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다양한 교육과정의 창의융합학술 지향
중국 전통 서원은 보통 유교경전을 학습하여 과거시험준비를 하는 교육 기관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중국 서원은 단순한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기관만이 아닌 강학, 독서를 하였던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유교경전을 익히는 데 힘쓴다. 정단례(程端禮)의 <독서분년일정(讀書分年日程)>에 의하면 8세 이전의 ≪성리자훈(性理字訓)≫을 읽기 시작하여 8세-15세까지 ≪소학≫, ≪사서≫ 등 여러 경전의 정문(正文)을 익히도록 하였다. 15세에서 21세~22세는 “어떠한 학문을 할 것인가 하면 바로 도를 목표로 해야 하고, 어떠한 인간이 될 것인가 하면 바로 성인을 목표로 해야 한다.”(言學便以道爲志 言人便以聖爲志)”(『근사록(近思錄)』 제2권 위학편(爲學篇), 2017: 117-118)는 입지를 세우는 시기로 ≪치경(治經)≫ 즉 본격적인 경전 연구를 하였다. 이 단계를 지나면 역사와 전장제도를 배우는데, ≪통감(通鑑)≫, ≪한문(韓文)≫, ≪초사(楚辭)≫, ≪통전(通典)≫, ≪속통전(續通典)≫, ≪문헌통고(文獻通考)≫ 등 여러 경전의 주소(奏疏)와 다양한 역사서를 읽는 것을 필수로 하였다(
정순목, 1990: 141; 문석윤, 2015: 143-144). 결국 현대식의 단계적 교육과 마찬가지로 중국 전통 교육에서도 기본적인 경전교육을 단계적으로 학습한 후 다양한 역사서를 섭렵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던 것이다.
21~22세가 되면 학문의 성취도뿐만 아니라 관리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인 과거시험에 응시하였다. 물론 과거시험을 통한 테스트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서원의 다양한 학문 추구 정신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몇몇 학자들은 과거시험 준비에 퇴색되어 가는 서원의 본래 기능인 다양한 학술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그러한 주장을 펼친 대표적인 학자로 완원(阮元; 1764~1849)이 있다. 그는 1797년 항주(杭州)에 고경정사(詁經精舍), 1875년 광동(廣東)에 학해당(學海堂)을 설립하여 서원의 본래 기능인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완원의 학해당(學海堂)을 모범으로 하여 무술개혁의 대표적 인물인 캉유웨이(康有爲; 1858~1927)는 광아서원과 만목초당을 설립하였다. 광아서원은 분과를 경학, 사학, 이학, 문학 네 분야로 과정을 만들었다(
정순목, 1990: 145). 또 자신의 고향인 광동(廣東) 광주부(廣州府) 남해현(南海縣)에 사숙(私塾; 개인이 설립한 학교) 만목초당(萬木草堂)을 열었다. 만목초당에서는 중국의 전통 학술원류, 역사, 정치뿐만 아니라 서양국가의 역사, 정치와 체육과 음악 등 다양한 강좌를 만들어 강의하고자 하였다.
또한 캉유웨이의 제자 량치차오(梁啓超)가 1898년 장사(長沙) 시무학당(時務學堂)과 같은 신식서원 즉 근대학당에서도 다양한 교육과정을 체계화하였다. 시무학당은 중학과 서학 교육과정을 보통학과 전문학으로 구분하여 단계별 교과 편성을 하였다. 시무학당의 1년 과정을 살펴보면, 보통학을 6개월 배운 후에 전문학과 보통학을 함께 익히도록 하였다. 1월~6월까지는 보통학(經史)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7월~12월까지는 보통학과 함께 전문학(專門學), 공법학(公法學), 장고학(掌故學), 격산학(格算學)
1)을 함께 익히도록 하였다. 시무학당은 중국 근대학당이지만 유교경전을 익히도록 하여 덕육을 강조하였고, 자유로운 강학 역시 실현하여 본래 서원의 특성을 유지 계승하고자 하였다. 서로 질문 토의, 비평 회답하여 상하가 논의하는 학습방법을 제시하여 서원의 교학방식인 스승과 제자 간의 질문 토론하는 학습방법을 답습했던 것이다(
이영란, 2009: 234, 236).
