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 방법 연구-일반성인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Discussion Method of Reading Classics as Liberal Education-Focusing on Ad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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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초록
본 연구에서는 교양교육의 실천으로서 일반성인을 위한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에 대하여 탐색하였다. 이를 위하여 성인대상의 고전독서토론 방법에 대한 국내 선행연구와 미국의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의 목표를 개인의 능동적인 참여와 고전텍스트의 이해를 높이고 비판적 시각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대한 연구과제로는 선행연구자료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효과적인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인 텍스트 중심의 이해와 참가자의 능동적인 질문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연구 과제를 충족하기 위하여 실제 고전독서토론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의 개발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도출된 세부과정의 순서는 ‘느낌 나누기’, ‘문장 공유하기’, ‘질문과 텍스트 중심의 토론’,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 도출’, ‘소감 나누기와 메타 대화’이다.
연구결과의 적용에 있어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의 참가자들은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경험하는 과정과 깊이 있는 이해를 체득하면서 이성적 지혜를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를 의연하게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됨을 확인하였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discussion method of reading classics for adults to practice liberal education. To this end, studies concerning the various discussion methods of reading classics in Korea as well as the “Great Books Program” used in the U.S. were researched. Then the goal of book discussion for adults’ liberal education was set, which are active participation of individuals, better understanding of classical texts, and development of critical perspectives.
Research tasks for this study are how to improve text-based understanding and encourage active participation and interactions, which are effective discussion methods of reading classics concluded from a close analysis of the literature review. In order to implement these research tasks, more specific discussion methods were developed in the context of a real situation. The specific procedure is as follows: sharing feelings, sharing sentences, questions and text-driven discussions, critical thinking and finding essential meaning, and share appreciation and meta-talk.
It is considered that the participants in this study were able to clearly prepare for the changing era with rational wisdom after they experienced diverse perspectives and gained an in-depth understanding of classics.
1. 서론
현시대의 인문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교육과 학습의 주요 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 평균수명 연장 등의 사회 변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산업의 변화 등이 실제로 인문적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과 방향을 같이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2016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제정을 통해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를 진흥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함으로써, 법령을 바탕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나아가 국민의 정서와 지혜를 풍요롭게 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국가 인문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임을 밝혔다.
지식으로 존재하는 인문학에 대한 실천분야로서 교양교육1)을 통한 삶의 문제해결은 고령화시대 성인학습자들에게도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여겨진다. 그 이면에는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늘어난 ‘여가’ 속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논리가 작용되기 때문이다.
교양교육은 직업교육과 대비되는 교육으로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강조점을 달리해왔으나 기본적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으로 특히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특정 전문지식만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를 가질 수 있으므로 여러 영역을 조망하고 종합적으로 사유하여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는 융⋅복합교육의 기초로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교양교육에서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오랜 시간을 이어오는 탁월한 보편성이 사람이나 시대, 역사적 또는 문화적 발전의 재현과 관련한 방법 및 내용을 통해 인간 삶의 근본적인 원리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는 물론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가진 고전의 가치가 자유민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문교육의 기본이념과 맥을 같이하는 때문이기도 하다(정인모⋅허남영, 2012).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교양교육의 대표적인 분야로 고전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과정이 강의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 유효성을 능동적으로 체득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또한 성인대상의 방법연구에 있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의 경우 교육 특성상 평가로의 귀결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한정된 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점, 많은 인원이 동시에 진행되는 점,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 체계적인 영속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 등의 특수성을 가지게 되어 일반 성인의 사례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요컨대 교양교육을 통한 인문적 역량이 국가의 발전과 변화하는 시대를 대비하고, 고령화 시대 평생교육으로써 시민들의 창조적인 능력과 지성의 힘을 키우기 위하여 요구되고 있는 만큼 성인 대상의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 방법의 연구는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교양교육에 대한 방향제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일반성인 대상의2) 교양교육을 위한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에 대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과정으로는 2절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의 필요성, 3절 국내와 미국의 고전독서방법 연구의 검토, 4절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을 위한 방법의 제안을 통하여 교양교육으로서 효과적인 고전독서 실천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는 고전읽기를 통하여 교양인의 소양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의 목적을 가지는 것으로 교양교육이 독서의 목적과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양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이성의 발달을 통하여 주체적 자아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타자와 더불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하는 자유인으로서의 교양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사회 혹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올바르고 건전한 자질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며, 또한 개인적 삶에 있어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김태영, 2014).
