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본 논문은 대학 글쓰기 과목을 수강하는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이 학술적 글 제목에 관해 어떤 인식을 갖는지 파악하고, 각 집단의 인식 특성을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토대로 대학 글쓰기에서 효과적인 학술적 글 제목 짓기 교육 방향을 도출하고자 한다.
학술적 글쓰기는 대학 수학에 있어 필수 요소이다. 대학이 학문 공동체의 성격을 가진 곳이고, 학문적 성과의 공유와 확산에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자신의 학업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려면 필자와 독자가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글은 명료한 의미 전달에 필요한 형식적, 내용적 요소를 갖추어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학생에게는 학문 담화공동체의 관습을 고려한 학술적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대학생 상당수는 이러한 학술적 글쓰기를 익히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학술적 글을 본격적으로 쓸 기회가 드문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학술적 글쓰기의 목적과 형식, 표현 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 된 대학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학습자는 글의 논리적 구성, 각 부분의 내용 요소, 글의 형식적 요소, 표현 방식 등을 생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제목은 학습자가 겪는 이러한 문제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에 본 논문은 학술적 글쓰기의 여러 요소 중 제목에 주목한다. 글의 제목은 필자와 독자 간의 첫 대화로, 필자와 글의 내용에 대한 독자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글의 제목은 글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의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한다. 학술적 글의 제목은 여기에 더하여 학문적 성과를 논리적, 객관적으로 담아낸 글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습자가 자신이 평소 익숙하게 접한 비학술적 콘텐츠의 제목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제목이 학술적 글의 목적과 성격에 맞지 않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각종 콘텐츠의 범람으로 인해 자극적인 제목에 노출된 데다 학술적 글쓰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평소 익숙하게 접한 제목 붙이는 방식을 비판적 고민 없이 학술적 글 제목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현진, 2012:55-56,
황정현⋅박정은, 2024: 199).
이러한 문제는 외국인 학부생들에게 더 심각하게 드러난다. 한국어를 모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 학부생의 경우, 한국인 신입생 혹은 저학년이 공통으로 지닌 문제에 더해 한국어 능력에 따른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일상적인 대화 구사 능력과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한국어 글쓰기 능력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기 때문이며, 학습자들에게 글쓰기 능력과 높은 한국어 숙달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글 제목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외국인 학부생은 학문 탐구를 목적으로 하므로 한국어로 된 학술적 글쓰기의 언어적 특성 및 표현 방식, 격식 등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임화정, 2024). 학술적 글의 제목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부생이 다수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학부생이 습득해야 하는 글쓰기 지식은 한국인 학부생의 그것에 비해 더 많아진다. 가령 한국인 학부생은 문어체 표현을 학술적 글에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문어체 자체에 대한 지식은 알고 있으나 외국인 학부생은 한국어의 문어체부터 익혀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 모두 대학에 입학하여 학술적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접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문제점은 한국어 모어 화자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학습자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교육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학습자 각 집단이 학술적 글쓰기의 요소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학습자가 학술적 글의 목적과 특성, 형식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어떤 것이 적절한 제목인지 스스로 판별할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 방향이 연구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 입학 전 배경지식 및 학업 문화에 차이가 있는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 간 비교는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집단은 한국어 능력을 비롯하여 학술적 사고와 전개 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이는 학업 결과물에도 반영된다. 이러한 능력이 집약되어 표현되는 제목의 경우 결과물의 차이는 더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해 두 집단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은 각 집단에 적합한 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외국인 학부생의 수가 많은 대학은 교양 필수 교과목인 글쓰기를 내국인 대상과 외국인 대상으로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 경우 교과목 목표가 동일하더라도 대상 학습자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육적 효과를 위해서는 학습자의 인식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국인 학습자와 외국인 학습자를 분리하지 않고 글쓰기 교과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상황이라면 교수자가 두 학습자 집단의 인식 차이를 아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이 경우 교수자는 공통 교육 내용으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학습자를 교육해야 하고, 학습자의 결과물에 수준이나 특성에서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교수자가 그 원인을 알고 있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시도하거나, 학습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의 인식을 비교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학생이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고찰한 연구는 찾기 어렵다. 학습자의 인식과 결과물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결과물에 관한 귀납적 고찰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의 출발점인 인식에 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 학술적 글 제목의 특징을 학습한다고 하더라도 학습자의 지적 수준과 언어적 수준 등으로 인해 그 결과물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습자가 학습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인식의 결여 또는 오류 지점, 인식과 결과물 산출의 연결 양상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본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학의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이 학술적 글의 제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각각 살펴보고 그 특성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선행 연구를 토대로 학술적 글의 제목 특성을 추리고 이를 적용한 제목 예시 목록을 제시하여, 제목에 대한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의 인식을 집단별로 파악한다. 두 집단 간의 인식 비교를 통해 대학 교양 글쓰기 교과목에서 학술적 글 제목 작성 교육에 대한 방향을 제안할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가 대학 교양 글쓰기 강좌에서 학술적 글쓰기의 제목 짓기 교육 시 한국인 학습자 및 외국인 학습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 방법과 학습자 집단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2. 선행 연구 검토 및 학술적 글 제목 특성
학술적 글의 제목 짓기 원칙과 방법을 논한 연구에서는 ‘계획하기-집필하기-수정하기’로 이어지는 글쓰기 과정 중 첫 단계 혹은 마지막 단계에서 제목에 관해 언급한다. 마지막 단계인 ‘수정하기’에서 제목 짓는 방법을 다룬 논저도 있지만(
이상혁, 2009:102-103,
고려대학교 사고와표현 편찬위원회, 2014:127-128,
김성수 외, 2018:321) 대체로 글쓰기 첫 단계인 ‘계획하기’에서 이를 설명한다. 학술적 글의 구상 또는 계획 단계부터 제목을 염두에 두어야 제목을 지으면서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고 글 내용을 독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방법을 찾게 되므로(
Friedman, 2012,
Cook & Bordage, 2016,
Shrestha & Kumar, 2021), 글을 계획할 때부터 임시 제목을 달고 이를 통해 글의 주제와 전체 흐름, 주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최윤곤, 2009:9-10,
글쓰기 교과 교재편찬위원회, 2020:135,
덕성여자대학교 차미리사교양대학, 2021:77-80,
양태영, 2021:132-133,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글쓰기 교재편찬위원회, 2023:175-176,
아주대학교 의사소통센터, 2023:71-73).
