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현대 사회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오늘날의 의사소통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자료검색 과정에서 우리는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탐색하며, 우리의 온라인 글쓰기 활동은 단순한 문자 기반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이미지, 소리, 텍스트 등 다양한 모드의 결합(multimodality)으로 확장되었다(Jewitt, 2008; Kress & van Leeuwen, 2001; Shetzer & Warschauer, 2000). 매체의 발전과 기술의 변화로 의사소통 방식은 다양화되었으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시청각 이미지가 결합된 ”보기(viewing)”가 주요 이해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시청각 이미지와 소리를 활용한 말하기, 쓰기 및 발표 등이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듯,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부터는 기존의 언어 기능적 관점에 의해 교육영역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던 것에서 벗어나 언어의 사회적인 관점에 의해 ‘이해’ (reception)와 ‘표현’(production)의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영어 학습의 목적은 삶과 연계한 실생활 맥락에서의 사용이기에 이해 영역에서는 담화나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어 정보를 처리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표현 영역에서는 말, 글, 시청각 이미지 등의 매체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 2022).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digital multimodal composing)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소리,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기호학적 모드를 통합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Jiang, 2017). 이러한 과정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이루어지며, 전통적인 단일 모드 글쓰기와는 달리 다양한 매체와 표현 양식을 통합하여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비디오, 오디오 팟캐스팅, 인포그래픽, 포스터, 소책자, 만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Hafner, 2020).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학습자들의 교육권 확보와 학습권 보장을 위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를 비롯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을 영어교육에 접목해 더욱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Kim, 2022). 지금까지 밝혀진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의 주요한 영어 교육적 효과로는 학습 동기 향상(Hafner & Miller, 2011; Hung, Hwang, & Huang, 2012; Jiang & Luk, 2016), 학습 자율성 향상(Hafner & Miller, 2011), 학업 성취도 향상(Hung et. al., 2012), 그리고, 자신감(Unsworth & Mills, 2020)을 들 수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는 ESL/EFL 교육에서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으나(Early, Kendrick, &Potts, 2015), 영어교육학자들은 디지털 도구들이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ESL/EFL 교육과정에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를 필수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Early et al., 2015; Elola & Oskoz, 2017; Jiang, 2017; Kress, 2003).
대한민국은 현재 ‘유튜브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유튜브가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강민정, 정은주, 조해윤, 2020; 류현정, 2023). 2022년 9월 기준으로, 한국의 유튜브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4,300만 명을 초과하였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최선화, 2023). 유튜브 영상은 텍스트, 이미지, 음향, 영상 등의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디지털 복합양식(multimodal) 글쓰기에 속한다. 특히,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유튜브 영상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의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가장 익숙한 디지털 미디어인 유튜브를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의 주요 형식으로 채택함으로써, 학생들이 본 프로젝트에 보다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3가지 세부 연구 질문들을 통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2. 선행 연구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를 활용한 영어교육에 관한 다수의 국내외 연구가 진행되었다. 국내 대학에서는 영어 수업에서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를 digital storytelling (Park, 2019), video project (Bae & Back, 2019), 그리고 storyboard writing (Kim & Belcher, 2020; Kim, Belcher, & Peyton, 2023)의 형태로 활용하였다.
Park (2019)은 124명의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1학기 동안 digital storytelling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이야기를 만들어 5~10분 길이의 비디오 영상을 제작하였다. 학생 설문 결과에 따르면, digital storytelling을 통한 영어 수업은 학생들의 영어 읽기와 쓰기 실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말하기 실력 향상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 그러나 사전-사후 TOEIC 말하기 시험 결과에서 학생들은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으며, 이는 학생들이 느끼는 실력 향상과 실제 향상 간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학생들은 소그룹 협업, 창의성 발휘, 그리고 테크놀로지 활용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Bae & Back (2019)는 연기와 뮤지컬 전공 대학 신입생 40명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에서 video project를 실시하였다. 이 활동에서 학생들은 영어 대본을 선택하여 짝 또는 그룹을 이루어 그 대본을 외우고 연기한 후 녹화하였다. 설문조사와 인터뷰 결과, video project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부여에 효과적이었다.
