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학습자의 대학 교양교육 경험에 대한 안드라고지(Andragogy)적 이해와 논의
An Andragogical Understanding of Adult Learners’ Experiences in University Gener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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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대학 교양교육에 참여한 성인학습자의 학습 경험과 그 의미 형성과정을 안드라고지 이론의 틀에서 분석하였다. 30대 이상 성인학습자 7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심층 면담을 실시하고,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통해 핵심적인 의미를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타났다. 첫째, 참여자들은 교양교육을 실생활, 가족관계, 직업적 경로와 밀접하게 연결된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인식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개인 정체성을 확장하는 매개로 활용하였다. 특히 실용적 지식에 대한 요구는 기능적⋅직업적 역량을 넘어 인문학적 학습 욕구로 확장되는 경향을 드러내었다. 둘째, 학습 과정은 성찰과 심리적 치유를 통해 내재적 동기와 자기주도성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안드라고지의 핵심 원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셋째, 성인학습자들은 대학의 제도와 교수⋅학습 문화 전반에 걸친 성인 친화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상호 존중에 기반한 학습 환경의 공동 설계자로서 주체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결과는 고전적 안드라고지 이론의 의의와 함께 그 한계도 드러낸 것으로, 성인학습자의 삶의 맥락을 반영한 이론적 재구성과 실천적 확장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교양교육이 자기 성장에서부터 세대 간 대화와 시민적 참여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명하며, Knowles의 고전적 틀을 넘어 다양한 성인학습 이론과의 비판적 접합을 통한 포용적이고 성찰적인 고등교육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adult learners’ experiences of learning and meaning-making in university-level general education through the theoretical lens of andragogy. Drawing on semi-structured, in-depth interviews with seven learners aged 30+, thematic analysis yielded three principal findings. First, participants perceived general education as a practical learning space intertwined with everyday life, family relations, and work trajectories, using the curriculum to reinterpret prior experiences and (re)construct identity. Notably, their pursuit of ‘practical’ knowledge encompassed a growing humanistic orientation beyond functional skills. Second, learning processes promoted intrinsic motivation and self-direction, often mediated by reflection and psychological healing—features consonant with core principles of andragogy. Third, participants called for adult-responsive transformation of university systems and pedagogical cultures, positioning themselves as co-constructors of mutually respectful learning environments rather than passive recipients. Collectively, these findings illuminate both the value and the limits of classical andragogy, indicating a need to extend the theory in light of adults’ lived realities. The study highlights the potential of general education to serve as a platform not only for personal growth but also for intergenerational dialogue and civic participation. Ultimately, it calls for critical engagement with a broader repertoire of adult learning theories beyond Knowles’ framework to inform a more inclusive and reflexive model of higher education.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고등교육을 통해 평생에 걸쳐 배우고 다시 배우며 지속적인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자기 쓰임새를 높이고자 하는 ‘포스트-전통적’ 성인학습자(post-traditional learner)(Soares, 2013)의 물결이 예고되고 있다(Reischmann, 2014). 따라서 이들이 진학한 고등교육기관에서의 교양교육 경험과 이에 대한 인식을 심층적이고 면밀하게 탐구할 필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교양’의 근본적인 개념과 교양교육이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새로운 교육 소비자이자 학습 주체로서의 성인학습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점을 모색하고 균형을 조율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교양교육과정에 대한 담론과 설계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에서 ‘성인학습자’는 법률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평생교육법은 대상자 규정보다 평생교육의 활동 범위를 규정할 뿐이며, 고등교육법 역시 특별전형이나 수업 운영 완화 같은 정책 문맥에서 용어를 사용할 뿐 용어 자체의 정의 조항은 두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성인학습자를 자율성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맥락의 과제를 스스로 조정하고 성찰을 통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학습자로 본다(Knowles, Holton, & Swanson, 2015; Kolb, 1984; Mezirow, 2000; Merriam & Bierema, 2014).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대학이나 사업 단위의 내부 규정이 만 30세 이상, 재직자 등과 같은 운영상 기준을 마련해 사용한다. 국제 비교에서는 대체로 25~64세(또는 25~79세) 인구의 형식, 비형식 학습 참여율로 성인학습을 파악한다. 이러한 법적, 이론적, 통계적 양상을 종합하는 가운데 본 연구는 대학 (재)진학과 후학습자에 초점을 두고, 성인학습자를 ‘30세 이상에 해당하고, 정규학교 밖 평생학습에 참여했거나(하거나) 대학 학업을 후학습 경로로 이수한(하는) 사람’으로 조작적 정의하고자 한다. 이 정의는 국내 행정 맥락에서 통용되는 30세 기준을 반영하는 동시에 국제 지표와의 비교가 가능한 연령과 활동 기준을 명시한다.
오늘날 성인학습자의 고등교육 참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양교육이 이들의 삶의 맥락과 학습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이 제기되고 있다(김혜경 외, 2019; 서성수, 심미경 2021; 윤선응, 이희수, 2022). 아울러 대학의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LiFE) 본격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성인학습자를 위한 대학 교양교육에 관한 연구가 확대되어 왔으나(오윤경, 곽병철, 2025), 여전히 그 수는 제한적이고, 연구 범위 또한 구조적 개선이나 제도 설계 차원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선행 연구들은 교양교육의 운영 체계, 교과목 개발, 만족도 및 수요 조사 등 제도적⋅정책적 차원의 접근에 집중되어 있으며, 성인학습자의 개별 경험이나 주관적 인식을 심층적으로 조망하는 연구는 드문 실정이다.
