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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9(4); 2025 > Article
대학 인문교양교육에 관한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

Abstract

이 논문은 두 명의 대학 강사가 인문교양 과목을 강의한 경험과 성찰 과정을 다룬 자문화기술지이다. 연구자들은 대학에서 인문교양 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강의 목표와 내용, 자료 등을 공유하고, 소통⋅비평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한 과정을 기록하고 재구성하였다. 대학 강사이자 연구자로서 우리의 교수 경험을 자문화기술지라는 연구 방법으로 탐색하면서, 대학 교강사의 교수학적 한계를 대학의 수업 문화 측면에서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를 바랐다. 각자의 강의를 나누고 변화시켜 보고 또 교수자로서의 성장의 깨달음과 기쁨을 맛본 과정을 개별수업기(수업의 눈동자[眼]를 찾아서)-수업나눔기(돌아앉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轉身而坐 方位易焉])-공동교정기(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법[烘雲托月法])로 서술하였다. 대학 인문교양교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강의의 경험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어 공명(共鳴)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우리와 유사한 강의를 처음 시작하는 교수자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에게 미흡하나마 하나의 자료가 되어 다양하고 풍부한 인문교양 강의가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대학에서의 인문교양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사유를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Abstract

This study is an autoethnography that explores and reflects on the experiences of two university lecturers teaching general humanities courses. The researchers shared and critically discussed their goals, content, and materials for lectures from the beginning of their teaching careers to the present, documenting and reconstructing their process of change and growth. By examining our own teaching experiences through the lens of autoethnography, we aimed to offer insights into the pedagogical limitations faced by university lecturers and to propose ways to critique and overcome these challenges within the broader culture of university classrooms. Our journey of sharing, transforming, and finding joy and insight in our growth as educators is structured into three parts: Individual Class Narratives (“In Search of the Eye [眼] of the Class”), Collaborative Sharing (“A New World Opens When We Turn Around [轉身而坐 方位易焉]”), and Co-Revision Practice (“The Art of Teaching Without Teaching [烘雲托月法]”). We hope that our perspectives on general humanities education and our teaching experiences resonate with readers. Though modest, this study aspires to serve as a resource for new instructors and researchers engaging in similar educational practices, fostering diverse and enriching humanities education in universities. Ultimately, we hope students will cultivate humanistic thinking through their experiences with general humanities education.

1. 서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학의 교양교육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산업형 인간의 양성에서 인간 스스로 자신의 삶의 본질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에 근거한 존재로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민웅기, 2023). 자아의 존립, 타인과의 소통과 화합, 도덕성, 배려 등이 기실 4차 산업 사회, 기계 중심, 인공지능 중심의 사회의 토대가 된다는 공감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사유에 근거한 교양교육의 필요성은 다소 선언적으로 제기되고 당위적 차원에서 동의를 얻고 있어서,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교양교육 콘텐츠와 강의 사례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실천적 동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두 연구자가 인문교양 강의를 실천한 경험과 서로의 강의를 공유하고 소통한 과정을 탐색하여, 대학 인문교양교육의 본령에 다가서고자 한다.
한편, 이러한 연구의 과정과 방법은 다음과 같은 대학 교강사의 교수학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가르치는 일이라는 공통적인 교수 행위를 하는 일군의 직업, 특히, 초⋅중등학교 교사와의 비교 속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대학 교강사는 초⋅중등학교 교사와 달리, 문서화된 교육과정이 없다. 이는 곧 준거로 삼을 만한 교육 지침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개설되는 교과목마다 강의 개설 목적이라든지 목표 등이 있지만 이를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교수자의 자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며, 개별 교수자에 의해 수업의 범위나 내용이 결정된다. 그렇다 보니, 교육의 결과, 학생들의 이해와 성과 등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둘째, 개설되는 과목마다 교수⋅학습 자료 및 방법도 없다. 사고와 표현으로 대표되는 기초교양교육 과목은 각 대학에서 편찬한 교재가 쓰이지만, 그 외의 교양교육 과목은 교수자의 판단에 따라 개론서 및 유사한 과목의 수업 결과와 성과 보고서 형식의 논문 등이 참고가 될 뿐이다. 이렇다 보니, 교수자의 세부 전공, 관심사 등에 따라 비슷한 목적으로 개설된 과목도 다르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대학 교강사는 초⋅중등학교 교사에 비해, 자신의 교수 행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다. 초⋅중등학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 장학과 컨설팅 등을 생각해 본다면, 대학에서 강의에 대한 고민이나 의문, 수강생의 문제 특성 등을 함께 나누고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대학의 교강사들은 자신의 강의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를 원활히 받기 어렵다. 대체로 기말고사를 통해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진 자신의 강의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강의 평가를 보면서 수업을 성찰할 수 있지만, 강의 평가의 객관식 항목은 획일화되어 있고, 서술형 항목은 학생들의 단편적인 평가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의에 대해 성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1)
이처럼 대학 교육은 교수자의 ‘자율성’이 크게 부각된다. 교수 행위의 자율성은 연구자, 교수자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나 한편 타성에 젖어 들기도 쉬운 까닭에 때로는 보다 나은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을 가로막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2) 대학 수업의 획일화를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나, 대학 교강사들이 개인적 교수 경험을 학문의 장(場)으로 가지고 나와 사회적 맥락에서 활발히 논의함으로써 각자의 교수 행위를 발전시킬 필요성은 분명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우리의 교수 경험을 근거로 삼아 교양교육 현장에서 겪었던 문제를 가감 없이 제시하고, 수업을 나누고 소통한 과정을 상세히 보고하면서, 인문교양교육 교수법의 정연(整然)화 방향을 실천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2.1.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

