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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9(3); 2025 > Article
교양교육과 기초학문-교양교과목으로 인정되기 위한 조건을 다시 묻다

Abstract

필자는 이 글에서 기초학문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특히, 기초학문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하는 것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의 교양교육을 함의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초학문과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의 차이점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기초성’과 ‘개방성’을 제시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기초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비판적 질문에 개방적이어야 교양교과목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기초학문도 복합적인 세계를 조망하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것에 기초한다. 더해서, 전공교과목 중심으로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을 구성하면, 배분이수 교육과정의 단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보일 것이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legitimacy of recognizing departmental major courses in the foundational disciplines as general education courses. In particular, it addresses whether designing general education around foundational disciplines entails organizing it around major courses. This question, I argue, concerns the distinction between foundational disciplines and general education, especially liberal education. In this context, I propose two key criteria: foundationality and openness. Briefly stated, a course can be recognized as a general education course only if it remains open to critical questioning of its basic concepts, assumptions, and principles. This argument rests on the view that even the foundational disciplines should be understood as one of several disciplinary perspectives through which we interpret a complex and multifaceted world. Furthermore, I argue that organizing liberal education primarily around major courses in the foundational disciplines makes it difficult to overcome the limitations inherent in distribution-based curricular models.

1. 서론

필자는 교양교육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인 질문1에 대한 긍정을 전제한 조건에서 질문2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에서 ‘자유학예교육’으로 규정하는 교양교육 영역의 교과목 구성기준에 대한 것이다. 특히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는 기준에 대한 것이다.
  • 질문1: 교양교육 교과를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해야 하는가?

  • 질문2: 기초학문 전공교과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해도 되는가?

질문1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교양교육의 핵심이 교육의 주제가 아니라 방법이라는 주장과 관련된다. 그래서 질문1은, 어떤 측면에서는, 교양교육에 대한 전통적 이해에 도전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양교육의 핵심은 교육 방법에 있으므로,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운다면 주제와 무관하게 교양교육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1)
일반적으로 질문2는 질문1에 대한 긍정을 전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질문1에 대해 부정적일 경우, 굳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의 교양 인정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2는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한 조건에서,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기초학문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하는 것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의 구성을 함의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질문2에 대한 긍정이 전공교과목만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질문은 글자 그대로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의 교양 교과목 구성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는 범위에 대한 문제이다.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자연스럽게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 교육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2에 대한 필자의 답은 부정적이다. 간단히 말해,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더라도,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은 구분되고 그래서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 위해는, 이를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초학문 중심 교육’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 교육’을 함축하지는 않으므로,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이러한 교양교과목 인정 기준과 관련해서, 필자는 기초적 혹은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의 개방성을 제시할 것이다.2)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두 요소에 기초한다. 하나는 교육내용에 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천적 함축과 관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목표와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전공교육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교육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 또한 해당 학문의 학문적 성과를 교육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라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교양교육의 주요 목표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조망에 있다.3) 그리고 이것이 교양교육에서 기초학문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합적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분과 학문적 특성이 강한 실용적 학문보다는 기초학문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합적 관점을 위해서는 기초학문에 대해서도 비판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통합적 관점을 위해서는 개별 학문적 관점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기초학문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기초학문 또한 세계를 이해하는 여러 관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기초학문 또한 통합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기초학문의 원론적 가정이나 법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의 요구는, 교양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같은 분야의 교과를 여러 차례 수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4) 전공의 경우에는, 반복적 수강을 통해 해당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인 활용을 통해 해당 학문의 기초적, 원론적 가정을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다시 명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연속적 수강이 어려운 교양교육에서는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교양 교과에서 상대적으로 더 명시적인 비판적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교육내용과 관련된 측면과 함께 실천적 함의 또한 중요하다. 우선,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할 경우, 배분이수 교육과정(distribution requirements)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즉, 단절되고 파편화된 교육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5) 물론, 현재의 교양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전공교과목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공교과목 중심으로 교양교과를 구성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교양교육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뒤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지만, 전공교과목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할 경우, 단절되고 파편화된 교육이라는 배분이수 교육과정의 문제점이 그대로 존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교양교육의 특성과 교육적 환경에 부합하는 교과목을 설계하고 도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통합교육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교양교육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장에서는 교양교육과 관련해서 자주 논의되는 용어적 혼란을 정리하면서, ‘교양교육’과 배분이수적 형태를 갖는 ‘자유학예교육’의 특징을 다시 살펴보고, 이에 기초해서 위에서 제시한 질문2를 재규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기초해서, 3장에서는 ‘자유학예교육’과 관련된 질문1을 다시 살펴보고, 이에 기초해서, 4장에서 질문2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교양교육이 지향하는 것은 전공교육과 다르므로, 교과목 구성의 기준 또한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전공교과목의 교양 인정과 관련된 실천적 함의를 제시할 것이다.

