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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8(3); 2024 > Article
변혁적 역량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Abstract

최근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 대한 여러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 연구는 변혁적 역량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 방향을 탐색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된 변혁적 역량의 의미를 살펴보고,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를 제안해 보았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은 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한 것이다. 미래 사회에는 변혁적 역량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려는 태도를 갖춤으로써, 변동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변혁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여, 이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새로운 가치 생성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글쓰기’,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일깨우기 위한 발견적 글쓰기’로 설정해 보았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은 전반적인 대학 교육의 방향이면서 미래 기술 발달에 대응하기 위한 인문학 교육의 방향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향 정립을 통해 미래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자질을 잃지 않는 글쓰기 교육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With the recent develop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technology such as ChatGPT, various discussions have been raised regarding writing education in th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Therefore,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direction of writing educ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transformative competencies. To this end, this study examined the meaning of transformative competencies presented in the OECD’s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Project and suggested the direction in which writing education in th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should be heading.
The ‘transformative competencies’ presented in the OECD’s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Project focuses on the ability of humans to do better when matched against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future society, it is necessary to be able to cope with fluctuating and uncertain situations by having a flexible attitude toward new technologies and an attitude that encourages the continuous acquirement of new knowledge or skills through transformative competencies.
Based on transformative competencies, this study set the direction of writing educatio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s ‘creative writing to create new values’, ‘practical writing for individuals and communities’, and ‘heuristic writing to awaken a sense of good writing and responsibility’. The direction of writing education in this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is not limited to the education of required college writing subjects, but is also the direction of overall college education as well as that of the humanities. Through the establishment of this direction, writing education should be aimed at actively responding to changes in the futur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while still allowing students to maintain certain human qualities.

1. 서론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것이기에 이로 인한 여러 변화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흐름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글쓰기 관련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자동으로 문장을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사실적 정보를 제시하는 뉴스 기사 등은 AP통신의 워드스미스(Wordsmith)에 의해 작성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김수이, 2019, p. 295),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예 창작과 같은 창의적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많은 창작자를 비롯한 글쓰기 연구자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한 것은 2022년 11월에 처음 등장한 ChatGPT와 맞물려 있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를 통해 ‘ChatGPT’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국내학술논문만 하더라도 2023년 한 해 동안 764건(2024. 5. 18. 검색 기준)에 이를 정도로 ChatGPT는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ChatGPT 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에 대한 연구는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 ChatGPT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선경(2023)은 대학 교양 글쓰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ChatGPT를 활용함으로써 글쓰기 시간이 절약되었으며 글쓰기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으로 이윤빈(2023, p. 50)은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 과제 수행 시 ChatGPT에 입력한 질문 양상을 분석하면서, 내용 창안을 요구하는 방식의 질문은 글쓰기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글쓰기 능력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여 ‘바람직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ChatGPT 사용 시 필요한 질문 능력에 대해서는 장성민(2023)의 논의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장성민(2023, pp. 16-21)은 학생들의 탐구를 촉진하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인 핵심 질문과 글쓰기의 수사적 맥락을 고려한 질문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ChatGPT가 생성한 중간 산출물에 대한 메타 읽기를 통해 학습자들은 ChatGPT가 생성한 글에 의지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출처 확인을 통해 글을 보강해야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글쓰기 교육에서의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학술적 글쓰기와 같이 정보와 논리가 중심이 되는 글쓰기에 적용되는 경향이 높다. 