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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9(2); 2025 > Article
AI 시대,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의 방향-학습자의 초⋅중등 교육과정 이수에 따른 변화를 중심으로

Abstract

이 연구는 대학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방향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AI 시대에 교양 글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고찰하고(2장), 2022 개정 초⋅중등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학습자 특성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며(3장), 기존의 교수⋅학습 논의들을 검토하여 대학의 역할을 탐색하였다(4장). 장기적으로는 다문서 읽기, 복합양식(성), 정보 보안, 디지털 시민성, 사회적 실천 등과 관련된 고등 사고 능력이 더욱 강조되며, 비판적⋅창의적 역량 또한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는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을 탐구하고, 학습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directions for effective teaching of writing with AI in liberal arts writing education at universities. This study examines the identity of the liberal arts writing subject in the age of AI (Chapter 2), analyzes the 2022 revised elementary and secondary curriculum to suggest directions for learner characteristics (Chapter 3), and explores the role of universities by reviewing previous teaching and learning studies (Chapter 4). In the longer term, higher order thinking skills related to multiple document comprehension, multimodality, information security, digital citizenship, and social action are expected to be emphasized, as are critical and creative competencies.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explores the major issues that may arise in liberal arts writing education in the AI era and emphasizes the need for customized education that reflects learner characteristics.

1. 서론

이 연구는 대학 교양 글쓰기 과목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지도 방안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AI 시대에 교양 글쓰기 과목이 지닌 정체성을 고찰하고(2장), 2022 개정 초⋅중등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학습자 특성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며(3장), 기존에 제안된 교수⋅학습 논의들을 검토하여 대학의 역할을 탐색하고자 한다(4장).
AI 기술의 발전은 교육 환경과 학습자 특성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교양 글쓰기 과목은 전통적인 방식과 AI를 활용한 새로운 방법론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AI 시대에 적합한 교양 글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변화하는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적 접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중등학교에서 AI 활용 경험을 가진 학생들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연구는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학습자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여 대학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AI 시대에 적합한 글쓰기 교육 방향과 대학의 역할을 명료히 하고, 향후 교육과정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실천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연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 (1)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며,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 (2) AI 활용 경험을 가진 학습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양 글쓰기 학습자의 특성은 무엇이며,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가?

  • (3) 대학은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이 연구는 AI 시대 학습자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2025년 3월부터 고등학교에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공통 교육과정과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나뉘며,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다시 공통 과목인 “공통국어1⋅2”와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 아홉 개의 선택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통 교육과정에서 “국어”를,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서 “공통국어1⋅2”를 이수한 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에 해당하는 일반 선택 과목인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포함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습 경로로 예상된다.
이 연구에서 학습자 특성을 고려할 때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2028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와, 이후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일반적으로 배울 것으로 예상되는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를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때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융합 선택 과목에서 다루는 내용을 확장한 교육을 받을 것으로 가정하였다.
물론 초⋅중등 교육과정에 특정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학습자의 특성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더라도 모든 학습자가 균질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기존 교육과정의 흐름을 고려할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여러 내용 요소가 향후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학습자 특성을 추론하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AI 관련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내용 요소는 AI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형되거나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학습자들이 기존에 익힌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2.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양 글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양 글쓰기는 전통적으로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초⋅중등 교육과정의 변화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그 역할과 방향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장에서는 교양 글쓰기 과목이 직면한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AI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적 접근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2.1. AI 시대 이전부터 존재하던 쟁점

[쟁점 1-1] 초⋅중등학교의 글쓰기 교육을 단순 반복하지 않으면서, 교양 글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AI 시대 이전부터 교양 글쓰기 과목은 초⋅중등학교의 글쓰기 교육과 차별화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초⋅중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단순 반복할 경우, 교양 글쓰기 과목의 필요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에서 표준화되어 운영되는 반면, 대학의 교양 교육과정은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대학 글쓰기 교육이 기존 교육 내용을 관습적으로 유지하거나, 초⋅중등학교에서의 학습과 유기적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이 추구해야 할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학습자들이 초⋅중등 교육과정을 거치며 경험한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초⋅중등학교와 대학의 글쓰기 교육을 ‘(일상)생활과 학습’, ‘보편과 특수’, ‘기능과 활동’ 등의 이분법적 구조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다(노명완, 2010; 정희모, 2010). 초⋅중등학교에서는 기초적인 기능 학습을 강조하고, 대학에서는 보다 심화된 학술적 글쓰기를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학습 목적의 글쓰기가 점차 강조되고 있으며(장성민, 2016),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인 “독서와 작문”에서는 글쓰기를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 학문 분야별로 구분하여 지도하고 있다. 또한 “주제 탐구 독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 “매체 의사소통” 등의 진로⋅융합 선택 과목에서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위한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이 설정되는 등, 초⋅중등 글쓰기 교육과 교양 글쓰기 교육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쟁점 1-2] 교양 글쓰기 교육의 핵심은 학술적 글쓰기 역량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데 있는가, 아니면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실제적 문제 해결 경험을 쌓는 데 있는가?
교양 글쓰기 교육의 핵심을 학술적 글쓰기 역량의 체계적 습득에 둘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실제적 문제 해결 경험을 쌓는 데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교양 글쓰기 과목에는 대학 수준에서 새롭게 익혀야 할 기능과 역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묘사, 서사, 설명, 논증’과 같은 진술 방식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내용 조직하기’나 ‘표현하기’ 과정의 일부로 다루어졌지만, 대학에서는 담화 전체를 구성하는 거시적 양식으로 작용하며 교양 글쓰기 교육의 핵심을 이룬다(배식한, 2019). 데이터베이스 정리, 참고문헌 작성 등도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숙달해야 할 필수적인 학술적 글쓰기 기능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과 역량이 교양 글쓰기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일부 연구자들은 교양 글쓰기 교육이 논문 작성, 비판적 사고, 논리적 구성 능력 등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연구자들은 다양한 학문적 맥락과 실생활 문제를 반영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필요하다고 본다(정희모, 2010). 최근에는 글쓰기 교육에서 기능 중심 학습을 지양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으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공식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교양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재고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노은희 외, 2022). AI 기술이 글쓰기 과정에 개입하면서, 이러한 논의는 더욱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프로젝트 활동’이 지향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학술적 글쓰기를 통한 ‘실제적 문제 해결 경험’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의 문제 해결 경험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를 보다 정교하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양 글쓰기 교육이 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 학문적 사고력과 실천적 문제 해결 능력을 균형 있게 길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학술적 글쓰기의 기본 역량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2. AI 시대가 되면서 새롭게 부상한 쟁점

