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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5); 2024 > Article
기준음고 432Hz의 음악인문학적 의의

Abstract

본고는 기준음고 432Hz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내러티브에 주목하여, 인문학의 실천적 노선인 음악인문학의 의미구조를 표상하기 위한 논거를 확립하고 교육이념으로서의 인문학 개념인 교양교육적 텍스트로 수용할 수 있는 인문학 본령의 비판적 성찰과 해석적 수행에 기초한 인문학적 사유의 틀을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바라보는 기준음고 개념의 역사적 추이를 탐구하기 위하여 14세기 후반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의 음고 수준 양상과 이에 대한 정치⋅사회⋅문화적 측면의 논의를 중심으로 한 문헌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19세기와 20세기의 음고 표준화 배경에 따른 주요 쟁점 및 432Hz의 역사적 정체성에 함의된 음악인문학적 의의를 논의하였다. 432Hz는 문화 다양성이 담지하는 소통 가치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화 과정의 지평을 확장하여 음악인문학적 궤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이는 통섭적 사고를 통한 문화적 연대의 가치를 조명하여 사회적 지형으로 이입할 수 있는 이해의 토대를 제공한다. 이에 본고는 음고 표준화 서사에 투영된 인문학적 메시지를 포섭하여 사회 일반에서 실천인문학으로서의 음악인문학적 사유를 공유하고,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재조명하는 논의의 토대를 제공함에 따라, 문화 리터러시의 차원을 또 다른 층위로 확장해 나가는 교양교육적 텍스트로 수용되기를 기대한다.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the socio-cultural narrative reflected in the standard pitch of 432Hz, establishes an argument for representing the Semantic structure of music humanities, which is the practical line of humanities, and critically reflects on the main character of humanities that can be accepted as a general education text, which is the concept of humanities as an educational ideology. The purpose is to expand the framework of humanistic thinking based on and interpretive performance. Accordingly, in order to explore the historical trend of the concept of standard pitch, we attempted to analyze literature focusing on the pattern of pitch levels in Western society from the late 14th century to today and the discussion of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aspects related to this in the 19th and 20th centuries. The major issues in the background of pitch standardization and the musical humanities implications of the historical identity of 432Hz were discussed. 432Hz expanded the horizon of the humanities discourse process on the communication value contained in cultural diversity and presented another possibility to converge on a musical humanities trajectory, which sheds light on the value of cultural solidarity through consilient thinking, thus contributing to social It provides a foundation for understanding that can be transferred to the terrain. Accordingly, this study embraces the humanistic message reflected in the history of pitch standardization to share musical humanistic reasons as practical humanities with society in general, and to expand the dimension of cultural literacy to another level by reexamining the social function of music. We hope that it will be accepted as a general educational text.

1. 서론

개별적 사건의 특수성으로부터 전체적 관계의 인과를 포괄적으로 결속하는 ‘총체성(Totality)’과 시대적 상황의 역사적 맥락과 그 추이를 거시적으로 아우르는 ‘보편성(Allgemeinheit)’은 인문학 고유의 성격인 동시에 인문학의 사회적 작동 원리를 구축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러한 총체성과 보편성을 토대로 한 사회적 연계의 틀 위에서 인문학의 영역은 범주형 통합(Categorical Integration)의 개념으로 논의되어 왔다. 나아가 창조학으로서의 학문적 이상(Ideal), 즉 문화적 텍스트가 함의하고 있는 상징과 기호에 대한 해석적 지평을 확장해 왔다. 이에 인문학의 사명은 인류의 역사에 내재한 상징과 기호가 남긴 자취와 흔적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실천인문학은 이러한 증언을 사회적 맥락과 연접해 나가는 인문학의 실천적 수행 과정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실천인문학의 가치는 인문학이 과연 어떠한 지점에서 생신(生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여 사회 일반의 ‘곁’에서 인문학적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에 있다.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실천인문학의 양상은 그 목적과 방향, 대상 및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성격과 주제를 함의한다.
실천인문학의 ‘참여의 인문학’으로서의 면모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적 모델인 『음악인문학(2023)』은 첫째 인문학과 음악의 영역 간 융합적 접근을 통한 인문 콘텐츠로서의 음악 저널리즘이며, 둘째 인문학으로서의 음악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수용되어 인문정신의 가치와 맞닿아 있으며 인간의 ‘무늬’를 그려 나가는지를 조명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인문학』은 음악적 텍스트로부터 사회 일반으로 투영할 수 있는 인문학적 메시지를 통하여, 음악에 대한 심미적 향유 태도를 인문학 탐구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전선구, 2023b, p. 844)하기 위한 논의 과정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기준음고는 음악예술 영역의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공고히 하고 서로 다른 음악 문화권의 상호이해 폭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20세기 중반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인준된 음높이의 단일 기준치이다. 이는 ‘음악적 실천(Musical Practices)’1) 현장의 국제적 언어 규약으로서 현재까지 세계 각지의 음악적 소통을 위한 보편적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 기준음고는 특히 음악적 실천 역사에 있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층위의 인문학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더욱이 기준음고는 음악을 통한 인문학의 사회적 실천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시도인 『음악인문학』의 궤적으로 포섭하여 음악의 사회적 기능2)을 재발견하는 논의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19세기로부터 음고의 표준화 역사를 주도해 온 기준음고인 432Hz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내러티브에 주목하여, 첫째 인문학의 실천적 노선인 『음악인문학』의 의미구조(Semantic Structure)를 표상하기 위한 논거를 확립하고 둘째, 교육이념으로서의 인문학 개념인 교양교육적 텍스트로 수용할 수 있는 인문학 본령의 비판적 성찰과 해석적 수행에 기초한 인문학적 사유의 틀을 확장하는 데 목적과 의의가 있다. 이에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바라보는 기준음고 개념의 역사적 추이를 탐구하기 위하여 14세기 후반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의 음고 수준 양상과 이에 대한 정치⋅사회⋅문화적 측면의 논의를 중심으로 한 문헌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19세기와 20세기의 음고 표준화 배경에 따른 주요 쟁점 및 432Hz의 역사적 정체성에 함의된 『음악인문학』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2. 음악적 실천 현장의 기준음고 궤적