특히 제목 작성 교육 방안을 제시한
Friedman(2012)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학술적 글의 제목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작성할 수 있는 교육 방법으로 학습자에게 제목 목록을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적절한 제목과 그렇지 않은 제목, 즉 수정이 필요한 제목의 목록들을 함께 제시하여 학습자들이 적절한 제목과 적절하지 않은 제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좋은 제목을 작성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학생의 학술적 글 제목 짓기와 관련된 선행 연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대체로 학술적 글의 목적과 형식에 기반하여 제목 요건을 제시하고 학습자 과제 사례를 분석하여 오류를 지적하는 연구와, 제목 짓기의 원칙 혹은 지침을 제시하는 경우다.
먼저 구체적 사례 분석을 통해 대학 글쓰기 학습자의 제목 짓기 특성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연구를 검토한다.
양현진(2012)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토대로 대학생의 ‘문화비평문’ 제목을 분석하고 제목의 바람직한 요건 및 형식을 제안한다.
박은하(2021)는 문제해결식 글의 제목 또는 찬반 논박식의 글 제목을 유형별로 나누고 제목의 특성을 귀납적으로 추출하였다. 이들 연구는 학술적 글의 제목 평가 및 교육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개별 사례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그 결과를 글쓰기 교육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윤진(2016)은 외국인 학습자의 학술적 보고서 제목 오류 사례를 네 가지 기준에 의거하여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제목 작성 교육 방안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외국인 학습자의 특성에 국한해 연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대학 글쓰기 전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황정현⋅박정은(2024)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네 가지 범주와 여덟 가지 세부 항목을 설정하여 학술적 보고서 제목 분석 기준을 상세하게 마련하고, 대학 글쓰기 학습자의 학술적 보고서 제목이 글의 진행 단계 및 제목 수준에 따라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분석하였다. 그에 따른 제목 짓기 교육의 주안점을 구체적으로 제언한 것은 유의미한 성과이나, 산출된 제목에 한정하여 연구를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들 선행 연구에서는 대학생 수준의 학술적 글 제목 요건을 언급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연구 대상과 범위가 드러나야 한다. 둘째,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나 연구 방법이 드러나야 한다. 셋째, 명사형으로 끝나야 한다. 넷째, 객관적이면서도 중립적인 어휘로 표현되어야 한다. 다섯째, 간결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선행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학술적 글 제목의 요건은 내용적 측면과 표현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글의 주제와 연구 대상, 내용 범위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야 하고, 글의 성격에 맞는 형식을 갖춰야 하며, 명료하고 간결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학술적 글의 제목 요건을 토대로 조사 절차와 방법을 수립하고 학습자의 제목 인식을 조사, 분석하고자 한다. 이로써 제목 짓기 교육의 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이 학술적 글의 제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 소재 A대학과 B대학의 266명(한국인 135명, 외국인 131명)에게 조사를 시행하였다. 본 연구는 두 집단이 갖고 있는 인식을 토대로 학술적 글 제목의 교육 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조사 대상자들은 학술적 글의 제목이 갖는 특성을 교육받지 않은 상태로 조사에 응하였다. 그러나 학술적 글 제목이 갖고 있는 내용적 특성의 바탕, 즉 학술적 글쓰기의 목적과 특성, 작성 절차, 주제의 범위와 선정 방법 등과 같은 부분은 [
그림 1]과 같이 조사 대상자가 학습을 통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였다. 대학에서 쓰기를 수행하는 글이 대체로 어떤 성격의 것인지, 또한 어떤 주제가 학술적 글로서 적절한지 배경지식이 있어야 응답자들이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식 조사를 통해 응답자가 학술적 글 제목에서 어떤 부분을 좀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 인식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자 하였다.
[그림 1]
학술적 글 제목 인식 조사 시기와 조사 전 학습 내용
응답자들은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학술적 글쓰기를 배우는 한국인 학부생들과 한국어가 고급 수준인 외국인 학부생들이었다. 응답자 중 1학년이 5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2학년이 34.0%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인문사회 계열의 응답 비율이 71.7%로, 자연공학 계열(28.3%)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외국인 응답자의 국적을 살펴보면 중국인이 36.5%로 다른 국적에 비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본 연구의 인식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정보는
<표 1>과 같다.
