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은 사회문제 해결의 역량이 필요하며, 대학은 학생들의 이러한 역량을 계발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유지선, 2022; 윤수진, 2024). 이는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이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위한 교육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김영미, 2021; 조혜영, 2021; Mac Labhrainn & Mcllrath, 2016). 기후위기,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 등의 문제는 그 규모의 방대함과 원인의 복잡성으로 인해 개인적 수준에서 해결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비판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의 복잡성을 분석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에 다수의 대학들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의 효과를 탐색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조혜영(2021)은 지역 아동에게 영어학습 멘토링을 하는 방식으로 사회 변화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감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보였고, 임수경(2021)은 지역사회 리빙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사회문제에 대한 주인의식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Moely et al. (2002)는 봉사 학습(service learning)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학생들의 리더십 스킬과 사회 정의적 요소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문제해결력이 향상되었음을 보인 바 있다. 이외에도 환경 관련 사회문제 해결 프로그램이 연구참여자들의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과 실천 의지 및 책임 의식과 연대 의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윤선 외, 2019). 지속가능발전 교육(Education for Sustatinable Development, ESD)도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환경, 사회, 경제의 균형 잡힌 관점에서 사회문제의 해결안을 도출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강현선, 손연아, 2016). 예컨대 김미경(2023)은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위한 지역사회 문제해결 중심의 PBL (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을 개발하고, 이 수업이 지역문제에 공감하는 사회정서적 역량과 실천적 행동 역량, 그리고 문제해결력의 계발에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다만, 지속가능발전 교육 연구는 김미경(2023)의 연구를 제외하면 주로 초⋅중등교육 맥락에서 수행되고 있다(e.g. 강현선, 손연아, 2016; 김세현 외, 2018; 이동수 외, 2017; 조영철, 이상원, 2021).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고 관련된 문제해결력 역량을 함양시키는 교육의 확산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관련 교육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지역 주민이나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또는 직접적인 참여를 하여 사회문제를 확인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임수경, 2021; 조혜영, 2021; Moely et al., 2002). 학생들은 개인 수준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을 하거나(강현선, 손연아, 2016), 팀을 구성하여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김미경, 2023). 이러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수 프로그램에서 학생 수준에서 실행가능한 단기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문제 해결 주체의 다양성과 방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셜벤처를 주체로 한 사회문제 해결 교육을 제안할 수 있다. 소셜벤처란 창업 및 경영을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벤처 기업으로(Austin et al., 2006),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 경제 주체이다(김영춘, 2017; 박민진, 김태영, 2018). 또한 이윤의 극대화보다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 변화를 도모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 활동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으로 구분되기도 한다(Mair & Noboa, 2006; Noyes & Linder, 2015; Schlee, et al., 2009). 소셜벤처가 가진 혁신성과 유연성이라는 특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소규모의 사회혁신을 실험하는 데 유용하다(Dees, 2012). 따라서 소셜벤처라는 맥락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기업가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며 미래의 기업가를 양성하는 목표도 지향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변화를 감지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과 도전에 대한 의지 등의 특성을 포함하는데(Drucker, 1985), 이는 사회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이 필요한데, 기업가정신은 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를 강조한다(Frederik & Kuratko, 2009). 특히, 이철기(2020)는 기업가정신을 학습가능한 역량으로 간주하였고, 몇몇 학자들은 여기에 포함되는 세부 요소로 아이디어 생성, 전략 수립 능력, 문제해결력, 경영지식 등을 제안하였다(이철기, 2020; 정은주, 이용진, 2019; Mitchelmore & Rowley, 2009). 더욱이 창업과 경영 요소 등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은 사회문제 해결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소셜벤처라는 맥락을 활용하여 기업가정신 역량 함양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특히, 사회적 요구를 인식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창출하는 ‘소셜벤처 플래닝(social-venture planning)’ 이라는 수업 모형을 활용하여(Lim & Lee, 2024)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소셜벤처 플래닝은 소셜벤처 창업 준비 과정으로, 비전과 미션을 정립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활동들로 구체화된다(Kickul & Lyons, 2020). 이러한 활동이 수업에 적용된다면 학생들은 벤처라는 경제 주체로서 사회문제 해결을 제안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워 봄으로써 기업가정신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을 설계하고 대학 교양 강좌에 적용하여,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소셜벤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특징이 드러나는지 파악하는 한편, 기업가정신 역량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가?
둘째,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 이후 연구참여자들의 기업가정신 역량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2. 연구 방법
2.1.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 개발한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은 2013년 1학기 강원지역의 한 대학에서 개설된 교양강좌에 적용되었다. 연구참여자는 이 수업의 수강생으로, 대학생 19명(남 12명, 여 7명)이었다. 이 중 10명이 자유전공학부 소속이었고, 나머지 9명의 전공은 자연과학, 공학, 경영학 등 다양하였다. 학년별로는 1학년이 12명, 2학년이 5명, 3학년이 2명이었다. 연구참여자 정보를 <표 1>에 나타내었다.
연구진은 수업 1주차에 수강생에게 본 연구의 목적과 연구 참여 과정에 대해 안내하였다. 수강생 모두가 연구 참여를 비롯하여 수업 산출물의 수집과 수업의 녹음 및 녹화에 동의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이름은 무작위로 코드를 부여하여 익명 처리한 뒤 분석하였고, 연구 결과 절에도 코드명으로 표기하였다(S1-S19). 본 연구는 연구진이 속한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No. 2022-01-003-001).