서원은 사설교육기관이므로 학술 강학의 자유로움이 보장되었던 교육기관이다. 다양한 학자들은 자신의 학문의 독자성을 가지고 강학을 함으로써 많은 인재들이 그들의 학술을 듣고자 서원으로 몰려들었다. 이처럼 서원은 다양한 학술을 강연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통식교육은 어떤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창의융합적 학술을 지향하고자 하였을까?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양분야를 접할 수 있는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그 과목을 최소한 이수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학술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2001년 9월 베이징대학은 학점제를 기초로 1학년 때 교양 교육을 실시하고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엔페이 프로젝트(元培計劃)’(차이위안페이(蔡元培); 1868~1940)을 기획하였다. 엔페이 프로젝트(元培計劃)는 21세기 중국의 종합성 연구 중심 대학의 학부생 인재양성의 신모델로서 21세기의 발전에 부합되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구비하는 높은 자질의 창의력을 구비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기초교양과정을 강화하고, 전공을 약화시키며, 개성에 맞는 교수를 제창하고, 유형을 나누어 육성하는 학부의 교육개혁 계획이다. 엔페이 프로젝트에 따라 2003년부터 다수 신입생은 입학할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단과대에 입학한 후, 본 학과에서 공통기초 교양과목을 이수하여야 한다. 1년, 2년 또는 3년간의 학습을 거친 후, 분류를 하는 데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베이징대학은 입덕수인(立德樹人:덕을 세우고 사람을 키우다)을 근본으로 하고 학생 중심의 ‘기초교양교육과정 강화 및 학제 교차 촉진’이라는 교육이념을 고수하고 있다. 사상정치이론과정과 핵심교양교육과정의 시스템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2015년 베이징대학 교무부는 “통식교육핵심과정(通識教育核心課程)”을 제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고전을 읽고 비판적 사고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토론과 독서 후 글쓰기를 기본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2016년부터 개정된 학부 강의계획은 기초공통교육과정(公共與基礎課程), 핵심교양교육과정(854과목 개설), 전공선택과정(限選課程), 교양 및 선택이수과정(通識與自主選修課程) 의 4개 분야로 각각 졸업 학점의 약 30%, 20%, 30%, 20%를 차지한다. 베이징대학의 기초공통교양교육과정(公共與基礎課程)은 공통필수교양교육과 학과기초(혹은 선수)교양교육과정으로 사상정치과정, 대학영어과정, 컴퓨터(計算機類公共課程), 군사이론과정, 체육과건강과정이다(
北京大學 本科生選課手冊, 2019). 베이징대학은 기초공통교양교육과정에서 사상정치과 더불어 학생들의 독립적 사고, 읽기, 쓰기, 표현 능력을 위한 기초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교양 및 선택이수과정(通識與自主選修課程)에서 전공을 넘어선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국제화 능력을 위한 교과 과정도 편성하여 글로벌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였다.
80년대부터 통식교육을 시작한 푸단대학은 전통 인문학 교육을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학습하는 커리큘럼을 강조하였다. 80년대 쉐시더(謝希德) 총장은 세계흐름에 맞는 인재를 배양하기 위한 “통재교육(通才教育)”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즉 학생들이 인문, 예술과 과학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90년대에 푸단대학은 기초를 다져서 창의적 인재를 배양하기 위해 13개의 학과를 크게 분류하였다.
이후 90년대 말 지속적인 교육과정 전환으로 교양 교육(통식교육)의 체계를 세웠다. 학생들의 과정 선택의 자주권은 물론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2002년에는 통식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여러 계획이 발표되었다. 결국 2004년 푸단대학은 전면적인 문리기초교육의 실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 2005년 먼저 문리학원을 조직하여 전공에 무관하게 신입생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결정하였다. 2005년~2012년까지 푸단대학은 통식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구축하였다. 2005년 11월 4일 통식교육연구중심을 설립하여 외국 교양교육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그것과 중국 전통교육과 결합하여 과학적, 합리적 교육사상을 중심으로 한 푸단대학만의 통식교육 지침을 제시하였다.