2. 자유교육과 교양교육

서론에서 제시한 질문2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유교육’, ‘자유학예교육’, ‘교양교육’ 등과 관련된 용어적 혼란을 먼저 제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양교육의 한 요소인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 중심의 ‘배분이수’로 규정하면, 질문2는 동어반복적인 무의미한 질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배분이수 교육과정’이라는 용어 자체가 기초학문 전공교과목에 대한 균등한 이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질문2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6)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교기원과 미국대학협의회(The Association of Americal Colleges and Universities, 이하: AAC&U)의 용례를 비교하고, 이에 기초해서 용어와 관련된 혼란을 최소화하려 한다.
우선, 2022년 제시된 교기원의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이하; 표준 모델)에 따르면, 교양교육은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으로 구성된다. 특히, 본 논문의 주제와 관련된 ‘자유학예교육’(liberal art & science education)을 교기원의 표준 모델에서는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학문적 탐구성과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한 지적 조망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학예교육의 목표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가치관 정립’, ‘융합적 사고 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함양’, ‘공동체 의식과 시민정신 함양’,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을 제시한다.
이러한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의 정의는 전통적인 관점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7) 즉, 특정한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전문교육과 구분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학예교육은 주로 배분이수적 형태를 갖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유학예교육은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학문적 탐구를 습득하는 것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인문’, ‘사회’, ‘자연’이라는 학문적 분류에 기초한 ‘학문 중심형 자유학예 교육과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교기원의 교양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AAC&U와 조금은 다른 측면이 있다. AAC&U의 보고서(2002, 2007)에서는 ‘자유교육’, ‘교양교육’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그 경우 ‘자유교육’은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그래서 대학의 전 교육과정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과 관련된다. 즉, ‘자유교육’은 특정한 학문이나 교육프로그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교육목표와 관련된 용어라는 것이다. 그래서 AAC&U(2007)에서는 배분이수적 교육을 ‘general educ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제시한다. 즉, 자유교육을 대학 전체 교육과정과 관련해서 제시한 후, 교양교육은 그러한 자유교육의 한 요소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보기에, 용어의 차이가 발생하는 주요 지점이다. AAC&U에서 말하는 ‘자유교육’은 대학교육 전체의 교육목표와 관련된 것이지만, 교기원에서는, 비록 고전적 의미와 관련된 것이지만, ‘교양교육’을 자유교육과 일반교육의 이념을 함께 갖는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교육’을 ‘자율적이고, 개방적이면서도 능동적, 주체적 인격 도야’을 위한 교육으로 규정한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교육목표와 관련된 본질적 다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자유교육’에 대한 교기원의 정의는 그 용어의 고전적 의미를 정리한 것이며, 교기원의 ‘자유교육’에 대한 정의의 핵심인 인성교육 또한, 중요도와 접근방법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AAC&U의 자유교육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8) 교기원과 AAC&U의 자유교육에 대한 차이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교육방법과 관련된다. 이점은 AAC&U에서 강조하는 ‘포용성’(inclusiveness)과 관련된 논의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AAC&U(2007)에서는 자유교육의 핵심으로 ‘포용성’을 제시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포용성’은 두 측면을 갖는다. 하나는 대학의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 자유교육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유교육과 관련해서 교육 주제보다는 방법이 강조되며, 자유교육의 주제를 기초학문으로 한정하지 않는 이유이다.9) 대학 전체의 교육을 기초학문만으로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포용성’의 다른 측면은 교육 대상에 대한 것이다. 즉, 자유교육은 일부 사립 혹은 연구 중심 대학의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대학의 학생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용성’ 중 첫 번째 측면과 관련해서 AAC&U의 자유교육과 교기원의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은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앞에서 보았듯이, 교기원의 자유학예교육은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적어도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용어와 관련된 문제가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대학교육 전체에 걸친 교육이라는 의미에서 자유교육은 그러한 교육의 한 구성요소인 교양교육과 구분되지만, 자유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 특히 지적 균형을 갖춘 도덕적인 시민 양성은 교양교육의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해서, 직업교육을 포함하더라도, 그것이 자유교육의 핵심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AAC&U에 말하는 ‘자유교육’을 ‘확장된 교양교육’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은 AAC&U에서 제시한 자유교육의 목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AAC&U(2007, p.12)에서 제시한 자유교육의 핵심적 성과는 크게 보아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은 세계에 대한 지적 조망을 포함하는 ‘인간의 문화와 물리적 자연적 세계에 대한 지식’이며, 다음 부분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 글쓰기 등과 관련된 ‘지적, 실용적 기술’이다. 세 번째 부분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 윤리적 추론 등과 관련된 ‘개인적 사회적 책임’이며 마지막 부분은 다양한 영역의 지적 성과를 포괄하고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규정하는 ‘학제적 학습’이다. 그래서 AAC&U에서 제시하는 ‘자유교육’의 핵심은 시민으로서의 도덕성, 기본적 역량, 지적인 균형에 기초한 통합적 사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문화와 물리적 세계에 대한 지식’은 결국 전공을 넘어서는 세계에 대한 이해인데, 이를 위해서는 특정 전공에 한정되지 않은 지적 균형이 요구되며, ‘학제적 학습’은 세계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 이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유교육을 확장된 교양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즉, 자유학예교육을 포함하는 교기원의 ‘교양교육’과 AAC&U의 ‘자유교육’은 그 목표에서 그리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해서, 본 논문의 주제는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을 전제한 조건에서의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 중심의 교양교육을 구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다. 따라서 본 논문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용어적 혼란은 상대적으로 적다. 즉, 서론에서 제시한 질문은 결국, 국내의 많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역별 교양’이나 ‘균형 교양’의 기초학문 중심 구성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 구성을 함의하는지에 대한 것이므로, 용어적 혼란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배분이수’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질문2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균형적 이수가 교양교육, 특히, 교기원에서 말하는 ‘자유학예교육’의 대표적 형태인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10) 따라서 필자가 이 글에서 논의하는 것은 전형적인 배분이수가 아니라 ‘배분이수적 구조를 갖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서론에서 제시한 질문2는 아래와 같이 재규정된다.
  • 질문2.1: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것이,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의 자유학예교육(예: 영역별 교양, 균형 교양 등) 교과목 구성을 함의하는가?

