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양교과로서 ‘문학’ 교육의 현황과 전망
Current Status and Prospects of ‘Literature’ Education as a Liberal Arts Curriculum of Univers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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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대학의 교양교과로서 문학 교육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대학의 교육과정과 제도 변화에 상응하여 교양 ‘문학’ 교과의 현황을 살펴보고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과의 교육 방법을 탐구한 것이다. 유관 교과와 관련하여 문학 작품은 글쓰기 교육에서 일찍부터 유용한 강의자료로 활용되었고, 고전 교과에서는 검증된 문학작품을 활용하여 교과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문화 교육에서도 문학작품은 미디어 교육의 1차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 제도의 측면에서 문학 전공 학과들이 사장되기 시작했으며, 문학 교육은 교양에서 담당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에 문학의 정체성을 되묻고 교육방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육방법을 논하기 앞서, 교양교육으로서 문학 교육에 관한 선행논의들을 살펴보았다. 교양으로서 문학교육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하여 2010년을 전후하여 연구가 활발해졌다. 교양교육으로서 문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일련의 사실은 기초학문으로 문학 교과에 대한 당위성과 현실 변화에 대한 소통 의지를 시사한다.
대학교육에서 문학 교육의 정체성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전단계인 중등교육과정과 대학교육 간의 연계성을 점검해 보았다. 현행 중등교육과정은 2015년 개정되었으며, 중등교육과 고등(대학)교육 모두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배양을 위한 역량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동일하다. 다만 중등교육과정에서 문학은 교과서를 통해 지정된 성취기준에 도달해야 하므로, 문학을 내면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학에서 문학 교육은 대학의 인재상과 교육목표 등을 고려하되, 다양한 교수법을 통해 문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향유할 수 있는 체험을 극대화하여 문학능력을 기를 수 있다.
대학 교양교육에서 문학 교과는 기초학문으로서 학술적 보편성과 성과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미디어의 서사를 읽어내고, 시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해석안을 배양해야 한다. 문학의 언어를 이해하고, 미메시스(재현), 서사와 플롯, 시점과 화자, 비평방법론, 문예사조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흐름을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대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해석 활동을 통해 작품에 구현된 문학 원리를 파악하고, 작품이 던진 화두가 자신과 동시대 삶에 어떠한 담론을 만들어 나가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Trans Abstract
This article seeks ways in which to educate literature as part of the liberal arts curriculum for universities. In response to changes in the university’s curriculum and system, this article examined the current status of liberal arts “literature” courses, Also, this article explored the methods used in the teaching of literature courses as basic studies. Literary works have been used as useful teaching materials in early writing education, and classical texts have achieved their goals by utilizing proven literary works. In cultural education, literary works are also used as a primary source and as part of media education. In terms of the university system, the Humanities departments have begun to disappear. Literary education has resulted in a situation in which liberal arts have to take charge, and so now it is necessary to ask questions regarding the identity of literature and to examine the methods of teaching literature education.
Before this article discussed the methods involved with literature education as a basic study, we looked at the prior discussions on literature education as liberal arts education. Interest in literature education began in the mid-1980s, and research became active around 2010. Interest in and research on literature education as liberal arts education has also been gradually increasing, and a series of facts suggest the legitimacy of literature subjects as basic studies, along with a willingness to actively communicate with the changed educational environment.
In order to better understand the methods of teaching literature education at the university level, this article examined the link between secondary and university education. The current secondary education curriculum was revised in 2015, and both secondary and higher education implement competency education for talent development required by the times, and the ultimate goal is the same. However, since literature must reach the achievement standards designated through textbooks in the middle school curriculum, there is a limit to internalize the literature. Literature education in universities shall take into account the university’s talent award and educational goals, but may develop literary skills by maximizing the experience of actively interpreting and enjoying literature through various teaching methods.
In liberal arts education at universities, literature courses should be able to capture academic universality and achievements as basic studies. Literature courses should be teach to read the narratives of media that form diverse cultures and cultivate interpretations that can allow our students to discover the value of the times in which they live. The particular language of literature should be understood and the theoretical basis for understanding and enjoying the flow of human history and civilization should be taught through Mimesis (reenactment), narrative and plot, point of view and the speaker, critical methodology, and the literature itself. Through a self-reliant and active interpretation of the work, one should be able to identify the literary principles embodied in the work, and tell what discourse the work has created in the lives of one’s contemporaries.
1. 서론
오늘날 대학의 교과 구성과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교양으로서 문학 교과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제고 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문학’은 오래전부터 홀로 존재하지 않고 문학 ‘교육’과 문학 ‘제도’ 안으로 급격히 수렴되기 시작했다(유성호, 2008: 589). 최근 대학의 교과과정은 과목구성과 이수방식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글쓰기 교육, 고전 교육, 문화 교육 등 문학 교과와 유관한 교과들이 확장되거나 새롭게 개설되었다. 유관 교과에서 문학작품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의이해>와 같은 문학 자체를 가르치는 교과목의 정체성과 목적을 묻게 된다.
