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문제와 대안-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을 중심으로
The Problem and Alternatives of Diversifying College Writing Education : Focusing on Rhetorical Writing and Reading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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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에서는 대학 글쓰기 교육의 역사와 의의 및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양상과 문제를 살펴보고, 수사적 읽기⋅쓰기 교육을 중심으로 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대안을 모색한다. 보편담화 교육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의사소통이라는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글쓰기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목적과의 조화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합리적 의사소통 교육이라는 목적을 전제로 할 때 의사소통 과목 선택형이나 의사소통 통합형, 또는 계열별 글쓰기 등은 대학신입생 글쓰기 교육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일률적인 보편담화 교육은 다양성 증진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이 같은 한계들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이 글에서는 멀티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는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을 제안하였다. 수사적 쓰기⋅읽기를 교육한다는 것은 특정 장르의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글에는 여러 장르가 있으며 각 장르에 따라 글의 목적과 의미,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 자체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쓰기의 여러 가지 목적과 방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 교육법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글이 여러 가지 맥락에서 어떻게 달라지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지식을 습득하고 이로써 향후 전공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맥락에서 글쓰기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Trans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history and significance of college writing education, the aspects and issues of diversified writing education, and explores alternatives for the diversification of college writing education centered on rhetorical reading and writing education. Despite the challenges of universal discourse education, the goal of college writing education remains unchanged: rational communication. Therefore, the demand for diversity in writing education should be pursued in harmony with this goal. Assuming the goal of rational communication education, options such as elective communication courses, integrated communication, or writing by academic field have limitations for freshman writing education classes. On the other hand, uniform universal discourse education fails to meet the demand for increased diversity. As a way to address these limitations, this article proposes rhetorical writing and reading education that can cultivate multiliteracies. Teaching rhetorical writing and reading doesn’t mean teaching our students how to write in a specific genre, but rather teaching them that there are various genres of writing, and that the purpose, meaning, and methods of writing differ according to each genre. In other words, it is a writing education method that enables reflection on various purposes and methods of writing. Through this education, students are expected to acquire meta-knowledge about writing, such as how writing differs in various contexts and what roles it can play, and to apply this knowledge to writing in diverse contexts, including their future fields of study.
1. 서론 -보편담화의 추상성과 글쓰기 교육의 딜레마
글쓰기 교육의 본질적 난점은 교육 내용의 범위가 무척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변론의 기술에 대해 말했듯이, 어디에도 국한되지 않으며 어느 경우에나 해당된다는 점에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과 어려움이 함께 놓여 있다. 이렇듯 광범위한 영역인 글쓰기를 대학에서 가르칠 때 그 목표는 흔히 ‘학술적 담화 공동체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글쓰기’를 교육하는 것으로 상정된다(원진숙, 2005, 62-63). 한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서 초기부터 이른바 ‘학술적 글쓰기’를 중시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같은 기조는 1980년대를 전후하여 미국 대학들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시기 대학은 ‘학술적 담화 공동체’로 규정되었고, 이 공동체의 의사소통 방식으로서 ‘학술적 글쓰기’를 학생들이 습득하게 하는 것이 신입생 글쓰기 교육의 목표로 설정되었다(이윤빈, 2014, 451).
그런데 학술적 담화 공동체란 수많은 학문 분야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세부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체라기보다는 추상적 개념에 가깝다. 이렇게 모호한 이른바 ”공동체”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글쓰기의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가 문제다(정희모, 2014, 204). 이 때문에 글쓰기 교육계 내부에서도 오래 전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100년 남짓 되는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글쓰기 교육계에서는 일찍부터 이 같은 본질적 난점이 문제시되어 왔다.
대학 글쓰기 교육의 문제는 소위 전이 이론의 불가능과 관련하여 설명되는데(정희모, 2014, 200), 전이 이론이란 말 그대로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 방법을 다른 맥락으로 전이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넓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계라는 범위가 존재하므로 그 범위 내에서 통용되는 방식들을 교육하고 그것을 활용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 교육에서의 전이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육은 이른바 보편담화(Universal Educated Discourse), 즉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 간에 보편적으로 통용될 만한 글쓰기의 방식을 가르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글쓰기의 방식이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며 그 맥락은 같은 학계라 하더라도 무척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하면, 이러한 전이 이론과 보편 담화 교육에 바탕을 둔 학술적 글쓰기 교육이란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이라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것에 대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한계를 극복할 변증법적 대안이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서 글쓰기 교육 내부로부터 보편담화 교육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놓고 볼 때 ‘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반’만을 섣불리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정’에 대한 인식 이전으로의 퇴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을 주장하는 이가 권력을 지닌 외부자라면 이러한 위험은 위험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도 있는데, 글쓰기 교육은 줄곧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 보편담화 교육의 중요성과 요구라는 ‘정’은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쉽게 잊혀지고, 교육의 즉각적 효과만 문제시하는 ‘반’의 논리가 세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상존했다.
