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대상 성찰적 글쓰기를 활용한 수업 방안 -교양 글쓰기 수업 사례를 바탕으로
A Study on the Method of Reflective Writing Class for Korean Learners -Based on the Case of a Liberal Arts Writing Su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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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초록
성찰적 글쓰기는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장르로, 이를 활용하면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 향상은 물론 자기 성찰, 인격 형성을 통해 유학 생활을 스스로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의 교양 교육과정은 주로 한국 대학생들 위주로 편성되어 왔고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양 교육과정은 문법과 회화의 정확성과 유창성에 치중해왔다. 한국어의 정확한 구사 능력은 한국 유학 생활의 필수적 조건이지만 이것이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연구는 대부분의 대학이 제공하는 교양 글쓰기 수업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성찰적 글쓰기 과정을 통해 자기 성찰,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 과정을 겪으면서 한국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도울 수 있는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 제시된 성찰적 글쓰기 수업은 대화주의적 관점을 이론적 배경으로 하며 필자와 독자의 대화, 다성성, 타자화를 중심으로 자기 이해와 성찰, 공감과 소통의 과정으로 상호순환적으로 진행하였다. 성찰적 글쓰기를 통한 성찰과 소통의 경험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교양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소양, 융합적 사고 능력, 올바른 인성 함양의 목표에 도달하게 해 주며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한국 사회와 대학에 적응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Trans Abstract
Abstract
Reflective Writing is a genre that provides many positive effects for foreign students in terms of cognitional, emotional and physical effects. Reflective writing ie used to improve the Korean language skills for foreign students. Furthermore, it also help them to successfully complete their own studies abroad through self-reflection and character-building.
The liberal arts curriculum, which aims to foster skills in the humanities, convergent thinking skills, and to help shape the characters of students, is still composed mainly of Korean university students. Moreover, the Korean liberal arts curriculum for foreign students has focused on fostering accuracy of grammar and conversation. Being proficient in Korean is a prerequisite for studying in Korea, but speaking Korean accurately does not mean that one will successfully complete one’s studies abroad.
In the liberal writing classes offered by most universities, the study introduced a case of classes where students can develop their Korean writing skills and lead a successful life in Korea by allowing them to undergo self-reflection, empathy with others and communication processes through reflective writing. The Reflective Writing courses presented by this study are conducted in a reciprocal cycle of self-understanding, self-reflection, and empathy, communication.
1. 머리말
낯선 곳에서 외국어로 생활하고, 전공 지식을 쌓아가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인지적,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양 교육과정은 한국 유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 한국 유학 생활의 적응과 학업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관련 교양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이미 만들어진 교육과정 안에서 학업 부진, 문화 부적응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정체성 확립과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1)
교양 교육과정은 인문학적 소양과 융합적 사고 능력, 올바른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교과목들은 한국어 능력 신장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2) 교양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한국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기 성찰과 자기 정체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외국에서 생활과 학업을 해내야 하는 유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 제공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전용 과목은 교양 교육과정의 본질적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 한국어능력시험의 고득점 등의 실용적 목적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대학의 재원과 교원 부족 등으로 외국인 유학생 전용 과목이 개설되지 못한 곳에서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유학생들이 수업에서 겉도는 존재가 되며, 함께 수업을 듣는 한국 학생들과 유대감도 가질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인 유학생 전용 교과목으로 개설되었든 그렇지 않든 글쓰기 과목은 모든 대학에서 교양 필수 또는 교양 선택 등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글쓰기 교과목에서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유학생들도 한국 학생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유학생들 간의 한국어 수준 차이에도 큰 어려움 없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성찰적 글쓰기 활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에 대한 글쓰기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 진학 전부터 한국어 교육기관의 수업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장르이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는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쓰기가 가능하다. 이러한 글쓰기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맺고 있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자기 성찰, 나아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원활한 소통까지 가능하게 하는 성찰적 글쓰기는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시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자기 성찰, 정체성을 다룬 연구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루어진 데 반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양 글쓰기 수업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기 이해와 성찰,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을 실현하는 성찰적 글쓰기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찰적 글쓰기는 한국어로 정확한 표현과 문법을 구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이를 타인과 소통하는 데 궁극적 목적을 둔 수업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성찰적 글쓰기를 통해 자기 이해와 성찰 과정을 겪으며 동료들과 이를 공감하고, 서로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성공적인 한국 유학 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성찰적 글쓰기를 통한 성찰과 소통의 경험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한국 사회와 대학에 적응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이론적 배경
2.1 성찰적 글쓰기 관련 선행 연구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자기’ 관련 글쓰기 논의로 원진숙(2010), 김혜진(2011), 정성미(2011), 박영기(2015), 신윤경(2015), 이소현(2017) 등이 있다.3)
원진숙(2010)은 자기 표현적 글쓰기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긍정적 자아 정체성 형성의 도구로서뿐만 아니라 여러 목적의 쓰기 활동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문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하였다. 여성결혼이민자 70명을 대상으로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그것의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였다.