글쓰기 교육에서는 <대학국어>교과가 운영되던 때부터 쓰기의 전범과 방편으로 문학작품이 활용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어휘, 문장, 구성 기타 여러 면에서 완성도 높은 사례를 읽고 연습할 필요가 있었으며 문학작품은 유용한 사례가 되었다. 해방이후 한글 습득을 위해 <독본>이 출간된 데서 알 수 있듯(이순욱, 2017: 439-440)1),, 문학작품은 읽고 쓰기 위한 자료로서 모범적인 글이면서 동시에 글쓰기 방법론의 일환으로 전용(轉用)되었다(오혜진, 2011: 165-189; 신윤경, 2014: 11-32; 안미영, 2017: 103-129).2)
고전 교육에서도 ‘고전’이라는 엄선된 작품을 선정하여 교재의 가치를 높였을 뿐 아니라 수용의 관점에서 이해와 분석 위주의 독해활동을 넘어 역할극과 체험학습을 비롯한 다양한 교수법을 고안해 냈다. 학습자들은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문해력을 기르고,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배양한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은 중등교육에서부터 인문소양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다수 대학에서도 고전교육을 교양교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이은숙, 2007: 81-99; 안미영, 2018: 239-270; 조혜경, 2020: 141-158).3)
문화 교육에서도 문학작품은 유용한 교육자료이다. 다매체 환경에서 콘텐츠의 발달은 대학에서 문화 교육을 전보다 더 일반화시켰다.4), 리터러시의 범주를 문자 외 영화, 드라마, 게임을 비롯한 제 영역으로 확장함으로써 문자중심 문식성 교육의 위상과 정체성을 되묻고 있다. 문학 역시 앞서 열거한 다양한 서사 양식과 마찬가지로 재현의 다른 양식으로 이해된다(정문선, 2012: 349-375). 유통되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점에서 문학작품 역시 콘텐츠이거니와 현행 대학에서는 생산과 유통에 주안점을 둔 ‘콘텐츠’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대학 제도의 측면에서 문학전공 학과의 부재는 또 다른 상황을 고려하게 만든다. 수도권의 연구중심대학을 비롯한 거점 국립대학에는 인문대가 존립하지만 그 외 대학에서는 순수 문학전공의 학과가 통폐합되거나5), 사장되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대학에서는 취업과 실용 위주의 학과가 존치 혹은 신설되었으며, 기초학문으로서 문학은 교양교과목을 통해 공부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했다(김건우, 2018: 117),6) 실용주의를 치닫는 상황에서 학과와 전공에서 존립이 어려운 교과는 교양에서도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오늘날 대학 교육과정에서 문학작품은 글쓰기 교육, 고전 교육, 문화 교육의 유용한 학습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의 향상에 효과적인 통합 텍스트로 간주되거나 문화 현상을 가능케 하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교양교과는 일찍부터 매체의 영향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문학교육을 모색했다(이수현, 2014: 401-428). 문학 교육의 측면에서도, 최근 고전 교과목들은 세계사적으로 검증된 고전을 교재로 선정하여 학습자의 문학능력을 기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전공 학과의 부재는 오늘날 문학 교육이 직면한 실태를 시사한다.
이러한 대학의 대내외 변화 속에서 문학 자체를 가르치는 것은 교과목으로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문학 교과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교육은 어떠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교양교육의 내용은 학문적 가치의 보편성을 고려해 인문학, 기초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분야의 연구 성과로 구성되어야 하거니와(손동현, 2010: 25) 문학 교육은 문학이 지닌 학문적 가치의 보편성을 탐구한 성과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 글은 교양교과로서 문학교육의 현황을 살펴보고, 중등교육과정과 연계성을 고려하여 어떠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 탐구한 것이다.
2. 교양 ‘문학’에 대한 성찰과 기대
교양으로서 ‘문학 교육’에 대한 논의는 언제부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교양필수로 운영되던 <대학국어>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양국어>의 교재는 어학,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읽기 자료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 <교양국어>에 관한 논의에서(최강현, 1970: 5-38; 김창진, 1974: 1-14), 문학 영역은 읽기와 쓰기의 도구로 활용되었으므로 문학 교육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논의에서는 제 영역의 학문적 특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이가형 외, 1985: 427-457; 이대규, 1996: 53-558).7), 특기할 만한 사실은 교재 수록 작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점인데,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배운 작품을 여전히 교재에 담고 있으며 전공교수에 의한 전문성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0년대 작품까지 교재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한승옥, 1986: 51-58).