고전독서는 이러한 교양교육의 성격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강조하고 있다(신득렬, 2016a; 이황직, 2011; 김경남, 2012; 정인모⋅허남영, 2012; 권양현, 2014; 정선희, 2014; 강옥희, 2016; 손승남, 2017; 박현희, 2016; 신득렬, 2016b; 이국환, 2017; 이원봉, 2017; Hutchins, 1953: Adler, 1986; Adler and Doren, 1981).
고전(古典)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에도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들을 통칭하는 것으로(김경남, 2012), 비문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식 고전읽기를 연구한 Marta(2001)는 고전 문학의 선택 이유를 ①다양한 사회 환경, 시각 및 국가의 사람들이 고전 문학 작품의 가치에 대한 보편적 합의가 입증되어있다. ②고전의 사회적 가치는 시간을 초월한다. 고전읽기 참가자들은 고전 서적을 사람들의 삶에 대해 본질적이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항상 현대적이라고 주장한다. ③고전 작품은 풍부한 텍스트와 학습 가능성을 보장한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사회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발견하고 자신의 생활환경, 사회 운동, 공공 또는 사적인 토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Marta는 고전독서에 대한 경험적인 가치와 현실적인 유용성을 제시하였으며, 특히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과 깊이 있는 사색으로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게 됨을 강조하였다(Soler-Gallart Marta, 2001). 본질적인 것이란 우리가 현실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본 개념과 구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과학과 사회현상은 이러한 기본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결국 본질적인 개념과 연결되며,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어 일반적인 의미로도 통용되어지는 것이다.
또한 김승룡은 인문학이 본래 지향하는 역사, 문화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까지 깊게 파고들기 위해 대중들이 인문학 고전, 원전들을 읽는 가운데 고전 속에 담겨있는 선인들의 물음과 지혜를 직접 느껴야만 인문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3), 김헌(2016)은 고전에 대해 세대를 이어가며 계속 읽혀지고, 보전되는 가운데, 특정 시대에 깃든 문제들을 통찰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역사의 매순간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문학의 뿌리로서 고전읽기에 주목하였다.
그렇다면 단순히 고전을 읽는 것만으로 이와 같은 교양이 갖추어지는 것일까? 최용철(2015)은 책읽기는 어떤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는 과정으로,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라고 보았고, 이은정(2018)은 인문학이 과거 학자들과 사유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그것에서 얻어진 통찰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연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또한 화이트헤드는 고전읽기가 텍스트를 통해 단순한 가치와 의미만을 전달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고전의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고 삶에서 실천적으로 접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Whitehead. 오영환 역, 2004)고 보았으며, 허친스(R. M. Hutchins)는 이에 대한 노력으로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간의 지성을 계발하도록 제안하였다(홍윤택⋅이병승, 2019).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천에 앞서 고전 텍스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의 삶과 연결되는 실천을 강조하기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고전 텍스트에 대한 충분한 통찰과 이해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실천지혜를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요구를 적용할 수 있는 고전독서의 바람직한 방법에 대한 고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3. 고전독서 방법과 관련한 선행연구