[쟁점 2-1]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은 기존 교육의 대체인가, 보완인가?
AI 시대의 도래는 교양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방법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단순한 도구적 지원을 넘어 글의 내용 생성과 조직, 피드백 제공 등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면서, 교육이 AI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인간 본래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결국, AI 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보완하면서 교양 글쓰기 교육의 기존 방식을 유지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반영해 교육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된다.
AI가 글쓰기 과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면, 교육 내용 또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AI가 사고력과 창의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기존 교육에 AI 활용법을 추가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AI 활용 교육, AIED: AI in Education). 이에 따라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은 AI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AI 이해 교육⋅AI에 대한 교육, AI Education) 통합하는(AI 융합 교육, AI Convergence Education)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인간 필자의 논리적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을 강화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
[쟁점 2-2] 교양 글쓰기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교육적 가치가 충분한가?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이 기존 교육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현실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는 이미 다양한 교수⋅학습 모형과 활동이 제안되어 왔으나(예: 정희모, 2010), 이를 충분히 적용하기 어려웠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교육과정 내에서 소화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노명완, 2010).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교육에 AI 관련 학습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실제로 양질의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양 글쓰기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AI가 학습자에게 보다 효율적인 글쓰기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AI가 자동 생성한 글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학술적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AI 활용이 교수⋅학습 과정에서 부정행위(예: 표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지도하는 방식과 평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쟁점 2-3]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은 가까운 미래와 조금 먼 미래에 각각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은 가까운 미래와 조금 먼 미래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글쓰기의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수준에 머물겠지만, 조금 먼 미래에는 AI가 글쓰기 과정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초기에는 AI 기술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I 활용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과 학습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초⋅중등 교육과정에 AI를 활용한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 요소가 포함될 경우, 대학의 교양 글쓰기 교육도 이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현재 대학에 진학하는 학습자들은 AI 활용 경험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지만, 향후 AI가 보편화된 환경에서는 학습자들이 AI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윤리적 문제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조금 먼 미래에는 AI와 협력하여 보다 복합적인 상황에서 비판적⋅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쟁점 2-4]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인간 상호 작용의 역할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인간 상호작용의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교수자-학습자, 학습자-학습자 간 대화, 협력, 피드백 등 인간적 요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도 학습자 간 토론, 교수자의 중재와 같은 인간 상호작용의 가치는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김민수, 2023; 박상석, 2023).
초⋅중등학교에서의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과 그에 따른 논의는 이러한 쟁점을 잘 보여준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개별화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었으며, AI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되었다(이경남, 2024; 장성민, 2024a). AI는 학습자의 글에 대한 피드백 제공을 자동화하여 교수자의 부담을 줄이고, 소규모 학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학급 수준의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자작자작’과 같은 AI 플랫폼이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AI 플랫폼의 데이터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인권 침해 방지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며, 이에 따라 2024년 11월 말, 교육부는 국어 과목을 AI 디지털 교과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AI 튜터가 특정 담화 관습에 편향될 가능성이나 실재감 부족으로 인해 학습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장성민, 2024a).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에서 인간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상호작용의 고유한 가치 때문일까, 아니면 AI가 생성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윤리적 문제(표절)나 학습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까? 또한, 총 수업 시간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 상호작용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결국 AI가 제공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를 명확히 규명하고, 인간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향후 교양 글쓰기 교육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개별화 맞춤형 학습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상호작용적 학습의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학습자 간 소통을 통해 배움이 확장될 수 있지만, 모든 학습자에게 이러한 상호작용이 반드시 의미 있는 학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Cranton, 2016). 글쓰기 과정에서 AI 튜터, 동료 학습자, 교수자의 피드백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경우, 인지적 과부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숙한 필자나 자기조절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습자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AI와 인간 상호작용의 균형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향후 글쓰기 교육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3. 대학 교양 글쓰기 학습자의 변화: 2022 개정 초⋅중등 교육과정 검토

AI 시대를 맞이하며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은 초⋅중등 교육과정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AI 기술이 글쓰기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초⋅중등 글쓰기 교육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교양 글쓰기 과목이 학습자들에게 효과적인 교육 경험을 제공하려면, 학습자들이 대학 입학 전 이수한 초⋅중등 교육과정의 특성과 변화 양상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AI 시대의 대학 교양 글쓰기 학습자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초⋅중등 교육과정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초⋅중등 글쓰기 교육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와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로 구분하여 학습자의 변화를 전망한다. 또한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를 탐색함으로써, AI 시대에 적합한 글쓰기 교육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3.1.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5년 3월부터 고등학교에 적용되며, 이를 이수한 학생들이 2028학년도에 대학에 처음 입학하게 된다. 이 과정은 공통 교육과정과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분되며, 대학에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통 교육과정의 “국어”와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공통 과목인 “공통국어1⋅2”를 이수한 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에 포함되는 일반 선택 과목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등을 추가로 학습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로 예상된다. 글쓰기는 “국어”, “공통국어1⋅2”의 쓰기 영역과 일반 선택 과목 “독서와 작문”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진다.
공통 교육과정의 “국어” 쓰기 영역은 과정 중심 쓰기 지도를 바탕으로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내용을 학년군별로 제시한다.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공통 과목 “공통국어1⋅2”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내용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표 1>).
<표 1>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쓰기’ 영역 내용 요소
범주 내용 요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 3~4학년 5~6학년 1~3학년 1학년
과정 ⋅ 기능 쓰기의 기초 • 글자 쓰기 • 문단 쓰기
• 단어 쓰기
• 문장 쓰기

