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필자 40명의 논증적 글쓰기에서 챗GPT와의 전반적인 문답 양상을 점검한 이후에는, 이들이 챗GPT로부터 받은 답변을 자신의 원고에 활용하는 방식을 유형화하고, 유형별 활용 빈도가 필자의 쓰기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이후, 각 답변 활용 유형별 긍정적⋅부정적 활용 양상을 사례 필자의 경우를 통해 고찰했다.
3.2.1. 챗GPT 답변의 활용 유형 및 유형별 활용 빈도
<표 5>는 필자가 챗GPT의 답변을 글에 활용하는 유형 및 유형별 활용 빈도를 나타낸 것이다. 각 유형의 성격 및 필자 집단별 유형 활용 빈도의 특징적 양상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표 5>
필자의 챗GPT 답변 활용 유형 및 유형 활용 빈도
|
유형 |
정의 |
의미적 변형 |
구성적 변형 |
표현적 변형 |
전체 필자 |
상위 집단 |
하위 집단 |
지식 나열 |
⑴ 그대로 사용하기 |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그대로 사용함 |
X |
X |
X |
20 (14.4) |
4 (10.0) |
9 (22.0) |
|
⑵ 요약 및 재진술하기 |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요약하거나 필자의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함 |
X |
X |
○ |
48 (34.5) |
12 (30.0) |
15 (36.6) |
|
지식 배치 |
⑶ 틀 세우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합하여 논리적 구조를 구성함 |
X |
○ |
○ |
35 (25.2) |
8 (20.0) |
8 (19.5) |
|
지식 변형 |
⑷ 종합하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필자의 생각과 결합하여 새로운 내용을 구성함 |
○ |
○ |
○ |
30 (21.6) |
14 (35.0) |
8 (19.5) |
|
⑸ 도약하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내용을 창안함 |
○ |
○ |
○ |
6 (4.3) |
2 (5.0) |
1 (2.4) |
|
|
|
|
|
139 (100) |
40 (100) |
41 (100) |
먼저, 필자가 챗GPT의 답변을 글에 활용하는 유형은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되었다.
첫 번째는 ‘그대로 사용하기(Direct Use)’로, 챗GPT가 제공한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의미적⋅구성적⋅표현적 변형 없이 필자의 글에 그대로 포함하는 유형이다. 챗GPT의 답변은 필자의 생각이나 글을 전제하지 않은 의존적 질문(

“동물원의 주요 역할을 한 문장으로 진술해줘.”)에 대한 것이 될 수도 있고, 필자의 생각이나 글을 중심으로 한 주도적 질문(

“내가 동물원의 역할에 대해 쓴 다음 문장을 문법에 맞게 고쳐줘.”)에 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챗GPT가 제공한 답변을 변형 없이 그대로 글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의 보존과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글에 반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요약 및 재진술하기(Summarizing and Paraphrasing)’로, 챗GPT가 제공한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요약하거나 필자의 표현으로 바꾸어 글에 포함하는 유형이다. 답변의 의미적⋅구성적 변형은 없으나, 표현적 변형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챗GPT가 동물원의 문제점을 3개 문장으로 기술한 사항을 필자가 요약하여 “동물원은 동물들의 복지와 건강을 해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방해하며, 인간에게 잘못된 생태계 이해를 하게 할 수 있다.”는 1개 문장으로 글에 포함하는 것이다. 필자의 의존적 질문 및 주도적 질문 모두에 대한 답을 요약 및 재진술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틀 세우기(Framing)’로, 챗GPT가 제공한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합하여 논리적 구조를 구성하는 유형이다. 챗GPT가 제공한 답변 내용 자체의 의미적 변형은 없으나, 이를 일정한 구조(

인과 구조, 수집 구조 등)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생각이 적용된다. 답변(들)의 내용이 필자가 생성한 구조에 배치되면서 구성적 변형이 일어나고, 대부분의 경우 표현적 변형이 수반된다. 예를 들어, 챗GPT로부터 동물원의 부정적 측면, 긍정적 측면, 부정적 측면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개별적인 질문을 통해 답변을 받은 후 이를 비교⋅대조 구조 및 문제해결 구조를 사용하여 ‘동물원의 긍정적 측면에는 A, B가 있는 반면, 부정적 측면에는 C, D가 있는데, C와 D의 문제는 E, F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진술로 구성해 글에 포함하는 것이다. 