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을 통한 자기 이해 글쓰기 사례 연구
A Case Study on Self-Understanding Writing through the “Writing a Page of Autobiography”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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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급속한 기술⋅사회 변화 속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이 학습자의 자기 이해와 성찰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이를 위해 문학과 음악을 매개로 한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모델을 제안하고,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핵심 작동 원리로 설정하였다. 수업은 ‘현재 자아 인식 → 타인의 이야기와 마주하기 →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의 흐름을 따른다. 실제 수업 결과, 학습자들의 자기 이해의 양상은 ① ‘자기 틀’로부터의 거리두기, ② 다중 자아의 인식과 수용, ③ 실패⋅상실의 재해석, ④ 외부 텍스트를 통한 자아 반성의 네 범주로 유형화되었다. 학생들은 문학 및 음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과거의 자아를 현재의 자아가 해석적으로 조망하여 자기 이해를 도모하였다. 본 연구는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적용하여 문학과 음악이 자기 이해의 매개로 작용함을 밝히고,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가 학습자의 자기 이해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글쓰기 수업임을 확인하였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how university writing education can foster students’ self-understanding and reflection amid rapid technological and social change. To this end, it proposes the “One-Page Autobiography Writing” model, which employs literature and music as mediating texts and adopts empathy and distancing as its core principles. The class progresses through three stages: recognizing the present self, encountering others’ stories, and writing a one-page autobiography. The results revealed four types of self-understanding among students: (1) distancing from fixed self-frames, (2) recognizing and embracing multiple selves, (3) reinterpreting failure and loss, and (4) reflecting on the self through external texts. Through interaction with literature and music, students reinterpreted their past selve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present self, thereby deepening their self-understanding.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applying the principles of empathy and distancing allows literature and music to serve as effective mediators for self-understanding, confirming that “One-Page Autobiography Writing” functions as an effective pedagogical approach for fostering self-reflective writing in higher education.
1. 서론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는 개인에게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4차 산업 혁명과 기술 전환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끊임없이 직면하고, 이에 따라 인간은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존재를 사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구성한다. 기술적 변화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그 구성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강화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교육은 자기 이해와 성찰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고 삶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해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글쓰기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언어화함으로써 자기 인식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적 실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의 성격과 목적에 대한 재고가 요청된다. 자기 이해와 성찰을 이끄는 글쓰기의 효과는 이미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김영희, 2010; 정기철, 2010; 이명현, 2015; 김정숙, 백윤경, 2022) 최근 대학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 방법이나 보고서 작성 등 실용적 기능 중심의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실제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직면하고 삶을 해석하는 경험은 점차 주변화되고 있으며, 자기 이해의 실천으로서의 글쓰기의 가치는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쓰기는 자신을 주체적으로 이해하는 성찰적 사고의 통로가 될 수 있다. 글쓰기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재현하면서 삶의 특정 장면을 새롭게 조망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자기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게 된다(정기철, 2010, p. 537). 이효숙(2015)은 글쓰기를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적 행위이자 자기 이해의 실천”으로 규정하며, 자기 이해와 성찰의 실천적 방법으로 글쓰기의 효과에 주목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이끌 수 있으며, 개인적 실존적 물음에 응답하는 교육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한 자기 탐색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교육적으로 유도되고 훈련되어야 하는 사고의 과정이며, 일정한 구조와 전략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자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외부 경험과 해석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구성적 개념(김선희, 2004, p. 3)이며, 자기 이해 역시 삶의 사건을 인식하고 서사화하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학습자들이 자기 삶의 사건을 외현화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고 재구성하는 글쓰기를 교육적으로 설계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요청된다.
자서전 쓰기는 글쓴이가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자기 가치를 발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스탕달이 자서전을 “현재의 자아와 과거의 자아 사이의 동일성을 찾아가는 작업”(고병찬, 1999, pp. 1-2)이라 말했듯, 자서전 쓰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주체적으로 응답하며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는 삶 전체를 기술하는 전통적인 자서전과 달리, 현재 시점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자기를 성찰하고 이해하도록 이끄는 글쓰기 방식이다. 이러한 쓰기 양식은 학습자들이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의미화할 수 있는 교육적 장치로 작용한다.
본 연구는 문학과 음악을 매개로 한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을 설계 및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자기 이해 글쓰기의 교육적 가능성과 그 의의를 탐구하고자 한다. 특히 문학과 음악을 통한 타자 경험이 학습자의 자기 이해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질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교육적 의미를 밝히기로 한다.
