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그램 뷰어를 활용한 교양교육 개념 분석

Case Study of Big Data in Liberal vs. General Education using Ngram Viewer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0;14(2):23-34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April 15
doi : https://doi.org/10.46392/kjks.2020.14.2.23
Professor, Sunchon National University
손승남
순천대학교 교수
*이 논문은 2019년 순천대학교 학술연구비(과제번호: 2019-0204) 공모과제로 연구되었음.**이 논문은 한국교양교육학회/한국교양기초교육원/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한국논리학회가 주최한 「2018년 춘계전국학술대회」 발표문을 대폭 수정, 보완한 것이다.
Received 2020 March 20; Revised 2020 March 22; Accepted 2020 April 14.

Abstract

초록

대학에서 교양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관련 기관이 생겨나고 있지만 교양교육 기본개념에 대한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영어의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에 대한 몰이해와 혼용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말 교양교육의 어원이 되는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의 역사적 변천을 추적하여 교양교육 기본개념의 의미를 명료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구글 엔그램 뷰어를 통한 데이터마이닝과 시각화 작업을 수행한다. 구글 엔그램 뷰어는 1800년부터 2012년까지 출간된 구글 북스 800만 권에서 특정 단어의 사용빈도를 조회하는 도구이다. 이 시기 중에서 General Education이 Liberal Education의 활용 빈도를 추월한 1915년과 General Education의 활용 빈도가 정점을 보인 1950년 전후 상황 데이터를 인문학적으로 해명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Liberal Education은 전문교육 혹은 기술교육과는 구별되는 교육활동, 즉 사회적 유용성과는 비교적 거리가 먼 인간의 마음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지칭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이와는 달리 20세기 초반 General Education은 현재의 교양교육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농학, 의학, 직업교육은 물론 사회봉사, 동아리 활동지도를 포괄하는 실용적 의미로 널리 쓰였다. 1950년대 하버드 교양교육 개혁 보고서는 General Education의 기치를 내걸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Liberal Education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개념상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미국 내에서 두 개념 사이의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본 연구는 분명 하나의 실험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정보과학 기반의 분석 및 시각화 작업에 더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더해질 때 빅데이터 기반 데이터마이닝 기법은 교양교육 연구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이 방법은 교양교육의 핵심개념인 기초교육, 인성교육을 둘러싼 개념상의 혼란을 해명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Trans Abstract

Abstract

Discussions on Liberal Arts education in universities are increasing, and related institutions are emerging, but confusion still exists about the basic concepts of Liberal Arts education. The most problematic of these is the misunderstanding and mixing of the English words “liberal” and “general” as they relate to educatio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larify the meaning of the basic concept of Liberal Arts education by tracking the historical changes of liberal education and general education, which are the roots of the Korean Liberal Arts education system.

To this end, data mining and visualization is performed through the Google Ngram Viewer. The Google Ngram Viewer is a tool used to search for the frequency of the use of certain words in 8 million Google Books published between 1800 and 2012. During this period, the data within the humanities illustrated the situation of 1915, when “General” education surpassed the use of Liberal Education, and around 1950, when the frequency of the use of General Education peaked.

The results of the data analysis are interpreted by a humanistic imagination as follows: Liberal education is a term used to refer to educational activities that are distinguished from professional or technical education, that is, education in which the human mind is freely active, which is relatively far from serving a socially useful purpose. In contrast, in the early 20th century, General education was not used with the same meaning as it is currently used in Liberal Arts education. Rather, it was widely used in a more practical sense, encompassing agriculture, medicine, and vocational education, as well as in the sense of providing guidance in the areas of social services and club activities. The Harvard Liberal Education Reform Report of the 1950s aggravated conceptual confusion by putting forward the value of Liberal Education within the context of the banner of General Education. To be sure, there is still confusion between the two concepts in the United States to this day.

This study is clearly an experiment and a new challenge. When human-social-scientific imagination is added to the analysis and visualization work based on information science, big data-based data mining techniques will also give rise to a new wind in Liberal Arts education research. This method will also help to explain the conceptual confusion surrounding the core concepts of Liberal Arts education, such as basic education and character education.