기준음고는 악기나 음향 장비 등의 제조 과정에서 음고(Pitch), 즉 음악적 속성을 갖는 소리의 높낮이를 조정하거나 악기를 조율하기 위한 주파수(Frequency)3)의 기준치이다. 기준음고는 서로 다른 음악 문화권 간의 소통을 위시하여 음악 분야의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적 거점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추진한 주파수의 단일 표준이다. 유럽 음악사에서 기준음고에 대한 이견과 논쟁은 세기를 넘어 오랫동안 지속해 왔고, 그만큼 다양한 기준음고가 제안되었다.
17세기 후반, 교회 음악을 비롯한 궁정 음악 및 오페라 등은 각각의 고유한 음고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으며4), 1670-90년대에 걸쳐 파리 예수회 교회에서 활동한 작곡가 샤르팡티에(Charpentier)의 작품은 약 392Hz에서 연주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같은 시기 프랑스에서 제작된 오르간의 평균 음고는 약 408Hz로 보고되었다(Haynes, 2002, p. 117). 또한 1713년 물리학자 조셉 소버(Joseph Sauveur)가 측정한 실내 음악용 오르간 파이프는 약 406Hz로 나타났으며(Mendel, 1955, p. 332-354), 1740년경 헨델의 소리굽쇠는 422.5Hz (Kent, 1998, p. 52), 1789년 베르사유 궁전의 오르간은 396Hz (Ellis, 1880a, p. 553), 1800년경으로 추정하는 모차르트의 소리굽쇠는 422Hz (Halmrast, 2012, p. 27), 베토벤의 소리굽쇠는 455.4Hz로 보고되었다(Douglas, 2021, p. 107). 특히 파리 그랜드 오페라는 1811년에 427Hz, 1829년에 434Hz, 1856년에 446Hz 그리고 1858년에 449Hz로 나타났으며, 파리 코믹 오페라의 1820년과 1823년 음고 또한 각각 423Hz과 428Hz로 상승하였고, 심지어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체제 아래 있었던 드레스덴 오페라 역시 423.2Hz였던 1815년부터 1821년까지 435Hz로, 이후 1862년까지 440Hz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Ellis, 1880a, p. 553). 이는 동일한 음악적 현장에서조차 기준음고의 개념이 고정적이거나 절대적인 차원으로서가 아닌 다양한 음악적 환경 요인에 따라 유동적 측면에서 이해되었음을 주지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음고 수치의 상승 현상과 그 격차가 적지 않았음을 주목해 볼 때, 이는 음고 수준의 변동과 음악적 심미관의 인과성에 대한 논의가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834년 슈투트가르트 회의에서는 음향학자 요한 샤이블러(Johann H. Scheibler)가 제안한 440Hz를 기준음고로 채택하였다(Helmholtz, 1863, p. 29). 보편적인 음높이 표준의 채택을 위한 사실상의 첫 번째 명시적 노력인 이 회의는 이른바 ‘과학적 음고’를 표방하며 예술영역에 대한 과학적 접근 가능성을 확립한 시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1830~40년대의 유럽 각 지역의 음고 수준이 444Hz~445Hz를 유지한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Haynes, 2002, pp. 344-349), 당시 음악 현장에 미친 440Hz의 실제적인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였음을 가늠할 수 있다.
베를린 오페라는 1857년에 445Hz를, 1858년에는 451Hz를 채택하였고, 이듬해 프랑스는 이른바 ‘디아파종 노말(Diapason Normal)’5)을 추진하면서 435Hz를 채택하였다. 디아파종 노말은 기준음고의 국제적 표준화를 위한 최초의 역사적 시도로 이어져, 1885년 비엔나 회의에서는 435Hz를 재확립하였다(Haynes, 2002, pp. 349-350). 1939년 런던 국제회의에서는 440Hz를 기준음고로 채택하였고, 이후 1953년 및 1955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이를 재확인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ISO에서 결의된 기준음고는 음악 현장의 전반적인 지지를 획득하는데 적지 않은 한계를 수반하고 있다. 1950-60년대 유럽 각지 오케스트라의 음고 평균은 444Hz로 보고된 가운데(Haynes, 2002, p. 362), 1963년 더블린은 442Hz를, 1968년 러시아는 437.5~442Hz를, 이탈리아는 435~445Hz, 오스트리아는 443.5~445Hz, 스페인은 435Hz 그리고 1969년 피렌체는 444Hz를 채택하였다(LaRouche, 1988, p. 29). 또한 1970년대 후반 유럽 각지 오케스트라의 조율 음고 수준은 443Hz~445Hz로 나타났으며, 피아노는 443~444Hz인 것으로 나타났다(Haynes, 2002, p. 362). 대중 지향적 클래식 축제로 잘 알려진 런던의 프롬나드 콘서트(The Proms)는 439Hz에서 442Hz로 변동됨으로써(Halmrast, 2012, p. 27) 기준음고에 대한 음악 현장의 다양한 인식과 요구를 반영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Georg Solti)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빈 메타(Zubin Mehta) 그리고 보스턴 심포니의 세이지 오자와(Seiji Ozawa)는 기준음고를 442Hz로 설정하였다(Fred, 1989).