정성미(2010)에서는 한국어 교사의 상담자적 역할을 강조하고 여성결혼이민자 교재의 쓰기 주제 검토를 통해 글쓰기 교육에서 글쓰기 치료의 적용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김혜진(2011)은 설화를 통하여 자기 성찰적 글쓰기 교육 방법을 구안하고 교육적 의의에 대해 논의하였다. 한국어 능력 4급~6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설화를 읽고 감상문 쓰기를 통해 자기 성찰 글쓰기 수업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성미(2011)는 여성결혼이민자의 치유의 글쓰기에 대해 논의하였다. ‘찾아가는 다문화학교’의 말하기, 글쓰기, 미술 등 여러 매체를 통합시킨 인문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자기 표현으로 이민과 결혼 생활의 부정적 감정과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정화하고, 치유적 효과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박영기(2015)는 글쓰기 수업 시간에 일반인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예시문을 보여주고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교수자의 의도와 설명,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와 편지 쓰기를 통해 자기 표현 글쓰기 수업을 할 것을 제안하였다.
신윤경(2015)은 외국인 대학생들의 정규 과정으로서 성찰 글쓰기 과목 개설을 제안하였다. 정체성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한국어 능력 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한국어 수준과 학교별 차이에 상관없이 성찰 글쓰기 과목이 개설되어야 할 필수 과목임을 검증하였다.
이소현(2017)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자기 효능감 향상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설계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였다.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수업을 위해 자기소개, 경험 글쓰기, 인물 글쓰기를 활용하였다.
이들 연구들은 유학생과 이주민을 대상으로 ‘나’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자기 표현과 치유, 성찰의 효과를 검증하고 이러한 글쓰기 활동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2010년 이후로 이러한 연구들이 활성화되었다면 대학 글쓰기 교육 분야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인문학과 인성교육 차원에서 자기 정체성,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표현’, ‘자기 탐색’, ‘자기 성찰’, ‘자기 서사’ 등 여러 용어와 혼합된 개념으로 연구자에 따라 달리 사용되고 있다.4)
김미란(2009)은 자기표현적 글쓰기가 대학의 글쓰기 수업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며 담론 공동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가능한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양숙(2011)은 자기 서사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이 자기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세계, 자아와 타자의 관계 등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사유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하였다.
임지연(2013)은 대학의 글쓰기 수업에서 서사적 글쓰기가 성찰과 정체성 수행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았으며, 한래희(2014)는 진학, 취업의 실용적 목적에서 ‘나’에 대해 글을 쓰는 것과 구분하여 성찰적 글쓰기는 ‘자기에 대한 탐구, 탐구를 통한 새로운 자기의 발견, 발견을 통한 정체성의 재조정 과정, 나와 외부 세계와의 관계 재정립을 가능하게 하는 성찰을 위한 글쓰기라고 하였다.
심선옥(2016)은 성찰적 글쓰기, 치유적 글쓰기, 자기표현 글쓰기의 세 부류가 글쓰기 목적, 방법,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밝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상위 개념으로 자기표현 글쓰기를 제시하였다.