1. 들어가는 말

프로이트는 오래 전 문명 속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Kultur』)에서 본능의 욕구와 문명의 제약 사이의 대립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동일한 기제는 아닐지라도 좀 더 다른 맥락에서 현재의 교양교육에 대해서도 모종의 ‘불만’을 토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교양교육에 대한 대학과 사회의 관심이 상당 부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이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교양교육에서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Bildung)(2020)”을 새로운 버전으로 다뤄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이유는 교양교육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개념, 그것도 학문의 영역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정책 결정과 일상의 의사소통에서도 가장 널리, 빈번하게 쓰이는 개념 자체가 혼란과 애매모호함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교양교육에 해당하는 외국어가 여럿 존재하며1) 그 개념들이 역사적 변천에 따라 혹은 주어진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교양교육에 비교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이나 교양교육 전문기관에서 쓰이는 용어들만을 대략 살펴보더라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는 교양교육을 기초교육원에서 담당하며 Liberal Education을 표방하고 있다2),. 기관명에 나타난 기초교육은 본래 삶의 기초, 학문의 기초, 직업의 기초에 초점을 두는 교육의 특성을 갖고 있는 반면, 그 기관이 달성하고자 하는 Liberal Education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부터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손승남, 2011). 이 둘은 종국적 지향점은 같을지언정 교육 실제에서의 강조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초교육에서 학문의 기초가 되는 외국어와 논리적 연마에 더 초점을 둔다면 Liberal Education에서는 고전을 통한 대화와 토론 등을 더 강조할 것이다. 이 점에서 기초교육과 Liberal Education의 위상 설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서울대학교의 모델을 모방해 온 국립대학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여타의 국립대학 교양교육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연세대학교는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에서 Basic Liberal Education을 지향하고 있다5),. Basic과 Liberal을 조합한 이유는 짐작이 가나 그 관계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성균관대학교 또한 학부대학의 조직 하에서 Liberal Arts Curriculum을 중심으로 Liberal Education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4),. Liberal과 Liberal Arts가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교양교육 내용면에서 Liberal Arts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중앙대학교는 다빈치교양대학(Da Vinci College of General Education)에서 명시적으로 General Education을 표방하고 있지만, 교양교육의 핵심내용에서는 Core Courses of Liberal Arts Education을 담고 있어 General과 Liberal Arts가 별다른 설명 없이 병립하고 있다5),.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분명하게 Liberal Education을 표방하며 목표와 비전 그리고 교과과정이 상대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6),. 비교적 최근에 Liberal Arts Education을 표방하고 있는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H-Liberal Arts College)는 부단한 내부의 혁신을 통해 교양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일신해 나가고 있다7),. 그 뒤를 이어 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S-Liberal Arts College)8),, 가천대학교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G-Liberal Arts College)9) 또한 대전대학교와 유사한 방식으로 Liberal Arts 위주의 교양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으나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교양교육 이념과 대학 내부에서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교양교육의 실제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울타리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교양교육기관이나 교육과정에서 Liberal Education과 최근에는 Liberal Arts Education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대학 교양교육의 지원 및 협력 기관인 한국교양기초교육원(Korea National Institute for General Education)10),과 한국교양교육학회(The Korean Association of General Education)11),에서는 명시적으로 General Education을 표방하고 있다.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이 역사와 연원이 다르고, 엄밀한 의미에서 지향점에서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양교육의 핵심 개념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다면 그로 인한 혼란과 폐해는 적지 않을 것이다. 기초개념의 정립 없이 교양교육의 학문적 발전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렵다12),. Liberal Arts Education과 Liberal Education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해 볼 때13) 더욱 주의해서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할 사안은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 양자의 관계일 것이다.

두 개념 모두 다 우리말로 교양교육으로 번역해서 쓰고 있는 상황에서 혹자는 그 관계를 새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학문에서도 기초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토대가 굳건해질 수 없으며, 부실한 토대 위에 아무리 높은 건물을 쌓아 올린들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양교육 기본개념에 대한 전통과 역사적 변천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개념상의 혼란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교양교육 종사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본고는 현재 한국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교양교육 개념 안에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이 혼용되고 있으므로 구글(Google)에서 제공하는 ‘엔그램 뷰어’를 활용하여 그 개념의 변천과정을 되짚어 보고, 용례의 추이에 대한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교양교육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디지털 인문학과 구글 엔그램 뷰어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은 바야흐로 융합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새로운 융합기술은 사유와 지각의 융합 및 호환(互換)을 생명이 없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실현해 주고 있으며, 인간 상호 간 의사소통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해 준다. 문명 대전환의 중심에 서 있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이다.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연구 주제나 방법의 도출에도 학제 간 융합 연구는 갈수록 활발해 지고 있다. 인문정보학, 데이터 인문학, 디지털 인문학 등 그 어떤 이름으로 명명되든지 간에 정보기술과 인문학 사이의 다양한 융합은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은 인문학과 정보기술이 합쳐진 융합 학문으로 전통적인 인문학의 연구 과정에 정보기술의 입력, 저장, 분석, 출력의 과정이 결합해서 탄생한 인문학의 새로운 학문 분과이자 방법론이다(김바로, 2014).