계획하기 • 목적, 주제 고려하기 • 독자, 매체 고려하기 • 언어 공동체 고려하기 • 언어 공동체의 특성 고려하기
• 작문 관습 파악하기

내용 생성하기 • 일상을 소재로 내용 생성하기 • 목적, 주제에 따라 내용 생성하기 • 독자, 매체를 고려하여 내용 생성하기 • 복합양식 자료를 활용하여 내용 생성하기 • 복수의 자료를 요약⋅활용하여 내용 생성하기
•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종합하여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 절차와 결과에 따라 내용 조직하기 • 통일성을 고려하여 내용 조직하기 • 글 유형을 고려하여 내용 조직하기 • 내용 전개의 일반적 원리를 고려하여 내용 조직하기
• 효과적으로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 자유롭게 표현하기 • 정확하게 표현하기 • 독자를 고려하여 표현하기 • 다양하게 표현하기 • 정교하게 표현하기
• 복합양식 자료를 활용하여 표현하기

고쳐쓰기 • 문장, 문단 수준에서 고쳐쓰기 • 글 수준에서 고쳐쓰기 • 독자를 고려하여 고쳐쓰기 • 쓰기 맥락 고려하여 고쳐쓰기
• 작문 관습을 고려하여 고쳐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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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과 조정 • 쓰기 과정과 전략에 대해 점검⋅조정하기
‘계획하기’는 초등학교에서 목적, 주제, 독자, 매체 등의 상황 맥락을 고려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언어 공동체와 작문 관습 등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확장된다. 상황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계획하기 능력은 AI 시대에도 중요한 글쓰기 역량이다. 목적, 주제, 독자, 매체 등의 상황 맥락을 고려하여 적절한 프롬프트(prompt)를 생성하는 것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김웅기, 2024; 장성민, 2023b). 또한 AI가 서구의 작문 관습에 치우치는 경향(예: 다섯 문단 글쓰기, 두괄식 구성, 서구 중심 사고방식에 기반한 아이디어 생성 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제한이 글쓰기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자의 성장과 언어 공동체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장성민, 2023c).
‘내용 생성하기’는 초등학교에서 목적, 주제, 독자, 매체 등의 상황 맥락을 고려하여 내용을 생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복합양식 자료와 다문서 자료를 활용해 내용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특히 “공통국어2”에 포함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종합하여 내용 생성하기’ 항목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으로 인한 거짓 정보를 식별해야 하는 AI 시대의 글쓰기에서 필수적인 역량이다. 자료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과정은 단순히 내용 자체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저자, 자료 유형, 발행연도, 발행기관 등 외부 정보와 출처를 함께 고려하는 것을 포함한다(Bråten et al., 2011). AI를 활용하여 텍스트를 생성할 때에도 다양한 출처와의 교차 검토(corroboration)를 통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장성민, 2023b).
‘내용 조직하기’는 초등학교에서 절차와 결과에 따라 또는 통일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조직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글의 유형, 내용 전개의 일반적 원리 등을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AI 시대에 ‘내용 조직하기’를 가르치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체감될 수 있다. AI를 활용하여 글을 작성할 경우, 필자가 내용 조직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AI가 자동으로 텍스트를 생성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맥락에서는 AI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정보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거나 개조식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있어, 학술적 글쓰기의 일반적 관습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장성민, 2023a). 따라서 AI의 도움 여부와 관계없이 필자가 스스로 내용을 조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만 인지적으로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표현하기’는 초등학교에서 정확성과 적절성을, 중학교에서 다양성을, 고등학교에서 정교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내용 요소를 구분하고 있다. 특히 “공통국어2”에 포함된 ‘복합양식 자료를 활용하여 표현하기’ 항목은 AI 시대의 의사소통 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된다. AI가 언어뿐 아니라 표, 그림 등 복합양식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장성민, 2024a). 또한 필자는 AI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어휘와 문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서수현, 2024).
마지막으로 ‘고쳐쓰기’는 초등학교에서 문장, 문단, 글 등의 구성 요소 단위를 중심으로, 중학교에서 독자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고등학교에서 상황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하여 고쳐쓰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내용 요소가 설정되고 있다. AI 플랫폼에 프롬프트 또는 글의 화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완성된 글을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장성민, 2023c). 이러한 점에서, AI 시대에도 ‘고쳐쓰기’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연구에서도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 학습자 간 토론, 교수자의 중재 등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으며(김민수, 2023; 박상석, 2023; 정기인 외, 2024), 최근에는 AI 기반의 자동 채점과 피드백을 대중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권태현, 2024; 최숙기, 박종임, 2023; Lee et al., 2024; Mansour et al., 2024).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외에도 ‘공유하기’와 ‘점검과 조정’을 별도의 범주로 설정하여, 학습자가 언어 공동체 속 필자로서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고 메타인지적 역량을 키우도록 지도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공유하기’가 인간 간 관계를 넘어 인간-기계 간 상호작용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계획하기’와 ‘고쳐쓰기’만 인간의 역할로 남기고,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는 기계의 몫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점검과 조정‘의 개념도 변화할 것이다.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인 “독서와 작문”은 “문어 의사소통의 본질과 원리”를 바탕으로 “독서와 작문의 통합적 학습”(노은희 외, 2022, p. 96)을 목표로 한다. 글쓰기의 과정과 전략과 대한 내용은 전체 15개의 성취기준 중 2개에서만 다루어지며, 이 두 개의 기준에서도 ‘읽기’와 함께 언급된다. 이는 “독서와 작문” 과목이 글쓰기 과정 자체보다는 ‘실제’ 층위에서 다양한 학습 영역(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과 의사소통 목적(정보 전달, 논증, 정서 표현⋅자기 성찰)에 따른 독서와 작문의 통합적 학습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약하면,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과정 중심 쓰기 지도를 통해 글쓰기의 과정별 기능과 전략을 학습한 후 대학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능과 전략 중 일부는 AI 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부는 AI 활용으로 인해 덜 요구되는 것처럼 보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교양 글쓰기 맥락에서 요구되는 학술적 글쓰기가 AI만으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인간 중심의 글쓰기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학습자가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의 핵심 책무라 할 수 있다(<표 2>).
<표 2>
초⋅중등 교육과정으로부터의 확장 가능성: 공통 교육과정
초⋅중등 교육과정 내용 요소 (공통 교육과정) AI를 활용한 글쓰기로의 확장 가능성 (대학 교양 글쓰기)
계획하기 • 글의 상황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내용 생성하기 • AI가 생성한 자료(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 판단하기