3.1 국내 선행연구 분석
고전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최근 들어 관련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전독서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며, 고전독서와 관련한 연구로는 교양 교육 관련, 독서 자료 관련, 독서 환경 관련, 연구 경향 분석 관련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김경남, 2012). 이러한 연구 중 성인대상의 교양교육과 관련한 방법적 탐색에서는 신득렬, 2016a; 이병승, 2009; 황성근, 2017; 이국환, 2017; 권양현, 2014; 강옥희, 2016; 이수곤, 2013; 김경미⋅홍인숙, 2016; 김정녀⋅유혜원, 2014; 한래희, 2013; 신희선, 2012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고전내용에 대한 의미전달을 넘어선 실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고전내용에 대한 높은 독해력에 더하여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의 현재의 삶을 성찰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제시하였다. 둘째, 고전의 독서가 단순히 줄거리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며,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텍스트를 중심으로 숙고해 보는 가운데 이성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필요성과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고전독서의 방법으로는 지식축적을 위해 이해에 머무르는 수동적인 읽기가 아닌 대화를 통한 능동적인 상호교류 혹은 토론4)이 효과적임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넷째, 고전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수업방법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반화된 독서방법에 대한 틀은 마련되어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2 미국의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는 이론적인 학습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실천을 통한 체득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독서토론의 참가자들은 난해한 텍스트에 대한 설명 위주의 수업에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아닌 진리에 다가가려는 노력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수의 연구자들은 미국의 대학생과 성인의 교양교육을 위해 시카고대학교 총장 허친스와 그의 동료 애들러가 만든 「Great Books Program」을 고전독서를 위한 기본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용(송미섭, 1994; 최미리, 1999; 임정택⋅최재천⋅장영준, 2003; 이병승, 2009; 손승남, 2013; 신득렬, 2016b; 이원봉, 2017; 최병문, 2017; 이은정, 2018)하였다.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의 토론에서는 ‘Shared Inquiry’라는 독창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공동탐구’의 의미를 가지는 이 방법은 질문과 대화 중심의 방법으로, 텍스트의 의미를 알기 위하여 토론의 참가자가 함께 노력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에서는 두 명의 지도자가 참여하여 해석적 질문중심으로 토론을 구성하며 참가자의 사고를 심화시키기 위한 후속 질문을 제기하도록 하고 있다(Noncy Alexandra Hait, 2011). 각 토론에서 참가자는 복잡한 의사소통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면서 사고를 확장하게 된다.
이러한 공동탐구는 참가자들이 반성적 사고의 습관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공동탐구를 위한 질문으로는 사실, 해석, 평가에 대한 질문5)이 제시되고 있다. 즉 공동탐구 토론에서는 증거를 위해 작품의 사실적인 사건들을 언급하고, 해석적인 질문에 집중하면서 텍스트의 이해를 높인 후,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해보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모든 참여자가 함께 노력하는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은 고전과의 만남을 통한 ‘위대한 대화’에 궁극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손승남, 2013).