이는 인공지능이 창의적 글쓰기에서는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시나 소설 창작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발표된 작품도 등장하고 있다. 가령, 일본의 마쓰바라 히토시(松源仁) 교수팀이 AI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재연, 한남기, 2021, pp. 408-409), 국내의 AI 작가인 ‘비람풍’과 ‘소설감독’ 김태연이 함께 발표한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비람풍, 2021), AI 모델 ‘SIA’가 창작한 시집인 ⌈시를 쓰는 이유⌋(슬릿스코프, 카카오브레인, 2022), KBS 다큐인사이트 프로그램의 기획하에 ChatGPT와 7명의 작가 협업으로 발표된 소설집 ⌈매니페스토⌋(김달영 외, 2023)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2024년 1월에는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쿠단 리에(九段理江) 작가가 수상작인 ⌈도쿄 동정 타워(東京都同情塔)⌋에서 소설 속 가상 기술인 AI 빌드의 대화 내용 중 약 5%는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이유진, 2024).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창작이 가능해지면서, 창의적 글쓰기에서의 ChatGPT 활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문학성에 대해 오태호(2023, pp. 450-451)는 ⌈지금부터의 세계⌋의 경우에는 기성작가의 작품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장편 서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시를 쓰는 이유⌋는 이분법적인 도식성은 보이지만 기성작가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ChatGPT를 활용한 시 창작 가능성에 대해 김민지(2023)는 ChatGPT가 시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ChatGPT가 생산한 시를 온전한 창작물로 인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ChatGPT를 활용한 시 창작을 시도할 때는 ChatGPT가 ‘생산’한 시를 사용자의 관점과 감정을 통해 ‘생산물’에서 ‘창작물’로 전환하는 작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학술적 글쓰기뿐만 아니라 창의적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만큼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인류는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이다. 변혁적 역량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된 용어이다. 변혁적 역량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 즉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요구되는 역량으로 소개되고 있다(OECD, 2019a, p. 2). 미래 사회의 급변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혁적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적 역량이 개인의 성공보다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잘삶(well-being)’을 위한 역량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변혁적 역량이 주는 시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혁적 역량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 방향을 탐색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된 변혁적 역량이 인공지능 시대에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고,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2. 인공지능 시대의 변혁적 역량의 중요성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미래 직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측한 여러 전문가가 있어 왔다. 그중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 교수는 2013년에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 교수와 함께 쓴 「고용의 미래」라는 글에서 미래에는 많은 일자리가 자동화될 것이지만, 창의성과 사회적 지능을 요구하는 직업만큼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후 2023년에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GPT-4의 등장과 같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창의성과 사회적 지능을 요구하는 직업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분야가 생길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보편적인 현상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Frey, 2023). OECD에서도 인공지능은 사용자와 설계자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통해서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며, 이때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아울러 혁신가와 비혁신가를 구분하는 기준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과 ‘아이디어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의지’인 창의성에 있다고 보면서 창의성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OECD, 2019a, p. 6).
여러 전문가나 OECD의 전망처럼 인간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을 생성형 인공지능이 온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시나 소설, 시나리오와 같은 문학 작품의 창작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기술보다 더 발전된 미래에는 우리의 예측을 넘어선 창의적 행위에서도 인공지능 활용이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실생활에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실제 교육과정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점이다. 이에 앞으로의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술 활용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보다는 기술의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말하는 변혁적 역량과 연결 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은 ‘새로운 가치 생성하기(creating new value)’, ‘긴장과 딜레마를 수용하고 조화시키기(reconciling tensions and dilemmas)’, ‘책임지기(taking responsibility)’와 같은 세부 하위 역량으로 구분된다. 이때 ‘새로운 가치 생성하기’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기 위한 목적의식이나 호기심,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태도를 갖추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또한 ‘긴장과 딜레마를 수용하고 조화시키기’는 상호의존적이면서 갈등적인 세계에서 타인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 시스템적 사고를 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상충하는 아이디어나 입장을 조정하면서 단일한 해결책이 아닌 다양한 해결책이 있음을 인지하고 다양성과 부조화를 창의적 대응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 긴장과 딜레마를 수용하고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지적 유연성을 비롯하여 타인에 대한 공감과 존중의 태도를 지녀야 하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고루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책임지기’는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평가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 의하면 학생들이 변혁적 역량을 지닌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과 타인을 위해 ‘잘삶’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지닐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거나 긴장을 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OECD, 2018, pp. 5-6; OECD, 2019a, pp. 2-9).