Kim & Belcher (2020)는 이미지와 구두 서술을 결합한 storyboard writing 활동과 전통적인 논설문 쓰기 활동을 18명의 대학생들에게 실시하였다. 두 가지 영작문을 문장구조의 복잡성과 정확성 면에서 비교한 결과, 전통적인 에세이 쓰기가 storyboard writing보다 더 복잡한 문장구조를 가능하게 했으나, 정확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었다. 학생들은 storyboard writing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며, 전통적인 에세이 쓰기보다 더 흥미를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toryboard writing이 영어 작문 능력 향상에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Kim, Belcher, & Peyton (2023)은 Kim & Belcher (2020)의 연구 결과를 추가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41명의 한국 대학생을 storyboard writing 활동을 하는 실험 그룹과 전통적인 에세이 쓰기를 하는 통제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이들은 한 학기 동안 각각의 글쓰기 형식으로 원인과 결과에 대한 글과 논설문을 작성하였다. 학기 초와 학기 말에 시행한 TOEFL 스타일의 writing pre-test와 post-test 결과를 비교했을 때, 두 그룹 모두 상당한 쓰기 능력 향상을 보였으며, 실험 그룹이 통제 그룹보다 더 긴 문장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는 storyboard writing이 영어 작문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며, 전통적인 에세이 쓰기와 병행하면 학습자의 동기부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국내 연구들은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가 영어교육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의 한 형태인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를 영어교육에 적용한 연구는 국내에서 아직 부족하다. 예를 들어, Bae & Back (2019)의 비디오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연기를 그대로 녹화한 것으로, 시각 및 음향 효과를 활용한 영상 편집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트로 간주될 수는 있으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해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영어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를 제작하여 실제로 YouTube에 업로드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먼저, Hafner (2014)는 대학생들이 과학 다큐멘터리를 영어로 제작하여 YouTube에 업로드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실재하는 온라인 청중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hook”을 개발하고,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담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으로, Sun & Yang (2013)은 학생들에게 대학과 도시를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YouTube 영상을 영어로 제작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대중 연설 기술을 향상시키고,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며, 자신만의 학습 전략을 개발할 수 있었다.
Yeh (2018)은 대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Multimedia English 수업에서 대만 문화를 소개하는 디지털 비디오를 제작하여 YouTube에 업로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은 성찰지를 통해 분석되었으며, 다수의 학생들이 비디오 제작 과정을 통해 다중 문해력(multiliteracy)이 향상되었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이미지, 텍스트, 음향, 영상 등의 다양한 기호 자원이 상호작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었다고 응답하였다.
마지막으로, Chen (2020)은 대만 대학생들에게 그들이 잘하는 것에 대한 3분짜리 tutorial 영어 영상을 제작하여 YouTube에 업로드하고, 온라인 청중의 논평에 답변하도록 하였다. 이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기술적, 교육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온라인 언어 에티켓에 대해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해외 연구들은 YouTube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제작이 영어향상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적인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YouTube 형식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대학 교양 영어 회화 수업에 적용해 보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인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3. 연구 방법
3.1.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교양 필수 공학인증 과목인 영어 회화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5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023년 1학기 동안 진행되었다. 영어 회화 수업은 3학점 과목으로 주 3시간 수업이 시행되었다. 공학인증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대다수 학생이 공대 남학생들이었으나 다른 과에서 교양선택 과목으로 수강 신청한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구체적으로 〈표 1〉을 보면, 남자 41명(72%), 여자 16(28%)명으로,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학생들의 전공을 보면 공학 45명(79%), 인문 8명(14%), 기타 4명(7%)으로, 대부분이 공학 전공이었다. 마지막으로, 학년 구성을 보면 2학년이 31명(54%)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4학년 15명(26%), 3학년 10명(18%) 순이었으며, 1학년은 단 1명(2%)에 불과했다.