내용 조직하기 • 학술적 글쓰기의 관습을 익혀 AI가 생성한 글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내용 (재)조직하기

표현하기 • AI가 생성한 글이 필자의 정체성에 맞는지 확인하고 활용하기

고쳐쓰기 •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지 판단하여 수정하기
• AI 자동 채점, 피드백을 활용하여 글을 개선하기

3.2.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

그렇다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공식적으로 학습한 뒤 대학에 진입하는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들에게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를 논의하기 위해 먼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가 어떤 내용으로 다루어질지 예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진로⋅융합 선택 과목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로 확장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표 3>).
<표 3>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진로, 융합 선택 과목 내용 요소
범주 과목명 내용 요소
진로 선택 주제 탐구 독서 • 주제 탐구를 위한 독서 목적 설정하기
• 탐구할 주제를 선정하고 상세화하기
• 주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다양하게 탐색하며 읽을 내용 선정하기
• 주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의 이해⋅분석⋅종합⋅평가하기
• 주제에 대한 관점과 견해 형성하기

문학과 영상 • 단일양식과 복합양식의 특성과 효과 고려하여 수용하기
• 인쇄물과 디지털 매체를 통한 공유의 특성과 효과 고려하여 수용하기
• 영상 창작의 요소와 기법에 유의하여 수용⋅생산하기
• 유사한 소재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수용하기

직무 의사소통 • 직무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융합 선택 독서 토론과 글쓰기 • 질문을 생성하며 주체적으로 해석하기
• 대화, 토의, 토론 등을 활용하여 독서 토론하기

매체 의사소통 • 매체 의사소통 현상 관찰하기
• 매체 자료 수집⋅분석하기
• 매체 자료 해석⋅평가하기
• 매체 자료 기획⋅구성하기
• 매체 자료 제작⋅공유하기

언어 생활 탐구 • 언어를 통한 정체성 실현과 관계 형성 양상 탐구하기
• 사회적 담론 형성의 맥락과 과정 탐구하기
• 공공 언어 사용의 실제 탐구하기
진로 선택 과목인 “주제 탐구 독서”는 다문서 읽기를 중심으로 한 범교과적 연구 프로젝트 성격을 지니며, AI를 활용한 글쓰기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주제 탐구를 위한 독서 목적 설정하기’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상황 맥락을 구성하는 과정과 연결될 수 있으며, ‘탐구할 주제를 선정하고 상세화하기’는 상황 맥락을 고려해 AI에 입력할 프롬프트를 생성하는 활동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다양하게 탐색하며 읽을 내용 선정하기’, ‘주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의 이해⋅분석⋅종합⋅평가하기’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각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는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검토하고 반복적으로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탐색’,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판단하는 ‘분석’, AI가 제공한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조합하는 ‘종합’, 의미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평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주제에 대한 관점과 견해 형성하기’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인 주제 통합적 읽기나 자료 통합적 쓰기에서는 인간 주체(독자, 필자)가 다양한 자료를 학습한 후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AI 글쓰기 환경에서는 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상태에서, 사용자의 관점이 정립되기도 전에 명시적인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화될 위험이 있다.
“문학과 영상”은 복합양식의 특성과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 과목으로, AI를 활용한 글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I 및 디지털 매체 기술의 발전으로 복합양식 콘텐츠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 또한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학과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복합양식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도록 구성하고 있지만, 복합양식을 활용한 형상화 방식은 정보 텍스트에서 서사적 장치와 결합하여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 과목이 주로 ‘영상’을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제시된 내용 요소들을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필수 요소로 포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영상은 “빛, 색상, 구도, 동작 등의 시각적 요소와 대사, 음향 효과, 배경 음악 등의 청각적 요소의 결합과 배치를 통해 영화, 드라마, 광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창출해 온 분야”(노은희 외, 2022, p. 536)이므로, 글쓰기는 핵심 초점에서 다소 벗어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더 먼 미래에는 이러한 내용이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에서도 더욱 일반적으로 다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직무 의사소통”은 직무 환경에서 요구되는 국어 능력을 반영한 과목으로, 실세계 의사소통 환경의 변화가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데 있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과목의 ‘직무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는 AI 플랫폼의 정보 보안 및 안전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직무 수행 시 개인의 권리와 보안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AI에 공유 가능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며, 이는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서 중요한 학습 요소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Andraško et al., 2021; Mazurek & Małagocka, 2019).
융합 선택 과목인 “독서 토론과 글쓰기”는 독서, 토론, 글쓰기가 연계된 범교과 프로젝트 학습을 지향하는 과목이다. 이 과목의 ‘질문을 생성하며 주체적으로 해석하기’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생성하고 AI가 제공한 정보 중 가치 있는 내용을 선별하는 과정과 유사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대화, 토의, 토론 등의 활동은 인간 간 상호작용뿐 아니라 기계와의 상호작용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교양 글쓰기에서의 AI 활용을 고려한 기존 연구들에서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동료 학습자나 교수자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주로 논의가 전개되었지만(김민수, 2023; 박상석, 2023; 정기인 외, 2024), AI 기반의 자동 채점, 피드백이 대중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권태현, 2024; 최숙기, 박종임, 2023; Lee et al., 2024; Mansour et al., 2024) AI와의 상호작용도 학습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매체 의사소통”은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 환경을 반영하여 교육 내용을 구안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주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함양하는 과목이다. AI를 활용한 글쓰기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다.
이 과목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 요소는 ‘매체 의사소통 현상 관찰하기’이다. 다른 선택 과목들이 주로 AI와 디지털 매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중점을 둔 반면, 이 항목은 이러한 현상과 쟁점을 메타적으로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성찰적 태도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내용 요소는 ‘매체 자료 기획⋅구성하기’와 ‘매체 자료 제작⋅공유하기’이다.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는 인간 주체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고 글을 쓰는 책임에서 벗어나, 많은 부분이 기계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 요소의 구분은 AI 시대에 필자의 역할을 ‘설계자(designer)’와 ‘관리자(manager)’로 보는 선행 연구의 흐름과도 연결될 수 있다(장성민, 2024c).
마지막으로 “언어 생활 탐구”는 언어의 힘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언어를 통한 정체성 실현과 관계 형성 양상 탐구하기’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는 교육 내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회적 담론 형성의 맥락과 과정 탐구하기’는 할루시네이션을 포함한 AI 환경에서 발생하는 거짓 정보의 유통 과정을 이해하는 교육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공공 언어 사용의 실제 탐구하기’는 AI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표현과 문체의 효과를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1)
요약하면,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들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배우고 대학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AI 원주민(AI-native)’으로서, 이전 세대와 달리 교실에서 인간 중심의 글쓰기 능력을 익힌 뒤 이를 교실 밖에서 활용, 적응하는 방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2) 물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일반 선택 과목에 포함된 내용들이 미래 학습자의 모든 특성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많은 학생들이 “주제 탐구 독서”에서의 ‘다문서 읽기’, “문학과 영상”에서의 ‘복합양식’, “직무 의사소통”에서의 ‘정보 보안’, “독서 토론과 글쓰기”에서의 ‘질문’, “매체 의사소통”에서의 ‘디지털 시민성’, “언어 생활 탐구”에서의 ‘사회적 실천’ 등을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학습한 후 대학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표 4>).
<표 4>
초⋅중등 교육과정으로부터의 확장 가능성: 진로, 융합 선택 교육과정
초⋅중등 교육과정 내용 요소 (진로, 융합 선택 교육과정)
AI를 활용한 글쓰기로의 확장 가능성 (대학 교양 글쓰기)
과목명 내용 요소
주제 탐구 독서 다문서 읽기 •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상황 맥락을 구성하고, 이를 고려하여 프롬프트 생성하기
• AI를 활용하여 탐색, 분석, 종합, 평가하기