<표 1>
|
항목 |
|
구분 |
빈도(명) |
비율 (%) |
항목 |
구분 |
빈도(명) |
비율 (%) |
|
국적 |
|
한국인 |
135 |
50.8 |
학년 |
1학년 |
150 |
56.6 |
|
|
|
외국인 |
중국 |
97 |
36.5 |
2학년 |
90 |
34.0 |
|
|
|
몽골 |
9 |
3.4 |
3학년 |
11 |
4.2 |
|
|
|
일본 |
6 |
2.3 |
4학년 |
14 |
5.3 |
|
|
|
우즈베키스탄 |
3 |
1.1 |
합계 |
266 |
100.0 |
|
|
말레이시아 |
3 |
1.1 |
전공 |
인문사회 |
190 |
71.7 |
|
|
|
기타1)
|
13 |
4.8 |
자연공학 |
75 |
28.3 |
|
|
|
합 |
131 |
49.2 |
합계 |
266 |
100.0 |
|
|
합계 |
266 |
100.0 |
|
|
|
|
<표 2>
제목 인식 조사 세부 항목과 제시된 제목의 예
|
범주 |
제목의 특성 |
제시되는 제목 형태 |
제시되는 제목의 예 |
|
내용 |
① 연구 대상의 적절한 범위 |
①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 |
• 세계 예술 문화의 동향과 나아가야 할 방향 |
|
|
② 연구 대상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 |
②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지 않은 제목 |
• 한국의 주 52시간제 도입 |
|
|
③ 연구 대상에 대한 객관화 |
③ 연구 대상에 대해 객관화가 되지 않은 제목 |
• GMO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과 현명한 소비 방안 |
|
|
④ 대학의 학술적 글로서 적절한 수준 |
④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
• 한국 아이돌의 세계관 변화와 글로벌 K-POP 팬 증가의 상관성 |
|
|
표현 |
⑤ 명사형 종결 |
⑤ 명사형으로 종결되지 않은 제목 |
• 영화 관객의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20대 관객을 중심으로 |
|
|
⑥ 적절한 표현 |
⑥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 |
• 한국 대학생의 알바 실태: 근무 직종과 주당 근무 시간을 중심으로 |
|
|
⑦ 중립적 어휘 |
⑦ 가치중립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은 제목 |
•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각 대응 |
|
|
⑧ 간결성 |
⑧ 간결성을 어긴 제목 |
• 미성년자 담배 구입에 대한 미성년자 본인 책임 정도의 부적절성과 그와 관련된 법률과 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
|
|
기타 |
⑨ 적절한 제목 |
• 이공 계열 대학생들의 과제 수행 시 ChatGPT 활용 현황 및 활용 윤리교육 방안 |
|
|
⑩ 복합적 문제를 내포한 제목 |
•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 |
내용 범주에 속하는 특성으로는 ‘① 연구 대상의 적절한 범위’, ‘② 연구 대상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 ‘③ 연구 대상에 대한 객관화’, ‘④ 대학의 학술적 글로서 적절한 수준’이 있다. ①은 제목에 드러난 연구 대상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었는지, 지나치게 막연하거나 포괄적인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이다. ②는 연구 관점 혹은 방법론이 제목에 반영되었는지 본다. ③은 글의 작성자와 연구 대상이 분리되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④는 연구 대상과 관점 등이 대학 학부생 수준에서 연구 및 논증하기에 적절한 수준인지 하는 것이다.
표현 범주에 속하는 특성으로는 ‘⑤ 명사형 종결’, ‘⑥ 적절한 표현’, ‘⑦ 중립적 어휘’, ‘⑧ 간결성’이 있다. ⑤는 문장형이 아니라 간결한 명사형 어구로 이루어졌는지, ⑥은 표준어로 이루어졌는지, 비속어나 은어, 줄임말 등이 활용된 것은 아닌지, 중의성을 띤 비유나 상징 등의 표현이 쓰인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이다. ⑦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어휘로 이루어졌는지, 연구 대상이나 결과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반영된 어휘가 쓰인 것은 아닌지, ⑧은 필수 정보를 간명한 표현으로 담았는지, 내용을 과도하게 상세히 담아내거나 장황한 어구를 쓴 것은 아닌지 본다.
인식 조사에서는 제목의 각 특성이 하나씩만 결여된 제목 목록을 제시하였다. ‘연구 대상의 적절한 범위’를 예로 들면, 이 특성만 결여되어 있고 제목의 다른 특성은 충족한 제목을 해당 예시로 하였다는 의미이다. 해당 예시 제목인 ‘세계 예술 문화의 동향과 나아가야 할 방향’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제목은 표현 범주의 특성을 모두 갖추었으며 내용 범주의 다른 특성(글쓴이의 관점, 객관화, 대학 글쓰기로서의 수준)도 충족했지만 연구 대상인 ‘세계’ 및 ‘예술 문화’가 가리키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만약 응답자가 이 제목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제목에 드러난 연구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을 적절한 제목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제목이 연구 대상의 범위를 적절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표 2>의 오른쪽에는 본 조사에서 제시된 제목의 예를 각 특성마다 하나씩 제시하였다.