3. 432Hz의 음악인문학적 함의

20세기 중반, 음고 단일화 구상에 따라 독자적 위치를 구축한 440Hz는 전환된 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각 지역의 음악적 언어 소통을 위한 매개로 기능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음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분기되어 나타나는 심미적 가치에 대한 다면적인 요구는 고정화된 음고 표준이 수반하는 문화 이데올로기적 한계에 대한 소명을 촉구함은 물론 기준음고의 보편적 노선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작용하여 음고 표준화의 배경과 역사를 비판적 맥락에서 재인식하고 재평가하고자 하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음악 현장은 물론 과학계에서조차 440Hz의 선택이 ‘21세기 음악 역사에 있어서 정당화된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평가하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Masala & Merolle, 2017, p. 368).
스웨덴의 예술평론가 마르텐 카스텐포스(Marten Castenfors)는 440Hz를 “너무 높은 조율의 절규(The screaming of too high tuning)”로 묘사하며(LaRouche, 1988, p. 41) 기준음고에 대한 음악 현장의 냉소적 견지를 대변하였고, Dickey (2013)는 “피치 전투(Pitch Battles)”의 프레임을 구축하여 기준음고의 표준화 배경에 나타난 정치적 이슈와 논란을 조명하였다. Gribenski (2020, p. 3)는 기준음고의 표준화 배경을 “100년 이상의 국제 분쟁(Over a century of international disputes)”으로 인식하여 역사주의적 측면에서 논지를 확립하였고, 다양한 ‘연주음고(Performing Pitch)’6)들의 음향적 특징에 대하여 과학적 준거를 마련한 Reid (2020, p. 2)는 음고의 표준화 양상을 “콘서트 피치 갈등(Concert Pitch Conflict)”으로 해석하였다. 이 밖에도 음고 표준화 배경에 나타나는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이슈를 주목해 볼 때, 예술적 맥락에서의 기준음고는 다원화된 문화적 텍스트와 긴밀히 연접되어 또 하나의 인문학적 지형을 구축하고 있음을 주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고의 표준화 배경과 주요 쟁점은 무엇이며, 특히 기준음고 432Hz의 역사적 정체성에 함의된 음악인문학적 의의를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가.
14세기 후반부터 약 300가지를 상회하는 유럽 대부분 지역의 기준음고를 분석하였을 때(Ellis, 1880b, p. 293-336), 시기적으로는 물론 지역적으로도 전혀 일관되지 못한 양상을 나타내었고, 이는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음고 표준화에 대한 시대적 인식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7). 특히 1830년대를 전후하여 도래한 이동수단의 혁신은 지역 간의 음악적 왕래를 촉진하는 기반을 제공하였고, 이와 맞물려 기준음고의 불일치에 따른 음악적 연계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결국 음고 표준의 효용과 그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음고 표준화 역사의 발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음고 표준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시기에 나타난 프랑스의 기준음고는 438Hz를 전후하였고, 독일은 440Hz를, 오스트리아는 444Hz, 영국은 450Hz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Haynes, 2002, p. 345), 기준음고의 인식에 대한 지역 간 온도 차가 여전히 존재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음고 표준화 역사를 논구하는 과정에서 적잖이 등장하는 음고의 양태는 그만큼 다양한 문화사적 서사에 따른 의미구조를 표상하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주목할 수 있는 기준음고는 크게 435Hz와 440Hz 그리고 432Hz로 집약할 수 있다.

