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양교육에서의 사회적 실천에 관한 사례 연구 -K대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A Case Study on the Social Practice of the Liberal Education -Focusing on K University’s Social Innovation Living-lab Project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1;15(3):117-131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1 June 30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1.15.3.117
우대식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 khfrontier@khu.ac.kr
Lecturer, Kyunghee University
Received 2021 May 20; Revised 2021 May 31; Accepted 2021 June 16.

Abstract

초록

본 연구에서는 2020학년도 여름 학기에 K대학 교양대학에서 운영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사회적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적 성과와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관련 결과 보고서, 언론 보도, 주민 설문 조사, 학생 인터뷰 결과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성과, 그리고 교육적 함의를 분석하였다.

본 프로젝트의 결과 파견 지역 도시재생 활성화 측면에서 크게 효과가 있었으며 주민들의 만족도 역시 대체로 높았다.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는 학생 및 전공 간 협력이 증진되었으며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 사회적 기여와 공헌을 고려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대학 교육을 통해 대학과 사회의 협력적 파트너십 형성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사제도 개선 및 지원체계 마련을 제안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educational achievements and their implications, focusing on the social practice case of the Social Innovation Living-lab Project implemented by K University in 2020. The progress of the project, its performance, and educational implications were analyzed based on the results of project-related reports, media reports, resident surveys, and student interviews.

The project was effective in terms of revitalizing local urban regeneration, and resident’s satisfaction was generally positive. In educational effects, students also became passionate and interested in the effects of cooperation between themselves and their chosen majors. Moreover, they demonstrated positive effects from the reflecting they did regarding their own prospects as they considered their social contributions.

This project is meaningful in that cooperative partnerships between universities and society can be formed through university education. Futhermore, this study proposed to improve the academic system and to establish a support system to promote it.

1. 서론

대학은 전통적으로 교육, 연구, 봉사라는 사명을 지닌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의 연구 성과는 공동체의 안녕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이 선순환 과정을 통해 대학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높이려는 노력 자체만으로도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학의 적극적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장려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 연구 및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사회공헌 및 사회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많은 대학들이 사회봉사를 교양교육의 교육과정으로 채택하고 있고 최근에는 봉사 관련 전담 부서 혹은 전문 기관을 신설하여 운영하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봉사’라는 개념적⋅제도적 프레임에 갇혀 차순위 교양교과 혹은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양교육 차원에서의 사회적 실천은 대학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대학의 봉사적 사명은 그 시대적 요구에 비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교육, 연구, 봉사의 선순환’이라 함은 순차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중첩적 상호작용 속에서 작동하는 기제를 의미한다. 사회적 실천은 대학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효과와 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 수업에 적용되고 있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지역 사회 기반 학습(Community-Based Learning), 리빙랩(Living-Lab) 등의 개념은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참여와 실천이 지니는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교양교육 프로그램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이나 최근 대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교육 방법과 모형들은 교양교육과 사회적 실천의 적극적 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유의미한 참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대학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사회적 실천이 어떻게 가능한지, 또 그 성과와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교양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인 K대학 사례에서 교양교육의 사회적 참여와 실천의 의미를 도출하고 최근 진행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과 성과, 교육적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대학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 대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지니고 있고 이는 교육, 연구, 봉사라는 세 가지 사명으로 부여된다(Duderstadt, 2009). 대학은 이 세 가지 사명을 이행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구현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책무들은 상호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재 양성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지만 교육과 연구는 공적 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얻고 동기를 부여받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의 봉사적 사명은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의미를 포괄하는 광의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조영하, 2010).