본 연구는 자문화기술지를 연구 방법으로 채택하여 대학 교양교육에서 고전문학을 통한 문화적 문식성 함양 교육을 실천하고자 한 두 강사의 교육적 삶과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통적인 문화기술지가 낯선 집단 내지는 문화, 타인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두었다면 자문화기술지는 ‘나의 문화에 대한 내 자신의 경험이 문화, 상황, 사건, 생활 방식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가? (Patton, 2017, p. 148)’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연구 방법이다. 본 연구 역시 대학의 인문교양 수업이라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국어교육학 및 국문학 연구자이자 강사의 교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반성적⋅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우리의 교육적 삶의 모습을 이론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대학의 수업 문화를 먼저 살펴본 연구에 따라,3) 대학 수업 문화의 한계를 그 주체인 교수자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먼저, 수업의 주체인 교수자의 높은 전문성은 외부와의 ‘단절’을 불러일으켜 수업을 공론화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를 위시한 초⋅중등학교 교사들의 수업 공유와 소통, 비평 그리고 연대 등을 교수 사회나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 학문의 분절적 구조가 대학교수의 사고 구조 및 행동 양식을 분절적으로 만들어 대학교수를 스스로 동료 교수, 가르치는 학생 때로는 처음 가졌던 학문적 열정으로부터 단절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Palmer&Zaionc, 2017, 김영석, 2020, p. 3 재인용). 또한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수업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일정 기간 교육 실습을 거쳐 교사가 되는 것에 반해, 대학 교강사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학 수업이 대부분 학생들에게 최종적인 학습 기회이며,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학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 수업의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서 대학 수업 문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고 소통할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이용숙, 2001, p. 227). 대학 수업 문화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인식은 두 연구자가 모두 중등학교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 각각 교육학 박사 및 교육학 석사 학위를 소지한 연구자로서, 교수법을 비롯한 여러 교육학 강의를 수강한 경험, 교육 실습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수업의 목표와 효율성을 학습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스스로의 수업을 성찰하여, 대학 수업 문화를 더욱 예민하게 바라보는 데 기여했다고 할 것이다.
자문화기술지의 방법론적 가능성과 시사점을 연구자, 연구 참여자, 독자, 학교 현장의 측면에서 밝힌 연구(김영천⋅이동성, 2011)에 따라, 본 연구의 방법론적 적절성과 효과 등을 검토하였다. 먼저, 두 연구자는 각각 6년, 3년의 강의 기간을 통시적으로 회고하면서, 개인의 삶에 머물 수 있었던 교육적 경험을 사회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유인물, 파워포인트, 과제물, 피드백 자료, 시험 문제 등 강의 자료 전반을 개별적⋅상호적으로 검토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거치면서 교수 내용과 방법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었다. 즉 ‘고전문학을 기반으로, 고전문학이 지금의 매체와 문화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인식되어 활용되고 있는가’라는 강의의 공통적인 성격을 추출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다양한 교수 자료를 공유하면서 적절성 여부를 따져보고, 각자의 세부 전공에 치우쳐 다소 편협하게 이루어진 교수 내용 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거듭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 인문교양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담론, 그 한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각자의 수업에서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다음 장에서 소상히 밝힐 것인데, 이는 다른 교양교육 연구자 및 교강사를 연결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의 교육과정, 교수⋅학습 자료, 교수 방법 개발에 어려움을 겪거나 보다 나은 교수 행위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이들과 보이지 않게 대화하면서 각자의 교육적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문화기술지가 교육 자료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연구자의 내부적인 의사결정과 생활세계를 재현하고,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현장과 연결함으로써 실체적인 교육과정 이론을 생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라는 의의와 상통(相通)하는 것이다.4)

