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기초> 강좌 수강생의 심화과정 수강의사와 컴퓨팅 언어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Research on a <Computing Basic> Course -Factors Influencing Intention for Higher Level Study and Computing Language Confidence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초록
이 연구는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한 교양교육으로서 최근 대학에 개설된 컴퓨팅 기초를 수강하며 프로그래밍 언어(파이썬)를 배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학생들의 강좌 수강동기를 묻고, 강좌를 수강한 후 심화과정 수강의사와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조사한 연구이다. 최근 대학에서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교양교과목들을 신설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컴퓨팅 교양교육의 수강생 조사연구를 통해 교육의 개선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R을 이용하여 기술통계 분석, 상관관계 분석,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첫째, 학생들은 수업의 체감난이도가 낮을수록, 수업을 통해 IT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을수록 심화과정도 수강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인문사회계 학생을 위한 프로그래밍 강좌에서 테크닉적인 부분 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활용과 관련된 지식을 함께 배울 때 학생들로 하여금 학문적 동기부여를 높여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은 수업의 체감난이도가 낮을수록, 수업에서 IT 지식을 얻을수록, 수업에 배정된 튜터가 도움이되었다고 할수록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튜터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의 중요성이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학에서 튜터-튜티 제도를 도입하여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is study surveyed students who took computer programming (Python) courses established as liberal arts education, and investigated their motivation for taking this class, their intentions of taking advanced courses, and their confidence in the computing languag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suggest improvements in education in light of the recent increase of such classes. The collected data was subjected to descriptive statistics analysis, correlation analysis, and regression analysis.
First, as a result of this study we found that the more knowledge the students gained about IT through the class, the more inclined they were to take an advanced course. Therefore, we can predict that the level of academic motivation felt by the students will increase when the students learn not only the technical aspects of programming in Python, but also knowledge related to the application of a programming course in society.
Second, the students said that the more helpful their tutor was, the more confident they became in their studies of Python, and the more their skill improved when it came to programming in this language. Furthermore, considering that tutors can play a key role in helping students to learn, and that their help has a significant influence on the confidence level of students, I strongly recommend that universities introduce a ‘tutoring system’ for increasing the effects of education.
1. 연구의 동기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4차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후 이 용어는 세계적으로 공론화되었다.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의 정의가 학문적으로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 IT 기술이 발달하여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하는 사회환경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Schwab, 2017).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 시기를 전후하여 교육 커리큘럼의 개편에 대한 논의도 급속히 진전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컴퓨터와 관련한 지식습득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컴퓨팅 언어는 이공계열 재학생 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과 같은 용어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미래 국가발전의 운명을 결정할만한 분야로 여겨짐에 따라 대학커리큘럼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4차산업혁명 담론은 경제와 산업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데이터 분석방법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대학에서는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확대운영하는 추세이다. 2020년 현재 주요 대학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전공교육을 확충하거나, 교양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다양한 신규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 이공계열 학생 뿐 아니라 대학에 재학중인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코딩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교과목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커리큘럼의 변화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컴퓨팅언어 교육의 1차적인 목표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움으로써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다. 