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 교육과정 연계 관점에서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재탐색
Rethinking General Educ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High School and Higher Education Curriculum Articulation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이 연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연계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격과 구조를 검토하고, 고등학교 보통교과와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교육과정 연계가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주는 시사점을 탐색하였다. 고등학교의 보통교육과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모두 일반교육으로 기초소양과 올바른 인격을 갖춘 전인교육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역사적 기원, 교육목표, 교육과정의 구조 상의 유사점이 있다. 반대로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교과를 중심으로 구성되나 대학은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며, 가르치는 주체도 교사와 교수이기에 교육내용⋅교수학습방법⋅평가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 교육과정의 계속성, 계열성, 통합성 차원에서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교육과정이 연계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계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다의적으로 사용되는 교양이란 용어보다 의미가 명확한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을 사용하고, 불분명한 체험소양교육의 성격과 범주, 과목 특성을 명확히하고, 대학에서도 학생의 전공 간 이동과 연결을 돕는 학술성 있는 자유학예 과목을 개발하고, 기초문해교육의 계열성을 높이도록 학생 특성을 고려하고 대학 간 기초문해교육의 질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하며, 교양기초교육 담당 교수의 과목개선 연구를 독려하여 교육의 심화⋅확장을 유도하고,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으로 국한하기보다 과목의 성격과 가치, 이를 통해 학습되는 사고와 정신으로 판단할 것을 제안하였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concept of curriculum articulation between secondary and higher education, focusing on the continuity of curricula and their implications for foundational liberal education in universities. It analyzes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general education at the high school and university levels. Both frameworks aim to cultivate holistic individuals equipped with essential competencies and a sound moral character through broad-based education. They share commonalities in historical origins, educational objectives, and curricular structures. However, high school curricula are typically organized around subject-based learning, whereas university curricula are more discipline-oriented, with pedagogical differences arising from the distinct roles of teachers and professors. These differences manifest in instructional content, teaching methodologies, and assessment practices. From the perspective of curricular continuity, sequence, and integration, the study advocates for the development of academically rigorous liberal arts courses at the university level that facilitate interdisciplinary mobility and integration for students, and the enhancement of teaching methods for interdisciplinary courses through ongoing faculty research. The conclusion suggests conceptualizing liberal education as encompassing three distinct domains: basic literacy education, liberal arts education, and experiential learning. It emphasizes that the scope of liberal arts education should extend beyond basic competencies, asserting that continuous faculty engagement and scholarly inquiry are essential for the effective development and refinement of liberal education curricula.
1. 서론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2000년 52.5%로 50%를 넘어서며 대학교육의 보편화 시대를 열었다(교육부 교육통계분석서비스팀, 2023. 1. 9.), 그러나 대학의 체제나 구성원의 인식 전환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학 진학률로만 보면 보편교육이지만 주변의 여러 필요와 주장이 서로 맞물리며 선발방식이나 커리큘럼과 같이 교육 체제의 일부는 엘리트교육이나 대중교육의 형태를 유지하는 식의 지체 현상이나 내적 저항이 나타나기도 한다(한숭희, 이은정, 2016). 즉, 대학 진학 의사를 가진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지만, 입시를 통해 신입생의 학문적 소양을 엄격하게 따지거나 졸업 후 얻게 되는 자격에 높은 부가가치가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는 대학을 고등학교와 분리된 상이한 교육기관으로 보는 시각과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스럽게 진학하게 되는 연계된 상급학교로 보는 시각이 병존하기 때문이다(김희규 외, 2006).
고등학교와 대학을 분리하여 보는 입장에서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교육기관이다. 고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중등교육기관이고, 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이다. 고등학교 교육은 국가 교육과정에 의해 정해진 보통교육이자 학습 능력, 동기, 성향이 다양한 미성숙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교육 전문가인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복지 차원의 공공 교육이다. 반면 대학은 일정한 선발 절차를 통과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고등교육이다. 이들은 비교적 대학별로 동등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갖췄다고 가정된다. 법적으로 성인인 대학생은 대학 진학을 포함하여 학습의 과정에서 수강할 과목, 이수 전공을 비롯한 다양한 선택을 하며 그에 대한 책임으로 높은 등록금을 부담한다. 수업은 해당 분야의 내용 전문가인 교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처럼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은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연계하여 보는 입장에서 고등학교(high school)는 역사적으로 “고등교육(higher education)을 위한 예비학교로 출발”하였으며, “고등학교에서의 학습은 대학에서 학습을 위한 기초적인 준비”라고 본다(홍후조, 2005, pp. 258-259). 따라서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효과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며, “개별 학습자 고유의 능력, 개성, 흥미 등이 고교를 거쳐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단절없이 충분히 계발⋅발휘”되게 하도록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정광희, 박병영, 2011, p. 1). 즉,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했을 때, 교육 수준의 비약으로 인한 혼란이나 교육내용의 중복으로 인한 낭비가 없도록 교육과정을 배치하고 입시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학생의 대학 적응을 높일 수 있으며 대학교육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신입생 교육은 중등교육이 종결되고 고등교육이 출발하는 지점의 교육이기에 의미가 크다. 전자의 입장에서 대학 신입생은 선발을 거친 비교적 균질한 집단으로 간주되며, 기초학력의 책임은 학생에게 주어진다. 대학은 본격적인 고등교육을 위해 고등학교에서 다루지 않았던 학술적 글쓰기와 영어 문헌 읽기, 논리적 사고력과 수⋅과학 지식 등을 가르치면 된다. 반면 후자의 입장에서 신입생 교육은 고등학교에서 진급한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대학의 교육체제에 동화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도와야 한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염두하고 대학의 기초과목을 설계하거나 신입생의 기초학력 수준에 따라 과목 수강을 제한하거나 면제하도록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면서 대학교육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신입생을 위한 기초문해교육은 물론 자유학예교육과 체험소양교육 역시 고등학교와의 연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교양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자와 연구자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에 따른다. 국가 교육과정은 2009년부터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수시’ 개정 체계를 취하고 있는데, 2015년, 2022년과 같이 약 5~10년을 기준으로 전체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여 문이과 통합, 고교학점제 도입 등 큰 변화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이수 교과목과 수능의 범위도 바뀌고 있다. 이는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과 배경지식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은 많은 부분 자율로 맡겨져 있어서 대학별로 시기, 주기, 방법 등이 다르다.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대부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나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교양교육컨설팅 등 외부적 요인에 힘입어서 교육과정의 검토와 변화가 이루어진다.
