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한국의 대학 교육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무관하게 갈 수 없는 구조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 의존도가 높은 대학은 더욱 그러하다. 전국 총장 설문조사 결과
1)에서 ‘재정 지원 사업’이 7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이를 잘 반증한다. 대학이 교육법에 따라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일정 정도, 기본적인 것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중요한 교육정책이나 내용이 별도의 진지한 논의도 없이 수시로 바뀌거나 일방적으로 발표된다는 점이다. 최근 의대 정원 증원이나 무전공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 정책에 대한 연구나 의견 수합 과정이 없이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무전공제 ‘25%’를 목표로 제시한 근거가 미약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율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대학이 백년지대계 교육의 장으로서 설 자리를 약화 시키는 요소가 된다. ‘무전공 선발’에 대한 정부의 발표도 그중 하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무전공 선발과 관련한 교육부의 공식 명칭은 ‘전공자율선택제’이지만 일반적으로 무전공제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 두 가지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교육부는 수도권대학 정원 25% 이상 ‘무전공 입학’ 선발 추진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전국 4년제 154곳이 대상이 되며 입학정원의 평균 25% 이상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신입생 4명 중 1명 이상은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것으로 비교적 높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무전공제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후 보건⋅의료, 사범 계열 등을 제외하고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뒤 광역 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광역 단위 내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대학들은 유형 1 혹은 유형 1+2 혼합 방식으로 신입생 선발 방식을 개편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개선 방안 도출을 위한 정책 연구를 추진 중이며,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 내 학과 간 벽을 허물고 전공자율선택제를 확대하는 대학에 대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을 강화해나겠다는 것이다.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2024년 대학혁신지원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하였다(교육부 보도자료, 2024.1.2.). 이처럼 교육부가 2025학년도 각 대학의 무전공 입학 정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 입학정원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 돼 버렸다. 정부가 무전공 입학 비율에 따라 재정 지원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각 대학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 선발을 늘리는 기조다. 앞서도 언급했듯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학의 재정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무전공 선발 관련 재정 지원만 살펴보더라도, 대입에서 일정 비율 이상으로 무전공을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처음 발표 당시 대학 교육의 자율적 혁신 및 학생지원 강화사업에 117개교 대상, 총 사업비 8852억원(+795억)가 책정된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달 후 정부는 무전공 입학 25%라는 입장을 번복하여 현재로서는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얼마큼 해줄 것인가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10년간 학과⋅전공 변화를 살펴보더라고, 대학평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주된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예림, 손윤희, 2023). 2024년 1월 23일 7개 교수단체(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로 구성된 전국교수연대회의(연대회의)가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방침을 두고 대학 운영에 파행을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에 무전공 제도를 강제하는 행위를 당장 충단 하라고 촉구하기도 하였다. 이후 교육부는 2025 대입에서 대학의 무전공 선발 비율과 상관 없이,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노력을 정성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올해 입시에선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인데 이는 대학의 반발을 우려한 일시적 조치이고 앞선 여러 연구자 및 교수자의 반대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도 추론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각 대학은 2025년부터 무전공 입학에 대한 대학의 행정과 교육과정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대학의 입장에서는 무전공제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은 무전공제를 어떤 단위(유형)로 선택할 것이며, 입학한 학생들의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 학생 지도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등 운영에 대해서 각 대학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신입생의 몇 퍼센트를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것부터 결정에서부터 앞으로 실행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전공제를 실시 한다면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숙고이다.
무전공제로 2025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경우, 그 준비와 운영 및 교육의 방향성이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면밀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각 대학은 앞으로 무전공제 운영 및 그에 대한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대학의 전공자율선택제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이 지닌 함의와 운영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아가 대학 교육, 교양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는 무전공제가 대학에 잘 정착되는 데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전공자율선택제의 개념 정의 및 현황
앞에서도 밝혔듯이 전공자율선택제는 교육부가 사용하는 공식 용어(
교육부 홍보자료, 2024)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무전공제, 자유(자율)전공학부, 광역화라는 용어로도 명명한다. 이상의 용어는 모두 전공(학과)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다르게 칭하는 것으로, 그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입생 때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1학년을 다닌 후에 2학년 때는 정한 학과(전공)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4년 동안 학부 이름 자체가 자유전공학부인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지식융합학부로 2024년 명칭 변경함)가 이에 속한다. 처음부터 자유교양교육을 기반으로 하여 학과처럼 운영을 하며 이 안에서 복수전공 등을 가능하게 하는 학부로, 4학년 졸업 때까지 자유전공학부로 존재한다.