글쓰기 교육에서 보편담화 교육이 ‘정’이라면 ‘반’은 다원화라고 할 수 있다. 20여 년의 짧은 역사 동안 한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그 변화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이 다원화이다. 다원화의 양상과 정도는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원화를 추구한 점은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 다양성의 증가에 따라 대학 교육 전반의 다원화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글쓰기 교육의 다원화 지향은 앞으로도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러한 지향이 내부적 자성으로부터 오느냐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오느냐 하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그것은 발전적 ‘합’으로 갈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백년지대계가 아닌 고식지계의 발목잡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부의 압력이 인프라의 확장과는 관련 없이, 아니 오히려 그것의 축소를 염두에 두며 가해질 때 다원화라는 허울은 벗겨지고 와해라는 현실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의 역사와 목표를 새삼 살펴보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서구 고등교육의 역사에서 합리적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보편담화 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기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전통이 근대 대학으로 이어져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양상을 짚어봄으로써 글쓰기 교육의 의미를 반추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탐색한 대학 글쓰기 교육의 의의와 목표를 전제할 때 그간 행해져 온 한국 대학 글쓰기 교육의 다원화 양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대학 글쓰기 교육의 역사와 목표
브루스 킴벌(Kimball, 1995, 3-9)의 설명에 따르면, 서구 고등교육에서 글쓰기를 포함한 일반교육의 전통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자유학예 교육(liberal art education)의 수사학 전통이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는 서구의 자유학예 교육은 철학과 수사학의 두 갈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로고스가 이성과 말을 동시에 뜻하듯이, 로고스를 지향한 고대 그리스의 자유학예 교육은 이성을 추구하는 철학과, 대화와 설득을 추구하는 수사학의 전통을 함께 지녔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전통은 서구 역사의 흐름과 함께 우열을 다투며 전개되었는데, 이 중 수사적 전통과 미국 대학의 일반교육 및 글쓰기 교육은 맞닿아 있다.
자유학예교육의 전통 아래 미국 최초의 근대식 대학인 하버드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 것은 1874년부터다(이윤빈, 2014, 450). 이후 1930년대를 즈음하여 대학 신입생 수가 증가하고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하였다. 미국 대학의 일반교육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는 시카고 대학의 예를 보면, 1931년 허친스(R. M. Hutchins, 1899-1977) 총장의 취임 후 이루어진 일반교육 필수과정에 영어가 들어있는데(Stevens, 2001, 170), 이때의 영어는 영어작문, 곧 글쓰기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신입생 글쓰기 과목은 미국 대학에서 영어 또는 영어작문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린다.
1970년대를 즈음하여 미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은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대학의 문턱이 더 낮아지고 이와 함께 신입생들의 문식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글쓰기 교육을 비롯한 일반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Stevens, 2001, 185-186). 이 즈음부터 신입생 글쓰기 교육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이윤빈, 2014, 451).
한편 사상사적으로는 20세기 들어 미국에서 유행한 실용주의와 신실용주의, 그리고 신수사학 등이 미국 대학들의 글쓰기 교육 및 일반교육의 토대가 되었다. 20세기 초반 퍼스(C. S. Peirce, 1839-1914), 듀이(J. Dewey, 1859-1952) 등이 주창한 실용주의와 1960년대 로티(R. Rorty, 1931-2007) 등에 의해 부흥한 신실용주의는 신념, 의미, 진리는 맥락과 공동체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며,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수정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렇듯 진리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보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는 공동체와 시민성, 대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1960년대 활발해진 신수사학의 경향과도 유사하다. 실용주의와 신실용주의, 그리고 신수사학에서 강조하는 이러한 자질들은 글쓰기 교육을 비롯한 일반 교육의 이념이 되었다(Kimball, 1995, 17-58).
이상에서 본 글쓰기 및 일반교육의 배경들, 즉 멀리는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전통에서부터 20세기 들어 이루어진 미국의 대학교육 일반화, 그리고 진리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현대의 실용주의 사조 등에 이르기까지 이것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전통 및 그 확대와 관련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교육⋅글쓰기 교육은 민주주의 이념의 실현과 확대라는 거시적 목적에서 수행되어 왔던 것이다. 일반교육⋅글쓰기 교육의 거시적 목표는 합리적인 민주주의 사회의 건설이며, 이를 위해 시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바로 일반교육⋅글쓰기 교육의 지향점이었다(Stevens, 2001, 173). 미국 대학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교양필수 글쓰기 과목은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 설명적 글쓰기(expository writing), 논증적 글쓰기 (argumentative writing)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합리적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글쓰기의 종류들이며, 이것은 대학사회와 대학 너머 일반 시민사회의 맥락을 아우른다.