현재 대학들이 ‘봉사’라는 자기 사명에 충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다수 존재한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학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실상 대학의 사회적 참여와 실천이 시장 경쟁력과 그 효용에 의해 취사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학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기업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맥락 속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경제적 효용과 득실 판단에 의해 선택적으로 취사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조영하, 2010; 김석수, 2016; 이은정, 2017; 권영우, 2020). 실상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들은 여전히 그들의 사명으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표방하고 있고 사회적 공헌과 기여가 인재상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대학에서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교육제도 및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봉사’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 구현이라는 광의적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사회봉사는 협의적 사례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 사회봉사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박수연, 1985; 김종량, 2002). 더욱이 최근 사회봉사는 대학들 사이에서 인성 함양을 위한 중요한 교육과정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 부서 및 전문 기관들의 설치와 설립이 확대되고 있다(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2014). 대학 사회봉사와 관련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회봉사에 대한 대학 차원의 적극적 지원 제도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연구(이강현, 2002)가 주를 이루었으며 점차 사회봉사 참여 동기에서부터 만족도, 교육적 효과, 체계적 관리 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오승환, 2002; 이수정, 원용아, 이영철, 박인철, 2010; 엄운섭, 안치순, 손진아, 2013; 이현주, 이영선, 2019). 이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회봉사의 교육적 효과와 학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여러 노력으로 대학은 꾸준히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제 대학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돌아가 보자. 대학 교육에서의 ‘봉사’는 기존의 사회봉사 틀을 넘어서야 한다. 사회봉사라는 틀 안에서의 양적 확장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조성희, 2009; 김안나, 박창우, 2014; 오봉욱, 이윤정, 2020). 이들 연구에 따르면 대학의 사회봉사는 지역 사회와 대학의 조건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서로의 요구와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학 입장에서의 교육적 측면, 즉 참여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의 현황 및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지역문제 해결 및 개선, 지역 사회 발전과 혁신에 활동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재능과 관심 분야를 접목하기 위해 전공과 연계한 활동을 기획⋅운영하거나 지역의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교육 프로그램으로서 봉사활동을 설계하는 것 등이 그 구체적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의 교육 방법론과 관련한 최근 동향에서도 사회적 실천을 담아내려는 다양한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이래로 실천학습(Action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지역 기반 학습(Community-based Learning) 등 다양한 실천교육 방법론이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 및 평생학습기관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교육 방법론은 각각의 차이가 있지만 교육과정에 실천적 요소를 적극 도입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봉사학습 개념은 미국의 경험적 교육 이론을 배경으로 제시된 학습 유형으로 참여자들의 지역 사회 기여 활동과 이를 통한 경험적 학습 과정을 강조한다. 자코비(Jacoy, 1996)에 따르면 이러한 봉사학습은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이다. 사회적 참여와 실천이 고등교육의 과정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봉사학습은 교육적 측면에서 참여자들로 하여금 반성적 성찰(Reflection)을 경험하고 사회 구성원들과 상호작용(Reciprocity)하게 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공동체적 책임감을 가지는 사회적 인재로 거듭나게 한다(김성이, 1997). 실천학습은 1990년대 기업에서 활성화된 방법론으로 최근 들어 교육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천학습은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적 성과와 학습 효과들에 주목한다(정진, 홍효정, 2018).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지역 기반 학습은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적용한 수업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주제 선정, 프로젝트 수행, 발표 및 평가의 단계로 구성되며 이 모든 과정은 학습자 중심(Leaner-centered)으로 진행된다. 지역 기반 학습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지만 프로젝트의 주제, 대상, 범위를 지역 사회로 연결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이들 교육 방법론은 학습 동기 및 태도, 자기주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로 하여금 지역 사회에 대한 애착과 애정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 및 개선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심선주, 박현미, 2019; 유승철, 정광희, 류정민, 2020; 조채영, 김경미, 2021). 다만 기존 실천 교육 방법론들은 대학의 입장에서 기획⋅설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참여 학생들의 학습 효과 및 만족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협력 절차는 생략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은 지역 사회의 협력적 파트너십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사회혁신 방법론에서 다양한 주체 간 소통과 협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 자체에 방점을 찍기보다 협력적 파트너십에 기초한 문제해결능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혁신 개념은 대학의 사회적 실천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교육 방법론으로 전환할 수 있다(윤수진, 2020).

사회적 실천은 전통적으로 부여된 대학의 사명일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혁신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교육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계획을 보면 대학과 지역의 협력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교육혁신과 사회혁신을 이끌어 내려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교육부, 2021.01.29). 이에 발맞추어 대학들 역시 교육과정의 혁신 방향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다. 특히 대학 교양교육은 전공교육과 달리 다양한 학과와 전공 학생들이 교차하는 영역이며 학사제도의 측면에서도 사회적 실천을 능동적으로 적용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유연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회봉사의 경험과 노하우는 교양교육의 중요한 자산이며 그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향후 교양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능동적으로 고민하기에 좋은 토대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소재 K대학의 사례는 대학 교양교육의 실천적 모델을 모색해 보는 데 있어 유의미한 사례가 될 수 있다. K대학은 2011년 교양교육 전담 기구를 설립하여 교양교육의 강화는 물론 교양교육의 인재상을 ‘성숙한 시민’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 참여적 현장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양교육의 실천적 역할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K대학의 교양교육이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교양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의 혁신 방향을 탐색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3. K대 교양교육과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K대학은 2011년 교양교육 전담 기관을 설립하면서 교양교육의 전면전 변화와 혁신을 단행했다. 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그에 따라 교육 커리큘럼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교양교육은 학부생이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알고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이자 공동체 성원으로 자기를 다듬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교양교육은 학부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탁월한 개인으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숙한 공동체 성원으로 대학문을 나설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위원회, 2010).