예상할 수 있듯이, 질문2.1과 관련해서는 상반되는 두 관점이 대립한다. 첫 번째 관점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것으로, ‘기초학문 중심 교육’과 ‘기초학문 전공교과목 중심 교육’의 본질적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이해하면, 질문2.1에 대해서도 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립하는 것은 기초학문 분야라고 하더라도,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은 다르다는 관점이다. 사실, 이러한 두 번째 관점이 잘 드러나는 것이 교기원의 표준 모델이다.
교기원의 표준 모델(교기원, 2022)은 기초학문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은 구분한다. 이 점은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에 포함된 ‘교양기초교과목의 기본 요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로 인정하는 별도의 기준을 제시한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이라고 하더라도, 자유학예교육의 교과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2022년에 제시된 표준 모델과 관련해서, 교기원의 관점은 질문2.1에 대해 유보적 혹은 조건부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기초학문 중심 교육’과 ‘기초학문 전공 중심 교육’이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위에서 제시된 설명만으로 첫 번째 관점과 두 번째 관점의 대립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차이를 난이도로 규정할 경우, 기초학문 분야의 저학년 교과목은 교기원의 기준을 대부분 통과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 교양은 쉬운 기초학문 교육으로 규정되며, 첫 번째 관점과 두 번째 관점의 차이는 무의미해진다.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을 쉽게 강의하는 저학년 전공교과목으로 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2는 아래와 같이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
  • 질문2.2: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것이, 기초학문 분야의 저학년 전공교과목 중심의 자유학예교육(예: 영역별 교양, 균형 교양 등) 교과목 구성을 함의하는가?