문학과 영상 복합양식(성) • AI를 활용한 복합양식 콘텐츠의 특성과 소통 방식 이해하기

직무 의사소통 정보 보안 • AI를 활용할 때 공유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는 정보 구별하기

독서 토론과 글쓰기 질문하기 • 프롬프트 생성하기
• AI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매체 의사소통 디지털 시민성 • AI를 활용한 글쓰기 관련 현상 관찰 및 쟁점 분석하기

언어 생활 탐구 사회적 실천 • AI를 활용한 글쓰기에 관여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탐구하기
• AI 환경에서 발생하는 거짓 정보의 유통 과정 이해하기
• AI를 활용한 여러 표현과 문체 효과 인식하기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은 AI를 활용한 글쓰기와 관련하여 이러한 학습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초⋅중등 교육에서 일부 내용을 배운 학생과 전혀 배우지 않은 학생 간에 학습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 학술적 글쓰기를 가르치는 본래의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학습 여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령 대학 교양 글쓰기 과목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위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교양 글쓰기 과목은 ‘범교과 글쓰기(WAC: Writing Across the Curriculum)’와 ‘계열별 글쓰기(WID: Writing In the Disciplines)’로 나누어 위계화되고 있다.3) 하지만 미래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인간 중심의 글쓰기’와 ‘AI를 활용한 글쓰기’ 능력의 관계를 반영하여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4) 예를 들어, 낮은 수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초⋅중등 교육과정의 연장선에서 인간 중심의 글쓰기 능력과 기본적인 AI 활용 글쓰기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높은 수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복합양식과 같은 더 복잡한 수준의 AI 활용 글쓰기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4. 대학 역할 탐색: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맥락,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마지막으로 이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AI 시대 교양 글쓰기 과목의 주요 쟁점(2장)과 학습자의 변화(3장)를 바탕으로, 기존 연구에서 제안된 대학의 역할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들을 ‘맥락, 내용, 방법’의 세 범주로 분석하고, 2장과 3장에서 다룬 쟁점과 학습자 변화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그림 1]). 또한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문제들을 식별하여, 후속 연구가 필요한 분야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림 1]
4장 분석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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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맥락: 어떤 장르를 포함할 것인가?