2.2.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 개발
본 연구는 학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가정신 역량을 함양하는 목적으로 소셜벤처 플래닝의 맥락을 활용한 교양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하고자 하였다. 박민진, 김태영(2018)은 소셜벤처의 혁신 과정을 문제인지, 아이디어 생성, 아이디어 검증, 아이디어 실천, 규모 확대, 시스템 변화의 6단계 절차로 제안한 바 있다. 앞의 세 단계가 벤처 창업을 ‘계획(planning)’하는 단계에 해당한다면 후반부의 세 단계는 해결안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중 전반부의 플래닝 단계는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으로 시작되는데, 이 과정에는 아이디어 생성을 위한 자료 수집 및 조사뿐 아니라 팀을 구성하여 함께 협력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처럼 소셜벤처 플래닝 과정은 사회 기업가적 맥락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착안하여 Lim & Lee (2024)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함양을 목적으로 소셜벤처 플래닝을 6단계로 모형화하여 SVP-CPS(social venture planning-creative problem solving)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에 개발된 SVP-CPS를 수정, 보완하여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가정신 함양을 목표로 하는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을 설계하였다. 먼저, 기존에 개발된 SVP-CPS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반응과 의견을 조사하고 연구진 내부 논의를 거쳐 수업 개선안을 1차로 설계하였다. 이후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진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 수업안을 도출하였다. 수업 개발에 참여한 자문진의 정보와 주요 자문 내용을 <표 2>에 제시하였다.
<표 2>
자문진과 논의한 내용을 참고하여 SVP-CPS 프로그램을 본 연구에 적합한 방식으로 수정 및 보완하였다. SVP-CPS 모형의 6단계 중 첫 세 단계는 ‘사회이슈 탐색’, ‘정보수집’, ‘사회문제 정의’로, 소셜벤처가 도전할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분석하는 활동들로 구성된다. 다음 세 단계는 ‘아이디어 생성’, ‘프로토타입 제작 및 비즈니스모델 수립’, 그리고 ‘사회적 임팩트 창출 계획’이다. 여기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벤처 창업 계획을 세우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을 구성하기 위해, 먼저 첫 세 단계에서 ‘정보수집’ 단계를 해체하여 ‘사회이슈 탐색’과 ‘사회문제 정의’에 연계되는 활동으로 포함하였다. ‘정보수집’ 단계는 사회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단계로, 선택한 사회문제와 현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해결안들에 대해 조사하여 공유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사회문제 정보수집 활동은 ‘사회이슈 탐색’ 단계로, 기존의 대응에 대한 조사와 분석 활동은 ‘사회문제 정의’ 단계와 결합하여 성격이 다른 자료수집 활동을 명확히 제시하고 단계에 맞춰 재구성하였다. 이어서 후반 세 단계 ‘아이디어 생성’, ‘프로토타입 제작 및 비즈니스모델 수립’, 그리고 ‘사회적 임팩트 창출 계획’은 거의 유사한데, 마지막 단계를 ‘비즈니스모델 수립 및 사회적 임팩트 창출 계획’으로 변경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하여 소셜벤처의 미션 및 사회적 임팩트를 구체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기에 함께 구성하였다. 특히 팀이 계획한 소셜벤처가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구체화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SNS 홍보 활동을 통해 소셜벤처의 사회적 임팩트를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개발한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의 진행 단계와 교수학습 활동을 <표 3>에 제시하였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달성해야 하는 학습 목표는 다양한 사회 이슈를 탐색하고 사회문제를 분석하여 이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셜벤처 창업 제안서를 작성, 발표하는 것이다. 교수 목표는 수강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가정신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관련 전문지식과 다양한 사례를 제공하고 소셜벤처 창업 준비 과정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학습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수업의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학습자가 사회문제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확인하였고, 팀별로 도출한 해결책이 실현가능성, 수익성, 혁신성,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것인지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소셜벤처 제안서가 각 항목에 적합하고 충실하게 기술되었는지 검토하고 이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발표하였는지 평가하였다. 특히 본 수업은 팀 활동이 중심이 되는 대면 수업과,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기업가정신 역량에서 요청하는 ‘경영지식’뿐 아니라 최근 기업에게 요구되는 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내용을 충실히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에 동영상 강의에서는 다양한 사회문제, 소셜벤처, 기업가정신,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에 관한 내용과 함께 SDGs, ESG에 관한 개념과 예시도 제공하였다.
<표 3>
수업은 팀 기반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성별, 학년, 전공과 함께 사전에 조사한 팀 활동 경험 여부를 반영하여 5개의 팀으로 구성하였다. 수업은 한 학기(16주차)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연구진 중 1명이 해당 수업의 교수자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다른 한 명은 수업에 조교로 참여하면서 팀 활동을 조력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2.3. 자료 수집
먼저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의 기업가정신 역량에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정은주, 이용진(2019)이 개발한 기업가정신 역량지표를 검사도구로 활용하였다. 이들은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 성향과 기업가정신 역량을 분리하여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하였다. 기업가정신 성향 검사도구는 혁신성, 성취욕구, 위험감수성, 자율성, 진취성이라는 5가지 하위 요인을 갖는다. 기업가정신 역량 검사도구는 문제해결 역량, 대인관계 역량, 아이디어도출 역량, 경영지식이라는 4가지 하위 요인을 갖는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가정신 성향은 학생들이 지닌 본질적인 성질로 파악하여 차치하였고, 소셜벤처 플래닝 프로그램 처치를 통해 학생들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 기업가정신 역량에 해당하므로 이를 그대로 활용하였다. 이 도구는 4개의 요인과 18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의 응답은 1점(‘전혀 아니다’)에서 5점(‘매우 그렇다’)까지 분포하는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었다(정은주, 이용진, 2019).