필자가 먼저 특정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구조 안에 배치될 사항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질문하여 받은 답변들을 보며 구조를 떠올릴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종합하기(Synthesizing)’로, 챗GPT가 제공한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필자의 생각과 결합하여 새로운 내용을 구성하여 글에 반영하는 유형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내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의미적⋅구성적⋅표현적 변형이 모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챗GPT가 제시한 답변인 “동물원은 방문객들에게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와 필자의 생각인 “동물원의 폐쇄적 공간 구조는 동물 복지를 침해하여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게 한다.”를 결합하여, “동물원은 동물의 본래적 행동과 습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공간을 만들어 방문객들이 자연과 동물의 생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새로운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다. 종합된 결과물에는 챗GPT의 답변(동물원이 수행하는 교육적 역할)이 갖는 한계(공간 구조 문제로 인해 온전한 교육적 역할 수행 못함)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결합하여 변증적 발전(기존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물원의 교육적 역할이 필요함)을 이루었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다섯 번째는 ‘도약하기(Leaping)’로, 챗GPT가 제공한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로부터 영감을 얻어 전혀 새로운 내용을 창안하여 글에 반영하는 유형이다. 답변(들)로부터 연상되거나 또는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필자의 새로운 생각이 글에 포함되므로, 글에는 챗GPT가 제공한 답변(들)의 흔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챗GPT가 제시한 답변 중 “동물원은 방문객들에게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를 보고 영감을 얻어 “도시 내에 생태환경교육센터를 건립하여 VR과 AR을 통해 방문객들이 자연 서식지에서 동물 행동과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전혀 새로운 내용의 생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종합하기’의 결과물과 달리, ‘도약하기’를 통해 생성된 새로운 문장에는 챗GPT의 답변인 ‘동물원이 수행하는 교육적 역할’과 관련된 내용은 분명하게 남아 있지 않다.
이상의 다섯 가지 답변 활용 유형은 필자 집단에 따라 각기 다른 빈도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전체적으로 필자들은 글쓰기 과정에서 챗GPT 답변에 대한 의미적 변형보다는 표현적 변형만을 시도하거나, 표현적⋅구성적 변형을 시도하는 데 그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필자의 답변 활용 양상은 [요약 및 재진술하기(34.5%) > 틀 세우기(25.2%) > 종합하기(21.6%) > 그대로 사용하기(14.4%) > 도약하기(4.3%)]의 순서로 나타나, 의미적⋅구성적 변형 없이 답변 내용을 글에 반영하는 지식 나열(knowledge-telling)
7) 유형(그대로 사용하기, 요약 및 재진술하기)의 활용이 1/2 수준(48.9%)에 이르렀다. 특히 ‘요약 및 재진술하기’는 쓰기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필자 집단에서 30% 이상의 비율로 활용되어, 챗GPT의 답변을 필자의 목적에 맞게 요약 또는 재진술하여 글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선호되는 유형임이 확인되었다. 또한 구성적⋅표현적 변형은 있지만 여전히 의미적 변형은 발생하지 않는 지식 배치(knowledge-arrangement) 유형(틀 세우기)을 포함하면, 필자들이 활용한 답변의 3/4 수준(74.1%)에서 의미적 변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필자의 쓰기 수준에 따라, 챗GPT 답변에 대한 의미적 변형이 발생하는 지식 변형(knowledge-transforming) 유형(종합하기, 도약하기)의 활용, 특히 ‘종합하기’ 유형의 활용 양상이 매우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상위 집단은 [종합하기(35.0%) > 요약 및 재진술하기(30.0%) > 틀 세우기(20.0%) > 그대로 사용하기(10.0%) > 도약하기(5.0%)]의 순서로, ‘종합하기’ 유형의 답변 활용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하위 집단은 [요약 및 재진술하기(36.6%) > 그대로 사용하기(22.0%) > 틀 세우기(19.5%) = 종합하기(19.5%) > 도약하기(2.4%)]의 순서로, ‘종합하기’ 유형의 답변 활용률은 19.5%에 그쳤다.