전통적 인문학에 비해 디지털 인문학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사회와 문화의 발전 경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탄생하게 된 시대적 산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인문학은 기존의 문자적 합리성과 영상적 사유가 갖는 합리성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또 이미지와 영상 세계의 감각적 경험의 논리와 구조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글쓰기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문법과 의미 등을 탐색한다. 시각과 청각 수단을 활용한 디지털 글쓰기는 문학, 철학, 역사 등 기존의 모든 인문학 분야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인의 사유와 행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의 확장성은 디지털 문학, 디지털 콘텐츠학, 디지털 역사학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모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각종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의 양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인쇄 매체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진, 동영상 등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콘텐츠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와 인문학의 융합 연구가 비록 초기 단계에 있지만,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14),을 통하여 축적된 인문학 관련 정보들을 정교한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다면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문상호, 2015: 58).

디지털 아카이빙과 관련하여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2015)이라는 저작이다. 이 책의 저자 에이든(E. Aiden)과 미셸(J. B. Michel)은 디지털 아키이빙 사업인 구글 북스 프로젝트15)로부터 착안하여 2009년 빅데이터 분석 기술인 엔그램 뷰어(Ngram Viewer)를 개발하였다. 이 도구는 1800년부터 2012년 사이에 간행된 영문 도서 800만 권에서 특정한 단어가 사용된 빈도를 포착하여 그래프로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장치이다. 구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도서의 총량이 약 1억 3000만 권이라고 추정하고 이 도서를 디지털화하려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2018년까지 약 20%인 3000만 권을 디지털화했고 그중 800만 권이 엔그램 뷰어 분석에 활용되었다. 엔그램 뷰어가 단어의 빈도수만 헤아리는 구조가 된 것은 저작권 때문이다. 여기에 쓰인 빅데이터는 대부분 인쇄된 도서의 디지털 작업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신문과 잡지와 같은 기록물은 분석대상에서 제외된다.

엔그램 뷰어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여 연도별로 사용빈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의 추이를 양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므로 특정 언어, 개념, 문화 현상의 경향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국외 선행연구 중 뻬띠(M. Pettit, 2016)는 미국 내에서의 심리학의 관심에 대한 역사적 변천을 긴 호흡으로 가늠하는 데 엔그램 뷰어가 유용하다는 점을 밝혀 주었다. 가령 이 도구를 활용하여 심리학 내에서 집단주의적 관점으로부터 개인주의적 관점으로의 전환이 언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사적 탐구에서 과거를 경향(trend)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건(events)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나 한 단어의 의미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때 이 도구로 그 미묘한 차이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였다.

지에바(A. Zięba, 2018)는 엔그램 뷰어를 토대로 190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진행된 ‘사회의 미디어화(mediatization)’ 현상을 탐구하였다. 이 연구는 미디어가 세계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맥루한(1999)의 주장을 새로운 연구기법으로 파악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매일 접하는 뉴스의 가치가 중요성을 더해 가는 요즘 지에바의 연구는 사회문화적 연구에서 엔그램 뷰어의 유용성 논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유네스와 립스(Younes & Reips, 2019)는 구글 엔그램 뷰어의 공헌점을 인정하면서도 검색 결과의 정확성을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그 한계를 보완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들은 이 기법의 보완책으로 상이한 말뭉치, 동일한 언어의 교차 체크, 언어간 상호영향, 동의어, 표준화 절차의 사용 등을 고려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들은 실제로 190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사용된 종교 용어를 분석함으로써 이 시기에 집단주의적 경향이 쇠퇴하면서 종교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줄어들었음을 분석한 바 있다. 이들은 또 엔그램 뷰어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함께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의 종교적 관심이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그램 뷰어를 적용한 빅데이터 인문학의 시론적 연구로 문상호(2015)의 사례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는 인문학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미래 인문학 연구의 화두도 던지면서 엔그램 뷰어를 실제로 활용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란 혁명 등을 대상으로 키워드를 추출한 후 특정 시기의 도서에서 이 키워드들의 빈도 추이를 분석한 바 있다. 이재윤과 김명언(2015)은 심리학의 핵심 주제인 창의성에 대한 비교문화 연구를 수행하는 데 엔그램 뷰어를 활용하였다. 이들은 창의성이 독특성과 유용성의 요소로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창의성 개념에서 지나치게 독특성만을 강조해 온 점을 학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일반 문서에 대한 엔그램 뷰어 분석을 통해 확인하였다.