이외에도 기업가정신을 측정하는 도구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김성규(2016)가 개발한 6차산업 기업가정신 지표는 ”성장과 발전이 필요하다”와 같은 당위적 문항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묻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업가정신 역량을 측정하기보다는 인식 수준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있다. 변지유 외(2021)가 개발한 기업가정신 검사도구는 인식이나 성향이 아닌 역량을 측정하고자 개발되었으나, ‘자원조달 역량’처럼 소셜벤처 플래닝을 넘어서 실제 경영과 확장 단계를 포함하고 있어 본 연구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정신 측정 도구도 여럿 개발되어 있다. 김종성(2019)은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선행연구에서 활용된 관련 도구에서 몇몇 지표를 선택적으로 도입하여 사용하였다. 정승환 외(2023)는 진로교육을 위한 청소년의 기업가정신 측정 도구를 개발하였다. 이중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된 기업가정신 역량 측정 도구이면서 소셜벤처 플래닝 과정을 통해 함양할 수 있는 요인들을 포함하는 정은주, 이용진(2019)의 ‘기업가정신 역량지표’를 선택하여 사용하였다.
검사도구는 수업 1주차(사전)와 15주차(사후)에 각각 투입하였다. 검사에 응하지 않은 학생을 제외하고 총 15개의 응답지가 수집되었다. Cronbach’s α 계수는 전체와 4개 요인 모두에서 0.7 이상으로 나타나 문항의 내적 일관성은 신뢰할 만한 수준이었다(<표 4> 참조).
<표 4>
한편, 기업가정신 역량 검사의 데이터가 15개로 많지 않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 과정의 특징을 확인하고 기업가정신 역량의 변화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한 내용을 함께 제공하였다. 주요 자료는 수업 종료 후 실시한 설문지와 팀별 최종보고서, 연구진이 작성한 관찰노트, 2개 팀을 중심으로 녹화한 영상, 그리고 면담 전사 자료이다. 설문지는 한 학기 수업에서 진행된 교수학습 활동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묻는 개방형 문항들로 구성되었다. 모든 연구참여자가 설문지 작성에 응하여 총 19부의 수업 설문 응답지가 수집되었다. 팀별로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소셜벤처의 주요 기획 내용을 담고 있으며 팀원들이 개별로 이 수업에서 배운 것과 자신에 대한 의미를 서술하는 항목이 있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서술하였다. 관찰노트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연구진이 작성하였다. 팀 활동 중 학생들 사이의 대화나 조교의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그리고 교수학습 활동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과 그에 대한 해석 및 성찰을 기록하였다. 그 과정에서 연구 문제에 관한 성찰적 생각들을 함께 적었으며, 수업 후 이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술한 상황에 대한 해석을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녹화영상은 5개의 팀 중 초점 집단인 2개 팀을 선정하여 수집하였다. 캠코더와 다지향성 마이크를 활용하여 수업 중 진행된 팀 활동을 위주로 녹화하였고 모두 전사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면담은 모든 수업이 종료된 후,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면담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연구진과의 개별 면담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면담은 40분을 넘지 않았으며, 사전에 질문의 내용과 방향성을 일부 정해두는 반구조화된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면담자에게 수업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생각, 활동 결과물에 대한 묘사 및 의도 등을 질문하였다. 모든 면담 참여자에게 녹화 및 연구자료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고 사후 전사하여 연구자료로 활용하였다. 더불어 연구참여자들이 수업 중에 제출한 과제물과 활동 산출물, 기말발표 자료도 해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참고 자료로 수집하여 활용하였다.
2.4. 자료 분석
본 연구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통계적 분석에는 SPSS ver. 26 프로그램을, 질적 분석에는 NVivo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기업가정신 역량 검사의 표본은 총 15명으로, 모집단의 정규성을 가정할 수 없어 비모수 방법인 윌콕슨 부호순위 검정(wilcoxon signed rank test)을 수행하여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어서 기업가정신 역량의 요인별 변화의 의미를 확인하고 연구참여자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및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파악하고자 지속적 비교분석법을 통해 질적 자료를 분석하였다. 우선 1명의 연구자가 수집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각 요인에 관련된 내용을 코딩하고 범주화하였다. 1차 코딩 결과에 대해 두 연구진이 논의하면서 코딩의 기준과 범주명을 조율하였다. 산출물에 대한 해석이 불명확한 경우 수업 녹화영상을 활용하여 교차 검토하는 등, 연구진 2명이 합의에 이를 때까지 논의하면서 신뢰도를 높였다(Strauss & Corbin, 1990). 이후 조율된 기준을 다시 적용하여 코드를 분류, 통합, 재구성하는 범주화의 과정을 거쳤다(Merriam, 1998). 이때 단순히 빈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참여자들이 강조하는 부분 및 연구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장면을 발견하고 그 전후 과정을 살펴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진은 자료가 보여주는 특징을 가장 잘 포착했다고 여겨질 때까지 코딩을 반복하였으며, 연구 결과가 명확한 표현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하였다.