2.2. 연구 맥락과 절차

2.2.1. 연구 맥락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 ‘나’의 경험이 연구의 주된 자료이기 때문에 연구자 자신에 대해 기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하는 강사이자 자문화기술자인 두 연구자의 교육적 삶을 간략히 기술하여,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연구자 A는 2011년에 박사과정에 입학해 다음 해 3월 지방 사립대학교의 국어교육과에서 개설된 교양 강의를 맡게 되었다. 이 무렵 시간강사의 자격 요건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에 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해당 과목의 강사 수급에 결손이 생겨서 대체 강사로 한 학기 동안 교양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박사과정 중에, 개강을 불과 일주일 정도 앞두고 결정된 강의로, 과연 내가 대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이 매우 컸지만, 우선 부딪쳐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맡았던 과목이 <전통문학의 이해>라는 2학점짜리 교양 과목이었다. 고전문학교육을 세부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고 있던 때에 고전문학 작품을 중등학교에서 나아가 대학과 대중을 상정하여 확장해서 생각해 보고, 교수⋅학습을 계획한 최초의 시기였다. 고전문학교육 전공자로서 여러 학과의 다양한 성격을 지닌 수강생과 그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강의를 설계하면서, 고전문학을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의 전공 과목이 아니라 교양 과목이라는 성격에 적절하게 가르치는 것에 분투했던 한 학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5) 박사 수료 이후에도 지방 사립대학교 특수교육과의 부전공 과목으로 <시가교육론>을 6년간 1학기에만 가르치게 되었다. 이 과목은 부전공이기는 하지만 수강생들이 국어과로 임용고사를 보는 것이 아니었고 학교 현장에서의 활용을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때문에 수강생의 목표와 성격을 교양 과목 수준으로 맞추어 강의를 진행하였다. 수강생의 수준이나 요구도 교양 수준과 부합했다.
2018년에 고전문학교육 연구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나(연구자 A)는 본격적으로 시간강사(lecturer)의 삶을 살게 되었다. 2018학년도 2학기부터 현재까지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대중매체와 고전>이라는 교양 과목과 말하기와 글쓰기 교양 강의, 국어교육 전공 강의 등을 하고 있다. <대중매체와 고전>이라는 과목은 ‘매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 덕분에 꾸준히 수강생이 많고, 강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이 과목을 처음 맡아 강의를 설계하면서 고민한 내용과 강의의 가치 등을 피력한 계획서로 한국연구재단의 시간강사지원사업(2018년도)에도 선정되어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6년 동안 수강생의 만족도, 강의 평가 결과, 논문 등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강의만 있을 뿐 연구는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석사과정 때 함께 공부했던 후배 연구자 B와 만나게 되었고, 각자 맡고 있는 강의를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연구자 B는 2016년 박사과정에 입학, 2018년 수료 후 2019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지방 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관리하는 교양필수 교과인 <글쓰기>를 배정받았는데, 당시 해당 학과의 내규상 1)박사수료생 이상, 2)최근 3년 이내 소논문 2편 이상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서 강의평가 등에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 <글쓰기> 교과에 한해 강의 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글쓰기>는 해당 학과에서 마련한 공통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중간, 기말시험 문항 출제 및 채점기준 등도 학과에서 문제은행식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며 이를 매 학기 개설되는 60-70여 개의 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특수) 강의였다. 즉, 강의자의 자율적인 수업 운영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지만 초임 강사로서는 강의계획부터 수업자료 준비, 수강생 학점 관리 등에서 두루 의지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연구자 B는 2-3년 가량 대학 강의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후 2021년 고전산문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2022년부터 <한국문학과 문화현상>이라는 교양교과를 새롭게 담당하게 되었다. 해당 교과는 이전까지 해오던 <글쓰기>와는 달리 보통의 대학 강의처럼 강의자에게 수업 운영의 전권이 주어졌고, 연구자 B로서는 전공 분야와 직결된 첫 강의였기에 전반적으로 긴장되고 경직된 상태에서 수업 운영이 미숙하게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2022년에는 한 분반만을 담당해 수강생이 20명 남짓이었으나, 2023년 1학기에는 동일 교과로 세 분반이 개설되었고 이를 모두 연구자 B가 배정받게 되면서 총 200명 가량의 수강생(분반별 정원 70명이 거의 채워짐)을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부담이 더해졌다. 석박사 과정 동안 접해온 다양한 고전 자료를 총동원해 수업자료를 마련하고 여기에 수강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현대적 문화콘텐츠들을 연계해 가면서 나름대로는 다각도로 궁구해 수업을 운영했다. 강의 종료시점에는 강의 내용, 수업 운영 및 평가방식 등 수업 전반과 관련해 수강생들에게 종합설문을 진행한 결과 다행히도 수강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연구자 B는 본인의 강의 수행 결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를 느꼈고 선배 연구자 A에게 일련의 강의 경험과 소회를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 두 연구자는 연구자이자 연구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겸하면서 각자의 수업을 모니터링해 나갔다. 고전문학과 매체가 일대일로 변용된 사례에만 국한해서 그것의 비교⋅분석과 같은 일차적 차원의 교수 내용에만 치우쳤던 것, 매체로 전환된 현대의 다양한 콘텐츠보다 맹목적으로 고전문학의 원형적 자질과 작품의 가치만을 높이 평가한 것, 수강생들의 생활과 문화 속에서 문학적 감수성과 비판적 안목의 신장 등을 사려 깊게 고민하지 못한 것 등을 반성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첫째, 고전문학을 기반으로 개발된 매체, 콘텐츠, 문화 현상에 주목하고, 둘째, 이를 강의 시간에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설계할 것인지, 셋째, 이를 통해 한국 고전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어떤 지점까지 이해하게 할 것인지, 넷째, 궁극적으로 수강생들이 일정 수준의 문화적 문식성((cultural literacy)6)을 습득해 문화 소비 주체로서 자의식을 강화할 수 있을지 모색해 나갔다.

2.2.2. 연구 자료 및 절차

본 연구에서 수집한 자료는 첫째, 연구자들의 개인적 자기 회상(self-recall) 자료이다. 우선 연도순, 학기순으로 교수 경험을 기술해 나갔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 강의계획서, LMS 자료 등을 학년도-학기 순으로 정리하면서 학기마다 이루어진 강의 내용, 과제, 과제 분석 결과, 강의 평가 등을 토대로 자기 회상 자료를 만들었고 이를 공유하고 검토하면서 서로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둘째, 자기 성찰(self-reflection) 자료를 구축하였다. 이는 자기 회상 자료를 정리하고 기술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강의를 하면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 등을 직시할 수 있었다. 현장 연구 일지 등을 통해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선호, 문화적 정체감, 소속감, 자신의 행동, 인지, 정서적인 깨달음을 수집할 수 있는데(박순용 외, 2010), 우리는 개별 전공에 대한 각자의 취향과 선호를 파악하고,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자의 태도, 과제의 수행과 피드백 등 강의 전반에서 자신의 행동, 인지, 정서적 깨달음을 얻어 이를 자문화기술지의 핵심 자료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셋째, 연구자 서로를 인터뷰한 내용도 자료로 활용하였다. 각자 자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동시에 서로의 강의 내용, 교수 경험과 태도, 지향 등에 궁금한 점,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내용을 질문하면서 이를 정리해 나갔다. 넷째, 우리의 교수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물질적 증거로 강의계획서, 학생들의 과제물, 강의 녹화물, LMS 자료, 강의 평가 결과 등을 활용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자료 분석과 해석을 실시하였다. Saldaña의 장기부호화 방법에 따라, ‘① 증가/발생, ② 축적, ③ 급변/통찰/전환점, ④ 감소와 중단, ⑤ 지속성, ⑥ 기이함, ⑦ 누락’ 및 ‘종적 질적자료 요약 행렬표’를 활용하였다(Saldaña, 2009/2013). 그리고 연구자가 각각 6년과 3년의 교수 경험을 종단적으로 분석하면서 핵심 범주를 생성하고, 이에 대한 분석적-해석적 글쓰기와 고백적-정서적 글쓰기를 병행하였다.
연구 결과의 신빙성(credibility)을 높이기 위해 먼저, 두 연구자의 강의 자료, 기억 자료, 자기 성찰 자료, 강의 계획서와 강의 평가, 학생 과제 및 피드백 등의 문헌 자료를 상호 검토하면서 연구 결과를 확인해 나갔다. 또한, 동료 검토법(peer examination)을 실시하였다. 교양 강의를 3년 이상 경험한 강사 1명과 질적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 1명을 선정하여 우리의 분석 자료와 결과를 검토하였다. 끝으로, 연구자의 편견(researcher’s bias)을 독자에게 알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정보를 풍부히 기술하고자 하였다.