3.1. 19세기 및 20세기 기준음고의 표준화 배경과 쟁점

19세기 과학기술의 도약은 음악적 실천 환경의 발전을 촉진하였고, 이는 연주음고 상승의 배경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8) 더욱 규모화된 음악 생산 공간의 등장에 따른 공연 환경의 개선은 물론, 악기 제작 기술의 진보에 따른 연주 환경의 향상은 이전과는 다른 음악 향유 환경을 제공함에 따라 음악 현장에서는 음향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논의가 새로운 이슈로 주목되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마련된 실제적 방안으로서 연주음고의 설정을 고도화하는 시도가 대표적이었으며 이는 선명함을 강조하는 주파수 대역의 음악적 청감을 구현하게 된다. 음고 고도화 방안의 보편화는 음악 생산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한 반면, 음악적 역동성의 표출을 위시하여 음향적 자극에만 편중된 음악적 심미관의 기저가 경쟁적으로 발현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결국 19세기 음악 현장에서의 이 같은 관행은 당대의 연주음고 상승 기조를 초래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더욱이 음고 인플레이션(Pitch Inflation)은 음악적 심미관의 편향성에 따른 흥행 본위의 설계에 기반한 음악적 실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설계는 본질적으로 음악적 실천의 한계를 내포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9) 특히 음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창 환경과의 소통 부재는 음악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갈등을 초래하였고, 종래에 음악적 실천 과정의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19세기 음악적 실천 문제는 첫째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로 인한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호환성 결여, 둘째 음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창 환경의 혼란으로 맥락화할 수 있다. 이는 ‘음악적 캐논(Musical Canon)’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주의적 차원의 노력으로 이어져 1859년, 435Hz를 기준음고로 채택한 프랑스는 이후 1885년 비엔나 회의에서 최초의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435Hz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주력함으로써10) 마침내 음고 표준화 역사의 첫 번째 지형을 구축하였다. 이로써 ‘프랑스 표준’은 19세기에 접어들기까지 음악적 실천 현장 전반에 만연해 있던 음고의 난립화 현실을 타개하여 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매개하였음은 물론 기악과 성악의 갈등국면 해소에 따른 음악적 실천의 규범적인 실현을 위한 ‘중재적 음고’로서의 노선을 구축하였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기준음고로서의 435Hz는 19세기의 과학적 접근 수준 및 프랑스의 자문화 중심적 혁신 노선이 세기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국제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단지 명목적이거나 이론적인 수준으로 간주되어 20세기 음악적 실천 현장에 대응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게 된다. 이에 440Hz는 음악적 실천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 대한 과학적 논리를 구축하여 19세기 프랑스 표준이 수반한 음악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20세기 초 미국 실용주의 노선과 연접한 음악 산업 부문의 보편주의적 시장전략 기조에 조응하는 배경에 따라 음악적 실천을 위한 ‘실용적 음고’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440Hz를 위시한 ‘미국적 표준’은 1939년 런던에서 국제적 표준으로 인준되었고, 이를 통해 서구 사회의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이어져 온 문화적 갈등의 일면이 재정위되었다. 440Hz는 이후 1953년 및 1975년 ‘ISO 16’의 절차에 의거 국제 표준 규격으로 재차 인정됨에 따라 단일 기준음고로서의 표준화 달성이 과학기술 영역은 물론 정치사회 분야의 국제적 헤게모니 확장 양상과 맞닿아 있는 문화적 경쟁 구도의 차원에서 재조명되었음을 주지할 수 있다.