1990년대 접어들면서 교양으로서 ‘문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 되었다. 문학 교육방법으로 작품의 전문제시, 자세히 읽기, 개인 경험의 비교 등 구체적인 교수법이 제기되었다(임승빈, 1991: 63-80).8), 1990년대 두드러진 성과는 문학 교과를 대학의 교양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양’이라는 범주를 설정한 후 교양교육으로서 문학 교과의 구성과 내용을 설계하기 시작했다(조동일, 1991: 46-75). 강의안을 만들기 앞서, “교양과목은 왜 필요하며 무엇을 하는 과목이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교양과목의 정체성을 고심했다.9), 교양으로서 문학 교과는 ‘문학개론’으로서 “대학은 학문만 하는 곳이 아니라 특별한 훈련을 받는 곳”, “체계적인 학문의 초보를 알려주는 학과목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예술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과목”이라는 개념도 제기되었다(이상섭, 1996; 이상섭, 2002: 118).10)
2000년대 접어들자 인문학의 위축과 함께 문학 교육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실용주의가 인문학을 비롯한 문학 교육을 잠식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다(황종연, 2000: 31-48). 교육환경의 변화, 학습자의 문학에 대한 태도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문학 교육방안이 제시되었다. 작품 목록 중심의 강의, 감상과 토론 중심의 진행, 문학사 이론 비평의 자제, 작품을 읽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 새로운 강의 개발 등이 제안되었다(이희중, 2005: 19-53). 그 결과 수요자를 고려한 교과 설계가 일반화되었다. 이 외에도 191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발간된 문학 교재를 대상으로 내용과 편재에 대한 실증적이고 통시적 검토도 이루어졌다(홍경표, 2006: 383-412).
이 시기 주목할 점은 위축된 문학 교육의 타개 안으로 교양교육이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교양으로서 문학교육이 “전공 교육의 기초 과정이나 인접 학문 영역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 문학교육을 완결 짓는 단계”, “성인으로서 평생 동안 문학 생활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교육단계”라는 점이 강조되었다(김종철, 2002: 84). 고전교육의 경우, 중등교육에서는 ‘이해’를 도왔다면 대학 교양교육에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이끌어 내고 문제해결과정을 추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종철, 2010: 5-30). 문학 교육을 통해 교양 교육이 지향하는 지적 탐구 방법과 태도를 익히고 함양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2010년에 접어들자 통시적 관점에서 교양교육과 교양교과로서 문학의 문제점들이 논의되었다. 1954년 교육법시행령 공포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현행 대학의 교양과목 편제와 교재 구성을 검토함으로써 교양이 민족주의적 문화유산 전승의 기제가 되었으며(박숙자, 2012: 451-483),11), 문학개론 서적은 해방이후부터 1950년대 집중적으로 출간되었는데 1950년대 이후 문학개론 강좌들은 학문으로서 과학성을 갖추고 체계화되었다. 일련의 논의는 사회인문학의 관점에서 한국 대학 교양교육의 역사적 추이와 문학 교과를 실증적으로 검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서은주, 2010: 87-138).12)
2010년을 전후하여 교양교육 현장에서는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2011년 대교협에서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설립되었으며, 각 대학에서는 교양교육 전담기구인 교양교육원⋅기초교육원⋅교양대학이 설립되어 교양교과목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교양교육연구소와 교양교육센터 등의 부설기관을 통해 교양교과 연구를 지원하고 비교과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교양교육의 전문성이 강화되었다. 그 결과 대학이 처해 있는 교양교육 현장을 고려한 다양한 문학 교육 방안이 논의되었다. 당시 논의들은 문학 교육이 교양교육의 자유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신념과 당위성을 담고있다(인성기, 2012: 506; 안미영, 2014: 153-182; 정연희, 2014: 305-335).13), 이 외에도 대학의 문학관련 교과의 편재를 검토하고(류찬열, 2017: 39-64), 문학교육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교수자로서 개별, 조별 피드백과 같은 학습자 중심의 현장교육과 다양한 교수법을 모색했다는 의의가 있지만(Shashi Kumar Mishra, 박정이, 김도훈, 2017: 141-173; 박진, 2020: 285-309) 교양과 전공의 구도, 대학의 제도 변화를 고려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글은 교양교과로서 문학 교육의 정체성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문학의 가치를 되묻고 대학에서 문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탐구하려고 한다. 문학작품은 다른 교과에서 도구와 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학에서 문학 전공학과가 설 자리를 잃은 상황에서, 교양으로서 문학 교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학습자 중심의 다양한 교수법 개발에만 초점을 두어서도 안된다. 근대 이래 문식력(文識力)은 특권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지 오래이며, 과거 문학이 전담하던 역할을 오늘날에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매체가 분식(分食)하고 때때로 선점한다. 첨단기술은 문학을 문화의 일부로 사유하게 했으며, 자본주의는 문학을 콘텐츠로 소비하게 했다. 우리가 믿어온 문학은 근대의 문학이며 제도로서의 문학이었다는 지적을(정문선, 2012: 352) 현실에서 절감한다. 이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문학이 수용해야 할 것과 고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문학교육 연계성