2) 이 예는 한국인 학부생과 외국인 학부생이 실제로 작성한 글의 제목들을 본 연구에서 설정한 제목 요건에 맞게 가공한 것이다. 본 조사에서는 각 특성별로 네 개씩 제목의 예를 제시하였고, 제목 특성을 고루 갖춘 제목 네 개와 제목 특성을 여럿 갖추지 못한 제목 여섯 개를 추가하여 총 42개의 제목 목록을 만들었다. 각 예마다 6점 리커트 척도를 적용하여, 응답자가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도록 구성하였다.
⑨번(적절한 제목)을 제외한 나머지 형태에 속하는 제목 예시의 평균 점수가 높을 경우, 응답자가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을 적절한 제목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①번-⑧번은 제목의 특성 중 해당 특성만을 갖지 못한 것이므로 응답 결과를 통해 응답자가 어떤 특성을 갖춘 제목을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하다고 인식하는지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 마지막에는 주관식 문항을 두어, 학술적 글 제목 42개 중 가장 적절한 제목과 가장 적절하지 않은 제목을 각각 선정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서술하게 하였다. 이로써 응답 평균 점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응답자의 생각을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하였다.
인식 조사 결과는 jamovi 2.5.6을 활용하여 통계 처리를 하였다. 응답자 정보 분석을 위해 기술통계를 실시하였고, 한국인 응답자와 외국인 응답자의 인식 차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독립표본 t검정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인 집단과 외국인 집단이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해 어떤 인식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4. 학술적 글 제목 특성에 대한 집단별 인식
본 장에서는 피험자가 제시된 목록의 각 제목을 6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3장에서 제시한 학술적 글 제목의 여러 특성 중 어떤 것을 갖추어야 피험자가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국인 학부생 집단(이하 한국인)의 답변과 외국인 학부생 집단(이하 외국인)의 답변을 비교하여 두 집단이 학술적 글 제목의 요건 중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우선
<표 3>과 같이 한국인과 외국인이 각각 어떤 유형의 제목에 높은 점수를 주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응답 결과를 독립표본 t검정으로 분석하였다.
3)
<표 3>
각 집단의 제목 특성별 평균 점수와 집단 내 순위
|
제목의 특성 |
대상 |
평균 |
표준 편차 |
집단 내 순위4)
|
평균 차이 |
통계 |
p값 |
|
내용 |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3.7 |
1.41 |
5 |
-0.1856 |
-2.151* |
0.032 |
|
|
외국인 |
3.89 |
1.4 |
3 |
|
|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3.49 |
1.36 |
6 |
-0.1275 |
-1.516 |
0.13 |
|
|
외국인 |
3.61 |
1.38 |
7 |
|
|
연구 대상에 대해 객관화가 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3.3 |
1.31 |
8 |
-0.3125 |
-3.902*** |
< .001 |
|
|
외국인 |
3.61 |
1.3 |
7 |
|
|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4.33 |
1.2 |
2 |
0.0567 |
0.73 |
0.466 |
|
|
외국인 |
4.27 |
1.33 |
1 |
|
|
표현 |
명사형으로 종결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3.19 |
1.54 |
9 |
-0.3456 |
-3.721*** |
< .001 |
|
|
외국인 |
3.54 |
1.49 |
9 |
|
|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 |
한국인 |
3.72 |
1.4 |
4 |
-0.1023 |
-1.202 |
0.23 |
|
|
외국인 |
3.83 |
1.37 |
4 |
|
|
가치중립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은 제목 |
한국인 |
3.49 |
1.36 |
6 |
-0.2266 |
-2.708** |
0.007 |
|
|
외국인 |
3.71 |
1.37 |
6 |
|
|
간결성을 어긴 제목 |
한국인 |
4.07 |
1.41 |
3 |
0.3432 |
3.871*** |
< .001 |
|
|
외국인 |
3.73 |
1.48 |
5 |
|
|
적절한 제목 |
한국인 |
4.64 |
1.11 |
1 |
0.7304 |
9.536*** |
< .001 |
|
|
외국인 |
3.91 |
1.38 |
2 |
|
|
복합적 문제를 내포한 제목 |
한국인 |
2.89 |
1.48 |
10 |
-0.5489 |
-7.21*** |
< .001 |
|
|
외국인 |
3.44 |
1.56 |
10 |
한국인은 ‘적절한 제목’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고, ‘복합적 문제를 내포한 제목’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두 유형의 평균 점수 차이가 1.75점으로 큰 편이다. 이 결과를 보면 이들은 어떤 것이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은 제목 특성을 하나씩 결여한 예에도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간결성을 어긴 제목’,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 등이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 2-4위를 차지했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학술적 글 제목의 특성 중 일부는 한국인이 그 제목을 적절한 제목이라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외국인의 경우, ‘적절한 제목’에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주었고
5) ‘복합적 문제를 내포한 제목’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이 점을 보면 이들 역시 학술적 글 제목으로 어떤 것이 적절한지 판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두 유형의 평균 점수 차이가 0.47점에 불과해, 한국인의 경우와 비교하면 인식 차이가 분명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외국인 역시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제목 특성을 결여한 예에 높은 점수를 준 경향이 있다.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 등이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 1, 3, 4위를 각각 차지했다. ‘적절한 제목’의 평균 점수가 2위라 해서 이들이 학술적 글의 제목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상 확인한 바와 같이, 제목 유형별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로 볼 때 ‘적절한 제목’과 ‘복합적 문제를 내포한 제목’에 대해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비슷한 인식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검토하면 양측의 차이가 발견된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제목 예시에 매긴 평균 점수를 각각 산출하여 비교한 결과, 제목 유형별로 획득한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4.1. 내용적 특성에 대한 집단별 인식