2. ‘한 페이지 자서전 쓰기’의 개념과 특질
2.1. 자서전 쓰기의 개념: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중심으로
자서전은 자기 삶을 주제로 한 글쓰기 형식으로,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어 왔다. 고전적인 자서전은 자신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회고하면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필립 르죈(P. Lejeune)은 자서전을 “실제 인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소재로 하여 개인적인 삶, 특히 자신의 인성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산문으로 쓰인 과거 회상형 이야기”(P. Lejeune, 윤진 역, 1998, p. 19)로 정의하며, 자서전의 핵심 특성으로 서술자와 주인공의 일치를 강조하였다. 자서전은 삶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구성하고 해석하는 글쓰기라는 것이다. 이는 자서전 쓰기를 통해 과거 경험을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하고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자서전은 학습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형식이 될 수 있다. 자서전을 “자기 삶의 이해와 마주치는 최상의 형식”이라고 말한 딜타이(W. Dilthey)의 설명은 자서전이 인간이 자기 존재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데 적합한 글쓰기 방식임을 시사한다. 자서전 쓰기를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삶의 목표와 성취, 실패와 후회 등 주요 장면을 선택적으로 조망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정혜 외, 2021, p. 493)하여 자기 이해와 정체성 구성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서전 쓰기는 자기 삶을 대상화하여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김재현, 2015)을 통해 자기 탐색과 자기 이해를 이끈다.
그렇다면 자기 삶을 대상화하여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습자가 자기 경험을 해석하는 데 작용하는 원리로 공감의 원리와 거리두기의 원리를 제안한다. 먼저, 공감의 원리는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아가 수용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공감은 타인을 향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여기에서는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를 향하는 자기 공감이 핵심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자아와 과거의 자아를 분리하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레비나스는 존재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보며, 자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고 보았다(강영안, 2020, p. 88).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의 자아는 현재의 자아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타자적 자아’로 간주될 수 있다. 현재의 자아가 기억을 통해 과거의 자아를 호출하고, 과거의 자아에게 말을 걸며 의미를 발견할 때 성찰이 이루어진다. 즉, 자기 공감은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해석적 관계 속에서 가능하며, 현재의 자아가 자신을 타자처럼 바라보고 이해하며 확인하는 행위(E. Levinas, 강영안 역, 2024, pp. 31-32)를 통해 자기 이해를 심화하게 된다.
다음으로, 거리두기의 원리는 자서전 쓰기에서 선택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작용 원리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학습자는 자신이 겪어온 수많은 경험을 반추하고, 그중 특정 사건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그 사건을 일정한 심리적 거리에서 재조명하게 된다. 이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그 일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를 질문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로 이어지며, 이는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다(김혜정, 2009, p. 28). 이처럼 자서전은 자기 경험을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에 따라 해석하여 자기를 이해하는 글쓰기이다.
학습자가 자기 삶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고 과거의 ‘나’를 의식적으로 호출하는 일은 대개 특정한 계기가 외부 자극을 통한 자기 일상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가능하다. 이때 문학과 음악은 타자의 경험을 매개로 자기 삶을 환기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다음 절에서는 문학과 음악을 통한 타자 경험이 자기 이해를 위한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2. 자기 이해를 위한 문학과 음악의 매개적 역할
앞서 지적했듯 자기 이해는 학습자의 직접적 성찰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 자아 인식은 텍스트 해석이라는 간접적 경험을 통해 성립(Ricoeur, 1981)하며, 문학과 음악은 학습자가 자기 이해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된다. 이 두 매체는 타인의 삶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이해를 이끌 수 있다.
문학과 음악은 해석의 토대가 되는 텍스트를 학습자에게 제공한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독자가 반영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텍스트에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리쾨르의 말(Ricoeur, 1981: 94)처럼, 학습자는 텍스트를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자기의 모습이나 태도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해라는 행위가 학습자의 존재론적 구조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텍스트에 대한 의미 탐구는 학습자의 자기 이해를 필수적으로 요청(황예인, 2023, p. 309)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크로머와의 사건을 계기로 ‘어두운 세계’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전까지 가족과 학교라는 ‘밝은 세계’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왔던 그는 크로머의 협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에 균열이 생겼음을 인식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학습자는 자기 삶에서 처음으로 질서가 무너지고 불안이 침투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이 과거에 외부의 압력이나 두려움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성찰하며,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내면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문학 텍스트의 해석은 독자가 자기 경험의 균열을 재발견하게 하는 통로가 되며, 곧 자기 이해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문학과 음악은 학습자로 하여금 타자의 삶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반사적으로 조망하게 하고, 인물과의 동일시 또는 거리두기를 통해 자아의 재구성을 유도한다(최홍원, 2014; 홍단비, 2015). 특히 청년기의 정체성과 관련된 감정을 다룬 대중가요는 자기 감정의 언어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김경화, 2025). 예컨대 아이유가 부른 나이와 관련된 노래들은 혼란, 상실, 수용, 성장 등 생애 주기별 갈등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을 음악에 투사하여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문학과 음악 텍스트와의 만남은 학습자로 하여금 ‘변화된 자아’를 경험하게 한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텍스트가 제안하는 세계를 전유하며 확장된 자아를 수용하는 과정(주영흠, 2004)이다. 학습자는 텍스트를 만난 이후에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고 이를 수용하며,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즘적인 자아를 벗어나 사고 방식을 조정하거나 경험을 확장한다(Ricoeur, 1998). 이때 문학과 음악은 학습자에게 의미 있는 타자가 되어 삶과 세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문학과 음악을 매개로 한 자서전 쓰기는 타자의 이야기를 경유하여 자신을 비추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글쓰기이다. 이 글쓰기는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자아를 성찰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아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다시 현재의 자아를 조망하도록 이끈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학습자가 자기 삶을 서사적으로 정리하고 의미화하는 자기 이해의 교육적 계기를 제공한다.
