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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3); 2024 > Article
로더러의 『음악 물리학 및 음악 심리 물리학』의 서사 분석

Abstract

이 논문은 저명한 음악 과학 교재인 로더러의 『음악 물리학과 심리 물리학』의 수사 비평을 위해 서사 분석을 수행한다. 비서사적 장르의 텍스트에 대해서도 묵시적 서사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과학 교재에서는 구조적, 교육적, 연구적 맥락에서 묵시적 서사를 분석할 수 있다. 로더러의 교재는 구조적 맥락에서 소리의 발생, 전달, 수용의 단계를 따라 음고, 음량, 음색, 협화, 화음의 인지를 다루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여 구조적 일관성을 충족시킨다. 교육적 맥락에서는 학생들이 음악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위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을 구성하여 재료적 일관성을 충족하고 과학적 지식 구축 방법을 따라 경험 데이터와 개선된 관찰 장비를 통한 신뢰할 만한 지식의 추구를 통해 서사적 충실성의 타당성을 충족한다. 연구적 맥락에서는 4판에 걸쳐 지식의 최신화를 통해 서사적 충실성의 진실성을 충족하고, 주요 연구자들의 활약을 통해 음악 과학의 지식이 구축되어 가는 것을 잘 드러냄으로써 성격적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bstract

This paper conducts narrative analysis for the rhetorical critique of Roederer’s The Physics and Psychophysics of Music, a prominent textbook of music science. It is possible to analyze implicit narratives even for texts in non-narrative genres. In science textbooks, implicit narratives can be analyzed in structural, educational, and research contexts. Roederer’s satisfies structural coherence by composing a book in a way that deals with the perception of pitch, volume, timbre, and harmony according to the stages of sound generation, transmission, and acceptance in a structural context. In an educational context, a book is composed of content that students may be interested in for a scientific understanding of music to satisfy material coherence, and the validity of narrative fidelity is satisfied through the pursuit of reliable knowledge through experience data and improved observational equipment according to the method of constructing scientific knowledge. From the research context, we can confirmed that characterological coherence is secured by satisfying the truthfulness of narrative fidelity through the update of knowledge throughout the four editions, and by revealing that the knowledge of music science is being built through the activities of major researchers.

1. 머리말

음악 과학은 학제적 분야로 학문 융합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감성을 토대로 하는 예술인 음악과 이성을 토대로 하는 과학을 연결하는 음악 과학은 이질적 분야를 연결하여 융합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결합 쌍이다. 로더러(Juan G. Roederer)의 『음악 물리학 및 음악 심리 물리학』(The Physics and Psychophysics of Music: An Introduction)은 음악 과학 교재로 의도되어 1973년에 초반의 나온 후 벌써 4판을 거듭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표준 교재로 정평이 나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Roederer, 2008). 로더러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덴버 대학, 알래스카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우주 물리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는데 음악 물리학은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개설된 과목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더 전문성을 더하게 되었다.
이 책은 보기 드문 학제적 분야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책의 제목을 보면 물리학과 심리 물리학이라는 두 분야의 음악에 관련된 지식을 통합하여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경 과학이라는 또 한 분야의 지식을 추가하여 세 분야의 지식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Roederer, 2008, p. vii). 이는 현대의 음악 과학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인 셈이다. 음악과 관련된 과학을 모두 이해시키겠다는 계획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실현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지만 학계와 교육 현장의 호응은 음악 과학이 교양 과목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고 이 책이 표준 교재로 입지를 얻게 한다. 이 논문은 이 책이 교양 과목의 교재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에 대한 수사 비평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책의 가치와 특성을 평가할 때 그 책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그 책은 현재 모습은 오랜 과거를 통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책의 서사를 분석하는 것은 수사 비평으로서 유용하다. 어떤 서사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아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가를 살피는 것은 인간 사고에서 서사에 보편적 기능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의 수사 비평에서는 서사 분석의 방법을 채택하고자 한다.