대학에서 교양기초교육을 개편할 경우, 각 대학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대학교양기초교육 표준모델(이하 표준모델)을 참조할 것을 권장한다. 표준모델은 2016년 처음 개발된 후, 2022년 대폭 수정되었다. 2022년 표준모델은 이전에 비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개별 대학의 다양한 상황을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연계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표준모델에서 제시한 설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 연계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검토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대학교양기초교육 표준모델을 반성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육 연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설계되었는가에 대해 이해한다면, 대학에서 신입생 시기에 수강하는 기초문해교육과 이후 연계된 자유학예교육의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는데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연계의 개념은 무엇인가?
둘째, 고등학교의 보통교과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셋째, 고교-대학 연계가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2. 고교-대학 교육과정 연계의 의미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이 원활하게 연계되었다는 것은 고등학교에서 계발한 학생의 재능, 흥미, 능력을 대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이 연결되고 협력적인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말한다(정광희, 박병영, 2011). 대학 교원이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거나 고등학생이 대학교에서 진로와 관련된 강좌를 수강하는 것같이 협력적으로 교육 활동을 운영하거나, 특정 전공의 대입 요건으로 특정 과목의 이수를 명시하는 것처럼 선발을 연계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두 기관이 교육 자원, 교육 주체,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협력, 교류, 공유함으로써 학생의 지속적인 교육적 성장을 유도하는 것을 일상적인 맥락에서 교육 연계라 지칭한다.
‘연계성(articulation)’이란 용어는 학술적으로 교육과정 분야에서 사용된다. 학교급별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이 결절⋅중복⋅비약⋅후퇴⋅누락 없이 체계적으로 조율되어 학생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성장하도록 구성되는 것을 뚯 한다(황규호, 2018). 중요 요소와 학습경험이 수직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계속성(continuity), 그 폭과 깊이가 심화되는 것이 계열성(sequence),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것이 통합성(integration)이다. 대학교 교육과정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반복⋅심화되고, 교과 단위를 넘어 범교과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사회나 기술의 문제와 융합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계속성, 계열성, 통합성을 갖춰야 한다(김진숙, 2006; 김대석, 홍후조, 2011; 송명길, 2024).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연계성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연계하는 매개체로 대학입학전형을 보고, 이를 보완⋅개선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학생의 원활한 이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2004년부터 8년 간 한국교육개발원이 주도해 온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전형 연구’가 있다. “고교와 대학의 연결 장치인 대입제도가 오히려 고교와 대학 간의 단절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등학교 교육과정, 국가고사, 대학 입학전형, 대입 거버넌스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입전형에 대해서 검토하였다(정광희 외, 2011, p.8). 이후 이루어진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입전형 연구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김대석, 홍후조, 2011; 김미란 외, 2010; 박소영, 이희숙, 2007).
다음으로 교육의 연속성 차원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을 연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양질의 교육이 유지되도록 하는 연구이다. 진로⋅진학 차원에서 고등학교에서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이것이 대학의 학과 선택으로 연결되도록 하거나 대학에서 학습하는데 기본소양이나 기초학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러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의 교육과정 이행을 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지속적으로 계발하는 과정으로 본다. 즉, 고등학교의 진로교육, 문이과 통합, 선택 교육과정, 더 나아가 고교학점제 등 학생별로 각자의 진로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하는 연구들이 모두 동일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문찬주 외, 2016; 이림, 2017; 이지영, 2018; 황규호, 2018).
상급학교인 대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고등학교 교육은 선수지식을 익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이 상호 연계되도록 구성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교육과정이 연계된다면 대학에서 학업 부적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중도탈락하는 학생들이 줄고, 지적 호기심과 학습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학업을 이어나가는 학생이 늘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실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은 느슨하게 연결되고 있다. 자연⋅공학 계열에 진학함에도 물리학 대신 화학과 생물의 심화과목을 수강하거나, 의약계열에 진학함에도 과학 심화과목을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심우정, 백선희, 2015). 또한, 고등학교의 수학, 과학 교육과정의 범위가 축소되어 대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대입을 위해 관심 없는 비교과 활동에 참여하는 것(김나래, 2022.10.31.)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 연계가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는 입시 전형에서 학생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되거나, 고등학교의 여건이나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대입의 과정은 고교-대학의 교육 연계를 변형하거나 왜곡하는 역할을 한다.
고교-대학의 연계에서 입시가 미치는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크고 예측이 어렵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의 교양기초교육이 교육과정 차원에서 연계되는 것은 학생의 학업 연속성과 두 기관의 발전을 위해 확보될 필요가 있다. 고교-대학 교육과정 연계를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먼저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살펴보자.
3.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특성
3.1.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격과 교과의 구조
고등학교는 전인교육을 위한 보통교육과 사회진출을 위한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초⋅중등교육법 제45조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은 ‘중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 및 기초적인 전문교육을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목적, 성격, 구조, 내용은 정부수립 이후 발표해온 국가 교육과정(www.ncic.re.kr)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해설서를 통해 알 수 있다. ‘보통교육’이라는 표현은 제1차 교육과정(문교부, 1955. 8. 1.)부터 명시되어 있는데, 소수의 특권층이나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개인의 적성이나 재능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공유해야 하는 능력과 기능을 위한 필수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권동택, 2015). 이 보통교육은 영어로 General Education으로 일반교육과 동일하게 표시한다(김복영, 1996).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일반적인 교과목은 보통교과로 분류된다. 제2차 교육과정에서 실업고등학교 교육과정(문교부령 제122호, 1963. 2. 15.)이 처음 제정되면서, 실업계 고등학교 교과 편제에서 농업, 공업, 상업 등 직무와 관련된 전문교과목과 “민주적이고 건전한 국민 생활에 필요 불가결한 교과목”을 보통교과목으로 구분하였다(교육부, 2015). 이후 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라는 용어는 산업계 수요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전문교과에 대비되는 일반적인 교과를 가리킬 때 범용적으로 사용되었다. 제6차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교육부, 1992a)에 따르면 보통교과는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의 재학생이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공통 필수과목, 과정별 필수과목 및 선택과목으로 구성된다(교육부, 1992a, p. 69).
현재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7년부터 단계적 적용)은 ‘선택 중심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2024년부터 단계적 적용)은 ‘학점 기반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구조를 살펴보면([그림 1 참조]),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나뉘며, 교과군은 다시 보통교과와 전문교과로, 보통교과는 또 다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분된다(교육부, 2015; 교육부, 2022).