3. 연구 결과

3.1. 개별수업기: 수업의 눈동자[眼]를 찾아서

한시(漢詩) 문학론에서 사용하는 비평 용어 중 ‘시안(詩眼)’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시의 눈동자’라는 뜻으로 훌륭한 시에는 시인이 창출하려는 의미와 미감이 절묘하게 포착된 특정 글자나 구절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옛 시인들은 탁월한 시안을 찾아내기 위해 동료와 선후배들의 시를 읽어가며 연마했고 자신의 작품 속에도 적절한 시안을 배치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음은 우리 두 연구자가 각자의 수업에서 저마다의 목표와 주안점을 어떤 식으로 설정하고자 했는지,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혼란은 무엇인지, 강의 초반의 경험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연구자 A는 2018학년도 2학기에 처음 <대중매체와 고전> 교과를 맡게 되었다. 강의는 다음의 목적을 토대로 설계되었다.
  • 이 강의는 대중매체에서 “고전”을 다루는 방식과 시각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고전이 영화나 드라마, 웹툰과 같은 대중매체로 전환된 사례를 두루 살펴보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하는 안목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둔다. 이 강의를 통해 전통 문화, 고전문학 작품에 내재된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문화적 문식성을 함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전문학이 오늘날 대중매체로 전환된 사례를 강의 자료로 삼아, 이를 통해 수강생들의 문화적 문식성을 신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 A는 먼저, 강의 자료로 쓰일, 고전문학이 대중매체로 만들어진 작품을 수집하고 그 가운데 강의에서 의미 있을 만한 것들을 선택하는 일에 착수하였다. 그런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만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좋아할 만한 작품을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선정하였는데, 그 기준은 수강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한번쯤은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서 봤을 만한 작품들이었다. 주몽 신화, 황진이, 홍길동전, 전우치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 차사본풀이, 안동 하회탈춤, 제주 돌문화공원 등, 안동 하회탈춤이나 제주 돌문화공원을 제외하고는 교과서의 수록 빈도가 높은 작품들로 추출하여 강의를 준비하였다.
이는 연구자가 고전문학교육 전공자로, 고전소설 수업 관찰과 교수 행위 분석 등 현장 연구 중심의 박사 논문을 썼던 것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즉 고전문학교육 전공자로서 중고등학교 교실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을 관찰, 인터뷰하는 동안, 또 그와 관련된 고전문학교육 관련 연구를 검토하는 동안, 고전문학은 학생들에게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마냥 피하고 싶은 국어과의 한 영역으로, 교사에게도 학생들에게도 가르치고 배우기 싫은 대상으로 본 경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지나치게 신경 쓴 탓에, 마치 이렇게 재미없는 고전문학을 공부하러 온 학생들에게 고전문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있는지 꼭 그 맛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그래서, 매체로 전환된 여러 고전문학 작품의 가치성을 재미와 흥미에 초점을 둔 것이다. 고전문학을 다양한 매체로 전환한 사례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기에 ‘급급’했던 형색이었다.
1주차 강의 때부터 ‘문학사 혹은 장르사적 관점에서 고전문학에 접근하기보다는 주제 혹은 제재 측면에서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기존에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고전문학을 보던 방식에서 나아가 지금-여기의 시각과 이해 속에서 고전문학을 바라보고자 한다.’를 독려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학사, 장르사를 ‘지식’ 위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주제나 제재를 통해 고전문학에 접근하더라도 수강생에게 과연 어떤 주제가 의미 있을지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고전문학 작품에 있는 의미나 주제, 가치는 탐색하지 않은 채, 일단 고전문학을 매체로 잘 만들어놓은 것이 있다면, 여기에 관련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을 충실히 살펴보고 가르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강의 시간에 활용되는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대중매체 자료는 강의식으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의 지루함을 해소하고 활력을 불어 넣는데 도움이 되었고, 비교적 친근한 교수자의 성향 덕분에 수강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매주 수업의 주제가 달라지면서 수업의 목표가 낱낱이 흩어지는 느낌, 좋은 연구와 사례를 소개해주면서 교수자의 목표와 목소리는 점차 잃어간다는 느낌에 좌절감이 쌓이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과 방법은 코로나로 인한 원격 수업의 시행으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원격 수업을 하면서 종전보다 더 차분히 강의를 고민하고 보완 내용을 모색할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구자 B가 2022년 처음으로 담당한 <한국문학과 문화현상> 교과를 준비하며 강의계획서에 기술했던 성취목표는 다음과 같다.
  1. 한국 문학의 토대를 이루는 고전 서사의 유형을 개관하고 주요작품을 감상한다.

  2. 고전 서사가 현대의 문화콘텐츠로 재생산 되는 과정과 결과를 탐색한다.

  3. 자신 혹은 자기 세대가 주로 향유/소비하는 문화콘텐츠 중 고전의 현대적 변용이 발견되는 사례를 선정하여 비평한다.