2.3.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의 의미와 특징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는 자기 삶 전체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대신 현재의 자기를 중심으로 특정한 경험이나 기억을 선택하여 응축적으로 구성하는 글쓰기이다. 기존의 자서전이 생애 전반을 회고하며 삶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는 현재 자기를 중심에 두고 특정 장면이나 기억을 해석하며 삶의 조각을 서사화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대학생에게 적절한 형식으로 기능한다. 일반적으로 자서전 쓰기는 삶 전체를 관조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와 시선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대학생은 아직 삶의 궤적을 형성해 가는 과도기적 존재로, 생애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기에는 경험의 총체성과 인식의 성숙성이 부족하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놓인 대학생은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1) 따라서 글쓰기도 삶의 전체를 통합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지금-여기’의 자기 인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 페이지’라는 형식적 제약은 학습자가 쓸 내용과 방법을 숙고하게 하며, 타자의 경험에 비춘 자기 경험에 대한 선택을 유도한다. 학습자는 삶의 수많은 경험 중에서 어떤 장면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되고, 선택된 경험을 어떻게 배열하고 해석하여 글로 구성할 것인지 탐색하게 된다. 특히 이 글쓰기는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자기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앞서 제시한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실천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선택과 응축, 해석과 구성의 과정을 통해 학습자는 자기를 낯설게 바라보고, 자기 이해와 성찰로 나아갈 수 있다.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는 ‘완성된 자아’를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와 형성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학습자가 현재의 자기와 마주하며 미래를 잠정적으로 모색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글쓰기는 현재의 자아를 성찰하는 동시에 미래의 자아를 전망하게 함으로써 자아 탐색과 자기 이해를 심화하는 글쓰기 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3.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의 설계와 운영
3.1.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의 목적과 방향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은 학습자가 자기 삶의 경험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자기를 이해하도록 돕는 글쓰기 교육이다. 기존의 자서전 쓰기가 개인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회고하는 방식이었다면, 본 수업은 현재 시점에서 특정한 경험을 중심으로 자기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특히 ‘한 페이지’라는 형식은 생애 주기 말기에 쓰게 될 자서전의 한 페이지를 현재 시점에서 써 보는 형식을 유도한다. 학습자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선택하고, 이를 응축된 서사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주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며 현재의 자신을 성찰적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화함으로써 자기 삶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글쓰기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자기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셋째, 문학 및 음악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본 수업은 학습자가 문학과 음악 속 타자의 경험을 매개로 공감과 거리두기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자서전 한 페이지’ 형식의 글쓰기로 표현하도록 구성되었다.
3.2. 자기 이해를 위한 매개 텍스트 선정과 교육적 의의
앞서 학습자가 자기 이해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개 텍스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은 자기 인식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에 근거한다. 인간이 자신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타자의 시선과 서사를 경유해야 하며(J. P. Sartre, 방곤 역, 1993), 이는 정체성이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고 해석된다는 점에 기반한다. 자아는 타자의 이야기, 타자의 언어의 반사되어 구성되므로(J. Culler, 이은경 외 역, 1999, p. 182), 자기 이해는 자기 내부로 파고드는 직관이 아니라 타자의 서사와 감정에 응답하고 그로부터 거리를 두며 자신을 성찰하는 해석적 과정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학과 음악은 학생들의 자기 인식을 비출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자서전 한 페이지 수업을 위해 선정한 문학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최인훈의 <광장>이며, 음악은 가수 아이유의 <스물셋>, <팔레트>, <에잇>, <라일락>2)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주인공 혹은 화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청년기를 배경으로 한 정체성의 혼란, 선택의 갈등, 감정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대학생들과 동일한 생애 단계에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학습자들이 자신의 현재 자아를 소환하고 기존의 자기 경험을 반추하며 글쓰기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매개 텍스트로 기능할 수 있다.
먼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성장기 청년 ‘싱클레어’의 내면 갈등과 자아 형성의 여정을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특히 ‘밝은 세계’(가정, 학교, 도덕)와 ‘어두운 세계’(욕망, 자유, 자율성)의 충돌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서사는 학생들에게 자아 탐색의 경험을 투사할 수 있는 서사적 장치로 작용한다. 싱클레어가 자아의 균열을 인식하고 다시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는 크로머와의 사건, 데미안과의 만남, 에바 부인에 대한 사랑, 전쟁이라는 실존적 상황이 주요 전환점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은 ‘나의 성장과 변화의 전환점은 어디였는가’, ‘내 삶의 데미안은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자기 이해와 성찰의 계기를 갖게 된다.