3. 연구 결과
다음 절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의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제시하고 수업 내용 및 활동을 바탕으로 기업가정신 역량의 하위 요인별 결과를 분석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선택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표 5>에 정리하였다. 1팀은 정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솔루션으로 ‘비대면 상담 및 의료중개 서비스 플랫폼’을 구상했다. 2팀은 증가하는 1인 가구 문제와 특히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겪는 고독 문제에 주목,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로봇’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3팀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를 줄이는 방안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패션 소품 제작 및 유통’ 사업을 제안했다. 4팀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도시소멸 문제에 주목, ‘지역 소도시 관광 홍보 콘텐츠 제작 서비스’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분산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마지막으로 5팀은 장애인 차별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한 의류 브랜드’를 제안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구현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표 5>
팀 | 사회문제 | 해결안 |
---|---|---|
1팀 | 정신건강 | 비대면 상담 및 의료중개 서비스 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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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팀 | 노인 고독사 | 저소득층 독거 노인들을 위한 반려로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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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팀 | 플라스틱 쓰레기 |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패션 소품 제작 및 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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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팀 | 도시 소멸 | 지역 소도시 관광 홍보 콘텐츠 제작 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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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팀 | 장애인 차별 |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의류 브랜드 |
3.1.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
3.1.1.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사회문제의 ‘당사자’와 ‘해결자’라는 이분법적 인식 탈피
연구참여자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경험했으며, 이는 문제의 당사자와 해결자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점차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초기에는 사회문제를 겪는 이들을 단순히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자신들을 그 해결자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선택한 사회문제는 (예, 정신건강, 고독사 위험에 처한 노인,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도시, 장애인 등) 대부분 자신들과는 거리가 있는, 타인에게 중대한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문제 분석 과정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 나 자신을 포함하여, 사회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보다 포괄적이고 공동체적인 인식으로의 전환을 경험했다.
특히,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한 5팀의 사례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수업 초반, 학생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명확히 구분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비장애인의 불편을 초래하고 역차별을 낳는다고 주장했다(T5, 4주차 산출물). 또한, 학생들은 장애인 차별의 원인으로 ”장애인 인식에 관한 가정교육의 부족”, “개인의 못된 심성”, “교육 서비스 및 자료의 부족”을 지적하며 차별의 근본 원인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개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은 장애인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기본권과 공정한 사회 구축의 필요성을 장애인 문제해결의 기본 전제로 삼는 것으로 발전했다.
장애인도 모든 사람과 동일한 인권과 평등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 차별은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이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사회적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장애인은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로서, 그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5T, 기말발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장애인 차별 문제를 단순한 인성 문제나 교육 부재로 환원시키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연계를 통해 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사회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게 했다. 특히, 5팀은 유니버설 디자인 의류 개발과 같은 소셜벤처 사업안을 제안하며, 장애인을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체로서 인식하는 공동체적 접근을 보여주었다. 이는 사회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포괄적인 해결 방안 모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노인 고독사 문제에 대한 2팀의 접근 방식에서도 유사한 인식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고독사 문제를 겪는 노인들, 혹은 그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교육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고독사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육을 통해 독거노인이 고독사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문제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당사자의 사생활 침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는 고독사의 당사자를 교육으로 바로잡아야 할 대상으로 보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기본적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이 시점에서, 독거노인은 교육의 대상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고독사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을 문제의 해결자로 여겼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은 서서히 약화 되었다. 학생들은 고독사가 단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이며 사회 전반의 이슈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고령화’라는 단일 요인으로 노인 고독사 문제를 설명하려 했던 학생들이, 수업의 끝날 무렵에는 사회적 변화의 다양한 측면이 고독사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고독사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이어져, 문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1인 가구의 형태로 바뀌면서 독거노인 또한 늘어났고, 개인주의가 확산되어 이웃 간의 교류와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혼자 생활하며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당이 있어 이웃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옛 가정과 달리 사방이 막힌 아파트로 변화한 보편적인 주거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변화 및 이러한 변화로 부모부양에 대한 책임 감소, 자식에게 모두 투자해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여러 사건이 연쇄적으로 고독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T2, 최종보고서)
2팀은 이러한 복잡한 사회구조적 원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며,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든지 고독사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고독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와 내 친구들, 부모님 등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결국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것이며, 우리 모두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고독사한 당사자뿐 아니라 특수청소부, 이웃, 유족 등 다른 사람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독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T2, 최종보고서). 이는 고독사의 위험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의 당사자와 해결자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은 해결자로서 시작했으나, 궁극적으로는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업을 통해 얻은 소감에서도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분명히 나타났다. 학생들은 ”이 문제가 남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며, ”고독사한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고통을 주는 문제이므로 해결이 시급함을 인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T2, 최종보고서). 이러한 반응은 고독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라는 인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리 서비스의 범위 확대로 사용 대상을 노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홀로 사는 1인 가구, 청년, 외국인 노동자 등 고독사 위험에 처해 있는 또 다른 집단들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나이, 성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의 전체적인 고독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고독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교육하여 이 문제가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만 일어나지 않음을 깨닫게 합니다. (T2, 최종보고서)
본 수업의 ‘사회문제 정의’ 단계는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해체하고, 문제의 복잡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분석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문제의 근본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며, 사회의 여러 집단이 이 문제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왜 특정한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를 깨닫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문제의 해결자로 여기며 문제의 당사자와 분리되어 인식하던 학생들이었으나, 문제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더 깊이 있고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3.1.2. 해결안 선택: 완벽한 해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
연구참여자들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이고 완벽한 해결안보다는 문제에 직면한 당사자들의 상황 개선과 같은 실용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우선시하는 경향이었다. 학생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접근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사회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을 선호하였다. 문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학생들은 문제 분석을 통해 사회문제의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학생들은 이러한 사회문제의 원인 자체를 벤처의 수준에서 제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했다. 반면, 문제의 당사자들을 돕는 방식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줄이는 접근은 실현 가능하고 시도할 가치가 있는 도전으로 여겼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해결안을 평가할 때, 문제의 근본적 원인 해결보다는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1팀은 사람들의 정신건강 악화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경쟁,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비대면 상담 및 의료중개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할 경우 상담 및 의료 전문가와의 연결을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은 스트레스의 본질적인 원인을 줄이기보다는 상담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정신적 고통은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1팀은 문제의 범위를 ‘정신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특정 지어 자신들의 서비스를 특화했다. 즉, 1팀의 목표는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잠재적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정신적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더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혐오 표현이나 과한 업무량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의 문제라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거다 보니까 저희가 그런 상호작용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좀 어렵다고 느껴져서 … (S11, 심층면담)
해결안의 차이점은 이제 사실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걸 인식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좀 더 끌고 왔다는 게 (우리 해결안의) 제일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S11, 심층면담)
나머지 팀들이 제시한 해결책들 역시 당사자들의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주는 ‘작은 기여’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4팀은 도시소멸 문제의 다양한 원인으로 저출생, 고령화, 인구의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 지역 도시의 인프라 부족,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 등을 지목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 지역 경제의 활성화,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 억제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벤처기업 수준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4팀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해결책은 지역의 관광상품을 홍보하여 대도시 사람들을 지역으로 유도하는 서비스였다.