‘종합하기’ 유형의 활용에 상위⋅하위 집단 간 명확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두 집단의 문답 양상의 차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 절에서 살펴본 바, 상위 집단은 하위 집단에 비해 챗GPT와 ‘대화’ 또는 ‘토론’ 형식의 연속된 문답을 많이 수행하고 ‘정보’ 외에도 ‘제안’이나 ‘평가’ 등 다양한 유형의 답변을 받은 반면, 하위 집단은 일회적 문답을 주로 수행하고 ‘정보’ 유형에 집중된 답변을 받는 경향을 보였다. 챗GPT의 답변과 필자의 생각이 논리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내용을 구성하는 ‘종합하기’는 일회적 문답의 결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챗GPT와의 연속 문답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필자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 주도적 질문으로 시작하여 챗GPT의 답변 내용을 통해 점차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의존적 질문으로 시작하여 챗GPT의 답변을 받은 뒤 그에 대한 의문이나 반론을 제시하며 토론하는 연속 문답의 결과로 양자의 종합이 이루어지곤 한다. 이러한 문답 양상으로 인해 상위 집단에서는 ‘종합하기’ 유형의 답변 활용률이 전체 유형 중 가장 높게(35%)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3.2.2. 챗GPT 답변 유형별 긍정적⋅부정적 활용 양상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필자의 쓰기 수준이 높을수록 챗GPT 답변에 대한 지식 변형 유형의 활용을, 쓰기 수준이 낮을수록 지식 나열 유형의 활용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성이 곧 지식 나열 유형이 지식 변형 유형보다 언제나 더 ‘좋은’ 활용 유형임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 나열 및 지식 변형 쓰기 과정 모형을 제안한
Bereiter와 Scardamaila(1987)도 강조했듯이, 쓰기 목적에 따라 그에 적합한 유형이 달라지므로 중요한 것은 쓰기 목적에 부합하는 유형을 선택하여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
8)이다. 또한 필자가 이미 존재해온 자료들의 내용을 통합하여 글을 쓰는 전통적인 담화 통합 글쓰기 상황과 달리, 챗GPT의 답변은 필자의 질문에 대하여 생성된 담화이다. 그래서 필자가 이미 고도의 의미 변형 작업을 하여 작성한 글에 대해 주도적 질문을 한 경우(

“내가 작성한 다음 문단을 문장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중심으로 다듬어줘.”), 그에 대한 답변을 지식 나열 유형으로 글에 통합했다고 해서 해당 글쓰기가 단순하거나 낮은 수준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필자가 어떠한 질문을 통해 챗GPT의 답변을 받았고, 해당 답변을 글쓰기의 목적 및 글의 맥락에 부합하게 통합했는가의 여부이다.
<표 6,
7,
8>은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사례 필자를 통해 고찰한 지식 나열⋅지식 배치⋅지식 변형 유형의 긍정적⋅부정적 답변 활용 양상의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표 6>
지식 나열 유형의 긍정적⋅부정적 답변 활용 양상
유형 |
정의 |
의미적 변형 |
구성적 변형 |
표현적 변형 |
긍정적 활용 |
부정적 활용 |
⑴ 그대로 사용하기 |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그대로 사용함 |
X |
X |
X |
• 주도적 질문 • 적절한 답변 선택 • 맥락에 맞는 통합 • 출처 윤리적 제시 |
• 과도한 의존 • 부적절한 답변 선택 • 맥락화 실패 • 출처 제시 안함 |
|
⑵ 요약 및 재진술하기 |
답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요약하거나 필자의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함 |
X |
X |
○ |
• 주도적 질문 • 핵심 내용 요약 • 의미 유지 재진술 • 맥락에 맞는 통합 • 출처 윤리적 제시 |
• 과도한 의존 • 부정확한 요약 • 의미 왜곡 재진술 • 맥락화 실패 • 출처 제시 안함 |
<표 7>
지식 배치 유형의 긍정적⋅부정적 답변 활용 양상
유형 |
정의 |
의미적 변형 |
구성적 변형 |
표현적 변형 |
긍정적 활용 |
부정적 활용 |