최인훈의 <광장>은 분단된 국가라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주인공 이명준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과 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한 이명준의 모습은 학생들에게도 현대 사회에서 경험하는 소속감의 불확실성과 선택의 어려움을 성찰하게 만든다. 특히 이명준이 외부의 질서와 내부의 신념 사이에서 경험하는 갈등은 학생들이 ‘사회적 규범과 나의 자유는 어떻게 충돌하는가’, ‘내가 속한 집단이 요구하는 가치와 나의 내면은 어떤 균열을 겪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이로써 학습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탐색하고, 이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편, 아이유의 노래들은 화자가 특정한 생애 시점에서 자신을 인식하고 형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며, 학습자가 그 과정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자아 탐색의 국면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먼저, <스물셋>은 다중적 자아와 내면의 갈등을 진솔하게 표현한 곡이다. “난 수수께끼, 뭐게요 맞혀봐요”,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와 같은 가사는 정체성의 모호함에 대한 자각을 드러낸다. 이 곡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를 모티프로 삼아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묻는 주체에게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3) 즉 무엇을 고르든 정답이며 자신이 믿고 싶은 바에 달려 있다는 다의적 서사를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학습자는 자기 정체성을 고정된 해답이 아닌 ‘여러 가능성의 공존’으로 성찰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보이고자 하는 모습과 진짜 욕망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게 된다.
<팔레트>는 보다 안정된 자아 수용의 단계로 나아가는 화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나”라는 고백은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자기 이해의 과정을 상징한다. <팔레트>는 <스물셋>에서 보인 혼란 이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또박또박 짚어내는 곡”4)으로, 25살의 화자가 자기의 취향과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수용한다. 나아가 가수 G-DRAGON의 피처링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스물다섯’이라는 세대적 정서와 청춘의 보편성으로 확장시킨다. 이 곡을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인정하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다.
<에잇>은 상실과 기억의 정서를 중심으로 구성된 곡이다. 성장과 이별의 상황과 감정을 환기시키며, 사라져간 관계나 기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화자는 가상의 인물에게 고백하듯 스물여덟 살의 무력감, 자유로움의 상징인 ‘오렌지 섬’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앨범 해설에서도 이 곡을 삶의 무기력과 집단적 상실감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소개한다.5) 이는 학습자에게도 사라져간 관계, 꿈, 시간 등을 떠올리게 하며, 이를 반추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해의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
〈라일락〉은 청춘의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의 이중적 정서를 담고 있다.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라는 가사는 과거를 회상하고 정리하는 동시에 다가올 미래를 환영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앨범 해설은 이 곡을 “10년간 열렬히 사랑하다가 기쁘게 이별하는 연인의 이야기”이자, 20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인사하는 곡으로 설명한다.6) 학습자는 이 노래를 통해 하나의 시기를 마무리하며 자기 삶의 전환기를 성찰하고, 변화 속에서 감정을 수용하고 언어화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상에서 보건대 <데미안>과 <광장>, 아이유의 노래들은 모두 청년기의 주체가 자기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탐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학습자와 동일한 생애 단계의 인물 혹은 화자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자기 경험을 비춰볼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 텍스트가 된다. 특히 문학은 서사의 층위에서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사고하도록 유도하며, 음악은 감정적⋅상징적 층위에서 학습자가 자기 경험을 언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텍스트들을 활용할 때 학습자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유하여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와 상실, 수용과 성찰의 과정을 글쓰기로 재구성하게 된다.
3.3.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 단계별 구성
본 수업은 총 3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는 학습자의 자기 이해를 점진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교육적 흐름에 따라 설계되었다. 각 단계의 명칭은 해당 단계의 교육적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3.3.1. 현재의 ‘나’ 인식하기: 언어를 통한 자기 발견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학습자가 현재의 자아를 타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언어로 명료화하는 활동을 중심에 두었다. 학습자는 ‘지금의 나’를 세 단어로 표현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면서 자기 이해의 언어를 구성하였다. 또한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를 분리하여 인식하고, 자신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기초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활동은 후속 단계에서 자기 경험에 공감하고 해석할 수 있는 관계적 자아 형성의 기반을 마련해 준다.
