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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4); 2024 > Article
교양교육의 주제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강좌 사례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인공지능을 주제로 하는 인문학 교양강좌의 운영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교양교육으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일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먼저 인공지능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교육한다는 것, 즉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제언한다. 더 이상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리된 도구일 수 없음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은 교양교육의 중요한 분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는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의 핵심이 인공지능에 대한 가치론적, 비판적 사유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제언을 바탕으로 설계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교육목표와 운영 성과를 살펴본다. 해당 강좌는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제시하고 학습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그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해당 강좌의 사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의 마중물을 마련하고자 한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explore how AI humanities education, as a component of liberal arts education, can be achieved by analyzing the operation of a humanities course on the topic of AI. To this end, this paper first proposes the goals of AI humanities education, specifically, teaching AI from a humanities perspective. Considering that AI is no longer merely a tool that serves humans, AI humanities education should be treated as an important subject within liberal arts education. This study argues that the core of AI humanities education is to cultivate the ability to critically contemplate AI. Next, this paper examines the educational goals and outcomes of a course titled ‘Big Data, AI, and Art.’ Under the banner of humanistic problem-based learning, the course was designed to pose philosophical questions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AI and art, allowing learners to actively construct the best answers to those questions while using generative AI. By critically analyzing this course, this study aims to contribute to the discussion on the direction of AI humanities education.

1. 서론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문학 및 인문학 교육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인문학 교육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주변적인 주제일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교육에서도 인문학적 문제가 주변적인 주제일 수 없다. 어떠한 의미에서도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과 유리된 도구일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세계에 관한 총체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인문학은 앞으로 인간에게 가장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도구가 될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와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인공지능의 개발과 교육에 있어서도,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가치론적 고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인문학’은 오늘날 일반 교육(general education)으로서의 교양 교육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주제들 중 하나이다. 여기서 ‘인공지능 인문학’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경험적,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답변되기 어려운 문제들, 특히 가치론적 문제들을 다루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 분야로 이해할 수 있다.1) 나는 이 논문을 통해서 먼저 인공지능 인문학이 교양교육에서 어떠한 내용과 방식으로 다루어져야 하는지를 논하고, 이에 바탕한 강좌 설계 및 시행 사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을 주요 교수 방향으로 설정하고 설계한 ‘빅데이터혁신공유대학’의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 사례를 분석함으로서 교양교육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수법과 그 의의에 관해 논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교양 교육에서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설계되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2. 일반교육으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