대학의 문학 교육을 논하기 앞서, 중등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중등교육과정은 2015년 7차 개정안을 따르고 있으며,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창의융합형 인재’로서 ‘의사소통역량’, ‘자기관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공동체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함양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창의융합형 인재는 중등교육과 고등(대학)교육은 물론 오늘날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다.14), 국어과를 포함한 중등교육과정은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 대학 교육과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다(김종철, 2010: 12). 세계가 처한 상황이 동일하므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은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제시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학습량을 적정하여 학습경험의 질을 개선’했으며 과학기술 소양교육과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교육을16), 개념화하여 교과별 인문학 요소 강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 일환으로 문학 교육은 이론 위주에서 감성과 소통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하고 연극교육 등을 활성화했다. 중등교육 개정안의 전반적인 특징을 전제로 문학 교육의 구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문학은 ‘국어’과 교육과정의 일부이며,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국어과 교육과정은 공통, 일반선택, 진로선택으로 나뉜다.17)
국어 교과의 하위 영역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문학은, 문학 작품을 수용하거나 생산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정서를 함양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지만18), 국어 하위영역으로서 다른 하위영역과 마찬가지로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국어과 교육과정의 체계는 현행 대학의 의사소통교육을 포함한 기초교육의 체계와 유사하다. 발표와 토론 형태의 말하기 교과, 글쓰기 형태의 작문 교과, 고전읽기 등의 문학 교과와 같이 기초교육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국어과 문학 영역의 핵심개념, 일반화된 지식, 중등⋅고등의 내용요소는 <표 2>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핵심개념, 일반화된 지식과 내용에는 문학 이론이 고루 편재되어 있다. ‘문학의 본질’, ‘문학의 갈래와 역사’, ‘문학의 수용과 생산’은 문학작품 이해를 위한 이론이라면, ‘문학에 대한 태도’는 내면화에 해당된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문학 영역의 성취기준을 학령별로 비교해 보면 <표 3>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학령의 단계표시 생략, 강조는 필자).
국어 교과의 문학 영역에서 일련의 성취기준은 ‘감상’을 지향한다.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원리를 이해하고 작품을 수용하되, 음미하고 이해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고등학교의 성취기준도 구성요소, 유기적 구조, 갈래의 특성, 형상화 방법, 문학사의 흐름 등 대부분 ‘이해’에 있으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 “주체적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비평활동이 추가되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비평이 추가되었으나 성취수준의 평가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일반 선택과목)<문학> 교과의 목표와 성취기준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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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문학 영역 성취기준은 문학이 언어 예술이자 사회⋅문화적 소통 활동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교양인으로서의 문학 능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어 설정하였다. 문학 갈래의 특성과 한국 문학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여 작가의 개성을 이해하며 다양한 한국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문학을 생활화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둔다.”
“학습자는 작품에 대한 주체적 해석과 심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료⋅정보 활용 역량과 자기 성찰⋅계발 역량, 문화 향유 역량을 기르고, 다양한 사람들과 작품 세계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을 기른다. 또한 작품의 수용과 생산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수행함으로써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을 함양한다.”(123면. 강조는 필자)19)
위 인용문의 성취기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선택 <문학>은 문학 자체의 탐구가 아니라 문학을 활용한 전인교육을 목표로 함을 알 수 있다. 문학을 ‘언어 예술’로 보지만 동시에 ‘사회적 소통’ 활동으로 파악함으로써, 교양인으로서 요구되는 능력 함양의 방편으로 설정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독립된 교과지만 일반 선택 <문학> 역시 국어의 하위 영역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도구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서 도구 교과의 성격을 지닌다.
<표 4>를 통해 <문학> 교과의 영역, 핵심개념, 일반화된 지식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반 선택 <문학>은 국어의 문학 영역을 심화한 과목으로 내용 체제는 앞서 국어 교과의 문학 영역과 흡사하다. 국어 교과에서 제시한 핵심개념을 교과의 하위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중등의 핵심개념 ‘문학의 갈래와 역사’ 대신 ‘한국문학의 성격과 역사’로 교체되었다.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에서 문학교육의 차이는 ‘교과서(敎科書)’와 ‘교재(敎材)’로 설명할 수 있다. 중등교육과정에서 교과서는 문학의 성취기준을 실현하는 정전의 위치에 있다. 학습자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독서보다 교과서의 각 단원에서 제시한 내용, 방향, 학습목표라는 공식적인 프레임 안에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으므로, 문학작품을 읽는 자유와 창작적 경험을 온전히 만끽하기 어렵다. 성취기준에 의거한 활동은 ‘문학의 갈래와 역사’, ‘문학의 수용과 생산’에서 파생되는 내용 요소의 ‘이해’에는 도달하지만, 작품을 통한 정서적 미적 고양을 비롯한 ‘문학의 본질’을 통찰하거나 ‘문학에 대한 태도’를 생활화 하기 어렵다.
현행 대학에서 문학 교육은 이해능력보다 내면화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활동 위주의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작품은 교육을 위한 재료로서 교재일 뿐, 정량화된 성취기준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교재에 앞서 교수자의 역량이 교육의 질을 좌우할 뿐 아니라, 학습자 입장에서도 작품에 대한 주체적인 접근과 적극적인 독해가 용이하다. 문학작품이 교과서의 일부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문을 읽고 교수와 학생간의 상호피드백이 가능하므로, 중등교육의 문학수업보다 문학경험이 원활히 이루어지며 문학능력의 계발과 문학의 생활화가 수월하다.