학생들은 일차적으로 선정한 사회문제가 너무 크고 복잡하여 소셜벤처의 해결 범위를 넘어선다는 인식을 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벤처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하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드러났다. 학생들은 도시소멸이라는 사회문제를 대할 때, 그 규모와 복잡성에 압도되면서 이 문제가 소셜벤처가 다루기에는 너무 벅찬 과제라고 느꼈다. 학생들은 소셜벤처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여 사회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들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심층 인터뷰에서 나온 학생들의 응답은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하며, 소셜벤처가 당면한 한계와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다른 주체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면 와이트리에서 적었던 맨 위에 있던 내용들 있잖아요. 인구 감소, 지역 경제 활성화, 이촌향도.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느 정도 노력하면 조금은 가능할 것 같지만 도시소멸이라는 문제가 해결될 만큼의 지역 활성화는 벤처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촌향도는 정말 너무 추상적이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실제로 이게 해결될 거라면 이미 해결됐겠죠. 그러니까 뭔가 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저희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S12, 심층면담)
(사회문제 선택 과정 및 이유에 대해) 빈부 격차에 대한 그런 문제는, 사실 빈부 격차를 어떤 벤처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불평등은 어쨌든 계속해서 생길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거는 나라에서 붙잡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겠다. 빈부 격차 자체가. (S2, 심층면담)
일단 사람들을 움직이는 거는 정치인이 될 수도 있겠고. 제 생각에는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처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좀 나서야지 그나마 (문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S17, 심층면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노력해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해와 함께, 소셜벤처의 입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문제의 현상을 약화하거나 문제의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S17은 ‘완벽한 해결’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갈등과 고민을 얘기하였다. 그는 ‘장애인 차별’이라는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차별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한 번에 일어나기 어려우므로,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의류 브랜드’라는 사업을 통해 장애인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의류를 제공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였다. 또한 3팀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그들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패션 소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 방법은 플라스틱의 사용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쓰레기로 배출되는 기간을 지연시켜 문제의 심각성을 줄이는 접근 방식이다. 문제해결에 있어 소셜벤처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여를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미 일어난 문제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미 일어난 일들은 최대한 피해나 영향들을 좀 줄여나가는 방식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고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환경 문제나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잡아서 아예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게 중요하고요. (S12, 심층면담)
학생들은 사회문제 해결안을 도출할 때, 실행 가능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목표로 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이는 소셜벤처가 직면한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 내에서 최대한의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실용적인 접근이다. 학생들은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소셜벤처의 입장에서 문제의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문제해결에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다. 더불어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3.1.3. 해결안 구체화: 기존 해결안의 모방과 응용을 통한 차별화
마지막으로 주목할 특성은 학생들이 소셜벤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기존에 제시된 해결책들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응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이미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방안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부담과 한계를 느꼈다. 이러한 인식은 학생들이 독창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방식의 독창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검증된 아이디어들을 기반으로 이를 활용하여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소셜벤처의 해결안은 수익성, 혁신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는데, 학생들에게 이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학생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아이템을 구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꼈다(T2, 최종보고서)”라고 언급하며 부담감을 표현했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도 유사한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새로 제시된 아이디어를 수익성과 실현 가능성의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학생들이 고독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검토하면서 나눈 대화이다. 벤처 아이템이 수익을 창출하여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팀원2: 저는 (생략) … 서로 상담하면서 해결해나가는 앱을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했습니다.
(생략)
팀원1: 실현가능성은 혹시 어떻게 생각했어요? 우리의 주제는 고독사 위험이 높은 어르신 들을 케어해주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어르신들이 과연 노인 고독사 위험에 처한 어르신들일까요? 그런 분들이 그런 걸 자체적으로 하려고 할까요?
팀원2: 그것도 맞네요.
팀원1: 아니 바로 그러지 말고…. 제가 봤을 때는, 실현가능성은 높은 것 같아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상황이 정해진다면 지속가능성이 높을 것 같긴 한데 지금으로서는 높진 않은 것 같아서…,
학생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벤처 아이템’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차용하고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한 차별화를 꾀하였다. 예를 들어, 2팀은 노인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리’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반려로봇을 제안하였다. 반려로봇은 국내외 다수 기업에서 이미 출시한 바 있어, ‘하리’가 아주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로봇에 노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손목밴드)’를 추가하고 식재료 구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였다.