우선 제목의 내용적 특성에 대한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과 ‘연구 대상에 대해 객관화가 되지 않은 제목’에서 양측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먼저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의 경우를 보기로 한다. 이 유형의 제목에 한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6점 만점에 3.7점, 외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6점 만점에 3.89점이며, 집단 내 순위는 각 5위, 3위이다. 이를 보면 한국인이 학술적 글 제목에 연구 대상의 범위가 막연하게 표현되는 문제를 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이 문제를 알아차리는 데 덜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으로,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학술적 글 제목이 연구 대상의 범위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을 명료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인이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은 제목’에 준 평균 점수가 6점 만점 중 절반이 넘는 3.7점이며, 이 점수의 집단 내 순위도 10개 유형 중 5위로 낮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통계적 차이는 있으나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학술적 글 제목에 연구 대상의 범위가 적절하게 표현되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연구 대상에 대해 객관화가 되지 않은 제목’은 두 집단 간의 통계적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는 한국인 8위, 외국인 7위로,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적절한 제목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유형의 제목에 한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3.3점, 외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3.61점으로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점수를 더 높게 주었다. 또한 통계적으로도 양측의 차이가 큰 것이 확인되었다. 이 점으로 보아, 학술적 글의 제목은 연구 대상에 대한 필자의 객관적 태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이러한 차이가 한국어 능력 격차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구 대상에 대해 객관화가 되지 않은 제목’의 예는 ‘우리’ ‘우리들’ 등의 어휘가 포함되어 객관화가 부족한 것인데, ‘우리’는 한국어의 기초 어휘라 그 의미를 모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인과 외국인 간에 통계적 차이가 드러나지 않은 제목 유형도 존재한다.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지 않은 제목’과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이다.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지 않은 제목’은 두 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평균 점수는 한국인 3.49점, 외국인 3.61점으로, 집단 내 순위는 각 6위와 7위였다. 이 유형에는 두 집단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겼으며,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도 하위권에 속했다. 두 집단 모두 제목에 글쓴이의 관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적절한 제목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의 경우, 평균 점수가 한국인 4.33점, 외국인 4.27점으로,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는 각 2위와 1위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이 유형에 속하는 예시를 적절한 제목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두 집단 모두 대학 글쓰기에 적합한 학술적 글의 수준 자체를 판단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더하여,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에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예로 제시한 10개 제목 유형 중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은 이 유형을 포함해 3개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의 학술적 글쓰기 수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외국인의 인식보다 낮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껴 학술적 주제 및 글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식한 것일 수도 있다.
4.2. 표현적 특성에 대한 집단별 인식
다음으로 제목의 표현적 특성에 대한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을 비교하였다. 이 영역에 속하는 제목 유형 네 개 중 세 개에서 두 집단의 통계적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현적 특성 면에서 양측의 차이가 색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간결성을 어긴 제목’ 유형이다. 통계적으로 차이가 확인된 것에 더하여, 평균 점수에서도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인이 이 유형에 매긴 평균 점수는 4.07점으로, 외국인이 매긴 3.73점보다 높다. 표현적 특성에 속하는 제목 유형 중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점수를 높게 매긴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이는 어떤 제목이 다른 특성을 다 갖추었는데 길이가 길다면 한국인은 이 점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반면 외국인은 여러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길이가 길다면 그 제목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인에 비해 외국인이 제목 길이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명사형으로 종결되지 않은 제목’과 ‘가치중립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은 제목’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가 유의미하다는 점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었으나, 공통점도 존재한다.
‘명사형으로 종결되지 않은 제목’의 평균 점수는 한국인 3.19점, 외국인 3.54점으로 양측 다 집단 내 순위 9위에 해당된다. 제목이 명사형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다른 특성을 갖추지 못한 것보다 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두 집단 모두 학술적 글의 제목이 명사형으로 종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집단 모두 이 항목에 6점 만점 중 절반인 3점이 넘는 평균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사형으로 종결되지 않았더라도 제목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중간 이상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학술적 글 제목의 종결 방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응답자가 양측에 모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가치중립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은 제목’의 평균 점수는 한국인 3.49점, 외국인 3.71점이며 각 집단 내 순위는 6위로 동일하다. 한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가 외국인의 평균 점수보다 낮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가치중립적인 어휘 활용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점만으로 한국인이 이 문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평균 점수의 각 집단 내 순위가 양측 모두 중위권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역시 제목에 활용하는 어휘의 가치중립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은 표현적 특성 면에서 유일하게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유형이다. 이 유형에 한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3.72점, 외국인이 매긴 평균 점수는 3.83점으로, 양측의 점수 차이는 0.11점이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는 양측 모두 4위로 동일하다.