3.2. 432Hz의 음악인문학적 함의

반면, 1939년 런던 회의에서의 결의를 외면하며 나타난 음악적 실천 현장의 적지 않은 움직임은 20세기 실용주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미국 표준’의 보편적 노선에 대한 분리주의적(Secessionist) 접근이자, 음고 표준화 역사의 가변적 특질을 반영하는 거점적 지표라 하겠다.11) 특히 비엔나의 연주 현장에서는 런던에서 공식화된 440Hz를 가리켜 ‘댄스 밴드나 군악대의 날카롭고 돌출된 소리’로 빗대며 미국 표준의 미적 가치 창출에 대하여 회의적으로 평가하였고(Haynes, 2002, pp. 359-361), 심지어 1940-50년대 뉴욕 오케스트라 연주 현장에서는 미국 표준을 준용하는 조율 과정이 오히려 공공연한 ‘설득’의 문제였으며(Ellis & Mendel, 1969, p. 8), 1950-60년대 유럽 각지의 오케스트라 연주음고 수준은 444Hz로(Righini, 1990, p. 45), 1970년대 후반은 443~445Hz로 보고됨에 따라(Leipp & Castellengo, 1977, pp. 30-31), 20세기 음고 단일화 구상에 따른 이정표 마련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연주음고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은 물론 기준음고의 ‘통섭(通涉)’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20세기 음고 표준 역시 현실과 분리되어 음악적 실천의 한계를 수반한 19세기 음고 표준화 역사의 재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12) 더욱이, 표면적으로는 440Hz가 20세기 국제논의 체제의 역학적 균형이 효율적으로 유지되어 도출된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지만, 정작 음고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과학기술적 맥락의 ‘방법론적 표준화 달성’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진술에 미루어 본다면(Gribenski, 2019, p. 753), 440Hz 역시 ‘19세기적 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구적 산물임을 주지할 수 있다. 게다가 1951년, 프랑스에서는 20세기 음고 표준을 확립한 1939년 런던 협의 체제의 공신력을 문제 삼아 440Hz를 ‘불법’으로 규정하였을 뿐 아니라, 이른바 ‘논리적 음고(Logical Pitch)’(Gribenski, 2018, p. 184)의 프레임을 구축하여 432Hz를 또 다른 음고 표준으로 존립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13)
따라서 실용적 음고를 표방하는 20세기 기준음고의 보편주의적 노선은 음고 혁신의 근본적인 한계를 합리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음고 개혁의 정당성을 전적으로 소명하기에는 해소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자명하므로, 이는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전반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 특히 19세기적 접근 방식을 답보한 가운데 구축된 440Hz는 사실상 19세기 ‘슈투트가르트 표준’을 계승한 미국 표준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사뭇 ‘독일적 표준’이라는 인식의 교차가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편승하듯, 20세기 중반 전후(Postwar) 프랑스 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던 ‘반독(Anti-German) 정서’를 규합하여 단행한 일련의 시도들은 20세기 기준음고의 입지를 압박함과 동시에 기준음고 변혁을 완수하기 위한 정당성을 강화하고 음고 확립 과정의 주도적 위치를 재구축하기 위하여, 432Hz를 국제적 수준의 의제로 재상정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용적 표준’으로서의 440Hz는 ‘중재적 표준’으로서의 435Hz를 극복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일각에서 432Hz를 위시하여 내세운 ‘논리적 음고’는 기존의 음고 표준이 안고 있는 역사적 결함을 고발하여, 표준으로서의 명분을 퇴색시키기 위한 정치적 논리의 일환으로, 440Hz에 대한 반동인 동시에 435Hz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배타적 성격의 음고 표준화 노선이라 할 수 있다.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1876년에 최초로 등장한 432Hz는 프랑스 표준의 ‘과학적 결함’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것으로, 당시 435Hz를 대체하기 위해 제시된 432Hz의 음고 표준화 노선은 ‘수학적 음고’였다.14) 이는 세기 전환을 경계로 432Hz의 표준화 명분 역시 전환되고 마는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프랑스 표준과 미국 표준에 대응하기 위한 432Hz의 견제 전략이 일관되지 않음으로써, 432Hz의 효용에 대한 지지 기반이 보편적으로 확립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영향력 또한 유의미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1881년 이탈리아에서는 수학적 음고가 본격적으로 ‘과학적 음고’ 노선을 구축하며 승인되었고, 이후 1885년 비엔나 회의에도 상정되어 프랑스 음고의 표준화 명분을 반박하였지만, 물리적 원리에 착안하여 음악적 실천을 위한 방법적 개념으로의 접점을 마련하고자 했던 432Hz의 명분은 ‘음고 인플레이션’에 경도한 음악적 실천 현장의 심미적 지향점과 부합하기에는 현실적 거리가 존재하였다. 세기 전환과 함께 경쟁력을 상실한 프랑스 표준은 432Hz의 견제 선상에서 더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432Hz를 지지하는 이탈리아의 노력은 20세기 후반에도 이어져 여전히 440Hz의 ‘대체 표준(Substitute for Standard)’을 확립하기 위한 ‘정치적 추동(Political Drive)’을 거듭 모색한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이에 1988년 9월,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432Hz를 기준음고로 고정화하기 위한 법안이 상정되었고, 법안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제시된 표준화 노선으로, ‘432Hz는 곧 베르디 음고(Verdi Pitch)’임을 명문화하였다.15) 432Hz 지지자들은 ‘베르디 음고’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의 성악적 캐논과 악기 유산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가창 음고’ 및 ‘악기 제작 음고’의 표준으로서 432Hz의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16), 432Hz가 ‘케플러 간격(Keplerian Interval)’으로 정의될 수 있는 ‘천문학적 음고’로서 가치가 있음은 물론 주파수 수치의 황금 비율에 따른 ‘기하학적 음고’이며, 432Hz를 옹호하는 음악인들의 청원 서명을 비롯한 국제적 수준의 저널리즘 텍스트를 아울러 인용하는 등 432Hz의 표준화를 위한 명분을 다각적으로 개진하는데 주력하였다(LaRouche, 1988, p. 33). 이는 기준음고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표준화 기조를 보다 포괄적 층위로 확장하여 정치적 차원의 다변화 전략을 강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32Hz 지지자들의 음고 표준화 투쟁은 21세기에도 현재 진행형이며, 이외에도 기준음고의 대체 표준으로 432Hz의 기능적 측면을 주목한 다수의 연구자는 주파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음고’로서 432Hz의 가능성에 주목하였고(김수범, 2020, p. 24, 108), Renold (2004, p. 69-84) 역시 인체 생리에 더욱 적합한 음고로서의 432Hz를 조명하였으며, 더욱이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432Hz가 우주의 리듬 및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주파수이자 명상, 웰빙, 영적 차원 등에 걸쳐 삶에 유용하게 작용하는 음고임을 예찬하며 440Hz와의 배타적이며 차별화된 구도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기준음고에 대한 432Hz의 대응 방식이 21세기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대체 표준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기능적 요소가 비단 음악적 실천의 차원으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닌 폭넓은 사회적 이슈와 연계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19세기 프랑스 음고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준음고에 대응하며 전개된 432Hz의 역사적 추이는 다분히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유사과학적이며, 때로는 신비주의적이거나 종교적이며, 더욱이 상업적임은 물론 단순히 음악적 정서에 따른 문화적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운동 노선으로서의 인상을 불식시킬 수 없다. 결국 432Hz와 같은 음고 표준화 프레임은 기준음고의 가변적 관성에 편승한 시도로서 또 다른 음고 표준화 논리를 양산하는 단초를 제공하여 고정화된 단일 기준음고에 대한 전통적 대응 논리인 ‘대체 표준’을 넘어, 음고 표준의 개념을 유연한 맥락으로 변증하는 음악적 실천 과정의 ‘대안적 표준(Alternative Standard)’으로서의 개연성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음고 표준화 역사에서 드러나듯, 대안적 표준으로 점철되는 432Hz는 음고 표준으로서의 ‘절대적 논리’를 타당화하는 데 한계를 수반하고 있으며, 이 같은 대안적 표준 개념의 확립은 ‘포스트 기준음고(Post-Standard Pitch)’의 분기 가능성을 일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음악적 실천 과정에서 단일 기준음고의 개념을 ‘상대화’하여 응용적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440Hz는 세기를 넘어 단일 표준으로서의 위상을 구가하였지만, 오늘날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는 ‘절대적 표준’으로서의 유효성을 단언할 수 없다. 이는 세기 전환과 함께 기준음고를 바라보는 21세기 음악적 실천 패러다임의 공존 가치 다변화 조류에 따른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기준음고에 대한 이화된 시각을 반영한다. 따라서 대안적 표준으로서 432Hz의 정체성은 음악적 실천 역사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획일성이라는 양가적 구도의 인문학적 담론으로 수렴할 수 있다. 이는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재조명하여 인문학의 실천적 가치를 규명하는 『음악인문학』 텍스트로 재생산된다. 아울러 432Hz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 궤적을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논의 과정을 통하여, 사회 일반을 비롯한 교양교육적 텍스트17)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문학 본령의 성찰적 담론창출을 위한 논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4. 결론