저희 ‘하리’는 첫 번째로 웨어러블 손목밴드를 통해 노인 분들의 신체 데이터 수집하고 비정상적인 패턴 발견 시 보호자 또는 의료센터에 연락이 가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로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그에 맞게 식품이나 생필품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기능입니다. 한국취약노인재단에서 취약노인을 돕기 위해 지원, 후원 경로를 이용해서 구독료를 절감하여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구독서비스 배달 중계를 통한 노인 일자리 확보입니다. (T2, 최종보고서)
사회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팀의 해결 방안에 응용한 사례도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1팀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정신건강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성격 테스트 검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모방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에 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들은 기존 해결안들과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자가 진단 설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까운 병원을 추천하는 의료중개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코로나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방식과 병원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결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모방과 결합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거의 모든 팀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성이었다. 5팀은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의류사업을 제안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시장에 비슷한 목적을 가진 의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점자를 디자인 요소로 차용하고,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탈의실을 설계하는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독창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3팀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는데, 학교와 협력하여 폐플라스틱을 수집하고 학생들에게 환경 보전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해결안에 독창성을 부여하였다. 4팀 역시 여행 유튜버들의 수익 창출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지역 관광지 홍보 대행 서비스를 구상하였다. 이러한 모방과 결합을 통한 차별화가 가능했던 것은 기존의 해결책을 면밀히 탐색하고 분석하는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기존의 아이디어나 해결책들을 창의적으로 변형시켜 새로운 문제 상황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전략적 사고를 발휘하였다.
3.2. 기업가정신 역량의 변화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이 학생들의 기업가정신 역량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업가정신 역량의 사전⋅사후 기술통계량을 구하고 윌콕슨 부호순위 검증을 시도하였다. 통계 분석 결과는 <표 6>에 제시하였다. 검증 결과, 기업가정신 역량 전체의 근사 유의확률(양측검정)이 p=.003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인별로 보면, ‘문제해결 역량’과 ‘경영지식’ 요인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고(p<.05), ‘대인관계 역량’ 및 ‘아이디어 도출 역량’ 요인은 평균값이 소폭 상승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다(p>.05).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난 기업가정신 역량 전체와 ‘문제해결 역량’, ‘경영지식’ 요인 모두 사후 평균값이 사전 평균값보다 높아, 95% 신뢰수준 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표 6>
요인 | M(SD) | p | ||
---|---|---|---|---|
기업가정신 역량 | 문제해결 역량 | 사전 | 3.32(0.66) | .006* |
|
||||
사후 | 3.58(0.72) | |||
|
||||
대인관계 역량 | 사전 | 3.39(0.63) | .116 | |
|
||||
사후 | 3.65(0.65) | |||
|
||||
아이디어도출 역량 | 사전 | 3.13(1.02) | .073 | |
|
||||
사후 | 3.38(1.00) | |||
|
||||
경영지식 | 사전 | 2.15(0.93) | .001* | |
|
||||
사후 | 3.02(0.87) | |||
|
||||
전체 | 사전 | 3.06(0.53) | .003* | |
|
||||
사후 | 3.45(0.68) |
3.2.1. 문제해결 역량
기업가정신 역량의 요인 중 ‘문제해결 역량’은 평균값 3.32에서 3.58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p<.05). 이 역량은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과 창의적 해결안을 도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문제해결 역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은 본 수업의 ‘사회문제 정의’ 및 ‘아이디어 생성 및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에 포함된 교수학습 활동들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여기서 학생들은 팀이 선정한 사회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문제해결 아이디어를 탐색하였다.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해당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하는 활동이 수행되었다. 사회문제는 표면적으로 단일 현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와이트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문제의 다양한 원인을 찾아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의 복잡성을 파악하였다. 예를 들어, ‘소멸도시’ 문제를 다룬 학생팀은 이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 감소, 지역 활성화의 어려움, 이촌향도 현상을 지적했으며, 2차 원인으로는 저출생, 고령화, 지역 내 의료 및 문화시설 부족, 일자리 감소, 그리고 수도권 집중 현상 등을 언급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총 27개의 원인을 발견하였으나, 일부는 문제의 원인과 현상이 명확히 구별되지 않거나 소멸도시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은 학생들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게 하여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였다.