질문2.2와 관련된 논의의 핵심은 ‘교양교육’과 ‘쉬운 기초학문 전공교육’의 차이점에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우리는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더욱 중요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쉬운 방식의 기초학문 교육, 특히 전공교과목을 이용한 쉬운 교육은 해당 학분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거나 해당 학문의 개념이나 방법의 활용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이러한 방식의 교육은 해당 학문을 통해 지적 지평을 확대하거나 기존의 문제를 다른 관점, 특히 통합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문의 학술적 성과를 소개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정보 중심의 ‘소개’가 반드시 강의 중심의 교과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활동을 강조하더라도 그러한 활동이 해당 학문의 성과를 습득하는데 집중될 경우, 그러한 교과목은 정보 중심 교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활용’과 관련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활용’이 해당 학문적 관점과 지식을 익숙하게 하는 것에 한정되거나, 해당 학문이 개발한 방법이나 지식을 사용해서 이미 잘 알려진 가치나 지식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지적 지평을 확대하는 수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해서, 자유학예교육이 기초학문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쉬운 소개라면, 이러한 강의를 전공 다른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질문2.2는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는 이유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동반한다. 특히,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교양교과목의 조건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에는 역량 등도 포함된다. 교양교육은 단지 특정한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조망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러한 조망을 학생들이 포착하기 위해서는 분석적, 비판적 사고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기초학문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구성하더라도, 여전히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3. 자유학예교육과 기초학문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질문1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유교육을 교육방법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과 기초학문 사이의 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더라도, 교육방법과 관련된 논의는 여전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장에서 교육방법을 강조하는 자유교육에 대한 논의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이에 기초해서 기초학문과 교양교육과의 관계를 다음 장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자유교육과 교양교육으로서의 자유학예교육의 핵심이 모두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조망에 있다는 것을 보이고, 이것에 기초해서 기초학문과 교양교육과의 관계를 다음 장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2장에서 논의했듯이, AAC&U와 로스블라트가 주장하는 ‘자유교육’은 비록 그것에 직업교육이 포함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교육의 목표와 관련해서는 교기원이 제시하는 ‘교양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점은 로스블라트(2003)의 논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스블라트(2003, p.15)는 교육 방법을 강조하면서 자유교육과 직업교육의 구분을 거부하지만, 자유교육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통적인 자유학예적 주제들을 제시한다. 즉, ‘존재론적, 도덕적 문제에 대한 철저한 탐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탐구’, ‘의사결정 능력의 지적, 정서적 기초’, ‘세계에 대한 포괄적 견해’는 자유교육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존재론적, 도덕적 문제, 세계에 대한 포괄적 견해 등은 전통적인 교양교육의 핵심 주제이며, 의사결정 능력의 지적, 정서적 기초는 기본적 능력 혹은 역량에 대한 것이므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유교육에 대한 로스블라트의 주장 특히 교육의 내용과 관련된 주장은 전통적인 관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자유교육의 핵심은 여전히 ‘자유롭게 배우는 방식’이라고 할 경우, 자유교육의 주제가 배타적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즉, 기초학문만이 자유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또한, 자유교육의 주제와 관련된 문제를 제외하면 그리 큰 논점은 아니다.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을 주입식으로 실행하는 것에 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스블라트의 자유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통합성이다. 세계에 대한 포괄적 견해뿐 아니라 그가 말하는 존재론적, 도덕적 문제란 결국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AAC&U의 보고서도 다르지 않다. 2장에서 확인한 AAC&U의 네 가지 유형의 교육목표 중 두 개가 세계에 대한 포괄적 이해와 학제적 연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량을 제외하면 AAC&U의 교육목표 역시 통합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기원의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에 대한 정의도 이와 유사하다.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 또한 인문, 사회, 자연과학에 기초한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 확립 중심으로 ‘자유학예교육’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넘어서는 포괄성 혹은 보편성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규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즉, 교육방법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면, 세계와 인간에 대한 포괄적 조망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AAC&U와 교기원은 유사한 관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포괄성’이란 결국 복합적인 세계에 대한 통합적 조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이 제시한 ‘자유학예교육’에 대한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난다. 교기원의 표준 모델에서는 ‘총괄적 조망’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교육과 자유학예교육의 핵심적 요소는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에 교양교육과 관련된 논의에서 ‘학제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교기원과 AAC&U의 중요한 차이는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AAC&U에서는 ‘자유교육’의 특징을 특정한 주제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서 찾는다. 특히, 민주적 시민 양성과 관련된 개방성과 포용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대학 전체 교육과정과 관련된 이러한 AAC&U의 주장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을 제한된 이수학점을 갖는 교양교육만을 통해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리고 대학 교육의 중요한 요소가 독립적인 도덕적인 시민 양성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이러한 AAC&U의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AAC&U의 주장은 본 논문의 논의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본 논문에서 논의하는 것은 대학교육 전체가 아니라 ‘영역별 교양’, ‘균형 교양’ 등으로 불리는 자유학예교육이며 질문1에 대한 긍정 또한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교육방법에 대한 AAC&U의 강조는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기초학문 분야의 교양교육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기초학문 분야라고 하더라도 주입식 혹은 정보전달 중심의 강의는 교양교육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기초학문 분야의 강의. 특히 교양강의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다음 장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을 자유학예 교육의 목표인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관련해서 제시할 것이다.