광역화는 연관된 일부 학과가 아닌, 계열로 넓힌 학과로 일반적으로 여러 학과가 있는 단과대학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전공제에서 유형 2가 이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전공제와 함께 광역화라는 용어도 쓰는 것이다. 특히 광역화는 1990년대 말 대학들이 학부제 도입 같은 모집 단위 광역화를 했을 때도 사용했던 용어인데 여전히 통용된다.
과거 김영삼 정부 이후 본격 시행된 학부제나 법학전문대학원 신설로 등장한 자유전공학부가 대표적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신교육체제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 (5⋅31교육개혁안) 이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2001)와 교육과학기술부(2008)를 통해 이를 견고히 하였고,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체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2009년 첫 신입생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열면서 해당 대학에서 법학과를 폐지하고 만들어진 경우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있는 메이저급 대학과 거점 국립대학교가 이에 속한다.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대표적으로 자유전공학부가 결국 법학과를 대신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한 과정의 학부로 인식되고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 많았다. 이는 자유전공학부에 들어가면 메이저급 대학에서 어떤 학과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는 무전공 선발이 애초 도입 취지와 다르게 인기 학과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인기 학과의 교육 여건 부실과 비인기 학과 폐지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 시행했던 정책의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보완책을 수립한 과정과 결과는 거의 없었다. 이외 국제대학 소속 학부나 단과대학 전체가 자유전공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실행(ACE+) 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전공자율선택제가 그동안 매우 잘 운영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생기고 비판적 시선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필자가 각 대학의 기존 무전공제 실시 대학을 조사하여 부르는 명칭에 따라
<표 1>과 같이분류해놓았다. 2009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무전공제와 관련한 명칭이다. 자유전공학부, 전공자유선택학부, 융합전공학부, 글로벌자율학부, 글로벌융합학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계명대, 이화여대, 인하대, 한성대의 경우는 교양대학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명명하고 이를 교양대학 내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대학교마다 명칭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무전공제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는 각 대학교가 어디에 좀 더 방점을 두는가에 따라 ‘융합’이나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
명칭 구분 |
국립대명 |
사립대명 |
자유전공학부 |
강원대, 국립순천대, 국립한국교통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
가천대, 경기대, 경남대, 고려대, 계명대(TabulaRasaCollege), 대구대, 명지대(전공자유학부), 상지대, 세한대, 영산대, 연세대(원주캠), 연세대(2009-2014), 영남대(전공자유선택학부), 이 화여대(호크마교양대학), 인하대(프론티어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인제대, 조선대, 한국항공 대, 한남대, 한성대(상상력인재학부 기초교양학부) |
|
자율전공학부 |
경북대, 국립목포대, 전남대, 충북대 |
가톨릭관동대, 경일대, 경희대, 동국대(WISE), 대구가톨릭대, 대구예술대, 서울여대, 송원대, 수원대, 영산대, 우송대, 초당대, 한양대(ERICA), 홍익대, |
|
융합전공학부 |
안동대(창의융합) |
숭실대(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 |
|
글로벌자율학부 |
국립부경대 |
고려대, 연세대(언더우드국제학부) |
|
글로벌융합학부 |
|
덕성여대(과학기술대학, Art&Design대학) 이화여대(스클랜트대학) |