교양교육의 주제로서 인공지능 교육에 관한 연구들은 특히 2020년 이래로 급격히 증가해 왔다(Hong & Yoon, 2023). 그러나 대부분의 관련 연구들이 교양교육에서의 인공지능 교육을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 즉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에 관한 기초 교육에 한정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윤리 교육을 커리큘럼 내에 포함하는 경우에도 단지 부수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J. hyun Choi & Kim, 2021; Hong & Yoon, 2023; Kang & Lee, 2022; Park, Quan, & Cho, 2021). 그러나 교양교육에서 인공지능 교육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보다는 오히려 인문학적, 비판적 사고 교육으로서 보다 큰 중요성과 시의성을 가진다.
대다수의 인공신경망 기반 기계학습 인공지능 알고리즘(이하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은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규칙 기반 알고리즘과는 달리 인간이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 규칙 기반 알고리즘은 특정한 입력값이 주어졌을 때 정해진 규칙에 따라 특정한 출력값을 도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알고리즘의 결과물은 일반적으로 예측가능하며 통제가능하다. 그러나 연결주의(Connectionism)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의 경우, 기계학습의 내용과 방법을 통제함에 따라 그 결과물에 대한 제한적인 통제, 혹은 부분적인 예측만이 가능할 뿐이며,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예측이나 의도로부터 벗어난 산출물을 도출해내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정확히 계산되고 예측된 값을 산출해내는 인공지능만을 원한다면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규칙기반 알고리즘에 비해 더 광범위한 작업들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의 그러한 수행 능력은 그것이 가진 통제⋅예측불가능성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은 때로 인간의 기대와 예측을 벗어난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데,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우리는 그간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겨 왔던 복잡하고 창의적인 과업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예측과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과업들 역시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한 가지 과업에서만큼은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의 행위와 산물의 가치에 대한 최종적인 판정’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이 지금까지 수행해온 대부분의 과업을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의 행위, 혹은 그 산물에 대한 가치 판단만큼은 인간이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산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인간이 수행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사실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규범적 주장이다. 즉, 인공지능이 그 자신의 행위와 산물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치 체계와 인공지능의 가치 체계는 때때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가치체계와 가치판단에 기반하여 선택하고 행위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의 선택과 행위 역시 일종의 가치, 혹은 가중치(weight)에 대한 판단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가치 판단’, 혹은 ‘가중치 판단’이란 단순히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어떤 선택지가 더 선택할만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뜻한다. 즉, 인공지능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가치체계’에 따라 선택을 내린다.2) 문제는 이때 인공지능의 가치체계와 인간의 가치체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군이 수행한 한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폭격기가 목표를 타격하는 대신 관제사를 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무인 폭격기에게 내려진 명령은 특정 지역의 대공포를 폭격하라는 것, 그리고 최종 폭격 지시를 받기 전에는 폭격을 수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 무인 폭격기는 목표를 포착하고 폭격을 준비한 이후에도 관제사의 최종 지시가 내려지지 않자, 관제사를 제거한다는 선택을 내렸다(Kim, 2023). 인공지능이 이러한 선택을 내린 것은, ‘목표를 가능한 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당시 당면한 선택지 중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가지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이는 인간의 가치체계와 심각하게 충돌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의 자동성에 기인한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가치체계의 충돌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이러한 충돌은 때때로 (인간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혹자는 인간이 인공지능이 맞닥뜨리게 될 선택지들을 모두 예측하고 인공지능이 선택해야 할 방향을 미리 결정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만일 인간이 인공지능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제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할 필요가 없다. 완벽하게 통제된 작업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전통적인 규칙 기반 알고리즘이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공신경망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용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인간이 수행해온 다양한 과업들은 결국 인공지능의 ‘자율적 (혹은 자동적) 판단’ 하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수행될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대부분의 과업이 인공지능에게 맡겨지는 미래가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수행할 과업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평가하는 것만큼은 인간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인공지능의 메커니즘에 관한 일정 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행위와 산물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할 것이며, 이러한 능력은 근미래에 일반 시민의 보편적 소양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는 비단 앞서 언급된 무인 폭격기 사례와 같은 극단적인 ‘사고’를 우려해서만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모든 행위와 산물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이므로, 결국은 인간의 관점에서 그 가치와 의의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인공지능이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미적으로 뛰어난 사실주의 회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 혹은 그것을 왜 인공지능이 만들어야 하는지 등은 인간의 가치체계에 비추어 판정되어야만 한다. 만일 누군가 인공지능으로 교향곡을 작곡하고자 한다면, 그 교향곡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 향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의 행위와 산물에 대해 어떻게 가치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논의하고 탐구하는 일은 오랫동안 인문학과 인문학 교육이 수행해 왔던 가치론적 탐구를 그 배경으로 삼는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한 가치판단을 다루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자연히 따라 나온다. 특히 ‘가치’란 무엇인지,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개인의 삶 혹은 공공선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일은 오랫동안 인문학의 고유한 과업이었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그 산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궁극적으로 인문 교양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이며, 이것이 교양교육의 주제로서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3.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 사례 분석

앞서 언급했듯 인공지능이 인간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한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그 중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가치론적 이해는 비단 인공지능 관련 사업 종사자에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성숙한 시민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교양교육으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의 실질적 필요성 역시 점차 증대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교양교육의 주제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의 방향에 관해 개략적인 제언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의 마중물로서 본고는, 인공지능 인문학 교양교육의 한 사례인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구성 및 운영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해당 강좌의 사례를 비판적으로 분석 함으로써 교양교육으로서의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1.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목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총 7개 대학(서울대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전북대학교, 한동대학교)이 참여하여 구축한 원격공유대학인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의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과정의 강좌 중 하나로서 개설되었다.3) 이 강좌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주관으로 2022년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4년 현재 서울대학교 소속 교강사 4인이 공동으로 강좌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은 공유대학 강좌로서 개설되었으므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여러 대학, 다양한 전공에 소속된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 강좌는 수강생이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했다. 이러한 고려는, 예상 수강생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이 강좌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을 예술적 매체나 문화 기술(Cultural Technology)의 일환으로서 활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공계열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계되었다. 즉, 이 강좌는 이공계열 전공 수강생들이 인공지능 기술과 예술의 관계에 관해 심도 있는 인문학적 고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인류 공동체에 어떠한 기여를 하도록 지향해야 하는지에 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다음으로, 이 강좌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기존의 인문학, 특히 철학의 논의들에 어떠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지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들 역시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이 강좌는 이들에게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과 문화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이 미래의 인문학 전문가로서 향후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영향을 평가하고, 인공지능 개발의 방향을 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로 3학기에 걸쳐 진행된 강좌의 수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강생의 전공 분포 역시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 1).
<표 1>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수강생 분포 현황
2023년 1학기 인문계열 4 22