이와 같은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은 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변혁적 역량은 쉽게 말해 변동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비해 업무 처리 속도와 같은 생산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와 같이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거나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은 인공지능보다 우수하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기존의 디지털 기술이 더 이상 쓸모없는 기술이 될 경향 또한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습득하는 노력보다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혁적 역량이 지니는 가치를 대학 글쓰기 교육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 OECD가 제안한 변혁적 역량에 주목하고자 한 이유는 그동안의 OECD의 교육정책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미친 영향력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변화된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태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변혁적 역량에 주목하고자 했다. 실제로 OECD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체적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OECD의 변혁적 역량이 국어교육적 측면에서 지니는 가치와 연계 방향 등에 관해서는 이인화(2022), 박재현(2022), 원진숙(2023) 등 여러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현시대에 변혁적 역량의 관점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일은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글쓰기 교육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어린 시선이 오가고 있다. 변혁적 역량은 사회 각 분야에 두루 적용될 것이지만,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글쓰기 환경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OECD가 제시한 변혁적 역량은 대학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재점검하는 데 주요한 지표가 되어 줄 것이라 본다. 이에 이 연구의 3장을 통해 ‘새로운 가치 생성하기’, ‘긴장과 딜레마를 수용하고 조화시키기’, ‘책임지기’라는 변혁적 역량의 세부 하위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새로운 가치 생성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글쓰기’,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일깨우기 위한 발견적 글쓰기’로 설정하여 관련 내용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3.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

3.1. 새로운 가치 생성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

글쓰기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글은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신 능력의 산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한 글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생성한다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과 인간이 쓴 글의 가치를 어떻게 구별하여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여러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인간이 수행했던 글쓰기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측되며, 실제로 글쓰기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사 작성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보편화되어 가는 중이다. 2023년 11월 9일에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의 연사로 참여한 찰리 베켓(Charlie Beckett)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악의적이고 반(反) 저널리즘 세력이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오보와 편파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전한 저널리즘이 인공지능 사용에 뒤처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아울러 찰리 베켓 교수는 인공지능은 ‘성실하고 지치지 않는 인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 구성원 모두가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류현정, 2023, pp. 8-10). 인공지능이 ‘성실하고 지치지 않는 인턴’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인공지능이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단순 업무, 가령 데이터 수집, 자동 번역, 텍스트 추출, 요약 등의 업무 수행을 효율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병현, 2023, p. 14).
인공지능이 단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 기자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병현, 2023, p. 14). 찰리 베켓 교수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은 언어 기계일 뿐, 진실 기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사 작성의 최종 과정에서는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류현정, 2023, pp. 8-10). AP통신 AI 프로덕트 매니저인 어니스트 쿵(Ernest Kung)의 경우에는 AP통신에서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기사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지만, 기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기업 실적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와 같은 정형 데이터를 이용한 템플릿 기반의 자동 기사 작성 시 저위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최순욱, 2023, p. 18). 이러한 저널리즘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기술은 노동으로서의 글쓰기 작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으로서의 글쓰기를 줄여준다면, 앞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글쓰기는 창의적 가치의 생성을 위한 글쓰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앞서 서론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적 글쓰기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인공지능이 보여준 창의적 글쓰기의 가능성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의적 글쓰기의 실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실, 그동안의 인공지능이 보여준 창의적 글쓰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창의적 글쓰기에 대한 학습 결과라는 점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시나 소설과 같은 창의적 글을 읽는 이유는 미적 감흥과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적 감흥과 깨달음을 인공지능의 모방물을 통해서 얻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만약, 어떠한 글을 통해 미적 감흥과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글이 인공지능의 생성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를 인식하기 전의 미적 감흥과 깨달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의 창작물에서 미적 감흥과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미적 감흥과 깨달음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만큼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앞으로의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방향은 인간이 자신의 창의성을 어느 정도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의 창의적 글쓰기란 시나 소설과 같은 문예 창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 창의성은 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글쓰기에서의 창의성으로서 언급되어 온 경향이 높다. 즉, 논증적 글쓰기에서 논리 전개의 방식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의 내용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서의 창의성을 의미하곤 했다.