K대 교양대학은 교양교육의 인재상 가운데 하나를 ‘성숙한 시민’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교육 방법론으로 ‘이론’과 ‘실천’의 적극적 결합을 강조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봉사>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다. K대학은 교양대학을 설립하며 ‘사회봉사’의 교육적 효과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 번째는 ‘더 나은 세계 만들기의 실천’이다. 사회봉사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함께 사는 공동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실천행위”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기 변화’의 효과이다. “봉사한다는 것은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소중한 사회적 연대를 실현시키는 일”로서 “이런 연대는 나를 나보다 더 큰 것에 연결시키고 내 존재를 높은 곳으로 들어 올리는 윤리적 상승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세계 알기, 그리고 경험 확장’이다. 사회봉사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 현실을 더 잘 알게 되고 직접적 경험을 통해 세계를 알게” 되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위원회, 2010). 사회봉사는 이전의 단순 봉사활동의 협의적 개념 정의를 넘어 대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이면서 학생들의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사회 발전과 혁신을 도모하는 실천적 행위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의미는 <시민교육> 교과목에 대한 설명에서 더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K대는 교양대학 설립 당시 <시민교육>을 3학점 교양필수 과목으로 개설하여 운영하였는데 이 교과의 설계 과정을 설명하면서 <시민교육>과 <사회봉사>를 결합했음을 강조한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은 ‘시민성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과 그 과정에 있어 ‘사회적 실천’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교육> 교과는 사회봉사를 ‘현장 활동’으로 재정의한다. “현장 활동이란 우리 주변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좌절과 희망, 애환과 갈등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가운데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적극적 학습 방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2012). 2011년 <시민교육>이 개설된 이후의 활동을 살펴보면 이전의 봉사활동 형태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활동이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8학년도 기준으로 살펴보면, 경제정의, 참여정치, 문화예술종교, 사회적약소자, 여성가족, 청년세대, 교육학술, 환경생태, 세계시민, 인권, 지역자치공동체, 언론미디어, 총 13개 분야에서 372개의 현장 활동이 진행되었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 2018). K대 교양교육의 사회봉사는 사회적 참여의 분야와 폭이라는 양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전통적 방식의 자원봉사의 틀을 벗어나 사회 문제 해결 및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질적 전환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K대 교양대학의 <시민교육>은 이론과 실천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교양교육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 학생들이 현장 활동에 대해 높은 만족과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학생들은 <시민교육>을 통해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진되었으며 이론 수업 보다는 ‘현장 활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을 나타냈다(채진원, 박숙경, 김성일, 2015).

다만 대학 교양교육으로서 <시민교육>의 한계도 있다. <시민교육>은 교양필수 과목으로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 하지만, 한 학기라는 시간 제약과 교양과 전공이 확연히 분리되어 있는 대학의 학사 구조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1) 기존의 교육 체계와 학사제도는 전공학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학생들의 관심과 학습 활동 역시 이러한 구조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 어려움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교육적 변화와 시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과 사회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고 학생들의 전공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새로운 유형의 대학 교양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2)

3.1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 및 성과

리빙랩(Living-Lab)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연구소’, ‘삶 연구소’ 등으로 번역되며 일종의 사회혁신 방법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혁신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 주목하며 그 방법을 이해관계자들의 소통과 협업에서 찾는 것이다. 리빙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한 지방자체단체의 경우 리빙랩을 “지역 사회 커뮤니티에서 공공(Public), 민간(Private), 시민(People)이 협력(Partnership)하여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용자 참여형 개방형 혁신 플랫폼”으로 정의 내리고 있으며, 현재 중앙정부 및 전국 지자체, 공공기관 및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리빙랩을 도입⋅운영하고 있다(배영임, 신혜리, 2019). 최근 국내 대학들 역시 리빙랩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리빙랩은 대학의 기본 기능인 교육과 연구 기능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대학은 지역 주민 및 상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 문제들에 대해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문제 해결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일방적인 지식⋅정보 제공을 넘어 현장의 수요와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김성희, 2019; 성지은, 한규영, 송위진, 김민수, 2019).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지역 사회 문제의 해결 등 다양한 사회적 효과를 파생할 수 있는 하나의 혁신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앞서 설명한 실천교육 방법론들이 학습자의 실천과 참여 행위에 초점을 맞춰 구성되어 있다면 리빙랩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협력, 그리고 상호 파트너십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의 사회적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1.1 프로젝트 개요 및 추진 과정

2020년 3월 4일 K대 교양대학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이하 대정센터)와 서귀포시 대정읍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1) 대정읍 도시재생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거버넌스 구축, 2) 대정읍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가공품 및 식품 레시피 개발, 3) 대정읍 도시재생 주요 거점 시설 콘텐츠 발굴 및 지속적 실행, 4) 기타 상호 협의에 의하여 지속적 협력 증진을 위한 사항 등으로 구성된다. 이 협약 내용을 중심으로 2차례의 실무회의를 진행하였고 2020년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14박 15일 간 약 2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설계하였다. 본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추진 체계는 [그림 1]과 같다.