위 목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연구자 B는 <한국문학과 문화현상>이라는 교과명에 사용된 용어가 연상케 하는 범주를 제한해 ‘한국문학’은 ‘고전 서사문학’으로, ‘문화현상’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칭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수업을 설계했다. 이때 ‘고전 서사문학’은 구비문학(신화, 전설, 민담)과 기록문학(야담, 전, 고소설)으로 대별하였으며 각 갈래의 특성과 주요 작품을 다루되 통시적 관점에서 한국 서사문학의 전통적 흐름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도록 주차별 강의 내용을 구성했다. ‘문화콘텐츠’는 전통적 대중서사 장르인 영화나 TV드라마부터 현 세대 수강생들에게 친숙한 웹툰, OTT시리즈 등을 다루었으며 각 주차별로 고전에 대한 학습을 선행한 이후 그와 연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몇 작품을 고전의 현대적 변용 사례로 살펴보는 방식의 순차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는 강의자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지식의 범주이면서 동시에 신입생 위주로 구성된 수강생 입장에서도 학습내용의 과부하가 초래되지 않도록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연구자 B로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한국문학사의 통시적 접근 속에서 다루어야 마땅한 근현대 작품을 아우르지 못한 점, 고전문학 중에서도 시가 문학은 배제한 점 등 강의 내용의 불충분함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2022년 당시 연구자 B는 2-3년차의 초임 강사로서 비교적 자신이 주력해온 연구 분야로 한정해 수업자료를 마련하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 이상의 범주로 수업 내용을 확장하지는 못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2022년 첫 학기 강의 종료 이후 스스로 돌아보니 문화콘텐츠에 대한 풍성한 소개나 안내는 부실했던 반면 고전 서사문학과 관련한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했다는 자책이 들었던 점이다. 특정 분야에 천착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두루 접하면서 학문 세계에 자연스럽게 입문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교양교육의 중대한 목표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연구자 B의 첫 학기 강의는 수강생의 흥미를 고려하기보다는 강의자 개인에게 익숙한 전공지식을 설명하는 데에 급급했다. 국문과 전공수업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과 전공 불문 대형 교양교과에서 다룰 내용을 분명하게 경계 짓지 못하면서 갈팡질팡한 채로 2023년 강의까지 이어갔던 미숙함으로 인해 결국 <한국문학과 문화현상>이라는 교과의 개설 의도를 충분히 실현했는가에 대해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3.2. 수업나눔기: 돌아앉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轉身而坐 方位易焉]

오래된 살구나무 아래에 아주 자그마한 집 한 채가 있었다. 주인은 자신의 허름한 집이 부끄러웠지만 어렵게 마련한 집을 위해 용기 내어 자신의 친구에게 글 한 편을 청한다. 옛 사람들은 새집을 마련하면 그 집에 대한 기문(記文)을 작성하던 풍속이 있었으므로 청탁을 받은 이는 기꺼이 친구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다정한 글을 써주었다. “몇 사람이 앉으면 무릎이 부딪칠 만큼 작고 좁지만, 이 방 안에서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方位)가 바뀐다네. (방위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따르지 않는 것이 없지.”7)
우리 두 연구자는 각자의 수업을 위해 골몰하던 시기를 지나 점차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했고, 서로의 수업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혼자서는 미처 닿지 못했던 지점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음은 ‘수업나눔기’로 명명한 강의 중반의 상호적 경험을 성찰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연구자 A는 먼저 강의 초반에 설문지를 통해, 학생들의 목표 사항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고 혹은 도전 의식이 있어서 고전문학을 다시 경험해 보고자 한 학생들이었다. 이에 나열식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고소설 역시 당시의 대중매체였다는 것을 부각시켜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사본, 방각본, 구활자본과 같은 고소설의 출판 양상, 낭독과 구연의 방식으로 향유되던 고소설의 향유 맥락, 고소설을 배척했던 시대적 분위기 등을 강의 내용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어찌 보면, 전공에서 다룰 법한 내용이지만, 세책가나 전기수, ‘소설’에 대해 한 마디씩 비평했던 당대 유학자들의 이야기 등을 교양 수준으로 가공하여 활용하였더니 수강생들의 지식은 확장되고, 반응과 태도도 훨씬 진지해졌다. 특히 이러한 내용을 고소설을 접하는 배경지식으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개별 작품에 접근할 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을 갖추어가게 되었다. 즉 고소설도 지금 우리가 문화 생활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었다는 사실이 정전으로서 고소설에 대해 갖고 있었던 경직성을 완화시켜 준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고전문학 온 작품 읽기를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전에 요구했던 과제는 ‘고전문학의 매체 전환 사례에 대한 이해와 감상 쓰기’로 수업에서 공부했던 방식대로 고전문학 작품과 매체 전환 작품의 일대일 비교와 감상이었다. 의미있는 결과를 보인 과제도 있지만 수업에서 다룬 작품을 심화해서 감상문을 쓰거나, 단순 비교, 모티프의 모방에만 그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차라리 한 편의 고전문학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판단했다. 국어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착안한 것이다.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많이 접했던 춘향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의 유명한 작품도 부분 수록된 것만 접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온 작품을 읽으면서 고소설의 매력을 알고, 전체 감상의 효과, 한 학기에 한 권의 작품을 읽었다는 성취감 등을 얻길 바랐다. 이렇게 이 강의는 당대 대중매체로서 고소설을, 문화콘텐츠의 원형으로서 고소설의 스토리텔링과 가치를 언급하고, 중간고사 이후에는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고전문학이 매체 변용된 사례를 다루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강의를 해 나가던 중 연구자 B와 스터디를 하면서, 강의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연구자 B와 강의 자료를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발견한 작품의 모티프, 서사 구조, 캐릭터 등을 궁구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되었다. 문화적 문식성이라고 하는, 국어교육, 문학교육의 한 목표를 대학 인문 교양 강의에서 풀어내는 방식의 하나로 모티프, 서사 구조, 캐릭터 등이 유효할 수 있고, 이를 지금 학생들이 누리는 콘텐츠에서 발견하고 혹은 콘텐츠를 바라보는, 분석하는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연구자 B가 과제로 제시한 것은 수업 시간에 공부한 것을 자신들이 평소에, 몸소, 직접 즐기는 콘텐츠에 적용해 보고 이를 분석하고 해석한 과정이라는 점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나는 학생들이 과연 이러한 모티프나 서사 구조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식의 접근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자 B와 수업을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우선 과제를 변용시켜 보기로 했다. 온 작품 읽기를 전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읽은 작품을 직접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생산, 제작하는 기획서를 제시한 것이다. 고소설은 물론 평소 관심이 있었다면, 혹은 콘텐츠로 제작할 만한 고전시가까지를 아울러 작품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매체의 생산적 측면을 강조하여 학생들의 발산적, 창의적, 생산적 사고를 자극시켜 고전문학을 마음껏 부려쓰기를 바라며 과제를 제시하였다.
연구자 B가 2022-2023년의 강의 경험에 대해 선배 연구자 A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유의하게 된 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연구자 B의 강의는 고전 서사문학 갈래 중에서도 구비문학에 편중된 면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 B는 조선 후기 인물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문학 전공자이지만 석사과정에서는 구비설화 및 전래동화를 공부했다. 그렇기에 <한국문학과 문화현상> 교과의 강의자료를 준비할 때 구비자료부터 기록자료까지 두루 검토했으나 신입생 위주의 교양교과인 점을 고려해 한문자료보다는 신화, 전설, 민담과 같은 구비문학 채록자료를 적극적으로 수록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기록문학과 관련한 강의 내용 이를테면 문헌자료의 유통맥락, 작가론, 작품론은 생략⋅축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소설 전공자인 선배 연구자 A의 수업 자료나 주차별 강의계획을 나눔 받으면서 고소설과 관련한 학습 내용을 더 보강해야 함을 인식했다.
둘째, 구비문학에 편중해 진행된 연구자 B의 수업은 자연히 작품 속의 모티프, 서사구조, 캐릭터 분석에 방점을 두었는데 이는 해당 수업의 개성과 강점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티프 등을 분석하는 것은 연구자 B가 기존의 논문연구에서 자주 활용해오던 연구방법이고 이를 강의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 본인으로서는 연구와 강의가 연장되는 편의적 선택을 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 연구자는 그것이 단순히 편의성, 수월성만을 우선한 교수법은 아니며 문학과 문화를 연계하는 수업 전반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조언해주었다. 덕분에 연구자 B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진행해온 수업의 방향성에 대해 품어왔던 불안과 의구심이 얼마간 해소될 수 있었다.
셋째, 연구자 B의 수업에서 제시한 ‘비평 과제(관심 있는 현대 콘텐츠를 선정해 고전 서사와의 연계 속에서 비평문 작성)’의 성취와 한계에 대해 인식하게 된 점이다. 본 연구자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작품 속 모티프 분석 등을 강조했기 때문에 수강생들도 본인이 흥미롭게 본 작품을 수업에서 배운 방법론을 통해 직접 분석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고전 소재 문화콘텐츠에 대한 비평적 인식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 경우는 애초 강의자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예리하고 의미 있는 비평문을 제출하기도 했으나 적지 않은 수강생이 감상문에 가까운 과제에 그치기도 했다. 선배 연구자의 경우 ‘온 작품 읽기’와 같은 구체적인 과제 수행법을 안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평 쓰기’라는 적절한 수준의 과제를 제시한 데에 비해 본 연구자는 과제 곤란도가 다소 높은 편이라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3.3. 공동교정기: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법 [烘雲托月法]