사회과학계열 5

이공계열 10

예체능계열 2

자유전공학부 1

2023년 2학기 인문계열 5 29

사회과학계열 7

이공계열 10

예체능계열 3

자유전공학부 1

혁신공유학부 3

2024년 1학기 인문계열 6 30

사회과학계열 5

이공계열 15

예체능계열 4

*인문계열: 인문대학, 사범대학 등

*사회과학계열: 경영대학, 생활과학대학 등

*이공계열: 자연과학대학, 공학대학, 의학/간호학/치의학대학, 약학대학 등

*예체능계열: 음악대학, 미술대학, 체육교육과 등

*혁신공유학부: 서울대학교 이외 대학교 소속으로, 원 소속 전공 불명

이러한 고려를 통해 이 강좌는 궁극적으로 모든 전공 배경을 가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여기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란 무반성적 사고와 대비되는 능력으로서, 듀이의 정의에 따를 때 “믿음이나 지식을 능동적이고 끈질기며 꼼꼼하게 따져 보는” 사고를 의미한다(Fisher, 2018, pp. 14-15). 즉, 비판적 사고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능동적이고 반성적인 사고 과정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사고란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관해 어떤 질문이 던져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최선의 답이 무엇인지를 ‘능동적이고’, ‘끈질기며 꼼꼼하게’ 생각해보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본 강좌에서는 ‘인문학적 문제해결형 학습(problem-based learning)’을 기치로 삼아, 수강생들에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철학적 질문들을 제시하고 수강생들이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구성하도록 지도한다. 다음 절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의 배양을 위해 본 강좌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내용을 가지도록 설계 및 운영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3.2.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 구성과 운영의 실제

앞서 언급했듯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은 수강생의 전공을 막론하고 인공지능에 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았다.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요하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을 수 있으나, 특히 본 강좌는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 중 인공지능에 일찍이 주목해 온 분야로는 심리철학, 윤리학, 과학기술학 및 과학철학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는 주로 인공지능의 자율성이나 주체성, 자유의지, 의식(consciousness), 지능, 인공지능 활용의 윤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바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대중에게 더 큰 인상을 준 것은 인공지능이 회화, 문학, 음악과 같은 ‘예술적’ 결과물들을 산출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이 특히 대중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예술이야말로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통념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2015년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내놓은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은 이러한 추측을 대변한다. 이 연구는 “예술, 역사학, 철학, 신학 등 추상적 개념을 다루는 직업”, 이를테면 영화감독이나 작가, 만화가 등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Lee, 2016).
그러나 최근 우리는 오히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작곡을 비롯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양적, 질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는 시급하게 탐구되어야 할 주제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천문학적인 계산이나 경제 지표의 예측 등과 달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예술 분야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러한 통념을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즉, 무엇보다도 예술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출 때,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효과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가 본 강좌의 배경에 존재한다. 본 강좌가 인공지능 인문학이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주제 중 특히 예술에 초점을 맞춘 것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은 수강생들에게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 (1) 인공지능의 산물은 예술일 수 있는가?

  • (2) 인공지능의 산물은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 (3) 메타버스, 컴퓨터게임 등 새로운 디지털 매체는 예술의 본질 및 가치와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점을 제기하는가?

이 질문은 다시금 아래 다섯 가지의 소주제로 구체화되었으며, 이렇게 구체화된 소주제를 중심으로 해당 강좌의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표 2).4)
<표 2>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소주제
구분 주제 교수법
1주제 인공지능은 예술철학자들에게 어떤 고민을 던져주는가? 녹화 강의, 실시간 토론 과제 부여

2주제 인공지능은 창의적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과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녹화 강의, 과제 부여

3주제 인공지능은 상상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과 서사예술을 중심으로 녹화 강의 및 실시간 토론

4주제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 독창적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과 음악예술을 중심으로 녹화 강의 및 실시간 토론