실제 독서토론에서는 지정된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읽은 참가자가 서로 모여 텍스트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하며 각 참가자는 정해진 이야기나 글을 이해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만의 시각을 텍스트의 내용과 맥락을 중심으로 제시하게 된다.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단순히 요약하거나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을 해석하고 개인적인 생각과 신념을 반성적으로 검토하고 나눔으로써(Waters, 2010), 작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고, 개인의 이해를 심화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에서 사용되고 있는 질문을 통한 해석의 방법은 공동탐구를 위한 핵심 과정인 것이다(Foundation, G. B. 1987). 결국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의 방법적 핵심은 함께 하는 공동탐구의 진행에 있으며, 구체적인 과정에서는 질문과 대화를 통한 텍스트의 이해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교양교육을 위한 고전독서토론
4.1 고전독서토론의 전제
앞서 이루어진 선행연구를 통하여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읽기에서는 상호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참가자의 능동적인 교류가 이루이지도록 하는 질문 중심의 진행을 주요 방법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다음에서는 고전독서토론 방법의 핵심 전제로서 참가자의 질문 중심의 진행과 텍스트 중심의 이해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4.1.1 질문중심의 진행
고전독서토론에 있어 질문은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되어 ‘지식’을 낳는다기보다는, ‘잠정적인 지식’에서 비롯되어 ‘보다 나은 잠정적 지식’의 상태가 되도록 이끄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학습자의 질문은 그의 인지 구조와 관심, 흥미, 열의 등을 담고 배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의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질문이 자기의 성장 양상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이향근, 2013)하게 된다. 수업과 독서활동에 있어 질문 중심의 진행은 양미경(2002), 김지현(2004), 류지헌⋅조형정⋅윤수정(2007), 전숙경(2010), 황청일(2010), 김수란(2014), 이향근(2013), 송재란(2015), 정영숙⋅성지훈(2018), Dillon(1986), King(1989)의 선행연구를 통하여 교수자보다는 학습자의 질문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으로 독서환경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중요한 기재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딜론에 따르면 질문은 지식의 본질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통로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질문으로 배울 때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질문을 할 때 각자는 현재와 미래지식의 복합성과 세계와의 역동성을 보여주며, 세계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은 가능한 대답들 중 하나와 함께 질문으로 구성된 명제를 숙고함으로서 산출된다는 것이다. 이때 참가자의 의미는 질문과 대답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형성하는 명제에서 그의 지식으로 위치하게 된다(Dillon, 1986). 또한 독서에 있어 질문을 제기하는 활동의 효과에 대하여 송지언(2014)은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보여주었다.
첫째, 질문을 하면서 읽으면 글을 읽을 때 집중해서 읽게 되고 글 읽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므로 독서 활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능동적으로 글을 읽어 나가게 된다. 질문을 생성하면서 읽으면, 텍스트와의 풍부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글을 읽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게 된다.
셋째, 중요한 정보에 집중할 수 있고, 글을 깊이 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질문을 하면서 읽으면 그만큼 글에서 중요한 내용을 생각할 수 있고, 추론하며 읽기도 하고, 분석 비판하면서 읽게 되기 때문이다.
넷째, 글의 내용을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질문을 하며 읽는 과정에서 집중해서 글을 읽게 되었고, 글을 깊이 있게 읽었기 때문에 읽는 내용을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다섯째, 자기 주도적 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스로 질문을 생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과 태도가 길러질 수 있다. 스스로 질문을 생성해 보게 하면 자기가 제대로 독서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길러지게 된다.
고전독서를 통하여 생겨나는 본질적 질문은 우리의 삶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중요한 질문으로 답이 내려지기보다는 끊임없는 사색과 논쟁을 낳는 질문이다. 이는 삶과 관련한 다양한 면에서의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탐구 주제에 관련되는 질문으로 이러한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을 재고하게 하고, 하나의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생각을 전이하게 한다. 이렇듯 질문을 만들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독자는 텍스트를 포괄적으로 숙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질문을 갖는 것은 대화를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배움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고전독서토론의 과정에서 참가자의 능동적인 질문이 중심이 되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4.1.2 텍스트 중심의 이해
텍스트 중심의 이해는 참가자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외부의 이론이나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전의 텍스트를 통해서 함께 탐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애들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고전독서는 이해를 깊이 하기위한 저서이다. 이렇듯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책을 읽을 때야말로, 읽는 이는 일체 외부로부터의 도움에 의지하지 말고 씌어진 텍스트만을 실마리로 하여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깊이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저자와 독자의 정신이 만났다고 할 수 있다(Adler & Van, 민병덕 역, 2018).
애들러는 독서토론에서 제기되는 질문에 대하여 독자의 경험을 적용한 이해는 자칫 개인의 수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Adler, 1986).