⑶ 틀 세우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합하여 논리적 구조를 구성함 |
X |
○ |
○ |
• 명확한 구조를 전제한 내용 선택 • 논리적 구조화 (타당한 논리⋅유기적 내용 연결⋅충분한 틀) • 출처 윤리적 제시 |
• 광범위한 구조를 전제한 내용 선택 • 구조화 미흡 (논리 비약⋅일관성 결여⋅편협한 틀) • 출처 제시 안함 |
<표 8>
지식 변형 유형의 긍정적⋅부정적 답변 활용 양상
유형 |
정의 |
의미적 변형 |
구성적 변형 |
표현적 변형 |
긍정적 활용 |
부정적 활용 |
⑷ 종합하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필자의 생각과 결합하여 새로운 내용을 구성함 |
○ |
○ |
○ |
• 논리적 종합 • 변증적 발전 및 새로운 논점 도출 • 출처 윤리적 제시 |
• 비논리적 종합 (단순 나열⋅모순적 결합) • 논점 도출 실패 • 출처 제시 안함 |
|
⑸ 도약하기 |
답변(들)의 일부 또는 전부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내용을 창안함 |
○ |
○ |
○ |
• 창의적 내용 생성 • 내재논리의 타당성 • 기존 논점과 연계 |
• 무의미한 내용 생성 • 내재논리 부재⋅오류 • 주제 일탈 |
먼저, 챗GPT의 답변을 ‘⑴ 그대로 사용하기’ 유형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필자의 경우, 명확한 목적을 가진 주도적 질문, 적절한 답변 선택과 글의 맥락에 부합하는 통합, 출처의 윤리적 제시가 특징적이었다. 상위 필자K2는 “다음은 내가 작성 중인 본론 문단이야. 이 문단에서 사용된 사례가 중심문장을 잘 뒷받침하는지 점검하고, 더 나은 사례가 있다면 3개만 추천해줘.”라는 질문을 한 뒤 챗GPT의 점검 내용 및 제안 사례 3가지의 적절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필자의 중심문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1가지 사례를 선택하여 글의 맥락에 맞게 통합했다. 또한 ‘챗GPT 사용 윤리교육’을 통해 학습한 직접 인용의 방식으로 출처를 제시했다.
반면, 부정적 활용을 보이는 필자는 과도한 의존, 부적절한 답변 선택, 글의 맥락에 부합하지 않는 통합, 출처 미(未)제시의 특징을 나타냈다. 하위 필자H는 “기여입학제도는 시행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정하고 그 이유에 대한 주체적 사고 없이 챗GPT에게 “기여입학제도가 시행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야?”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답변으로 제시된 이유 5가지 중 2가지(교육 형평성 저해, 기회 불평등 심화)를 선택하여 출처 제시 없이 글의 본론으로 그대로 통합했다. H가 선택한 2가지 답변은 의미가 중복되었으나 H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술했고, ‘이유에 대해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의 요구사항도 충족시키지 않았다. 또한 해당 내용은 서론(기여입학제도를 대학 재정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룰 것처럼 서술됨)과도 연결되지 않아, H의 글에는 일관된 맥락이 결여되었다.
한편, 챗GPT의 답변을 ‘⑵ 요약 및 재진술하기’ 유형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필자는 ‘그대로 사용하기’ 유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목적을 가진 주도적 질문, 적절한 답변 선택과 맥락에 부합하는 통합, 출처의 윤리적 제시의 특징을 갖는 데 더하여, 핵심 내용의 올바른 요약 및 원래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는 재진술을 하는 양상을 보였다. 상위 필자L1은 “설탕세 도입이 불필요한 이유로 소비자 부담과 관련 산업 침체 말고 더 언급할 사항이 없을까?”라고 질문하여, 3가지 이유를 더 제안받았다. L1은 이중 ‘세금 효과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항목을 ‘내가 생각한 이유는 설탕세가 소비자나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것인데, 세금 자체의 문제점을 다루면 균형이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선택하여, 원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요약했다. 또한 본문에 “챗GPT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요약한 내용을 간접 인용하고 출처를 제시했다.