한편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이 2023년도에 이미 발표됐는데, 당시에는 무전공 입학 인센티브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을 때라 2023년 제출 계획엔 무전공 입학 확대 기조가 반영되지 못했다. 무전공제를 기존에 실시했던 대학도 있고 2025학년에 처음 도입한 학교도 있다. 처음 도입 대학은 교육부가 발표한 무전공 제도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재정 지원과 맞물려있기 때문에 앞으로 무전공제를 확장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여 전공자율선택 모집 현황을 표로 나타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73개교가 전공자율선택제 모집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표 3>을 보면 전공자율선택제를 앞으로 대학이 더 확대할 것이라는 것은 대학의 수가 최소 118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공자율선택제의 교육부 방침이 반영되어 전년 대비 22%가 1년 만에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증가만큼 대학이 무전공제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가는 미지수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4장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표 2>
구분 |
2024학년도 |
2025학년도 |
수도권대 (51교) |
7.7% (7518명) |
29.5% (2만 5648명) |
|
국립대 (22교) |
4.5% (2407명) |
26.85 (1만 2287명) |
|
합계 (%) |
6.6% (9925명) |
28.6% (3만 7935명) |
<표 3>
기존 자유전공(무전공) 전체 현황 및 향후 계획
구분 |
대학 수(%) |
전형 구분 |
학교 수(%) |
향후 계획 |
현재 운영 |
61개교 (45.2%) |
무전공 |
28개교(20.7%) |
확대 예정 47개교(77.0%) 현행 유지 14개교(23.0)% |
|
자유전공 |
33개교(24.5%) |
|
미운영 |
74개교 (54.8%) |
해당사항 없음 |
해당사항 없음 |
도입 예정 57개교(77.0%) 현행 유지 17개교(23.0%) |
|
전체 |
135개교 |
|
|
118개교(87.4%)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2024년 1월 10일부터 22일까지 190개교 중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한 주요 결과(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4.5.20.) 중 자유전공(또는 무전공)학생 선발 전형 운영 관련의 응답한 현황을 살펴보면
<표 3>와 같다.
<표 3>에서 무전공은 모든 전공에 대해 구분 없이 모집하는 것을 의미하고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로 모집하는 것을 자유전공을 이 표에서는 의미한다. 즉 전공자율선택제와 관련하여 언급한다면 유형1과 유형2에 각각 해당된다. 확대하거나 새롭게 자유전공을 도입하겠다는 학교는 104개 대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현행 유지까지 하면 총 118개 대학이 이에 속한다. 이것은 한국대학교육에서 전공자율선택제는 대학 교육의 한 제도이고 방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표 4>는 2025학년도 무전공제 신입생 모집 주요 대학 현황이다. 무전공제도는 2025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의 28.6% 해당되며, 신입생 수로 보면 3만 7935명을 무전공 선발한다. 국립대를 비롯하여 50여 개 가까운 사립대까지 포함하여 총 72개교 대학이 선발한다. 이상의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공자율선택제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4>
유형 |
대학 수 |
대학명 |
공립대 |
1개교 |
서울시립대 |
|
국립대 |
22개교 |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국립강릉원주대, 국립공주대, 국립군산대, 국립금오공과대,국립목표대, 국립부경대, 국립순천대, 국립안동대, 국립창원대, 국립한국교통대, 국립한밭대, 부산대, 서울과학기술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경국립대 |
|
국립대법인 |
2개교 |
서울대, 인천대 |
|
사립대 |
47개교 |
가천대, 가톨릭대, 강남대,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대진대, 덕성여대, 동국대, 동덕여대, 루터대, 명지대, 삼육대, 상명대, 서강대, 서경대, 서울신학대, 서울여자대, 성결대, 성균관대, 성신여자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신한대, 아주대, 안양대, 연세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천가톨릭대, 인하대, 중앙대, 차의과대학, 추계예술대, 한국공학대, 한국성서대, 한국외대,한국항공대, 한성대, 한신대, 한양대, 홍익대 |
|
합 |
72개교 |
3. 무전공제가 지닌 함의와 기존 평가
무전공제는 학생이 원하는 학과를 입학 후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등학교 때는 학생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잘 모르고 대학의 학과나 전공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았다면, 대학에 와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측면이다.
현실적으로 1년 동안 탐색 기간동안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1년이라는 기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전공 탐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그럼에도 무전공제가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고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고를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지만 이기 기존에 시행했던 학교의 통계에서는 몇몇 전공에 치우쳐 있음(대학교육연구소 보도자료, 2024. 03.28.)을
<표 5>에서 알 수 있다.