3.2. 연구 절차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는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희망에 따라 개인별, 또는 그룹별로 동영상을 제작하였는데, 그룹의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구성원을 모집하여 구성하되 4인 이하로 구성하도록 하였고, 그룹 내에서의 각자 역할을 영상에 명시하도록 하여 무임승차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는 YouTube 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동영상(예: 토크쇼, 맛집 기행, 대학 안내, 재테크, 뷰티, 요리 등)이 존재하듯이, 어떤 특정한 장르나 소재의 제한 없이 학생들이 원하는 소재와 형태로 3분 내외의 동영상을 만들되, 영어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때 학생들이 화면에 직접 나와 영어로 말하면서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얼굴이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영어 자막을 넣고 그것을 읽는 식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도 허용하였다. 평가 항목은 발표 내용(5점), 영어의 유창성(10점), 영어의 정확성(10점), 그리고 비디오 녹화 및 편집 능력(5점)으로, 총 30점이었고, 전체 평가 점수 100점에서 30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학생들은 학기 중 1~8주 동안은 학생들은 개인 또는 그룹별로 교실 밖에서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였고, 9~16주에는 학생들이 그동안 준비한 영상을 발표하였다. 한 수업 시수 당 2~3명 또는 2~3팀이 발표하였는데, 수업 시간에 영상을 다 같이 시청한 후에는 학생들이나 교수자가 발표자나 발표팀에게 영상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영어로 질문하면 발표자 또는 발표 팀이 이에 대한 답변을 영어로 하는 Q&A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해외 선행 연구와는 달리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을 YouTube에 업로드하지 않고, 대신 학교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활용하여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만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 1]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의 실행 단계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3.3. 자료수집 및 분석
본 연구는 학생들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만들기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양적 및 질적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혼합 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를 위해 한 학기가 끝난 후, 무기명 설문 조사와 반구조화 면담이 시행되었다. 설문 조사는 57명의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기 마지막 수업 시간에 실시되었다. 설문 문항은 학생들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만들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리커트 척도를 사용한 4개의 문항과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만들기에 대한 장점, 단점, 그리고 제안 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서술형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설문 응답에 대한 깊이 있는 추가 정보 수집을 위해 학기가 끝나고 방학 중에 유선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총 13명의 학생이 인터뷰에 지원하였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개인 면담을 각각 20~30분가량 실시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녹음하여 추후에 전사하고 분석하였다.
인터뷰 분석 방법으로 주제 분석(Braun & Clarke, 2006)을 사용하였는데 그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터뷰 데이터를 여러 번 반복에서 읽고 듣는 과정에서 데이터에 익숙해진 후에 흥미롭거나 중요한 부분을 코드로 표시하였다. 이후, 생성된 코드들을 그룹으로 분류하여 몇 가지 주제를 형성하였고, 형성된 주제들이 연구 질문의 중요한 부분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주제 간의 중복이 없는지를 검토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 질문에 맞게 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적절한 이름을 부여하였다.
4. 결과 및 분석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대학 교양 영어 회화 수업에서 적용한 결과를 연구 질문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1. 학생들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설문 조사 결과와 인터뷰 내용을 보면, 거의 대다수의 학생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표 2〉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표 2〉
첫째, 86%의 학생들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설문지와 인터뷰 응답을 보면, 다양한 영어 표현을 배워 그것을 말해보고, 남들이 인식할 수 있는 영어 발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 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다.
직접 영어를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상을 만들고 직접 영어로 말하면서 나의 영어 발음 실력을 알고 다양한 표현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 설문)
직접 제가 만든 영어 문장을 읽어보는 경험을 통해 문장을 어떻게 짜야, 그리고 발음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좋게 들릴까 연구하게 되었고 이 경험이 제 실력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 (학생 설문)
제가 이제 나레이션을 준비하면서 이거를 한 번 녹음으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아무래도 발음적인 측면도 더 신경 써야 되고 이제 좀 풀 센텐스로 계속 말해야 되다 보니까 이제 그런 데 있어서 계속 좀 말해보고 이제 발음이 좀 틀리면 다시 해보고 찾아보고 이러면서 이제 그런 데 있어서 조금은 그런 말하는 스킬이 향상되지 않았나 이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태민 인터뷰)
둘째, 71%의 학생들은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영어 문장을 쓰고 읽으면서 영어를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모르는 영어 표현들을 찾아보면서 새롭게 영어를 익히게 되었습니다. (학생 설문)
셋째, 72%의 학생들은 불안감이 감소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또 실수해도 반복해서 여러 번 녹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완화되었던 것을 학생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좀 주제가 좀 컸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냥 일상이라 하니까 다른 영어를 쉽게 접하지 않는 친구들도 내 삶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거니까 문장도 비교적 쉽게 만들어지고 아니면 제가 흥미 있는 거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거니까 재미를 쉽게 붙여서 할 수 있어서 불안감도 쉽게 줄고 내가 좋아하는 걸 설명하니까 불안감이 좀 완화되었다고 생각해요. (예솔 인터뷰)