텍스트 중심의 사색에 관한 연구는 폴 뤼케르의6) 연구가 대표적이다. 리쾨르에게 독서행위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대화를 통해 텍스트라는 삶의 스승을 만나는 과정이다. 리쾨르가 주장하는 해석이란 ‘텍스트의 뜻에 이끌려 독자 자신이 하는 해석’으로 독서행위란 텍스트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텍스트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 사이의 살아 있는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전종윤, 2015). 그는 텍스트의 의미를 텍스트 자체가 말하는 것으로, 저자의 의도로부터 독립되어진다고 보았다. 텍스트는 대화와는 달리, 담화 상황에 놓여있지 않고, 단지 작품 자체에 의해 창조되고, 설정되고, 제정된다. 때문에 텍스트에서 우리가 해석해야 하는 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르는 것’ 혹은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처럼 텍스트 뒤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저자의 의도가 아니라 텍스트 자체가 ‘펼쳐 보이고’,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이다(이기언, 2008).
고전독서에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통일성이 없다면 개인의 경험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이는 텍스트를 통한 반응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에 대한 반응(이향근, 2013)으로 고전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놓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고전읽기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에서도 해석적 질문에 대하여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토론을 핵심방법으로 하고 있다(Foundation, G. B. 2014).
독자는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글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저자와 글의 거리로 인해 텍스트의 자율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텍스트의 자율성 때문에 독자는 저자로부터 독립해서 자율성을 지니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작가가 남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독자는 저자의 말을 듣기보다 텍스트의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양명수, 2004).
독자는 다양한 작품을 읽으면서 텍스트가 자극하는 새로운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게 되며, 독서의 산물이자 텍스트의 선물을 통해 독자는 ‘삶의 해석자’로 참여하고,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며, 새로운 자기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다(전종윤, 2015). 이렇듯 텍스트 중심의 해석을 통한 고전독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기 정체성을 가지게 하여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되며 독서활동의 기본적인 목적으로 지향하는 비판적 사고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4.2 고전독서토론을 위한 방법 제시
지금까지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의 목표를 개인의 능동적인 참여와 고전텍스트의 이해를 높이고 비판적 시각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대한 고전독서토론 방법의 구체적인 연구과제로는 선행연구자료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효과적인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인 텍스트 중심의 이해와 참가자의 능동적인 질문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연구 과제를 충족하기 위하여 실제과정과 상황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토론 방법의 개발을 <표 1>, <표 2>의 과정으로 진행하였다.7)
결과적으로 교양교육으로서 능동적인 참여와 고전텍스트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은 ‘느낌 나누기’, ‘문장 공유하기’, ‘질문과 텍스트 중심의 토론’,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 도출’, ‘소감 나누기와 메타 대화’의 단계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토론은 매주 1회 90분간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하며, 토론의 목적에 맞는 진행을 위하여 기본적인 규칙을 ‘책에 관한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 나눈다’, ‘각자의 다른 시각을 존중한다’, ‘경청한다’로 규정하였다. 또한 토론의 참가자가 정해진 텍스트에 대하여 적극적인 사전 독서와 맥락적인 이해를 가지도록 하기 위하여 인상적이었던 문장 표시해오기와, 질문을 만들어오는 과제가 주어졌다.
연구의 결과로 구정된 고전독서토론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4.2.1 느낌 나누기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도록 한다.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은 이후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본격적인 독서토론의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독서토론 초반에는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고, 과정이 이어질수록 느낌의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고전을 처음 접하거나 고전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 참가자의 경우 텍스트 내용에 다소 경도되는 경향이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전내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표현하는 과정은 권위적일 수 있는 고전에 대하여 자신을 수평적인 위치에서 접근하도록 하며 텍스트와의 보다 적극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여자들은 토론 전 자신의 생각과 토론 말미에서 자신의 생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준비의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4.2.2 문장 공유하기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말하여 본다.
참가자들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각자가 제시하는 텍스트가 상이한 것에서 전체 내용을 개괄적으로 훑어보는 효과와 함께 해당부분에 대해서는 새롭게 상기해보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각자에게 인상적인 문장의 제시는 서로 다른 관심과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상대에 대하여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관심도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익히는 계기가 되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과정이었다.