2. 방법론 탐구: 서사 분석

수사 비평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일지 먼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주로 언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입에서 귀로 소리를 전달함으로써 화자의 생각을 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인간은 소리 외에도 시각적인 수단을 써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발명했으니 그것이 문자이다. 문자를 통해서 음성적인 언어가 시각적인 언어로 확장되었고 발화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 국한되었던 의사소통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문명의 전파와 전승이 훨씬 용이해졌으며 인류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도 비음성적 의사소통 수단은 존재했다. 손짓이나 몸짓, 표정과 같은 신체 기호뿐 아니라 막대를 두드리는 소리나 북소리, 깃발을 흔들거나 연기를 피우는 것 등으로 신호를 보내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었으나 음성 언어의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언어와 기호를 사용하여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나 그 기술을 연구하는 것을 수사학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은 공중에게 말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의회, 법정, 광장 등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연설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누리가 위해서 중요했기에 돈을 내고 배워야 하는 기술이었고 이는 소피스트들의 주된 영업 분야였다(Conley, 1990, pp. 4-7). 현대의 수사학은 말하기 못지 않게 글쓰기를 중요한 탐구의 영역으로 볼 뿐 아니라 언어적이지 않은 기호, 즉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사용하는 온갖 인공물들을 통한 의사소통의 기술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오늘날 수사학은 커뮤니케이션 이론, 문학 이론, 언론학, 정보 이론, 심지어 사이버네틱스를 망라하여 온갖 분야와 연관성을 가지고 연구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 로더러의 책을 분석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된 것은 서사 분석이다. 서사 분석은 인간의 의식과 사고에서 서사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공물에 대한 의사소통과 설득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Gang, 2003, p. 44). 서사는 일견 서사와 무관해 보이는 인공물에서도 의미의 형성과 전달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폭넓게 인공물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과학 내용을 주로 다루는 책에서도 다양한 의미들을 읽어 내는 데 서사 분석은 유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서사는 의미를 부여하는 일반 형식으로서 사건을 시간적 및 계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사건에는 정적 사건과 동적 사건이 있다. “생쥐가 마루를 내달렸다. 그 생쥐는 배가 고팠다.”라고 하면 두 사건이 계기적으로 연쇄되어 있는데 전자는 동적 사건이고 후자는 정적 사건이다. 그리고 사건의 연쇄가 서사가 되려면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철수는 학교에 갔다. 영수는 철수를 만났다. 수남은 영수를 좋아한다.”처럼 사건의 연쇄라도 통합된 주제가 없으면 서사가 되지 못한다(Foss, 2009, pp. 307-308).
피셔(Walter Fisher)는 서사가 의미 형성과 전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 형식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 패러다임의 대안으로서 서사적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피셔의 서사적 패러다임에서 합리성은 형식 논리가 아니라 서사를 통해 부여된다. 서사적 합리성은 서사적 개연성과 서사적 충실성에 의해 획득된다(Fisher, 1987, p. 161). 전자는 서사의 형식적 특성에 관계되고 후자는 서사의 내용적 특성에 관계된다. 서사적 개연성은 구조적 일관성, 재료적 일관성, 성격적 일관성으로 구성된다. 구조적 일관성은 서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사건들이 잘 배열된 것을 말한다. 재료적 일관성은 서사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적절한 재료들을 잘 구비한 것을 말한다. 성격적 일관성은 서사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최적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Borchers, 2006, p. 161).
서사적 충실성은 진실성과 타당성을 내용으로 한다(Fisher, 1987, p. 48). 서사적 충실성은 내용과 관련되는 특성으로 진실성은 서사가 얼마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느냐에 관련되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객관적인 사실에 토대를 두고 논의하는 것은 충실한 서사로서 환영받는다. 사색적인 논의나 이론적이기만 한 논의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더라도 진실성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객관적 데이터나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증거나 증언에 토대를 두는 것은 서사의 충실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편 타당성은 ‘좋은 이유’를 얼마나 잘 제시하느냐에 관련된다. 논의 자체가 가치를 반영하는데 그 가치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 타당성을 확보를 잘 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면 아무리 사실에 바탕을 둔 서사라 할지라도 환영받지는 못한다(Fisher, 1987, p. 109). 어떤 논의가 서사로서 충실성을 확보하려면 관련된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사건과 사건의 인과적 연결로서 성립하는 서사는 꼭 언어적 형태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경과를 통해 서사를 풀어내는 음악, 무언극, 무용, 영화, 연극에서 언어는 사용되지 않거나 서사의 일부만을 매개한다. 심지어 이러한 서사적 장르를 뛰어넘어 시간의 경과를 요구하지 않는 사물과 인공물에도 서사가 부여할 수 있다. 사람들이 기념물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서사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명시적 서사와 묵시적 서사를 구분하여 논의할 수 있다. 