예를 들어, 김성연(2022)은 고등교육의 평생학습 체계로서의 재구조화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김혜경 외(2019)는 성인학습자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서성수와 심미경(2021), 심미경(2022), 주민재 외(2021a, 2021b), 윤수정 외(2025)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성인학습자의 교양교육 요구나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가 집단적 설문이나 제도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성인학습자가 대학 교양교육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의미를 구성하며, 어떤 방식으로 자기 변화를 경험하는지를 탐색한 연구는 거의 없다. 나아가 안드라고지 성인학습 이론과 같은 체계적 이론 틀을 활용하여 성인학습자의 학습 경험을 분석한 실증연구도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성인학습자가 대학 교양교육에 참여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어떻게 교양교육을 인식하고, 어떠한 의미를 구성하는 지를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성인학습 및 성인교육 이론의 핵심 개념을 분석 도구로 활용하여, 기존의 제도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성인학습자의 관점에서 교양교육의 실질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성인학습자 중심의 교양교육 담론을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대학에 진학한 성인학습자들이 정규 교양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지, 그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의미화하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특히 성인학습자의 학습 특성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안드라고지 관점을 분석의 틀로 삼아 교양교육 참여 경험을 해석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성인학습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양교육 담론을 확장하고, 보다 학습자 중심적이고 의미 기반적인 교양교육 설계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상기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의 연구문제를 수립하였다.
첫째, 성인학습자는 자신이 참여한 대학 교양교육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의미화하는가?
둘째, 안드라고지 관점에서 성인학습자가 인식하는 대학 교양교육 경험은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가?
2. 이론적 배경
2.1. Malcolm Knowles의 안드라고지 원리
안드라고지는 성인학습을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는 이론과 실천의 틀로,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북미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Malcolm Knowles(이하 Knowles)의 영향으로 자기주도성과 학습자 중심의 인간주의적 교육모델로 정립되었고, 다른 국가에서는 평생교육을 포함한 성인의 다양한 학습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이자 학문적 개념으로 인식된다. 이 개념은 아동 중심의 페다고지(pedagogy)와 구분되는 성인교육의 원리로 기능하면서 교육 실천, 교수 방법, 교육적 가치 등 여러 층위에서 혼용되고 있다.
안드라고지라는 용어 자체는 1833년 독일의 Alexander Kapp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으며,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이론적, 제도적 발전을 거쳤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Kapp는 『Plato’s Educational Ideas』라는 저서에서 ‘인간은 평생학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개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1920년대 독일에서는 성인교육이 이론화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학자들은 ‘Andragogik’이라는 용어를 부활시켜서 성인교육에서 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명시적인 성찰의 집합체를 표현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안드라고지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유고슬라비아 등의 성인교육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67년, 미국의 Knowles가 유고슬라비아 학자 Dusan Savicevic로부터 이 개념을 소개받고, 자신이 해석한 안드라고지 개념을 담은 「Andragogy, Not Pedagogy」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을 통해 북미 전역과 영어권 국가들에서 안드라고지는 Knowles와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학습의 범주가 제도권 교육을 넘어 사회운동, 디지털 학습,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성인교육(adult education)’은 점차 ‘성인의 교육(education of adults)’이라는 더 넓은 개념 속 일부로 재인식되었다(Reischmann, 2004, 2024).
대학이라는 형식교육 환경 내에서의 성인학습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는 본 연구는 성인학습의 특성을 이해하고 논의하기 위해 Knowles의 협의의 안드라고지 개념에 기반하고자 한다. 먼저, 그가 정의하는 ‘성인(adult)’의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Knowles는 생리학적이거나 법적 정의 보다는 사회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두 개의 핵심 질문을 통한 정의를 시도했다. 첫째는 누가 성인처럼 행동하는가? 다시 말해 누가 성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이다. 둘째는 누가 스스로를 성인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모두 ‘정도의 문제’로 답할 수 있다. 첫 번째 기준에 따르면, 한 개인은 문화적으로 성인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 이를테면 노동자, 배우자, 부모, 시민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때 성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삶에 본질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인식할 때, 그 사람은 성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Knowles는 이러한 질문들 역시 사회문화와 개인의 특수한 맥락에 따라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병들거나 사망한 부모를 대신해 가계를 책임지는 경우, 이는 일정 부분 성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Knowles, 1980).
그렇다면 안드라고지는 무엇인가? Knowles는 안드라고지를 “아이를 가르치는 예술과 과학으로서의 페다고지와는 달리 성인이 학습하도록 돕는 예술과 과학(the art and science of helping adults learn, in contrast to pedagogy as the art and science of teaching children)”(Knowles, 1980, p. 43)으로 정의하고, 성인학습자가 아동과 구별되는 여섯 가지 특성 내지는 원리를 [그림 1]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는 ‘자기주도성’이다. 성인학습자는 특정 상황에 따라 의존적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주도성을 추구한다. 둘째는 ‘축적된 경험’이다. 사람들이 성장하고 발달함에 따라 축적되는 경험도 증가하는데, 이는 학습의 자원으로 기능한다. 셋째는 ‘실생활 문제 중심’이다. 성인은 실제 생활 과업과 문제 중심으로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넷째는 ‘즉각 적용할 수 있는 학습 선호’이다. 성인의 학습은 즉각적으로 실제에 적용될 수 있는 학습을 지향한다. 다섯째는 ‘내재적 학습 동기’이다. 성인학습자는 대부분 내적 동기를 갖고 학습을 추구한다. 여섯째는 ‘학습 이유의 인식 선행’이다. 성인학습자는 자신이 왜 공부하고 배우는 지에 대한 이해를 갖고 학습에 임하고자 한다(Knowles, 1984).
Malcolm Knowles(1984)의 안드라고지 성인학습 원리
이러한 안드라고지는 이론으로서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아동 중심의 전통적인 페다고지와 구별되는 성인학습만의 독자적인 개념을 제공하는지, 성인이 학습하면 바람직한 방식인지, 실제로 학습하는 방식에 관한 것인지, 모든 성인학습자와 다양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의심과 비판을 받아왔지만(Gordon & Ross-Gordon,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의 학습 현상과 특성을 이해하는데 여전히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개념 틀로서 활용되고 있다(Merriam & Bierema, 2014).
2.2. 국내 선행연구 분석
오늘날 대학에 진학하는 성인학습자가 증가함에 따라, 대학의 교양교육이 이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성인학습자를 위한 대학 교양교육에 관한 연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소수의 제한된 연구에 머물러 있다.