4.2.3 질문과 텍스트 중심의 토론
참가자가 제기하는 질문에 대하여 텍스트를 중심으로 답을 찾아본다.
이는 고전독서토론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과정으로 참가자들은 텍스트의 내용과 맥락적 이해를 중심으로, 제기된 질문의 답을 찾게 되고 이를 통해 깊이 있는 고전의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텍스트를 주의 깊게 읽은 학습자가 생성하는 질문 중심의 진행이 집중력과 적극적인 참여부분에서 큰 향상을 보이는 가운데 고전내용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사색의 경험이 삶의 맥락에 녹아들어 유의미한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자가 생성하는 질문이 학습자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지식 구성의 적용과 창출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기제로서 의미 있는 활동이며(황청일, 2010; 정영숙⋅성지훈, 2018),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면서(King, 1989). 이를 토대로 질문에서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사고를 유도하고, 작품 속에 내포된 ‘의미’를 발견하면서 큰 흥미를 느끼게 되는(쉬번, 2017) 연구결과와도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질문에 대한 텍스트 중심 이해의 예시)
이온(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중)이 말하는 ‘행복’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
- 632행: 여가, 641행: 좋은 관계(전 후 맥락적인 의미를 통한 유추),
642행: 정직, 624행: 근심 없는 삶,
673행: 자유로운 삶(전 후 맥락적인 의미를 통한 유추)
또한 참가자들이 텍스트에 대하여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견의 나눔에서는 편협할 수 있음을 지양하고 내용 이해에 대한 다양성을 더하며 바람직한 토론의 자세를 익힐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통을 통한 이해가 배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파편적인 지식의 습득이 아닌 융합적인 사고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고전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작용하였다.
4.2.4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 도출
이전 단계의 텍스트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고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가져본다.
이때는 이전 단계의 앎에서 나아가 텍스트 속 사건의 상황이나 인물의 행동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즉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한 질문을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제기하고, 상호 대화를 나누는 과정으로, 이때 참가자 개개인의 생각 공유는 토론과정에서의 배움을 현재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고리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질문의 예시)
- 내가 만일 '페넬로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신분을 아버이에게까지 밝히지 않은 것은 지혜로운 행동이었나?
- 텔레마코스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어머니의 어떤 역할이 작용했을까?
- …
그리고 비판적사고 과정에서 이루어진 대화의 주요 내 용과 관련하여 해당되는 고전 텍스트를 중심으로하는 개 념을 가져보고, 모든 참가자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대표 개념과 결론을 도출해 보면서, 구체적인 것으로부터 보편 적인 개념을 가져보는 과정으로 마무리한다. 이는 고전텍 스트의 맥락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고전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를 구체화해보는 과정으로서 유의미한 시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에 대한 숙고의 과정은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삶 속에서도 지식의 폭을 넓혀주고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양교육 본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4.2.5 소감 나누기와 메타 대화
독서토론의 내용에 대한 소감과, 과정 및 절차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는 고전독서토론 이후에 개인적으로 가지게 된 의미와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각자의 배움 정도를 확인하게 된다. 또한 고전독서토론 과정의 전반적인 느낌을 나누고 토론의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과, 환경적 요소 등에 대하여 반성적으로 검토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긍정적 발전을 위한 노력과 공동 활동에서의 애착을 증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실천연구를 통하여 구성된 고전독서토론의 과정은 <표 3>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4.2.6 연구의 한계점
본 연구에서는 성인의 인문교양을 높이기 위한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은 전문지식을 익히려는 과정이 아닌 삶에 대한 지혜를 가지기 위한 노력의 과정으로 이와 관련하여 애들러는 ‘인문학’에 대하여 학문분과적인 구분이 아닌 접근 방법에 따른 구분을 적용하고 있다. 즉 철학적 주제라도 전문적으로 탐구할 경우 인문학에 속하지 않으며, 자연과학적 주제라도 종합적 방식으로 탐구할 경우 인문학에 속하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Adler, 이재만 역, 2014). 