그리고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학생들은 보다 상위레벨의 컴퓨팅 학습에도 도전하고 싶은 의사가 생길 것이고, 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지식을 활용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래사회의 창의적 인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전공이 아닌, 교양강좌로 개설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했는지, 수강 후 태도의 변화가 있는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강좌는 시대의 변화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신설된 교양 교과목인만큼 학생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강좌를 수강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팅 언어를 배우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심화학습에 대한 의욕을 갖게 하고, 장차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에게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특히 비전공자인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팅언어 기초 교과목이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언어나 데이터 분석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고,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을만큼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수를 종속변수로 삼는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향후 대학의 컴퓨팅 교육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4차산업혁명과 대학의 커리큘럼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미래산업의 중요한 분야로 대두되면서 컴퓨팅 언어와 소프트웨어 지식은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으로 부각되고 있다(김수환, 2015). 하지만 기초교육과정의 편성 현황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국내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정은 여전히 필수와 선택으로 구분되며, 많은 대학에서 기초교육과 소양교육은 필수로 교양교육은 선택으로 지정하고 있다. 필수 지정된 영역은 대체로 글쓰기, 말하기, 영어, 기타 외국어 등 의사소통교육의 교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교과가 새롭게 추가되는 양상을 보여주지만 아직 그 비율은 높지 않다(정승원, 장현수, 김세준, 2020: 88). 2020년 현재 국내 대학의 기초교육 커리큘럼은 일부 소프트웨어 과목을 제외하면 데이터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비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통계적 사고 및 기초과학교육을 제공함으로써 4차산업혁명 사회에서 필요한 핵심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김혜영, 2020).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컴퓨팅을 활용한 기술과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대학에서 관련 교과목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사회적 담론의 변화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많은 대학들이 컴퓨팅, 프로그래밍, 코딩, SW교육 등의 이름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편성한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컴퓨팅적 사고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각 대학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소프트웨어 육성 사업을 통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35개 대학을 선정하여 소프트웨어 및 컴퓨팅 교육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SW 중심대학’ 사업1)에 선정된 대학들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컴퓨팅 사고력 함양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컴퓨터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 역시 미래의 핵심 기술인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창의⋅융합 사고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강의선, 2019). 또한 대학들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규강좌 외에도 입학전 SW기초교육을 통해 당해 합격하여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SW기초교육을 시행하기도 한다. SW기초교육은 재학생에게 단기 강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신입생이나 지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의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2021년 현재 대학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교과목을 교양 필수로 지정하여 졸업요건에 포함시키기도 하였고, 일부 대학은 학생이 선택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교양강좌로서 컴퓨팅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대학의 컴퓨팅 교육 커리큘럼 확대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2021년 현재 주요 대학의 컴퓨팅 교과목 현황은 <표 1>과 같다.
이러한 강좌들은 대체로 2015년 전후에 도입되어 교양교육으로 자리잡은 역사가 길지 않은 편이며, 2~3학점의 선택 교양교과목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필수 교양교과목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2). <표 1>의 강의에서는 주로 파이썬 또는 R 프로그램 등을 배우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초적인 데이터분석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목들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통해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소양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이과 구분없이 수강하도록 한 학교도 있는 반면, 학습의 효율성을 위하여 단과대학별로 분반을 나누어 수강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대학들에서는 정규강좌 개설 외에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통해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거나, 방학 단기캠프 및 신입생 입학전 교육 등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딩, 알고리즘, 통계교육 등을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2.2 대학생의 학습지속의사에 관한 연구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학교육의 효과와 학습지속의사와 관련된 연구는 교육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주제로 학습에 참여한 학생의 만족도, 교육의 성과, 학습지속의향을 변인으로 삼아 그 관계를 연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대학생의 학업지속의사를 다룬 연구는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중도 이탈하지 않고 학업의 과정을 끝까지 마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김수연, 2010; Hartley, 2011; Hartley, 2013; Nicpon, Huser, Blanks, Sollenberger, Befort & Kurpius, 2006). 일정 트랙에 입학한 재학생이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원만하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므로 중도포기를 결정하는 요인과 학업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중도탈락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업지속의사는 특정 전공을 선택한 대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하여 졸업 후에도 동일계열의 진로를 모색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주목하거나(강명희, 윤성혜, 김도희, 류다현, 2016) 대학생들이 어떤 조건에서 대학원 진학 등 상위교육기관에 진학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로 이어지기도 한다(Smart & Pascarella, 1987; Wagner & Fard, 2009).
