화된 pBL이 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과정 자체에 보다 주목하고, ‘리빙랩’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협력학습을 이끌어가야 한다.
4. PBL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와 피드백 문제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 후반기 개별 프로젝트는 수강생 개인이 작성한 글을 본인이 계속 퇴고하는 것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이때 조별 프로젝트와 다르게 개별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실용 및 예술의 영역의 강의 영상을 업로드하여, 수강생의 글쓰기 실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커리큘럼을 배치하였다. 예술의 문제부터 시작해 시와 소설의 존재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랑의 윤리와 글쓰기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글쓰기는 생각의 물질화이자 대상을 만지는 일이면서 내게 의미화시키는 작업이므로 수강생이 글쓰기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하도록 의도하였다. 다만 개별 프로젝트의 경우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되면서 논리적인 조별 프로젝트보다는 감성적인 성향을 띄게 되었고, 이에 교수자 역시 공감하기 위해 약간의 코멘트를 더했다. 특히 개별 프로젝트는 하나의 글을 지속적으로 퇴고하면서 글 한 편을 온전히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수강생 스스로 계속 글을 퇴고하고 분량을 늘려가면서 수강생 본인에 대한 성찰이 보다 심층적으로 진행되기를 의도하였다.
개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추후 모든 학생에게 글이 공개되니 개인 정보 및 민감한 개인사와 예민한 개인 사정은 기재하지 말 것을 공지하였다. 민감한 개인사와 개인 정보를 삭제한 피드백(첨삭) pDF파일을 클래스룸에 업로드하고 수강생들이 다른 학생의 글 또한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12주차, 14주차 강의에서 수강생의 글을 직접 예로 들어 퇴고법을 강의하였다. 12주차에서는 보고서 레이아웃, 맞춤법과 주어-서술어 호응, 반복되는 단어 혹은 불필요한 조사, 피동형과 번역투, 단락 나누기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한글 프로그램 사용법과 더불어 수강생이 직접 자신의 글을 퇴고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림 2]와 [그림 3]과 같이 교수자가 직접 학생의 글에 개입하였다. 1차와 2차 원고에서 교수자는 수강생의 글에서 올바른 문장과 논리적인 흐름을 살피면서 동시에 수강생의 글에 감정적으로 호응하는 코멘트를 적어주면서 수강생과의 정서적 교감을 높이고자 했다. 14주차 강의에서는 한글 프로그램 창을 열어 직접 퇴고하는 것을 실시간 강의로 보여주었고, 개인 정보를 삭제한 학생의 글을 불러와 글의 레이아웃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퇴고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직접 시연하였다. 맞춤법 문제와 함께 문단 나누는 법, 문장 짧게 쓰는 법, 소제목 붙이는 법, 글의 시작과 마무리 부분 정리하는 법, 좋은 문장 등 퇴고 전반에 대한 실제를 다루고자 했다. 이에 따라 10주차에 1차 초고를 제출하고, 14주차에 퇴고한 2차 원고 제출, 16주차 보강주에 최종 3차 원고를 제출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특히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 후반기 개별 프로젝트는 수강생 스스로 자아 성찰로부터 시작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PBL을 의도하였는데, 한 번 쓰고 제출하면 끝나는 글이 아니라, 6주차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계속 퇴고해야 하는 임무를 수강생에게 부여하였다. 교수자는 수강생의 글을 직접 일일이 첨삭하고, 수강생은 지적받은 사항을 수정하는 동시에 글의 분량을 늘려야 했다. 초고는 A4용지 10.5포인트 3매 이상의 정해진 양식에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고, 2차 원고는 초고에서 1매 이상 추가, 3차 원고 역시 2차 원고에서 1매 이상을 추가하여 최종 원고는 총 5매 이상의 분량이 될 것을 주문하였다. 2차 원고에는 ‘지금까지의 삶을 반으로 나눈 인생의 큰 사건’, ‘구체적인 대학 생활’을 추가하도록 하였고, 3차 최종 원고에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기술하게 하여 수강생 자신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요구하였다. 네 학기 동안 중도 이탈자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6~8매의 분량으로 보고서를 최종 제출하였다. 