이는 본고의 연구와 관련하여 문학, 철학, 역사 의 고전독서방법에 대하여 특별한 차이점을 두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인문학은 객관적 문제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인문학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획득이 아니라, 텍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독자가 자신의 삶을 확장 시켜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이원봉, 2017) 주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하여 제시된 교양교육을 위한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은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연구를 통해 제시한 과정을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여덟 단계에 걸친 논의와 소수의 인원만을 적용한 부분에서 신뢰도가 약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경험사례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각 단계에 대한 피상적인 진행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교양교육을 위한 고전독서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토론을 나눌 때 스스로 의미를 생성하고, 삶에 유용한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리더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본고는 서양고전을 중심으로 한 연구로 동양고전에 대한 적용과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서양고전의 경우 원전 번역본을 이용하여 한글문장을 통한 맥락적 이해에 접근한다면, 동양고전은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의 특징인 본질적인 요소가 상통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본다면, 동양고전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본 과정을 적용해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고전독서토론 과정에서 본질적 의미의 도출은 그 결과에 대하여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의 실천으로서 고전내용은 정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본질적인 의미를 도출하기 위한 참가자의 집단 이성에 의한 합의과정은 고전저서의 특징에 맞는 독서방법을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유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우리는 스스로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가질 때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어떠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동력을 가지게 된다. 성장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 피상적인 모방으로서의 접근보다는 본질적인 이해와 주도적인 자세가 효과적이며, 이를 위한 방편으로 본 연구에서는 일반성인들이 고전독서토론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느낌 나누기’, ‘문장 공유하기’, ‘질문과 텍스트 중심의 토론’,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 도출’, ‘소감 나누기와 메타 대화’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서의 경우 개인적인 독서활동보다는 함께하는 공동의 노력이 깊이 있는 이해와 사회적 공감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방법적으로는 참가자들이 생성한 질문 중심의 진행과,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을 외부 권위자들의 의견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자체의 내용과 맥락에서 찾아보는 활동이 독서토론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고전텍스트에 대한 본원적인 이해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전독서를 통해 실천지혜를 가지기 위한 ‘비판적 사고와 본질적 의미 도출’의 과정에서는 고전이 가지는 고유한 유용성을 실제 삶과 연결하고, 구체적 개념을 도출하는 가운데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는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의 목적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혜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현재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를 학습할 수 있는 역량과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지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때 대화를 통한 고전의 이해는 창의성에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앎을 제공하고, 긴 안목으로 세상의 지혜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제공하여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시민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동력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
Notes
인문학은 그리스어 파이데이아(Paideia)를 인간다움이란 뜻인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로 번역(Adler. 이재만 역, 1986)하면서 인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후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가리키는 말로 변하면서 인간 문화를 되돌아보고 철학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을 말하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문학은 인문교육이나 교양교육 등과 혼융되어 사용되고 있다(정민승, 2008).
본 연구의 대상인 성인에 대해서는 안드라고지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성인학습자의 특징인 자기주도적 성향, 경험을 통한 학습,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내재적 동기 작용, 배움에 대한 실생활 적용, 문제해결 지향의 성격을 일반적인 형태로 보고, 이러한 성인 대상의 효과적인 고전독서방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실제 반응과 변화에 대한 관찰을 함께 병행하는 액션리서치로 진행하였다.
부산대학교 신문, 2018.09.19. 「문턱 낮춘 인문학 열풍 속 사라진 사유」
고전독서에 있어 토론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논쟁으로서의 방법이기 보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텍스트의 주장과 입장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이원봉, 2017).