5주제 기술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미칠 수 있는가?: 컴퓨터게임과 가상현실을 중심으로 녹화 강의 및 실시간 토론
1주제에서는 예술 개념의 변천, 현대 예술의 특징, 예술의 가치 등에 대한 기초적인 미학적 논의를 소개함으로써, 이후에 강의에서 다루게 될 주제들을 더 수월하게 이해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본 강좌에서 다루게 될 다양한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예술철학의 기초 논의 및 관련 개념들, 이를테면 창의성, 상상, 예술적 가치, 미적 가치, 모방 등에 관한 사전 지식을 개략적인 수준으로나마 갖출 필요가 있다. 1주제에서는 이러한 사전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이후의 강의에서 학습과 토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인공지능 예술에 관한 문제를 예술철학의 기존 논의들과 연결지어 해설함으로써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인문학(특히 예술철학)의 고전적 논의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2주제에서부터 4주제까지는 인공지능이 시각예술, 서사예술, 음악예술의 현장에서 각각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철학적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살펴본다. 먼저 2주제에서는 인공지능과 시각예술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이 시각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2주제에서 구체적으로 묻게 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시각예술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분야이다. 현재 ‘달리(DALL:E)’,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다양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어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어플리케이션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생성한 그림이 1등상을 수상하면서 화제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들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의 작품이 ‘겉보기에’ 인간의 작품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이 인간과 다름없이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시각예술이 예술철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현대의 예술철학에서 어떤 작품이 시각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혹은 흥미로운지가 그것의 예술로서의 지위에 더 이상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Yoon, 2023). 특히 미학자 아서 단토는 지각적으로 구분 불가능한 작품들이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음을 사고실험을 통해 논증하며 예술의 본질이 그것의 지각적 요소가 아닌 ‘해석 가능성’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Danto, 1981, 1997).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산물이 겉보기에 얼마나 기존의 예술작품과 유사한지의 여부 외에, 인공지능의 산물이 예술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2주제에서 수강생들이 탐구하고 토론하게 되는 주제이다.
이어지는 3주제에서는 최근 GPT 시리즈와 같은 거대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의 수준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서사예술에서의 활용과 그 문제를 다룬다. 또한 여기에서 2주제에서 던져진 문제에 관한 한 가지 답변의 후보를 살펴보게 된다.
시각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언어 구사 능력 역시 인간의 것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다만 시각적 형상을 생성해내는 능력과는 달리, 언어 구사 능력의 향상이 사고 능력이나 추론 능력의 향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쟁적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언어 구사 능력의 향상이, 인공지능이 서사예술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3주제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다루면서, 서사예술에서의 창조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허구적 상상력(fictive imagining)을 인공지능이 획득할 수 있을지를 검토한다(Yoon, 2021).
4주제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음악이라는 세부 분야에 적용 및 응용하여, 음악의 작곡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와 그 메커니즘에 관해 논의한다. 4주제를 통해 수강생들은 인공지능 음악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이를 통해 음악적 독창성이라는 개념에 관해 학습한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시각예술이나 서사예술과 다른 음악예술의 고유성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5주제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인공지능 외의 동시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예술의 본성과 가치에 관한 우리의 통념에 어떠한 문제를 제기해 왔는가에 관해 논의한다. 만일 ‘인공지능 예술’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공지능 예술작품이 기존의 예술작품과 유사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것이 기존의 예술작품과는 다른 고유하고 새로운 예술적 특징을 가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전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과 예술의 관계에 관한 논쟁이다. 5주제에서는 컴퓨터 게임의 예술 지위와 가치에 관해 이미 선행되어 온 철학적 논의를 짚어 봄으로써 수강생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매체를 예술철학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 추론해보도록 한다.
각 주제에 해당되는 강좌는 각 3시간 분량의 플립드러닝(flipped-learning)으로 진행된다. 즉, 각 주제의 배경이 되는 이론 강술을 녹화 강의로 사전 제공하고, 그 후 토론 및 질의응답을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한다.