2006년 푸단대학의 통식교육은 분야별 학과 분류를 넘어서 인류학문과 지식의 공동 기초를 정립하였다(上海 復旦大學通識敎育中心). 푸단대학은 6분야의 통식교육핵심과정(通識教育核心課程)을 체계화하였다. 그 과정은 문사경전과 문화계승(文史經典與文化傳承), 철학지혜와 비판성사유(哲學智慧與批判性思維), 문명대화와 세계시야(文明對話與世界視野), 과기진보와 과학정신(科技進步與科學情神), 생태환경과 생명배려(生態環境與生命關懷), 예술창조와 심미체험(藝術創造與審美體驗)이다. 2006년 9월 푸단대학은 50개의 통식교육 핵심과정을 처음 시작하여 2007년 ≪푸단통식교육(復旦通識教育)≫도 창간하였다. 2015년 통식교육 개혁 10년을 맞이해서 ‘통식교육’ 핵심과정의 수가 180과목으로 늘어났으며 통식교육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었다. 푸단대학은 교양교육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 정신을 통한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숙박서원제와 멘토제를 도입하여 질적 차원의 인재 육성을 하고 있다. 푸단대학은 교양교육을 통해 가치분석, 탐구적 능력, 합리적이고 다각적 사고, 정확판단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핵심역량으로 두고 있다. 푸단대학 기초교양교육과정 역시 사상정치이론, 대학영어, 컴퓨터, 체육, 군사이론이다.
칭화대학(淸華大學)의 왕다중(王大中) 총장도 2003년 3월 29일에 거행된 ‘일류대학 건설의 이론과 실천 학술토론회’에서 칭화대학의 세계 일류대학 건설 시간표를 공개한 바 있다(中國敎育報, 2003년 3월 30일 보도). 왕다중 총장은 소위 “3차의 9개년 계획기간 동안 3보로 나누어 세계 일류대학의 행렬에 진입한다(三個九年, 分三步走)”고 하는 발전계획을 소개하였다. 이에 따르면, 1994~2002년까지의 지난 9년이 제1보에 해당하는 단계로 종합성(綜合性) 연구형(硏究型) 대학으로 발전해온 과도기적 시기였다면, 2003~2011년까지의 9년은 제2보에 해당하는 단계로 비약적 발전을 통하여 세계 일류대학의 대열로 뚫고 들어가는 온 힘을 다하는 시기가 될 것이며, 2012부터 2020년까지의 9년은 제3보에 해당하는 단계로 총체적으로 세계 일류대학 건설을 완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박종배, 2007: 68-69).
칭화대학도 총 120~18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7개 영역 중 5개 영역에서 10~1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일반교양은 5~10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핵심통식(核心通識)과 고급/다양한 일반교양(進階/多元通識選修)을 합쳐서 최소한 20학점을 이수하여야 한다(
이영란, 2015: 158). 칭화대학의 교양교육은 교양과 전공의 융합적 교육체계를 구축하였는데. 의사소통, 가치관 및 인성, 학문, 창의력, 글로벌, 리더십, 실천 및 협업의 7개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칭화대학의 기초교양교육과정은 사상정치이론, 대학체육, 중국어과정, 대학영어, 수학 등의 기초기능 양성과정과 핵심교양교육과정 및 신입생 토론과정 등을 편성하였다.