그런데 창의성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글쓰기 교육에서는 창의성을 개인의 영역으로 제한적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변혁적 역량의 측면에서 인식하는 새로운 가치 생성으로서의 창의성이란 타인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OECD, 2019a, p. 5). 즉,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할 때, 개인의 역량으로만 해결안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타인과의 협력적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해결안을 모색해 보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논할 때, 타인과의 협력을 협소하게 인식하기보다는 인공지능과의 협력으로 확장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ChatGPT와의 상호협력적 대화를 주고받는 경험 또한 쓰기 내용을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ChatGPT를 활용할 때 중요한 것은 ChatGPT와의 대화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이다. ChatGPT를 활용하여 글쓰기를 시도할 때, ChatGPT에 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ChatGPT 프롬프트를 창의적으로 입력한다면,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을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이때의 창의적인 프롬프트란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움으로서의 창의성을 뜻하기보다는 쉽게 입력할 만한 프롬프트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서의 창의성으로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차적인 차원에서의 즉흥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층적인 수준의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으려면, 대상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져야 한다. 따라서 학습 과정에서 좋은 프롬프트를 입력하기 위해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 조사와 그에 대한 검증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수준에서의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쓰기에서의 창의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그동안의 대학 글쓰기 교육이 지나치게 학술적 글쓰기만을 지향해 왔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 또한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대학 글쓰기 교육이 강화되던 시기는 2000년대로, 이 시기는 DeSeCo 프로젝트의 핵심역량 개념이 중등 및 고등 교육과정의 주요한 키워드로 적용되던 시기이다. 이때 DeSeCo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핵심역량에서는 경쟁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개인의 역량 증진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의 대학 글쓰기 교육은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에 신입생들이 잘 적응하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학술적 목적에서의 글쓰기를 교육 대상으로 삼았다. 대학에서의 학술적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부정하기 어려우며,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학술적 글쓰기 교육이 지니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이제는 학술적 글쓰기 이외에도 대학 교양교육에서 소홀히 여겨져 왔던 창의적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등 교육과정에서 문학 향유와 심미적 체험으로서의 문학 창작 교육이 국어과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보통 일회성 체험으로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높다. 입시 중심의 중등 교육과정에서 심미적 체험을 위한 문학 창작 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대학 교양교육 차원에서 창작 교육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의 창작 교육이란 전문 작가 양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창의적인 상상력에 바탕을 둔 문화자원의 콘텐츠화를 위한 기획이나 내면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경험을 부여하기 위한 교육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단체로는 미국의 스토리센터가 있다(주선이, 김한일, 2019, p. 82). 스토리센터에서는 스토리의 원천인 개인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유튜브⋅블로그⋅팟캐스트 등과 같은 형태의 디지털 자서전을 제작하여 공유하고 있다(StoryCenter. https://www.stor ycenter.org). 디지털 자서전을 제작해 보는 것은 AI가 만들어낼 수 없는 나만의 스토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에서 가치를 발견해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이러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서사를 써본 후,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개인 서사를 공유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새로운 가치 생성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의적 글쓰기를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 창의적 글에서 기대하는 본연의 가치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지적 영역에서 나온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창의적 영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창의적 글쓰기를 실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 글쓰기 교육의 확장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전통적인 교양필수로서의 글쓰기 교과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선택 교양으로서의 글쓰기 관련 교과목 개설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다양한 글쓰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과목 개설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때이다.

3.2.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글쓰기

그동안의 DeSeCo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핵심역량이란 경쟁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개인의 역량 증진에 관심을 둔 결과물이라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OECD는 이후에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경쟁 사회에서의 개인 역량을 강조한 DeSeCo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개인과 공동체의 ‘잘삶’을 함께 고려한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 따르면, 미래 사회의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학생이 주체성을 지녀야 하며, 변혁적 역량을 통해 세계의 변화와 개인의 주체성을 상호 연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손승남, 2023, pp. 4-5). 이러한 세계의 변화와 개인의 주체성을 상호 연결한다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자기 행동을 결정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곧 나만의 성공이 아닌, 모두의 잘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모두의 잘삶을 지향한다는 것은 ‘비판적 리터러시’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비판적 리터러시 측면에서의 글쓰기 교육이 그동안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과 다르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비판적 사고에 기반을 둔 글쓰기 교육을 지향한다고 했으나, 과연 이러한 지향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선언적 측면에서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비판적 사고 증진을 위한 글쓰기 교육은 비평문 쓰기나 학술 논문 쓰기에서 텍스트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 수업 과정을 살펴보면, 비판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훈련이 수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가령, 비평문 쓰기를 할 때, 학습자에게 대상 텍스트에 대한 평가를 통해 비판적으로 텍스트를 접하도록 하고 있으나, 2학점 또는 3학점이라는 글쓰기 교과목 시수 제한 등으로 인해 비평 장르의 관습적 특징을 이해하는 정도의 형식적 차원에서만 비평문 쓰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학술 논문 쓰기를 할 때도 학습자들은 자신이 접한 자료 텍스트를 비판적 논의의 대상으로서 활용하기보다는 수업 시간에 배운 인용법을 적용하기 위한 차원에서만 텍스트를 활용하려는 경우 또한 발생한다.