학생 개개인이 작품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문학 체험과 활동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문학 교육은 학습자중심⋅과정중심 교육을 실현한다. K-MOOC에 소개된 <정명교교수, 문학이란 무엇인가>(2019.1학기)에는 수업 대상과 목표가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20)
“수업 대상 및 목표 : 이 수업은 문학의 기본 개념들을 습득하고 지성인으로서 문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깊이 있고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선별하여 꼼꼼히 읽는 가운데, 문학에 대한 흥미를 고양하고, 문학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과 사회적 기능, 예술적 승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체감하도록 돕는 것을 학습 목표로 삼는다. 그리하여 문학을 막연하게 좋아하는 수준을 너머, 근대적 교양인으로서 문학을 분석하고 이해할 줄 아는 지적능력을 터득하도록 연습한다.”
대학의 문학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 있고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선별이다. 고전 교과의 성과도 오랫동안 검증을 거친 ‘깊이 있고 수준 높은’ 작품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꼼꼼한 읽기’이다. 두 가지가 선행된다면 문학에 대한 흥미, 문학의 사회적 기능, 예술적 의미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근대적 교양인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교수자의 지적 선도성과 학습자의 자발적인 교과 선택이 전제되어 있다.21) 그 결과 문학은 특정 목표실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문학 자체의 이해와 내면화를 지향할 수 있다.
4.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육 제고
지금까지 교양교과로서 문학 교육의 현황, 중등과 고등(대학)과정의 문학 교육 연계성을 살펴보았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문학 교육은 이해에서부터 통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취기준을 두고 있지만, 오히려 그로 말미암아 온전한 문학체험은 어렵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문학 교육은 작품구성의 원리이해와 해석활동을 병행하는 기초학문으로 운용되어야 있다. 글쓰기 교육, 고전 교육, 문화 교육에서 문학작품의 적극적인 활용은 문학작품의 종합적 의의에 대한 반증이다. 문학 교육은 문학 작품에 내재해 있는 서사 원리의 이해와 더불어 해석 활동을 통한 활용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교양 교과목의 적극적 요건으로 보편적 포괄성, 학술적 대표성, 전인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교양 교과목은 특수하지 않고,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인 포괄성”을 제시하고 있는데,22) 학문 전 분야에 기초가 되는 넓은 범위의 지적 식견을 지향한다. 보편적인 포괄성은 기초학문의 요건이다. ‘기초학문’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 성찰을 다루는 학문으로 여러 학문의 기초, 응용학문의 기반이 된다. 실용적인 목적보다 해당 학문 분야의 기초 원리와 이론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순수학문이다.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과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문화 콘텐츠의 대중화시대, 문학 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과의 교육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목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둘째, 교과의 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셋째, 교재를 비롯한 강의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넷째, 어떠한 작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다섯째, 어떠한 교수법을 활용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보다 현황을 점검하고 적합한 교육방법을 고민해 보려 한다. 첫째, 과목명의 경우 최근 대학은 교양교육이 기초학문의 보편성을 구현해야한다는 데 합의하고 개론형태 교과를 개설하지 않는다. 특정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주로 <문학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문학의 보편적인 요소를 가르치는 교과를 설강한다. 2021년 5월 기준, <문학의 이해>이라는 이름으로 교과를 개설한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울시립대, 충북대, 한림대, 건국대 글로컬, 경상대, 동국대(경주), 조선대 등이 있다. 이 외 유사 교과로 <문학입문>(성균관대), <문학의세계>(중앙대>, <문학의이해와감상>(원광대) 등이 개설되어 있다.23)
둘째, 교과 목표의 경우 중등교육에서 이미 작품이해를 위한 대부분의 이론교육을 다루고 있으므로, 대학에서는 이론을 기반으로 해석과 내면화 활동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중등교육에서 이해한 원리를 해석활동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과의 목표는 기초학문으로서 문학이 추구하는 보편적 지식 외, 대학별 인재상, 교육목표, 교육과정, 역량교육을 기반으로 하되, 유관 교과와의 차별성도 고려해야 한다.24), <문학의 이해>교과 개설대학에서는 감상과 기본지식 습득 외에도 인문학적 소양 함양, 감수성 배양, 성찰, 통찰 등을 교과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중 일부 대학의 과목 개요를 살펴보면 <표 5>와 같다(각 대학 홈페이지 참고. 강조는 필자).