둘째, 대학교육을 경험한 학생의 교육 만족도와 학습지속의사와의 관계에 주목하는 연구이다. 강의에 대한 만족도나 교육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것은 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는데(Clemes, Gan & Kao, 2008; Douglas, Douglas & Barnes, 2006),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대학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학생의 학습의사를 지속하기 위한 것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교육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이후에도 학습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최미나, 노혜란, 2011). 비슷한 맥락에서 최건아(2019)는 교양교과목 수강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학습지속의향과의 관계를 탐색하였는데, 학습자의 의사소통능력을 증진시키는 것, 특히 글쓰기를 통한 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이 학습지속의향을 증진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학생들은 강의에 대한 만족감이 클수록 학습지속의향도 커지는데, 이 때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교양교육으로 새롭게 개설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이나 코딩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기존의 ‘수강생 만족도’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연구방법인가 재고의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4차산업혁명 담론이 대두되며 이미 많은 대학들이 프로그래밍 교육을 확대하거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학생의 자발적인 학문적 호기심에 의한 동기가 아닌, 시대변화에 따른 학습요구나 취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수강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컴퓨팅⋅코딩 강좌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수강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강좌를 수강한 학생이 강좌내용에 만족했는지 측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만족감이 교육 내용에 자체에 대한 만족감인지, 실용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이수했다 데에서 오는 만족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비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팅 교과목의 교육이 잘 이루어졌는지 가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그 수업을 듣고 관련 분야를 더 심도있게 배우고 싶은 의사가 생겼는지와 같은 심화학습 수강의사(further study intention)를 질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학생이 생소한 분야를 처음으로 배운 후, 그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고싶은 의향이 생겼다는 것은 대학이 제공한 교육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해당 분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관련한 교양교육을 제공하며 초급- 중급과 같은 수준별 강좌를 운영하는만큼, 초급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중급과정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고, 어떤 요인이 학생들의 심화학습의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2.3 대학 교육을 통한 자신감 연구
새롭게 도입된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관련분야에 대해 더 깊이있게 배우고 싶은 의사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새로운 분야, 즉 컴퓨팅 언어습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교육의 중요한 성과이다. 컴퓨팅 언어는 중고등학교 공교육에서 접하지 않는 과목으로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생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영역이다. 물론 2021년 시점에는 인공지능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초중등학교에서도 다양한 코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사교육 시장에서도 코딩과 관련된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201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인문사회계열 학부생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좌에 대한 만족도나 학습효과를 측정하기보다도 학생들이 내용을 잘 받아들임으로써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선행연구에서 대학교육과 그에 따른 자신감 향상에 주목한 연구들은 예체능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음악전공 학생의 연주활동을 통한 자신감 형성이나(장근주, 심소연, 2013), 체육전공 학생들이 자기관리활동을 통해 스포츠 자신감과 신체에 대한 자신감 생기는지를 다룬 연구(고화섭, 전병관, 2014; 송은일, 이종호, 2015)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활동에 몰입함으로써 자기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간호학 전공학생들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전통적인 교육을 했을 때보다, 실습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교육을 제공했을 때, 간호학생이 실제 상황에서 자신감을 갖는다는 연구도 있다(조현숙, 박은영, 최정실, 2013). 그리고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요인과 학생의 자신감과의 관계에 주목한 레어드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에서 구성원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다양한 인구사회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경험할수록 학문적 자신감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한다(Laird, 2005). 대학교육과 자신감에 주목한 다양한 관점의 연구들은 각기 주제는 다르지만 ‘실습활동’에 충실할수록, ‘구성원 간의 소통’이 원활할수록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대학생이 교양교과목을 수강함으로써 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된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컴퓨팅 언어를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IT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게 되고,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인식하게 되었다면 성공적인 교육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강좌를 통해 컴퓨팅 언어 자신감이 형성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감을 종속변수로 활용하도록 한다.
3. 연구문제 및 방법론
3.1 연구 문제
A대학교에서는 2020년 2학기 <컴퓨팅 기초: 처음 만나는 컴퓨팅> 4개 강좌를 신설한 데 이어 2021년 1학기에는 <컴퓨팅 기초> 8개 강좌와 <컴퓨팅 핵심(중급과정)> 2개 강좌를 신설하여 기초강좌보다 난이도가 높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대 대학 재학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현대사회에서 컴퓨팅 능력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이 <컴퓨팅 기초>라는 교양 강좌를 수강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대학 교육과 관련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이 교과목을 수강할 때의 태도와 그에 따른 교육성취감을 측정하기 위해 학생의 수강 동기를 함께 측정하는 경우가 많은데(Hancock, Bray & Nason, 2002), 학생이 특정 강좌를 수강하는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교육을 마친 후의 만족감과 성취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좌수강 이후의 소감을 질문하기 전,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된 동기를 질문할 것이며,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하는 데에 전공의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공계열과 인문계열 학생이 모두 수강할 수 있으므로 학생의 전공 계열에 따라 수강동기에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할 것이다.