박상태(2016)는 대학의 교양교육에서 고전 텍스트의 객관적인 선정을 위하여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과 엔그램 뷰어 등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여 고전 목록을 탐색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체계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는 엔그램 뷰어와 같은 데이터마이닝 기술이 교양교육 연구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고전 목록의 정전화에 따른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의 문제나 오도된 균형감 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면 고전 교육은 분명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동성(2018)은 구글 엔그램 뷰어가 코퍼스에서 미리 정해진 엔그램을 통한 텍스트 시각화라는 거시적 분석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텍스트의 미시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를 보완하고자 미시적 용례 분석과 자바스크립트 d3.js를 이용해서 시계열(time series) 기반 그래프를 통해서 동작 반응형 시각화 작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엔그램 뷰어의 빈도분석의 한계로 지적되는 정규화와 균일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대 빈도, 로그 상대빈도, 분산의 방법을 적용하였다(김동성, 2018: 82). 이 연구는 문화연구에서 거시적 방식과 미시적 방식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국내외 사례가 보여주듯이 엔그램 뷰어는 그 자체로 오랜 기간 동안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파악하는 데 사용되거나 혹은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엔그램 뷰어의 문화연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향에서 인문학과 정보 및 사회과학이 접목되는 다학문간 융합적 연구의 형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언어와 문화, 역사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인해 에이든(E. Aiden)과 미셸(J. B. Michel)은 자신들의 방법을 컬처로믹스(Culturomics)16)로 명명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 접근법은 최첨단의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빈도수에 입각한 데이터와 인문학적 서사를 결합할 수 있으므로 말 그대로 융복합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을 근간으로 하는 교양교육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방법은 새로운 인식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3. 엔그램 뷰어를 활용한 교양교육 기본개념 사례분석

영미권에서 교양교육 200년사를 회고해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한마디로 Liberal Education의 점진적 쇠퇴와 General Education의 점진적 상승으로 특징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 논의가 고등교육 기관을 둘러싼 담론에서 지배적이라고 볼 때 특히, 미국대학의 변천에 따른 교양교육의 흐름을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1800년대와 1900년대 사이는 미국대학이 성장과 변화를 경험한 시기이다. 초기 식민지 시대를 청산하고 미국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새로운 세기를 열어나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던 시대였다. 미국은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발맞추어 전통적인 방식의 영국식 대학 제도와 내용을 변모시키고자 하였다. 초기의 칼리지에는 영국식 신사(Gentlemen) 교육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었으며 전통적인 리버럴아츠를 기반으로 한 자유학예교육이 고수되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예일대학은 산업화, 세속화, 실용주의로 치닫던 미국대학의 상황에서 고전 교육 위주의 Liberal Education을 고수하고자 하였다. 1828년 예일대학 교수진은 ‘예일 보고서(Yale Report)’를 통해 고대 그리스와 라틴에 대한 지식이 Liberal Education의 기초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우리의 목적은 어떤 직업에 필요한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업의 바탕이 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Our object is not to teach that which is peculiar to any one of the professions; but to lay the foundation which is common to them all).”

이들은 인간의 삶과 직업적 토대에 ‘비판적 사고력’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교육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통찰, 논증에 입각한 대화와 토론,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때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보고서는 고전 읽기야말로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 주고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최적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 이 시기 주목할 만한 사항은 신학 위주의 사립대학에서 공립대학으로의 전환이 적극 모색되었다는 것이다. 제퍼슨(T. Jefferson, 1743-1826)은 미국 최초의 공립대학인 버지니아 주립대학의 설립에 기여하였다. 이때부터 자유교육의 이념과 전통으로부터 점차 대중적인 General Education 이념이 대학교육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1862년 모릴법(Morrill Land-Grand Acts)에 의해서 각주마다 주립대학이 생겨났다. 이 법안의 골자는 각주마다 30,000 에이커의 토지를 기부하여 그 주 특성에 맞는 농업 및 기술대학을 설립하여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미국의 고등교육은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는 사립대학과 고등교육 기획확대를 위하여 마련된 주립대학의 이원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Thelin, 2014: 75).