셋째, 교재를 비롯한 강의내용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문학의 정의 “삶의 가치 있는 경험을 상상력을 토대로 하여 언어로 짜임새 있게 표현한 예술”(중등교육과정)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의거하여. 문학 교육은 ‘언어로 표현한 예술’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언어로 표현된 예술’의 성격과 구성원리를 탐구해야 한다. 과정중심⋅학습자중심 교육을 지향하되, 문학 일반이 지닌 성격과 구성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배제할 수 없다. 1990년 조동일은 대학에서 교양 교과로서 문학을 개설하면서 문학의 제 영역을 숙고한 바 있다. 그는 계명대학교에서 외국문학 전공교수들과 더불어 ‘문학개론’ 강의를 준비하면서 강의 원고를 모아 <비교문학총서>를 기획했다. 기획한 원고들은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그 내용은 문학이 지닌 지식의 보편적 범주를 보여주었다(조동일, 1991: 51).
제1권 : 문학, 장르, 문학사의 시대구분, 문학사, 각국 문학의 특질
제2권 : 문학비평, 문학연구방법론, 비교문학
제3권 : 문예사조, 종교와 문학, 사회와 문학, 자연과 문학
제4권 : 신화, 서사시, 소설, 희곡
제5권 : 정형시, 자유시, 교술율문, 산문⋅에세이⋅수필, 우의, 문체론⋅수사학
위 범주는 미디어가 삶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이전, 문화 교육이 대학 교육의 일부가 되기 이전, 문학으로 세계의 지평을 볼 수 있던 시기의 문학 위상을 시사한다. 문학을 통해 종교, 사회, 자연 등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읽고 탐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문학 교재의 구성은 문학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활용된 문학 교재의 구성을 목차를 통해 살펴보면 <표 6>과 같다.
교재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 교과에서는 문학의 본질과 구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문학의 갈래, 비평 방법, 문예사조를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 오탁번⋅이남호 『서사문학의 이해』(고려대출판부, 1999)는 서사양식 전반을 해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로 구성되어 있다25). 미디어가 삶의 일부로 자리잡은 다매체 시대, 문학은 다양한 미디어의 서사 장르와 텍스트 분석을 위한 해석적 틀로서 이론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강의내용을 기반으로 문학 일반에서 습득해야 할 이론적 기반을 다음과 같이 6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1. 문학 언어의 이해, 2. 미메시스와 재현, 3. 서사와 플롯, 4. 시점과 화자, 5. 비평방법론, 6. 문예사조. 범주를 좁힐 수도 있으며, 더 넓힐 수도 있다. 이론의 범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자들의 주체적인 활동과정이다. 이론은 학습자들이 작품의 주체적인 해석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학습자들 간의 토론 활동 및 교수자의 피드백과 연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학 교양교육에서 문학 교과의 활동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는 독해와 토론을 통해 작품을 추동하는 원리를 파악하고 작품이 던진 화두를 당면한 현실의 비평적 테제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어떠한 작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작품 선정은 시의성, 통일성, 완결성을 고려하여 문학사 대표작, 고전(古典), 문학상 수상작, 최근 발표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텍스트의 선정은 해당 교과의 교육목표와 방향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텍스트의 활용 효과를 고려하여,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선정 텍스트의 성격에 따른 활용 효과는 <표 7>과 같다.
다섯째, 어떠한 교수법을 활용할 것인가. 교수법은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피드백과 토론식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문학에서 토론은 텍스트에 대한 비평활동이 되어야 한다. 일찍이 도정일은 대학의 문학 교육에서 비평교육의 효용성을 제안했다. 소설작품에서 비평은 자신을 둘러싼 인간과 세계에 대한 비평적 시각과 연결시키기에 용이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가치, 태도, 문학적 문맥에 밀접히 관련된 문제들을 소설읽기와 연결하고 이 연결로부터 흥미와 토론을 유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을 서사 형식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질서, 이데올로기와 역사, 언어와 이성 등의 확대된 차원에서 보게 한다(도정일, 1994: 326-327).26) 비평이론과 활동은 작품의 이해와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로 확산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과목명, 교과목표, 교재 및 강의내용, 작품선정, 교수법을 살펴보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로 수렴된다. 대학의 문학교육은 “무엇보다 작품에서 현재의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요 요인들과 관련된 의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처럼(김종철, 2020: 20) 작품과 삶의 의제를 연결시킬 수 있는 해석과 통찰이 요구된다. 해석과 통찰의 방법으로서 문학 지식을 배제할 수 없다.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문학작품을 선정하되, 작품의 안과 밖을 통찰할 수 있는 심미안을 배양해야 한다. 문학의 언어를 메타적으로 이해하고 문학 양식의 전개가 인류 문명사의 궤적과 같이함을 통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사 양식의 낯설음을 초래하는 다양한 기교의 의도와 효과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가 지나온 미학적 궤적을 문예사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문학이 지닌 보편적 지식의 이해를 기반으로 해석적 경험을 포괄할 수 있는 교과로 구성되어야 한다.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육은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해석 이론과 해석 체험을 병행해야 한다.