Gribenski (2020, p. 5-6)의 견해와 같이, 과학기술 분야의 표준화 역사가 ‘공간적 재구성’에 역점을 둔 시도라 한다면 음고의 표준화 역사는 음악의 어제과 오늘을 아우르기 위한 ‘시간적 재구성에 기반을 둔 시도라 하겠다. 다시 말해 미터법 등과 같은 과학기술 단위로서 물리적 도량형의 통일은 서로 다른 지역과 장소, 즉 ‘공간’을 잇기 위한 개념에 기초한다면, 음고 표준화 역사는 서로 다른 시기와 시대, 즉 ‘시간을 잇기 위한 노력’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특히 음고 표준화 역사에 대하여 “모든 문화도시를 음악 철도 네트워크처럼 연결할 것(Wird bald als musikalisches Eisenbahnnetz alle Culturstädte verbinden)”이라 묘사한 Hanslick (2011, p. 138)의 주장과 같이, 이러한 노력은 서로 다른 연대의 지형으로 분화된 음악적 실천이 남긴 자취와 흔적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아울러 음고 표준화 역사를 오늘의 목소리로 재해석하여 음악적 과거에 함의된 시대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음악적 전통과 현대의 단절을 극복함으로써 음악적 소통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궁극적으로 이는 고유한 문화적 체계로서 구조화된 음악적 실천 역사의 단편들을 사회적 맥락과 유비하여 어제가 될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이 될 오늘을 진단하는 『음악인문학』의 실천적 노선을 구현하기 위한 동력으로 작동할 여지가 자명하다.
음고 표준화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연계는 세기를 초월한 소통 가치의 시대 보편성을 재확인하는 또 하나의 무늬로 남겨질 것이다. 중재적 표준으로서 435Hz와 실용적 표준으로서 440Hz 그리고 대안적 표준으로서 432Hz의 역사적 정체성은 문화 다양성이 담지하는 소통 가치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화 과정의 지평을 확장한다. 특히 432Hz는 실천인문학으로서의 『음악인문학』적 통찰을 위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텍스트는 융합과 통섭에 기초한 ‘문화적 연대(Cultural Action)’의 가치를 조명하여 사회적 맥락과 결속할 수 있는 이해의 토대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인문학으로서의 음악을 실천인문학의 궤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논의에 있어서 음고 표준화의 역사, 더욱이 본고가 주목한 432Hz의 역사적 내러티브는 『음악인문학』적 사유를 위한 해석적 층위의 논거로 작용함을 넘어, 다양한 양상의 사회문화적 텍스트와 교차점을 형성하여 또 하나의 인문담론 창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주지할 수 있다.
현대적 개념의 인문학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요소로서, 합리적 보편성을 함의하는 에피스테메(Episteme)의 ‘이론적 원리’와 수행적 진실성을 담지하는 프로네시스(Phronesis)의 ‘실천적 지혜’에 주목해 볼 때(김성제, 2007, pp. 6-7), 현대 사회가 인문학에 대하여 요구하는 바는 세계와 현상에 대한 인문학의 관념적 태도에서 더 나아가 사회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수행적 차원의 실천적 학문으로서의 면모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식으로서의 인문학이 단지 학문적 영역에서 정체되는 것을 경계하고 삶의 영역에서 수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텍스트로, 실천인문학은 현실에서 다양하게 제기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에 대응하여 인문학이 어떻게 답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지점에서 나아가 그 고민을 공유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향을 설정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에 본고는 음고 표준화 서사에 투영된 인문학적 메시지를 포섭하여 사회 일반에서 실천인문학으로서의 『음악인문학』적 사유를 공유하고, 음악의 사회적 소통 가치를 재조명하는 논의의 토대를 제공함에 따라, 문화 리터러시(Cultural Literacy)의 차원을 또 다른 층위로 확장해 나가는 교양교육적 텍스트로 수용되기를 기대한다.