명시적 서사는 언어적 형태로 제시되는 서사이고, 묵시적 서사는 심상으로 제시되는 서사이다. 명시적 서사는 서사적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역사, 서사시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반면 묵시적 서사는 언어의 형태로 서사가 제시되지 않기에 미묘하지만 사람의 심상에서 전개된다. 이는 사람이 현재의 감각 대상만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사고를 바탕으로 현재 감각하지 않는 대상을 인지하고 그것들이 생성하는 서사를 전개할 수 있다는 데에서 실현된다. 이렇게 인지 과정에서 서사가 활용된다는 점을 인정하면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함을 납득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온갖 인공물이 유발하는 서사를 우리는 논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서사는 명시적 서사가 아니라 묵시적 서사에 해당한다. 명시적 서사는 서사가 언어의 형태로 나타나 있을 때 그것을 분석하며 의미를 따질 수 있다. 그렇지만 명시적 서사가 나타나 있지 않을 때에도 묵시적 서사를 읽음으로써 서사를 논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과학 교재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역시 서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과학 교재의 서사를 논의할 때는 명시적 서사와 묵시적 서사를 분리하여 고려해야 한다. 과학 교재에서 명시적 서사는 자연사나 과학사에서 흔히 나타난다. 자연사는 자연의 역사로서 우주의 역사, 지구의 역사, 진화의 역사 등 시간적 추이에 따른 자연의 변천을 다루는 실태 과학 분야에서 흔히 나타난다. 이런 분야들은 역사를 찾는 것이 곧 과학 활동이 되므로 연구 결과의 보고도 서사가 주된 내용이 된다. 이런 역사적 과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연사가 추구될 수 있는 영역은 절차적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이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시간적, 인과적 사건의 연속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그런 현상의 기술이 서사가 된다. 예를 들면, 단백질의 합성 메커니즘이 이에 해당한다.
과학사적 논의가 주종을 이루는 과학 교재는 과학사 저술이 대표적이겠지만 일반 논문에서도 연구사를 연구 보고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명시적 서사가 많이 활용된다. 연구의 전사에 대한 기술과 자신의 연구 과정에 대한 서술에서 미니 과학사가 등장한다. 과학 교재에서도 과학사는 교육적 목적으로 많이 활용된다. 과학 교재에서 개념의 변천이나 기구의 발달, 실험의 진척, 논쟁의 전개 등에서 과학사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명시적으로 서사가 나타나지 않는 과학 교재에서는 묵시적 서사의 활용을 논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묵시적 서사는 구조적 맥락, 교육적 맥락, 연구적 맥락에서 논의가 유효하다(Ku, 2018, pp. 92-93). 구조적 맥락에서의 서사의 구성이란 저자가 책의 내용을 선정하고 배치하면서 하나의 서사를 염두에 두고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 전개로부터 하나의 서사를 마음에 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러한 내용의 선택과 배열이 이 책의 구성으로서 최선인가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은 좋은 서사를 갖춘 것이며 좋은 교재로서 독자에게 수용이 가능한 것이다. 장이 구성이 수긍이 가고 더 세부적으로는 하나의 장에서 절의 구성이 역시 수긍이 가야 한다. 독자가 수긍할 수 없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의도와 실제 책이 구현하고 있는 내용이 성공적으로 매치가 되지 않는 셈이다.
교육적 맥락에서 서사를 구성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이 계속 갱신되면서 그 분야를 다루는 교재는 판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내용을 수정하게 된다. 현재의 책에는 그런 역사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왜 현재와 같은 구성이나 배열이 되었는가를 보면 이러한 교육적 맥락에서의 서사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판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책의 내용이 바뀌어 왔는가를 아는 것은 현재의 책이 왜 이런 내용의 책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연구적 맥락에서 서사는 책의 내용에 연구자로서 저자의 입장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와 관련된다. 특히 연구적 맥락에서의 논의나 논쟁의 반영이 책을 통해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분야가 한참 번성하는 분야인지, 옛 영광을 추억하는 분야인지가 교재의 서술 방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참 번성하는 분야라면 어떤 내용 때문에 그러한 번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한 추세가 이 책의 내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옛 영광을 추억하는 분야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라면 최근에 발전이 없는 이유와 과거의 내용을 아직도 가르치거나 배워야 할 이유에 대한 정당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적 맥락에서 서사로서 주목할 것은 논쟁 중인 견해 중 저자에 의해 특정 견해의 옹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라고 해서 논쟁이 종식된 내용만 싣는 것은 아니고 논쟁이 진행되는 내용을 다룰 수도 있는데 논쟁에 대해서 중립적 입장으로 다룰 수도 있고 한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견지에서 양쪽 견해를 모두 소개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만을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반대 입장은 아예 다루지 않을 수도 있다. 특정 학문 분야가 표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표준적인 내용의 범위라는 것이 의외로 매우 주관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자 자신이 연구자라면 자신의 연구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 입장에서 책을 저술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사실로 정립하려는 태도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이 모두 과학기술 교재가 명시적 서사로 제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묵시적 서사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3. 텍스트의 서사 분석