연구자 B는 초반 학기의 한 수강생에게 ‘고전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었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모티프 분석을 직접 시도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부가 왜 필요한지 더 설득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이공계 학과의 학생이 남긴 그 발언은 연구자 B의 뇌리에서 꽤 오랜 시간 맴돌았다. 그 질문은 마치 ‘이런 교과목은 왜 존재하는가’, ‘인문학이란 어떤 효용이 있는가’와 같은 근원적 의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문 교양교과의 강의자로서는 그저 당위적으로 여겨 특별히 언급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대학 교양수업의 개설 목적과 의의까지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솔직히 아연한 심정이기도 했다.
기성세대에 비하면 효용과 효율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소위 MZ세대에게 인문 교양교육의 가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때에 선배 연구자 역시 이와 비슷한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강의 운용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속에서 ‘문화적 문식성’을 부각해 보자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이후 우리는 고전에 경도되었던 수업 방식(현대 문화이해의 틀거리조차 고전연구방법론에 국한해서만 찾으려 했던 공통적 한계)을 함께 성찰했다. 현 세대 수강생들의 요구에 더 적확하게 부응하는 수업을 위해서는 ‘매체/미디어’에 대한 공부를 심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방학 때마다 ZOOM 화상회의실을 이용해 매주 토요일 저녁 100분씩 매체/미디어 관련 논저를 함께 선정해 읽어나갔다.
그렇게 공부한 내용 중 ‘패러디’와 관련한 부분이 연구자 B에게 특히 인상적이었기에 곧바로 2024년부터 강의자료에 추가했고, 이에 따라 비평 과제를 안내하는 과정에서도 ‘전통의 현대화’라는 다소 범범한 논제를 수강생들에게 보다 친숙한 ‘패러디’라는 개념을 통해 더 수월하게 이해하도록 독려하는 방편으로 적극 활용했다. 무엇보다 강의 초반부터 ‘문화적 문식성’이란 용어의 의미 맥락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전공 계열의 수강생들이 <한국문학과 문화현상>이라는 인문 교양교과목의 실재적 효용 가치에 충분히 공감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예년에 비해 2024년 수강생들이 제출한 비평 과제는 평균적 성취도가 향상됐을 뿐 아니라 과제 수행의 자기주도성 면에서도 고무적인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8)
연구자 B가 선배 연구자와의 소통을 통해 2024년 강의에서 ‘문화적 문식성’과 ‘매체/미디어론’을 보강한 결과 이전 강의에서 안고 있던 모종의 불안과 미숙함을 점차 지워가면서 강의자로서의 수업만족도도 한결 안정됨을 느꼈다. 연구자 A 또한 강의 연차가 쌓일수록 매너리즘에 봉착하면서, <대중매체와 고전>이라는 교과가 본질적으로 왜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의 삶의 어떤 부분에 닿아서 움직이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후배 연구자와의 교류를 통해 어느 정도는 출구에 다가선 느낌이었다. 우리 두 연구자는 이처럼 물리적인 수업자료 나눔을 비롯해 수업의 내외적 맥락과 연구자⋅강의자로서의 고충까지 전방위적인 소통과 교류 속에서 ‘문화적 문식성(cultural literacy)’이 인문 교양교육의 중대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고전문학 연구자들로서 본 강의 이전부터 축적해오던 선험적 지식, 강의를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확장한 새로운 연구 및 교수방법론, 우리가 한 것은 그저 이들을 종합해 수업현장에 되돌려놓는 일이었다. 백방으로 애를 써도 수강생들이 지금 어떤 문화를 보고 즐기는지 그 전모에 다가설 수는 없다는 괴리감에 무력해지는 순간도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함께 견디다 보니 어느덧 자기 앞에 놓인 문화 세계를 능동적으로 선별, 해석, 감상할 줄 아는 수강생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동양화의 기법 중에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이라는 말이 있다. 수묵으로 달을 그리기 위해서는 달은 희게 비워두고 그 바깥 부분을 검게 칠한다는 뜻이다. 흰 달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달이 아니라 그 주변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연히 달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하는 원리인데, 우리 두 연구자가 교류와 소통을 통해 깨우친 바도 어쩌면 이와 같을 것이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법, 인문 교양교과의 실효적 해법은 어쩌면 여기에 숨어있는 듯하다.