선행연구들은 주로 대학 교양교육의 체계 개편, 교과목 구성 방식, 학습자의 만족도 및 요구 분석 등 제도적⋅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예를 들어, 김성연(2022)은 평생교육시대 고등교육의 공적 역할과 학습복지 실현을 강조하며, 대학 교양교육이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평생학습 체계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서교육을 사례로 하여 중등-고등-성인학습 연계와 단계적 교육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책적⋅제도적 논의는 풍부하지만, 이 논문만으로는 성인학습자 당사자의 경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김혜경 외(2019)는 평생교육단과대학의 사례와 요구조사 결과를 통해 성인학습자의 자기주도성, 경험 중심성, 경력단절, 일⋅학업 병행 등의 특성을 교육과정 설계에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연구 역시 성인학습자의 특수성을 드러내며 정책적⋅실천적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개별 성인학습자가 교양 학습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깊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서성수, 심미경(2021)의 연구는 재학생, 교수진, 예비학습자,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폭넓은 설문조사와 면담을 통해 성인학습자의 교양교육 요구와 만족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성인학습자들은 실용적이고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양과목과 유연한 학사운영을 선호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특히 심미경(2022)은 교수자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성인학습자 전담 단과대학 교양교육 운영의 현장 문제와 개선 방향을 심도있게 조명하였다. 교수자들은 학사행정의 한계, 교수법,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만, 이 역시 실제 성인학습자가 교양교육 학업 참여를 통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구성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제공하지는 않는다. 주민재 외(2021a, 2021b)는 의사소통교육 분야에 한정해 교수자와 학습자의 요구, 운영 실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성인학습자들이 실생활 적용 가능성과 자율적 학습환경에 대한 높은 요구를 보인다는 점에서 서성수, 심미경(2021)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성인학습자 개인의 교양교육 경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한편, 윤수정 외(2025)는 사이버대학 중장년층 학습자를 대상으로 교양교육 만족도와 요구를 실증적으로 조사하였다. 전반적 만족도, 과목 다양성, 이수 체계, 수요 기반 과목 개발의 필요성 등이 확인되었으나, 성인학습자가 교양교육 참여를 통해 경험하는 인식의 변화, 의미 구성의 모습에 대한 질적 탐색은 부족하다.
이처럼 국내 선행연구들은 주로 성인학습자 교양교육 경험의 제도적⋅구조적 측면 또는 수요 기반 개선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인대학생이 대학 교양교육에 참여하는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의미화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더불어, 기존 연구들은 교양교육의 성인 친화적 개선 또는 제도적 혁신을 논의하면서도 안드라고지나 다양한 성인학습 이론 등 체계적인 이론적 틀을 실증적 분석에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성인학습자 특성을 일반적이고 개념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고, 실제로 안드라고지의 자기주도학습, 경험학습, 내적 동기 등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성인학습자가 교양교육을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하는지를 분석한 실증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3. 연구방법
3.1. 질적 연구
본 연구는 성인학습자가 대학에 입학하여 교양교육에 참여하면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는지를 안드라고지 이론에 기반해 탐색하고자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질적 연구는 해석적 패러다임(interpretive paradigm)에 기반한다. 해석적 패러다임의 주요 가정은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지식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질적 연구에서 주요 도구는 ‘연구자’이다. 질적 연구자는 참여자의 관점과 경험이 지닌 개별성과 의미 중심성을 중시하면서 그러한 경험의 다층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재해석된 형태로 설명한다(Merriam & Tisdell, 2016; Bloomberg & Volpe, 2016). 실증적 패러다임에 기반하는 양적 연구가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면, 해석적 패러다임에 기반하는 질적 연구는 현상에 대한 ‘이해’와 ‘발견’을 추구한다. 따라서 질적 연구의 목적은 양적 연구와 달리 일반화에 있지 않고, 양적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 개념이 적합하지 않다. 대신 연구의 진실성과 일관성의 추구가 중시되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삼각측정(triangulation), 풍부한 기술(thick description), 연구참여자 확인(member checks), 동료평가(peer-review) 등의 전략들이 활용된다(Cranton & Merriam, 2015; Merriam & Tisdell, 2016).
연구자는 한국 내 대학에 진학한 성인학습자의 개별 교양교육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선행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시하고, 질적 연구에서 기본이 되는 방식들을 활용하였다. 첫째, 자료 수집을 위한 방식으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질의응답하고 대화하는 ‘면담’을 선택했다. 연구참여자의 상황을 고려하고 그 의사에 따라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면담을 진행하였다. 둘째, 자료 분석 방법으로 ‘주제 분석’을 활용했다. 셋째, 연구의 진실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참여자 확인’과 ‘공동코딩’ 및 ‘동료검토’의 전략을 채택했다.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참여자 선정, 자료 수집, 자료 분석의 과정과 연구의 진실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한 방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2. 자료 수집
양적 연구가 통상 확률표집을 통해 모집단에 대한 추론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반면, 질적 연구는 맥락적 이해와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 이론적 타당성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질적 연구자는 연구문제와 이론적 관심에 비추어 맥락적 다양성과 현상의 폭을 적절히 포괄할 수 있는 사례를 전략적으로 선정한다. 이때 단순히 우연적이지 않은 목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사례를 선택하는 의도적 또는 목적적 표집(purposive/purposeful sampling)을 많이 활용한다. 의도적 표집은 연구목적에 부합하고 연구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참여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집단에서 관련성이 높은 참여자를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아는 사람이나 이미 섭외한 연구참여자로부터 참여자 후보를 소개 받는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의도적 표집의 한 유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Mason, 2002/2010; Noy, 2008; Patton, 2015).