5. 결론
이 글에서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제도 변화에 상응하여 교양 ‘문학’ 교과의 현황을 살펴보고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과의 교육 방법을 탐구해 보았다. 교육과정의 측면에서 유관 교과의 활성화로 문학 교육의 정체성을 새롭게 되묻게 되었다. 글쓰기 교육에서는 일찍부터 문학작품이 유용한 강의자료였으며, 고전교과는 다양한 교수법의 개발로 문학의 내면화에 앞장서고 있다. 문화 교육에서 문학작품은 1차 자료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 제도의 측면에서는 문학 교육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인문학 전공 학과들이 사장되기 시작했다. 연구중심대학 및 거점국립대학을 제외하고, 문학 교육은 교양에서 담당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에 순수학문으로서 문학의 정체성을 되묻고 교육방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육방법을 논하기 앞서, 교양교육으로서 문학 교육에 관한 선행논의들을 살펴보았다. 교양으로서 문학교육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했다. <대학국어>교과를 대상으로 교재에 실린 문학작품의 시의성과 교육의 전문성이 제기되었다. 교양교육과정의 통시적인 변화 및 문학교재와 편재에 대한 실증적인 논의들도 산출되었다. 2011년 대교협에서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설립되었으며 2010년을 전후하여 대학마다 교양교육 전담 기구가 만들어지고 교양교육 전담 종사자들의 교양 교육 연구가 활발해졌다. 교양교육으로서 문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일련의 사실은 기초학문으로 문학 교과에 대한 당위성과 현실 변화에 대한 소통 의지를 시사한다.
대학교육에서 문학 교육의 정체성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전단계인 중등교육과정과 대학교육 간의 연계성을 점검해 보았다. 현행 중등교육과정은 2015년 개정되었으며, 중등교육과 고등(대학)교육 모두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배양을 위한 역량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동일하다. 다만 중등교육과정에서 문학은 교과서를 통해 지정된 성취기준에 도달해야 하므로, 작품 접근에 있어 한계를 노정한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일부를 통해 문학을 내면화하고 체험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택 교과 문학에서도 이해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므로 문학체험과 생활화에 이르기 어렵다. 이에 대학에서 문학 교육은 대학의 인재상과 교육목표 등을 고려하되, 다양한 교수법을 통해 문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향유할 수 있는 체험을 극대화하여 문학능력을 기르고 있다.
대학의 교양교육에서 문학 교과는 기초학문으로서 학술적 보편성과 성과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텍스트를 선정하고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습만으로 기초학문으로서 문학 교육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미디어의 서사를 읽어내고, 시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해석안을 배양해야 한다. 문학의 언어를 이해하고, 미메시스(재현), 서사와 플롯, 시점과 화자, 비평방법론, 문예사조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흐름을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작품에는 세계(우주)가 집약되어 있다. 작품에 대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해석 활동을 통해 작품에 구현된 문학 원리를 파악하고, 작품이 던진 화두가 자신과 동시대 삶에 어떠한 담론을 만들어 나가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References
● 부록 : 대학별 ‘문학’ 명칭표기 교양교과목 현황
- 대학별 홈페이지 교양교육과정 및 교양교과이수체계 참조 (2021년.5월 기준. 지역별로 선별했으며 전국 모든 대학을 참조하지 못한 한계가 있음)
Notes
광복기 문학독본의 생산과 향유는 국어교육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문학독본은 문교부 발행 공식적인 국어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국어교육에 대한 열망을 일정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계명대학교에서는 1997년 <교양세미나>를 개설하여 고전 문학작품에 대한 학습자의 내면화 방안에 대해 탐구해왔다. 이외 다수의 대학에서 고전읽기는 인성, 리더십, 종합적 사유능력 증진을 비롯한 교양인 양성의 일환으로 필수교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양 교과과정은 ‘학문의 기초’, ‘학문의 세계’, ‘선택 교양’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학문의 세계’는 ‘언어와 문학’ ‘문화와 예술’ 영역을 포함한 7개의 범주로 구분된다. ‘문화와 예술’은 언어 기반 교과를 제외한 제 문화 교육을 포괄하고 있다. https://liberaledu.snu.ac.kr/(2021,5.20)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도 동화콘텐츠학과와 국어국문학과가 ‘동화⋅한국어문화학과’로 통합되었고, ‘미디어콘텐츠학과’가 신설되었다.
국문학자 김건우는 “오늘날 한국 대학 교육과정에 정말 필요한 것은, 질 높은 교양으로서 문학교육”일 수 있으며, “전국 대학에서 전공 분과를 유지하는데 쓰는 비용을, 질 높은 교양 문학 교원을 확보하는데 쓰도록 유도하는 편이 국가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훨씬 바람직하다”고 제한한다.