예컨대 한 학생(H29)은 자신을 “자유로운, 섬세한, 유쾌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그는 “자유나 의지를 억압받는 것을 싫어하고, 삶의 방향성을 유연하게 두려 한다”는 이유로 ‘자유로운’을 제시하였고, 음악에 몰입하면서 청각⋅후각⋅미각 등 감각이 민감해졌다는 점에서 ‘섬세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또한 “사람들을 재밌게 하고 상황을 즐겁게 이끌어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유쾌한’ 사람이라 규정하였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2단계에서 더욱 구체적인 자기 이해로 확장되었다. 이 학생은 <데미안>을 읽으며, ‘자유로운’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던 자신의 성향을 싱클레어의 이야기와 연결하여 해석하였다. “싱클레어는 자신을 억압하고 있었던 어두운 세계를 인식하게 된다. 데미안과의 만남은 어두운 세계와 밝은 세계를 통합적으로 수용하며 진정한 자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이 나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하면서 자신의 자유로운 성향이 단지 기존 질서에 반항하려는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려는 욕구의 표현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서술한다.
또 다른 학생(D07)은 자신을 “신중한, 마이페이스, 즉흥적인”이라고 규정하며, 선택의 기로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과 동시에 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즉흥성을 함께 인식했다. 이러한 자아 인식은 2단계에서 아이유의 <스물셋> 가사를 접하며 보다 입체적인 자기 이해로 전개되었다. 학생은 <스물셋> 가사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혼란과 복잡함을 언급하면서 “평소에는 신중하게 생각하려 하지만, 막상 선택을 앞두면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저질러버릴 때가 있다. 그게 잘못된 건가 싶었는데, <스물셋>을 들으면서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20대 초반의 흔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모순적인 자기의 모습 그 자체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자기 공감의 계기가 되었다.
이상에서 보건대 1단계 활동은 자아를 타자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재의 ‘나’를 해석 가능한 언어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해의 기반을 마련한다. 학습자가 단어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 경험, 욕망, 갈등을 낯설게 바라보고 언어화하는 활동이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3.3.2. 타인의 이야기와 마주하기: 문학과 음악을 통한 자기 이해
두 번째 단계는 학습자가 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공감의 원리와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거리두기의 원리를 바탕으로 설계하였다. 문학과 음악이라는 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경험은 학습자에게 자기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삶의 특정 국면을 이해하고 성찰하게 한다.
예컨대 문학에서는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다룬다. 이 인물의 혼란과 성장 서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사회가 정한 기준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한 학생(D10)은 ‘좋은 아이’가 되기를 기대했던 부모의 기준과 자율성을 중시했던 자신의 욕망 사이의 충돌을 회상하며, 문학 인물의 내면적 분열 구조를 빌려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해석했다. 이 학생은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한 건, 나 역시 내 속의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서술했다. 이는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맞닿은 지점을 발견하고, 과거의 자아를 이해하려는 자기 공감의 과정이다. 나아가 그 경험을 일정한 거리에서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해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학습자들은 아이유의 <스물셋>이나 <팔레트> 같은 곡을 통해 청년기 자아 탐색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의 복합적인 감정, 즉 ‘보이고 싶은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긴장감은 많은 학습자에게 익숙한 경험이다. 한 학생(D15)은 “어릴 적부터 눈치를 보며 나를 꾸며왔다. 이제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노래 속 화자의 심리를 빌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해보는 자기 공감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학생(H01)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타자의 이야기와 만남을 계기로 자기 경험과 감정을 거리 두고 조망하게 된 사례이다.
이처럼 문학과 음악은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의 전 단계로, 학습자들이 타인의 삶을 마주하며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학습자는 자기 이해의 내용을 글로 표현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3.3.3. 자기 삶의 해석: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마지막 단계는 앞선 활동들을 바탕으로, 학습자가 자기 이해의 내용을 자서전 형식으로 구성한 글쓰기를 수행하였다.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과제는 학습자가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특정한 사건, 감정, 인물 등을 중심으로 글을 조직하였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자아’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글의 형식은 에세이, 편지글, 일기, 블로그 글 등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여 자기 이해의 내용에 적합한 표현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한 페이지’라는 형식적 제약은 학습자가 현재 시점에서 자기 삶을 응시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적 틀로 작용하였다. ‘자서전 한 페이지’는 학습자로 하여금 ‘지금의 나’를 중심에 두고,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와 미래의 자신을 재해석하도록 이끈다. 이 글쓰기는 과거의 자아를 현재의 자아가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기 공감의 장이자, 일정한 거리에서 경험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해석적 성찰의 실천이 되었다. 이때 교수자는 질문과 피드백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 이해 과정을 지원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을 <표 1>과 같이 구성하였다.
4. 문학과 음악을 활용한 자기 이해 글쓰기 교육의 실제
4.1. 연구 대상 및 방법
이 절에서는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에 참여한 학습자들의 글을 분석하여, 글에 드러난 자기 이해의 양상을 질적으로 고찰하였다. 분석 대상은 2025학년도 1학기 경기도 소재 S 대학교에서 개설된 〈글쓰기와 고전읽기〉 교과목에서 실시된 수업의 결과물로, 디자인학부와 인문사회융합대학에 소속된 1학년 학생들이 작성한 총 57편의 글이다.