<표 5>
2023년 입학생의 2024년(2학년) 전공 선택 현황
2)
연번 |
대학명 |
모집단위 |
전체 인원 |
1순위 전공 |
2순위 전공 |
3순위 전공 |
1~3순위 합계 |
1 |
서울대 |
자유전공학부 |
87명 |
공과대학 |
41명 (47.1%) |
경영대학 |
21명 (24.1%) |
사회과학대학 |
13명 (14.9%) |
75명 (86.2%) |
|
공과대학광역 |
43명 |
컴퓨터공학부 |
31명 (72.1%) |
전기⋅정보공 학부 |
9명 (20.9%) |
화학생물공 학부 |
2명 (4.7%) |
42명 (97.7%) |
|
2 |
경북대 |
자율전공 (인문사회/자연과학) |
179명 |
경영학부 |
73명 (40.8%) |
전자공학부 |
60명 (33.5%) |
행정학부 |
12명 (6.7%) |
145명 (81.0%) |
|
3 |
고려대 |
자유전공학부 |
84명 |
컴퓨터학과 |
28명 (33.3%) |
경영학과 |
28명 (33.3%) |
경제학과 |
7명 (8.3) |
63명 (75.0%) |
|
4 |
충북대 |
자율전공학부 |
43명 |
소프트웨어 학부 |
15명 (34.9%) |
반도체공학 전공 |
14명 (32.6%) |
심리학과& 경영학부 |
각3명 (7.0%) |
35명 (81.4%) |
|
5 |
이화여대 |
스크랜튼학부 자유전공 |
- |
컴퓨터공학 |
- (32.8%) |
경영학부 |
- (20.9%) |
화공신소재 공학 |
- (8.3%) |
- (62.0%) |
|
6 |
강원대 |
자유전공학부 -춘천캠(인문/자연) |
84명 |
컴퓨터공학과 |
10명 (11.9%) |
전기전자공 학과 |
10명 (11.9%) |
학생설계전공 |
9명 (10.7%) |
29명 (34.5%) |
|
자유전공학부 -삼척캠(인문/자연) |
90명 |
AI소프트웨어학과 |
11명 (12.2%) |
소방방재공학전공 |
8명 (8.9%) |
식품영양학과& 공공행정전공 |
각7명 (7.8%) |
33명 (36.7%) |
|
7 |
성균관대 |
공학계열 |
617명 |
화학공학/ 고분자공학부 |
190명 (30.8%) |
기계공학부 |
140명 (22.7%) |
신소재공학부 |
121명 (19.6%) |
451명 (73.1%) |
|
자연과학계열 |
310명 |
융합생명공 학과 |
67명 (21.6%) |
화학과 |
66명 (21.3%) |
생명과학과 |
59명 (19.0%) |
192명 (61.9%) |
|
사회과학계열 |
614명 |
경제학과 |
151명 (24.6%) |
심리학과 |
68명 (11.1%) |
통계학과 |
62명 (10.1%) |
281명 (45.8%) |
|
인문과학계열 |
489명 |
영어영문학과 |
75명 (15.3%) |
국어국문학과 |
64명 (13.1%) |
유학동양학과 |
55명 (11.2%) |
194명 (39.7%) |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강화하고 학문 탐구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전공학과로의 쏠림 현상,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졸업 이후 취업시장에서의 공급과잉 등 여러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정연재, 주소영, 이승엽, 2023)는 점 등이 통계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무전공을 확대한다는 것은 학생의 선택권에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무전공 확대는 인기학과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기초학문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과 정부가 이런 우려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다.
더 많은 대학의 통계자료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본고에서는 몇 개 주요대학만 예시로 들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특정 전공에 쏠림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유전공학부에서 공학쪽 선택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에 쏠림이 심하다. 문과의 경우는 경영학이나 경제학과, 행정학과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전공학부에서 인문학의 문학, 사학, 철학 관련 전공학과는 이 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단과대학 무전공 모집을 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의 경우를 보면 70%에서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전공을 특정 3개 학과로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학문의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이 시대성과 사회성을 반영하여 인기있는 학과, 취업이 잘 되는 전공으로 나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초학문, 인문학이라는 비인기 학문은 고사될 확률이 높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2학년이 되기 전에 세부 전공을 결정해서 2학년 때부터 해당 전공을 수강하는데, 어떤 대학은 희망 전공을 원하는 대로 선택하게 하는 곳이 있고, 어떤 대학은 학점 순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원하는 전공을 배정 받지 못한 학생은 중도탈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원하는 전공만큼의 학생을 모두 수용한 학교의 경우는 그것에 맞은 교수자 및 교육환경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적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1999년부터 전국 대학에서 실시한 자유⋅자율전공학부와 동일한 것으로, 전공 선택 시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쏠림과 진학 학생 관리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그동안 대학의 획일화 문제, 대학 간 경쟁은 교육부가 주도하는 평가를 통해 강화되었는데 무전공제로 인해 더 강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전공 선택의 기회를 주고자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망이다. 그리고 무전공 모집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쏠림 현상의 희생이 되는 학과나 전공을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없애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무전공 모집 정책을 기회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대학도 있어서, 교육부의 의도대로 무전공 모집이 확대되면 폐과 위기에 처하게 될 기초학문 분야 학과들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창우, 2024).