그러나 쟁크스(Janks) 등과 같은 비판적 리터러시 학자들의 논의를 따른다면, 비판적 리터러시란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 쉽게 접하는 비평문이나 학술 논문 쓰기 수준을 넘어선다. 비판적 언어 의식에 관심을 기울였던 쟁크스에 따르면, 비판적 리터러시에서의 ‘비판적’이라는 의미는 증거와 주장의 검토에 근거한 논리적 분석으로서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판적’이라는 용어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텍스트적 실행과 사회적 실행을 통해 좌우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분석”(Janks, 2010, p. 45)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어떠한 텍스트를 읽거나 생산할 때, 그 텍스트에 담긴 메시지에는 다양한 권력관계 속에서의 이데올로기가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 놓인 텍스트의 의도를 비판적으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여전히 사회의 여러 불평등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이 지닌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모두의 잘삶보다는 특정 계층만의 잘삶을 유지하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판적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프로젝트에서도 상충하고 모순되거나 양립할 수 없는 주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자신과 다른 의견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필요와 관심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은 나와 공동체의 안녕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긴장과 딜레마를 발견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OECD, 2019a, pp. 5-6).
대학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과제의 유형이나 목표 등의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학 교육에서의 학술적 글쓰기는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체계화시키고 사고력 등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학술적 글쓰기를 통한 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증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앞서 제시한 성찰적 태도를 기반으로 하여 학술적 글쓰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민에 대한 공감에 기반을 둔 실천적 글쓰기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때의 실천적 글쓰기란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찰적 반성에서 비롯된 글쓰기를 지칭하고자 한다. 그동안의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도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에서 글쓰기를 진행해 왔으나, 이러한 문제 발견과 해결을 위한 글쓰기가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이미 발생한 문제 이외에도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며 이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나 기후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성찰적 질문과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보는 글을 써보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보통 4차 산업혁명 시대 이후의 여러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흐름을 논의할 때,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곤 한다. 실질적으로도 이러한 과학기술의 구체적인 적용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한 문제의 발견이다. 그리고 인문학적 성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가 바로 글쓰기인 셈이다. 즉, 모호했던 자신의 사고를 명확한 글의 형태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찰의 과정이 보다 명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성찰의 결과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글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타인의 관점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며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생하게 된 현상에 대한 성찰로까지 나아간다면 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곧 잠재된 사회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실천적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앞서 저널리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글쓰기에서의 단순 작업을 대체함으로써 확보하게 된 시간을 사건의 진실을 보다 더 깊이 있게 탐색하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글쓰기 작업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적 성찰에 기반을 둔 실천적 기능을 보다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 글쓰기 교과목이 대학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의 대학 글쓰기 교과목은 학술적 글쓰기를 중심으로 학습자들의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교과목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김현정, 2020, p. 15). 대학 신입생들은 낯선 장르인 학술적 글쓰기 방법을 익히고 장르적 관습을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학술적 글쓰기를 위한 관련 자료의 수집에서부터 인용 방법에 맞춰 수집한 자료를 활용하고 출처를 표기하는 등의 형식적인 과정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을 할애하며 관련 내용을 익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논문 검색 플랫폼에서 국내 학회의 인용 양식에 대한 데이터 구축을 통해 자동으로 출처를 표기해 주고 있으며, 생성 인공지능 기반 채팅 서비스를 통해 해당 학술자료를 요약해 주거나 질문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 2000~2010년대에 주로 이루어졌던 분석과 요약 중심의 학술적 글쓰기 교육이나 단순 출처 표기법을 알려주는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현재적 관점에서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할 때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고 요약하는 것 역시 인간의 사고력을 높여주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비록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텍스트의 요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직접 텍스트를 읽어가면서 내용을 분석하고 저자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적 성취감이나 심층적 이해의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에 텍스트의 분석과 요약을 오롯이 맡기는 미래는 쉽사리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텍스트의 분석과 요약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의 영역을 대체한 더욱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러한 영역 중 하나가 ‘성찰’이다.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 안에 텍스트를 요약하기도 하며, 사용자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 해결안과 전망 등을 즉각적으로 도출해 낸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이 제시한 해결안과 전망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성찰’인 것이다.
‘성찰’의 중요성은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의 학습 나침반에서는 변혁적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촉매제로 ‘예상-실천-성찰’(The Anticipation-Action-Reflection)의 순환적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예상’은 다른 일 대신에 이 일을 하는 경우, 혹은 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또는 장기적 결과와 영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상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예상한 가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천’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찰’을 통해 보다 더 바람직한 실천의 방향성을 얻게 되며, 이로 인해 행위 주체성을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예상-실천-성찰’의 각 단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단계를 강화하는 데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OECD, 2019b, pp. 4-7).