4. 결론

누구나 쉽게 나의 삶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시대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전시하지만 그 안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서사의 부재에 기인한다. 서사는 나만의 맥락과 이야기이다. 내 생각과 감정, 느낌을 온전히 판단하고 기억할 수 있는 나의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이 강의에서는, 고전문학에 기대어 본다. 오늘날 대중매체와 만난 고전문학을 여섯 가지의 주제로 톺아보고, 이를 디딤돌 삼아, 나의 서사, 과거와 현재가 말하는 사회⋅문화적 메시지와 목소리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고전문학이 영화나 드라마, 웹툰과 같은 대중매체로 전환된 사례를 두루 살펴보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한다. 이 강의를 통해 고전문학 작품에 내재된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식하는 한편, 여섯 가지의 주제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토대로 서사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연구자 A의 최근 학기 ‘교과목 개요’)
문학과 문화의 친연성에 기초하여 현대인의 삶에서 전통 시대의 고전문학이 변용⋅계승되는 양상을 탐색하는 데에 중점을 둠. 이를 위해 고전 서사문학의 갈래와 특성을 통시적으로 개관, 주요 작품을 선별적으로 감상함으로써 고전적 모티프, 세계관, 인물상, 주제의식 등을 학습함. 고전문학에 대한 선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대중문화의 제 양상을 살펴 가며 고전의 현대적 계승 사례 분석 방법을 익힘. 궁극적으로 이 수업의 모든 수강생은 스스로 현대 문화콘텐츠를 선정하여 고전과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비평문을 작성, 이로써 한국인의 삶과 문학에 내재된 사회-문화적 가치를 체득하고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문화적 문식성(cultural literacy)’을 함양하도록 함.(연구자 B의 최근 학기 ‘교과목 개요’)
수업 나눔과 소통을 통해 우리는 수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았고, 자극과 격려를 주고 받으며 각자의 수업과 연구에 활력을 되찾았다. 이에 우리는 본 연구를 계획해 비슷한 인문 교양교과를 담당하는 다양한 학교, 다양한 전공, 다양한 이력의 강의자 집단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성찰 과정을 내러티브 기술로 정돈해 학문적으로 공유해보기로 했다. 정식논문 투고 이전에 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기로 한 것도 교양교육 연구자들이 모인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용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부연해 둔다.
그러나 발표를 통해 각계 연구자들의 더욱 풍성한 체험과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과는 달리 학회장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보편적인 논문(실증적 논거를 선명하게 제시해 논리로써 주장을 관철시키는 정형적 글쓰기)과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는 질적 연구방법론(정서적⋅문학적 표현의 극대화를 통해 독자의 몰입과 공감을 유도하는 미학적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의문들이 이어졌고 특히 이 글에서 우리의 ‘개인적 경험(수업 성찰을 통해 성장한 점)’ 이외에 어떤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은 참담했다. 강의자가 성장하면 수업의 질이 개선된다. 수업이 달라지면 강의자 개인의 성취감도 높아지지만 최종적인 수혜자는 바로 학생이다. 수십, 수백 명의 학생들이 보다 나은 수업을 듣게 되면 결국 인문 교양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제고될 수 있지 않은가?
아울러 이 글의 서두에서 대학 교강사들에게는 자신의 강의력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땅한 제도나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 강의자들은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특수 직군이기에 수업에 대한 자기 성찰적 연구를 통해 스스로 강의력을 개선하면서 강의와 연구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과 기회가 있다. 학회장의 질문들을 취합하면서 우리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라면 전공을 불문하고 누구든 한 번쯤 자신의 수업 경험을 반성적으로 회고하는 질적 연구를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수업에 대한 일종의 자기 장학을 성찰적 내러티브 기술로써 실천⋅공유하자는 제언이다. 그러면서 초임자들은 차츰 방법을 찾아나가고 경력이 오랜 강의자라면 자신이 겪어낸 숱한 시행착오는 무엇인지,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교수 기술은 무엇인지 등을 공유함으로써 후학들을 독려하는 것도 대학 강의 문화를 새롭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대학 강의의 자율성은 학계의 보수성, 강의자의 독립성과 맞물려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개로 분투하고 있을 수많은 강의자들에게 서툴지만 순정한 용기를 담은 우리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기를, 그로써 함께 진일보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Notes