공동체와 시민성, 대화를 중시하는 대학의 사상적⋅교육적 신념이 지속되는 한 합리적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술적 글쓰기라 하든, 설명적⋅논증적 글쓰기라 하든, 합리적 의사소통 방식으로서의 글쓰기 교육이 대학교육의 이념에 비추어, 그리고 학생들의 문식력을 고려할 때 필요한 것이라면,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계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술담화가 기초하는 합리적 보편담화 교육을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 지향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것에 일정한 한계가 있거나 혹은 그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면, 그 한계를 보완하고 서로 다른 목적들을 조화시킬 방법을 모색해야지 애초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발전은 너무나 빠르고 정부의 시책 또한 여기저기로 초점이 변화하다 보니,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한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은 그 사이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 왔다. 맞춤형 교육이 대세라고 하여 신입생 글쓰기 수업을 일시에 전공이나 계열별로 분리하기도 하고, 디지털 인재 양성에 치중하느라 의사소통 수업의 시수를 갑자기 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들은 과연 이 장에서 논의한 글쓰기 교육의 전제를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외부의 정책 변화에 맞추는 데 급급하여, 새로운 토끼만 잡으려다 이미 잡은 토끼마저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까? 다음 장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 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양상과 문제
신입생 글쓰기 교육의 다원화 양상은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느냐의 여부에 따라 ① ‘의사소통 교과군 선택형’과 기타 나머지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기타 유형들은 다시 공통과목으로서 복수 교과를 개설하느냐 단수 교과를 개설하느냐에 따라 ⑤ ‘단계별 교과형’과 기타 경우로 나뉜다. 그리고 이 중 단수 교과는 다시 ② ‘의사소통 통합형’, ③ ‘계열별 글쓰기’, ④ ‘보편담화 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의사소통 교과군 선택형’에는 성균관대의 예가 있다. 이 학교는 의사소통 교과군으로 ‘창의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스피치와 토론, 과학기술 글쓰기’의 2학점짜리 4개 과목을 개설하고, 이 중 2개 과목을 필수로 이수토록 하고 있다. 숙명여대도 이와 유사하게 의사소통 교과군 중 2개를 필수로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최근 학교가 디지털 사업에 선정되면서, 글쓰기와 말하기, 읽기 등을 통합한 의사소통 한 과목 ‘디지털시대의 사고와 의사소통’으로 개편되었다. 숙명여대처럼 ② ‘의사소통 통합형’의 단수 교과를 듣게 하는 경우로는 한양대도 있다.
한편 단수 교과를 필수로 듣는 것은 같지만 계열에 따라 듣는 과목이 다른 ③ ‘계열별 글쓰기’를 시행하는 학교에는 서강대, 서울시립대 등이 있다. 두 학교 모두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크게 나누어 교육이 이루어진다. 단수 교과 중 마지막 유형인 ④ ‘보편담화 교육’의 경우에는 전 신입생들이 글쓰기 공통교과를 듣게 되는데, 이 경우 다양한 선택과목들을 개설하여 부분적으로나마 다원화를 실현하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주대에서는 심화 글쓰기로 창의적 글쓰기와 비판적 글쓰기를 교양선택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수 교과를 필수로 듣게 하는 경우로는 경희대와 서울대의 사례가 있다. 이 학교들에서는 기초와 심화의 단계별로 2개 과목 이상을 학생들에게 수강하게 하고 있는데, 기초와 심화의 내용은 두 학교가 각기 다르다. 경희대는 기초글쓰기로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다루며 심화글쓰기로 학술적 글쓰기를 교육한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기초글쓰기인 ‘대학글쓰기1’에서 보편적 학술글쓰기를 가르치고, 심화글쓰기인 ‘대학글쓰기2’에서는 계열별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에는 ① ‘의사소통 교과군 선택형’을 몇 년간 시행하다가 근래 이를 단계별 공통 커리큘럼으로 변경한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단과대나 전공별로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한 것도 특징적이다. 대부분의 전공들이 대학글쓰기 1과 2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그 중 일부는 이에 더해 의사소통 선택과목을 한 가지 더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대학글쓰기1’만 의무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이처럼 다양한 방면으로 실현되고 있는 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문제점은 그 양상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① 교과 선택형과 ② 의사소통 통합 단일 교과형의 경우 합리적 의사소통 교육이라는 글쓰기 교육의 대전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의 함양을 글쓰기 교육의 목표로 놓는다면, 다양한 의사소통 과목군 속에서 한두 개의 과목을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는 ① 교과 선택형 방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양한 상상과 실험을 중시하는 창의적 글쓰기 과목이나 발표와 토론 같은 말하기 교과목을 수강한다면 글쓰기를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이라는 수업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기, 읽기 등을 다양하게 결합한 ② 의사소통 통합 과목 또한 문제가 있는데, 다루어야 하는 언어 영역은 많은 데 비해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어느 한 분야에서도 충분한 교육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균관대처럼 복수 교과 이수를 의무화하여 절대 학습시간을 보다 더 확보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그래도 낫다. 이에 비해 단일 교과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거나 의사소통의 제 영역을 한 과목에 모두 통합하는 경우에는 학습내용의 부실화가 더욱 우려된다.