[그림 1]

프로젝트 추진 체계

K대학은 2020년 6월 17일부터 6월 24일까지 교양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학생 모집을 위한 온라인 포스터를 게시하였고 1차 서류전형과 2차 온라인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하였다. 프로젝트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조리, 디자인, 영상, 마케팅 등 관련 전공 학생 및 자격증 보유자, 유사 프로젝트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선발하였으며 그 결과 조리⋅서비스경영 3명, hospitality경영 3명, 시각디자인 3명, 산업디자인 4명, 경영학과 1명, 자율전공 1명, 무역학과 1명, 한국어학과 1명 총 17명의 학생을 선발하였다. 2020년 7월 1일, 자기소개 및 프로젝트 소개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고 이후 7월 22일 제주 일정 시작 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사전 모임을 진행하였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도시재생의 의미와 대정센터와의 업무협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으며 사전 모임은 한 차례 당 4~6시간씩 진행하였으며 파견 지역의 역사와 문화 조사 및 관련 상품 개발 아이디어 공유, 디자인 초안 작업, 재료 구입 등을 진행하였다. 사전 조사 내용은 발표와 토론을 통해 수정⋅보완되었으며 프로젝트 활동 내용은 마늘, 청보리, 방어 등을 활용한 레시피 및 상품 개발, 지역 스토리를 반영한 디자인 상품, 그리고 메뉴, 간판, 실내 디자인 등 지역 상점 리뉴얼 활동 3가지로 최종 정리되었다.

3.1.2 프로젝트 진행 과정 및 결과

본 프로젝트의 효과적 실행을 위해 조리, 디자인, 홍보마케팅 총 세 팀으로 구성하였고, 조리팀은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및 레시피 개발을, 디자인팀은 지역 스토리를 담은 상품 개발 및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였고, 홍보마케팅팀은 SNS 개설 및 운영, 미디어 콘텐츠 제작, 중간 평가회 및 성과 공유회의 기획과 진행을 주관했다. 그리고 전체 학생들을 다시 세 그룹으로 나누어 대정읍 내 상점을 대상으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였다. 각 그룹은 조리, 디자인 전공 학생 등을 조합하여 구성하였으며 학생들은 시내 상인들을 만나 직접 프로젝트를 설명하였고 그중 적극적 관심을 보인 상점들을 대상으로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및 레시피 개발은 대정센터에서 사전 공개 선발한 주민 및 관계자 4~10명이 7일간 함께 참여해 공동 작업하였으며 조리 실습은 파견 지역 내 주민 공동 시설의 조리실을 대관하여 진행하였다. 초기 레시피 아이디어는 사전 모임을 통해 준비하였으며 주민들과의 토론과 공동 실습을 통해 레시피를 최종 결정하였다. 그 결과 방어포 2종, 쿠키 3종, 마늘 및 청보리 스프레드 각 1종, 청보리 에센스 시럽 1종, 청보리 그래놀라, 다식 3종, 쉰다리(제주 전통 음료), 총 7개 상품 개발 및 패키지 디자인이 제작되었다. 파견 지역 스토리를 담은 지역 기획 상품의 경우 지역 사전 조사를 통해 선정된 동백꽃, 수선화, 방어, 마늘, 청보리, 알뜨르 비행장, 현무암, 고무신, 한라산 이미지를 중심으로 그립톡 3종, 열쇠고리 2종, 엽서 4종, 메모지 2종, 물병 1종, 디자인 노트 1종을 제작하였다. 이 상품들은 8월 31일 파견 지역 오일장에 설치한 팝업 스토어에서 지역 주민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식 및 품평을 진행하였으며 당시 의견과 평가를 중심으로 레시피 및 상품성을 개선하였다.

상점 리뉴얼 프로젝트의 경우 시내에 위치한 다수의 상점 방문 및 상인과의 직접 면담을 진행한 결과 최종 5곳의 대정읍 내 상점을 대상으로 소규모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였다. 선정된 상점의 업종은 카페 3곳, 책방 1곳, 꽃집 1곳이며 각 상점의 리뉴얼 작업은 해당 상인과의 면담을 통해 리뉴얼 아이템을 선정하고 매일 또는 2~3일에 한 번씩 해당 상인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소간판 3종, 메뉴판 리뉴얼 2종, 명함 1종, 유리시트지 리뉴얼 1종, 영상 1종, 엽서 등 기타 인쇄물 3종을 디자인 및 제작하여 해당 상점 내외에 설치 및 비치하였다.

최종적으로 2020년 8월 3일, 대정읍장 및 대정센터 관계자, 지역 주민 등 총 34명을 대상으로 그동안의 전체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발표하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자 성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성과 공유회는 대정읍 웅비관에서 진행하였으며 현장 입구에는 그동안의 활동 결과물을 전시하였고 전체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정리한 PPT 및 영상 자료를 발표하였다. 발표가 끝난 후 참여 주민 대상 시식 및 평가회를 진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후 폐회하였다.3)

3.1.3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대정센터와의 업무협약을 배경으로 진행된 시범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정읍 도시재생사업의 활성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지식과 기술을 살려 다양한 지역 사회 콘텐츠들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 및 상인들과의 적극적 의사소통 및 협력 작업을 추진함으로써 도시재생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활동 기간 중 총 6개의 지역신문 보도가 있었으며, 지역방송에서 1개의 뉴스보도와 1개의 특집방송이 송출되었다. 이들 언론사들은 대부분 대학과 지역의 협력적 파트너십에 관심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함께 보도하였다. KCTV(2020.08.10.) 특집방송의 주민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4)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음식을 만들고 요리를 한다는 것이 저희들도 굉장히 뿌듯합니다. 너무 좋고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과 같이 이런 요리 실습을 하면 지역주민들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만족합니다(실습참여 S주민).