‘사회문제 정의’ 단계의 활동들은 문제해결 역량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데, 이 중에서 ‘임팩트갭스’라는 활동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활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제안되었던 해결안들과 그에 따른 노력을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정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의 정책, 제품, 서비스, 제도, 기술 등을 조사하며, 이것들의 한계점과 개선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주목한 3팀은 ‘종이 빨대’, ‘식음료 매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네덜란드의 해양 쓰레기 수거 기술’, ‘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하는 천연 패드’ 등 국내외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무인카페에서 일회용품 관리가 어렵고, 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하는 천연 패드의 원료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으며,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한 종이 빨대가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한계점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한계점은 해결안 도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였다. 또 다른 예로 2팀은 노인 고독사 문제에 주목하여 기존 해결책들을 분석한 후,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활동할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인의) 신체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들의 고독감을 줄이고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반려로봇이라는 창의적인 해결안을 제시하였다(2T, 7주차 산출물). 이처럼 학생들은 기존 해결안이 채워주지 못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는 해결안을 구상하면서 문제해결의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3.2.2. 대인관계 역량
소통과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대인관계 역량’은 사전값 3.39에서 사후값 3.65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업에서의 소통과 협력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는 본 수업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인관계 역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수업은 팀 기반 문제해결 방식을 채택하여, 팀 내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팀 간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학습활동 대부분이 팀 내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학부 1학년생들로 이루어진 이 수업은 초기에는 학생들 간의 논의가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으나, 팀별로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점차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발전했다. 연구진은 수업 초반에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팀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어, 서로의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상대에게 조리 있게 어필하는 방법을 배웠다. (S10, 설문조사)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은 철저히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각각의 의견을 통합한 활동 중심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의견을 내는 것도 창의적인 의견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점점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이런 토론 중심적 활동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S6, 최종보고서)
수업 프로그램 중 팀 내외의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는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었는데, 이 중에서도 ‘프로토타입 제작’ 활동을 마친 후, 팀원들이 서로의 시제품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제안하는 ‘상호 자문’은 팀 내뿐 아니라 팀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이었다. 이 과정은 시제품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경험으로,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효율적으로 협력하게 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자문 활동을 통해 협력과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SNS에 우리 해결안을 소개함으로써 어떻게 느껴지는지 평가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S1, 설문조사)
상호자문 활동으로 다른 조원들의 활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나의 의견도 제시할 수 있어서 소통하는 역량에 도움이 되었다. (S18, 설문조사)
긍정적인 소통과 협력의 경험은 1학년 학생들에게 팀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자신감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학생은 ”타인과 소통하고 친해지게끔 해주어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고 팀활동에 대한 장벽을 허물어 줄 수 있었다(S13, 최종보고서)”고 언급하였다. 더욱이 여러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협력하는 역량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가정신 역량 중에서 ‘대인관계 역량’은 협력적이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여럿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인관계 역량’은 프로그램 적용 전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살펴본 것처럼 질적 자료의 곳곳에서 소통과 협력과 관련된 긍정적인 경험의 보고가 다수 관찰되었다.
3.2.3. 아이디어 도출
‘아이디어 도출 역량’은 사전값 3.13에서 사후값 3.38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학생들은 동영상 강의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생성 전략을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팀 활동 중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들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S12는 면담에서 동영상에서 배운 방법론적 전략들이 실제 팀 내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 생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하였다. 연구진 역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에서 배운 아이디어 생성 전략을 적용해 보도록 격려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전략이 사용되는 경우를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디어 생성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실제 적용 사이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교육적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이디어 생성 전략을) 적용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생성법이 딱 이론으로 배웠을 때는 엄청 도움이 되겠다라는 느낌을 확 받아서, 저도 이거 진짜 도움이 되겠다고 요약노트에 적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근데 아직 실제로 써보지 못했고 이 수업하면서도 한 번도 써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론과 실제의 차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S12, 심층면담)
아이디어를 만들 때 그 영상에서 배운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게 기억이 안 나고 막상 이 활동을 할 때는 동영상 강의에서 배웠던 그런 전략들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S19, 심층면담)
학생들은 활동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했다. 이 수업에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고 평가하는 활동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수업 활동으로 넘어가기 어려워, 학생들은 마치 어렵게 무엇인가를 짜내듯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들에게 큰 압박이 되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강제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좀 쥐어 짜내면서 한 건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평소에 이거를 항상 생각하고 다녔던 게 아니라 당시에 이 주제(사회문제)를 정하고 그렇게 해 나가면서 하나하나 짜 맞춰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인데 그게 제가 느꼈을 때는 길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게 여유가 있진 않았어요. 그래서 좀 더 짜냈던 것 같습니다. (S11, 심층면담)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은 상당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이를 고려하여 연구진은 아이디어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교수학습 활동을 실시했다. ‘임팩트갭스’와 같은 활동은 학생들이 기존의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단점을 평가하며 기존 해결책의 개선점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기회를 가졌다. 이어진 ‘브레인스토밍’ 활동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고, 팀원들과 함께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은 이런 아이디어 생성 관련 활동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만, 이러한 활동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 생성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직접 이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아이디어 평가 과정에서 다른 팀을 통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부정적 피드백은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 생성 능력을 낮게 평가하게 만들며, 결국 아이디어 생성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3.2.4. 경영지식
‘경영지식 역량’은 사전값 2.15에서 사후값 3.0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동영상 강의를 통해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 소셜벤처 제안서 작성 등 창업과 경영 전반에 관한 기초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대면 수업에서 이를 활용하도록 교수학습 활동을 설계한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측된다.
동영상 강의에서는 소셜벤처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론적, 개념적 학습과 더불어 프로토타입 제작 방법, 마케팅의 기초와 실례, 수익 모델 수립 방법 등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을 소셜벤처 사례를 통해 제공하였다. 저학년 대상의 교양 수업이라는 맥락을 고려하여 지식의 수준을 조정하고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강의를 구성하였다. 다음은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가 경영지식 획득 및 소셜벤처 기획에 유용했다는 응답이다.