따라고 무전공제를 기존의 부정적 측면과는 다른 결과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운영에 있어 여러 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원론적인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시사를 준다.
한편 2025학년도에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를 신설한 대학 21곳 중 15곳의 무전공 수시모집 경쟁률이 각 대학 평균 경쟁률을 밑돌았다. 22개 대학(64.7%)은 각 대학 수시모집 평균 경쟁률보다 낮았다. 특히 무전공을 처음 선발하는 21개 대학은 수시 경쟁률이 평균 경쟁률보다 낮은 비율이 71.4%(15개)로 평균을 상회했다(한국일보, 2024. 10.3.).
또한 무전공제의 수시 경쟁률이 소위 상위 대학은 높은 반면, 그러지 못한 대학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점은 과거의 무전공제와 비교했을 때 법학전문대학원(상징적인 의미로 선호하는 학과나 전공을 가기 위한)과 상위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론도 가능하다. 무전공제도가 적어도 대학과 지역에 따라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대한 연구는 차후의 과제로 돌린다.
4. 무전공제 운영의 방향성
교육부의 2015년 개정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총론의 기본 방향을 토대로 새로운 시대에 빠른 적응을 할 수 있는 진로학습을 지향하며 이에 발맞춰 대학의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설계전공을 주전공으로 선택 가능하고 자기주도적으로 2개 학문 이상을 융합하는 전공 교과과정을 설계하도록 지향한다. 여기에 고교학점제에서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으로 대학이 이 문호를 개방해야 하는다는 점 즉 학생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지향하는 무전공제의 명분이다. 이런 교육의 지향점을 중심으로 대학 학과 체계, 교육과정, 교수 역량의 변화 등 지원금을 바탕으로 반강제적인 대학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맞게 공부를 하고 트랜드에 적합한 전공, 사회의 흐름에 적합한 전공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무전공제를 부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전공제를 실시해야 하는 현실에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4.1. 교수진과 교과 과정: 누가 가르치고 어떤 교과목을 가르칠 것인가
우선 각 대학은 무전공제 교육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대학의 특성에 맞게, 학교의 규모에 맞게 기초학문교육강화, 진로(취업), 융복합교육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는 이 세 가지 중 궁극적으로 융복합 교육에 중점을 둘 것을 제안한다. 이미 한 전공만으로 살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다전공을 지향하고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 많은 전공을 다 섭렵할 수 없다. 따라서 다전공이 지닌 의미는 배운 학문을 기반으로 그것을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지난 국가교육위원회가 2024년 3월 26일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이란 주제로 대학교육에 대해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과도 상통한다. 특히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비전: 융합⋅창의 교육의 길’이란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전공분립 교육’을 벗어난 창의⋅융합적 사고 양성 및 기초학문⋅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손동현, 2024)는 점을 강조하였다(
현지용, 2024).
따라서 융복합 교과목이나 융복합의 학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무전공제 신입생이 들어오면 어떤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은 어떤 교과목과 교과(교육)과정을 가르칠 것인가, 교육목표와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다. 무전공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에 따라 즉 그 중심 무게(무전공제 전체 교육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무전공제의 교육목표를 앞에서 3가지를 언급했지만, 여기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하나는 개별 학문을 다양하게 경험하기보다는 대학에서 필요한 학문의 기본이나 기초를 충실히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공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공진로 선택을 목적으로 학생들이 진로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교과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이다. 전자의 경우는 기초학문과 더불어 융복합 교육과정이나 교과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후자는 무전공 학생들이 최대한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전공을 선택할 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는 비교과프로그램과도 연계되어 진로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진로 전공 교수나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무전공학생들은 다른 학과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1학년이기 때문에 후자보다는 전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전공 선발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본인의 명확한 전공역량을 기반으로 타 학분 분야를 접목해야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다. 그런데 전공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여러 분야를 학습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식이 되어 전문성이 없는 두루뭉술한 인력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시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선별적인 시행과 성과 검증 등을 통한 추진도 요구된다(
김윤기, 2023).