<연구문제 1>. 교양강좌로 개설된 <컴퓨팅 기초> 과목을 수강한 동기는 무엇이며, 전공 계열에 따라 강좌를 수강한 동기에 차이가 있는가?
대학교육이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는 학문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잘 알려진 학문분야의 교양교과목은 오랫동안 강좌가 개설되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던 분야를 다루는 강좌를 수강하는 것은 학생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해당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고싶은 의사가 생겼는지 묻는 것은 강좌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하며 배움의 동기부여를 경험한 학생이라면 심화과정에 대한 수강 의사도 높을 것으로 가정하고, 연구자는 수강생이 컴퓨팅 기초 강좌를 들은 후, 심화과정 수강의사가 생겼는지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심화과정 수강의사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한다.
<연구문제 2>. <컴퓨팅 기초>를 수강한 학생들이 <컴퓨팅 중급>과 같은 심화과정을 수강하고 싶어지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이 이 강좌를 듣고 컴퓨팅언어 능력에 관련된 자신감(confidence)이 커졌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컴퓨팅 교육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리터러시가 생기고, 그로 인하여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교육을 통한 성취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다. 또한 기초 지식이 없는 학생으로 하여금 해당 분야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중요한 목표인만큼,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한 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한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끼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문제 3>.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한 후,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3.2 연구방법론
<컴퓨팅 기초> 강좌는 2020년 2학기 개강시점에 4개 강좌가 개설되어 160명의 수강생이 등록하였는데, 2020년 12월 하순, 종강 시점에는 일부 학생들이 수강을 철회하였기 때문에 학기초에 비하여 수강생이 155명으로 감소하였다. 연구를 위해 강좌를 수강한 학생을 대상으로 12월 14일~ 18일까지 5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구글 폼에 접속하여 강좌 수강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참여자에게는 5천원 상당의 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하였으며 총 145명이 응답하였으나 조사를 마친 후 자료정화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성실한 응답을 한 학생들의 응답값을 제외하고, 132개의 응답값을 분석에 활용하였다.3) 연구자는 이렇게 얻은 자료를 R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통계분석을 수행하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의 정보는 <표 2>와 같다.
본 연구에서 측정 도구는 수강생의 수강경험 과정중에 느낀점을 기술하는 문항과 수강 후 심화과정 수강의향,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질문하는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문항은 5점 척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구사회적 배경에 관한 문항은 명목척도로 응답할 수 있도록 질문지를 구성하였다. 이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4개의 독립변수와 2개의 종속변수를 구성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는데, 연구문제 1번은 기술통계와 교차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연구문제 2번과 3번은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3 주요 변수의 구성
3.3.1 독립변수
2020년 현재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에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고조되는 사회 분위기를 경험한 세대이지만, 중고등학교 때 정식 교과목으로서 컴퓨팅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코딩 관련 사교육을 받거나, 일부 고등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제공하는 컴퓨팅 교육을 받은 학생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강하기 전 배경지식이 종속변수 예측에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유사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대학입학 전 이루어진 수학 선행학습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이경희, 이정례, 2015) 대학 입학 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선행학습을 받는 것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관한 연구는 축적되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컴퓨팅 기초 과목을 수강하기 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수강 전 수준’을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한 학생 스스로가 느끼는 ‘난이도’가 어느정도였는지 질문하였다. 그동안 대학강좌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것은 강의평가 문항을 개발하는데 활용되거나 대학교육의 만족도를 측정하는데 활용된 경우가 많다(류춘호, 이정호, 2003; 이정기, 2013). 하지만 강좌를 수강하는 과정에서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끼거나 학습량이 부담스러웠다고 응답한 학생일수록 심화과정 수강의사나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강좌의 난이도를 독립변수로 설정하고 종속변수를 예측하는데 어느정도 유의미한지 살펴보도록 한다.