공통과목은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 이전에 고등학교 수준의 기초 소양을 함양”하고, 과정별 지식의 편식을 막고 “교과 영역의 균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융합과목과 함께 처음 신설된 것이다. 그러나 위계적으로 중학교의 공통 교육과정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공통필수(제4차~제6차),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교과(제7차, 2007 개정)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선택과목은 “학생이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난 뒤 교과별 학문 영역 내의 주요 학습 내용의 이해와 탐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학습과 교과 내⋅교과 간 주제 융합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을 고려하여 특수 목적 고등학교에서 개설되었던 전문교과Ⅰ을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도 선택할 수 있도록 보통교과에 통합하고, 선택과목을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재구조화하였다. 일반선택은 “교과별 학문 영역 내의 주요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목(예. 「화법과 언어」, 「확률과 통계」 등), 진로선택은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교과별 심화 학습 및 진로 관련 과목”(예. 「주제 탐구 독서」, 「인공지능 수학」, 「역학과 에너지」 등), 융합선택은 “융합적인 주제 학습 및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이나 실생활 맥락 속에서 적용⋅실천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과목”(예. 「독서 토론과 글쓰기」, 「수학과 문학」, 「미디어 영어」 등)으로 구성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의 과목 수가 100개였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총 231개로 두 배 넘게 확대되었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위한 전문교과Ⅱ는 전문공통, 전공일반, 전공실무로 편성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 “신산업, 신기술의 생성 및 융복합화, 교육과정 운영의 현장성, 새로운 직무에 따른 다양한 인력 양성 유형 등을 고려”하여 기준학과를 재구조화하였다.
창의적 체험활동(18학점, 288시간)은 교과와 함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축으로 자율⋅자치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이 창의적인 다양한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신장하여 창의적인 삶의 태도를 기르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비해 학생의 선택을 확대하고, 자기 주도성을 신장할 수 있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대학과 비교해 보면, 교육목적과 내용 면에서 보통교과는 교양기초교육, 전문교과는 전공교육, 창의적 체험활동은 비교과 활동과 비슷하다. 보통교과가 고등학교 교육의 핵심임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교육의 성격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3.2.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의 다의적 사용
이제까지 발간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해설서를 살펴보면 ‘교양’이라는 용어가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일부 선택과목을 묶는 범주로, 때로는 고등학교 보통교육이 목표로 하는 보편적인 지식과 소양의 의미로, 때로는 문화적 감수성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교양’이라는 용어가 사용됨으로써 의사소통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고 교양의 의미와 가치를 왜곡하거나 저해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교양’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국어과, 수학과, 영어과와 같이 보통교과의 교과(군)의 하나를 지칭하는 의미로 시대에 따라 ‘교양선택’, ‘교양’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교양’ 교과는 제5차 교육과정(1987~1992)부터 등장하였는데, 그 전의 ‘자유선택’ 교과(군)이 ‘교양선택’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제6차 교육과정 교양선택 해설서에 따르면, ‘교양선택’은 전인교육 내지 인간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개설되었으며, “지식 편중에 흐르는 고등학교 교육의 보완적 입장”을 취하며, “고등학교 교육에서 소홀히 하기 쉬우나, 실제적인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에 도움을 주는 학문 내용”을 다룬다고 명시되어 있다(교육부, 1992b, p. 18). 교양선택 교과의 성격은 제6차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방향에 잘 나타나 있는데,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성격을 띠며, 정서와 가치 교육, 인격 도야와 자아 성찰 등 정의적 측면을 강조한다. 또한, 실용성과 유용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학문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교육부, 1992b, pp. 20-22).
이처럼 교과(군)으로서 교양의 의미는 대학의 자유학예교육과 차이가 있다. <표 1>의 교양 교과에 속한 과목들을 살펴보면, 학문 중심의 전통적 교과(군)에 포함되기 어려우나 균형있는 발달을 위해 학생들이 배울 필요가 있는 상이한 과목들을 교양이라는 범주로 묶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손승남(2022)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 영역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며, 이로 인해 부적절한 교과목이 교양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다른 의미로 ‘교양’이라는 교과(군)을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등학교에서 교양에 대한 인식과 학습경험은 대학에서 자유학예에 뿌리를 둔 교양의 의미를 왜곡하고 축소한다. 또한 대학에 진학하여 수강하는 교양과목 역시 고등학교 교양 교과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쉬운 과목일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갖도록 한다.
다음으로 교육과정 총론이나 해설서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을 설명하며 ‘교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 의미가 교육과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는데,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비교적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유사한 뜻으로 사용되었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문화적 소양을 강조하는 용어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중 하나로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을 명시하고 있다. 이때 교양은 진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반 지식, 기능, 가치 등을 습득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편협한 지식, 이데올로기나 편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이해의 지평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교육부, 1997, p. 107). 고등학교의 보통교과는 일반 교양교육이며(교육부, 1997, p. 87), 일반선택 과목은 교양 증진 및 실생활과 연관된 과목, 심화선택 과목은 학생의 진로⋅적성⋅소질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목으로 구분된다(교육부, 2015). 이러한 정의는 교양기초교육의 방향이나 가치를 비교적 포괄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구하는 인간상’을 살펴보면, ‘교양’의 의미가 이보다 축소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구하는 인간상을 자기주도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교양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교양 있는 사람은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다. 즉, 교양 있는 사람이란 교육받은 사람이며 “인류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의 소양을 함양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적 이해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인류 문화를 심미적으로 향유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행복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교육부, 2015, p. 38). 이러한 정의는 교양의 의미를 전인적 관점에서 보기보다 문화적 측면과 감수성⋅공감 등 정의적 측면으로 축소하여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의 ‘폭넓은 교양’과 같이 특정 시대에 제한적으로 자유학예와 유사한 의미로 ‘교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과목들의 집합인 교양과와 같이 왜곡되거나, 문화적⋅심미적 특성으로 축소되어 인식되기도 한다.
4.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대학교 교양기초교육의 비교
4.1.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대학교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대학교 교양기초교육은 역사적 기원, 교육목표, 교육과정의 구조 측면에서 유사하다. 먼저, 중등교육의 토대가 되는 보통교과의 기원은 역사적으로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 발달을 위한 고대 그리스의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의 이성을 성장시킨 중세 인문교육(humanistic education), 공동체 사회의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보편적인 능력을 함양하는 국민국가 이후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에서 찾는다(권동택, 2015; 김복영, 1996; 박나실, 2013). 보통교육는 대학교육에 입문하기 전의 준비 교육으로 교양기초교육과 기원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중등학교에서 무엇을 교과로 선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19세기 말부터 있어 왔다. 1892년 하버드대학교 총장 엘리엇이 주축이 된 미국 중등교육을 위한 10인 위원회는 고등학교의 교과가 대학의 학문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교육과정이 동일해야 하며, 어떤 성격의 교과든 ‘모두를 위한 자유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소경희, 2024, p. 73). 대학에 선택과목제와 세미나 방식의 수업을 도입함으로써 하버드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끌어올리고 대학 교양교육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엘리엇 총장(백승수, 2019; 최미리, 2017)은 고전과 같이 전통적인 교과만이 아니라 과학이나 현대 외국어와 같은 교과도 인문주의 교육에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초창기의 중등학교의 교과는 학문적 가치에 기초하여 발달해 왔으며, 대학의 교양과 마찬가지로 ‘자유교육’이란 목적에 기반하여 발전되어왔다(홍후조, 2016).