특히나 방어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게 뭐예요? 물었더니 방어포라고 해서 어머나 세상에 아니 우리 주변에 방어는 오일장에 가면 쉽게 보던 생선인데, 왜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이건 정말 기발하다 해서 그 자리에서 박수를 쳤어요. 정말 좋다고(실습참여 M주민).

아주 독특하네요. 이렇게 하면 꽤 잘 팔릴 것 같아요. […] 이렇게 까지 생각 안 했는데. 예전에는 방어를 도톰하게 썰어서 어른들 구워 먹는 반찬 정도 생각을 했지. 간식이나 안줏거리로 만들 생각을 안 해 봤죠. 아주 독특하고 좋은데요. 자꾸 손이 가네요(시식참여 K주민).

상술하였듯 대학과 지역의 파트너십은 도시재생 사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역주민들은 학생들과의 소통 과정 자체에 만족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과 공유회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만족도 조사에서 참여 주민들의 대다수가 만족했으며 향후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성과 공유회 참여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상품 만족도 조사의 경우 방어포의 상품화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으며, 맛에 있어서는 청보리 에센스 시럽, 디자인 측면에서는 3종 쿠키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됐다(서귀포시 대정읍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1).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도 대학과 지역 사회의 협력적 파트너십 형성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대학은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었고 지역 사회는 공공부문 사업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당위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대학과 지역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실천교육 방법론이 대학 중심의 교육 방법론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기획에서부터 수행 과정, 그리고 성과 공유까지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지역주민 및 관계자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세부 의제를 발굴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도 지역주민 및 상인 분들과의 직접 만남과 대화를 강조하고 시식 및 품평회, 성과 공유회 등을 개최함으로써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신뢰 기반 파트너십은 대학과 지역 사회의 윈윈 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협력적 파트너십은 문제 해결 자체에 방점을 찍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지속가능한 파트너십과 더 나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한계 및 그 대안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대학의 전문성과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기 사업 기획에 있어 사업 분야 관련 전공 교수 및 전문가들의 자문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시범 프로그램으로서의 한계와 시공간의 제약으로 자문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향후 교양과 전공 간 프로그램 및 학점 연계가 이루어진다면 교육적 성과와 사업적 성과 양 측면에서 모두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학사제도 유연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기간을 14박 15일로 설정한 것은 ‘집중이수제’를 염두에 둔 기획이었다. K대 학생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규 학기 중에 대략 18학점을 동시 이수하고 있는데 이는 프로젝트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자발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프로젝트의 지역 파견 및 합숙이라는 운영 특징을 고려할 때에도 ‘다학기제’, ‘유연학기제’, ‘융합⋅연계 전공제’ 등과 같은 교육부의 유연화 방침은 프로젝트의 교육 및 사업적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재생, 마을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공공부문 사업과의 적극적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사업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 건축, 디자인, 역사, 문학,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영역의 학생 참여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불어 이는 프로젝트 운영에 따른 교육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3.2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참여 학생 인터뷰 및 교육적 함의

2020년 8월 25일, 17명의 참여자 중 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으며, 인터뷰는 전반적인 프로젝트 참여 후기 및 총평을 묻고 응답을 고려해 추가 질문을 묻는 방식의 반구조화된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인터뷰 내용은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영상 촬영하였으며 본 프로젝트의 대내외 홍보자료로 활용되었다.

3.2.1 팀 기반 학습의 교육적 효과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7개 전공 17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으며 이들은 각각 조리팀, 디자인팀, 홍보마케팅팀에 소속되었으며 상점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 세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였다. 따라서 학생들 간 소통과 협력이 필수였으며 학생 한 명당 평균 3개의 협력적 파트너십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시각디자인 전공 J학생의 경우를 살펴보면 디자인팀 소속으로 지역 기획 상품 디자인 제작을 위해 팀 내 디자인 전공 학생들 팀워크를 형성해야 했고 메뉴 패키지 디자인을 위해 레시피 개발 담당 조리과 학생과 협력해야 했다. 그리고 상점 리뉴얼 프로젝트를 위한 그룹 활동도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에 타 학생들과 총 3개의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제가 제일 좋았던 거는 같이 한다는 거, 같이 한다는 게 진짜 좋았던 것 같아요. […]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같이 새벽까지 과제하고 ‘이거 어떨 것 같아?’ 하면서 서로 의견 공유를 하면서 더 나은 과제물을 만들어 가는 걸 좀 많이 배웠고 그게 가장 좋았던 점인 것 같아요. 저 같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혼자만 과제를 해 왔고 누구랑 협업을 해도 정말 ‘이 정도까지만 했어.’ 진행 상황만 공유를 했지 내 과제물을 보여 주면서, 남한테 맡겨도 보면서, 같이 협업을 해 보고 디벨롭을 해 보는 경험이 굉장히 적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을 통해서 저도 많이 바뀌었고 남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어서 그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시각디자인 17학번 J학생).