Liberal Education을 지켜내려는 힘겨운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림 1]을 보면 지속적인 하강세의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19세기 중반 이후 대학사회에 자본의 논리가 침투해 왔기 때문이며 대학의 ‘사회봉사’ 이념을 앞세워 지역사회 밀착형 대학인 주립대학을 각주에 설립하면서 대학교육의 방향이 교양교육에서 전문교육으로 급선회하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 General Education은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경향으로 전통적인 교양교육을 기본으로 하면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새롭게 등장한 전문교육의 기초가 되는 일반연구(General Studies)18 )를 포괄하는 독특한 형태로 점진적 상승세를 이어가게 된다. 미국적인 General Education이 나름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1900년대 전후 카네기와 록펙러와 같은 대부호가 대학교육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부터이다.

[그림 1]

엔그램 뷰어 수행 결과(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 1800-2000)17)

20세기 전후 미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제국주의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한 점과 제2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강철, 철강, 석유, 전기, 금융 분야에서 비약적 성장을 겪게 된 점이다. 19세기에 미국대학은 이전의 칼리지에서 유니버시티로 탈바꿈하였고, 20세기 들어와 독일 훔볼트에 의해 촉발된 근대대학의 전형을 모방하여 연구와 교육 위주의 새로운 대학체제, 즉 학부와 대학원의 이분화로 구성된 연구중심대학의 모델을 창출하게 되었다. 소위 ‘대학원 임팩트(순야, 2014)’는 대학 교원의 위상에도 큰 변화를 주게 되었다. 칼리지에서 한낱 교사에 불과하였던 대학 교원들은 대학원이 들어서면서 ‘연구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전의 직업교육과 전문인 양성교육이 무차별 대학의 교육과정 일부로 침투한 것도 이러한 시대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이 시기 미국의 고등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베블런의 『미국의 고등교육』(2014)은 학문의 정신과 자유로운 교양을 뒤로 한 채 대학이 세속화, 실용화로 치닫는 경향성을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학에 경영학과 경영전문대학원(MBA)19)이 전문교육의 대명사가 된 것도 이 무렵 등장한 미국적인 실용주의 교육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위의 엔그램 뷰어 [그림 1]에서 주목할 부분은 1915년인데, 이 시기에 General Education의 빈도가 Liberal Education의 빈도를 역전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역전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가 바로 1915년에 발간된 일반교육위원회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일반교육위원회(General Education Board)의 1902년부터 1904년까지의 활동 상황을 담고 있는데, 주로 20세기 초 미국의 고등교육 및 의과대학을 지원하고 남부의 농촌 백인과 흑인학교를 원조하여 남부의 낙후된 농업을 현대화하려는 자선사업 활동을 담고 있다. 이 위원회의 창설은 1902년 록펠러(J. Rockefeller)와 게이츠(F. Gates)의 기부와 헌신을 기반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 목적은 인종, 성별 또는 신념의 차이를 넘어 미국 전역에 교육을 널리 홍보하는 데 있었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낙후된 미국 남부 주에서의 실용적인 농업을 증진하고, 공립학교 설립을 통하여 중등수준의 학교교육을 진작시키고, 의학교육을 포함한 칼리지와 대학교육의 발전을 도모하며 농촌과 흑인학교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이었다(General Education Board, 1915).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교양교육의 등가물로 General Education을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General Education이 널리 유포되기 시작하던 20세기 초기에는 농업교육, 의학교육, 지역사회교육, 청소년 클럽 활동지도, 학교교육, 고등교육을 포괄하는 일종의 ‘종합교육’과 유사한 의미로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20세기 초 미국에서 거대자본에 의해 설립된 일종의 교육재단, 가령 General Education Board(1903), Carnegie Foundation for the Advancement of Teaching(1906), Carnegie Cooperation(1911), Rockefeller Foundation(1913)은 천문학적 기부와 지원을 통하여 미국의 고등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였다(McCarthy, 2011: 86-87). 하지만 연방 정부와 거대 자본의 의지가 반영된 교육적 기획과 혁신은 넓은 의미의 국가와 사회에서 교육의 일반적(General) 성과를 가져오기 위한 실용적 목적20)에 있었던 것이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인간의 가치와 비판적 지성을 기르기 위한 교양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20년대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승리로 인한 번영과 1929년 경제대공황으로 인한 위기가 교차한 시기로 볼 수 있다. 풍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여 자동차가 보편화되었고, 대중들은 프로야구와 재즈를 구가하기 시작하였으며 라디오와 영화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물질만능과 배금주의 풍토 속에서 돈이나 직업과 같은 실용적 가치보다 근원적인 보편적 가치와 인간의 교양에 대한 관심도 일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시카고 대학의 총장을 역임하였던 허친스(R. Hutchins, 1899-1977)는 인간성(humanity)이야말로 불변하며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대학이 Liberal Education을 통해서 이러한 가치를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손승남, 2011: 253). 허친스와 그의 동료 아들러(M. Adler, 1902-2001)가 교육방법으로 채택한 것은 위대한 저서(Great Books) 프로그램이었다. 실용적 가치가 넘쳐나던 미국 사회에서 이들은 새삼 위대한 저서의 독서와 토론을 통한 지성의 연마를 강조한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시카고 대학의 위대한 저서 운동은 분명 19세기 영국의 대학에서 강조되었던 고전 위주의 Liberal Education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허친스, 아들러, 어스킨(J. Erskine)21,) 등이 전개한 ‘위대한 저서 읽기 운동’은 대학과 사회의 운동 차원으로 외연이 확대됨으로써 대학의 교양교육은 물론 일반 대중의 교양 수준의 제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신득렬, 2016: 9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2]에 제시된 그래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안은 General Education이 어떻게 1950년 전후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허친스와 시카고 대학의 노력이 비록 이상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이라는 당대의 비판을 비켜갈 수는 없었지만 나중에 하버드 대학의 교양교육 보고서인 『자유 사회에서의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 in a Free Society)』(1945)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사회 내에서 하버드 대학의 상징성을 볼 때 일명 “레드북(Red Book)”으로 불렸던 이 보고서가 대학과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Arthur, 1977). 산업화, 직업화로 변모하는 대학교육의 세속화에 맞서 이 보고서는 교육의 ‘일반적(general)’성격을 드러냄으로써 교양이 본래 추구하는 보편성, 일반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가령 이전의 과학 수업에서는 과학 지식에 대한 기억, 설명, 암기가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새로 바뀐 General Education의 틀에서는 과학적 전문지식에 접근하는 방법, 성과, 제한점 등을 넓은 시야에서 두루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느냐, 그 전제에 대하여 얼마나 비판적이냐의 여부에 따라 특수성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 인간과 세계에 대한 참다운 인식을 할 수 있다(The Harvard Committee, 1946: 64). 학생들이 민주사회에서 폭넓은 식견을 갖춘 교양인,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이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성격특성이 있다. 이 보고서는 일반교육을 통하여 길러주어야 할 성격특성으로 가치 구분능력, 의사소통능력, 적절한 판단능력, 효율적인 사고 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The Harvard Committee, 1946: 65-72). 다시 말해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발간한 General Education 보고서는 올바로 사고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며,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General Education에서 길러주어야 할 핵심능력으로 간주하였다.