이러한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았을 때,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모두 자유교육, 인문교육, 일반교육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보통교과에 속한 교과(군)은 대체로 대학의 학문으로부터 도출되었기 때문에, 기술⋅가정 등 일부 실용적인 교과나 과목이 존재하지만,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에서 강조하는 과목과 유사하다.
고등학교 보통교육이 지향하는 가치와 교육목적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지식, 경험,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일치한다.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과 대학교양기초교육 표준모델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기본적인 인문, 사회, 자연, 예술에 대한 소양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교육부, 2015; 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22).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의 교육목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융합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자질과 태도’를 기르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르는 것으로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목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대학교 교양기초교육은 교육과정의 구조 측면에서도 유사하다. 고등학교 보통교과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뉜다. 공통과목은 중학교와 연계된 중등교육의 마무리이자 모든 학생이 능력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필수로 배워야 하는 보편적인 내용으로 기초적인 학습 능력과 생활 능력을 배양하는 기본소양교육이라 할 수 있다. 선택과목은 학문 영역 내의 주요 학습내용을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한 일반선택, 심화학습 및 진로와 관련된 진로선택, 주제 융합,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융합선택으로 구성된다. 공통과목은 표준모델에서 제시한 기초문해교육과 닮았다. 비교적 공통필수로 지정되는 기초문해교육은 대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만나는 1학년에서 수강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에서의 기초적인 수학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평생학습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외 자유학예교육은 학교에 따라 중핵교육과정이나 배분이수와 같이 의무수강을 하도록 하지만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이 주어지며, 체험소양교육은 일부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 수강 여부를 학생 자율에 맡긴다.
이처럼 고등학교 보통교과는 역사적 기원은 물론 구조 면에서도 학문에 기반하여 교과(군)으로 발전하였고, 공통과목을 통해 균형잡힌 기초지식과 소양, 선택과목을 통해 심화⋅확장된 지식을 교육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포괄성, 학술적 대표성,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교양기초교육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4.2.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대학교 교양기초교육의 차이점
고등학교의 보통교육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먼저 교육내용 면에서 고등학교는 ‘교과’를 기반으로 하지만, 교양기초교육은 ‘학문’을 기초로 한다. 초기 교과는 대학의 학문을 기반으로 발달했으나 현재의 교과는 학문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교과와 학문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데, 교과는 학문에서 학생에게 가르칠 만한 가치가 있는 교육적인 내용을 선별하고, 그 중 교사, 학생, 학교의 여건을 고려하여 교수학습이 가능한 것을 체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홍후조, 임유나, 2014). 교과는 학문에서 이미 연구성과로 산출된 지식을 포괄적으로 가르치는데 더 주안점을 두며, 학문 고유의 방법론이나 사고방식을 숙련하거나 학문 자체를 깊이있게 가르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교과와 학문의 연계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교과는 학문의 축소판이나 질적으로 낮은 버전 정도로 치부되고,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은 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교사는 이를 방법론적으로 잘 가르치는 교수자에 불과하게 된다(박나실, 2013; 소경희 2024). 실제 최근의 학교 교과는 학문과 분리되어 학생의 발달과 흥미, 사회적응과 시민양성을 위해 삶과 연계된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학생과 사회의 필요를 고려하여 개발된다(소경희, 2010). 즉 교과는 교육과정을 조직하기 위한 중립적인 틀이라고 할 수 있다(소경희, 2024, p. 30).
실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격에는 교과, 학습자, 사회의 세 요소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축이 더 강조되거나 약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조화⋅절충된 결과가 반영된다. “20세기 이전에는 오랫동안 대학과 학문 위주의 영향을 받는 교과 우위로부터, 20세기 들어서는 초⋅중등학교가 체계화됨에 따라 학습자와 사회가 교과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학습자가 우위를 차지할 때는 진보주의 교육과정이, 교과가 우선시 될 때는 교과중심 또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이, 사회가 우위를 차지할 때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이 시대에 따라 강조되어 왔다(홍후조, 2016, p. 93). 그 결과 고등학교의 교과는 사회, 기술⋅가정, 제2외국어 등 학문과 일치하기보다 과목을 분류하는 “학습 영역(learning area)”(소경희, 2024, p. 33)이라 할 수 있으며, 과목 역시 「인공지능 수학」. 「생활과학 탐구」, 「실생활 영어 회화」, 「직무 의사소통」과 같이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거나 실용적 과목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반면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학습자와 사회의 변화에 중등교육만큼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는다. 이는 대학이 태생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기관이며,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교수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학습이나 진로와 관련된 체험소양교육을 제외하고 학문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고등학교에 비해 사회나 학습자보다 학문을 고려한 학문중심 교육과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정신능력도 신체의 근육운동처럼 단련될 수 있기에 그에 적합한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는 정신도야론이나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학문의 핵심적인 개념과 원리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계열화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지식의 구조론, 전통적 교과가 가진 내재적 가치를 옹호하는 지식의 형식론 등에 의해 뒷받침된다(소경희, 2024, pp. 69-74).
그러나 이러한 지향점과 다르게 대학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현실의 교양기초 교육과정에서는 학문 외에 학습자와 사회에 대한 고려가 늘고 있다. 이는 교양기초교육에서 체험소양교육의 비율이 32.72%로 기초문해교육(29.65%)과 자유학예교육(37.10%)에 비견되게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다. 더구나 체험소양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신입생 세미나, 학사지도, 진로설계, 생애 설계 등 ‘대학적응 및 진로’ 과목을 개설한 비율이 76.5%로 가장 높았으며, 이를 필수로 지정한 대학도 62.9%나 되었다(김선영 외, 2023, p. 26, p. 35). 이는 학습자와 사회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차이는 가르치는 주체가 고등학교는 교육 전문가인 교사이나 대학은 연구자인 교수라는 것이다. 이에 동일한 과목이라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수업은 교육내용, 교수학습방법, 평가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다. 고등학교의 교과는 학문의 기초지식과 최신성과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내용의 폭과 깊이를 균형적으로 고려하며, 전이력이 높아서 가르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 중에서 실제 교사가 가르칠 수 있고 학생이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하여 구성한다(홍후조, 2016, pp. 86-87). 포괄적이고 정확한 내용의 전달을 강조하다 보니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학문적 성과나 합의된 지식을 폭넓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되는데, 이로 인해 고등학교 교육내용이 분절되고 파편화되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교사는 내용 전문가라기보다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 전문가로 국가 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될 평가를 고려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수업에서의 자유도가 높지 않다. 이에 자유학예교육의 대표적 과목인 「문학」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때 수행평가나 다양한 학습활동을 통해 학생의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를 유도함에도 “문학 지문을 제시하고 정답을 찾게” 함으로써 “‘리버럴’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박병철, 2022, p. 26).