1) 본고에 대한 심사의견 중 본 논의의 출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학 교육의 성격 자체에 대한 탐색 속에서 대학 인문교양교육의 본질적 고민과 방향성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본 연구자들이 대학 교강사로서 당면해 있는 제한적 문화를 인식하게 된 데에는 초⋅중등학교 교사들의 개방적⋅능동적 수업교류 및 동료장학 문화와의 대비가 결정적이었다. 본 연구자들은 모두 사범대 출신으로 중등교원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자연히 초중등교육현장의 교사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다. 바로 이러한 이력과 경험이 대학의 교수(teaching) 문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으며, 대학 교강사로서 본 연구자들이 속해 있는 지금-여기의 문화 즉, ‘자문화’를 바탕으로 성찰적 내러티브 기술을 시도하는 질적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음을 밝혀둔다.

아울러 초중등교사와 대학 교강사의 교육 여건 등에 대한 비교 언급은 이용숙(2001), 김영석(2020)의 논문에서도 적시하고 있다. 본고의 입론점에 대한 심사위원 분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으나 대학교육 논의를 위해 반드시 대학교육만을 절대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 초중등교육과정의 구체성과 체계성, 교사 집단의 자발성과 적극성, 각종 장학제도의 활성화 등 대학교육에서도 참고하고 수용할 만한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며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배타적 관점을 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은가 한다.

2) 본문에 언급한 대학 교강사의 교수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학교나 제도 차원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고등교육연수원에서 시행되는 일련의 연수 프로그램은 본문에서 언급한 대학 교강사의 교수 행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학교 차원에서 교수 역량 워크숍이나 컨설팅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3)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이에 대한 문화적 접근은 이용숙(2001)에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에서 제기된 대학 수업 문화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선 방안은 이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하며 또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비롯해 대학 수업과 관련된 연구는 신동일 외(2006), 염지숙 외(2007), 이용숙(2011a, 2011b), 김영석(2020)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4) 한편,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으로서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의 개인적 주관성(subjectivism)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다음을 준거로 삼았다(Patton, 2015/2017, p. 151을 재구성함).

  • • 중요한 기여 : 고전문학 및 고전문학의 현대적 변용에 기반을 둔 교양교육은 대학생들의 한국 문화의 이해와 안목을 신장시키고, 문화적 문식성을 함양하는데 기여하는가?

  • • 미학적 장점 : 두 강사의 수업 나눔과 소통, 대화의 과정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기회를 제공하는가?

  • • 성찰 : 두 강사의 주관적 경험이 독자가 판단하고 납득하기에 충분한 자기 인식과 자기 노출에 기반했는가?

  • • 영향 : 두 강사의 수업 나눔과 소통, 대화적 글쓰기가 교양수업에 대한 또다른 질문을 생성해 내고,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게끔 하는가?

  • • 현실의 표현 : 두 강사의 수업 경험을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구현되었는가? 고전문학을 활용한 대학 인문 교양수업에 대한 신빙성 있는 설명이 “진실”인 것으로 보이는가? 연구에 나타난 개인적, 사회적, 공동체에 관한 서술들은 실제적이며 믿을 만한가?

5) 이때 박사과정 1년차 때 수강한 문화콘텐츠 강의와 그 강의에서 발표한 소논문을 투고하며 공부한 것이 강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전문학을 교육은 물론 다양한 매체와 문화 현상과 비교하면서 바라보는 훈련을 했던 과정이 고전문학을 교양으로 가르칠 때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고, 강의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박사과정생으로서의 첫 학기 수강한 과목, 소논문 투고, 이와 유사한 교양 강의의 경험은 지금까지 고전문학의 매체 전환, 문화콘텐츠로의 개발을 꾸준히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6) ‘문화적 문식성’은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2022)의 교양기초교육의 목표 가운데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가치관 정립, 5. 공동체 의식과 시민정신 함양, 6.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을 골자로 연구자들의 수업에서 교수 목표 및 내용으로 부려 쓴 것이다. 개인이 사회⋅문화적으로 소통할 때 필요한 문화 지식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지식을 고전문학에서 찾자면, 전통, 문화적 유산 등에 대한 인식과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연구자의 수업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안내했던 의미는 ‘문화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이며 본고에서도 ‘문화적 문식성’이란 용어는 해당 의미로 사용한다.

7) 조선 후기 명문장가로 꼽히는 이용휴(李用休)의 <행교유거기(杏嶠幽居記)>에서 일부를 발췌⋅요약한 것이다.

8) 이 시기의 수강생들은 예컨대,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자신의 전공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극적으로 연계했다(박00(무용학과), ‘드라마 <역적>의 예술적 소재(승무)와 한국 고전서사와의 연관성’; 장00(일본학과), ‘조선시대와 에도시대의 상인소설 비교’). 또한, 예년 학기에 비하면 2024년에는 매체 선정을 더욱 과감하게 시도하는 수강생이 늘었다. 강의자가 수업에서 직접 언급한 매체는 웹툰, 드라마, 영화 정도로 한정되나 수강생 개개인이 실제로 즐기는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비평 대상으로 삼아도 좋다는 언급을 2024년 수업에서 강조한 결과 예년에는 없거나 적었던 새로운 매체(웹소설, 모바일게임, 창작뮤지컬 등)를 선택해 주체적으로 분석해낸 사례가 확연히 증가했다. 이는 연구자 B가 첫 주차 오리엔테이션에서 문화적 문식성을 설명하면서 수강생 각자가 ‘문화 소비 주체’로서 저마다의 ‘감식안’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이 교과의 궁극적 목표 지점이라는 점을 역설했던 데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기에 강의자로서는 감회가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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