이처럼 융합형 인재를 위한 융복합 교과목 개설이나 교과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교육을 잘 하기 위해서는 1학년들이 배우는 기존의 교양교과목을 일정정도 가져와야 한다. 즉 기초교양교과목은 필수교양교과목은 일정정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무전공제 학생들만을 위한 새로운 융복합교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융복합을 전공한 교수진은 세상에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각 대학이 그런 교수진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은 새롭게 고민하고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융복합에는 인문학과 공학, 인문학과 자연과학, 인문학과 예술 등 그리고 인문학 내에서의 여러 학문간의 융합, 공학 내의 여러 학문 간의 융합 이런 것들도 좀 더 폭넓게 교과에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도 융복합 교과목을 개설하여 교수진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제는 그것을 더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 공학, 자연과학 교수가 잘 협력하여 교과목과 교과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교양교과목을 담당했던 교수진들 중에는 그리고 융복합을 담당한 교수진은 인문학자가 많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공학, 이학 등의 전공자는 교양교과목을 가르쳐 본 경험이 인문학자에 비하여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전공제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여 문이과 교수진들이 이를 잘 적절하게 교집합을 이루면서 교과목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총괄 교수도 필요하다.
인문학자도 공학과 이학 공부를 그리고 공학과 이학학자도 인문학 공부를 같이 하지 않고 협업하지 않으며 무전공제의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없고,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앞에서 전공진로교육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융복합 교육을 통해서도 전공지로체험을 직간접적으로도 할 수 있다. 다만 목표 자체가 전공 진로 선택이 아닐 뿐이다. 무전공제 교육에 있어서의 성공 여부는 교수진들이 학생들을 위해 얼마나 다양하고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무전공제 학생들만을 위한 교과목을 개설하느냐가 교육에 있어 관건이라고 보여진다. 이를 위해 교과 개발의 시간이 필요하다. 2025년에 당장 시행되는 학교의 경우는 대부분 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따라서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런 시행착오가 반복된다면 학생들의 무전공제의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대학은 무전공제 학생들만을 위한 교과목 개발과 교과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융합형 인재에 맞는 교과목 개발을 위해서는 교수자의 협업이 필수적이고 결국 서로 배워 갈 수 밖에 없다.
각 대학마다 사정이 있고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한 학과의 학생수를 선회하는 인원의 학생들에게 학교가 충분히 그들만의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무전공제 학생이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교과목과 교육과정을 계획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무전공 입학생들에게만 필요한 다양한 교과 비교과프로그램이 새롭게 제공되어야 한다. 여기서 ‘새롭게’라는 점에 방점을 둔다. 상황에 따라 기존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전공 학생들만을 위한 교과과정의 편성과 비교과 프로그램의 연계가 중요하다. 교과과정은 각 대학이 추구하는 무전공의 교육목표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수립되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새롭게 교과과정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교과프로그램은 대학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무전공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
4.2. 담임제를 통한 학생 밀착 관리
학교는 학생 관리 주체 및 방법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선배도 없고 전공이나 학과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1학년들은 학교의 적응 문제도 생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올라온 신입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학과가 정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진로전문상담과는 별개로 교수가 담임의 역할을 하며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따라서 담임제처럼 학생들을 관리하는 운영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때 학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가르치는 교수가 담임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또한 최소 한 달에 한두 번은 학생들과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화여대의 경우는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상담을 했지만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한 학기에 한두 번의 상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는 경험자 교수의 조언이 있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물리적 정량을 정하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학생들과 자주 접촉하고 면담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권장하는 차원에서이다. 