맥락은 텍스트의 수용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초⋅중등 교육과정과 차별화된 교양 글쓰기 교육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쟁점 1-1]), 그 본질을 이해하며([쟁점 1-2]), AI 활용의 적절성과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쟁점 2-2]). 이러한 맥락에는 목적, 주제, 독자, 매체 등의 상황적 요소와 공동체 문화, 이데올로기, 관습 등의 사회⋅문화적 요소가 포함된다.
맥락은 글쓰기에서 ‘장르(genre)’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장르를 의사소통 목적에 따라 ‘정보 전달, 설득, 표현’과 같은 거시적 장르류(텍스트 유형, text type)로 나누거나, ‘설명문, 기사문, 보고서, 논설문, 건의문, 편지, 자기소개서’ 등 보다 구체적인 미시적 장르종(텍스트 종류, text token)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장르를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유형화된 수사적 행위”(Miller, 1984. p. 159)로 보고, 특정한 패턴의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적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한다(예: Knapp&Watkins, 2005).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장르 유형을 탐색한 연구로는 김현정(2024)조별(2023)을 들 수 있다. 김현정(2024)은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세 가지 변혁적 역량(새로운 가치 창조하기, 갈등과 딜레마 해소하기, 책임감 갖기)에 따라 ‘① 새로운 가치 생성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 ②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글쓰기, ③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일깨우는 발견적 글쓰기’의 세 가지 유형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변혁적 역량 기반의 글쓰기 유형 구분은 초⋅중등 교육과정과 차별화된 시도로서 의의가 있다([쟁점 1-1], [쟁점 1-2]). 변혁적 역량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이었으나, 실제로 글쓰기를 포함한 개별 교과의 교육과정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였다. 김현정(2024)의 연구는 변혁적 역량에 대응하는 글쓰기 장르와 AI 활용 교육의 결합 가능성을 분석함으로써, 교양 글쓰기와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탐색하고 있다([쟁점 2-2]).
이 세 가지 글쓰기 유형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예상한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장르들이다. 그러나 언어(글) 중심의 글쓰기 환경을 전제로 하며, ‘AI 활용 교육’을 넘어 ‘AI 교육(AI에 대한 교육)’이나 ‘AI 융합 교육’으로 확장되는 문제의식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들이 대학에 진입한 시기에는 보다 개선된 형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쟁점 2-3]).
조별(2023)은 기존의 교양 글쓰기 장르인 성찰적, 학술적, 실용적 글쓰기에 AI 활용 맥락을 접목하여 ‘① 구체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성찰적 글쓰기, ② 종합적 리터러시 훈련으로서의 학술적 글쓰기, ③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르는 실용적 글쓰기’의 세 가지 유형을 제안하였다. 이 중 성찰적 글쓰기는 인간 필자의 역할이 강조되어 전통적 글쓰기에 가까운 반면, 학술적⋅실용적 글쓰기는 AI가 개입하는 다문서 읽기 및 직무 의사소통의 맥락을 포함하는 장르로 볼 수 있다.
조별(2023)의 연구는 AI 시대에 요구되는 글쓰기 역량을 ‘정보의 정확성, 사고와 표현의 구체성, 개성적 관점과 창의성’으로 구분하고, 이를 조합하여 각 장르별로 강조되어야 할 역량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AI와 교양 글쓰기의 유기적 연결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쟁점 2-2]), AI와 무관하게 기존에 존재했던 교양 글쓰기 논의들과 유사한 쟁점들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한계가 있다([쟁점 1-1], [쟁점 1-2]).
요약하면,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맥락을 탐색한 연구들은 장르를 일정한 패턴의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AI 시대에 교육적 적용이 가능한 장르를 범주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AI 기술이 각 장르의 수행 과정과 운용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초⋅중등 교육과정과 차별화된 교양 글쓰기 교육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 본질을 전달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기존의 언어 중심 글쓰기 환경에서 벗어나, 정보 보안, 디지털 시민성, 사회적 실천 등의 문제의식을 반영함으로써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에게도 가치 있는 교육적 맥락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4.2.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내용: 학습자에게 길러주어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글쓰기 교육에서의 내용은 학습자가 길러야 할 능력을 의미한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과정 중심 쓰기 지도의 원리에 따라 글쓰기 교육의 내용을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로 나누고 있다. 대학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는 기존에 학습한 능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능력을 발굴하여 교육 내용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쟁점 2-1]).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내용에 관한 연구들은 이를 직⋅간접적으로 탐색해 왔으며, 주요 연구 결과는 [그림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그림 2]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내용을 탐색한 기존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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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인간 필자의 역할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먼저 자신의 뇌를 활용하여 주어진 과제 기본 틀과 초안을 잡은 후에 AI를 활용하여 보완하는”(박남기, 2023, p. 29) ‘선 수행, 후 활용’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방식의 학습 경로는 ‘① 기본 틀 작성, ② 기본 틀을 토대로 한 소집단 토론회, ③ 보고서 초안 작성, ④ AI 활용’으로 구성되며, 각 단계마다 포함해야 할 항목이나 지침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이에 대응하여 ‘고쳐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이는 “먼저 AI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 주제에 대한 답을 구한 후 그 답을 보완하는 절차를 밟는”(박남기, 2023, p. 32) ‘선 활용, 후 보완’ 방식과 연결된다. 이 방식의 학습 경로는 ‘① AI의 응답 예측하기, ② AI 활용 글쓰기, ③ 비판 역량 제고’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윤빈(2024)은 대학생 필자가 AI 답변을 활용하는 방식을 분석하여, 이를 ‘지식 나열(그대로 사용하기, 요약 및 재진술하기), 지식 배치(틀 세우기), 지식 변형(종합하기, 도약하기)’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바 있다. 최근에는 AI 자동 채점 및 피드백을 활용하여 고쳐쓰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권태현, 2024; 장성민, 2023a; 최숙기, 박종임, 2023).
‘내용 생성하기’는 AI에 투입할 프롬프트를 생성하거나 질문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과 연결된다.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역할 부여하기, 단계별로 진행하기, 의도한 예와 함께 제시하기, 의외성을 주기”(서울과학기술대학교 논리적 글쓰기 교재편찬위원회, 2024, pp. 157-169) 등이 있다. 이슬기(2024)는 ‘주도적 자세(Self-starter), 조작적 정의(Methodical definition), 논리적 구성(Analytical organization), 내용 정교화(Rigorous elaboration), 평가적 반응(Thoughtful critique)’의 다섯 가지를 포함하는 SMART 전략을 제안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였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에서 ‘내용 조직하기’와 ‘표현하기’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글의 내용을 생성하는 과정이 곧 내용 조직과 표현을 포함하는 동시적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초기 인지주의 작문 이론이 글쓰기 과정을 ‘계획하기(planning), 전사하기(translating), 검토하기(reviewing)’의 세 단계로 구분한 것과 유사하다(Flower&Hayes, 1981).
그러나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는 ‘전사하기’ 단계에서 인간 필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검토하기’ 단계에서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 필자가 ‘내용 조직하기’와 ‘표현하기’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글쓰기와 AI를 활용한 글쓰기 환경에서 이러한 능력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탐색하고, 이에 맞는 교육 내용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글쓰기에서는 문제 해결 과정의 회귀성과 역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반면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는 초고 생성 이후에도 ‘정보 검증하기’와 ‘프롬프트 수정하기’ 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AI와의 상호작용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수학 문제 풀이 방식에 비유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글쓰기는 학생이 먼저 문제를 스스로 풀고, 이후 해설을 참고해 답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반면 AI를 활용한 글쓰기는 문제를 보자마자 해설을 검토하고 이를 수정하며 정답을 확정짓는 방식과 유사하다.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여, 학습자가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능동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5)
기존 연구에서는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를 위한 교육 내용에 대해서도 제안하여 왔다. 대부분은 ‘질문하기’를 포함한 글쓰기의 인지적 문제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만, 일부 연구에서 문제 해결 과정의 범위를 확장하여 ‘다문서 읽기’(윤인선, 2023; 장성민, 2024)과 ‘정보 보안’, ‘디지털 시민성’, ‘사회적 실천’(김민지, 2024; 박남기, 2023; 오선경, 2023) 등을 다루기도 한다.
다만 AI가 생성한 글을 복합양식으로 표현하거나, AI가 생성한 복합양식 콘텐츠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AI가 생성한 글을 복합양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복합양식 매체 자료를 제작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유사하며, 기존 교육 내용을 통해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6) 반면 ‘AI가 생성한 복합양식 콘텐츠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연구와 교육과정 개발이 미흡한 상태로, 향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교양 글쓰기 교육의 맥락에서 정보 보안과 디지털 시민성의 문제의식을 다룬 사례로는 오선경(2023)을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AI 활용 가이드 지정을 학습 주제로 삼아 ‘정보 검증 의무’와 ‘인용 방식’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AI가 생성한 정보 중 활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정보 관리 역량을 기르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정보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AI 기술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고, 그 장점과 문제점을 인식하도록 돕는 수업 활동도 제안한다. 이러한 활동은 학습자가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쟁점을 이해하고,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실천의 관점은 AI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탐구하고, 인간 필자의 개입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내용뿐 아니라 교육 방법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김민지(2024)는 AI와 인간의 글을 비교하는 활동을 통해, AI를 활용한 글쓰기가 사회적 실천의 결과임을 학습자가 깨닫도록 한다. 박남기(2023), 윤인선(2023) 등은 소집단 토론을 활용하여 유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요약하면,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내용과 관련된 연구들은 글쓰기 과정에서 인간 필자와 AI의 역할을 구분하고,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기존의 과정 중심 쓰기 교육 원리를 기반으로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각 단계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계획하기’와 ‘고쳐쓰기’ 단계에서의 AI 활용 방식이 세밀하게 탐색되었다. 그러나 ‘내용 조직하기’와 ‘표현하기’ 단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AI 시대의 글쓰기 환경에서 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정보 보안, 디지털 시민성, 사회적 실천 등의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AI를 활용한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활동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적 접근도 다루어졌다. 향후에는 AI가 생성한 복합양식 콘텐츠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연구들을 검토하며 반복적으로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학습자의 정의적 요인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AI의 개입이 학습자의 주도성과 사고 과정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만약 학습자가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고 탐색하는 과정 없이 AI의 산출물에 의존할 경우, 글쓰기 학습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학습자가 주제를 능동적으로 선정하지 않고 AI가 제공한 주제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이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학습자가 정교하게 프롬프팅하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과제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오히려 AI가 더 완성도 높은 글을 쉽게 생성할 수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학습자는 AI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스로 글을 수정하려 할까, 아니면 AI가 수정한 최종 결과물을 받아들이려 할까?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고쳐쓰기 교육의 본질에 부합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숙고하고 학습자의 주도성과 사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