‘자기’, ‘성찰’과 관련한 선행 연구에서 이를 가리키는 용어들은 연구자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교양 글쓰기 교과목에서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글쓰기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인문적 목적성을 지향하는 교양 교육과정에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하는 궁극적 목적은 자기 성찰을 하는 데에 있으므로 이 연구에서는 ‘성찰적 글쓰기’(reflective writing)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5)
성찰적 글쓰기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나’를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표현함으로써 ‘나’를 발견하고, 이해하게 해 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필자는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자기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필자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 가면서 글 속에서 스스로를 타자화하여 세계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를 수행하면서 경험을 선택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성찰적 글쓰기는 대학생들이 ‘나’의 일상과 내면에 집중하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상호적 관계성’을 의식하고 반성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교양 교육의 목표에 근접하는 방안이 된다.6)
이 연구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교양 글쓰기 수업 시간 동안 성찰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 자기 성찰과 타인, 세계와의 소통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정확한 한국어 문법 사용, 수사학적 전략 등의 능력을 신장하는 것에만 글쓰기의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여 성찰하고 이를 소통하는 것에 궁극적 목적을 둔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부에 입학하기 전부터 글쓰기 수업에서 자기소개서, 경험문 등을 쓰면서 ‘나’에 대한 글쓰기를 해 왔지만 글을 쓰는 동안 성찰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국어 문장과 표현의 정확성, 유창성에 초점을 두고 쓰기 교육과 피드백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 진학 전의 한국어 어학연수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 현장에서는 ‘나’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학습자들이 무엇을 느끼고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단기간에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수업이 대학의 한국어 글쓰기 교과목에서도 지속된다면 유학생의 한국어 글쓰기 능력도 그다지 향상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양 교육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사유의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하지 못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업 시간 동안 자기 성찰,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을 함으로써 사유의 폭을 넓히고, 정서적 안정감과 타인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성찰적 글쓰기를 한국어 글쓰기 수업 방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2.2 대화주의적 관점
대화주의는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 장르적 요인을 모두 아우르는 글쓰기 접근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 본 후 성찰적 글쓰기 수업에 적용하고자 한다.
대화주의 이론에서는 글쓰기 활동을 필자와 독자의 대화로 간주하고 필자를 화자로, 독자를 청자로 본다. 그리고 텍스트를 매개로 필자와 독자가 의사소통하는 활동으로 본다. 대화주의는 필자와 독자가 의미 구성을 위해 협상과 상호작용을 대화로 은유한다는 Bakhtin, M.(1979, 1986)의 언어와 담화에 영향을 받았다(서효원, 2020: 31). Bakhtin, M.은 언어는 항상 대화적이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며 문장은 발화 전체의 맥락과 담화 상황에 따라 의미를 얻는다고 하였다.
대화주의는 글쓰기를 특정한 사회 문화적 맥락 안에서 필자와 독자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보며 담화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구성물로 본다. 의미는 텍스트나 사용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 있다(정혜승, 2013: 40). 또한 대화주의에서 독자의 역할은 필자와 함께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작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구성주의보다 더 역동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독자의 이러한 역할에 대하여 Bakhtin, M.(1979, 1986)은 응답성(answerability)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서효원, 2020: 33-34). 일상 대화에서 화자의 발화에 대한 청자의 응답이 이어지는 것처럼 텍스트에서도 독자의 응답이(이해와 반응) 요구되고 이것이 텍스트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뜻하는 것이다. 이는 독자를 필자와 함께 텍스트 의미의 생산자로 보고 있으며 독자의 적극적인 응답이 텍스트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글쓰기 이론은 형식주의 이론을 시초로 개인적 구성주의 이론, 사회적 구성주의 이론 등으로 변천해 왔다. 특히 사회적 구성주의 이론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 후기 과정 중심 글쓰기 이론, 장르 중심 글쓰기 이론, 대화주의 글쓰기 이론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Nystrand 등은 글쓰기 이론을 형식주의, 구성주의, 사회적 구성주의, 대화주의로 구분하였다. 이들 이론 중 어느 하나만을 최고라 할 수 없지만 글쓰기 과정 자체에는 대화주의의 원리가 많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와 독자의 대화적 관계, 언어의 다성성, 상호텍스트성, 담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열린 해석 등이 글쓰기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Bakhtin, M.이 강조하는 내적 대화는 다성성(polyphony)을 지닌다. 다성성은 독립적이며 융합되지 않은 다수의 목소리들이 각기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어떤 사건 안에서 함께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김현정, 2010: 10). 또한 Bakhtin, M.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늘 타자가 되어야 하며,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타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고 타자의 의식 차원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지속적이며 긴장된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7) 즉 자신의 글을 객관화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적 맥락과 타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의미를 구성한다. 이러한 다양한 상호작용은 내적 대화와 외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대화주의 이론의 핵심이다. 즉 의미 구성을 위한 상호작용을 대화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의 글쓰기 교육은 필자는 텍스트를 생산할 때 독자의 응답을, 독자는 텍스트에 대해 적극적인 응답을 이끌어야 한다. 대화주의 관점에서 필자와 독자의 대화와 다성성, 타자화에 주목하여 성찰적 글쓰기 수업 사례를 다음 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성찰적 글쓰기 수업 사례