[그림 2]

엔그램 뷰어 수행 결과(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 1920-1980)

하버드 보고서의 의의는 대학의 교양교육 프로그램 자체보다 그것이 천명한 General Education의 철학에 있었다. 하버드 보고서에서는 General Education을 “민주사회 속에서 무엇보다도 책임 있는 인간이자 시민으로서의 학생의 삶을 돌보는 교육”으로 규정하였다. 레드북이 제기한 핵심질문은 이를테면 고교 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는 사람들과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들이 앞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게 될 사회에 대한 공통의 그리고 구속력 있는 이해”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데 있었다(박연호, 2010: 59).

요컨대 미국 사회에서 General Education이 Liberal Education보다 더 널리 사용되던 시기에는 실용적 성격이 강한 General Studies의 의미로 쓰이다가 고전 위주의 전통적 교양교육의 강조와 함께 마침내 1950년대 하버드 대학의 보고서를 기점으로 그 단어의 활용 빈도가 정점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에서 사용한 이 시기의 General Education의 성격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4. 나오는 말

이 글은 교양교육 기본개념이 Liberal Education과 General Education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불만’에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General Education이 미국적 현상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구글 엔그램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1800과 2000년 사이에, 그중에서도 구글 북스에서 General Education이 Liberal Education의 활용 빈도를 추월한 1915년과 General Education의 활용 빈도가 정점을 보인 1950년 전후 상황을 데이터 인문학적으로 해명해 보고자 하였다.