4. 교양교육과 전공교육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필자는 질문2.2에 대한 부정적 답변을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두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교육목표 및 내용과 관련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천적 함축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는 이 장에서 제시하고, 후자는 다음 장에서 제시할 것이다.
우선, 교기원의 표준 모델(2022)에서는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 위한 조건으로 ‘핵심성’, ‘넓은 시각’, ‘다양한 관점’, ‘유기적 통합’, ‘통합적 개방성’, ‘시의성’을 제시한다. ‘핵심성’은 해당 학문 영역의 본질적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것이며, ‘넓은 시각’은 해당 영역을 조감할 수 있는 사고의 폭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다양한 관점’은 말 그대로 특정한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성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유기적 통합’이란 수업내용의 통일성에 대한 것이며, ‘통합적 개방성’은 인접 학문이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는 통합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시의성’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주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기원의 기준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보편성과 학술성이라는 자유학예의 기본적 특성을 만족하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는 통합적 교과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기준만으로 전공교과목과 교양교과목의 차이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초학문 분야의 저학년 강좌, 특히 개론 유형의 강좌가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지와 관련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기초학문의 특성상 ‘넓은 시각’과 ‘통합적 개방성’을 만족한다고 할 수 있으며, ‘유기적 통합’ 역시 교과의 체계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관점’과 ‘시의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 또한 간접적으로 만족시킨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실의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포함하는 것을 통해 시의성을 충족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적용 범위가 넓은 기초학문의 특성에 근거해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더해서, 위의 조건 중 몇 개를 만족해야 교양으로 인정하는지 또한 구체화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을 교기원 기준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교과목의 적합성 기준을 포괄적이면서 배타적으로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즉,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모든 것은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어떤 것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목 선정의 기준은 해당 교육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표나 가치를 중심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필자의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가 제시하는 것은 교기원의 기준을 포괄하는 것으로, 교양교육의 목표와 특성에 기초한 간접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으로 필자가 제시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기초성’과 ‘개방성’이다. 즉, 기초적인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의 개방성이다. 특히, 그러한 비판적 질문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 교과목이 만족해야 하는 것으로, 필자가 이러한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3장에서 제시한 자유학예교육의 특성을 구체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공교육와 교양교육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교양교육의 특성과 현실적인 교육환경에 기초한 기준이 ‘기초성’과 ‘개방성’이라는 것이다. 즉, 기초적 개념, 원리, 가정에 대한 명시적이고 비판적 질문의 개방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의 특성 및 현실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먼저 확인할 것은, 기초학문에 대한 소개가 교양교육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기초성’에 있는데, 이러한 ‘기초성’은 앞에서 언급한 자유학예교육의 핵심적 요소인 ‘통합성’과 관련된다. 즉, 교양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해당 학문의 학술적 성취를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학문이 갖는 통합성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학문에 적용되는 기초적 혹은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모순율이나 배중율과 같은 논리학의 기본적, 원론적 법칙을 통해 여러 학문에 공통되는 추론적 규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기초학문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시민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논의를, 그러한 것들이 기초하는 ‘정의’ 혹은 ‘공정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교양교육과 관련해서 자주 강조되는 복합적인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위해서는 그러한 세계를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하는 분과 학문적 관점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분과 학문이 공유하는 기초적, 원론적 요소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논의를 통해, 교양교육에서는 기초학문에 대한 비판적 평가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학문의 관점과 필요성도 비판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합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초학문 또한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특정한 관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교양교육은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이수를 요구하는 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학생에게 기초학문 분야의 교양교과의 이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왜 모든 학생이 해당 분야의 학술적 성과를 알아야 하는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그러한 학문을 통해 어떻게 세계와 인간에 대한 포괄적 조망을 획득할 수 있는지 혹은 관련된 지적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양교과목에서 논의하는 내용은, 당연하지만, 상식이나 당위적 주장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고등학교 등 대학 입학 전의 교육과정을 통해 이미 학습했거나 특별한 학습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11) 특별히 강조할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식적 주장을 다른 관점에서 조망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적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리학의 기초적 원리, 가정 및 그것이 적용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없이, 윤리학과 관련된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거나 그러한 학문적 성과를 통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위적 주장을 제시하는 교육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기초학문에도 적용된다. 기초학문은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통합적 관점에서의 지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교양교육의 주제가 된다는 것이다.
교양교육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학생들의 수강 현실이다. 특히, 앞에서 언급했듯이, 배분이수적 구조에서는 특정한 분야의 교과를 여러 차례 수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전공의 경우에는 관련 교과들을 연속해서 수강하면서,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에 대한 통합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지만, 교양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하나의 학문을 여러 번에 걸쳐 수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해당 학문의 기초적 가정에 대한 명시적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전공의 경우에는 반복적 학습을 통해 기초적 가정에 대한 암묵적 이해와 명시적 이해가 동시에 추구될 수 있지만, 교양의 경우에는 그러지 못하고 그래서 더 직접적이고 비판적인 명시적 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고전교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공의 경우에는 특정한 고전을 소개하는 교과목뿐 아니라 관련된 다른 전공교과목에서의 논의를 통해 해당 고전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교양의 경우에는 그러한 교육적 자원이 부족하고 그래서 해당 고전의 핵심 주장 및 함의에 대한 명시적 논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명시적 논의에는 해당 고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또한 포함된다. 그리고 이것이, 앞에서 강조했듯이,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전공교육의 경우에는 기초학문이라는 학문적 특성 및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필자가 ‘기초성’과 ‘개방성’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학습경험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교양교육에서는 해당 학문에 대한 지속적 학습이 어렵고 그래서 기초적 혹은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비판적인 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로부터 우리는 교양교육의 핵심적 요소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교양교육에서는 기초학문의 기초적 혹은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개방적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초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평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나 다른 기술적 발전과 관련된 윤리학적 논의를 위해서는 인간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미리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지평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12) 특히, 이러한 논의를 보다 더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 기존의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즉, 교양교육은 전공교육에 비해 더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기초적 개념, 가정, 법칙 등을 논의하고 평가해야 하며, 교육목표도 해당 학문의 소개가 아니라 통합적 조망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교양교육에서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양교육에서는 특정한 학문의 관점에서의 기초적 원리나 법칙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원리나 법칙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중요하므로 이론이나 법칙의 수용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논의가 강조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하나 더 확인해야 할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양교육으로서의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에 대한 쉬운 소개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교양교육과 관련해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교양교육은 전공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시급하게 수정되어야 하는 오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쉬운 교양의 경우 수업이 개방적이거나 기초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에 대한 쉬운 소개는 학술성이나 전문성의 문제뿐 아니라 교양교과로서의 적합성과 관련된 문제를 함축한다. 쉬운 소개 중심의 교과목은 정보전달 중심이거나 이미 알려진 결과를 도출하는 단순 활용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해당 학문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지를 소개하고 확인하는 것 중심의 강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리학을 쉽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윤리학의 대표적인 이론들에 대한 정보 중심의 강의를 제공하거나 이러한 윤리이론을 활용해서 상식적인 윤리적 판단을 다시 확인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옳음’이 무엇이며, 우리는 왜 옳은 일을 해야 하는지 등 윤리학의 기초적 개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시하고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는 윤리학 이론에 대한 쉬운 소개가 아니라 윤리학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비판적 강의를 설계해야 한다. ‘쉬운 소개’는 이미 확립된 이론에 기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새로운 사례를 활용해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이나 진화론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새로운 사례를 활용하더라도, 윤리학의 기초적, 원론적 가정이나 법칙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없다면, 그러한 사례는 단지 기존의 윤리학 이론의 활용 범위와 관련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쉬운 소개’의 문제점을 토론형 수업 등 수업 방법의 개선만을 통해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나 진화론과 관련된 토론을 포함하더라도, 그것이 윤리학 이론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전제하지 않으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윤리 이론의 활용과 관련된 논의에 머문다는 것이다. 윤리 이론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위해서는 토론의 주제와 관련된 기초적인 윤리적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급할 것은, 역량과의 결합이다. 이 또한 교양교육의 특성과 관련된다. 누차 언급했듯이, 교양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지적 능력의 확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 확장과 관련된 대표적 요소는 비판적, 분석적 사고 및 융복합적 사고 능력이다.13) 세계와 인간에 대한 포괄적 조망을 위해서는 융복합적 사고 능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필요한 기초적,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치 등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위해서는 분석적, 비판적 사고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유학예교육과 관련된 또 다른 통합을 요구하는 것이며, 교양교육을 주제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교양교육의 핵심적 요소인 개방성과 기초성은 주제가 갖는 특징일 뿐 아니라 교육방법과 관련된 함축을 갖는데, 주제와 역량의 통합 또한 교육방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역량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초학문 중심으로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을 구성하더라도, 교양으로서의 기초학문 교육과 전공으로서의 기초학문 교육은 교육의 목표, 방법에서 중요한 차이를 갖고 그래서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러한 인정을 위해서는 해당 전공교과목을 교양교육에 적합한, 즉, 앞에서 언급한 기초성과 개방성을 갖는 교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5. 배분이수의 한계와 전공교과목 중심의 교양교육