한편 ③ 계열별 글쓰기 또한 그 목적과 내용, 방법과 자원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닌다. 이것은 보통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과학⋅공학 계열을 구분하여 각 계열에 따라 서로 다른 글쓰기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계열별 글쓰기의 목표는 관련 학문 분야에서의 적응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적을 대학 내로 한정하지 않고 나아가 시민사회 일반에서의 의사소통 능력 함양까지를 아울러 고려하는 것과 배치된다. 더구나 입학전형에서 전공 및 계열 구분이 완화되고 다전공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로 본다면 계열별 글쓰기의 타당성은 더 작아진다.
설령 계열별 글쓰기의 목표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표를 이룰 교육 방법과 기반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다. 계열별 글쓰기는 전공 영역에서의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이른바 ‘느슨한 가족 유사성 family resemblance’을 토대로 계열을 구분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각 전공의 담화관습에 부합하는 교수학습 내용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 다(이윤빈, 2018, 92). 또한 계열별로 특화된 글쓰기를 교육할 수 있는 교수자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적 기반 또한 문제가 된다. 의사소통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은 어문학이나 철학 등 인문계열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자연계열 글쓰기를 특화하여 가르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연과학⋅공학 교수들이 직접 계열글쓰기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의사소통교육 분야에 대한 무지와 체계상의 혼란으로 인해 철회된 바 있다(박상태, 2013, 116-135). 또한 문제는 교수자뿐 아니라 학습자에게도 있다. 아직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이공계열 신입생들에게 전공 관련 학술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김정훈, 2019, 172).
한편 계열별 글쓰기는 실무성이나 일반사회와의 소통에 중심을 놓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들에도 또한 교육내용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실무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고등 사고력과 무관한 내용을 교육하게 되어, 대학 교육으로서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 글쓰기와 실무용 글쓰기가 혼용된 대부분의 이공계열 글쓰기 교재들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이렇게 실무성 위주의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일반사회와의 소통에 중심을 놓을 경우, 이것은 사실상 보편담화 교육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역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공학글쓰기에서 설명과 논증을 학습하거나 다양한 주제를 섭렵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는데(이소연, 2019, 359; 김정훈, 2019, 177), 이러한 내용들은 보편담화 교육에서도 이미 중요하게 다루고 있거나 또는 충분히 포함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난점을 지니고 있기에 대학 신입생 대상의 계열별 글쓰기는 방향 설정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연세대 같은 경우 계열별 글쓰기 교재를 집필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보편담화 교육을 시행해 왔는데, 이는 계열별 글쓰기의 이러한 난점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연세대처럼 ④ ‘보편담화 교육’을 시행하는 경우, 공통 신입생 글쓰기 과목을 기본으로 하고 그 외 심화 글쓰기 수업을 선택형으로 제시하는데, 이 경우 또한 보편담화 교육의 추상성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전공교육과 무관하게 전통적 교양인 양성만을 강조하는 의사소통교육은, 전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고등 사고력과 연계되어져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기관에 걸맞은 의사소통교육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박상태, 2013, 113)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상존한다. 또한 몇 개 심화 글쓰기의 개설만으로는 수업 다원화와 학생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마지막으로 ⑤ ‘단계별 교과 교육’의 경우 보편담화 교육과 장르기반 글쓰기 교육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에서 앞선 유형들보다 대학 신입생 글쓰기 교육의 목표를 골고루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학생들은 정해진 수업들을 순서에 따라 듣게 되어 있어서 교육 선택권의 측면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상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의 다원화 양상들과 이에 내포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실제 교육 내용과 방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 목표 자체의 혼란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표는 시민사회에서의 합리적 의사소통 역량 함양이라는 대학 교양교육 전체의 목적 안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원칙은 글쓰기 교육에 부과되는 또 다른 목적들, 예를 들어 전공 영역에서의 학업 역량 강화라든지 21세기형 창조적 디지털 인재의 양성 따위를 강조하는 가운데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 잊혀지고 마는 듯하다. 그렇게 해서 다른 목적에 맞추는 데 치중하여 글쓰기 교육과정을 개편하다 보면 교육 목표와 내용에 여러 혼란이 초래되는 것이다.
보편담화 교육을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 역량 함양, 전공 영역과의 연계, 그리고 창의성 및 다양성의 증진이라는 대학 글쓰기 교육을 둘러싼 여러 목적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만을 중시하는 것으로는 대학 글쓰기 교육이 처한 딜레마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각각의 목적들은 모두 대학이라는 집단 및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목적들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하고 충분한 교과 및 시수를 확보하는 일이겠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인 여건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상적인 상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주어진 현실적 조건에서나마 다양한 목적들의 우선순위를 가늠하고 이에 따라 이 목적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차선책을 모색해보려 한다.
4. 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대안: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
신입생 교육에 있어서 체계성과 자유의 문제는 항시 길항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고,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무조건 중시할 수는 없다. 만일 학생들이 보편담화에 익숙한 편이라면 창의성 및 다양성의 증진 쪽에 더 강조점을 둘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적 글쓰기나 말하기, 또 기타 여러 개의 의사소통 교과군 중에서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겠다.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겠지만, 하버드나 MIT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쓰기 수업을 열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 이러한 사례다.