사실적 질문은 정답이 하나이거나 명백한 증거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해석적 질문은 텍스트의 증거로 뒷받침 될 수 있는 하나 이상의 합리적인 답이 있는 것을 말한다. 평가적 질문은 우리 자신의 지식과 가치, 삶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가 저자의 글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Foundation, G. B. 1987).
폴 리쾨르(Paul Ricoeur, 1913-2005)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종교적인 상징에 대한 해석, 텍스트 해석을 통한 인간존재의 이해와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밝히고 그러한 유한성으로 초월적 존재인 신을 해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성인을 위한 교양교육으로서 고전독서토론 방법의 구성 절차는 실제 과정의 맥락과 상황을 반영하여 설계 및 실행되고 그러한 결과를 분석한 후, 다음 과정을 설계할 때 반영하여, 설계 및 실행하는 과정을 순환적으로 거치면서 적절한 모형을 개발하는 설계기반연구(Desing based research) 방법(홍경선, 2012; 김민정, 2017)을 적용하여 진행하였다.
고전독서에 대한 텍스트 중심 이해와 참가자의 질문과 대화를 주축으로 하는 토론의 방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1, 2 단계에 걸친 실행-분석-설계 및 재설계로 이어지는 순환 과정을 실시하였다. 1단계 토론방법 개발은 2019년 9월 16일부터 10월 28일에 걸쳐 총 7회 동안 방법개발에 중점을 둔 토론을 진행하면서 5회의 순환과정을 통한 재설계와 2회의 예비 실시의 과정으로 1단계를 완성하였다. 1단계 토론방법 개발과정의 참가자는 40-50대의 성인 6명으로, 연구자를 포함하여 심리학 박사이며 부모교육 저자 1명, 교육학 석사 1명, 교육공무원 1명의 고전독서지도자 과정 이수자 4명과 일반참가자 2명이다. 1단계 고전독서토론 방법의 개발과정을 함께 진행한 사람들은 이미 2018년 5월부터 매주 1회 고전독서토론을 위한 만남을 이어왔던 멤버들로 본 연구를 위한 고전독서토론 방법 개발과정에서는 오뒷세이아 원전번역본 17권~24권에 대하여 실제 독서토론을 가지면서 독서방법에 대한 설계-개발-평가의 방법으로 구체적인 토론방법을 구성하였다.
2단계는 1단계 방법을 토대로 하여 50-60대 고전독서 전문지도자 4명이(철학박사, 철학박사과정, 고등학교 고전독서지도 교사, 고전독서 전문지도자, 각 1명) 2019년 11월 9, 16, 23일의 3회에 걸쳐 문학, 역사, 철학에 해당하는 고전을 중심으로 1단계 방법에 대한 검증의 과정을 진행하였다. 이때는 문학, 철학, 역사에 대한 고전으로 일리아스 1권, 소크라테스의 변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1권에 대한 원전 번역본을 통하여 실제 토론과정을 진행하면서 방법에 대한 연구와 검증을 실시하였다. 한편 두 단계에 걸쳐 완성된 고전독서토론의 방법은 1단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오나르도 넬슨(Leonard Nelson, 1882~1927)이 말하는 소크라테스 대화의 핵심은 철학을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함을 가르치는 기술로 교육의 주체자들이 대화를 통하여 진리에 이르는 보편성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개념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박해용, 2010). 이를 위한 세부과정으로는 '질문(Frage)-구체적 사례(Beispiele)-판단(Urteil)-이유와 근거들(Grϋnde)-원리(Prinzip)의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2019년 9월부터 넬슨의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학습하고, 실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본질적인 사고를 구체화하는 넬손의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고전독서토론에 맞추어 적용해보고자 노력하였다. 고전을 읽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 인간의 본성에 다가서고, 본질적인 것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토론의 네번째 단계인 '본질적 의미 도출’에서 '구체적 개념-본질적 개념-본질적 개념의 문장화'로 진행하면서 추상적 의미만으로 잊혀질 수 있는 고전의 가치를 현실의 유용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결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