앞에서 보았듯이, 기초학문의 경우에도 전공교과와 교양교과는 중요한 차이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할 경우의 문제점은, 전형적인 배분이수와 관련해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 장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배분이수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앞에서 제시한 필자의 주장을 실천적 함축과 관련해서 강화하고자 한다.
교양교육의 중요한 요소는, 3장에서 제시했듯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조망과 관련된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적 조망을 위해서는 학제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학제적 교육은 쉽지 않은 도전일 뿐 아니라 전공교과 중심의 배분이수는 이러한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 이 점은 배분이수적 구조가 갖는 모듈적 특징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형적인 배분이수는 전공교과목를 활용하는 교육인데, 전공교과목은 전공의 교육과정으로 개발된 것이다. 즉, 교양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공교육의 목표 및 해당 전공의 다른 교과목과의 연계를 고려해서 개발된 교과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공교과목으로 구성된 배분이수는 모듈형 구조의 특징을 매우 강하게 갖는다. 간단히 말해, 영역별교양과 같은 자유학예교육을 전공교과목으로 구성하는 전형적인 배분이수에서는 각각의 교과목들은 고립된 독립적 단위로 작동한다는 것이다.14)
물론, 모듈형 교과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면서도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듈형 교과가 필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갖는 독립적인 교과목을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교육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듈형 교과에 기초한 교육, 특히 이수학점이 제한된 교양교육에서의 모듈형 교과에 기초한 교육은 교과목 사이의 연계성 확보가 어렵다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즉, 모듈형 구조에서의 각각의 교과목은 전체 교육과정에서의 유기적 역할보다는 개별적 교육 단위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듈형 교과의 한계는 지식과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의사소통의 범위가 확장되는 교육적 환경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식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의사소통 범위의 세계화는 다양한 관습과 문화에 대한 포용적 이해를 요구하는데, 이러한 관점의 다양성이나 포용성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조망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단절되고 파편화될 수밖에 없는 모듈형 교육을 통해 성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점의 특징을 보다 더 포괄적인 지평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왜 그러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그러한 관점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점으로 논의하는 복합적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관점과 새로운 관점이 갖는 특징을 모두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교과를 통합형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한스테트(Hanstedt, 2012)도 말하듯이, 통합형 교과의 개발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더해서,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학제성이나 통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전문성의 약화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전문성 또한 대학 교육에서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대학 교육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관점에서 학문적 성과와 그러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방법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특징을 갖기 때문에, 전문성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듈형 구조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딜레마적 상황으로 우리를 이끈다. 교육의 전문성을 강조하면 교과의 통합성이 약해지고, 통합성을 강조하면 전문성이 약해지는데, 교양교육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통합성이 모두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교육의 목표에 충실하도록 개별교과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의 경우 ‘통합적 조망’에 기초한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적합하도록 기초성과 개방성을 갖춘 교과를 설계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3장에서 언급한 교양교육의 특성을 갖춘 기초학문 분야의 교양교과를 설계하고 도입하는 것이다. 이수학점이 제한된 교양교육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전문성과 통합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초적 혹은 원론적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 ‘쉬운 교양’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교과를 구성하면, 전공에 대한 소개가 교양교육의 핵심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교육환경에서 교양교육의 혁신을 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교양교육의 개선을 포기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비록 제한적이더라도, 교양교육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특정 학문의 관점을 넘어서는 비판적 성찰을 담은 교과를 개발할 경우, 교양교육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판적 기초성과 개방성을 만족하는 교과목 중심으로 교양교과를 재편할 경우, 모듈화된 교육과정, 특히 배분이수적 구조를 갖는 교육과정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교과로 구성하면 단절되고 파편화된 지식 전달이라는 배분이수의 전형적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지만, 교양과 전공과의 차이점을 직시하고 이에 기초한 교양교과목을 도입하면 적어도 교양교육의 미래를 위한 기반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하나 더 강조해야 할 것은 자유학예교육으로서의 교양교과는 전공을 위한 예비적 성격의 교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교양과 전공의 벽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교양교과를 통해 새로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매우 중요한 교육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교양교육의 환경 및 목표는 전공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양과 전공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과 교육의 특성을 강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공자율선택제’ 등으로 인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진로지도가 교양교육의 중요한 역할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진로지도와 교양교육은 교육의 목표 자체가 다른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15)
교양교육은 앞에서 누차 언급했듯이, 세계와 인간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도덕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므로,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교육이다. 즉, 전공을 선택해서 입학하든 입학 후 선택하든,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더해서, 이러한 교양교육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적어도 같은 대학의 학생에게는 같은 유형의 교육이 제공되는 특징을 갖는다. 학습환경 등에 따라 교육 방법에서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교양교육의 목표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전공선택을 위한 진로지도는 선택할 전공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교육이다. 전공선택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특정한 전공의 학문적 특징과 전망이므로 소개하는 전공의 특성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교양교육은 보편성과 통합성이 강조되는 반면 전공선택을 위한 진로지도는 각 전공의 특성에 맞게 특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교양교육이 추구하는 것은 특정 학문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저학년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고 그러한 교과목을 통해 해당 전공을 소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교양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적 해결방안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에서 보았듯이, 교양교육과 전공교육 여러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기초학문이라고 하더라도, 교양교육을 위해서는 별도의 교과를 개발해야 하며, 전공교과목을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비판적 개방성과 기초성을 반영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러한 기준을 통과한 교과목들만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해야 한다.