다만 이런 부분은 앞으로 실제 현장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물리적으로 증빙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 세대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 온라인이나 문자, 카톡 등을 통해서도 학생과 소통하거나 인스터그램 등의 소통을 통해 학생에게 학교가 관심 있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것도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또한 교수자 1인이 관리하는 학생의 인원수가 많지 않아야 한다. 중고등학생이 한 반에 20-3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 선이 적절하다고 필자는 본다. 교수가 너무 많은 학생을 담당하는 것은 학생면담 등 관리에 있어 형식적인 상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학생 면담의 회수와도 연동되는 부분이다. 한편 형식적인 상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을 관리하는 교수에게도 상담의 노하우나 다른 전공을 이해할 수 있는 사전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담임 교수와 관계없이 상담의 질과 양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각 대학에서 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1학년 때 학교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대학의 재정적인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대학이 학생 관리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재정투입을 하느냐에 따라서 따라서 무전공제의 성과나 학생들의 만족도 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무전공제가 잘 운영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처럼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학생들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유는 기존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이 대학 전체 평균보다 3~5배 높다. 이것은 무전공제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 중 하나라고 본다. 학생들의 중도포기율을 낮추고 입학한 대학에 학생들이 2학년으로 잘 진학하여 안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교과과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무전공 신입생이든 전공기반 신입생이든 간에 1학년 시기는 학문 탐구의 첫 단계로서, 특히 교양교육을 통해 습득한 학업 능력과 태도는 이후 전공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지현, 신의항, 2017). 학업 중단 결정을 내리고 학교를 떠나는 대학생의 50% 이상이 1학년에 집중되어 있다는
김수연(2012)의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형 전공자유선택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낮추고 자유교양교육이 잘 실행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전종희, 2024, 514). 결론적으로 무전공제는 학교가 얼마나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냐가 중요하고, 그에 따른 재정적, 행정적인 뒷받침이 얼마나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가장 지양해야 하는 것은 담임과 같은 역할을 맡을 교수를 각 학과에서 겸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효과적이지 않다. 각 학과의 교수들은 이미 기존의 학과 학생들이 있어 그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교수들에게 무전공제 학생들의 담임을 맡게 하는 것은 효과적인 학생 지도가 될 수 없다. 무전공자 학생이 담임교수의 학과로 반드시 오리라는 법도 없으며, 그 학생들을 신경 쓰는 담임이 현실적으로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은 대부분 재정적인 이유로 새로운 교수 임용이나 전임교원 임용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재정적인 이유로 기존의 교수진으로 무전공제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있어야 한다. 강조하지만 담임제와 같은 경우는 더욱 기존 학과의 교수들이 담임의 역할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한편 D대학교의 경우 학과 전공 교수들이 JA(Joint Appointment) 겸직을 맡는 구조이다. 이는 전공 JA 교원과 무전공제 학생이 상담을 통해 전공 결정에 구체적인 도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JA는 전공에 대한 상담은 가능하지만 학과처럼 학생들을 관리하고 여러 상담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론적으로 담임제를 통해 학생들을 전체적으로 밀착 관리하며 거기에 전공이나 진로, 비교과 프로그램 등과 같은 상담이 이루어질 때, 효율적인 학생 관리가 될 것이다. 전자가 없이 후자만 진행한다면 학생들을 밀착 관리를 할 수 없다.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무전공제 학생들을 위해 담임처럼 지도교수가 있어야 한다. 각 대학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학생들을 밀착 관리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무전공제를 시행했던 대학의 부정적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할 사항이다.