이러한 결과는 학술적 글 제목의 표현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능력이 비단 한국어 수준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외국인의 경우 어떠한 표현이 학술적 글 제목에 알맞은지 판별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인 역시 표현의 적절성 문제에 대해 외국인과 별반 인식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한국어 활용 능력보다 학술적 글에 알맞은 표현을 고를 능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상 검토한 바에 따르면, 제목의 표현적 특성 면에서 한국인에 비해 외국인이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평균 점수의 집단 내 순위는 평균 점수의 통계적 차이가 확인된 유형 셋 모두 양측이 동일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평균 점수 차이를 근거로 제목에 결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한국인에 비해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국인 역시 학술적 글 제목의 표현적 특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4.3. 적절한 제목과 적절하지 않은 제목에 대한 인식 차이
보고서 제목에 관한 개인별 인식을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적절한 제목’과 ‘적절하지 않은 제목’에 관한 주관식 질문 두 개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제목 인식 특성 중 4.1과 4.2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 질문은 개별 제목의 종합적 면모에 대한 피험자의 직관적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 경우 ‘적절하다’와 ‘적절하지 않다’의 기준을 제공한다면 피험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판별 기준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단, 3장에서 밝혔듯 피험자는 이미 학술적 글쓰기의 목적과 특성, 작성 절차, 주제 및 범위 선정 방법 등을 학습하였으므로, 학술적 글 제목을 결정하는 내용적 특성의 토대를 알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제목’ 여부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인식 토대를 갖춘 상태이다.
먼저 주관식 1번 질문으로 ‘제시된 42개 보고서 제목 중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제목을 하나만 고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약술하라’고 했다. ‘적절한 제목’ 중 상위에 속할수록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인이 꼽은 ‘적절한 제목’ 상위 네 개는 외국인이 선정한 상위 순위 안에 없으며, 외국인이 1위, 2위로 선택한 제목 역시 한국인이 선정한 상위 순위 안에 없었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한국인과 외국인의 ‘학술적 글에 적절한 제목’ 인식은 차이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8) 상위 결과를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
‘적절한 제목’으로 꼽은 상위 순위 제목과 특성
|
집단 |
순위 |
제목의 특성 |
제시된 제목 |
빈도 (명) |
|
한국인 |
1 |
적절한 제목6)
|
생애 주기적 변화에 따른 독서량 감소 원인과 연령별 독서량 증가 방안 |
15 |
|
|
2 |
부적절한 수준 |
MZ 세대의 중국음식 열풍 현상과 원인에 대한 연구 - 마라탕과 탕후루를 중심으로 |
12 |
|
|
3 |
명사형 종결 아님 |
영화 관객의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20대 관객을 중심으로 |
8 |
|
|
3 |
적절한 제목 |
코로나19 확산 전후 영유아 양육 비용 변화와 제도 개선 방안 |
8 |
|
|
5 |
긴 제목 |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과 환경 정책 신뢰의 중요성 고찰과 시민 인식 개선 방안 |
7 |
|
|
5 |
적절한 제목 |
이공 계열 대학생들의 과제 수행 시 ChatGPT 활용 현황 및 활용 윤리교육 방안 |
7 |
|
|
5 |
긴 제목 |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증가와 ~ 7)
|
7 |
|
|
집단
|
순위
|
제목의 특성
|
제시된 제목
|
빈도 (명)
|
|
|
외국인 |
1 |
복합적 문제 |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 |
19 |
|
|
2 |
복합적 문제 |
미디어는 대중을 가스라이팅한다 |
9 |
|
|
3 |
적절한 제목 |
이공 계열 대학생들의 과제 수행 시 ChatGPT 활용 현황 및 활용 윤리교육 방안 |
8 |
|
|
4 |
긴 제목 |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증가와 ~ |
7 |
|
|
4 |
긴 제목 |
미성년자 담배 구입에 대한 미성년자 본인 책임 정도의 부적절성과 그와 관련된 법률과 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
7 |
|
|
6 |
부적절한 수준 |
대학생의 카페인 섭취에 대한 인식 및 실태 조사 |
6 |
|
|
6 |
편향된 표현 |
출산율 저하 문제에 관한 국민 인식과 정부의 지각 대응 |
6 |
먼저 한국인은 학술적 글 제목의 특성을 대체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시된 네 개의 ‘적절한 제목’ 중 세 개가 상위 5위 안에 포함되었다.
한국인이 꼽은 ‘적절한 제목’ 1위의 경우, “문제의식과 소재의 가치를 드러내고 조사할 대상과 방안까지 명확하게 나타냈기 때문”, “구체적인 범위와 조사 내용이 담겨져 있고, 조사 내용과 관련된 해결 방안 또한 주제 속에 담겨 있기 때문” 등으로 선정 이유가 대개 비슷했다. 3위와 5위 역시 연구 대상과 방향, 내용이 모두 분명히 담겨 있다는 점과 연구할 가치가 있는 주제이고 조사 목적과 내용이 명사형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이 적절한 제목으로 꼽은 이유로 제시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인은 학술적 글 제목의 특성과 일치하는 이유를 들며 ‘적절한 제목’으로 제시된 예시를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제목 작성 방법을 학습하기 전이라도 글의 목적과 특성 등을 알고 있다면 어떤 것이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한지 판별할 능력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은 학술적 글 제목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글의 소재를 파악하기 쉽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을 적절한 제목으로 선정하고 있어서 한국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인이 ‘적절한 제목’으로 선택한 1위와 2위는 모두 제목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결여된 것들이다. “간단하고 중심이 잘 표현된다”, “간단명료하면서 주제를 빠르고 쉽게 캐치할 수 있다”, “독자의 흥미를 끈다”, “현재 중요한 문제다”, “요즘 관심이 생겨서”, “길이는 짧지만 굉장히 억양이 세 보여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 같다” 등이 선정 이유이다. 이처럼 외국인은 한국인과 달리 학술적 글의 제목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글의 소재를 파악하기 쉬운 점과 독자가 읽고 싶게 만든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정 이유에 흥미 요소와 주관적 기준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위와 2위 제목의 공통점은 짧은 문장형이고, 주관적 판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주장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은 제목의 다른 요건보다 ‘주장의 간명한 제시와 소재의 선명한 노출’을 중시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인이 해당 제목 유형을 상위 순위로 선정하지 않은 결과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음 주관식 2번 질문으로 ‘제시된 42개 보고서 제목 중 가장 적절하지 않은 제목을 하나 고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약술하라’고 하였다. 응답 빈도수 및 동일 순위를 고려하여 빈도수가 가장 높은 여섯 개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5>와 같다.