원래 제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고 말하기나 이런 것도 잘못했는데 영상을 만들면서 이렇게 녹음을 하니까 스피킹 같은 거 할 때 조금 두려움? 그런게 조금 덜어졌다고 할까? (영은 인터뷰)
근데 (영어 과제 중에서) 동영상 만들기가 학생 입장에서 부담은 제일 적은 거 같아요. 왜냐하면 계속 다시 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여러 번이잖아요. 자기가 마음에 들 때까지 자기한테 달려 있으니까… (민지 인터뷰)
마지막으로, 91% 학생들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한 것에서 학생들의 본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학생들의 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과제 난이도도 쉽고, 그리고 이참에 영상 만들어 보는 능력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같이 한다면, 이제 친구들도 새로 사귈 수 있고, 이런 모든 이유들이 제가 (이 과제를) 추천하는 이유에요. (동석 인터뷰)
이렇게 뭔가 그냥 글로 쓰는 레포트나 뭐 이런 거는 (과제로) 많이 있어도 직접 이렇게 자기가 동영상을 찍으면서 이제 이런 과제를 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제가 있으면 이제 따분하게 이렇게 그냥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이제 재미를 갖고, 흥미를 갖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태민 인터뷰)
이와 같이, 학생들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고, 영상 제작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협업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하였다. 특히, 일반 글쓰기 과제와 달리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경험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추천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4.2. 학생들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 또는 장점은 무엇인가?
4.2.1. 영어 실력 향상
학생들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제작 활동을 통해 영어 어휘와 표현을 습득할 수 있었고 영어 발음도 향상되었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학생들은 브이로그 형태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제작을 통해 시험용 영어가 아닌, 실생활에 쓰이는 ”진짜 영어”를 사용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표현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고 대답하였다.
실생활에서 쓰는 단어들을 영어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 설문)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일상에서 쓰인 문장들을 영어로 접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 설문)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좋아하는 분야의 영단어 및 표현들을 배우게 되어서 좋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그림 2]는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인 스케이트 보드 타기를 소개하는 학생 영상의 일부이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영어 단어와 표현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생 설문)
그냥 본인이 이제 원하는 주제로 동영상 제작하다 보면 영어 단어 뜻 같은 거 직접 찾아보면서 이게 효과 (영어) 학습 효과도 있고… (동석 인터뷰)
또한, 학생들은 영상을 녹화하면서 자신의 영어 발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할 수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학생들은 녹음된 자신의 발음을 반복하여 들으면서 발음 및 억양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아 자연스러운 발음을 위해 반복적으로 녹음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의 발음이 빠르고 정확해지는 효과를 가져왔음을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을 찍어보며 나의 영어회화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학생 설문)
영어 동영상을 만들며 나의 발음을 들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평소에 영어로 말을 하더라도 말하기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영상에 더빙을 하면서 내가 어떤 억양과 발음으로 말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학생 설문)
제 발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검토하고 자연스럽게 하려면 노력하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또 영상을 만들기 위해 외국 동영상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표현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학생 설문)
(동영상) 장점 같은 경우는 이제 동영상 자료를 통해서 이제 본인의 영어 발음 실력 그런 걸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교정할 수 있다는 거. 교정할 때 좀 그런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계속 반복 녹음하면서 아무래도 계속하다 보면 좀 더 좋은 발음이 나올 수 있고 그러니까요. (동석 인터뷰)
이와 같이 학습자가 자신의 발화를 직접 듣고 발화를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여러 차례 녹음을 시도하면서, 학습자는 자신이 목표하는 발음, 억양 등의 유창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허선영, 2019), 발음 교정이나 오류수정을 할 수 있어서 (Sung, 2010), 정확한 발음 습득에 도움이 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4.2.2. 자기주도학습 능력 향상
학생들이 브이로그 형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거나 관심 분야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영상 제작에 필요한 어휘나 표현을 스스로 온라인 검색을 통해 탐색하고, 해당 표현이 문맥에 적절한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졌음을 인터뷰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단어 같은거는 다 찾아 보았거든요. 편의점 정산이라던가 이런 단어를 제가 잘 몰라가지고 찾아봤는데 그러면서 단어를 조금 배우니까 잘 배워지는 것 같고… 저는 보통 (온라인)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보았어요. 처음에 정산이라던가 유통기한이라던가 이런걸 제가 잘 몰라가지고 사전에서 이런걸 찾아 보면서 자막을 썼어요… 솔직히 단어 찾는거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는데 문맥 같은게 이게 맞나… 문맥 같은게 좀 어렵더라구요. 자막 다는데… 처음에 이제 동영상을 만들면서 이제 제가 단어 같은 것도 찾아보고 그러니까 단어 같은 것도 이제 찾아보면서 이제 공부가 좀 됐었던 것 같고 이제 문맥 같은 경우에도 이제 제가 이제 자막을 쓰면서 이게 맞나 이런 고민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런 고민 자체가 이제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윤성 인터뷰)
[그림 3]은 윤성 학생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영상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또한, 학생들은 과제가 단순히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교수자와 학우들이 함께 시청하는 것을 의식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의사전달과 재미 등의 요소에 특별히 신경 썼음을 볼 수 있다.