문⋅이과 전공과 관계없이 데이터 분석을 위한 파이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세계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교양기초교육에서 추구하는 리터러시 교육이기도 하다(김혜영, 2020). 따라서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이 파이썬 기술만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IT 분야에 대한 지식이 향상되고, IT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습자들이 컴퓨팅 관련 분야에 대해 흥미와 재미를 느낄수록 스스로의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능력이 높은 것으로 인식하였으며, IT 분야 전반에 대한 관심이 프로그래밍 학습에 대한 관심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Jenkins, 2002). 따라서 이 강좌를 수강함으로써 ‘IT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증가했는지 질문하여 종속변수 예측에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튜터링 효과’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이 대학 교육에서의 튜터링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해온 바 있다. 강좌에서 튜터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학습을 안내해주는 사람으로서 리더십이 증가했으며, 튜티의 경우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으며 학습과정에서 자신감이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서금택, 2008; 한안나, 2011). 또한 해외 대학에서도 피어튜터링을 실시한 강좌에서 학생의 성취도가 증가하였으며(Munley, Garvey & McConnell, 2010; Topping, 1996), 낙제 위기에 있는 학생의 학업성취를 높이는 데에도 튜터링이 효과적이라는 결과(Guerra-Martn, Lima-Serrano & Lima-Rodrguez, 2017)가 보고되었다. A대학에서 개설한 컴퓨팅 기초 강좌에는 수강생 10명 당 1명의 튜터가 배정되었으며(4개 강좌 튜터 16명), 4학년 또는 대학원생인 튜터가 한 학기동안 수강생의 학습을 도와주도록 하였는데, 튜터의 학습도움이 수강생의 심화과정 수강의사나 컴퓨팅 자신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3.3.2 종속변수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두 가지 종속변수를 설정하였다.
교양교육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대학에서 새롭게 개설된 교과목인만큼 수강생 입장에서도 처음으로 생소한 분야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교과목을 수강한 후 다음 스텝을 학습하는 데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강좌에 대한 만족도 이상으로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대학생의 학업지속의사를 다룬 연구는 대학에서 중도 이탈하지 않고 학업을 이어나가는지, 또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전공계열의 진로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지 측정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학업을 지속(academic persistence)하는 개념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심화과정 수강의사(further study intention)’, 즉 새로이 접한 컴퓨팅 언어를 더 깊게 학습하고 싶은가를 측정함으로써 컴퓨팅 언어 교육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컴퓨팅 언어를 처음 배운 학생들이 강좌를 수강함으로써 해당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다고 느끼는 것 역시 중요한 교육효과이다. 특히 컴퓨터 기반의 실습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조현숙 외, 2013)를 참고할 때, 이 수업에서 자신감 향상에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평가하는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과 응용능력을 통해 대학이 제공한 컴퓨팅 교육의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되었는지 예측할 수 있다.
이 연구에 쓰인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표 3>에 제시하였다.
3.3.3 변수 간 상관관계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가 분석에 필요한 통계적 가정을 충족하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자료정화 절차를 수행하였고, 독립변수의 다중공선성, 잔차의 정규성과 등분산성을 검증한 결과 전반적으로 자료가 큰 문제없이 수집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이 조사를 위해 측정한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는 <표 4>와 같다. 학생이 체감한 난이도와 수강전 컴퓨팅 수준, 난이도와 심화과정 수강의사, 난이도와 자신감 향상 사이에는 부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즉 난이도가 높다고 느낄수록 심화과정 수강의사가 낮고, 자신감 향상에도 -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수업을 통해 IT지식을 얻은 것과 튜터의 도움, 심과과정 수강, 자신감 향상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4. 분석결과
4.1 강좌 수강의 동기
A대학의 <컴퓨팅 기초: 처음 만나는 컴퓨팅>은 파이썬을 통해 기초적인 데이터분석 및 코딩을 배우는 교양강좌로서 2020년 2학기 처음 개설되었다. 이러한 교과목이 교양교과목으로 제공된 것은 국내 주요 대학과 비교할 때 다소 늦은 편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40명씩 4개 강좌가 개설되었는데, 수강신청 당일 짧은 시간만에 4개 강좌 총 160명 정원에 대한 수강신청이 마감되었으며 이후에도 담당교수에게 초안지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학생들은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는 2020년대 학부생들의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대학에 비해 A대학의 컴퓨팅 교양교육 개설이 늦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수요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강좌의 수강동기를 질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의 특성상 학생 스스로의 관심 때문에 수강하기보다는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또는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등 필요성에 의해 수강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순수한 교양교과목 학습동기와는 다른 취지의 동기부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강할 때에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수강동기에 차이점이 존재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첫 번째 연구문제는 학생들이 강좌를 수강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질문한 것이었다. 그 결과 A대학의 2020년 2학기 컴퓨팅 기초 수강생들은 수강동기로 “평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코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을 꼽았으며 구체적인 결과는 <표 5>와 같다.