이 장에서는 성찰적 글쓰기 수업 사례를 제시하고 글쓰기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8) 성찰적 글쓰기로 자기소개 글, 성장 과정과 경험 글, 영화 감상문으로 크게 세 부류의 글을 쓰도록 하였다. 세 부류의 글들은 모두 ‘나’를 소재로 한다. 자기소개 글에서는 ‘나’를 탐색하고, 성장 과정과 경험 글에서는 ‘나’의 경험을 의미화하고, 영화 감상문에서는 ‘나’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먼저 ‘나’를 탐색하기 위해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자유 양식으로 써 보고, 이를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올려 교수자와 학습자의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도록 한다. 이때 교수자와 동료 학습자는 대화를 통해 ‘나’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풍부한 내용을 끌어내도록 돕는다. 구상하기 활동인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생각지도 그리기(mindmapping)를 한 후 동료 학습자 간 협의를 하고, 자기소개 글을 수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의미화하기 위한 활동으로는 성장 과정과 경험문을 써 보는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경험을 찾도록 한다. 이를 통해 나의 경험을 의미화하면서 나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나를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을 바탕으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활동으로 영화 감상문을 쓰도록 한다.9) 감상문은 작품에서의 공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게 하고, 자신의 경험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왜 그 장면이 좋았는지,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는데’ 등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숨겨놓은 아픔을 마주하기도 하고, 이를 치유하기도 한다. 나아가 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을 나누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 수업의 과정을 그림과 표로 제시하면 <표 1>, [그림 1]과 같다.
성찰 과정은 크게 ‘자기 이해’ 과정과 ‘자기 성찰’ 과정으로 구분되는데 이 과정들은 경계가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호 순환적으로 진행된다. [그림 1]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인식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진정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성찰적 글쓰기 활동을 통해 <표 1>과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성찰적 글쓰기 수업의 첫 활동인 자기소개 글쓰기는 나에 대해 탐색을 하는 시간이다. 이를 1주차에 진행한 것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수업 시간에 함께 상호작용할 학생들과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간을 통해 대화의 필수 요건인 진정성과 응답성을 경험하게 된다. 진정한 대화는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실해야 지속될 수 있다. 먼저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이 쓴 글을 바탕으로 조별 활동을 하면서 서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한다. 동료의 글과 질문을 통해 다성성(polyphony)을 이해한다. 다성성은 독립적이며 융합되지 않은 다수의 목소리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함께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써 가면서 동료와의 대화, 자기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성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온 의미들을 반드시 수용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쓰기를 할 때 필자는 주체적으로 의미를 구성해 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나’는 ‘나’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질문을 받음으로써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관점과 생각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동료의 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화자의 발화에 대한 청자의 응답이 이어지는 것처럼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동료의 이해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동료와의 외적 대화를 통해 ‘나’의 모습을 더욱 구체화하고 동료와 비슷하거나 다른 부분이 있는지 동료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면서 서로 공감과 소통을 하게 된다.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온 질문과 생각을 정리한 후에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다시 써 본다. 학생들은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다시 하면서 글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때 내적 대화는 반성적 사고가 된다. 그리고 동료와의 외적 대화를 통해 ‘나’와 나의 글을 다시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두 번째 글쓰기 활동은 경험 글을 써 보는 활동이다. 먼저 성장 과정을 한 단락 정도 써 보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조별 활동을 통해 특정한 경험에 대한 감정, 깨달은 점 등에 대해 질문과 답을 하면서 경험을 구체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개별 활동을 하면서 내적 대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경험들을 찾은 후 하나를 선택하여 그 경험을 의미화하도록 글을 고쳐 쓴다.
이러한 활동을 한 다음 ‘시련과 행복’을 주제로 글을 쓰도록 한다. 이 시간은 본격적인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앞서 자신과 동료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쓴 모든 과정이 이 글의 구상하기 과정이 된다. 그리고 동료와의 상호작용과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글을 객관화하여 쓰도록 한다. 이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세 번째 글쓰기 활동은 영화 감상문 쓰기이다. 학생들은 감상문에 쓸 영화 작품을 자유롭게 선정하되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도록 한다. 감상문을 쓰게 한 것은 학생들의 자기 성찰의 경험이 자신만의 독백과 일회적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동료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 자기소개 글, 두 번째 성장 과정과 경험 글을 쓰면서 자신이 속한 조(모둠) 안에서 생각과 경험을 나눈다. 성찰적 글쓰기 활동의 마지막 과정은 교수자와 그 수업을 수강하는 전체 학생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영화 내용과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과 행복에 대한 생각을 쓰고 이를 발표하는 것이다.