5. 교육 지형의 변화와 교양교육의 확장
무전공제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대학 교육환경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 먼저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것은 ‘대학 구조조정’이 반강제적이 될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전공이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전공에 편중되어 자연스럽게 학과나 전공, 인원 등이 구조조정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무전공 선발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보다 오히려 좁히는 역할을 할 것이며, 비인기 학문 교과목은 개설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높아 수요가 높은 학과와 전공은 점차 비대해질 것이다. 반대로 비인기학과나 기초학문은 축소되거나 고사,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무전공제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것을 더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상위권 대학에 우선 들어가서 다시 자신이 원하는 학과나 전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위권 대학이 아닌 대학이나 지방대의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전공의 범위가 넓은 대학일수록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문이과가 통합되는 대학이 계열별로만 통합되는 대학보다 입학시험 결과가 높아질 것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선발 인원이 많으면 추가 합격이 늘어나기 때문에 입시에 있어서도 중상위권 학생들의 상향 지원 경향도 더 높아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대는 미충원 인원이 더 많이 발생하고(물론 인구 감소의 원인도 있지만 이것이 더 가속화된다는 의미) 폐지되는 학과도 늘어날 것은 분명해보인다. 따라서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문학은 더욱 고사의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 학문, 보호 전공에 대한 부분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방법을 한쪽에서는 펴야 한다. 각 대학의 특성을 살펴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대학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에 기초학문이나 인문학, 비인기학과가 존속하기 어렵다면 몇몇 대학에 필요한 기초학문의 학과들에 대한 지원과 정책을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책을 세우지 않고 대학이 무전공제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그 비율을 높이면 높을수록 이는 더 빨리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 대학은 훗날 기초학문이나 인문학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없어지고 대학은 학문적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말 것이다. 한편 무전공제의 비율을 높이면 교육부의 대학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국가교육정책이 더 강화되는 것으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제 비율을 높이는 학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로 통제를 더 받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융복합을 공부하고 그런 관점을 갖는 무전공제라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자연스럽게 학문 교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학문 대상⋅방법⋅결과물 등에서 이질적인 학문 분야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류의 지식 세계 안에서 서로 보완하며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형태로 재구성되어 가게 될지라도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학술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할 것이다. 인류의 지식이 통합성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포용하며 더욱 풍성해지는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승욱, 2024) 이것은 무전공제를 통해 타학문에 대한 인식을 갖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무전공제를 잘 운영한다면 이러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교양교육과 관련하여 무전공제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첫째 교양교육전담기관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융복합을 지향하는 현시점에서 이것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은 각 대학에 있는, 현재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교원에 가입돼 있는 134개 대학 내 교양교육전담기관이라는 점이다.
<표 1>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교양교육기관에서 무전공제를 담당하는 학교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양대의 경우도 교양대학에서 전적으로 무전공제 학생을 맡아서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새롭게 무전공제 단과대학(한양대 인터칼리지)을 만들지 않는 이상 소속 학생이 있지 않은 교양대학 교수들이 담당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한양대의 경우처럼 무전공제를 따로 관리하는 기관이 새롭게 생기지 않는 이상(필자는 장기적으로는 무전공제만을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관점임), 현시점에서는 교양교육과 함께 무전공제 학생들을 교육하고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그 역할이 강화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각 교수진이 더 필요하고 규모도 커진다는 점, 학생이 생긴다는 점에서 교양교육대학의 역할은 더 확대된다는 점이다. 다만 학교에 따라 재정적 지원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현 교수진들에게 업무를 가중 시키고 교수처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전임을 임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다른 문제가 될 여지는 남아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담임제에서 특정한 학과의 교수가 무전공제 학생을 나눠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상통한다.
한편 장기적으로 폐교되는 타학과에서 교수진이 넘어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기초학문이나 인문학이 고사가 되면서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러하다. 따라서 현재 교양교육전담기관은 교양교육기관으로서 전교생의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체계가 1순위로 있어야 하지만 무전공제라는 새로운 제도와 일정정도 공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둘째 교양교육은 무전공제와 관련 강화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자유전공 제도에 대한 선행연구 중에서도 국내 국공립대학교의 교양교육 체계 및 전공 자유 선택 제도를 탐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대학교의 전공 자유선택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의 역할의 중요하며, 특성화된 교육과정과 이수체계, 교수자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전종희, 2023)고 하였다. 미국과 한국 대학의 자유전공제도를 비교 분석한 논문(민경윤, 2002)도, 미국의 리버럴아츠 칼리지는 자유인문교양 교육을 중심으로 학부 교육을 운영하는 반면, 한국의 자유전공학부는 자유교양교육과 실용적 인재 양성이라는 이질적인 목표를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다고 하였다. 더욱이 무전공제의 다양한 학문을 융복합적으로 시도하고 그것을 잘 설계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 교양교육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각 대학에서 교양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기 때문에 무전공제와 관련하여 약화될 수도 있지만 무전공제와 잘 공존한다면 교양교육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무전공제 1학년들의 융복합 교과목은 고도의 전공을 갖고 하는 융합이 아니기 때문에 늘 기초학문, 교양교육 영역이 연관돼 있어 교양교육을 벗어나서 무전공제 교육이 어렵다는 점에서이다. 따라서 교양교육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전공제의 주사위는 본격적으로 던져졌고 학교의 규모와 지역, 교육목표, 학교의 특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다. 다만 중요한 지점은 미래 교육은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무전공제의 성공이 이에 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