서사 분석의 관점에서 로더러의 책이 어떤 명시적 서사를 담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자연사나 과학사에 관한 논의는 미미함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 과학은 자연의 역사를 탐구하는 분야가 아니다. 소리의 발생, 전달, 감각, 지각의 단계를 따라 소리 지각 메커니즘에 절차적 단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런 절차적 단계들을 면밀히 추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연구사를 취급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특정한 주제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다양한 연구자들이 해당 연구를 했음을 드러내는데 그들의 연구가 순서에 따라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해당 주제의 연구는 어떤 경우에는 매우 일찍 이루어졌고 어떤 연구는 최근에 이루어졌다. 그런 오래된 연구와 최근의 연구가 참고할 문헌으로 함께 제시된다. 두 연구가 내용상 어떻게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상술하지 않는다. 궁금한 독자는 해당 연구를 직접 찾아서 논의의 차이점을 이해하도록 할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에 대한 서사 분석은 묵시적 서사에 주목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과학 교재에서 묵시적 서사를 읽어내는 구조적 맥락, 교육적 맥락, 연구적 맥락에서 책을 분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3.1. 구조적 맥락

구조적 맥락에서 보면 과학 교재라는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도록 구조가 갖추어진다. 장과 장의 연결과 장들의 배열이 하나의 서사 구조를 형성한다. 구체적으로는 장 내부의 절의 구성 또한 하나의 서사 구조를 형성한다. 좋은 교재는 이야기의 흐름이 있어서 논의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며 그러한 이야기 전개가 납득이 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피셔가 말하는 구조적 일관성과 관련된다. 서사적 개연성을 형성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구조적 일관성은 화자의 이야기 전개가 청자의 인지 구조에서 별 무리 없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논리적 특성을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로더러의 책 제목 ‘음악 물리학 및 음악 심리 물리학’을 보면 이 책이 해당 분야들의 개론적 이해를 도모할 것이 예상된다. 책의 제목은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표상하도록 의도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1970년대에 이 책을 처음 쓴 목적이 물리학, 음향학, 심리 물리학, 신경 생물학 간에 촘촘한 그물코를 짜는 일이고 ‘음악 과학’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진정으로 학제적인, 단일 저자의 교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고, 이런 목적은 여전히 현재 4판의 목적이라고 말한다(Roederer, 2008, p. vii). 여러 학문 분야가 통합되어 있는 책이라면 장별로 개별 분야의 지식을 제시하는 방법을 취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개별 장마다 물리학, 심리 물리학, 신경 과학의 지식이 모두 등장한다. 장 단위에서 이미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좀 더 어려운 융합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장은 제목이 ‘음악의 과학, 과학의 음악, 다분야 개관’으로 책 전체에 대한 개관을 담고 있다. 저자는 소리의 원천, 매질, 수용자를 제시하고 각 기능을 요약한 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실제 악기에서 음악이 연주될 때 여기에 나타난 각 단계에서, 그리고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이되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것”(Roederer, 2008, p. 2)이라고 말한다. 매 장에서 이 3단계의 논의는 매번 반복되고 이에 따라 물리학, 심리 물리학, 신경 과학의 지식이 순차적으로 논의된다. 2장은 제목이 ‘소리 진동, 단순음, 음고의 지각’으로 물리학으로는 진동으로부터 음파의 발생과 공기 전달을 다루고 심리 음향학으로는 진동수에 따른 음고의 확정이 내이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시하고 더 나아가서 신경 과학으로 복합음의 음고가 어떻게 청각 피질에서 인지되는지를 다룬다. 3장은 제목이 ‘음파, 소리 에너지, 음량의 지각’으로 물리학에서는 진폭에 의한 음파의 세기가 정해지는 원리를 다루고, 심리 물리학에서는 달팽이관에서 소리의 대소가 융모의 휘어짐의 차이에 의해 인지되는 과정을 다룬다. 최종적으로는 신경 과학으로 청각 피질에서 복합음의 시끄러운 정도라는 것이 어떻게 인지되는지를 다룬다. 4장은 제목이 ‘악음 발생, 복합음, 음색의 지각’으로 단순음이 합쳐져 복합음이 되어야 실제 악음이 되기에 물리학에서는 현악기와 관악기에서 어떻게 악음이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 심리 물리학에서는 단순음의 조합에 의해 복합음의 음색이 달팽이관에서 감각되는 것을 다루고, 신경 과학에서는 뇌의 청각 영역에서 음색이 지각되는 과정을 다룬다. 마지막 5장은 제목이 ‘복합음의 중첩과 연쇄, 음악의 통합적 지각’으로 화음의 형성과 화음 진행에 따라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협화음 감각에서 음계가 구성되고 인간의 뇌의 작용을 통해 정서가 발현되고 음악 형식이 인지된다. 여기에서는 신경 과학이 주로 활용된다(Roederer, 2008, pp. xi-xii). 전체적으로 보면 소리의 3 요소인 음고, 음량, 음색과 더불어 화음을 각 장에서 순서대로 다루고 매 장은 소리의 발생, 전달, 수용의 3단계에 따라 논의를 전개하면서 물리학에서 심리 물리학과 신경 과학으로 지식의 중심이 전이된다. 이런 방식으로 이 책에서 구조적 일관성이 확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음성, 비조화음(종과 타악기), 전자음 발생, 컴퓨터 음악은 다루지 않는다. 이런 주제에 대한 연구는 나름대로 큰 진보를 이뤄내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들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다. 심리 음향학을 다룬다 해도 단순 사인파 음이나 복합 사인파 음의 지각만 논의하지 소음 대역이나 펄스 자극 실험은 다루지 않는다. 