<표 5>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꼽은 상위 순위 제목과 특성
|
집단 |
순위 |
제목의 특성 |
제시된 제목 |
빈도 (명) |
|
한국인 |
1 |
복합적 문제 |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 |
38 |
|
|
2 |
부적절한 범위 |
대학생의 식습관 연구 |
17 |
|
|
3 |
복합적 문제 |
미디어는 대중을 가스라이팅한다. |
14 |
|
|
4 |
명사형 종결 아님 |
대학 입시 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
10 |
|
|
5 |
편향된 표현 |
몰상식한 울산 산업단지의 무분별한 중금속 배출로 인한 질병 관련 법률적 제도 개선방안 |
7 |
|
|
6 |
긴 제목 |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증가와 ~ |
5 |
|
|
집단
|
순위
|
제목의 특성
|
제시된 제목
|
빈도 (명)
|
|
|
외국인 |
1 |
긴 제목 |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증가와 ~ |
23 |
|
|
2 |
복합적 문제 |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 |
19 |
|
|
3 |
복합적 문제 |
미디어는 대중을 가스라이팅한다. |
10 |
|
|
4 |
부적절한 범위 |
대학생의 식습관 연구 |
6 |
|
|
4 |
명사형 종결 아님 |
대학 입시 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
6 |
|
|
4 |
긴 제목 |
대학생의 하루 식사 중 점심식사의 식비, ~9)
|
6 |
한국인이 주관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내용이 막연하며 추상적인 제목은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반면, 외국인은 ‘긴 제목’을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두 집단의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한국인의 응답 결과를 검토하였다. 한국인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1위로 선택한 것은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로, 총 38명이 골랐다. 앞서 검토한 ‘적절한 제목’ 순위 1위를 고른 응답자가 각 한국인 15명, 외국인 19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38명(한국인 응답자 135명 중 38명, 약 28.15%)이 총 42개 보기 중 이 제목을 골랐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이 볼 때 부족한 점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이 제목은 ‘복합적 문제’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대학 수준의 학술적 글 제목으로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다.
한국인 역시 이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제목을 고른 이유를 살펴보면 “슬로건 멘트도 아니고 학술적 글인데, 제목을 통해 연구 방향과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전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추상적으로 썼고, 지식 전달보다는 감정 호소에 더 적합한 제목인 것 같아 부적절한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너무 추상적으로 제목을 지은 것 같다” 등이 있다. 답변 대부분이 ‘감정적 표현이라 학술적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다’, ‘너무 추상적이다’, ‘글의 성격과 방향을 알기 어렵다’ 등을 지적했다. 3위 역시 ‘복합적 문제’ 유형인데, 이 제목을 고른 이유 또한 “학술적 글이라 보기 어려움”, “답을 정해두고 그냥 질문을 깔아두는 느낌이라 보기 편하지 않네요”, “너무 공격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리고 포괄적이다” 등이었다. 답변을 보면 ‘필자의 주장만 강하게 드러나 있다’,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알기 어렵다’, ‘객관적이지 못하다’ 등이 공통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인식은 제목의 표현적 측면을 언급한 답변에서도 발견된다. ‘적절하지 않은 제목’ 4위와 5위 선정 이유가 “너무 공격적이고 주관적인 용어가 사용된 거 같아서”, “단어가 학술적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 등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은 필자의 주관성이 드러나고 내용이 막연하면서 추상적인 제목은 학술적 글 제목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인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1위로 선택한 ‘지구가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가 외국인에게는 ‘적절한 제목’ 1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단점으로 지적한 ‘막연하고 포괄적이며 감정적’인 점이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복잡한 논리를 거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단, 이 제목은 외국인이 선정한 ‘적절하지 않은 제목’ 2위에도 올라 있으며, 이 제목을 ‘적절한 제목’으로 선정한 외국인 답변 수와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선정한 외국인 답변 수가 각 19명으로 그 수가 동일하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에 비해 ‘복합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제목’에 대한 인식이 동일 집단 내에서도 구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어 외국인이 선정한 ‘적절하지 않은 제목’과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1위와 4위 중 하나는 ‘간결성을 어긴 제목’으로, 해당 제목을 고른 피험자는 “너무 길어요”,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길다”, “제목이 좀 길어서 외국인들한테는 읽기가 좀 어려워요”, “너무 상세해서 주제를 부각시킬 수 없다” 등을 짚었다. 즉, 너무 길고 불필요하게 상세한 제목을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주관식 답변을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제목 길이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인은 ‘긴 제목’, 즉 제목의 다른 특성은 갖추었으나 길이가 긴 제목을 비교적 적절한 제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이런 제목을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이 적절하지 않은 제목 1위로 선정한 예시에 대해 한국인은 “조사 대상이 명확하고,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예측하기에 적합한 주제”, “어떤 것에 대해 쓴 글인지 제목만 보아도 충분히 잘 유추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한 반면, 외국인은 “보고서 내용의 요약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제목이 지나치게 길어 보고서를 읽기 전부터 부담감이 느껴지고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없고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이 제목은 보고서의 내용을 제목에 모두 담아내려고 하여 어떤 주제에 대해서 조사한 글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인은 상세한 정보가 제목에 담긴 점을 적절하다고 보았으나 외국인은 도리어 이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어 인식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4.4.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한 교육적 함의