반면, 부정적 활용을 보이는 필자 역시 과도한 의존, 부적절한 답변 선택, 글의 맥락에 부합하지 않는 통합, 출처 미제시의 특징에 더하여, 부정확한 요약 및 원래의 의미를 왜곡한 재진술의 양상을 나타냈다. 하위 필자K3 역시 설탕세 도입에 반대하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설탕세를 도입해서 실패한 나라 사례를 알려줘.”라는 질문을 한 뒤 받은 답변을 요약하여 글에 통합했다. 챗GPT의 답변에는 덴마크의 설탕세 폐지 시기가 부정확하게 나타나 있는 등 사실 정보의 오류가 있었으나 K3은 이를 다른 자료를 통해 확인하지 않고 사용했다. 또한 답변 중 ‘덴마크 국민들이 세금이 더 저렴한 독일이나 스웨덴에서 설탕이 든 제품을 구입하여 세금 도입의 효과가 감소됐다.’는 내용을 잘못 요약하여, ‘덴마크의 설탕 도입은 독일이나 스웨덴의 설탕과 관광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글에 포함하고, 출처는 제시하지 않았다. K3이 잘못 요약한 진술은 그 자체로 잘못된 정보일 뿐 아니라, 설탕세 도입에 반대하는 글의 맥락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챗GPT의 답변을 ‘⑶ 틀 세우기’ 유형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필자는 대체로 명확한 구조를 전제한 상태에서 챗GPT의 답변들 중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택했다. 또한 선택한 답변 내용을 타당한 논리를 사용하여 구조화하고,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해당 구조 안에서 다루어야 할 항목들을 충분하게 다룬다는 의미에서 ‘논리적 구조화’의 양상을 보였고, 출처 또한 윤리적으로 제시했다.
상위 필자L2는 논증적 글의 구조를 계획하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챗GPT와 토론을 진행했다. “나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오히려 동물 유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내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반박해봐.”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챗GPT의 답변에 반박하거나 추가 질문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 도입세 찬성을 뒷받침하는 이유들을 다수 이끌어냈다. 그리고 챗GPT의 입장(반려동물 보유세 찬성)을 자신의 주장으로 삼아, 본론의 구조를 구성했다. 이때 L2는 챗GPT의 답변들에서 찬성 이유 세 가지(보유자의 책임감 증진, 동물 복지 향상, 공공자원의 효율적 사용)를 선택하여 이를 수집 구조로 구성했다. 이때 L2는 세 가지 이유를 ‘반려동물의 측면, 반려동물 보유자의 측면, 사회 전체의 측면’에서의 도입 필요성을 보여주는 이유로 제시함과 동시에, 이들이 서로 인과적인 관계(반려동물 보유자의 책임감 증진으로 인해 동물 복지가 향상되고, 유기동물 감소 등 동물 복지 향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유기동물문제에 쏟아야하는 비용 및 자원을 다른 공공 서비스에 재투자할 수 있음)를 가지고 있음을 부각하여 챗GPT의 답변 내용을 연결했다. 또한 설명주를 통해 글에 포함된 세 가지 이유 진술이 챗GPT의 답변 내용을 필자가 구조화하여 제시한 것임을 밝혔다.
이와 달리, 부정적 활용을 보이는 필자는 대체로 광범위한 구조를 전제하고 챗GPT의 답변 내용을 선택했다. 그리고 답변 내용의 연결에 논리적 비약이 있거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해당 구조가 논점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편협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구조화 미흡’의 특성을 나타냈고, 출처 제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위 필자S는 블라인드 채용을 반대하는 입장의 글을 계획하면서, 챗GPT에게 “블라인드 채용의 좋은 점을 알려줘.”와 “블라인드 채용의 나쁜 점을 알려줘.”라는 질문을 하여 답변을 받은 뒤 각 답변에서 무작위로 2가지 항목을 골라 짜깁기했다. S는 광범위한 차원에서 ‘찬반 비교-결론 도출’이라는 구조를 염두에 두었으나, 챗GPT가 제시한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사항을 선택했고(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으로 ‘선입견을 배제한 능력 중심 평가’는 언급하지 않고 ‘면접 과정의 표준화’를 언급), 찬성 및 반대 입장을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비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S의 글은 표면상 찬반 양론을 다룬 후 반대 입장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으로 연결되었으나, 무작위로 고른 각 내용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결론의 타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S는 답변 내용을 짜깁기하여 글을 작성하고도 마치 마지막 문장만 챗GPT의 답변 내용인 것처럼 출처를 달아 쓰기 윤리도 준수하지 않았다.