팀 기반 프로젝트의 경우 다양한 독립변인에 의해 그 성과와 평가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지만 본 프로젝트에서의 팀 효능감에 대해 인터뷰 대상 전원은 대체로 만족했다. 이는 사전 모임까지 약 한 달여 기간의 집중적 활동과 15일간의 합숙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정해진 기간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토론하고 작업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짧은 기간에 3가지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야 하는 심적 부담과 피로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에 몰입하여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고 완료하는 전일적 과정이 학생들로 하여금 팀워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2주 동안 같이 이렇게 합숙한다고 해야 되나? 매일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겼어요. 저희끼리 있으면서 벌레도 잡기도 하고 요리도 같이 하고 이러면서 재미있었어요. […] 제일 좋았던 거는 한 명씩 이렇게 붙어서, 조리과 1명, 디자인과 1명 이렇게 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드는 거 있잖아요.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밤새서 디자인 작업하고 있으면 조리과 파트너 애가 와서 이렇게 안아 주면서 ‘힘들지?’ 이러면서 하기도 하고 조리과 애가 밤새도록 쿠키나 그래놀라 만들고 있을 때 포장도 해 주고 같이 음식도 만들고 그랬어요(산업디자인 19학번 P학생).

또 한 가지, 학생들은 함께 자고 먹고 대화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는데 이 과정은 학생들 간 상호 이해와 배려를 촉진시키고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프로젝트 진행 시 학생들 간 갈등과 긴장감을 최소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게 진짜 과마다 자기 전공 특성이 달라서 그런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 전공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되게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게 되게 ‘전공이 내가 생각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구나’라는 것도 좀 깨달으면서 […] 또 가격 같은 거 책정하는 이런 데서도 해 볼 때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무역학과 18학번 K학생).

(패키지 디자인 관련 논의를 위해) 디자인팀 언니한테 처음 그림 같은 걸 제가 그려서 보여 준 적이 있어요. 근데 그때는 제가 봐도 너무 실력이, 제가 그림을 너무 못 그려서 같이 협업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 많았는데, 이제 서로 배려하고 조리팀이 모르는 건 디자인팀이 알려 주고 디자인팀이 모르는 건 조리팀이 알려 주고 이렇게 같이 의사소통을 계속 하다 보니까 혼자 가지고 있는 전공 그 재능보다 다 같이 이렇게 협력하고 모였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오고 그 완성도나 그런 것도 훨씬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hospitality경영 20학번 P학생).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부분이 바로 타 전공 학생들과의 토론과 공동 작업이었다. 대다수 프로젝트 참여 학생들은 타 전공 학생들과 소통과 공동 작업을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평가했다. 이전까지 학생들은 전공 간 협력적 작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타 전공 학생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가장 인상 깊게 회상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 친구(조리전공)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랑 제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달라서 놀랐었고요. 아무래도 ○○(조리전공)이가 원하는 디자인을 맞춰 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했던 디자인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이가 디자인 피드백을 많이 해 줘서 잘 나왔던 것 같아서, 오히려 저는 제 주관에만 갇히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서 제 디자인에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산업디자인 19학번 K학생).

제가 이렇게 디자인을 해 가면 조리과 학생들이나 다른 과 학생들이 제 디자인을 보고 되게 색다른 시선으로 말해 주는 게 있었어요. 근데 저희 디자인팀끼리 있으면 아무래도 배웠던 게 동일하기도 하고 또 경험 같은 것도 비슷하니까 이게 말하는 게 한정적이란 말이에요. 근데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디자인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산업디자인 19학번 P학생).

그동안 자신이 익숙하게 여기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함의를 지닌다. 그리고 이 점은 특히 교양교육의 특성과 연결된다. 교양교육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부분 집합을 형성하는 곳으로 융⋅복합 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2.2 학습 동기 제고 및 자기 역량 성찰 효과

리빙랩 프로젝트는 자기 지식과 기술을 최대로 이끌어 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자극하고 자극받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 과정을 통해 자기 역량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조리 및 디자인, 영상 콘텐츠 등 전공 분야별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고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역량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서 디자인 전공을 선택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디자인이 자기가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표현을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저는 그게 디자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강의실에서 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그렇게 실제로 굿즈를 만들고 상품을 만들면서 제 디자인을 실제로 구체화시켜 볼 수 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무래도 제 디자인 전공에서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산업디자인 19번 K학생).