성찰적 글쓰기 과정은 ‘나’와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에서 진정한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해 준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수자와 동료 학습자들과 공감과 소통을 통해 자기와 타인을 보다 더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도 가지게 된다.
학생들은 글을 쓰는 과정 동안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글을 쓰는 ‘나’는 글의 소재가 되는 나의 경험에 집중하면서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특정한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전, 쓰는 중, 쓴 후에 동료와 교수자와의 대화를 통해 공감과 소통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더 큰 세계로 확장하게 된다.10) 다음 절에서는 학생들의 실제 자료를 통해 성찰적 글쓰기 수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3.1 자기소개 글쓰기
성찰적 글쓰기 수업의 첫 번째 과정은 자기소개 글쓰기로 학생들은 1주차에 자기소개 글을 쓰고 이를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올리도록 하였다. 글의 형식, 특성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자기를 소개할 때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써 보라고 하였다. 고명신(2017)은 글쓰기의 주체로 ‘나’를 내세우는 ‘자기소개서’도 인문학적 성격보다는 대학 입학을 위한, 취업을 위한 실용적 목적을 지닌 도구적 성격의 글쓰기에 가깝다고 하였다. 도구적 글쓰기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기 자신’을 주체로 하고, 대상으로 하는 ‘자기 표현적 글쓰기’를 낯설고, 어렵게 인식한다고 하였다. 이 수업에서는 첫 시간에 ‘자기소개 글’을 자유 양식으로 써 보게 하였다. 이는 도구적 성격이 아닌 ‘나’를 탐색하게 하기 위한 첫 과정으로 실용적 목적을 지닌 ‘자기소개서’와 구분하기 위해 ‘자기소개 글쓰기’로 지칭하고자 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서로 친밀감을 느끼고, 동료의 글을 보면서 자신의 글을 돌아보는 첫 과정이 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글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에 친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성찰적 글쓰기 과정에서 ‘나’에 대해 탐색하는 첫 과정이며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 된다. 다음은 학생이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올린 자기소개 글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표 2>의 글처럼 전형화된 표현들로 ‘나’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모습을 미화하여 제시하였다. 가족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족과의 경험, 나와 가족 간의 관계성 등 ‘나’의 실체를 알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없다. 자신의 성격 또한 추상적이고 단정적으로 제시하여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올린 글을 함께 보면서 진정한 ‘나’가 드러났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활동지에 써 보도록 하였다.
<표 3>은 학생의 글쓰기 전 탐색 활동과 글을 제시한 것이다. <표 3>에 제시된 글은 완결성, 응집성이 있는 글은 아니지만 ‘나’를 떠올리는 과정을 거치며 진솔하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이 시간만큼은 글을 완성하는 것보다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며 학생들이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글쓰기 시간이 아닌 일상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잠깐의 탐색 시간 동안 학생들은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해 보는 데에 익숙해진다.
위 학생은 지금까지 ‘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수업 시간 동안 가정에서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한국에 온 목적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위한 것이 또한 가족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고 하고 있다. ‘나’를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 것이다.
<표 4>에 제시된 글은 <표 3>에 제시된 글보다 더 응집성과 완결성을 갖춘 글이다. 이 학생도 ‘나’에 대해 취미, 성격, 친구로 나누어 ‘나’를 여러 면에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유학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나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자주 글을 적어야겠다고 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처음에 쓴 글과 브레인스토밍과 생각지도,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쓴 글은 확연히 달랐다. 전형화, 미화된 표현이 아니라 각자 다른 ‘나’의 모습으로,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교수자와 동료 학습자의 상호작용은 <표 5>와 같은 기본 질문을 주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11) 수업 시간에 서로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하면 어색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교수자는 기본 질문을 주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학생들은 활동지에 쓰면서 ‘나’에 대해 떠올리고, 이를 동료와 이야기하며 나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동료는 어떤 사람인지 서로 소통하게 된다. 교수자 또한 이들의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받는다.
앞의 활동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탐색 과정이라면 다음 활동은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서 중요한 순간을 떠올려 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찾아보고 이를 선택하는 활동이다.
3.2 경험 글쓰기
두 번째 글쓰기 활동은 경험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먼저 성장 과정을 한 단락 정도 써 본 후 조별 활동을 통해 특정 경험을 구체화하고 내적 대화를 통해 특정 경험을 의미화하도록 다시쓰기를 한다. 이러한 활동 후에 ‘나의 시련과 행복’을 주제로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앞의 과정들은 이 글의 구상하기 과정이 된다. 동료와의 외적 대화와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타자화하여 글을 쓰도록 한다.