하지만 수강 동기와 전공계열을 교차분석한 결과 인문사회계열(예체능 포함) 학생과 이공계열 학생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χ2 = 0.01). 이공계열 학생은 본인 스스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기 때문(53.6%)에 강좌를 수강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경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고 싶다거나(29.6%),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16.7%) 4차산업 혁명의 사회분위기 상 배워야 할 것 같아서(25.9%)라고 응답한 비중이 이공계열 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 <컴퓨팅 기초> 강좌의 경우 이공계열 학생의 수강을 불허하지는 않았지만, 선수과목 수강학생을 배제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이공계열 3학년 이상의 학생은 수강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이 수업을 수강한 이공계열 학생들은 일반적인 이공계열 학생에 비해 컴퓨팅 언어의 배경지식이 적은 1~2학년 학생들이며, A대학 이공계열 학생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학생의 전공계열에 따른 성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전공계열에 따라 취업에 부담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지표를 보면 같은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이공계열 졸업생보다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이 노동 시장에 진출할 때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문계열 학생들이 <컴퓨팅 기초>를 수강할 때에는 본인의 자발적인 관심보다 사회적 분위기 또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지식습득을 위해 수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수강동기와 학년에 따라, 수강동기와 성별에 따라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차분석을 하였지만 학년과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4.2 심화과정 수강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컴퓨팅 기초 강좌를 수강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낀 학생이라면 심화과정 수강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심화과정 수강의사를 갖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이 회귀모형은 <표 6>에 제시된 것처럼R2=0.19, p=0.00으로 종속변수를 유의미하게 예측한다고 볼 수 있다.
독립변수별로 살펴보면 수강전 수준과 튜터의 도움은 유의미하지 않은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학생이 체감한 난이도(p=.00)와 수업을 통해 IT지식이 향상된 점(p=.04)이 심화과정 수강의사를 나타내는데 유의미한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업의 난이도가 어려웠다고 인식할수록 심화과정 수강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 수업을 통해 IT지식이나 리터러시가 향상되었다고 응답할수록 심화과정 수강의사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한다고 할 때, 컴퓨팅 기초 강좌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심화과정 수강의사가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며, 강좌에서 IT 분야 전반에 대한 지식전보를 함께 전달할 수 있을 때 심화과정 수강의사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4.3 컴퓨팅언어에 대한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컴퓨팅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향상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이 회귀모형은R2=0.22, p=0.00으로 종속변수를 유의미하게 예측하고 있으며 그 값을 <표 7>에 제시하였다.