강의에서 다양한 소셜벤처의 마케팅, 비즈니스모델캔버스, 사업 목적 등을 배우면서 실사구시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과제 활동에 적용하면 좋을 기업의 사례들을 배울 수 있었다. (S4, 설문조사)
강의를 통해서 창업을 하기 전에 구상할 수 있는 비즈니스캔버스나 프로토타입 제작 방법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 창업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S9, 설문조사)
동영상 강의와 특강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수업의 후반부에 이르러 팀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깊이 있게 발전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소셜벤처 아이템 개발과 벤처 창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획 활동에 몰두하였다. 특히, 강의를 통해 얻은 경영학 지식을 자신들이 설계하는 벤처 사업에 직접 적용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를 들어, ‘마케팅의 실제와 사례’라는 주제의 동영상 강의를 들은 후, 학생들은 실제 수업에서 자신들이 팀으로 개발한 제품을 위한 ‘SNS 광고 제작’ 활동을 실시했다. 학생들이 작성한 강의 요약 노트에서는 동영상 강의를 통해 습득한 지식이 대면 수업 활동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요약 노트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과제로 만들고 있는 소셜벤처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첫째가 마케팅이고 둘째가 비즈니스 모델인데 그 중 비즈니스모델의 정리 방법 등을 (동영상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 같다. (S3, 요약노트)
소셜벤처가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트렌드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조원들과 소셜벤처를 구성할 때 수익 흐름과 가치 사슬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S4, 요약노트)
이 교육 프로그램은 동영상 강의와 팀 활동이 통합되어 학생들이 경영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실제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런 방식은 경영지식의 심층적 이해와 활용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의 목적은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특징을 탐색하고 기업가정신 역량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연구 결과, 연구참여자들의 사회문제 인식과 해결 과정에서 세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의 측면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당사자’와 ‘해결자’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인식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사회문제 해결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완벽한 해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해결안을 구체화할 때, 연구참여자들은 기존에 있던 해결안을 모방하거나 응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 수업의 적용과 운영 시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은 사회문제의 당사자와 해결자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점차 벗어나 공동체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경험하였는데, 이러한 변화는 문제 분석 단계에서 학생들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탐색하면서 사회문제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이해하게 된 결과로 분석되었다. 즉, 이는 사회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 변화가 모든 팀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교수학습 전략을 보다 강조하고 학생들 스스로 사회문제의 본질을 성찰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업 초기에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을 기록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인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성찰하는 일지를 작성하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이 추가될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은 소셜벤처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는데, 몇몇 학생은 소셜벤처 규모의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는 좌절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였다.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소셜벤처가 사회의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수업에서는 학습자 수준에 맞게 사회문제의 범주를 세분화하고 학생들이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문제들을 찾아보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크고 추상적인 문제보다 ‘분리배출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의 규모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해결안이 충족해야 할 조건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될 필요가 있다. 소셜벤처의 아이템으로 시장성과 혁신성을 갖추면서도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실현가능한 해결안을 떠올리는 것은 학습자 집단의 특성에 따라 부담스러운 조건일 수 있다. 해결안이 갖춰야 할 조건이 많을수록 좋은 해결안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Medeiros et al., 2014), 집단의 수준과 상황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건들을 조절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해결안 도출 단계에서 ‘창의적 모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기존 아이디어를 모방하거나 결합하여 해결안의 독창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창의성과 시장성,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갖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소셜벤처 창업자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에, 모방과 결합을 통한 차별화 시도는 학생들에게 매우 적절한 접근 방식이며, 창의성을 향한 중요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기업들이 창의적 모방을 통해 기존 기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으며 모방이 혁신을 만드는 주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Johansson, 2010; Wang et al., 2019). 이를 고려하여 모방과 결합이 혁신적 해결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이러한 전략을 안내하는 교수학습 활동을 해결안 도출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겠다.
두 번째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 개발한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은 기업가정신 역량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 역량의 평균값 3.06(사전)에서 3.45(사후)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고, 요인별로 보면 ‘문제해결 역량’과 ‘경영지식’ 요인에서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대인관계 역량’, ‘아이디어 도출 역량’ 요인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문제해결 역량’이 향상된 것은 ‘와이트리’, ‘임팩트갭스’ 등의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문제해결의 경험을 풍부히 제공하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경영지식’에서의 향상은 창업과 경영 전반에 관한 기초 지식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고 이를 대면 수업 활동에서 활용토록 설계한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정신 역량에서 유의한 변화가 없었던 요인에 유의하여 수업 적용에서의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팀 기반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 소통과 협력의 경험을 제공하였으나 그것이 ‘대인관계’ 역량의 직접적인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대학 신입생들은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많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정성란, 2023).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들도 대부분 신입생으로, 소통과 협력 역량이 크게 요구되는 팀 활동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어려워했다. 신입생 대상의 수업은 팀원들끼리 친해지고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팀빌딩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팀 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낮출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아이디어 도출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아이디어 생성 전략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강의에서 배운 전략을 스스로 문제해결에 적용하길 기대하기보다는, 실습으로 전략을 익히고 문제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구체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계 전문가나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본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에서도 소셜벤처 창업가를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 강의는 초청자들의 창업 경험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학생들과 양방향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의 소셜벤처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관련 단체와 연계하여 온라인 등을 통해 피드백을 요청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아이디어를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소셜벤처 플래닝 수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을 향상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얻을 수 있었다. 해당 수업은 모든 대학생에게 유익할 수 있지만, 경영학 전공 및 사회학 전공 학생들에게 더욱 적절하고 유익한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두 전공 모두가 사회문제와 기업가정신에 연관되기 때문이다. 경영학 전공생은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그 영향을 이해할 수 있고, 이러한 수업을 통해 경영적인 전략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결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사회학 전공생은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향상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업 후에는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동아리나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 기업가정신을 실제로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본 연구에서 수행한 기업가정신 역량 검사의 데이터 표본이 15개로 적다는 점은 통계적 유의미성이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본 수업의 효과를 다층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역량뿐 아니라 기업가정신 성향이나 사회적 기업가정신에의 영향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