한편, 챗GPT의 답변을 ‘⑷ 종합하기’ 유형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필자는 답변 내용과 필자 생각의 논리적 종합, 양자의 변증적 발전을 통한 새로운 논점 도출, 출처의 윤리적 제시 양상을 특징으로 보였다. 상위 필자K2는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정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챗GPT에게 제도의 장점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챗GPT가 제공한 답변 내용(“실업급여 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들에게 안정적 생활을 제공한다.”)과 그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사고 내용(“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의 근로 의욕이 저하되어 실직자의 삶과 사회 경제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을 변증적으로 발전시킨 새로운 논점(“실업급여 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을 제공하면서도, 재취업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근로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을 도출했다. 그리고 설명주를 통해 해당 내용이 챗GPT의 답변 내용과 필자의 생각이 종합된 것임을 밝혔다.
이와 달리, 부정적 활용을 보이는 필자는 답변 내용과 필자 생각의 단순 나열 또는 모순된 결합을 통한 비논리적 종합, 새롭거나 유의미한 논점 도출 실패, 출처 미제시의 특징적 양상을 보였다. 하위 필자K4는 동물원 존폐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동물원 폐지의 장점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챗GPT의 답변(“동물원 폐지는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동물들이 본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삶을 살게 한다.”)과 자신의 생각(“동물원 폐지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을 결합하여 “동물원 폐지는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문장을 작성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챗GPT 답변과 필자 생각을 종합한 것이나,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인과관계로 결합하여 비논리적이며, 이를 통해 어떠한 새로운 논점도 도출되지 않았다. 또한 ‘동물원 폐지가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내용 또한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비논리성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챗GPT의 답변을 ‘⑸ 도약하기’ 유형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필자는 도약을 통한 창의적 내용 생성, 도약에 내재된 논리의 타당성, 도출된 내용과 기존 논점의 연계성을 특징적 양상으로 보였다. 3.2.1.에서 언급한 바 있는 상위 필자M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M은 챗GPT의 답변(“동물원은 방문객들에게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적 내용(“도시 내에 생태환경교육센터를 건립하여 VR과 AR을 통해 방문객들이 자연 서식지에서의 동물 행동과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을 생성했다. 생성된 새로운 문장에는 챗GPT가 제공한 답변의 흔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나, M의 일지를 통해 출발점이 된 챗GPT의 답변을 확인하면 도약이 납득가능한 내재논리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인지할 수 있다. 즉, M은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글을 작성 중이었는데, 동물원을 폐지할 경우 사라지는 동물원의 긍정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했음을 알 수 있다. 도약이 M의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도출된 새로운 내용 또한 M이 작성 중인 글의 논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었다.
반면, 부정적 활용을 보이는 필자는 무의미한 내용 생성, 도약에 내재된 논리 부재 또는 오류, 도출된 내용의 주제 일탈 양상을 드러냈다. 중위 필자L3
9)은 대학생의 과제 수행에서 생성AI 도구 사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챗GPT의 답변(“생성AI 도구의 사용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저하할 우려가 있다.”)을 보고 연상된 “생성AI 도구의 사용은 학생들과 교수를 모두 자유롭게 한다.”는 내용을 글에 포함했다. L을 도약하게 한 내재논리는 “생성AI 도구가 학생들의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대신하면 대학에서 굳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과할 필요가 없고, 이는 과제를 해야 하는 학생과 과제를 부과하고 채점하는 교수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였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비약일 뿐 아니라, 생성AI 도구의 사용 필요성에 대한 논점을 일탈하는 내용으로 글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