Liberal Education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자유인(freeman)을 위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세기를 거쳐 7자유교과(Liberal Arts)를 통해 인간성을 고양하려는 목적을 지닌 교육으로 이어져 내려오다가 19세기 영국 대학에서 고전 위주의 Liberal Education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19세 이후 미국(대학)의 교양교육에 대한 이념과 실제가 영국의 옥스브리지 전통과 맞닿아 있으며, 그 명맥이 20세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iberal Education은 원래부터 사회적 유용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자유민의 여가와 관련이 되며 고상한 정신적 활동과 밀접한 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다. 기술과 기능이 강조되는 전문교육이나 세속적 직업교육과는 구별되며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교육적 활동이 그 개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Dictionary of English』에 등장하는 ‘liberal’이란 용어의 해설만 보더라도 곧바로 알 수 있다.

원래 리버럴이란 말은 ‘자유인(free man)’에게 어울리는 ‘학예(arts)’ 및 ‘학문(sciences)’적 성향을 지칭하는 통칭어인데, 노예적 혹은 기계적이라는 의미와 반대로 쓰였다. (…중략…) 리버럴은 지성을 전반적으로 확충하고 다듬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적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요건들로만 좁게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0).

그 개념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20세기 미국에서도 이 개념이 지속되는 것은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보다 나은 교육에 대한 열망이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General Education은 언어 사용에서 좀 더 주의를 요한다. 그 자체를 바로 교양교육으로 번역해서 쓸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이 미국 사회의 문서나 정책에서 사용되었던 20세기 초반의 상황을 보면 General Education이 단지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교양교육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General은 실제로 광범위한, 포괄적인, 종합적인 교육을 아우르는 광의의 교육개념으로 쓰였다. 그 개념은 농학, 의학, 직업교육은 물론 사회봉사, 동아리 활동지도와 같은 요소까지 총망라하는 것이었으며 일종의 캠페인으로 교육을 통한 국가와 사회의 재건 프로그램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 1950년대 하버드 교양교육 개혁 보고서는 General Education의 개념 규정을 새롭게 하면서 Liberal과 General의 혼란을 불러온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표면상으로는 General Education의 기치를 내걸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Liberal Education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개념상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1960년대에는 General Education이 미국의 지역사회 대학(Community College)을 지탱하는 견인차 구실을 하였다(O’Banioin, 2016: 327). 그리고 미국 내에서 두 개념 사이의 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22).

이 글에서 시도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양교육 연구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다. 정량적 데이터 기반 인문학적 논의가 아무래도 큰 그림을 그리거나 경향성 분석에 치중하다보니 심층적 기술에는 일정 부분 취약점을 노정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개별 현상과 사건에 대해서 외적으로 드러난 텍스트의 이면(context)을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철학적 개념 분석이나 메타연구23),, 역사적 개념사와 미시사, 인류학적 “중층기술24)“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듯 정보과학의 도움을 바탕으로 한 분석 및 시각화 작업에 더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만날 때 빅데이터 기반 데이터마이닝 기법은 교양교육 연구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후속연구를 위한 제안을 하자면, 이 연구를 계기로 추후 유사한 맥락에서 교양교육의 다른 기초개념 연구에도 엔그램 뷰어에 의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기초교육의 영어식 표현이 Basic Education, Foundation Education, Fundamental Education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때, 그 내포와 외연이 어떠한지를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역사적으로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 교양기초교육원에서 소양교육으로 표현하고 있는 용어는 크게 인성교육과 차원을 같이하므로(손동현, 2019) 그것의 영어식 표현인 Character Education과 Virtue Education의 용례를 데이터 인문학적으로 의미를 따져보는 일도 나름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에서 교양교육 용례에 대한 데이터 인문학적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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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교양교육에 해당하는 영어식 표현으로는 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 Liberal Arts Education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본문에 이들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살려 개념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한다.