<표 6>의 글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 대해 쓴 글이다. 이를 살펴보면 언제, 무엇을 했는지 나열되어 있다. ①, ② 예에서 보듯이 학생들은 ‘다른 친구처럼 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평범한 아이들이 똑같았다’와 같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동일시하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부족하여 경험한 사실만 나열한다.
<표 6>의 글처럼 사건의 객관적 정보만 전달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왜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는지, 부모님과 함께 하지 않아서 나의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어떤 점이 나를 철들게 했는지, 불량 학생을 만난 후 어떤 경험과 생각으로 공부에 집중하게 됐는지 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자는 질문을 통해 경험의 의미를 활성화하도록 돕고, 동료들도 ‘무엇을, 어떻게’에 관한 질문을 하며, 서로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도왔다.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경험들을 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해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이 된다. 교수자는 동료 학습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가지도록 하며 <표 7>과 같은 질문들을 하도록 하였다.
경험을 나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자아나 타인에게 유의미한 것이 되려면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김정란(2014: 217-218)은 Lutus(2000)의 경험을 느낌, 신념, 사실, 관점’의 4단계로 구분한 것을 재설정하여 가치의 발달 단계로 물리적 단계, 감성적 단계, 지적 단계, 정신적 단계로 구분하였다. 경험이 각각의 단순 사건 나열이 되지 않도록 교수자는 경험에 대한 당시의 감정을 질문하고, 그 경험이 나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킨 것이 있는지, 깨닫게 된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문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험의 의미화를 돕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글쓰기 활동지를 작성한 후 ‘시련’, ‘행복’과 관련한 경험을 중심으로 글을 쓰게 된다. 특정 경험에 초점을 두고 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봄으로써 경험의 의미화를 좀 더 세밀히 할 수 있게 된다.
시련과 행복에 대한 글을 쓰기 전에 교수자는 읽기 자료와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였다.12) 학생들은 읽기, 시청각 자료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해 공감하고, 다른 동료 학습자들과 경험에 대해 소통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무작정 쓸 때보다 자신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데 더욱 용이하며, 여러 경험 중에서 보다 의미화할 수 있는 경험들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동료 학습자들과 꺼려하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자료를 통해 동료 학습자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다 마음 편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읽기, 시청각 자료는 ‘행복’에 관한 것이다. ‘행복’을 주제로 자료를 제시한 것은 삶과 경험이 행복과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은 최근의 경험이나 부정적 감정 중심의 경험을 떠올려서 부정적 정서의 경험이 떠오르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자기를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험문은 힘들었던 일과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써 보도록 하였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고, 이러한 생각의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계획, 설계하는 데 나침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 8>의 예는 학생들이 힘들었던 경험과 행복했던 경험에 대한 활동지이다. 경험문 쓰기를 위한 활동지의 문항은 ‘힘들었던 상황 중 하나를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만약 이 상황을 제3자가 겪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나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한지 적어보자, 이 경험들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 9>의 예는 경험을 의미화하여 쓴 글로 나의 경험과 행복에 대해 쓴 글이다. 학생들이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어 쓴 글은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 동료와의 대화는 공개하고 싶은 것만 하도록 하였다.
<표 9>에 제시된 예시 ①은 학생이 자신의 힘들었던 때를 이별했을 때로, 그리고 행복했을 때를 둘이 함께 지낼 때였다고 하였다. 이 글에서는 사건 실재,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 그리고 ‘자신의 반은 빨리 나오고 빨리 나간다’처럼 경험을 통한 학습이나 인지의 지적 단계까지 나타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수자는 질문을 통해 내적 반성과 성찰의 의미를 학생들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더욱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예시 ②의 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고, 누구나 죽음의 단계가 있고, 아버지가 더 좋은 곳을 가신 것으로 생각하며 극복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은 유학 직전 비자가 나왔을 때이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건강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이 학생은 사건을 인지하고, 사건에 대한 감정적, 지적 단계를 거쳐 자신의 내적인 성찰의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내가 느끼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규명함으로써 ‘나’의 실체를 진정으로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을 의미화하여 쓴 글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진솔하게 자신의 특정 경험과 감정, 가치관 등을 서술하였다. 교수자는 학생들이 글을 쓰는 동안 힘들었던 경험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 경험에 대한 감정, 인지, 성찰이 나타나는지를 살피며 학생들의 내적 대화가 활성화되도록 도왔다.