3분이상 영어로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부분을 교수님도 보시지만 다른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도 보기 때문에 좀 더 발음이라든지, 이런 것도 정확히 찾아서 신경을 쓰고 그랬던 것 같고, 좀 더 재미를 위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수형 인터뷰)
학습자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모르는 부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파악하는 메타인지적 지식이 필요하다(이정은, 정동빈, 2012). 이는 학습자들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인지하고, 이를 검색하거나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습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학습자들이 해당 영상을 시청할 교수자와 동료 학생들을 의식하며, 명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정확한 발음과 담화적인 요소들을 영상 제작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에 실제 관중이 있을 때 높은 동기가 유발되며, 학습 과정 중 주도적으로 정보를 검색하여 과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Hafner & Miller (2011)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즉, 학습자들이 자신의 영상을 다른 학생들과 교수자 앞에서 발표하는 상황은 학습자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책임감을 높여주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도록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4.2.3. 재미와 즐거움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하면서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답변에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는 재미와 학습을 둘 다 잡은 학습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챙길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학생 설문)
굉장히 재미있었고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고민해가면서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학생 설문)
처음으로 브이로그를 찍고 편집했다. 살면서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수도 있다. 시험 대신에 이 과제를 하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정말 유익했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해보고 싶은 과제였다. (학생 설문)
일단 브이로그라는 거를 이제 처음 만들어 봤으니까… 그런 거에 있어서 이제 좀 어렵긴 했는데 만들다 보니까 이제 되게 새로운 그런 경험이어서 흥미로웠고 되게 도움도 많이 되고 재밌었던 그런 과제였던 것 같아요. (태민 인터뷰)
동영상 과제는 이제 제가 좀 처음 받아봤거든요. 근데 이제 처음에 어떻게 해야 되지 소재 같은 것도 생각하고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다른 과제랑은 다르게 일단 과제가 재미있더라고요. 과제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거는 제가 처음 알았어요 (윤성 인터뷰)
특히, 과제를 혼자하지 않고 친구들과 같이 진행한 학생들의 경우, 이 과제를 하면서 친구들과 친목, 협업,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설문 응답도 있었다.
동영상을 만들며 조원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학생 설문)
친구들과의 협업이 즐거웠다. (학생 설문)
친구들과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학생 설문)
[그림 4]의 동물원 탐방 영상에서 학생들의 동물원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영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또한 다른 학생들의 영상을 보는 것이 좋았다고 응답도 발견되었다.
나의 일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또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대신 경험할 수 있었다. (학생 설문)
다른 사람의 삶을 공유 받아서 좋았습니다. (학생 설문)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본인 또는 동료 학습자의 영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EFL 학습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그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박지현, 이주희, 2022). 이러한 재미와 즐거움은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고 학습 성과를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Mouratidis, Vansteenkiste, Sideridis, & Lens, 2011; Wang, 2022; Zhang, Dai, & Wang, 2020). 따라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자들이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했다는 점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접해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에서 발생하는 신기효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4.3. 학생들이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 또는 단점은 무엇인가?