Notes

1) 음악적 실천에 대하여 전선구(2024, p. 161)는 작곡이나 연주 및 감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음악적 표현활동으로부터 특정 사회 및 공동체에서 음악이 어떠한 맥락으로 이해되고 수용되는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규정하였다. 다양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적 실천은 음악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음악적 공감대를 통하여 사회문화적 소통을 실현한다.

2) 특히 음악인류학적 측면에서 Merriam (1964)이 제시한 음악의 사회적 기능은 감정 및 상징적 표현의 수단이자, 심미적 경험과 오락적 환경을 제공하며, 문화적 특수성과 연속성을 매개하거나, 사회규범의 준행을 유도하는 기제 등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의 사회적 기능은 결국 음악의 매체성과 유비하여 음악의 개념을 ‘언어로서의 음악’ 및 ‘예술로서의 음악’으로 구조화함으로써 음악인문학의 궤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3) 주파수는 주기파(Periodic Wave)에서 반복적으로 형성되는 진동 구간의 기본 단위인 소리의 진동수를 가리킨다.

4) Ellis (1880a, p. 551)에 따르면 17세기를 전후하여 논의되고 있는 유럽의 음고 개념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교회 음악을 위한 음고를 가리키는 ‘코어 톤(Chor-Ton 또는 Ton de Chapelle)’과 세속 음악(실내 음악) 음고를 의미하는 ‘캄머 톤(Cammer-Ton, Ton de Chambre)’으로 구분한다.

5) 프랑스에서 관습적으로 고착된 ‘Diapason’은 특정 음고에 음이름(Pitch Name)을 부여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음고의 표준 및 음고의 측정 수단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으로도 정의한다(Gribenski, 2019, p. 736).

6) 넓은 의미에서 연주음고와 기준음고는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전선구(2024, p. 161)의 견해와 같이 음고 표준화 기조에 따른 기준음고의 개념은 고정적 차원에 기반한 반면, 음악적 실천 형태에 따라 연주음고는 가변적인 음고 수준으로 논의할 수 있다.

7)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 중반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해당 시기의 음고 범위와 각 지역의 독자적인 조율 체계에 따른 음고의 대비에 대하여 음악 현장에서의 유연한 대처를 강조한 것으로 바라보았다. Kent (1998, p. 53)에 따르면 이 시기에 음악적 조화를 위한 노력은 주로 작곡자와 연주자 간의 상호이해적 차원에 의존하였고, 이를 통해 기준음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Haynes (2002, pp. 344-345)는 음고의 표준화는 단지 특정 지역 자체에 국한된 문제로서 심지어 동일 지역의 같은 공간에서조차 음악적 상황에 따라 음고의 설정이 유동적이었음을 주장하였다.