반면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는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지식은 적지만 해당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그 학문 분야가 가지고 있는 사고, 가치, 성격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된다. 따라서, 해당 학문 분야의 지식체계가 드러나도록 교육내용을 설계하고, 특정한 주제를 더 집중적으로 가르치거나 수업 내용을 최신 연구동향에 맞춰 가감하는 등 자율성을 갖는다. 또한,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문의 보편적 가치, 사고 방식, 연구 방법을 함께 가르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비판력과 분석력, 해당 학문의 관점과 탐구능력을 학습할 수 있다. 더불어, 평가방법 역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식의 이해나 적용 수준을 넘어 분석, 평가, 창의 수준의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며, 프로젝트, 토론, 글쓰기, 실험 등 다양한 학습경험을 할 수 있다. 즉,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준수하거나 일제식 지필고사를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내용, 교수방법, 평가방법의 선택에서 교수자의 자율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교양기초교육의 질이 담당 교수의 과목에 대한 이해도와 교육을 위한 노력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일한 과목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개설되더라도 고등학교는 상대적으로 포괄적이고 분절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이 진행될 여지가 크다. 반면 대학은 교육내용, 교수학습방법, 교육평가 측면에서 교수자에게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기에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하다. 특히 지식을 넘어서 해당 학문의 가치와 철학, 사고기술과 연구방법 등을 통해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
5. 고교-대학 교육 연계가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주는 시사점
고등학교의 보통교육과 대학교의 교양기초교육은 모두 일반교육으로 기초소양과 올바른 인격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두 교육과정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계속성, 계열성, 통합성의 측면에서 검토하고, 대학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그림 2] 참조).
5.1. 계속성 측면의 교육 연계와 시사점
계속성은 특정 지식이나 학습 영역에서 중요한 개념이나 기능이 반복해서 다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고등학교 보통교과에서 대학 교양기초교육으로 반복되는 것을 살펴보면, 공통과목의 ‘기초 소양 및 기본 학력 함양, 학문의 기본 이해’의 성격은 기초문해교육의 ‘기초학업능력 함양’, 자유학예교육의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학문적 탐구 성과’로 이어진다. 일반선택의 ‘학문 영역 내의 주요 학습 내용 이해 및 탐구’, 융합선택에서 ‘주제 융합과목’과 같이 선택과목의 성격은 자유학예교육으로 연계된다. 내용 면에서 공통과목의 사회, 역사, 도덕은 자유학예교육에서 반복되며, 선택과목의 국어, 수학, 영어, 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 체육, 예술, 기술⋅가정/정보, 제2외국어/한문 등의 교과는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과 연계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보통교과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성격과 내용은 유사하다.
그러나, 성격과 내용이 동일한 의미로 반복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비연계된 부분을 살펴보면, 진로선택의 ‘교과별 심화 학습 및 진로 관련 과목’은 교양기초교육에서 그 성격을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전공교육과 연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학 진학을 염두한 고등학교에서의 진로선택이 결국 대학의 전공과 학과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진로선택에 편성된 과목은 「심화 영어」, 「국제 관계의 이해」, 「세포와 물질대사」와 같이 대학 학과 선택을 위한 탐색과 준비의 성격이 강하다.
체험소양교육과 고등학교 보통교과와의 연계성도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포괄적인 인성함양 교육’이라는 성격은 중등교육 전반의 성격을 포괄한다. 이는 교육목적의 심화⋅발전이라기 보다 오히려 후퇴에 가깝다. 내용 면에서도 심미적 체험이나 신체적 체험은 고등학교의 체육, 예술 교과와 연계되지만, ‘봉사활동’ 등이 포함되는 사회적 체험은 교과(군)보다 비교과인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표준모델에서도 체험소양교육은 ‘가급적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체험소양교육은 정서적⋅사회적⋅신체적 체험교육을 포함하며, 학업 계획 수립과 대학 생활 적응 등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포함한다. 대학의 체험소양교육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김선영 외, 2023), 대학에서 가장 많이 개설한 과목은 체험교육보다 ‘대학적응 및 진로’에 대한 것이다. 이처럼 체험소양교육은 대학에서 학생 적응, 대학 이념 전파, 취창업 지원, 다양한 학습경험 제공 등 사회, 학생, 대학의 요구에 따라 교과로 다룰 필요가 있는 성격이 다른 여러 과목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고등학교 보통교과에서 다른 교과(군)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생의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해 필요한 상이한 과목들을 ‘교양과’라는 범주로 묶은 것과 동일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계속성 측면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공통으로 반복되나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는 용어들로 소양, 진로, 교양 등이다. 먼저, 체험소양교육에서 ‘소양’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평소 닦아 놓은 학문이나 지식’을 의미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소양은 ‘학습의 기초인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과 같이 기초문해력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반면, 대학 교양기초 교육과정에서 ‘소양’은 체험소양교육이라는 용어에서 보이듯 일종의 마음가짐, 도덕성, 태도 등 인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다음으로 ‘진로’라는 용어 역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처한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내포된 의미가 다르다. 고등학교에서 진로는 ‘진로⋅진학 상담교사’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진학과 동일하게 사용된다. 반면 대학에서의 진로는 취⋅창업이나 대학원 진학과 같이 사회진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등학교의 진로선택에 포함된 과목과 대학의 체험소양교육의 취창업 과목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가장 의미상 차이가 큰 것은 ‘교양’이라는 용어다. 고등학교에서 교양과는 학문 위주의 지식 편중을 보완하기 위해 전통적 교과(군)에 포함되지 않지만 배울 가치가 있는 과목들을 묶은 범주로 「인간과 철학」, 「논리와 사고」, 「인간과 심리」, 「교육의 이해」, 「삶과 종교」, 「경제인간과 활동」, 「생태와 환경」, 「진로와 직업」, 「보건」, 「논술」 등 10개 과목이 포함된다. 즉, 고등학교의 교양은 기초학문이 아니며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과목도 아니다. 더구나 학생생활기록부에 성적을 표기할 때도 이수(P)와 미이수(F)만을 기록하는 고등학교에서 보기 드문 절대평가 교과이다. 따라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교양으로 분류된 과목은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중 없는 과목으로 인식된다. 이것이 대학 진학 후에도 선입견으로 자리잡혀 전공에 대비되는 교양은 덜 중요한 과목, 가볍고 흥미로운 과목,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더구나 성격이 다른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을 하나로 묶어 교양이라 칭하다 보니, 학생은 물론 전공 교수도 교양에 대한 이해도나 소속에 따라 이 중 한 분야를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한송이, 박상훈, 이재창, 2022) 의사소통의 혼란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는 교양기초 교육과정의 교육목표가 불투명하다(홍후조, 2004)는 비판의 여지가 된다.