3.3.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성과와 개선 방향

앞서 밝혔듯 이 강좌를 설계할 때 특히 중요하게 염두에 둔 것은, 수강생들이 단순히 기존의 이론과 지식을 암기하거나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세계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들에 관해 적극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하고 그 문제들에 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인문학적 문제 해결형 학습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이 강좌를 플립드러닝으로 설계하고, 매 주제에 관한 토론 수업에 중요한 비중을 두어 배치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 하에 이 강좌의 수강생들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부여된다. 먼저 첫 번째 과제는 AI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을 직접 활용하여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제는 단순히 AI 이미지 생성을 체험해보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어떠한 프로그램을 활용했는지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창작 의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강생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좋은 예술’임을 논증해야 한다. 즉 수강생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예술이자 ‘좋은’ 예술이라고 주장해야 하며 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 역시 제시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2주제와 3주제의 녹화 강의가 진행된 후 부여된다. 수강생들은 2주제와 3주제의 배경이 되는 이론 강의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생성한 이미지에 관한 ‘미학적 변론’을 구상한다. 교수자는 수강생들이 생성한 이미지와 그에 대한 미학적 변론을 사전에 검토한 뒤, 실시간 토론 강의를 통해 합동 비평 수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관한 비판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촉진한다. 첫 번째 과제에 관한 토론은 구체적인 인공지능 이미지를 대상으로 삼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강좌를 통해 학습했던 예술에 관련된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수강생들이 스스로 그러한 개념을 응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23년 2학기의 한 수강생은 사전에 이루어진 강의와 토론을 통해,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을 창작한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스스로 작품의 목표와 의미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스스로 세우게 되었고, 이를 과제에 반영하고자 했다[그림 1,]. 이를 위해 이 수강생은 GPT-4를 이용해 ‘이미지 생성 AI를 이용해 인간성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얻어냈고, 이 명령을 통해 GPT-4가 생성해낸 프롬프트를 다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에 명령어로 부여한 결과로 이미지를 얻어냈다. 이 수강생은 이 이미지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특정한 주제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림 1]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수강생이 과제로 제작한 이미지와 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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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본 강좌를 통해 해당 수강생은 예술 창조의 진정한 조건에 대해 반성적으로 고민했으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비판적 주장을 정립하였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좋은 예술’이 무엇인지 질문하거나, 인공지능이 산출한 이미지를 다시금 인공지능에 입력 후 그 이미지에 대한 서사를 창작하라는 명령을 부여해 보는 등,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한 실험적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인문학적 문제해결형 학습’이라는 본 강좌의 취지와 그 효과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에 관한 실증적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강좌 운영 경험과 자료가 축적된 이후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사례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운영한 강좌에서 이루어진 발표 및 학습결과물로 미루어 볼 때, 본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적어도 현재의 강좌 커리큘럼 하에서 인문학적 고찰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비판적 사고와 논증에 충분히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과제는 5주제까지의 수업이 완료된 후 부여된다. 이 과제는 “인공지능의 산물은 예술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강좌가 본격적인 철학 전공 강좌가 아닌 점을 고려하여, 학술적 글쓰기의 엄밀한 형식을 갖추기를 강조하기보다는 강의 내용과 관련된 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여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지도하였다.
해당 과제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교수자들은 본 강좌가 예술철학의 다양한 개념과 이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에 연관되는 현상, 그리고 그에 연루되는 논쟁적인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수립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훈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확인했다. 수강생들은 구체적인 인공지능 예술의 사례들을 철학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학습할 수 있었으며, 이를 논증적 말과 글로 표현하도록 지도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수강생들은 인문학이 오래된 철학 고전을 답습하기만 하는 학문이라는 잘못된 인상에서 벗어나, 우리 눈앞에 다가온 새로운 기술 역시도 인문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토론과 과제를 통해 인문학적 개념을 인공지능에 관련된 현상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본 강좌가 인공지능 인문학 교양 강좌로서 가지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강좌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인문학적 문제 해결형 학습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인문학적 문제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심지어 사회과학의 일부 문제와는 달리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거나, 실질적이기 보다는 메타적, 본질적인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인문학적 답변 역시 당면 과제에 대한 실용적 해결방안이라기보다는,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재구성하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인문학적 문제해결형 학습이 효과적으로 설계되고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의 문제해결형 교수 방법론을 그대로 이식하기 보다는 인문학적 문제와 답변의 성격에 걸맞은 교수 방법론이 필요할 것이다. 본 강좌는 수강생들이 기초 개념을 학습하고, 그 기초 개념을 바탕으로 동시대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고찰한 후, 그에 대한 비판적인 숙고와 토론 끝에 자신만의 답변을 논증적으로 도출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인문학적 문제해결형 학습의 한 방법론을 제안하고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본 강좌는 인공지능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다루면서도 단지 훈고학적 논의만을 되풀이하거나 관념적 사고에 갇히기보다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그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의 방법과 내용을 체득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에 관한 교양 교육은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적 이해 및 활용 방법에 관한 교육과 그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가장 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수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바와 수강생들의 강의평(표 3)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이 주로 개선 및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도출하였다.
<표 3>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수강생 강의평가 분석>
강의평가 분류 강의평가 내용
긍정 주제의 다양성 “매번 다른 주제로 강의하는 게 재밌었다”
“다양한 주제 탐구 가능”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등