4.3.1. 언어적인 어려움
학생들은 영어 실력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 전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아래와 같이 토로하였다.
원하는 표현을 한국어 대신 영어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학생 설문)
영어를 잘 하지 않아서 대본 작성이 힘들었습니다. (학생 설문)
아직 영어 표현을 풍부하게 쓰지 못하여 의사전달이 힘들었다. (학생 설문)
내가 쓴 영어 표현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학생 설문)
제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 단어가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모르면서 올라가지고 계속 파파고 돌리면서 했는데 네 그래도 이게 좀 아닌 것 같다 싶어서 한 네 다섯 번은 계속 반복해서 했던 것 같아요. (경수 인터뷰)
또한, 영어 발음이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 잘 나오지 않아서 영어로 녹음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이 힘들었다. (학생 설문)
영어 발음이 어색해 몇번이고 다시 녹음을 했다. (학생 설문)
제 약간 녹음을 들으면서요…생각보다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발음이 구리다? 그냥 뭔가 제가 영어를 말할 때 그냥 조금 유창하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그냥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좀 스무스하게 물 흐르듯이 나오지 않는구나 이렇게 느꼈어요. (예솔 인터뷰)
4.3.2. 동영상 제작 및 편집
57명의 학생 중 동영상 만들기(우리말 동영상 포함)를 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35명,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32명으로, 그 비율이 비슷하였다. 동영상 제작 및 편집의 경험이 없었던 학생들의 경우,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응답하였다.
영상 편집 응용소프트웨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학생 설문)
영상을 찍고 편집해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학생 설문)
영상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고 핸드폰으로 했기 때문에 불편한 게 있었어요. 제일 힘들었고 안된 것은 자막이었어요. 그래서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웠어요. (민지 인터뷰)
4.3.3. 주제 선정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이것이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경우도 발견되었다.
주제가 정해져있지 않아 처음 뼈대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학생 설문)
또한, 교실에서 영상을 함께 시청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한다는 부담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주제를 선정하기 힘들었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고르기 힘들었다. (학생 설문)
컨텐츠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학생 설문)
마지막으로, 교수자가 주제를 정해주는 것이 학생입장에서는 부담이 덜 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저는 학과 관련해서 주제를 정하거나 아니면은 뭐라고 해야 되지 딱 우리가 흥미 있을 만한 그런 주제를 찍어주시면은 좋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경수 인터뷰)
학생들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영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영상을 처음 제작하는 학생들에게 자유 주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런 경우에는 자유 주제보다는 특정 주제를 제시함으로써 학습자의 창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영어와 영상 제작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5. 결론 및 제언
COVID-19 팬데믹을 경험하며 우리는 불가피하게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 즉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는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효과적인 준비 단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영어 수업에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활용해 보려고 해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본 연구는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YouTube 형식의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적용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반응을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과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이 디지털 복합양식 글쓰기를 통해 영어 말하기 실력과 자신감이 향상되었으며, 불안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다른 학생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학생들이 지적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의 주요 장점으로는 영어 실력 향상, 자기주도학습 능력 강화, 그리고 학습의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실용 영어를 학습하고, 이를 말할 기회를 얻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관심 있는 분야의 새로운 영어 단어 및 표현을 익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녹음된 자신의 영어 발화를 청취하면서 객관적으로 발음을 평가할 수 있었고, 녹음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부자연스러운 억양과 발음을 교정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가 전통적인 레포트 과제보다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평가하였다.
반면, 학생들이 지적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의 단점으로는 정확한 의사전달의 어려움, 동영상 제작 및 편집의 기술적 난이도, 그리고 주제 선정의 부담이 포함되었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매개로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를 적절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확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또한, 발음이 의도한 대로 발화되지 않아 명확한 의사 전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영상 제작 및 편집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자유 주제로 인해 과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일부 학생들의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영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영상 제작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주제나 콘텐츠를 정해주는 방식으로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창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영어 학습과 영상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가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 결과물은 아직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를 수업에 활용해 보고자 하는 영어 교수자들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를 도입하는 것은 변화하는 디지털 교육 환경의 요구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학생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기술이 언어교육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정규화(normalisation)” (Bax, 2003, 2011)를 경험하게 되어, 영어와 기술에 대해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복합양식 비디오 프로젝트는 교육자와 학생 모두가 스마트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