4.3.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방법: 인간 상호작용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글쓰기 교육에서의 방법이란 학습자의 능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에는 필자의 내적 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예상 독자를 고려하며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도록 돕는 철학적 차원의 ‘대화적(dialogic, dialectic)’ 접근, 교수자 또는 다른 학습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예상 독자의 역할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일상적 차원의 ‘대화적(conversational)’ 접근도 포함될 수 있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에서 인간 상호작용의 역할 설정은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쟁점 2-4]). 기존의 과정 중심 쓰기 지도에서는 필자의 문제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유하기’ 범주를 추가하여 학년에 관계없이 글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평’이라는 장르를 적용하여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지도할 경우, 활동 방식에 따라 요구되는 서평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7) 홍래성, 윤정안(2004)은 서평 쓰기 활동을 목적에 따라 ‘도서 소개형, 논증 심화형, 사고 발산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도서 소개형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홍래성, 윤정안, 2024, p. 75)를 목적으로 한다. 과정 중심 쓰기 지도에 따라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며, 인간 상호작용의 역할과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둘째, 논증 심화형 서평은 “책에 대한 가치 판단”(홍래성, 윤정안, 2024, p. 76)을 목표로 하며,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예상 독자를 설득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활동에는 글쓰기를 ‘사회적 실천’으로 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논증 심화형 서평을 작성할 때에는 독자의 가치 판단이 필자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고, 독자의 사고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궁극적으로 관점을 변화시키는 인지적 과정이 포함된다. 교수자나 동료 학습자가 예상 독자의 역할을 수행하면, 학습자는 보다 생생한 의미 교섭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사고 발산형 서평은 “새로운 인식의 제시”(홍래성, 윤정안, 2024. p. 78)을 목표로 하며, 필자의 개인적 시각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필자는 어떤 인식을 ‘새로운’ 것으로 규정할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윤리적⋅합리적이며 공유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추가 자료를 찾아 사고의 폭을 넓히거나, 언어 외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 상호작용은 필자의 사고를 확장하는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문제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학습자가 실제로 책을 읽지 않고 AI의 도움만으로 서평을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윤리적인 필자는 스스로 ‘내적 검열자’로서 AI 활용의 경계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이를 학습자의 윤리적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수자나 동료 학습자는 ‘중요한 타인(significant others)’으로서 학습자의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외부 검열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교수자나 동료 학습자는 글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오류를 수정하며 필자의 이해를 보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주로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들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익힌 글쓰기 과정의 세부 단계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였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에는 이러한 질문의 범위를 확장하여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에게도 의미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판적 질문이 반드시 인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AI 자동 채점,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하면 활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일부 기능에서는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피드백을 제공받는 것뿐 아니라 비판적 질문을 생성하는 과정 자체가 사고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 상호작용을 단순한 정보 제공의 역할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통 과정은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후속 학습을 위한 관계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요약하면,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에서 인간 상호작용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 자동 채점, 피드백 시스템이 제공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AI 독자와 인간 독자의 역할을 정교하게 구분하고, 한정된 시간 내에서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8)