또한 리듬과 스테레오 지각과 역사적 발전은 매우 적게 다룬다(Roederer, 2008, p. viii). 저자는 왜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는지를 밝히지 않지만 이러한 배제의 일반적 특성은 세 가지이다. 목이 아니라 귀, 기술이 아니라 과학, 소음이 아니라 악음를 다룬다는 것이다. 이는 제목에 충실하게 논의가 음악 물리학과 음악 심리 물리학에 한정되게 한다. 이러한 세 가지 특성은 이 분야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헬름홀츠(Hermann Helmholtz)의 『음의 감각』(Die Lehr von den Tonempfindungen als physiologische Grundlage für die Theorie der Musik)이 가진 특성과 일치한다(Helmholtz, 1870). 이 책에서 헬름홀츠는 음악 물리학과 음악 생리학에 대한 논의를 통해 악음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한 바 있고 이 책은 해당 분야의 고전으로 지금도 관련 연구자들의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로더러의 책이 이러한 모범을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럽고 다만 추가적으로 신경 과학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뇌에서 음악의 지각을 논의하는 것은 헬름홀츠의 시대에는 음악 신경 과학이라고 할 것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보더라도 로더러의 책은 재료적 일관성을 잘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은 독자의 동의를 얻기에 적절한지 논의해 보자. 로더러의 『음악 물리학 및 음악 심리 물리학』은 별로 두껍지 않다. 해당 분야를 처음 공부하는 초보자들에게 필요한 교재는 초보적인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에 대한 기초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상세한 개념에 대한 취급이 요청된다. 개론서는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을 풍부하게 전달하여 초보 독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책은 더 두꺼워져야 할 것이다. 교양 도서로서 가져야 할 내용의 친절함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음악 물리학과 음악 심리 물리학의 관점에서 학습자들이 꼭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 개념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제시하여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기에 초보자들이 내용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음악 과학의 세부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이웃 분야의 최신 지식을 들여다 보기 적절한 체제를 드러낸다. 이 책은 다루는 개념의 범위를 해당 연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의 내용의 핵심에 한정한다. 그러다보니 해당 개념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을 말하는 것인지 내용을 잘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미약해 보인다.
이 책은 교양 교재로서는 두드러지게 전문 정보를 주석으로 제공하는 데 진지하다. 어떤 개념을 소개하는 문장이 나오면 해당 개념의 출처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내주(內註)의 형태로 제시한다. 문장 뒤에 해당 연구자의 이름과 출판 연도가 괄호 속에 제시되고 해당 연구 논문이나 저서의 서지 정보는 책의 말미에 참고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해당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해당 논문이나 저서를 찾아서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해당 개념이 이 주제에서 어떤 구도 속에서 등장하는 것인지를 독자에게 제시하는 개념 지도이다. 그런 점에서 왜 이 책이 해당 연구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해당 분야의 연구 맥락을 잘 정리하여 제시하는 책이어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요긴한 가이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고전’으로 평가받기까지 한다(Roederer, 2008, p. vii).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런 정보의 전문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이다. 평범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내용들이 전문가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단순성이 초보자들이 보기에도 설명이 너무 소략하고 추상적이어서 관련 논의를 파악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보편적인 이해의 이익을 위해 지엽적(parochial) 세부사항을 때때로 희생한 것에 대해 다양한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사과한다.”(Roederer, 2008, p. viii)라고 하는데 그런 경우에 초보자들은 설명이 구체적이지도 자세하지도 않아서 개념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모를 요약적으로만 알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장에서 저자는 개관을 하면서 독자의 이해에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이런 요약으로 초보 독자가 뭐 하나라도 책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풍악기는 피드백 커플링으로 1차 흥분 메커니즘을 제어한다.” (Roederer, 2008, p. 2)고 하는데 그것이 무슨 뜻인지 초보 독자는 책 전체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독자들은 이런 교양서를 통해 음악 과학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기대하므로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설명의 상세함을 여러 주제에서 더하는 것이, 이 책의 분량이 통상적인 교재에 비해 적은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사적 충실성에서 타당성에 미흡함이 있다.