3.3 감상문 쓰기
앞서 자기소개 글쓰기, 경험(성장 과정, 시련과 행복)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 이해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경험과 행복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특정 경험을 의미화하면서 깊이 있는 내적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감상문 쓰기 과정은 성찰적 글쓰기를 하는 동안 학생들의 자기 성찰이 일회적인 내적 독백에 그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서로의 경험과 생각에 공감과 소통을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더 넓은 외적 세계로 확장하는 활동이다.
감상문은 작품에서 주인공과 대상에 대해 공감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게 하고, ‘나’의 경험, 삶과 관련하여 생각하게 한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왜 그 장면이 좋았는지,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는데’ 등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꽁꽁 숨겨놓은 아픔을 마주하기도 하고, 이를 치유하기도 한다. 나아가 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을 나누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 감상문 쓰기 과정은 <표 10>에서 제시한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료들과 자신이 본 영화를 소개하고, 서로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대답한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공감한 내용을 동료와 대화하며, 자신의 경험을 확장하게 된다. 이 과정은 나, 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역동적인 자기를 구성하고, 자기 정체성을 완성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영화 감상문의 주제는 ‘삶과 행복’에 관한 것으로 앞선 활동인 경험 글쓰기의 시련과 행복에 대한 쓰기 활동과도 연관된다. 글쓰기 활동들을 하나의 주제 범주 내에서 진행한 것은 충분한 시간 동안 주제에 관하여 여러 활동을 함으로써 심도 있는 자기 성찰을 하고,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13) <표 11>은 ‘삶과 행복’을 주제로 동료들과 상호 작용을 한 후 영화 감상문을 작성한 예이다.
완성된 감상문은 발표를 하도록 하였다. 성찰적 글쓰기의 마지막 과정인 감상문 쓰기 활동은 ‘자기 성찰’의 공감과 소통에 보다 더 중점을 둔 활동이다. 학생들은 성찰적 글쓰기의 전 과정 동안 동료 학습자와 공감과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 각 글쓰기 단계의 구상하기 과정에서부터 동료, 교수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주제와 관련된 각자의 기억을 활성화하고, 경험의 의미를 구체화, 정밀화하면서 글을 구성하고, 고쳐나갔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맥락이 되고, 의사소통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였다. 또한 학생들은 교수자와 동료들과의 공감과 소통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부담감을 줄이고,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글쓰기 활동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기소개 글과 경험 글(성장 과정, 시련과 행복), 감상문(삶과 행복의 주제) 쓰기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찰적 글쓰기 수업의 전 과정을 살펴보았다. 성찰적 글쓰기를 하는 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 수준과 상관없이 동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 공감과 소통을 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다. ‘나’ 자신과의 대화,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학생들은 자기 성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이들이 한국 사회와 대학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화주의 이론에서 제시하는 대화, 다성성, 타자화는 성찰적 글쓰기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이를 적용한 다양한 수업 방안들도 함께 개발되어야 하겠다.
4. 맺음말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 글쓰기는 도구 교과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문 교양 교육의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정연희, 2013: 62). 글쓰기 교육은 한 사람의 내면적 성장을 돕고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글쓰기 교과목들은 한국어 능력 신장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는 교양 글쓰기 교과목에서 어떻게 하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수준 차이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요한 시기에 자기 성찰에 도움이 되면서 표현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대화주의적 관점에서 동료 학습자,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성찰적 글쓰기 수업 사례를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성찰적 글쓰기 활동으로 자기소개 글, 성장 과정, 삶과 행복에 관한 경험문과 영화 감상문을 쓰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성찰하였다. 글쓰기 전 과정 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은 동료 학습자와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함으로써 ‘나’와 나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구체화하고 타자화하면서 글을 쓰고 고쳐 나갔다. 학생들은 성찰적 글쓰기 과정을 통해 사회적 맥락에서 실제 필자와 독자의 의사소통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들은 성찰적 글쓰기 과정 동안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각자의 가정과 나라에서 ‘나’는 누구였고, 지금 한국에서의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정립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찰적 글쓰기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없애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면서 긍정적인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앞으로 글쓰기 수업에서 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들이 축적되기를 바란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교양 교육과정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 융합적 사고력, 올바른 인성을 한국 학생들과 함께 최대한 이끌어내어 유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도울 수 있는 수업과 프로그램들이 많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
Notes
2020년 대학알리미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4년제 대학 231곳 중 53곳에서 유학생 중도탈락률이 10%가 넘고, 해마다 중도탈락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 기준이 낮아져 한국어능력시험 2급인 학생들도 2017년부터 1년 간 300시간의 한국어 연수를 조건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의 기준이 낮아지면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학생들과도 소통하지 못하여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일부 과목은 한국어능력시험 대비를 위한 내용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성찰 글쓰기’로 검색한 결과, 2편의 연구가 있었다. 김혜진(2011)의 ‘설화를 활용한 자기 성찰적 글쓰기 교육 연구’와 신윤경(2015)의 ‘외국인 대학생의 성찰 글쓰기 과목 개설을 위한 연구’이다.