연구자는 「LiFE 사업 참여 중장년 대학생의 학업 어려움과 극복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에서 학업 전반에 관해 풍부한 의미를 제공했던 참여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재연락하고, 연구참여 의뢰와 동의 과정을 새로 거쳐 대학 재학 과정 중의 교양교육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심층면담을 갖기로 하였다. 또한 이들의 지인이나 학업 동료들 중 연구목적에 적합한 성인학습자를 탐색하고 연계해줄 것을 요청하여 소개받고, 또한 개별적으로 연구 참여를 의뢰해 동의를 받았다. 아울러 성인학습 전담 대학 학과장들에게 연구의 배경 및 취지를 설명하고 학업 중이거나 졸업한 성인학습자를 추천받아 동일한 절차로 동의를 얻었다. 이주 배경을 가진 외국인 출신 성인학습자 3명과도 면담을 수행하였으나, 이들의 고등교육 경험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과거의 일이고, 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요구가 선주민 연구참여자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여 분석 및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종 선정한 연구참여자들의 최소한의 기본배경은 <표 1>과 같다. 40~50대의 여성이 많은 편이긴 하나, 대학 학업 중 직업, 대학 유형, 대학 소재지, 학업 단계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이 높아 개별적인 맥락에서 풍부한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인학습자의 대학 교양교육 참여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창출하기 위해 일대 일 개별 면담을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활용하는 면담은 보통 심층적이고, 반구조화된(semi-structured) 또는 느슨하게 구조화된(loosely structured) 형태의 면담을 가리킨다. 이러한 반구조화된 면담은 공식적인 질문과 답변의 형태라기보다 대화나 논의의 상호작용적 교환의 형태를 지니며, 이를 통해 자료와 지식이 창출된다고 가정된다(Burgess, 2002). 다시 말해, 질적 면담은 단순히 지식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구성하거나 재구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Mason, 2002/ 2010).
사전에 면담을 위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개발하여, 성인학습자들에게 연구참여를 의뢰할 때 제공하고 면담의 윤곽을 이해하도록 했다. 질문지의 내용은 성인학습자의 대학 학업 경험에 관한 선행연구들과 연구자가 수행한 기존 연구들에 기반하여 크게 대학 진학 동기, 전반적인 대학 학업 경험, 그 중 교양교육 학업 경험으로 구분했으며, 각 영역별 질문을 <표 2>와 같이 구성하였다. 대학 진학 동기와 전반적인 대학 학업 경험에 대해 묻고자 한 이유는 이론적으로 구축된 선지식과 아울러 참여자들이 이야기하는 교양교육 경험과 그 의미를 둘러싼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면담에 앞서 대학 교양교육 학업 이력(이수 교과목 내역)을 요청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교양학습 경험을 미리 구체적으로 회상하고 면담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자는 사전에 대학 교양교육의 본질⋅목적⋅개념에 관한 이론 검토와 정리를 완료하였다. 다만 면담 전에 이러한 내용을 참여자에게 선제적으로 안내할 경우, 참여자의 선이해를 유도하거나 응답을 각본화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사전 설명은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면담 현장에서는 연구자의 이론적 관점과 참여자의 경험적 관점이 상호작용하도록 질문을 개방적으로 구성하고, 필요시 추가 질문과 되묻기를 통해 의미를 명료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현상학적 개방성을 유지하고, 연구자 영향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였다.
실제 면담은 <표 3>과 같이 2024년 6월 26일부터 2025년 1월 28일 사이에 연구참여자들이 원하는 일시에 Zoom 화상회의 도구를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면담 시간은 개인별 이야기의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면담 섭외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진 가벼운 대화부터 본 면담과 면담 후 부가적인 상호작용까지 포함하면 평균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각 면담이 종료된 직후, 연구참여자에게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사전 동의에 따라 모든 면담 내용을 녹음하였으며, 분석을 위해 클로바노트(ClovaNote) 도구를 활용해 녹음 내용을 일차 전사(轉寫)하였다. 그런데 클로바노트의 작동 결과에 오류가 적지 않아서, 면담을 직접 진행한 연구자가 녹음파일을 다시 들으며 내용을 확인하고 연구참여자의 원래 이야기가 빠짐없이 정확하게 기록되도록 했다.
3.3. 자료 분석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은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가 참여자의 경험에 내재된 초점, 의미, 핵심을 파악하고자 할 때 활용하는 방법으로, 반복적이고 의미 있는 패턴을 식별하고 구조화하며, 이를 개념적으로 조직하는 분석 절차를 포함한다. 주제(theme)는 특정 경험의 본질을 드러내는 핵심 요소로서 형태 없는 것을 구조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Braun과 Clarke (2006, p. 87)에 따르면, 주제 분석은 6단계의 순차적 과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1단계는 자료에 익숙해지는 단계(familiarizing yourself with your data)이다. 자료를 전사하고, 반복해서 읽으며, 초기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2단계는 초기 코드를 도출하는 단계(generating initial codes)이다. 자료 전체에서 흥미로운 특징들을 체계적으로 코딩하면서 각 코드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다. 3단계는 주제를 찾는 단계(searching for themes)이다. 초기 코드를 잠재적 주제로 통합하고, 각 주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은다. 4단계는 주제를 검토하는 단계(reviewing themes)이다. 코딩된 자료 추출물과 전체 자료 집합의 관계에서 각 주제가 자료의 의미 있는 패턴과 관련 내용을 잘 나타내는지 검토하고, 분석 결과를 시각화한 주제적 지도(thematic map)를 작성한다. 5단계는 주제를 정의하고 명명하는 단계(defining and naming themes)이다. 각 주제의 구체적 내용을 정교화하고, 분석이 전달하는 전체 서사를 다듬기 위해 지속적으로 분석을 수행하여, 각 주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름을 생성한다. 마지막 6단계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분석을 최종 마무리하는 단계(producing the report)이다.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자료 발췌문 예시를 선별하고, 선택된 발췌문에 대한 최종 분석을 수행하며, 분석 결과를 연구문제와 선행연구에 다시 연계하여 해석을 정교화하고, 학술적 보고서로 작성한다.
이러한 주제 분석의 6단계를 적용하여 본 연구의 실제 자료 분석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연구참여자별 전사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연구문제와 관련된 의미가 밀도 있게 담겼다고 판단되는 단어, 어구, 문장, 단락을 찾아 색으로 표시하고, 그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어구나 아이디어를 메모로 남겼다.
두 번째, 표시한 부분들 중 이해가 가장 명확하고 생생한 부분을 엄선하여 연구참여자별 자료로 발췌, 정리하고, 요약해둔 어구를 그때로 또는 수정하여 코드명으로 삼았다(codes). 이때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전후 맥락이 누락되어 이후 코드명만 보고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경우 코드명에 괄호를 추가하고 그 안에 해당 맥락을 간결하게 기재했다.