이가형 외 3인은 국어교육의 방법을 ①쓰기(作文)위주, ②읽기(讀解)위주(철학 사상 포함), ③한국 문학의 이해 위주, ④특정 주제 위주로 나누었으며, 피교육자, 교육자, 학교당국, 문교당국 및 사회로 구분하여 대학 국어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한국 문학의 이해’ 위주의 교육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1989년에는 한국국어교육학회에서, 1996년 국어국문학회에서, <교양국어>를 주제로 여러 대학 교수들의 폭넓은 검토가 이루어졌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점은 <교양국어>에 여러 영역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교육의 전문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대규는 <교양국어>의 영역을 화법교육(음성언어), 독서와 작문 교육(문자언어), 문학 교육 세 가지로 나누었는데 이러한 지적이 오늘날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임승빈은 시 교육을 통해 작품의 올바른 제시, 자세히 읽기, 관계 의미의 파악을 위한 상징체계의 발견, 개성적 감상의 표현, 감상자의 경험적 삶과 극적 삶의 비교, 작품에 대한 외적 조건의 제시, 확대된 미적체험과 개인적 경험의 비교, 미적 체험의 구체화라는 지도 모형을 제시했다.
조동일이 제시한 교양교과목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전공과목을 이수하기 위해서 기초적으로 필요한 과목 (나) 전공과목의 폐쇄성을 시정하기 위해서 포괄적인 내용을 취급하는 과목 (다) 전공학과가 없기 때문에 전공과목으로 개설되지 않으나 공부할 필요가 있는 과목 (조동일, 1991: 46-47) 조동일은 교양을 ‘전공 이수를 위한 기초’, ‘전공에 포함되지만 전공에서 다루지 않는 영역’, ‘전공으로 개설되지 않았으나 공부해야하는 과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공중심의 학문체계를 전제해 두고, 전공에서 포섭하지 못하는 제 영역을 교양으로 보고 있다.
이상섭은 교양과목으로 문학개론이 “체계적인 학문의 초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하였으나, 개론(槪論)이라는 명칭이 “어떤 학문 따위의 내용을 대강 추리어 서술하는 일 또는 그 서술한 것”이므로 기초학문의 성격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훈련과 경험을 강조한 데서 짐작 할 수 있듯이 학습자중심의 교육을 제시한 것이다.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료의 점검과 분석은 유의미하지만, 한국 대학의 경우 국가 주도의 대학교육이 전개되었므로 대학 필수교양의 편재 및 내용은 국가의 정신성 함양에 기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김정인, 2018) (허준, 2020)
김기림, 백철, 최재서의 문학개론서 및 르네 웰렉과 오스틴 웨렌의 『문학이론』을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성기는 훔볼트적 교양의 의미에서 “문학적 구성력의 훈련을 통해서 독자는 비로소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사적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자각하며 자신을 그 전체 속에서 하나의 구성적 존재로 대자화(對自化)”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대학교육 본연의 역할과 시대적 현실적 요구에 충실한 것으로 보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그리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의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역량을 제시하였습니다.”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발표>
실제 사실의 바탕 위에서 세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양식. 수필, 서간, 기행, 일기, 비평 등이 이에 속함(국문학자 조동일의 분류)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발표>에서 “인문학적 소양이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인문학적 소양 교육을 통해 “인간존중의 가치를 실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인”을 육성하고자 한다.
이하 중등교육과정에서 ‘국어과 교육과정’은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5]를 참조 함.
“국어로 이루어지는 이해⋅표현 활동 및 문법과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맥락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품위 있고 개성 있는 국어를 사용하며, 국어문화를 향유하면서 국어발전과 국어문화 창조에 이바지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교육부 2015: 4. 강조는 필자)
http://www.kmooc.kr/courses/course-v1:YSUk+YSU_KOR02k+2015_T2/about(2021,5.20) 강조는 필자
유성호는 학생들이 문학에 대한 매혹을 가지게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수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부언한다. “대학에서의 문학교육은 텍스트를 ‘전달’하거나 ‘매개’하는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비유컨대 강의하는 이 스스로 매혹적 텍스트가 되어 수용자들에게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유성호, 2008: 593)
http://konige.kr/sub02_08.php (2021,5.20)
현행 대학별 ‘문학’교과의 명칭표기 현황은 부록 참조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문학의 이해> 교육목표는 교과목의 역량(종합적사고력,창의역량)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설정되었다. 1.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변화와 흐름을 문학작품을 통해 읽고 분석할 수 있다. 2. 서사 양식으로 구성된 소설(긴 글)의 분석적인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른다. 3. 문학작품을 통해 습득한 비평적 감식안을 자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으로 확장할 수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서사와 삶 2.신화,설화,민담,소설 3.고전소설과 현대소설 4.소설에서 서사로 5.서사이론의 등장 6.서사적 추론 7.서사와 해석 8.플롯과 사건의 배열 9.서사의 형태론 10.서사학습과 서사능력 11.이야기와 담화 12.인과성,개연성,우발성 13.핍진성과 동기화 14.서사의 서두와 결말 15.서사의 시공간 16.전래동화의 숨은 의미 17.욕망의 삼각형 18.서사와 문학적 컨텍스트 19.끝이 없는 소설과 미궁의 삶 20.인물 21.소설과 일상성 22.소설과 현실 그리고 리얼리즘 23.소설과 시점 24.서술자와 피화자 25.서사의 즐거움과 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