그러나 지식의 생산과 표현보다는 주입과 암기를 여전히 중시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감안할 때, 보편담화에 이미 익숙한 대학 신입생들은 사실상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교과 선택형의 교육 방식을 택한다면 보편담화 교육이라는 목적도 흐려질뿐더러 이와 함께 대학 글쓰기 교육의 정체성 자체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카이스트나 서울대의 경우 교과 선택형 또는 계열별 글쓰기를 실시하였으나 다시 보편담화 교육으로 돌아온 것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카이스트의 경우 2021년까지 실용적 글쓰기, 비평적 글쓰기, 창의적 글쓰기, 논리적 글쓰기로 과목이 나뉘어 있었으나, 2022년 이후 논리적 글쓰기로 통합되었다. 서울대의 경우 2014-2018년 동안 글쓰기의 기초, 인문학 글쓰기, 사회과학 글쓰기, 과학기술 글쓰기의 네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듣도록 하였으나, 2019년부터는 앞 장에서 보았듯이 대학글쓰기 1과 2를 순차적으로 듣도록 개편하였다.
대학 글쓰기 교육의 여러 가지 목적을 이룰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전공 연계나 창의성 증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쓰기 교과를 개설하는 것이다. 국내와는 달리 미국 대학들은 대체로 신입생 글쓰기 교육에 이어 전공 글쓰기 교육도 함께 시행하는 이중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정희모, 2014, 202). 퍼듀 대학 영문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Purdue Univ., 2018)를 보면, 신입생 글쓰기 강좌 말고 다양한 전공 연계 글쓰기 과목군들이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멀티미디어 글쓰기, 비즈니스 글쓰기, 과학기술 글쓰기, 보건사회과학 글쓰기 등의 영역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종류의 과목들이 개설되어 있다.
미국 대학들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는 다양한 글쓰기 과목이 개설된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러한 현재의 여건 내에서 신입생 글쓰기 교과를 통해 보편담화 교육은 물론 전공 연계 및 창의성과 다양성 증진의 목적을 좀 더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디지털 시대의 수사적 쓰기와 읽기 교육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수사적 글쓰기 교육은 보편담화 교육과 전이이론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학계에서 제시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교육(WAW: writing about writing)과 관련한 것이다. WAW 교육의 지지자들은 각각의 글쓰기는 특정 맥락에 따라 수행하는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보편담화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글쓰기 수업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구체적인 작문지침 같은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맥락적이고 수사적인 글쓰기 행위 자체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WAW 교육은 신입생 글쓰기 수업에서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 대학글쓰기에서 보편적으로 가르칠 만한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 지식이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뒤에서 더 살펴보겠지만 글쓰기의 과정과 관련한 기초적 지식에 대한 교육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추상적이나마 대표적 장르와 서술방식에 대한 내용도 교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인식의 중요성이라는 WAW 교육의 핵심개념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국내에서도 정희모(2014, 146), 이윤빈(2015, 111-114) 등이 이를 받아들여, 글쓰기의 장르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강화하는 ‘장르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공동연구(이윤빈⋅정희모, 2010, 467-489)에서 ‘목적⋅형식⋅언어와 관련된 선명한 목표와 계획을 기반으로 과제에 대해 일관되고 응집성 있는 해석을 해내는’ ‘수사적 과제 표상’ 교육이 성공적인 글쓰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장르를 비롯하여 글쓰기를 둘러싼 제반 컨텍스트와 이에 따른 텍스트적 특성을 두루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수사적 글쓰기 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수사적 상황이라 할 때 말하는 수사(rhetoric)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표현기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적 개념으로, 증거를 본질로 하는 설득의 기술을 뜻한다(아리스토텔레스, 2017, 24). 그리고 수사적 상황을 분석한다는 것은 글의 장르와 독자, 목적, 매체 등에 대해 고려하고 이러한 상황 아래 어떠한 글쓰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따져보는 것으로, 어떤 글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그것의 컨텍스트적, 텍스트적 특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Lunsford & Brody, 2017, 26).