추후 이 원고는 취업 자기소개서의 초안이 되었다는 내용의 연락을 학생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2020년 1학기부터 2021년 1학기까지 3학기 동안 기말고사 직전 수강생 대상 자체 평가를 실시했는데, <표 5>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사고와 표현’ 강의가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체 강의 만족도 역시 높았으며, 조별 과제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의견이 몇몇 있었지만 피드백(첨삭)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는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표 6>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많은 수강생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으며, 글을 어떻게 쓰고 고쳐야 할지 난감해하는 수강생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피드백(첨삭)이 수강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자신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해갈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도를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반적인 예시글보다 수강생의 글을 직접 인용하여 글쓰기 관련 문제를 설명하거나, 좋은 문장이나 좋은 글의 표본을 직접 수강생의 글로 보여주고 설명하는 부분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본인의 글이 언급되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본인의 글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이뤄졌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결국 비대면 글쓰기에서도 수강생과 교수자의 교감이 절대적이며, 교감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글을 쓰고 고쳐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강의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학생의 글에 교수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일일이 피드백(첨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첨삭과 수정이 가능한 프로그램(Window Word, Google Docs)이나 학교 LMS 자체 내 프로그램 등이 있어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사고와 표현’ 강의에서도 Google Docs와 pDF파일, 단체 채팅방 등을 적극 활용하여 피드백을 진행하였는데, pC를 비롯해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로 손쉽게 강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또한 비대면 글쓰기 강의에서도 대면 글쓰기 강의와 같은 방식의 피드백(손글씨-첨삭)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수자와 수강생의 정서적 교류가 조금이나마 손글씨 첨삭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글을 쓰는 매체는 디지털이지만, 글을 쓰는 작업 자체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대면 상황에서 PBL을 기반으로 하는 K대학의 ‘사고와 표현’ 강의 평가 지표를 제시하면 <표 7>과 같다. 이는 비대면 글쓰기 강의 전략의 토대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완,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5. 결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 전 세계는 더욱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un contact)이 보편화되었다. 이에 따라 각 대학교는 기존의 강의실 대면 수업보다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 위주로 강의해나가고 있으며, 사고와 표현 및 글쓰기 강의 역시 기존의 강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강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사고와 표현’이라는 교양 강의는 대학과 사회에서 통용될 기초능력과 전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을 강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각 대학교에서 ‘사고와 표현’은 글쓰기 중심의 강의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어떤 요소보다 글쓰기와 연계된 다양한 학습 능력이 곧바로 대학 수학 능력의 토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글쓰기 현장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글쓰기 특성상 온라인 강의는 다양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필자가 직접 강의하고 있는 K대학의 ‘사고와 표현’ pBL 강의 모듈을 검토하면서 다음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비대면 상황에서 교재 중심, 이론 중심 글쓰기 강의는 수강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며, 기존의 글쓰기 교재 역시 비대면 상황에 알맞은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비대면 상황에서 글쓰기 강의는 실천 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 자체에서 온라인 글쓰기 강의 모듈 개발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K대학의 ‘사고와 표현’은 크게 전반기 조별 프로젝트와 후반기 개인 프로젝트로 나뉘어 진행하면서 글쓰기 영역을 ‘기초/학술/예술(실용)’로 나누면서 글쓰기에 대한 점진적 접근을 의도하였다.