실습 과제에 대한 흥미 “직접 인공지능 예술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과제가 독특하고 재밌었습니다” 등

토론에 대한 흥미 “토론이 재미있었다” 등

부정 강의 시간의 문제 “강의가 길어질 때는 토론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등

강의 방식의 문제5) “수업을 대면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비대면 영상 강의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등
첫째, 동시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강좌에서 제시하는 사례와 이론들의 유효 주기가 비교적 짧다는 점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2022년에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나 문장의 질과, 2023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산물의 질은 확연히 달라졌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리라고 예측한다면, 강좌에서 다루는 인공지능 기술과 현상에 대한 설명들 역시 그에 발맞추어 수정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강좌의 목표가 바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에 있으므로, 강좌가 시의성을 갖는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면 강좌의 목표 역시 성공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의 방침에 따라 본 강좌를 향후 K-MOOC과 같은 공유형 강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콘텐츠의 개정 및 재제작 주기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되, 가능한 짧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서울대학교의 공식적인 강의평가와 강좌 자체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수강생들의 불만족 사항은 강좌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와 중요성에 비해 강좌에 배정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 강좌가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과 이공계열 전공 학생 둘 다를 목표 수강생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문학적 배경 지식과 이공계적 배경 지식 양자를 보다 충분히 강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토론 역시 수강생들의 관심과 열의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여 토론이 충분히 완료되지 못한 채 수업이 종료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러한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이 강좌가 현재 1학점(5차시) 수업에서 3학점(15차시) 수업으로 확대 편성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공지능 인문학 강좌의 한 사례로서,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진 수강생들에게 인공지능이라는 최신의 기술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교육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물론 본 연구만을 통해서 이러한 고민에 대한 완벽하고 최종적인 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도출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의 의의와 개선점은 비단 해당 강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에 관한 가치론적 논의가 교양교육에서 향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에 대한 분석과 고찰은 향후 인공지능 인문학 교육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Notes

1) 본고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인문학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인공지능 인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선구적으로 규정하고자 한 선행 연구들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Kim & Lee, 2019; Yi, 2020). 다만 나는 인공지능 인문학이, 인문학이 전통적으로 다루어왔던 광범위한 주제들을 모두 포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인문학의 영역을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와 방법론을 인공지능 연구에 적용할 수야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독자적인 인문학적 연구와 교육의 주제와 방법론으로서 가장 핵심적으로 여겨져야만 하는 것은, 후술할 바와 같이, 바로 ‘가치론’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인공지능 인문학이 ‘디지털 인문학’의 한 종류로 여겨지는 것에도 반대한다. 인공지능 인문학은 디지털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융합적이고 학제적인 연구 및 교육 주제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교양교육의 주제로서 제안하는 인공지능 인문학은, 디지털 인문학과는 달리, 인문학적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나 공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제문제들을 가치론적으로 고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공지능 인문학은 디지털 인문학 보다는 기술철학, 매체철학에 더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하다.

2) 여기에서 인공지능의 ‘선택’, ‘행위’, ‘가치 판단’, ‘가치 체계’ 등의 용어는 유비논증을 위해 비유적⋅수사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미’에서 선택하거나 행위하거나 가치 체계를 가지는지에 관해서는 적어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3)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의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이 운영하는 교육과정에서 소정의 학점(12학점)을 이수함으로써 학사학위와 별개로 이수증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 강좌는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의 19개 연계융합교과목 중 한 강좌로 개설되었다.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https://bigdatahub.ac.kr/, 접속일 2024. 7. 27.)

4) 앞서 밝혔듯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예술>은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에 속한 강좌로서 학기당 15시간(1학점)이 배정된 강좌이다. 따라서 각 소주제당 강의시간은 각각 3시간이 할당된다.

5) 비대면 강의 방식에 관한 수강생들의 문제 제기 역시 일정 부분 타당하나, 여러 지역에 분포된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개설한 마이크로디그리 강좌의 특성상 비대면 강의 운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후속 연구를 통해 수강생들이 구체적으로 비대면 강의 방식의 어떤 부분에서 불편이나 불만을 느끼는지 조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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