사실 그냥 대학 수업 들을 때는 저 혼자 강의실 가서 듣고 집 와서 공부하고 시험 보고 이게 끝인데 이거는 진짜 기획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서 직접 활동을 하고 개발하고 나중에 상품을 만들어 내고서 다 같이 결과까지 공유하는 것까지가 마무리잖아요. 그래서 다른 수업이랑 달라서 일단 흥미로워서 좋았고요(조리⋅서비스경영 18학번 A학생).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책임경영>이라는 과목이 있었거든요. 그 <책임경영> 과목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또 어떻게 지역과 상생해 나가는지 이론적으로 배웠는데 이게 실천으로 제가 직접 지역 상점들과 협업을 하고 또 지역 특산물을 살려서 새로운 굿즈를 개발한다는 게 뜻 깊었던 시간 같아요(경영학과 19학번 K학생).

프로젝트 기반 수업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결과물을 얻어 낸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그동안의 학습이 일방적 입력(input)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이번 리빙랩 프로젝트는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최선의 결과물(output)을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이었기에 학생들은 그 과정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전문성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게 된다.

저는 1학년 때 대2병이 빨리 왔어요. 사실 산디과에 와서 제가 막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왜냐하면 디자인은 하고 싶은데 이 산업디자인과에 전공에 대한 걸 ‘내가 이게 맞나?’, ‘디자인과가 나한테 잘 맞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는데 직접 제가 만들어 보기도 하고 디자인도 해 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 ‘디자인을 하면 이렇게 재밌구나, 그리고 되게 뜻깊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산업디자인 19학번 P학생).

저는 다른 전공 친구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요. 조리과 친구들이나 디자인팀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일단 명확한 전공이라는 전문성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걸 보니까 되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다른 프로젝트나 뭘 하더라도 앞으로 좀 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무역 18학번 K학생).

1학년 때에는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하다 들어왔으니까 약간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학업에 대한 의지가 많이 없었는데 […]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의 배움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 저는 디자인에 대한 전공에 대한 분야가 아직 미숙하구나라는 걸 저는 느꼈고 그래서 좀 더 많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공에 대한) 애착도 많이 생겼어요(산업디자인 19번 K학생).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젝트 기반 실천교육은 다양한 학습 효과를 낳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자기 전공 지식과 역량을 최대한 쏟아 내고자 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적용해 결과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때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자기 전공에 대한 관심과 앎의 욕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 효과는 기존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이론 수업과는 다른 사회적 참여와 실천의 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로 이해된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고 자기 전공에 대한 학습 욕구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꼈다. 이러한 자부심과 성취감은 프로젝트의 공익성에 의해 더욱 자극받는 것으로 보인다.

3.2.3 사회 참여적 인재 양성 효과

이번 프로젝트의 공익성은 대학 교육의 사회적 기여와 공헌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경제적 혹은 사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능을 사회적 기여의 방법, 즉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했을 때 그것은 공익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교육과정으로서 진행되는 학생들의 활동에서 공익성을 정의하고 그 사업적 범주와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 공익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먼저 파견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역사⋅문화, 사회적⋅경제적 환경 등을 사전 조사하였고 15일간의 일정 역시 지역 주민과 상인들과의 직접 만남과 소통을 중심으로 기획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추상적인 단위의 지역과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자신이 만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저희가 책방(리뉴얼 상점) 공공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오픈(개업) 전에 사장님을 만나게 돼서 오픈 축하하러 갔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희 나름대로 사장님한테 좀 감사함도 표현해 보고 싶고 해서 친구들이랑 천 원씩 돈을 모아서 화분도 사고 그랬었는데 그게 되게 인상 깊었고 화분 선물해 드리니까 사장님도 되게 활짝 웃으면서 너무 좋아해 주시고, 그리고 또 저희가 다음에 방문했더니 화분이 딱 가운데 놓여있더라고요. 그게 되게 뿌듯했던 것 같아요(무역학과 18학번 K학생).

제가 꽃집(리뉴얼 상점)을 했는데 꽃집 명함 디자인이랑 로고 쪽을 맡아서 했어요. 근데 저희가 이틀, 삼일에 한 번꼴로 그 사장님을 만나러 갔단 말이에요. 근데 저희가 올 때마다 계속 뭘 더 주시려고 하고 너무 고맙다고 하고 ‘밥 먹었어?’ 물어보시면서 진짜 너무 고맙다고, 저희가 한 디자인 다 좋아해 주시고 저희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면 다 ‘오케이’ 하시고 그 부분에서 좀 더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산업디자인 19 P학생).