지금까지 학술적 글 제목에 대한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 제목에 대한 두 집단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며, 제목의 요건을 이해하는 수준도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고의 인식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학부생을 위한 학술적 글 제목 작성 교육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대학 글쓰기 수준에 적합한 제목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학술적 글 및 제목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4.1에서는 두 집단 모두 학술적 글 제목의 수준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학술적 글로서 수준이 낮은 제목에 외국인보다 더 높은 평균 점수를 주었다는 사실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조차도 대학 글쓰기 수준에 적합한 제목에 대한 안목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그 원인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4.3에서 확인했듯, 한국인은 학술적 글의 제목 특성이 학술적 글 자체의 성격에 기인한다는 점을 대체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학술적 글의 제목 작성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추정된다. 일단 대학 수준에 적합한 글의 내용이 마련된다면, 이를 제목에 어떤 식으로 반영하면 되는지 지도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국인은 학술적 글의 성격을 학습했다 하더라도 이를 제목 인식과 연결하기 어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4.3의 결과와 연결해 보면, 외국인은 학술적 글의 성격과 제목 자체의 특성보다는 학습자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나 호기심 등을 더 중요한 인식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제목 짓기를 가르칠 때는 학술적 글의 성격과 제목 특성의 연관성을 별도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술적 글 제목의 표현적 특성을 세분화하여 교육해야 한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어떤 것이 학술적 글 제목에 알맞은 표현인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그 이유로 추정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두 집단이 차이를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해 교육 내용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국인의 경우, 학술적 글 제목에 주로 사용되는 표현 혹은 제목 짓기의 규범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4.2에서 보듯, 어떤 표현이 학술적 글 제목에 알맞은지 판단하는 능력은 한국어 활용 능력보다는 학술적 글에 적합한 표현 역량의 문제이다. 따라서 제목의 표현적 특성에 대한 인식을 함양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제목 짓기의 규범을 제시하고 이에 적합한 어휘와 표현이 무엇인지 판단하도록 연습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에게 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과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제목을 모두 제시하고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거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제목을 제시하고 알맞은 표현으로 수정하게 하는 등의 활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외국인이라면 일상적 한국어 구사 능력과 학문 목적 한국어 능력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학술적 글에 적합한 문어체 표현에 대한 지식이 없을 수 있으므로, 학술적 글에 주로 등장하는 한국어 표현을 먼저 익히고 이를 활용해 제목을 지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제목 예시 목록을 마련하여 자주 등장하는 통사 구조를 익히게 한다거나, 정형화된 표현이나 자주 쓰이는 어휘를 학습하도록 할 수 있다.
셋째, ‘제목의 간결성’에 대해 교육할 때,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강조할 지점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확인했듯 한국인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다면 제목의 길이가 길더라도 적절한 제목이라고 여겼으나, 외국인은 내용이 적합하게 담겨 있더라도 길이가 길면 적절하지 않은 제목이라고 판단했다. 이 점을 볼 때, ‘제목의 간결성’을 두고 한국인과 외국인은 상반된 인식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교육 내용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한국인이 작성한 학술적 글의 제목이 제목의 내용적 특성을 반영할수록 길이가 길어진다는
황정현⋅박정은(2024)의 논의와 연결해 보면, 한국인은 내용적 특성을 고루 갖춘 긴 제목을 적절한 제목이라고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제목 작성까지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는 연구 범위와 관점을 반영하되 요점을 선별하고 표현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 역시 제목 지을 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반면 4.3의 결과에 의하면 외국인은 ‘간결성을 어긴 제목’을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글의 내용을 제목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독자에게 직관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간명한 표현을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간결하기는 하되 내용 면에서 문제가 있는 제목을 적절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 점으로 보아 외국인에게는 제목의 간결성보다 내용적 특성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글의 내용을 제목에 반영하도록 충분히 교육한 후 표현을 다듬도록 순차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목 짓기 교육 시 제목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과 산출 능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내용적 측면 중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을 제목에 반영하는 문제의 경우,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담긴 제목이 그렇지 않은 제목보다 학술적 글 제목으로 더 좋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인 학부생의 제목 작성 능력을 논의한
황정현⋅박정은(2024)에서는 한국인 학부생이 작성한 제목에 관점이 잘 드러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본고의 결과와 선행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제목에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잘 인식하고 있으나, 이러한 인식을 실제 제목 작성으로 이어가기는 어려워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학습자가 연구 대상에 대한 관점을 구체적이고도 압축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도록 이끌면서 제목 짓기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