분석 방법은 귀납적 범주화를 통해 자기 이해 및 정체성 탐색의 양상을 중심으로 1차 분류를 시행한 뒤, 내용 기반의 반복 검토를 통해 ‘자기 틀’로부터의 거리두기, ‘다중 자아’의 인식과 수용, ‘실패와 상실’을 통한 자기 재해석, ‘외부 텍스트’를 통한 자아 반성으로 분석 범주를 도출하였다. 각 범주는 의미 중심 분석에 기반하여 학생 글의 일부를 인용하고, 이에 대한 해석과 논의를 통해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밝히고자 하였다.
4.2. 자기 이해의 양상 유형화 및 사례 분석
4.2.1. ‘자기 틀’로부터의 거리두기
이 유형은 학습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정체성이나 내면화된 ‘착한 아이’, ‘모범생’, ‘성실한 딸’과 같이 ‘좋은 사람’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억압이나 자기 억제를 인식하고, 그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확인된다. 이 과정은 감정 억압에서 감정 직면으로, 대외적 이미지에서 내면적 진실성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 “그동안의 나는 ‘착함 프레임’에 갇혀 나를 저 깊이 밀어내고 있었다. … ‘거짓 착함’에 갇혀 나를 더 아프게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하고 한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인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나’이다.” (H01)
(가)는 <데미안>을 읽은 후 자신이 오랫동안 ‘착한 아이’라는 사회적 이미지에 갇혀 감정을 억압해 왔음을 깨달았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글쓰기 과정에서 ‘착한 아이’의 틀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자신에 대한 인지적 이해를 넘어, 사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적 결단으로 볼 수 있다(박순영, 2001). 다시 말해, 감정을 직면하고 자신의 내면을 언어화한 행위 자체가 이해의 수행적 성격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는 ‘착한 아이’라는 타율적 자아를 넘어, 자기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 남들, 특히 엄마가 보면 나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어 보이겠다. … 하지만 가끔은 이런 내가 답답하다.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맞춰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엔 생각한다.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D10)
(나)는 겉으로는 무난하고 흐름에 순응하는 인물로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기존의 ‘흘러가는 대로 사는 나’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그것을 하나의 틀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은 자기 삶에 대한 주도적 해석과 재정의의 시작점으로 기능한다.
(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결국 남이 정해준 세계에서 벗어나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나도 늘 ‘착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말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들이 꼭 나를 위한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광장>의 이명준처럼 나 역시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적어도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조금 알 것 같다.” (H15)
(다)는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성장과 <광장>에서 이명준의 정체성 갈등을 자신에게 투사하며, 외부 세계가 부여한 ‘정해진 나’로부터 벗어나려는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싱클레어가 ‘남이 만든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이 학생 역시 사회적 요구로 내면화된 ‘착함’과 ‘성공’의 기준을 재검토하며 스스로의 욕망을 성찰한다. 또한 이명준이 두 세계 사이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으려 했듯, (다)는 흔들림을 회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기 감정과 판단을 새롭게 해석한다. 이러한 서술은 과거의 자기의 행동이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있었음을 공감하면서도, 이에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정해진 자아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는 사례이다. 글쓰기를 통해 학습자는 타인의 서사 속에서 자신을 비추며, 기존의 가치 틀을 해체하고 자기 이해의 주체로 서고 있다.
이 유형의 공통된 특징은 ‘정해진 나’로부터 거리두기와 탈피, 그리고 감정의 억압에서 감정의 해석과 수용으로의 전환이다.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기존에 자신이 수용해온 ‘좋은 사람’, ‘이상적 자아’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자기의 모습을 마주하며 다양한 감정과 판단을 수용하는 새로운 자기를 구성해 나간다. 이는 곧 글쓰기가 자기를 이해하는 수행적 실천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4.2.2. 다중 자아의 인식과 수용
이 유형의 글에서는 하나의 통일된 자아상이 아니라, 대인 관계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자아를 인식하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학습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학생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닌,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복수의 자아를 이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
(가) “나를 돌아보면 내 내면 속 세계는 크게 4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 어른들 앞에선 억압받고, 친한 친구 앞에선 외향적인 내가 되고, 친하지 않은 친구 앞에선 감정 소모를 줄이려 로봇처럼 대한다. … 그리고 부모님 앞에선 또 전혀 다른, 자유로운 성격이 드러난다.” (D03)
(나) “페르소나를 통해 나의 내면에 있는 여러 하자를 극복하고 싶다. … 계획적이고 현실적인 나라는 사람을 예외적으로 행동하게 만든 실연 이후,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선택들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혼란이 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양한 페르소나를 실현하고 싶은 욕망을 인정하게 되었다.” (D19)