6.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필자는 서론에서 제시한 질문2, 특히 2장에서 재규정한 질문2.2에 대한 부정적 답이 성립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특히, 교양교육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가치나 목표 그리고 교육환경을 고려하면, 교양교육에서는 비판적 개방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질문1과 관련된 요소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즉, 교양교육, 특히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하더라도, 교양교육의 목표는 특정한 학문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자유학예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핵심 목표가 통합성에 있다는 것에 기초해서, 기초적 혹은 원론적인 개념, 가정, 법칙 등에 대한 명시적이고 비판적인 논의를 중심으로 교양교과목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특히, 그 과정에서 ‘쉬운 교양’의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며, 주제와 역량의 통합 또한 강조하였다. 더해서, 기초학문 전공교과목의 교양 인정을 확대해서 그러한 전공교과목 중심으로 자유학예교육을 구성하는 것은, 배분이수의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라는 것 또한 보였다.
물론, 현재의 교양교육의 질적 우수성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는 대안이, 전공교과목의 교양 인정을 통한 전문성 강화는 아니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교양교육에서 추구하는 것과 전공교육에서 추구하는 것은 다를 뿐 아니라 전공교육에서의 전문성과 교양교육에서의 전문성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에 대한 통합적 조망을 강조하는 교양교육에서는 기초학문이라고 하더라도 통합 및 비판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공교과목을 그대로 교양교과목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기초학문 또한, 어떤 측면에서는, 복합적인 세계를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otes