그런데 수사적 글쓰기 교육은 쓰기뿐 아니라 읽기의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글의 수사적 상황에 대한 메타적 인식은 여러 종류의 글을 실제로 분석하는 가운데 발달할 수 있는데, 학생 스스로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분석 방법에 대한 교육이 우선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읽기를 통합한 수사적 글쓰기 교육의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수사적 읽기와 쓰기 교육은 전통적인 문서 형식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텍스트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SNS 플랫폼에서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매체의 환경이 급속도로 다채로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다매체 텍스트의 수사적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글쓰기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은 멀티리터러시를 키우고 향후 다양한 글쓰기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읽기를 통합한 수사적 글쓰기 교육을 기존의 과정 중심 교육의 단계들과 관련하여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인지주의 작문 이론에 따른 과정 중심 글쓰기 교육은 보편담화를 교육하는 대학신입생 글쓰기 교육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인지주의 작문 이론에서는 글쓰기를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보고,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계획과 생성, 초고 쓰기와 퇴고 등의 과정에 사용되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여긴다(원진숙, 2005, 64).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따라 아이디어 생성과 조직, 문장과 단락 쓰기, 개요와 글의 구조, 인용법 등에 대한 지식을 교수한다. 이 같은 방식은 실제로 대학신입생 글쓰기 교육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기초 교육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 중심의 보편담화 교육에 수사적 읽기와 쓰기 교육을 병합하는 방식이 필요한데, 이 글에서는 특히 계획하기와 고쳐쓰기 단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4.1. 계획하기 단계 1: 수사적 상황 분석
글쓰기의 계획하기 단계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글감을 찾고 자료조사를 통해 주제를 구체화하며 글의 전반적 구성을 고안하는 단계이다. 이때 자신이 쓸 글의 수사적 상황을 분석하는 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텍스트에 대한 수사적 읽기 활동을 포함할 수 있는데, 이는 향후 글쓰기를 위한 자료조사가 될뿐더러 수사적 상황의 다양함에 대한 메타적 인식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Lunsford & Brody(2017)에서는 글쓰기 과정을 설명하기 전에 수사적 상황분석과 수사적 읽기에 대한 내용을 기술해 놓았는데, 이는 수사적 상황 분석과 읽기 교육이 글쓰기의 계획하기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 외에도 미국의 대학신입생 글쓰기교육 교재에는 수사적 인식에 대한 부분을 독립된 장으로 집필하는 경우가 흔하다(이윤빈, 2015a, 164).
수사적 상황 분석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게 된다(Lunsford & Brody, 2017, 20-24).
어떤 상황과 관련하여 쓰는가? 주제가 놓인 더 큰 맥락은 무엇인가?
독자, 청자는 누구인가?
글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글의 종류를 사용하는가? 글의 장르에 따른 구성과 문체, 형태상의 특징이 있는가?
학생들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과제표상에 이를 수 있는데(Irvin, 2010, 7), 이 같은 수사적 상황 분석을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 분야와 관련시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퍼듀 대학 ”Introductory Composition: Academic Writing & Research” 과목의 수업계획서(Purdue Univ., 2018)를 보면, 학기 초반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 분야에서 어떤 글을 쓰게 되는지에 대해 관련 업계 종사자와 인터뷰하게 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기사문을 쓰게 하는 다음과 같은 실습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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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 정보전달 인터뷰 (보고서)
자신의 전공분야(혹은 관심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인을 만나 직업과 관련한 읽기 및 쓰기 활동에 대해 인터뷰하고, 인터뷰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자신이 대학 졸업 후 어떤 종류의 읽기와 쓰기 활동을 하게 될지 보고서에 기술하세요. (1000-1500 단어 + 성찰적 메모)
이러한 예는 관심 분야 글의 수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 글쓰기 수업의 전공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기사문을 쓰는 연습도 병행하게 하여 효과적인 메타글쓰기 실습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인터뷰로 알게 된 장르의 예시글을 찾아보고 이에 대해 간단한 평가글을 쓰는 활동까지 겸한다면, 자신이 쓰게 될 글의 컨텍스트적, 텍스트적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겸하여 논평 연습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글을 읽고 그 글의 수사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사적 읽기의 전략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수사적 읽기 교육이 요청된다.
4.2. 계획하기 단계 2: 수사적 읽기
수사적 읽기란 쓰기와 마찬가지로 읽기 또한 작자와 독자가 서로 영향을 주는 능동적 행위라고 보고, 텍스트의 수사적 맥락을 따져볼 뿐 아니라 텍스트의 내용에 능동적으로 반응함으로써 텍스트의 의미를 생성하는 읽기 방식을 뜻한다(Lunsford & Brody, 2017, 26). 이러한 수사적 읽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 다른 맥락에 따라 어떠한 내용⋅형식적 특성을 지닌 장르가 형성되는지 파악하며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 수사적 읽기 과정의 예를 제시하면 <표 2>와 같다.
<표 2>의 내용은 Lunsford & Brody(2017, 27-33)에 있는 수사적 읽기와 관련한 내용을 필자가 재구성해 본 것이다. 먼저 ‘미리보기’ 단계는 텍스트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텍스트가 놓인 컨텍스트를 고려하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작가와 예상독자의 특성, 해당 주제에 대한 다른 글들, 그리고 문서 형태의 시각적 효과까지 고려 대상이 된다. 이어 ‘주석적 읽기’ 단계는 텍스트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 글의 핵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면밀히 읽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해한 내용과 의문사항들을 메모하며 텍스트를 자세히 읽는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반응’ 단계는 이해한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단계이다. ‘예’라고 말하며 읽는 것이 이해 단계라면, ‘아니오’나 ‘어쩌면’을 말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충분히 발휘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텍스트에 대해 실제로 논평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수사적 읽기 과정은 마무리된다.