로저스(Rodgers)는 듀이(Dewey)의 성찰 개념과 목적을 정리하면서, 성찰은 학습자가 여러 경험과 아이디어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과학적 탐구에 뿌리를 둔 체계적이고 엄격하며 규율 있는 사고방식으로서의 성찰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자신과 타인의 개인적, 지적 성장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성찰이 이루어진다면, 성찰의 결과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도덕적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관계나 연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나타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Rodgers, 2002, pp. 845-847).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에 이러한 로저스의 성찰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인공지능이 제시한 아이디어와 생성한 글을 그대로 차용하는 과정에서는 결코 성찰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성찰적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글쓰기 작업이 줄었다면, 이제는 그 줄어든 시간에 인공지능이 수합한 데이터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의미를 발견하는 행위야말로 인간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성찰하고, 자신의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이 글이 사회에 미칠 의미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마치 노동처럼 단순한 사실 나열식의 글쓰기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일정 정도 수행하도록 하되, 글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성찰을 도모할 수 있는 성찰로서의 글쓰기, 나아가 성찰을 통해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실천적 글쓰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결과 지향적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성찰적 행위와 지적 즐거움의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 지향적 글쓰기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3.3.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일깨우기 위한 발견적 글쓰기

인공지능이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무조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글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리라 본다. 이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라는 영역에 국한하여 살펴본다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고차원적 지능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방법은 인공지능이 생산한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적절히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과정을 총괄하고 감독하고 평가하며 수정 방안까지를 제시할 수 있는 일종의 슈퍼바이저이자, 자신의 글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글쓰기 교육은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더불어 자기 글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울 수 있는 발견적 차원에서의 글쓰기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과 같은 창의적 글쓰기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나 소설에 대해 우리가 시 또는 소설로서의 문학적 가치를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가에 대한 여러 논쟁이 오갈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어떠한 텍스트를 문학 작품으로서 인정해 주는 것은 결국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이다.
김재인(2023, pp. 57-59)은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평가이자 가치 창조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작품의 결과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휘된 작가의 비판적 감각인 비평적 태도가 수반되어야만 창작물로서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훌륭한 창작 보조 도구일 뿐,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인간의 평가에 의해 인공지능 창작물이 작품으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는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인간의 평가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김재인(2023, p. 73)은 인공지능은 학습한 데이터, 즉 타인의 평가에 근거하여 대상을 평가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과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즉,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글은 기존의 인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학습의 결과일 뿐, 새로운 양식이나 기법 등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시도했던 방식을 조합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이 글쓰기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인공지능이 생산한 글의 가치를 평가하고, 때로는 글의 수정 방향을 제안해 볼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과 자신이 생산한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여러 글을 읽으면서 각 글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사실, 글쓰기를 논하기 전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 매체의 영상에 익숙해진 현세대의 문해력이 매우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문자 텍스트보다는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영상 콘텐츠를 주로 접하는 현세대 중에는 긴 글을 읽고 글에서의 논리적 흐름을 분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러스트가 가미된 웹소설에 익숙한 학생들은 문자 텍스트 중심의 긴 서사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웹소설의 경우에는 대화문 앞에 어느 인물이 어떠한 감정으로 대화하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인물 일러스트를 함께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웹소설에 익숙한 학생들은 일반 소설의 대화문을 읽을 때 어느 인물의 대화문인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문자 텍스트에 대한 문해력이 저하된 현세대들에게 탄탄한 구조와 논리력을 갖춘 학술적 글이나 서사적 완결성과 진실성과 심미성을 갖춘 문학적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으로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은 텍스트를 접할 때, 텍스트의 미적 수준을 평가하기보다는 실용적 측면에서 텍스트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다. 즉, 고전을 접할 때도 원전을 직접 읽기보다는 원전의 내용을 요약한 것을 읽는 데 머무르기도 한다.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텍스트 요약문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와 행간에 숨겨진 저자의 의도나 문체가 지니는 다양한 미적 가치 등을 깊이 있게 사유할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를 접할 때 좋은 텍스트에 대한 감각 부족으로 인해 양질의 텍스트를 취사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가 좋은 글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사유의 과정 없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를 그대로 차용하게 됨으로써 질적으로 저하된 결과물을 제출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저자로서의 글에 대한 책임감 또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결과물만을 도출하게 될 가능성 또한 크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가 보편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고,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글의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을 발견적 태도로 이해해 보며, 더 나아가 이를 비평해 보는 과정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학습자의 다양한 수준을 고려한 글쓰기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대학의 교양 교육과정에서도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교과목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관련 