1) 위의 주장은 주로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AAC&U의 보고서(AAC&U, 2002, 2007) 및 로스블라트(Rothblatt, 2003, 2021)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위에서 제시한 ‘기초성’과 ‘개방성’은 이진희(2024)에서 제시된 것이기도 하다. 이진희(2024)에서는 질문1과 관련된 논의를 중심으로 ‘기초성’과 ‘개방성’이 논의되었다면, 본 논문에서는 질문2와 관련해서 이 기준들이 제시된다.

3) 이 점은 교기원이 제시한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모델(2022)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 이 점은 국내 대학의 경우 자유학예교양이 평균 4.67개의 영역으로 구성되며, 이수학점은 평균 12.72학점이라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김선영 외, 2023, p. 27).

5) 배분이수와 관련된 비판은 AAC&U의 보고서(2002, 2007)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6) 미국에서의 배분이수의 구조와 관련된 제도적 측면은 AAC&U(2007, p. 20)의 보고서를 참조할 수 있다.

7) 기초학문 중심의 교양교육과 관련해서는 손동현(2019) 등의 논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8) 이 점은 AAC&U(2002)에서 제시한 자유교육의 핵심 성과 중 하나가 개인적인 행동과 시민적 가치에 대해 ‘책임지는 학습자’(Responsible Learner)라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9) 자유교육과 관련된 대표적인 논점 중 하나가 직업 혹은 실용교육과의 관계이다. 간단히 말해, 전통적으로는 자유교육을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성했지만, AAC&U(2007)나 로스블라트(2003)의 경우에는 직업 혹은 실용교육도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도 홍성기(2021), 박병철(2022, 2024), 이진희(2024) 등의 논의가 있었다.

10) 국내대학의 자유학예교육의 경우, 학문중심 분류를 택한 대학이 75.7%이다. 주제중심 분류체계는 12.1%이며, 나머지 소수의 대학은 역량중심이나 혼합형을 선택한다. (김선영 외, 2023, p. 27).

11)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연계성 또한 교양교육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홍성연(2024) 참조.

12) 이와 관련된 자세한 논의는 이진희(2024, p.49)를 참조할 수 있다.

13) 물론, AAC&U(2002, 2007, 2020)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듯이, 시민성과 관련된 윤리적 요소 또한 중요하다. 위에서는 논의를 간략하게 제시하기 위해, 분석적, 비판적 사고와 융복합적 사고만을 제시하였다.

14) 모듈형 구조의 문제점을 AAC&U(2002, p.16)에서는 ‘파편화’(fragmentation)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내적 일관성과 연결된 학습을 위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15) 일반적으로 진로지도 교과목이 자유학예교육 교과로 편성되지는 않는다. 위의 논의는 자유학예교육 교과목을 통한 전공선택과 관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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