(가)와 (나) 모두 관계 속에서 다층적으로 드러나는 자아의 모습을 탐색하며, 처음에는 이를 피로감이나 혼란으로 인식하지만 점차 그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가)는 는 자신의 태도를 통해 ‘일관되지 못한 나’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지만, 글의 후반부에서는 그 다면적 자아를 자연스러운 자기 구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로 전환한다. (나)는 계획적인 나’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나’ 사이의 간극을 페르소나 개념을 통해 해석하며, 다양한 자아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두 학생 모두 자아를 고정된 본질이 아닌 관계와 상황 속에서 구성되는 가변적 정체성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조율하며 자기 일관성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다) “나는 조용하고 즉흥적이며 마이페이스라는 세 단어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 …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떠들지만 속으로는 그럴 ‘척’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혼자 있을 때는 오히려 말하고 싶어 답답했다. …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며, 어느 한쪽만이 진짜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모든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D07)
(다)에서 “모든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서술은 자아의 다면성을 긍정하며, 고정된 자아 개념을 해체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이는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내-존재’로서의 학습자가 자신이 속한 관계망과 세계를 자각하고 조정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조홍준, 2019, p. 1237). 즉, 학습자는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자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자기 이해를 주체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유형의 공통점은 자기의 모습이 고정적이고 단일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자아의 다면성을 인식하고 이를 수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경험 자아와 서술 자아의 거리를 두고, 다양한 자기 정체성의 층위를 조율하며 내면화한다. 이 과정은 곧 자기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며, 자기를 구성하는 관점의 전환과 성숙을 이끄는 지점이 된다.
4.2.3. 실패와 상실을 통한 자기 재해석
이 유형에서는 입시 실패, 인간관계의 갈등, 실연, 좌절 등의 경험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하며 자기 확장을 시도하는 서술이 중심을 이룬다. 학생들은 단순히 감정을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와 상실을 성찰의 계기로 전환하며 현재의 자기 존재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한다.
한 학생(H20)은 “너의 스무 살은 찬란한 슬픔으로 가득했던 것 같구나. 세상에는 간절했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단다”라고 썼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실패가 “앞으로 더 치열하게 살아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음을 밝힌다. 이 글은 좌절의 기억을 자기 연민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결심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학생(D30)은 입시 실패로 인한 좌절, 전공 변경, 재입시를 거쳐 디자인이라는 길을 다시 선택한 경험을 서술했다. 그는 “디자인하는 건 나를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왔다”라고 적으며, 방황과 혼란의 시간을 되짚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내적 균열을 인식하고, 〈광장〉의 이명준처럼 소속과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면서도 자기 이해의 과정으로 나아간다. 이 글은 과거의 실패를 ‘확신을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해석하며, 자기 선택을 긍정하는 새로운 자아 이미지를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실연의 경험을 다룬 학생(D04)의 글도 있다. 이 학생은 “나는 실연 이후에 달라진 나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계획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었던 내가 예외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후 서술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시도로 나아가며, 상실을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는다.
한편, 입시 실패를 두 번 경험한 학생(H13)은 처음에는 절망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음악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학생은 입시 실패를 단순한 좌절로 남기지 않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이해가 곧 실천으로 정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최홍원, 2012, p. 105-106). 반복된 실패의 경험을 자기 성찰의 계기로 전환함으로써 학습자는 외부의 평가 기준에 의존하던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적 가치와 진정한 욕망을 중심으로 한 실천적 자기 이해에 도달한 것이다.
이처럼 ‘실패와 상실’ 유형의 글은 공통적으로 자기 서사 속의 균열 지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경험을 성찰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는 서사가 되고, 서사는 다시 자기를 해석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4.2.4. 외부 텍스트를 통한 자아 반성
이 유형에서는 학생들이 <데미안>, <광장>, 아이유의 노래 등의 외부 텍스트에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거나, 반대로 자기 경험을 해석하는 질료로 활용한다. 이는 자아를 직접적으로 인식하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나 세계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추는 과정이다.
(가)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정체성을 찾아 치열하게 방황한 것도 아니고, <광장>의 이명준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나를 정의해 본 적도 없다. … 그냥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H32)
(가)는 <데미안>의 싱클레어과 <광장>의 이명준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들처럼 치열한 자아 탐색이나 이념적 갈등을 겪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은 자기 인식의 결여를 의미하기보다는 타인의 서사를 매개로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려는 반성적 태도의 표현으로 볼 필요가 있다. 즉, 학습자는 외부 텍스트 속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기준점으로 삼아, 자신의 삶이 놓인 지점을 상대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서술은 성찰의 결과로, 주체적 선택과 수용의 태도를 내면화한 진술이라 할 수 있다.