서원이 유교경전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학술을 강독했던 것처럼 베이징대학, 푸단대학, 칭화대학은 기초교양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핵심교양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 이처럼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학술을 지향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인문과 예술, 과학 등의 분야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
3.2 사제동행, 친우동행(同行) - 소규모반 및 기숙형 서원 운영
중국 서원은 강학, 학술 연구를 위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서원에 기숙하면서 계속적 학문 연마와 학술 연구를 하였다. 이러한 기숙은 단순한 학문적 성과 이외에도 스승과 제자 간의 인간적 삶을 토대로 한 학문의 연계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학생이 스승에게 질문하면 스승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서로 하나의 토론과정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학문을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량치차오는 ≪청대학술개론(淸代學術槪論)≫에서 “청대의 신사들은 송⋅명대의 학자들이 무리를 모아 강학하는 것을 본받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또 오늘날 구미의 학교나 학회에서 벌어지는 세미나와도 달리 지식을 교환하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고자 편지를 사용하였다. 후배가 선배를 찾아뵙고자 할 때나 학문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자 할 때 또는 저작물을 보낼 때도 편지를 하였다. 선배가 가르칠 만하다고 인정하면 글로써 그 의심을 풀어주고 학문발전을 격려하였다. 학생 간에도 편지로 터득한 바를 알렸다.”(
량치차오, 2000: 64)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본래 서원의 자유로운 학술토론을 해소하지 못한 청대 신사들은 서로 토론을 위해 편지까지 교류하면서 스승과 벗과 함께 서로의 의견을 묻고 답하는 일이 답습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학술토론이 서원에서 이루어졌던 것처럼 서원에서의 스승과 제자, 그리고 벗과의 자유로운 학술 토론은 현대 대학 교육으로 계승되어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어떠한 모습으로 대학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대표적인 푸단대학, 베이징대학, 칭화대학을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80년대부터 시작한 상해 푸단대학 통식교육은 쉐시더(謝希德)교장의 국제선진 본과생을 배양하기 위해 목적으로 시행하였다. 2005년 9월 푸단학원(複旦學院)은 정식으로 성립하고 학교는 먼저 국내 실질적 기반 아래 통식교육(通識教育)개혁을 추진하였다. 몇 년에 걸쳐 핵심과정을 주축으로 주숙서원제(住宿書院制)와 지도교사(導師制)를 통해 통식교육(通識教育)을 체계화하였다.
푸단대학(復旦大學)에서는 통식교육을 위해 핵심과정을 형성하고 주숙서원(住宿書院) 제도를 신설하였다. 2012년 9월 학교는 정식으로 푸단학원(複旦學院; 本科生院)을 세워 학생들 모두 서원 생활을 하도록 하였고 서원은 문화장소와 공공 공간을 형성하였다. 학부 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전공을 불문하고 모두 일단 ‘푸단학원(復旦學院)’에 들어가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기초적 지식을 쌓게 하고 있다. 푸단대학은 서원의 주숙제도(서양의 기숙사제도)와 중국 고대 서원의 전통을 계승하여 푸단대학만의 문화적 특색을 살려 5개의 서원(書院)을 설치 운영하였다. 서로 다른 전공과 지역, 민족 출신의 신입생들이 혼성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육과정과 관념, 사상과 방법을 제공하도록 교육과정이 이루어져있다. 푸단학원은 중국고대서원전통을 계승하고 푸단의 역사문화특색을 살려 지덕서원(志德書院), 등비서원(騰飛書院), 극경서원(克卿書院), 임중서원(任重書院), 희덕서원(希德書院)을 설립하였다. 서원은 “독서(讀書), 수신(修身)”을 핵심가치로 하고 “변화(轉變), 사랑(關愛)”를 양 날개로 보충하였다. 서원에는 또한 도사(導師)라는 제도를 통해 서원생활에 엄격함을 더하였다. 명사와 지명한 교수를 담당과목 책임교수로 임명하여 경전강독(經典導讀), 조교제도(助教制度), 토론수업(小班討論), 다원검사(多元考核) 등 풍부하고 특색적인 교학 방법을 채택하였다.