3.2. 교육적 맥락

4판을 거듭하면서 이 책이 최신 연구를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은 교육적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교육적 맥락에서 학생이나 독자에게 최신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추가하는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드높인다. 이 책은 초판이 나온 후에 몇 차례 재인쇄되고, 3번 개정되고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번역되었다(Roederer, 2008, p. vii). 우주 물리학자인 저자에게 이 책은 취미 활동에 해당했기에 이런 시장의 반응은 과분한 것이었다. 목표가 넘치게 달성되었다고 할 만하다. 책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판을 거듭하면서 교육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웅변보다도 강력하게 책의 유용성을 세상에 선포한다는 점에서 서사의 진실성을 보장한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때 표방했던 가치부터 책이 세간에서 환영받을 이유가 있었다. 1970년대에 처음 집필되고 4판이 나오기까지 같은 내용의 책,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책을 저자가 계속 내는 이유는 그런 유의 책이 나오지 않고 있으나 그런 책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더러의 책은 음악 과학을 표방하고 기획되었기에 뿔뿔이 흩어져 추구되고 있는 음악 관련 연구를 하나로 통합하여 가르치고자 하는 취지로 집필되었다. 책을 쓰기 전에 이미 음악 물리학, 음악 심리 물리학, 음악 신경 과학은 독립된 교재들이 나왔기 때문에 저자는 그것들을 엮어서 음악 과학이라고 부를 책을 쓰고자 했다. 초판 서문에서 악기에서 소리의 발생부터 전달, 귀에서 소리의 감각, 뇌에서 소리의 지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학 없이 기술하겠다는 욕망을 저자는 표현한다. 그래서 그런지 4판에서 저자는 최신 연구자들의 연구를 참고 자료로 제시하는 데 열심이다. 저자에 따르면, 4판에서는 구조는 바꾸지 않고 심리 물리학과 신경 과학 분야의 핵심 내용들을 최신화하는 것만 했다(Roederer, 2008, p. viii). 이 책은 발전이 더딘 분야의 구체적인 발전상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자료를 독자가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넓은 연구 영역을 섭렵하고 정리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1970년대 이래로 그런 수고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지만 저자는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그런 노력을 경주해 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교육적 맥락에서 재료적 일관성을 충족한다.
또한 이 책은 이전 판본에서 단지 추측이나 사색이었던 것을 측정과 실험을 통해 과학적 사실로 확정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5장 6절에서 사람의 뇌가 의식을 창출하고 음악을 창출하고 감상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4판에 새로 들어간 것이다.
특히 음악적 이미지, “당신의 머리 속에 있는 곡조”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신경 과정은 새로운 단층 촬영 기술로 이제 능동적으로 과학적 탐색이 가능하다(4장 9절). 점진적으로 인류는 뇌의 많은 구역에서 상상된 소리의 처리에 관여하는 신경 활동이 실제로 지각된 소리에 의해 유발되는 것과 거의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상된 음악이 처리되는 동안, 다른 비음향적 뇌 중심들이 역시 조직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증거들이 있다. 즉, 손(악기 연주자), 후두(가창자), 팔(지휘자), 다리(리듬)를 통제하는 운동 영역이 시각 영역(악보, 악기, 청중의 이미지)과 마찬가지로 활성화되는 것이다(Roederer, 2008, p. 190).
이렇게 교육의 내용이 최신화됨으로써 서사의 진실성은 더욱 확고해진다.
교육적으로 서사의 타당성을 확고히 하는 것은 과학에서 채용하는 방법을 지식 전달 과정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서사의 타당성은 현대 사회가 받아들이는 가치를 전달하는 서사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확보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 책이 음악의 과학을 통해 ‘과학의 음악’(music of science), 즉 “과학 탐구, 추론, 이해의 아름다움과 흥분”을 독자에게 전달하기를 희망한다(Roederer, 2008, p. vii). 이것은 이 책이 음악 과학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으로서 사고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도 교육적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과학 과목이 교양 과목으로서 달성해야 하는 추가적인 목적을 보여준다. 이 책이 수식을 쓰지 않으면서도 음악 과학의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은 과학적 사고를 전수하는 데 용이하다. 논리의 훈련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구축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교양 교육의 가치를 지닌다. 과학만큼 논리적 사고를 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없다. 연역적 사고와 귀납적 사고뿐 아니라 가추법까지 활용하는 것을 보임으로써 논리적으로 지식을 구축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우선적으로 이 책에서 철저하게 경험을 지식의 토대로 삼고 그밖의 억측은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현대인에게 신뢰할 지식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저자는 4판을 거친 개정의 과정을 통해서 사색적 또는 추측에 불과했던 지식이 경험적 토대 위에 서게 된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취급이 불가하다고 여겨지던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리학을 넘어서 심리 물리학이라는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전에는 측정이라는 것에 토대를 두지 못했던 영역으로 지식을 넓힌다. 예를 들면, 소리가 달팽이관에서 뇌의 청각 피질에 도달하기까지 경로를 탐색하는 데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반응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청각 경로의 다양한 수준의 fMRI 반응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30초간 소음을 한쪽 귀에 넣었을 때 신경 활동의 퍼센트 신호 변화를 측정하면 신호 자극 동안 신경 활동은 아래둔덕(inferior colliculus)에서는 특징적인 기울기의 상승과 하강이 있지만 거의 상수이고, 안쪽무릎체(menial geniculate body)에서는 더 높게 올라가고 일정한 소음 입력 중에 이미 두드러진 변화가 있어 다른 뇌 중심들로부터 약간의 되먹임 정보가 있음을 드러낸다. 피질 수준(헤슬 이랑(Heschl’s gyrus)와 상측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에서는 반응이 명쾌하게 시작과 끝 신호(“여기 소음이 몰려온다!”, “소음이 그쳤다!”)로 나타난다(Roederer, 2008, p. 74).
이런 논의를 통해 청각 신호가 거쳐가는 경로가 아래둔덕, 안쪽무릎체, 청각 피질임이 재확인된다.
과학의 사고 과정을 전수한다고 할 때 저자가 역점을 두는 방법 중 하나는 모형화이다. 지식 구축 방법으로서 모형화가 훌륭한 방법임을 보여준다. 모형의 구축은 그 자체가 가추적이다. 알려진 경험적 자료를 근거로 단순화된 자연의 이미지를 머리에 상정하는 것이 모형이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만든 모형을 사용하여 이전에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현상들을 설명하기를 시도하기도 하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미 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므로 이런 방법을 써서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배워야 한다. 모형은 자연과학과 공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심지어 인문학의 탐구에도 활용이 되는 지식 구축 방법이다. 그러므로 모형의 정당화와 구축 방법, 모형을 사용해 지식을 확장하는 방법의 사례를 이 책에서 배운다면 학생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교양 교육이 된다. 그런데 저자가 그것을 겨냥하여 책을 쓰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실례로 3장 2절에서 저자는 음파가 매질에서 전달되는 방식을 이해시키기 위해 용수철 연결된 공들로 모형을 만들어 이해를 도모한다. 모형은 사고를 단순하게 해준다. 모형은 실물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상화된 조건을 부여하여 대체물을 만들어 사고를 하게 한다.
앞 절에서 순수 물리학을 돌아보았으니 우리는 파동 전파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 우리는 매질 모형을 사용한다. 우리는 매질이 주어진 질량의 작은 물체로 구성되어 있고 압축된 용수철(탄성력을 나타낸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한다. 처음에 용수철 힘은 평형 상태에 있고 모든 점들은 정지해 있다. 그림 3.1은 점 P가 갑자기 x1 만큼 오른쪽으로 변위된 것을 보여준다(Roederer, 2008, p. 81).
여기에서 1차원 용수철 모형은 힘의 변이가 압력 변이에 해당하여 어떻게 탄성파가 전달되는지를 보여준다(Roederer, 2008, p. 81). 미지의 현실 세계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그런 특성을 반영한 모형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런 과학의 방법을 예시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이 책은 지식 추구의 모범으로서 과학의 가치를 널리 선포한다는 점에서 서사의 타당성을 획득한다.