손혜숙(2015)은 ‘자아’와 관련된 모든 글쓰기 연구들을 자기 탐색적 글쓰기로 통칭하였다. 김정숙⋅백윤경(2018)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자기’ 관련 글쓰기 교육의 현황을 분석하였다. ‘자아 성찰, 성찰, 자기소개서, 자기성찰, 자기 탐색, 자전, 자기반영, 자기실현, 자성, 자기서사, 자서전, 자기 표현’으로 구분하여 ‘자기’ 관련 글쓰기 용어를 분석하고 ‘자기서사적 글쓰기’로 용어를 수렴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장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옮겨 연구 내용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기 탐색, 자기 이해, 자기 성찰, 자기 표현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용어로 본고에서는 ‘성찰적 글쓰기’를 쓰고자 한다. 글쓰기 과정 자체에 이미 성찰의 과정이 포함되며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기소개 글, 경험문, 감상문 등을 쓴 목적이 궁극적으로 자기 성찰에 있기 때문이다.
홍인숙(2020: 410-412)은 성찰적 글쓰기는 대학에 따라 하나의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되기도 하고 서강대, 성균관대, 경기대, 상명대 등의 대학에서는 글쓰기 교재에 자리를 잡을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하였다.
Bakhtin, M.(1979, 1986), 미적 활동에서의 작가와 주인공, 『말의 미학』, 김희숙 박종소 역(2006), 도서출판 길, 41.
연구 자료는 2019년 1학기 36명을 대상으로 3주 동안 진행한 글쓰기 수업 자료이다. 이 수업은 외국인 유학생 전용의 교양 선택 과목으로 한국어 수준의 구분 없이 수강할 수 있다. 이 수업을 들은 유학생들은 한국어능력 2급 15명, 3급 7명, 4급 5명, 5급 1명,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이 없는 학생 8명으로 구성된다. 이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상관없이, 혹은 한국 학생과도 함께 수강할 수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인간 존재와 상호적 관계성을 의식하고 반성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교양 교육의 목표에 근접하는 글쓰기 수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수업은 한국어 수준과 상관없이 혹은 한국 학생들과도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양 교육과정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독서 감상문보다 언어적 문화적으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의 영화를 본 후 감상문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표에서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대화주의 원리가 적용된 부분이다. 대화주의 원리는 ‘성찰적 글쓰기’ 수업의 모든 활동에서 응답성, 다성성, 타자화, 상호텍스트성이 나타나지만 각 글쓰기 활동에서 좀 더 중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한 것이다.
성찰적 글쓰기 활동의 목적은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이를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 이 수업에서는 성찰적 글쓰기 활동을 4명씩 9개 조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조별 활동을 하기 전 학생들에게 안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 동료들의 의견을 듣는다, ② 구성원들은 글과 활동지를 바탕으로 궁금한 것을 2개 이상 묻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③ 조별 활동 후 다시쓰기를 할 때 자신의 생각대로 쓴다’ 등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고 여러 의견들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글을 다시 쓸 때는 주체적으로 쓰는 데 활동의 주안점을 두었다.
심선옥(2016: 374-375)은 글쓰기 수업에서 교수자는 ‘질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질문의 범위를 한정하여 이외의 영역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주체의 인지적 가능성과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하였다.
수업에서 제시한 자료는 ‘KBS 인간극장 ‘슈퍼맨 닥터 리’’, ‘MBC 희망특집 파랑새 ‘이승복’’의 일부 영상과 기사 내용이다.
이인선(2011: 72)에서는 글쓰기 주제를 바꾸지 않은 경우에 표현적 글쓰기의 효과가 더 크고, 이는 선행 연구들의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하였다. 회기마다 주제를 전환하지 않아야 글을 쓰는 사람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통찰을 얻으며, 특정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