푸단대학의 5대 서원은 푸단대학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징적인 푸단대학만의 제도이다. 특히 이 제도를 통해 서원 교육의 특징 중에 하나인 기숙형 교육을 통한 사제동행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지덕서원(志德書院)은 푸단대학의 설립자인 마상백(馬相伯; 原名이 志德)의 이름으로 하였다. 지덕서원은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하고, 인에 의지한 이후에 예에 노닐며, 그 몸을 닦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志於道據於德依於仁, 而後遊於藝; 修其身齊其家治其國, 必先正其心)”는 목표를 대련(楹联)에서 볼 수 있다. 지덕서원은 전통 서원의 강연과 교류를 가장 중요한 형식으로 보고 통식교육 이념 아래 서원 전통을 계승하여 매월 1-2회 전체 서원 학생이 자유롭게 조직 설계하며, 주제는 대학에 대한 이해, 학습과 인생 등에 관한 것이다. 도사(導師) 제도를 두어 대학 생활, 학습경험, 학습 연구 방법 등에 대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지덕서원은 학행, 강연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는 특징을 갖는다. 이외에도 지덕시문화절(志德詩文化節)을 통해 독서 활동 및 문화축제를 한다.
두 번째, 등비서원(騰飛書院)은 교장 이등휘(李登輝, 字 騰飛)의 이름으로 지었다. 등비서원은 “하늘이 시작하고 땅이 이어서 고금 상하에 통달하니 늘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며, 고요하면 비어있고, 움직이면 곧아져 물아 내외를 모두 잊으니 달이 차고 조수가 평평하지 않음이 없다.(乾始坤承, 通徹古今上下, 總是鳶飛魚躍; 靜虛動直, 渾忘物我內外, 無非月滿潮平)”는 취지를 밝혔다. 교수, 유명한 학자, 선배, 성공한 사람 등을 초청하여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문학, 자연과학, 성공 경험 등 학생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포함하여 학생들이 삶의 방식,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고 과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등비서원에서 주체하는 모두 학술 활동에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함께 참여하고, 또 2학기 14주를 전후하여 등비서원의 잡지인 ≪비문(非文)≫을 간행하여 등비서원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세 번째, 극경서원(克卿書院)은 상해의학원을 창립한 안복경(顔福慶, 字克卿)의 이름으로 지었다. 극경서원의 서원 기둥에는 “글을 읽고 성현을 마주 대하면 마땅히 어떤 일을 배워야 할 것을 알고, 뜻을 세워 마음을 사직에 두고 단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음을 구한다.(讀書面對聖賢, 當知所學何事; 立志胸存社稷, 但求無愧於心)”라고 적혀있다. 중국문화를 흡수하고 아카데미의 정신을 계승하고, 엄격하고 생생한 방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며, 학생들에게 역사적 접근, 아이디어 교환, 문화 경험 등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 학생들이 문제를 직접 생각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탐구하도록 견인한다. 매년 11월 시작하여 한 달동안 학술강좌, 고찰실천, 전시, 스포츠 대회 등 상호활동에 교사와 학생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였다. 극경서원 역시 ≪신경년(新卿年)≫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는데, 매 학기에 1편씩 대학생활, 고전 읽기, 문화감상, 뉴스 오락, 생활 정보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네 번째, 임중서원(任重書院)은 해방 후 처음 교장인 진망도(陳望道 字任重)의 이름으로 지었다. 임중서원은 “아홉 길 높이의 산을 모름지기 한 삼태기의 흙까지 더해서 만드는 것처럼 학문에 힘쓰며, 바다가 깊이 차기 위해서 많은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을 본받는 것처럼 인을 행한다.(力學如爲山九仞, 高 須加一簣; 行仁若法海十分, 滿尚納千流)” 라고 하였다.
2) 임중서원은 원가(院歌) ≪임중학자지(任重學子志)≫가 있는데, 그 원가는 2005~2006년도 푸단학원명예학생인 왕쇠(王钊)가 작곡하였다. 서원문화 계승 활동을 상급학생과 본년도 학생이 함께 연합하여 대학 생활과 활동 등을 공유한다. 또 임중살롱(任重沙龍)을 운영하여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 심리 및 정서적 문제 등을 교사와 선배들과 함께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임중연화(任重年華)를 통해 학생들의 문화 활동을 장려하고, 서원 잡지 ≪임행(任行)≫을 간행하여, 학생들의 에세이와 기사를 게재하여 매 학기 한 호를 발행한다.
