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차별과 특권에 대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2.1 차별에 대한 도전
프레이리는 내게 언어를 알려준 사상가입니다. 그를 알게 된 뒤 저항에서의 정체성 구조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프레이리의 말 중에 내게 혁명을 일으키는 주문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주체가 되기 위한 투쟁에 지배 대상으로서는 참여할 수 없다.”는 구절입니다. 이 말은 잠긴 문처럼 정말 난해해서 나는 내 안에서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으려 애를 썼지요. 그 과정에서 나는 개혁적인 비판적 사고의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프레이리는 내 정신과 마음에서 의욕을 북돋우는 교사로 자리 잡았습니다(Bell Hooks, 윤은진 역, 2008: 60-61).
2.2 다층적 억압과 교차성
미국의 수많은 백인 페미니스트 학자는 대체로 흑인여성을 동료로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흑인여성의 사상이 역사적으로 억압되었다는 점은 페미니즘 이론에도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 누락은 억압의 한 패턴이다. 전체 여성 집단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론의 주창자들이 백인, 중산층, 서구 출신이라는 사실로 인해 커다란 한계를 지닌다(Patricia Hill Collins, 박미선⋅주해연 역 2009: 29).
특정한 지배 매트릭스를 단일한 권력체계의 틀로 보거나, 교차하는 억압의 틀로 보든 간에, 그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권력의 네 가지 영역을 통해 조직화 된다. 네 가지 영역이란 권력의 구조적, 훈육적, 헤게모니적, 대인관계적 영역이다. 각 영역은 특정한 목적이 있다. 구조적 영역은 억압을 조직하고, 훈육적 영역은 그 억압을 관리한다. 헤게모니적 영역은 억압을 정당화하며, 대인관계적 영역은 매일매일의 체험과 개개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Patricia Hill Collins, 박미선⋅주해연 역 2009: 449).
2.3 성인지 관점에서 본 특권
일부 사람이,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이익, 보호를 희생시키고 그 이상의 권리와 이익, 보호를 누림을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는 특권이 행운, 운, 우연의 산물이 아니고 구조적 이익의 산물이다. 지배집단 구성원(남성, 백인, 이성애자, 건강인, 기독교도, 상류층)은 자동으로 특권을 받는다. 지배집단이 권력이 있는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 집단 구성원들은 사회적⋅제도적으로 유리해진다(Ozlem Sensoy and Robin DiAngelo, 홍한별 역 2016: 116).
3. 특권 이해와 해체
3.1 교차성에 기반한 특권 인식
<표 1>
<표 2>
3.2 특권을 가시화하기
<표 3>
<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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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걷기를 하면서 많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평소에 차별받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훨씬 낮은 단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차별 또는 특권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학년 여학생)
처음 교수님과 실험을 시작할 때, 저는 상당히 낮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제 생각보다 3점이나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생각보다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재산이나 유전과 같은 것들만 생각했는데 젠더와 관련된 특권을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3학년 남학생)오늘 특권 걷기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의 점수가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내가 누리고 살았는데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전혀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국적, 가족관계,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같은 학교이지만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게 되어 한편으로는 충격이었다. (3학년 여학생)특권걷기 활동을 통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수자가 아니라고, 장애인이 아니라고, 임산부가 아니라고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해버립니다. 내 옆사람의 권리와 기본권, 차별금지가 보장되어야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가 내세우는 보편적 기준에 어긋나는 것들이 많을수록 개인이 개인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를 부정당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정한 정상인의 범주들 때문에 우리는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그리고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인지하고 성찰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함과 동시에 억압과 차별 받는 소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학년 여학생)
3.3 성별화된 특권 목록
<표 5>
여성을 떠올렸을 때 생각보다 특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고, 남성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지만, 남성의 특권에 비해 여성의 특권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에게 특권이라는 것은 여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는 여성을 약자, 지켜줘야 되는 존재, 수동적인 존재라고 규정하듯이 우리가 분류한 여성의 특권은 여성은 위기 상황에서 챙김을 받는 존재, 울거나 약한 모습을 내비쳐도 되는 존재 등이었습니다. 반면 남성은 현실적으로 누리는 혜택들이 많았는데요. 가령 범죄 노출에 비교적 적게 된다는 것이나 승진/임금에 있어서 혜택을 본다는 점, 육아/가사일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결혼 등으로 경력단절 될 위험이 없다는 점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남성이 받는 특권 모두는 여성도 마땅히 누려야 되는 것이며, 반대로 여성이 꾸미는 것의 자유 등을 가진다면 남성도 누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다시 한번 가시적으로 남자는 사회에서 얻는 특권이 많은 반면, 여성은 누리는 특권이 특별할 게 없다는 점이 어떤 부분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학년 여학생)
여대와 여성주차장은 차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대가 생긴 것은 사회에서 남성에게 주어지는 특권들이 많기에 소수자인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 대항하려는, 모여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이유입니다. 특권층과는 다르게 소수자들은 뭉쳐야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또한 차별이 가득한 사회에서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여대에서는 남녀공학과는 다르게 성폭력에 대한 위험이 적습니다. 여성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과연 여성의 특권일까요? 이것은 여성들에게 체력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는 차별적인 사회로부터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남학생들은 점심시간마다 운동을 하고 체육시간에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깁니다. 반면 여학생들은 꽉 끼는 교복 때문에 움직임부터 제한적이고,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에게 허락되는 운동이라고는 피구 정도입니다. 이처럼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체력을 단련할 기회가 남성들보다 적습니다. 따라서 기대하는 체력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그냥 여성에게는 체력을 요하는 일을 맡기지 않는 것이겠죠. 여성들이 굳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힘으로도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학년 여학생)
여성이기에 혹은 남성이기에 받는 특권과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성의 특권을 찾는 것은 쉬웠지만 여성의 특권을 찾을 때는 어느 수준에 달하자 더 이상 찾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특권이라는 것은 여성 차별과 억압의 축으로도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이 꾸밈과 치장하는 일이 자유롭다는 것은 결국 꾸밈노동이 여성에게 더 강요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발생한 특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현대 사회 안에서는 특정 성별로 인해 갖게 된 독자적 특권 그리고 차별이라는 것은 결국 상호연관적으로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특권과 차별 기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활동으로 한번도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저에게 특권이라는 이유로 당연시해버리면 누군가는 그것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2학년 여학생)
우리는 누구나 갓난아이로 태어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고, 절반의 사람들이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갑니다. 남성으로 태어났든 여성으로 태어났든 여성의 삶이라는게 무엇인지 모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여성으로서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합니다. 좀 더 정확히는 ‘모르는 척’ 합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를 계속 지워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성별화된 특권 목록 만들기 활동을 통해 여성으로서 20년을 살아오면서 무의식적인 차별을 겪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시적으로 볼 수 없었던 또는 암묵적으로 무시되었던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당하고 있었지만 이처 몰랐던 차별과 갖고 있었으나 자각하지 못했던 특권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 말은 쉽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학년 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