5. 결론

이 연구는 대학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AI 시대 이전부터 존재하던 쟁점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부상한 쟁점을 검토하며,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이 지닌 정체성을 고찰하였다. 3장에서는 2022 개정 초⋅중등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와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를 고려한 교육적 접근의 필요성을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앞서 다룬 쟁점과 학습자 특성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존 연구들에서 제안된 대학의 역할을 검토하였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론에서 제기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며,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과목은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AI 기술 도입과 학습자 특성의 변화를 반영하여 발전해야 한다. 주요 쟁점으로는 초⋅중등 글쓰기 교육과의 차별화([쟁점 1-1]), 교양 글쓰기 교육의 본질 탐색([쟁점 1-2]), 기존 교육 내용과의 관계 설정([쟁점 2-1]), 교양 글쓰기와 AI의 연결고리 모색([쟁점 2-2]), AI 시대 학습자의 변화 반영([쟁점 2-3]), 인간 상호작용의 역할 검토([쟁점 2-4]) 등을 들 수 있다.
(2) AI 활용 경험을 가진 학습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양 글쓰기 학습자의 특성은 무엇이며,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가?
AI 활용 경험을 가진 학습자들은 글쓰기 과정의 각 단계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다문서 읽기, 복합양식(성), 정보 보안, 디지털 시민성, 사회적 실천 등과 관련된 고등 사고 능력이 더욱 강조될 것이며, 비판적⋅창의적 역량 또한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3) 대학은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기존 연구를 ‘맥락, 내용, 방법’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맥락 측면에서는, AI 기술이 각 장르의 수행 과정과 운용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존의 언어 중심 글쓰기 환경에서 탈피하고 ‘AI 활용 교육’을 넘어서 ‘AI 교육’, ‘AI 융합 교육’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된다. 내용 측면에서는, ‘내용 조직하기’와 ‘표현하기’ 단계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AI가 생성한 복합양식 콘텐츠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법 측면에서는, 인간 상호작용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며, 향후 AI 독자와 인간 독자의 역할을 구분하여 각각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 활동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연구는 AI 시대의 교양 글쓰기 교육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을 탐구하고, 대학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22 개정 초⋅중등 교육과정을 검토하여 가까운 미래의 학습자와 조금 먼 미래의 학습자에게 필요한 교육의 방향과 대학의 역할을 논의한 것은,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교수⋅학습의 효과와 한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교육 환경에 맞는 적용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교양 글쓰기 교육이 AI 시대에 더욱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Notes

1) AI 플랫폼의 한 예인 “노션 AI”에서는 어조 변경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글의 어조를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제공되는 어조 옵션으로는 ‘전문적’, ‘캐주얼’, ‘간단명료’, ‘자신감 있게’, ‘친근하게’ 등이 있다.

2) 2010년 이후 출생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를 ‘알파 세대’로 부르는 것과 비교하여, 2025년 이후 출생한 AI 원주민 세대를 ‘베타 세대’라 지칭하기도 한다(McCrindle, 2021). 베타 세대는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다루며,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AI와의 협업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3)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서울대학교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대학 글쓰기 1’과 ‘대학 글쓰기 2’를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대학 글쓰기 1’에서는 계열이나 전공을 넘어서 범교과적으로 요구되는 학술적 글쓰기 능력을 강조하며, ‘대학 글쓰기 2’에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기술 등 각 전공에 특화된 학술적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 교육적 맥락에서 ‘범교과-계열별 글쓰기’의 구분은 이미 고등학교 수준으로까지 확장된 상태이다. 국내에서도 ‘학문 문식성(disciplinary literacy)’ 개념을 중심으로 계열별 글쓰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장성민, 2024b),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인 “독서와 작문”에서 이미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로 나누어 계열별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5)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군부터 모든 학년군에 ‘점검과 조정’ 범주를 설정하여, 메타인지적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6) ‘[6국06-03] 적합한 양식과 수용자의 반응을 고려하여 복합양식 매체 자료를 제작하고 공유한다.’는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성취기준의 예이다.

7) ‘서평’은 교양 글쓰기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논의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장르이다(김민수, 2023; 홍래성, 윤정안, 2023).

8) 예를 들어, 동일한 인간 상호작용의 연장선에 있더라도 ‘줌’의 화면 공유, ‘구글 독스’의 온라인 공동 작업, ‘패들렛’의 동시적 댓글 기능 등을 활용하면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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