(나)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늘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린다. 나도 그렇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길을 원하시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광장>의 이명준이 남과 북의 경계에서 갈등했듯, 나 역시 가족의 기대와 내 선택 사이에서 자꾸 분열된다. 예전에는 그게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갈등 속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D13)
(나)는 두 소설의 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해 자아의 복잡성을 설명하고 있다. 학생은 자신이 겪은 가치 충돌, 가족과의 거리감, 진로 선택의 고민을 문학 속 인물의 서사에 비추어 보며, 자기 경험을 외부 서사를 통해 재서사화한다. 이처럼 문학은 자기 정체성의 내면적 균열을 해석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 도구로 기능한다.
(다) “아이유의 ‘스물셋’을 다시 들었다. 초등학생 때 처음 들었을 땐 ‘왜 이렇게 우유부단하지?’ 싶었다.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스물셋이 되면 모든 게 확실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20대가 된 나는 그 가사가 말하는 혼란과 모순이 너무 잘 이해된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라는 말이 딱 지금의 나 같다.” (H24)
(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텍스트와의 관계가 변모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과거엔 이해되지 않았던 감정이 지금은 공감되는 경험을 통해 학생은 자기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닌 변화 중인 과정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해란 텍스트 속 세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는 과정으로, 학생은 음악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를 마주하며 자기 이해의 깊이를 확장한다.
이 유형의 글들은 자아 성찰이 외부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도되는 과정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문학이나 음악은 자기 인식의 출발점이자 해석의 장치가 되며, 학습자는 이를 통해 ‘이야기 속 타자’를 거쳐 ‘자기’에게 도달하게 된다.
이상의 네 유형은 서로 독립적이라기보다 상호 교차하고 중첩된다. 예를 들어, 외부 텍스트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는 가운데 과거의 실패를 새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관계 속에서 감정적 거리를 두는 시도가 다중 자아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은 학습자가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수용하며 고정된 자아상을 넘어서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지금-여기의 자기를 이해하고, 이를 언어화하여 표현한다. 이러한 실천은 대학 글쓰기 교육이 자기 이해와 성장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5. 맺음말
본 연구는 자기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글쓰기의 교육적 가능성을 탐색하며, 그 교육적 방법으로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를 제안하였다. 이 글쓰기는 과거의 경험을 단순히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자아를 성찰적으로 조망하며 공감과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자기 이해의 과정이다. 학습자는 자신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주체적으로 의미화하고 재구성하며, 타자의 서사를 매개로 자기 경험을 비추는 공간 속에서 ‘무엇을, 왜,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선택적 글쓰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글쓰기 개념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이론적 논의에서 수업 구성, 실제 사례 분석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탐색을 수행하였다. 자아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고 해석된다는 전제 아래, 본 연구는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글쓰기의 핵심 요소로 설정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수업을 설계하였다. 학습자는 현재 자아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여, 문학 인물 및 음악 화자와의 비교, 감정의 재구성, 자기 경험의 서사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 삶을 타자적 시선에서 재해석하는 자기 이해의 글쓰기를 수행하였다. 실제 학생들의 글에서도 자아의 분열과 갈등, 감정의 회복과 정리, 선택의 의미와 책임에 대한 성찰이 다양하게 드러났으며, 이는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가 자기 이해를 위한 유의미한 교육적 실천으로 작동함을 보여 준다.
이 글쓰기는 과거의 자아를 타자화하여 이해하고 해석적으로 조망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글쓰기이다. 특히 문학과 음악이라는 매개 텍스트를 활용함으로써 학습자가 자기의 경험을 외현화하고, 이를 통해 자기 이해의 심화를 이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교육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감과 거리두기의 원리를 글쓰기 교육에 적용함으로써 자아 이해를 촉진하는 새로운 글쓰기 교육 모델을 마련하였다. 둘째, 문학과 음악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자기 이해 글쓰기를 이끄는 다매체 기반 글쓰기 수업 설계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셋째,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 수업은 학습자가 자기 경험을 성찰하고 그 의미를 언어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를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 글쓰기 모델을 다양한 연령과 교육 환경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개 텍스트의 범위를 예술, 영화, 회화 등 타 장르로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서전 한 페이지 쓰기가 개인의 이해를 넘어 타자와의 관계 형성 및 공동체적 상상력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그 교육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ferences
Notes
대학생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으며,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전환기의 존재로 규정된다(김영희, 2010; 김광현⋅강성배, 2016; 최윤희, 2015).
아이유의 <스물셋>, <팔레트>, <에잇>, <라일락>은 각각 23세, 25세, 28세, 29세의 화자가 자신의 나이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내적 갈등을 다룬다.
아이유 미니 앨범 [CHAT-SHIRE] 앨범 소개, 멜론(Melon),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2646282 (검색일: 2025.09.05).
아이유 정규 4집 [Palette] 앨범 소개, 멜론(Melon),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056666 (검색일: 2025.09.05).
아이유 디지털 싱글 [에잇] 앨범 소개, 멜론(Melon),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426648 (검색일: 2025.09.05).
아이유 정규 5집 [LILAC] 앨범 소개, 멜론(Melon),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554246 (검색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