세 번째, <표 4>와 같이 연구참여자별 정리한 코딩본을 엑셀파일로 하나로 통합하고, 각 코드와 안드라고지 원리와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연관이 있다면 어떤 원리와 관련 있는지를 별도 란을 만들어 기재했다. 연관성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판단되면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안드라고지의 6개 원리별로 해당 코드들을 통합해가며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재배치했다. 이때 코드에 따라서는 두 개 이상의 안드라고지 원리와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도 있었다.
네 번째, 범주화한 잠재적 주제들이 그 포괄하는 코드들과 해당 자료의 내용을 잘 수렴하여 의미 있게 대표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 결과를 시각적인 하나의 표로 완성했다.
다섯 번째, 범주들의 명칭을 안드라고지 원리가 아닌, 코드들이 드러내고 함축하고 있는 내용 중심으로 다시 분석을 수행하여 기존 범주를 변경, 삭제, 해체, 재통합하거나 정교화하고 한 단계의 상위범주화 과정을 더 거쳤다. 이 과정에서 재정립되거나 도출된 범주들(categories), 주제들(themes)에 보다 명확한 이름을 부여했다. 아울러 다시 하위 범주와 코드로 내려오며 검토하는 과정과 다른 주제 체계 내용과의 비교 분석을 지속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표 5>와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최종 도출된 주제들의 안드라고지 원리 지지 여부를 판단, 해석했다. 그리고 각 주제와 하위범주를 가장 인상적이고 설득력있게 드러내는 참여자 이야기를 선별, 발췌하고, 재검토와 분석을 실시하여 분석 결과를 연구문제와 선행연구와 연계해 해석을 정교화하고 학술적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3.4. 진실성과 일관성 확보 방안
질적 연구는 연구자가 특정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현상의 의미를 참여자의 시각에서 깊이 있게 탐색하고 해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실증주의에 기반한 양적 연구가 객관적 측정과 일반화 가능성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질적 연구는 참여자의 경험을 신뢰성 있게 반영하기 위한 ‘진실성’과 연구 전반의 ‘일관성’을 중시한다. 진실성은 연구 결과가 연구참여자의 실제 경험과 그 맥락을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는지를, 일관성은 연구 과정과 해석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수행되었는지를 나타낸다(Lincoln & Guba, 1985; Merriam & Tisdell, 2016). 본 연구는 이러한 진실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자 검토’, ‘맥락적 기술’, ‘동료(연구자) 검토’의 세 가지 전략을 활용하였다. 특히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와의 충분한 상호작용을 통해, 공통된 이해와 해석의 합의를 바탕으로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4. 연구결과
본 연구는 대학에 진학한 성인학습자들이 정규 교양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대학 교양교육 경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의미화하는지를 탐색하고, 이를 안드라고지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실시한 면담 내용을 주제 분석한 결과, 3개의 핵심 주제와 이를 구성하는 7개의 하위 범주가 <표 4>와 같이 도출되었다. 이중 2개의 대주제는 Knowles의 안드라고지 원리에 대체로 부합하고, 1개의 대주제는 안드라고지 원리와 다르거나 별도의 맥락적 해석이 필요한 하위 범주를 포함한다.
4.1. 삶과 밀착된 실용적⋅맥락적 학습 추구- 안드라고지 원리 지지
본 연구에서 첫 번째로 도출된 핵심 주제는 ‘삶과 밀착된 실용적⋅맥락적 학습 추구’로, 이는 안드라고지의 핵심 원리들 중 축적된 경험의 활용, 즉각 적용 가능한 학습 선호, 실생활 문제 중심성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 대주제는 ‘삶의 깊이와 폭에 비례하는 학습의 깊이’, ‘실생활에 적용도 높은 학습 선호’, ‘자기 고양과 삶의 가치 확대’로 명명될 수 있는 하위 범주들을 포함한다.
우선 ‘삶의 길이와 폭에 비례하는 학습의 깊이와 의미’라는 범주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일정한 삶의 궤적을 지난 후 다시 대학 교육을 접하면서, 과거 청년기 학습과는 질적으로 다른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참여자 1]과 [참여자 4]는 성인기에 이루어진 학습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자신이 살아온 삶의 맥락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절절하고 유의미하게 다가온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참여자 1]의 경험이다.
20대 때 대학생이 받아야 할 교양교육을 받고 지금 40대에 와가지고 성인학습자가 받아야 하는 교양교육을 받았잖아요. 그 관점에서 보면 20대 때는 1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 수업에 대해서 관심도가 없었었어요. (중략) (그런데 지금 교양 학업은) 도움이 많이 돼요. 수업 많이 들으면서 그러면서 지식적으로 그냥 알고 있던 것들이 쌓이는 것 같은 저희 성인학습자들은 지식적으로 많이 느는 게 보이고 앎의 수준이 조금 높아져요. 왜냐하면 아니 저 힘든 것도 있었고 그 삶의 희로애락을 많이 겪잖아요. 그러면서 아 이게 이래서 내가 힘들었었구나 이런 것도 많이 느꼈다고.[참여자 1]
또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학습 선호’ 범주에서, [참여자 1], [참여자 2], [참여자 3], [참여자 4], [참여자 6], [참여자 7]은 직업능력, 일상생활, 경력 개발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여자 4]는 교양과 전공의 의미 있는 통합 가능성을 제안하며, 교양교육이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실질적 연계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결과는 성인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단순히 외재적, 수단적으로만 규정하고 폄하하는 기존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오히려 실용적 학습에 대한 선호는 안드라고지 이론이 강조하는 실제적 문제해결 중심성과 즉각 적용성 선호에 정합적이다. 다음은 [참여자 2]와 [참여자 4]의 진술이다.