이 같은 수사적 읽기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요약문과 논평 장르를 연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후 수사적 읽기의 결과를 자신의 다른 글에 원용함으로써 읽기와 쓰기를 연동하는 통합적 의사소통의 방법도 익힐 수 있다. 또한 수사적 읽기의 방법을 서로 다른 담화 공동체 내의 여러 장르들에 스스로 적용해 봄으로써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가능하다(정희모 2014: 215-216).
한편 일반적으로 읽기 교육은 그 자체로 대학글쓰기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대학에서 글쓰기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핵심적인 요소들로 제시되는 다음 사항들(Irvin, 2010, 8-9) 중 ②번과 ④번이 읽기와 관련됨을 볼 수 있다.
① 조사⋅연구에 대한 방법적 지식
② 복잡한 텍스트에 대한 문해력
③ 전공분야의 핵심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
④ 분석, 종합, 그리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비판적 반응을 위한 전략들
기본적으로 논증과 분석의 형식을 띠며 명료하고 합리적인 증거를 중시하는 대학글쓰기(Irvin, 2010, 9-15)는 읽기를 전제하기 마련이다. 이때 쓰기를 위한 읽기는 독자가 텍스트에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참여하여 그 결과를 자신의 쓰기 행위로 잇는 적극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읽기의 방식을 가르친다는 점에서도 수사적 읽기 교육은 대학 글쓰기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방편인 동시에 그 자체로 대학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인 수사적 읽기 교육은 대학 글쓰기 수업의 다원화를 위한 보족적 방안이기도 하다. 이것은 의사소통의 또 다른 영역인 읽기를 쓰기와 통합하며, 읽기의 주제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입생 글쓰기 교육의 다원성을 제고할 수 있다. 더불어 읽기 자료에 멀티미디어 텍스트를 포함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멀티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다는 의의도 가진다.
신입생 글쓰기 교육에서 읽기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사례로 하버드 대학의 신입생 글쓰기 강좌가 있다. 이 수업은 읽기와 쓰기 통합 교육을 표방하는데, ”Harvard College Writing Program”을 소개한 웹페이지(Harvard Univ., 2024)에서 2024년 봄학기 강좌의 주제들 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관습의 파괴 / 신기술 반대자가 되는 것은 괜찮은가? / 사생활과 감시 / 챗지피티는 어떤 문제에 답할 수 있는가? / 장난감들의 이야기: 놀이의 역사
“Expository Writing 20”라고 불리는 이 강좌의 수업계획서 사례(Harvard Univ., 2020)를 보면, 이 강좌는 읽기와 쓰기 교육을 표방하며 읽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 학기에 3권 이상의 책을 필수로 읽게 하고 이와 관련하여 각기 비평적, 분석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이처럼 글쓰기 교육에서 읽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수준이 자율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이에 기반하여 전이효과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교육적 효과가 있겠다. 그러나 만일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면, 과정 중심의 일반적 글쓰기 교육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위험부담이 있다.
하지만 읽기 비중을 줄이고 글쓰기 과정에 대한 교육에 보다 시간을 할애한다면, 이는 비교적 부담이 덜하면서도 의미 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때 읽기 주제는 앞에서 제시한 하버드의 예에서처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읽기 교육의 방식은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대한 통합적 고찰을 통해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수사적 읽기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 같은 수사적 읽기를 대학 신입생 글쓰기 교육에 통합할 경우, 읽기 텍스트는 너무 다양하거나 방대해지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자칫 쓰기가 아닌 읽기 교육에 치우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많지 않은 양의 텍스트에 집중하여 텍스트의 맥락과 내용, 구조를 자세하고도 비판적으로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 되겠다.
더불어 읽기 텍스트의 주제를 신입생 글쓰기 교과의 각 분반에 따라 달리 정한다면,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 분반을 선택하여 주제 선정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덜고 자신의 관심분야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자 또한 선택 주제와 관련하여 좀 더 풍부하고 적절한 학습자료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여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4.3. 퇴고 단계: 자기평가 글쓰기
퇴고 단계에서 행할 수 있는 자기평가 글쓰기는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해 평가하고 성찰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퍼듀 대학의 경우나 플로리다 대학 ”ENC 1101: Expository and Argumentative Writing” 과목의 수업계획서 사례(Univ. of Florida, 2022) 를 보면, 글쓰기 실습과제를 제출할 때 학생들은 그 과제에 대한 성찰글을 함께 제출하게 되어 있다. 퍼듀대의 예에서는 매 과제마다 짧은 성찰글을 쓰게 하고 있고, 플로리다의 예에서는 제11주 과제로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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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평가 글쓰기 (400단어)
지금까지의 글쓰기 과정을 돌이켜보며 수업에서 자신에게 어떠한 진전과 발전이 있었는지 분석한다. 또한 자신의 글쓰기에서 더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개선 계획을 제시한다.
이 같은 과제는 자신의 글이 어떤 맥락에서 작성된 것인지, 글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어떠한 효과를 내고자 했는지 학생 스스로 설명하고 평가하게 한다. 이처럼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글쓰기를 수행함으로써 글이란 특정한 맥락 속에서 특정한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수사적 행위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맥락에 따른 효과적인 글쓰기의 방법을 학생 스스로 모색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자기평가 글쓰기는 보다 본격적인 형태의 것이 될 수도 있는데,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의 예(Universtiy of Central Florida)를 들면 다음과 같다.