둘째, PBL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은 비대면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대면 상황에서 수강생 간에 최대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채팅보다는 직접적인 대화를 유도하여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율이 저조한 조원으로 인해 다른 조원이 피해받지 않도록 조별 협력학습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원칙이 확실한 강의 모듈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조별 학습과 차별화된 pBL이 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과정 자체에 보다 주목하고, ‘리빙랩’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협력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비대면 글쓰기에서도 수강생과 교수자의 교감이 절대적이며, 교감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글을 쓰고 고쳐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강의와 함께 학생의 글에 교수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일일이 피드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강의 플랫폼이나 학교 LMS 내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여 수강생의 강의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References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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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연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의 효율성과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청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글쓰기 수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강의실 강의와 같이 학습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의자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플랫폼)을 활용하는 동시에 학습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방면의 수업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글쓰기 수업 사례를 연구하는 다양한 논의들이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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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L을 중심으로 한 글쓰기 수업 사례 연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기 전과 후로 나뉘는데, 강의실 수업(대면 수업)에서 pBL은 대부분 조별 발표의 수업 모델을 제시하였고, 온라인 글쓰기에서는 팀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두 방식 모두 수강생 개별이 아닌 조(팀)를 이룬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결과물이 도출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특정한 주제가 주어진 상태에서 결과물을 제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서는 특정한 주제까지 탐색하는 것을 수업 과정으로 삼는다. 이는 온라인상의 소통 방식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는데, 강의실 수업과 달리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수업 시간 안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고 서로 의견을 공유(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징적이다. 이는 앞으로 온라인 강의에서 수업 방식을 논의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인 대학교 글쓰기 교재는 단락 나누기, 요약문 쓰기, 설명하기, 논증하기, 중심문장 찾기, 개요 작성하기, 문장 고치기, 인용과 각주 달기 등의 연습문제를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강의실 강의가 가능했을 때는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일정 시간을 주고 연습문제를 작성하게 하여 곧바로 점검과 피드백(코칭)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온라인 강의 상황의 경우,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연습문제를 작성할 시간을 따로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온라인 강의(화상회의) 특성상 학생들의 연습문제 수행을 일일이 확인하여 피드백하기 어렵다. 특히 강의 시간은 대학교 지침에 따라 정해진 시간 이상을 지켜야 하는데, 개별 피드백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의 시간에 연습문제 작성할 시간을 일정 수준 이상 부여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습문제 몇 문제는 가능하지만, 연습문제-피드백 중심으로 강의가 전개된다면 수강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강의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것이다. 결국 연습문제는 강의 시간 외 과제로 주어질 수밖에 없고, 수강생의 간단한 수행(연습문제)을 모두 점검하기 어려우며, 과제의 피드백(코칭)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리빙랩(Living Lab)’은 ‘일상생활의 실험실’이라는 뜻으로, 시민, 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혁신 주체로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플랫폼을 의미한다. ‘리빙랩’에서 주목할 점은 사용자가 직접 주도하여(User-driven)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며, 최근에는 다양한 현실 문제를 리빙랩을 통해 해결, 극복하려는 시도가 사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리빙랩’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에 주목하여 행동 양식을 ICT(정보통신기술)와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하여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개인과 집단의 특성에 대한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김종두, 「리빙랩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연기예술연구』 23, 한국연기예술학회, 2021, 211~213쪽 참고.)
본 논문을 심사해주신 심사자 한 분께서 구글 문서 등을 활용하여 피드백을 진행하지 않고, ‘굳이’ 피드백을 수기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주셨다. 꼼꼼하게 졸고를 살펴주신 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필자가 수기로 피드백을 작성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문장이나 단어의 오류만 지적하지 않고 단락과 레이아웃(글씨체, 자간, 장평), 각주와 기타 다양한 오류를 지적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은 한계가 있다. 예컨대 어떤 단락을 다른 단락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거나, 복사하면서 변경된 글씨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각주의 형식과 위치 등을 지적하기에는 수기가 명확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상 피드백이 아닌 수기 피드백에 수강생들이 교수자가 자신의 글에 더 관심을 갖고 성의있게 읽어주는 느낌을 갖는다고 하였다. 물론,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한 오류를 알기 쉽게 피드백할 수 있도록 발전하겠지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교수자의 ‘수고로움’이 수강생과의 정서적 교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