얘기하니까 저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근데 학교도 성인학습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져야 되고요. 전공도 중요하지만은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의 역량이라든지 스킬이라든지 이런 거 키울 수 있는, 또 그 다음 내가 어떻게 살아갈 삶이 성인학습자들한테는 제일 중요하잖아요.[참여자 2]
전공하고는 별개로 이게 배우면서 접목시켜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과목을 제가 선택했기 때문에 저는 상당히 좋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4]
연구참여자에 따라서는 ‘실용적’, ‘실질적’이라는 표현이 단지 직업 및 경력 차원의 의미에서 쓰이고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참여자 1]은 생활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교양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고, 특히 세대 간에 각자 어렸을 때의 역사 학습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를 제대로 균형잡히게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양 쪽에서는 그러니까 실질적인 교육이 왔으면 좋겠고 성인 학습자들이 느꼈던 교양은 네 진짜 인문학적인 교양들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중략) 역사를 제대로 아는 교육도 필요한 것 같고요. 우리가 그냥 어렸을 때 이거를 모르시고 오신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렸을 때 배워. 이게 다 세대가 틀리잖아요. 세대가 다르다 보니까 저희가 배웠을 때는 더 중점적으로 했던 게 있고. 근데 근세를 모르잖아요. 저희가 현대사를 진짜 겉핥기 식으로 조선시대까지만 확실히 알겠어. 그래 그래. 저기까지는 일제시대 때까지도 확실히 알겠어. 그 후부터는 진짜 잘 몰라요, 사람들.[참여자 1]
마지막으로 ‘학습의 가치 확대로 이어지는 자기 고양(高揚)’ 범주는, 성인학습자들이 교양교육을 단순히 졸업 요건 충족이나 학점 취득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사회적 역할의 확장을 위한 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 1], [참여자 2], [참여자 5], [참여자 7]은 교양 학업을 통해 자신의 내실과 효능감을 더욱 향상하고, 삶과 사회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며, 나아가 공동체 참여, 사회적 기여로의 확장을 학습의 의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Knowles가 말한 성숙한 자아로서의 학습자상과도 일치하며, 교양교육이 단순한 과목 수강이나 전공교육의 보조적 또는 주변적 위치를 넘어 삶의 방향성과 존재 가치를 재구성하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참여자 2]는 이렇게 진술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게끔 하는 게 교양과목인 것 같아요. 전공은 우리가 산업 쪽에서 일을 하듯이 한 분야만 파고드는 거하고 똑같은 개념이 되는 거고요. 교양은 또 사회 여러 분야들을 이렇게 내다볼 수 있는, 또 자기 삶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내다볼 수 있는 그런 안목들을 많이 키울 수 있는 그런 과목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러니까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거고요. 또 사회문제가 그전에는 솔직하게 불합리한 사회문제가 발생을 했을 때 저는 그 당시에는 학교 가기 전에는 솔직하게 쳐다보지도 않았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이거를 고쳐야 됩니다. 이게 바른 길입니다. 이렇게 말하지도 않았고요. 근데 지금은 그래도 뭔가 배웠으니까 이 사회에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까 이게 불합리하면은 이거에 대해서 100% 고칠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2]
성인학습자에게 대학의 교양교육은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지식과 기술을 실용적으로 익히는 과정일 뿐 아니라, 삶의 경험을 반영하고 학습의 맥락을 스스로 구성해 나가는 성찰적 탐색의 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기존의 자아와 사회적 위치를 되돌아보고, 개인적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은 안드라고지 이론에서 강조하는 삶 중심성과 경험 기반 학습의 원리와 부분적으로 맞닿아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학습이 정체성의 재구성과 사회적 실천의 계기로 이어지는 가능성도 관찰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개인 차원의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 간 공감 형성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확장으로 연결될 여지를 보여준다. 이는 교양교육이 성인학습자에게 보다 공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의미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2. 학습자의 내면적 동기와 자율성 추구- 안드라고지 원리 지지
두 번째로 도출된 대주제는 ‘학습자의 내면적 동기와 자율성 추구’로, 이는 Knowles의 안드라고지 원리 중 내재적 동기,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학습 이유의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주제는 두 가지 하위 범주, 즉 ‘내재적 동기와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학습 이유에 대한 인식과 주체적 선택 욕구’로 구성된다.
‘내재적 동기와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범주에서는, 성인학습자들이 교양교육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발표 등의 활동 속에서 초기의 두려움을 해소해 가며, 점차 학습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더 배우고 싶다는 학습 욕구의 내적 확장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 1], [참여자 2], [참여자 4], [참여자 5], [참여자 7]은 학습 그 자체에서 얻는 인식의 확장, 지적 충족감, 감정적 울림 등 내적 보상을 통해 학습을 지속하고자 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러한 발화는 안드라고지에서 강조하는 성인의 자기주도적, 자율적 학습성향이 실제 학습 경험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강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저희는 부모 라이프 스킬이라고 해서 태어나 부모가 되면서부터 나이 든 성인들을 바라보는 그것도 있잖아요. (중략) 경험 안 해보고 듣는 거 하는 거라서 시행착오가 정말 많은데 그거를 미리 한 번쯤 이런 것들을 가정 시간에 저희가 배우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배웠던 진짜 짤막한 진짜 몸의 생리적인 것만 배운 거라서 그거를 배우면 좋겠구나. 20대들이 배우면 더 좋겠고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참여자 1]
깨달음이라고 해야 되나. (중략) 약간 좁았던 저만의 제가 혼자만 생각했으면, 저만의 그런 길로만 갔으면은 제가 보는 시야가 항상 외골수적으로 좁더라고요. 혼자 생각을 많이 하고, 근데 다른 분들 얘기를 많이 듣고 내가 이렇게 고집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고 이게 정답은 아니라.[참여자 4]
아울러 [참여자 2], [참여자 4], [참여자 7]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새롭게 접하면서 지적 자극과 학습의 기쁨을 경험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하였다.
다른 학과의 그 과목을 맛보면서 조금 알아간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조금 알아간다는 그런 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4]
졸업장 때문에 여기를 들어오긴 했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까는 너무 좋은 거에요. 재미있는 거에요. 새로운 거를 알아가는 그 분야에 대해서. (중략) 후회 없이 공부를 해봤어요. 그래서 참 행복했어요.[참여자 7]
또한 ‘학습 이유에 대한 인식과 주체적 선택 욕구’ 범주에서는, 교양교육은 특히 학습자가 자신이 왜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목적의식이 모호할 경우, 수업 몰입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자 1], [참여자 2], [참여자 3], [참여자 5], [참여자 6], [참여자 7]은 자신이 수강하는 교양수업의 목표와 실질적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며, 수업 선택 과정에서 보다 주체적인 결정권과 선택지를 보장받고 싶다는 요구를 나타냈다. 동시에 이들은 교양교육 체계가 성인의 학습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때때로 ‘청년 학생을 위한 보편교육’이라는 고정된 틀 속에서 성인의 학습 동기와 학습 몰입이 저해될 수 있음을 비판했다. 이는 자기주도성의 여부를 넘어서, 학습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학습의 맥락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구성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된다.