이와 같이 계속성 측면에서 얻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교양이라는 용어보다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과 같이 성격과 내용이 명확한 용어를 대학에서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교과’라는 단어가 학문과의 연계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용어로 발전했듯(소경희, 2010, 2024), ‘교양’이란 용어도 ‘전공’과 대비되며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을 묶는 범주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갖게 된 교양에 대한 선입견으로 대학 교양기초교육을 폄훼하는 것을 막고 정확한 의미의 용어 사용을 통해 의사소통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에서 명칭의 문제는 여러 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오래된 숙제이다(백승수, 2019). 여기서 교양의 본래의 의미가 무엇이고 어떤 용어가 더 적합한지를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성격과 의미의 교육을 교양으로 동일하게 부름으로써 오는 혼란과 오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체험소양교육의 성격과 과목구성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체험소양교육에는 다양한 성격의 과목이 대학의 필요와 학생 및 사회의 필요에 의해 포함된다. 정서적⋅사회적⋅신체적 체험교육과 대학 교시구현, 대학 적응 및 진로, 취창업 등이 체험소양교육으로 분류되며, 행동적⋅실천적 교육보다 대학 적응 및 진로와 같이 현실적 필요에 따른 과목이 필수로 지정되는 경향이 있다(김선영 외, 2023). 이는 체험소양교육의 성격을 불분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직업과 연계된 활동을 사회적 체험에 포함하는 것을 용인함으로써 교양기초교육은 ‘직업교육이나 특수 전문 교육을 위한 준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표준모델의 기본요건에도 위배된다. 수평적 연계성의 측면에서도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과 질적 수준의 차이를 보임으로써 교양교육의 연성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에 취창업 등 부적절한 과목은 교양이 아닌 일반선택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고등학교 보통교과의 진로선택과 같이 대학에서도 전공 간 이동과 연결을 돕는 학술성 있는 과목을 자유학예교육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전공을 소개하는 가벼운 과목이 아니라, 그 전공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핵심 개념과 사고의 틀을 안내하는 학술적 과목 또는 여러 전공을 연계하는 융복합 과목이 자유학예교육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전공자율선택제 학생들은 물론, 대학의 학사과정이 유연해지면서 부⋅복수전공, 연계전공, 마이크로전공 등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5.2. 계열성 측면의 교육 연계와 시사점
계열성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지식이나 기능이 심화되고 교육내용과 학습경험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고등학교의 지식 중심의 교육은 대학에서 사고와 탐구 중심의 교육으로 심화⋅확장된다. 고등학교의 공통과목이 기본지식과 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기초문해교육은 사고능력과 문해능력을 훈련함으로써 이후 대학에서 본격적인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지적 기본 역량을 다지는 데 목적이 있다. 표준모델에 따르면, 기초문해교육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만나는 영역이므로 중등교육의 변화에 대응하여 대학 수학 능력을 갖추게 해야”하며, “평생학습 능력을 배양하는 수준까지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고등학교의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은 자유학예교육으로 확장되면서 학문적 사유와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 표준모델에서 자유학예교육의 요건으로 핵심적 주제, 넓은 시각, 다양한 관점, 유기적 통일성, 통합적 개방성, 시의성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고등학교의 교과와 대학의 자유학예교육의 질적인 차이를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화와 확장이 체계적으로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먼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상의 계열성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학별, 교과별, 학생별로 이러한 연계가 위배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의 일반선택 과목이 수능의 선택과목으로 대입과 연계되는 것이다. 일반선택 과목 중 수능의 과목으로 무엇을 선택하는지, 대학 및 학과에서 수능의 과목 반영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학생의 수준 차가 확연히 벌어지게 되고, 이는 고등학교 보통교과와 기초문해교육과의 연계를 왜곡시킨다.
이러한 왜곡은 자유학예교육에서도 나타난다.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더불어 보통교과의 과목 수가 확대되면서 「도시의 미래 탐구」, 「과학의 역사와 문화」, 「삶과 종교」와 같이 대학에서 개설될 법한 과목이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이러한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유사한 과목을 수강할 때 교육내용의 중복, 비약, 누락 등이 과도하지 않도록 교수자가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는 전공하는 학문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이를 교양교육의 목적에 맞게 수업으로 녹여내기 위해 교양기초교육 의미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전공을 확장한 교양과목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청, 학교에서 관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검증되기 때문에 교사의 교수학습의 수준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냉정하다.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에 불만족하면 대체제로서 다양한 사교육을 수강하기도 한다. 반면,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고등학교 보통교육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교육을 지향함에도 교육의 질에 대해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교원의 학위과 같은 자격 유무, 학생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 등을 확인하지만, 과목에서 선정된 내용,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준, 교수학습 방법, 교육 성과 등이 타당하며, 대학교육 수준에 적절한지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논의에 따라 계열성 측면에서 얻는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기초문해교육의 성격을 지적 도구의 활용을 위한 역량교육으로 규정하고, 모든 입학생에게 동일하게 제공하기보다 학생의 선수지식을 측정하여 수준에 따라 개설하고 필요에 따라 이수를 면제해 줌으로써 교육내용의 중복, 비약, 후퇴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초문해교육이 본격적인 대학교육을 위한 입문교육으로 학습의 토대가 되며,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의 기초 위에 언어, 수리, 정보 문해력과 사고력을 활용하고 적용해 보고 연습해 보는 교육이라면, 대학 간 공동평가와 공동개설, 온라인을 활용한 보충교육과 표준화된 역량평가를 통한 학점인정은 물론, 담당교원의 교수학습 역량강화와 교수법 개발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 보다 심화된 교육을 위해 교양기초교육을 담당한 교수들이 주기적으로 과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점제 도입, 선택과목 확대 등 외형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대학과 닮아가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동일한 이름의 과목이 개설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초문해교육은 이를 지적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고방식(habit of mind)이나 자동화된 절차적 지식(process knowledge)이 되도록 훈련해야 하며, 자유학예교육은 고정되지 않은 융합적 사고, 확장된 시각, 지식이나 학문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과목을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고등학교의 「논리와 사고」 과목이 “현대 논리학”에 초점을 맞추어 “연역 논리학과 귀납 논리학”을 균형있게 다루고, “코딩, 머신러닝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논리학의 연관 관계를 소개”하며, “논리학의 실용적 활용 사례를 널리 소개”한다면(교육부, 2022), 경북대학교의 기초문해교육인 「논리와 비판적 사고」는 “논리적⋅비판적 사고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학습함으로써, 학생들의 사고 능력을 함양”하며, “다양한 종류의 논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익힘으로써 연역, 귀납 등 논리적 사고를 체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자유학예교육으로써 「논리란 무엇인가」는 “논리학의 역사에 대해서 배우는 부분과 어떤 주장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평가, 그리고 어떤 사회적 갈등이나 딜레마에 대한 논리적 해결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토론”(송하석, 2020)한다. 이처럼 논리적 사고를 가르친다는 목적, 주요 개념과 사고 훈련이 동일하게 포함되더라도 고등학교,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의 과목별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자유학예교육이 ‘리버럴한 방식’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담당하는 교수의 교양교육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교양과목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기초문해교육으로서의 수학과 자유학예교육으로서의 수학, 전공교육으로서의 수학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였을 때 효과적인 교양기초교육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학생의 가치관, 인간관, 세계관의 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의 과목이든 현재 학생이 삶에서 그 과목의 배움이 갖는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연결하여 가르쳐야 한다. 이는 교양을 가르치는 교수가 누구보다 학생과 학생의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담당하는 과목의 의미와 가치를 현대인의 입장에서 재해석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수업으로 교수⋅학습할 수 있도록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교양 담당 교수는 지속적으로 과목의 의미를 탐구하고 다른 전공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양과 전공의 차이를 이해하고 과목의 내용과 학습경험을 개선하는 실천적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학의 오랜 명언처럼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교수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연구자 겸 교수자가 되어야 한다.