2)

https://www.snu.ac.kr/basic-education 『서울대학교 교양교육 60년사』(2008)에서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서울대학교가 1995년 「교양교육의 개선방안 연구」에서 교양교육 정신의 핵심으로 ‘일반교육’과 ‘자유교육’의 원칙을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일반교육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기를 형성시켜주기 위해 균형 잡힌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라면, 자유교육은 교양교육이 이용가치나 취업⋅전공교육 등 별도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이후 서울대학교 교양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학문의 기초, 핵심교양, 일반교양의 세 요소는 이런 원칙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일반교육, 자유교육, 기초교육 등 교양교육을 둘러싼 개념상의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12)

개념상의 혼란은 교양교육 관련 기관명에서 뿐만 아니라 교양교육 연구자들의 학술 용어 사용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창수⋅송백훈⋅전종구(2014)의 논문 「자유교육의 개념에 대한 고찰 - 한국 대학의 교양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영문 제목을 ‘A Study on Liberal Arts Education: Implications to General Education in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여기서 자유교육은 Liberal Education이 아니라 Liberal Arts Education으로, 교양교육은 관례에 따라 General Education으로 번역되고 있다.

13)

자유교육은 역사적 변천에 따라 기능적으로 재정의되어 왔으며, 유사한 개념들과 엄격히 구분되기 보다는 혼용되어 왔다. 자유교육, 일반교육, 교양교육, 학부교육 등이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통상 Liberal Arts Education과 Liberal Education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고 있다(조영하, 2015: 38).

14)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이란 지속적으로 보존할 가치를 가진 디지털 객체를 장기간 관리하여 이후의 이용을 보장하는 활동을 말한다(정혜경, 2005). 아카이빙은 컴퓨터학에서 말하는 데이터의 백업 수준을 넘어 기록학에서 말하는 공적 자료와 데이터의 보존이라는 적극적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15)

구글은 지구상의 모든 도서를 스캔해 인터넷상에서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고자 야심찬 기획을 한 후 미국의 대학도서관을 필두로 영미권은 물론 그 영역을 전 지구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구글은 도서관 내 서적을 스캔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DB 소유권은 도서관과 구글이 함께 보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가을 연세대학교가 처음으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16)

문화도 생물체처럼 변화하는 존재라 여기고 하나의 생물(生物)로서 문화의 구성 요소를 연구한다는 의미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문화체학(文化體學)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김재중, 2015: 8).

17)

세로축의 %는 100만 단어당 빈도수를 의미함.

18)

일반연구(General Studies)는 다의적으로 쓰이나 오늘날 대체로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위키피디아 일반연구 https://en.wikipedia.org/wiki/General_Studies).

  • - 일반 학사(Bachelor of General Studies), 북미의 일부 대학에서 제공하는 학위

  • - 영국의 16~18세 아동에게 제공되는 GCSE 및 A 레벨 시험

  • - 컬럼비아 대학교 일반 대학원, 컬럼비아 대학교 교양 대학

  • - 홍콩의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 중심 학교 교과목

19)

MBA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등장할 당시 경영학 석사 중 실무를 중심으로 하는 학위를 의미하였다.

20)

『대학의 배신』(2016)을 쓴 마이클 로스는 미국 고등교육의 이러한 경향성을 ‘실용주의적 교양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에둘러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는 20세기 초 듀보이스(W. Du Bois)를 인용하면서, “돈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장사꾼은 키울 수 있지만 진정한 인간은 키울 수 없다”며 고등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21)

존 어스킨(1879-1951)은 미국의 교육자이자 작가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위대한 저서 운동을 전개했던 인물이다.

22)

이에 관해서는 국가의 공식적인 문건에 해당하는 Boyer(1987)의 『카네기 재단 보고서』, Cheney(1989)의 『연방 인문학 진흥재단 보고서』 등을 참조하길 바란다.

23)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양교육의 개념과 이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메타-교양교육이다(박병철, 2018). 메타 연구는 개별적인 사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통찰과 사유를 필요로 한다. 교양교육이 이제까지의 혼란과 왜곡에서 벗어나 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이상, 이념, 역사, 전통, 개념 등에 대한 넓고 깊은 토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4)

이 개념은 일명 ‘두꺼운 기술(thick description)’로도 불리며, 인류학 등에서 인간행동을 대할 때 겉으로 드러난 행동 자체만이 아니라 행동 이면의 여러 상황을 담고 있는 문맥(context)도 포함해 설명하는 것을 가리킨다(Geertz,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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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엔그램 뷰어 수행 결과(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 1800-2000)17)

[그림 2]

엔그램 뷰어 수행 결과(Liberal Education, General Education: 1920-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