독립변수별로 살펴보면 수강전 수준은 유의확률이 0.05로 귀무가설을 기각하거나 채택하기에 다소 모호한 결과가 나왔지만,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면 이 변수는 종속변수를 예측하는 유의미한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 이 회귀분석에 따르면 수업의 난이도, IT지식의 향상, 튜터의 도움이 수강생의 컴퓨팅언어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데 유의미한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업의 난이도가 쉬웠다고 인식한 학생일수록 자신감 향상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수업을 통해 IT지식 수준이 향상했다고 응답할수록 컴퓨팅언어 자신감 향상에도 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첫 번째 종속변수와 달리 튜터의 도움이 자신감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강좌에는 40명의 수강반에 1명의 강의조교와 4명의 튜터를 배정하여 수업의 전 과정동안 수강생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튜터의 도움이 난이도높은 강좌의 수강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수강생의 자신감 향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대학교육에서의 튜터링 효과를 다룬 기존 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강좌운영을 할 경우, 학생의 자신감 향상을 위해 강의의 난이도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강좌를 통해 IT 리터러시와 IT분야 전반에 대한 지식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튜터의 도움이 중요한 요인인만큼, 대학에서 튜터링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강좌의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5. 결론 및 연구의 한계점
최근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만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컴퓨팅 관련 교양강좌의 수를 확대하고 있으며, 기초 과정 뿐 아니라 중급, 고급 수준을 커버하는 강좌를 개설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공계열을 비롯한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학생 뿐 아니라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컴퓨팅 언어를 배우는 데 관심이 있고, 대학에서도 이러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려고 하는 현 시점에서 학습자의 반응이 어떤지 탐구하는 것은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컴퓨팅 관련 교양 교과목은 도입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강한 학생들의 반응을 다룬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대학이 단순히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학생들의 수강경험에 기반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의 강좌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는 만족도와 학업성취를 분석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육학 연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전통적으로 익숙한 측정방식이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낯선 분야를 접한 학생들이 추가적인 학습에 도전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강좌수강을 통해 해당 분야에 자신감이 생겼는지를 측정함으로써 강의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하기보다 수단적 목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육과정에서 동기부여를 하고, IT분야 전반에 대한 지식을 교육할수록 종속변수 예측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 연구는 컴퓨팅 기초를 수강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바람직한 교과목 운영방향을 모색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몇 가지 한계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조사 규모의 한계로 인해 조사대상자 수가 적은 편이며, 설문문항도 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A 대학에서는 2020년 2학기에 4개의 기초 강좌가 시범적으로 운영되었지만, 2021년 1학기에는 8개의 기초 강좌와 2개의 중급 강좌가 개설된만큼 매 학기 지속적인 추적조사를 통해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조사 참여학생의 인구사회학적 변수와 학습에 관한 독립변수를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다양한 연구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팅 능력이나 프로그래밍 리터러시에 있어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 차이가 있는지, 수강 전 배경지식이 강좌의 난이도 평가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탐구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인문계열과 이공계열로 나누어 살펴보았을 때 전공계열에 따라 학생들의 수강동기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단과대학이나 전공계열에 따라 교육적 니즈에 차이가 존재하는지, 전공계열별로 분반을 나누어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추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교과목 운영에 관한 포커스그룹 인터뷰와 같은 질적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학생들의 피드백을 얻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후속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컴퓨팅 교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정책방향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는 컴퓨팅 관련 교육을 교양선택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2학점~6학점 정도의 컴퓨팅 교과목을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국어, 대학영어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처럼 이러한 커리큘럼의 필수화에 대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4). 연구자의 예비조사에 따르면 몇 개의 컴퓨팅 강좌를 선택교양으로 제공하는 대학에서는 인기가 많은 강좌에 속하지만, 컴퓨팅 과목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수강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컴퓨팅 교과목이 교양 필수로 지정되어있는 대학의 경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향후 대학의 교과목 운영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대학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기술의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적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컴퓨팅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교양교육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 학습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커리큘럼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 교과목의 개설 뿐 아니라 학습자의 동기부여와 피드백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연구 및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Notes
<SW중심대학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교육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혁신함으로써 SW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의 SW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사업으로 2015년 시작된 이래 국내 대학의 커리큘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컴퓨팅과 프로그래밍 관련 교과목을 적극적으로 개설한 대학은 <SW 중심대학>사업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대학인 경우가 많았다. 제시한 대학의 학생들이 위의 교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지 선택교양인지를 구분하여 표기하고자 하였으나, 학생의 입학학번에 따라 혹은 전공에 따라 졸업규정이 다른 경우가 많아 이를 표기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양적연구의 규모에 비해 N사이즈가 작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4개 분반의 수강생 약 90%에 이르는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의견수렴이라고 볼 수 있다. N이 충분하지 않은 면은 연구의 한계점에 언급하였으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하여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논의는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진행중이다. 단순히 초급 수준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고 끝나는 강의를 통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실제로 어떤 활용을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의견, 전공불문 대학의 모든 재학생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가 하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필자는 코딩교육에 대한 대학생의 반응을 살펴보고 컴퓨팅 교육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