5.3. 통합성 측면의 교육 연계와 시사점
통합성은 교육내용과 학습경험이 수평적 차원에서 횡적으로 연계되고 확장되는 것을 말한다. 고등학교에서 교과별로 분절적으로 학습되던 것이 대학에서 교과 간의 구분이 사라지고, 삶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탐구하는 것을 통합성이라 할 수 있다. 즉, 학문 간의 연계를 통한 통합 과목의 개발, 주제 중심의 포괄적인 지적 조망의 제공, 삶과의 연계나 탐구와의 결합,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와 학습과정에 대한 평가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윤지영, 온정덕, 2024). 표준모델은 자유학예교육에 대한 교육과정 예시로 ‘현실 전체의 지적 조망을 위한 분류’,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세계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분류’, ‘학문 분류와 주제 분류의 연계’ 등 세 개의 주제 중심형 예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대학의 자유학예교육의 구성을 살펴보면, 학문중심 분류를 택한 대학이 75.7%에 이르며, 주제중심(12.1%), 역량중심(3.6%), 혼합형(4.3%) 분류를 택한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김선영 외, 2023, p. 27).
보편성을 강조하는 교양의 목적과 방향을 이해하는 교수자와 연구자에게 통합성은 교과목의 설계나 개발에서 당연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현장에서 통합성을 고려한 과목개발은 쉽지 않다(Hanstedt, 2012) 학생들이 지적으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문제나 사고방식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학습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주제, 학습자 중심의 교수방법이 연계되어야 한다. Hanstedt (2012)가 예시를 든 통합과목 중에는 「사이버스파이」(주제: 과학과 기술의 결과, 정보공학), 「총기 규제 통계」(주제: 미국과 세계의 관계, 수학), 「폭력의 이해」(주제: 인간이 되는 것의 의미, 사회학, 통계학, 드라마) 등이 있다. 이러한 과목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유학예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자유학예교육은 응용학문 분야가 아닌 기초학문 분야를 우선시한다. 응용학문이 사회적 수요나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며 학문적 성과의 실용적인 활용과 적용을 연구한다면, 기초학문은 적용되는 영역이 광범위하고 보편적이다. 기초학문의 범주와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기초학문이라 할 수 있다(백승수, 2020, p. 15). 이에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범용적으로 요구되는 기초 능력의 교육을 강화하고 전체를 조망하는 통찰력을 함양하기 위해”, “실용적 이해득실을 떠나 인간과 세계의 탐구 그 자체를 위해 탐구”하는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교양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손동현, 2019, p. 45, p. 71). 표준모델의 학문중심형 자유학예교육에 따르면, 인문학의 문학, 예술학, 역사학, 철학, 종교학, 사회과학의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문화학, 심리학, 자연과학의 수리과학, 물질과학, 생명과학이 기초학문이다.
학문이 분류되는 기준을 살펴보면, 목적과 내용에 따라 인간이나 자연을 탐구하는 순수학문과 실용적인 목적을 갖는 응용학문, 핵심 지식이나 적용 이론, 탐구 방법이나 연구 문제에 대한 전문가 간의 합의 수준에 따라 합의도가 높은 경성학문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성학문으로 구분된다(<표 2> 참조). 경성학문이 비교적 이공계열의 학문이라면, 연성학문은 인문계열의 학문을 가리킨다(Biglan, 1973; Becher & Trowler, 2001; 김승정, 2017).