다섯 번째, 희덕서원(希德書院)은 복단역사상 여성 교장인 사희덕(謝希德)의 이름으로 지었다. “입언, 입공, 입덕 이것을 일러 불후(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하며, 현인이 되기를 바라고 성인이 되기를 바라고, 문인이 되기를 바라면 사람이 모두 할 수 있다.(立言立功立德, 此之謂不朽; 希賢希聖希文, 人皆可以爲)”라는 취지를 내걸었다. 희덕서원은 2011년 9월에 설립하여 푸단대학은 다른 4개 서원의 개혁 경험을 토대로 탄생하였다. 희덕서원은 호남성의 형산(衡山) 집현서원(集賢書院)의 취지를 답습하였다. 도사(導師)논단, 강연, 학생 자율단체 등이 희덕서원의 대표적 활동이다. 2012년 9월 다시 새롭게 계획한 후 희덕서원은 교사와 학생이 경영, 자연과학 배경이 주가 되었다.
이와 같이 푸단대학은 다른 대학보다 더 구체적인 기숙형 서원제도를 도입하고 신입생을 대상으로 5개 서원을 구성하여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모습을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도록 하였다.
베이징대학(北京大學)도 2012년부터 ‘소규모반(小班課教學)‘수업모형을 통해 학생이 주도하는 학습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소규모반’ 운영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에서 널리 채택되고 효과적인 중요한 교육 조직 형태로 학생들의 주도권, 창의성 및 내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영 방식이다. ‘소규모반’운영은 베이징대학을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3월 광범위한 연구 및 의견 모집을 바탕으로 베이징대 학부 교육 개발 전략 연구 회의에서 “대규모 강의(大班授课)”와 “소규모 토론(小班研讨)”를 결합한 ‘소규모반’ 시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2012년 가을 학기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저학년에 필요한 기본 과정을 선택하고 대규모 수업, 소규모 수업 토론 및 일대일 질문을 결합하는 교육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칭화대학(淸華大學)도 신아서원(新雅書院)을 2014년 9월 27일에 설립하였고, 설립초기부터 ‘통식교육실험구’로 운영하였다. 2014년, 2015년 2차례 건축학원, 생명학원, 법과학원, 항공우주학원, 전자학과와 자동차학과를 포함한 총 192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였다. 신아서원에서 통식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전공과에서 전공교육도 함께 받을 수 있다. 2016년 청화대학은 1년 동안 신아서원에 입학한 학생은 전공을 불문하고 통식교육을 위주로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1년 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서원 전통의 맥을 이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서원이라는 이름 아래 1년 동안 기숙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러한 합숙제도를 통해 기초교양은 물론 인성교육까지 고려하였던 것 이다. 전통 서원의 학생 지도 방식을 계승하여 글로벌한 인재 양성을 위한 중국특색을 가진 칭화대학만의 인재 배양의 모형을 제시하였다.
서원의 유명한 학자들은 그 학풍을 형성하여 학파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학파의 형성이 바로 창의적 인재 양성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희, 육구연 그리고 청대의 공양학자 등 모두 경학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정신을 이끌어 내려고 하였다. 이러한 창의적 해석을 위해서는 학파간의 논쟁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학파간의 학술 논쟁으로 더욱 한 걸음 나아가는 학문의 성취를 가져올 수 있었다.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고 책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또 학문에 뜻을 두는 사람이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스승을 찾아 배움을 청하였다. 그 스승을 찾아 배움을 청하였던 장소가 바로 서원이다. 서원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시하였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학문의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서원에 들어간 뒤로는 짬을 내어 질문 토론하면서 스승을 좌우에 모시며 토론하였던 것이다. 유명한 스승은 각고의 노력으로 연찬하는 동시에 저술에 몸 바치기를 수십 년을 하루 같이 하여 그 학풍의 영향을 이어지게 하였다(
정순목, 1990: 157). 이러한 서원의 기풍을 유지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학술토론은 현대 대학의 통식교육의 한 방법으로 또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