그냥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이 있으면 그냥 해야 되는 수업인 거고 온라인 수업이 있으면 그냥 들어야 되는 듣고 그냥 과제해야 되는 이 정도지 이런 교양에 대해서 크게 뭐 기대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 그냥 해야 되는 숙제 같은 느낌.[참여자 5]
정해주시니까 제가 정말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지 내가 그걸 선택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이게 관심이 가는 부분, 또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고 그걸 모르겠어요. (중략) 그냥 시키니까 해야 되는구나 그냥 시간표 짜져서 이게 하는 거구나라고 알고 그냥 그렇게 저는 생각하고 있었어요.[참여자 6]
이상의 결과는 성인학습자가 단지 자율성과 내적 동기를 지닌 존재로 단정되기보다, 학습 맥락과 제도적 조건에 따라 그들의 동기와 주체성이 실제로 어떻게 촉진되거나 제한되는지를 세심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성인학습자의 학습 동기는 개인 내부의 성향이나 열망만이 아니라, 삶의 전환기적 요구, 사회적 역할 변화, 실천적 필요 등 복합적 요소들과 맞물려 구성되는 맥락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안드라고지 이론에 대한 정교하고 상황 기반적인 해석이 요구된다.
4.3. 교양교육의 성인 친화적 ‘상호 전환’ 요구- 맥락적 재해석 필요
세 번째로 도출된 대주제는 ‘교양교육의 성인 친화적 상호 전환 요구’로, 대학의 교양교육 체계가 전통적으로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온 현실 속에서, 성인학습자의 삶의 맥락과 요구를 제도, 운영, 관계 차원에서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성인학습자 또한 교육 환경과 다양한 주체를 이해하고 조응하려는 태도를 요구받는다는 점을 포함한다. 여기에서 ‘상호 전환’은 성인학습자가 대학의 제도와 환경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거나, 반대로 대학이 성인의 특성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이분법을 넘어 교육과정과 성인학습자, 교수자와 학습자, 제도와 개인 간의 상호 이해와 조율을 통해 교육환경을 재구성해나가는 상호적 실천의 과정을 의미한다. 즉, 교육 주체 간 상호 존중과 협력 속에서 성인 친화적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안드라고지 원리와는 또 다른 해석적 틀이 요구된다.
이 대주제가 포함하는 하위 범주는 ‘이질감과 어색함 너머의 도전과 극복’과 ‘상호작용적⋅감정적 연결이 있는 수업 요구’로 구분된다. 먼저 ‘이질감과 어색함 너머의 도전과 극복’ 범주에서는, 성인학습자들을 위해 맞춤화되거나 새롭게 개발된 것이 아닌, 기존 20대 학생을 위해 녹화된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별 선택권 없이 참여했을 때 경험한 황당한 에피소드, 그리고 성인학습자 본인보다 나이 어린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에서 느껴지는 긴장 등이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참여자 1]은 교수자가 “친구들 안녕?”이라는 인사말로 수업을 시작했을 때 느낀 정체성 혼란과 위화감을 언급하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교육이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화 수업으로 돼 있는 것도 불편한데 녹화 내용도 내용이 아니라 녹화하는 교수님이 대상을 그냥 어린 학생으로 두고서 쭉 촬영한 것에 대한 생뚱맞고 이질적인 그런. (중략) (학습자들 중에는) 70대도 계세요. 근데 온라인 수업 시작할 때 “친구들 안녕” 그러는 거예요.[참여자 1]
[참여자 7]은 ‘나이 어린 교수, 나이 많은 학생’이라는 역전된 구도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적 복합성과 상호 이해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는 단순히 교수자나 학습자가 일방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문제를 넘어, 대학의 제도와 문화 전반이 의미있는 학습을 위한 상호 존중을 전제하며 조율해 나가야 할 과제를 드러낸다.
그게 학생들한테도 성인학습자들한테도 나이가 어려도 교수님이고 스승이다 라는 거를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거고, 교수님들도 또한 이 사람들은 학부생이 아닌 성인학습자들이다 그거를 인지를 하고 서로 수업을 하고 했으면 좋겠다라는 거를 서로 얘기를 해주고 하면은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그게 조금 약간 미흡했었어요.[참여자 7]
또한 ‘상호작용적⋅감정적 연결이 있는 수업 요구’ 범주는 성인학습자들이 특히 사전 녹화되어 있는 강의형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대한 강한 불편감을 느낀다는 점을 드러낸다. [참여자 3], [참여자 4], [참여자 6], [참여자 7]은 화면 너머 교수자를 비롯해 익명의 학습자들과 상호작용 없이 진행되는 수업에서 정서적 고립을 경험했으며, 교양교육이 갖는 본래의 목적이 훼손된다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 [참여자 1], [참여자 3], [참여자 7]은 어떤 형태이든 대인 간 소통이 있는 수업(예: 실시간 온라인 또는 대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대면수업, 주도적으로 몸으로 직접 행하는 참여형 수업 형태를 선호한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 6]은 프로젝트나 체험 중심 수업이 성인학습자에게 더 몰입감 있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이야기하면서, 대면과 온라인을 합리적으로 혼합한 하이브리드 수업이나 학습자가 개인의 상황에 따라 교육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는 교육 설계에 대한 요구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교양 과목들이 저희는 온라인 수업도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집중이 안 되는 부분들이 되게 많았었어요. 저희가 왜 이 나이에 한 번 듣고 두 번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되고 금방 잊어버리고 이러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수업들이 많아가지고 그게 집중이 잘 안 됐었어요. 그것도 만약에 온라인 수업이 실시간이라면 또 달랐겠죠. (중략) 온라인 수업이 진짜 집중이 많이 안 됐던 것 같아요.[참여자 3]
그냥 계속 듣는 거 말고 체험하고 현장도 나가보고 약간 뭔가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교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참여자 6]
이상의 결과는 성인학습자의 교양교육 경험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열망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교육의 제도적 틀과 운영방식, 교수자와 동료 학습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서적⋅인지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상호 전환’이라는 개념은 성인학습자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일방적 배려를 넘어, 교육환경 내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응해나가는 상호적 실천을 요청한다. 이는 교양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지닌 학습자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대주제는 안드라고지의 고전적 원리, 즉 성인의 자기주도성과 경험 존중과는 다르거나 확장된 해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성인학습자의 내재적 동기와 주체성은 교육내용의 적합성이나 교수자의 태도, 수업방식에 따라 활성화되거나 제약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의 역동 속에서 성인친화적 교육환경의 조건이 마련된다. 따라서 교양교육은 성인의 학습 맥락을 반영한 내용 구성과 더불어, 교수자-학습자 간, 학습자-학습자 간 상호 존중과 감정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교수⋅학습 설계, 그리고 성인학습자 스스로가 공동체적 책무를 자각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환경 조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5.