(실습 참여 주민 중) 마스크 만들어 주셨던 이모님이 계시잖아요. 그분이 마지막 성과 공유회 때 너무 빨리 가셔서 인사를 따로 못 드렸어요. 그게 너무 아쉬웠고, 뭔가 처음에는 주민분들이 약간 배타적으로 나올까 봐 조금 겁을 먹고 가긴 했는데 너무 잘 받아 주시고 또 ○○○(리뉴얼 상점) 분들도 너무 잘 대해 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많이 남아 있어요(조리⋅서비스경영 19학번 C학생).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지역 주민을 만나고 상인들을 만나면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생각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이러한 느낌은 자발성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재능과 기술의 사회적 효용과 가치를 경험한다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고 학습 동기 및 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의 사회적 실천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교육적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막 수지 타산을 다지면서 디자인을 하면은 5만원에 여기까지, 10만원에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딱딱 금액으로 저희의 노력이 끝나는 게 되게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작업물이었기 때문에 진심을 담을 수 있기도 해서 좋았고 그리고 그분들이 돈을 내고 하기보다는 그분들도 정말 우리와 얘기를 하면서 돈이 오가기보다는 마음이 오갈 수 있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시각디자인 17학번 J학생).

사실 물질적인 보상이 없지만 어쨌든 이 프로젝트가 대정읍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있어 사회적 의미가 있고 또 저는 ○○○(리뉴얼 상점) 사장님과 그렇게 상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되게 제 디자인이 의미가 있고 되게 가치가 있다는 보람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물질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저는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산업디자인 19 K학생).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경제적⋅물질적 보상이 없다는 점은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느꼈으며 이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한 차원 높은 자부심과 성취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주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되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주민들 그리고 상점을 만나면서 저희가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뿌듯했는데 저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미래에 일을 하더라도 좀 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런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무역 18학번 K학생).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직 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제가 이 조리라는 전공을 가지고 어떤 영향력이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리라는 그 분야 제 전공 자체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그런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지역 사회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고 조금 더 사회로 나가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의문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hospitality경영 20학번 P학생).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 자신의 진로 탐색에 있어서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학생 자신의 미래 및 직업 전망을 고려하는 데 있어 사회적 영향력은 중요한 요인이었고 이번 경험은 그 실현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이었던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인재상을 설정함에 있어 사회적 기여와 봉사를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본 프로젝트의 교육적 효과는 어느 정도 그에 부합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 달여 기간에 걸친 시범적 프로젝트였기에 교육적 효과를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짧은 시간의 활동이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변화와 고민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대학 교육이 사회적 참여와 실천이 지니는 교육적 의미와 가치에 주목해 봐야 할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4. 결론 및 제언

대학의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장려하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대학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봉사학습, 실천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의 교육 방법론들은 대학 교육의 사회적 실천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면서도 학생들의 학습 효과 및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대학 교양교육 역시 이러한 실천 교육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많은 교양 대학 및 관련 기관들이 사회봉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실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양교육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융⋅복합 형태의 실천적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고에서 살펴본 K대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한 실천 교육 프로그램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파견 지역의 사업적 효과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 파견 지역 도시재생 사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참여 학생들도 학생 간, 전공 간 협력의 효과를 체감하였고 자신의 전공과 전문성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프로젝트 참여 후 학생들은 사회적 기여와 공헌을 자기 진로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기존 실천교육 방법론에서 강조하는 사회 참여형 수업 모형에 대학과 지역 사회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조함으로써 대학 교양교육에서의 사회적 실천에 관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를 위해 본고에서는 교양과 전공교육 간 프로그램 및 학점 연계를 제안하였고, ‘집중이수제’, ‘다학기제’, ‘유연학기제’ 등 ‘교육부의 학사제도 유연화 방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교육 재원 확보 차원에서 ‘도시재생’, ‘마을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부문 사업과의 적극적 협력을 제안했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는 대학의 사회적 실천을 강화하는 방법론으로서 뿐만 아니라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참여 학생들의 자기 평가에서 나타난 교육적 성과는 대학 교육 혁신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사하였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가 하나의 시범 사례로 제시된 비교과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프로그램 확대 및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K대 교양교육의 경우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필수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시민교육> 교과목을 통해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강조해 온 만큼 교양교육과정 전반에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향후 역할에 대한 고민이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 이후에도 본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천 교육 방법론의 실험장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하나의 정규 교과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의되어야 한다. 그 논의는 대학 교양교육의 역할과 위상, 향후 혁신 방향에 대한 포괄적인 고민의 과정이 될 것이며 이는 추후 연구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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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K대 <시민교육>은 2019년 교양교육과정 개편과정에서 <세계와 시민>으로 확대⋅개편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khu.ac.kr/kor/focus/detail.do?seq=2110880(2021.5.18.) 참조.

2)

본 프로젝트는 2020년 K대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진행되었음.

3)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과 결과물은 온라인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XTN4sCb15k(2021.6.15.) 참조.

4)

KCTV(2020.07.27.), 서귀포신문(2020.08.05.), 제주의소리(2020.08.05.), 헤드라인제주(2020.08.05.), 한라일보(2020.08.05.), 제민일보(2020.08.06.), KCTV(2020.08.10.), 한라일보(2020.08.11.). KCTV(2020.08.10.) 특집방송은 대정읍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전반적 소개를 담고 있으며, 리빙랩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과 주민 간 회의 및 실습 과정, 대정 오일장 팝업스토어 진행 상황을 방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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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프로젝트 추진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