3.3. 연구적 맥락

연구적 맥락에서 서사란 분야의 지식이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새롭게 갱신되어가는 과정을 풀어내는 것을 지칭한다. 이런 지식 진보의 과정을 책이 드러냄으로써 현재 받아들여지는 지식의 지적 지위를 규정하게 된다. 로더러가 연구자로서 여러 연구자들의 견해를 반영하면서 해당 분야의 연구가 진보하는 것을 밝히려고 한 점은 이 저술에서 서사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책이 1970년대에 처음 집필된 이후 4판에 이르기까지 판을 거듭했을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최신의 연구를 반영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연구적 맥락의 반영을 지적할 수 있다.
로더러의 책은 책의 내용의 출처가 되는 연구들, 즉 저자 자신의 연구를 포함하여 수많은 연구자들의 논문과 저작을 내주를 써서 밝힌다. 이런 정보 제시를 통해 저자가 노리는 효과는 복합적이다. 하나는 자신의 논의가 공인된 연구에 철저하게 의지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진실성을 확보하여 서사적 충실성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연구는 오래된 것부터 최신의 것까지 다양하게 망라되는데 이는 저자의 논의가 때로는 기초적이고 원론적이며 때로는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므로 확고한 학문적 토대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정보를 내주로 제시하는 또 다른 효과는 깊이 있는 상세한 논의는 배제하고 핵심적이고 개략적인 내용만을 전달하고 더 깊은 지식을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지식의 확장을 할 수 있는지 가이드하는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저자가 더 자세한 내용을 서술하지 않고 단지 주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보의 과잉으로 초보적인 독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또 다른 잠재 독자로 관련 분야 연구자들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좁은 연구 분야의 구획을 초월해서 더 넓은 관련 분야의 연구 성과를 파악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보를 이 책은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것은 4판을 거듭하면서 저자가 관련 분야의 최신의 성과를 면밀히 추적해 온 노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인 로더러의 연구 경력도 책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으로 로더러는 1929년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났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1939년에 아르헨티나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였다. 로더러는 1952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물리수학과학으로 Ph. D를 받았다. 1953년부터 1955년까지 괴팅겐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1959년부터 1966년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물리학 교수로 일했다. 1967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덴버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가 되고 1977년에 알래스카-패어뱅크스 대학(UAF)의 지구물리학 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되어 그 자리를 1986년까지 맡았다. 그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같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한 후 같은 대학에서 명예 교수가 되었다. 2005년에는 『정보와 자연에서 그것의 역할』(Information and Its Roles in Nature)을 출판했다(Roederer, 2005). 그는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우주 물리학, 특히 태양 우주선 연구나 지구 복사대 이론에 대한 연구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지만 그것이 이 책의 집필과 개정에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다. 음악 물리학 부분은 일반적인 역학의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음향 역학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별로 책에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구적 맥락이 반영될 부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대신에 저자의 책인 『정보와 자연에서 그것의 역할』의 내용을 반영하여 이 책의 1장에서 음악을 정보로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논의를 전개하였다.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내용을 서술한 만큼 그 내용의 진실성을 지지받을 수 있다. 특별히 2008년에 저자는 4판을 내면서 1장의 말미에 정보 이론적 관점에서 음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이는 저자가 정보 이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것[정보]은 CD의 디지털 홈도, 오선지 위의 음표도, 음파의 기압 진동도, 뇌의 신경 활동도 DNA 분자의 화학적 염기도 아니다. 이 모두는 정보를 표현하지만 정보는 아니다. 그것들을 뒤섞거나 순서를 조금만 바꾸면 노이즈를 얻거나 의미를 상실하거나 의도된 효과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정보는 많은 형태를 취하고 같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가 무엇을 하느냐이지 그것이 어떻게 보이거나 들리느냐, 그것이 얼마나 많냐,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냐는 중요치 않다. 정보는 항상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은 예외 없이 언제 어디선가 특수하고 일관된 변화를 일으킨다(Roederer, 2008, p. 16).
이어서 저자는 음악이 단순한 물리적 에너지의 전달을 위하여 음향학적 진동을 퍼뜨리고 그것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고 그것을 신경 신호로 전환한 상태에서 뇌는 정보를 처리하게 된다고 말한다. 뇌가 처리하는 정보는 음고, 음색, 음량, 화음 등이 포함되고 이러한 소리의 요소들이 어떻게 연쇄되느냐에 따라 각기 상이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임을 언급한다(Roederer, 2008, p. 17). 이런 차원에서 음악을 정보로 인식하게 되면 더욱 음악의 발생과 전달과 수용에서 어떤 요소들의 지각과 해석 중요한지에 대하여 심화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보 이론적 이해를 추가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이 이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자의 연구를 반영하는 논의는 책 내용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어 서사적 충실성에 도움을 준다.
저자가 자신의 연구를 직접 활용하는 데에서 권위를 획득할 뿐 아니라 최신 연구를 반영하는 노력을 통해 연구자들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연구사의 등장인물로서 연구자들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성격적 일관성을 확보한다. 2,600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갖는 동안 음향학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활동했음을 지적한다(Roederer, 2008, p. 20). 또한 음악 심리 물리학이나 신경 과학의 경우에는 150년밖에 되지 않는 역사를 가지지만 최근에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비침습적 탐지 기구들이 많이 사용되면서 살아 있는 뇌, 작동되는 뇌를 탐구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주목한다. 로더러는 이들 연구자들이 최근에 EEG (electroencephalography)나 MEG(magnetoencephalography)가 아니라 fMRI나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를 사용하면서 더욱 정밀한 신경 작동의 측정이 가능해졌음을 보고한다(Roederer, 2008, p. 13). 이에 따라 연구자들을 등장인물로 하는 연구사의 서사에서 개성적 일관성을 충족시킨다. 최신 연구 성과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저자의 부지런함을 통해서 저자는 그냥 지나가는 사소한 사실 하나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그런 언급의 토대가 되는 연구자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4장에서 이른 바 건의 ‘터치’를 놓고 피아니스트와 물리학자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에서 피아니스트들은 건을 누르는 방식이 음량 외에 음의 특성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물리학자들은 단지 그런 동작의 차이는 해머가 현을 치는 속력만 바꿀 뿐이라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에게는 단일한 음에 대하여 아름다운 터치나 나쁜 터치는 없다. 저자는 이런 논쟁에서 피아니스트들에게 희망적인 연구 결과라며 최근 연구를 소개한다.
최근의 측정에 따르면, 자유롭게 비행하는 해머의 세부 운동은 상이한 유형의 터치에 따라(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머가 놓이기 전에 그것에 연주자가 부여한 가속도의 차이에 따라) 탄성체로서 회전하고 진동하는 방식에서 약간씩 다를 수 있다(Roederer, 2008, p. 124).
이렇게 연구자의 최신 실험 연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정보의 권위를 더하는 방식은 연구적 맥락에서 연구자의 중심적 역할을 주목하게 하여 성격적 일관성을 확보한다.
또한 서사적 충실성의 타당성과 관련해서 저자는 연구자들의 연구를 따라가며 해당 연구 분야에서 과학 지식을 확정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이는 현재로서는 최선의 지식을 획득하는 더 나은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계의 탐구 방법론을 수긍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2장에서 저자는 달팽이관에서 기저막이 전달되는 음파의 진동수에 따라 공명하는 부위가 있는데 한 옥타브 올라갈 때마다 할당되는 공명 구역은 3.5 내지 4밀리미터로 균등하다고 말한다. 220헤르츠에서 440헤르츠까지 공명하는 부위와 1,760헤르츠에서 3,520헤르츠까지 공명하는 부위가 기저막에서 거의 같은 길이를 갖기에 기저막의 진동수 배치는 로그 스케일을 따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측정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런 사실을 확정하는 데 더 확고한 증거가 확보되었음을 언급한다.
위의 결과는 죽은 동물에서 수행된 생리적 측정에서 온 것이다. 오늘날 이런 측정은 살아 있는 달팽이관에서 현미경 수준의 레이저 빔이나 미량의 방사성 물질(코발트57)을 기저막에 심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뫼스바우어(Mössbauer) 효과를 통해 수행될 수 있다. 기저막의 작은 변위가 반사되는 레이저 빔이나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의 주파수 편이(도플러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검출될 수 있다(Roederer, 2008, p. 32).
과학에서 관측 방법의 개선이 더 믿을 만한 지식을 보장한다는 가치가 자연스레 독자에게 수긍될 수 있다. 이렇게 타당성의 확보를 통해 이 책의 서사적 충실성이 강화된다.