교과목이 증가하면서 대학 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글쓰기 교육이 점차 축소되어 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교양 글쓰기 교육을 논의하면서 언급되었던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글쓰기 교육의 다양화를 다시 거론한다는 것이 대학의 교양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쉽지 않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글쓰기 교육의 다양화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갈수록 학습자의 글쓰기 수준 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에만 의존하여 글을 쓸 때보다 양질의 글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은 결국 기존 데이터를 학습한 평균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대학의 글쓰기 교육을 통해 학습자들이 평균 이상의 글을 작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인공지능보다 글쓰기 수준이 낮아진 필자와 인공지능의 글쓰기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교양인을 위한 양분화된 글쓰기 교육이 앞으로는 더 절실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글쓰기 교육의 비중을 줄여도 된다는 인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평가 역량, 아울러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글쓰기 교육을 지향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교수자에게 주도권이 있었던 피드백의 영역을 학습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글쓰기 교육을 살펴보면, 주로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일대일 피드백이 중심이 되었고, 학습자는 주로 자신의 글을 평가받는 입장에만 놓여 있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행위는 자신의 글쓰기 역량을 기르고, 좋은 글의 요건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수동적인 형태의 글쓰기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는 과정은 능동적 주체로서 글쓰기를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피드백은 동료 간의 피드백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ChatGPT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다른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ChatGPT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사용자가 ChatGPT에 글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평가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글을 보완해 보는 과정을 통해 ChatGPT가 생성한 글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에서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이 중요함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장성민, 2023, pp. 17-18; 노대원, 홍미선, 2023, p. 93). 앞서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논의하면서 ChatGPT에 입력하는 프롬프트의 창의성 또한 중요함을 언급한 바 있다. ChatGPT에 프롬프트를 입력한다는 것은 곧 ChatGPT와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는 행위인 것이며, 김재인(2023, p. 151)이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 전문 분야의 지식을 깊게 쌓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ChatGPT가 생성한 글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심화 질문을 통해 ChatGPT가 생성한 글을 평가해 보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글 쓰는 주체는 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글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이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좋은 글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과 평가 기준을 정립해 가는 과정을 쌓는 경험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의 주체를 교수자에서 직접 글을 쓰고 있는 학생 스스로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쓰기와 읽기의 경험이 한데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비판적 읽기 경험을 통해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일깨울 수 있는 발견적 차원의 읽기와 쓰기 경험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결론

앞으로 우리가 목도할 미래는 예측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미래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 교육 현장에 있는 교수자들은 미래 사회의 변화 흐름과 속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때의 방향이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하는 데에서 그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역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창의적 글쓰기까지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 현시대에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논의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ChatGPT 사용에 대한 합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막연히 ChatGPT 사용을 불허한다거나 무조건 ChatGPT를 사용하도록 강권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에서는 글쓰기 교육의 입장에서, 변화되는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전제로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성찰적이고 실천적 글쓰기를 지향하면서, ChatGPT가 생산한 글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좋은 글에 대한 감각과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발견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해 보고자 했다.
사실, 이러한 제안은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고려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글쓰기 교육의 방향으로 언급될 만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한번 ‘성찰적 글쓰기’, ‘실천적 글쓰기’, ‘발견적 글쓰기’를 거론하는 것은 글쓰기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글쓰기 교육이 지극히 도구적으로만 접근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는 구체적인 글쓰기 교육과정안이나 수업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지양하고, 변혁적 역량의 관점에서 그동안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점검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성을 시론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구체적인 수업 사례 대신 시론적 차원에서만 논의의 내용이 머물러 있다는 점은 이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이 도구적 측면에서만 머무르지 말아야 할 것을 경계함과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잘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글쓰기를 통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대비한 실천과 성찰을 시도해 보는 행위의 중요성을 재환기해 보고자 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수준으로 발달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결국 인간의 창의성이 지닌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의 여러 갈등을 해결하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글쓰기가 지니는 교육적 효과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이다.
이에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 방향은 단순히 그동안의 대학필수로 지정되어 왔던 글쓰기 교육에만 제한될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전반적 교육 방향으로도 접목되어야 하리라 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학 교육의 방향과 더불어 미래 기술 발달에 대응하기 위한 인문학 교육의 방향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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