순수학문은 표준모델에서 말하는 ‘기초학문’과 일치한다. 교양 학점이 한정된 상황에서 보편적인 자연 원리를 이해하거나 포괄적이고 전체론적인 관점을 키우기 위해 순수학문을 우선하여 가르칠 수 있으나, 이론의 적용과 실제적인 문제해결, 절차적 사고와 융복합적 사고를 키우는 응용학문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조심스럽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교양을 통해 응용학문에 대해서 접할 기회를 배제하는 것일 수도 있다. Rothblatt(2003)가 지적한 것처럼 어떤 과목이나 영역을 교육내용으로 하는가보다 교수자의 행위와 자유학예교육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정신이 더 중요할 수 있다(홍성기, 2021, p. 89). 자유학예교육의 기본 과목이라 일컬어지는 역사와 철학이라 하더라도 전공교육처럼 그 분과학문의 맥락에 매몰되거나 특정 집단의 입장에서 의도성을 갖고 교육한다면 자유학예교육이라 할 수 없다. 또한, 교양이 특정 전공을 위한 선수과목으로 취급되어서도 안된다(신정철 외, 2011). 반면 응용학문이 전공을 넘어 계열이나 학문 분야의 원리나 목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구성되거나, 순수학문과 결합하여 사회와 기술의 문제를 통합하는 융합과목으로 개발된다면 좋은 자유학예 과목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통합성 측면에서 얻는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자유학예교육을 기초학문에 국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자유학예교육은 학생의 관점을 넓히고 형성해 가는 교육이다. 전공하지 않은 다른 학문의 시각에서 사유하고, 비판과 판단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인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통해 가치관, 인간관, 세계관을 형성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자유학예교육을 교과목이 다루는 주제나 내용이 아니라 과목을 통해 학생이 배우게 되는 사고와 태도로 규정할 수 있다는 Rothblatt나 Miller의 주장(홍성기, 2021; 박병철, 2022)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학이나 공학, 교육학과 같은 응용학문이더라도 가치에 대한 사유나 통합된 원리를 다루거나, 다른 학문이나 현실의 문제와 결합된 융합과목으로 개발되어 현대 문명과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데 기여한다면, 충분히 자유학예 교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목들은 대학에서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응용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순수학문으로 연계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목의 융합을 통해 지식의 편식을 해소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지속되어 온 고등학교 교육의 방향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융합선택과목을 신설하고 교과 내 및 교과 간 주제 융합 과목,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영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사용하여 대처하도록 교육하고자 한다. 이에 제목만 보면 「수학과 문화」, 「금융과 경제생활」,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음악과 미디어」 등 대학에서 개설될 법한 다양한 융합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고등학생들에게 구비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자유학예교육은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높이고, 이론과 실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하기 위해 다양한 통합 과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초학문이라는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과목의 수평적 연계 차원에서 교양기초교육의 대학 간 차이, 전공 간 차이, 과목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양기초교육은 고등학교의 보통교과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보편적인 교육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내용, 수준, 질에 대한 지역 간, 학교 간 차이를 사회적 문제로 지적하지만, 대학의 차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입학생의 수준이 다르고 대학의 체제와 환경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교양기초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이 대학 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생이 어떤 전공을 하든지 교양기초교육의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하며, 어떤 과목을 수강하든지 유사한 학습의 양과 질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6. 결론
고등학교는 대학교에 선행하는 교육과정이다. 자격을 갖춘 일부에게 선별적으로 대학교육이 제공되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원하는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 Trow(1973)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동일 연령에서 15% 이하면 엘리트교육, 15~50%면 대중교육, 50% 이상이면 보편교육이라 규정하였다. 대학 입학생 수의 증가는 양적인 확장을 넘어서 교육의 목적, 기능, 운영방식 등 대학의 정체성을 바꾸는 질적인 변화를 유발한다. 대학 진학을 소수의 특권으로 생각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던 과거와 다르게, 지식 수준과 교육 경험이 다양한 학생들이 일종의 의무감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 구성원 간 동질성과 결속력, 자부심과 소속감은 약화된다. 국가는 늘어난 학생만큼 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인이나 직업인 양성을 요구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약화되고, 엘리트 교육에서 강조되던 지성과 가치 교육은 연성화되고 실용적으로 변화한다(Trow, 2000; 한숭희, 이은정, 2016).
이처럼 대학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연계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정광희 외, 2011). 특히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선택과목과 대입전형이 다양해지고, 여러 형태의 휴지기를 거치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학생 간의 고등학교에서의 학습경험 차이와 기초학력의 저하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 교양기초교육의 존재 의미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연결하는 가교로 중등교육에서 충분히 채워오지 못한 보편적 소양을 채우는 후기 중등교육과 동일하게 치부해 버리는 교수와 학생들도 있다(한송이, 박상훈, 이재창, 2022). 교양기초교육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와 요구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연계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격과 구조를 검토하고, 고등학교 보통교과와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교육과정 연계가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주는 시사점을 탐색하였다. 교육과정의 연계란 상급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교육내용이나 학습경험이 수직적으로 반복되고 심화⋅확장되며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계속성, 계열성, 통합성 있게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고등학교의 보통교과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성되며, 선택과목은 다시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나뉜다.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은 표준모델에 따라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으로 나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먼저, 국어과, 수학과, 사회과와 같이 교과를 지칭하는 용어로 ‘교양선택’ 또는 ‘교양’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교양과는 지식에 편중된 고등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학문 내용을 다루며, 「인간과 철학」, 「교육의 이해」, 「보건」 등 총 10개 과목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재상을 설명하며 편협한 지식이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폭넓은 시각을 갖추는 것을 교양으로 표기하였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에서 문화적 소양을 향유하고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을 일컬어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 중 제7차 교육과정에서 사용된 교양의 의미를 제외하고 대학의 교양기초교육과 유사하게 사용된 것은 없다. 이처럼 잘못된 의미로 교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부터 교양은 비중이 높지 않은 덜 중요한 교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고등학교의 보통교과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모두 인간이 갖춰야 하는 보편적인 지식과 가치를 교육하는 일반교육으로 교육적 성격이 유사하다. 또한, 고등학교의 보통교육과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아도 자유교육, 인문교육, 일반교육 등 비슷한 기원을 갖는다. 교육의 구조 면에서도 공통과목을 통해 균형잡힌 기초교육을 하고 선택과목을 통해 심화되고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는 등 유사하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 학습자, 사회를 고려하여 구성되며 교과가 학문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학의 교육과정은 학문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가르치는 주체가 고등학교는 교육 전문가인 교사이나 대학은 연구자인 교수이며 과목의 내용선정, 평가방법,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더 많은 자율권을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고등학교 보통교과와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연계를 계속성, 계열성, 통합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교육과정 상에 연계된 것과 연계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한다. 대체적으로 교육의 성격과 내용, 학습경험의 심화와 확장, 주제 중심의 통합 등에서 연계되고 있었으며 고등학교의 보통교과가 대학의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으로 심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선택과목 중 일부는 각 대학의 전공으로 연계되고, 체험소양교육의 연계는 불분명하며,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사용되는 교양, 진로, 소양 등의 용어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았다. 학생의 과목 선택이나 대학 입시로 인해 교과별로 계열성이 왜곡되거나 대학 교수의 교양에 대한 이해와 수업에서의 자율성으로 연계가 불투명해지기도 하였다. 또한 현실적으로 학문간의 연계나 실생활 연계를 통한 통합학문 개발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논의 결과로 교양기초교육 설계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미가 혼동될 수 있는 교양보다 기초문해교육, 자유학예교육, 체험소양교육의 용어를 대학에서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불분명한 체험소양교육의 성격과 범주, 과목의 특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공자율선택제 학생이나 학사유연화에 따라 타전공을 수강하는 학생을 도울 수 있도록 고등학교 진로선택이 대학 학과 선택을 돕는 과목으로 개발된 것처럼 대학에서도 전공 간 이동과 연결을 돕는 학술성 있는 자유학예과목을 개발하여야 한다. 넷째, 대부분의 대학에서 개설된 기초문해교육을 역량 교육으로 규정하고 공동 연구와 자료 개발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고등학교보다 심화된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양기초교육 담당 교수들의 교양 연구, 과목개선 연구, 전공 연구 등을 독려해야 한다. 여섯째, 자유학예교육의 내용을 기초학문으로 국한하기보다 해당 과목의 성격과 가치, 이를 통해 학생이 배우게 되는 사고와 정신을 고려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