4. 맺음말

이 논문은 로더러의 음악 과학 교재의 수사 비평을 위하여 서사 분석을 시행해 보았다. 피셔의 서사적 패러다임에 따르면 모든 의미 구성이 서사에 의존하므로 과학 교재도 서사 비평이 가능하다. 서사는 서사적 개연성과 서사적 충실성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데 서사적 개연성은 구조적 일관성, 자료적 일관성, 성격적 일관성으로 구성되고, 서사적 충실성은 진실성과 타당성으로 구성된다.
명시적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는 인공물에 대해서는 묵시적 서사를 살필 수 있는데, 로더러의 책과 같은 과학 교재의 경우에는 구조적 맥락, 교육적 맥락, 연구적 맥락에서 서사를 찾아 낼 수 있다. 구조적 맥락에서 이 책의 서사는 소리의 발생, 전달, 수용의 단계에 맞추어 음고, 음량, 음색, 협화/불협화의 인지를 맞추어 2장부터 5장까지 순서대로 다룸으로 구성된다. 소리를 구성하는 음파의 물리적 특성을 먼저 살피고 그런 이해를 토대로 달팽이관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뇌에서 이루어지는 인지 과정으로 관심을 확장하면서 논의의 단계를 밟아 나가기 때문에 문외한도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다. 이렇게 인지적 단계를 고려하여 소리의 발생, 소리의 전달, 소리의 수용을 따라가는 접근을 매번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논리적 구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책이 구조적 일관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적 맥락에서 보면, 음악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 학문 분야이지만 물리학, 심리 물리학, 신경 과학에서 각각 음악에 관련된 연구와 논의가 있어 왔기에 그것을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하여 가르치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은 해당 강의를 개설케 하고 그 교재로 이 책을 집필하게 했다. 학생들은 음악이라는 예술의 특성과 존재 가치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해당 강의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그 과목의 교재로 30여 년간 사용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교육적 맥락에서의 서사는 이 책의 교육적 가치와 장점들에 주목할 가치가 있음을 드러낸다. 교육적 맥락에서 요청되는 재료적 일관성을 이 책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인정된다. 더 나아가서 교육적 가치에서 책이 다루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은 과학적 탐구 방법에 대한 이해이다. 경험 정보에 대한 의존, 관찰 장비의 개선, 모형화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지식을 구축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과학적 정신의 확산을 통해 이러한 교육적 개선 과정이라는 서사의 타당성을 높여준다. 이 책의 서술을 통하여 과학 지식의 습득 과정은 일회성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늘 갱신되는 새로운 라운드를 통해 순환적으로 개정되어 나간다는 것을 독자들은 스스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적 맥락에서도 로더러의 책은 좋은 서사를 제공한다. 저자가 음악 과학을 통합된 분야로 제시하려는 노력은 관련 연구자들에게도 음악 과학이라는 전문 분야의 창출의 필요성을 공감케 하고 이 책의 통합적 가치를 인정하며 이 책을 음악 과학의 고전으로 상찬하게 했다. 저자가 아마추어적 관심에서 시작한 과목이었어도 국제적으로 워크숍을 조직하여 음악 과학의 폭넓고 심화된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관련 연구 분야의 연구를 촉진하는 역할까지 한 것은 이 책이 전문 연구자들에게서 더욱 칭찬받는 이유가 되었다. 이런 칭찬과 호응이 이 책에 대한 개정 작업이 3차례에 걸쳐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는 형태로 점점 책의 쪽수가 늘어나게 하는 동인이 되었다. 이 책은 연구 논문이나 저서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연구자들이 직접 수행한 연구물에서 인용하는 방식으로 연구사의 등장인물들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성격적 일관성을 확보한다. 또한 서지 정보의 인용을 통해 학생들이나 인접 분야의 연구 정보를 원하는 전문 연구자들에게 지식의 지도 역할을 하게 된 점이 이 책의 서사에 대한 진실성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로더러의 음악 과학 교재에 대한 서사 분석은 이 책이 교양 과목의 교재로서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준다. 명시적으로 서사적 형식을 따르지 않는 텍스트라 하더라도 저자와 독자의 마음 속에서 형성하는 묵시적 서사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서사적 분석틀을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분석 방법이 다른과학 교재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과학 텍스트도 분석하는 데 응용할 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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