<“건축심사단 활동에 담긴 (텍스트 생산과 사용의) 여정”에 관한 작가의 진술>
…처음 이 과제의 지시사항을 받았을 때 어떤 활동을 선택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 건축학도로서 나는 읽기, 쓰기 등의 많은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바넨(Kovanen)의 글을 읽고 시간을 들여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한 후에, 텍스트는 간단하고 뻔한 글이 아니라 오히려 신체활동이나 말하기 등 다양한 다차원적 활동 사이에 숨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전적으로 행위와 프레젠테이션 기반 프로젝트로 구성된 학문을 전공하는 내 마음 속에 새로운 범위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몇 가지 고려 끝에 나는 건축 분야에서 언어적 활동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바로 심사위원단 평가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한 작품의 이미지들을 글에 전반적으로 담은 것이었다. 교수님께서 구체화하기 전후의 설계 이미지들을 보여줌으로써 그것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고, 텍스트가 어떠한 실제적 상호작용들을 거쳐 갔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위의 예시글은 영어작문 시간에 제출한 과제에 대해 학생작가 자신이 성찰글을 쓴 것이다. 과제의 내용은 ”물리학 및 화학 분야에서의 글쓰기 활동 추적하기: 학술적 지식의 형성에 내재된 글쓰기의 내력을 향하여”라는 글을 참고하여 자신이 속한 분야에 내재되어 있는 글쓰기 활동의 차원을 고찰하는 것이었다. 위의 인용문에서 학생작가는 이러한 과제의 주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참고자료의 맥락을 통해 찾아내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 주제를 구체화한 과정을 서술하였다. 또한 집필 과정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 제시의 방법을 고안하였음을 밝혔다. 이처럼 자기평가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쓰는 글의 수사적 상황을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양면에서 스스로 성찰할 수 있다.
5. 결론
이상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의 역사와 의의 및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양상과 문제를 살펴보고, 수사적 읽기⋅쓰기 교육을 중심으로 대학 글쓰기 교육 다원화의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보편담화 교육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의사소통이라는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글쓰기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목적과의 조화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합리적 의사소통 교육이라는 목적을 전제로 할 때 의사소통 과목 선택형이나 의사소통 통합형, 또는 계열별 글쓰기 등은 대학신입생 글쓰기 교육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일률적인 보편담화 교육은 다양성 증진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이 같은 한계들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이 글에서는 멀티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는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을 제안하였다.
수사적 쓰기⋅읽기를 교육한다는 것은 특정 장르의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글에는 여러 장르가 있으며 각 장르에 따라 글의 목적과 의미,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 자체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쓰기의 여러 가지 목적과 방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 교육법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글이 여러 가지 맥락에서 어떻게 달라지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지식을 습득하고 이로써 향후 전공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맥락에서 글쓰기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신의 전공 혹은 관심 분야에 대해 수사적 상황을 분석해 보는 활동 같은 것은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글이 처한 글쓰기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시키는 동시에, 학생들 개개인이 자신의 전공이나 흥미와 관련한 글쓰기의 맥락을 미리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렇듯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은 전공 연계성과 관련하여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사적 쓰기와 읽기 텍스트를 전통적인 문서 형태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텍스트로 외연을 확장하여,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텍스트들에 대한 멀티리터러시를 학생들로 하여금 갖추게 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학내외적 상황을 아우르는 다양한 맥락에서 글쓰기를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한편 분반별로 읽기 주제와 텍스트를 달리함으로써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러 전공 분야에서 접근 가능한 융합적 읽기 주제와 텍스트를 분반별로 정하고 이를 학생들이 선택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성과 학생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다양한 이점을 지니는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은 기존의 과정 중심의 보편담화 교육과 통합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정 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기초교육으로서의 중요성과 효과가 인정되어 통용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 체계 안에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을 통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계획하기 단계와 고쳐쓰기 단계에서 수사적 상황 분석과 수사적 읽기, 그리고 자기평가 글쓰기 등의 활동을 삽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고에서는 수사적 쓰기⋅읽기 교육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만 살펴보았을 뿐 실제적인 효과 검증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기약한다. 한정된 시수 내에서 체계성과 자율성을 모두 지닌 대학신입생 글쓰기수업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사적 쓰기⋅읽기와 과정 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통합하는 것도 3학점짜리 글쓰기 수업에 모두 담기에 버거울 수 있다. 특히 글쓰기 교육은 무엇보다 개인별 혹은 그룹별 소규모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정된 시수에서나마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별 학생수를 줄이고 블렌디드 수업 등의 교수법을 개발하여 학생교수 간 상호작용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 글쓰기 수업의 규모가 15명 내외인 데 비해 한국 대학의 경우는 이의 배에 가깝다. 교수법의 선진화는 인프라의 선진화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교수법 개발과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