8) 특히 미터법(Metric System)을 중심으로 기간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된 미국과 유럽의 과학기술 표준화(Standardization) 추세는 음악 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고, 이는 음악적 전통에 대한 관습적 사유의 해체로(전선구, 2024, p.161) 예술영역으로서의 음악 또한 과학기술적 맥락에서 포섭할 수 있는 시대적 기조가 분용된 흐름이라 하겠다. 더욱이 19세기 초⋅중반 유럽 철도혁명은 지역 간 이동의 폭증을 초래하였고, 이에 따른 음악적 교류의 확대는 역설적으로 기준음고의 일관성 부재 문제를 드러낸다(Gribenski, 2019, pp. 739-740). 이는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음고 표준화의 효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 수 있는 개연성을 제공한다.

9) 바로크 및 고전 음악적 정전(Canonization)으로 계승되는 작품들은 보편적으로 415~420Hz를 전후한 음고 대역에 기반하지만, 음고 인플레이션에 편승하여 설계된 당시 연주 현장에서는 무려 450Hz를 크게 상회하는 음고 수준까지 출현함에 따라 음악적 정전의 가치 훼손 및 음악적 실천의 왜곡에 대한 지적이 제기될 여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Hanslick (2005, p. 390)은 ‘고조된 음고의 만연은 곧 음악 문화의 “파멸”로 귀결될 것’이라 역설하였다.

10) 프랑스는 정치⋅사회적 노력으로서 유럽 각국의 가창 음악적 정전 가치 보전을 위시하여 435Hz의 당위성을 강조하였고, 과학적 측면에서 435Hz 음고 수준 효율의 기술적 논리를 확립하였으며, 경제 분야로서 음악산업부문의 악기 음고규격 표준화를 위한 435Hz의 효용을 조명하는 등의 국제적 행보를 통해 1885년 유럽 8개국으로부터 음고 표준화 합의를 이끌어내었다(Gribenski, 2018, pp. 179).

11) 1942년 토리노 RAI 오케스트라(The Orchestra of the RAI)의 442~444Hz를 비롯하여, 1943년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Concertgebouw Orchestra)는 445Hz, 같은 해 베를린 시립 오케스트라(Stzdtisches Orchester)는 450Hz로 조사되었고(Haynes, 2002, pp. 359-361), 1965년 대다수 파리 오페라 현장에서는 445.8Hz를 전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Leipp & Castellengo, 1977, p. 24), 20세기 기준음고 수립 이후에도 음악 현장에서의 연주음고 ‘상승 관성’은 음고 표준화 역사의 가변성을 반영한다.

12) Klimko (1993, p. 46-48)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두 바순 연주자 뉴먼(Newman)과 맥크라켄(McCracken)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1990년대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의 연주음고 상승 관행 및 기준음고의 효용성 문제를 조명하였다. 이는 19세기와 20세기 음고 표준화 배경의 역사적 추이를 단적으로 대비시킬 수 있는 텍스트이다. 더욱이 프랑스 음고 이전, ‘과학적 음고’를 표방하며 이미 1834년 슈투트가르트 회의에서 채택된 440Hz 역시 19세기 음악적 실천 현장에서 수용되지 못했던 사실(Haynes, 2002, p. 349)이 20세기에도 반복된 양상으로 나타난 점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3)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과 권위를 강화하고 나아가 국제적 위상을 재구축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흡사 1926년 국제 연맹 논의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자국중심주의적(Nation-Centrist) 경향을 반영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14) 432Hz의 지지자들은 음계 음의 주파수를 단지 십진법 체계만으로 표면화하는 것이 아닌, ‘수학적 비율’로 결정할 수 있는 432Hz가 음악적 조화와 관련성이 가장 높은 조율임을 주장하거나(Gribenski, 2018, p. 179), 432Hz를 ‘태양 역학’이나 ‘광속 수치’의 개념과 관련짓는 등(Reid, 2020, p. 6), 수학적 논리를 중심으로 음고 표준화 명분을 제시하였다.

15) LaRouche (1988, p. 24)는 432Hz를 지지한 베르디의 진술을 정치적으로 규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내세운다. “위대한 음악을 되찾기 위해 베르디의 조율을 부활시키라(Revive Verdi’s tuning to bring back great music).”

16) 이러한 움직임은 435Hz의 표준화 노선과 매우 유사하며, 프랑스 표준의 ‘중재적 명분’을 조명함으로써 음악적 실천 과정에서 432Hz가 음악적 어법 체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윤리적 표준(LaRouche, 1988, p. 32)’으로서의 가능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 할 수 있다.

17) 특히 음악과 인문학을 연계한 교양강좌의 교수학습 설계에 있어서, 첫째 음악사와 사회문화적 층위의 인문학적 담론에 대한 이해와 결속을 시도할 수 있고, 둘째 이를 통해 인문학으로서 음악 개념의 차원을 유의미하게 확장하는 논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며, 셋째 나아가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재조명하여 텍스트 수용자의 인문학적 소양 강화를 위한 방법적 틀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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