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대학 교양교육에 참여한 성인학습자의 경험을 안드라고지 이론의 틀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성인학습자의 학습 동기와 방식, 교육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 또는 발전하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생애 궤적, 축적된 경험, 학습을 둘러싼 개인적 상황과 특성 등 다층적 맥락을 고려하는 가운데 교양교육 참여 경험이 개인의 인식과 삶에 어떻게 연결되고 의미화되는지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안드라고지 원리를 지지하거나 이를 보완⋅확장할 필요성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보여주었다. 첫째, 성인학습자에게 대학 교양교육은 실생활, 가족관계, 직업 세계 등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작용하였다. 성인학습자는 교양교육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고, 기존의 경험을 재구성하며, 정체성의 변화와 사회적 실천의 가능성을 획득하였다. 이는 안드라고지의 ‘경험 기반 학습’과 ‘삶 중심성’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교양교육의 존재론적⋅사회적 기능에 대한 해석적 확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덧붙여서, 자신의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지식에 대한 성인학습자들의 요구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경향은 서성수, 심미경(2021), 주민재 외(2021a, 2021b) 등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 면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실용적 지식은 단지 기술적⋅직업적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개인에 따라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 기초 학문 분야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학습의 이유를 스스로 명확하게 발견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안드라고지의 또다른 원리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개인의 의미 연결력, 의미 생성력의 수준과도 관련된다.
둘째, 성인학습자들은 자기주도성과 내재적 동기를 형성하고 강화하며 학습의 목적과 의미를 자율적으로 구성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교양교육이 성인학습자에게 ‘무지의 불인정’, ‘자아 성찰 부족’, ‘관계의 축소’, ‘새로운 학습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내면적 장애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적 변화는 학습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촉진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자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는 학습이 외적 목표를 넘어 새로운 앎의 기쁨, 지적 성장, 정서적 만족을 포함하는 의미 있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는 중요한 기제임을 나타낸다. 그러나 교육과정 구성과 수업 방식이 성인의 자율성과 삶의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내재적 동기와 자기주도성은 쉽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셋째, 성인학습자들은 대학의 제도⋅운영⋅관계 전반에서 성인 친화적 전환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는 대학이 단순히 성인의 특성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성인이 기존의 대학 제도에 무조건 순응하는 방식을 넘어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환경을 공동으로 재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본인보다 나이 어린 교수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위계적 긴장감, 20대 중심 수업 설계로 인한 이질감,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서의 정서적 고립 등은 성인학습자의 소외감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인학습자들은 교육과정의 수동적 수용자를 넘어 공동의 학습 환경을 구성하는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안드라고지 원리를 기반으로 하되, 보다 맥락적이고 상호성을 강조하는 관계적 학습 환경 설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성인학습자들은 특히 풍부한 인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대면 수업과 참여형⋅실천적 수업 방식을 선호하였으며, 개인의 삶과 요구에 맞춘 유연한 선택권을 요구하였다. 이는 교양교육이 다양한 연령과 삶의 맥락을 가진 학습자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변모해야 함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성인학습자들은 자신이 습득한 배움이 개인적 성장에 국한되지 않고, 타 세대와의 소통과 사회적 확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교양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세대 간 공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성인학습자의 배움이 공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기존의 제도⋅정책적 논의에서 벗어나, Knowles의 안드라고지 이론을 기반으로 실제 성인학습자의 개별 경험과 목소리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질적 주제 분석을 통해 성인학습자가 교양교육 참여 과정에서 어떻게 의미를 구성하고,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어진 배움이 한 개인의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공유와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하였다. 아울러 연구참여자의 요구 속에는 기존 안드라고지 이론을 보완⋅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 즉 대인 간 상호작용적 학습, 맞춤형 교양교육, 연령 극복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하게 드러났는데, 이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앞으로 대학 교양교육이 문제 중심, 가치 중심의 협력과 상생의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실질적 필요에 근거한 교과목 개발과 더불어, 상호작용과 협력적 학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환경 조성, 그리고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선택권 보장 등이 핵심적 과제가 될 것이다. 동시에 교양교육이 특정 세대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배움의 사회적 가치와 세대 간 공유의 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그 의미와 방향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성인학습자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교양교육 모델의 개발과 함께, 안드라고지 이론을 성인학습자의 현실적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는 Knowles 뿐만 아니라 여러 성인교육학자들의 이론과 그에 대한 비판적 논의의 확장까지 포괄하는 심화 연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는 소규모 질적 사례를 기반으로 한 탐색적 연구이기에 해석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표집 경로가 재접촉, 연쇄 추천, 학과장 추천에 의존한 만큼 특정 관계망의 특성이 자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표본 구성에서도 40~50대 여성 비중이 높아 성별, 연령 축에서 편중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성인학습자의 배경, 연령, 교육 경험을 더 폭넓게 반영하고, 표집 전략을 다변화한 확장적 후속 연구가 요청된다. 또한 실제 교양교육 운영자 및 교수자 관점을 통합한 다면적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포괄적인 교육 개선 논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